빌드 날짜: 2026-08-29

이 문서를 읽는 방법

이 문서는 고등학교 수준의 물리를 다시 세우고, 대학 학사 과정의 일반물리학(general physics)까지 이어 가는 자습서다. 강의 없이 혼자 읽어 나가는 것을 전제로 썼다.

필요한 것은 중학교 수학이다

이 문서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막히지 않도록 쓰였다. 가정하는 것은 중학교 수학까지다.

그 위의 도구는 필요해지는 자리에서 그때그때 도입한다. 삼각비는 4장 벡터 절에서, 라디안은 7장에서, 로그는 8장 데시벨에서, 지수함수와 자연상수 e 는 11장 RC 회로에서 처음 나온다. 각각 그 자리에서 지금 쓸 만큼만 설명한다.

미분과 적분은 조금 다르게 다룬다. 물리를 미적분으로 쓰면 훨씬 간결해지지만, 그것을 요구하면 이 문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이렇게 했다.

미적분을 제대로 익히고 싶다면 이 사이트의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미분 문서를 보면 된다. 다만 이 문서를 읽기 전에 그것을 끝낼 필요는 없다.

이 문서가 지키려는 약속

권장 순서와 장별 난이도

아래 순서가 표준이다. 위에서 아래로 개념이 쌓이므로 건너뛰지 않는 편이 좋다. 다만 10장(열역학)은 6장까지 읽었으면 언제든 읽을 수 있고, 14장(광학)은 13장 없이도 대부분 이해된다.

주제난이도권장 시간앞에 필요한 장
3측정과 단위3시간-
4운동학★★6시간3
5뉴턴 역학★★9시간4
6일·에너지·운동량★★8시간5
7회전 운동★★★8시간6
8진동과 파동★★★8시간6
9유체★★4시간6
10열과 열역학★★★8시간6
11전기★★★10시간6
12자기★★★8시간11
13맥스웰 방정식과 전자기파★★★★6시간12
14광학★★6시간8
15현대물리 입문★★★8시간13

본문 뒤에는 부록이 하나 있다. 3장에서 가볍게만 다룬 차원해석과 불확도 전파를 완전한 형태로 정리한 것이라, 앞에서 읽을 필요가 없고 본문을 다 읽은 뒤에 보면 된다. 본문의 어떤 장도 부록을 전제하지 않는다.

총 90시간 남짓이다. 하루 2시간이면 두 달 반 정도의 분량이다. 예제를 눈으로만 읽으면 절반의 시간에 끝나지만 절반만 남는다. 풀이는 접혀 있으니 반드시 먼저 스스로 손으로 풀고 펼쳐 확인하라.

이 문서의 표기 규약

참고문서

값과 정의는 아래 1차 자료를 따랐다. 수치를 확인할 일이 있으면 여기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표준·상수

강의·교재

참고 사이트

위 링크는 모두 접속을 확인했다. 값이 갱신될 수 있는 항목(CODATA 권고값 등)은 원문을 우선한다.

측정과 단위

물리는 재는 학문이다. 그런데 "2.5"라고만 하면 아무 뜻이 없다. 2.5 미터인지 2.5 초인지 말해야 뜻이 생긴다. 이 장은 그 뒷부분, 즉 단위를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단위는 어디서 오는가, 서로 다른 단위로 적힌 값을 어떻게 맞추는가, 그리고 잰 값을 몇 자리까지 믿을 수 있는가.

짧은 장이지만 뒤의 모든 장에서 계속 쓰인다. 뒤에서 계산이 틀리는 가장 흔한 원인이 단위를 맞추지 않은 것이다.

재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길이를 재려면 "이만큼을 1로 하자"고 정해 둔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이 단위(unit)다. 물리에서 재는 양은 많지만, 놀랍게도 일곱 개만 기준으로 정해 두면 나머지는 전부 그 일곱 개를 곱하고 나눠서 만들 수 있다. 이 일곱을 기본량이라 하고, 그 단위 체계를 SI(국제단위계)라 부른다.

이 장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셋뿐이다.

나머지 넷(전류·온도·물질량·광도)은 그것이 필요해지는 장에서 다시 소개한다. 전체 목록은 아래 표에 적어 두되, 지금 외울 필요는 없다.

기본량단위기호이 문서에서 처음 쓰는 곳
길이metrem이 장
시간seconds이 장
질량kilogramkg이 장
전류ampereA전기 장
온도kelvinK열 장
물질량molemol열 장(기체)
광도candelacd이 문서에서는 쓰지 않는다

옛날에는 파리에 보관한 금속 막대의 길이를 1미터로 삼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2019년부터 SI는 자연의 상수 몇 개를 '정확히 이 값'이라고 못 박고, 거기서 단위를 거꾸로 끌어낸다. 예를 들어 빛은 진공에서 1초에 정확히 299792458m 를 간다고 정해 두었다. 그러면 1미터는 "빛이 1초의 1/299792458 동안 가는 거리"로 저절로 정해진다. 물리량의 기준이 어디에도 보관할 필요 없는 자연 상수가 된 것이다.

이 문단은 배경 설명이라 넘어가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접두어 — 큰 수와 작은 수를 짧게 쓰는 법

원자의 크기는 0.0000000001m 이고 지구의 반지름은 6400000m 다. 이대로 쓰면 0을 세다가 틀린다. 그래서 10의 거듭제곱을 접두어(prefix)로 단위 앞에 붙인다.

접두어기호곱하는 값
나노n10⁻⁹1 nm = 0.000000001 m
마이크로μ10⁻⁶1 μm = 0.000001 m
밀리m10⁻³1 mm = 0.001 m
센티c10⁻²1 cm = 0.01 m
킬로k10³1 km = 1000 m
메가M10⁶1 MW = 1000000 W
기가G10⁹1 GB = 1000000000 B

여기서 한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접두어는 단위에 먼저 붙고, 제곱·세제곱은 그 붙은 덩어리 전체에 걸린다. cm3 는 "센티미터를 세제곱한 것"이지 "세제곱미터에 센티를 붙인 것"이 아니다.

1cm3=(1cm)3=(102m)3=106m3

102 가 아니라 106 이다. 지수가 세 배가 된다. 이 함정은 넓이와 부피를 다룰 때마다 나온다.

단위를 조립한다

기본단위 일곱 개를 곱하고 나눠서 만든 단위를 유도단위(derived unit)라 한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물리량의 정의를 그대로 단위에 적용하면 된다.

넓이는 길이 곱하기 길이다. 그러니 단위도 m×m=m2 다. 부피는 길이를 세 번 곱하므로 m3 다.

부피와 리터

부피의 SI 단위는 m3 인데, 일상에서 이 단위는 너무 크다. 물 한 병이 0.0005m3 라고 하면 감이 안 온다. 그래서 리터(litre)를 함께 쓴다.

1 L 는 한 변이 10 cm 인 정육면체의 부피다. 이것이 리터의 정의다. 우유팩을 떠올리면 된다.

한 변 1 m 인 상자를 한 변 10 cm 짜리 칸으로 나누면 1000칸이 나온다. 길이는 10배 차이인데 부피는 1000배 차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한 변 1 m 인 상자를 한 변 10 cm 짜리 칸으로 나누면 1000칸이 나온다. 길이는 10배 차이인데 부피는 1000배 차이라는 것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보듯 한 변 1 m 인 정육면체 안에는 한 변 10 cm 인 칸이 가로·세로·깊이로 각각 10칸씩, 모두 10×10×10=1000 칸 들어간다. 따라서

1m3=1000L,1L=0.001m3=103m3

길이는 10배인데 부피는 1000배가 되는 것, 이것이 앞에서 본 세제곱 함정과 같은 이야기다.

속력과 밀도

속력은 간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단위는 m/s, 읽기로는 "미터 매 초"다. 1초에 몇 미터를 가는지를 뜻한다.

밀도(density)는 얼마나 빽빽한가를 나타낸다. 같은 크기의 쇠공과 나무공을 들어 보면 쇠가 훨씬 무겁다. 부피가 같은데 질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하나의 수로 만든 것이 밀도다.

밀도는 그리스 문자 ρ (로)로 적고, 부피 V 당 질량 m 으로 정의한다.

ρ=mV(단위: kgm3)

이 식을 질량에 대해 풀면 m=ρV 다. 밀도를 알고 부피를 알면 질량이 나온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 형태를 자주 쓴다.

물의 밀도는 1000kg/m3 근처다. 기억해 두면 편한 값이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유도단위는 아주 많고, 그중 몇몇은 따로 이름을 얻었다. 힘의 단위 뉴턴(N), 에너지의 단위 줄(J)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그 단위들은 해당 물리량을 정의하는 장에서 소개한다. 여기서 미리 늘어놓아도 외워지지 않는다. 전체 목록이 필요하면 이 문서 맨 뒤의 부록에 있는 차원 표를 보면 된다. 다만 그 표는 본문을 다 읽은 뒤에 봐야 읽힌다.

예제 1

1L 의 질량은 얼마인가? 물의 밀도는 1000kg/m3 로 본다.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질량이고 단위는 kg 이다. 밀도와 부피를 알고 있으니 m=ρV 를 쓰면 된다.

그런데 그대로 넣을 수는 없다. 밀도의 분모가 m3 인데 부피는 L 로 주어져 있다. 단위가 서로 지워지려면 같은 단위여야 한다. 부피를 m3 로 바꾼다.

V=1L=103m3

이제 넣는다. 숫자만이 아니라 단위도 함께 곱한다.

m=ρV=(1000kgm3)×(103m3)=1000×103kg=1.00kg

m3 이 분모와 분자에서 서로 지워지고 kg 만 남았다. 단위가 원하던 것과 같으니 식을 제대로 골랐다는 뜻이다.

답은 1.00kg. 물 1리터는 1킬로그램이라는 익숙한 사실이 이렇게 나온다. 사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옛날에 킬로그램을 "물 1리터의 질량"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부피를 L 그대로 넣었다면 1000×1=1000 이 나와 1000배 틀렸을 것이다. 단위를 맞추는 일이 계산의 일부다.

예제 2

어떤 금속 덩어리의 질량이 m=216g, 부피가 V=80.0cm3 이다. 밀도를 SI 단위로 구하라.

풀이 보기

밀도의 SI 단위는 kg/m3 이므로 질량은 kg 으로, 부피는 m3 으로 바꿔야 한다.

질량부터. 1g=103kg 이므로

m=216g=216×103kg=0.216kg

부피는 세제곱이라 조심해야 한다. 1cm=102m 이므로 1cm3=106m3 다.

V=80.0cm3=80.0×106m3=8.00×105m3

이제 나눈다.

ρ=mV=0.216kg8.00×105m3=2.70×103kg/m3

물의 약 2.7배다. 알루미늄의 밀도가 이 근처다.

여기서 흔한 실수는 부피를 102 배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답이 10000배 틀린다. 세제곱 단위는 지수도 세 배라는 것을 늘 확인하자.

단위 환산은 1을 곱하는 일이다

앞의 예제에서 단위를 바꿨다. 그 작업의 정체를 밝혀 두면 앞으로 헷갈릴 일이 없다.

1km=1000m 라는 사실은, 양변을 1km 로 나누면 이렇게도 쓸 수 있다.

1=1000m1km

오른쪽 분수는 값이 1이다. 1을 곱하면 값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양에 이 분수를 곱해도 그 양은 그대로이고, 단위만 바뀐다. 단위 환산이란 곱해도 되는 1을 골라 곱하는 일이다.

어느 쪽을 분자에 둘지는 지우고 싶은 단위가 분모에 오도록 고르면 된다.

예제 3

시속 72km/h 는 몇 m/s 인가?

풀이 보기

지우고 싶은 것은 kmh 이고, 남기고 싶은 것은 ms 다. 그래서 곱할 1을 두 개 고른다.

1000m1km(km를 지우려고 분모에 둔다),1h3600s(h가 원래 분모에 있으니 분자에 둔다)

곱한다.

72kmh×1000m1km×1h3600s=72×10003600ms=20m/s

kmh 가 각각 위아래에서 지워지고 m/s 만 남았다.

반대로 1m/s=3.6km/h 다. 실전에서는 km/h 값을 3.6으로 나누면 m/s 가 된다고 외워 두면 빠르다. 시속 72 km 는 초속 20 m, 즉 1초에 20미터를 간다.

흔한 오해

어떤 방의 바닥 넓이가 12m2 다. 이것은 몇 cm2 인가? "1m=100cm 이니까 100을 곱해서 1200cm2" 이 답이 맞는가?

풀이 보기

틀렸다. 넓이는 길이를 두 번 곱한 양이므로 환산 인자도 두 번 곱해야 한다.

1m2=(1m)2=(100cm)2=10000cm2

12m2=12×10000cm2=1.2×105cm2

앞의 "1을 곱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명확하다. 곱해야 할 1이 100cm1m 인데, 지워야 할 단위가 m2 이므로 이 분수를 두 번 곱해야 한다.

부피라면 세 번이다. 지수가 붙은 단위를 환산할 때는 항상 그 지수만큼 인자를 거듭제곱한다.

SI 허용 단위와, 다른 책에서 만나는 비SI 단위

이 문서는 서술과 계산을 모두 SI 단위와 'SI 허용 단위'로만 쓴다. 허용 단위는 SI 단위가 아니지만 SI와 함께 쓰도록 국제도량형국(BIPM)이 인정한 것으로, 목록이 짧고 고정되어 있다.

단위기호SI 값
시간minute / hour / daymin / h / d60 s / 3600 s / 86400 s
평면각degree / minute / second° / ′ / ″π/180 rad / (1/60)° / (1/60)′
면적hectareha10⁴ m²
부피litreL10⁻³ m³
질량tonne / daltont / Da10³ kg / 약 1.66054e-27 kg
에너지electronvolteV1.602176634e-19 J (정확)
길이astronomical unitau149597870700 m (정확)
로그 비neper / bel / decibelNp / B / dB정의상 무차원

위 목록에 없는 단위는 이 문서에서 쓰지 않는다. 특히 야드·파운드계(피트, 파운드, psi, °F 등)는 자습에 아무 이득이 없으므로 아예 다루지 않는다. 다만 다른 교재나 데이터시트에서는 아래 단위들을 자주 만나므로, 마주쳤을 때 SI로 옮길 수 있도록 여기 한 번만 정리해 둔다.

단위기호SI 값비고
기압atm101325 Pa (정확)표준대기압. 정의값이다
bar10⁵ Pa (정확)기상·공학에서 흔하다
토르Torr101325/760 ≈ 133.322 Pa정의상 atm의 1/760
수은주밀리미터mmHg≈ 133.322 Pa관례상 Torr와 같게 보지만 정의가 달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열화학 칼로리cal4.184 J (정확)IT 칼로리는 4.1868 J 로 값이 다르다
옹스트롬Å10⁻¹⁰ m (정확)원자·결합 길이. 이 문서는 pm 이나 nm 을 쓴다

압력은 Pa, 에너지는 J, 원자 규모 길이는 pm 을 기본으로 삼는다. 1Å=100pm 이므로 옹스트롬 값은 100을 곱해 pm 으로 읽으면 된다.

차원해석

물리량의 차원(dimension)은 그 양이 기본량을 어떻게 곱하고 나눠서 만들어졌는지를 적은 것이다. 앞 절에서 단위를 조립하던 일을 단위 대신 기본량의 이름으로 하는 것뿐이다. 길이는 L, 질량은 M, 시간은 T 로 쓰고, 어떤 양 Q 의 차원을 [Q] 로 적는다.

이 장에서 정의한 양을 그대로 적어 보면 이렇다.

정의차원SI 단위
넓이 A길이 × 길이[A]=L2
부피 V길이를 세 번 곱한 것[V]=L3
속력 v거리 ÷ 시간[v]=LT1m/s
밀도 ρ질량 ÷ 부피[ρ]=ML3kg/m³

뒤에 나올 양들의 차원도 정의되는 자리에서 같은 방법으로 얻는다. 정의를 아직 보지 않은 양의 차원은 여기서 미리 적어 두어도 쓸 데가 없다. 앞 절에서 유도단위를 미리 늘어놓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전체 목록과, 나머지 기본량(전류·온도)의 차원 기호는 이 문서 맨 뒤의 부록에 모아 두었다.

규칙은 두 개다.

  1. 등식의 양변, 그리고 덧셈으로 묶이는 각 항은 차원이 같아야 한다. 다르면 식이 틀렸다.
  2. 뒤에 가면 단위가 없는 수만 넣을 수 있는 함수가 몇 개 나온다(4장·8장·11장). 그런 함수에 넣는 값은 반드시 무차원이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함수가 있다는 것만 알아 두면 되고, 각각은 필요해지는 자리에서 소개한다.

차원해석은 식의 형태를 추측하고 틀린 식을 걸러내지만, 무차원 계수(2π 같은 것)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이 이 방법의 한계다.

예제 5

어떤 금속 덩어리의 질량 m 과 그 금속의 밀도 ρ 만 알고 있다. 덩어리의 크기, 즉 한쪽 길이 은 이 둘로 어떤 형태의 식이 되는가? 차원해석으로 정하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길이이므로 차원이 L 인 조합을 찾는 문제다. 아는 것은 [m]=M[ρ]=ML3 둘뿐이다.

왜 이것만으로 형태가 나오는가. 답이 두 양의 거듭제곱을 곱한 꼴이라고 가정하면 차원이 맞아야 한다는 조건만으로 지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지수에 걸리지 않는 무차원 상수 C 는 이 방법으로 정해지지 않으므로 그냥 붙여 둔다.

=Cmaρb

양변의 차원을 적는다.

L=Ma(ML3)b=Ma+bL3b

같은 기본량의 지수끼리 견준다.

M:a+b=0,L:3b=1b=13,a=13

=C(mρ)1/3

답이 말이 되는가. m/ρρ=m/V 를 뒤집은 것이니 부피이고, 부피의 세제곱근은 길이다. 결과가 스스로 설명된다.

그러면 C 는 얼마인가. 차원해석은 답하지 못한다. 덩어리가 정육면체라면 한 변이 곧 부피의 세제곱근이므로 C=1 이고, 공 모양이라면 지름에 대해 C1.24 다. 모양이라는 정보는 차원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다.

숫자를 넣어 보자. 알루미늄(ρ=2.70×103kg/m3) 정육면체가 m=10.0g 이면

=(1.00×102kg2.70×103kg/m3)1/3=(3.70×106m3)1/3=1.55×102m

1.6cm 다. 손에 쥐는 크기이니 그럴듯하다.

예제 6

단면적이 A 인 관에서 물이 속력 v 로 나와 부피 V 인 물통을 채운다. 걸리는 시간 t 를 적은 두 식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을 수 있는지 차원으로 판정하라. (가) t=V/(Av), (나) t=Vv/A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시간이므로 양변의 차원이 T 여야 한다. 아는 것은 [V]=L3, [A]=L2, [v]=LT1 이다. 값을 넣어 볼 필요는 없다. 차원만 넣는다.

(가) 부터.

[VAv]=L3L2LT1=L3L3T1=T

시간이 나왔으므로 성립할 수 있다.

(나) 는 이렇다.

[VvA]=L3LT1L2=L2T1

시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 는 수를 넣어 볼 필요도 없이 틀린 식이다.

뜻을 붙여 두면 기억에 남는다. Av 는 차원이 L3T1, 즉 1초에 흘러나오는 부피다. 채울 부피를 1초에 나오는 부피로 나누면 걸리는 시간이 된다. 이 양은 9장에서 유량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온다.

요령 하나. 차원을 볼 때는 숫자와 무차원 계수를 전부 지우고 기본량만 남기면 된다. 12 이나 π 가 붙어 있어도 판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흔한 오해

차원이 맞으면 그 식은 옳은 식인가?

풀이 보기

아니다. 차원은 거르는 조건이지 확인하는 조건이 아니다. 적어도 세 가지를 그냥 통과시킨다.

첫째, 무차원 계수다. 밑넓이 A, 높이 h 인 기둥의 부피를 V=Ah 로 적든 V=3Ah 로 적든 차원은 똑같이 L3 이다. 차원해석은 둘을 구별하지 못한다.

둘째, 무차원 조합이다. 두 물체의 밀도 비 ρ1/ρ2 는 차원이 1이므로 어떤 식에 곱해져 있어도 차원 검사를 통과한다. 앞 예제에서 모양이라는 정보가 C 안에 숨어 버린 것과 같은 사정이다.

셋째, 차원이 같은 서로 다른 양이다. 물통 바닥의 넓이와 물통 높이의 제곱은 차원이 똑같이 L2 이지만, 둘을 더하는 식은 차원이 맞아도 뜻이 없다.

그래도 이 검사를 쓰는 이유는 값이 싸기 때문이다. 계산을 시작하기 전에 30초면 끝나고, 여기서 걸리는 오류는 대개 가장 치명적인 종류다. 단위를 맞추지 않은 것, 지수를 잘못 쓴 것, 곱할 것을 나눈 것이 전부 걸린다. 차원이 맞아도 옳다는 보장은 없지만, 차원이 틀리면 반드시 틀렸다.

유효숫자

자로 길이를 재 보자. 눈금이 1 mm 간격인 자로 물체를 재면, 눈금이 알려주는 데까지는 확실하고 그 아래 한 자리는 눈대중으로 읽게 된다. 이 "확실한 자리 + 어림한 한 자리"가 그 측정이 말할 수 있는 전부다.

눈금이 1 mm 인 자로 재면 2.3 cm 까지는 확실하고 그 다음 자리는 어림이다. 2.36 cm 의 마지막 6이 어림한 자리다
<눈금이 1 mm 인 자로 재면 2.3 cm 까지는 확실하고 그 다음 자리는 어림이다. 2.36 cm 의 마지막 6이 어림한 자리다>[원본 보기]

그래서 측정값을 적을 때 자릿수는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위 측정을 2.360cm 라고 적으면, 소수 셋째 자리까지 잴 수 있는 도구를 썼다는 거짓말이 된다.

유효숫자(significant figures)는 "이 값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리 수"다. 측정에서 나온 값은 마지막 자리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관례다.

연산 규칙은 두 가지다.

  1. 곱셈·나눗셈: 유효숫자가 가장 적은 인자에 맞춘다.
  2. 덧셈·뺄셈: 소수점 아래 자리 수가 가장 적은 항에 맞춘다.

정확한 값(정의값, 개수)은 유효숫자를 제한하지 않는다. 반지름에서 지름을 구하는 2r 의 2, 2π2 는 무한 자리로 본다.

예제 8

다음을 유효숫자에 맞게 계산하라. (가) 2.34×3.1, (나) 12.11+8.4, (다) 4.50×1036.0

풀이 보기

(가) 곱셈이므로 적은 쪽(2자리)에 맞춘다. 2.34×3.1=7.2547.3

(나) 덧셈이므로 소수점 아래 자리에 맞춘다. 12.11 은 둘째 자리, 8.4 는 첫째 자리이므로 첫째 자리까지. 20.5120.5

(다) 나눗셈, 적은 쪽은 6.0 의 2자리. 7507.5×102. 여기서 750 이라고만 쓰면 자리 수가 모호해지므로 과학적 표기를 쓴다.

예제 9

한 변이 12.5cm, 다른 변이 3.2cm 인 직사각형의 넓이와 둘레를 유효숫자에 맞게 구하라.

풀이 보기

넓이는 곱셈이다.

A=(12.5cm)(3.2cm)=40.0cm240cm2

3.2 가 2자리이므로 답도 2자리, 4.0×101cm2 로 쓰는 편이 명확하다.

둘레는 덧셈이다.

P=2(12.5+3.2)cm=2(15.7)cm=31.4cm

두 값 모두 소수 첫째 자리까지이므로 31.4cm (3자리)로 남는다. 같은 두 수로 계산했는데 넓이는 2자리, 둘레는 3자리다. 곱셈과 덧셈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흔한 오해

중간 계산에서 매번 반올림해도 되는가?

풀이 보기

안 된다. 반올림 오차가 누적된다. 예를 들어 2×45.0/9.81 을 계산할 때

2×45.0/9.81=9.17439.17 로 줄인 뒤 제곱근을 취하면 3.0282, 줄이지 않으면 3.0289 다. 3자리에서는 우연히 같지만, 항이 늘어나면 마지막 자리가 어긋난다.

규칙은 하나다. 중간 계산은 표시 자리보다 두 자리 더 끌고 가고, 최종 답에서 한 번만 반올림한다.

오차와 불확도

오차(error)는 참값과의 차이라서 원리적으로 알 수 없다. 실제로 보고하는 것은 불확도(uncertainty)다. 종류를 나눈다.

여기서부터 기호가 둘 나온다. xi 는 "i 번째 측정값"이라는 뜻으로, x1 은 첫 번째, x2 는 두 번째 측정값이다. 그리고 (그리스 대문자 시그마)는 "다 더하라"는 기호다. i=1Nxix1+x2++xN 을 짧게 적은 것일 뿐이다.

N 회 측정값 xi 에 대해

x¯=1Ni=1Nxis=1N1i=1N(xix¯)2u(x¯)=sN

s 는 표본표준편차(측정 하나의 흔들림), u(x¯) 는 평균의 표준불확도(표준오차)다. 측정을 4배 늘리면 평균의 불확도는 절반이 된다. 제곱근이라서 개선이 느리다는 점이 중요하다.

불확도의 전파

여러 번 잰 값을 조합해 다른 양을 구할 때, 각 측정의 불확도가 결과에 어떻게 옮겨 가는지를 다룬다.

핵심 감각은 이렇다. 불확도는 그냥 더하지 않고 제곱해서 더한 뒤 제곱근을 취한다. 오차가 서로 무관하다면 우연히 같은 방향으로 몰릴 확률이 낮아서, 단순 합보다 작게 쌓이기 때문이다. 직각삼각형의 두 변에서 빗변을 구하는 셈과 모양이 같다.

필요한 것은 아래 두 가지 특수형이고, 이 문서의 불확도 계산은 전부 둘 중 하나로 끝난다.

  1. 합·차 f=x±y → 절대불확도를 제곱합. uf=ux2+uy2
  2. 곱·몫·거듭제곱 f=xpyq → 상대불확도를 제곱합. uf|f|=(puxx)2+(quyy)2

두 줄로 줄여 말하면 이렇다. 더하고 뺀 것의 절대오차는 제곱해서 더하고, 곱하고 나눈 것의 상대오차는 제곱해서 더한다. 거듭제곱은 그 지수만큼 상대오차를 키운다.

이 둘을 한꺼번에 담는 일반식이 있는데 미분을 쓴다. 지금 필요하지 않고 여기서 쓰지도 않으므로 이 문서 맨 뒤의 부록으로 미뤄 두었다. 위의 두 줄만으로 3장의 모든 예제가 풀린다.

불확도는 보통 유효숫자 1자리(크면 2자리)로 쓰고, 값의 자리를 그에 맞춘다. (2.700±0.018)×103kg/m3 처럼.

예제 11

어떤 시간 간격을 5회 측정해 2.41, 2.46, 2.39, 2.44, 2.45 s 를 얻었다. 평균과 평균의 표준불확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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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부터.

t¯=2.41+2.46+2.39+2.44+2.455=12.155=2.430s

편차는 0.020, +0.030, 0.040, +0.010, +0.020 이고 제곱합은

(tit¯)2=(4.0+9.0+16.0+1.0+4.0)×104=34.0×104s2

s=34.0×10451=8.50×104=0.0292s

u(t¯)=s5=0.02922.236=0.0130s

불확도를 1자리로 정리하여 t=2.430±0.013s. 값의 마지막 자리를 불확도의 자리에 맞춘 것이다.

예제 12

앞 절의 금속 덩어리를 다시 재되 이번에는 불확도를 붙였다. 질량은 m=216.0±0.5g, 부피는 물에 담가 넘친 양으로 V=80.0±0.5cm3 였다. 밀도와 그 불확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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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밀도와 그 불확도다. 밀도는 ρ=m/V 이므로 형태이고, 따라서 상대불확도를 제곱합하는 두 번째 특수형을 쓴다. 지수는 둘 다 1이다.

값부터 구한다. SI로 바꾸면 m=0.2160kg, V=8.00×105m3 이므로

ρ=0.21608.00×105=2.700×103kg/m3

이제 상대불확도 둘을 구한다. 단위를 바꿔도 비는 그대로이므로 원래 단위로 계산해도 된다.

umm=0.5216.0=2.31×103,uVV=0.580.0=6.25×103

제곱해서 더한 뒤 제곱근을 취한다.

uρρ=(2.31)2+(6.25)2×103=44.4×103=6.66×103

uρ=(6.66×103)(2.700×103)=18kg/m3

따라서 ρ=(2.700±0.018)×103kg/m3 다. 앞 절에서 불확도 없이 구했던 2.70×103 과 같은 값이고, 이제 마지막 자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까지 말한 셈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두 상대불확도를 그냥 더하면 8.6×103 인데 제곱합은 6.7×103 로 그보다 작다. 제곱합은 언제나 단순 합보다 작고 큰 쪽보다는 크다. 여기서는 부피 쪽이 지배적이라 결과가 부피의 상대불확도에 가깝다. 전체 기여의 (6.25/6.66)2=0.88, 즉 88%가 부피에서 온다. 정밀도를 높이려면 부피를 더 잘 재야 한다는 실용적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보충

변수가 셋인 경우다. 규칙은 같고 항이 하나 늘 뿐이지만 계산이 길어지므로 건너뛰어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원통의 질량 m=25.3±0.1g, 지름 d=12.4±0.1mm, 높이 h=40.0±0.2mm 일 때 밀도와 그 불확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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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는 ρ=mV, V=π(d/2)2h=πd2h4 이므로 ρ=4mπd2h.

먼저 값을 SI로 바꾼다. m=2.53×102kg, d=1.24×102m, h=4.00×102m.

V=π(1.24×102)2(4.00×102)4=4.831×106m3

ρ=2.53×1024.831×106=5.237×103kg/m3

곱·몫 형태이므로 상대불확도를 제곱합한다. d 는 지수가 2이므로 상대불확도가 두 배로 들어간다.

umm=0.125.3=3.95×1032udd=20.112.4=1.613×102uhh=0.240.0=5.00×103

uρρ=(3.95)2+(16.13)2+(5.00)2×103=1.73×102

uρ=(1.73×102)(5.237×103)=0.091×103kg/m3

따라서 ρ=(5.24±0.09)×103kg/m3. 지배적인 기여는 지름이다(전체의 약 87%). 정밀도를 높이려면 지름을 더 잘 재야 한다는 실용적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예제 14

두 저항을 직렬로 이었다. R1=220±5Ω, R2=470±10Ω 일 때 합성저항과 불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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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이므로 R=R1+R2, 합 형태다. 절대불확도를 제곱합한다.

R=220+470=690Ω

uR=52+102=125=11.2Ω

R=690±11Ω. 단순히 5+10=15 로 더하면 과대평가다. 오차가 서로 독립이면 우연히 상쇄되는 경우가 있어 제곱합이 옳다. 다만 두 오차가 같은 원인(같은 계측기 교정 오류)에서 왔다면 상관이 있으므로 단순 합에 가까워진다.

운동학

운동학(kinematics)은 움직임을 기술하는 방법이다. 왜 움직이는지는 묻지 않는다. 무엇이 밀었고 무엇이 당겼는지는 다음 장의 일이고, 이 장에서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얼마나 빨리 가고 있으며, 그 빠르기가 어떻게 변하는가"만 다룬다.

답할 질문은 셋이다. 빠르기를 어떻게 하나의 수로 적는가, 빠르기가 변하는 동안 위치를 어떻게 알아내는가, 방향이 섞인 운동을 어떻게 나눠서 푸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단위와 유효숫자다. 속력의 단위 m/s 를 계속 쓰고, 단위를 맞추는 습관이 여기서부터 진짜로 필요해진다. 수학은 중학교 수준에서 시작한다. 새로 쓰는 도구는 그래프의 기울기, 직각삼각형의 변의 비, 화살표로 나타내는 양 셋뿐이고 전부 필요한 자리에서 그때 설명한다.

위치를 수로 적는 법

물체가 "어디에 있는가"를 수로 적으려면 두 가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어디를 0으로 볼 것인가(원점), 그리고 어느 쪽을 양의 방향으로 볼 것인가다. 이 둘을 정하면 위치는 부호가 붙은 하나의 수가 된다. 직선 위의 운동에서 그 수를 x 라 쓰고 단위는 미터다.

원점과 방향은 편한 대로 정해도 된다. 다만 한 문제 안에서는 도중에 바꾸지 않는다. 이 규칙 하나만 지켜도 부호 때문에 틀리는 일이 크게 준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을 t=0 으로 삼을지 정한다. 보통 관찰을 시작한 순간으로 잡는다.

변위와 이동거리

위치가 x1 에서 x2 로 바뀌었을 때 그 변화를 변위(displacement)라 하고 이렇게 적는다.

Δx=x2x1

Δ 는 그리스 대문자 델타이고 변화량, 즉 "나중 값 빼기 처음 값"을 뜻한다. Δx 는 "델타 엑스"라고 읽으며 Δx 를 곱한 것이 아니다. 이 기호는 앞으로 계속 나온다.

변위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이동거리(distance)다. 이동거리는 실제로 지나온 길의 길이를 모두 더한 값이고, 변위는 처음과 끝 위치만 본다.

되돌아오는 구간이 있으면 이동거리는 계속 늘지만 변위는 줄어든다. 변위는 지나온 경로를 기억하지 않는다
<되돌아오는 구간이 있으면 이동거리는 계속 늘지만 변위는 줄어든다. 변위는 지나온 경로를 기억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그림처럼 되돌아오는 구간이 있으면 두 값이 달라진다. 제자리로 돌아오면 변위는 0이지만 이동거리는 0이 아니다. 이동거리는 결코 음수가 될 수 없고 언제나 변위의 크기보다 크거나 같다.

예제 15

곧게 뻗은 길에서 집을 출발해 동쪽으로 800m 걸어 가게에 갔다가, 서쪽으로 300m 되돌아와 멈췄다. (가) 이동거리와 (나) 변위를 구하라. (다) 만약 서쪽을 양의 방향으로 잡았다면 답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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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좌표를 정한다. 집을 원점, 동쪽을 양의 방향으로 잡는다. 그러면 가게는 x=+800m, 멈춘 곳은 x=+500m 다.

(가) 이동거리는 지나온 길이를 그냥 더한다. 방향은 상관하지 않는다.

800m+300m=1100m

(나) 변위는 끝에서 처음을 뺀다.

Δx=500m0m=+500m

부호가 양이라는 것은 "정한 양의 방향, 즉 동쪽으로 옮겨졌다"는 뜻이다.

(다) 서쪽을 양으로 잡으면 멈춘 곳이 x=500m 이 되어 변위는 500m 이다. 이동거리는 1100m 로 그대로다.

이동거리는 좌표를 어떻게 잡든 같고, 변위의 부호는 좌표를 어떻게 잡았는지에 달렸다. 부호만 보고 "줄어들었다"고 읽으면 안 되고, 내가 어느 쪽을 양으로 잡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예제 16

직선 위를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를 1s 마다 쟀더니 아래와 같았다. (가) 0 부터 4.0s 까지의 변위, (나) 같은 구간의 이동거리, (다) 방향이 바뀐 구간을 구하라.

t (s)01.02.03.04.0
x (m)2.05.06.0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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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변위는 처음과 끝만 본다.

Δx=4.0m2.0m=+2.0m

(나) 이동거리는 구간마다 변화량의 크기를 더한다.

|+3.0|+|+1.0|+|2.0|+|0|=6.0m

(다) 위치가 늘다가 줄어드는 곳에서 방향이 바뀌었다. 2.0s 까지는 커지고 그 뒤에는 작아지므로 2.0s 근처에서 되돌아섰다. 마지막 구간은 위치가 그대로이므로 멈춰 있었다.

재는 간격이 1s 이므로 되돌아선 정확한 시각은 알 수 없다. 표로 주어진 자료에서 알 수 있는 것은 "2.03.0s 사이 어딘가"까지다. 자료가 말해 주지 않는 것을 답에 적지 않는 것도 물리의 일부다.

속도 — 위치가 변하는 빠르기

평균속도(average velocity)는 변위를 걸린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v¯=ΔxΔt(단위: m/s)

기호 위의 가로줄은 평균이라는 표시이고 v¯ 를 "브이 바"라고 읽는다. 단위 m/s 는 3장에서 만든 그대로다. 1초에 몇 미터를 가는지를 뜻한다.

이 값은 x-t 그래프에서 눈으로 읽을 수 있다. 두 시각에 해당하는 두 점을 직선으로 이으면 그 기울기가 평균속도다. 기울기란 "가로로 간 만큼에 대해 세로로 간 만큼"이므로 Δx/Δt 와 같은 말이다.

두 점을 이은 직선이 가파를수록 평균속도가 크다. 곡선이 휘어 있으면 어느 두 점을 고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두 점을 이은 직선이 가파를수록 평균속도가 크다. 곡선이 휘어 있으면 어느 두 점을 고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원본 보기]

속도와 속력은 다른 말이다

속력(speed)은 이동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고, 속도(velocity)는 변위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방향을 기억하는 쪽이 속도다.

평균속력=이동거리Δt,평균속도=v¯=ΔxΔt

일상에서는 두 말을 섞어 쓰지만 물리에서는 값이 다르게 나오므로 구별해야 한다. 자동차 계기판이 가리키는 것은 속력이다. 방향을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제 17

앞 예제의 표를 다시 쓴다. (가) 각 구간의 평균속도, (나) 0 부터 4.0s 까지의 평균속도, (다) 같은 구간의 평균속력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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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구간마다 Δx/Δt 를 계산한다. 모든 구간에서 Δt=1.0s 다.

+3.0m/s,+1.0m/s,2.0m/s,0m/s

세 번째 값이 음수인 것은 그 구간에서 음의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나) 전체 구간은 처음과 끝만 본다.

v¯=+2.0m4.0s=+0.50m/s

(다) 평균속력은 이동거리를 쓴다.

6.0m4.0s=1.5m/s

같은 운동인데 0.501.5 로 세 배 차이가 난다. 되돌아온 구간이 변위는 깎아 내리지만 이동거리는 늘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 구간별 평균속도들의 산술평균 (3.0+1.02.0+0)/4=0.50m/s 이 전체 평균속도와 같은데, 이것은 구간의 길이가 모두 같을 때만 성립한다. 다음 예제가 그 반례다.

예제 18

같은 길을 갈 때는 60km/h, 올 때는 40km/h 로 달렸다. 왕복 전체의 평균속력과 평균속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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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속력과 속도 두 가지다. 거리가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편도 거리를 d 로 두고 끝까지 끌고 간다. 지워지면 거리를 몰라도 답이 나온다는 뜻이다.

각 구간에 걸린 시간은 "거리 나누기 속력"이다.

t1=d60,t2=d40(d는 km, 시간은 h)

평균속력은 총 이동거리를 총 시간으로 나눈다.

2dd60+d40=2160+140=22+3120=2405=48km/h

d 가 지워졌다. 답은 48km/h 이고 (60+40)/2=50km/h 가 아니다. 느린 구간에 시간이 더 걸리므로 느린 쪽에 더 큰 무게가 실린다.

평균속도는 다르다. 출발점으로 돌아왔으므로 변위가 0이다.

v¯=0t1+t2=0

속력과 속도를 섞으면 이 문제를 반드시 틀린다. 왕복 운동에서 평균속도가 0이라는 것은 "헛수고했다"는 뜻이 아니라 "위치의 변화만 보면 제자리"라는 뜻이다.

순간속도 —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평균속도

평균속도는 구간 전체를 하나의 수로 뭉갠 값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대개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빠른가"다. 자동차 계기판이 가리키는 값이 그것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구간을 아주 짧게 잡으면 된다. Δt 를 줄여 가며 평균속도를 계속 계산해 보면 값이 아무렇게나 흔들리지 않고 한 수에 다가간다. 그 수를 그 순간의 순간속도(instantaneous velocity), 줄여서 속도라 부른다.

두 점을 이은 직선은 점 간격을 줄일수록 한 직선에 다가간다. 그 마지막 직선이 접선이고, 접선의 기울기가 그 순간의 속도다
<두 점을 이은 직선은 점 간격을 줄일수록 한 직선에 다가간다. 그 마지막 직선이 접선이고, 접선의 기울기가 그 순간의 속도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두 번째 점을 P 쪽으로 가져가면 직선이 점점 눕다가 한 자리에 멈춘다. 그 마지막 직선을 접선(tangent line)이라 하고, 접선의 기울기가 P 에서의 속도다.

이 기울기를 기호로 이렇게 적는다.

v=dxdt

"디엑스 디티"라고 읽는다. 지금은 이 기호를 "x-t 그래프의 그 점에서의 기울기"라는 뜻으로만 받아들이면 된다. 분수처럼 보이지만 d 라는 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구간에서 잰 Δx/Δt 를 통째로 하나의 기호로 쓴 것이다. 이렇게 기울기를 구하는 계산을 미분(differentiation)이라 한다. 엄밀한 정의와 계산 규칙은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미분법 에 있다. 이 문서는 그 규칙을 몰라도 읽히도록 썼고, 미분이 꼭 필요한 예제에는 따로 표시를 붙였다.

예제 19

앞 그림의 곡선은 x=t2 (x 는 m, t 는 s)이다. t=1.0s 에서의 순간속도를 구하려 한다. Δt3.0, 1.5, 0.6, 0.1s 로 줄여 가며 평균속도를 계산하고, 값이 어디로 다가가는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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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t=1.0s 에서의 속도이고 단위는 m/s 다. 쓸 수 있는 것은 평균속도의 정의뿐이다. 그래서 시작점을 t=1.0s 에 고정하고 끝점만 당긴다.

x(1.0)=1.0m 이므로

Δt=3.0:x(4.0)x(1.0)3.0=16.01.03.0=5.0m/sΔt=1.5:x(2.5)x(1.0)1.5=6.251.01.5=3.5m/sΔt=0.6:x(1.6)x(1.0)0.6=2.561.00.6=2.6m/sΔt=0.1:x(1.1)x(1.0)0.1=1.211.00.1=2.1m/s

5.03.52.62.12.0m/s 에 다가간다. 실제로 Δt 를 더 줄이면 2.0+Δt 가 나오는데, 계산해 보면 이유가 보인다.

(1+Δt)212Δt=2Δt+(Δt)2Δt=2+Δt

Δt 를 0에 가깝게 하면 남는 것은 2.0m/s 다. 이것이 t=1.0s 에서의 순간속도이고, 그림에서 접선의 기울기로 읽은 값과 같다.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Δt=0 을 그냥 넣으면 0/0 이 되어 아무 뜻이 없다. 넣는 것이 아니라 줄여 가며 다가가는 값을 보는 것이다. 이 구별이 미분의 출발점이다.

가속도 — 속도가 변하는 빠르기

속도가 변하면 그 변화의 빠르기를 다시 잴 수 있다. 그것이 가속도(acceleration)다. 정의는 속도와 같은 모양이다.

a¯=ΔvΔt,a=dvdt(단위: m/s2)

단위가 낯설어 보이지만 만드는 방법은 3장의 유도단위 그대로다. 속도의 단위를 시간의 단위로 나눈 것이다.

m/ss=ms1s=m/s2

읽는 법을 알아두면 뜻이 분명해진다. a=3m/s2 는 "1초마다 속도가 3m/s 씩 늘어난다"는 뜻이다.

가속도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곳은 부호다. 가속도가 음수라고 해서 느려지는 것이 아니다.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는 속도와 가속도의 부호가 같은지 다른지가 정한다.

속도 v가속도 a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양의 방향으로 점점 빨라진다앞으로 가며 가속하는 차
+양의 방향으로 가는데 느려진다앞으로 가며 제동하는 차
음의 방향으로 점점 빨라진다뒤로 가며 점점 빨라지는 차
+음의 방향으로 가는데 느려진다뒤로 가다 멈추려는 차

정리하면 이렇다. 부호가 같으면 빨라지고, 부호가 다르면 느려진다. "가속도"라는 말이 "빨라짐"을 뜻하는 일상어와 겹쳐서 생기는 혼동이므로, 가속도는 언제나 "속도의 변화율"로만 읽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다.

예제 20

정지해 있던 자동차가 8.0s 만에 100km/h 에 도달했다. 평균가속도를 SI 단위로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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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가속도이고 단위는 m/s2 다. 그러려면 속도도 m/s 여야 하는데 km/h 로 주어졌으니 먼저 바꾼다. 3장에서 본 대로 1을 곱하는 일이다.

100kmh×1000m1km×1h3600s=27.78m/s

이제 정의에 넣는다.

a¯=ΔvΔt=27.78m/s08.0s=3.47m/s2

유효숫자 2자리로 3.5m/s2.

크기를 가늠해 보자. 이 값은 뒤에 나오는 중력가속도 9.81m/s2 의 약 3분의 1이다. 만약 답이 100m/s2 처럼 나왔다면 단위 환산을 빠뜨렸다는 신호다. 답이 나온 뒤 크기가 말이 되는지 보는 습관이 계산 실수를 잡아 준다.

흔한 오해

공을 위로 던졌다. 올라가는 동안과 내려오는 동안, 가속도의 방향은 각각 어느 쪽인가? 올라가는 동안에는 위쪽이 아닌가?

풀이 보기

두 경우 모두 아래쪽이다. 올라가는 동안 공은 점점 느려지는데, 느려진다는 것은 속도의 변화가 운동 방향과 반대라는 뜻이다. 위로 가면서 느려지므로 속도 변화는 아래쪽, 즉 가속도는 아래쪽이다.

내려올 때는 아래로 가면서 빨라지므로 속도 변화도 아래쪽이다. 역시 가속도는 아래쪽이다.

결국 던져진 뒤 공중에 있는 내내 가속도는 아래로 일정하다. 위로 잡은 좌표에서 이 값은 음수이고, 올라가는 동안에는 속도가 양수라 부호가 달라 느려지며, 내려오는 동안에는 속도도 음수가 되어 부호가 같아지므로 빨라진다. 앞의 표가 그대로 적용된다.

오해의 뿌리는 "가속도는 운동 방향을 따라간다"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다. 가속도는 속도가 어느 쪽으로 변하는가만 말한다.

등가속도 운동

이제 이 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경우를 본다. 가속도가 일정한 운동이다. 자유낙하, 일정하게 밟는 가속 페달, 일정한 제동이 모두 여기에 든다.

가속도가 일정하면 정의에서 곧바로 첫 식이 나온다. a=Δv/Δt 의 양변에 Δt 를 곱하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 속도를 v0, 시간 t 뒤의 속도를 v 라 하면

v=v0+at

나머지는 그래프에서 얻는다. 여기서 필요한 사실은 하나다. v-t 그래프 아래의 넓이가 그동안의 변위다.

왜 그런지는 속도가 일정한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속도가 5m/s 로 일정하고 3s 가 지나면 변위는 5×3=15m 인데, 이것이 바로 높이 5, 밑변 3인 직사각형의 넓이다. 속도가 변하는 경우에도 시간을 아주 잘게 쪼개면 각 조각 안에서는 속도가 거의 일정하므로, 가느다란 직사각형들의 넓이를 다 더한 것이 변위가 된다. 조각을 무한히 잘게 하는 이 계산을 적분(integration)이라 하는데, 가속도가 일정할 때는 그래프가 직선이라 그럴 필요가 없다. 사다리꼴 넓이 공식이면 충분하다.

가속도가 일정하면 v-t 그래프는 직선이고, 그 아래 넓이는 직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나눠 잴 수 있다. 이 넓이가 변위다
<가속도가 일정하면 v-t 그래프는 직선이고, 그 아래 넓이는 직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나눠 잴 수 있다. 이 넓이가 변위다>[원본 보기]

그림의 넓이를 두 조각으로 나눠 더한다.

Δx=v0t직사각형+12(vv0)t삼각형=v0t+12(at)t=v0t+12at2

사다리꼴로 한 번에 재면 다른 모양이 나온다.

Δx=v0+v2t

이 식은 "평균속도 곱하기 시간"이라고 읽으면 뜻이 분명하다. 다만 처음과 끝 속도의 산술평균이 평균속도가 되는 것은 가속도가 일정할 때뿐이다.

마지막 하나는 시간을 지운 식이다. v=v0+at 에서 t=(vv0)/a 를 얻어 위 식에 넣고 정리하면 된다.

Δx=v0+v2vv0a=v2v022av2=v02+2aΔx

네 식을 모아 둔다. 새로운 물리는 없다. 전부 같은 그래프를 다르게 읽은 것이다.

v=v0+atΔx=v0t+12at2Δx=v0+v2tv2=v02+2aΔx

식에 등장하는 양은 v0, v, a, t, Δx 다섯 개다. 이 중 셋을 알면 나머지 둘이 정해진다. 그래서 문제를 읽자마자 다섯 개를 적어 놓고 아는 것에 값을 채우는 습관이 가장 빠른 길이다. 어느 식을 고를지는 "모르면서 묻지도 않는 양"이 정해 준다. 그 양이 빠져 있는 식을 고르면 된다.

등가속도 문제는 거의 전부 이 순서로 풀린다. 식을 고르는 기준은 문제에 나오지 않는 양이다
<등가속도 문제는 거의 전부 이 순서로 풀린다. 식을 고르는 기준은 문제에 나오지 않는 양이다>[원본 보기]

자유낙하

공기저항을 무시할 수 있으면 지표면 근처에서 떨어지는 물체는 모두 같은 가속도로 떨어진다. 이 값을 중력가속도라 하고 g 로 쓴다.

g=9.81m/s2

이 문서는 특별한 말이 없으면 이 값을 쓴다. 표준중력가속도 9.80665m/s2 을 세 자리로 줄인 값이며, 실제 값은 위도와 고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질량이 식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쇠공과 나무공을 같이 떨어뜨리면 같이 떨어진다. 깃털이 늦게 떨어지는 것은 공기저항 때문이지 가벼워서가 아니다. 왜 질량이 사라지는지는 다음 장에서 설명한다.

자유낙하는 a 의 값이 정해진 등가속도 운동일 뿐이므로 위 네 식을 그대로 쓴다. 위를 양으로 잡으면 a=g, 아래를 양으로 잡으면 a=+g 다. 어느 쪽이든 좋지만 한 문제 안에서는 바꾸지 않는다.

예제 22

45.0m 높이에서 물체를 가만히 놓았다. 땅에 닿는 데 걸리는 시간과 닿는 순간의 속력을 구하라. 공기저항은 무시한다.

풀이 보기

다섯 개를 적어 본다. 아래를 양으로 잡으면 v0=0(가만히 놓았으므로), a=+9.81m/s2, Δx=+45.0m 다. 모르는 것은 tv 이고 둘 다 묻고 있다.

먼저 시간. v 가 빠져 있는 식을 고른다.

Δx=v0t+12at2=12gt2t=2Δxg

t=2(45.0)9.81=9.174=3.029s

속력은 t 가 빠져 있는 식으로 구하면 방금 구한 값의 오차가 끼지 않는다.

v2=0+2gΔx=2(9.81)(45.0)=882.9v=29.7m/s

유효숫자 3자리로 t=3.03s, v=29.7m/s.

검산해 보자. v=gt=9.81×3.029=29.7m/s 로 같다. 또 평균속도가 (0+29.7)/2=14.85m/s 이므로 14.85×3.029=45.0m 로 처음 높이가 되돌아온다. 두 방향에서 같은 값이 나오면 대체로 안심해도 된다.

예제 23

25m/s 로 달리던 자동차가 일정한 가속도로 제동해 멈췄다. 가속도의 크기가 6.0m/s2 일 때 제동거리와 걸린 시간을 구하라. 또 속력이 두 배였다면 제동거리는 몇 배가 되는가?

풀이 보기

진행 방향을 양으로 잡는다. v0=+25m/s, v=0(멈췄으므로), a=6.0m/s2 이다. 가속도가 음수인 것은 속도와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고, 이것이 "느려진다"의 정확한 표현이다.

제동거리를 물었고 시간은 아직 모른다. 시간이 빠진 식을 고른다.

0=v02+2aΔxΔx=v022a=(25)22(6.0)=62512=52.1m

시간은 첫 식에서 바로 나온다.

t=vv0a=0256.0=4.2s

2자리로 52m, 4.2s.

마지막 물음이 이 예제의 요점이다. Δx=v02/(2|a|) 에서 제동거리는 처음 속력의 제곱에 비례한다. 속력이 두 배면 제동거리는 네 배다. 속도 제한이 조금만 올라가도 사고가 크게 느는 물리적 이유가 이것이다. 참고로 이 계산에는 운전자가 위험을 알아채고 발을 옮기는 동안 굴러간 거리가 들어 있지 않다. 실제로 필요한 거리는 이보다 길다.

예제 24

공을 지면에서 위로 15m/s 로 던졌다. (가) 최고점 높이, (나) 최고점까지 걸리는 시간, (다) 다시 손 높이로 돌아오는 시각과 그때의 속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위를 양으로 잡는다. v0=+15m/s, a=g=9.81m/s2.

(가) 최고점을 식으로 옮기면 "속도가 0이 되는 지점"이다. 이 한 문장이 문제 풀이의 전부다. 시간이 빠진 식을 쓴다.

0=v022gΔyΔy=v022g=22519.62=11.5m

(나) 시간은 첫 식에서.

t=0159.81=1.53s

(다) 돌아온다는 것은 Δy=0 이라는 뜻이다.

0=v0t12gt2=t(v012gt)

두 해가 나온다. t=0 은 던진 순간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른 쪽이다.

t=2v0g=309.81=3.06s

올라간 시간 1.53s 의 정확히 두 배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가 대칭이라는 뜻이다. 그때 속도는

v=v0gt=159.81(3.058)=15m/s

크기는 던진 속력과 같고 방향만 반대다. 이 대칭은 공기저항이 없다는 가정 위에서만 성립한다. 실제로는 내려올 때가 조금 느리다.

흔한 오해

최고점에서는 속도가 0이다. 그렇다면 그 순간 가속도도 0인가?

풀이 보기

아니다. 최고점에서도 a=g=9.81m/s2 로 그대로다.

만약 그 순간 가속도가 0이라면 속도는 0에서 변하지 않는다. 그러면 공은 그 자리에 영원히 떠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곧바로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하므로 속도가 변하고 있고, 따라서 가속도가 0이 아니다.

속도와 가속도는 서로 독립이다. v=0 이면서 a0 인 순간(최고점)도 있고, v0 이면서 a=0 인 상태(등속운동)도 있다. 가속도는 속도의 이 아니라 속도의 변화에 대한 정보다.

보충 — 미분·적분을 아는 독자를 위한 것

이 예제는 건너뛰어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가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앞의 네 식을 쓸 수 없다. 그런 경우를 하나 본다. 가속도가 a(t)=42t (SI 단위)이고 v(0)=0, x(0)=0 이다. 속도가 다시 0이 되는 시각과 그때까지의 변위를 구하라.

풀이 보기

등가속도 공식은 쓸 수 없다. 그 식들은 v-t 그래프가 직선이라는 데서 나왔는데 여기서는 직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넓이를 구하려면 적분해야 한다.

v(t)=0t(42t)dt=4tt2

v=0 인 시각은 t(4t)=0 에서 t=0 또는 t=4.0s 다.

위치는 한 번 더 적분한다.

x(t)=0t(4tt2)dt=2t2t33

x(4.0)=2(16)643=3221.33=10.7m

3자리로 10.7m. 참고로 등가속도 공식에 a 의 평균값을 넣어 계산하면 다른 답이 나온다. 가속도가 변할 때는 평균 가속도로 대충 때울 수 없다.

벡터 —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가진 양

여기까지는 직선 위의 운동만 다뤘다. 방향이 둘뿐이라 부호로 충분했다. 그러나 던진 공이나 강을 건너는 배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인다. 이런 양을 다루는 도구가 벡터(vector)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가진 양이고, 화살표로 그린다. 화살표의 길이가 크기이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이 방향이다. 변위, 속도, 가속도가 모두 벡터다. 반대로 크기만 있는 양은 스칼라(scalar)라 한다. 시간, 질량, 이동거리, 온도가 스칼라다.

기호는 문자 위에 화살표를 얹어 v 처럼 쓰고, 그 크기는 화살표 없이 v 로 쓴다. 즉 v=|v| 이고 크기는 음수가 될 수 없다.

벡터를 더하는 법

벡터의 덧셈은 수의 덧셈과 다르다. 방향이 다르면 크기만 더할 수 없다. 규칙은 그림 하나로 끝난다. 앞 화살표의 머리에 다음 화살표의 꼬리를 붙이고, 처음 꼬리에서 마지막 머리까지 새 화살표를 긋는다.

화살표를 이어 붙인 결과가 합이다. 순서를 바꿔도 같은 점에 닿기 때문에 평행사변형이 만들어진다
<화살표를 이어 붙인 결과가 합이다. 순서를 바꿔도 같은 점에 닿기 때문에 평행사변형이 만들어진다>[원본 보기]

동쪽으로 30m 간 뒤 북쪽으로 40m 가면 출발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생각하면 왜 이 규칙이 맞는지 알 수 있다. 답은 70m 가 아니라 피타고라스 정리로 얻는 50m 다.

삼각비 — 각을 변의 비로 바꾸는 도구

벡터를 다루려면 각과 길이를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삼각비가 필요해진다. 필요한 만큼만 본다.

직각삼각형에서 한 예각의 크기를 정하면 세 변의 비가 함께 정해진다. 삼각형을 크게 그리든 작게 그리든 각이 같으면 비는 같다. 닮은 도형이기 때문이다.

각이 같으면 삼각형의 크기와 무관하게 변의 비가 같다. 그 비에 이름을 붙인 것이 사인·코사인·탄젠트다
<각이 같으면 삼각형의 크기와 무관하게 변의 비가 같다. 그 비에 이름을 붙인 것이 사인·코사인·탄젠트다>[원본 보기]

그 비에 이름을 붙인 것이 삼각비다. 각을 θ(그리스 문자 세타)라 하면

sinθ=마주보는 변빗변,cosθ=이웃한 변빗변,tanθ=마주보는 변이웃한 변

값은 계산기의 sin, cos, tan 단추로 얻는다(각의 단위를 도(°)로 맞춰야 한다). 자주 나오는 값 몇 개는 알아 두면 편하다.

θ30°45°60°90°
sin θ00.5000.7070.8661
cos θ10.8660.7070.5000
tan θ00.57711.732없음

거꾸로 비를 알 때 각을 되찾는 계산도 필요하다. tanθ=0.75 인 각을 θ=arctan0.75 라 쓰고, 계산기에서는 tan⁻¹ 단추다. 이 문서에서 삼각비는 여기까지만 쓴다. 삼각함수의 성질 전체가 궁금하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삼각함수 을 보라.

벡터를 성분으로 나누기

벡터를 다루는 실전 기술은 하나뿐이다.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쪼갠다. 쪼개고 나면 각 방향은 앞에서 다룬 1차원 문제가 되고, 두 방향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벡터를 가로와 세로로 쪼개면 직각삼각형이 생긴다. 크기와 각에서 두 성분으로, 두 성분에서 다시 크기와 각으로 오갈 수 있다
<벡터를 가로와 세로로 쪼개면 직각삼각형이 생긴다. 크기와 각에서 두 성분으로, 두 성분에서 다시 크기와 각으로 오갈 수 있다>[원본 보기]

크기가 A 이고 x 축과 각 θ 를 이루는 벡터 A 의 성분은

Ax=Acosθ,Ay=Asinθ

이고, 거꾸로 두 성분에서 크기와 방향을 되찾을 수 있다.

A=Ax2+Ay2,tanθ=AyAx

크기를 구하는 식은 피타고라스 정리 그대로다. 성분으로 적어 두면 벡터의 덧셈도 쉬워진다. 같은 방향 성분끼리 더하면 된다.

(A+B)x=Ax+Bx,(A+B)y=Ay+By

벡터끼리 곱하는 방법도 두 가지 있지만, 그것이 필요해지는 곳에서 그때 설명한다. 지금은 덧셈과 성분 분해로 충분하다.

예제 27

어떤 사람이 동쪽으로 30m 걷고 이어서 북쪽으로 40m 걸었다. 전체 변위의 크기와 방향, 그리고 이동거리를 구하라.

풀이 보기

동쪽을 +x, 북쪽을 +y 로 잡는다. 두 변위를 성분으로 적으면 (30, 0)(0, 40) 이다.

성분끼리 더한다. 2차원에서는 변위를 Δx 대신 Δr 로 적는다. 축이 둘이라 문자 하나로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Δr=(30+0, 0+40)=(30, 40) m

크기는 피타고라스 정리로 구한다.

|Δr|=302+402=900+1600=2500=50m

방향은 탄젠트로 구한다. 동쪽에서 북쪽으로 잰 각을 θ 라 하면

tanθ=4030=1.333θ=arctan1.333=53.1

답은 크기 50m, 방향은 동쪽에서 북쪽으로 53.

이동거리는 실제로 걸은 길이의 합이므로 30+40=70m 다. 변위의 크기 50m 보다 크다. 이 두 값이 다르다는 것이 벡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제 28

크기가 20m/s 이고 수평에서 위로 40 방향인 속도의 수평·수직 성분을 구하라. 또 성분이 (6.0, 8.0)m/s 인 속도의 크기와 방향을 구하라.

풀이 보기

앞부분은 성분 공식에 그대로 넣는다.

vx=20cos40=20(0.766)=15.3m/s

vy=20sin40=20(0.643)=12.9m/s

검산: 15.32+12.92=234+166=400=20.0 으로 원래 크기가 돌아온다.

뒷부분은 반대 방향이다. 크기부터.

v=(6.0)2+(8.0)2=36+64=10.0m/s

방향은 조심해야 한다. tanθ=8.0/(6.0)=1.333 을 계산기에 넣으면 53.1 이 나오는데, 이 벡터는 x 가 음수이고 y 가 양수라 2사분면에 있다. 계산기는 그 사정을 모른다.

그림을 그려 보면 답이 보인다. +x 축에서 반시계로 잰 각은 18053.1=126.9 다.

arctan 을 쓸 때는 반드시 성분의 부호로 사분면을 확인하고 각을 맞춰야 한다. 이것이 벡터 계산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포물체 운동

던진 물체가 그리는 곡선은 두 가지 단순한 운동이 겹친 것이다. 공기저항을 무시하면 중력은 아래 방향으로만 작용하므로

이 두 문장이 포물체 운동의 전부다. 두 축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험으로도 확인된다.

수평으로 던진 공과 가만히 놓은 공은 같은 시각에 같은 높이에 있다. 수평 속도는 낙하에 관여하지 않는다
<수평으로 던진 공과 가만히 놓은 공은 같은 시각에 같은 높이에 있다. 수평 속도는 낙하에 관여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처음 속력을 v0, 발사각을 θ 라 하고 성분으로 나누면 v0x=v0cosθ, v0y=v0sinθ 다. 그다음은 축마다 앞에서 배운 식을 쓰면 된다.

x=v0xtvx=v0x(변하지 않음)y=v0yt12gt2vy=v0ygt

속도의 수평 성분은 끝까지 길이가 같고 수직 성분만 줄었다가 방향을 바꾼다. 정점에서 0이 되는 것은 수직 성분뿐이다
<속도의 수평 성분은 끝까지 길이가 같고 수직 성분만 줄었다가 방향을 바꾼다. 정점에서 0이 되는 것은 수직 성분뿐이다>[원본 보기]

두 축을 잇는 것은 시간 t 하나뿐이다. 그래서 문제 풀이는 대개 "한 축에서 시간을 구해 다른 축에 넣는" 모양이 된다.

출발과 도착 높이가 같은 경우에 한해 다음 결과가 쓸 만하다. 높이가 다르면 쓸 수 없으니 외워 두기보다 그때그때 유도하는 편이 안전하다.

체공시간tf=2v0sinθg최고점 높이H=(v0sinθ)22g수평 도달거리R=v0cosθtf=2v02sinθcosθg

예제 29

지면에서 v0=20m/s, 발사각 30 로 공을 찼다. 체공시간, 최고점 높이, 수평 도달거리를 구하라.

풀이 보기

언제나 성분부터 구한다. 이것을 건너뛰면 뒤가 엉킨다.

v0x=20cos30=20(0.866)=17.32m/s

v0y=20sin30=20(0.500)=10.00m/s

체공시간은 수직 성분만으로 정해진다. 수평 성분은 언제 떨어지는지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면으로 돌아오는 조건은 y=0 이므로 앞의 "위로 던진 공"과 같은 계산이다.

tf=2v0yg=2(10.00)9.81=2.039s

최고점은 수직 속도가 0이 되는 곳이다.

H=v0y22g=100.019.62=5.097m

수평거리는 등속이므로 곱셈 한 번이다.

R=v0xtf=(17.32)(2.039)=35.3m

3자리로 tf=2.04s, H=5.10m, R=35.3m.

크기 점검: 최고점 높이가 사람 키의 세 배 정도, 도달거리가 그 일곱 배쯤이다. 축구공을 찬 상황으로 그럴듯하다.

예제 30

높이 1.25m 인 탁자 끝에서 공이 수평으로 3.0m/s 로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닿기까지의 시간, 탁자에서 떨어진 수평거리, 닿는 순간 속도의 크기와 방향을 구하라.

풀이 보기

수평으로 굴러 떨어졌으므로 v0y=0 이다. 이 사실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수직 방향만 보면 그냥 자유낙하다.

아래 방향을 양으로 두고 낙하 시간을 구한다.

1.25=12(9.81)t2t=2(1.25)9.81=0.2549=0.505s

수평거리는 등속운동이다.

x=v0xt=(3.0)(0.505)=1.51m

닿는 순간의 속도 성분은

vx=3.0m/s (변하지 않았다),vy=gt=(9.81)(0.505)=4.95m/s (아래로)

크기는 피타고라스로 합친다.

v=(3.0)2+(4.95)2=9.0+24.5=5.79m/s

방향은 수평에서 아래로

θ=arctan4.953.0=58.8

주어진 값이 2자리이므로 t=0.50s, x=1.5m, v=5.8m/s 로 보고하는 것이 정직하다. 속도의 크기 5.8m/s 가 처음 속력 3.0m/s 보다 커진 것은 수직 성분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흔한 오해

같은 높이에서 하나는 수평으로 세게 던지고 하나는 가만히 놓았다. 어느 쪽이 먼저 땅에 닿는가?

풀이 보기

동시에 닿는다. 수직 방향의 운동을 지배하는 식은

y=y012gt2

인데 여기에 수평 속도 v0x 가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얼마나 세게 던졌든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같다. 앞의 그림이 정확히 이 상황을 찍은 것이다.

세게 던진 공이 더 멀리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같은 시간 동안 수평으로 더 갔기 때문이지 더 오래 떠 있어서가 아니다.

단, 이 결론에는 조건이 붙는다. 공기저항이 있으면 빠른 공이 더 큰 저항을 받아 아주 조금 늦어진다. 또 매우 빠르면 지면이 평평하다는 가정 자체가 깨진다. 교과서의 결론은 "공기저항 없음, 평평한 지면"이라는 가정 위에서의 결론이다.

상대운동 —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공을 위로 던지면 던진 사람에게는 똑바로 올라갔다 내려오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포물선을 그린다. 어느 쪽이 맞는가? 둘 다 맞다. 속도는 누구를 기준으로 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준을 분명히 하려고 아래첨자 두 개를 쓴다.

vAB=B 에서 볼 때 A 의 속도

첫 번째 첨자가 "무엇이", 두 번째가 "누가 볼 때"다. 이 규칙을 지키면 다음 두 가지가 자동으로 따라온다.

vAB=vBA,vAC=vAB+vBC

두 번째 식은 가운데 첨자가 맞물려 지워지는 모양이라 외우기 쉽다. 말로 풀면 "배가 땅에 대해 가는 속도 = 배가 물에 대해 내는 속도 + 물이 땅에 대해 흐르는 속도"다. 벡터 덧셈이므로 방향을 함께 더해야 한다.

뱃머리를 어디로 두느냐가 아니라 두 속도를 더한 결과가 배가 실제로 가는 방향이다. 맞은편에 닿으려면 강물을 상쇄하도록 상류로 틀어야 한다
<뱃머리를 어디로 두느냐가 아니라 두 속도를 더한 결과가 배가 실제로 가는 방향이다. 맞은편에 닿으려면 강물을 상쇄하도록 상류로 틀어야 한다>[원본 보기]

여기서 속도를 그냥 더해도 되는 것은 우리가 다루는 속도가 빛의 속력에 비해 아주 느리기 때문이다. 정확한 관계는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다룬다.

예제 32

100m 인 강이 3.0m/s 로 흐른다. 배는 물에 대해 4.0m/s 를 낼 수 있다. (가) 뱃머리를 강과 수직으로 두면 건너는 데 얼마나 걸리고 하류로 얼마나 밀리는가? (나) 정확히 맞은편에 닿으려면 뱃머리를 어디로 향해야 하며 그때는 얼마나 걸리는가?

풀이 보기

강을 건너는 방향을 +y,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x 로 잡는다.

(가) 뱃머리가 +y 이므로 배가 물에 대해 내는 속도는 (0, 4.0), 물이 땅에 대해 흐르는 속도는 (3.0, 0) 이다. 더하면

v배,땅=(3.0, 4.0) m/s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y 성분만으로 정해진다. 강물은 배를 옆으로 밀 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돕지도 방해하지도 않는다.

t=100m4.0m/s=25s

그동안 하류로 밀린 거리는

Δx=(3.0)(25)=75m

(나) 맞은편에 닿으려면 땅에 대한 속도의 x 성분이 0이어야 한다. 뱃머리를 상류 쪽으로 각 ϕ 만큼 틀면 배의 x 성분이 4.0sinϕ 가 되므로

4.0sinϕ+3.0=0sinϕ=0.75ϕ=48.6

이때 실제로 건너는 속도는 남은 성분뿐이다.

vy=4.0cos48.6=4.023.02=2.65m/s

t=1002.65=37.8s

2자리로 (가) 25s75m 하류, (나) 상류 쪽으로 49 틀어 38s. 똑바로 건너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배의 힘 일부를 강물을 버티는 데 쓰기 때문이다.

만약 강물이 배보다 빠르면 sinϕ>1 이 되어 해가 없다. 계산이 틀린 것이 아니라 맞은편에 닿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식이 "해가 없다"고 말할 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읽어 내는 것도 물리다.

예제 33

바람이 없어 비가 땅에 대해 수직으로 20m/s 로 내린다. 15m/s 로 달리는 차 안에서 보면 비는 수직에서 몇 도 기울어져 보이는가?

풀이 보기

차의 진행 방향을 +x, 위를 +y 로 잡는다. 주어진 것은 땅 기준의 두 속도다.

v비,땅=(0, 20),v차,땅=(15, 0)

구하려는 것은 차에서 본 비의 속도다. 첨자 규칙을 쓴다.

v비,차=v비,땅+v땅,차=v비,땅v차,땅

v비,차=(015, 200)=(15, 20) m/s

성분이 둘 다 음수이므로 비가 앞쪽에서 아래로 들이친다. 수직 방향에서 벗어난 각은

tanθ=1520=0.75θ=36.9

크기는 152+202=25m/s 다.

즉 앞쪽으로 약 37 기울어져 보이고, 차 안 사람이 우산을 앞으로 기울이는 습관에는 물리적 근거가 있다. 빨리 달릴수록 이 각이 커진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이름단위
x위치m정한 원점에서 잰 좌표. 부호가 방향을 뜻한다
Δ (델타)변화량-나중 값 − 처음 값
Δx변위m위치의 변화. 이동거리와 다르다
v 위에 가로줄평균속도m/sΔx / Δt. x-t 그래프에서 두 점을 이은 직선의 기울기
v(순간)속도m/sx-t 그래프의 접선 기울기. dx/dt 로도 쓴다
a가속도m/s²속도가 1초에 얼마나 변하는가. Δv / Δt
g중력가속도m/s²지표면 근처에서 9.81. 낙하하는 물체의 가속도 크기
화살표 얹은 문자벡터양에 따라크기와 방향을 함께 가진 양
A(아래첨자 x, y)벡터의 성분양에 따라A cos θ 와 A sin θ
sin, cos, tan삼각비없음직각삼각형에서 변끼리의 비
θ, φ° (도)방향을 나타내는 데 쓴다
v(아래첨자 AB)상대속도m/sB 에서 볼 때 A 의 속도

관계식으로는 등가속도 네 식과 포물체의 두 축 분리가 남는다. 둘 다 새로운 원리가 아니라 정의와 그래프의 넓이에서 나온 것이므로, 외우기보다 v-t 그래프 한 장을 그려 다시 끌어내는 편이 오래간다.

다음 장에서는 "왜 그렇게 움직이는가"를 묻는다. 지금까지 가속도는 주어진 값이었지만, 다음 장에서는 힘과 질량이 그 값을 정한다.

뉴턴 역학

앞 장은 움직임을 적는 법이었다. 이 장은 그 움직임이 그렇게 되는지를 묻는다. 답의 중심에 힘(force)이 있고, 힘과 가속도를 잇는 세 개의 법칙이 고전역학 전체의 토대가 된다.

이 장에서 답할 질문은 넷이다. 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같이 떨어지는가, 밀던 손을 놓으면 왜 물체가 멈추는가(정말 멈추는 것이 당연한가), 곡선을 도는 데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마지막 물음의 답이 4장에서 값만 주고 넘어간 g 의 정체까지 밝혀 준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가속도의 뜻, 벡터를 성분으로 쪼개는 기술, 삼각비 셋을 계속 쓴다. 특히 축마다 따로 계산한다는 방식이 이 장의 거의 모든 문제 풀이에서 반복된다.

힘과 관성

힘은 밀거나 당기는 작용이다. 힘에는 크기뿐 아니라 방향이 있으므로 벡터다. 그래서 여러 힘이 함께 작용할 때는 크기만 더하면 안 되고 벡터로 더해야 한다. 그렇게 더한 결과를 알짜힘(net force)이라 하고 F 로 쓴다. 기호 는 그리스 대문자 시그마이고 "모두 더하라"는 뜻이다.

방향이 반대인 두 힘은 빼면 되지만 방향이 어긋나면 벡터로 더해야 한다. 수직인 3 N 과 4 N 의 알짜힘은 7 N 이 아니라 5 N 이다
<방향이 반대인 두 힘은 빼면 되지만 방향이 어긋나면 벡터로 더해야 한다. 수직인 3 N 과 4 N 의 알짜힘은 7 N 이 아니라 5 N 이다>[원본 보기]

물체의 운동을 정하는 것은 개별 힘이 아니라 언제나 알짜힘이다. 여러 힘이 걸려 있어도 서로 상쇄되어 알짜힘이 0이면 운동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을 정리한 것이 뉴턴의 제1법칙(관성의 법칙)이다.

F=0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고, 움직이던 물체는 등속직선운동을 계속한다

일상 경험과 어긋나 보인다. 책상 위에서 책을 밀다가 손을 놓으면 곧 멈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알짜힘이 0이어서가 아니라 마찰이라는 힘이 남아 있어서다. 얼음판 위라면 훨씬 멀리 가고, 마찰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영원히 간다. "움직이려면 힘이 계속 있어야 한다"는 느낌은 마찰이 늘 함께 있는 환경에서 자란 착각이다.

물체가 이렇게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관성(inertia)이라 하고, 관성의 크기를 재는 양이 질량이다. 질량이 클수록 운동 상태를 바꾸기 어렵다.

예제 34

상자에 8.0N 의 힘이 동쪽으로, 3.0N 의 힘이 서쪽으로 작용한다. 알짜힘은? 여기에 남쪽으로 5.0N 을 더 걸면 알짜힘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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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두 힘은 같은 직선 위에 있으므로 부호로 처리한다. 동쪽을 +x 로 잡으면

Fx=8.03.0=5.0N(동쪽)

세 번째 힘은 방향이 다르므로 성분으로 나눠 축별로 더한다. 남쪽을 y 로 잡으면

Fx=5.0N,Fy=5.0N

두 성분을 합친 크기는 피타고라스 정리로 구한다.

|F|=5.02+5.02=50=7.1N

방향은 tanθ=5.0/5.0=1 에서 동쪽과 남쪽의 한가운데, 즉 남동쪽 45 다.

크기를 그냥 더해 8.0+3.0+5.0=16N 이라고 하면 틀린다. 힘은 벡터이므로 방향이 다르면 서로 일부를 상쇄한다.

흔한 오해

우주선이 엔진을 끄면 곧 멈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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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다. 우주 공간에는 마찰이 거의 없으므로 알짜힘이 0이고, 제1법칙에 따라 그때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계속 나아간다.

이 상황이 제1법칙을 가장 순수하게 보여 준다. 지구 위에서는 마찰과 공기저항이 늘 함께 있어서 "힘을 주지 않으면 멈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멈추게 하는 힘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엔진을 계속 켜 두면 우주선은 계속 빨라진다.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힘은 속도가 아니라 속도의 변화를 만든다. 이 구별이 다음 절의 내용이다.

제2법칙 — 힘과 가속도를 잇는다

같은 물체를 두 배의 힘으로 밀면 가속도가 두 배가 되고, 같은 힘으로 두 배 무거운 물체를 밀면 가속도가 절반이 된다. 실험으로 확인되는 이 두 가지를 한 줄로 묶은 것이 뉴턴의 제2법칙이다.

가속도는 알짜힘에 정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왼쪽 직선의 기울기가 1/m 이고, 오른쪽 곡선은 반비례 관계다
<가속도는 알짜힘에 정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왼쪽 직선의 기울기가 1/m 이고, 오른쪽 곡선은 반비례 관계다>[원본 보기]

F=ma

이 식에서 세 가지를 읽어야 한다.

힘의 단위는 이 식이 정해 준다. 3장에서 본 유도단위 만드는 방법 그대로, 질량의 단위에 가속도의 단위를 곱하면 된다.

kg×m/s2=kgm/s2

이 조합에 따로 이름을 붙인 것이 뉴턴(newton), 기호 N 이다.

1N=1kgm/s2(질량 1kg 인 물체를 1m/s2 로 가속시키는 힘)

감을 잡으려면 1N 이 대략 사과 하나를 손바닥에 올렸을 때 느끼는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질량과 무게는 다른 양이다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힘을 무게(weight)라 한다.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가속도가 g 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제2법칙에 넣으면 무게의 크기가 곧바로 나온다.

W=mg(방향은 연직 아래)

질량은 kg, 무게는 N 이다. 단위부터 다르다. 질량은 물체가 가진 관성의 양이라 어디서 재도 같지만, 무게는 그 자리의 g 에 따라 달라진다. 일상에서 "몸무게 60킬로그램"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질량이다.

이제 4장에서 미뤄 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왜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같이 떨어지는가? 떨어지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무게뿐이므로

F=mg=maa=g

양변의 m 이 지워진다. 무거운 물체는 더 세게 당겨지지만 그만큼 움직이기도 어렵다. 두 효과가 정확히 상쇄되어 가속도가 질량과 무관해진다. 이것이 갈릴레이가 발견한 사실의 뉴턴식 설명이다.

예제 36

마찰이 없는 수평면 위의 2.0kg 짜리 물체에 수평으로 6.0N 의 힘을 준다. (가) 가속도는? (나) 정지 상태에서 출발했다면 3.0s 뒤 속도와 그동안의 변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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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수평 방향에 작용하는 힘은 미는 힘뿐이다(무게와 수직항력은 연직 방향이라 수평 성분이 없다).

a=Fm=6.0N2.0kg=3.0m/s2

단위를 확인해 보자. N/kg=(kgm/s2)/kg=m/s2 로 가속도의 단위가 맞게 나온다. 단위가 맞아떨어지는지 보는 것이 식을 제대로 세웠는지 확인하는 가장 값싼 방법이다.

(나) 힘이 일정하므로 가속도도 일정하다. 여기서부터는 4장의 등가속도 식을 그대로 쓴다.

v=v0+at=0+(3.0)(3.0)=9.0m/s

Δx=v0t+12at2=12(3.0)(3.0)2=13.5m

두 장이 이렇게 이어진다. 역학은 힘으로 가속도를 구하고, 운동학은 그 가속도로 운동을 예측한다.

예제 37

질량이 60kg 인 사람이 있다. (가) 지구에서의 무게는? (나) 중력가속도가 1.62m/s2 인 곳(달 표면의 값으로 알려져 있다)에서의 질량과 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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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무게는 힘이므로 단위가 N 이다.

W=mg=(60kg)(9.81m/s2)=588.65.9×102N

(나) 질량은 그대로 60kg 이다. 질량은 물체가 가진 성질이지 장소의 성질이 아니다. 무게만 달라진다.

W=(60)(1.62)=97.297N

지구에서의 약 6분의 1이다. 달에서 가볍게 뛸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다만 관성은 줄지 않았다. 달에서도 이 사람을 옆으로 밀어 1m/s2 로 가속시키려면 여전히 60N 이 필요하다. 들기는 쉬워도 밀기는 똑같이 어렵다.

흔한 오해

무거운 물체가 더 세게 당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더 빨리 떨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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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이 두 배인 물체는 무게도 두 배다. 하지만 같은 가속도를 얻는 데 필요한 힘도 두 배다. 두 배의 힘이 두 배의 저항(관성)을 상대하므로 결과가 같다.

식으로 보면 a=W/m=mg/m=g 로 질량이 지워진다.

실제로 깃털이 늦게 떨어지는 것은 공기저항 때문이다. 공기저항의 크기는 질량이 아니라 모양과 속력이 정하므로, 가벼우면서 넓은 물체일수록 무게에 비해 저항이 커진다. 공기를 뺀 통 안에서는 깃털과 쇠구슬이 나란히 떨어진다. 이 실험은 여러 차례 재현되었다.

정리하면, "무거우면 빨리 떨어진다"는 관찰은 틀린 것이 아니라 공기 속에서만 맞는 관찰이다.

제3법칙 — 힘은 언제나 쌍으로 나타난다

힘은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주는 것이다. 혼자 존재하는 힘은 없다. A가 B에 힘을 주면 B도 A에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을 준다. 이것이 제3법칙이다.

FA가 B에=FB가 A에

이 한 쌍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 두 힘은 서로 다른 물체에 걸린다. 그래서 결코 상쇄되지 않는다. 상쇄를 따지려면 같은 물체에 걸린 힘들을 모아야 한다.

왼쪽은 두 물체가 주고받는 작용·반작용 쌍이고 오른쪽은 한 물체에 걸린 힘의 평형이다.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라는 점은 닮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왼쪽은 두 물체가 주고받는 작용·반작용 쌍이고 오른쪽은 한 물체에 걸린 힘의 평형이다.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라는 점은 닮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원본 보기]

책상 위의 책을 예로 들면, 책에 걸린 두 힘(지구가 당기는 힘, 책상이 떠받치는 힘)은 합이 0이라 책이 정지해 있다. 이 둘은 작용·반작용 쌍이 아니다. 같은 물체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책을 당기는 힘의 짝은 "책이 지구를 당기는 힘"이고, 책상이 책을 떠받치는 힘의 짝은 "책이 책상을 누르는 힘"이다.

예제 39

질량 0.10kg 인 사과가 떨어진다.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과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힘의 크기를 비교하고, 각각이 얻는 가속도를 구하라. 지구의 질량은 5.97×1024kg 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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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법칙에 따라 두 힘의 크기는 같다. 그 값은 사과의 무게다.

F=mg=(0.10)(9.81)=0.981N

사과가 얻는 가속도는

a사과=0.981N0.10kg=9.81m/s2

지구가 얻는 가속도는 같은 크기의 힘을 훨씬 큰 질량으로 나눈 값이다.

a지구=0.981N5.97×1024kg=1.6×1025m/s2

힘은 같지만 가속도는 1025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제3법칙이 말하는 것은 힘이 같다는 것이지 결과가 같다는 것이 아니다. 결과를 정하는 것은 a=F/m 이므로 질량이 큰 쪽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과가 지구를 끌어당긴다"는 말은 옳지만, 그 효과는 어떤 방법으로도 관측할 수 없을 만큼 작다.

흔한 오해

말이 수레를 당기는 힘과 수레가 말을 당기는 힘이 크기가 같다면, 둘이 상쇄되어 수레는 영원히 움직일 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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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힘은 서로 다른 물체에 걸리므로 같은 식에 넣을 수 없다. 수레의 운동을 정하는 것은 수레에 걸린 힘들뿐이다.

수레에 걸린 힘은 앞으로 당기는 장력 T 와 뒤로 끄는 마찰 f수레 다.

Tf수레=m수레a

여기에 "수레가 말을 당기는 힘"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힘은 말에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T>f수레 이면 수레는 가속한다.

말 쪽도 보자. 말에 걸린 힘은 뒤로 끄는 장력과, 땅이 말의 발을 앞으로 미는 힘 f지면 이다(말이 땅을 뒤로 밀면 땅이 말을 앞으로 민다. 이것도 제3법칙 쌍이다).

f지면T=ma

정리하면 이렇다. 작용·반작용 쌍은 언제나 다른 두 물체에 걸리므로 상쇄되지 않는다. 힘의 평형(F=0)은 한 물체에 걸린 여러 힘의 합이 0인 것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구별을 놓치면 이 장의 문제 대부분이 풀리지 않는다.

자유물체도 — 문제를 푸는 방법

뉴턴 역학의 문제는 거의 전부 같은 절차로 풀린다. 그 절차의 중심에 자유물체도(free-body diagram)가 있다. 물체 하나를 골라 그 물체가 받는 힘만 화살표로 그린 그림이다.

물체를 하나 고르고, 받는 힘만 그리고, 축을 가속도 방향에 맞추고, 축마다 식을 세운다. 이 순서에서 벗어나는 문제는 드물다
<물체를 하나 고르고, 받는 힘만 그리고, 축을 가속도 방향에 맞추고, 축마다 식을 세운다. 이 순서에서 벗어나는 문제는 드물다>[원본 보기]

자주 나오는 힘을 정리해 둔다. 이 장에서 쓰는 것은 이 다섯 가지가 전부다.

기호방향크기를 정하는 것
무게(중력)W = mg연직 아래질량 × 중력가속도. 언제나 이 값
수직항력N접촉면에 수직공식이 없다. 다른 식에서 구하는 미지수
마찰력f접촉면에 평행정지마찰은 최대치가 있고, 운동마찰은 거의 일정 (다음 절)
장력T줄을 따라 당기는 쪽공식이 없다. 미지수. 가벼운 줄에서는 양 끝이 같다
미는·당기는 힘F주어진 방향문제에서 준다

표에서 가장 조심할 것은 수직항력이다. "수직항력은 무게와 같다"고 외우면 곧 틀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경사면 위에서, 위에서 누를 때 값이 모두 달라진다. 수직항력은 미지수로 두고 식에서 구하는 양이다.

기호가 겹치는 것도 미리 짚어 둔다. 수직항력을 N 으로 쓰는데 힘의 단위 뉴턴의 기호도 N 이다. 이 문서는 단위를 로만체로 세우므로 N=92N 처럼 구별된다. 장력 T 와 뒤에 나올 주기 T 도 겹치는데, 둘이 한 문제에 함께 나오면 그때 다른 문자를 쓰겠다고 밝힌다.

예제 41

질량 60kg 인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 저울 위에 서 있다. 저울이 읽는 값을 (가) 정지 또는 등속으로 움직일 때, (나) 위로 2.0m/s2 로 가속할 때, (다) 아래로 2.0m/s2 로 가속할 때, (라) 줄이 끊어져 자유낙하할 때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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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울이 무엇을 재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저울은 발이 저울을 누르는 힘을 읽고, 제3법칙에 따라 그 크기는 저울이 발을 떠받치는 힘, 즉 수직항력 N 과 같다. 무게를 직접 재는 것이 아니다.

무게 mg 는 어느 경우에도 같다. 달라지는 것은 바닥이 떠받치는 힘 N 이고, 저울이 읽는 것은 그 N 이다
<무게 mg 는 어느 경우에도 같다. 달라지는 것은 바닥이 떠받치는 힘 N 이고, 저울이 읽는 것은 그 N 이다>[원본 보기]

사람을 대상으로 자유물체도를 그리면 힘은 둘뿐이다. 위로 N, 아래로 mg. 위를 양으로 잡고 제2법칙을 쓴다.

Nmg=maN=m(g+a)

이제 각 경우의 a 를 넣는다. mg=(60)(9.81)=588.6N 이다.

(가) a=0 이므로 N=588.6589N. 등속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도 가속도가 0이므로 같다.

(나) a=+2.0: N=60(9.81+2.0)=708.6709N

(다) a=2.0: N=60(9.812.0)=468.6469N

(라) a=g: N=60(9.819.81)=0N

(라)가 무중량상태(weightlessness)다. 중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닥이 떠받치기를 그만둔 것이다.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 안에서 사람이 떠 있는 이유도 정확히 이것이다. 정거장과 사람이 함께 떨어지고 있으므로 서로 누르지 않는다.

검산 습관 하나. 위로 가속할 때 저울 값이 커지고 아래로 가속할 때 작아진다는 것은 엘리베이터에서 몸으로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답의 방향이 경험과 맞는지 보는 것도 검산이다.

예제 42

마찰이 없고 가벼운 도르래에 줄을 걸고 양쪽에 3.0kg5.0kg 을 매달았다. 가속도와 줄의 장력을 구하라. 줄의 질량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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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가 둘이면 자유물체도도 둘이다. 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두 가속도를 하나로 묶어 준다
<물체가 둘이면 자유물체도도 둘이다. 줄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두 가속도를 하나로 묶어 준다>[원본 보기]

물체가 둘이므로 식도 둘이다. 각 물체를 따로 그린다.

두 가지 조건을 먼저 확인한다. 줄이 늘어나지 않으므로 두 물체의 가속도 크기가 같다. 도르래가 가볍고 마찰이 없으므로 줄 양쪽의 장력이 같다. 이 두 가정이 없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무거운 쪽이 내려가는 방향을 각각의 양의 방향으로 잡으면 부호가 깔끔해진다.

무거운 쪽:m2gT=m2a가벼운 쪽:Tm1g=m1a

두 식을 더하면 미지수 T 가 사라진다.

(m2m1)g=(m1+m2)aa=m2m1m1+m2g

a=5.03.08.0(9.81)=2.08.0(9.81)=2.45m/s2

장력은 둘째 식에 넣는다.

T=m1(g+a)=3.0(9.81+2.45)=36.8N

2자리로 a=2.5m/s2, T=37N.

검산이 쉬운 문제다. 장력은 가벼운 쪽 무게 29.4N 보다 크고(그래야 올라간다) 무거운 쪽 무게 49.1N 보다 작아야 한다(그래야 내려간다). 만족한다. 또 두 질량이 같으면 a=0, 한쪽이 0이면 a=g 가 되는데 둘 다 상식과 맞는다. 극단적인 경우를 넣어 보는 것이 공식을 검산하는 좋은 방법이다.

예제 43

마찰이 없는 바닥에 4.0kg 상자 A와 2.0kg 상자 B를 맞붙여 놓고, A 쪽에서 12N 으로 민다. (가) 두 상자의 가속도, (나) A가 B를 미는 힘을 구하라. (다) 반대로 B 쪽에서 같은 힘으로 밀면 접촉면에서 주고받는 힘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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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두 상자가 붙어 함께 움직이므로 가속도가 같다. 둘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면 접촉면에서 주고받는 힘은 내부의 일이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a=12N4.0+2.0kg=2.0m/s2

(나) 접촉면의 힘을 알려면 상자를 따로 봐야 한다. B에 걸린 수평 힘은 A가 미는 힘 FAB 하나뿐이다.

FAB=mBa=(2.0)(2.0)=4.0N

A로 검산해 보자. A에는 손이 미는 12N 과 제3법칙에 따라 B가 되미는 4.0N 이 걸린다.

124.0=8.0N=(4.0kg)(2.0m/s2) 로 맞는다.

(다) 반대쪽에서 밀면 가속도는 2.0m/s2 로 같지만 접촉력은 달라진다. 이번에는 A가 뒤에서 밀려 움직이므로

FBA=mAa=(4.0)(2.0)=8.0N

같은 힘으로 밀었는데 접촉면의 힘이 4.0N8.0N 으로 다르다. 접촉력은 그 힘이 밀어야 하는 뒤쪽 질량이 정하기 때문이다. 제3법칙은 "두 상자가 주고받는 힘이 서로 같다"고 말할 뿐, 어느 쪽에서 미느냐에 따라 그 값이 같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마찰

마찰은 접촉한 두 면이 서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해하는 힘이다. 방향은 접촉면에 평행하고, 상대적인 미끄러짐을 막는 쪽이다.

마찰에는 두 국면이 있다. 아직 미끄러지지 않을 때(정지마찰)와 미끄러지는 중일 때(운동마찰)다. 둘의 성질이 다르다.

정지마찰은 미는 힘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커진다. 최대치를 넘는 순간 미끄러지기 시작하고 마찰은 조금 작은 값으로 떨어져 거의 일정해진다
<정지마찰은 미는 힘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커진다. 최대치를 넘는 순간 미끄러지기 시작하고 마찰은 조금 작은 값으로 떨어져 거의 일정해진다>[원본 보기]

정지마찰fsμsN(필요한 만큼만 생기고, 최대치가 μsN)운동마찰fk=μkN(미끄러지는 동안 거의 일정)

μ 는 그리스 문자 뮤이고 마찰계수(coefficient of friction)라 한다. 두 면이 어떤 재질인지에 따라 정해지는 실험값이며, 힘을 힘으로 나눈 비율이라 단위가 없다. 보통 μs>μk 다. 그래서 무거운 짐은 처음 움직이기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고, 일단 미끄러지면 조금 수월해진다.

여기서 가장 흔한 실수는 fs=μsN 이라고 쓰는 것이다. 정지마찰은 부등식이다. 등호는 미끄러지기 직전에만 성립한다. 아직 움직이지 않는 물체의 정지마찰은 다른 힘들과의 균형에서 구해야 한다.

마찰이 걸린 문제는 대개 경사면에서 나온다. 경사면 문제의 첫 단계는 언제나 같다. 축을 경사면에 맞춰 돌리고 무게를 두 성분으로 나눈다.

축을 경사면에 맞추면 가속도가 한 축에만 생긴다. 무게는 경사 방향 mg sin θ 와 경사면에 수직인 mg cos θ 로 나뉜다
<축을 경사면에 맞추면 가속도가 한 축에만 생긴다. 무게는 경사 방향 mg sin θ 와 경사면에 수직인 mg cos θ 로 나뉜다>[원본 보기]

경사각을 θ 라 할 때 무게 mg 의 두 성분은 다음과 같다. 각도가 어디에 나타나는지는 그림에서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경사 아래 방향: mgsinθ,경사면에 수직: mgcosθ

경사면에 수직인 방향으로는 물체가 뜨지도 파고들지도 않으므로 가속도가 0이다. 따라서 그 축의 힘의 합이 0이고, 수직항력이 정해진다.

N=mgcosθ

경사에서는 수직항력이 무게보다 작다. 경사가 급할수록 더 작아진다.

예제 44

경사각 30 인 사면에서 물체가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운동마찰계수가 0.20 일 때 가속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사면 아래 방향을 +x, 사면에 수직인 바깥 방향을 +y 로 잡는다. 미끄러지는 중이므로 마찰은 운동마찰이고 방향은 사면 위쪽이다.

y 축은 가속도가 0이므로

N=mgcosθ

x 축에 제2법칙을 쓴다.

mgsinθμkN=ma

N 을 대입하면 m 이 모든 항에 들어 있어 지워진다.

a=g(sinθμkcosθ)

값을 넣는다.

a=9.81(0.5000.20×0.866)=9.81(0.5000.173)=9.81×0.327=3.21m/s2

2자리로 3.2m/s2.

질량이 지워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재질이라면 무거운 물체나 가벼운 물체나 같은 가속도로 미끄러진다. 마찰이 없다면 a=gsin30=4.9m/s2 였을 테니 마찰이 약 3분의 1을 깎았다.

만약 계산 결과가 음수로 나온다면 그것은 "뒤로 간다"는 뜻이 아니라 애초에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신호다. 그때는 정지마찰로 다시 풀어야 한다.

예제 45

판 위에 물체를 놓고 판을 서서히 기울였더니 31 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정지마찰계수를 구하라.

풀이 보기

미끄러지기 직전이 정지마찰이 최대치에 이른 순간이다. 그 순간에는 아직 정지해 있으므로 사면 방향의 힘이 균형을 이룬다.

mgsinθ=fs,max=μsN=μsmgcosθ

양변에서 mg 가 지워진다.

μs=sinθcosθ=tanθ

μs=tan31=0.60

질량이 지워지므로 물체의 무게를 몰라도 된다. 판과 각도기만 있으면 마찰계수를 잴 수 있다는 뜻이고, 실제로 이것이 가장 간단한 측정법이다. 이 각을 정지각이라 한다.

모래를 부었을 때 생기는 원뿔의 경사가 늘 비슷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 각을 넘으면 알갱이가 흘러내린다.

예제 46

수평 바닥의 8.0kg 짜리 상자를 40N 으로 민다. μs=0.50, μk=0.40 이다. (가) 수평에서 아래로 20 기울여 밀면 상자가 움직이는가? (나) 같은 크기의 힘으로 위로 20 기울여 당기면 어떤가?

풀이 보기

힘의 방향이 수평이 아니므로 성분으로 나눈다. 두 경우 모두 수평 성분은 같다.

Fx=40cos20=40(0.940)=37.6N

수직 성분이 다르다. 여기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수직 성분은 수직항력을 바꾸고, 수직항력은 마찰을 바꾼다.

(가) 비스듬히 아래로 밀면 바닥을 더 세게 누르는 셈이다. 연직 방향 가속도는 0이므로

N=mg+40sin20=(8.0)(9.81)+13.7=78.5+13.7=92.2N

fs,max=μsN=0.50(92.2)=46.1N

미는 수평 성분 37.6N 이 최대 정지마찰 46.1N 보다 작으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실제로 작용하는 정지마찰은 46.1N 이 아니라 37.6N 이다. 필요한 만큼만 생기기 때문이다.

(나) 비스듬히 위로 당기면 바닥을 누르는 정도가 줄어든다.

N=mg40sin20=78.513.7=64.8N

fs,max=0.50(64.8)=32.4N<37.6N

이번에는 움직인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운동마찰로 바뀐다.

a=FxμkNm=37.60.40(64.8)8.0=37.625.98.0=1.5m/s2

같은 크기의 힘인데 아래로 밀면 꿈쩍도 않고 위로 당기면 움직인다. 수레나 여행가방의 손잡이가 위로 달려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운동

일정한 속력으로 원을 도는 물체를 생각하자. 속력이 변하지 않으니 가속도가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속도는 벡터라 방향이 바뀌는 것도 변화다. 그리고 변화가 있으면 가속도가 있고, 가속도가 있으면 힘이 있다.

두 시각의 속도는 길이가 같고 방향만 다르다. 그 차이인 Δv 를 그려 보면 원의 중심 쪽을 가리킨다
<두 시각의 속도는 길이가 같고 방향만 다르다. 그 차이인 Δv 를 그려 보면 원의 중심 쪽을 가리킨다>[원본 보기]

방향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시각의 속도 화살표를 한 점에 모아 빼면 Δv 가 중심 쪽을 향한다. 두 지점을 가깝게 잡을수록 정확히 중심을 향한다. 그래서 이 가속도를 구심가속도(centripetal acceleration)라 하고, "구심"은 중심을 향한다는 뜻이다.

크기는 닮음으로 얻는다. 속도는 언제나 그 지점의 반지름과 수직이므로, 두 속도 사이의 각은 두 반지름 사이의 각과 같다. 그러면 속도 벡터가 이루는 삼각형과 위치 벡터가 이루는 삼각형은 두 변의 길이가 각각 vr 로 같고 끼인각도 같은 닮은 이등변삼각형이 된다. 따라서

|Δv|v=|Δr|r

짧은 시간 동안이면 |Δr|vΔt 이므로

|Δv|vr(vΔt)ac=|Δv|Δt=v2r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주기(period) T 라 하면 한 바퀴의 길이가 2πr 이므로 v=2πr/T 이고, 이를 넣으면 다른 형태도 얻는다.

ac=v2r=4π2rT2

제2법칙을 중심 방향에 적용하면 이렇게 된다.

F중심 방향=mv2r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mv2/r 는 새로운 힘이 아니다. 자유물체도에 "구심력"이라는 화살표를 따로 그리면 틀린다. 이 식은 "실제 힘들(장력·마찰·중력·수직항력)의 중심 방향 성분을 합하면 이 값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곡선을 돌게 해 주는 것은 언제나 실재하는 힘 중 하나다.

예제 47

반지름 50m 인 평평한 곡선 도로가 있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정지마찰계수가 0.80 일 때 미끄러지지 않고 돌 수 있는 최대 속력은?

풀이 보기

무엇이 곡선을 돌게 하는가부터 정한다. 도로가 평평하므로 중심 방향(수평 안쪽)으로 작용할 수 있는 힘은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마찰뿐이다. 미끄러지지 않고 도는 동안 타이어와 노면은 상대적으로 미끄러지지 않으므로 정지마찰이다.

연직 방향은 가속도가 0이므로 N=mg 다.

중심 방향에 조건을 쓴다.

fs=mv2rμsN=μsmg

m 이 지워진다.

vμsgr=(0.80)(9.81)(50)=392=19.8m/s

2자리로 약 20m/s, km/h 로 바꾸면 약 71km/h 다.

질량이 지워졌으므로 (타이어가 같다면) 트럭과 승용차의 한계 속력이 같다. 그리고 비가 와서 μs 가 절반이 되면 한계 속력은 절반이 아니라 1/20.71 배가 된다. 제곱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예제 48

반지름 120m 인 곡선을 25m/s 로 돌 때 마찰에 전혀 의존하지 않으려면 도로를 몇 도 기울여야 하는가?

풀이 보기

마찰이 없다고 두면 물체에 걸린 힘은 무게와 수직항력 둘뿐이다. 경사각을 θ 라 하자. 수직항력은 노면에 수직이므로 기울어져 있고, 그 수평 성분이 중심 방향 역할을 한다.

수평(중심 방향):Nsinθ=mv2r연직:Ncosθ=mg

연직 방향은 가속도가 0이라 균형이고, 수평 방향은 원운동이라 균형이 아니다. 이 구별이 핵심이다.

두 식을 나누면 Nm 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tanθ=v2rg=(25)2(120)(9.81)=6251177=0.531

θ=arctan0.531=28.0

이것을 뱅킹(banking)이라 한다. 고속도로의 곡선 구간과 경륜장 트랙이 기울어져 있는 이유다.

조건을 분명히 해 두자. 이 각은 25m/s 라는 설계 속력에서만 마찰을 0으로 만든다. 더 빠르면 바깥으로 밀리려 하므로 마찰이 안쪽으로 필요하고, 훨씬 느리면 안쪽으로 흘러내리려 하므로 마찰이 바깥쪽으로 필요하다.

만유인력

4장에서 자유낙하를 다루며 g=9.81m/s2 를 그냥 주어진 값으로 썼고, 왜 하필 그 값인지는 미뤄 두었다. 그리고 앞 절에서 원운동에는 중심을 향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달을 붙잡고 있는 그 힘은 무엇인가. 이 절이 두 물음에 한꺼번에 답한다.

뉴턴이 알아낸 것은 이것이다.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언제나 서로를 당긴다. 사과와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힘과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같은 법칙을 따른다. 그래서 만유인력(universal gravitation), 즉 어디에나 있는 인력이라 부른다.

F=Gm1m2r2,G=6.674×1011Nm2/kg2

r 는 두 물체의 중심 사이 거리이고, 힘의 방향은 둘을 잇는 직선을 따라 서로를 향한다. 두 물체가 받는 힘의 크기는 질량이 아무리 달라도 서로 같다. 제3법칙이 식의 대칭에 그대로 들어 있다.

G만유인력상수(gravitational constant) 이고, 단위는 식을 뒤집으면 나온다. 값이 이렇게 작다는 것이 요점이다. 책상 위의 물건 둘이 서로 당기는 힘은 잴 수도 없을 만큼 작고, 그런데도 우리가 중력을 무겁게 느끼는 것은 오직 지구의 질량이 5.97×1024kg 이기 때문이다. 중력은 자연의 힘 가운데 압도적으로 약하고, 다만 상쇄되는 법이 없어서 질량이 모이는 만큼 그대로 쌓인다. 11장에서 전기력과 견주어 볼 것이다.

한 가지는 그냥 받아들이고 간다. 밀도가 고르게 퍼진 공은 바깥에 대해 모든 질량이 중심 한 점에 모여 있는 것처럼 당긴다. 뉴턴이 증명했고 증명에는 적분이 필요하다. 이 덕분에 지구를 반지름 R 인 점처럼 다룰 수 있고, 위 식의 r 를 "중심까지의 거리"로 읽을 수 있다.

g 의 정체

질량 M, 반지름 R 인 행성 표면에 질량 m 인 물체를 놓으면 받는 힘은 F=GMm/R2 다. 그런데 4장에서 우리는 이 힘을 mg 라 불렀다. 같은 힘을 두 가지로 적은 것이므로

mg=GMmR2g=GMR2

m 이 사라졌다. 4장에서 남겨 둔 질문의 답이 이 한 줄이다. 무거운 물체는 더 세게 당겨지지만 그만큼 움직이기도 어렵다. 당기는 힘도 m 에 비례하고 제2법칙의 관성도 m 에 비례해서, 나누면 서로 지워진다. 쇠공과 나무공이 같이 떨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리고 g 가 상수가 아니라는 것도 보인다. g 는 그 행성의 질량과 반지름으로 정해지는 값이고, 지표에서 멀어지면 R 자리에 R+h 가 들어가 작아진다. 4장에서 "위도와 고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한 것의 정체다.

예제 49

지구의 질량은 M=5.97×1024kg, 반지름은 R=6.37×106m 다. (가) 지표에서의 g 를 구하고 4장에서 쓴 값과 견주어라. (나) 고도 400km (국제우주정거장의 높이)에서의 g 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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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구하려는 것은 가속도이고 단위는 m/s2 다. 아는 것은 G, M, R 이므로 g=GM/R2 를 그대로 쓴다.

분자부터 계산한다.

GM=(6.674×1011)(5.97×1024)=3.984×1014Nm2/kg

R2=(6.37×106)2=4.058×1013m2

g=3.984×10144.058×1013=9.82m/s2

4장에서 쓴 9.81m/s2 와 세 자리에서 거의 맞는다. 남은 차이는 지구가 완전한 공이 아니고 자전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문서에서는 무시한다.

(나) R 자리에 R+h=6.37×106+4.00×105=6.77×106m 를 넣는다.

g=3.984×1014(6.77×106)2=3.984×10144.583×1013=8.69m/s2

답이 말이 되는가. 고도 400 km 는 지구 반지름의 6%밖에 안 되므로 g 가 조금만 줄어야 하는데, 실제로 지표의 89%다. 우주정거장 높이에서도 중력은 거의 그대로 있다. 이 값을 다음 예제에서 쓴다.

흔한 오해

우주정거장 안의 우주비행사가 떠 있는 것은 그 높이에는 중력이 없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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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앞 예제에서 그 높이의 g 를 실제로 계산했다. 8.69m/s2, 지표의 89%다. 중력은 거의 그대로 있다.

그러면 왜 떠 있는가. 우주정거장은 궤도를 도는 중이고, 원운동에 필요한 구심가속도를 중력이 정확히 대고 있다. 다음 소절에서 보겠지만 그 궤도의 구심가속도가 바로 8.69m/s2 다. 우주정거장도 그 안의 사람도 같은 가속도로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사람이 몸무게를 느끼는 것은 사실 중력 자체가 아니라 바닥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다. 자유물체도로 보면 분명하다. 지상에서는 N=mg 라 발바닥이 눌리지만, 궤도에서는 사람에게 걸린 힘이 중력뿐이고 그 전부가 구심가속도로 쓰이므로 바닥이 밀 필요가 없어 N=0 이 된다. 저울에 올라서도 눈금이 0이다.

그래서 이 상태를 무중력보다 무중량(weightlessness) 이라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중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떠받치는 힘이 없는 것이다. 같은 일이 훨씬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난다. 줄이 끊어져 자유낙하하는 승강기 안에서도 N=0 이고, 그 안의 사람은 몇 초 동안 똑같이 떠 있다.

원궤도와 케플러 제3법칙

질량 M 인 천체 둘레를 반지름 r 인 원궤도로 도는 물체를 보자. 중심 방향으로 작용하는 실제 힘은 만유인력 하나뿐이므로, 앞 절의 원운동 조건에 그대로 넣는다.

GMmr2=mv2rv=GMr

도는 물체의 질량 m 이 또 지워졌다. 궤도 속력은 무엇이 도느냐와 무관하고 오직 중심 천체와 궤도 반지름으로 정해진다. 우주정거장과 그 옆에 떠 있는 나사못이 같은 궤도를 나란히 도는 이유다.

주기는 한 바퀴 길이를 속력으로 나누면 나온다. T=2πr/v 에 위 식을 넣고 정리하면

T2=4π2GMr3

주기의 제곱이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케플러가 행성 관측 자료에서 먼저 찾아낸 규칙이고, 뉴턴의 법칙에서 이렇게 두 줄로 나온다. 비례상수 4π2/GM 은 도는 물체와 무관하므로, 같은 천체를 도는 것들끼리는 T2/r3 이 모두 같은 값이다.

예제 51

통신위성은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동안 궤도를 정확히 한 바퀴 돌아 지상에서 보면 하늘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정지궤도의 반지름과 고도를 구하라. 하루는 24h 로 잡는다.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궤도 반지름이고, 주어진 것은 주기다. 주기와 반지름을 잇는 관계가 케플러 제3법칙이므로 그것을 반지름에 대해 푼다.

r3=GMT24π2

먼저 주기를 초로 바꾼다. T=24×3600=8.64×104s 이므로 T2=7.465×109s2 다.

r3=(3.984×1014)(7.465×109)39.48=2.974×102439.48=7.534×1022m3

세제곱근을 취한다. 지수를 3으로 나누기 좋게 75.34×1021 로 고쳐 쓰면

r=(75.34)1/3×107=4.22×107m

고도는 지구 반지름을 뺀 값이다.

h=4.22×1076.37×106=3.59×107m3.6×104km

답이 말이 되는가. 지구 반지름의 6.6배 되는 곳이니 상당히 멀고, 실제 정지궤도 위성의 고도가 약 36000 km 로 알려진 것과 맞는다. 속력도 확인해 두자. v=2πr/T=3.07×103m/s 로, 앞 예제의 우주정거장(약 7.7×103m/s)보다 느리다. 멀수록 느리게 돈다는 것이 v=GM/r 의 내용이고, 그래서 주기가 길어진다.

덧붙이면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시간보다 약 4분 짧다. 그 값을 쓰면 반지름이 조금 줄지만 세 자리에서는 같은 값이다.

예제 52

국제우주정거장은 고도 400km 에서 원궤도를 돈다. 궤도 속력과 주기를 구하라. 그리고 같은 식으로 달의 공전 주기를 구해 알려진 값과 견주어라. 달까지의 거리는 3.84×108m 다.

풀이 보기

궤도 반지름은 지구 중심에서 재므로 r=6.77×106m 다. 고도가 아니라 중심까지의 거리라는 점이 이 문제에서 가장 틀리기 쉬운 곳이다.

v=GMr=3.984×10146.77×106=5.885×107=7.67×103m/s

T=2πrv=2π(6.77×106)7.67×103=5.55×103s=92 

검산해 보자. 이 궤도의 구심가속도는 v2/r=(5.885×107)/(6.77×106)=8.69m/s2 인데, 앞 예제에서 그 높이의 g 로 구한 값과 같다. 서로 다른 두 길로 같은 값에 이르렀으니 계산이 맞았다.

달에는 같은 식에 r=3.84×108m 를 넣는다. 이번에는 주기를 케플러 제3법칙으로 바로 구한다.

T2=4π2r3GM=(39.48)(5.662×1025)3.984×1014=5.611×1012s2

T=2.37×106s=2.37×10686400=27.4 

실제 달의 공전 주기가 약 27.3일이므로 잘 맞는다. 사과를 떨어뜨리는 법칙과 달을 붙잡는 법칙이 같다는 뉴턴의 주장이 수로 확인되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지구 반지름의 60배 되는 곳까지 같은 식이 통한다.

가속하는 좌표계에서 보면

뉴턴의 법칙은 아무 데서나 성립하지 않는다. 급정거하는 버스 안에서 보면, 아무도 밀지 않았는데 승객들이 앞으로 쏠린다. 힘이 없는데 가속도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이 문제를 정리하려고 좌표계를 둘로 나눈다. 제1법칙이 그대로 성립하는 좌표계를 관성계(inertial frame)라 하고, 가속하는 좌표계를 비관성계라 한다. 뉴턴의 세 법칙은 관성계에서만 그대로 쓸 수 있다.

비관성계에서도 식을 쓰고 싶으면 겉보기힘(관성력)을 하나 더해야 한다. 좌표계의 가속도를 A 라 하면

F실제+(mA)=ma(a는 그 좌표계에서 본 가속도)

관성력 mA 는 실제 힘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짝이 없다. 어떤 물체가 주는 힘이 아니므로 제3법칙을 만족하지 않는다. 버스 안에서 앞으로 쏠리는 느낌의 정체가 이것이다.

회전하는 좌표계에서 나타나는 원심력도 같은 종류다. 회전계에서 움직이는 물체에는 코리올리힘이라는 겉보기힘이 하나 더 나타나는데, 북반구에서 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휘게 만든다. 태풍의 회전 방향이 반구마다 다른 것이 그 결과다. 이 힘의 식은 벡터끼리의 곱셈이 필요해 뒤에서 다룬다.

예제 53

수평으로 2.5m/s2 로 가속하는 전동차 천장에 추를 매달았다. 줄이 연직에서 기울어지는 각을 (가) 지상(관성계)에서, (나) 전동차 안(비관성계)에서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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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상에서 보면 추는 전동차와 함께 a=2.5m/s2 로 가속한다. 추에 걸린 실제 힘은 장력과 무게뿐이다. 줄이 진행 방향 뒤쪽으로 각 θ 만큼 기울었다고 하면

수평:Tsinθ=ma연직:Tcosθ=mg

나누면 tanθ=a/g 다.

θ=arctan2.59.81=arctan0.255=14.3

(나) 전동차 안에서 보면 추는 정지해 있다. 그런데 실제 힘만으로는 정지가 설명되지 않으므로 관성력 ma 를 진행 반대 방향으로 더한다. 그러면 세 힘이 균형을 이룬다.

Tsinθma=0,Tcosθmg=0

역시 tanθ=a/g 로 같은 답이다.

어느 계에서 풀어도 결과는 같으니 편한 쪽을 고르면 된다. 다만 한 문제에서 두 계를 섞으면 안 된다. 관성계에서 풀면서 관성력을 그리거나, 비관성계에서 풀면서 관성력을 빼먹는 것이 전형적인 실수다.

흔한 오해

회전하는 물체가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은 원심력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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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관성계)에서 보면 원심력은 없다. 돌리던 줄이 끊어지면 물체는 그 순간의 속도 방향, 즉 원의 접선 방향으로 직선 운동한다(제1법칙). 반지름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밖으로 밀리는 느낌은 함께 회전하는 사람의 좌표계(비관성계)에서 나타나는 관성력이다. 그 계에서 물체는 정지해 있어야 하는데 안쪽으로 향하는 실제 힘(장력·마찰)이 있으므로, 균형을 맞출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원심력이다.

정리하면 원심력은 "틀린 힘"이 아니라 특정 좌표계에서만 정의되는 힘이다. 관성계 자유물체도에 원심력을 그리면 틀리고, 회전계 자유물체도에서 빠뜨려도 틀린다. 어느 계에서 풀고 있는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순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이름단위
F (화살표)N밀거나 당기는 작용. 벡터다
N (뉴턴)힘의 단위kg·m/s²질량 1 kg 을 1 m/s² 로 가속시키는 힘
시그마 F알짜힘N물체에 걸린 모든 힘의 벡터 합. 운동을 정하는 것은 이 값
m질량kg관성의 크기. 장소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다
W = mg무게N지구가 당기는 힘.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N수직항력N접촉면이 수직으로 떠받치는 힘. 공식 없는 미지수
T장력N줄이 당기는 힘. 가벼운 줄에서는 양 끝이 같다
f마찰력N접촉면에 평행. 미끄러짐을 막는 방향
μ (뮤)마찰계수없음정지마찰계수와 운동마찰계수. 두 재질의 조합이 정한다
a(아래첨자 c)구심가속도m/s²v²/r. 방향은 원의 중심 쪽
T (주기)주기s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장력과 기호가 겹치니 주의
G만유인력상수N·m²/kg²6.674×10⁻¹¹. 값이 작다는 것이 중력이 약한 힘이라는 뜻

법칙으로는 셋이 남는다. 알짜힘이 0이면 운동 상태가 유지된다(제1법칙), 알짜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다(제2법칙), 힘은 서로 다른 두 물체에 걸리는 쌍으로만 존재한다(제3법칙).

여기에 힘의 법칙 하나가 붙는다. 만유인력 F=Gm1m2/r2 이고, 여기서 g=GM/R2 와 원궤도의 v=GM/r, 케플러 제3법칙 T2r3 이 나온다. 세 법칙이 "힘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말한다면 이것은 "그 힘이 얼마인가"를 말하는 식이다. 둘은 종류가 다르다.

그리고 절차 하나가 남는다. 물체를 하나 고르고, 그 물체가 받는 힘만 그리고, 축을 가속도 방향에 맞추고, 축마다 식을 세운다. 이 장의 모든 예제가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다음 장에서는 이 식들을 시간과 공간에 대해 모아 본다. 그러면 힘의 자세한 변화를 몰라도 처음과 끝을 잇는 새로운 양, 즉 운동량과 에너지가 나온다.

일·에너지·운동량

5장까지의 방법은 이랬다. 물체에 걸리는 힘을 모두 찾아 더해 알짜힘을 구하고, F=ma 로 가속도를 얻고, 4장의 운동학으로 위치와 속도를 따라간다. 이 방법은 힘을 매 순간 알 수 있을 때만 통한다.

그렇지 않은 문제가 많다. 롤러코스터가 굽은 궤도를 내려올 때 궤도가 미는 힘의 방향은 매 순간 달라진다. 야구공이 배트에 맞는 0.001초 동안 힘이 어떻게 치솟았다 사라지는지는 아무도 재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바닥에서 얼마나 빠른가", "공이 얼마나 세게 튀어 나가는가"를 알고 싶다.

이 장은 그런 문제를 위한 도구 둘을 만든다. 에너지와 운동량이다. 둘 다 중간 과정을 몰라도 처음과 끝을 이어 주는 양이다. 이 장에서 답할 질문도 둘이다. 힘이 물체에 무엇을 남기는가, 그리고 부딪히는 두 물체 사이에서 무엇이 변하지 않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다섯이다. 뉴턴 제2법칙, 마찰력 fk=μkN, 등가속도 공식 v2=v02+2ad, 벡터의 성분 분해, 그리고 만유인력 F=Gm1m2/r2 다. 새로 필요한 수학은 두 벡터를 곱해 수 하나를 얻는 스칼라곱뿐이고, 그것도 이 장 안에서 정의한다.

일 — 힘이 한 만큼을 세는 법

같은 힘으로 밀어도 1 m 를 밀었을 때와 10 m 를 밀었을 때는 결과가 다르다. 힘만으로도, 거리만으로도 "얼마나 했는가"를 말할 수 없다. 둘을 곱해야 한다.

F 가 물체를 그 힘의 방향으로 거리 d 만큼 옮겼을 때, 그 힘이 한 일(work) W 를 이렇게 정의한다.

W=Fd

단위는 Nm 인데, 이 조합에 따로 이름이 있다. 줄(joule), 기호 J 다.

1J=1Nm=1kgm2/s2

1J1N 의 힘으로 물체를 힘의 방향으로 1m 옮길 때 한 일이다. 감을 잡자면, 사과 하나(약 100g)를 1m 들어 올리는 데 드는 일이 대략 1J 이다.

힘의 방향이 다르면 — 스칼라곱

실제로는 힘의 방향과 움직인 방향이 어긋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짐수레의 손잡이는 비스듬히 위를 향한다. 이때는 4장에서 배운 성분 분해를 쓴다.

비스듬한 힘을 이동 방향 성분과 수직 성분으로 나누면, 물체를 앞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은 이동 방향 성분뿐이다. 수직 성분은 아무리 커도 일에 보태지 않는다
<비스듬한 힘을 이동 방향 성분과 수직 성분으로 나누면, 물체를 앞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은 이동 방향 성분뿐이다. 수직 성분은 아무리 커도 일에 보태지 않는다>[원본 보기]

힘을 이동 방향 성분 Fcosθ 와 그에 수직인 성분 Fsinθ 로 나눈다. 수직 성분은 물체를 앞으로 보내지 않으므로 일에 보태지 않는다. 그래서

W=(Fcosθ)d=Fdcosθ

이 꼴은 두 벡터를 곱하는 한 방식이고 이름이 있다. 두 벡터 AB스칼라곱(scalar product, 내적)

AB=ABcosθ(θ는 두 벡터 사이의 각)

로 정의한다. 결과가 벡터가 아니라 수 하나(스칼라)로 나오기 때문에 스칼라곱이라 부른다. 이 기호를 쓰면 일의 정의는 한 줄이 된다.

W=Fd=Fdcosθ

스칼라곱에서 지금 필요한 성질은 셋뿐이다. 곱하는 순서를 바꿔도 같고, 두 벡터가 수직이면(cos90=0) 값이 0이고, 방향이 같으면 그냥 크기의 곱이다.

일의 부호

cosθ 는 부호를 갖는다. 그래서 일도 부호를 갖는다. 이 부호가 이 절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곳이다.

힘이 변위와 같은 쪽이면 양의 일, 수직이면 0, 반대쪽이면 음의 일이다. 수직항력은 언제나 가운데 경우이고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은 언제나 오른쪽 경우다
<힘이 변위와 같은 쪽이면 양의 일, 수직이면 0, 반대쪽이면 음의 일이다. 수직항력은 언제나 가운데 경우이고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은 언제나 오른쪽 경우다>[원본 보기]
힘과 변위 사이의 각cos θ일의 부호
θ < 90°양수양의 일미는 힘, 내려올 때의 중력
θ = 90°0일 없음수직항력, 원운동의 구심력, 줄의 장력
θ > 90°음수음의 일마찰력, 올라갈 때의 중력

여러 힘이 걸려 있으면 각 힘이 한 일을 따로 세어 더한다. 그 합은 알짜힘이 한 일과 같다. 어느 쪽으로 세도 되지만, 각 힘이 얼마씩 보태고 깎았는지 보고 싶으면 따로 세는 편이 낫다.

예제 55

질량 15kg 인 상자를 수평면에서 50N 의 힘으로 수평 위 30 방향으로 당겨 8.0m 옮겼다. 운동마찰계수가 μk=0.25 일 때 네 힘이 각각 한 일을 구하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네 개의 일이고 단위는 모두 J 이다. 걸리는 힘은 당기는 힘 F, 무게 mg, 수직항력 N, 마찰력 fk 넷이다.

마찰력을 알려면 먼저 N 이 필요하다. 여기서 흔한 실수가 나온다. 당기는 힘이 비스듬히 위로 향하므로 바닥을 누르는 정도가 줄어든다. 수직 방향 힘 평형에서

N=mgFsin30=(15)(9.81)(50)(0.5)=147.225.0=122.2N

fk=μkN=(0.25)(122.2)=30.5N

이제 네 힘의 일을 센다. 변위는 수평으로 8.0m 다.

WF=Fdcos30=(50)(8.0)(0.8660)=346JWf=fkdcos180=(30.5)(8.0)=244JWmg=0(무게는 변위와 수직)WN=0(수직항력도 변위와 수직)

세 자리로 346J, 244J, 0, 0 이다. 합은 102J 이고, 이 값이 상자에 무엇을 남기는지는 다음다음 절에서 밝힌다. 점검할 것 하나. 마찰의 일은 반드시 음수여야 한다. 양수가 나왔다면 부호를 놓친 것이다.

예제 56

20kg 짜리 짐을 높이 1.5m 인 짐칸에 올리려 한다. (가) 곧장 들어 올릴 때와 (나) 길이 4.5m 인 마찰 없는 널판을 놓고 밀어 올릴 때, 각각 필요한 힘과 일을 비교하라.

풀이 보기

(가) 등속으로 들어 올린다면 필요한 힘은 무게와 같다.

F=mg=(20)(9.81)=196N,W=Fd=(196)(1.5)=294J

(나) 널판의 경사각을 θ 라 하면 sinθ=1.5/4.5=1/3 이다. 5장에서 보았듯 마찰이 없을 때 경사면을 따라 등속으로 밀려면 무게의 경사면 성분만 이기면 된다.

F=mgsinθ=(196)(13)=65.4N

힘은 3분의 1로 줄었다. 그런데 밀고 가야 할 거리는 4.5m 로 3배다.

W=(65.4)(4.5)=294J

두 방법의 일이 같다. 세 자리로 둘 다 294J 이다.

이것이 지레·도르래·경사면 같은 단순 기계의 정체다. 기계는 힘을 줄여 주지만 일을 줄여 주지는 않는다. 힘을 줄인 만큼 거리를 늘려야 한다. 실제로는 마찰 때문에 (나)가 오히려 일이 더 든다. 대신 사람이 한 번에 내야 하는 힘이 작아 들 수 없던 것을 옮길 수 있게 된다.

흔한 오해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만히 서 있으면 팔이 아프다. 물리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가방을 들고 수평으로 걸어가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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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역학적 일은 0이다.

서 있을 때는 변위가 없으므로 d=0 이고 W=Fdcosθ=0 이다. 수평으로 걸을 때는 변위가 있지만 팔이 가방에 주는 힘은 위쪽, 변위는 수평이라 θ=90 이고 역시 W=0 이다.

그런데도 힘든 이유는 근육이 길이를 바꾸지 않고 버틸 때도 근섬유 수준에서 붙었다 떨어지기를 되풀이하며 화학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이것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대사이지 가방에 한 역학적 일이 아니다.

정리하면 "힘들다"와 "일을 한다"는 다른 말이다. 물리 문제에서 일을 셀 때는 오직 Fd 만 본다. 책상이 책을 떠받치느라 "애쓰는" 것처럼 보여도 수직항력이 한 일은 언제나 0인 것과 같은 이야기다.

변하는 힘이 한 일 — 그래프의 넓이

W=Fd 는 힘이 일정할 때의 이야기다. 용수철을 늘이면 늘어날수록 되당기는 힘이 커진다. 이럴 때 어느 힘을 써야 하는가?

4장에서 같은 문제를 이미 풀었다. 속도가 변할 때 이동 거리를 구하려고 v-t 그래프의 넓이를 썼다. 여기서도 같은 수를 쓴다.

힘이 일정하면 일은 직사각형 넓이다. 힘이 변하면 구간을 가는 띠로 쪼개 각 띠 안에서는 힘이 일정하다고 보고 더한다. 띠를 얇게 할수록 그 합은 곡선 아래 넓이가 된다
<힘이 일정하면 일은 직사각형 넓이다. 힘이 변하면 구간을 가는 띠로 쪼개 각 띠 안에서는 힘이 일정하다고 보고 더한다. 띠를 얇게 할수록 그 합은 곡선 아래 넓이가 된다>[원본 보기]

가로축을 위치 x, 세로축을 그 위치에서의 힘 F 로 놓자. 힘이 일정하면 그래프는 수평선이고, W=Fd 는 정확히 직사각형의 넓이다. 힘이 변하면 구간을 아주 가는 띠로 쪼갠다. 띠 하나 안에서는 힘이 거의 일정하니 그 띠에서 한 일은 작은 직사각형의 넓이다. 전부 더하면

일은 F-x 그래프 아래의 넓이다.

이것이 이 절의 전부다. 넓이를 구하는 방법은 도형에 따라 다를 뿐이다.

용수철과 후크 법칙

용수철은 자연 길이에서 x 만큼 늘어나거나 눌리면,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되당긴다. 그 힘의 크기는 실험적으로 x 에 비례한다.

F=kx

이것을 후크 법칙(Hooke's law)이라 하고, k용수철상수(spring constant) 라 한다. 단위는 N/m 이다. k=200N/m 이면 1m 늘이는 데 200N 이 든다는 뜻이니, 클수록 뻣뻣한 용수철이다. 이 비례 관계는 너무 많이 늘이면 깨진다. 용수철이 늘어난 채 돌아오지 않는 지점부터는 쓸 수 없다.

용수철의 힘은 늘어난 길이에 비례하므로 F-x 그래프가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다. 그 아래 넓이는 삼각형이라 밑변 x 에 높이 kx 를 곱해 반으로 나눈 값이 곧 한 일이다
<용수철의 힘은 늘어난 길이에 비례하므로 F-x 그래프가 원점을 지나는 직선이다. 그 아래 넓이는 삼각형이라 밑변 x 에 높이 kx 를 곱해 반으로 나눈 값이 곧 한 일이다>[원본 보기]

용수철을 0 에서 x 까지 늘이는 데 필요한 일을 그래프에서 읽는다. 직선 F=kx 아래의 넓이는 밑변 x, 높이 kx 인 삼각형이므로

W=12x(kx)=12kx2

적분을 쓰지 않고 삼각형 하나로 얻었다. 이 값이 앞으로 계속 나온다. x2 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배 늘이면 네 배 든다.

예제 58

용수철상수 320N/m 인 용수철을 자연 길이에서 0.10m 늘이는 데 드는 일과, 이미 0.10m 늘어난 상태에서 0.20m 까지 더 늘이는 데 드는 일을 구하라.

풀이 보기

묻는 것은 두 개의 일이고 단위는 J 이다. 용수철이므로 W=12kx2 를 쓴다. 다만 이 식은 자연 길이에서부터 잰 값이라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첫 구간은 그대로 대입한다.

W1=12(320)(0.10)2=12(320)(0.010)=1.6J

둘째 구간은 "0.20m 까지 늘이는 일"에서 "0.10m 까지 늘이는 일"을 뺀다. 그래프에서 보면 큰 삼각형에서 작은 삼각형을 도려낸 사다리꼴의 넓이다.

W2=12(320)(0.20)21.6=6.41.6=4.8J

두 자리로 1.6J4.8J 다. 같은 0.10m 를 늘이는데 뒤쪽이 3배 든다.

흔한 실수는 둘째 구간에 x=0.10m 를 넣어 1.6J 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12kx2x 는 "움직인 거리"가 아니라 "자연 길이에서 벗어난 정도"다.

보충

어떤 힘이 위치에 따라 F=cx2 로 커진다. c=12N/m2 일 때 x=0 에서 x=3.0m 까지 이 힘이 한 일을 구하라. 이 문단은 적분을 아는 독자를 위한 것이고, 건너뛰어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풀이 보기

그래프가 직선도 수평선도 아니라 넓이를 도형 공식으로 구할 수 없다. 이럴 때 "가는 띠로 쪼개 더한다"를 끝까지 밀고 간 것이 정적분이다. 미분과 적분의 뜻은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미분법/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정적분 에 정리해 두었다.

W=03.0cx2dx=c[x33]03.0=(12)(3.0)33=(12)(27)3=108J

세 자리로 108J 이다. 같은 방법으로 용수철에 적용하면 0xkxdx=12kx2 로 앞의 삼각형 넓이가 그대로 나온다. 적분은 넓이를 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뿐, 새로운 물리가 아니다.

운동에너지와 일-에너지 정리

힘이 일을 하면 물체에 무엇이 남는가? 답은 속력이다. 이것을 식으로 만들어 보자.

질량 m 인 물체에 일정한 알짜힘 F 가 운동 방향으로 작용해 거리 d 를 갔고, 속력이 v0 에서 v 로 바뀌었다고 하자. 4장의 등가속도 공식을 그대로 쓴다.

v2=v02+2adad=v2v022

양변에 질량 m 을 곱한다. 왼쪽의 ma 는 뉴턴 제2법칙에 의해 알짜힘 F 이므로

Fd=12mv212mv02

왼쪽은 알짜힘이 한 일이다. 오른쪽에는 12mv2 라는 같은 모양의 항이 처음과 끝에 하나씩 있다. 이 양에 이름을 준다.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 K

K=12mv2

단위를 확인하자. kg(m/s)2=kgm2/s2=J 다. 일과 같은 단위다. 당연한 결과다. 일이 곧 운동에너지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W알짜=ΔK=KfKi

이것을 일-에너지 정리(work-energy theorem) 라 한다. 위에서는 일정한 힘과 직선 경로를 가정했지만, 힘이 변하거나 경로가 굽었을 때도 구간을 잘게 쪼개 같은 논리를 되풀이하면 그대로 성립한다.

두 가지를 기억하자. 운동에너지는 스칼라 다. 방향이 없고, v2 이라 언제나 0 이상이다. 그리고 속력의 제곱 에 비례한다. 속력이 두 배면 운동에너지는 네 배다. 이 사실 하나가 다음 예제의 전부다.

예제 60

젖은 노면에서 자동차의 운동마찰계수가 μk=0.70 이다. 바퀴를 잠근 채 미끄러져 멈출 때, 20m/s 로 달리던 차와 40m/s 로 달리던 차의 제동거리를 구하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거리 d 다. 시간은 묻지 않았고 주어지지도 않았다. 시간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는 에너지가 잘 맞는다.

미끄러지는 동안 일을 하는 힘은 마찰력뿐이다(무게와 수직항력은 변위에 수직). 멈추면 Kf=0 이므로 일-에너지 정리는

fkd=012mv2

수평면이라 N=mg 이고 fk=μkmg 다. 넣고 정리하면

μkmgd=12mv2d=v22μkg

질량이 사라졌다. 무거운 차나 가벼운 차나 제동거리가 같다는 뜻이다(타이어가 같다면).

v=20m/s 일 때

d=(20)22(0.70)(9.81)=40013.73=29.1m

v=40m/s 일 때

d=160013.73=116.5m

세 자리로 29.1m117m 다. 속력이 두 배인데 거리는 네 배다. dv2 이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조금 빨리 달리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말해 준다. 속력을 20% 올리면 제동거리는 44% 늘어난다. 실제 제동거리에는 운전자가 반응하는 동안 간 거리(등속)도 더해야 하고, 잠김 방지 장치가 있는 차는 미끄러지지 않으므로 정지마찰계수를 써야 해서 계산이 달라진다.

예제 61

질량 25g 인 화살을 쏘는 데 활이 60J 의 일을 했다. (가) 화살이 활을 떠나는 속력은? (나) 이 화살이 과녁에 0.15m 박히고 멈췄다면 과녁이 화살에 준 평균 저항력은?

풀이 보기

(가) 화살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므로 Ki=0 이다. 일-에너지 정리에서

W=12mv20v=2Wm

질량을 SI 단위로 바꾼다. 25g=0.025kg.

v=2(60)0.025=4800=69.3m/s

(나) 이번에는 화살이 60J 을 갖고 들어와 0이 된다. 저항력이 한 일이 60J 이어야 한다.

F¯d=60JF¯=600.15=400N

두 자리로 v=69m/s, F¯=4.0×102N 이다. 화살 무게가 0.25N 이니 저항력은 그 1600배이고, 박히는 동안 중력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다. 활이 한 일과 과녁이 흡수한 일이 크기가 같다는 점도 보라. 에너지는 활에서 화살로, 화살에서 과녁으로 옮겨 갔을 뿐이다.

위치에너지와 역학적 에너지 보존

공을 위로 던지면 느려지다 멈추고, 다시 내려오면서 처음 속력을 되찾는다. 올라갈 때 중력이 깎아 간 운동에너지가 내려올 때 고스란히 돌아온다. 마치 어딘가에 맡겨 두었다가 찾는 것 같다. 이 "맡겨 둔 몫"을 셈에 넣는 것이 이 절이다.

보존력

중력이 하는 일을 따져 보자. 물체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든 그 경로를 잘게 쪼개면, 각 조각에서 중력이 한 일은 그 조각의 높이 변화 에만 달려 있다. 수평으로 간 부분은 중력과 수직이라 일이 0이기 때문이다. 전부 더하면

W중력=mg(yfyi)

경로의 모양은 어디에도 없다. 출발 높이와 도착 높이만 남는다. 이런 힘을 보존력(conservative force) 이라 한다. 같은 말을 이렇게도 쓴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면 보존력이 한 일은 0이다.

마찰력은 그렇지 않다. 멀리 돌아갈수록 잃는 것이 커지고, 제자리로 돌아와도 돌려받지 못한다. 마찰과 공기저항은 비보존력(nonconservative force) 이다.

보존력이 만드는 화살표는 양쪽으로 나 있어 되돌릴 수 있고, 마찰이 만드는 화살표는 한쪽으로만 나 있다.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오지 않는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 요점이다
<보존력이 만드는 화살표는 양쪽으로 나 있어 되돌릴 수 있고, 마찰이 만드는 화살표는 한쪽으로만 나 있다.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오지 않는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위치에너지

보존력에 대해서는 위치만으로 정해지는 "맡겨 둔 몫"을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이 위치에너지(potential energy) U 이고 단위는 역시 J 이다. 정의는 "그 힘이 한 일의 반대"다.

ΔU=W보존력

이 장에서 쓰는 것은 셋이다.

보존력위치에너지기준(0으로 두는 곳)
지표 근처의 중력U = mgy높이 y = 0 으로 잡은 아무 곳
용수철의 탄성력U = ½kx²자연 길이 (x = 0)
만유인력 (5장)U = −GMm/r무한히 먼 곳 (r 이 한없이 커지는 쪽)

중력 위치에너지가 mgy 인 것은 앞의 식에서 바로 나오고, 탄성 위치에너지가 12kx2 인 것은 앞 절에서 삼각형 넓이로 구한 그 값이다.

기준점은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 바닥을 0으로 잡든 책상 위를 0으로 잡든 상관없다. 물리에 나타나는 것은 위치에너지의 차이 ΔU 뿐이고, 기준을 바꾸면 처음과 끝에 같은 양이 더해져 차이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 때는 계산이 가장 편한 곳을 0으로 잡으면 된다.

셋째 줄은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5장의 만유인력 F=GMm/r2 은 거리에 따라 변하는 힘이므로 mgy 처럼 곱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 절에서 변하는 힘이 한 일을 그래프 아래 넓이로 구했던 방법을 그대로 쓰면 되는데, 이 곡선 아래 넓이는 도형 공식으로 나오지 않아 적분이 필요하다. 결과만 적어 둔다.

U(r)=GMmr(rR, 무한히 먼 곳을 U=0 으로)

음의 부호에 놀랄 것 없다. 기준을 무한히 먼 곳으로 잡았다는 뜻일 뿐이다. 두 물체가 가까울수록 U 가 작아지고(더 큰 음수가 되고), 떼어 놓으려면 에너지를 넣어야 한다. U음수라는 것은 갇혀 있다는 뜻이고, K+U 가 0 이상이 되는 순간 물체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예제가 그 경계를 계산한다.

지표 근처에서는 이 식이 mgy 로 돌아온다. 높이 y 만큼 올라갈 때의 차이를 재 보면 ΔU=GMm/RGMm/(R+y)GMmy/R2=mgy 인데, 마지막 단계에서 g=GM/R2 를 썼다. 두 표현은 다른 법칙이 아니라 같은 법칙을 다른 정밀도로 적은 것이다. 건물 높이 정도에서는 mgy 로 충분하고, 지구 반지름에 견줄 만큼 멀어지면 GMm/r 를 써야 한다.

역학적 에너지 보존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를 합쳐 역학적 에너지 라 하고 E 로 쓴다.

E=K+U

보존력만 일을 한다면 일-에너지 정리는 ΔK=ΔU 가 되고, 옮기면

ΔE=0,Ki+Ui=Kf+Uf

이것이 역학적 에너지 보존 이다. 비보존력이 있으면 그만큼 어긋난다.

ΔE=W비보존=fks(s는 실제로 지나온 경로의 길이)

마찰이 없으면 막대의 전체 높이(K 와 U 의 합)가 A, B, C 어디서나 같다. 궤도의 모양은 답에 들어가지 않고 높이차만 들어간다
<마찰이 없으면 막대의 전체 높이(K 와 U 의 합)가 A, B, C 어디서나 같다. 궤도의 모양은 답에 들어가지 않고 높이차만 들어간다>[원본 보기]

이 방법의 힘은 그림에서 곧바로 보인다. 궤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된다. 힘의 방향을 매 순간 따라갈 필요 없이 처음과 끝의 높이만 알면 속력이 나온다. 5장의 방법으로는 손도 대기 어려운 문제가 한 줄로 풀린다.

예제 62

마찰 없는 궤도의 높이 25m 지점에서 정지 상태로 출발한 롤러코스터가 (가) 최저점(높이 0)을 지날 때와 (나) 높이 12m 인 지점을 지날 때의 속력을 구하라.

풀이 보기

마찰이 없으므로 K+U 가 보존된다. 최저점을 y=0 으로 잡는다.

0Ki+mgh0Ui=12mv2Kf+mghUf

모든 항에 m 이 들어 있어 소거된다. 질량을 몰라도 답이 나온다.

v=2g(h0h)

(가) h=0:

v=2(9.81)(25)=490.5=22.1m/s

(나) h=12m:

v=2(9.81)(13)=255.1=16.0m/s

세 자리로 22.1m/s16.0m/s 다.

기준점을 바꿔도 같은지 확인해 보자. 출발점을 y=0 으로 잡으면 최저점은 y=25m 이고, 0+0=12mv2+mg(25) 에서 역시 v=2(9.81)(25) 다. 기준은 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궤도의 모양, 굽이의 개수, 궤도가 미는 힘의 크기는 답에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궤도가 미는 힘은 언제나 운동 방향에 수직이라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제 63

용수철상수 200N/m 인 용수철을 0.15m 압축해 0.30kg 인 물체를 수평으로 발사했다. (가) 마찰이 없다면 발사 속력은? (나) 발사된 뒤 μk=0.20 인 거친 면을 지난다면 얼마나 가서 멈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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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용수철에 맡겨 두었던 탄성 위치에너지가 전부 운동에너지로 간다.

Us=12kx2=12(200)(0.15)2=12(200)(0.0225)=2.25J

12mv2=2.25v=2(2.25)0.30=15.0=3.87m/s

(나) 거친 면에서는 마찰이 음의 일을 해 운동에너지를 다 깎을 때까지 간다.

fk=μkmg=(0.20)(0.30)(9.81)=0.589N

fkd=2.25Jd=2.250.589=3.82m

두 자리로 v=3.9m/s, d=3.8m 다.

마찰이 "없앤" 2.25J 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두 면이 닿아 미끄러지며 접촉면의 온도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에너지는 여전히 있지만 다시 물체를 밀어 주는 형태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 관점은 10장(열)에서 다시 다룬다.

예제 64

길이 2.0m 인 줄에 매단 추를 수직에서 60 까지 들어 올렸다 놓았다. 최저점을 지날 때의 속력과, 그 순간 줄의 장력이 무게의 몇 배인지 구하라.

풀이 보기

먼저 높이차를 구해야 한다. 여기가 이 문제에서 가장 걸리는 곳이다. 줄이 수직일 때보다 추가 얼마나 높이 있는가?

매단 점에서 추까지의 수직 거리는 Lcos60 이므로, 최저점보다 LLcos60 만큼 높다.

h=L(1cos60)=2.0(10.5)=1.0m

에너지 보존을 쓴다. 줄의 장력은 언제나 줄 방향이고 추의 운동 방향은 줄에 수직이므로 장력은 일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력만 셈에 넣으면 된다.

v=2gh=2(9.81)(1.0)=19.62=4.43m/s

장력은 에너지로는 구할 수 없다. 힘의 문제이므로 5장으로 돌아간다. 최저점에서 추는 반지름 L 인 원운동을 하고 있고 중심은 위쪽이므로, 위 방향을 양으로 잡아 뉴턴 제2법칙을 쓴다.

Tmg=mv2LT=m(g+v2L)=m(9.81+19.622.0)=m(19.62)=2mg

두 자리로 v=4.4m/s 이고 T=2.0mg, 즉 무게의 두 배다. 여기서 배울 것은 에너지와 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는 점이다. 속력은 에너지로, 장력은 힘의 법칙으로 구했다. 어느 하나로 다 되지 않는다.

예제 65

지표에서 물체를 위로 쏘아 올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하려면 최소 얼마의 속력이 필요한가? 공기저항은 무시한다. 지구의 질량은 M=5.97×1024kg, 반지름은 R=6.37×106m 이고 GM=3.984×1014Nm2/kg 은 5장에서 구해 두었다.

풀이 보기

무엇을 묻는지부터 분명히 하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식으로 옮겨야 한다. 물체가 한없이 멀어질 수 있으려면 무한히 먼 곳에 도착했을 때 속력이 0 이상이면 된다. 가장 아슬아슬한 경우, 즉 딱 0이 되는 경우가 최소 속력이다.

어느 관계를 쓰는가. 작용하는 힘이 만유인력뿐이고 그것은 보존력이므로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쓴다. 처음은 지표(r=R, 속력 v), 끝은 무한히 먼 곳(속력 0)이다.

12mv2Ki+(GMmR)Ui=0Kf+0Uf

오른쪽이 둘 다 0인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무한히 먼 곳을 기준으로 잡았으므로 Uf=0 이고, 아슬아슬한 경우이므로 Kf=0 이다.

m 이 모든 항에 들어 있어 지워진다. 던지는 물체가 무엇이든 답이 같다.

v=2GMR=2(3.984×1014)6.37×106=1.251×108=1.12×104m/s

11.2km/s 다. 이것을 탈출 속력(escape velocity) 이라 한다.

답이 말이 되는가. 5장의 v=GM/rr=R 를 넣으면 지표를 스치듯 도는 원궤도의 속력이 7.91×103m/s 로 나온다. 두 값의 비를 잡으면 11.2/7.91=1.41=2 다. 식을 보면 당연하다. 탈출 속력의 제곱근 안에만 2가 더 들어 있다. 궤도에 올리는 것보다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2 배 어렵다는 관계가 어느 천체에서나 성립한다.

방향이 답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에너지는 스칼라라 방향을 세지 않으므로, 위로 쏘든 비스듬히 쏘든(지면에 부딪히지만 않으면) 같은 값이다. 그래서 escape velocity 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속도가 아니라 속력의 조건이다.

일률 — 얼마나 빨리 하는가

같은 짐을 옮겨도 1분에 하는 것과 1시간에 하는 것은 다르다. 일 자체는 같지만 필요한 기계가 다르다. 그 차이를 재는 양이 일률(power) P 다.

P=WΔt

단위는 J/s 이고, 여기에도 이름이 있다. 와트(watt), 기호 W 다.

1W=1J/s

F 로 속력 v 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는 더 쓰기 좋은 꼴이 있다. 짧은 시간 Δt 동안 간 거리가 vΔt 이므로

P=F(vΔt)Δt=Fv

힘과 속도의 방향이 다르면 앞 절과 같이 P=Fvcosθ 다.

전기 요금 고지서에 나오는 kWh 는 일률이 아니라 에너지 다. 1kW 의 기기를 1h 쓸 때의 에너지이므로

1kWh=(1000W)(3600s)=3.6×106J=3.6MJ

예제 66

질량 65kg 인 사람이 높이 4.0m 인 계단을 12s 만에 올라갔다. 중력을 이기는 데 쓴 평균 일률은?

풀이 보기

등속으로 올라갔다고 보면 중력을 이기기 위해 한 일은 위치에너지 증가와 같다.

W=mgh=(65)(9.81)(4.0)=2551J

P=WΔt=255112=213W

두 자리로 2.1×102W 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보자. 사람이 오래 낼 수 있는 일률은 대체로 100W 언저리이고 짧게는 그보다 훨씬 크므로, 계단을 뛰어오르는 12초 동안 200W 남짓이라면 그럴듯하다. 다만 이것은 몸이 쓴 에너지가 아니라 몸이 중력에 맞서 한 일 이다. 근육의 효율은 100%가 아니어서 실제로 소비한 에너지는 이보다 몇 배 크고, 그 차이는 몸에서 열로 나간다.

예제 67

질량 1200kg 인 자동차가 20m/s 등속으로 수평 도로를 달린다. 공기저항과 구름저항을 합한 주행저항이 400N 일 때 엔진이 바퀴에 공급하는 일률은? 같은 속력으로 sinθ=0.050 인 오르막을 오르려면 얼마가 더 필요한가?

풀이 보기

등속이면 알짜힘이 0이므로 추진력은 저항과 크기가 같다. F=400N.

P=Fv=(400)(20)=8.0×103W=8.0kW

오르막에서는 무게의 경사면 성분을 추가로 이겨야 한다.

F중력=mgsinθ=(1200)(9.81)(0.050)=589N

ΔP=F중력v=(589)(20)=1.18×104W=11.8kW

두 자리로 평지에서 8.0kW, 오르막에서는 12kW 가 더 들어 합계 20kW 다.

경사가 5%밖에 안 되는데 필요한 출력이 2.5배가 된다. 오르막에서 속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참고로 저항이 속력에 따라 커지므로(9장) 속력을 두 배로 올리면 필요한 일률은 두 배보다 훨씬 많이 는다.

운동량과 충격량

에너지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충돌이다. 부딪히는 동안 운동에너지의 일부가 변형과 소리와 열로 빠져나가는데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미리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충돌 문제에는 답이 있다. 다른 양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운동량(momentum) p 는 질량과 속도의 곱이다.

p=mv

벡터이므로 방향이 있다. 단위는 kgm/s 이고 따로 이름은 없다.

뉴턴 제2법칙을 운동량으로 다시 쓸 수 있다. 질량이 변하지 않으면

F=ma=mΔvΔt=ΔpΔt

알짜힘은 운동량이 변하는 빠르기 다. 뉴턴이 원래 쓴 형태가 이쪽이다. 양변에 Δt 를 곱해 정리하면

F¯Δt=Δp

왼쪽을 충격량(impulse) 이라 하고 J 로 쓴다. 단위는 Ns 인데, Ns=(kgm/s2)s=kgm/s 로 운동량과 같은 단위다.

충돌 중 힘은 짧은 시간에 솟았다 사라진다. F-t 곡선 아래 넓이가 충격량이고 곧 운동량 변화다. 같은 넓이를 갖는 직사각형의 높이가 평균 힘이므로, 접촉 시간을 늘리면 평균 힘이 줄어든다
<충돌 중 힘은 짧은 시간에 솟았다 사라진다. F-t 곡선 아래 넓이가 충격량이고 곧 운동량 변화다. 같은 넓이를 갖는 직사각형의 높이가 평균 힘이므로, 접촉 시간을 늘리면 평균 힘이 줄어든다>[원본 보기]

앞 절에서 F-x 그래프의 넓이가 일이었듯, F-t 그래프의 넓이가 충격량 이다. 이 그림이 안전장치의 원리를 그대로 보여 준다. 부딪힐 때 운동량 변화 Δp 는 이미 정해져 있다(멈춰야 하니까). 넓이가 정해져 있으면 가로를 늘리는 수밖에 세로를 줄일 방법이 없다. 에어백, 무릎을 굽히는 착지, 자동차 앞부분의 찌그러지는 구조가 모두 접촉 시간을 늘려 평균 힘을 낮추는 장치다.

예제 68

질량 0.145kg 인 야구공이 40m/s 로 날아와 배트에 맞고 반대 방향으로 50m/s 로 튀어 나갔다. 접촉 시간이 1.5ms 일 때 배트가 공에 준 평균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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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량은 벡터이므로 방향을 먼저 정해야 한다. 공이 처음 날아오던 방향을 양으로 잡는다. 그러면 나중 속도는 음수다.

Δp=mvfmvi=(0.145)(50)(0.145)(40)=7.255.80=13.05kgm/s

시간을 SI 단위로 바꾼다. 1.5ms=1.5×103s.

F¯=ΔpΔt=13.051.5×103=8.7×103N

크기 8.7kN, 방향은 공이 날아오던 쪽의 반대다. 두 자리로 답한다.

공의 무게가 1.42N 이니 이 힘은 무게의 6000배가 넘는다. 접촉하는 동안 중력을 무시해도 좋다는 근사가 이렇게 정당화된다.

부호를 놓치면 |5040|=90 대신 |5040|=10 을 써서 아홉 배 작은 답이 나온다. 되받아치는 것이 그냥 받아 멈추는 것(|040|=40)보다 힘이 더 드는 이유도 여기 있다.

예제 69

질량 60kg 인 사람이 1.2m 높이에서 뛰어내려 땅에 닿는다. 착지하며 멈추는 데 걸린 시간이 (가) 다리를 편 채 0.020s, (나) 무릎을 굽혀 0.20s 일 때 땅이 사람을 떠받친 평균 힘을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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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닿는 순간의 속력이 필요하다. 자유낙하이므로 에너지 보존에서

v=2gh=2(9.81)(1.2)=23.54=4.85m/s

아래 방향을 양으로 잡으면 pi=(60)(4.85)=291kgm/s 이고 pf=0 이다.

착지하는 동안 사람에게 걸리는 힘은 땅이 위로 미는 N¯ 과 아래로 당기는 무게 mg 둘이다. 충격량-운동량 정리를 아래 방향 양으로 쓰면

(mgN¯)Δt=pfpi=291kgm/s

N¯=291Δt+mg

(가) Δt=0.020s:

N¯=2910.020+589=14550+589=1.51×104N

(나) Δt=0.20s:

N¯=2910.20+589=1455+589=2.04×103N

무릎을 굽히면 힘이 약 7분의 1로 줄어든다. 세 자리로 1.51×104N2.04×103N 이다.

여기서 중력의 충격량 mgΔt 를 빼먹기 쉽다. (가)에서는 589×0.020=11.8291 의 4%라 무시해도 되지만, (나)에서는 117 로 40%나 되어 무시할 수 없다.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력을 무시하는 근사가 나빠진다.

운동량 보존과 충돌

이제 이 장의 두 번째 보존법칙이다. 물체 A 와 B 가 서로 부딪힌다고 하자. 뉴턴 제3법칙에 의해 A 가 B 를 미는 힘과 B 가 A 를 미는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다. 두 힘이 작용하는 시간도 같다. 그러면 두 물체가 받는 충격량도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다.

ΔpA=ΔpBΔ(pA+pB)=0

바깥에서 힘이 걸리지 않으면 계 전체의 운동량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운동량 보존이다. 충돌에서는 접촉 시간이 워낙 짧아 그동안 중력이나 마찰이 주는 충격량이 충돌력의 충격량에 비해 매우 작으므로, 근사적으로 보존된다고 본다.

운동량은 언제나 보존되지만 운동에너지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충돌을 운동에너지의 행방으로 나눈다.

종류운동량운동에너지보기
탄성 충돌보존보존당구공, 기체 분자에 가깝다
비탄성 충돌보존줄어든다실제 충돌의 대부분
완전비탄성 충돌보존가장 많이 줄어든다부딪혀 붙어서 함께 간다
폭발·분리보존늘어난다안에 저장돼 있던 에너지가 나온다

1차원 탄성 충돌에는 외우기 좋은 규칙이 있다. 서로 다가가는 속력과 멀어지는 속력이 같다. 식으로는

v1v2=(v1v2)

이 규칙과 운동량 보존을 연립하면 충돌 후 속도가 나온다.

v1=m1m2m1+m2v1+2m2m1+m2v2v2=2m1m1+m2v1+m2m1m1+m2v2

정지한 물체에 부딪히는 탄성 충돌의 결과는 질량비가 정한다. 가벼운 쪽이 부딪히면 거의 그대로 되튀고, 질량이 같으면 속도를 맞바꾸며, 무거운 쪽이 부딪히면 가벼운 쪽이 최대 2배 속도로 튕겨 나간다
<정지한 물체에 부딪히는 탄성 충돌의 결과는 질량비가 정한다. 가벼운 쪽이 부딪히면 거의 그대로 되튀고, 질량이 같으면 속도를 맞바꾸며, 무거운 쪽이 부딪히면 가벼운 쪽이 최대 2배 속도로 튕겨 나간다>[원본 보기]

예제 70

우주정거장 밖에서 정지해 있던 질량 80kg 인 우주인이 2.0kg 짜리 공구를 5.0m/s 로 던졌다. 우주인의 속도는 얼마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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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과 공구를 하나의 계로 본다. 바깥에서 걸리는 힘이 없으므로 운동량이 보존된다. 던지는 힘은 계 안에서 서로 주고받는 내부력이다.

던진 방향을 양으로 잡는다. 처음에는 둘 다 정지해 있었으므로

0=m공구v공구+m사람v사람

v사람=(2.0)(5.0)80=0.125m/s

두 자리로 0.13m/s, 던진 방향의 반대다.

가벼운 것을 던지면 무거운 쪽은 그 질량비만큼 천천히 밀려난다. 총이 반동하는 것, 로켓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모두 같은 셈이다.

운동에너지를 확인하면 처음 0에서 나중 12(2.0)(25)+12(80)(0.0156)=25.0+0.63=25.6J 로 늘었다. 운동에너지가 늘어도 운동량 보존은 깨지지 않는다. 늘어난 에너지는 우주인의 근육에서 나왔다.

예제 71

1500kg 인 차가 20m/s 로 달려 신호에 정지해 있던 1000kg 인 차를 뒤에서 받았고, 두 차가 붙어서 함께 밀려갔다. 충돌 직후 속력과 사라진 운동에너지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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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어서 함께 가므로 완전비탄성 충돌이다. 운동에너지는 보존되지 않으니 운동량만 쓴다.

m1v1=(m1+m2)vv=(1500)(20)2500=12m/s

운동에너지를 전후로 비교한다.

Ki=12(1500)(20)2=3.00×105J

Kf=12(2500)(12)2=1.80×105J

|ΔK|=1.20×105J

전체의 40%가 사라졌다. 그 에너지는 차체를 찌그러뜨리고 소리와 열이 되었다.

이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차의 앞부분은 일부러 잘 찌그러지게 만든다. 변형이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동시에 충돌 시간 Δt 를 늘려 탑승자에게 걸리는 힘을 낮추기 때문이다. 앞 절의 F-t 그래프에서 가로를 늘리는 장치다.

정리 (1차원 탄성 충돌에서 상대속력은 그대로다)

1차원 탄성 충돌에서 v1v2=(v1v2) 임을 보여라. 그리고 2.0kg3.0m/s 로 정지한 4.0kg 과 탄성 충돌한 경우로 확인하라.

증명과 확인

두 보존식을 나란히 쓴다.

m1v1+m2v2=m1v1+m2v2(1)

12m1v12+12m2v22=12m1v12+12m2v22(2)

각각 같은 물체끼리 모은다.

m1(v1v1)=m2(v2v2)(1)

m1(v12v12)=m2(v22v22)(2)

(2) 의 양변을 인수분해한다. a2b2=(ab)(a+b) 이므로

m1(v1v1)(v1+v1)=m2(v2v2)(v2+v2)

이 식을 (1) 로 나눈다(두 물체의 속도가 실제로 바뀌었다면 나눌 수 있다).

v1+v1=v2+v2v1v2=(v1v2)

이제 수치로 확인한다. m1=2.0kg, v1=3.0m/s, m2=4.0kg, v2=0 이므로 앞의 공식에서

v1=2.04.06.0(3.0)=1.0m/s,v2=2(2.0)6.0(3.0)=2.0m/s

가벼운 쪽이 되튀어 나간다. 세 가지를 검산한다.

p: (2.0)(3.0)=6.0,(2.0)(1.0)+(4.0)(2.0)=6.0 

K: 12(2.0)(9.0)=9.0,12(2.0)(1.0)+12(4.0)(4.0)=9.0J 

상대속력: v1v2=3.0,v1v2=3.0 

그림에서 본 세 가지 극한도 공식에서 바로 나온다. m1m2v1v1 (벽에 튕기듯 되돌아온다), m1=m2 면 속도를 맞바꾼다, m1m2v1v1 이고 v22v1 이다.

질량중심

여러 물체로 이루어진 계는 어디를 "그 계의 위치"로 보아야 하는가? 답은 질량으로 가중평균한 점이고, 이것을 질량중심(center of mass) 이라 한다. 1차원에서는

X=m1x1+m2x2+m1+m2+=1Mimixi

이고 여러 방향이면 각 성분마다 같은 식을 쓴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다. 질량중심의 속도에 총질량을 곱하면 계의 총운동량이 된다.

MVcm=imivi=p

따라서 바깥에서 힘이 걸리지 않으면 질량중심은 등속으로 계속 간다. 내부에서 아무리 복잡한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내부력은 제3법칙에 의해 쌍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포물선을 그리던 물체가 공중에서 터져 두 조각이 갈라져도, 폭발은 내부력이라 질량중심에는 여전히 중력만 걸린다. 질량중심은 원래의 포물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포물선을 그리던 물체가 공중에서 터져 두 조각이 갈라져도, 폭발은 내부력이라 질량중심에는 여전히 중력만 걸린다. 질량중심은 원래의 포물선을 그대로 따라간다>[원본 보기]

예제 73

x=02.0kg, x=5.0m3.0kg 이 놓여 있다. 질량중심은 어디인가? 또 1.0kg 을 어디에 더 두면 질량중심이 2.5m 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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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그대로 넣는다.

X=(2.0)(0)+(3.0)(5.0)2.0+3.0=15.05.0=3.0m

가운데(2.5m)보다 무거운 쪽에 가깝다. 이것이 가중평균의 뜻이다.

세 번째 물체를 x3 에 두면 총질량이 6.0kg 이 되므로

2.5=(2.0)(0)+(3.0)(5.0)+(1.0)x36.015.0=15.0+x3x3=0

x=0, 2.0kg 이 있는 바로 그 자리다. 검산하면 (3.0)(5.0)/6.0=2.5m 로 맞는다. 물체를 더하면 질량중심이 그 물체 쪽으로 끌려온다는 것도 확인하라. 3.0m 에서 2.5m 로 왼쪽으로 옮겨졌다.

예제 74

잔잔한 물에 떠 있는 길이 4.0m, 질량 80kg 인 보트의 한쪽 끝에 60kg 인 사람이 서 있다. 사람이 반대쪽 끝까지 걸어가면 보트는 물에 대해 얼마나 움직이는가? 물의 저항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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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 방향으로 바깥 힘이 없으므로 질량중심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 사람과 보트 사이의 마찰은 내부력이다.

사람의 (땅 기준) 변위를 dp, 보트의 변위를 db 라 하면 질량중심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mpdp+mbdb=0

사람은 보트에 대해 L=4.0m 를 걸었다. 보트도 함께 움직였으므로 땅 기준 변위는 dp=L+db 다(부호까지 포함해서 그렇다).

mp(L+db)+mbdb=0db=mpLmp+mb

db=(60)(4.0)140=1.71m

보트는 사람이 걸어간 방향의 반대로 1.7m 움직인다. 사람의 땅 기준 변위는 4.01.71=2.29m 다.

검산: (60)(2.29)+(80)(1.71)=137137=0 이다. 두 변위의 크기 합이 4.0m 이고 질량으로 가중하면 0이 된다. 실제로는 물의 저항 때문에 보트가 조금 덜 움직이고 걸음을 멈추면 살짝 되돌아오지만, 여기서는 이상적인 경우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를 한자리에 모은다. 이 장의 내용은 결국 아래 표의 마지막 열, 즉 "무엇이 무엇과 같은가" 세 줄로 요약된다.

기호이름단위정의와 관계
WJ (= N·m = kg·m²/s²)W = F d cos θ. F-x 그래프 아래 넓이
K운동에너지JK = ½mv². 스칼라이고 언제나 0 이상
U위치에너지J지표 근처 중력 mgy, 탄성 ½kx², 만유인력 −GMm/r. 보존력에만 정의된다
E역학적 에너지JE = K + U
k용수철상수N/m후크 법칙 F = kx. 클수록 뻣뻣하다
P일률W (= J/s)P = W/Δt = F v
p운동량kg·m/sp = m v (벡터)
J충격량N·s (= kg·m/s)J = F̄ Δt = Δp. F-t 그래프 아래 넓이
X질량중심mX = (m₁x₁ + m₂x₂ + …) / M. M V = 총운동량

표에서 충격량의 기호 J 와 에너지의 단위 J 은 글자가 같다. 기울여 쓴 것이 물리량, 세워 쓴 것이 단위다. 3장의 표기 규약대로 이 문서는 단위를 언제나 로만체로 세운다.

이 장의 뼈대는 관계 셋이다. 일-에너지 정리(알짜힘이 한 일 = 운동에너지 변화)는 힘과 거리를 알고 속력을 묻는 문제에, 역학적 에너지 보존(마찰이 없으면 K+U 가 일정)은 경로가 복잡하고 높이만 아는 문제에, 운동량 보존(외부 힘이 없으면 mv 가 일정)은 충돌과 폭발처럼 힘을 모르는 문제에 쓴다.

문제를 만나면 순서대로 물어보면 된다. 시간이 걸려 있는가 — 충격량. 높이와 속력만 걸려 있는가 — 에너지. 두 물체가 부딪히는가 — 운동량. 그래도 안 되면 5장으로 돌아가 자유물체도를 그린다.

회전 운동

지금까지 다룬 물체는 모두 "점"이었다. 크기가 없다고 보고 위치 하나로 나타냈다. 그런데 실제 물체는 크기가 있고, 크기가 있으면 제자리에서 도는 운동이 가능해진다. 바퀴, 문, 팽이, 스케이터, 지구가 모두 그렇다.

이 장에서 답할 질문은 셋이다. 도는 물체의 "빠르기"는 무엇으로 재는가, 무엇이 물체를 돌게 만드는가, 그리고 왜 스케이터는 팔을 당기면 빨라지는가.

좋은 소식이 있다. 회전 운동에는 새로 배울 물리가 거의 없다. 4~6장에서 배운 것이 이름과 기호만 바꿔 그대로 나타난다. 위치 x 자리에 각도, 속도 v 자리에 각속도, 질량 m 자리에 관성모멘트, 힘 F 자리에 토크가 들어간다. 각 절 끝에서 이 대응을 하나씩 확인하고, 장 끝에서 표 하나로 모은다. 그 표가 이 장의 절반이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원운동과 구심가속도(5장), 벡터의 성분 분해(4장), 에너지 보존과 운동량 보존(6장)이다. 새로 필요한 수학은 라디안과 벡터곱 둘인데 모두 이 장 안에서 정의한다.

각도를 재는 법 — 라디안

각도의 단위로 도()를 써 왔다. 한 바퀴를 360으로 나눈 것이다. 360이라는 수에는 물리적인 이유가 없다(고대 바빌로니아의 관습에서 왔다). 물리에서는 그보다 편한 단위가 있다.

호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나눈 값을 각으로 삼으면 길이 단위가 서로 지워진다. 호가 반지름과 같아지는 각이 1 rad 이고, 한 바퀴는 원둘레를 반지름으로 나눈 2π rad 이다
<호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나눈 값을 각으로 삼으면 길이 단위가 서로 지워진다. 호가 반지름과 같아지는 각이 1 rad 이고, 한 바퀴는 원둘레를 반지름으로 나눈 2π rad 이다>[원본 보기]

반지름 r 인 원에서 중심각이 잘라 낸 호의 길이를 s 라 하자. 라디안(radian, 기호 rad) 으로 잰 각은

θ=sr

로 정의한다. 길이를 길이로 나눈 값이라 단위가 없다. rad 은 "이 수는 각이다" 하고 알려 주는 표시일 뿐이며, 계산에서는 있어도 없는 것처럼 다뤄도 된다.

호의 길이가 반지름과 꼭 같아지는 각이 1rad 이다. 한 바퀴를 돌면 호가 원둘레 2πr 이므로

θ한 바퀴=2πrr=2πrad360=2πrad,1rad=180π57.3

라디안을 쓰는 이유는 정의를 뒤집은 이 한 줄에 있다.

s=rθ

도로 재면 s=2πrθ/360 처럼 지저분한 상수가 붙는다. 라디안이면 상수가 없다. 이 장의 모든 식은 각이 라디안일 때만 맞는다. 계산기에 각을 넣기 전에 단위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예제 75

지름 0.68m 인 자전거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굴러 100m 를 갔다. 바퀴는 몇 바퀴 돌았는가?

풀이 보기

미끄러지지 않고 구르면 바퀴가 돈 각도만큼 바퀴 둘레에서 풀려 나온 호의 길이가 곧 간 거리다. 즉 s=100m 다. 이 관계가 이 문제의 핵심이고, 다음 절에서 다시 쓴다.

반지름은 r=0.68/2=0.34m 이므로

θ=sr=1000.34=294rad

한 바퀴가 2πrad 이므로 회전수는

n=θ2π=2946.283=46.8 

두 자리로 약 47 바퀴다.

검산해 보자. 바퀴 둘레가 2π(0.34)=2.14m 이니 100/2.14=46.8 로 같다. 사실 "둘레로 나눈다"는 익숙한 방법이 라디안 계산과 같은 셈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예제 76

반지름 6.4×106m 인 구를 지구로 볼 때, 적도에서 경도로 1 떨어진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1(1분, 1 의 60분의 1)이면?

풀이 보기

s=rθ 를 쓰려면 각이 라디안이어야 한다. 먼저 바꾼다.

1=2π360rad=0.01745rad

s=rθ=(6.4×106)(0.01745)=1.12×105m=112km

1 은 그 60분의 1이므로

s=1.12×10560=1.86×103m1.9km

두 자리로 1.1×102km1.9km 다.

여기서 쓴 는 SI 허용 단위라 조건에 그대로 써도 되지만, s=rθ 에 넣기 전에는 반드시 라디안으로 바꿔야 한다. 이 단계를 잊고 s=(6.4×106)(1) 로 계산하면 지구 반지름만 한 거리가 나온다. 이 절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흔한 오해

"각도는 라디안이라는 단위로 재니까 라디안도 미터나 초와 같은 자격의 단위다"라는 말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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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않다. 라디안은 호의 길이를 반지름으로 나눈 값 θ=s/r 이므로 3장의 표기로 적으면 차원이 L/L=1, 즉 무차원이다. rad 은 "이 수는 각이다"를 알려 주는 이름표에 가깝지, 미터처럼 크기를 정해 주는 기준이 아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s=rθ 의 차원을 재 보면 L1=L 로 곧바로 길이가 나온다. 만약 라디안이 진짜 단위였다면 좌변은 길이인데 우변은 "길이 곱하기 라디안"이라 차원이 맞지 않았을 것이다. 라디안을 쓰면 상수도 붙지 않고 단위도 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도()는 이 성질을 갖지 못한다. 도로 잰 각을 s=rθ 에 그대로 넣으면 π/180 배만큼 틀린다. 각이 들어가는 이 장의 모든 식은 각이 라디안일 때만 맞는다.

그렇다고 rad 을 아무렇게나 붙이거나 떼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무차원이라 계산에서는 사라지지만, 적어 두면 그 수가 각에서 왔다는 정보가 남는다. 다음 절에서 각속도의 단위를 rad/s 로 적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각속도와 각가속도

직선 운동에서 속도는 위치가 변하는 빠르기였다. 회전에서도 똑같이 정의한다. 각속도(angular velocity) ω (그리스 문자 오메가)는 각이 변하는 빠르기다.

ω=ΔθΔt(단위: rad/s)

각가속도(angular acceleration) α (알파)는 각속도가 변하는 빠르기다.

α=ΔωΔt(단위: rad/s2)

정의의 모양이 4장과 완전히 같으므로, 4장에서 v-t 그래프의 넓이로 유도한 등가속도 공식도 기호만 바꿔 그대로 성립한다. 각가속도가 일정할 때

ω=ω0+αtθ=θ0+ω0t+12αt2ω2=ω02+2α(θθ0)θ=θ0+ω0+ω2t

외울 것이 하나도 없다. 4장의 네 식에서 xθ, vω, aα 로 글자만 바꾼 것이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대응이다.

직선 운동회전 운동둘을 잇는 관계
위치 x (m)각 θ (rad)s = r θ
속도 v (m/s)각속도 ω (rad/s)v = r ω
가속도 a (m/s²)각가속도 α (rad/s²)접선가속도 = r α

오른쪽 열의 관계는 s=rθ 의 양변을 시간으로 나누면 바로 나온다. 반지름 r 인 곳에 있는 점의 속력은 v=rω 다. 같은 각속도로 도는 원판에서도 바깥쪽 점이 더 빠른 이유다.

원 위의 점은 가속도를 두 종류 동시에 갖는다. 5장에서 본 구심가속도는 속도의 방향을 바꾸고, 새로 나온 접선가속도는 크기를 바꾼다.

ac=v2r=rω2(중심 쪽),at=rα(원의 접선 방향)

둘은 서로 수직이므로 전체 가속도의 크기는 a=ac2+at2 다. 등속 원운동은 α=0 이라 접선가속도가 0인 특별한 경우였다.

회전 빠르기를 "분당 몇 바퀴"로 적는 관습이 있다. 이 문서는 SI 및 SI 허용 단위만 쓰므로 rev/min 으로 표기하고, 계산에는 언제나 rad/s 로 바꿔 넣는다.

ω[rad/s]=2π60×(분당 회전수)

예제 78

900rev/min 으로 돌던 회전자가 전원을 끄자 일정한 각가속도로 느려져 15s 만에 멈췄다. 각가속도와 멈출 때까지의 회전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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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단위를 SI 로 맞춘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뒤가 전부 틀린다.

ω0=900×2π60=900×0.1047=94.2rad/s

각가속도는 첫 번째 등각가속도 공식에서 얻는다. 멈췄으므로 ω=0 이다.

α=ωω0t=094.215=6.28rad/s2

음수는 회전 방향과 반대로 걸린다는 뜻이다. 총 각변위는 평균 각속도를 쓰는 네 번째 공식이 가장 빠르다.

θ=ω0+ω2t=94.2+02(15)=706.9rad

n=θ2π=706.96.283=112.5 

두 자리로 α=6.3rad/s2, 회전수는 1.1×102 회다.

답이 말이 되는가? 900rev/min=15rev/s 로 시작해 15초 동안 고르게 줄어들었으니 평균 초당 7.5회, 모두 112.5회다. 맞는다.

예제 79

반지름 0.34m 인 자전거 바퀴가 20rad/s 로 돌고 있고, 브레이크를 걸어 각가속도 4.0rad/s2 로 느려지는 중이다. 이 순간 바퀴 테두리의 한 점이 갖는 구심가속도, 접선가속도, 그리고 전체 가속도의 크기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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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가속도는 방향을 바꾸는 몫이다.

ac=rω2=(0.34)(20)2=(0.34)(400)=136m/s2

접선가속도는 속력을 바꾸는 몫이다.

at=rα=(0.34)(4.0)=1.36m/s2

두 방향이 수직이므로 크기는 피타고라스로 합친다.

a=(136)2+(1.36)2=18496+1.85=136m/s2

세 자리로 ac=136m/s2, at=1.36m/s2, 전체 136m/s2 다.

구심 쪽이 100배 커서 전체 가속도는 사실상 중심을 향한다. acω2 에 비례하므로 빨리 돌수록 압도적으로 커진다. 회전하는 부품에 무언가를 붙여 두면 쉽게 떨어져 나가는 이유다.

토크 — 무엇이 물체를 돌게 하는가

문을 열 때 손잡이가 경첩 반대쪽에 달려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같은 힘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거느냐에 따라 문이 잘 열리기도 하고 꿈쩍도 하지 않기도 한다. 회전을 일으키는 능력은 힘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같은 크기의 힘이라도 축에서 멀리 수직으로 걸면 회전 효과가 크고, 축 가까이 걸면 작다. 힘의 작용선을 늘였을 때 그 선이 축을 지나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같은 크기의 힘이라도 축에서 멀리 수직으로 걸면 회전 효과가 크고, 축 가까이 걸면 작다. 힘의 작용선을 늘였을 때 그 선이 축을 지나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원본 보기]

회전축에서 힘이 걸리는 점까지의 위치벡터를 r, 힘을 F, 둘 사이의 각을 ϕ 라 하자. 토크(torque) τ (그리스 문자 타우)의 크기는

τ=rFsinϕ

로 정의한다. 단위는 Nm 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일의 단위도 Nm 이지만 토크는 줄로 적지 않는다. 둘은 전혀 다른 양이고, 우연히 단위 조합이 같을 뿐이다. 일은 힘과 같은 방향 변위의 곱이고 토크는 힘과 수직인 거리의 곱이다.

τ=rFsinϕ 를 읽는 방법은 둘이다. 힘 중 회전에 쓸모 있는 성분만 세거나(τ=r(Fsinϕ)), 축에서 힘의 작용선까지의 수직거리를 재거나(τ=(rsinϕ)F=dF). 이 d모멘트 팔(moment arm) 이라 한다. 그림에서 문을 따라 미는 힘이 문을 못 여는 이유는 그 작용선이 축을 지나 d=0 이기 때문이다.

방향과 벡터곱

토크에는 방향도 있다. 평면 문제에서는 반시계 방향을 양, 시계 방향을 음으로 정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벡터이고, 두 벡터로부터 벡터가 나오는 곱으로 쓴다. 6장의 스칼라곱은 수를 주었지만 이번 것은 벡터를 준다.

τ=r×F,|τ|=rFsinϕ

이것을 벡터곱(vector product, 외적) 이라 한다. 결과 벡터의 방향은 오른손 법칙 으로 정한다. 오른손 네 손가락을 r 에서 F 쪽으로 감아쥐면 세운 엄지가 가리키는 쪽이다. 그 방향은 rF 가 놓인 면에 수직이다.

토크의 크기는 r F sin φ 이고, 이는 축에서 힘의 작용선까지의 수직거리에 힘을 곱한 것과 같다. 방향은 r 과 F 가 놓인 면에 수직이며 오른손을 r 에서 F 로 감을 때 엄지가 가리키는 쪽이다
<토크의 크기는 r F sin φ 이고, 이는 축에서 힘의 작용선까지의 수직거리에 힘을 곱한 것과 같다. 방향은 r 과 F 가 놓인 면에 수직이며 오른손을 r 에서 F 로 감을 때 엄지가 가리키는 쪽이다>[원본 보기]

스칼라곱과 반대라는 점이 기억에 도움이 된다. 스칼라곱은 두 벡터가 나란할 때 최대이고 수직일 때 0이다. 벡터곱은 수직일 때 최대이고 나란할 때 0이다. 그래서 문은 수직으로 밀어야 열린다.

예제 80

길이 0.90m 인 문의 손잡이(경첩에서 0.80m)를 25N 으로 민다. (가) 문에 수직으로 밀 때, (나) 문과 30 를 이루게 밀 때, (다) 경첩에서 0.20m 인 곳을 수직으로 밀 때의 토크를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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τ=rFsinϕ 에 대입하면 된다. ϕr(경첩에서 미는 점까지)과 힘 사이의 각이다.

(가) 수직이므로 ϕ=90, sin90=1.

τ=(0.80)(25)(1)=20Nm

(나) ϕ=30, sin30=0.5.

τ=(0.80)(25)(0.5)=10Nm

(다) 수직이지만 r 이 4분의 1이다.

τ=(0.20)(25)(1)=5.0Nm

두 자리로 20, 10, 5.0Nm 이다.

같은 힘인데 결과가 네 배까지 차이 난다. 문 길이 0.90m 는 답에 쓰이지 않았다. 문제에 주어진 값이 전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확인해 두자.

예제 81

길이 3.0m, 질량 24kg 인 균일한 막대가 한쪽 끝의 경첩에 매달려 수평으로 놓여 있다. 경첩을 축으로 할 때 막대의 무게가 만드는 토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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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는 막대 전체에 퍼져 작용하지만, 균일한 물체라면 질량중심 한 점에 모두 모여 있다고 보아도 토크가 같다. 이 점을 무게중심이라 하고, 중력이 어디서나 같은 지표 근처에서는 6장의 질량중심과 일치한다.

균일한 막대의 질량중심은 한가운데이므로 축에서 r=1.5m 다. 무게는 연직 아래, 위치벡터는 수평이므로 둘은 수직이다(ϕ=90).

τ=rmgsin90=(1.5)(24)(9.81)=353Nm

세 자리로 353Nm 이고, 막대를 아래로 회전시키는 방향이다.

무게중심으로 바꿔 놓는 이 요령이 없으면 막대를 잘게 쪼개 각 조각의 토크를 더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도 같은 답이 나오지만, 균일한 물체에서는 언제나 가운데 한 점으로 갈음할 수 있다.

흔한 오해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페달이 맨 위에 있을 때와 앞쪽으로 수평이 되었을 때 중 언제 힘이 잘 전달되는가? 답을 토크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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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페달을 밟는 힘은 대체로 연직 아래 방향이다. 크랭크(축에서 페달까지의 팔)를 r 로 보면

페달이 맨 위에 있을 때 r 는 위쪽, 힘은 아래쪽이라 ϕ=180 이고 sin180=0 이다. 토크가 0이다. 작용선이 축을 그대로 지나므로 아무리 세게 밟아도 크랭크가 돌지 않는다.

페달이 앞쪽 수평일 때 r 는 수평, 힘은 연직이라 ϕ=90 이고 토크가 최대 rF 다.

그래서 페달이 맨 위나 맨 아래를 지나는 구간을 사구간이라 부른다. 실제 주행에서 이 구간을 넘기는 것은 반대쪽 다리와 바퀴의 관성이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힘이 크면 잘 돈다"가 틀렸다는 것이다. 같은 힘도 방향과 위치에 따라 토크가 0에서 rF 까지 변한다.

관성모멘트 — 회전에서의 질량

직선 운동에서 같은 힘을 주어도 질량이 크면 잘 안 움직인다. 회전에서도 같은 토크를 주어도 잘 안 도는 물체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정하는 것은 질량만이 아니다.

질량이 같아도 축에서 멀리 퍼져 있으면 돌리기 어렵다. 거리가 제곱으로 들어가므로 두 배 벌리면 네 배가 된다
<질량이 같아도 축에서 멀리 퍼져 있으면 돌리기 어렵다. 거리가 제곱으로 들어가므로 두 배 벌리면 네 배가 된다>[원본 보기]

축에서 r 만큼 떨어진 질량 m 인 작은 조각을 생각하자. 이 조각이 각속도 ω 로 돌면 그 속력은 v=rω 이고 운동에너지는

12mv2=12m(rω)2=12(mr2)ω2

이다. 12mv2 와 견주면 ωv 자리에, mr2m 자리에 들어간 꼴이다. 물체 전체에 대해 이 값을 모두 더한 것을 관성모멘트(moment of inertia) I 라 한다.

I=imiri2(단위: kgm2)

r제곱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같은 질량이라도 축에서 멀리 있으면 훨씬 큰 값이 된다. 그래서 관성모멘트는 물체마다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축을 바꾸면 값이 바뀐다. 문제를 풀 때 축부터 정해야 하는 이유다.

자주 쓰는 결과를 모아 둔다. 모두 질량 M 이고 밀도가 고른 물체다. 유도에는 적분이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결과만 쓴다.

물체I
얇은 고리, 원통 껍질 (반지름 R)중심축M R²
원판, 속이 찬 원기둥 (반지름 R)중심축½ M R²
속이 찬 구 (반지름 R)중심을 지나는 축(2/5) M R²
구 껍질 (반지름 R)중심을 지나는 축(2/3) M R²
얇은 막대 (길이 L)중심, 막대에 수직(1/12) M L²
얇은 막대 (길이 L)한쪽 끝, 막대에 수직(1/3) M L²

표에서 고리가 원판의 두 배라는 점을 보라. 고리는 질량이 전부 반지름 R 에 있고, 원판은 일부가 축 가까이 있어 덜 보태기 때문이다.

표에 없는 축이 필요하면 평행축 정리(parallel axis theorem) 를 쓴다. 질량중심을 지나는 축에서 거리 d 만큼 평행 이동한 축에 대해

I=Icm+Md2

Md2 은 언제나 0 이상이므로, 이 정리에서 곧바로 질량중심을 지나는 축의 관성모멘트가 모든 평행축 중 가장 작다 는 사실이 나온다. 주의할 점 하나. 출발점은 반드시 질량중심축이어야 한다. 아무 두 축 사이에는 이 정리를 쓸 수 없다.

예제 83

길이 1.2m, 질량 3.0kg 인 균일한 막대의 관성모멘트를 (가) 중심축, (나) 한쪽 끝을 지나는 축, (다) 한쪽 끝에서 0.30m 인 점을 지나는 축에 대해 구하라. 셋 다 막대에 수직인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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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표에서 바로 읽는다.

Icm=112ML2=112(3.0)(1.2)2=112(3.0)(1.44)=0.360kgm2

(나) 표에도 있지만 평행축 정리로 확인해 보자. 끝은 중심에서 d=0.60m 다.

I=Icm+Md2=0.360+(3.0)(0.60)2=0.360+1.080=1.44kgm2

표의 13ML2=13(3.0)(1.44)=1.44kgm2 와 일치한다.

(다) 이 축은 표에 없다. 중심에서 d=0.600.30=0.30m 떨어져 있으므로

I=0.360+(3.0)(0.30)2=0.360+0.270=0.630kgm2

세 자리로 0.360, 1.44, 0.630kgm2 다. 축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커지고, 중심축이 가장 작다.

흔한 실수는 (다)를 구할 때 (나)의 값 1.44 에서 출발해 1.44(3.0)(0.30)2 을 계산하는 것이다. 평행축 정리의 출발점은 언제나 질량중심축이다.

예제 84

질량을 무시할 수 있는 길이 2.0m 인 막대의 양 끝에 1.5kg 짜리 추를 하나씩 달았다. (가) 막대 중심을 지나고 막대에 수직인 축, (나) 한쪽 추를 지나고 막대에 수직인 축에 대한 관성모멘트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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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를 점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정의 I=miri2 를 바로 쓴다. 표가 필요 없다.

(가) 두 추 모두 축에서 1.0m 다.

I=(1.5)(1.0)2+(1.5)(1.0)2=1.5+1.5=3.0kgm2

(나) 축 위의 추는 r=0 이라 보태지 않고, 반대쪽 추만 r=2.0m 다.

I=(1.5)(0)2+(1.5)(2.0)2=0+6.0=6.0kgm2

두 자리로 3.06.0kgm2 다. 축을 옮겼을 뿐인데 두 배가 되었다.

평행축 정리로도 확인된다. 질량중심은 가운데이고 총질량은 3.0kg, 축까지 거리는 1.0m 이므로 3.0+(3.0)(1.0)2=6.0kgm2 로 같다.

보충

반지름 R, 질량 M 인 균일한 원판의 중심축 관성모멘트가 12MR2 임을 적분으로 보여라. 적분을 아직 모르면 건너뛰어도 좋다. 필요하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정적분 을 먼저 보라.

증명

원판을 반지름 r, 두께 dr 인 얇은 고리들로 쪼갠다. 고리 하나는 질량이 전부 축에서 r 에 있으므로 dI=r2dm 이다. 이것이 이 증명의 요령이다.

원판의 면밀도(단위 넓이당 질량)는 σ=M/(πR2) 이고, 반지름 r 인 고리의 넓이는 dA=2πrdr 이므로

dm=σdA=MπR22πrdr=2MR2rdr

I=0Rr2dm=2MR20Rr3dr=2MR2R44=12MR2

같은 방법으로 얇은 고리는 모든 질량이 r=R 에 있으므로 적분 없이 I=MR2 이 나온다. 원판이 그 절반인 이유는 질량의 상당 부분이 축 가까이 있어 r2 이 작기 때문이다.

회전 운동방정식과 회전 에너지

이제 조각들을 맞춘다. 축에서 r 떨어진 질량 m 인 조각에 접선 방향 힘 F 가 걸리면, 뉴턴 제2법칙에서 F=mat=mrα 다. 양변에 r 을 곱하면 왼쪽이 토크가 된다.

τ=rF=mr2α

물체 전체에 대해 더하면 mr2 의 합이 관성모멘트다. 따라서

τ=Iα

이것이 회전 운동방정식 이고, F=ma 의 회전판이다. 고정된 축에 대해 성립한다.

회전하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도 앞 절에서 이미 나왔다. 조각마다 12(mr2)ω2 을 더하면

K회전=12Iω2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에너지가 아니라 조각들이 가진 운동에너지를 모아 적은 것 이다. 단위도 J 이고 6장의 에너지 보존에 그대로 끼워 넣으면 된다.

미끄러짐 없이 구르기

굴러가는 바퀴는 나아가면서 동시에 돈다. 미끄러지지 않는다면 두 운동이 하나의 조건으로 묶인다.

vcm=Rω

구르는 바퀴에서 중심은 v 로 나아가고 꼭대기는 2v 로 가장 빠르며 바닥에 닿은 점은 그 순간 속도가 0 이다. 접촉점이 정지해 있으므로 정지마찰이 일을 하지 않는다
<구르는 바퀴에서 중심은 v 로 나아가고 꼭대기는 2v 로 가장 빠르며 바닥에 닿은 점은 그 순간 속도가 0 이다. 접촉점이 정지해 있으므로 정지마찰이 일을 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운동에너지는 두 항의 합이 된다.

K=12Mvcm2+12Icmω2

그림에서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닥에 닿은 점의 속도는 그 순간 0이다. 나아가는 몫 +v 와 도는 몫 Rω=v 가 정확히 상쇄되기 때문이다. 접촉점이 미끄러지지 않으므로 정지마찰은 일을 하지 않고, 그래서 구르는 물체에도 역학적 에너지 보존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것이 없으면 다음 예제를 풀 수 없다.

예제 86

반지름 0.20m, 질량 4.0kg 인 원판 도르래에 줄을 감고 그 끝에 2.0kg 인 물체를 매달아 놓았다. 물체의 가속도와 줄의 장력을 구하라. 도르래 축의 마찰과 줄의 질량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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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에서는 도르래를 질량 없는 것으로 보고 줄 양쪽의 장력을 같다고 두었다. 이제 도르래가 질량을 가지므로 도르래를 돌리는 데도 토크가 필요하다. 물체와 도르래에 각각 식을 세운다.

도르래의 관성모멘트는 원판이므로

I=12MR2=12(4.0)(0.20)2=0.080kgm2

물체(직선)와 도르래(회전)의 식은 이렇다. 줄이 미끄러지지 않으므로 a=Rα 로 둘이 묶인다.

mgT=ma(물체, 아래 방향 양)TR=Iα=IaR(도르래)

둘째 식에서 T=Ia/R2 을 얻어 첫 식에 넣는다.

mg=ma+IaR2=a(m+IR2)a=mgm+I/R2

IR2=0.0800.040=2.0kg 이므로

a=(2.0)(9.81)2.0+2.0=19.624.0=4.91m/s2

T=IaR2=(2.0)(4.91)=9.81N

두 자리로 a=4.9m/s2, T=9.8N 이다.

I/R2kg 단위로 나온 것을 보라. 도르래의 회전 관성이 마치 질량 2.0kg(원판이므로 M/2)이 더 매달린 것처럼 작동한다. 도르래 질량을 0으로 보내면 ag, T0 로 자유낙하에 수렴한다. 극한이 맞으니 식을 믿을 만하다.

예제 87

속이 찬 구, 원판, 고리를 같은 경사면 꼭대기에서 동시에 놓아 미끄러짐 없이 굴러 내리게 했다. 도착 순서는? 높이 h 에서 출발한 속이 찬 구의 최저점 속력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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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물체의 관성모멘트를 I=βMR2 꼴로 쓰면 표에서 β 는 구 2/5, 원판 1/2, 고리 1 이다.

정지마찰이 일을 하지 않으므로 에너지가 보존된다. 처음의 위치에너지가 나중의 직선 운동에너지와 회전 운동에너지로 나뉜다. 구르기 조건 ω=v/R 을 넣으면

Mgh=12Mv2+12(βMR2)(vR)2=12Mv2(1+β)

MR 이 모두 사라진다.

v=2gh1+β

β 가 작을수록 빠르므로 구 → 원판 → 고리 순으로 도착한다. 질량과 반지름은 답에 없으니 크기가 달라도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속이 찬 구는 β=2/5 이므로

v=2gh1+2/5=2gh7/5=10gh7

무엇이 순서를 정했는지 보자. 위치에너지가 직선 운동에너지와 회전 운동에너지로 나뉘는데, β 가 클수록 회전 쪽으로 많이 빼앗겨 앞으로 나아가는 몫이 준다. 구는 5/7 을 직선 운동에 쓰고 2/7 을 회전에 쓴다. 얼음처럼 마찰이 없어 아예 미끄러지기만 하는 물체는 회전하지 않으므로 β=0 처럼 v=2gh 로 가장 빠르다.

각운동량

6장의 운동량 p=mv 에 대응하는 양이 회전에도 있다. 고정축에 대해 도는 물체의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L

L=Iω(단위: kgm2/s)

이고, 뉴턴 제2법칙의 회전판을 운동량 형태로 쓰면

τ=ΔLΔt

이다. 따라서 외부 토크의 합이 0이면 각운동량이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각운동량 보존이고, 직선 운동량 보존과는 별개의 보존법칙이다. 둘 중 하나만 성립하는 경우도 흔하다.

여기서 회전만의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직선 운동에서 질량은 변하지 않지만, 관성모멘트는 물체가 모양을 바꾸면 변한다. Iω 가 일정한데 I 를 줄이면 ω 가 커진다.

팔을 당기면 관성모멘트가 줄고 각운동량 Iω 가 일정하므로 각속도가 커진다. 각운동량은 보존되지만 회전 운동에너지는 늘어나며 그 몫은 팔을 당긴 근육이 한 일이다
<팔을 당기면 관성모멘트가 줄고 각운동량 Iω 가 일정하므로 각속도가 커진다. 각운동량은 보존되지만 회전 운동에너지는 늘어나며 그 몫은 팔을 당긴 근육이 한 일이다>[원본 보기]

이때 회전 운동에너지는 보존되지 않는다. L=Iω 를 써서 ω 를 지우면

K=12Iω2=L22I

이므로 L 이 일정한데 I 를 줄이면 K커진다. 에너지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팔을 안쪽으로 당기려면 바깥으로 나가려는 것을 붙잡아야 하고, 그 힘이 안쪽 변위 방향으로 한 일이 그만큼이다.

예제 88

관성모멘트 I1=4.0kgm2 인 자세로 1.5rev/s 회전하던 스케이터가 팔을 당겨 I2=1.6kgm2 이 되었다. 나중 회전수와 회전 운동에너지의 변화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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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마찰을 무시하면 회전축 방향으로 외부 토크가 없다. 각운동량이 보존된다.

I1ω1=I2ω2ω2=I1I2ω1=4.01.6ω1=2.5ω1

각속도와 회전수는 비례하므로 회전수에도 그대로 2.5를 곱하면 된다.

1.5×2.5=3.753.8rev/s

에너지는 K=L2/(2I) 로 보는 편이 빠르다. ω1=2π(1.5)=9.42rad/s 이므로

L=I1ω1=(4.0)(9.42)=37.7kgm2/s

K1=L22I1=14218.0=178J,K2=14213.2=444J

ΔK=444178=266J 만큼 늘었다. 두 자리로 3.8rev/sΔK2.7×102J 이다.

에너지가 늘었다는 것이 보존법칙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라. 보존되는 것은 각운동량이지 에너지가 아니다. 늘어난 266J 은 팔을 당긴 근육이 한 일이다. 반대로 팔을 펴면 그만큼을 근육이 되돌려 받는다.

예제 89

관성모멘트 0.50kgm2 인 원판이 10rad/s 로 돌고 있다. 그 위에 정지해 있던 0.30kgm2 인 원판을 살짝 얹었더니 잠시 미끄러진 뒤 함께 돌았다. 최종 각속도와 잃은 에너지를 구하라.

풀이 보기

두 원판 사이의 마찰은 계 안에서 주고받는 내부 토크다. 축 방향 외부 토크가 없으므로 각운동량이 보존된다. 에너지는 보존되지 않는다(미끄러졌기 때문이다).

Iω0=(I+I)ωfωf=(0.50)(10)0.80=6.25rad/s

에너지를 전후로 비교한다.

Ki=12(0.50)(10)2=25.0J

Kf=12(0.80)(6.25)2=12(0.80)(39.06)=15.6J

|ΔK|=9.4J 이 사라졌다. 전체의 38%다. 두 자리로 ωf=6.3rad/s, 잃은 에너지 9.4J 이다.

이 문제는 6장의 완전비탄성 충돌과 구조가 완전히 같다. 붙어서 함께 움직이고, 보존량(그쪽은 mv, 이쪽은 Iω)은 지켜지고, 운동에너지는 마찰열로 빠져나간다. 식만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하나다.

강체의 평형

회전을 배우고 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조건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힘의 합이 0이어도 물체는 제자리에서 돌 수 있다. 크기가 있는 물체가 정지 평형(static equilibrium) 에 있으려면 두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F=0,τ=0

평형에는 두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토크를 셀 축을 받침점으로 잡으면 받침점이 미는 힘의 모멘트 팔이 0 이 되어 그 미지수가 식에서 저절로 사라진다
<평형에는 두 조건이 모두 필요하다. 토크를 셀 축을 받침점으로 잡으면 받침점이 미는 힘의 모멘트 팔이 0 이 되어 그 미지수가 식에서 저절로 사라진다>[원본 보기]

실전에서 중요한 요령이 하나 있다. 토크를 셀 축은 아무 데나 잡아도 된다. 힘의 합이 0이면 토크의 합은 축을 어디로 잡든 같은 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르는 힘이 걸린 점을 축으로 잡으면 그 힘의 모멘트 팔이 0이 되어 식에서 사라진다. 미지수 하나를 공짜로 지우는 셈이다.

그리고 앞에서 쓴 무게중심을 다시 쓴다. 균일한 물체의 무게는 질량중심 한 점에 모여 있다고 보고 토크를 세면 된다.

예제 90

길이 5.0m, 질량 20kg 인 균일한 사다리를 마찰 없는 벽에 기대었다. 바닥과 이루는 각이 60 이고 바닥의 정지마찰계수는 0.40 이다. 질량 70kg 인 사람이 아래 끝에서 몇 미터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풀이 보기

걸리는 힘은 넷이다. 벽의 수직항력 Nw(벽이 마찰이 없으므로 수평), 바닥의 수직항력 Nf(연직), 바닥의 마찰력 f(수평, 벽 쪽), 그리고 두 무게.

힘 평형부터 쓴다. 연직 방향은

Nf=(mL+mP)g=(20+70)(9.81)=883N

수평 방향은 f=Nw 다.

이제 토크 평형이다. 아래 끝을 축으로 잡는다. 그러면 Nff 의 모멘트 팔이 0이라 둘 다 사라진다. 사다리 무게는 중점 2.5m 에, 사람은 아래 끝에서 d 에 있다.

NwLsin60=mLg(2.5)cos60+mPgdcos60

왼쪽은 벽이 사다리를 미는 힘이 사다리를 세우는 토크, 오른쪽은 두 무게가 사다리를 눕히는 토크다.

미끄러지기 직전에는 마찰이 최대이므로 f=μsNf 이고, Nw=f 이므로

Nw=(0.40)(883)=353N

대입한다.

(353)(5.0)(0.8660)=(20)(9.81)(2.5)(0.5)+(70)(9.81)(0.5)d

1529=245+343dd=1284343=3.74m

두 자리로 3.7m, 사다리 길이의 75% 지점이다.

결과를 뜯어보자. 사다리를 더 세우면(θ 를 키우면) 필요한 Nw 가 줄어 더 올라갈 수 있다. 바닥이 미끄러우면(μs 가 작으면) 훨씬 덜 올라간다. 사다리를 세워 놓고 바닥을 붙잡아 주는 것이 왜 효과가 있는지도 같은 식이 설명한다.

예제 91

길이 4.0m, 질량 30kg 인 균일한 판자를 두 지지대 위에 놓았다. 왼쪽 지지대는 왼쪽 끝(x=0), 오른쪽 지지대는 x=3.0m 이다. 질량 50kg 인 사람이 오른쪽 끝에 서면 판자가 넘어가는가? 넘어가지 않고 설 수 있는 가장 먼 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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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간다면 오른쪽 지지대를 중심으로 회전한다. 그러니 오른쪽 지지대를 축으로 잡는다. 그 지지대가 미는 힘이 식에서 사라진다.

판자 무게는 중점 x=2.0m, 즉 축의 왼쪽 1.0m 에 걸려 판자를 왼쪽으로 되돌린다. 사람은 축의 오른쪽 1.0m 에서 판자를 넘어뜨린다.

τ복원=(30)(9.81)(1.0)=294Nm,τ전복=(50)(9.81)(1.0)=491Nm

왼쪽 지지대가 미는 힘 N1 은 축에서 왼쪽 3.0m 에서 위로 작용한다. 축의 왼쪽 끝을 들어 올리는 방향이므로 이것은 복원이 아니라 전복을 돕는 방향이다. 여기가 이 문제에서 가장 헷갈리는 곳이다. 전복 방향을 음으로 두고 합을 0으로 놓으면

2944913.0N1=0N1=2944913.0=65.4N

N1 이 음수로 나왔다. 평형을 유지하려면 왼쪽 지지대가 판자를 아래로 당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받침대는 밀 수만 있고 당길 수는 없으므로 N10 이라는 제약을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판자는 넘어간다.

가장 먼 위치는 왼쪽 지지대가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는(N1=0) 지점이다. 사람이 x=d 에 있을 때

mLg(3.02.0)=mPg(d3.0)30(1.0)=50(d3.0)

d3.0=0.60d=3.60m

오른쪽 끝에서 0.40m 앞까지다. g 가 양변에서 지워졌으므로 중력의 세기와는 무관하고 두 질량의 비만 문제가 된다. 달에서 해도 결과가 같다.

정리 — 직선 운동과 회전 운동의 대응

약속대로 대응표를 모은다. 이 표를 이해했다면 이 장을 다 읽은 것이다. 왼쪽 열은 4~6장에서, 오른쪽 열은 이 장에서 배웠다.

직선 운동회전 운동단위 (회전 쪽)둘을 잇는 관계
위치 x각 θrads = r θ
속도 v각속도 ωrad/sv = r ω
가속도 a각가속도 αrad/s²접선가속도 = r α (구심가속도는 따로)
질량 m관성모멘트 Ikg·m²I = Σ m r². 축마다 값이 다르다
힘 F토크 τN·mτ = r F sin φ = d⊥ F
F = m aτ = I α-고정축에 대해
운동에너지 ½ m v²½ I ω²J구르면 두 항의 합
운동량 p = m v각운동량 L = I ωkg·m²/s외부 토크가 0이면 보존
일 W = F dW = τ θJ일률은 P = τ ω
평형 Σ F = 0Σ F = 0 이고 Σ τ = 0-크기가 있으면 조건이 둘

마지막 줄만 왼쪽과 오른쪽이 "대응"이 아니라 "추가"라는 데 주의하자. 회전이 가능해지면 평형 조건이 하나 늘어난다.

문제를 만났을 때의 순서는 직선 운동과 다르지 않다. 축을 정하고, 관성모멘트를 구하고, 무엇을 묻는지에 따라 방법을 고른다.

회전 문제에서 가장 먼저 정할 것은 언제나 축이다. 그다음은 6장과 같아서, 무엇을 묻는가가 토크·에너지·각운동량·평형 중 어느 길로 갈지를 정한다
<회전 문제에서 가장 먼저 정할 것은 언제나 축이다. 그다음은 6장과 같아서, 무엇을 묻는가가 토크·에너지·각운동량·평형 중 어느 길로 갈지를 정한다>[원본 보기]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기호는 θ, ω, α, τ, I, L 여섯 개이고, 새 단위는 rad 하나뿐이다(나머지는 기존 단위의 조합이다). 여섯 개의 기호가 각각 왼쪽 열의 무엇에 대응하는지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진동과 파동

흔들리는 것은 어디에나 있다. 시계추, 기타 줄, 물 위의 파문, 소리, 지진.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무엇이 물체를 같은 자리로 자꾸 되돌리는가, 그 되돌림이 왜 언제나 같은 박자로 일어나는가, 그리고 그 흔들림이 옆으로 퍼져 나가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5장의 힘과 뉴턴 제2법칙, 5장의 원운동과 구심가속도, 6장의 후크 법칙과 역학적 에너지 보존, 7장의 라디안과 각속도 ω 를 그대로 쓴다. 4장에서 직각삼각형의 변의 비로 배운 사인과 코사인은 이 장에서 그래프로 확장한다. 그 확장이 이 장의 첫 고비다.

미분방정식은 쓰지 않는다. 단진동은 원운동을 옆에서 본 것과 같다는 기하적 사실에서 끌어낸다.

되돌리는 힘이 있으면 진동한다

그릇 바닥에 놓인 구슬을 한쪽으로 밀었다 놓으면 반대쪽으로 굴러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평평한 바닥에 놓인 구슬은 그렇지 않다. 차이는 하나다. 그릇에는 원래 자리로 되돌리려는 힘이 있다.

힘이 0이 되는 자리를 평형점(equilibrium point)이라 하고, 평형점에서 벗어난 거리를 변위 x 라 한다. 평형점에서 벗어났을 때 다시 평형점 쪽으로 작용하는 힘을 복원력(restoring force)이라 한다.

복원력이 있으면 물체는 평형점을 향해 되돌아오지만, 평형점에 도착했을 때 속도가 0이 아니므로 그냥 지나쳐 반대쪽으로 간다. 그러면 반대쪽에서 다시 되돌려진다. 이 되풀이가 진동(oscillation)이다.

가장 다루기 쉬운 복원력은 변위에 정비례하는 것이다. 용수철이 그렇다. 6장에서 본 후크 법칙(Hooke's law)을 다시 꺼내되, 이번에는 방향까지 담아 부호를 붙여 적는다. 자연 길이에서 x 만큼 늘이거나 줄이면

F=kx

의 힘이 생긴다. k 는 용수철상수이고 단위는 N/m 다. 클수록 뻣뻣한 용수철이다.

음(−)부호는 크기가 아니라 방향에 관한 것이다. 오른쪽으로 밀면(x>0) 힘은 왼쪽으로(F<0), 왼쪽으로 밀면 힘은 오른쪽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이 부호가 이 장의 모든 것을 끌고 간다.

변위가 반이면 힘도 반이다. 부호가 −인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 즉 언제나 평형점 쪽을 향한다는 뜻이다
<변위가 반이면 힘도 반이다. 부호가 −인 것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 즉 언제나 평형점 쪽을 향한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후크 법칙은 근사다. 너무 많이 늘이면 용수철은 영구히 늘어나 버리고 F=kx 를 벗어난다. 그 한계를 탄성 한계라 하고, 이 장의 모든 이야기는 그 안에서만 성립한다.

예제 92

용수철에 질량 0.20kg 인 추를 매달았더니 용수철이 8.0cm 늘어난 채 멈췄다. 이 용수철의 용수철상수는 얼마인가? 같은 용수철에 0.50kg 을 매달면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k 이고 단위는 N/m 다. 주어진 것은 질량과 늘어난 길이다.

추가 멈춰 있다는 것이 열쇠다. 멈춰 있으면 알짜힘이 0이므로(5장), 아래로 당기는 무게와 위로 당기는 용수철 힘의 크기가 같다.

kx=mgk=mgx

길이를 SI 단위로 바꾼다. 8.0cm=0.080m.

k=(0.20kg)(9.81m/s2)0.080m=1.962N0.080m=24.5N/m

2자리로 25N/m 다.

두 번째 질문은 같은 식을 거꾸로 쓰면 된다. 질량이 2.5배가 되었으니 늘어나는 길이도 2.5배다.

x=mgk=(0.50)(9.81)24.5=4.90524.5=0.200m=20cm

늘어난 길이가 질량에 비례한다는 것, 이것이 용수철저울이 성립하는 이유다. 다만 20cm 는 꽤 큰 변형이라 실제 용수철이라면 탄성 한계를 확인해야 한다.

흔한 오해

용수철을 천장에 매달고 그 끝에 추를 달아 위아래로 진동시킨다. 중력이 계속 아래로 당기고 있으니, 옆으로 놓고 진동시킬 때와는 운동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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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의 중심은 달라지지만 운동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유를 식으로 확인해 보자.

추를 매달았을 때 용수철이 x0=mg/k 만큼 늘어난 곳에서 멈춘다. 여기가 새 평형점이다.

이 새 평형점에서 다시 y 만큼 아래로 내렸다고 하자. 용수철은 모두 x0+y 만큼 늘어나 있으므로 위로 k(x0+y) 로 당기고, 중력은 아래로 mg 로 당긴다. 아래를 양의 방향으로 두면 알짜힘은

F=mgk(x0+y)=mgkx0ky

그런데 kx0=mg 이므로 앞의 두 항이 지워진다.

F=ky

중력이 식에서 사라졌다. 새 평형점을 기준으로 재면 그냥 후크 법칙이다. 그러니 진동의 빠르기도, 주기도 옆으로 놓았을 때와 같다. 중력이 한 일은 평형점을 아래로 옮긴 것뿐이다.

이 사실은 앞으로 계속 쓰인다. 진동 문제에서는 언제나 평형점을 원점으로 잡는다. 그러면 일정한 힘(중력 같은)은 저절로 사라진다.

각이 커지면 사인은 물결이 된다

진동을 식으로 쓰려면 사인과 코사인이 필요하다. 4장에서는 직각삼각형의 변의 비로만 썼다. 직각삼각형의 각은 090 사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각이 계속 커지는 경우가 필요하다.

각은 7장에서 쓰던 대로 라디안(radian, 기호 rad)으로 잰다. 요점만 다시 적으면, 반지름 r 인 원에서 중심각이 잘라 낸 호의 길이를 s 라 할 때

θ[rad]=sr,한 바퀴=2πrr=2πrad=360

이고, 뒤집으면 s=rθ 다. 길이를 길이로 나눈 값이라 단위가 없고, 그래서 다른 양과 섞어 써도 단위가 어긋나지 않는다. 이 장의 모든 식도 각이 라디안일 때만 맞는다.

이제 각을 키운다. 반지름 1인 원 위에 점을 하나 두고, 그 점을 반시계 방향으로 계속 돌린다. 각 θ 일 때 그 점의 높이sinθ 이고, 가로 좌표cosθ 다. 각이 90 이하일 때는 4장의 직각삼각형 정의와 정확히 같은 값을 준다. 그리고 이 정의는 각이 아무리 커져도 뜻이 통한다.

원 위의 점이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높이는 0에서 1로, 다시 0을 지나 −1로 내려갔다가 0으로 돌아온다. 그 높이를 각에 대해 펼친 것이 사인 곡선이다
<원 위의 점이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높이는 0에서 1로, 다시 0을 지나 −1로 내려갔다가 0으로 돌아온다. 그 높이를 각에 대해 펼친 것이 사인 곡선이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높이는 1+1 사이를 오르내린다. 둘째, 한 바퀴를 다 돌면 점은 제자리로 돌아오므로 값이 되풀이된다.

sin(θ+2π)=sinθ,cos(θ+2π)=cosθ

이 되풀이를 주기성이라 한다. 진동이 되풀이되는 운동이므로, 되풀이되는 함수인 사인과 코사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코사인 곡선은 사인 곡선을 왼쪽으로 π/2 만큼 옮긴 모양이다. cos0=1 에서 시작해 내려간다는 점만 다르다. 삼각함수의 성질을 더 보려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삼각함수 을 참고하면 된다. 이 장에서 필요한 것은 위 그림 한 장이 전부다.

예제 94

(가) 30270 를 라디안으로 바꾸어라. (나) 2.0rad 는 몇 도인가? (다) 반지름 0.50m 인 원판 위의 한 점이 중심각 0.40rad 만큼 돌았다면 그 점이 지나간 호의 길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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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은 3장에서 배운 대로 "곱해도 되는 1"을 곱하는 일이다. 360=2πrad 이므로 2πrad360=1 이다.

(가) 30×2πrad360=π6rad=0.524rad, 같은 식으로 270=3π2rad=4.712rad.

(나) 이번에는 거꾸로 뒤집은 1을 곱한다. 2.0rad×3602πrad=2.0×57.30=114.6

1rad57.3 라는 값은 기억해 두면 감을 잡는 데 편하다. 라디안 값은 대체로 도 값보다 훨씬 작은 수가 된다.

(다) 정의 그대로다. s=rθ=(0.50m)(0.40)=0.20m.

여기서 θ0.40 을 그냥 넣었다는 데 주의하자. 만약 각이 도로 주어졌다면 반드시 먼저 라디안으로 바꿔야 한다. s=rθ 는 라디안일 때만 맞는 식이다.

예제 95

어떤 점의 높이가 y=(2.0m)sinθ 로 주어진다. (가) θ=0, π/6, π/2, π, 3π/2 에서 높이를 구하라. (나) 높이가 처음으로 가장 높아지는 각은? (다) θ=π/2 와 같은 높이가 되는 다음 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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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인 값을 그림에서 읽거나 알려진 값을 쓴다.

θ (rad)0π/6π/2π3π/2
sin θ00.510−1
y (m)01.02.00−2.0

(나) 사인이 최대인 곳은 sinθ=1 인 곳, 즉 원 위의 점이 꼭대기에 올라간 때다. θ=π/2 이고 그때 y=2.0m 다.

(다) 한 바퀴를 더 돌면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θ=π2+2π=5π2=7.854rad

여기서 2.0m 는 진동의 폭을 정하는 값이다. 사인 자체는 언제나 11 사이이고, 앞에 곱한 수가 실제 크기를 정한다. 다음 절에서 이 수를 진폭이라 부르게 된다.

단순조화진동

이제 F=kx 인 물체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낼 차례다. 힘이 위치에 따라 계속 변하므로 4장의 등가속도 공식은 쓸 수 없다. 대신 이미 아는 운동 중에 답이 들어 있다.

5장에서 등속 원운동을 배웠다. 원 위를 일정한 빠르기로 도는 점은 가속도가 언제나 중심을 향하고 크기가 a=v2/r 였다. 7장의 각속도 ω(단위 rad/s)를 쓰면 v=rω 이므로 a=ω2r 로도 쓸 수 있다. 이 원운동을 옆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원판 위의 점에 빛을 비춰 벽에 생긴 그림자를 본다고 해도 좋다.

원운동하는 점의 그림자는 지름 위를 왕복한다. 원운동의 가속도가 중심을 향하므로 그림자의 가속도는 언제나 중심 쪽, 크기는 변위에 비례한다
<원운동하는 점의 그림자는 지름 위를 왕복한다. 원운동의 가속도가 중심을 향하므로 그림자의 가속도는 언제나 중심 쪽, 크기는 변위에 비례한다>[원본 보기]

그림자는 지름 위를 왔다 갔다 한다. 그림자의 가속도는 원운동 가속도의 가로 성분이다. 원운동의 가속도가 중심을 향하고 크기가 ω2A 일 때, 그 가로 성분은 크기가 ω2Acos(ωt) 이고 방향은 중심 쪽이다. 그런데 그림자의 위치 자체가 x=Acos(ωt) 이므로

a=ω2x

가 된다. 음부호는 가속도가 변위와 반대쪽, 즉 중심 쪽을 향한다는 뜻이다. 힘으로 바꾸면 F=ma=mω2x 다.

이것을 F=kx 와 나란히 놓고 보면 두 식이 같은 식이다. 다만

k=mω2ω=km

라는 조건이 붙을 뿐이다. 결론은 이렇다. 복원력이 변위에 비례하는 운동은 등속 원운동을 옆에서 본 것과 정확히 같다. 이런 운동을 단순조화진동(simple harmonic motion) 또는 단진동이라 한다.

그러므로 위치는 원운동의 사영, 즉 코사인 곡선이다.

x(t)=Acos(ωt+ϕ)

이 식에 나오는 이름을 하나씩 정리한다.

기호이름단위
A진폭 (amplitude)평형점에서 가장 멀리 가는 거리m
ω각진동수 (angular frequency)원운동으로 볼 때의 각속도rad/s
ωt + φ위상 (phase)지금 원의 어느 각에 있는가rad
φ위상상수t = 0 일 때 어디에서 시작했는가rad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주기(period) T 라 하고 단위는 s 다. 원으로 보면 한 바퀴 도는 시간이므로

T=2πω=2πmk

1초에 몇 번 왕복하는지를 진동수(frequency) f 라 한다. 주기의 역수다.

f=1T,ω=2πf

진동수의 단위는 "매 초", 즉 1/s 인데 여기에 헤르츠(hertz, 기호 Hz)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1Hz 는 1초에 한 번 왕복한다는 뜻이다. Hzrad/s 를 혼동하지 말자. 둘은 2π 배 차이가 난다.

속도와 가속도도 원운동에서 그대로 읽어낼 수 있다. 원운동의 속력은 Aω 이고 가속도의 크기는 Aω2 이므로, 그림자가 가장 빠를 때(평형점을 지날 때)와 가장 세게 되돌려질 때(끝점)의 값은

vmax=Aω,amax=Aω2

세 곡선은 같은 모양이 4분의 1 주기씩 어긋나 있다. 변위가 최대인 순간 속도는 0이고, 속도가 최대인 순간 변위는 0이다
<세 곡선은 같은 모양이 4분의 1 주기씩 어긋나 있다. 변위가 최대인 순간 속도는 0이고, 속도가 최대인 순간 변위는 0이다>[원본 보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성질 하나. T=2πm/k진폭 A 가 들어 있지 않다. 크게 흔들든 작게 흔들든 주기가 같다는 뜻이다. 이것을 등시성이라 한다. 진자시계가 시계 노릇을 할 수 있는 이유이자, 기타 줄을 세게 뜯든 살살 뜯든 음높이가 같은 이유다.

등시성은 Fx 라는 비례 관계에서 나온다. 진폭이 커져 이 비례가 깨지면 등시성도 깨진다.

예제 96

k=100N/m 인 용수철에 0.25kg 인 물체를 달고 진폭 5.0cm 로 진동시켰다. 각진동수, 주기, 진동수, 최대 속력, 최대 가속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먼저 각진동수를 구해야 나머지가 줄줄이 나온다.

ω=km=100N/m0.25kg=400=20rad/s

단위를 확인해 두자. N/m=(kgm/s2)/m=kg/s2 이므로 (kg/s2)/kg=1/s 다. 라디안은 단위가 없으므로 rad/s 로 적어도 된다.

T=2πω=6.28320=0.314s,f=1T=3.18Hz

진폭을 SI 단위로 바꾼다. A=5.0cm=0.050m.

vmax=Aω=(0.050)(20)=1.0m/s

amax=Aω2=(0.050)(400)=20m/s2

2자리로 T=0.31s, f=3.2Hz, vmax=1.0m/s, amax=20m/s2.

답이 말이 되는지 보자. 최대 가속도가 20m/s2 로 중력가속도의 두 배다. 진동에서는 이런 큰 가속도가 예사다. 검산도 해 두면 좋다. amax=Fmax/m=kA/m=(100)(0.050)/0.25=20m/s2 로 같다.

예제 97

위 진동자를 x=+A 인 자리에서 가만히 놓았다. (가) x(t) 를 적어라. (나) 처음으로 평형점을 지나는 시각과 그때의 속력은? (다) 처음으로 x=A/2 가 되는 시각은?

풀이 보기

(가) "가만히 놓았다"는 t=0 에서 x=A 이고 v=0 이라는 뜻이다. x=Acos(ωt+ϕ)t=0 을 넣으면 x(0)=Acosϕ 이고, 이것이 A 가 되려면 cosϕ=1, 즉 ϕ=0 이다.

x(t)=(0.050m)cos(20t)

시간은 초 단위이고 괄호 안은 라디안이다.

(나) 평형점은 x=0 이다. 코사인이 처음으로 0이 되는 각은 π/2 이므로

20t=π2t=π40=0.0785s

이 값은 T/4=0.314/4=0.0785s 와 같다. 끝점에서 평형점까지가 4분의 1 주기라는 것은 그림에서 바로 읽히는 사실이다. 그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므로 속력은 vmax=1.0m/s.

(다) cos(20t)=0.5 가 되는 첫 각은 π/3 이다.

20t=π3t=π60=0.0524s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거리로는 절반을 왔는데 시간은 4분의 1 주기의 3분의 2밖에 지나지 않았다. 끝점 근처에서는 느리고 평형점 근처에서는 빠르기 때문이다.

보충

미분을 아는 독자를 위해. x=Acos(ωt+ϕ) 가 정말 F=kx 를 만족하는지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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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제는 건너뛰어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속도는 위치를 시간으로 미분한 것이고 가속도는 속도를 미분한 것이다(4장). cos 을 미분하면 sin, sin 을 미분하면 cos 이며, 괄호 안이 ωt 이므로 미분할 때마다 ω 가 하나씩 앞으로 나온다.

x(t)=Acos(ωt+ϕ)v(t)=Aωsin(ωt+ϕ)a(t)=Aω2cos(ωt+ϕ)=ω2x

마지막 줄이 앞에서 그림으로 얻은 a=ω2x 다. 여기에 m 을 곱하면

F=ma=mω2x

이므로 k=mω2 로 두면 정확히 F=kx 가 된다. 기하로 얻은 답과 미분으로 얻은 답이 같다.

덤으로 속도 식에서 vmax=Aω 도, 가속도 식에서 amax=Aω2 도 바로 읽힌다. 사인이 최대 1이기 때문이다.

진자 — 실에 매단 추

실에 추를 매달아 옆으로 조금 밀었다 놓으면 진동한다. 여기에는 용수철이 없는데 무엇이 복원력 노릇을 하는가.

무게를 실 방향과 호의 접선 방향으로 나누면, 되돌리는 것은 접선 성분 mg sin θ 다. 실 방향 성분은 실의 장력과 맞서 사라진다
<무게를 실 방향과 호의 접선 방향으로 나누면, 되돌리는 것은 접선 성분 mg sin θ 다. 실 방향 성분은 실의 장력과 맞서 사라진다>[원본 보기]

무게 mg 를 두 방향으로 나눈다(5장에서 경사면에 하던 것과 같다). 실 방향 성분 mgcosθ 는 실의 장력이 받아내므로 운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호의 접선 방향 성분이다.

F=mgsinθ

음부호는 늘 평형 위치 쪽을 향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것이 변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inθθ 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런데 각이 작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앞의 그림에서 원 위의 점을 조금만 움직여 보면, 각이 작을 때 호의 길이와 높이가 거의 같다. 식으로 쓰면

sinθθ(θ가 작을 때, 라디안)

θ=0.20rad(약 11)일 때 sinθ=0.1987 로 0.7% 차이다. 이 정도면 근사로 쓸 만하다. 라디안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것이다. 도로 재면 이 깔끔한 근사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의 길이를 L 이라 하면 호를 따라 잰 변위는 s=Lθ 이므로 θ=s/L 이고

Fmgθ=mgLs

후크 법칙과 같은 꼴이다. k 자리에 mg/L 이 들어갔다. 그러니 앞 절의 결과를 그대로 쓸 수 있다.

ω=km=mg/Lm=gL,T=2πLg

질량 m 이 약분되어 사라졌다. 진자의 주기는 추의 무게와 무관하고 실의 길이로만 정해진다.

예제 99

길이 1.00m 인 진자의 주기를 구하라. 거꾸로, 주기가 정확히 2.00s 인 진자의 길이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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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진폭을 가정하고 T=2πL/g 를 쓴다.

T=2π1.00m9.81m/s2=2π0.10193s2=2π(0.31927s)=2.006s

제곱근 안의 단위가 m/(m/s2)=s2 이므로 근을 벗기면 s 다. 단위가 맞는다.

거꾸로 푸는 것은 식을 뒤집는 문제다. 양변을 제곱하면 T2=4π2L/g 이므로

L=gT24π2=(9.81)(2.00)24(9.8696)=39.2439.478=0.9940m

3자리로 T=2.01s, L=0.994m.

두 답이 서로 "거의 딱 맞는" 것이 눈에 띈다. 1m 진자의 주기가 거의 2s 인 것은 g 의 수치가 π2=9.87 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리적 필연이 아니라, 미터를 정할 때 주기 2s 인 진자의 길이가 후보 중 하나였던 역사의 흔적이다.

흔한 오해

진자의 추를 두 배로 무겁게 하면 주기가 짧아지는가? 진폭을 두 배로 하면 왕복 거리가 두 배이니 시간도 더 걸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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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아니다. 그러나 이유가 서로 다르다.

질량. 무거운 추는 더 센 힘으로 당겨지지만 그만큼 움직이기도 어렵다. 식에서 m 이 약분되는 것이 이 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유낙하에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같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진폭. 진폭이 두 배면 왕복 거리도 두 배지만, 복원력도 두 배라 속도도 그만큼 커진다. 거리와 빠르기가 같은 비율로 늘어나므로 시간은 그대로다. 이것이 등시성이다.

다만 진폭 쪽은 조건이 붙는다. 등시성은 sinθθ 근사 위에 서 있다. 진폭이 커지면 실제 복원력이 mgθ 보다 작아지므로 주기가 조금 길어진다. 최대 각 θ0 가 작을 때의 근사식은

T2πLg(1+θ0216)

θ0=20=0.349rad 이면 θ02/16=0.0076, 즉 0.76% 길어진다. 진자시계를 만든다면 무시할 수 없는 크기다.

예제 101

3장의 차원해석만으로 진자의 주기 T 의 형태를 얻어 보라. T 가 줄 길이 L, 추 질량 m, 중력가속도 g 에만 의존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위에서 유도한 식과 어디까지 일치하는지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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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T형태이지 값이 아니다. 아는 것은 세 양의 차원뿐이다. [L]=L, [m]=M, 그리고 가속도이므로 [g]=LT2.

답이 세 양의 거듭제곱을 곱한 꼴이라고 가정한다. 무차원 상수 C 는 차원해석으로 정해지지 않으므로 붙여만 둔다.

T=CLambgc

양변의 차원을 적는다. 좌변은 시간이다.

T=LaMb(LT2)c=MbLa+cT2c

같은 기본량의 지수끼리 견준다.

M:b=0,T:2c=1c=12,L:a+c=0a=12

T=CLg

위에서 유도한 식은 T=2πL/g 였으므로 C=2π 다. 차원해석은 형태까지만 주고 2π 는 주지 못한다. 그 수는 단순조화진동의 유도를 거쳐야 나온다.

대신 공짜로 얻는 것도 있다. b=0 이 차원만으로 나왔다. 주기가 추의 질량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물리를 하나도 쓰지 않고 얻은 셈이고, 위 유도에서 m 이 약분된 것과 같은 이야기다.

한 가지 더 확인해 둘 것이 있다. 앞 예제에서 진폭이 커지면 주기가 조금 길어진다고 했는데, 이 결과에는 진폭이 없다. 모순인가? 아니다. 최대 각 θ0무차원이라 차원 조건에 아무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정확히 쓰면 T=f(θ0)L/g 이고, 차원해석이 C 라고 부른 것이 실은 θ0 의 함수다. 작은 진폭에서 그 값이 2π 인 것이다. 무차원 양은 걸러지지 않는다는 3장의 경고가 여기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진동의 에너지

진동하는 물체는 에너지를 두 형태로 번갈아 갖는다. 끝점에서는 잠시 멈추므로 운동에너지가 0이고 용수철에 저장된 위치에너지가 최대다. 평형점에서는 반대다.

용수철에 저장되는 위치에너지는 6장에서 본 대로

U=12kx2

이고, 마찰이 없으면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된다(6장).

E=K+U=12mv2+12kx2=일정

끝점 x=A 에서는 v=0 이므로 총 에너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

E=12kA2

총 에너지가 진폭의 제곱에 비례한다. 진폭을 두 배로 하면 에너지는 네 배가 필요하다.

포물선은 위치에너지, 수평선은 총 에너지, 그 사이의 간격이 운동에너지다. 둘이 만나는 곳에서 물체가 잠시 멈춘다
<포물선은 위치에너지, 수평선은 총 에너지, 그 사이의 간격이 운동에너지다. 둘이 만나는 곳에서 물체가 잠시 멈춘다>[원본 보기]

그림처럼 생각하면 편하다. 물체는 포물선 모양의 그릇 안을 굴러다니는 구슬이고, 수평선은 그 구슬이 가진 총 에너지다. 구슬은 수평선보다 높이 올라갈 수 없다. 그래서 포물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자리에서 멈췄다가 되돌아온다. 그 자리가 반환점, 즉 x=±A 다.

예제 102

진폭 A 로 진동하는 물체가 x=A/2 를 지날 때,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비는 얼마인가? 또 속력은 최대 속력의 몇 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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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에너지는 변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U=12k(A2)2=14(12kA2)=E4

총 에너지가 보존되므로 나머지가 운동에너지다.

K=EU=3E4K:U=3:1

속력은 운동에너지에서 나온다. Kv2 이므로

v2vmax2=KE=34v=32vmax=0.866vmax

절반까지 왔는데도 속력이 87%나 남아 있다. 에너지가 x2 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K=U 가 되는 자리를 찾으면 U=E/2 에서 x=A/2=0.707A 다. 중간 지점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치우쳐 있다.

예제 103

앞서 다룬 진동자(k=100N/m, m=0.25kg, A=5.0cm)가 x=3.0cm 를 지날 때의 속력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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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알 필요가 없다. 에너지 보존만으로 풀린다. 이것이 에너지 방법의 힘이다.

E=12kA2=12(100)(0.050)2=12(100)(2.5×103)=0.125J

U=12kx2=12(100)(0.030)2=12(100)(9.0×104)=0.045J

K=EU=0.1250.045=0.080J

v=2Km=2(0.080)0.25=0.64=0.80m/s

2자리로 0.80m/s. 최대 속력 1.0m/s 의 80%다.

검산해 보자. 위의 계산을 일반화하면 v=ωA2x2 라는 편리한 식이 나온다. 넣어 보면 200.05020.0302=201.6×103=20(0.040)=0.80m/s 로 같다. 3, 4, 5 직각삼각형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실제의 진동 — 줄어들기와 공명

지금까지는 마찰을 무시했다. 실제로는 공기 저항과 내부 마찰 때문에 에너지가 조금씩 열로 빠져나가고 진폭이 줄어든다. 이것을 감쇠(damping)라 한다.

왼쪽: 진폭은 줄어도 주기는 거의 그대로다. 오른쪽: 미는 진동수를 그 계의 고유진동수에 맞출 때 진폭이 가장 커진다
<왼쪽: 진폭은 줄어도 주기는 거의 그대로다. 오른쪽: 미는 진동수를 그 계의 고유진동수에 맞출 때 진폭이 가장 커진다>[원본 보기]

감쇠에서 눈여겨볼 것은 진폭만 줄고 주기는 거의 그대로라는 점이다. 저항이 약하면 주기는 2πm/k 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진폭은 한 주기마다 대체로 같은 비율로 줄어든다. 매 주기 0.9배씩 줄어드는 식이다.

감쇠가 아주 세면 진동조차 하지 못하고 평형점으로 스르르 돌아가고 만다. 자동차의 충격흡수장치나 문닫힘 방지기는 일부러 그 경계 근처로 맞춘 것이다. 흔들리지 않으면서 가장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에너지를 계속 넣어 줄 수도 있다. 진동하는 계를 주기적인 힘으로 밀 때, 미는 진동수를 그 계가 스스로 진동하려는 진동수(고유진동수 f0=ω0/2π, ω0=k/m)에 맞추면 밀 때마다 에너지가 차곡차곡 쌓여 진폭이 크게 자란다. 이 현상이 공명(resonance)이다.

공명은 유용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악기는 공명으로 소리를 키우고, 라디오는 공명으로 방송국 하나를 골라낸다. 반대로 구조물이 바람이나 지진의 진동수와 공명하면 무너질 수 있다. 감쇠가 약할수록 공명의 봉우리가 높고 좁다.

예제 104

어떤 진동자의 진폭이 한 주기마다 앞 주기의 0.90배로 줄어든다. (가) 진폭이 처음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몇 번째 주기인가? (나) 에너지는 한 주기에 몇 배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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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매 주기 같은 비율을 곱하는 것이므로 곱해 나가며 보면 된다.

주기 수1234567
진폭 비0.9000.8100.7290.6560.5900.5310.478

6주기까지는 0.531로 절반보다 크고, 7주기째에 0.478로 절반 아래가 된다. 답은 7주기.

(나) 에너지는 진폭의 제곱에 비례한다(E=12kA2). 진폭이 0.90배면

E다음E이번=(0.90)2=0.81

한 주기에 19%가 열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에너지가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주기 수는 진폭의 경우보다 짧다. 0.813=0.531, 0.814=0.430 이므로 4주기째다. 진폭의 절반과 에너지의 절반은 다른 시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예제 105

줄 길이 2.5m 인 그네를 탄 사람을 뒤에서 밀어 크게 흔들려고 한다. 몇 초에 한 번씩 밀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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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게 흔들리려면 미는 박자를 그네의 고유 박자에 맞춰야 한다. 즉 그네의 주기를 구하면 된다.

그네는 사람을 추로 하는 진자다. 진자의 주기는 길이로만 정해지므로 사람의 몸무게는 알 필요가 없다.

T=2πLg=2π2.59.81=2π0.2548=2π(0.5048)=3.17s

3.2 초에 한 번, 진동수로는 f=1/T=0.32Hz 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아무 때나 밀면 안 되고 그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밀어야 에너지가 더해진다. 반대로 밀면 오히려 멈춘다. 공명에서 중요한 것은 진동수만이 아니라 위상이기도 하다.

또 이 값은 사람을 한 점으로 본 근사다. 실제 사람은 몸이 퍼져 있고 다리를 구부렸다 펴면 유효 길이가 달라지므로, 주기는 이 값 근처에서 조금씩 변한다.

파동 — 진동이 퍼져 나간다

물 위의 한 점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면 그 자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동그란 물결이 퍼져 나간다. 한 점의 진동이 이웃을 흔들고, 이웃이 다시 그 이웃을 흔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동이 공간으로 옮겨 가는 것을 파동(wave)이라 한다.

파동에서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사실은 이것이다. 물질은 이동하지 않는다. 물 위에 뜬 나뭇잎은 물결이 지나가도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흔들릴 뿐 함께 실려 가지 않는다. 이동하는 것은 모양이고, 모양과 함께 에너지가 옮겨 간다. 진동을 옮겨 주는 물질을 매질(medium)이라 한다.

매질이 흔들리는 방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눈다.

흔들리는 방향만 다를 뿐 둘 다 매질은 제자리에 머문다. 종파에서는 흔들림이 밀도의 촘촘함과 성김으로 나타난다
<흔들리는 방향만 다를 뿐 둘 다 매질은 제자리에 머문다. 종파에서는 흔들림이 밀도의 촘촘함과 성김으로 나타난다>[원본 보기]

파장, 주기, 그리고 속력

파동을 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고, 이 둘을 섞어 버리는 것이 파동에서 가장 흔한 혼란이다.

하나는 어느 한 순간에 파동 전체를 사진 찍는 것이다. 이때 가로축은 위치이고,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를 파장(wavelength) λ(그리스 문자 람다, 단위 m)라 한다.

다른 하나는 매질의 한 점만 계속 지켜보는 것이다. 그 점은 단진동을 하므로, 가로축이 시간인 그래프가 나온다. 한 번 왕복하는 시간이 주기 T 이고 그 역수가 진동수 f 다.

왼쪽 그래프의 가로축은 위치, 오른쪽 그래프의 가로축은 시간이다. 모양이 같아 보여도 읽어내는 양이 파장과 주기로 서로 다르다
<왼쪽 그래프의 가로축은 위치, 오른쪽 그래프의 가로축은 시간이다. 모양이 같아 보여도 읽어내는 양이 파장과 주기로 서로 다르다>[원본 보기]

두 재기를 이으면 파의 속력이 나온다. 한 주기 동안 파는 정확히 한 파장만큼 나아간다. 그러므로

v=λT=fλ

이 식이 이 절의 중심이다. 파장·진동수·속력 중 둘을 알면 나머지가 정해진다.

여기서 무엇이 무엇을 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속력은 매질이 정하고, 진동수는 파원이 정한다. 줄을 더 팽팽하게 당기면 파가 빨라지고, 손을 더 빨리 흔들면 진동수가 커진다. 파장은 그 둘의 결과로 따라온다.

팽팽한 줄에서 횡파의 속력은 두 가지로 정해진다. 줄을 당기는 장력 F(단위 N)와 선밀도 μ(뮤), 즉 줄 1미터의 질량(단위 kg/m)이다.

v=Fμ

세게 당길수록 빠르고 굵고 무거운 줄일수록 느리다. 제곱근이라 장력을 네 배로 해야 속력이 두 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제 106

길이 5.00m, 질량 25.0g 인 줄을 80.0N 으로 당겼다. 이 줄에서 파의 속력은? 한쪽 끝을 200Hz 로 흔들면 파장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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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력 식은 선밀도를 요구하므로 그것부터 구한다. 질량을 kg 으로 바꾸는 것을 잊지 말자.

μ=mL=25.0×103kg5.00m=5.00×103kg/m

v=Fμ=80.0N5.00×103kg/m=1.60×104=126.5m/s

단위를 확인하면 N/(kg/m)=(kgm/s2)(m/kg)=m2/s2 이고 근을 벗기면 m/s 다.

파장은 v=fλ 를 뒤집는다.

λ=vf=126.5m/s200Hz=0.632m

3자리로 v=126m/s, λ=0.632m.

여기서 손을 두 배 빨리 흔들면 어떻게 될까. 속력은 줄이 정하므로 그대로이고, 파장이 절반이 된다. 반대로 줄을 더 세게 당기면 속력이 커지고, 진동수가 그대로이므로 파장이 길어진다.

예제 107

어떤 횡파가 y=(0.020m)sin(3.0x12t) 로 주어졌다(길이는 m, 시간은 s). 진폭, 파장, 진동수, 속력, 진행 방향을 구하고, 매질의 한 점이 갖는 최대 속력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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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은 "위치 x 에 있는 점이 시각 t 에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알려준다. t 를 고정하면 위치에 대한 사인 곡선(사진)이 되고, x 를 고정하면 시간에 대한 사인 곡선(그 점의 단진동)이 된다.

표준형과 견주어 읽는다.

y=Asin(kxωt),k=2πλ,ω=2πf

여기서 k 는 파수(wave number)로 단위가 rad/m 다. 앞 절의 용수철상수와 기호가 겹치지만 전혀 다른 양이다. 관례가 그렇게 굳어져 있으니 문맥으로 구별하는 수밖에 없다.

A=0.020m,k=3.0rad/m,ω=12rad/s

λ=2πk=6.2833.0=2.09m,f=ω2π=126.283=1.91Hz

v=fλ=ωk=123.0=4.0m/s

괄호 안이 kxωt 이면 +x 방향, kx+ωt 이면 x 방향으로 간다. 시간이 흐를 때 같은 위상을 유지하려면 x 가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x 방향이다.

매질의 각 점은 진폭 A, 각진동수 ω 인 단진동을 한다. 그러니 그 점의 최대 속력은 앞 절의 vmax=Aω 다.

vy,max=Aω=(0.020)(12)=0.24m/s

파의 속력 4.0m/s 와 매질 점의 속력 0.24m/s 는 완전히 다른 양이다. 앞엣것은 모양이 퍼지는 속도이고 뒤엣것은 물질이 실제로 흔들리는 속도다. 둘을 섞는 것이 파동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소리 — 가장 익숙한 종파

소리는 공기의 촘촘함과 성김이 퍼져 나가는 종파다. 공기가 없으면 전달되지 않는다. 20C 인 공기에서 소리의 속력은 약 343m/s 이고, 온도가 오르면 조금 빨라진다.

진동수가 음높이를 정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는 대략 20Hz 에서 20000Hz 사이이고, 나이가 들면 높은 쪽부터 좁아진다.

소리의 크기는 세기(intensity) I 로 잰다. 세기는 단위 넓이를 단위 시간에 지나가는 에너지, 즉 W/m2 다(6장의 일률을 넓이로 나눈 것이다). 점 모양의 음원에서 나온 소리는 거리가 멀어지면 같은 에너지가 넓은 구면에 퍼지므로

I1r2

로 줄어든다. 거리가 두 배면 세기는 4분의 1이다.

그런데 사람의 귀가 다루는 세기의 범위가 너무 넓다. 겨우 들리는 소리와 아플 만큼 큰 소리의 세기 차이가 조 단위다. 그래서 세기를 그대로 쓰지 않고 몇 자릿수 차이인가로 바꿔 쓴다. 그 척도가 세기 준위이고 단위는 데시벨(dB)이다.

β=10log10II0 [dB],I0=1×1012W/m2

log10 은 "10을 몇 번 곱해야 그 수가 되는가"를 뜻한다. log101000=3, log10107=7 이다. I0 는 사람이 겨우 들을 수 있는 정도로 정한 기준값이다. 실전에서는 아래 세 가지만 알면 대부분 처리된다.

세기가준위 변화
10배+10 dB
2배+3 dB
4분의 1 (거리 2배)−6 dB

예제 108

어떤 지점에서 소리의 세기가 1.0×105W/m2 다. 세기 준위는 몇 dB 인가? 음원에서 거리를 두 배로 멀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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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그대로 넣는다. 먼저 비를 구하면 지수가 깔끔하게 나온다.

II0=1.0×1051.0×1012=107

β=10log10(107)=10×7=70dB

거리가 두 배면 세기는 1/22=1/4 이 된다. 표에서 읽으면 6dB 이므로

β=706=64dB

직접 계산해도 같다. 10log10(107/4)=7010log104=706.02=64.0dB.

주의할 점 하나. 세기가 4분의 1로 줄어도 사람이 느끼는 소리 크기는 4분의 1이 되지 않는다. 체감으로 "절반"이 되려면 대략 10dB, 즉 세기로 10배가 줄어야 한다는 것이 경험 법칙이다. 다만 이는 심리음향의 영역이고 개인차가 크다.

파가 겹칠 때

두 파가 같은 자리에 오면 어떻게 되는가. 답이 놀랄 만큼 간단하다. 변위가 그냥 더해진다. 이것을 중첩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라 한다. 그리고 서로를 지나간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모양으로 나아간다.

마루끼리 겹치면 커지고 마루와 골이 겹치면 지워진다. 진동수가 조금 다른 두 파를 더하면 합의 크기가 느리게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마루끼리 겹치면 커지고 마루와 골이 겹치면 지워진다. 진동수가 조금 다른 두 파를 더하면 합의 크기가 느리게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원본 보기]

마루와 마루가 겹쳐 커지는 것을 보강간섭, 마루와 골이 겹쳐 지워지는 것을 상쇄간섭이라 한다. 상쇄간섭에서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워진 곳의 에너지는 보강된 다른 곳으로 옮겨 간 것이다.

정상파 — 갇힌 파는 정해진 모양만 갖는다

줄의 양 끝을 묶어 놓고 흔들면, 파가 끝에서 되돌아와 원래 파와 겹친다. 같은 파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며 겹치면 제자리에서 오르내리기만 하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 모양이 생긴다. 이것이 정상파(standing wave)다.

정상파에는 두 종류의 특별한 자리가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움직이지 않는 자리를 마디(node), 가장 크게 흔들리는 자리를 배(antinode)라 한다.

묶인 끝은 움직일 수 없으므로 반드시 마디여야 한다. 이 조건이 가능한 파장을 걸러낸다. 길이 L 인 줄에 반파장이 정수 개 들어가야 하므로

L=nλn2λn=2Ln,fn=vλn=nv2L=nf1(n=1,2,3,)

양 끝이 마디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아무 파장이나 살아남지 못한다. 가장 낮은 것이 기본진동이고 나머지는 그 정수배다
<양 끝이 마디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아무 파장이나 살아남지 못한다. 가장 낮은 것이 기본진동이고 나머지는 그 정수배다>[원본 보기]

n=1 인 것을 기본진동, 그 위의 것들을 배음(harmonic)이라 한다. 악기의 음높이는 기본진동수가 정하고, 같은 음이라도 악기마다 소리가 다른 것은 배음이 섞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관 속의 공기도 같은 방식으로 정상파를 이룬다. 다만 경계 조건이 다르다. 열린 끝에서는 공기가 자유롭게 움직이므로 배가 되고, 막힌 끝에서는 움직일 수 없으므로 마디가 된다.

한쪽만 막힌 관은 한쪽 끝이 마디, 다른 끝이 배여야 해서 기본진동의 파장이 관 길이의 4배가 된다. 그 결과 홀수 배음만 나온다
<한쪽만 막힌 관은 한쪽 끝이 마디, 다른 끝이 배여야 해서 기본진동의 파장이 관 길이의 4배가 된다. 그 결과 홀수 배음만 나온다>[원본 보기]
기본진동의 파장가능한 진동수
양 끝 고정된 줄2Lf(n) = n v / (2L), n = 1, 2, 3 …
양쪽 열린 관2Lf(n) = n v / (2L), n = 1, 2, 3 …
한쪽 막힌 관4Lf = (2n−1) v / (4L), 홀수배만

맥놀이

진동수가 조금 다른 두 소리를 함께 들으면,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 들린다. 이것을 맥놀이(beat)라 한다. 두 파가 어느 순간 나란히 겹쳤다가 조금씩 어긋나 상쇄되고 다시 나란해지기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1초에 되풀이되는 횟수는

f맥놀이=|f1f2|

이다. 악기를 조율할 때 쓰는 원리다. 맥놀이가 느려질수록 두 소리가 가까워진 것이고, 완전히 사라지면 맞은 것이다.

예제 109

앞 예제의 줄(v=126.5m/s)을 길이 0.650m 로 잘라 양 끝을 고정했다. 기본진동수와 3배음의 진동수를 구하고, 3배음일 때 마디의 위치를 모두 구하라.

풀이 보기

기본진동은 n=1 이므로 줄 길이가 반파장이다. 즉 λ1=2L=1.300m.

f1=vλ1=126.51.300=97.3Hz

배음은 정수배다. f3=3f1=292Hz.

n=3 이면 줄 위에 반파장이 세 개 놓인다. 마디는 반파장 간격이므로 줄을 3등분한 자리에 생긴다.

x=0, L3, 2L3, L=0, 0.217, 0.433, 0.650m

마디가 4개, 배가 3개다. 일반적으로 n 번째 모드에는 마디 n+1 개(양 끝 포함)와 배 n 개가 있다.

기타 연주에서 12번째 프렛 위를 살짝 짚고 뜯으면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는 것이 이 원리다. 줄 한가운데를 마디로 만들면 n=1 이 사라지고 n=2 만 남기 때문이다.

예제 110

길이 15.0cm 인 시험관의 입구에 바람을 불어 소리를 냈다. 아래가 막혀 있을 때 나는 가장 낮은 소리의 진동수는? 아래를 뚫어 양쪽이 열리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공기 중 음속은 343m/s 로 본다.

풀이 보기

한쪽만 막힌 관이므로 막힌 끝이 마디, 열린 끝이 배다. 마디에서 배까지가 4분의 1 파장이므로 기본진동의 파장은 관 길이의 4배다.

λ1=4L=4(0.150m)=0.600m

f1=vλ1=3430.600=572Hz

양쪽이 열리면 두 끝이 모두 배가 되어 기본진동의 파장이 관 길이의 2배가 된다.

λ1=2L=0.300m,f1=3430.300=1.14×103Hz

같은 길이인데 진동수가 정확히 두 배, 즉 한 옥타브 높아진다. 병에 물을 채우면 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이야기다. 물이 차오르면 공기 기둥의 길이 L 이 짧아지고, f=v/4L 에서 진동수가 올라간다.

3자리로 572Hz1.14×103Hz. 실제 관에서는 열린 끝의 배가 관 밖으로 조금 밀려나 진동수가 이 값보다 약간 낮게 나온다.

예제 111

440Hz 인 소리굽쇠와 조율이 덜 된 현을 함께 울렸더니 1초에 3번 맥놀이가 들렸다. 현의 진동수로 가능한 값은? 현을 조금 조였더니 맥놀이가 1초에 5번으로 늘었다면 처음 진동수는 어느 쪽이었나?

풀이 보기

맥놀이 진동수는 두 진동수 차의 절댓값이다.

|f440|=3f=437Hz 또는 443Hz

맥놀이만 들어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이 맥놀이 측정의 근본적인 한계다.

조여 보면 판별할 수 있다. 현을 조이면 장력 F 가 커지고 v=F/μ 가 커지므로 진동수가 올라간다.

만약 처음이 437Hz 였다면 조일수록 440 에 가까워져 맥놀이가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 늘었으므로 현은 이미 440 보다 높은 쪽, 즉 443Hz 였다. 조인 뒤에는 445Hz 가 된 셈이다.

조율할 때 "조여 보고 맥놀이가 늘면 이미 높은 것이니 도로 풀어라"라는 실무 규칙이 여기서 나온다.

도플러 효과

구급차가 다가올 때와 지나간 뒤의 사이렌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사이렌 자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파원이나 관측자가 매질에 대해 움직이면 관측되는 진동수가 달라지는 이 현상을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라 한다.

파면은 만들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퍼진다. 파원이 뒤따라오면 앞쪽 파면 사이가 좁아지고 뒤쪽은 넓어진다. 파의 속력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파면은 만들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퍼진다. 파원이 뒤따라오면 앞쪽 파면 사이가 좁아지고 뒤쪽은 넓어진다. 파의 속력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그림이 이 현상의 전부다. 파면은 만들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매질 속에서 사방으로 같은 속력으로 퍼진다. 파원이 움직이면 다음 파면은 조금 앞으로 간 자리에서 만들어지므로, 앞쪽에서는 파면 간격(파장)이 좁아지고 뒤쪽에서는 넓어진다. 파장이 짧아지면 같은 속력에서 진동수가 커진다.

소리처럼 매질이 있는 파에서는 다음 식을 쓴다. v 는 매질 속 파의 속력, vo 는 관측자의 속력, vs 는 파원의 속력이다.

f=fv±vovvs

부호를 외우려 하지 말고 결과로 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까워지면 진동수가 올라가고 멀어지면 내려간다. 이 결과가 나오도록 부호를 고르면 된다.

상황고르는 부호결과
관측자가 파원 쪽으로 간다분자 +f 가 커진다
관측자가 멀어진다분자 −f 가 작아진다
파원이 관측자 쪽으로 간다분모 −f 가 커진다
파원이 멀어진다분모 +f 가 작아진다

파원의 속력이 파의 속력을 넘으면(vs>v) 이 식은 뜻을 잃는다. 파면들이 겹쳐 원뿔 모양의 충격파를 이루기 때문이다. 초음속 비행기가 지나갈 때 들리는 굉음이 그것이다.

예제 112

진동수 1000Hz 인 사이렌을 실은 차가 30m/s 로 달려 정지한 사람에게 다가온다. 다가올 때와 지나간 뒤에 들리는 진동수를 각각 구하라. 음속은 343m/s 로 본다.

풀이 보기

관측자는 서 있으므로 vo=0 이고, 움직이는 것은 파원이다. 따라서 분모만 손댄다.

다가올 때는 진동수가 커져야 하므로 분모를 작게 만든다. 즉 뺀다.

f=fvvvs=1000×34334330=1000×343313=1096Hz

지나간 뒤에는 반대로 더한다.

f=fvv+vs=1000×343373=920Hz

3자리로 1.10×103Hz920Hz.

두 값이 1000 을 가운데 두고 대칭이 아니라는 데 주목하자. 올라간 폭은 +96Hz, 내려간 폭은 80Hz 다. vs 가 분모에 있어서 생기는 비대칭이다. 또 소리가 낮아지는 것은 차가 옆을 스치는 순간이지 서서히가 아니다.

예제 113

이번에는 같은 사이렌이 정지해 있고 사람이 30m/s 로 다가간다. 들리는 진동수는? 파원이 움직였을 때와 왜 다른가?

풀이 보기

이번에는 분자를 손댄다. 다가가므로 더한다.

f=fv+vov=1000×343+30343=1000×373343=1087Hz

앞 예제에서 파원이 움직였을 때는 1096Hz 였다. 상대속도는 똑같이 30m/s 인데 9Hz 가 차이 난다.

두 경우의 물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파원이 움직이면 파장 자체가 압축된다. 관측자가 움직이면 파장은 그대로이고 단위 시간에 더 많은 파면을 지나갈 뿐이다. 공기라는 매질이 기준을 제공하므로 "누가 움직이는가"가 실제로 관측 가능한 차이를 만든다.

다만 두 속력이 음속보다 훨씬 작으면 차이는 급히 사라진다. 여기서도 9/1000, 즉 1% 미만이다.

참고로 빛에는 매질이 없어서 이 구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빛의 도플러 효과는 상대속도만으로 정해지며 식의 꼴도 달라진다. 그 이야기는 상대성 이론에서 다룬다.

정리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들이다.

기호이름단위핵심 관계
k용수철상수N/mF = −kx (후크 법칙)
rad라디안(무차원)호의 길이 ÷ 반지름, 한 바퀴 = 2π
A진폭m평형점에서 가장 멀리 가는 거리
T주기s한 번 왕복하는 시간
f진동수Hzf = 1/T
ω각진동수rad/sω = 2πf = √(k/m)
φ위상상수radx = A cos(ωt + φ)
λ파장mv = fλ
μ선밀도kg/m줄의 파: v = √(F/μ)
I소리의 세기W/m²I ∝ 1/r², β = 10 log(I/I₀) dB

관계식만 따로 모으면 이렇다.

상황결과조건
용수철 진동ω = √(k/m), T = 2π√(m/k)탄성 한계 안
진자ω = √(g/L), T = 2π√(L/g)작은 진폭 (sin θ ≈ θ)
진동의 에너지E = ½kA², v(max) = Aω마찰 없음
파의 속력v = fλ모든 파
양 끝 고정된 줄f(n) = n v / (2L)양 끝이 마디
한쪽 막힌 관f = (2n−1) v / (4L)막힌 끝이 마디
맥놀이f = |f₁ − f₂|진동수가 가까울 때
도플러 효과f' = f (v ± v(o)) / (v ∓ v(s))매질이 있는 파

가장 기억할 것 하나를 고르라면 등시성이다. 복원력이 변위에 비례하기만 하면 주기가 진폭과 무관해진다. 자연의 진동이 대부분 이 꼴로 시작하는 이유는, 어떤 안정한 평형점 근처에서든 위치에너지 곡선이 포물선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장의 식들은 뒤의 광학과 전자기파에서도 모양 그대로 다시 나온다.

유체

물속 깊이 들어가면 왜 귀가 아픈가. 쇳덩이는 가라앉는데 쇠로 만든 배는 왜 뜨는가. 호스 끝을 손가락으로 좁히면 왜 물이 멀리 날아가는가. 이 장은 이 세 질문에 답한다.

유체(fluid)란 흐르는 것, 즉 액체와 기체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고체는 제 모양을 지키지만 유체는 담긴 그릇의 모양을 따른다. 그래서 "이 물체에 힘이 얼마나 걸리는가"를 묻는 대신 "여기서 압력이 얼마인가"를 묻게 된다. 이 장의 새 개념은 사실상 압력 하나이고 나머지는 그것의 응용이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세 가지다. 3장의 밀도 ρ=m/V 와 넓이·부피, 5장의 힘과 평형, 6장의 일과 에너지 보존이다. 새 수학은 필요하지 않다.

압력 — 힘을 넓이로 나눈 값

눈 위를 맨발로 걸으면 푹푹 빠지지만 넓은 판을 대면 빠지지 않는다. 몸무게는 똑같은데 결과가 다르다. 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차이를 다루는 양이 압력이다.

어떤 면에 그 면과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을 F, 면의 넓이를 A 라 할 때 압력(pressure)은

P=FA

로 정의한다. 단위는 N/m2 이고, 여기에 파스칼(pascal, 기호 Pa)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1Pa1m21N 이 걸릴 때의 압력이다. 아주 작은 값이라 실제로는 킬로파스칼(kPa)을 자주 쓴다.

같은 크기의 힘이라도 닿는 넓이가 좁으면 압력이 커진다. 못이 박히는 것은 힘이 세서가 아니라 끝이 뾰족해서다
<같은 크기의 힘이라도 닿는 넓이가 좁으면 압력이 커진다. 못이 박히는 것은 힘이 세서가 아니라 끝이 뾰족해서다>[원본 보기]

정의에서 "수직"이라는 말이 붙은 데 주의하자. 면을 비스듬히 미는 힘 중에서 압력에 들어가는 것은 면에 수직인 성분뿐이다. 4장에서 배운 성분 분해가 여기서 쓰인다.

정지한 유체에는 한 가지 중요한 성질이 있다. 압력에는 방향이 없다. 유체 속 어떤 점에 아주 작은 판을 놓으면, 판을 어느 방향으로 돌려놓든 판이 받는 압력의 크기는 같다. 다만 그 힘의 방향은 언제나 판에 수직이다.

이것이 유체와 고체의 결정적 차이다. 유체는 면을 따라 미는 힘(전단력)을 버티지 못하고 흘러 버린다. 버틸 수 있는 것은 수직으로 누르는 힘뿐이다. 그래서 압력이라는 하나의 수로 상태를 적을 수 있다.

예제 114

질량 60kg 인 사람이 (가) 바닥 넓이가 모두 2.0×102m2 인 운동화를 신고 두 발로 섰을 때, (나) 넓이가 1.0×104m2 인 굽 하나에 몸무게가 다 실렸을 때, 바닥이 받는 압력을 각각 구하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압력이고 단위는 Pa 다. 먼저 누르는 힘, 즉 몸무게를 구한다(5장).

F=mg=(60kg)(9.81m/s2)=589N

두 경우 모두 힘은 같고 넓이만 다르다.

(가) P=589N2.0×102m2=2.9×104Pa=29kPa

(나) P=589N1.0×104m2=5.9×106Pa=5.9MPa

넓이가 200분의 1이 되니 압력도 정확히 200배가 되었다. 압력이 넓이에 반비례한다는 것이 숫자로 확인된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보자. 같은 사람이 같은 무게로 서 있는데 바닥이 받는 압력은 200배 차이가 난다. 나무 바닥에 굽 자국이 남고 운동화 자국은 남지 않는 이유다. 못·칼·압정이 하는 일도 전부 이것이다. 힘을 키우는 대신 넓이를 줄인다.

흔한 오해

압력은 무게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 아래로 누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물이 든 통의 옆면에 구멍을 뚫으면 물이 옆으로 뿜어 나온다. 같은 깊이에 옆면 구멍과 바닥 구멍을 뚫으면 어느 쪽에서 더 세게 나오겠는가?

풀이 보기

두 구멍에서 똑같이 나온다. 압력은 깊이로 정해지고, 그 깊이에서는 방향에 상관없이 크기가 같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유체가 흐른다는 성질에서 나온다. 만약 어떤 점에서 위로 미는 압력이 옆으로 미는 압력보다 크다면 그 점의 유체는 그 차이만큼 힘을 받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정지한 유체가 아니다. 정지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방향의 압력이 같음을 요구한다.

헷갈리는 이유는 "무게는 아래로 향한다"는 사실과 섞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에 얹힌 물기둥의 무게가 압력을 만드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진 압력은 유체를 통해 사방으로 전달된다. 만드는 원인과 전달되는 방식은 다른 이야기다.

이 성질 덕분에 잠수함은 아래쪽 선체만이 아니라 옆면과 창문까지 모두 같은 깊이의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된다.

깊이에 따라 커지는 압력

물속으로 내려갈수록 압력이 커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위에 얹힌 물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계산해 보자.

수면에서 깊이 h 인 곳에 넓이 A 짜리 가상의 면을 생각한다. 그 위에는 밑넓이 A, 높이 h 인 물기둥이 얹혀 있다. 이 기둥의 부피는 V=Ah 이고, 밀도가 ρ 이므로 질량은 m=ρAh(3장), 무게는 mg=ρAhg 다.

이 무게를 넓이로 나눈 것이 그 깊이에서 늘어난 압력이다.

ΔP=ρAhgA=ρgh

넓이 A 가 지워졌다. 압력이 기둥의 굵기와 무관하다는 뜻이다. 수면 위에서 이미 누르고 있는 압력을 P0 라 하면

P=P0+ρgh

압력을 정하는 것은 오직 깊이다. 그릇이 넓든 좁든, 담긴 물이 많든 적든 같은 깊이면 같은 압력이다
<압력을 정하는 것은 오직 깊이다. 그릇이 넓든 좁든, 담긴 물이 많든 적든 같은 깊이면 같은 압력이다>[원본 보기]

이 식에서 읽어야 할 것은 압력이 깊이에만 달려 있다는 점이다. 그릇의 모양도, 담긴 물의 총량도 들어 있지 않다. 가느다란 관에 담긴 물이나 넓은 저수지의 물이나, 수면에서 같은 깊이면 압력이 같다. 처음 보면 믿기 어려워서 유체 역설이라고도 부른다.

지구 표면에서 P0 는 대기압이다. 공기도 무게가 있고, 우리 머리 위에는 수십 킬로미터의 공기 기둥이 얹혀 있다. 해수면 근처의 대기압은 대략 101kPa 다.

압력을 말할 때는 두 가지를 구별해야 한다.

압력계 대부분이 계기압력을 가리키는 이유는, 압력계 자체가 안팎의 차이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타이어 압력이 "0"이라는 것은 진공이라는 뜻이 아니라 바깥 공기와 같다는 뜻이다.

파스칼의 원리와 유압 장치

갇힌 유체의 한 곳에 압력을 더 가하면 그 증가분이 유체 안 모든 곳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것을 파스칼의 원리(Pascal's principle)라 한다. 위의 P=P0+ρgh 에서 P0 를 올리면 모든 깊이의 P 가 같은 만큼 올라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 원리로 힘을 키울 수 있다. 넓이가 다른 두 피스톤을 유체로 연결하고 작은 쪽을 F1 로 누르면, 압력 F1/A1 이 큰 피스톤에도 그대로 전달되므로

F1A1=F2A2F2=F1A2A1

힘은 넓이 비만큼 커지지만 움직이는 거리는 그 비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양쪽이 한 일은 같다
<힘은 넓이 비만큼 커지지만 움직이는 거리는 그 비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양쪽이 한 일은 같다>[원본 보기]

넓이 비가 100배면 힘도 100배가 된다. 그렇다고 에너지가 공짜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체의 부피는 그대로이므로 작은 쪽이 d1 만큼 내려가면 큰 쪽은 A1d1=A2d2 를 만족하는 만큼만 올라간다. 두 식을 곱해 보면

F1d1=F2d2

한 일은 양쪽이 같다. 유압 장치는 힘을 키우는 장치이지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6장에서 본 지레와 같은 구조다.

예제 116

수심 10.0m 에서의 절대압력과 계기압력을 구하라. 그 깊이에서 넓이 0.20m2 인 잠수정 창이 받는 알짜힘은 얼마인가? 창 안쪽은 대기압으로 유지된다. 물의 밀도는 1.00×103kg/m3, 대기압은 101kPa 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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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때문에 늘어난 부분부터 구한다. 단위를 하나씩 확인하며 가자.

ρgh=(1.00×103kg/m3)(9.81m/s2)(10.0m)=9.81×104Pa

단위를 풀어 보면 (kg/m3)(m/s2)(m)=kg/(ms2)=(kgm/s2)/m2=N/m2=Pa 로 제대로 나온다.

이 값이 곧 계기압력이다. 98.1kPa.

절대압력은 여기에 대기압을 더한다.

P=101+98.1=199kPa=1.99×105Pa

창에 걸리는 알짜힘은 안팎의 차이가 결정한다. 안쪽이 대기압이므로 차이는 계기압력 그대로다.

F=(ΔP)A=(9.81×104Pa)(0.20m2)=1.96×104N

3자리로 P=1.99×105Pa, F=1.96×104N.

감을 잡아 두자. 물속에서는 대략 10m 내려갈 때마다 대기압만큼씩 압력이 늘어난다. 겨우 10m 깊이인데도 이 창에는 질량 2.0×103kg 짜리 물체의 무게에 맞먹는 힘이 걸린다.

예제 117

건물 옥상 물탱크의 수면이 1층 수도꼭지보다 12.0m 높다. 꼭지를 잠근 상태에서 꼭지에 걸리는 계기압력은? 이 압력을 200kPa 로 만들려면 수면을 얼마나 높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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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지 않고 멈춰 있으므로 정지 유체의 식을 그대로 쓴다. 탱크 수면은 대기에 열려 있으니 그곳이 P0 이고, 꼭지는 그보다 12.0m 아래다.

P계기=ρgh=(1.00×103)(9.81)(12.0)=1.177×105Pa=118kPa

여기서 탱크의 크기는 전혀 쓰이지 않았다. 물탱크가 크든 작든, 물이 지나온 관이 굽었든 곧든 상관없다. 오직 수면과 꼭지의 높이 차만이 압력을 정한다.

두 번째 질문은 식을 뒤집는 문제다.

h=Pρg=200×103Pa(1.00×103)(9.81)=2.00×1059.81×103=20.4m

20m, 즉 7층 정도 높이가 필요하다. 고층 건물이 중간층마다 물탱크나 가압 펌프를 두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 계산은 거꾸로도 쓰인다. 압력을 "물기둥 몇 미터"로 말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9.81kPa 가 물기둥 1m 에 해당한다는 것만 알아 두면 편하다.

예제 118

유압 프레스의 작은 피스톤 넓이가 2.0cm2, 큰 피스톤이 250cm2 다. 작은 쪽에 100N 을 걸면 큰 쪽에서 얻는 힘은? 큰 피스톤을 1.0cm 올리려면 작은 피스톤을 얼마나 눌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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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의 원리를 쓴다. 넓이의 비만 필요하므로 두 넓이를 굳이 m2 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비를 만들 때 같은 단위끼리 나뉘어 지워지기 때문이다.

F2=F1A2A1=(100N)×2502.0=(100)(125)=1.25×104N

125배로 늘었다. 질량으로 치면 1.3×103kg 짜리를 들 수 있다.

움직이는 거리는 부피 보존에서 나온다.

A1d1=A2d2d1=d2A2A1=(1.0cm)(125)=125cm

1.25m 나 눌러야 한다. 일을 계산해 검산하자.

W1=(100N)(1.25m)=125J,W2=(1.25×104N)(0.010m)=125J

정확히 같다. 힘은 125배가 되었지만 거리가 125분의 1이 되어 일은 그대로다.

실제 유압 잭은 이 긴 행정을 여러 번의 짧은 펌프질로 나눠 처리한다. 손잡이를 여러 번 까딱거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부력 — 밀려난 유체의 무게

물에 잠긴 물체는 위로 밀린다. 이 힘을 부력(buoyant force) FB 라 한다. 부력은 새로운 종류의 힘이 아니라 앞 절에서 본 압력 차이의 결과다.

물속에 잠긴 직육면체를 생각하자. 윗면과 아랫면의 넓이는 같지만 아랫면이 더 깊으므로 더 큰 압력을 받는다. 아랫면 깊이를 h2, 윗면 깊이를 h1, 유체의 밀도를 ρf(아래첨자 f 는 fluid)라 하면 위아래 힘의 차이는

FB=(P2P1)A=ρfg(h2h1)A=ρfgV

여기서 (h2h1)A 는 물체의 부피다. 옆면들이 받는 힘은 서로 마주 보며 상쇄되므로 남는 것은 위로 미는 이 힘뿐이다.

아랫면이 더 깊어 더 세게 밀린다. 그 차이가 부력이고, 크기는 물체가 밀어낸 유체의 무게와 같다
<아랫면이 더 깊어 더 세게 밀린다. 그 차이가 부력이고, 크기는 물체가 밀어낸 유체의 무게와 같다>[원본 보기]

ρfV 는 물체가 차지한 자리에 원래 있던 유체의 질량이다. 그러니 이 결과는 이렇게 읽을 수 있다. 부력은 물체가 밀어낸 유체의 무게와 같다. 이것이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다. 잠긴 부피만 세면 되므로 일부만 잠겼을 때도 그대로 쓸 수 있다.

FB=ρfgV잠긴

이 식에 물체의 밀도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부피만큼 잠겨 있다면 쇠공이든 나무공이든 받는 부력은 같다. 물체의 밀도는 다음 단계, 즉 부력과 무게 중 어느 쪽이 이기는지에서 등장한다.

떠 있는 물체는 부력과 무게가 같다. ρfgV잠긴=ρ물체gV전체 이므로

V잠긴V전체=ρ물체ρf

유체 속에서 잰 무게를 겉보기 무게라 하고, W겉보기=WFB 다. 이 차이를 이용하면 모양이 복잡한 물체의 부피도 잴 수 있다.

예제 119

얼음(밀도 917kg/m3)이 바닷물(밀도 1.03×103kg/m3)에 떠 있다. 수면 위로 나온 부피는 전체의 몇 퍼센트인가? 민물이라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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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 있다는 것은 부력과 무게가 균형을 이룬다는 뜻이다.

ρfgV잠긴=ρigV전체V잠긴V전체=ρiρf

g 가 양변에서 지워졌다. 중력의 세기와 무관하다는 뜻이니, 중력이 다른 천체의 바다에서도 같은 비율로 뜬다.

바닷물에서는

V잠긴V전체=9171030=0.890

89.0%가 잠기고 11.0%가 나온다. 민물에서는

9171000=0.917위로 나온 부분 8.3%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의 근거가 이 10% 남짓이다. 바닷물이 밀도가 더 커서 조금 더 뜬다.

덧붙이면, 얼음이 물에 뜨는 것 자체가 물의 특이한 성질이다. 대부분의 물질은 얼면 밀도가 커져 가라앉는다. 물은 얼 때 부피가 늘어 밀도가 작아진다.

예제 120

어떤 금속 덩어리를 용수철저울에 매달아 재니 공기 중에서 4.90N, 물에 완전히 잠근 채로는 3.09N 이었다. 이 덩어리의 부피와 밀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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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저울이 덜 가리키는 것은 부력이 위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곧 부력이다.

FB=4.903.09=1.81N

부력을 알면 부피가 나온다. FB=ρwgV 를 부피에 대해 풀면

V=FBρwg=1.81N(1.00×103)(9.81)=1.819.81×103=1.845×104m3

질량은 공기 중 무게에서 얻는다.

m=Wg=4.90N9.81m/s2=0.4995kg

이제 3장의 밀도 정의를 쓴다.

ρ=mV=0.49951.845×104=2.71×103kg/m3

3자리로 V=1.85×104m3, ρ=2.71×103kg/m3.

물의 약 2.7배이고, 이는 알루미늄의 밀도에 가깝다. 다만 밀도만으로 재질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합금이나 속이 빈 물체도 같은 값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서 재는 무게에도 사실 공기의 부력이 들어 있다. 여기서는 약 2×103N 정도로 전체의 0.05% 수준이라 무시했다.

흔한 오해

쇳덩이는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 그런데 훨씬 무거운 강철 배는 뜬다. 무거우면 가라앉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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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 가라앉는 것을 정하는 것은 무게가 아니라 평균 밀도다. 배는 강철로 되어 있지만 속이 대부분 공기다. 배 전체를 하나의 물체로 보면 평균 밀도가 물보다 작다.

숫자로 확인해 보자. 질량 2.0×105kg 인 배가 물에 떠 있으려면 부력이 무게와 같아야 한다.

ρwgV잠긴=mgV잠긴=mρw=2.0×1051.00×103=200m3

즉 물 아래로 200m3 만큼만 잠기면 된다. 배의 전체 부피가 그보다 크기만 하면 뜬다.

여기서 답이 말이 되는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밀려난 물의 질량이 (1000)(200)=2.0×105kg 으로 배의 질량과 정확히 같다. 아르키메데스 원리의 뜻이 그대로 보인다.

같은 강철이라도 덩어리로 뭉치면 밀려내는 물이 적어 가라앉고, 얇게 펴서 그릇 모양으로 만들면 많은 물을 밀어내 뜬다. 물질이 아니라 모양이 결정한다.

흐르는 유체

지금까지는 멈춰 있는 유체였다. 흐르기 시작하면 다뤄야 할 것이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다음 네 가지를 가정한 이상유체로 좁힌다.

이 가정들이 깨지는 경우가 실제로는 아주 많다. 그래서 아래 결과를 쓸 때는 언제나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연속방정식 — 좁아지면 빨라진다

굵기가 변하는 관에 유체가 가득 차서 흐르고 있다. 어느 단면을 잡든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부피가 지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딘가에 유체가 쌓이거나 빈다.

넓이 A 인 단면을 속력 v 로 지나갈 때 t 초 동안 지나가는 부피는 Avt 다. 그러므로 두 단면에서

A1v1=A2v2=Q

이 식을 연속방정식이라 하고, Q 를 부피유량(단위 m3/s)이라 한다.

같은 시간에 같은 부피가 지나가야 하므로 단면적이 줄면 속력이 그만큼 커진다
<같은 시간에 같은 부피가 지나가야 하므로 단면적이 줄면 속력이 그만큼 커진다>[원본 보기]

관이 둥글면 넓이가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지름을 절반으로 줄이면 넓이는 4분의 1이 되고 속력은 4배가 된다. 호스 끝을 손가락으로 조금만 좁혀도 물이 훨씬 멀리 날아가는 이유다.

예제 122

안지름 2.0cm 인 호스에서 물이 1.5m/s 로 흐른다. 부피유량은 얼마인가? 끝에 안지름 0.80cm 인 노즐을 달면 물이 나오는 속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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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단면적을 구한다. 반지름은 지름의 절반이고 단위는 m 로 바꾼다.

A1=πr12=π(0.010m)2=3.14×104m2

Q=A1v1=(3.14×104)(1.5)=4.7×104m3/s

감이 잘 안 오는 값이니 리터로 바꾸자. 1m3=1000L 이므로(3장) 0.47L/s, 1분에 약 28L 다. 양동이 하나를 채우는 데 20초쯤 걸리는 셈이니 그럴듯하다.

노즐에서의 속력은 연속방정식에서 나온다. 넓이가 지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넓이를 따로 구할 필요 없이 지름의 비를 제곱하면 된다.

v2=v1(d1d2)2=1.5(2.00.80)2=1.5(2.5)2=1.5×6.25=9.4m/s

2자리로 Q=4.7×104m3/s, v2=9.4m/s.

지름을 2.5분의 1로 줄였을 뿐인데 속력은 6.25배가 되었다. 제곱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는 노즐에서 저항이 커져 유량 자체도 조금 줄어든다.

베르누이 식 — 빠른 곳은 압력이 낮다

흐르는 유체에서는 압력과 속력과 높이가 서로 맞물려 변한다. 그 관계가 베르누이 식이다. 유선 하나를 따라가며 보면

P+12ρv2+ρgy=일정

세 항의 단위는 모두 Pa 인데, 이것은 부피당 에너지(J/m3)와 같은 단위다. 실제로 이 식은 6장의 에너지 보존을 부피로 나눈 것이다. 유도는 아래 보충 예제에 있다.

좁아진 곳에서 흐름이 빨라지고 그만큼 압력이 낮아진다. 위로 세운 관의 물기둥 높이가 그 자리의 압력을 보여 준다
<좁아진 곳에서 흐름이 빨라지고 그만큼 압력이 낮아진다. 위로 세운 관의 물기둥 높이가 그 자리의 압력을 보여 준다>[원본 보기]

높이가 같은 수평 관이라면 ρgy 항이 양쪽에서 지워지므로 남는 것은 속력이 커지면 압력이 낮아진다는 관계뿐이다. 좁은 곳에서 압력이 낮다는 이 사실은 처음 들으면 거꾸로 느껴진다. 좁은 곳에 유체가 몰려 있으니 더 세게 누를 것 같기 때문이다.

두 가지 특별한 경우가 자주 쓰인다.

마지막으로 성립 조건을 다시 짚는다. 베르누이 식은 같은 유선 위의 두 점에서만, 위의 이상유체 가정이 성립할 때만 쓸 수 있다. 긴 배관에서는 점성 때문에 압력이 계속 떨어지고(그래서 먼 곳의 수압이 약하다), 난류가 생기면 아예 적용할 수 없다.

이 식을 아무 두 점에나 갖다 대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네 가지 물음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만 쓴다
<이 식을 아무 두 점에나 갖다 대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네 가지 물음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만 쓴다>[원본 보기]

비행기 날개의 양력도 흔히 이 식으로 설명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날개 위쪽 공기가 더 빠른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압력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쪽 경로가 길어서 더 빨리 가야 한다"는 설명은 틀렸다. 왜 위쪽이 빨라지는지는 베르누이 식이 알려주지 않으며, 제대로 설명하려면 점성과 유동의 아래방향 편향까지 다뤄야 한다.

보충

베르누이 식이 에너지 보존이라는 것을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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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속을 흐르는 유체 덩어리 하나가 1번 자리에서 2번 자리로 옮겨 갔다고 하자. 부피를 V, 질량을 m=ρV 라 한다.

뒤쪽 유체가 압력 P1 로 밀어 준 일과 앞쪽 유체가 압력 P2 로 막아선 일을 6장의 정의(일 = 힘 × 거리)로 계산한다. 넓이 A 인 면을 거리 d 만큼 밀면 W=PAd=PV 다.

W알짜=P1VP2V

이 일이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변화로 간다.

P1VP2V=(12ρVv2212ρVv12)+(ρVgy2ρVgy1)

모든 항에 V 가 들어 있으니 나눈다.

P1+12ρv12+ρgy1=P2+12ρv22+ρgy2

베르누이 식이 나왔다. 각 항이 부피당 에너지라는 것도 이 과정에서 드러난다. 12ρv2 는 부피당 운동에너지, ρgy 는 부피당 위치에너지, 그리고 압력 P 는 유체를 밀어 넣는 데 드는 부피당 일이다.

점성이 있으면 이 일 중 일부가 열로 빠져나가 등식이 깨진다. 베르누이 식에 "점성 없음" 조건이 붙는 이유가 여기서 보인다.

예제 124

큰 물탱크의 수면에서 1.80m 아래 옆면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물이 나오는 속력은? 구멍이 지면에서 1.20m 높이에 있다면 물줄기는 벽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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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1)과 구멍(2)에 베르누이 식을 적용한다. 두 점을 고른 이유는 그 두 곳의 상태를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탱크가 크므로 수면이 내려가는 속력은 거의 0이다(v10). 수면과 구멍 바깥은 모두 대기에 닿아 있으므로 P1=P2=P0 다. 구멍을 높이의 기준으로 잡으면 y1=h, y2=0.

P0+0+ρgh=P0+12ρv22+0

P0ρ 가 양쪽에서 지워진다.

v2=2gh=2(9.81)(1.80)=35.32=5.94m/s

이것이 토리첼리의 정리다. 같은 높이에서 떨어뜨린 돌의 속력과 같다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유도 과정이 보여준다. 둘 다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뀐 결과다.

구멍을 떠난 뒤로는 4장의 수평 발사 문제다. 물은 수평으로 5.94m/s 로 나가면서 자유낙하한다.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t=2yg=2(1.20)9.81=0.2447=0.495s

수평거리는 등속이므로

x=v2t=(5.94)(0.495)=2.94m

3자리로 v=5.94m/s, x=2.94m.

실제로는 구멍을 지난 물줄기가 조금 오므라들어 유량이 이론값의 60~65% 수준으로 줄어든다. 다만 속력 자체는 이 값에 가깝다.

흔한 오해

관이 좁아진 곳에는 물이 몰려 있으니 압력이 더 높을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가? 수평 관에서 넓은 곳의 속력이 2.0m/s, 좁은 곳이 6.0m/s 라면 압력 차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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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곳의 압력이 오히려 낮다. 이유를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에너지로 보면, 좁은 곳에서 유체가 빨라졌다는 것은 부피당 운동에너지가 늘었다는 뜻이다. 총합이 일정해야 하므로 다른 항, 즉 압력이 줄어야 한다.

힘으로 보면, 유체가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들어가며 빨라졌다는 것은 그 방향으로 알짜힘을 받았다는 뜻이다(5장). 뒤에서 미는 힘이 앞에서 막는 힘보다 커야 하므로 뒤쪽 압력이 더 높다.

수평이므로 ρgy 항이 지워지고

P1+12ρv12=P2+12ρv22

P1P2=12ρ(v22v12)=12(1.00×103)(6.022.02)

P1P2=(500)(364)=(500)(32)=1.6×104Pa=16kPa

좁은 곳이 16kPa 낮다. 물기둥으로 치면 16000/9810=1.6m 차이이므로, 벤투리 관 위에 세운 관의 물 높이가 그만큼 낮아진다.

주의할 점 하나. 속력을 충분히 키우면 압력이 계속 내려가다가 물이 상온에서 끓어 기포가 생기는 일이 벌어진다. 그 기포가 터지며 금속을 깎는 현상이 배의 스크루나 펌프를 망가뜨린다. 베르누이 식은 그 지경에 이르기 전까지만 쓸 수 있다.

실제의 유체 — 점성과 난류

이상유체 가정을 하나씩 풀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짚어 두자. 여기서는 결과만 말한다. 제대로 다루려면 이 문서의 범위를 넘는 수학이 필요하다.

점성(viscosity)은 유체 층끼리 미끄러질 때 생기는 마찰이다. 꿀이 물보다 끈적하다는 것은 점성이 크다는 뜻이다. 점성이 있으면 관 벽에 닿은 층은 아예 멈춰 있고 가운데가 가장 빠른, 포탄 머리 같은 속도 분포가 생긴다. 그래서 관을 지날수록 에너지가 열로 빠져나가고 압력이 계속 떨어진다. 같은 수도관이라도 멀리 있는 집의 수압이 낮은 이유다.

흐름이 느리면 유체가 층을 이루어 나란히 흐른다(층류). 빨라지거나 관이 굵어지면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소용돌이가 생기며 뒤엉킨다(난류). 두 상태의 경계는 속력·관 지름·밀도·점성을 한데 묶은 하나의 무차원 수로 판별하는데, 그 값이 어느 문턱을 넘으면 난류가 된다. 난류에서는 유선을 그릴 수 없으므로 베르누이 식도, 위의 깔끔한 속도 분포도 쓸 수 없다.

유체 속을 움직이는 물체가 받는 저항(항력)도 두 상태에서 성격이 다르다. 아주 느릴 때는 속력에 비례하고, 빠를 때는 대체로 속력의 제곱에 비례한다. 5장에서 다룬 마찰과는 다른 종류의 힘이며, 그래서 낙하하는 물체가 결국 일정한 속력에 이르게 된다.

정리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들이다.

기호이름단위핵심 관계
P압력Pa = N/m²P = F(수직) / A
P(0)대기압Pa해수면 근처 약 101 kPa
계기압력대기압을 0으로 본 압력PaP − P(0)
F(B)부력NF(B) = ρ(유체) g V(잠긴)
Q부피유량m³/sQ = A v

관계식만 모으면 이렇다.

상황결과조건
깊이에 따른 압력P = P(0) + ρgh정지한 유체, 밀도 일정
파스칼의 원리F(1)/A(1) = F(2)/A(2)갇힌 유체
유압 장치의 일F(1) d(1) = F(2) d(2)부피 보존
아르키메데스 원리F(B) = 밀려난 유체의 무게유체 속 물체
떠 있는 물체V(잠긴)/V(전체) = ρ(물체)/ρ(유체)평형 상태
연속방정식A(1) v(1) = A(2) v(2)비압축성, 정상 흐름
베르누이 식P + ½ρv² + ρgy = 일정같은 유선, 점성 없음
토리첼리의 정리v = √(2gh)큰 통의 작은 구멍

이 장을 관통하는 생각은 하나다. 유체는 힘을 넓이에 퍼뜨려 압력으로 바꾸고, 그 압력은 사방으로 전달된다. 깊이 차이가 있으면 압력 차이가 생기고 그것이 부력이 된다. 흐르면 속력과 압력이 서로를 대신하며 총합을 지킨다. 전부 5장의 힘과 6장의 에너지를 유체에 맞게 다시 쓴 것일 뿐이다.

열과 열역학

6장에서 미뤄 둔 것이 있다. 마찰이 "없앤" 에너지는 어디로 갔는가. 그때는 접촉면의 온도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고만 하고 넘어갔다. 이 장은 그 문장을 제대로 푸는 자리다.

답할 질문은 둘이다. 뜨겁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열을 얼마나 일로 되돌릴 수 있는가. 두 번째 질문의 답이 이 장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이다. 에너지가 보존되는데도 되돌릴 수 있는 몫에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셋이다. 6장의 에너지와 단위 J, 6장에서 그래프 아래 넓이로 일을 구하던 방법, 9장의 압력 P 와 단위 Pa 다. 새 수학은 없다.

새로 나오는 SI 기본단위가 둘 있다. 온도의 켈빈(kelvin, 기호 K) 과 물질량의 몰(mole, 기호 mol) 이다. 3장의 기본량 표에서 "열 장에서 처음 쓴다"고 예고했던 그 둘이다.

온도 — 뜨겁다는 것을 수로 만들기

손으로 만져 보면 뜨거운지 찬지는 안다. 그런데 손은 믿을 수 없는 온도계다. 같은 방에 있는 금속 손잡이와 나무 손잡이를 만지면 금속이 더 차게 느껴진다. 온도가 다른 것이 아니라 열을 빼앗아 가는 빠르기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감각이 아닌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은 열평형(thermal equilibrium) 에서 나온다. 뜨거운 물체와 찬 물체를 맞대 놓으면 뜨거운 쪽은 식고 찬 쪽은 데워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둘 다 변하지 않는다. 이 상태를 열평형이라 한다.

두 물체를 맞대면 온도가 하나의 값으로 모이고 그 뒤로는 변하지 않는다. 변화가 멈춘 그 상태를 열평형이라 하고, 열평형에 있는 두 물체가 공유하는 것이 온도다
<두 물체를 맞대면 온도가 하나의 값으로 모이고 그 뒤로는 변하지 않는다. 변화가 멈춘 그 상태를 열평형이라 하고, 열평형에 있는 두 물체가 공유하는 것이 온도다>[원본 보기]

여기서 실험적으로 확인된 사실 하나가 온도라는 양을 가능하게 한다. A 와 C 가 열평형이고 B 와 C 도 열평형이면, A 와 B 를 맞대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열역학 제0법칙 이라 한다. 제1·제2법칙이 먼저 이름을 얻은 뒤에 "이게 더 앞이다"라며 붙인 이름이라 0번이 되었다.

이 법칙 덕분에 물체마다 하나의 수를 붙일 수 있다. 그 수가 같으면 맞대도 변화가 없고, 다르면 변화가 있다. 그 수가 온도(temperature) T 다. 그리고 C 자리에 늘 같은 물건(온도계)을 쓰면 A 와 B 를 직접 맞대 보지 않고도 비교할 수 있다.

켈빈과 섭씨

온도를 재려면 온도에 따라 눈에 띄게 변하는 성질이 필요하다. 유리관 속 액체의 부피, 금속의 전기저항, 기체의 압력이 모두 쓰인다. 어느 것을 쓰든 눈금을 어떻게 매길지는 사람이 정한다. 익숙한 섭씨(Celsius, 기호 C) 는 표준 압력에서 물이 어는 점을 0, 끓는 점을 100 으로 잡고 그 사이를 100 등분한 눈금이다. 일상에 맞춰 만든 눈금이라 물이라는 특정 물질에 매여 있다.

물리에서 쓰는 것은 켈빈 이다. 켈빈 눈금의 0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온도"다. 기체를 식힐수록 압력이 낮아지는데, 그 직선을 계속 연장하면 압력이 0이 되는 온도가 나온다. 어떤 기체로 재도 같은 자리가 나오고 그보다 낮은 온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자리를 절대영도 라 하고 0 K 로 삼는다.

눈금 한 칸의 크기는 섭씨와 똑같이 정했다. 그래서 두 눈금의 관계는 더하기 하나로 끝난다.

T[K]=T[C]+273.15

두 눈금은 같은 자를 서로 다른 곳에서 0으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온도 자체는 273.15 만큼 어긋나지만 온도차는 두 눈금에서 완전히 같은 수가 된다
<두 눈금은 같은 자를 서로 다른 곳에서 0으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온도 자체는 273.15 만큼 어긋나지만 온도차는 두 눈금에서 완전히 같은 수가 된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온도차 ΔT 는 K 로 재나 °C 로 재나 같은 수다. 20 °C 에서 30 °C 로 오른 것은 293.15 K 에서 303.15 K 로 오른 것과 같고, 둘 다 ΔT=10 이다. 그래서 뒤에 나올 Q=mcΔT 같은 식에서는 어느 눈금을 써도 되지만, T 자체가 들어가는 식(기체 법칙, 카르노 효율)에서는 반드시 K 를 써야 한다. 이것이 이 장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실수다.

2019년부터 SI 는 켈빈을 물이나 온도계가 아니라 자연 상수로 정의한다. 볼츠만 상수 kB=1.380649×1023J/K 를 정확히 이 값이라고 못 박고, 거기서 켈빈을 거꾸로 끌어낸다. 이 상수가 무슨 뜻인지는 기체를 다루는 절에서 밝힌다. 지금은 넘어가도 된다.

예제 126

어떤 실험에서 시료를 25.0C 에서 85.0C 까지 데웠다. (가) 두 온도를 K 로 나타내라. (나) 온도차는 K 로 얼마인가? (다) 나중 온도는 처음 온도의 몇 배인가?

풀이 보기

(가) 정의에 그대로 더한다.

T1=25.0+273.15=298.15K,T2=85.0+273.15=358.15K

(나) 온도차는 두 눈금에서 같다. 뺄셈에서 273.15 가 서로 지워지기 때문이다.

ΔT=358.15298.15=60.0K=60.0C만큼

(다) 여기가 함정이다. 섭씨로 보면 85.0/25.0=3.4 배지만, 켈빈으로 보면

358.15298.15=1.20

배다. 어느 쪽이 맞는가? 켈빈 쪽이다. "몇 배"라는 말은 0이 진짜 0일 때만 뜻이 있다. 섭씨의 0은 물이 어는 온도일 뿐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길이를 잴 때 자의 30 cm 눈금에서 재기 시작하고는 "이 물건이 저 물건의 세 배"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래서 온도의 비가 등장하는 곳(기체 법칙, 열기관 효율)에서는 예외 없이 K 를 쓴다.

열팽창

대부분의 물질은 데우면 커진다. 분자들이 더 심하게 흔들려 서로 조금씩 밀어내기 때문이다. 온도차가 크지 않으면 늘어나는 길이는 온도차에 비례하고, 원래 길이에도 비례한다.

ΔL=αLΔT

α (알파)는 선팽창계수 이고 단위는 1/K 다. 온도가 1 K 오를 때 원래 길이의 몇 분의 몇이 늘어나는지를 나타낸다. 값이 아주 작아 보통 106 을 단위 삼아 적는다.

물질α [10⁻⁶ /K]메모
알루미늄약 23금속 중 큰 편
구리약 17
철·강약 12콘크리트와 값이 비슷하다
판유리약 9
붕규산 유리약 3.3작아서 급히 데워도 잘 안 깨진다

부피는 세 방향으로 다 늘어나므로, 방향에 따른 차이가 없는 고체에서는

ΔV3αVΔT

3배가 되는 이유는 3장의 세제곱 이야기와 같다. 각 변이 (1+αΔT) 배가 되면 부피는 그 세제곱이고, αΔT 가 워낙 작아 제곱 이상의 항을 버리면 1+3αΔT 가 된다.

데운 판은 사진을 확대한 것처럼 모든 부분이 같은 비율로 커진다. 그래서 판에 뚫린 구멍도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율로 넓어진다
<데운 판은 사진을 확대한 것처럼 모든 부분이 같은 비율로 커진다. 그래서 판에 뚫린 구멍도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율로 넓어진다>[원본 보기]

예제 127

길이 300m 인 강철 다리가 겨울 15C 에서 여름 35C 까지 겪는다. 길이는 얼마나 변하는가? α=12×106/K 로 본다.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길이 변화 ΔL 이고 단위는 m 다. 온도차부터 구한다. 온도차이므로 섭씨로 빼도 K 값과 같다.

ΔT=35(15)=50K

ΔL=αLΔT=(12×106)(300)(50)=0.18m

두 자리로 0.18m, 즉 18 cm 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보자. 전체 길이의 0.06% 이니 비율로는 아주 작지만, 절대 길이로는 사람 팔 길이만큼이다. 이만큼을 갈 곳 없이 눌러 두면 다리가 휘거나 갈라진다. 다리 끝의 빗살 모양 이음매와 철로의 틈은 이 18 cm 를 위해 비워 둔 자리다.

흔한 실수는 온도차를 켈빈으로 고치겠다며 ΔT 에 273.15 를 더하는 것이다. 더하면 안 된다. 더해야 하는 것은 온도이지 온도차가 아니다.

흔한 오해

가운데 구멍이 뚫린 금속판을 데우면 구멍은 좁아지는가, 넓어지는가? 금속이 팽창해 안쪽으로 밀고 들어올 것 같은데.

풀이 보기

넓어진다. 위 그림이 답이다.

이유는 이렇게 생각하면 분명하다. 구멍을 도려내지 않은 통판을 데운다고 하자. 통판 위에 연필로 원을 그려 두면 그 원도 판과 같은 비율로 커진다. 그런데 원 안쪽 금속을 실제로 도려내든 말든, 바깥쪽 금속이 어떻게 늘어날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도려낸 구멍도 그려 둔 원과 똑같이 커진다.

요령은 하나다. 열팽창은 물체를 사진처럼 확대한다. 모든 길이가 같은 비율로 늘어나고 구멍도 예외가 아니다.

이 성질은 쓸모가 있다. 병뚜껑이 안 열릴 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열린다. 금속 뚜껑이 유리보다 α 가 크기 때문에 뚜껑 구멍이 유리 목보다 더 많이 넓어진다. 만약 구멍이 좁아진다면 오히려 더 꽉 조여야 할 것이다.

열 — 오가는 에너지

두 물체를 맞대면 무엇이 오가기에 온도가 변하는가. 오가는 것은 에너지 다. 온도차 때문에 저절로 옮겨 가는 에너지를 열(heat) 이라 하고 Q 로 쓴다. 에너지이므로 단위는 6장에서 쓰던 J 그대로다.

말을 정확히 해 두어야 한다. "이 물체가 가진 열"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물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부에너지(internal energy) U 다. 분자들의 운동에너지와 분자 사이에 저장된 위치에너지를 다 합한 것이다. 열은 그 내부에너지가 온도차를 타고 옮겨 가는 과정 을 가리킨다. 6장에서 일 W 가 물체가 가진 무엇이 아니라 에너지를 옮기는 방식이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구별이다. 그러니 물체의 내부에너지를 늘리는 길은 둘이다. 열을 주거나(온도차로), 일을 하거나(밀고 문지르고 압축해서). 6장의 마찰이 두 번째 길이었다.

비열 — 데우는 데 드는 값

같은 열을 주어도 물질에 따라 온도가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양이 많으면 덜 오르고, 물질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것을 식 하나로 적으면

Q=mcΔT

c비열(specific heat) 이라 하고 단위는 J/(kgK) 다. 뜻 그대로 "1 kg 의 온도를 1 K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이다. 질량까지 묶은 C=mc열용량 이라 하고 단위는 J/K 다.

물질c [J/(kg·K)]메모
물 (액체)4186흔한 물질 중 압도적으로 크다
얼음약 21000 °C 근처
수증기약 2010100 °C 근처, 압력 일정
공기약 1000압력 일정
알루미늄약 900
약 450
구리약 385
약 128금속 중 작은 편

물의 비열이 유난히 큰 것이 지구가 살 만한 곳인 이유 중 하나다. 바다가 여름에 열을 삼키고 겨울에 내놓아 해안의 기온 변화를 눌러 준다. 같은 이유로 물은 좋은 냉각제이고, 또 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열이 오갈 뿐 밖으로 새지 않는 통 안에서 두 물체를 섞으면, 한쪽이 잃은 열과 다른 쪽이 얻은 열이 같다. 이것은 새 법칙이 아니라 에너지 보존이다.

Q잃은 쪽=Q얻은 쪽

예제 129

2.0kW 짜리 전기주전자로 20C 인 물 1.5L 를 끓이려 한다. 필요한 열과 걸리는 시간을 구하라. 물의 밀도는 1000kg/m3, 비열은 4186J/(kgK) 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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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것은 열 Q(단위 J)와 시간(단위 s)이다. Q=mcΔT 를 쓰려면 질량이 필요한데 주어진 것은 부피다. 3장의 m=ρV 로 바꾼다.

V=1.5L=1.5×103m3,m=ρV=(1000)(1.5×103)=1.5kg

온도차는 ΔT=10020=80K 다.

Q=mcΔT=(1.5)(4186)(80)=5.02×105J=502kJ

시간은 6장의 일률에서 나온다. P=Q/Δt 이므로

Δt=QP=5.02×1052.0×103=251s

두 자리로 Q=5.0×105J, Δt=2.5×102s 즉 약 4분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주전자로 물 한 통 끓이는 데 4~5분이 걸린다는 경험과 맞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더 걸린다. 주전자 몸체를 데우는 데도 열이 들고 표면에서 새어 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계산값보다 걸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랬다면 어디선가 에너지가 더 들어왔다는 뜻이다.

예제 130

200C 로 달군 구리 덩어리 0.50kg20.0C 인 물 2.0kg 에 넣었다. 열평형 온도는? 용기와 주고받는 열은 무시한다. 구리의 비열은 385J/(k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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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최종 온도 T 하나다. 구리가 잃은 열이 물이 얻은 열과 같다는 식을 세운다. 여기서 온도차를 언제나 "큰 것 빼기 작은 것"으로 쓰면 부호를 헷갈리지 않는다.

m구리c구리(200T)=mc(T20.0)

양쪽의 mc 를 먼저 계산해 두면 식이 깔끔해진다.

m구리c구리=(0.50)(385)=192.5J/K,mc=(2.0)(4186)=8372J/K

192.5(200T)=8372(T20.0)

38500192.5T=8372T167440

205940=8564.5TT=24.0C

세 자리로 24.0C 다.

놀라운 결과다. 200C 나 되는 쇳덩이를 넣었는데 물은 4 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유는 표 안에 있다. 물의 열용량 8372J/K 가 구리의 192.5J/K 의 43배다. 열평형 온도는 열용량이 큰 쪽으로 끌려간다.

검산은 두 방향의 열을 각각 계산해 보면 된다. 구리가 잃은 열 192.5×176.0=3.39×104J, 물이 얻은 열 8372×4.05=3.39×104J 로 같다.

상태변화와 잠열

얼음에 계속 열을 넣으면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0 °C 에 이르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열을 계속 넣는데도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 얼음이 다 녹은 뒤에야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가로축은 넣어 준 열, 세로축은 온도다. 평평한 두 구간에서는 열을 넣어도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 그 열은 온도가 아니라 상태를 바꾸는 데 쓰인다. 두 구간의 길이 차이도 눈여겨볼 것
<가로축은 넣어 준 열, 세로축은 온도다. 평평한 두 구간에서는 열을 넣어도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 그 열은 온도가 아니라 상태를 바꾸는 데 쓰인다. 두 구간의 길이 차이도 눈여겨볼 것>[원본 보기]

상태가 바뀌는 동안 들어간 열은 온도를 올리는 대신 분자들을 서로 붙잡고 있던 결속을 끊는 데 쓰인다. 이 열을 잠열(latent heat) 이라 하고, 질량에 비례한다.

Q=mL

L 의 단위는 J/kg 다. 고체가 액체가 될 때는 융해열 Lf, 액체가 기체가 될 때는 기화열 Lv 를 쓴다. 물의 값은

Lf=3.34×105J/kg,Lv=2.26×106J/kg

기화열이 융해열의 약 7배다. 그림의 두 평평한 구간 길이 차이가 이것이다. 액체에서는 분자들이 여전히 서로 붙어 있고 자리만 바꿀 수 있는데, 기체가 되려면 그 결속을 완전히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큰 값이 땀이 체온을 내리는 원리다. 땀 1g 이 증발하면 몸에서 2.26×103J 을 가져간다. 같은 열로 물 1g 의 온도를 540 K 올릴 수 있는 양이다.

예제 131

0C 인 얼음 0.200kg20.0C 인 물 0.500kg 에 넣었다. 최종 상태를 구하라. 용기와의 열교환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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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구리 문제처럼 "최종 온도를 미지수로 놓고 방정식을 푼다"로 바로 가면 안 된다. 상변화가 끼어 있을 때는 상변화가 끝까지 진행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얼음을 전부 녹이는 데 필요한 열은

Q녹이기=m얼음Lf=(0.200)(3.34×105)=6.68×104J

물이 0C 까지 식으면서 내놓을 수 있는 열은

Q내놓을 수 있는 양=mcΔT=(0.500)(4186)(20.0)=4.19×104J

내놓을 수 있는 양이 필요한 양보다 적다. 그러니 얼음은 다 녹지 못한다. 물이 0C 에 닿으면 더는 열을 줄 수 없으므로 거기서 멈춘다.

최종 온도는 0C 이고, 녹은 얼음의 질량은

m녹은 양=4.19×1043.34×105=0.125kg

남은 얼음 0.2000.125=0.075kg, 물 0.500+0.125=0.625kg0C 에서 함께 있는 것이 답이다.

만약 확인을 건너뛰고 방정식을 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0 보다 낮은 최종 온도가 나왔을 것이고, 그것은 "물이 얼음보다 차가워진다"는 뜻이라 말이 되지 않는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보는 과정에서 걸러진다. 반대로 얼음이 아주 조금이었다면 다 녹고 남은 열로 온도가 0 °C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예제 132

10.0C 인 얼음 1.00kg 을 전부 100C 의 수증기로 바꾸는 데 필요한 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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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계로 끊어야 한다. 상변화 중에는 온도가 변하지 않고, 온도가 변하는 중에는 상이 변하지 않으므로 두 종류의 식을 섞으면 안 된다.

Q1=mc얼음(10.0)=(1.00)(2100)(10.0)=0.21×105JQ2=mLf=(1.00)(3.34×105)=3.34×105JQ3=mc(100)=(1.00)(4186)(100)=4.19×105JQ4=mLv=(1.00)(2.26×106)=22.6×105J

모두 더하면

Q=(0.21+3.34+4.19+22.6)×105=30.3×105=3.03×106J

세 자리로 3.03MJ 다.

비율을 보면 전체의 75%가 마지막 단계 하나에 들어간다. 냄비의 물이 끓기 시작하는 데까지는 몇 분이면 되지만 다 졸아 없어지는 데는 한참 걸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앞의 그림에서 두 평평한 구간의 길이 차이를 수로 확인한 셈이다.

열이 옮겨 가는 세 가지 길

열이 저절로 옮겨 가는 방식은 셋뿐이다.

세 길 모두 뜨거운 쪽에서 찬 쪽으로만 간다. 다른 것은 무엇이 실려 가느냐다. 사이가 진공이면 전도와 대류는 막히고 복사만 남는다
<세 길 모두 뜨거운 쪽에서 찬 쪽으로만 간다. 다른 것은 무엇이 실려 가느냐다. 사이가 진공이면 전도와 대류는 막히고 복사만 남는다>[원본 보기]

전도(conduction) 는 물질이 제자리에 있고 분자의 흔들림만 이웃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두께 L, 넓이 A 인 판의 양쪽 온도차가 ΔT 일 때 초당 지나가는 열은

QΔt=kAΔTL

k열전도도 이고 단위는 W/(mK) 다. 값이 클수록 열을 잘 통과시킨다. 금속은 수십에서 수백, 유리는 약 0.8, 공기는 약 0.026 이다. 이 마지막 값이 요점이다. 공기는 열을 거의 통과시키지 않는다. 옷·이불·스티로폼·이중창이 하는 일은 공기를 움직이지 못하게 가둬 두는 것이다. 이 절의 k 는 앞에서 나온 볼츠만 상수 kB 와 다른 양이다. 아래첨자로 구별한다.

대류(convection) 는 데워져 가벼워진 유체가 통째로 올라가고 찬 유체가 내려와 자리를 채우는 방식이다. 물질 자체가 옮겨 다니므로 유체에서만 일어난다. 9장의 부력이 그대로 원인이다.

복사(radiation) 는 전자기파로 나가는 방식이라 중간에 물질이 전혀 없어도 된다. 절대온도 T 인 표면이 내는 일률은

P=eσAT4

σ=5.670×108W/(m2K4) 는 스테판-볼츠만 상수, e 는 표면의 성질에 따라 0에서 1 사이인 방출률이다. 지수가 4라는 것이 핵심이다. 절대온도가 두 배면 복사는 16배가 된다. 태양열이 진공을 건너 지구에 오는 것이 복사이고, 다른 두 방식으로는 올 수 없다.

예제 133

넓이 2.0m2, 두께 4.0mm 인 판유리 창의 안쪽 표면이 18C, 바깥쪽 표면이 13C 다. 유리를 지나 새어 나가는 열의 일률은? 유리의 열전도도는 0.80W/(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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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일률이고 단위는 W 다. 전도 식에 그대로 넣되 두께를 SI 단위로 바꾼다.

L=4.0mm=4.0×103m,ΔT=1813=5.0K

QΔt=kAΔTL=(0.80)(2.0)5.04.0×103=(1.6)(1250)=2.0×103W

두 자리로 2.0kW 다.

답이 말이 되는가. 창 하나가 전기난로 하나만큼 열을 내보낸다는 뜻이라 지나치게 커 보인다. 실제로 그렇다. 여기서 조건을 다시 읽어야 한다. 문제가 준 것은 방 안 공기와 바깥 공기의 온도차가 아니라 유리 표면의 온도차다. 실제 창에서는 유리 양면에 거의 움직이지 않는 얇은 공기층이 붙어 있고, 공기의 열전도도가 유리의 30분의 1 수준이라 온도차의 대부분이 그 공기층에 걸린다. 그래서 유리 표면끼리의 온도차는 5 K 씩이나 되지 않고 훨씬 작다.

이중창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 있다. 유리를 한 장 더 대서가 아니라 두 장 사이에 움직이지 못하는 공기층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체 — 이상기체 법칙과 분자의 운동

기체는 열역학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재료다. 압력·부피·온도가 눈에 보이게 연결되고, 관계식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먼저 양을 세는 단위가 필요하다. 기체의 성질은 분자가 몇 개 있느냐로 정해지는데 그 수가 너무 크다. 그래서 묶음으로 센다. 몰(mole, 기호 mol) 은 SI 의 일곱 기본단위 중 하나이고, 1 mol 은 구성 입자가 정확히 6.02214076×1023 개 있는 양 이다. 이 수를 아보가드로 수 라 하고, 단위를 붙여 NA=6.022×1023mol1 로 쓴다. 12개를 한 다스라 부르는 것과 같은 종류의 약속이고, 다만 크기가 다르다.

몰수 n 은 입자 수 N 을 아보가드로 수로 나눈 값이고, 질량 m몰질량 M(단위 kg/mol)으로 나눠도 된다.

n=NNA=mM

이상기체 법칙

기체가 충분히 묽으면(분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종류에 상관없이 다음 관계가 잘 맞는다.

PV=nRT

R=8.314J/(molK)기체상수 라 한다. 이 관계를 만족한다고 가정한 기체를 이상기체(ideal gas) 라 부른다. 실제 기체도 압력이 아주 높거나 액화 직전이 아니면 이 식으로 충분히 잘 설명된다.

읽는 법은 이렇다. 온도를 올리면(T 증가) 압력이나 부피 중 하나가 늘어야 한다. 부피를 줄이면 압력이 오른다. 여기서 T반드시 켈빈 이다. 섭씨를 넣으면 0 °C 에서 PV=0 이라는 말이 되어 버린다.

분자 하나 단위로 세고 싶으면 n=N/NA 를 넣어 다시 쓴다.

PV=NkBT,kB=RNA=1.380649×1023J/K

앞에서 켈빈을 정의한다며 나왔던 그 볼츠만 상수다. 이제 정체가 분명해졌다. kB 는 온도를 에너지로 바꾸는 환율이다. 켈빈을 kB 로 정의한다는 것은 "1 K 를 얼마만큼의 에너지로 볼지"를 못 박았다는 뜻이다.

분자운동으로 본 압력과 온도

이상기체 법칙은 실험에서 나왔지만, 분자의 운동만 가정하면 그대로 유도된다. 6장의 운동량과 충격량이면 충분하다.

분자 하나가 벽에 부딪혀 되튀면 운동량이 2mv 만큼 바뀌고 벽은 그만큼의 충격량을 받는다. 이런 충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일어나 평균이 일정한 압력으로 나타난다
<분자 하나가 벽에 부딪혀 되튀면 운동량이 2mv 만큼 바뀌고 벽은 그만큼의 충격량을 받는다. 이런 충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일어나 평균이 일정한 압력으로 나타난다>[원본 보기]

분자 하나가 벽에 수직으로 v 로 부딪혀 같은 속력으로 되튀면 운동량이 2mv 만큼 바뀐다. 6장의 충격량-운동량 정리에 따라 벽은 그만큼의 충격량을 받는다. 충돌 하나하나는 있는지도 모를 만큼 작지만 개수가 1023 규모라 평균이 흔들림 없는 압력으로 나타난다. 이 계산을 끝까지 하면 다음 두 결과가 나온다.

P=13NVmv2,K=12mv2=32kBT

두 번째 식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을 담고 있다. 절대온도는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에 정비례한다. 뜨겁다는 것은 분자가 빠르다는 뜻이고, 절대영도는 그 운동이 더 이상 줄어들 수 없는 상태다. 앞 절에서 "온도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던 것의 미시적인 답이 이것이다.

여기서 분자의 대표 속력을 끌어낼 수 있다. 제곱평균의 제곱근이라는 뜻으로 제곱평균제곱근 속력 이라 부른다.

vrms=v2=3kBTm=3RTM

같은 온도라면 가벼운 분자가 빠르다. 평균 운동에너지는 같은데 질량이 작으니 속력으로 벌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제 134

이상기체 1.00mol0C, 100kPa 에 있다. 부피는 몇 L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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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부피이고 SI 단위는 m3 다. PV=nRT 를 부피에 대해 푼다.

넣기 전에 단위를 맞춘다. 온도는 켈빈으로, 압력은 파스칼로 바꾼다.

T=0+273.15=273.15K,P=100kPa=1.00×105Pa

V=nRTP=(1.00)(8.314)(273.15)1.00×105=22711.00×105=2.271×102m3

3장에서 1m3=1000L 이었으므로

V=22.7L

세 자리로 22.7L 다. 온도 0C 와 압력 100kPa 를 표준상태로 삼을 때의 몰부피이고, 기체 문제에서 자릿수 감각을 잡는 데 유용한 값이다. 기체 1 mol 은 종류와 상관없이 대략 22.7 L 를 차지한다.

단위가 맞는지 확인해 보면 식을 옳게 쓴 것이 보인다. molJ/(molK)KPa=JN/m2=NmN/m2=m3 로 부피가 나온다.

예제 135

닫힌 통 안의 공기가 15C 에서 압력 250kPa 이다. 통을 햇볕에 두어 45C 가 되면 압력은? 통의 부피 변화와 새는 공기는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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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와 몰수가 변하지 않으므로 PV=nRT 에서 P/T=nR/V 가 일정하다.

P1T1=P2T2P2=P1T2T1

여기가 이 문제의 전부다. 온도를 반드시 켈빈으로 바꿔야 한다.

T1=288.15K,T2=318.15K

P2=(250)318.15288.15=(250)(1.1041)=276kPa

세 자리로 276kPa 다. 압력이 약 10% 올랐다.

섭씨를 그대로 넣었다면 250×45/15=750kPa 라는 답이 나온다. 세 배다. 실제와 전혀 다르고, 게다가 0C 에서 출발했다면 0으로 나누게 되어 계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켈빈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다.

예제 136

300K 에서 질소 분자(몰질량 M=28.0g/mol)의 제곱평균제곱근 속력과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를 구하라. 수소(M=2.0g/mol)와 비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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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몰질량을 SI 단위로 바꾼다. 이것을 빼먹으면 답이 30배 넘게 틀린다.

M=28.0g/mol=2.80×102kg/mol

vrms=3RTM=3(8.314)(300)2.80×102=74832.80×102=2.67×105=517m/s

평균 운동에너지는 기체 종류와 무관하게 온도만으로 정해진다.

K=32kBT=32(1.381×1023)(300)=6.21×1021J

수소는 몰질량이 14분의 1이므로 속력은 그 제곱근인 14=3.74 배다.

vrms(수소)=(517)(3.74)=1.93×103m/s

세 자리로 질소 517m/s, 수소 1.93×103m/s, 평균 운동에너지는 둘 다 6.21×1021J 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상온의 음속이 약 340m/s 인데 같은 자릿수다. 우연이 아니다. 8장에서 본 음파는 공기 분자들의 충돌로 전달되므로 분자가 돌아다니는 속력보다 빠를 수 없다.

가벼운 기체가 빠르다는 사실에는 큰 결과가 딸려 있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속력이 약 11km/s 인데, 수소와 헬륨은 분포의 빠른 쪽 꼬리가 여기에 닿아 오랜 시간에 걸쳐 대기 밖으로 빠져나간다. 지구 대기에 수소가 거의 없는 이유다.

열역학 제1법칙

이제 열과 일을 한 식에 담는다. 계의 내부에너지를 바꾸는 길은 둘뿐이었다. 열을 받거나, 일을 주고받거나.

ΔU=QW

부호 약속을 분명히 해 둔다. Q계가 흡수한 열(내놓으면 음수), W계가 바깥에 한 일(눌려서 받으면 음수)이다. 이 약속이면 "열을 받으면 늘고, 일을 해 주면 준다"로 읽힌다. 책마다 W 의 부호 약속이 다르니 다른 책을 볼 때는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제1법칙은 6장의 에너지 보존을 열까지 넓힌 것이다. 새로운 내용은 "열도 에너지를 옮기는 한 방식"이라는 한 마디뿐이다.

기체가 하는 일 — PV 선도의 넓이

실린더 안의 기체가 넓이 A 인 피스톤을 밀어 Δx 만큼 움직였다고 하자. 기체가 피스톤에 주는 힘은 F=PA(9장)이므로 한 일은

W=FΔx=PAΔx=PΔV

압력이 변하면 6장에서 하던 대로 한다. 구간을 가는 띠로 쪼개면 띠 하나의 일이 PΔV 이고, 전부 더하면

가로축을 부피, 세로축을 압력으로 놓으면 곡선 아래 넓이가 기체가 한 일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양의 일이다. 같은 두 점을 잇더라도 지나온 길이 다르면 넓이가 다르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가로축을 부피, 세로축을 압력으로 놓으면 곡선 아래 넓이가 기체가 한 일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양의 일이다. 같은 두 점을 잇더라도 지나온 길이 다르면 넓이가 다르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원본 보기]

기체가 한 일은 P-V 선도에서 곡선 아래의 넓이다. 6장에서 F-x 그래프 아래 넓이가 일이었던 것과 같은 이야기이고, 여기서도 적분은 필요 없다. 그림의 두 번째 요점이 더 중요하다.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가 같아도 지나온 경로가 다르면 넓이가 다르다. 즉 W 는 상태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Q 도 마찬가지다. 반면 U 는 상태만으로 정해진다. 어떤 경로로 왔든 같은 상태면 같은 값이다. 이런 양을 상태함수 라 한다. 6장의 위치에너지가 경로에 무관했던 것과 같은 성질이다.

네 가지 대표 과정

조건을 하나씩 고정하면 다루기 쉬운 네 가지 과정이 나온다.

같은 점에서 출발해도 어느 조건을 고정하느냐에 따라 지나는 길이 다르다. 단열 곡선이 등온 곡선보다 가파르다는 것을 눈에 담아 둘 것
<같은 점에서 출발해도 어느 조건을 고정하느냐에 따라 지나는 길이 다르다. 단열 곡선이 등온 곡선보다 가파르다는 것을 눈에 담아 둘 것>[원본 보기]
과정고정된 것기체가 한 일 WΔUQ
등적 (isochoric)V0Q 와 같다전부 내부에너지로
등압 (isobaric)PP ΔVQ − P ΔV일부는 일로, 일부는 내부에너지로
등온 (isothermal)T곡선 아래 넓이 (직사각형도 삼각형도 아니다)0 (이상기체)W 와 같다
단열 (adiabatic)Q = 0−ΔU−W0

등온 과정에서 ΔU=0 인 이유는 앞 절에 있다. 이상기체의 내부에너지는 분자의 운동에너지뿐이고 그것은 온도만으로 정해지므로, 온도가 그대로면 내부에너지도 그대로다.

단열 과정은 열이 드나들 틈이 없는 경우다. 통을 단열재로 감쌌거나, 너무 빨라서 열이 오갈 시간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이때 이상기체는

PVγ=일정,TVγ1=일정

를 따른다. γ (감마)는 기체마다 정해진 1보다 큰 수로, 헬륨·아르곤 같은 단원자 기체는 5/31.67, 질소·산소 같은 이원자 기체는 약 1.40 이다. γ>1 이므로 단열 곡선은 등온 곡선보다 가파르다.

여기서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결론이 나온다. 단열 압축은 온도를 올린다. 자전거 펌프가 뜨거워지는 것, 디젤 엔진이 점화 장치 없이 연료를 태우는 것이 모두 이것이다. 반대로 단열 팽창은 온도를 내린다. 압축 공기 통의 밸브를 열면 나오는 바람이 차가운 이유다.

예제 137

압력이 200kPa 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실린더 안의 기체가 부피 0.010m3 에서 0.025m3 로 팽창했다. 이 동안 기체가 흡수한 열이 5.0kJ 이다. 기체가 한 일과 내부에너지 변화를 구하라.

풀이 보기

압력이 일정하므로 P-V 선도에서 넓이는 직사각형이다.

W=PΔV=(2.00×105Pa)(0.0250.010m3)=(2.00×105)(0.015)=3.0×103J

단위를 확인하면 Pam3=(N/m2)m3=Nm=J 로 맞는다.

제1법칙에 넣는다. 부호 약속대로 Q 는 흡수했으니 양수, W 는 기체가 했으니 양수다.

ΔU=QW=5.0×1033.0×103=2.0×103J

두 자리로 W=3.0kJ, ΔU=+2.0kJ 다.

읽는 법은 이렇다. 넣어 준 5 kJ 중 3 kJ 은 피스톤을 밀어내는 데 쓰여 밖으로 나갔고, 남은 2 kJ 만 기체 안에 남아 온도를 올렸다. 같은 열을 넣어도 부피가 늘어나는 쪽이 온도가 덜 오른다. 등압 비열이 등적 비열보다 큰 이유가 이것이다.

예제 138

P-V 선도에서 기체가 다음 네 단계를 거쳐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① 200kPa 로 일정하게 유지하며 0.010m3 에서 0.030m3 로 팽창, ② 부피를 그대로 두고 압력을 100kPa 로 낮춤, ③ 100kPa 로 일정하게 유지하며 0.010m3 로 압축, ④ 부피를 그대로 두고 압력을 200kPa 로 되돌림. 한 바퀴 도는 동안 기체가 한 알짜 일과 흡수한 알짜 열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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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계의 일을 하나씩 센다. 부피가 변하지 않는 단계는 넓이가 0이므로 일이 0이다.

W1=PΔV=(2.00×105)(+0.020)=+4.0×103JW2=0W3=PΔV=(1.00×105)(0.020)=2.0×103JW4=0

합하면 W알짜=+2.0×103J 다.

이 값을 선도에서 바로 읽을 수도 있다. 네 단계가 그리는 도형은 가로 0.020m3, 세로 100kPa 인 직사각형이고 그 넓이가

(1.00×105Pa)(0.020m3)=2.0×103J

로 같다. 한 바퀴 도는 순환에서 알짜 일은 고리 안의 넓이다. 시계 방향으로 돌면 양수(기체가 일을 해 준다), 반시계 방향이면 음수다.

알짜 열은 제1법칙에서 나온다. 처음 자리로 돌아왔으므로 상태가 같고, U 는 상태함수이므로

ΔU=0Q알짜=W알짜=2.0×103J

두 자리로 둘 다 2.0kJ 다. 이 순환이 바로 열기관이다. 열을 받아 그만큼의 일을 내놓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음 절은 "그러면 받은 열을 전부 일로 바꿀 수 있는가"를 묻는다.

보충

단원자 이상기체 1.00mol(γ=5/3)이 300K 에서 단열적으로 부피가 절반으로 압축되었다. 최종 온도를 구하라. 이 예제에는 분수 지수 계산이 나오므로 계산기가 필요하다.

풀이 보기

단열 관계식 TVγ1=일정 을 쓴다.

T2=T1(V1V2)γ1

γ1=2/3 이고 V1/V2=2 이므로

T2=300×22/3=300×1.587=476K

22/3 은 "2를 세제곱근한 뒤 제곱한 값"이다. 계산기에서는 거듭제곱 단추에 20.6667 을 넣으면 된다. 분수 지수의 뜻이 궁금하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지수함수 을 보라.

세 자리로 476K, 즉 203C 다. 열을 하나도 넣지 않고 누르기만 했는데 온도가 176 K 올랐다.

이원자 기체(γ=1.40)라면 300×20.40=396K 로 상승폭이 작다. 같은 압축이라도 분자가 회전하며 에너지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쪽이 덜 뜨거워진다.

제2법칙 — 되돌릴 수 없는 방향

제1법칙만 보면 이상한 일이 허용된다. 식은 찻잔의 열이 저절로 모여 다시 뜨거워지는 것도, 바닥에 놓인 책이 바닥의 열을 흡수해 저절로 튀어 오르는 것도 금지하지 않는다. 에너지 총량만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 일어나지 않는지를 말하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 이다. 동등한 두 가지 서술이 있다.

두 서술은 겉보기와 달리 같은 말이다. 하나가 가능하면 다른 하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열기관과 카르노 한계

열기관(heat engine) 은 고온 열원에서 열 QH 를 받아 일 W 를 하고 저온 열원에 QC 를 버리는 순환 장치다. 앞 예제에서 보았듯 순환이면 ΔU=0 이므로

W=QHQC

이고, 열효율 은 "받은 것 중 얼마를 원하는 형태로 얻었나"다.

η=WQH=1QCQH

왼쪽이 열기관, 오른쪽이 냉장고다. 제2법칙은 왼쪽에서 버리는 열을 0으로 만들 수 없고 오른쪽에서 넣는 일을 0으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왼쪽이 열기관, 오른쪽이 냉장고다. 제2법칙은 왼쪽에서 버리는 열을 0으로 만들 수 없고 오른쪽에서 넣는 일을 0으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원본 보기]

켈빈-플랑크 서술은 곧 QC>0, 따라서 η<1 이라는 뜻이다. 효율 100% 인 기관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마찰을 아무리 줄여도 그렇다. 그러면 상한은 얼마인가. 카르노가 답했다. 두 온도 사이에서 작동하는 어떤 기관도 다음 값을 넘을 수 없다.

η카르노=1TCTH(T는 반드시 켈빈)

등온 두 구간과 단열 두 구간으로만 이루어진 순환이다. 열을 주고받는 곳이 등온 구간뿐이라 온도차 때문에 생기는 낭비가 없다. 고리 안 넓이가 한 바퀴에 얻는 알짜 일이다
<등온 두 구간과 단열 두 구간으로만 이루어진 순환이다. 열을 주고받는 곳이 등온 구간뿐이라 온도차 때문에 생기는 낭비가 없다. 고리 안 넓이가 한 바퀴에 얻는 알짜 일이다>[원본 보기]

이 상한은 작동 물질이 무엇인지와 무관하다. 공기든 물이든 어떤 기체든 같다. 그리고 상한에 도달하려면 모든 과정이 되돌릴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 기관에는 마찰이 있고 유한한 시간 안에 돌아야 하므로 언제나 이보다 낮다. 순환을 거꾸로 돌리면 일을 넣어 찬 쪽에서 열을 퍼내 뜨거운 쪽에 버리는 장치가 된다. 냉장고와 열펌프다. 이때는 효율 대신 성능계수(coefficient of performance) COP 를 쓴다.

냉장고(찬 쪽을 더 차게)COP=QCWTCTHTC열펌프(따뜻한 쪽을 더 따뜻하게)COP=QHWTHTHTC

엔트로피

제2법칙을 부등식 하나로 적으려면 새 양이 필요하다. 엔트로피(entropy) S 다. 온도 T 가 일정한 상태에서 열 Q 를 주고받을 때

ΔS=QT

로 정의하고 단위는 J/K 다. 온도가 변하는 과정에서는 잘게 쪼개 더해야 하지만, 이 문서에서 다루는 예제는 모두 온도가 일정한 경우다.

엔트로피는 상태함수다. 즉 어떤 경로로 왔든 같은 상태면 같은 값이다. 그리고 제2법칙은 이렇게 적힌다.

ΔS+ΔS주변0

등호는 되돌릴 수 있는 이상적인 과정에서만 성립한다. 계 하나만 보면 엔트로피는 줄어들 수 있다. 냉장고 안이 그렇고 물이 어는 것도 그렇다. 줄어들 수 없는 것은 계와 주변을 합한 전체다.

정의식을 보면 온도가 분모에 있다. 같은 열이라도 낮은 온도에서 주고받으면 엔트로피 변화가 크다. 이것이 열이 뜨거운 쪽에서 찬 쪽으로만 흐르는 이유를 수로 말해 준다. 뜨거운 쪽이 잃는 엔트로피보다 찬 쪽이 얻는 엔트로피가 늘 크기 때문에 합이 늘어난다. 반대 방향이면 합이 줄어들어 금지된다.

미시적으로 보면 엔트로피는 같은 겉모습을 만들어 내는 미시적 배열의 가짓수 를 재는 양이다. 분자들이 방 한쪽에 몰려 있는 배열보다 고루 퍼진 배열의 가짓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계는 가짓수가 많은 쪽으로 간다. 이렇게 보면 제2법칙은 절대 금지가 아니라 확률의 문제다. 다만 분자 수가 1023 규모라 어긋날 확률이 사실상 0이어서 법칙처럼 보인다.

예제 140

500K300K 사이에서 작동하는 열기관이 한 순환마다 1.00kJ 의 열을 받아 320J 의 일을 한다. (가) 실제 효율, (나) 이 두 온도에서 가능한 최대 효율, (다) 버리는 열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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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의 그대로다.

η=WQH=3201000=0.320

(나) 카르노 한계다. 두 온도가 이미 켈빈으로 주어졌으니 그대로 넣는다.

η카르노=1TCTH=1300500=0.400

(다) 순환이므로 받은 열에서 한 일을 뺀 것이 버린 열이다.

QC=QHW=1000320=680J

세 자리로 실제 32.0%, 한계 40.0%, 버리는 열 680J 이다. 한계의 80%를 달성한 셈이니 상당히 잘 만든 기관이다.

이 계산의 실용적인 쓸모는 검문에 있다. 누군가 이 두 온도 사이에서 효율 45% 인 기관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면, 설계를 보지 않고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 제2법칙을 어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효율을 올리는 길은 식에 다 있다. TH 를 올리거나 TC 를 낮추는 것뿐이다. 발전소가 증기 온도를 한계까지 올리려 애쓰는 이유다.

예제 141

실내 20C, 실외 0C 일 때 열펌프의 이상적인 성능계수는? 1.0kW 의 전기로 실내에 넣을 수 있는 최대 열출력은 얼마이고, 같은 전기를 전기난로에 쓰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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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온도로 바꾼다.

TH=293.15K,TC=273.15K,THTC=20.0K

COPTHTHTC=293.1520.0=14.7

따라서 최대 열출력은

Q˙H=COP×P=(14.7)(1.0kW)=14.7kW

전기난로는 1.0kW 의 전기를 정확히 1.0kW 의 열로 바꾼다. 이상적인 열펌프는 그 15배 가까이 낼 수 있다.

실제 가정용 열펌프의 COP 는 3에서 5 사이다. 압축기 손실, 열교환기의 유한한 온도차, 서리 제거 운전 때문이다. 그래도 난로보다 서너 배 낫다.

식에서 읽을 것 하나. 분모가 THTC 이므로 바깥이 추울수록 성능이 급격히 나빠진다. 실외가 20C 라면 상한이 293.15/40.0=7.3 으로 절반이 된다. 혹한기에 열펌프의 이점이 줄어드는 이유다.

예제 142

고온 열원 600K 에서 저온 열원 300K 으로 열 1200J 이 그냥 흘러갔다(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 변화는? 만약 이 열이 거꾸로 흘렀다면 어떻게 되는가?

풀이 보기

두 열원은 워낙 커서 이 정도 열이 오가도 온도가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면 각각 온도가 일정하므로 정의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고온 열원은 열을 내놓았으므로 Q 가 음수다.

ΔSH=1200600=2.00J/K

저온 열원은 받았으므로 양수다.

ΔSC=+1200300=+4.00J/K

ΔS전체=2.00+4.00=+2.00J/K

양수다. 제2법칙에 맞는다. 세 자리로 +2.00J/K.

거꾸로 흘렀다면 두 값의 부호가 바뀌어 2.00J/K 이 된다. 전체 엔트로피가 줄어들므로 제2법칙이 금지한다.

주목할 점은 오간 에너지의 양은 똑같은데 엔트로피 변화가 다르다 는 것이다. 분모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비대칭 하나가 열의 흐름에 방향을 준다. 그리고 이 2.00J/K 는 낭비의 척도이기도 하다. 두 열원 사이에 카르노 기관을 놓았다면 1200×(1300/600)=600J 의 일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냥 흘려보내 전부 잃었다.

흔한 오해

다음 세 주장은 어디가 틀렸는가? (가) 냉장고 안의 엔트로피가 줄어드니 제2법칙 위반이다. (나) 열펌프의 성능계수가 15면 에너지를 15배로 만든 것이니 에너지 보존 위반이다. (다) 엔트로피는 무질서이므로 방이 어질러지는 것도 제2법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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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틀렸다. 제2법칙이 말하는 것은 계와 주변을 합한 전체 다. 냉장고는 안에서 퍼낸 열에 압축기가 한 일까지 얹어 뒷면으로 내보낸다. 방 전체로 보면 엔트로피가 늘어난다. 문을 열어 둔 채 냉장고를 돌리면 방이 시원해지기는커녕 더워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 틀렸다. 열펌프는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다. 넣은 전기 1kW 와 바깥에서 퍼 온 열 13.7kW 를 합쳐 실내에 14.7kW 를 내놓는다.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이 정확히 같으므로 제1법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성능계수가 1을 넘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효율이 아니라 "넣은 일 대비 옮긴 열"의 비이기 때문이다.

(다) 비유로는 쓸 만하지만 물리적으로는 다른 이야기다. 엔트로피는 미시적 배열의 가짓수를 재는 양이지 사람 눈에 정돈되어 보이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방을 치우는 데 드는 에너지는 사람의 대사에서 나오고 그 과정에서 몸이 내놓는 열이 주변의 엔트로피를 크게 늘린다. 물리량으로 따지면 방의 정돈 상태보다 그쪽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부터 모은다.

기호이름단위메모
T온도K (SI 기본단위), °CT[K] = T[°C] + 273.15. 비가 들어가면 반드시 K
QJ온도차 때문에 옮겨 가는 에너지. 상태량이 아니다
U내부에너지J물체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것. 상태함수
c비열J/(kg·K)Q = m c ΔT. 물은 4186 으로 유난히 크다
C열용량J/KC = m c
L잠열J/kgQ = m L. 상변화 중에는 온도가 멈춘다
α선팽창계수1/KΔL = α L ΔT. 부피는 약 3α
k열전도도W/(m·K)Q/Δt = k A ΔT / L. 공기는 아주 작다
n물질량mol (SI 기본단위)1 mol = 6.02214076×10²³ 개
R기체상수J/(mol·K)8.314. PV = nRT
k(B)볼츠만 상수J/K1.380649×10⁻²³ (정의값). R / N(A)
γ비열비없음단원자 5/3, 이원자 약 1.40. 단열 곡선의 기울기를 정한다
η열효율없음η = W / Q(H) ≤ 1 − T(C)/T(H)
COP성능계수없음옮긴 열 / 넣은 일. 1보다 클 수 있다
S엔트로피J/KΔS = Q / T (온도 일정일 때). 전체는 줄지 않는다

관계식은 이렇게 정리된다.

상황관계조건
온도를 올린다Q = m c ΔT상변화가 없을 때
상태가 바뀐다Q = m L온도는 그대로
섞어서 열평형잃은 열 = 얻은 열밖으로 새지 않을 때
기체의 상태P V = n R T = N k(B) T묽은 기체, T 는 켈빈
온도의 미시적 뜻평균 운동에너지 = (3/2) k(B) T이상기체
제1법칙ΔU = Q − W언제나
기체가 한 일W = P-V 선도의 곡선 아래 넓이준정적 과정
순환의 알짜 일고리 안의 넓이시계 방향이면 양수
제2법칙ΔS(전체) ≥ 0언제나. 등호는 가역일 때
효율의 상한η ≤ 1 − T(C)/T(H)두 열원 사이의 모든 기관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에너지는 열의 형태까지 세면 정확히 보존된다(제1법칙). 그런데 보존된 에너지 전부를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제2법칙). 6장에서 마찰이 "없앤" 에너지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접촉면의 내부에너지가 되었고, 그것을 다시 모아 물체를 밀어 주는 형태로 되돌리려면 제2법칙이 정한 값을 치러야 한다.

다음 장은 전기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주제이지만 쓰는 도구는 같다. 힘에서 시작해 장을 만들고, 위치에너지를 정의하고, 에너지 보존으로 푼다. 5장과 6장에서 했던 것을 전하에 대해 되풀이하는 셈이다.

전기

벽의 콘센트에 적힌 220 V 는 무슨 뜻인가. 전선 안에서 실제로 무엇이 움직이는가. 왜 전구는 켜자마자 밝아지는가. 이 장은 이런 질문에 답한다.

방법은 새롭지 않다. 5장에서 힘을 배우고 6장에서 위치에너지를 정의했던 순서를 그대로 되풀이한다. 전하 → 전하 사이의 힘 → 힘을 만드는 장 → 장이 주는 위치에너지 → 그 에너지로 돌아가는 회로. 달라지는 것은 질량 자리에 전하가 들어간다는 점뿐이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뉴턴 제2·제3법칙, 일과 위치에너지, 에너지 보존, 등가속도 공식, 그리고 8장의 log10 이다. 새 SI 기본단위로 전류의 암페어(ampere, 기호 A) 가 나온다. 3장의 표에서 "전기 장에서 처음 쓴다"고 예고했던 그것이다. 새로 필요한 수학은 하나뿐이고 마지막 절에서 그 자리에 도입한다. 미분도 적분도 쓰지 않는다.

전하 — 두 종류가 있다

마른 날 스웨터를 벗으면 머리카락이 달라붙고, 문고리를 잡으면 따끔하다. 물체를 문지르면 밀거나 당기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실험으로 밝혀진 사실은 이렇다.

같은 부호는 밀고 다른 부호는 당긴다. 두 전하의 크기가 아무리 달라도 서로 주고받는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다. 5장의 작용·반작용 그대로다
<같은 부호는 밀고 다른 부호는 당긴다. 두 전하의 크기가 아무리 달라도 서로 주고받는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다. 5장의 작용·반작용 그대로다>[원본 보기]

전하의 단위는 쿨롱(coulomb, 기호 C) 이다. 정확한 정의는 전류를 다루는 절에서 하고, 지금은 크기 감각만 잡아 두자. 전자 하나가 가진 전하의 크기를 기본전하 라 하고

e=1.602176634×1019C

로 쓴다. 이 값은 2019년부터 SI 가 정확히 이 수라고 못 박은 정의값이다. 뒤집어 보면 1C 은 기본전하 약 6.24×1018 개에 해당한다. 아주 큰 수다. 즉 1 C 은 일상 규모에서 엄청나게 큰 전하 이고, 정전기에서 다루는 값은 보통 nCμC 단위다.

전하에는 두 가지 엄격한 규칙이 있다.

두 번째 규칙이 대전 현상의 정체를 말해 준다. 문질러서 전하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자를 옮긴 것이다. 잃은 쪽은 +로, 얻은 쪽은 −로 대전된다. 두 물체의 전하를 합하면 언제나 0이다. 마지막으로 물질을 둘로 나눠 둔다. 도체(conductor) 는 전자 일부가 물질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물질이고(금속, 소금물), 부도체(insulator) 는 전자가 원자에 붙들려 제자리에서 조금 치우칠 수만 있는 물질이다(유리, 고무, 마른 나무). 이 차이가 회로가 되느냐 마느냐를 가른다.

예제 144

플라스틱 막대를 천으로 문질렀더니 3.2nC 으로 대전되었다. (가) 전자가 몇 개 옮겨 왔는가? (나) 막대의 질량이 20g 이고 그 안에 든 전자가 대략 6×1024 개라면, 옮겨 온 전자는 전체의 몇 분의 몇인가?

풀이 보기

(가) 구하려는 것은 개수다. 전하가 e 의 정수배라는 규칙을 쓴다.

N=|q|e=3.2×1091.602×1019=2.0×1010

(나) 비율은

2.0×10106×1024=3×1015

두 자리로 전자 2.0×1010 개, 비율은 약 3×1015 이다.

200억 개라니 엄청나 보이지만 막대 전체 전자의 1000조분의 3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두 가지를 읽어야 한다. 첫째, 마찰로 옮길 수 있는 전하는 물질이 가진 전하에 비하면 티끌만 하다. 둘째, 그 티끌만 한 불균형만으로도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의 힘이 생긴다. 전기력이 얼마나 센지 를 보여 주는 수다. 참고로 "대전되었다"는 말은 전하를 새로 얻었다는 뜻이 아니다. 천 쪽은 정확히 +3.2nC 이 되었고 둘을 합하면 0이다.

흔한 오해

대전된 플라스틱 자를 잘게 찢은 종잇조각에 가까이 대면 종이가 달라붙는다. 종이는 대전되어 있지 않은데 왜 당겨지는가?

풀이 보기

종이가 중성이라는 것은 전하의 합이 0 이라는 뜻이지 전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종이 안에는 같은 양의 +와 −가 섞여 있다.

음으로 대전된 자를 가까이 대면 종이 속 전하가 조금 움직인다. 부도체이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원자마다 전자구름이 자를 피해 살짝 밀려나 자 쪽 면은 +, 반대쪽 면은 − 로 치우친다. 이것을 분극이라 한다.

이제 자에서 가까운 쪽에는 +가, 먼 쪽에는 −가 있다. 다음 절에서 볼 쿨롱 법칙에 따르면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가까운 쪽의 인력이 먼 쪽의 척력보다 크다. 그래서 알짜힘은 인력이 된다. 요점은 이것이다. 중성인 물체도 대전체에 끌린다. 밀리지는 않는다. 항상 인력만 나오는 이유는 가까운 쪽이 언제나 반대 부호가 되도록 치우치기 때문이다.

쿨롱 법칙

두 전하 사이의 힘을 정량적으로 잰 것이 쿨롱이다. 결과는 5장에서 본 만유인력 F=Gm1m2/r2 과 놀랍도록 닮았다. 질량 자리에 전하가 들어갔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것이 똑같다.

F=k|q1||q2|r2,k=8.99×109Nm2/C2

힘의 방향은 두 전하를 잇는 직선을 따르고, 같은 부호면 밀고 다른 부호면 당긴다. 크기는 절댓값으로 계산하고 방향은 부호를 보고 따로 판단하는 편이 실수가 적다. 상수 k 는 관례상 다음 꼴로도 쓴다.

k=14πε0,ε0=8.854×1012C2/(Nm2)

ε0 (엡실론 제로)를 진공의 유전율 이라 한다. 4π 를 미리 빼 두면 뒤에 나올 식들이 깔끔해지기 때문에 쓰는 표기이고, 두 상수는 같은 것을 다르게 적었을 뿐이다.

거리를 2배로 하면 힘은 4분의 1, 3배로 하면 9분의 1이다. 거꾸로 말하면 가까이 갈수록 급격히 세진다는 뜻이고, 원자 크기에서 전기력이 지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거리를 2배로 하면 힘은 4분의 1, 3배로 하면 9분의 1이다. 거꾸로 말하면 가까이 갈수록 급격히 세진다는 뜻이고, 원자 크기에서 전기력이 지배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원본 보기]

전하가 셋 이상이면 중첩 을 쓴다. 한 전하가 받는 힘은 나머지 전하들이 각각 주는 힘을 벡터로 더한 것이다. 다른 전하가 곁에 있다고 해서 두 전하 사이의 힘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것은 당연한 성질이 아니라 실험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예제 146

q1=+2.0μCq2=3.0μC0.20m 떨어져 있다. 서로 주고받는 힘의 크기와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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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절댓값으로 계산한다. 먼저 분자를 정리한다.

|q1||q2|=(2.0×106)(3.0×106)=6.0×1012C2

F=k|q1||q2|r2=(8.99×109)6.0×1012(0.20)2=5.39×1024.0×102=1.35N

부호가 반대이므로 서로 당긴다. 두 자리로 1.3N, 인력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2μC 은 앞 예제 기준으로 전자 1.2×1013 개, 물체가 가진 전자의 극히 일부다. 그런데도 1N 규모, 즉 100 g 짜리 물건을 드는 힘이 나온다. 흔한 실수 둘. μCC 로 바꾸지 않는 것(1012 배 틀린다)과 거리를 제곱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두 전하의 크기가 달라도 둘이 받는 힘의 크기는 같다. 식이 대칭이기 때문이고, 5장의 제3법칙이기도 하다.

예제 147

두 양성자 사이의 전기력은 중력의 몇 배인가? G=6.674×1011Nm2/kg2, 양성자의 질량 mp=1.673×1027kg, 전하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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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힘 모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비를 잡으면 거리가 지워진다. 그래서 "몇 미터 떨어졌을 때"를 물을 필요가 없다.

FeFg=ke2/r2Gmp2/r2=ke2Gmp2

분자와 분모를 따로 계산한다.

ke2=(8.99×109)(1.602×1019)2=(8.99×109)(2.566×1038)=2.31×1028

Gmp2=(6.674×1011)(1.673×1027)2=(6.674×1011)(2.799×1054)=1.87×1064

FeFg=2.31×10281.87×1064=1.2×1036

전기력이 1036 배 크다. 자릿수를 실감하기 어려운 수다.

그런데 왜 일상에서는 중력이 지배적으로 보이는가. 답은 앞 절의 두 종류 때문이다. 중력은 언제나 당기기만 해서 질량이 모이면 그대로 쌓이지만, 전하는 +와 −가 거의 정확히 상쇄된다. 지구가 우리를 당기는 것은 1050 개 규모의 원자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보탠 결과다. 실용적인 결론 하나. 원자나 전자를 다루는 문제에서는 중력을 무시해도 된다. 반대로 행성이나 별을 다룰 때는 전기력을 무시한다. 두 힘이 동시에 문제가 되는 상황은 사실상 없다.

전기장

쿨롱 법칙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떨어져 있는 두 물체가 어떻게 서로를 아는가.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데.

이 물음을 피해 가는 방법이 장(field) 이라는 개념이다. 전하는 주변 공간의 성질을 바꿔 놓는다고 보고, 다른 전하는 자기 자리의 그 성질을 느껴 힘을 받는다고 본다. 그 성질이 전기장(electric field) E 다. 정의는 이렇다.

E=Fq0(단위: NC)

어떤 점에 시험 삼아 전하 q0 를 놓아 보고 받는 힘을 q0 로 나눈 값이다. 나눠 두었으므로 시험전하가 얼마든 같은 값이 나온다. 즉 전기장은 시험전하와 무관한, 공간 자체의 성질이다. 거꾸로 쓰면 쓰기 좋은 꼴이 된다.

F=qE

전하가 양이면 힘의 방향은 장과 같고, 음이면 반대다. 점전하 하나가 만드는 장은 쿨롱 법칙을 q0 로 나눈 것이므로

E=k|q|r2

이고 방향은 양전하에서 바깥, 음전하로 안쪽이다.

전기력선

장은 공간의 모든 점에 붙은 벡터라 한꺼번에 그리기 어렵다. 그래서 전기력선 을 그린다. 규칙은 둘이다. 선의 접선 방향 이 그 점의 전기장 방향이고, 선의 촘촘한 정도 가 세기다.

양전하에서는 선이 사방으로 나가고 음전하로는 들어온다. 전하 가까이에서 선이 촘촘해지는 것이 곧 전기장이 세다는 뜻이다
<양전하에서는 선이 사방으로 나가고 음전하로는 들어온다. 전하 가까이에서 선이 촘촘해지는 것이 곧 전기장이 세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왼쪽처럼 전하가 둘이면 선이 휘고 자리마다 세기가 다르다. 오른쪽 평행판 사이에서는 선이 나란하고 간격도 일정하다. 이것이 균일한 전기장이고, 뒤에서 계산이 가장 쉬운 경우가 된다
<왼쪽처럼 전하가 둘이면 선이 휘고 자리마다 세기가 다르다. 오른쪽 평행판 사이에서는 선이 나란하고 간격도 일정하다. 이것이 균일한 전기장이고, 뒤에서 계산이 가장 쉬운 경우가 된다>[원본 보기]

선은 언제나 +에서 나와 −로 들어가며(또는 무한히 멀리 가며), 서로 교차하지 않는다. 교차한다면 그 점에서 전기장이 두 방향을 가리키게 되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것이 오른쪽 그림의 균일한 전기장 이다. 넓은 두 판에 서로 반대 부호의 전하를 고루 실으면 사이의 전기장은 어디서나 세기와 방향이 같다. 이 안에서 전하는 일정한 힘 qE 를 받으므로 등가속도 운동 을 한다. 4장에서 푼 포물체 문제가 그대로 되풀이되고, g 자리에 qE/m 이 들어갈 뿐이다.

예제 148

+5.0nC 인 점전하에서 0.10m 떨어진 점 P 의 전기장 세기와 방향은? 그 자리에 2.0nC 을 놓으면 받는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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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부터. 시험전하와 무관한 값이므로 놓을 전하를 생각하지 않고 구한다.

E=k|q|r2=(8.99×109)5.0×109(0.10)2=44.951.0×102=4.5×103N/C

방향은 양전하에서 멀어지는 쪽, 즉 P 에서 바깥이다. 힘은 정의를 뒤집은 식에 넣는다.

F=|q0|E=(2.0×109)(4.5×103)=9.0×106N

놓은 전하가 음이므로 힘의 방향은 장과 반대, 즉 원래 전하 쪽으로 당겨진다. 두 자리로 E=4.5×103N/C, F=9.0×106N(인력)이다.

이 문제의 요점은 두 양의 구별이다. 전기장은 놓기 전에 이미 있고, 힘은 놓아야 생긴다. 만약 4.0nC 을 놓았다면 힘은 두 배가 되지만 전기장은 그대로 4.5×103N/C 이다.

예제 149

세기 1.0×104N/C 인 균일한 전기장 안에 전자를 정지 상태로 놓았다. 가속도와, 1.0cm 움직인 뒤의 속력을 구하라. me=9.109×103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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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크기는

F=eE=(1.602×1019)(1.0×104)=1.602×1015N

뉴턴 제2법칙에서

a=Fme=1.602×10159.109×1031=1.76×1015m/s2

균일한 장이므로 힘이 일정하고 따라서 등가속도다. 4장의 v2=v02+2ad 를 쓴다.

v=2ad=2(1.76×1015)(1.0×102)=3.52×1013=5.9×106m/s

두 자리로 a=1.8×1015m/s2, v=5.9×106m/s 다.

가속도가 중력가속도의 1.8×1014 배다. 전자 문제에서 중력을 무시하는 근거가 이 수 하나다. 방향은 전자가 음전하이므로 전기장의 반대 쪽이다. 답이 말이 되는지 점검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속력이 빛의 속력 3.0×108m/s 의 2% 정도다. 이보다 훨씬 빨라지면 뉴턴 역학으로는 부족해지고 상대론이 필요하다. 지금은 안전한 범위다.

흔한 오해

다음 세 문장 중 옳은 것은? (가) 전기장이 0인 곳에는 전하가 없다. (나) 전기력선은 전하가 실제로 지나가는 길이다. (다) 전기력선이 촘촘한 곳에 놓인 전하가 더 큰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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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틀렸다. 크기가 같은 두 양전하 사이의 한가운데를 보라. 양쪽에서 오는 두 장이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라 합이 0이다. 그 자리에 전하는 없다. 반대로 전하가 있어도 그 주변 어딘가는 0일 수 있다.

(나) 틀렸다. 전기력선은 장의 방향을 눈에 보이게 그린 보조선이지 물리적 실체가 아니다. 게다가 전하가 실제로 그리는 궤적과도 다르다. 힘의 방향은 가속도 의 방향이지 속도 의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4장의 포물체를 떠올리면 된다. 중력은 계속 아래를 향하지만 물체는 포물선을 그린다.

(다) 옳다. 이것이 선을 그리는 규칙 자체다. 다만 "더 큰 힘"은 같은 전하를 놓았을 때 의 이야기다.

정리하면 전기력선은 규칙에 따라 그린 지도다. 지도의 등고선이 촘촘하면 경사가 가파른 것처럼, 전기력선이 촘촘하면 장이 센 것이다. 그렇다고 산에 등고선이 그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가우스 법칙 — 그림으로 읽는 규칙

전기력선에는 지도 이상의 뜻이 있다. 선을 "전하 1C 마다 몇 개" 하는 식으로 규칙을 정해 그리면, 다음 사실이 성립한다.

어떤 닫힌 면을 뚫고 나간 전기력선의 총수는 그 면 안에 든 알짜 전하만으로 정해진다.

이것이 가우스 법칙 이다. 여기서 "총수"는 나간 것을 +로, 들어온 것을 −로 세어 합한 값이다. 그림으로 보면 당연해 보인다.

점선이 닫힌 면이다. 안에 +q 가 있으면 나가는 선만 남고, 안의 알짜 전하가 0이면 나간 선이 반드시 되돌아오며, 전하가 밖에 있으면 들어온 만큼 그대로 나간다. 세 경우 모두 총수가 안에 든 전하만으로 정해진다
<점선이 닫힌 면이다. 안에 +q 가 있으면 나가는 선만 남고, 안의 알짜 전하가 0이면 나간 선이 반드시 되돌아오며, 전하가 밖에 있으면 들어온 만큼 그대로 나간다. 세 경우 모두 총수가 안에 든 전하만으로 정해진다>[원본 보기]

당연해 보이는 이유는 선이 전하에서만 시작하고 전하에서만 끝나기 때문이다. 면 안에 시작점이 있으면 어디로든 빠져나가야 하고, 면 밖에서 온 선은 들어온 만큼 나갈 수밖에 없다. 이 법칙의 쓸모는 대칭성이 좋을 때 드러난다. 면 위에서 전기장의 크기가 일정하고 방향이 면에 수직이라면, 총수는 그냥 "세기 × 넓이"가 되어 세기를 곧바로 뽑아낼 수 있다. 대칭이 좋은 세 경우의 결과만 표로 정리해 둔다. 유도는 아래 보충 예제에 있다.

전하 분포전기장의 크기거리 의존방향
점전하 qE = k q / r²1/r²전하에서 방사상
무한히 긴 직선 (선전하밀도 λ, C/m)E = λ / (2πε₀ r) = 2kλ / r1/r직선에서 수직으로 바깥
무한히 넓은 평면 (면전하밀도 σ, C/m²)E = σ / (2ε₀)거리와 무관평면에 수직
평행판 사이 (양쪽 판에 ±σ)E = σ / ε₀거리와 무관+판에서 −판으로

세 결과의 대비가 기억할 만하다. 점은 1/r2, 선은 1/r, 면은 거리와 무관하다. 전하가 퍼져 있는 차원이 하나 늘 때마다 감쇠가 한 단계 느려진다. 도체에 대한 결론 두 가지도 여기서 나온다. 도체 안에서 전기장이 0이 아니면 자유전자가 계속 움직일 텐데, 정지한 상태(정전기 평형)라면 그럴 리가 없다. 따라서 정전기 평형인 도체 내부의 전기장은 0이다. 그러면 도체 내부의 아무 닫힌 면이나 잡아도 뚫고 나가는 선이 없고, 가우스 법칙에 의해 그 안의 알짜 전하도 0이다. 즉 여분의 전하는 전부 표면에 있다. 속이 빈 도체 상자 안이 바깥 전기장에서 차단되는 것이 이 결론의 응용이다. 이것을 패러데이 상자라 하고, 벼락 칠 때 자동차 안이 비교적 안전한 이유이며, 전자기기의 금속 덮개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제 151

반지름 0.10m 인 금속 구에 +8.0nC 을 주고 가만히 두었다. 중심에서 (가) 0.20m, (나) 0.050m 떨어진 곳의 전기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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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구 바깥이다. 전하가 구면에 고르게 퍼져 있고 구대칭이므로, 바깥에서 보면 모든 전하가 중심에 모인 점전하 와 구별되지 않는다. 표의 첫 줄을 그대로 쓴다.

E=kqr2=(8.99×109)8.0×109(0.20)2=71.924.0×102=1.8×103N/C

방향은 바깥이다.

(나) 구 안쪽이다. 반지름 0.050m 인 닫힌 면을 상상하면 그 안에 든 전하가 0이다. 전하가 전부 표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E=0

두 자리로 1.8×103N/C0 이다.

여기서 조건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금속"이라는 단어가 답을 바꾼다. 같은 전하를 부도체 구 안에 고르게 퍼뜨렸다면 안쪽에도 전하가 있으므로 내부 전기장이 0이 아니다. 도체냐 부도체냐를 확인하지 않고 푸는 것이 이 유형의 가장 흔한 실수다. 또 하나. 구 표면 바로 바깥에서는 E=(8.99×109)(8.0×109)/(0.10)2=7.2×103N/C 인데 바로 안쪽에서는 0이다. 표면을 지나며 값이 뚝 끊긴다. 표면에 전하가 얇게 몰려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보충

무한히 긴 직선에 전하가 선전하밀도 λ=3.0×108C/m 로 고르게 퍼져 있다. 표의 둘째 줄을 가우스 법칙으로 얻고, 0.050m 떨어진 곳의 값을 구하라.

유도와 계산

대칭성부터 본다. 직선을 축으로 돌려도, 직선을 따라 미끄러뜨려도 상황이 같다. 그러므로 전기장은 직선에서 수직으로 바깥을 향하고 크기는 거리 r 에만 달려 있다.

그 대칭에 맞춰 닫힌 면을 고른다. 직선을 축으로 하는 반지름 r, 길이 L 인 원통이다. 이 면을 뚫고 나가는 선을 세어 보자.

원통의 양 끝 원판 에서는 전기장이 면과 나란하므로 뚫고 나가는 선이 없다. 옆면 에서는 전기장이 면에 수직이고 크기가 어디서나 같다. 그러니 총수는 세기에 옆면 넓이를 곱한 값이다.

총수=E×(2πrL)

원통 안에 든 전하는 길이 L 만큼의 몫이다.

q=λL

가우스 법칙은 총수가 안에 든 전하를 ε0 로 나눈 값이라고 말한다(선을 세는 단위를 그렇게 정한 것이다).

E(2πrL)=λLε0E=λ2πε0r=2kλr

L 이 양변에서 지워졌다. 당연한 일이다. 원통을 얼마나 길게 잡든 답이 달라지면 안 되기 때문이고, 이런 소거가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계산이 맞았는지 보는 좋은 방법 이다.

값을 넣는다.

E=2(8.99×109)(3.0×108)0.050=539.40.050=1.1×104N/C

두 자리로 1.1×104N/C, 방향은 직선에서 바깥이다. 물론 무한히 긴 직선은 없다. 실제로는 직선의 길이에 비해 아주 가까운 곳에서만 이 결과가 잘 맞는다.

전위와 전압

6장에서 중력이 보존력이라 위치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었다. 전기력도 보존력이다. 경로에 상관없이 처음과 끝 위치만으로 한 일이 정해진다. 그러니 전기 위치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치에너지는 놓는 전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기장 때와 같은 수법을 쓴다. 전하로 나눠 둔다.

V=Uq(단위: JC)

이 양을 전위(potential) 라 하고, 단위 J/C 에는 이름이 있다. 볼트(volt), 기호 V 다.

1V=1J/C

뜻은 정의 그대로다. 어떤 점의 전위가 1V 라는 것은 거기에 1C 을 놓으면 1J 의 위치에너지를 가진다 는 뜻이다. 거꾸로 쓰면 U=qV 다. 실제로 쓰는 것은 전위 자체보다 두 점의 전위차 ΔV 이고, 이것을 일상어로 전압 이라 한다. 6장에서 위치에너지의 기준점을 마음대로 잡아도 됐던 것과 같은 이유로, 전위도 어디를 0으로 잡을지는 자유다. 회로에서는 보통 전지의 −극이나 접지를 0으로 잡는다.

균일한 전기장에서의 전위차

계산은 균일한 전기장에서 가장 쉽다. 전기장 E 안에서 전하 q 를 장의 방향으로 거리 d 만큼 옮기면, 전기력이 한 일은 힘 곱하기 거리다.

W=Fd=qEd

6장의 정의에 따라 위치에너지는 그만큼 줄었으므로 ΔU=qEd 이고, 전하로 나누면

V=Ed

두 점의 전위차는 전기장 곱하기 두 점 사이의 거리 다. 이 식에서 전기장의 단위가 하나 더 나온다. N/CV/m 는 같은 단위이고, 실전에서는 후자를 더 많이 쓴다.

전위가 같은 점을 이은 것이 등전위면(점선)이고 전기력선(실선)과 어디서나 직각으로 만난다. 등전위면 위에서 전하를 옮기는 데는 일이 들지 않는다. 오른쪽처럼 균일한 장에서는 같은 거리마다 전위가 같은 폭으로 떨어진다
<전위가 같은 점을 이은 것이 등전위면(점선)이고 전기력선(실선)과 어디서나 직각으로 만난다. 등전위면 위에서 전하를 옮기는 데는 일이 들지 않는다. 오른쪽처럼 균일한 장에서는 같은 거리마다 전위가 같은 폭으로 떨어진다>[원본 보기]

등전위면이 전기력선과 직각인 이유는 간단하다. 등전위면을 따라 움직이면 전위가 변하지 않으니 일이 0이고, 일이 0이려면 힘과 이동 방향이 수직이어야 한다(6장). 정전기 평형인 도체 표면은 통째로 하나의 등전위면이다. 점전하가 만드는 전위는 균일하지 않은 경우라 위 방법으로는 안 되지만, 결과는 기억해 둘 만큼 단순하다. 무한히 먼 곳을 0으로 잡으면

V=kqr

이다. 유도는 아래 보충 예제에 있다. 전기장이 1/r2 인데 전위는 1/r 이라는 대비를 눈에 담아 두자. 전위의 가장 큰 실용적 장점은 스칼라 라는 점이다. 전하가 여럿이면 각각의 전위를 부호까지 넣어 그냥 더하면 된다. 벡터를 성분으로 쪼개 더해야 하는 전기장보다 훨씬 편하다.

마지막으로 원자 규모에 쓰기 좋은 에너지 단위 하나. 전하 e1V 의 전위차를 지날 때 얻는 에너지를 전자볼트(electronvolt, 기호 eV) 라 한다. SI 허용 단위다.

1eV=(1.602×1019C)(1V)=1.602×1019J

예제 153

간격 2.0mm 인 두 평행판에 12V 를 걸었다. (가) 판 사이의 전기장은? (나) 전자 하나가 −판에서 +판까지 건너가면 얻는 운동에너지를 J 와 eV 로 나타내라. (다) 그때의 속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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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균일한 장이므로 V=Ed 를 뒤집는다. 간격을 SI 단위로 바꾸는 것을 잊지 않는다.

E=Vd=122.0×103=6.0×103V/m

(나) 전위차를 다 건너갔으므로 잃은 위치에너지가 그대로 운동에너지가 된다(6장의 에너지 보존).

K=|q|ΔV=(1.602×1019)(12)=1.9×1018J

전자볼트로는 계산할 것도 없다. 전하 e12V 를 지났으니 12eV 다. 이 단위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압을 읽으면 곧바로 에너지가 나온다.

(다) K=12mv2 에서

v=2Kme=2(1.922×1018)9.109×1031=4.22×1012=2.1×106m/s

두 자리로 E=6.0×103V/m, K=1.9×1018J=12eV, v=2.1×106m/s 다. 겨우 12 V 로 전자가 초속 2000 km 까지 간다. 질량이 워낙 작기 때문이다. 같은 전위차를 양성자가 지나면 에너지는 똑같이 12eV 지만 질량이 1836배라 속력은 1836=43 배 느려진다.

예제 154

한 변이 0.30m 인 정삼각형의 두 꼭짓점에 각각 +4.0nC4.0nC 이 있다. 나머지 꼭짓점 P 에서 (가) 전위와 (나) 전기장의 크기를 구하라. (다) P 까지 +2.0nC 을 무한히 먼 곳에서 가져오는 데 드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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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전위는 스칼라라 부호를 붙여 그냥 더한다. 두 전하 모두 P 에서 거리가 0.30m 로 같다.

V=k+qr+kqr=kr(qq)=0

(나) 전기장은 벡터라 그냥 더할 수 없다. 각각의 크기는

E1=E2=k|q|r2=(8.99×109)4.0×1090.090=4.0×102N/C

방향을 보자. +전하가 만드는 장은 그 전하에서 P 쪽으로 나가고, −전하가 만드는 장은 P 에서 그 전하 쪽으로 들어간다. 정삼각형이므로 두 벡터가 이루는 각은 120 다. 크기가 같은 두 벡터의 합은 사잇각을 이등분하는 방향이고 크기는

E=2E1cos60=2(4.0×102)(0.500)=4.0×102N/C

방향은 +전하에서 −전하로 향하는 변과 나란하다.

(다) 무한히 먼 곳의 전위도 0, P 의 전위도 0이므로

W=q0(VPV)=(2.0×109)(00)=0

답은 V=0, E=4.0×102N/C, W=0 이다.

이 예제의 요점은 V=0 인 곳에서도 E0 일 수 있다 는 것이다. 반대도 있다. 도체 내부는 전기장이 0이지만 전위는 0이 아닐 수 있다. 두 양은 값이 아니라 변화율 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균일한 장에서 E=V/d 였던 것을 떠올리면, 전기장은 "거리당 전위가 떨어지는 정도"이지 전위 자체가 아니다. 그리고 일이 0이라는 것은 어떤 경로로 가져와도 0이라는 뜻이지 도중에 힘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는 동안 받은 일과 잃은 일이 정확히 상쇄된다.

보충

점전하가 만드는 전위가 V=kq/r 임을 보여라. 이 예제는 적분을 아는 독자를 위한 것이고 건너뛰어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유도

균일한 장에서 V=Ed 였다. 점전하 둘레에서는 E 가 거리에 따라 변하므로 이 곱셈을 그대로 쓸 수 없다. 6장에서 힘이 변할 때 일을 구하던 방법을 그대로 쓴다. 구간을 가는 조각으로 쪼개 각 조각 안에서는 E 가 일정하다고 보고 더하는 것이다. 그 극한이 정적분이고, 뜻은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정적분 에 있다.

무한히 먼 곳을 전위 0으로 잡고, 거리 r 인 점까지의 전위차를 센다.

V(r)=rEdr=rkqr2dr=kq[1r]r=kq(0+1r)=kqr

지수가 하나 줄어든 것이 결과의 전부다. 전기장은 1/r2, 전위는 1/r 이다. 거꾸로 균일한 장에 같은 계산을 적용하면 E 가 상수라 적분이 곱셈이 되어 V=Ed 로 돌아온다.

6장에서 만유인력의 위치에너지가 GMm/r 이었던 것과 형태가 같다는 점도 보라. 힘의 법칙이 같은 꼴이니 위치에너지도 같은 꼴이 될 수밖에 없다. 부호가 다른 것은 중력이 언제나 인력인 데 반해 전기력은 같은 부호끼리 밀기 때문이다.

축전기 — 전하를 갈라 두는 장치

두 도체를 가까이 놓고 한쪽에 +Q, 다른 쪽에 Q 를 실으면 사이에 전위차가 생긴다. 이 구조를 축전기(capacitor) 라 한다. 실험해 보면 실은 전하와 생기는 전위차가 비례한다. 그 비례상수를 전기용량(capacitance) 이라 한다.

C=QV

단위는 C/V 이고 이름은 패럿(farad), 기호 F 다. 1F 은 실용적으로 엄청나게 커서 보통 μFpF 를 쓴다.

전지를 연결하면 한 판에서 다른 판으로 전하가 옮겨 가 두 판이 크기가 같고 부호가 반대인 전하를 갖는다. 사이의 전기장은 균일하고 세기는 V/d 다. 넓이를 키우거나 간격을 좁히면 같은 전압에 더 많은 전하가 모인다
<전지를 연결하면 한 판에서 다른 판으로 전하가 옮겨 가 두 판이 크기가 같고 부호가 반대인 전하를 갖는다. 사이의 전기장은 균일하고 세기는 V/d 다. 넓이를 키우거나 간격을 좁히면 같은 전압에 더 많은 전하가 모인다>[원본 보기]

가장 단순한 평행판 축전기의 전기용량은 가우스 법칙의 표에서 바로 나온다. 판 넓이 A, 간격 d, 사이가 진공(또는 공기)일 때

C=ε0Ad

넓이에 비례하고 간격에 반비례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판 사이에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부도체를 채우면 그 물질이 분극해 안쪽 장을 줄여 주므로 용량이 κ(카파, 유전상수)배로 커진다. 축전기에 저장된 에너지는 6장에서 용수철에 했던 계산과 똑같이 나온다. 전하를 조금씩 옮길 때마다 이미 옮긴 전하가 반발하므로, 옮기는 데 드는 일이 점점 커진다. 그 그래프 아래 넓이가 삼각형이라

U=12QV=12CV2=Q22C

세 표현은 Q=CV 로 서로 바꾼 것이라 값이 같다. 어느 것을 쓸지는 무엇이 고정되어 있는지 로 정한다. 전지에 계속 연결되어 있으면 V 가 고정이니 12CV2, 떼어 놓았으면 Q 가 고정이니 Q2/(2C) 가 편하다. 여러 개를 이었을 때의 규칙은 이렇다.

병렬C=C1+C2+직렬1C=1C1+1C2+

이유는 외울 것이 없다. 병렬이면 두 축전기에 걸리는 전압이 같고 전하가 나뉘므로 용량이 더해진다. 직렬이면 가운데가 고립되어 있어 두 축전기의 전하가 같고 전압이 나뉘므로 역수가 더해진다.

예제 156

판 넓이 1.0×102m2, 간격 1.0×104m 인 평행판 축전기에 12V 를 걸었다. 전기용량, 저장된 전하, 판 사이의 전기장, 저장된 에너지를 구하라.

풀이 보기

전기용량부터.

C=ε0Ad=(8.854×1012)(1.0×102)1.0×104=8.9×1010F

885pF 다. 전하는 정의에서

Q=CV=(8.854×1010)(12)=1.1×108C=11nC

판 사이는 균일한 장이므로

E=Vd=121.0×104=1.2×105V/m

에너지는 전압이 주어졌으니 12CV2 가 편하다.

U=12(8.854×1010)(12)2=12(8.854×1010)(144)=6.4×108J

두 자리로 C=8.9×1010F, Q=11nC, E=1.2×105V/m, U=64nJ 다.

저장 에너지가 얼마나 작은지 보라. 6장 기준으로 64nJ 은 사과 하나를 6×108m 들어 올리는 일이다. 축전기는 전지에 비해 에너지를 아주 조금밖에 담지 못한다. 대신 넣고 빼는 것이 순식간이라, 에너지 저장보다는 신호를 다듬고 시간을 재는 데 쓰인다. 전기장 값도 점검할 만하다. 공기는 약 3×106V/m 를 넘으면 절연이 깨져 방전한다. 여기서는 그 25분의 1이라 안전하다. 간격을 10분의 1로 줄이면 용량은 10배가 되지만 전기장도 10배가 되어 한계에 가까워진다.

예제 157

C1=4.0μFC2=6.0μF 를 (가) 병렬, (나) 직렬로 이어 12V 를 걸었다. 각 경우의 합성 용량, 전체 전하, 각 축전기에 걸리는 전압을 구하라.

풀이 보기

(가) 병렬이면 둘 다 12V 가 걸리고 용량이 더해진다.

C=4.0+6.0=10.0μF

Q전체=CV=(10.0×106)(12)=1.2×104C

각각의 전하는 용량에 비례해 나뉜다. Q1=48μC, Q2=72μC.

(나) 직렬이면 역수를 더한다.

1C=14.0+16.0=3+212=512C=2.4μF

Q=CV=(2.4×106)(12)=2.88×105C=28.8μC

이 전하가 두 축전기에 똑같이 실린다. 각 전압은

V1=QC1=28.84.0=7.2V,V2=28.86.0=4.8V

합이 12.0V 로 맞는다. 검산이 된다. 눈여겨볼 것은 직렬 합성 용량 2.4μF둘 중 어느 것보다도 작다 는 점이다. 직렬로 이으면 사실상 판 간격이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다음 절에서 볼 저항은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므로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전류·저항·전력

지금까지는 전하가 가만히 있었다. 이제 흐르게 한다. 단위 시간에 어떤 단면을 지나가는 전하량을 전류(current) 라 하고 I 로 쓴다.

I=ΔQΔt

단위는 C/s 이고 이름은 암페어(ampere), 기호 A 다. 이것이 SI 의 일곱 번째이자 이 문서에 나오는 마지막 기본단위다. 2019년부터 SI 는 기본전하 e 를 정확한 값으로 못 박고 암페어를 그로부터 정의한다. 1A 는 매초 약 6.24×1018 개의 기본전하가 지나가는 흐름이고, 앞에서 미뤄 둔 쿨롱의 정의도 여기서 나온다. 1C=1As 다.

전류의 방향에는 역사적인 사정이 있다. 관례상 양전하가 흐르는 방향 을 전류의 방향으로 삼는다. 금속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음전하인 전자이므로, 전자는 전류와 반대 방향으로 간다. 헷갈리지만 계산 결과는 어느 쪽으로 정하든 같으므로 관례를 그대로 쓴다. 덧붙일 것 하나. 전선 안에서 전자는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걸음보다 느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스위치를 켜면 즉시 불이 켜지는 이유는, 전자 하나가 전구까지 달려가서가 아니라 전선에 이미 가득 차 있던 전자 전체가 거의 동시에 밀리기 때문이다. 수도관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수도꼭지를 열자마자 물이 나오는 것과 같다.

저항과 옴의 법칙

같은 전압을 걸어도 물체에 따라 흐르는 전류가 다르다. 그 비를 저항(resistance) 이라 한다.

R=VI

단위는 V/A 이고 이름은 옴(ohm), 기호 Ω 다. 많은 금속에서 R 가 전압과 거의 무관한 상수로 나오는데, 이 경우를 두고 옴의 법칙 을 따른다고 한다. 근본 법칙이 아니라 물질의 성질이라는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전구의 필라멘트나 반도체 소자는 따르지 않는다. 저항은 모양에도 달려 있다.

R=ρLA

ρ비저항 이고 단위는 Ωm 다. 길수록 크고 굵을수록 작다. 물이 흐르는 관을 떠올리면 그대로다. 구리는 1.68×108Ωm, 유리 같은 부도체는 그보다 1020 배쯤 크다. 대부분의 금속은 온도가 오르면 비저항이 커진다. 저항에서 소비되는 전력은 6장의 일률 정의에서 바로 나온다. 시간 Δt 동안 전하 ΔQ 가 전위차 V 를 지나며 잃는 에너지가 ΔQV 이므로

P=ΔQVΔt=VI=I2R=V2R

단위는 6장에서 쓰던 W 다. 세 표현은 V=IR 로 서로 바꾼 것이니 값은 같고, 아는 값에 맞춰 고르면 된다.

직렬은 길이 하나뿐이라 전류가 같고 전압이 나뉘어 저항이 커진다. 병렬은 길을 하나 더 내준 것이라 전압이 같고 전류가 나뉘어 저항이 작아진다. 축전기와는 규칙이 정확히 반대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것
<직렬은 길이 하나뿐이라 전류가 같고 전압이 나뉘어 저항이 커진다. 병렬은 길을 하나 더 내준 것이라 전압이 같고 전류가 나뉘어 저항이 작아진다. 축전기와는 규칙이 정확히 반대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것>[원본 보기]

직렬R=R1+R2+병렬1R=1R1+1R2+

예제 158

R1=4.0ΩR2=6.0Ω 을 (가) 직렬, (나) 병렬로 이어 12V 를 걸었다. 각 경우의 합성 저항, 전체 전류, 각 저항에 걸리는 전압과 소비 전력을 구하라.

풀이 보기

(가) 직렬이면 저항이 더해진다.

R=4.0+6.0=10.0Ω,I=VR=1210.0=1.2A

같은 전류가 두 저항을 지나므로

V1=IR1=(1.2)(4.0)=4.8V,V2=(1.2)(6.0)=7.2V

합이 12.0V 다. 전력은

P1=I2R1=(1.44)(4.0)=5.8W,P2=(1.44)(6.0)=8.6W

(나) 병렬이면 둘 다 12V 가 걸린다. 각 전류를 먼저 구하는 편이 빠르다.

I1=124.0=3.0A,I2=126.0=2.0A,I=5.0A

R=VI=125.0=2.4Ω

역수 공식으로 확인해도 같다. 전력은 P1=VI1=36W, P2=24W 다.

두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규칙이 보인다. 직렬에서는 큰 저항이 전압을 많이 먹고 전력도 많이 쓴다. 병렬에서는 작은 저항이 전류를 많이 받고 전력도 많이 쓴다. 어느 경우든 전력이 큰 쪽이 더 뜨거워진다. 병렬 합성 저항 2.4Ω 이 둘 중 어느 것보다도 작다는 점도 확인하라. 앞 절 축전기의 직렬 결과와 수까지 똑같은데 규칙은 반대다. 두 표를 섞어 외우면 반드시 틀린다.

예제 159

단면적 1.5mm2, 길이 25m 인 구리 연장선에 10A 가 흐른다. 선의 저항, 양 끝의 전압 강하, 선에서 열로 버려지는 전력을 구하라. ρ=1.68×108Ωm.

풀이 보기

단면적을 SI 단위로 바꾸는 것이 첫 관문이다. 3장에서 본 대로 제곱 단위는 지수가 두 배다.

A=1.5mm2=1.5×(103m)2=1.5×106m2

R=ρLA=(1.68×108)251.5×106=4.2×1071.5×106=0.28Ω

전압 강하와 전력은

V=IR=(10)(0.28)=2.8V,P=I2R=(100)(0.28)=28W

두 자리로 R=0.28Ω, V=2.8V, P=28W 다.

답이 말이 되는가. 연장선 하나가 백열전구만큼의 열을 낸다는 뜻이니 만졌을 때 미지근할 정도다. 실제로 전열기를 긴 연장선으로 쓰면 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감아 둔 채로 쓰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위험해진다. 식을 보면 대책도 보인다. 손실은 I2R 이므로 전류를 줄이는 것이 저항을 줄이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같은 전력을 보내면서 전류를 반으로 줄이려면 전압을 두 배로 올리면 되고, 그러면 손실은 4분의 1이 된다. 송전선에 수십만 볼트를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회로 풀기

이제 부품을 이어 실제 회로를 푼다.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보존법칙뿐이다.

기전력과 키르히호프의 두 법칙

전지는 화학 에너지를 써서 전하를 낮은 전위에서 높은 전위로 퍼 올리는 펌프다. 단위 전하당 퍼 올리는 에너지를 기전력(electromotive force) 이라 하고 E 로 쓴다. 이름에 힘이 들어 있지만 힘이 아니라 전압이고 단위도 V 다.

실제 전지에는 자체 저항이 있다. 이것을 내부저항 r 이라 하고, 전류가 흐르면 그만큼 전압을 까먹는다. 그래서 전지 양 끝에서 실제로 잴 수 있는 단자전압

V단자=EIr

이고, 전류가 클수록 낮아진다. 방전된 전지에 물린 손전등이 어두운 이유이자, 시동을 걸 때 실내등이 잠깐 어두워지는 이유다. 가지가 여러 개인 회로는 직렬·병렬로만 정리되지 않는다. 그럴 때 쓰는 것이 키르히호프의 두 법칙 이다.

가지가 셋인 회로. 접합점에서는 들어온 전류의 합과 나간 전류의 합이 같고, 어떤 고리를 한 바퀴 돌아도 전위 변화의 합이 0이다. 앞의 것은 전하 보존, 뒤의 것은 에너지 보존이다
<가지가 셋인 회로. 접합점에서는 들어온 전류의 합과 나간 전류의 합이 같고, 어떤 고리를 한 바퀴 돌아도 전위 변화의 합이 0이다. 앞의 것은 전하 보존, 뒤의 것은 에너지 보존이다>[원본 보기]

부호는 한 번 정해 끝까지 지키면 된다. 저항을 전류와 같은 방향으로 지나면 IR(내려간다), 반대로 지나면 +IR. 전지를 −극에서 +극으로 지나면 +E, 반대면 E 다. 전류의 방향은 처음에 아무렇게나 가정해도 된다. 틀렸다면 답이 음수로 나와 알려 준다.

예제 160

기전력 12V, 내부저항 0.50Ω 인 전지에 5.5Ω 의 저항을 달았다. 전류, 단자전압, 외부 저항이 소비하는 전력, 전지 안에서 버려지는 전력을 구하라.

풀이 보기

내부저항도 회로의 일부이므로 직렬로 더한다. 여기를 빠뜨리는 것이 이 유형의 유일한 함정이다.

R=0.50+5.5=6.0Ω,I=ER=126.0=2.0A

단자전압은 기전력에서 내부 강하를 뺀 값이다.

V단자=EIr=12(2.0)(0.50)=11V

전력은

PR=I2R=(4.0)(5.5)=22W,Pr=I2r=(4.0)(0.50)=2.0W

검산한다. 전지가 내놓는 전체 전력은 EI=(12)(2.0)=24W 이고 22+2.0=24W 로 맞는다. 에너지가 어디로도 새지 않았다.

두 자리로 I=2.0A, V단자=11V, PR=22W, Pr=2.0W 다. 전체의 8.3%가 전지 안에서 열로 버려진 셈이고, 그래서 전지가 따뜻해진다. 외부 저항을 더 작게 하면 전류가 커져 이 비율이 더 올라간다. 단자를 그대로 이어 버리면(합선) I=12/0.50=24A 가 흘러 전지 안에서 288W 가 열이 된다. 위험한 이유가 이 계산에 있다.

예제 161

위 그림의 회로에서 E1=12V, E2=6.0V, R1=2.0Ω, R2=3.0Ω, R3=6.0Ω 이고 두 전지가 모두 가운데 가지로 전류를 밀어 넣는 방향이다. 세 가지의 전류를 구하라. 내부저항은 무시한다.

풀이 보기

전류를 가정한다. I1 은 왼쪽 가지에서 가운데로, I2 는 오른쪽 가지에서 가운데로, I3 은 가운데 가지를 아래로 흐른다고 하자.

접합점 법칙(위쪽 접합점):

I1+I2=I3

왼쪽 고리에 고리 법칙을 적용한다. 전지를 −에서 +로 지나며 +E1, 두 저항을 전류 방향으로 지나며 I1R1I3R3.

122.0I16.0I3=0

오른쪽 고리도 같은 방식이다.

6.03.0I26.0I3=0

미지수 셋에 식 셋이니 풀 수 있다. 둘째 고리 식에서

I2=2.02.0I3

첫째 고리 식에 I1=I3I2 를 넣는다.

12=2.0(I3I2)+6.0I3=8.0I32.0I2

여기에 위의 I2 를 대입하면

12=8.0I32.0(2.02.0I3)=12I34.0I3=1612=1.33A

I2=2.02.0(1.33)=0.67A,I1=I3I2=1.33+0.67=2.00A

I2 가 음수로 나왔다. 실수가 아니라 정보다. 크기는 맞고 방향만 가정과 반대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가운데에서 6.0V 전지 쪽으로 흐르고 있고, 그 전지는 충전되는 중이다. 힘이 센 12 V 전지가 6 V 전지를 밀어붙이는 그림이다.

검산이 중요하다. R3 의 전압 강하는 (1.33)(6.0)=8.0V 다. 왼쪽 고리는 12(2.00)(2.0)8.0=0, 오른쪽 고리는 6.0(0.67)(3.0)8.0=6.0+2.08.0=0 으로 둘 다 맞는다.

RC 회로 — 시간이 걸리는 회로

저항과 축전기를 직렬로 이어 전지를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축전기가 순식간에 차지는 않는다. 저항이 전하의 흐름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축전기가 비어 있어 전압이 0이므로 저항에 전지 전압이 통째로 걸리고 전류가 가장 크다. 전하가 쌓일수록 축전기 전압이 올라가 저항에 걸리는 몫이 줄고, 그만큼 전류가 준다. 즉 남은 일이 적을수록 진행이 느려진다.

이런 변화에는 익숙한 형태가 있다. 같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남은 몫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변화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그렇고, 뜨거운 커피가 식는 것도 그렇다. 절반씩 줄면 1, 1/2, 1/4, 1/8 … 이 되는데, 이렇게 곱셈으로 이어지는 수열을 함수로 쓴 것이 지수함수 다. 자연 현상에서는 그 밑이 하필 다음 수가 되는 경우가 특히 자주 나온다.

e=2.71828,e1=12.71828=0.368

이 수를 e 라 적고 자연상수(natural constant) 라 부른다. 원주율처럼 값이 정해진 수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장에서 기본전하를 e 로 써 왔으므로 글자가 겹친다. 그래서 이 절에서는 전하를 언제나 q 로 적고 e 는 지수의 밑으로만 쓴다. 뒤에서 e 가 다시 기본전하로 나오는 자리도 있지만(12장의 이온, 15장의 광전효과), 거기서는 지수 자리가 아니므로 구별이 어렵지 않다. 지수 자리에 밑으로 붙어 있으면 자연상수, 그 밖에는 기본전하다.

왜 하필 이 수인지, 그리고 ex 의 값을 계산기 없이 어림하는 법은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자연상수 e 와 자연로그 에 정리되어 있다. 이 절에서 필요한 것은 둘뿐이다. e1=0.368 이고, 지수가 1 줄어들 때마다 0.368배가 한 번 더 곱해진다.

남은 몫이 0.368배로 주는 데 걸리는 그 일정한 시간을 시간상수 τ(타우)라 하고, RC 회로에서는

τ=RC

다. 단위가 초가 되는지 확인해 보자. ΩF=VACV=CA=s 로 맞는다.

충전은 τ 만에 63%까지 차오르고 방전은 τ 마다 0.37배로 준다. 두 곡선 모두 남은 몫에 비례해 변하므로 유한한 시간 안에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실무에서 5τ 를 끝난 것으로 보는 근거가 그림에 다 있다
<충전은 τ 만에 63%까지 차오르고 방전은 τ 마다 0.37배로 준다. 두 곡선 모두 남은 몫에 비례해 변하므로 유한한 시간 안에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실무에서 5τ 를 끝난 것으로 보는 근거가 그림에 다 있다>[원본 보기]

식으로 적으면 충전과 방전은 이렇다. 남은 몫이 et/τ 한 덩어리로 적힌다.

충전q(t)=CE(1et/τ)방전q(t)=q0et/τ

읽는 법은 단순하다. t=τ 면 지수가 1 이라 남은 몫이 e1=0.368 배, t=2τ 면 그것을 또 0.368배 해서 e2=0.135 배다. 음의 지수는 부호가 아니라 역수를 뜻하므로 et/τ 는 언제나 0과 1 사이의 양수이고, 아무리 기다려도 정확히 0이 되지는 않는다. 충전은 그 남은 몫을 1에서 뺀 값이므로 τ 만에 63.2% 까지 찬다. 시간상수를 키우려면 저항을 키우거나 용량을 키우면 된다. 회로에서 "몇 초쯤 기다렸다가"를 만들고 싶을 때 쓰는 가장 단순한 장치가 이것이다.

예제 162

R=100kΩ, C=10μF 인 RC 회로에 E=9.0V 인 전지를 연결했다. (가) 시간상수, (나) 1.0s 뒤의 축전기 전압, (다) 99%까지 차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라.

풀이 보기

(가) 단위를 SI 로 맞춰 곱한다.

τ=RC=(1.0×105Ω)(1.0×105F)=1.0s

(나) t=1.0s 는 정확히 τ 하나다. 그러니 지수가 1 이고 남은 몫이 e1=0.368 배, 찬 몫은 그 나머지다.

VC=E(1e1)=(9.0)(10.368)=(9.0)(0.632)=5.7V

(다) 99% 찼다는 것은 남은 몫이 1% 라는 뜻이다.

et/τ=0.01

지수 자리에 있는 t 를 끌어내리려면 로그를 취해야 한다. 8장에서 쓴 상용로그 log10 을 그대로 쓰고, log10e=0.4343 임을 이용한다.

tτlog10e=log100.01tτ(0.4343)=2

tτ=20.4343=4.6

t=4.6τ=4.6s 다.

두 자리로 τ=1.0s, VC=5.7V, t=4.6s 다.

여기서 알아 둘 것 하나. 100%까지 차는 시간을 물었다면 답은 "무한"이다. 남은 몫에 비례해 느려지므로 유한한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충전 완료"는 언제나 기준을 정한 뒤의 말이다. 실무에서 5τ 를 쓰는 이유도 그때 남은 몫이 0.7% 라 대개 무시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를 모은다.

기호이름단위핵심 관계
q, Q전하Ce = 1.602176634×10⁻¹⁹ C 의 정수배. 보존된다
k쿨롱 상수N·m²/C²8.99×10⁹ = 1/(4πε₀)
ε₀진공의 유전율C²/(N·m²) = F/m8.854×10⁻¹²
E전기장N/C = V/mE = F/q. 벡터. 점전하는 kq/r²
V전위V = J/CV = U/q. 스칼라. 균일한 장이면 V = E d
eV전자볼트J1 eV = 1.602×10⁻¹⁹ J. SI 허용 단위
C전기용량F = C/VC = Q/V. 평행판은 ε₀A/d
I전류A (SI 기본단위)I = ΔQ/Δt. 1 C = 1 A·s
R저항Ω = V/AR = V/I = ρL/A
ρ비저항Ω·m물질의 성질. 구리는 1.68×10⁻⁸
P전력WP = V I = I²R = V²/R
ε기전력V단위 전하당 퍼 올리는 에너지. 단자전압 = ε − I r
e자연상수없음2.71828…. 지수의 밑으로만 쓴다. 기본전하 e 와 글자가 겹치니 주의
τ시간상수sτ = R C. 남은 몫은 e 의 −t/τ 제곱. τ 마다 0.368배

관계를 한 장의 지도로 보면 이렇다.

왼쪽은 전하가 공간에 만들어 두는 것, 가운데는 거기에 전하를 놓아야 생기는 것이다. 둘을 잇는 것은 언제나 q 를 곱하는 일이다. 위아래로 벡터와 스칼라가 짝을 이룬다는 점도 함께 볼 것
<왼쪽은 전하가 공간에 만들어 두는 것, 가운데는 거기에 전하를 놓아야 생기는 것이다. 둘을 잇는 것은 언제나 q 를 곱하는 일이다. 위아래로 벡터와 스칼라가 짝을 이룬다는 점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상황관계조건
두 점전하 사이의 힘F = k |q₁||q₂| / r²점전하. 여럿이면 벡터로 더한다
장에 놓인 전하F = q E언제나
전하가 가진 에너지U = q V언제나
균일한 장의 전위차V = E d평행판 사이 등
점전하의 전위V = k q / r무한히 먼 곳을 0으로
가우스 법칙닫힌 면을 뚫은 선의 총수 = 안의 알짜 전하 / ε₀언제나. 계산은 대칭일 때만
도체 (정전기 평형)내부 E = 0, 전하는 표면에만전하가 멈춰 있을 때
축전기Q = C V, U = ½ C V²병렬은 더하기, 직렬은 역수의 합
저항V = I R옴의 법칙을 따르는 물질에서만
저항 잇기직렬은 더하기, 직렬의 반대가 병렬축전기와 규칙이 반대
접합점 법칙들어온 전류의 합 = 나간 전류의 합전하 보존
고리 법칙한 바퀴 돌며 더한 전위 변화 = 0에너지 보존
RC 회로남은 몫이 e 의 −t/τ 제곱. τ = RC 마다 0.368배저항과 축전기가 직렬

이 장을 관통하는 생각은 하나다. 전하로 나눠 두면 놓는 전하와 무관한 양이 남는다. 힘을 전하로 나눈 것이 전기장이고, 위치에너지를 전하로 나눈 것이 전위다. 그렇게 만들어 둔 지도 위에 전하를 놓으면 힘과 에너지가 되살아난다. 회로는 그 전위차로 전하를 밀어 에너지를 나르는 장치이고, 키르히호프의 두 법칙은 전하 보존과 에너지 보존을 회로의 말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남겨 둔 것도 있다. 전하가 움직이면 자기 현상이 나타나고, 자기장이 변하면 다시 전기장이 생긴다. 이 둘을 이으면 전기와 자기가 하나의 이론이 되고 그 끝에 빛이 있다. 다음 장의 주제다.

자기

냉장고에 붙는 자석과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기는 얼핏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이 장은 그 둘이 사실 같은 것의 두 얼굴이라는 이야기다.

답할 질문은 넷이다. 자석 둘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움직이는 전하에 어떤 힘을 주는가, 전류는 어떻게 자석 노릇을 하는가, 그리고 거꾸로 자석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의 답이 발전기이고, 그것이 오늘날 쓰는 전기의 거의 전부를 만든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11장의 전하 q(단위 C), 전류 I(단위 A), 기전력, 저항 R(단위 Ω)을 계속 쓴다. 11장 끝에서 소개한 자연상수 e 와 지수 감쇠 et/τ 도 이 장 끝에서 그대로 다시 쓴다. 7장의 벡터곱과 오른손 법칙도 그대로 쓴다. 5장의 원운동과 구심력, 6장의 일과 에너지도 필요하다.

이 장이 앞 장들보다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유는 하나다. 자기는 3차원 방향 문제다. 힘이 속도와도 수직이고 자기장과도 수직이라 종이 위에 다 그릴 수 없다. 그래서 이 장에는 그림이 많고, 화면 안팎을 나타내는 기호를 자주 쓴다. 그림을 건너뛰면 식만 남아 외울 것이 되어 버린다.

자기장을 힘으로 정의한다

막대자석 둘레에 쇳가루를 뿌리면 무늬가 생긴다. 그 무늬를 따라 그린 선이 자기력선이고, 11장의 전기력선과 같은 방식으로 읽는다. 선이 촘촘한 곳이 센 곳이고, 선의 접선 방향이 그 자리의 방향이다.

자기력선은 자석 밖에서 N 에서 나와 S 로 들어가고 자석 안에서 이어져 닫힌 고리가 된다. 전기력선처럼 어딘가에서 시작해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기력선은 자석 밖에서 N 에서 나와 S 로 들어가고 자석 안에서 이어져 닫힌 고리가 된다. 전기력선처럼 어딘가에서 시작해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는다>[원본 보기]

그런데 전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전기에는 양전하만 있는 물체와 음전하만 있는 물체가 따로 있지만, N극만 있는 물체는 없다. 자석을 반으로 자르면 N극짜리 조각과 S극짜리 조각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자석 두 개가 나온다. 그런 "자기 홀극(magnetic monopole)"은 지금까지 관측된 적이 없다. 그래서 자기력선은 언제나 닫힌 곡선이다.

이제 자기장의 크기를 정의해야 한다. 11장에서 전기장을 "단위 전하가 받는 힘"으로 정의했으니 같은 방식을 쓰고 싶지만, 자기장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전하는 자기장 속에서 아무 힘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장은 움직이는 전하에만 힘을 준다.

전하 q 가 속도 v 로 움직일 때 받는 힘을 로런츠 힘(Lorentz force) 이라 하고, 이 힘으로 자기장 B 를 정의한다.

F=qv×B,F=|q|vBsinθ

× 는 7장에서 토크를 정의할 때 쓴 그 벡터곱이다. θvB 사이의 각이다. 방향은 7장과 똑같이 정한다. 오른손 네 손가락을 v 에서 B 쪽으로 감아쥐면 세운 엄지가 v×B 의 방향이다. 전하가 음수면 힘은 그 반대쪽이다.

힘은 속도와 자기장 두 방향 모두에 수직이라 종이 밖으로 나오거나 안으로 들어간다. 화살촉이 보이는 ⊙ 는 화면 밖, 화살깃이 보이는 ⊗ 는 화면 안이다. 이 표기를 이 장 내내 쓴다
<힘은 속도와 자기장 두 방향 모두에 수직이라 종이 밖으로 나오거나 안으로 들어간다. 화살촉이 보이는 ⊙ 는 화면 밖, 화살깃이 보이는 ⊗ 는 화면 안이다. 이 표기를 이 장 내내 쓴다>[원본 보기]

자기장의 단위는 테슬라(tesla, 기호 T) 다. 위 식을 뒤집으면 정의가 나온다.

1T=1N1C1m/s=1NAm

즉 "1C 의 전하가 1m/s 로 수직으로 지날 때 1N 의 힘을 받게 하는 자기장"이 1T 다. 이것은 아주 큰 값이다. 지구 자기장이 5×105T 정도,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표면이 103102T 안팎, 병원의 자기공명영상 장치가 13T 수준이다.

로런츠 힘이 전기력과 다른 점 셋을 따로 적어 둔다. 이 장의 문제 대부분이 이 셋 중 하나를 묻는다.

예제 163

전자가 2.0×106m/s 로 지구 자기장을 수직으로 가로지른다. 자기장을 5.0×105T 로 볼 때 받는 힘의 크기는? 같은 전자가 받는 중력과 견주어 보라. 전자의 전하량 크기는 1.602×1019C, 질량은 9.109×1031kg 이다.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힘이고 단위는 N 이다. 속도와 자기장이 수직이므로 sinθ=1 이라 식이 가장 간단해진다.

F=|q|vB=(1.602×1019)(2.0×106)(5.0×105)

지수부터 정리하면 계산이 쉽다. (2.0×106)(5.0×105)=1.0×102 이므로

F=(1.602×1019)(1.0×102)=1.60×1017N

중력은 mg 다.

Fg=(9.109×1031)(9.81)=8.94×1030N

비를 내면 1.60×10178.94×1030=1.8×1012 배다.

3자리로 F=1.60×1017N 이고, 중력의 약 1012 배다. 절대값으로는 우스울 만큼 작은 힘인데도 중력을 완전히 압도한다. 전하를 띤 입자를 다룰 때 중력을 무시하는 것이 관례인 이유가 이 비교에 있다.

예제 164

전하 +2.0μC 를 띤 알갱이가 4.0×105m/s 로 날아가는데, 그 속도가 0.25T 인 자기장과 30 를 이룬다. 힘의 크기는? 같은 알갱이가 자기장과 나란히 날아가면?

풀이 보기

각이 있으므로 F=|q|vBsinθ 를 그대로 쓴다. 먼저 각을 뺀 공통 인자를 구해 두면 두 경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q|vB=(2.0×106)(4.0×105)(0.25)

(2.0×106)(4.0×105)=0.80 이므로 |q|vB=(0.80)(0.25)=0.20N.

θ=30 이면 sin30=0.500 이므로

F=(0.20)(0.500)=0.10N

나란하면 θ=0, sin0=0 이므로 F=0 이다.

2자리로 0.10N0 이다.

힘의 방향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vB 가 이루는 평면에 수직이다. 각이 3080 든 방향은 그 평면에 수직으로 같고, 각은 크기만 바꾼다. 방향과 크기를 각각 다른 것이 정한다는 점이 벡터곱의 특징이다.

흔한 오해

자기력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자석으로 쇠못을 끌어당기거나 전동기가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는가?

풀이 보기

두 가지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먼저 "자기력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F=qv×B 라는 이 힘에 대한 것이다. 자유롭게 날아가는 하나의 전하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맞다. 속도에 수직인 힘은 속력을 바꿀 수 없다.

전동기는 사정이 다르다. 자기력은 도선 속 전자를 옆으로 밀지만, 전자는 도선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금속 격자에 붙들려 있다. 밀린 전자가 격자를 끌고 가면서 도선 전체가 움직인다. 이때 실제로 일을 한 것은 전자를 계속 흐르게 하는 전원이다. 자기력은 에너지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전지의 에너지가 역학적 일로 바뀌는 통로 노릇을 했다. 나중에 나올 레일 위 막대 예제에서 이 흐름을 숫자로 끝까지 따라간다.

쇠못을 끌어당기는 영구자석은 또 다르다. 여기서 움직이는 것은 자유 전하가 아니라 원자 하나하나가 가진 자기적 성질이고, 그 힘은 위의 식이 아니라 자기 쌍극자가 고르지 않은 자기장에서 받는 힘으로 다뤄야 한다. 그 계산은 이 문서의 범위를 넘는다.

정리하면 이 문장은 "자기 현상은 일을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qv×B 는 속력을 바꾸지 못한다"는 뜻이다. 범위를 정확히 잡아 두는 것이 이 오해를 푸는 열쇠다.

자기장 속에서 도는 전하

자기력이 속력은 그대로 두고 방향만 계속 바꾼다면,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5장에서 이미 배웠다. 원운동이다.

반지름은 속력에 비례해 커지지만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속력과 상관없다. 빠른 전하는 큰 원을 그리는 대신 그만큼 빨리 돌기 때문이다
<반지름은 속력에 비례해 커지지만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속력과 상관없다. 빠른 전하는 큰 원을 그리는 대신 그만큼 빨리 돌기 때문이다>[원본 보기]

균일한 자기장에 수직으로 들어간 전하를 보자. 자기력이 구심력 노릇을 하므로 5장의 F=mv2/r 에 그대로 넣는다.

|q|vB=mv2rr=mv|q|B

여기서 놀라운 결과가 하나 나온다.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주기를 구해 보자. 원둘레를 속력으로 나누면 된다.

T=2πrv=2πvmv|q|B=2πm|q|B

v 가 사라졌다. 속력이 두 배가 되면 원도 두 배로 커지는데, 그 두 배 긴 길을 두 배 빠르게 달리므로 걸리는 시간은 같다. 이 성질이 사이클로트론이라는 입자가속기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이 주기의 역수를 사이클로트론 진동수 라 부른다.

fc=1T=|q|B2πm

속도가 자기장과 비스듬하면 어떻게 될까. 속도를 자기장에 나란한 성분과 수직인 성분으로 나누면 된다(4장의 성분 분해다). 나란한 성분은 아무 힘도 받지 않아 그대로 나아가고, 수직인 성분은 원운동을 한다. 둘을 합치면 나선이 된다. 극지방의 오로라는 태양에서 온 전하가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나선을 그리며 내려와 대기와 부딪쳐 생긴다.

예제 166

양성자가 2.0×106m/s0.50T 인 균일한 자기장에 수직으로 들어갔다. 받는 힘, 원 궤도의 반지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구하라. 양성자의 질량은 1.673×1027kg, 전하량은 1.602×1019C 이다.

풀이 보기

수직 입사이므로 sinθ=1 이다. 힘부터 구한다.

F=qvB=(1.602×1019)(2.0×106)(0.50)=1.60×1013N

반지름은 r=mv/(qB) 다. 분모를 먼저 계산해 두면 실수가 준다.

qB=(1.602×1019)(0.50)=8.01×1020

r=(1.673×1027)(2.0×106)8.01×1020=3.346×10218.01×1020=4.18×102m

주기는 T=2πm/(qB) 이고 분모는 방금 것을 그대로 쓴다.

T=2π(1.673×1027)8.01×1020=1.051×10268.01×1020=1.31×107s

3자리로 F=1.60×1013N, r=4.18cm, T=131ns 이다.

검산해 보자. v=2πr/T=2π(0.0418)/(1.31×107)=2.0×106m/s 로 처음 값과 같다. 속력을 두 배로 올리면 반지름은 8.36cm 로 커지지만 T131ns 그대로다.

예제 167

질량분석기는 전하가 같고 질량만 다른 이온을 갈라내는 장치다. 전하가 각각 +e 인 질량 20Da22Da 인 이온을 정지 상태에서 전위차 2.0kV 로 가속한 뒤 0.20T 인 자기장에 수직으로 들여보냈다. 두 이온이 그리는 원의 반지름 차이를 구하라. 1Da=1.6605×1027kg 이다.

풀이 보기

두 단계로 나뉜 문제다. 먼저 전기가 이온을 가속하고, 그다음 자기가 이온을 휘게 한다.

1단계는 11장의 에너지 관계다. 전위차 V 를 지나며 잃은 전기 위치에너지 qV 가 전부 운동에너지가 된다.

qV=12mv2v=2qVm

2단계는 이 장의 r=mv/(qB) 다. v 를 넣고 정리하면

r=mqB2qVm=1B2mVq

rm 에 비례한다. 이 한 줄이 장치의 원리 전부다. 무거운 이온일수록 바깥으로 휘어 나간다.

숫자를 넣는다. m1=20×1.6605×1027=3.321×1026kg 이고

r1=10.202(3.321×1026)(2000)1.602×1019=10.208.293×104=0.028800.20=0.144m

22Da 짜리는 처음부터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다. 비례 관계를 쓰면

r2=r12220=(0.144)(1.0488)=0.151m

차이는 0.1510.144=0.007m=7mm 다. 3자리로 14.4cm15.1cm 이다.

질량이 10% 다른데 반지름은 5%만 다르다는 점을 보라. 제곱근이 차이를 절반으로 눌러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장치에서 검출기를 아주 정밀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류가 받는 힘

전류는 움직이는 전하의 흐름이다. 그러니 전류가 흐르는 도선을 자기장에 두면 도선 전체가 힘을 받는다. 도선 속 전하들이 받는 힘을 모두 더하면 다음이 된다.

F=IL×B,F=BILsinθ

L 은 크기가 도선의 길이이고 방향이 전류 방향인 벡터다. 앞 절의 qv 자리에 IL 이 들어간 것뿐이라 새로 외울 것이 없다. 이 식은 자기장이 균일하고 도선이 곧을 때 쓴다.

같은 전류라도 도선이 자기장과 이루는 각에 따라 힘이 0에서 BIL 까지 변한다. 나란하면 0이라는 점을 자주 잊는다
<같은 전류라도 도선이 자기장과 이루는 각에 따라 힘이 0에서 BIL 까지 변한다. 나란하면 0이라는 점을 자주 잊는다>[원본 보기]

이제 도선을 한 바퀴 감아 고리로 만들어 보자. 마주 보는 두 변에 걸리는 힘이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라 합력은 0이지만, 작용점이 달라 토크가 남는다. 7장에서 배운 그대로다. 고리는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돈다.

자기장과 나란한 두 변은 힘을 받지 않고, 수직인 두 변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려 고리를 돌린다. 고리 면이 자기장에 수직이 되는 자리에서 토크가 0이 된다
<자기장과 나란한 두 변은 힘을 받지 않고, 수직인 두 변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밀려 고리를 돌린다. 고리 면이 자기장에 수직이 되는 자리에서 토크가 0이 된다>[원본 보기]

계산을 간단히 하려고 고리마다 화살표 하나를 붙여 둔다.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 μ 는 크기가 NIA(감은 수 × 전류 × 고리 넓이, 단위 Am2)이고 방향이 고리 면에 수직인 벡터다. 어느 쪽 수직인지는 또 오른손으로 정한다. 네 손가락을 전류가 도는 쪽으로 감으면 엄지가 μ 방향이다. 그러면 토크는

τ=μ×B,τ=μBsinθ

로 짧게 쓰인다. θμB 사이의 각이다. μB 와 나란해지면 토크가 0이 되고, 고리는 그 자세에서 멈추려 한다. 나침반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는 것도, 전동기가 도는 것도, 아날로그 계기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도 모두 이 토크다.

예제 168

0.30T 의 균일한 자기장 안에 길이 0.40m 인 곧은 도선이 놓여 있고 5.0A 가 흐른다. 도선이 자기장과 (가) 90, (나) 30, (다) 0 를 이룰 때의 힘을 각각 구하라.

풀이 보기

F=BILsinθ 에서 각을 뺀 부분은 세 경우에 모두 같으므로 먼저 구해 둔다.

BIL=(0.30)(5.0)(0.40)=0.60N

이 값이 이 상황에서 가능한 최대 힘이다. 나머지는 여기에 sinθ 를 곱하기만 하면 된다.

(가) sin90=1.000 이므로 F=0.60N

(나) sin30=0.500 이므로 F=(0.60)(0.500)=0.30N

(다) sin0=0 이므로 F=0

2자리로 0.60, 0.30, 0N 이다.

세 경우 모두 힘의 방향은 도선과 자기장 둘 다에 수직이다. 도선을 자기장 쪽으로 눕혀 가면 힘이 점점 줄다가 완전히 나란해지는 순간 사라진다. 도선을 반대쪽으로 계속 돌려 150 가 되면 sin150=0.500 이라 크기는 (나)와 같고 방향만 반대가 된다.

예제 169

넓이 2.0×102m2 인 고리를 50 번 감고 1.2A 를 흘려 0.35T 의 자기장 안에 두었다. 고리의 자기모멘트와, μ 가 자기장과 60 를 이룰 때의 토크를 구하라. 토크가 가장 큰 자세와 0인 자세는 각각 어떤 자세인가?

풀이 보기

자기모멘트는 정의대로 곱하면 된다.

μ=NIA=(50)(1.2)(2.0×102)=1.2Am2

토크는 τ=μBsinθ 이고 sin60=0.8660 이다.

τ=(1.2)(0.35)(0.8660)=0.364Nm

최대는 sinθ=1, 즉 θ=90 일 때다.

τmax=(1.2)(0.35)=0.42Nm

2자리로 μ=1.2Am2, τ=0.36Nm, τmax=0.42Nm 이다.

자세를 말로 옮길 때 헷갈리기 쉽다. θ고리 면이 아니라 고리 면에 수직인 μ 와 자기장 사이의 각이다. θ=90(토크 최대)는 고리 면이 자기장을 품고 있는 자세, 즉 자기력선이 고리 면을 따라 흐르는 자세다. θ=0(토크 0)는 자기력선이 고리 면을 정면으로 뚫는 자세다. 그림에서 두 자세를 직접 확인해 두면 다음 절의 자기다발에서도 같은 각을 쓰게 된다.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

1820년에 외르스테드가 강의 도중 우연히 발견한 것이 이 절의 출발이다. 도선에 전류를 흘렸더니 옆에 있던 나침반 바늘이 돌아갔다.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 전기와 자기가 별개가 아니라는 첫 증거였다.

곧은 도선 둘레의 자기장은 도선을 축으로 하는 동심원이다. 오른손 엄지를 전류 방향으로 세우면 감아쥔 네 손가락이 자기장이 도는 쪽이다
<곧은 도선 둘레의 자기장은 도선을 축으로 하는 동심원이다. 오른손 엄지를 전류 방향으로 세우면 감아쥔 네 손가락이 자기장이 도는 쪽이다>[원본 보기]

곧고 긴 도선에서 거리 r 만큼 떨어진 곳의 자기장 크기는

B=μ0I2πr

이고 방향은 도선을 감는 원의 접선이다. 여기 나온 새 상수 μ0진공 투자율(vacuum permeability) 이라 한다.

μ0=1.2566×106Tm/A4π×107Tm/A

11장의 ε0 가 전기 쪽 상수였듯 μ0 는 자기 쪽 상수다. 두 상수는 13장에서 다시 만나고, 거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전류가 자기장을 만드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적은 것이 비오-사바르 법칙(Biot-Savart law) 이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을 아주 짧은 토막들로 쪼개면 토막 하나하나가 둘레에 작은 자기장을 만드는데, 그것을 도선 전체에 대해 모두 더하면 전체 자기장이 된다는 내용이다. 더하는 일이 곧 적분이라 이 문서에서는 계산에 쓰지 않고 결과만 쓴다.

앙페르 법칙 — 고리가 감싼 전류

대칭성이 좋은 경우에는 훨씬 편한 길이 있다. 앙페르 법칙(Ampère's law) 이다. 말로 하면 이렇다.

공간에 닫힌 고리를 하나 상상하고, 그 고리를 한 바퀴 돌면서 자기장을 죽 더한다. 그 합은 고리를 뚫고 지나가는 전류에만 달려 있다.

고리를 한 바퀴 돌며 더한 값은 고리가 감싼 전류로만 정해진다. 고리 밖의 전류는 기여하지 않고, 반대 방향 두 전류를 함께 감싸면 서로 지워진다
<고리를 한 바퀴 돌며 더한 값은 고리가 감싼 전류로만 정해진다. 고리 밖의 전류는 기여하지 않고, 반대 방향 두 전류를 함께 감싸면 서로 지워진다>[원본 보기]

고리의 모양도 크기도 상관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11장의 가우스 법칙과 구조가 같다. 그쪽은 닫힌 과 그 안의 전하였고, 이쪽은 닫힌 고리와 그것을 뚫는 전류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합이 0이라는 것은 자기장이 0이라는 뜻이 아니다. 고리 밖에 전류가 있으면 고리의 어느 부분에서 더한 만큼 다른 부분에서 빼져 총합이 0이 되는 것이지, 그 자리에 자기장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자기장을 실제로 더하려면 선을 따라가는 적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문서는 앙페르 법칙을 왜 그런 모양의 답이 나오는지 이해하는 도구로만 쓰고, 대칭성이 좋아 답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경우의 결과를 표로 정리한다.

전류 분포자기장의 크기방향과 조건
무한히 긴 곧은 도선B = μ₀ I / (2π r)도선을 감는 동심원. r 은 도선까지의 거리
원형 고리 (반지름 R) 의 중심B = μ₀ I / (2R)고리 면에 수직. 중심에서만 성립
솔레노이드 내부B = μ₀ n In = 1 m 당 감은 수. 축 방향, 위치에 무관
토로이드 내부 (도넛 모양)B = μ₀ N I / (2π r)N = 전체 감은 수. 중심에서 멀수록 약해진다

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솔레노이드다. 도선을 원통에 촘촘히 감으면 안쪽 자기장이 위치에 상관없이 일정해진다. 균일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라 실험 장치에 널리 쓰인다.

위쪽 도선과 아래쪽 도선이 만드는 자기장이 안에서는 서로 보태져 고르게 되고 밖에서는 넓게 퍼져 성겨진다. 길이에 견주어 가늘수록 이 근사가 잘 맞는다
<위쪽 도선과 아래쪽 도선이 만드는 자기장이 안에서는 서로 보태져 고르게 되고 밖에서는 넓게 퍼져 성겨진다. 길이에 견주어 가늘수록 이 근사가 잘 맞는다>[원본 보기]

마지막으로 도선 두 개를 나란히 놓아 보자. 1번이 만든 자기장 속에 2번이 놓여 있는 셈이므로, 앞 절의 F=BIL 을 그대로 쓰면 된다. 계산하면

FL=μ0I1I22πd

이고, 전류가 같은 방향이면 서로 끌어당기고 반대 방향이면 밀어낸다.

1번이 2번 자리에 만드는 자기장을 먼저 구하고, 그 자기장 안에서 2번이 받는 힘을 구한다. 두 단계를 나누어 따지는 것이 요령이다
<1번이 2번 자리에 만드는 자기장을 먼저 구하고, 그 자기장 안에서 2번이 받는 힘을 구한다. 두 단계를 나누어 따지는 것이 요령이다>[원본 보기]

예제 170

곧고 긴 도선에 10A 가 흐른다. 5.0cm 떨어진 곳의 자기장 세기를 구하고 지구 자기장(약 5×105T)과 견주어 보라.

풀이 보기

표의 첫 줄을 그대로 쓴다. 거리를 m 로 바꾸는 것을 잊지 말자.

r=5.0cm=0.050m

분모를 먼저 정리한다. 2πr=2π(0.050)=0.3142m.

B=μ0I2πr=(1.2566×106)(10)0.3142=1.2566×1050.3142=4.00×105T

3자리로 4.00×105T, 즉 40.0μT 다.

지구 자기장과 거의 같은 크기다. 그래서 이런 도선 옆에 나침반을 두면 바늘이 눈에 띄게 돌아간다. 외르스테드가 본 것이 바로 이 정도의 효과였다.

감각을 잡아 두자. 10A 는 가정용 배선에서 꽤 큰 전류인데도 5cm 떨어지면 지구 자기장 수준밖에 안 된다. 전류 하나로 센 자기장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여러 번 감아 보태는 것이다.

예제 171

1m2000 번 감긴 솔레노이드에 3.0A 를 흘렸다. 내부 자기장은? 같은 세기를 곧은 도선 하나로 5.0cm 거리에서 얻으려면 전류가 얼마나 필요한가?

풀이 보기

솔레노이드 내부는 표의 셋째 줄이다. 끝부분의 어긋남은 무시한다(길이가 지름보다 훨씬 길다고 본다).

B=μ0nI=(1.2566×106)(2000)(3.0)

(2000)(3.0)=6000 이므로

B=(1.2566×106)(6000)=7.54×103T=7.5mT

두 번째 물음은 앞 예제를 뒤집으면 된다. 앞에서 10A4.00×105T 를 주었고 BI 에 비례하므로

I=10×7.54×1034.00×105=10×188.5=1.9×103A

2자리로 솔레노이드는 7.5mT, 곧은 도선이라면 1.9×103A 가 필요하다.

겨우 3A1900A 짜리 효과를 낸 셈이다. 감은 수가 곱해지기 때문이다. 감아서 보태는 것이 자기장을 키우는 거의 유일한 실용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이 비교가 보여 준다.

안에 철심을 넣으면 훨씬 세진다. 다만 얼마나 세지는지는 재료와 자기장 세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어느 값 이상에서는 더 늘지 않는 포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몇 배"라고 단정하지 않는 편이 정직하다.

예제 172

나란히 놓인 두 도선이 4.0cm 떨어져 있고 각각 15A 가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길이 2.0m 구간이 받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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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에 넣기 전에 방향부터 정한다. 전류가 같은 방향이므로 서로 끌어당긴다.

FL=μ0I1I22πd 에 넣는다. 분자와 분모를 따로 계산한다.

μ0I1I2=(1.2566×106)(15)(15)=(1.2566×106)(225)=2.827×104

2πd=2π(0.040)=0.2513

FL=2.827×1040.2513=1.125×103N/m

길이 2.0m 이면

F=(1.125×103)(2.0)=2.25×103N

2자리로 2.3mN 이고 서로 끌어당기는 방향이다.

아주 작은 힘이다. 그런데 이 힘은 두 도선이 서로에게 주는 힘이므로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다. 5장의 작용-반작용이 여기서도 성립한다. 도선 굵기나 재질은 답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해 두자.

흔한 오해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두 전류는 서로 끌어당긴다. 그런데 전류를 만드는 것은 전자이고 같은 부호의 전하는 서로 밀어낸다. 모순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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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힘을 견주고 있다.

도선에는 자유 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같은 양의 양전하(금속 이온)가 함께 있다. 도선 전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그래서 두 도선 사이에는 전기력이 사실상 0이다. 남는 것은 움직이는 전하 때문에 생긴 자기력뿐이고, 그 자기력이 인력이다.

그러면 왜 하필 인력인가. 두 단계로 따져야 한다. 1번 도선이 2번 도선 자리에 만드는 자기장의 방향을 오른손 법칙으로 정하고, 그 자기장 속에서 2번 도선이 받는 힘을 다시 IL×B 로 정한다. 그림에서 확인하면 두 전류가 같은 방향일 때 힘이 안쪽을 향한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같은 그림에서 섞어 직관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호 규칙이 서로 다르다. 전기는 "같으면 밀어낸다"이고 자기는 "같으면 끌어당긴다"인데, 이 둘은 애초에 다른 두 규칙이지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다발과 패러데이 법칙

전류가 자기장을 만든다면 거꾸로 자기장으로 전류를 만들 수 있을까. 패러데이가 10년 넘게 매달린 문제였고, 답은 "조건부로 그렇다"였다. 조건이 무엇인지가 이 절의 전부다.

먼저 새 양이 필요하다. 자기다발(magnetic flux) ΦB(그리스 문자 파이)는 어떤 면을 뚫고 지나가는 자기력선의 수다. 균일한 자기장 속에 넓이 A 인 평평한 면을 두었을 때

ΦB=BAcosθ(단위: Wb)

θ면에 세운 수직선과 자기장 사이의 각이다. 앞 절의 자기모멘트에서 쓴 그 각과 같은 뜻이다.

면이 자기장을 정면으로 받으면 자기력선이 가장 많이 뚫고, 자기장과 나란해지면 선이 면을 스쳐 지나가 하나도 뚫지 못한다
<면이 자기장을 정면으로 받으면 자기력선이 가장 많이 뚫고, 자기장과 나란해지면 선이 면을 스쳐 지나가 하나도 뚫지 못한다>[원본 보기]

단위는 웨버(weber, 기호 Wb) 이고 1Wb=1Tm2 다. 뒤집어 말하면 1T=1Wb/m2 이므로 자기장을 "넓이당 다발"로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B 를 자기다발밀도라고 부르는 책도 있다.

이제 패러데이가 무엇을 보았는지 보자.

자석을 코일에 넣거나 뺄 때만 검류계 바늘이 움직이고, 자석을 코일 옆에 가만히 두면 아무리 센 자석이라도 바늘이 꿈쩍하지 않는다
<자석을 코일에 넣거나 뺄 때만 검류계 바늘이 움직이고, 자석을 코일 옆에 가만히 두면 아무리 센 자석이라도 바늘이 꿈쩍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자석을 코일에 가까이 가져가면 전류가 흐른다. 멀리 치우면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그런데 가만히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석이 아무리 세도 마찬가지다. 전류를 만드는 것은 자기장이 아니라 자기다발의 변화다. 이것이 패러데이 법칙(Faraday's law) 이다.

E=NΔΦBΔt

기호를 하나씩 읽자. E 는 11장에서 쓴 기전력이고 단위는 V 다(필기체 대문자 E로 적는다. 11장의 유전율 ε0 와 모양이 다른 글자를 쓰는 것은 둘을 섞지 않기 위해서다). N 은 코일을 감은 횟수다. 감을 때마다 같은 다발 변화를 겪으므로 그만큼 곱해진다. ΔΦB/Δt다발이 변하는 빠르기다. 다발이 크다고 기전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빨리 변해야 생긴다.

앞의 음의 부호는 크기가 아니라 방향을 말한다. 다음 절에서 따로 다룬다. 크기만 필요하면 절댓값을 쓰면 된다.

ΦB=BAcosθ 를 보면 다발이 변하는 길이 셋이라는 것도 바로 읽힌다. B 가 변하거나, 넓이 A 가 변하거나, 각도 θ 가 변하거나. 문제를 만나면 셋 중 무엇이 변하는지부터 확인하면 된다.

예제 174

반지름 8.0cm 인 원형 고리가 0.40T 인 균일한 자기장 안에 있다. 고리 면에 세운 수직선이 자기장과 (가) 0, (나) 60, (다) 90 를 이룰 때 자기다발을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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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넓이를 구한다. 반지름을 m 로 바꾸는 것이 첫 단계다.

A=πr2=π(0.080)2=π(6.4×103)=2.011×102m2

각을 뺀 공통 인자를 계산해 둔다.

BA=(0.40)(2.011×102)=8.04×103Wb

(가) cos0=1 이므로 ΦB=8.04×103Wb

(나) cos60=0.500 이므로 ΦB=4.02×103Wb

(다) cos90=0 이므로 ΦB=0

2자리로 8.0mWb, 4.0mWb, 0 이다.

여기서 흔히 틀리는 것이 sincos 을 바꾸는 것이다. 앞 절의 힘 F=BILsinθ 는 수직일 때 최대였고, 다발 BAcosθ나란할 때 최대다. 그런데 두 식의 θ 가 재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데 주의하자. 힘 쪽은 도선과 자기장 사이의 각이고, 다발 쪽은 면에 세운 수직선과 자기장 사이의 각이다. 그림에서 각을 직접 확인하고 넣는 습관이 가장 안전하다.

예제 175

넓이 0.020m2 인 코일을 50 번 감아 자기장에 정면으로 놓았다. 자기장이 0.10T 에서 0.50T0.20s 동안 고르게 변했다. 유도 기전력의 크기는? 코일의 저항이 5.0Ω 이면 전류와 소비 전력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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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변하는지부터 확인한다. 넓이도 각도도 그대로이고 B 만 변한다. 정면이므로 cosθ=1 이라 ΦB=BA 다.

다발의 변화량은 넓이가 고정이므로 ΔΦB=(ΔB)A 로 쓸 수 있다.

ΔΦB=(0.500.10)(0.020)=(0.40)(0.020)=8.0×103Wb

"고르게 변했다"는 말이 중요하다. 변화가 일정하므로 미분 대신 ΔΦ/Δt 로 그냥 나누면 된다.

|E|=NΔΦBΔt=50×8.0×1030.20=50×(4.0×102)=2.0V

나머지는 11장의 옴 법칙과 전력 식이다.

I=ER=2.05.0=0.40A,P=I2R=(0.40)2(5.0)=0.80W

2자리로 2.0V, 0.40A, 0.80W 이다.

마지막으로 이 0.80W 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야 한다. 공짜가 아니다. 자기장을 키운 외부 장치가 그만큼의 일을 했다. 왜 그런지가 다음 절의 주제다.

시간을 0.02s 로 줄이면 기전력은 20V 가 된다. 같은 변화라도 빨리 일으킬수록 세다는 것, 그것이 이 법칙의 전부다.

렌츠 법칙 — 음의 부호가 말하는 것

패러데이 법칙의 음의 부호를 말로 옮긴 것이 렌츠 법칙(Lenz's law) 이다.

유도 전류는 자신을 만들어 낸 다발의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다발이 늘어나면 유도 전류는 고리 안에 반대 방향 자기장을 만들어 늘어나는 몫을 깎고, 줄어들면 같은 방향 자기장을 만들어 줄어드는 몫을 보탠다
<다발이 늘어나면 유도 전류는 고리 안에 반대 방향 자기장을 만들어 늘어나는 몫을 깎고, 줄어들면 같은 방향 자기장을 만들어 줄어드는 몫을 보탠다>[원본 보기]

"반대 방향"이 아니라 "변화를 방해하는 방향"이라는 데 주의하자. 원래 자기장이 어느 쪽인지가 아니라 다발이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한다. 늘어나는 중이면 깎는 쪽으로, 줄어드는 중이면 보태는 쪽으로 흐른다.

방향을 정할 때는 네 단계를 순서대로 밟는다. 마지막 검산은 언제나 에너지 보존이다
<방향을 정할 때는 네 단계를 순서대로 밟는다. 마지막 검산은 언제나 에너지 보존이다>[원본 보기]

왜 하필 방해하는 쪽인가. 에너지 보존 때문이다. 만약 유도 전류가 변화를 도와주는 쪽으로 흐른다면, 작은 변화가 더 큰 변화를 부르고 그것이 다시 더 큰 변화를 불러 에너지가 무한히 쏟아져 나올 것이다. 렌츠 법칙은 그런 일이 없다는 선언이고, 다음 예제가 그것을 숫자로 확인한다.

운동 기전력 — 넓이가 변할 때

다발을 바꾸는 두 번째 길은 넓이를 바꾸는 것이다. 균일한 자기장 속에서 회로의 한 변을 미끄러뜨리면 회로 넓이가 변한다.

막대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회로 넓이가 늘어 다발이 커진다. 흐른 전류가 다시 자기력을 받는데 그 방향이 언제나 운동을 막는 쪽이라 등속을 유지하려면 계속 밀어야 한다
<막대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회로 넓이가 늘어 다발이 커진다. 흐른 전류가 다시 자기력을 받는데 그 방향이 언제나 운동을 막는 쪽이라 등속을 유지하려면 계속 밀어야 한다>[원본 보기]

길이 L 인 막대가 속력 v 로 미끄러지면 넓이는 1 초에 Lv 만큼 늘어난다. 자기장이 면에 수직이면 다발이 변하는 빠르기는 BLv 이므로

E=BLv

이것을 운동 기전력(motional emf) 이라 한다. 새 법칙이 아니라 패러데이 법칙에 ΔA=LvΔt 를 넣은 것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현상을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막대 속 전하가 함께 움직이므로 qv×B 로 밀린다고 봐도 되고, 회로 넓이가 변해 다발이 변한다고 봐도 된다. 두 설명이 같은 값을 주는 것은 우연이 아니지만, 왜 그런지는 상대성 이론이 필요하다.

발전기

세 번째 길은 각도를 바꾸는 것이다. 자기장 속에서 코일을 일정한 각속도 ω(7장에서 배웠다)로 돌리면 θ=ωt 이므로

ΦB=BAcos(ωt)

가 되고, 이것이 변하는 빠르기가 기전력이다. 코사인이 변하는 빠르기는 사인 꼴이므로

E=NBAωsin(ωt)

가 나온다. 한 바퀴 도는 동안 부호가 두 번 바뀐다. 발전기에서 나오는 전기가 교류인 이유가 이것이다.

자기장도 넓이도 그대로인데 각도만 변한다. 다발이 코사인 꼴로 변하므로 기전력은 사인 꼴이 되고 한 바퀴마다 부호가 두 번 바뀐다
<자기장도 넓이도 그대로인데 각도만 변한다. 다발이 코사인 꼴로 변하므로 기전력은 사인 꼴이 되고 한 바퀴마다 부호가 두 번 바뀐다>[원본 보기]

교류 전압을 하나의 수로 말할 때는 실효값(rms) 을 쓴다. 최댓값을 2 로 나눈 값이고, 같은 저항에서 같은 열을 내는 직류 전압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가정용 콘센트의 220V 가 실효값이며 최댓값은 311V 다.

Vrms=V02

흔한 오해

화면 안쪽으로 향하는 자기장 속에 원형 도선 고리가 놓여 있다. (가) 자기장이 세지는 중일 때, (나) 약해지는 중일 때, (다) 세지만 일정할 때 유도 전류는 각각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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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터 답하는 편이 낫다. 흐르지 않는다. 자기장이 아무리 세도 변하지 않으면 다발이 변하지 않고, 기전력은 다발의 변화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걸리는 사람이 많다. "센 자기장"과 "변하는 자기장"은 전혀 다른 조건이다.

(가) 화면 안쪽 다발이 늘어나는 중이다. 유도 전류는 이를 방해해야 하므로 고리 안에 화면 바깥쪽 자기장을 만들어야 한다. 오른손 엄지를 화면 바깥으로 세우고 손가락을 감으면 반시계 방향이다.

(나) 화면 안쪽 다발이 줄어드는 중이다. 유도 전류는 줄어드는 몫을 붙잡아야 하므로 고리 안에 화면 안쪽 자기장을 만든다. 방향은 시계 방향이다.

흔한 오해가 하나 더 있다. "유도 전류는 원래 자기장의 반대 방향 자기장을 만든다"고 외우는 것이다. (나)에서 보듯 그렇지 않다. 유도 전류가 상쇄하려는 것은 자기장이 아니라 자기장의 변화다. 이 한 글자 차이가 답의 방향을 뒤집는다.

예제 177

0.50T 의 균일한 자기장에 수직으로 놓인 ㄷ자 레일 위를 길이 0.30m 인 막대가 2.0m/s 로 미끄러진다. 회로 전체 저항이 0.20Ω 일 때 기전력, 전류, 막대에 걸리는 자기력, 그리고 등속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외력의 일률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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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기전력부터 구한다.

E=BLv=(0.50)(0.30)(2.0)=0.30V

전류는 옴 법칙이다.

I=ER=0.300.20=1.5A

이제 전류가 흐르는 막대는 자기장 안에 있으므로 다시 힘을 받는다. 막대가 자기장에 수직이니 sinθ=1 이다.

F=BIL=(0.50)(1.5)(0.30)=0.225N

방향은 렌츠 법칙이 알려준다. 이 힘은 운동을 방해하는 쪽, 즉 막대가 가는 방향의 반대다. 그러므로 등속으로 계속 밀려면 같은 크기의 외력을 걸어야 하고, 6장의 P=Fv

P외력=Fv=(0.225)(2.0)=0.45W

회로에서 열로 나가는 전력과 비교해 보자.

P전기=I2R=(1.5)2(0.20)=(2.25)(0.20)=0.45W

정확히 같다. 2자리로 E=0.30V, I=1.5A, F=0.23N, P=0.45W 이다.

이것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계산이다. 손이 한 역학적 일 → 전기 에너지 → 저항에서 나는 열로 이어지는 경로가 하나도 새지 않고 추적된다. 발전소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이고, 렌츠 법칙의 음의 부호가 에너지 보존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도 이 일치가 증명한다.

만약 자기력의 방향이 반대였다면 막대는 밀지 않아도 저절로 빨라지면서 전기까지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런 장치는 없다.

인덕턴스 — 회로가 스스로를 방해한다

코일에 흐르는 전류가 변하면 그 코일이 만드는 자기장이 변하고, 따라서 그 코일 자신을 뚫는 다발이 변한다. 그러면 패러데이 법칙에 따라 코일 자신에 기전력이 생긴다. 이것을 자체 유도(self-induction) 라 한다.

코일을 뚫는 다발은 흐르는 전류에 비례하므로, 그 비례상수를 인덕턴스(inductance) L 이라 하고

L=NΦBI,E=LΔIΔt

로 쓴다. 단위는 헨리(henry, 기호 H) 이고 1H=1Wb/A=1Vs/A 다. 1H 는 "전류가 1초에 1A 씩 변할 때 1V 의 기전력이 생기는" 코일이다. 앞의 음의 부호는 역시 렌츠 법칙이다. 인덕터는 전류가 갑자기 변하는 것을 싫어한다. 늘리려 하면 막고, 끊으려 하면 붙잡는다.

솔레노이드의 인덕턴스는 앞에서 얻은 B=μ0nI 로부터 계산할 수 있다. 길이 , 단면적 A, 전체 감은 수 N 인 솔레노이드에 대해

L=μ0N2A

이다. 감은 수가 제곱으로 들어간다. 한 번은 자기장을 세게 만드는 데, 또 한 번은 그 자기장을 더 많이 붙잡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인덕터에 전류를 흘려 놓으면 자기장 형태로 에너지가 저장된다. 저장 에너지와, 자기장이 있는 공간의 단위 부피당 에너지는

U=12LI2,uB=B22μ0(단위: J/m3)

11장의 축전기와 나란히 놓으면 대응이 한눈에 보인다.

축전기 (11장)인덕터 (이 장)
저장하는 것전기장자기장
저장 에너지U = ½ C V²U = ½ L I²
에너지 밀도u = ½ ε₀ E²u = B² / (2 μ₀)
급변을 막는 대상전압전류
단위F (패럿)H (헨리)

저항과 인덕터를 직렬로 이은 RL 회로는 11장의 RC 회로와 같은 모양의 답을 준다. 시간상수는 τ=L/R 이고, 스위치를 닫으면 전류가 곧바로 최댓값에 이르지 못하고 서서히 올라간다.

i(t)=ER(1et/τ)

11장 RC 회로에서 쓴 et/τ 그대로다. 밑도 같고 음의 지수도 같으며, 달라진 것은 시간상수가 RC 에서 L/R 로 바뀐 것뿐이다. t=τ 에서 남은 몫이 e1=0.368 이므로 전류는 최종값의 63%, t=5τ 이면 사실상 다 올라간다.

이 절에서 다루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저항·인덕터·축전기를 함께 이은 회로에 교류를 걸면 각 소자가 진동수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특정 진동수에서 전류가 최대가 되는 전기적 공명이 일어난다. 8장의 역학적 공명과 식이 같은 흥미로운 주제인데, 다루려면 위상차를 계산하는 도구가 더 필요해 여기서는 이름만 적어 둔다.

변압기

코일 두 개를 나란히 두고 하나에 교류를 흘리면, 그 코일이 만드는 변하는 자기다발이 다른 코일도 뚫는다. 그러면 두 번째 코일에 기전력이 생긴다. 철심으로 다발이 새지 않게 가두면 두 코일이 완전히 같은 다발을 공유하게 되고, 감은 한 번마다 생기는 기전력이 같아진다. 따라서

V2V1=N2N1

이 장치가 변압기(transformer) 다. 전압을 마음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지만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손실이 없다면 들어간 전력과 나온 전력이 같으므로

V1I1=V2I2

이고, 전압을 올린 만큼 전류는 내려간다.

두 코일이 같은 자기다발을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 철심의 역할이다. 다발이 변하지 않으면 기전력이 0이므로 변압기는 직류에 쓸 수 없다
<두 코일이 같은 자기다발을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 철심의 역할이다. 다발이 변하지 않으면 기전력이 0이므로 변압기는 직류에 쓸 수 없다>[원본 보기]

예제 178

길이 0.25m, 단면적 4.0cm2 인 원통에 도선을 500 번 감았다. 인덕턴스는? 2.0A 를 흘렸을 때 저장되는 에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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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를 먼저 맞춘다. 넓이는 세제곱이 아니라 제곱이므로 인자를 두 번 곱한다.

A=4.0cm2=4.0×(102m)2=4.0×104m2

인덕턴스 식에 넣는다.

L=μ0N2A=(1.2566×106)(500)2(4.0×104)0.25

위쪽부터 차례로 계산한다. (500)2=2.5×105 이므로

(1.2566×106)(2.5×105)=0.3142,(0.3142)(4.0×104)=1.257×104

L=1.257×1040.25=5.03×104H=0.50mH

저장 에너지는

U=12LI2=12(5.03×104)(2.0)2=12(5.03×104)(4.0)=1.01×103J

2자리로 L=0.50mH, U=1.0mJ 이다.

에너지 밀도로도 확인해 보자. n=500/0.25=2000m1 이므로

B=μ0nI=(1.2566×106)(2000)(2.0)=5.03×103T

uB=B22μ0=(5.03×103)22(1.2566×106)=2.53×1052.513×106=10.1J/m3

솔레노이드 안의 부피는 A=(4.0×104)(0.25)=1.0×104m3 이므로

U=(10.1)(1.0×104)=1.01×103J

두 방법이 일치한다. 에너지가 코일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장이 차지한 공간에 퍼져 있다는 관점이 이 일치로 확인된다. 이 관점이 13장에서 결정적으로 쓰인다.

예제 179

L=0.50H, R=25Ω 인 코일에 기전력 10V 인 전지를 연결했다. 시간상수, 최종 전류, t=10ms 에서의 전류를 구하라. 스위치를 갑자기 끊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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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상수는 τ=L/R 이다.

τ=0.5025=0.020s=20ms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전류가 더 이상 변하지 않으므로 유도 기전력이 0이 되고, 인덕터는 그냥 도선처럼 행동한다.

I=ER=1025=0.40A

t=10msτ 의 절반이다.

i=0.40(1e0.50)=0.40(10.6065)=0.40(0.3935)=0.157A

2자리로 τ=20ms, I=0.40A, i=0.16A 이다.

스위치를 끊는 순간이 흥미롭다. 전류가 짧은 시간에 0.40A 에서 0으로 떨어지므로 ΔI/Δt 가 엄청나게 커지고, E=LΔI/Δt 에 따라 전지 전압보다 훨씬 큰 기전력이 생긴다. 스위치 접점에서 불꽃이 튀는 이유이고, 계전기나 전동기 회로에 다이오드를 나란히 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덕터가 "전류의 급변을 막는다"는 말은 이렇게 극적으로 나타난다.

예제 180

1000 번 감은 1차 코일에 220V(실효값) 교류를 걸고 2차 코일은 50 번 감았다. 2차 전압은? 2차 쪽에 3.0A 가 흐르면 1차 전류는 얼마인가? 손실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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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비는 감은 수의 비다.

V2=V1N2N1=220×501000=220×0.050=11V

전류는 전력 보존에서 나온다.

V1I1=V2I2I1=I2V2V1=3.0×11220=0.15A

2자리로 V2=11V, I1=0.15A 이다.

검산은 전력이다. (220)(0.15)=33W 이고 (11)(3.0)=33W 로 같다.

전압을 20분의 1로 낮췄더니 전류가 20배로 늘었다. 변압기는 전력을 바꾸지 않는다. 전압과 전류의 배분만 바꿀 뿐이다.

송전선에서 일부러 전압을 높여 보내는 까닭도 이 관계에 있다. 같은 전력을 나르면서 전압을 10배 올리면 전류가 10분의 1이 되고, 선로에서 열로 잃는 몫 I2R1/100 이 된다. 전류가 제곱으로 들어가는 것이 요점이다.

정리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기호와 단위를 모은다.

기호이름단위한 줄 정의
B자기장 (자기다발밀도)T (테슬라)움직이는 전하에 F = |q| v B sin θ 의 힘을 주는 장
μ₀진공 투자율T·m/A1.2566 × 10⁻⁶. 전류가 얼마나 센 자기장을 만드는지를 정하는 상수
μ자기모멘트A·m²N I A. 고리 면에 수직인 화살표. 토크는 μ B sin θ
Φ(B)자기다발Wb (웨버)B A cos θ. 면을 뚫고 지나가는 자기력선의 수
기전력V (볼트)11장에서 도입. 여기서는 다발 변화가 만든다
L인덕턴스H (헨리)N Φ / I. 전류의 급변을 막는 정도
u(B)자기 에너지 밀도J/m³B² / (2 μ₀). 자기장이 있는 공간에 퍼져 있는 에너지

관계식도 한자리에 모은다.

무엇을 구하나언제 쓰나
움직이는 전하가 받는 힘F = q v × B언제나. 방향은 오른손 법칙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받는 힘F = I L × B곧은 도선, 균일한 자기장
자기장 속 원운동r = m v / (|q| B), T = 2π m / (|q| B)v 가 B 에 수직. 주기는 속력과 무관
전류 고리의 토크τ = μ B sin θμ = N I A, θ 는 μ 와 B 사이의 각
곧은 도선이 만드는 자기장B = μ₀ I / (2π r)길고 곧은 도선
솔레노이드 내부B = μ₀ n In = 1 m 당 감은 수. 길이가 지름보다 훨씬 길 때
나란한 두 도선의 힘F / L = μ₀ I₁ I₂ / (2π d)같은 방향이면 인력
유도 기전력ℰ = − N ΔΦ / Δt다발이 고르게 변할 때. 부호는 렌츠 법칙
운동 기전력ℰ = B L v넓이가 변하는 경우의 특수형
변압기V₂ / V₁ = N₂ / N₁교류에만. 전력은 보존된다

마지막으로 이 장의 줄기를 한 문장으로 적어 둔다. 움직이는 전하가 자기장을 만들고(외르스테드·앙페르), 변하는 자기장이 전기를 만든다(패러데이). 두 문장이 서로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라. 다음 장에서 맥스웰이 이 되먹임을 끝까지 밀어붙여 빛이 무엇인지 알아낸다.

맥스웰 방정식과 전자기파

11장과 12장에서 법칙 네 개를 배웠다. 전기력선은 전하에서 나온다, 자기력선은 시작도 끝도 없다, 변하는 자기장은 전기를 만든다, 전류는 자기장을 만든다. 이 장에서 하는 일은 새 실험을 하나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는 넷을 나란히 놓고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렇게 들여다본 사람이 맥스웰이었다. 그는 네 번째 법칙에 항 하나가 빠져 있다는 것을 순전히 논리로 알아냈고, 그 항을 채워 넣자 네 식에서 파동이 튀어나왔다. 그 파동의 속력을 계산해 보니 이미 측정되어 있던 빛의 속력과 같았다. 빛이 무엇인지가 그렇게 밝혀졌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무엇이 빠져 있었는가, 네 식은 각각 무슨 말을 하는가, 그리고 왜 거기서 빛이 나오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11장의 전기장 E 와 전기력선, 12장의 자기장 B 와 앙페르·패러데이 법칙, 그리고 8장의 파동(파장 λ, 진동수 f, v=fλ)이다. 6장의 스칼라곱과 7장의 벡터곱도 기호를 읽는 데 쓴다.

하나가 빠져 있었다 — 변위전류

12장의 앙페르 법칙은 이렇게 말했다. 닫힌 고리를 한 바퀴 돌며 자기장을 더한 값은 그 고리를 뚫고 지나가는 전류로 정해진다. 여기 숨은 문제가 하나 있다.

"고리를 뚫고 지나가는 전류"를 세려면 고리에 걸친 을 하나 정하고 그 면을 통과하는 전류를 세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고리에 걸칠 수 있는 면은 무수히 많다. 비눗물에 철사 고리를 담갔다 빼면 평평한 막이 생기지만, 바람을 불면 그 막이 부풀어 오른다. 둘 다 같은 고리에 걸친 면이다. 어느 면을 고르든 답이 같아야 법칙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충전 중인 축전기에서 문제가 터진다.

도선을 자르는 평평한 면에는 전류가 지나가지만, 같은 고리에서 축전기 판 사이로 부풀린 면에는 지나가는 전류가 하나도 없다. 같은 고리에 두 답이 나오면 법칙이 아니다
<도선을 자르는 평평한 면에는 전류가 지나가지만, 같은 고리에서 축전기 판 사이로 부풀린 면에는 지나가는 전류가 하나도 없다. 같은 고리에 두 답이 나오면 법칙이 아니다>[원본 보기]

도선을 감싸는 고리를 하나 잡는다. 평평한 면을 고르면 도선을 자르므로 지나가는 전류가 I 다. 그런데 같은 고리에서 면을 축전기 판 사이로 부풀리면, 판 사이에는 전하가 건너뛰지 않으므로 지나가는 전류가 0이다. 같은 고리에 답이 둘이다. 법칙이 무너진다.

맥스웰의 해결은 이랬다. 판 사이에는 전류가 없지만 전기장이 커지고 있다. 그 커지는 몫을 전류처럼 세면 두 답이 정확히 같아진다. 그 몫을 변위전류(displacement current) 라 하고

Id=ε0ΔΦEΔt

로 쓴다. ΦE전기다발이다. 12장의 자기다발과 똑같이 정의한다. 균일한 전기장 속 넓이 A 인 면에 대해 ΦE=EAcosθ 이고, 단위는 Vm 다. ε0 는 11장의 진공 유전율이다.

이 항을 넣은 앙페르 법칙을 앙페르-맥스웰 법칙이라 한다. 말로 하면 이렇다. 고리를 따라 더한 자기장은, 고리를 뚫는 전류와 고리를 뚫는 전기다발의 변화율이 함께 정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변위전류는 "임시로 끼워 맞춘 항"이 아니다. 이 항이 없으면 전하 보존과 어긋난다. 축전기에 전하가 쌓인다는 사실 자체가 그 항을 요구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항이 없으면 전자기파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제 181

평행판 축전기의 판 넓이가 2.0×102m2 이고, 도선을 통해 1.5A 로 충전하는 중이다. 판 사이 전기장이 변하는 빠르기는? 변위전류가 도선 전류와 같음을 확인하라. ε0=8.854×1012F/m 이다.

풀이 보기

11장에서 평행판 사이의 전기장은 E=σ/ε0=Q/(ε0A) 였다. Aε0 는 변하지 않으므로, 이 식에서 변하는 것은 Q 뿐이다. 따라서

ΔEΔt=1ε0AΔQΔt

그런데 ΔQ/Δt 는 "1초에 판에 쌓이는 전하량"이고 이것이 바로 도선 전류 I 다(11장의 전류 정의다).

ΔEΔt=Iε0A=1.5(8.854×1012)(2.0×102)

분모를 먼저 계산한다. (8.854×1012)(2.0×102)=1.771×1013.

ΔEΔt=1.51.771×1013=8.47×1012V/(ms)

이제 변위전류를 구한다. 전기다발은 ΦE=EA(면이 전기장에 정면이다)이므로

Id=ε0ΔΦEΔt=ε0AΔEΔt=(1.771×1013)(8.47×1012)=1.5A

도선 전류와 정확히 같다. 2자리로 ΔE/Δt=8.5×1012V/(ms), Id=1.5A 이다.

우연이 아니다. 식을 보면 ε0A 가 곱해졌다 나뉘어 저절로 지워진다. 변위전류가 도선 전류와 같아지도록 정의가 짜여 있는 것이고, 그래서 두 면이 언제나 같은 답을 준다.

전기장의 변화율이 어마어마해 보이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V/(ms) 라는 단위가 "1초 동안 유지되면"이라는 뜻이고, 실제로는 아주 짧은 시간만 이 속도로 변한다.

흔한 오해

변위전류는 진짜로 전하가 흐르는 것인가? 단위가 암페어인데.

풀이 보기

아니다. 축전기 판 사이가 진공이라면 그곳에는 흐르는 전하가 하나도 없다.

"전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자기장을 만드는 효과가 전류와 똑같기 때문이다. 앙페르 법칙 안에서 실제 전류와 나란히 더해지고, 단위도 그래서 암페어가 된다. 이름이 실체를 오해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체는 ε0ΔΦE/Δt, 즉 전기장이 변하는 빠르기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다.

다만 판 사이에 유전체가 들어 있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분자들이 전기장을 따라 방향을 바꾸는 아주 짧은 이동이 실제로 일어나 일부가 진짜 전하 이동으로 채워진다. 그래도 진공에서는 순수하게 장의 변화만 남는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이름이 아니라 식을 믿으라는 것이다. 물리 용어에는 역사적 사정으로 붙은 이름이 적지 않다.

네 방정식을 읽는 법

이제 넷을 한자리에 모은다. 이 절의 목표는 계산이 아니라 기호를 읽는 것이다. 처음 보면 낯선 기호가 몇 개 있으니 먼저 그것부터 익힌다.

기호읽는 법
닫힌 적분닫힌 면 전체 또는 닫힌 고리 한 바퀴를 죽 훑으며 더하라는 표시. 적분기호에 동그라미가 붙었다
dA (벡터)면 조각면을 잘게 쪼갠 조각 하나. 크기는 그 조각의 넓이, 방향은 조각에 수직
dl (벡터)선 조각곡선을 잘게 쪼갠 조각 하나. 방향은 곡선을 따라가는 쪽
E · dA스칼라곱6장의 스칼라곱. 그 조각을 수직으로 뚫고 나가는 몫만 센다는 뜻
B · dl스칼라곱그 조각을 따라가는 방향의 몫만 센다는 뜻
q(enc)갇힌 전하enclosed. 그 닫힌 면 안에 든 전하의 총합
I(enc)갇힌 전류그 닫힌 고리를 뚫고 지나가는 전류의 총합

여기까지 읽었으면 네 식은 더 이상 암호가 아니다.

EdA=qencε0BdA=0Edl=dΦBdtBdl=μ0Ienc+μ0ε0dΦEdt

한 줄씩 우리말로 옮긴다. 이 네 문장이 이 문서의 정점이다.

  1. 가우스 법칙 (전기). 어떤 닫힌 면을 잡아 그 면을 뚫고 나가는 전기력선을 모두 세면, 그 값은 면 안에 든 전하로만 정해진다. 뒤집어 말하면 전기력선은 양전하에서 시작해 음전하에서 끝난다. 전기장에는 원천이 있다.
  2. 가우스 법칙 (자기). 어떤 닫힌 면을 잡아도 뚫고 나가는 자기력선의 총합은 언제나 0이다. 들어간 만큼 나온다는 뜻이고, 결국 자기력선은 시작도 끝도 없다. 자기 홀극이 없다는 말을 식으로 적은 것이다. 우변이 그냥 0인 유일한 식이다.
  3. 패러데이 법칙. 어떤 닫힌 고리를 잡아 그 고리를 따라 전기장을 한 바퀴 더하면, 그 값은 고리를 뚫는 자기다발이 변하는 빠르기다. 12장에서는 이 왼쪽을 "기전력"이라 불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전기장이 전하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고리를 이루는 전기장이다. 음의 부호는 렌츠 법칙이다.
  4. 앙페르-맥스웰 법칙. 어떤 닫힌 고리를 따라 자기장을 한 바퀴 더하면, 그 값은 고리를 뚫는 전류와 고리를 뚫는 전기다발이 변하는 빠르기, 둘이 함께 정한다. 앞의 항은 외르스테드가 본 것이고 뒤의 항이 맥스웰이 채워 넣은 것이다.

넷을 두 짝으로 묶어 보면 구조가 드러난다. 앞의 두 식은 장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를 말하고, 뒤의 두 식은 무엇이 장을 만들어 내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뒤의 두 식만 서로를 가리킨다.

왼쪽 두 식은 장의 원천을, 오른쪽 두 식은 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말한다. 서로를 가리키는 것은 아래 두 식뿐이고 그 되먹임이 전자기파다
<왼쪽 두 식은 장의 원천을, 오른쪽 두 식은 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말한다. 서로를 가리키는 것은 아래 두 식뿐이고 그 되먹임이 전자기파다>[원본 보기]

마지막으로 표기 하나만 짚어 둔다. 이 네 식을 다음처럼 적은 것도 자주 보게 된다.

E=ρε0,B=0,×E=Bt,×B=μ0J+μ0ε0Et

이것을 미분형이라 한다. 위의 적분형이 "넓은 면이나 큰 고리 전체를 훑어서" 말하는 것을 미분형은 "한 점에서" 말한다. 담고 있는 내용은 똑같다. 다만 (발산)과 ×(회전)이라는 연산자를 배워야 읽을 수 있어서 이 문서에서는 계산에 쓰지 않는다. 다른 책에서 이 모양을 만나면 위의 네 문장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제 183

어느 날 실험실에서 자기 홀극이 정말로 발견되었다고 하자. 위의 네 식 중 어느 것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풀이 보기

이 문제는 계산이 아니라 식을 읽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두 번째 식 BdA=0 은 "닫힌 면을 뚫고 나가는 자기력선의 총합이 0", 즉 "안에 자기력선의 시작점이나 끝점이 없다"는 말이다. 홀극이 있다면 그것이 자기력선의 시작점이 되므로 우변이 더 이상 0이 아니게 된다. 첫 번째 식과 같은 모양, 즉 면 안에 든 자기 홀극의 양이 우변에 들어간다.

세 번째 식도 바뀐다. 홀극이 움직이면 "자기 전류"가 생기고, 네 번째 식에 전류 항이 있듯 세 번째 식에도 대응하는 항이 생겨야 한다. 그러면 네 식이 완전히 대칭이 된다.

첫 번째와 네 번째 식은 전하와 전류에 관한 것이라 그대로다.

이 문제의 요점은 식이 실험 사실을 어떻게 담고 있는지다. 두 번째 식의 우변 0은 계산 편의가 아니라 "홀극을 아무도 못 봤다"는 관측을 적어 둔 것이다. 관측이 바뀌면 식도 바뀐다. 실제로 여러 이론이 홀극의 존재를 예측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그래서 우변은 0으로 남아 있다.

예제 184

다음 세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식은 각각 몇 번인가? (가) 대전된 금속 구 바깥의 전기장을 구한다. (나) 코일에 자석을 넣었더니 전류가 흘렀다. (다) 축전기를 충전하는 동안 판 사이에도 자기장이 생긴다.

풀이 보기

(가) 1번, 가우스 법칙이다. "닫힌 면 안에 든 전하"를 세면 그 면을 뚫는 전기장이 나온다. 금속 구를 감싸는 구면을 잡으면 어디서나 전기장의 크기가 같아 계산이 아주 쉬워진다. 대칭성이 좋은 문제에서 이 방법이 가장 빠르다.

(나) 3번, 패러데이 법칙이다. 자석이 들어오면서 코일을 뚫는 자기다발이 변했고, 그 변화율이 고리를 따라 도는 전기장을 만들었다. 그 전기장이 전자를 밀어 전류가 된다.

(다) 4번, 앙페르-맥스웰 법칙이다. 판 사이에는 전류가 없으므로 앞 항은 0이고, 뒤의 변위전류 항만 남는다. 이 항이 없으면 판 사이에는 자기장이 없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있다.

문제를 만나면 "무엇이 원천인가"와 "무엇이 변하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 것이 요령이다. 원천을 묻는 문제는 1·2번, 변화를 묻는 문제는 3·4번이다.

왜 파동이 나오는가

이제 결정적인 대목이다. 전하도 전류도 없는 텅 빈 공간을 생각하자. qenc=0, Ienc=0 이므로 네 식은 이렇게 줄어든다.

EdA=0,BdA=0,Edl=dΦBdt,Bdl=μ0ε0dΦEdt

뒤의 두 식만 남았고, 둘이 서로를 가리키고 있다. 변하는 자기장이 전기장을 만들고, 그 전기장이 변하면서 다시 자기장을 만든다. 한번 시작되면 스스로 이어진다.

되먹임 고리가 닫히려면 화살표 두 개가 모두 필요하다. 변위전류 항이 없으면 한쪽이 끊어져 고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되먹임 고리가 닫히려면 화살표 두 개가 모두 필요하다. 변위전류 항이 없으면 한쪽이 끊어져 고리가 성립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이 되먹임이 만드는 것이 전자기파다. 계산을 끝까지 하면 8장에서 다룬 파와 똑같은 모양의 식이 나오고, 거기서 속력이 곧바로 읽힌다.

c=1ε0μ0

이 식이 왜 놀라운지 짚고 넘어가자. ε0 는 정지한 전하 사이의 힘을 재서 얻은 값이고 μ0 는 나란한 두 도선 사이의 힘을 재서 얻은 값이다. 둘 다 빛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실험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둘을 조합했더니 이미 알려져 있던 빛의 속력이 나왔다. 맥스웰이 "빛은 전자기파다"라고 결론 내린 근거가 이것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서로 수직이고 위상이 같아 같이 커지고 같이 0이 된다. 둘 다 진행 방향에 수직인 횡파이고 크기의 비는 언제나 광속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서로 수직이고 위상이 같아 같이 커지고 같이 0이 된다. 둘 다 진행 방향에 수직인 횡파이고 크기의 비는 언제나 광속이다>[원본 보기]

파의 모습을 정리한다. 진공에서 +x 방향으로 가는 평면파는

Ey=E0sin(kxωt),Bz=B0sin(kxωt),E0B0=c

로 쓴다. kω 는 8장에서 쓴 파수와 각진동수 그대로다. 성질을 목록으로 적어 둔다.

매질 안에서는 ε0μ0 자리에 그 물질의 값이 들어가 속력이 느려진다. 느려진 정도를 나타내는 수가 굴절률(refractive index) n 이다.

n=cvv=cn

정의상 진공에서는 n=1 이고 다른 물질에서는 n>1 이다. 굴절률이 파장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프리즘이 색을 나눈다. 굴절률을 본격적으로 쓰는 것은 다음 장의 광학이다.

예제 185

ε0=8.854×1012F/mμ0=1.2566×106Tm/A 로부터 1/ε0μ0 을 계산하고, 단위가 정말 m/s 가 되는지 확인하라.

풀이 보기

곱부터 구한다. 유효숫자를 넉넉히 남겨 두고 계산한다.

ε0μ0=(8.854×1012)(1.2566×106)=1.1126×1017

제곱근을 취한다. 지수가 홀수이므로 1017=10×1018 로 고쳐 놓으면 암산으로도 감이 온다.

1.1126×1017=11.126×1018=3.3356×109

역수를 취하면

13.3356×109=2.998×108m/s

빛의 속력 c=299792458m/s 와 일치한다.

이제 단위를 확인한다. 11장의 쿨롱 법칙에서 ε0 의 단위는 C2/(Nm2) 였고, 12장에서 μ0 의 단위는 Tm/A 였다. 뒤엣것을 힘의 단위로 바꿔 쓰면

[μ0]=TmA=NA2=Ns2C2

1T=1N/(Am) 이고 1A=1C/s 를 쓴 것이다. 이제 곱한다.

[ε0μ0]=C2Nm2Ns2C2=s2m2

CN 이 모두 지워졌다. 제곱근은 s/m 이고 역수는 m/s 다. 속력이 맞다.

단위 확인이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보라. 만약 여기서 m/s 가 아닌 것이 나왔다면 "이 조합이 속력이다"라는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두 상수가 속력의 단위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강한 힌트였다.

보충

맥스웰 방정식에서 c=1/ε0μ0 가 어떻게 나오는지 개요만 보여라. 미분을 아직 모르면 건너뛰어도 좋다.

유도 개요

진공에서 남은 두 식을 아주 얇고 긴 직사각형 고리에 적용한다.

먼저 xy 평면에 놓인 얇은 직사각형에 패러데이 법칙을 적용한다. 왼쪽은 두 짧은 변에서의 Ey 차이가 되고, 오른쪽은 직사각형을 뚫는 자기다발의 변화율이 된다. 정리하면

Eyx=Bzt

다음으로 xz 평면의 얇은 직사각형에 앙페르-맥스웰 법칙을 적용한다. 전류가 없으므로 변위전류 항만 남는다.

Bzx=μ0ε0Eyt

이제 Ey=E0sin(kxωt), Bz=B0sin(kxωt) 를 넣는다. 사인을 x 로 미분하면 kcos, t 로 미분하면 ωcos 이므로 코사인이 양변에서 지워지고 두 관계가 남는다.

kE0=ωB0,kB0=μ0ε0ωE0

첫 식에서 E0=(ω/k)B0 을 얻어 둘째 식에 넣으면

kB0=μ0ε0ωωkB0k2=μ0ε0ω2

8장에서 파의 속력은 v=ω/k 였으므로

c=ωk=1μ0ε0

첫 관계식 kE0=ωB0 을 다시 보면 E0/B0=ω/k=c 도 함께 나온다. 두 장의 크기 비가 광속인 이유가 이것이다.

두 식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kω 를 잇는 관계가 나오지 않는다. 변위전류 항이 빠지면 둘째 식의 우변이 0이 되어 kB0=0, 즉 파가 존재할 수 없다. 맥스웰이 채워 넣은 한 항이 빛의 존재를 결정한 셈이다.

예제 187

진공에서 파장 500nm 인 빛의 진동수는? 이 빛이 굴절률 1.33 인 물에 들어가면 속력, 파장, 진동수는 각각 어떻게 되는가?

풀이 보기

8장의 v=fλ 를 그대로 쓴다. 진공에서는 v=c 다.

f=cλ=2.998×1085.00×107=5.996×1014Hz

600THz 다. 물속에서 속력은 굴절률만큼 느려진다.

v=cn=2.998×1081.33=2.254×108m/s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한다. 속력이 줄었으니 v=fλ 에서 fλ 중 무엇이 줄었는가?

진동수는 파원이 정한다. 8장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물 표면에서 초당 들어온 마루의 수가 곧 초당 나가는 마루의 수다. 중간에 마루가 사라지거나 생겨나지 않는다. 따라서 f 는 그대로이고 파장이 줄어든다.

λ=vf=2.254×1085.996×1014=3.76×107m=376nm

검산은 간단하다. λ=λ/n=500/1.33=376nm 로 같다.

3자리로 f=6.00×1014Hz(변하지 않음), v=2.25×108m/s, λ=376nm 이다.

결과 하나를 새겨 두자. 색을 정하는 것은 진동수다. 물속에서 파장이 376 nm 가 되었다고 해서 그 빛이 자외선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물속에서 본 초록빛은 여전히 초록빛이다. 파장으로 색을 말하는 관습은 어디까지나 진공(또는 공기) 기준이다.

전자기파가 나르는 에너지

12장에서 자기장이 차지한 공간에 에너지가 퍼져 있고 그 밀도가 B2/(2μ0) 라고 했다. 전기장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고, 그 밀도는 12ε0E2 다. 전자기파에는 둘 다 있으므로 에너지 밀도는 두 항의 합이다.

u=12ε0E2+B22μ0

그런데 E=cBc2=1/(ε0μ0) 를 넣어 보면 두 항이 언제나 정확히 같다. 에너지를 전기와 자기가 절반씩 나눠 지고 있는 셈이다.

이 에너지는 파와 함께 이동한다. 단위 시간에 단위 넓이를 지나가는 에너지를 나타내는 벡터가 포인팅 벡터(Poynting vector) 다.

S=1μ0E×B(단위: W/m2)

시간 Δt 동안 넓이 A 인 면을 지나가는 에너지는 길이 c Δt 인 상자에 담긴 에너지와 같다. 그것을 넓이와 시간으로 나눈 것이 포인팅 벡터의 크기다
<시간 Δt 동안 넓이 A 인 면을 지나가는 에너지는 길이 c Δt 인 상자에 담긴 에너지와 같다. 그것을 넓이와 시간으로 나눈 것이 포인팅 벡터의 크기다>[원본 보기]

방향이 곧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 즉 파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크기는 그림처럼 읽으면 된다. 시간 Δt 동안 넓이 A 인 면을 지나가는 에너지는 길이 cΔt 인 상자에 든 에너지 uAcΔt 이므로, 넓이와 시간으로 나누면 S=uc 다.

파가 사인 꼴로 진동하므로 S 도 계속 변한다. 실제로 쓰는 값은 시간 평균이고 이것을 세기(intensity) I 라 한다. 8장에서 소리에 대해 쓴 그 세기와 같은 뜻, 같은 단위다. 사인의 제곱을 한 주기 평균하면 1/2 이 되므로

I=E0B02μ0=E022μ0c=12ε0cE02

세 가지 모양은 B0=E0/cc2=1/(ε0μ0) 로 서로 옮겨 갈 수 있다. 문제에 주어진 것에 맞춰 골라 쓰면 된다.

전자기파는 에너지뿐 아니라 운동량도 나른다. 그래서 빛이 물체에 닿으면 아주 약한 압력을 준다. 복사압(radiation pressure) 이다.

Prad=Ic(완전히 흡수),Prad=2Ic(완전히 반사)

반사면에서 두 배인 이유는 6장의 운동량과 같다. 흡수는 운동량을 0으로 만들지만 반사는 부호까지 뒤집어 변화량이 두 배가 된다. 공을 벽에 던져 튕겨 나올 때 받는 충격이 더 큰 것과 같은 이야기다.

예제 188

대기권 밖에서 태양 빛의 세기가 약 1361W/m2 로 측정된다.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폭, 그리고 완전히 반사하는 면이 받는 복사압을 구하라.

풀이 보기

세기에서 E0 를 뽑으려면 세 형태 중 I=12ε0cE02 가 가장 편하다. 아는 값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E0=2Iε0c

분모를 먼저 계산해 둔다. 이 조합은 뒤에서도 계속 쓰인다.

ε0c=(8.854×1012)(2.998×108)=2.654×103

E0=2(1361)2.654×103=27222.654×103=1.0256×106=1.013×103V/m

자기장 진폭은 나누기 한 번이다.

B0=E0c=1.013×1032.998×108=3.38×106T

완전 반사이므로 복사압은 2I/c 다.

Prad=2(1361)2.998×108=27222.998×108=9.08×106Pa

3자리로 E0=1.01×103V/m, B0=3.38μT, Prad=9.08μPa 이다.

크기 감각을 잡아 두자. 자기장 진폭이 지구 자기장의 약 15분의 1이다. 태양 빛이 그렇게 밝은데도 자기장으로 치면 이 정도밖에 안 된다.

복사압은 대기압(101kPa)의 1011 배로 사실상 느낄 수 없다. 그런데 1km2 짜리 돛을 펼치면 F=(9.08×106)(106)=9.1N 이 된다. 연료 없이 계속 밀어 주는 힘이므로 우주에서는 쓸 만하다. 태양돛이 이 원리로 움직인다.

예제 189

출력 5.0mW, 빔 지름 2.0mm 인 레이저가 있다. 빔의 세기와 전기장 진폭을 구하고 앞 예제의 태양 빛과 견주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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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는 "넓이당 일률"이므로 단면적부터 구한다. 지름의 절반이 반지름이라는 것을 잊기 쉽다.

A=πr2=π(1.0×103)2=3.142×106m2

I=PA=5.0×1033.142×106=1.59×103W/m2

전기장 진폭은 앞 예제와 같은 식이고, 분모 값도 그대로 쓴다.

E0=2(1.59×103)2.654×103=1.198×106=1.09×103V/m

3자리로 I=1.59×103W/m2, E0=1.09×103V/m 이다.

태양 빛의 1361W/m2 보다 오히려 크다. 총 출력은 5mW 로 우스운 값인데도 그렇다. 좁은 면적에 모였기 때문이다. 세기는 출력이 아니라 출력을 넓이로 나눈 값이라는 점을 이 비교가 분명히 보여 준다.

그래서 작은 레이저도 눈에 위험하다. 총 출력이 작다는 사실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눈의 수정체가 이 빔을 망막의 훨씬 작은 점에 다시 모으면 세기가 몇 자릿수 더 올라간다.

전자기 스펙트럼

진공에서 전자기파의 속력은 진동수와 상관없이 c 다. 그러니 c=fλ 에서 파장과 진동수 중 하나만 정하면 나머지가 정해진다. 이 값에 따라 이름을 나눠 붙인 것이 전자기 스펙트럼이다.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모두 같은 전자기파이고 속력도 같다. 다른 것은 파장뿐이며, 사람이 볼 수 있는 구간은 전체에서 아주 좁은 띠다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모두 같은 전자기파이고 속력도 같다. 다른 것은 파장뿐이며, 사람이 볼 수 있는 구간은 전체에서 아주 좁은 띠다>[원본 보기]

이름이 다르다고 다른 물리 현상인 것이 아니다. 전부 같은 전자기파다. 이름을 나눈 이유는 만드는 법과 검출하는 법,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파장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름대략적인 파장대략적인 진동수주로 어떻게 만들고 쓰는가
전파1 m 이상300 MHz 이하안테나 속 전자를 흔들어 만든다. 방송, 통신
마이크로파1 mm ~ 1 m300 MHz ~ 300 GHz특수한 진공관·반도체 소자. 레이더, 무선통신, 조리
적외선700 nm ~ 1 mm300 GHz ~ 430 THz분자의 진동. 열화상, 리모컨
가시광선380 ~ 700 nm430 ~ 790 THz원자 속 전자의 전이. 사람 눈이 반응하는 유일한 구간
자외선10 ~ 380 nm790 THz ~ 30 PHz원자의 전이. 살균, 광화학. 피부에 해롭다
X선0.01 ~ 10 nm30 PHz ~ 30 EHzX선관, 안쪽 껍질 전자의 전이. 몸속을 들여다본다
감마선0.01 nm 이하30 EHz 이상원자핵의 전이. 방사선 치료

경계값은 책마다 조금씩 다르다. 특히 자외선과 X선, X선과 감마선의 경계는 파장보다 어디서 나왔는가로 가르는 경우가 많다. 원자핵에서 나오면 감마선, 전자에서 나오면 X선이라 부르는 식이다. 같은 파장에 두 이름이 붙기도 하니 경계 숫자를 외울 필요는 없다.

예제 190

어느 FM 방송이 89.1MHz 로 송신한다. 이 전파의 파장은? 흔히 쓰는 안테나 길이가 파장의 4분의 1이라면 그 길이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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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λ 를 파장에 대해 푼다. 3장에서 본 접두어 메가(M)는 106 을 뜻한다.

f=89.1MHz=8.91×107Hz

λ=cf=2.998×1088.91×107=3.365m

4분의 1은

λ4=3.3654=0.841m

3자리로 λ=3.37m, 안테나는 0.841m 다.

답이 말이 되는가? 실제 자동차 라디오 안테나가 대략 이 정도 길이다. 계산이 현실과 맞는다.

왜 하필 파장의 4분의 1인지는 8장에서 이미 배웠다. 한쪽 끝이 열리고 다른 끝이 닫힌 관의 기본진동에서 관 길이가 파장의 4분의 1이었다. 안테나에서도 같은 경계 조건이 걸려 그 길이에서 공명이 가장 세다.

예제 191

전자레인지는 2.45GHz 의 마이크로파를 쓴다. 파장은? 이 파가 조리실 벽에서 반사되어 정상파를 이룬다면 잘 데워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간격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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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부터 구한다. 접두어 기가(G)는 109 을 뜻한다.

λ=cf=2.998×1082.45×109=0.1224m=12.2cm

8장의 정상파를 떠올린다. 이웃한 마디 사이의 거리는 반파장이었다.

λ2=12.22=6.1cm

3자리로 λ=12.2cm, 간격은 6.1cm 다.

마디에서는 전기장이 늘 0이라 음식이 데워지지 않고, 배에서는 가장 잘 데워진다. 그래서 전자레인지에는 회전판이 들어 있다. 음식을 계속 움직여 마디에 오래 머무는 부분이 없게 만드는 장치다. 회전판이 없는 기종은 대신 파를 휘저어 주는 날개를 쓴다.

검산 삼아 감각을 확인하자. 6cm 는 전자레인지 안에서 눈에 띄는 크기다. 실제로 회전판을 빼고 치즈를 늘어놓아 녹은 자리 사이의 간격을 재면 이 값이 나오고, 그 간격에 진동수를 곱해 광속을 어림할 수도 있다.

정리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기호와 단위를 모은다.

기호이름단위한 줄 정의
Φ(E)전기다발V·mE A cos θ. 면을 뚫고 지나가는 전기력선의 수
I(d)변위전류A (암페어)ε₀ ΔΦ(E)/Δt. 전기장이 커지는 몫을 전류처럼 센 것
c진공에서 빛의 속력m/s1 / √(ε₀ μ₀) = 299 792 458 m/s (정의값)
S포인팅 벡터W/m²(1/μ₀) E × B. 단위 넓이·단위 시간당 지나가는 에너지
I세기W/m²S 의 시간 평균. 8장에서 소리에 쓴 것과 같은 양
P(rad)복사압Pa (파스칼)I / c (흡수) 또는 2 I / c (반사)
n굴절률없음c / v. 매질에서 얼마나 느려지는가. 다음 장에서 본격적으로 쓴다

네 방정식을 다시 한 문장씩 적어 둔다. 식을 외우는 것보다 이 네 문장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장으로무엇을 뜻하는가
∮ E · dA = q(enc) / ε₀닫힌 면을 뚫는 전기력선은 안에 든 전하가 정한다전기력선은 전하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 B · dA = 0닫힌 면을 뚫는 자기력선의 총합은 언제나 0이다자기 홀극은 없다. 자기력선은 닫힌 고리다
∮ E · dl = − dΦ(B)/dt고리를 따라 도는 전기장은 자기다발이 변하는 빠르기다변하는 자기장이 전기장을 만든다
∮ B · dl = μ₀ I(enc) + μ₀ ε₀ dΦ(E)/dt고리를 따라 도는 자기장은 전류와 전기다발의 변화가 함께 정한다전류와 변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이 장의 논리를 한 줄로 이어 둔다. 변위전류를 넣으니 셋째와 넷째 식이 서로를 가리키게 되었고, 그 되먹임에서 스스로 나아가는 파가 나왔으며, 그 파의 속력이 1/ε0μ0 로 계산되었는데 그것이 곧 빛의 속력이었다. 전기와 자기와 빛, 그때까지 별개로 다루던 세 가지가 하나로 묶인 순간이다.

남는 질문도 하나 적어 둔다. 속력 c 는 무엇에 대한 속력인가? 소리는 공기에 대한 속력이었지만 전자기파에는 매질이 없다. 이 질문의 답이 특수 상대성 이론이고, 답은 "누가 재든 같은 값"이라는 뜻밖의 것이었다.

광학

13장에서 빛이 전자기파라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남는다. 빛은 왜 거울에서 되튀고, 왜 물에 담근 막대가 꺾여 보이며, 어떻게 렌즈 한 장이 상을 만드는가. 그리고 파동이라면 8장에서 배운 간섭이 빛에서도 보여야 하는데, 왜 일상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가.

이 장은 그 넷에 답한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세 가지다. 8장의 파장 λ·진동수 f·관계식 v=fλ, 8장의 중첩과 보강·상쇄간섭, 그리고 13장의 진공 광속 c=3.00×108m/s 다. 각을 다룰 때는 4장의 삼각비(사인·코사인·탄젠트)를 그대로 쓴다. 더 필요하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삼각함수 을 참고하면 된다.

이 장에서 가장 걸리는 곳은 거울과 렌즈의 부호 규약이다. 식 자체는 역수의 합이라 어렵지 않은데, 어떤 양이 음수인지를 정하는 데서 대부분 틀린다. 그 절에는 표와 그림을 여러 장 두었다.

언제 빛을 광선으로 볼 수 있는가

빛이 파동이라면 파동답게 퍼져야 한다. 그런데 손전등 빛은 곧게 나아가고 물체 뒤에는 또렷한 그림자가 생긴다. 왜 그런가.

답은 크기 비교에 있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대략 400nm 에서 700nm 사이다. 1nm=109m 이므로 700nm=7×107m, 즉 1밀리미터의 1000분의 1보다 작다. 빛이 지나는 구멍이나 만나는 물체가 이 파장보다 훨씬 크면 파동다운 퍼짐이 눈에 띄지 않고, 빛은 곧게 나아가는 가는 선처럼 행동한다. 이 선을 광선(ray)이라 하고, 광선으로 다루는 영역을 기하광학(geometrical optics)이라 한다.

반대로 틈의 크기가 파장에 가까워지면 퍼짐이 드러난다. 그 영역이 파동광학(wave optics)이고 이 장 뒤쪽의 간섭·회절이 거기에 속한다. 같은 빛인데 다루는 방법이 둘인 것이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의 근사다. 파동광학이 언제나 옳고, 물체가 파장보다 훨씬 클 때 그 결과가 기하광학과 같아진다. 먼저 기하광학부터 본다.

반사 법칙

매끄러운 면에 빛이 닿으면 되튄다. 각을 재는 기준이 중요하다. 거울면이 아니라 그 면에 수직인 선(법선, normal)에서 잰다.

θi=θr

입사각 θi 와 반사각 θr 가 같고, 두 광선과 법선이 한 평면 위에 있다. 이것이 반사 법칙의 전부다.

거친 면에서도 각 점에서는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 다만 점마다 법선이 다른 쪽을 향해 반사광이 흩어진다. 종이가 하얗게 보이는 것과 거울이 상을 만드는 것의 차이는 법칙이 아니라 면의 매끄러움이다
<거친 면에서도 각 점에서는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 다만 점마다 법선이 다른 쪽을 향해 반사광이 흩어진다. 종이가 하얗게 보이는 것과 거울이 상을 만드는 것의 차이는 법칙이 아니라 면의 매끄러움이다>[원본 보기]

그림의 오른쪽이 요점이다. 종이도 거울도 같은 반사 법칙을 따른다. 다만 종이 표면은 파장 규모에서 울퉁불퉁해 점마다 법선 방향이 달라지고, 그래서 반사광이 사방으로 흩어진다(난반사, diffuse reflection). 흩어진 빛이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들어오기 때문에 종이는 어디서 보아도 하얗다. 거울은 면이 매끄러워 나란히 들어온 빛이 나란히 나가고(정반사, specular reflection), 그래서 상이 남는다.

평면거울

거울 앞에 물체를 놓으면 거울 뒤에 상이 보인다. 그 상은 어디에 있는가.

눈에 들어온 두 광선을 거울 뒤로 곧게 늘이면 한 점에서 만난다. 빛이 실제로 거기까지 간 것이 아니므로 스크린을 놓아도 아무것도 맺히지 않는다
<눈에 들어온 두 광선을 거울 뒤로 곧게 늘이면 한 점에서 만난다. 빛이 실제로 거기까지 간 것이 아니므로 스크린을 놓아도 아무것도 맺히지 않는다>[원본 보기]

눈은 빛이 곧게 왔다고 가정하고 방향을 되짚는다. 되짚은 선들이 만나는 자리를 상(image)이라 한다. 평면거울에서는 그 자리가 거울 뒤, 물체와 같은 거리이고 크기도 같다.

여기서 이 장 내내 쓸 구별이 나온다.

평면거울의 상은 언제나 허상이다. 거울 뒤에는 빛이 없기 때문이다.

예제 192

1.70m 인 사람이 벽에 붙인 평면거울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보려고 한다. 거울의 세로 길이는 최소 얼마여야 하는가? 거울에서 얼마나 떨어져 서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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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거울의 세로 길이이고 단위는 m 다. 주어진 것은 키뿐이다. 거울과의 거리는 주어지지 않았는데, 그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눈이 머리끝을 보려면 머리끝에서 나온 빛이 거울에서 반사돼 눈에 들어와야 한다. 반사 법칙에 따라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으므로, 그 반사점은 머리끝과 눈의 정확히 중간 높이다. 마찬가지로 발끝을 보는 반사점은 발끝과 눈의 중간 높이다.

눈높이를 he, 키를 H 라 하면 필요한 거울의 위쪽 끝과 아래쪽 끝은

=H+he2,아래=he2

이므로 필요한 길이는

H+he2he2=H2=1.70m2=0.85m

눈높이 he 가 식에서 지워졌다. 눈이 어디에 있든 필요한 길이는 키의 절반이다.

거울과의 거리도 식에 들어 있지 않다. 멀어지면 상도 그만큼 멀어져 겉보기 크기가 작아지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각도 함께 좁아져 두 효과가 정확히 상쇄된다. 뒤로 물러나도 전신이 더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흔한 오해

거울은 좌우를 바꾼다고 한다. 그런데 왜 위아래는 바꾸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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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좌우도 위아래도 바꾸지 않는다. 바꾸는 것은 앞뒤다.

거울 앞에 서서 오른손을 들면 상의 손도 거울에서 볼 때 같은 쪽에 있다. 위로 든 손은 위에 있다. 실제로 뒤집힌 것은 거울을 향한 방향, 즉 앞뒤 축뿐이다. 거울 쪽으로 코를 내밀면 상의 코는 거울 쪽에서 내 쪽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좌우가 바뀌었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상을 몸을 돌려 마주 선 사람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몸을 돌릴 때는 세로축을 중심으로 돈다. 그렇게 해석하면 앞뒤 뒤집힘이 좌우 뒤집힘으로 옮겨 읽힌다.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글씨를 쓴 종이를 거울에 비춰 보라. 좌우로 뒤집힌 글씨가 보인다. 이번에는 종이를 위아래로 뒤집어 다시 비추면 위아래가 뒤집힌 글씨가 보인다. 거울은 그대로인데 결과가 바뀐다. 뒤집는 주체는 거울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어떻게 돌렸는가다.

굴절 — 매질 안에서는 빛이 느려진다

진공에서 빛의 속력은 c 다. 물이나 유리 안에서는 그보다 느리다. 얼마나 느린지를 나타내는 수를 굴절률(index of refraction) n 이라 한다.

n=cv(단위 없음)

v 는 그 매질 안에서의 빛의 속력이다. 속력이 느릴수록 n 이 크다. 진공은 n=1 이 정확히 성립하고, 다른 물질은 모두 n>1 이다.

매질굴절률 n (가시광선 근처)메모
진공1 (정확히)
공기약 1.0003거의 1이라 보통 1.00 으로 둔다
약 1.33파장에 따라 조금 달라진다
일반 유리약 1.5종류에 따라 1.45 ~ 1.9
다이아몬드약 2.42전반사가 잘 일어난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매질에 들어가도 진동수 f 는 변하지 않는다. 경계에서 원자를 흔드는 박자가 곧 들어온 빛의 박자이고, 그 박자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v=fλ 에서 v 가 줄었으므로 파장이 줄어야 한다.

λn=vf=c/nf=λn

굴절률 1.33 인 물속에서 600nm 의 빛은 파장이 451nm 가 된다. 진동수는 그대로이므로 색은 변하지 않는다.

스넬 법칙

파장이 줄어드는 것이 왜 방향을 바꾸는가. 파면으로 보면 곧바로 보인다.

파면이 경계에 비스듬히 닿으면 먼저 닿은 쪽이 먼저 느려진다. 대열의 한쪽만 느려지면 대열 전체가 그쪽으로 돌아간다. 경계를 따라 잰 파면 간격이 양쪽에서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곧 스넬 법칙이다
<파면이 경계에 비스듬히 닿으면 먼저 닿은 쪽이 먼저 느려진다. 대열의 한쪽만 느려지면 대열 전체가 그쪽으로 돌아간다. 경계를 따라 잰 파면 간격이 양쪽에서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곧 스넬 법칙이다>[원본 보기]

나란히 행진하는 줄의 한쪽 끝이 먼저 진흙탕에 들어가 느려지면 줄 전체가 그쪽으로 꺾인다. 파면도 같다. 경계선을 따라 잰 파면 사이 간격은 양쪽에서 같아야 하므로

λ1sinθ1=λ2sinθ2

이고, λ=λ0/n 을 넣고 정리하면

n1sinθ1=n2sinθ2

이것이 스넬 법칙(Snell's law)이다. 각은 반사 때와 마찬가지로 법선에서 잰다.

방향을 외우지 말고 결과로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 느린 매질(n 이 큰 쪽)로 들어가면 법선 쪽으로 꺾이고, 빠른 매질로 나가면 법선에서 멀어진다.

예제 194

공기에서 물(n=1.33)로 빛이 입사각 30.0 로 들어간다. 굴절각은 얼마인가? 물속에서 이 빛의 파장은 진공에서의 몇 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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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굴절각이다. 스넬 법칙에 그대로 넣는다. 공기는 n1=1.00 으로 둔다.

(1.00)sin30.0=(1.33)sinθ2

sinθ2=0.50001.33=0.3759

θ2=22.1

답이 말이 되는지 본다. 밀한 매질로 들어갔으니 법선 쪽으로 꺾여야 하고, 실제로 22.1<30.0 다. 방향이 맞다.

파장은 λn=λ/n 이므로 1/1.33=0.752 배다. 진동수는 그대로다.

흔한 실수 하나. 각을 거울면(수면)에서 재면 60 가 되어 완전히 다른 답이 나온다. 광학에서 각은 언제나 법선 기준이다.

예제 195

수영장 바닥이 실제 깊이 2.00m 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더 얕아 보인다. 겉보기 깊이는 얼마인가? 물의 굴절률은 1.33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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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수직으로 내려다본다고 하자. 바닥의 한 점에서 나온 빛이 수면에서 꺾여 눈으로 들어오는데, 눈은 그 빛이 곧게 왔다고 여기므로 상이 더 얕은 곳에 있다고 판단한다.

수면 위의 한 점에서 잰 수평 거리를 x 라 하면, 실제 깊이 d 와 겉보기 깊이 d 에 대해

tanθ2=xd,tanθ1=xd

이다(θ2 는 물속 각, θ1 은 공기 중 각). 거의 수직으로 보면 두 각이 아주 작고, 각이 작을 때는 tanθsinθ 다(8장에서 진자에 썼던 것과 같은 근사다). 그러면

sinθ1sinθ2x/dx/d=dd

그런데 스넬 법칙에서 sinθ1sinθ2=n2n1=1.331.00 이므로

d=dn=2.00m1.33=1.50m

3자리로 1.50m. 실제보다 0.50m 얕아 보인다.

물에 담근 막대가 꺾여 보이는 것, 물속 물고기가 실제보다 얕고 가까이 있어 보이는 것이 모두 같은 이야기다. 다만 이 결과는 거의 수직으로 볼 때만 맞다. 비스듬히 보면 근사가 깨지고 겉보기 깊이가 더 줄어든다.

예제 196

굴절률 1.50 인 두께 8.0mm 의 유리판에 빛이 입사각 40.0 로 들어갔다. 판을 통과해 나온 빛의 진행 방향과, 원래 갈 길에서 옆으로 밀린 거리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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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리 안에서의 굴절각을 구한다.

sinθ2=(1.00)sin40.01.50=0.64281.50=0.4285θ2=25.4

아래쪽 면에서는 유리에서 공기로 나간다. 두 면이 나란하므로 아래 면에서의 입사각도 25.4 이고

(1.50)sin25.4=(1.00)sinθ3sinθ3=0.6428θ3=40.0

나온 빛은 들어간 빛과 나란하다. 나란한 두 면에서 꺾인 각이 서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방향은 그대로이고 자리만 옆으로 밀린다.

밀린 거리를 구한다. 유리 안에서 빛이 간 길이는 L=t/cosθ2 이고, 원래 갈 길과 이루는 각이 θ1θ2 이므로 그 길에 수직으로 밀린 거리는

s=Lsin(θ1θ2)=tsin(θ1θ2)cosθ2

s=(8.0mm)sin(14.6)cos25.4=(8.0)(0.2521)0.9036=2.2mm

2자리로 2.2mm.

창유리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기울어지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방향이 보존되니 상이 그대로 보이고, 밀림은 유리가 얇을수록 작다.

전반사 — 빛이 갇힌다

빠른 매질에서 느린 매질로 갈 때는 법선 쪽으로 꺾이므로 굴절각이 언제나 입사각보다 작다. 반대 방향, 즉 느린 매질에서 빠른 매질로 나갈 때는 굴절각이 입사각보다 크다. 그러면 입사각을 키우다 보면 굴절각이 먼저 90 에 도달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의 입사각을 임계각(critical angle) θc 라 한다. 스넬 법칙에 θ2=90 을 넣으면

n1sinθc=n2sin90=n2sinθc=n2n1(n1>n2)

입사각이 임계각보다 크면 스넬 법칙을 만족하는 굴절각이 아예 없다. 빛은 100% 되돌아온다. 이것을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라 한다.

입사각이 커질수록 굴절광은 수면 쪽으로 눕고 반사광은 밝아진다. 임계각을 넘으면 굴절광 자체가 사라진다. 금속 거울과 달리 흡수 손실이 원리적으로 없어 광섬유가 성립한다
<입사각이 커질수록 굴절광은 수면 쪽으로 눕고 반사광은 밝아진다. 임계각을 넘으면 굴절광 자체가 사라진다. 금속 거울과 달리 흡수 손실이 원리적으로 없어 광섬유가 성립한다>[원본 보기]

전반사가 특별한 이유는 손실이 없다는 점이다. 금속 거울은 반사할 때마다 몇 퍼센트를 흡수하지만 전반사는 원리적으로 전부 되돌린다. 광섬유는 굴절률이 큰 코어를 굴절률이 작은 클래딩으로 감싸, 안에서 전반사를 수만 번 되풀이하며 빛을 실어 나른다.

예제 197

광섬유의 코어가 n1=1.50, 클래딩이 n2=1.45 이다. 코어 안에서 전반사가 일어나려면 빛이 경계에 몇 도보다 크게 부딪혀야 하는가? 이 값을 광섬유 축 기준으로 다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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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각을 구한다.

sinθc=n2n1=1.451.50=0.9667θc=75.2

경계면의 법선에서 잰 각이 75.2 보다 커야 한다.

광섬유의 경계면은 축과 나란하므로 그 법선은 축에 수직이다. 따라서 축에서 잰 각으로 바꾸면

9075.2=14.8

즉 축에서 14.8 안쪽으로 들어온 빛만 갇힌다. 그보다 크게 비스듬히 들어온 빛은 첫 경계에서 새어 나간다.

두 굴절률의 차이가 겨우 0.05 인데도 이만한 각을 확보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차이를 더 벌리면 갇히는 각이 넓어지지만, 경로 길이가 제각각이 되어 신호가 퍼지므로 통신용 광섬유는 오히려 차이를 아주 작게 만든다.

분산 — 색이 갈린다

지금까지 굴절률을 하나의 수로 다뤘지만, 실제로는 파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보통의 투명한 물질에서는 파장이 짧을수록(파란색 쪽) 굴절률이 크다. 이것을 분산(dispersion)이라 한다.

굴절률이 파장마다 다르므로 색깔마다 꺾이는 각이 다르다. 파란 쪽이 더 크게 꺾인다. 실제 유리에서 벌어지는 각은 1도 남짓이라 그림에서는 차이를 크게 그렸다
<굴절률이 파장마다 다르므로 색깔마다 꺾이는 각이 다르다. 파란 쪽이 더 크게 꺾인다. 실제 유리에서 벌어지는 각은 1도 남짓이라 그림에서는 차이를 크게 그렸다>[원본 보기]

백색광은 여러 파장이 섞인 빛이다. 프리즘에 넣으면 파장마다 다른 각으로 꺾여 나오므로 색이 갈린다. 무지개도 같은 원리다. 공중의 물방울 하나하나가 프리즘 노릇을 해서, 들어간 햇빛이 물방울 안에서 한 번 반사되고 나오면서 색이 벌어진다.

렌즈에서는 분산이 골칫거리다. 색마다 초점거리가 달라 상 가장자리에 색테가 생긴다(색수차). 굴절률과 분산이 다른 유리 두 장을 붙여 서로 상쇄시키는 것이 해법이다.

곡면 거울

평면거울은 크기가 같은 허상만 만든다. 거울을 휘면 상의 크기와 자리를 바꿀 수 있다.

안쪽이 오목한 것을 오목거울(concave mirror), 바깥으로 볼록한 것을 볼록거울(convex mirror)이라 한다. 거울면이 반지름 R 인 구의 일부라 할 때, 광축(거울 한가운데를 지나는 대칭축) 가까이로 들어온 나란한 광선은 거울에서 R/2 떨어진 한 점에 모인다. 이 점이 초점(focal point)이고 그 거리가 초점거리 f 다.

f=R2

여기에 조건이 붙는다. 이 결과는 광축에 가까운 광선에만 맞는다(근축 근사, paraxial approximation). 거울 가장자리로 들어온 광선은 조금 다른 곳에 모여 상이 흐려진다(구면수차). 이 장의 모든 식은 근축 근사 위에 있다.

부호 규약 —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

거울이든 렌즈든 결상은 같은 식 하나로 정리된다. 물체 거리 p, 상 거리 q, 초점거리 f 에 대해

1p+1q=1f,m=qp=hh

m 은 배율(magnification), hh 는 물체와 상의 키다. 식은 역수의 합이라 중학 수학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부호다.

규칙은 하나뿐이다. 빛이 실제로 지나가는 쪽을 +로 잡는다.

렌즈는 빛이 통과해 나가는 뒤쪽이 +이고, 거울은 빛이 되돌아 나오는 앞쪽이 +다. 방향은 반대지만 규칙은 하나다. 빛이 실제로 가는 쪽에 상이 맺히면 실상이고 q 가 양수다
<렌즈는 빛이 통과해 나가는 뒤쪽이 +이고, 거울은 빛이 되돌아 나오는 앞쪽이 +다. 방향은 반대지만 규칙은 하나다. 빛이 실제로 가는 쪽에 상이 맺히면 실상이고 q 가 양수다>[원본 보기]
양수(+)일 때음수(−)일 때
p (물체 거리)빛이 들어오는 쪽의 실제 물체 — 거의 언제나 이쪽허물체 (렌즈를 여러 개 이을 때만 나온다)
q (상 거리)실상. 거울이면 거울 앞, 렌즈면 렌즈 뒤허상. 거울이면 거울 뒤, 렌즈면 물체 쪽
f (초점거리)모으는 것 — 오목거울, 볼록렌즈퍼뜨리는 것 — 볼록거울, 오목렌즈
m (배율)똑바로 선 상 (정립)거꾸로 선 상 (도립)

표를 외우기보다 f 의 부호를 먼저 정하고, 계산해서 나온 q 의 부호로 상의 성질을 읽는 순서를 몸에 붙이는 편이 낫다. 그러면 실상·허상을 미리 짐작할 필요가 없다.

결상 문제에서 틀리는 곳은 거의 언제나 계산이 아니라 부호다. f 의 부호를 먼저 정하고, 답으로 나온 q 와 m 의 부호에서 상의 성질을 읽는 순서를 지키면 실수가 줄어든다
<결상 문제에서 틀리는 곳은 거의 언제나 계산이 아니라 부호다. f 의 부호를 먼저 정하고, 답으로 나온 q 와 m 의 부호에서 상의 성질을 읽는 순서를 지키면 실수가 줄어든다>[원본 보기]

광선 작도

식을 쓰지 않고 그림만으로도 상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세 개의 광선만 그리면 된다. 그중 둘만 그려도 교점이 정해지고, 셋째는 검산이다.

축에 나란히 들어온 광선은 초점을 지나 반사하고, 초점을 지나 들어온 광선은 축에 나란히 반사한다. 꼭짓점에 부딪힌 광선은 광축을 대칭축으로 되튄다. 세 광선이 만나는 자리가 상이다
<축에 나란히 들어온 광선은 초점을 지나 반사하고, 초점을 지나 들어온 광선은 축에 나란히 반사한다. 꼭짓점에 부딪힌 광선은 광축을 대칭축으로 되튄다. 세 광선이 만나는 자리가 상이다>[원본 보기]

물체가 초점 바깥에 있으면 반사광이 거울 앞에서 실제로 만난다. 거꾸로 선 실상이다. 물체를 초점 안쪽으로 옮기면 반사광이 퍼져 나가 만나지 않고, 거울 뒤에서 연장선이 만나 똑바로 선 확대 허상이 된다. 확대 화장거울이 그 배치다.

볼록거울에서는 반사광이 늘 퍼진다. 물체를 아무리 가까이 대도 상은 거울 뒤에 작고 똑바로 생긴다. 상이 작은 대신 훨씬 넓은 범위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볼록거울에서는 반사광이 늘 퍼진다. 물체를 아무리 가까이 대도 상은 거울 뒤에 작고 똑바로 생긴다. 상이 작은 대신 훨씬 넓은 범위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원본 보기]

예제 198

곡률반지름 40.0cm 인 오목거울 앞 15.0cm 에 키 3.0cm 인 물체를 놓았다. 상의 위치·크기·성질을 구하라. 물체를 30.0cm 로 옮기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풀이 보기

순서대로 간다. 먼저 f 의 부호를 정한다. 오목거울은 모으는 거울이므로 f 가 양수다.

f=R2=40.02=+20.0cm

물체는 거울 앞의 실제 물체이므로 p=+15.0cm. 식에 넣는다. 역수를 먼저 구하고 마지막에 뒤집는 것이 요령이다.

1q=1f1p=120.0115.0=3460.0=160.0

q=60.0cm

q 가 음수다. 표에서 읽으면 거울 뒤의 허상이다. 배율은

m=qp=60.015.0=+4.00

양수이므로 똑바로 선 상이고 4배로 커진다. 크기는 h=mh=(4.00)(3.0)=12cm.

물체가 초점(20.0cm) 안쪽에 있어서 나온 결과다. 확대 화장거울이 이 배치이고, 얼굴을 가까이 대야 크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번에는 초점 바깥인 p=30.0cm 로 옮긴다.

1q=120.0130.0=3260.0=160.0q=+60.0cm

m=60.030.0=2.00

이번에는 q 가 양수라 거울 앞의 실상이고, m 이 음수라 거꾸로 선 상이며 2배로 커진다.

초점을 경계로 상의 성질이 통째로 뒤바뀐다. 확대 거울에서 얼굴을 천천히 멀리하면 어느 순간 상이 흐려졌다가 거꾸로 뒤집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흐려지는 그 지점이 p=f 이고, 그때 1/q=0 이라 상이 무한히 먼 곳에 생긴다.

예제 199

곡률반지름 2.0m 인 볼록거울을 자동차 사이드미러로 쓴다. 8.0m 뒤에 있는 차의 상은 어디에 어떤 크기로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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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거울은 퍼뜨리는 거울이므로 f 가 음수다.

f=R2=2.02=1.0m

1q=1f1p=11.018.0=1.0000.125=1.125m1

q=0.889m

음수이므로 거울 뒤 0.89m 에 생기는 허상이다. 배율은

m=qp=0.8898.0=+0.111

양수이므로 똑바로 서 있고, 크기는 실제의 약 1/9 다.

여기서 실용적으로 중요한 점이 나온다. 상이 작으면 사람은 그 물체가 더 멀리 있다고 판단한다. 볼록거울로 본 뒤차는 실제보다 멀어 보인다. 그 대신 얻는 것이 넓은 시야다. f 가 음수라 q 는 언제나 음수이고 |q|<|f| 이므로, 물체가 아무리 멀어도 상은 거울 뒤 1.0m 안쪽의 좁은 공간에 다 들어간다. 그래서 넓은 범위가 한 화면에 담긴다.

렌즈

렌즈는 두 굴절면으로 빛을 모으거나 퍼뜨리는 소자다. 가운데가 두꺼운 볼록렌즈(convex lens)는 나란한 광선을 한 점에 모으고, 가운데가 얇은 오목렌즈(concave lens)는 퍼뜨린다.

얇은 렌즈라면 거울과 똑같은 식을 쓴다.

1p+1q=1f,m=qp

다른 것은 q 의 + 방향뿐이다. 렌즈는 빛이 통과해 나가므로 렌즈 뒤가 +다.

초점거리는 렌즈의 재료와 두 면의 휘어짐이 정한다. 두 면의 곡률반지름을 R1, R2 라 하면

1f=(n1)(1R11R2)

이 식은 이 장에서 한 번만 쓴다. 요점은 n 이 클수록, 면이 많이 휘어 있을수록 초점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초점거리의 역수 1/f 를 도수라 하고 단위는 m1 다. 안경 처방에 쓰는 그 수다.

축에 나란히 들어온 광선은 반대쪽 초점을 지나고, 중심을 지나는 광선은 꺾이지 않으며, 앞쪽 초점을 지나온 광선은 축에 나란히 나간다. 물체가 초점 바깥이면 세 광선이 실제로 만나 실상을 만든다
<축에 나란히 들어온 광선은 반대쪽 초점을 지나고, 중심을 지나는 광선은 꺾이지 않으며, 앞쪽 초점을 지나온 광선은 축에 나란히 나간다. 물체가 초점 바깥이면 세 광선이 실제로 만나 실상을 만든다>[원본 보기]
오목렌즈를 지난 광선은 퍼져 나가 실제로 만나지 않는다. 연장선이 만나는 자리에 상이 생기므로 물체가 어디 있든 작고 똑바로 선 허상이다
<오목렌즈를 지난 광선은 퍼져 나가 실제로 만나지 않는다. 연장선이 만나는 자리에 상이 생기므로 물체가 어디 있든 작고 똑바로 선 허상이다>[원본 보기]

예제 200

초점거리 10.0cm 인 볼록렌즈 앞 15.0cm 에 물체를 놓았다. 상의 위치·배율·성질은? 물체를 5.0cm 로 옮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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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렌즈는 모으는 렌즈이므로 f=+10.0cm.

1q=110.0115.0=3230.0=130.0q=+30.0cm

양수이므로 렌즈 에 생기는 실상이다. 배율은

m=30.015.0=2.00

음수이므로 거꾸로 서 있고 2배로 확대된다. 영사기의 배치가 이것이다. 필름을 거꾸로 넣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이번에는 초점 안쪽인 p=5.0cm 다.

1q=110.015.0=1210.0=110.0q=10.0cm

m=10.05.0=+2.00

음수 q 이므로 허상이고 물체와 같은 쪽에 있다. 배율이 양수라 똑바로 서 있고 2배다. 돋보기의 사용법이 정확히 이것이다. 물체를 초점 안쪽에 두어야 확대되어 보인다.

두 경우를 나란히 보면 규칙이 보인다. 볼록렌즈는 p>f 이면 거꾸로 선 실상, p<f 이면 똑바로 선 확대 허상을 만든다.

예제 201

어떤 사람이 50cm 보다 먼 것은 흐릿하게 보인다(근시). 아주 먼 곳의 물체를 또렷이 보려면 어떤 렌즈가 필요한가? 도수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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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눈은 50cm 안에 있는 물체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러니 안경이 할 일은 먼 물체의 상을 50cm 자리에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면 눈은 그 상을 물체로 삼아 보면 된다.

아주 먼 물체는 p 로 둔다. 1/p0 이다.

상은 눈 쪽, 즉 렌즈에서 볼 때 물체와 같은 쪽 50cm 에 생겨야 하므로 허상이다. 부호 규약에 따라 q=0.50m.

1f=1p+1q=0+10.50=2.0m1

f=0.50m

초점거리가 음수이므로 오목렌즈다. 도수는 1/f=2.0m1.

답이 말이 되는지 본다. 근시는 상이 망막보다 앞에 맺히는 상태이므로 빛을 조금 퍼뜨려 주어야 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 오목렌즈다. 방향이 맞다.

여기서 허상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눈이나 다음 렌즈가 그 허상을 다시 물체로 삼기 때문이다. 광학기기는 대부분 이렇게 상을 물체로 넘겨 가며 이어 붙인 것이다.

흔한 오해

볼록렌즈의 위쪽 절반을 검은 종이로 가리면 상의 위쪽 절반이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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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다. 상 전체가 그대로 있고 어두워질 뿐이다.

이유는 광선 작도 그림을 다시 보면 알 수 있다. 물체의 한 점에서 나온 빛은 세 광선만 가는 것이 아니라 렌즈 전체로 퍼져 들어간다. 우리가 세 개만 그린 것은 작도가 쉬운 광선을 고른 것뿐이다. 렌즈의 어느 부분을 지났든 그 광선들은 모두 같은 상점에 모인다.

그러니 절반을 가리면 상점에 모이는 광선의 개수가 절반이 되어 밝기가 절반이 되고, 상의 모양과 자리는 그대로다.

거울에서도 같다. 거울 일부를 가려도 상의 일부가 잘리지 않고 어두워진다. 상의 일부가 실제로 잘리는 경우는 그 상점으로 가는 광선이 전부 막혔을 때뿐이다.

빛이 겹칠 때 — 간섭

여기서부터 광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8장에서 두 파가 겹치면 변위가 그냥 더해진다는 것을 보았다(중첩 원리). 마루끼리 겹치면 커지고(보강간섭) 마루와 골이 겹치면 지워진다(상쇄간섭). 빛도 파동이니 같은 일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형광등 두 개를 켜도 밝고 어두운 무늬가 보이지 않는다. 조건이 하나 빠졌기 때문이다. 무늬가 보이려면 두 빛의 위상차가 시간이 지나도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을 가간섭성(coherence)이라 한다. 보통의 광원은 원자들이 제각각 짧은 파열을 내보내므로 위상차가 순식간에 뒤죽박죽 되고, 밝고 어두움이 너무 빨리 바뀌어 평균만 보인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하나의 광원에서 나온 빛을 둘로 나누는 것이다. 같은 원자에서 나온 빛이므로 둘 사이의 위상차는 오직 지나온 거리의 차이로만 정해진다.

이중슬릿

좁은 틈 두 개를 나란히 뚫고 한쪽에서 빛을 비춘다. 두 틈에서 나온 빛이 스크린에서 겹친다.

두 슬릿에서 스크린의 같은 점까지 가는 길의 길이 차이가 d sin θ 다. 이 차이가 파장의 정수배이면 밝고, 반파장의 홀수배이면 어둡다. 파장이 10의 마이너스 7제곱 미터 규모인데 무늬 간격은 밀리미터 규모라는 것이 이 장치의 힘이다
<두 슬릿에서 스크린의 같은 점까지 가는 길의 길이 차이가 d sin θ 다. 이 차이가 파장의 정수배이면 밝고, 반파장의 홀수배이면 어둡다. 파장이 10의 마이너스 7제곱 미터 규모인데 무늬 간격은 밀리미터 규모라는 것이 이 장치의 힘이다>[원본 보기]

슬릿 간격을 d 라 하고 스크린 위의 한 점을 향한 각을 θ 라 하면, 두 길의 길이 차이(경로차)는 dsinθ 다. 그림의 작은 직각삼각형에서 바로 읽힌다.

경로차가 파장의 정수배이면 두 파가 마루와 마루로 만나 보강한다.

dsinθ=mλ(m=0, ±1, ±2, )— 밝은 무늬

반파장의 홀수배이면 마루와 골로 만나 상쇄한다.

dsinθ=(m+12)λ— 어두운 무늬

스크린이 슬릿에서 아주 멀면(Ld) 각이 작으므로 sinθtanθ=y/L 로 놓을 수 있다. 그러면 m 번째 밝은 무늬의 자리와 이웃한 무늬 사이 간격은

ym=mλLd,Δy=λLd

무늬가 고르게 늘어선다. 그리고 간격이 파장에 정비례하므로, 무늬 간격을 자로 재면 파장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107m 규모의 양을 밀리미터 자로 재게 해 주는 장치인 셈이다.

예제 203

파장 633nm 인 레이저를 간격 0.250mm 인 이중슬릿에 비추고 2.00m 떨어진 스크린을 보았다. 이웃한 밝은 무늬 사이의 간격은? 슬릿 간격을 절반으로 줄이면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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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무늬 간격이고 단위는 m 다. 먼저 모든 길이를 m 로 맞춘다.

λ=633nm=6.33×107m,d=0.250mm=2.50×104m

스크린이 슬릿 간격의 1만 배쯤 되므로 Δy=λL/d 를 쓸 수 있다.

Δy=(6.33×107)(2.00)2.50×104=1.266×1062.50×104=5.06×103m

3자리로 5.06mm. 눈으로 세기 좋은 크기다.

슬릿 간격이 분모에 있으므로, d 를 절반으로 줄이면 무늬 간격은 두 배가 된다. 직관과 반대로 느껴지지만 식이 그렇게 말한다. 슬릿을 좁게 붙일수록 무늬가 넓게 벌어진다.

확인 삼아 각도로도 계산해 보자. 첫 밝은 무늬의 각은

sinθ1=λd=6.33×1072.50×104=2.53×103θ1=0.145

아주 작은 각이므로 sinθtanθ 근사가 잘 맞는다. 실제로 y1=Ltanθ1=5.06mm 로 같다.

얇은 막에서의 간섭

비눗방울과 기름막에 무지개색이 도는 것도 간섭이다. 막의 앞면에서 반사된 빛과 뒷면에서 반사된 빛이 겹친다.

두께 t, 굴절률 n 인 막에 빛이 수직으로 들어오면, 뒷면에서 반사된 빛은 막 안을 왕복하므로 2t 만큼 더 간다. 그런데 막 안에서는 파장이 λ/n 로 줄어 있으므로, 파장 몇 개분을 더 갔는지를 세려면 2nt 를 써야 한다. 이 값을 광로차라 한다.

여기에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소한 매질에서 밀한 매질로 반사할 때(n1<n2) 위상이 반파장만큼 뒤집힌다. 줄의 끝을 고정하고 파를 보내면 되돌아온 파가 뒤집혀 오는 것(8장)과 같은 이야기다. 반대로 밀한 쪽에서 소한 쪽으로 반사할 때는 뒤집히지 않는다.

공기–막–공기처럼 한 면에서만 뒤집히는 흔한 경우에는 조건이 이렇게 된다.

밝다(보강)2nt=(m+12)λ어둡다(상쇄)2nt=mλ

뒤집힘이 양쪽에서 일어나거나 아예 없으면 두 조건이 서로 바뀐다. 그래서 박막 문제는 계산보다 "몇 번 뒤집히는가"를 세는 것이 먼저다.

예제 204

공기 중의 비눗물 막(n=1.33)을 수직으로 볼 때 파장 550nm 의 빛이 가장 세게 반사되려면 막이 얼마나 두꺼워야 하는가? 막이 아주 얇아지면 어떻게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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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위상 뒤집힘을 센다. 앞면은 공기(1.00)에서 비눗물(1.33)로 가는 반사이므로 뒤집힌다. 뒷면은 비눗물에서 공기로 가는 반사이므로 뒤집히지 않는다. 한 번이다.

그러므로 보강 조건은

2nt=(m+12)λ

가장 얇은 것은 m=0 이다.

t=λ4n=550×109m4(1.33)=5.50×1075.32=1.03×107m

3자리로 t=103nm. 파장의 4분의 1 남짓이다.

두 번째 질문. 막이 아주 얇아져 t0 이면 2nt0 이고, 이것은 상쇄 조건 2nt=mλm=0 에 해당한다. 모든 파장이 상쇄되므로 검게 보인다.

비눗방울이 터지기 직전 꼭대기가 새까맣게 변하는 것이 이 현상이다. 중력에 막이 아래로 흘러 위쪽이 얇아지기 때문이다. 검게 보이는 것은 색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반사가 사라져서다.

위상 뒤집힘을 세지 않았다면 조건이 반대로 나와 "얇을수록 밝다"는 틀린 결론에 이른다. 박막 문제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예제 205

굴절률 1.52 인 렌즈 표면에 굴절률 1.38 인 얇은 막을 입혀 파장 550nm 의 반사를 없애려 한다. 막의 최소 두께는? 조건이 앞 예제와 왜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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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뒤집힘부터 센다.

  • 공기(1.00) → 막(1.38) 반사: 소한 쪽에서 밀한 쪽이므로 뒤집힌다.
  • 막(1.38) → 유리(1.52) 반사: 이번에도 소한 쪽에서 밀한 쪽이므로 뒤집힌다.

두 번 뒤집히면 서로 상쇄되어 뒤집힘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앞 예제와 조건이 맞바뀐다.

밝다(보강)2nt=mλ어둡다(상쇄)2nt=(m+12)λ

반사를 없애려면 상쇄를 노려야 하므로 m=0 을 쓴다.

t=λ4n=550×1094(1.38)=5.50×1075.52=9.96×108m

3자리로 t=99.6nm.

계산식의 모양은 앞 예제와 똑같은 λ/(4n) 인데 노리는 결과가 정반대다. 앞에서는 이 두께가 가장 밝은 두께였고 여기서는 가장 어두운 두께다. 위상 뒤집힘을 몇 번 세느냐가 답을 뒤집는다는 것을 이보다 잘 보여주는 예가 없다.

실제 안경과 카메라 렌즈의 코팅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550nm(초록) 근처에서 반사를 가장 잘 없애도록 맞추므로, 남은 반사는 빨강과 파랑 쪽이 되어 코팅한 렌즈가 보라빛으로 보인다.

회절과 편광

빛이 파동이라는 증거는 간섭 말고도 둘 더 있다. 좁은 틈을 지날 때 퍼지는 것과, 진동 방향을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절 — 좁은 틈을 지나면 퍼진다

파가 장애물의 가장자리나 좁은 틈을 지날 때 그림자 영역으로 휘어 들어간다. 이것을 회절(diffraction)이라 한다. 소리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문틈으로도 말소리가 새어 나온다. 소리의 파장이 문틈 크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빛은 파장이 워낙 짧아 일상 크기의 틈에서는 티가 나지 않을 뿐이다.

a 인 슬릿 하나를 지난 빛의 어두운 점은

asinθ=mλ(m=±1, ±2, )

에 나타난다. m=0 이 빠져 있다는 데 주의하자. 가운데는 어둡기는커녕 가장 밝은 곳이다. 이중슬릿의 밝은 무늬 조건과 식의 모양이 같아서 혼동하기 쉬운데, 이쪽은 어두운 점의 조건이다.

중앙 극대가 가장 밝고 폭이 나머지의 두 배다. 슬릿 폭 a 가 파장에 가까울수록 넓게 퍼진다. 회절을 줄이고 싶으면 구멍을 키우거나 파장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중앙 극대가 가장 밝고 폭이 나머지의 두 배다. 슬릿 폭 a 가 파장에 가까울수록 넓게 퍼진다. 회절을 줄이고 싶으면 구멍을 키우거나 파장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원본 보기]

중앙 극대의 반각폭은 대략 sinθλ/a 다. 슬릿이 좁을수록 넓게 퍼진다는 뜻이다.

구멍이 지름 D 인 원이면 계수가 조금 붙는다. 두 개의 점광원을 겨우 구별할 수 있는 최소 각은

θmin=1.22λD

이 조건을 레일리 기준(Rayleigh criterion)이라 한다. 이것이 망원경·현미경·사람 눈의 분해능 한계를 정한다. 렌즈를 아무리 정밀하게 깎아도 이 한계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 방법은 둘뿐이다. 구멍을 키우거나 파장을 줄이거나.

슬릿을 아주 많이 나란히 뚫은 것을 회절격자(diffraction grating)라 한다. 밝은 무늬 조건은 이중슬릿과 같은 dsinθ=mλ 이지만, 슬릿이 많을수록 무늬가 날카로워져 파장을 정밀하게 갈라내는 데 쓴다.

예제 206

지름 2.4m 인 망원경으로 파장 550nm 의 빛을 본다. 각분해능은? 3.8×108m 떨어진 달 표면에서 구별할 수 있는 최소 크기는?

풀이 보기

레일리 기준에 넣는다.

θmin=1.22λD=1.22×550×109m2.4m=1.22×(2.29×107)=2.80×107rad

라디안은 단위가 없으므로 나눗셈에서 단위가 모두 지워졌다. 각초로 바꾸려면 1rad=2.06×105 를 쓴다.

θmin=(2.80×107)(2.06×105)=0.058

달 위의 크기는 각이 아주 작으므로 호의 길이 s=rθ(7장)로 구한다.

s=θminL=(2.80×107)(3.8×108m)=1.1×102m

2자리로 θmin=2.8×107rad, s=1.1×102m.

즉 달에 있는 축구장 하나가 겨우 한 점으로 구별되는 정도다. 이보다 잘 보려면 거울을 더 키우거나 파장이 짧은 빛을 써야 한다.

참고로 지상 망원경은 실제로는 이 한계에 이르지 못한다. 대기가 흔들려 상이 번지기 때문에 보통 1 근처에서 막힌다. 망원경을 우주로 올리거나 대기 흔들림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장치를 쓰는 이유다.

전자현미경이 존재하는 이유도 같은 식에서 나온다. λ 를 줄이면 θmin 이 줄어든다. 전자의 파장이 왜 빛보다 훨씬 짧을 수 있는지는 15장에서 다룬다.

예제 207

1밀리미터에 600 개의 홈이 있는 회절격자에 파장 589nm 의 빛을 수직으로 비추었다. 1차와 2차 밝은 무늬의 각을 구하라. 몇 차까지 보이는가?

풀이 보기

먼저 슬릿 간격을 구한다. 1밀리미터를 600개로 나눈 것이 간격이다.

d=1×103m600=1.667×106m

밝은 무늬 조건 dsinθ=mλ 에 넣는다.

sinθ1=λd=5.89×1071.667×106=0.3534θ1=20.7

sinθ2=2λd=0.7068θ2=45.0

3차는 sinθ3=3(0.3534)=1.060 인데 사인은 1을 넘을 수 없다. 그런 각이 없으므로 3차는 나타나지 않는다. 2차까지만 보인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이중슬릿에서는 각이 0.1 수준이었는데 여기서는 20, 45 로 크게 벌어졌다. 슬릿 간격이 파장의 세 배가 채 안 될 만큼 작기 때문이다. 파장이 조금만 달라도 각이 크게 달라지므로, 회절격자는 빛을 파장별로 갈라 성분을 알아내는 데 쓰인다.

편광 — 진동 방향을 골라낸다

13장에서 전자기파는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전기장이 진동하는 횡파라고 했다. 진행 방향이 정해져도 수직인 방향은 여전히 여러 갈래다. 그중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편광된 빛이라 한다.

보통의 빛은 온갖 방향이 뒤섞여 있다(무편광). 편광판(polarizer)은 한 방향의 진동만 통과시키는 소자다.

무편광이 첫 편광판을 지나면 세기가 절반이 되고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이 된다. 두 번째 편광판은 두 축이 이루는 각에 대해 cos²θ 배로 줄인다. 편광은 횡파에서만 생기므로, 이 현상 자체가 빛이 횡파라는 증거다
<무편광이 첫 편광판을 지나면 세기가 절반이 되고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이 된다. 두 번째 편광판은 두 축이 이루는 각에 대해 cos²θ 배로 줄인다. 편광은 횡파에서만 생기므로, 이 현상 자체가 빛이 횡파라는 증거다>[원본 보기]

두 단계로 나누어 기억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무편광이 들어올 때I=12I0편광된 빛이 각 θ 로 들어올 때I=I0cos2θ

아래쪽을 말뤼스 법칙(Malus's law)이라 한다. θ 는 들어오는 빛의 편광 방향과 편광판 축이 이루는 각이다.

반사광도 부분적으로 편광된다. 특정한 입사각에서는 완전히 편광되는데, 그 각을 브루스터 각(Brewster angle)이라 하고

tanθp=n2n1

로 주어진다. 이때 반사광은 수면에 나란한 방향으로만 진동한다. 편광 선글라스가 세로 방향만 통과시키도록 만들어져 있어 수면과 도로의 반사광을 잘 없애는 것이 이 때문이다.

예제 208

무편광 빛이 편광판 두 장을 지난다. 두 축이 (가) 나란할 때, (나) 45 일 때, (다) 수직일 때 나오는 세기는 각각 처음의 몇 배인가? (라) (다) 상태의 두 판 사이에 45 로 기울인 세 번째 편광판을 끼우면?

풀이 보기

첫 판은 무편광을 절반으로 줄이고 편광된 빛으로 만든다. 어느 경우든 공통이다.

I1=12I0

두 번째 판부터는 말뤼스 법칙이다.

(가) θ=0: I=12I0cos20=0.500I0

(나) θ=45: cos45=0.7071 이므로 I=12I0(0.7071)2=12I0(0.500)=0.250I0

(다) θ=90: cos90=0 이므로 I=0.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라) 가운데에 45 판을 끼우면 각 단계가 45 씩 두 번이 된다.

I=12I0cos245cos245=12I0(0.500)(0.500)=0.125I0

완전히 막혀 있던 배치에 판을 하나 더 끼웠더니 12.5%가 통과한다. 직관에 반하지만 옳다.

이유는 편광판이 단순한 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라면 무엇을 더 놓아도 통과량이 늘 수 없다. 그런데 편광판은 통과한 빛의 진동 방향을 자기 축 방향으로 새로 정한다. 가운데 판을 지난 빛은 더 이상 세로가 아니라 45 방향으로 진동하고, 그 빛은 마지막 가로 판에 대해 45 이므로 절반이 통과한다.

이 구조는 15장에서 다룰 양자 측정과 똑같은 모양이다. 측정 장치를 하나 끼워 넣는 것이 결과를 바꾼다.

예제 209

물(n=1.33) 표면에서 반사된 햇빛이 완전히 편광되는 입사각은? 이때 편광 선글라스는 왜 효과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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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터 각의 정의에 넣는다. 공기에서 물로 향하는 반사이므로 n1=1.00, n2=1.33 이다.

tanθp=1.331.00=1.33θp=53.1

법선에서 53.1, 즉 수면에서 36.9 올려다보는 방향이다.

이 각에서 반사된 빛은 수면에 나란한 방향으로만 진동한다. 수면은 수평이므로 반사광은 수평으로 진동하는 빛이다.

편광 선글라스는 수직 방향 진동만 통과시키도록 만든다. 그러면 수평으로 진동하는 반사광은 거의 다 막히고, 물속에서 올라온 빛(편광되어 있지 않다)은 절반이 통과한다. 반사 눈부심만 골라 줄이는 셈이다.

브루스터 각에서 정확히 100% 편광되고, 그보다 크거나 작은 각에서는 부분적으로만 편광된다. 그래서 선글라스의 효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고개를 옆으로 90도 기울이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들이다.

기호이름단위핵심 관계
n굴절률없음n = c/v, 매질 속 파장 λ/n, 진동수는 그대로
θ(i), θ(r)입사각, 반사각° 또는 rad법선에서 잰다. θ(i) = θ(r)
θ(c)임계각° 또는 radsin θ(c) = n₂/n₁, 넘으면 전반사
p물체 거리m빛이 들어오는 쪽의 실물체면 +
q상 거리m빛이 실제로 가는 쪽이면 + (실상), 반대면 − (허상)
f초점거리m모으면 +, 퍼뜨리면 −. 거울은 f = R/2
m배율없음m = −q/p. + 이면 정립, − 이면 도립
1/f도수m⁻¹안경 처방에 쓰는 값
d슬릿 간격m이중슬릿·회절격자의 이웃 슬릿 사이 거리
a슬릿 폭m단일슬릿의 틈 너비
θ(p)브루스터 각° 또는 radtan θ(p) = n₂/n₁

관계식만 모으면 이렇다.

상황결과조건
굴절n₁ sin θ₁ = n₂ sin θ₂두 매질의 평평한 경계
전반사sin θ(c) = n₂/n₁n₁ > n₂ 인 쪽에서 볼 때만
결상1/p + 1/q = 1/f, m = −q/p거울·얇은 렌즈, 근축 근사
구면거울f = R/2오목이면 +, 볼록이면 −
이중슬릿 밝음d sin θ = mλ, Δy = λL/d두 빛이 가간섭성일 때
박막 (한 면만 위상 반전)밝다 2nt = (m+½)λ, 어둡다 2nt = mλ수직 입사. 반전 횟수를 먼저 센다
단일슬릿 어두움a sin θ = mλ (m ≠ 0)중앙은 가장 밝다
분해능θ(min) = 1.22 λ/D지름 D 인 원형 구멍
편광무편광 → I₀/2, 편광 → I₀ cos²θ이상적인 편광판

하나만 기억한다면 크기 비교다. 빛이 만나는 것이 파장보다 훨씬 크면 광선으로 다루고, 파장과 비슷하면 파동으로 다룬다. 거울과 렌즈는 앞쪽, 간섭과 회절은 뒤쪽 이야기다. 그리고 두 영역 모두에서 각은 언제나 법선에서 잰다. 다음 장에서는 이 파동인 빛이 어떤 실험에서 알갱이처럼 행동하는지, 그리고 알갱이인 전자가 어떻게 이 장의 회절 무늬를 만드는지를 본다.

현대물리 입문

19세기 말의 물리학은 잘 정리된 학문처럼 보였다. 뉴턴 역학이 물체의 운동을 설명했고(4~7장), 열역학이 열을 설명했으며(10장), 맥스웰 방정식이 전기·자기·빛을 하나로 묶었다(13장). 그런데 두 가지가 맞지 않았다.

하나는 빛의 속력이다. 맥스웰 방정식은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 c 를 하나의 값으로 내놓는데, 그러면 "누구를 기준으로 잰 c 인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다른 하나는 뜨거운 물체가 내는 빛과 금속에 빛을 비출 때 튀어나오는 전자였다. 고전 이론으로 계산한 결과가 관측과 정면으로 달랐다.

이 장은 그 두 갈래에서 시작된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의 입구를 다룬다. 답할 질문은 이렇다. 빛의 속력이 누구에게나 같다면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되는가. 빛이 파동이라면(14장) 왜 알갱이처럼 행동하는 실험이 있는가. 그리고 전자가 알갱이라면 왜 14장의 회절 무늬를 만드는가.

새 이론이 옛 이론을 뒤집은 것이 아니다. 옛 이론이 어디까지 맞는지를 밝혔을 뿐이다. 느리고 큰 것에 대해서는 4~13장의 결과가 그대로 나온다. 이 점을 이 장 내내 확인하게 된다.

수학은 앞 장에서 쓰던 것을 넘지 않는다. 제곱근과 피타고라스 정리, 그리고 대입이 전부다.

아래는 이 장에서 되풀이해 쓰는 값들이다. 처음 나올 때 다시 설명하므로 지금 외울 필요는 없다.

이름기호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c299 792 458 m/s (정의값). 계산에는 2.998×10⁸ m/s
플랑크 상수h6.626×10⁻³⁴ J·s (정의값)
환산 플랑크 상수ħ = h / 2π1.055×10⁻³⁴ J·s
전자볼트eV1 eV = 1.602×10⁻¹⁹ J
편리한 조합hc약 1240 eV·nm
전자의 질량m(e)9.109×10⁻³¹ kg, 정지에너지 0.511 MeV
보어 반지름a₀52.9 pm = 5.29×10⁻¹¹ m
수소의 바닥 준위E₁−13.606 eV

전자볼트(electronvolt, 기호 eV)는 11장의 전위를 쓴 에너지 단위다. 전자 하나가 1V 의 전위차를 지날 때 얻는 에너지1eV 다. 전하 e=1.602×1019C1V 를 곱한 값이므로

1eV=(1.602×1019C)(1V)=1.602×1019J

원자 규모의 에너지가 몇 eV 정도라 자릿수를 세기 편해서 쓴다. SI 허용 단위라 그대로 써도 된다.

특수상대성 — 빛의 속력이 누구에게나 같다면

특수상대성이론은 두 개의 가정에서 전부 나온다.

  1. 상대성 원리 — 등속으로 움직이는 어떤 관측자에게나 물리 법칙이 똑같이 성립한다.
  2. 광속 불변 — 진공에서 빛의 속력은 광원이 움직이든 관측자가 움직이든 언제나 같다.

첫째는 새로울 것이 없다. 흔들림 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 공을 위로 던지면 제자리로 떨어지고, 기차가 서 있는지 달리는지 안에서는 알 수 없다. 갈릴레이 때부터 알던 이야기다.

문제는 둘째다. 시속 100km 로 달리는 차에서 앞으로 공을 던지면 땅에서 볼 때 더 빠르다. 그런데 빛은 그렇지 않다. 광속의 절반으로 달리며 앞으로 빛을 쏘아도, 땅에서 재나 차 안에서 재나 그 빛의 속력은 똑같이 c 다. 속력은 거리 나누기 시간이다. 두 사람이 같은 빛에 대해 같은 속력을 얻으려면, 두 사람의 거리와 시간이 서로 달라야 한다. 이것이 이 절의 전부다.

빛시계와 시간 팽창

거울 두 장을 L 만큼 떼어 마주 놓고 그 사이를 빛이 왕복하게 한다. 한 번 왕복할 때마다 "똑딱" 하는 시계라고 생각하자. 시계와 함께 있는 사람에게 한 번의 똑딱은

Δt0=2Lc

다. 이 시계를 실은 차가 속력 v 로 옆으로 지나간다. 땅에 선 사람이 보면 빛은 곧게 오르내리지 않는다. 위로 올라가는 동안 거울도 옆으로 옮겨 가므로 빛은 비스듬한 더 긴 길을 간다.

같은 빛시계인데 한 사람에게는 곧은 길, 다른 사람에게는 비스듬한 길이다. 빛의 속력이 두 사람에게 같으므로 더 긴 길은 더 긴 시간을 뜻한다. 직각삼각형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쓰면 그 비가 정확히 γ 다
<같은 빛시계인데 한 사람에게는 곧은 길, 다른 사람에게는 비스듬한 길이다. 빛의 속력이 두 사람에게 같으므로 더 긴 길은 더 긴 시간을 뜻한다. 직각삼각형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쓰면 그 비가 정확히 γ 다>[원본 보기]

땅에서 잰 한 번의 똑딱을 Δt 라 하자. 그 절반 동안 빛은 cΔt/2 를 가고, 시계는 옆으로 vΔt/2 만큼 옮겨 간다. 세로 거리는 여전히 L 이다. 그림의 직각삼각형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쓰면

(cΔt2)2=L2+(vΔt2)2

Δt 에 대해 푼다. 우변의 마지막 항을 왼쪽으로 옮기면

Δt24(c2v2)=L2Δt=2Lc2v2

분모에서 c 를 밖으로 빼내면 c2v2=c1v2/c2 이므로

Δt=2L/c1v2/c2=Δt01v2/c2

이 분모의 역수에 이름을 붙인다. 로런츠 인자(Lorentz factor)라 하고 기호는 γ(감마)다.

γ=11v2/c2(단위 없음, γ1)

그러면 결과는 한 줄이다.

Δt=γΔt0

γ1 이므로 ΔtΔt0.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게 간다. 여기서 Δt0 는 두 사건이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측자가 잰 시간이고, 이를 고유시간(proper time)이라 한다. 고유시간이 언제나 가장 짧다.

γ 는 v가 광속의 절반일 때도 1.15밖에 되지 않다가 광속 근처에서 급격히 커진다. 일상 속도에서 뉴턴 역학이 잘 맞는 이유이자, 어떤 물체도 광속에 이를 수 없는 이유가 이 곡선에 함께 들어 있다
<γ 는 v가 광속의 절반일 때도 1.15밖에 되지 않다가 광속 근처에서 급격히 커진다. 일상 속도에서 뉴턴 역학이 잘 맞는 이유이자, 어떤 물체도 광속에 이를 수 없는 이유가 이 곡선에 함께 들어 있다>[원본 보기]

빛시계는 특별한 장치가 아니다.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어떤 시계든 나란히 놓았을 때 같은 박자를 보여야 하므로, 손목시계도 심장 박동도 원자의 붕괴도 모두 같은 비율로 느려진다. 시계 장치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자체의 문제다.

길이 수축

시간이 달라지면 길이도 달라진다. 새 가정 없이 위 결과만으로 나온다. 지구에서 L0 떨어진 별까지 우주선이 속력 v 로 간다. 지구에 있는 사람이 보면 걸리는 시간은

Δt=L0v

우주선 안의 사람에게는 "지구를 지나침"과 "별을 지나침"이 둘 다 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니 우주선의 시계가 재는 것이 고유시간이고

Δt0=Δtγ=L0γv

우주선에서 보면 지구와 별이 속력 v 로 지나가는 것이고, 그 지나감에 걸린 시간이 Δt0 다. 그러니 우주선이 재는 지구–별 거리는

L=vΔt0=L0γ

움직이는 것은 진행 방향으로 짧아 보인다. L0 는 그 물체와 함께 있는 관측자가 잰 길이로 고유길이(proper length)라 하고, 고유길이가 언제나 가장 길다.

시간은 늘고 길이는 준다. 방향을 헷갈리지 않는 요령은 하나다. 고유량이 무엇인지 먼저 정한다. 고유시간은 가장 짧고, 고유길이는 가장 길다.

예제 210

0.800c 로 나는 우주선에서 승무원이 어떤 일이 1.00s 동안 일어났다고 쟀다. 지상에서 재면 몇 초인가? 우주선의 고유길이가 100m 라면 지상에서 잰 길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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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γ 를 구한다. 이 값이 나오면 나머지는 곱하기와 나누기다.

γ=11(0.800)2=110.640=10.360=10.6000=1.667

그 일이 우주선 안 한 자리에서 일어났으므로 승무원의 측정이 고유시간이다. Δt0=1.00s.

Δt=γΔt0=(1.667)(1.00s)=1.67s

길이는 반대다. 우주선과 함께 움직이는 계에서 잰 것이 고유길이이므로 L0=100m 이고

L=L0γ=100m1.667=60.0m

3자리로 Δt=1.67s, L=60.0m.

답이 말이 되는지 본다. 시간은 늘었고(고유시간이 가장 짧으므로) 길이는 줄었다(고유길이가 가장 기므로). 방향이 둘 다 맞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 우주선에서 보면 지상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 서로가 상대의 시계를 느리다고 말하는데 모순이 아니다. 두 사람이 "동시"라고 부르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쪽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첫째 가정이었다.

예제 211

대기 위쪽에서 만들어진 뮤온이라는 입자는 정지 상태에서 평균 2.20μs 만에 붕괴한다. 이 뮤온이 0.995c 로 내려온다면 붕괴하기 전 평균 몇 미터를 갈 수 있는가? 상대론을 쓰지 않으면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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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론 없이 계산하면 간단하다. 속력 곱하기 수명이다.

d0=vτ0=(0.995)(2.998×108m/s)(2.20×106s)=656m

그런데 뮤온은 실제로 10km 상공에서 만들어져 지표에서 상당한 개수가 검출된다. 656m 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상대론으로 다시 본다. 2.20μs 는 뮤온과 함께 움직이는 계에서 잰 값, 즉 고유시간이다. 지상에서 재는 수명은 그보다 길다.

γ=11(0.995)2=110.990=19.975×103=10.0999=10.0

τ=γτ0=(10.0)(2.20μs)=22.0μs

d=vτ=γd0=(10.0)(656m)=6.56×103m

6.6km 다. 10km 를 지나오는 동안 상당수가 살아남을 만한 값이 되었다.

뮤온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게 들린다. 뮤온에게 자기 수명은 여전히 2.20μs 다. 대신 대기의 두께가 줄어든다. 10km/10.0=1.0km 밖에 안 되므로 충분히 통과한다.

같은 사실을 한쪽은 시간 팽창으로, 다른 쪽은 길이 수축으로 설명한다. 두 설명이 같은 답을 준다는 것이 이 이론이 앞뒤가 맞는다는 증거다. 시간 팽창이 계산 장치가 아니라 실제로 측정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기도 하다.

속도는 그냥 더해지지 않는다

우주선이 0.60c 로 날면서 앞으로 0.60c 로 미사일을 쏘면 지상에서 본 미사일 속력은 1.2c 인가. 아니다. 속도를 더하는 규칙 자체가 달라진다.

u=u+v1+uvc2

v 는 우주선의 속력, u 는 우주선에서 본 물체의 속력, u 은 지상에서 본 속력이다. 이 식은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섞이는지를 정리한 로런츠 변환에서 나오는데, 여기서는 결과만 쓴다.

분모가 열쇠다. 두 속력이 작으면 uv/c2 이 거의 0이라 분모가 1이 되고, 우리가 아는 u=u+v 로 돌아간다. 반대로 어느 한쪽이 c 이면 결과가 언제나 c 가 된다.

예제 212

우주선이 지구에 대해 0.60c 로 가면서 앞쪽으로 (가) 미사일을 0.60c 로, (나) 빛을 쏘았다. 지구에서 본 속력을 각각 구하라. (다) 시속 100km 로 가는 기차에서 시속 100km 로 공을 던지면 보정은 얼마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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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u=v=0.60c 를 넣는다. c 를 단위처럼 두고 계산하면 깔끔하다.

u=0.60c+0.60c1+(0.60c)(0.60c)c2=1.20c1+0.36=1.20c1.36=0.882c

광속을 넘지 않았다. 고전적으로 기대한 1.2c 와 크게 다르다.

(나) 이번에는 u=c 다.

u=c+0.60c1+(c)(0.60c)c2=1.60c1+0.60=1.60c1.60=c

정확히 c 다. 어떤 v 를 넣어도 이렇게 된다. 둘째 가정이 식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다) 100km/h=27.8m/s 이므로

uvc2=(27.8)2(2.998×108)2=7728.99×1016=8.6×1015

분모가 1+8.6×1015 다. 보정은 1000조분의 1 수준이라 어떤 저울로도 잡히지 않는다. 일상에서 속도를 그냥 더해도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새 이론이 옛 이론을 특별한 경우로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대응 원리라 한다. 이 계산이 그 예다.

질량과 에너지

속력을 아무리 키워도 c 를 넘지 못한다면, 계속 밀어 넣은 에너지는 어디로 가는가. 답은 운동량과 에너지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p=γmvE=γmc2

m 은 그 물체와 함께 있을 때 재는 질량(정지질량)이다. v=0 이면 γ=1 이므로

E0=mc2

정지해 있는 물체도 에너지를 갖는다. 이것을 정지에너지라 한다. 운동에너지는 총 에너지에서 정지에너지를 뺀 것이다.

K=EE0=(γ1)mc2

이 식이 느릴 때 12mv2 가 되는지 확인해 두면 마음이 놓인다. v/c 가 아주 작을 때 γ1+12v2/c2 이므로

K(12v2c2)mc2=12mv2

6장의 결과가 그대로 나온다.

부분들이 결합하면 전체의 질량이 부분들의 질량 합보다 작아지고, 그 차이가 에너지로 나간다. 오른쪽 그래프에서 느릴 때는 고전 곡선과 겹치고 광속 근처에서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광속에 이를 수 없는 이유가 이 발산이다
<부분들이 결합하면 전체의 질량이 부분들의 질량 합보다 작아지고, 그 차이가 에너지로 나간다. 오른쪽 그래프에서 느릴 때는 고전 곡선과 겹치고 광속 근처에서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광속에 이를 수 없는 이유가 이 발산이다>[원본 보기]

마지막으로 유용한 관계가 하나 있다. 위 두 식에서 v 를 지우면

E2(pc)2=γ2m2c4γ2m2v2c2=γ2m2c4(1v2c2)=m2c4

마지막 단계에서 γ2(1v2/c2)=1 을 썼다. 정리하면

E2=(pc)2+(mc2)2

세 변이 각각 E, pc, mc2 인 직각삼각형이라고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 m=0 인 것(광자)에 대해서는 E=pc 가 되는데, 이 결과를 뒤에서 쓴다.

예제 213

전자의 정지에너지는 0.511MeV 다. 운동에너지가 2.00MeV 인 전자의 γ, 속력, 운동량을 구하라. 고전식으로 속력을 구하면 어떻게 되는가?

풀이 보기

총 에너지부터 구한다. 운동에너지와 정지에너지의 합이다.

E=K+mc2=2.00+0.511=2.511MeV

E=γmc2 이므로

γ=Emc2=2.5110.511=4.914

속력은 γ 의 정의를 뒤집어 푼다. 양변을 제곱해 정리하면 v2/c2=11/γ2 이다.

vc=11γ2=1124.15=10.04141=0.9586=0.9791

v=0.979c=2.94×108m/s

운동량은 방금 얻은 관계를 쓴다.

pc=E2(mc2)2=(2.511)2(0.511)2=6.3050.261=2.459MeV

SI 단위로 바꾸려면 에너지를 J 로 고치고 c 로 나눈다.

p=(2.459×106)(1.602×1019)J2.998×108m/s=1.31×1021kgm/s

3자리로 γ=4.91, v=0.979c, p=1.31×1021kgm/s.

고전식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K=12mv2 를 풀면

v=2Km=2(3.204×1013J)9.109×1031kg=8.4×108m/s=2.80c

광속의 세 배 가까이 나온다. 명백히 틀렸다.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운동에너지가 정지에너지와 비슷한 자릿수가 되면 반드시 상대론을 써야 한다.

예제 214

질량 1.0g 이 남김없이 에너지로 바뀐다면 얼마인가? 그 에너지로 100W 짜리 전구를 얼마나 오래 켤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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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에너지 E0=mc2 에 그대로 넣는다. 질량을 kg 으로 바꾸는 것을 잊지 말자.

E0=(1.0×103kg)(2.998×108m/s)2=(1.0×103)(8.99×1016)=9.0×1013J

단위를 확인하면 kgm2/s2=J 로 맞는다(6장).

일률이 100W=100J/s 이므로(6장) 켤 수 있는 시간은

t=9.0×1013J100J/s=9.0×1011s

1년이 약 3.16×107s 이므로

9.0×10113.16×107=2.8×104

각설탕 하나 남짓의 질량에 3만 년 가까이 전구를 켤 에너지가 들어 있다. c2 가 어마어마하게 큰 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질량을 남김없이 에너지로 바꾸는 일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핵반응에서도 바뀌는 것은 질량의 1% 미만이고, 화학반응에서는 10억분의 1 수준이라 질량 변화가 사실상 측정되지 않는다. 10장에서 화학반응의 에너지를 다루면서 질량 변화를 무시했던 것이 이 때문이다.

흔한 오해

쌍둥이 중 한 명이 우주선을 타고 갔다 오면 더 젊어져 돌아온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성이라면 우주선에서 볼 때는 지구가 떠났다 돌아온 것 아닌가? 두 사람 다 상대가 젊다고 하면 모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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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처럼 보이는 이유는 두 사람의 처지가 대칭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대칭이 아니다.

특수상대성의 첫째 가정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측자들에 대한 것이다. 지구에 남은 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등속계에 있다. 여행한 쪽은 그렇지 않다. 되돌아오려면 반드시 어느 순간 방향을 바꿔야 하고, 그때 속도가 변한다. 즉 등속계를 갈아탄다.

갈아타는 그 순간에 여행자가 "지금 지구에서는 몇 시인가"라고 부르는 것이 크게 건너뛴다. 동시라고 부르는 것이 관측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건너뜀까지 세면 두 사람의 계산이 정확히 일치한다. 돌아온 쪽이 덜 늙는다.

요점을 한 줄로 하면, 두 사건을 잇는 여러 경로 중 등속으로 곧게 간 경로에서 흐른 시간이 가장 길다는 것이다. 여행자는 곧게 가지 않았으므로 시간이 덜 흘렀다.

이것은 사고실험이 아니다. 정밀한 원자시계를 비행기에 싣고 지구를 돈 실험에서 예측된 만큼의 차이가 측정되었고, 위성항법 시스템은 위성 시계에 이 보정을 넣지 않으면 위치가 하루에 킬로미터 단위로 어긋난다.

빛은 덩어리로 주고받는다

이제 다른 갈래로 간다. 14장에서 빛은 파동이었다. 간섭도 회절도 편광도 모두 파동이어야 설명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파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실험이 둘 있었다.

첫째는 뜨거운 물체가 내는 빛이다. 난로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더 뜨거워지면 하얗게 되는 그 빛이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파장의 빛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그린 것을 흑체복사 스펙트럼이라 한다.

온도가 높을수록 봉우리가 짧은 파장 쪽으로 옮겨 가고 전체 세기가 커진다. 고전 이론은 짧은 파장에서 세기가 끝없이 커진다고 예측했지만 관측은 그렇지 않았다. 이 어긋남이 양자론의 출발점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봉우리가 짧은 파장 쪽으로 옮겨 가고 전체 세기가 커진다. 고전 이론은 짧은 파장에서 세기가 끝없이 커진다고 예측했지만 관측은 그렇지 않았다. 이 어긋남이 양자론의 출발점이다>[원본 보기]

봉우리의 자리는 온도로만 정해진다. 이것을 빈 변위 법칙(Wien's displacement law)이라 한다.

λmaxT=2.90×103mK

문제는 곡선의 모양이었다. 고전 이론으로 계산하면 파장이 짧아질수록 세기가 끝없이 커져야 했다. 그러면 난로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자외선에 타 죽는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다.

1900년에 플랑크는 계산을 맞추기 위해 하나를 가정했다. 진동수 f 로 진동하는 것은 아무 크기의 에너지나 주고받을 수 없고, hf 의 정수배로만 주고받는다. 여기서 h 가 플랑크 상수다. 이 가정 하나로 관측 곡선이 정확히 재현되었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은 이것이 계산 요령이 아니라 빛 자체의 성질이라고 보았다. 빛은 hf 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알갱이의 흐름이며, 그 알갱이를 광자(photon)라 한다.

E=hf=hcλ,p=Ec=hλ

운동량 식은 앞 절의 E2=(pc)2+(mc2)2m=0 을 넣어 얻은 E=pc 에서 나온다. 광자는 질량이 없지만 운동량은 있다.

실전에서는 hc1240eVnm 를 외워 두면 파장에서 에너지를 즉시 얻는다. 파장을 나노미터로 넣으면 에너지가 eV 로 나온다.

예제 216

(가) 태양 표면 온도를 5800K 로 보면 가장 세게 나오는 빛의 파장은? (나) 사람의 체온 310K 에서는? (다) 두 답이 뜻하는 바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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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변위 법칙에 그대로 넣는다. 온도는 반드시 절대온도 K 여야 한다(10장).

(가) λmax=2.90×103mK5800K=5.00×107m=500nm

(나) λmax=2.90×103310=9.35×106m=9.35μm

(다) 500nm 는 가시광선 한가운데(초록빛 근처)다. 사람 눈이 가장 민감한 파장대와 태양이 가장 세게 내는 파장대가 겹친다.

9.35μm 는 가시광선보다 훨씬 긴 적외선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가 어두운 곳에서도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이 빛을 잡기 때문이다.

단위를 확인해 두자. mKK 로 나누면 m 가 남는다. 맞다.

예제 217

파장 500nm 인 빛의 광자 하나는 에너지가 얼마인가? 100W 짜리 광원이 이 파장의 빛만 낸다면 1초에 광자를 몇 개 내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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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1240eVnm 를 쓰면 한 줄이다.

E=hcλ=1240eVnm500nm=2.48eV

개수를 세려면 SI 단위가 필요하다.

E=(2.48eV)(1.602×1019J/eV)=3.97×1019J

100W 는 1초에 100J 을 내보낸다는 뜻이므로(6장)

N=100J/s3.97×1019J=2.5×1020개/s

1초에 광자 2500억의 10억 배가 나간다. 이 숫자가 요점이다. 광자 하나하나가 워낙 작고 개수가 워낙 많아서, 일상에서 빛을 볼 때는 알갱이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고 매끄러운 파동으로만 보인다.

알갱이인 티를 보려면 빛을 아주 약하게 하거나, 광자 하나로 반응이 결정되는 실험을 해야 한다. 다음 절이 그 예다.

광전효과 — 알갱이라는 증거

금속에 빛을 비추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이것을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라 한다. 실험 사실 세 가지가 고전 파동론과 맞지 않았다.

파동으로 생각하면 셋 다 이상하다. 파동이라면 약한 빛도 오래 쬐면 에너지가 쌓여 언젠가 전자가 나와야 하고, 세게 쬘수록 전자가 더 큰 에너지를 갖고 나와야 한다.

광자로 보면 셋 다 당연해진다. 전자 하나는 광자 하나를 통째로 받는다. 금속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데 드는 최소 에너지를 일함수(work function) ϕ 라 하면

Kmax=hfϕ

광자 에너지가 ϕ 보다 작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광자를 아무리 많이 보내도(=세게 비춰도) 각각이 문턱을 못 넘으므로 소용이 없다. 문턱 진동수는 f0=ϕ/h 다.

최대 운동에너지를 진동수에 대해 그리면 직선이다. 기울기는 금속 종류와 무관하게 플랑크 상수 h 이고, 가로 절편이 문턱 진동수, 세로 절편이 일함수의 음수다. 일차함수 하나가 세 가지 실험 사실을 한꺼번에 설명한다
<최대 운동에너지를 진동수에 대해 그리면 직선이다. 기울기는 금속 종류와 무관하게 플랑크 상수 h 이고, 가로 절편이 문턱 진동수, 세로 절편이 일함수의 음수다. 일차함수 하나가 세 가지 실험 사실을 한꺼번에 설명한다>[원본 보기]

실험으로 Kmax 를 재는 방법도 간단하다. 튀어나온 전자를 밀어내는 방향으로 전압을 걸고, 전류가 딱 0이 되는 전압 Vs(정지전압)를 찾는다. 그때 전자가 가진 운동에너지가 전기적 위치에너지로 모두 바뀌었으므로(11장)

Kmax=eVs

예제 218

일함수가 2.30eV 인 금속에 파장 400nm 의 빛을 비추었다. 방출 전자의 최대 운동에너지와 정지전압은? 문턱 파장은? 600nm 의 빛을 비추면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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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 에너지부터 구한다.

E=hcλ=1240eVnm400nm=3.10eV

문턱을 넘으므로 전자가 나온다.

Kmax=hfϕ=3.102.30=0.80eV

정지전압은 Kmax=eVs 에서 얻는다. 에너지를 eV 로 적었으므로 숫자가 그대로 볼트가 된다.

Vs=Kmaxe=0.80V

문턱 파장은 Kmax=0 이 되는 파장이다.

λ0=hcϕ=12402.30=539nm

600nm 는 문턱보다 길다. 파장이 길면 에너지가 작으므로 확인해 보면

E=1240600=2.07eV<2.30eV

전자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 빛의 세기를 100배로 올려도 결과는 똑같다. 광자 하나하나가 문턱을 못 넘으면 개수를 늘려도 소용이 없다.

2자리로 Kmax=0.80eV, Vs=0.80V, λ0=5.4×102nm.

파장과 진동수의 방향을 헷갈리지 말자. 파장이 짧을수록 진동수가 크고 광자 에너지가 크다. 문턱은 진동수에 대해서는 하한이고 파장에 대해서는 상한이다.

예제 219

두 금속 A(ϕ=2.30eV)와 B(ϕ=4.30eV)에 대해 Kmax 를 진동수에 대해 그리면 두 직선이 나온다. 두 직선의 기울기를 비교하라. 이 실험으로 무엇을 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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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x=hfϕf 에 대한 일차함수로 본다. 기울기가 h, 세로 절편이 ϕ 다.

기울기 h 에는 금속에 관한 것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두 직선은 나란하다. 금속을 바꾸면 직선이 아래위로 평행 이동할 뿐이다.

이것이 이 실험의 힘이다. 여러 금속으로 실험해 기울기를 재면 플랑크 상수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실제로 밀리컨이 이 방법으로 h 를 정밀하게 쟀고, 그 값이 플랑크가 흑체복사 곡선을 맞추려고 넣었던 값과 일치했다. 전혀 다른 두 실험에서 같은 상수가 나온 것이다.

문턱 진동수도 확인해 두자.

f0(A)=ϕh=2.30eV4.14×1015eVs=5.6×1014Hz

f0(B)=4.304.14×1015=1.04×1015Hz

A는 가시광선(초록빛 근처)으로도 전자가 나오지만 B는 자외선이라야 나온다. 일함수가 큰 금속일수록 짧은 파장이 필요하다.

물질파 — 알갱이도 파동이다

빛이 파동이면서 알갱이라면, 알갱이는 파동일 수 없는가. 1924년에 드브로이가 이 물음을 뒤집었다. 광자의 운동량이 p=h/λ 라면, 운동량 p 를 가진 어떤 입자에도 파장을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λ=hp

이것을 드브로이 파장(de Broglie wavelength)이라 한다. 느린 입자라면 p=mv 이고, 운동에너지 K=p2/2m 에서 p=2mK 이므로

λ=h2mK

1927년에 데이비슨과 거머가 니켈 결정에 전자를 쏘아 회절 무늬를 얻었다. 14장에서 빛으로 하던 실험을 전자로 한 것이고, 전자가 정말 파동처럼 행동했다.

전자의 파장은 원자 크기와 같은 자리 수라 결정 격자에서 회절한다. 야구공의 파장은 원자핵보다 10의 19제곱 배 넘게 작아 어떤 실험으로도 드러나지 않는다. 거시 세계에서 파동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이 그림에 다 있다
<전자의 파장은 원자 크기와 같은 자리 수라 결정 격자에서 회절한다. 야구공의 파장은 원자핵보다 10의 19제곱 배 넘게 작아 어떤 실험으로도 드러나지 않는다. 거시 세계에서 파동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이 그림에 다 있다>[원본 보기]

그러면 빛은 파동인가 알갱이인가. 답은 "질문이 정하는 대로"다. 간섭 실험을 하면 파동으로 행동하고, 광전효과 실험을 하면 알갱이로 행동한다. 둘 다인 하나의 대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을 파동–입자 이중성이라 한다.

빛을 아주 약하게 해 광자를 하나씩 보내도 스크린에는 점이 하나씩 찍힌다. 그런데 점이 쌓이면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낱낱은 알갱이처럼 도착하고, 도착할 확률은 파동처럼 간섭한다
<빛을 아주 약하게 해 광자를 하나씩 보내도 스크린에는 점이 하나씩 찍힌다. 그런데 점이 쌓이면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낱낱은 알갱이처럼 도착하고, 도착할 확률은 파동처럼 간섭한다>[원본 보기]

예제 220

100eV 로 가속한 전자의 드브로이 파장을 구하라. 같은 속력으로 움직이는 1.0g 짜리 물체와 비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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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에너지를 SI 단위로 바꾼다.

K=100eV=(100)(1.602×1019)=1.602×1017J

운동량을 구한다.

p=2meK=2(9.109×1031)(1.602×1017)=2.919×1047=5.40×1024kgm/s

λ=hp=6.626×10345.40×1024=1.23×1010m=0.123nm=123pm

이 값이 원자 사이 간격(약 0.1nm)과 같은 자릿수라는 것이 결정적이다. 파장과 구조의 크기가 비슷해야 회절이 보인다는 것이 14장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전자는 결정 격자에서 회절하고, 전자현미경이 원자 규모를 볼 수 있다.

이 전자의 속력은 v=p/me=5.40×1024/9.109×1031=5.93×106m/s 다. 광속의 2% 정도라 비상대론 공식을 쓴 것이 정당했다.

1.0g 짜리 물체가 같은 속력이라면

λ=6.626×1034(1.0×103)(5.93×106)=6.626×10345.93×103=1.1×1037m

원자핵 지름(약 1014m)보다도 1023 배 작다. 이런 파장에서 회절을 보려면 그만큼 작은 구조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 거시 물체에서 파동성이 관측되지 않는 이유는 파동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파장이 터무니없이 짧아서다.

예제 221

L 인 상자에 전자를 가두었다. 8장의 정상파와 드브로이 파장만으로 허용되는 에너지를 구하라. L=0.10nm 이면 바닥 에너지는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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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를 파동으로 보면 상자는 양 끝이 고정된 줄과 같다. 8장에서 양 끝이 마디여야 한다는 조건이 파장을 걸러냈다.

L=nλn2λn=2Ln(n=1,2,3,)

드브로이 관계로 운동량으로 바꾼다.

pn=hλn=nh2L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뿐이므로

En=pn22m=n2h28mL2

에너지가 띄엄띄엄한 값만 갖는다. 가두었다는 것 하나에서 양자화가 나왔다. 정상파의 파장이 아무 값이나 될 수 없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다.

숫자를 넣어 보자. L=0.10nm=1.0×1010m, n=1 이다.

E1=(6.626×1034)28(9.109×1031)(1.0×1010)2=4.390×10677.287×1050=6.03×1018J

E1=6.03×10181.602×1019=37.6eV

원자 규모의 에너지가 몇십 eV 라는 것이 이렇게 나온다. 실제 수소 원자의 결합에너지 13.6eV 와 같은 자릿수다. 상자 모형은 거친 근사인데도 자릿수를 맞춘다.

여기서 또 하나 읽을 것이 있다. E11/L2 이므로 좁게 가둘수록 바닥 에너지가 커진다. 그리고 n=1 이 최소이므로 에너지가 0인 상태가 아예 없다. 절대영도에서도 남는 진동(영점 진동)의 기원이 이것이다.

원자 — 보어 모형과 수소 스펙트럼

수소 기체를 방전시키면 연속된 무지개가 아니라 정해진 파장의 선 몇 개만 나온다. 고전 물리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더 나쁜 문제가 있었다. 전자가 핵 주위를 원운동한다면 가속운동을 하는 전하이고, 13장에 따르면 가속하는 전하는 전자기파를 내보내며 에너지를 잃는다. 계산해 보면 원자는 1011s 안에 무너져야 한다.

1913년에 보어는 두 가지를 가정해 이 난관을 넘었다.

  1. 전자는 특정한 궤도에서만 돌 수 있고, 그 궤도에 있는 동안에는 빛을 내지 않는다.
  2. 허용되는 궤도는 각운동량(7장)이 =h/2π 의 정수배인 것들이다. 즉 mvr=n.

둘째 가정은 드브로이 파장으로 보면 뜻이 통한다. 전자의 파가 원 궤도를 한 바퀴 돌아 자기 자신과 이어지려면 원둘레가 파장의 정수배여야 한다.

2πr=nλ=nhppr=nh2π=n

정확히 보어의 가정이다. 8장의 정상파 조건이 원 위에서 되풀이된 셈이다.

이제 계산한다. 필요한 것은 5장의 원운동과 11장의 쿨롱 법칙뿐이다. 양성자와 전자 사이의 전기력이 구심력 노릇을 하므로

ke2r2=mv2rmv2=ke2r

k=8.99×109Nm2/C2 는 쿨롱 상수다. 양자화 조건 mvr=n 에서 v=n/(mr) 를 얻어 위 식에 넣으면

m(nmr)2=ke2rn22mr2=ke2rrn=n22mke2

n=1 일 때의 값을 보어 반지름이라 하고 a0 로 적는다.

a0=2mke2=(1.055×1034)2(9.109×1031)(8.99×109)(1.602×1019)2=5.29×1011m=52.9pm

원자의 크기가 계산에서 나왔다. 그리고 rn=n2a0 이므로 궤도는 n2 에 비례해 빠르게 커진다.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와 전기적 위치에너지의 합이다(11장에서 위치에너지가 ke2/r 였다).

E=12mv2ke2r=ke22rke2r=ke22r

중간에 위에서 얻은 mv2=ke2/r 를 썼다. 여기에 rn=n2a0 를 넣으면

En=ke22a01n2=13.606eVn2

허용된 반지름은 n제곱에 비례하고 에너지는 n제곱에 반비례한다. n 이 커질수록 준위 간격이 좁아져 0 에 몰린다. 전자가 위 준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두 준위의 에너지 차만큼의 광자가 하나 나온다
<허용된 반지름은 n제곱에 비례하고 에너지는 n제곱에 반비례한다. n 이 커질수록 준위 간격이 좁아져 0 에 몰린다. 전자가 위 준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두 준위의 에너지 차만큼의 광자가 하나 나온다>[원본 보기]

부호가 음수인 것은 전자가 묶여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를 13.606eV 만큼 넣어 주어야 E=0, 즉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이 값이 수소의 이온화 에너지다.

전자가 ni 에서 nf 로 떨어지면 그 차이가 광자 하나로 나간다.

hf=EniEnf

수소가 내는 빛은 이어진 띠가 아니라 몇 개의 선뿐이다. 선의 자리가 곧 에너지 준위의 차다. 눈에 보이는 네 선은 모두 n = 2 로 떨어질 때 나오는 것이다
<수소가 내는 빛은 이어진 띠가 아니라 몇 개의 선뿐이다. 선의 자리가 곧 에너지 준위의 차다. 눈에 보이는 네 선은 모두 n = 2 로 떨어질 때 나오는 것이다>[원본 보기]

보어 모형이 옳은 이론은 아니다. 전자가 두 개 이상인 원자에는 맞지 않고, 왜 각운동량이 양자화되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오늘날의 정확한 서술은 뒤에서 볼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그래도 수소의 에너지 준위만큼은 정확한 이론과 같은 값을 주고, 원자 크기와 스펙트럼을 손으로 계산해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쓸모가 있다.

예제 222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n=3 에서 n=2 로 떨어질 때 나오는 광자의 에너지와 파장을 구하라. 무슨 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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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준위의 에너지를 각각 구한다.

E3=13.60632=13.6069=1.512eV

E2=13.60622=13.6064=3.402eV

광자 에너지는 두 값의 차다. 음수끼리의 뺄셈이니 부호에 주의한다.

hf=E3E2=(1.512)(3.402)=1.890eV

파장은 hc=1240eVnm 로 바꾼다.

λ=hcE=12401.890=656nm

656nm 는 붉은색이다. 이 선을 Hα 라 부르고, 성운 사진이 붉게 보이는 주된 이유가 이 선이다. 실측값 656.3nm 과 잘 맞는다.

답이 말이 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위 준위에서 아래로 떨어졌으니 에너지를 내놓아야 하고, 실제로 hf 가 양수로 나왔다. 만약 음수가 나왔다면 뺄셈 순서를 뒤집은 것이다.

예제 223

수소의 이온화 에너지는 13.606eV 다. (가) 이미 n=2 에 올라가 있는 전자를 떼어내는 데는 얼마가 드는가? (나) n=2 궤도의 반지름은? (다) 수소의 발머 계열 중 가장 짧은 파장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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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떼어낸다는 것은 E=0 으로 올린다는 뜻이다. 필요한 에너지는 지금 준위의 깊이만큼이다.

ΔE=0E2=0(3.402)=3.402eV

바닥 상태의 4분의 1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떼어내기 쉬워진다.

(나) rn=n2a0 이므로

r2=(2)2(52.9pm)=212pm

(다) 발머 계열은 n=2 로 떨어지는 전이들이다. 파장이 가장 짧으려면 에너지 차가 가장 커야 하고, 그것은 ni 인 경우다.

ΔE=EE2=0(3.402)=3.402eV

λ=12403.402=364nm

364nm 는 가시광선(약 400nm 부터)보다 짧은 자외선이다. 즉 발머 계열의 선들은 656nm 부터 시작해 364nm 쪽으로 점점 촘촘하게 몰리다가 거기서 끝난다. 앞의 그림에서 선 간격이 왼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가)와 (다)의 계산이 같은 수를 쓰는 것이 눈에 띈다. "n=2 에서 떼어내는 데 드는 에너지"와 "아주 먼 곳에서 n=2 로 떨어질 때 나오는 에너지"는 같은 양이다. 방향만 반대다.

흔한 오해

보어 모형의 그림을 보면 전자가 태양계의 행성처럼 원 궤도를 돈다. 원자는 정말 그렇게 생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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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보어 모형은 정확한 이론이 아니고, 그 그림은 원자의 실제 모습이 아니다.

문제는 뒤에서 볼 불확정성 원리에 있다. 전자가 정해진 반지름의 원 위를 정해진 속력으로 돈다면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된 것인데, 그런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한 서술에서 전자는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핵 주위에 퍼진 확률 분포로 있다. 바닥 상태의 수소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가장 높은 거리가 마침 a0 이고, 그래서 보어의 반지름이 크기의 척도로는 여전히 옳다.

그러면 왜 아직 가르치는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원자 크기와 스펙트럼을 중학 수준의 수학으로 계산해 볼 수 있고, 수소의 에너지 준위 En 만큼은 정확한 결과와 일치하며, 양자화라는 발상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모형은 "틀렸다/맞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맞는가"로 다루는 것이 옳다. 이 장의 첫머리에서 한 이야기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불확정성 원리와 파동함수

입자가 파동이라면 "그 입자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이 이상해진다. 파동은 퍼져 있기 때문이다.

길게 이어진 파는 파장을 정확히 읽을 수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 좁은 묶음은 위치가 분명하지만 몇 파장짜리인지 말하기 어렵다. 파장이 운동량과 묶여 있으므로 이것이 곧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이다
<길게 이어진 파는 파장을 정확히 읽을 수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 좁은 묶음은 위치가 분명하지만 몇 파장짜리인지 말하기 어렵다. 파장이 운동량과 묶여 있으므로 이것이 곧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이다>[원본 보기]

그림의 위쪽처럼 길게 이어진 파는 파장이 뚜렷하다. 대신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으면 답할 수 없다. 아래쪽처럼 좁은 묶음은 위치가 분명하지만 파장이 뚜렷하지 않다. 짧은 묶음을 만들려면 여러 파장을 섞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장은 λ=h/p 로 운동량과 묶여 있다. 그러니 파장이 흐리다는 것은 운동량이 흐리다는 것이다. 위치의 폭을 Δx, 운동량의 폭을 Δpx 라 하면 두 폭의 곱에 하한이 있다.

ΔxΔpx2

이것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 비슷한 관계가 에너지와 시간 사이에도 있다.

ΔEΔt2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이것은 측정 기술의 한계가 아니다. 더 좋은 장치를 만들면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라,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확정된 값으로 갖는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술이다.

그러면 입자의 상태를 무엇으로 적는가. 파동함수(wave function) ψ 로 적는다. ψ 자체는 직접 관측되지 않고, 그 절댓값의 제곱 |ψ|2그 자리에서 입자를 발견할 확률의 밀도다. 파동함수가 따르는 식이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22md2ψdx2+Uψ=Eψ

이 식은 모양만 보여 두고 풀지 않는다. 미분이 두 번 들어가 있어 이 문서의 범위를 넘는다. 다만 무엇을 하는 식인지는 말할 수 있다. 위치에너지 U 를 주면 이 식이 허용되는 에너지 E 와 그때의 ψ 를 골라낸다. 앞에서 상자 속 전자의 에너지가 띄엄띄엄해진 것과 같은 일을, 어떤 모양의 U 에 대해서든 해 준다. 수소 원자에 대해 풀면 보어가 얻은 En 이 그대로 나온다.

예제 225

전자가 크기 0.10nm 인 영역에 갇혀 있다. 불확정성 원리로 운동에너지의 최소 규모를 어림하라. 같은 계산을 1.0mm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한 야구공(0.145kg)에 적용하면?

풀이 보기

자릿수 어림이므로 등호를 쓰고 계산한다. Δx=1.0×1010m 로 두면

Δp2Δx=1.055×10342(1.0×1010)=5.27×1025kgm/s

갇힌 전자의 평균 운동량은 0이다(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그러니 실제 운동량의 크기는 대체로 그 폭 정도, 즉 pΔp 로 어림할 수 있다.

K(Δp)22me=(5.27×1025)22(9.109×1031)=2.78×10491.82×1030=1.52×1019J

K1.52×10191.602×1019=0.95eV

자릿수 어림이므로 "수 eV 규모"로 읽어야 한다. 앞에서 상자 모형으로 얻은 37.6eV, 수소의 실제 결합에너지 13.6eV 와 같은 자릿수다.

야구공은 어떨까. Δx=1.0×103m 로 두면

Δv2mΔx=1.055×10342(0.145)(1.0×103)=3.6×1031m/s

속도의 불확정성이 1031m/s 다. 우주의 나이만큼 기다려도 이만한 속도로는 원자 하나 크기도 움직이지 못한다. 불확정성 원리는 야구공에도 성립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두 계산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1034 규모의 아주 작은 수라는 사실뿐이다. 다루는 것이 원자 규모일 때만 이 수가 의미를 갖는다.

예제 226

어떤 들뜬 상태의 원자가 평균 1.0×108s 만에 빛을 내며 아래 준위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나오는 스펙트럼선의 에너지 폭은 최소 얼마인가? 2.0eV 짜리 전이라면 상대적으로 얼마나 되는가?

풀이 보기

그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Δt=1.0×108s 정도이므로 에너지–시간 관계를 쓴다.

ΔE2Δt=1.055×10342(1.0×108)=5.3×1027J

ΔE=5.3×10271.602×1019=3.3×108eV

2.0eV 에 견주면

3.3×1082.0=1.7×108

1억분의 2 정도다. 아주 작지만 0은 아니다. 그래서 스펙트럼선은 무한히 가는 선이 아니라 아주 좁은 띠이고, 이 폭을 자연 선폭이라 한다.

여기서 읽을 것은 방향성이다. 오래 사는 상태일수록 선이 가늘다. 수명이 긴 상태에서 나오는 빛은 진동수가 아주 잘 정해져 있고, 이것이 원자시계와 레이저 기준선의 원리다. 반대로 아주 빨리 붕괴하는 상태는 선이 넓어져 에너지 값 자체를 정하기 어려워진다.

정리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들이다.

기호이름단위핵심 관계
γ로런츠 인자없음γ = 1/√(1 − v²/c²), 언제나 1 이상
Δt₀고유시간s두 사건이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계의 시간. 가장 짧다
L₀고유길이m물체와 함께 있는 계에서 잰 길이. 가장 길다
E₀정지에너지J 또는 eVE₀ = mc². 전자는 0.511 MeV
h플랑크 상수J·sE = hf. 광전효과 직선의 기울기
ħ환산 플랑크 상수J·sħ = h/2π = 1.055×10⁻³⁴ J·s
eV전자볼트(에너지)1 eV = 1.602×10⁻¹⁹ J. hc = 1240 eV·nm
φ일함수eV금속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최소 에너지
λ드브로이 파장mλ = h/p. 전자 100 eV 에서 123 pm
a₀보어 반지름m52.9 pm. r(n) = n² a₀
ψ파동함수(상태)|ψ|² 이 발견 확률의 밀도

관계식만 모으면 이렇다.

상황결과조건
시간 팽창Δt = γ Δt₀고유시간이 무엇인지 먼저 정한다
길이 수축L = L₀ / γ진행 방향으로만 줄어든다
속도 덧셈u' = (u+v) / (1 + uv/c²)한쪽이 c 이면 결과도 c
상대론적 에너지E = γmc², K = (γ−1)mc²v ≪ c 에서 ½mv² 로 돌아간다
에너지-운동량E² = (pc)² + (mc²)²광자는 m = 0 이라 E = pc
빈 변위 법칙λ(max) T = 2.90×10⁻³ m·K흑체복사
광자E = hf = hc/λ, p = h/λ
광전효과K(max) = hf − φ, f₀ = φ/h문턱 아래에서는 세기 무관하게 0
물질파λ = h/p = h/√(2mK)느린 입자
상자 속 입자E(n) = n²h² / (8mL²)양 끝이 마디인 정상파
수소 원자r(n) = n² a₀, E(n) = −13.606 eV / n²보어 모형. 수소에만 맞는다
불확정성Δx Δp ≥ ħ/2, ΔE Δt ≥ ħ/2상태 자체의 성질

언제 어느 도구를 써야 하는지는 두 가지만 견주면 정해진다.

속력을 광속과 견주고, 드브로이 파장을 계의 크기와 견준다. 둘 다 작으면 4~13장의 도구로 충분하고, 하나라도 크면 그쪽 보정이 필요하다. 새 물리는 옛 물리를 뒤엎은 것이 아니라 그 적용 범위를 밝힌 것이다
<속력을 광속과 견주고, 드브로이 파장을 계의 크기와 견준다. 둘 다 작으면 4~13장의 도구로 충분하고, 하나라도 크면 그쪽 보정이 필요하다. 새 물리는 옛 물리를 뒤엎은 것이 아니라 그 적용 범위를 밝힌 것이다>[원본 보기]

이 장에서 하나만 고른다면 플랑크 상수의 크기다. h1034 규모라는 사실이 원자의 크기를 정하고, 스펙트럼선의 자리를 정하고, 야구공에서 파동성이 보이지 않게 하고, 우리가 4장부터 13장까지 양자를 몰라도 세상을 설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찬가지로 c3×108m/s 로 크다는 사실이 상대론을 일상에서 감추었다. 두 상수가 조금만 달랐다면 우리가 "상식"이라 부르는 것의 목록도 달라졌을 것이다.

부록 — 차원해석과 불확도 전파

3장에서 두 도구를 가볍게 쓰고 넘어갔다. 차원해석은 그때까지 정의한 양(넓이·부피·속력·밀도)만으로 다뤘고, 불확도 전파는 합·차와 곱·몫의 두 특수형만 남긴 채 일반식을 미뤄 두었다. 미뤄 둔 나머지를 여기서 정리한다.

이 부록은 본문을 다 읽은 뒤에 보는 것이 좋다. 표에 나오는 양이 앞에서 전부 정의되어 있어야 표가 읽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본문의 어떤 장도 이 부록을 전제하지 않는다. 여기서 새로 배우는 물리는 없고, 이미 아는 것을 한자리에 모아 다시 보는 것이 전부다.

물리량의 차원 표

3장에서 길이 L, 질량 M, 시간 T 셋을 썼다. 여기에 전류 I 와 온도 Θ(그리스 대문자 세타) 둘을 더하면 이 문서에 나온 양의 차원을 전부 적을 수 있다. 나머지 두 기본량(물질량·광도)은 이 문서의 식에 차원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표를 만드는 방법은 3장과 똑같다. 정의를 그대로 차원으로 옮기면 된다. 그러니 이 표는 외울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고, 아래는 그렇게 만든 결과를 한자리에 모아 둔 것뿐이다.

나온 장정의 관계차원SI 단위
속력 v3거리 ÷ 시간L T⁻¹m/s
밀도 ρ3질량 ÷ 부피M L⁻³kg/m³
가속도 a4속도 변화 ÷ 시간L T⁻²m/s²
힘 F5m aM L T⁻²N
만유인력상수 G5F r² / (m₁m₂)M⁻¹ L³ T⁻²N·m²/kg²
운동량 p6m vM L T⁻¹kg·m/s
일 · 에너지 W, E6F dM L² T⁻²J
일률 P6일 ÷ 시간M L² T⁻³W
각속도 ω7각 ÷ 시간T⁻¹rad/s
관성모멘트 I7m r²M L²kg·m²
토크 τ7r FM L² T⁻²N·m
각운동량 L7I ωM L² T⁻¹kg·m²/s
파수 k82π ÷ 파장L⁻¹rad/m
압력 P9힘 ÷ 넓이M L⁻¹ T⁻²Pa
비열 c10열 ÷ (질량 × 온도차)L² T⁻² Θ⁻¹J/(kg·K)
엔트로피 S10열 ÷ 온도M L² T⁻² Θ⁻¹J/K
전하 q11전류 × 시간I TC
전기장 E11힘 ÷ 전하M L T⁻³ I⁻¹N/C = V/m
전위 V11에너지 ÷ 전하M L² T⁻³ I⁻¹V
전기용량 C11전하 ÷ 전위차M⁻¹ L⁻² T⁴ I²F
저항 R11전압 ÷ 전류M L² T⁻³ I⁻²Ω
자기장 B12힘 ÷ (전하 × 속력)M T⁻² I⁻¹T
인덕턴스 L12기전력 ÷ (전류 변화율)M L² T⁻² I⁻²H
플랑크 상수 h15에너지 ÷ 진동수M L² T⁻¹J·s

표에서 글자가 겹치는 것이 몇 있다. I 는 관성모멘트(7장)이자 전류(11장)이고, L 은 각운동량(7장)·잠열(10장)·인덕턴스(12장)로 쓰였으며, P 는 일률(6장)과 압력(9장)이다. 어느 쪽인지는 언제나 그 장의 맥락이 정한다.

표를 가로로 읽는 것 말고 세로로 읽으면 보이는 것이 있다.

규칙은 3장의 둘 그대로다. 등식의 양변과 덧셈으로 묶이는 각 항은 차원이 같아야 하고, 초월함수의 인수는 무차원이어야 한다. 3장에서는 기호를 쓰지 않고 미뤄 두었던 그 함수들이 이제 다 나왔다. 사인과 코사인(8장), 지수 ex(11장), 로그 log10(8장)이 전부다.

예제 227

팽팽한 줄을 따라 가는 횡파의 속력 v 가 줄의 장력 F 와 선밀도 μ 에만 의존한다고 가정하고, 차원해석으로 형태를 구하라. 8장의 결과와 견주어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속력의 형태다. 아는 것은 세 양의 차원이다. [v]=LT1, [F]=MLT2, 그리고 선밀도는 길이당 질량이므로 [μ]=ML1.

거듭제곱의 곱으로 놓는다.

v=CFaμb

LT1=(MLT2)a(ML1)b=Ma+bLabT2a

지수를 견준다. T 부터 보는 것이 빠르다. a 가 곧바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T:2a=1a=12,M:a+b=0b=12

남은 L 은 검산이 된다. ab=12+12=1 로 좌변의 L1 과 맞는다. 미지수가 둘인데 조건이 셋이라 하나가 남고, 그 하나가 공짜 검산이 된다.

v=CFμ

8장에서 얻은 식은 v=F/μ 였으므로 C=1 이다. 차원해석은 여기서도 C 를 주지 못했다. 다만 이번에는 운이 좋아 그 값이 1이었을 뿐이고, 진자에서는 2π 였다.

얻은 것도 분명하다. 줄의 길이도 진폭도 진동수도 파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차원만으로 알았다. 길이는 이미 μ 안에 들어 있고, 진폭은 차원이 길이라 Fμ 만으로는 짝지을 수 없다.

예제 228

다음 식들에서 상수의 차원을 결정하라. (가) 방전하는 축전기의 q(t)=q0et/τ 에서 τ, (나) 파동의 y=Asin(kxωt) 에서 kω, (다) 소리의 β=10log10(I/I0) 에서 β

풀이 보기

세 문제 모두 초월함수의 인수는 무차원이라는 규칙 하나로 풀린다. 값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가) 지수 자리의 t/τ 가 무차원이어야 한다. t 의 차원이 T 이므로 [τ]=T, 즉 시간이다. 이름이 "시간상수"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et/τ 전체가 무차원이므로 q(t)q0 의 차원이 같다는 것도 따라 나온다.

(나) 사인의 인수 kxωt 는 무차원이어야 하고, 게다가 뺄셈으로 묶여 있으므로 두 항의 차원이 서로 같아야 한다. 규칙 둘이 동시에 걸리는 자리다.

[kx]=1[k]=L1,[ωt]=1[ω]=T1

검산해 보자. 8장에서 파의 속력이 v=ω/k 였는데, 차원은 T1/L1=LT1 로 속력이 맞다.

(다) 로그의 인수 I/I0 는 세기를 세기로 나눈 것이라 이미 무차원이다. 로그값도 무차원이고 10을 곱해도 그대로이므로 β차원이 1이다. 데시벨(dB)이 SI 허용 단위 목록에서 "정의상 무차원"으로 적혀 있는 것이 이 사정이다.

여기서 얻는 실용적 습관 하나. 낯선 식을 만나면 초월함수의 괄호 안부터 본다. 괄호 안이 무차원이 아니면 그 식은 틀렸거나 내가 기호를 잘못 읽은 것이다.

흔한 오해

차원이 같으면 단위도 같으니, 두 양을 더해도 되는 것 아닌가?

풀이 보기

아니다. 차원이 같다는 것은 더할 자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표에서 본 대로 일과 토크는 차원이 ML2T2 로 같다. 그러나 일은 방향이 없는 스칼라이고 토크는 회전축 방향을 가진 벡터다. 둘을 더한 값은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서 단위도 일부러 갈라 적는다. 일과 에너지는 J, 토크는 Nm 다. 같은 조합인데 다르게 적는 이유가 이것이다.

각운동량과 플랑크 상수도 마찬가지다. 차원은 같지만 하나는 물체의 운동 상태이고 하나는 자연의 상수다. 더할 일이 없다.

방향을 빼고 봐도 문제가 남는다. 7장의 회전 에너지 12Iω2 와 직선 운동에너지 12mv2 는 차원이 같고 실제로 더해도 된다. 구르는 물체의 전체 운동에너지가 그 합이었다. 여기서는 되고 앞에서는 안 되는 차이는 차원이 아니라 무엇을 세고 있는가에서 온다. 차원은 그 판단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정리하면 차원 검사는 계산 전에 30초 쓰는 필터이고,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다. 3장에서 말한 것과 같다. 차원이 틀리면 반드시 틀렸고, 맞으면 아직 모른다.

불확도 전파의 일반식

3장에서는 두 특수형만 썼다. 합·차는 절대불확도를 제곱합하고, 곱·몫·거듭제곱은 상대불확도를 제곱합한다는 것이었다. 실험에서 만나는 식이 그 둘 중 하나가 아닐 때 쓰는 것이 일반식이다.

먼저 기호 하나를 정한다. 변수가 여럿인 함수 f(x,y,) 에서 y 를 비롯한 나머지를 상수로 붙들어 두고 x 로만 미분한 것을 편미분(partial derivative)이라 하고 f/x 로 적는다. 는 "라운드 디"라고 읽는다. 4장에서 dx/dt 를 "그래프 접선의 기울기"로 읽었던 것과 같은 뜻이고, 다만 어느 변수 방향의 기울기인지를 밝힌 것뿐이다. 13장의 맥스웰 방정식 미분형에서 만난 기호가 이것이다. 계산 규칙은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미분법 의 규칙을 그 변수에만 적용하면 된다.

이제 일반식은 이렇다. 각 측정의 오차가 서로 무관할 때 성립한다.

uf2=(fx)2ux2+(fy)2uy2+

뜻은 3장의 직관 그대로다. xux 만큼 흔들리면 f 는 대략 기울기 곱하기 흔들림, 즉 (f/x)ux 만큼 흔들린다. 변수마다 그렇게 생긴 흔들림을 제곱해서 더한 뒤 제곱근을 취한 것이 위 식이다. 편미분은 "그 변수 하나가 결과를 얼마나 세게 흔드는가"를 재는 계수일 뿐이다.

오차가 서로 무관하지 않으면 이 식이 과소평가가 된다. 같은 계측기의 교정 오류처럼 원인이 공통이면 흔들림이 같은 방향으로 몰리므로 단순 합에 가까워진다. 3장 마지막 예제에서 짚은 그 사정이다.

예제 230

3장에서 쓴 두 특수형이 위 일반식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유도이므로 계산할 값이 없다. 각 경우의 편미분만 구하면 된다.

합·차. f=x+y 이면 y 를 상수로 보고 x 로 미분한 값이 1이고, 반대도 1이다.

fx=1,fy=1uf=ux2+uy2

f=xy 여도 둘째 편미분이 1 이 될 뿐 제곱하면 같다. 빼는 경우에도 불확도는 줄지 않고 늘어난다. 여기가 가장 자주 틀리는 곳이다.

곱·몫·거듭제곱. f=xpyq 이면

fx=pxp1yq=pfx

xp1=xp/x 로 묶은 것이 요령이다. 이렇게 하면 f 가 통째로 튀어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f/y=qf/y 다. 일반식에 넣고 양변을 f2 로 나누면

uf2f2=(puxx)2+(quyy)2

제곱근을 취하면 3장의 둘째 특수형이다. 곱·몫에서 상대불확도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편미분이 f/x 꼴로 나와서 양변을 f 로 나누면 식이 깨끗해지기 때문이지, 관례여서가 아니다.

지수 p 가 그대로 앞에 곱해지는 것도 보라. 3장에서 지름의 상대불확도가 두 배로 들어갔던 것이 이 p=2 다.

예제 231

14장의 스넬 법칙으로 유리의 굴절률을 잰다. 공기에서 입사각 θ1=45.0±0.5, 유리 안의 굴절각 θ2=28.0±0.5 를 얻었다. 굴절률과 그 불확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굴절률과 그 불확도다. 공기의 굴절률을 1로 보면 스넬 법칙은 sinθ1=nsinθ2 이므로

n=sinθ1sinθ2

왜 일반식이 필요한가. 이 식은 합·차도 아니고 거듭제곱의 곱도 아니다. 사인이 끼어 있어 3장의 두 특수형 중 어느 쪽에도 맞지 않는다. 일반식을 써야 하는 전형적인 경우다.

값부터 구한다. sin45.0=0.7071, sin28.0=0.4695 이므로

n=0.70710.4695=1.506

이제 편미분 둘이다. θ2 를 상수로 보고 θ1 로 미분하면 분자만 미분되고, 반대는 분모를 미분해야 한다.

nθ1=cosθ1sinθ2=0.70710.4695=1.506

nθ2=sinθ1cosθ2sin2θ2=1.506×0.88290.4695=2.833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미분 공식 (sinθ)=cosθ 는 각이 라디안일 때만 맞으므로, 불확도도 라디안으로 바꿔 넣어야 한다. 7장에서 본 그대로다.

uθ=0.5=0.5×π180=8.73×103rad

일반식에 넣는다. 편미분의 부호는 제곱하면 사라지므로 크기만 쓰면 된다.

un2=(1.506×8.73×103)2+(2.833×8.73×103)2

un2=(1.314×102)2+(2.473×102)2=7.84×104

un=2.80×102

따라서 n=1.51±0.03 이다. 유리의 굴절률이 1.5 근처라는 14장의 값과 맞는다.

답이 말이 되는가. 두 각의 불확도가 똑같이 0.5 인데 굴절각 쪽이 결과를 두 배 가까이 세게 흔들었다. 기여로 따지면 (2.473/2.80)2=0.78, 즉 78%다. 이유는 편미분이 말해 준다. θ2 는 분모에 있고 사인이 제곱으로 들어가 있어 민감도가 크다. 정밀도를 높이려면 굴절각을 더 잘 재야 한다. 3장의 원통 예제에서 지름이 그랬던 것과 같은 종류의 결론이고, 어느 변수를 더 잘 재야 하는지 알려 준다는 것이 불확도 전파의 진짜 쓸모다.

마지막으로 라디안을 잊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보아 두자. uθ=0.5 를 그대로 넣으면 un=1.6 이 나온다. 굴절률 자체보다 큰 불확도라 한눈에 이상하다. 말이 안 되는 답은 대개 단위에서 온다.

더 공부할 것

학사 과정의 일반물리학은 여기서 끝난다. 다음 단계는 각 주제를 정식 수학 도구로 다시 쓰는 일이다. 아래는 표준적인 후속 과목과, 이 문서에서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은 부분이다.

후속 과목

과목핵심 도구이 문서에서 이어지는 곳
고전역학 (해석역학)라그랑주·해밀턴 형식, 변분법5~7장. 힘 대신 에너지로 운동을 기술
전자기학벡터 미적분, 경계값 문제, 특수함수11~13장. 맥스웰 방정식을 정면으로 푼다
양자역학슈뢰딩거 방정식, 선형대수, 힐베르트 공간15장. 보어 모형을 대체
통계역학분배함수, 앙상블, 확률분포10장. 열역학 법칙의 미시적 근거
상대론민코프스키 시공간, 텐서, 미분기하15장. 특수 → 일반상대성
고체물리주기 포텐셜, 밴드 이론, 페르미 통계11장 + 양자역학
광학 (물리광학)푸리에 광학, 코히런스 이론14장을 파동 관점으로 재구성
전산물리수치적분, 유한차분, 몬테카를로해석해가 없는 문제 전반

이 문서에서 다루지 않은 것과 그 이유

문제 풀이 능력을 기르는 방법

  1. 예제를 풀이를 보지 않고 먼저 푼다. 이 문서의 모든 풀이 블록이 접혀 있는 이유다.
  2. 답이 나오면 항상 세 가지를 검사한다. 차원이 맞는가, 자리 수가 그럴듯한가, 극한(질량을 0으로, 각을 090 로)에서 알려진 결과로 수렴하는가.
  3. 같은 문제를 두 가지 방법으로 푼다. 힘으로 한 번, 에너지로 한 번. 두 답이 다르면 반드시 하나가 틀렸고, 그 지점에서 개념이 정리된다.
  4. 숫자를 넣기 전에 기호로 끝까지 푼다. 소거되는 양(질량, 반지름)이 보이면 그 문제의 구조가 드러난다.
  5. 틀린 문제를 모아 둔다. 틀리는 지점은 거의 항상 소수의 개념에 몰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