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 날짜: 2026-08-29

이 문서를 읽는 방법

이 문서는 일반생물학(general biology)을 기초부터 학사 과정 수준까지 혼자 읽어 나갈 수 있도록 정리한 자습서다. 강의 없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가는 것을 전제로 썼다.

생물학은 흔히 암기 과목으로 취급되지만, 학사 수준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능력은 두 가지다. 첫째, 관찰을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것. 둘째, 그 메커니즘을 숫자로 검산하는 것. 그래서 이 문서의 예제는 상당수가 계산이고, 계산이 어려운 주제는 "이 관찰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또는 "이 그림에서 무엇을 읽어내는가" 형태의 문제로 만들었다.

필요한 것은 중학교 수학이다

이 문서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막히지 않도록 쓰였다. 가정하는 것은 중학교 수학과 중학교 과학까지다.

그 위의 도구는 필요해지는 자리에서 그때그때 도입한다.

화학 지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원자와 결합, 몰과 몰농도, pH, 산화-환원, 자유에너지 ΔG모두 4장에서 필요한 만큼 설명한다. 더 깊이 보고 싶으면 이 사이트의 일반화학 문서를 참고하면 되지만, 이 문서를 읽기 전에 그것을 끝낼 필요는 없다.

미적분은 쓰지 않는다. 효소 동역학과 개체군 성장은 미적분으로 유도되는 결과식이 있지만, 둘 다 그래프를 읽는 방식한 세대에 얼마나 느는가를 세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이 문서가 지키려는 약속

권장 순서와 장별 난이도

세 줄기가 있다. 위에서 아래로 개념이 쌓이므로 줄기 안에서는 순서를 바꾸지 않는 편이 좋다.

  1. 세포와 대사 줄기(3~7장): 생명의 특징 → 생명의 화학 → 세포 구조와 막 → 세포 호흡 → 광합성. 뒤 장이 앞 장을 그대로 쓴다.
  2. 유전 줄기(8~12장): 세포 주기와 분열 → 멘델 유전학 → 중심원리 → 발현 조절 → 생명공학. 분열을 모르고 유전을 하면 감수분열의 어느 시기에 무엇이 갈라지는지가 계속 헷갈린다.
  3. 개체 이상 줄기(13~17장): 진화 → 다양성 → 식물 → 동물 → 생태학. 앞 두 줄기를 읽은 뒤가 좋지만, 급하면 13장만 먼저 읽고 들어와도 된다.
주제난이도예상 시간앞에 필요한 장
3생명의 특징과 연구 방법2시간-
4생명의 화학★★★5시간3
5세포 구조와 막★★3시간4
6세포 호흡과 발효★★★4시간5
7광합성★★★3시간6
8세포 주기와 분열★★3시간5
9멘델 유전학★★★5시간8
10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4시간4, 8
11유전자 발현 조절★★★3시간10
12생명공학★★3시간10, 11
13진화★★★4시간9
14생물의 다양성2시간13
15식물의 구조와 생리★★3시간5, 7
16동물의 구조와 생리★★★★6시간5, 6
17생태학★★4시간13

전체를 한 번 통독하는 데 대략 55시간 정도가 든다. 한 학기 강의 두 과목(세포·분자 / 개체·생태) 분량으로 보면 된다.

처음 읽을 때는 본문과 예제 문제만 보고 풀이는 접어 둔 채로 스스로 풀어 보는 것을 권한다. 풀이 블록은 기본적으로 접혀 있다.

이 문서의 표기 규약

참고문서

아래는 모두 공개된 1차 자료 또는 공식 데이터베이스다. 생물학은 사실이 빠르게 갱신되므로, 숫자를 인용할 일이 있으면 교재보다 이쪽을 확인하는 것이 낫다.

서열·구조·유전체 데이터베이스

대사 경로와 정량 자료

분류·계통·생태

강의와 교재

위 링크는 모두 접속을 확인했다. 데이터베이스의 수치(유전자 수, 서열 판본, 분류 체계)는 갱신되므로, 이 문서에 적힌 값과 다르면 원문을 우선한다.

생명의 특징과 연구 방법

생물학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시작하지 않는다. 합의된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살아 있는 것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성질의 목록을 두고, 어떤 대상이 그 목록을 얼마나 만족하는지로 이야기한다. 이 장은 그 목록을 세우고, 생물학자가 무엇을 어떻게 재는지를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생물학은 얼마나 작은 것을 다루는가, 무엇을 생물이라 부르는가,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주장을 어떻게 검증하는가, 그리고 세포에는 왜 두 종류밖에 없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없다. 중학교 과학과 중학교 수학이면 충분하다. 다만 이 장에서 세우는 크기 감각단위는 뒤의 모든 장에서 계속 쓰인다. 여기서 μm 와 nm 의 차이가 몸에 붙지 않으면 5장의 세포 구조부터 막힌다.

생물학은 얼마나 작은 것을 다루는가

생물학의 대상은 사람 키만 한 것에서 원자 하나까지 걸쳐 있다. 그런데 그 사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는 숫자로 보지 않으면 감이 오지 않는다.

눈금 한 칸이 10배다. 세포는 마이크로미터 자리에, 세포 안의 분자는 나노미터 자리에 몰려 있고 두 자리 사이가 1000배 벌어져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할 것
<눈금 한 칸이 10배다. 세포는 마이크로미터 자리에, 세포 안의 분자는 나노미터 자리에 몰려 있고 두 자리 사이가 1000배 벌어져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할 것>[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이 100억 배 차이다. 둘째, 그 넓은 범위 안에서 세포는 한 자리에, 세포 안의 부품은 그보다 1000배 작은 다른 한 자리에 몰려 있다. 생물학의 계산은 대부분 이 두 자리 사이를 오간다.

접두어 — 작은 수를 짧게 쓰는 법

세균 하나의 크기를 0.0000005m 라고 쓰면 0을 세다가 틀린다. 그래서 두 가지 도구를 쓴다.

첫째는 10의 거듭제곱이다. 103 은 10을 세 번 곱한 1000이고, 103 은 그 역수인 1/1000=0.001 이다. 어떤 수든 "1 이상 10 미만인 수"에 10의 거듭제곱을 곱한 꼴로 적을 수 있다. 소수점을 오른쪽으로 옮긴 칸수가 음의 지수다.

0.0000005=5×107,3100000000=3.1×109

곱하면 지수를 더하고 나누면 지수를 뺀다. (2×105)×(3×102)=6×103 이다.

둘째는 접두어(prefix)다. 10의 거듭제곱에 이름을 붙여 단위 앞에 쓴다.

접두어기호곱하는 값생물학에서 만나는 자리
피코p10⁻¹²원자 사이의 거리 154 pm
나노n10⁻⁹DNA 이중나선의 굵기 2 nm
마이크로μ10⁻⁶사람 세포의 지름 약 20 μm
밀리m10⁻³사람 난자의 지름 약 0.2 mm
센티c10⁻²자로 재는 길이
킬로k10³단백질 질량 50 kDa

한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접두어는 단위에 먼저 붙고, 제곱·세제곱은 그 붙은 덩어리 전체에 걸린다. 1μm2 는 "마이크로미터를 제곱한 것"이므로

1μm2=(106m)2=1012m2,1μm3=1018m3

지수가 두 배, 세 배가 된다. 세포의 부피와 표면적을 다룰 때마다 나오는 함정이다.

분자 하나의 무게를 재는 단위 — 달톤

단백질 하나의 질량을 킬로그램으로 적으면 1023 자리가 되어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달톤(dalton, 기호 Da)을 쓴다.

1Da 는 탄소-12 원자 하나 질량의 12분의 1이고, 값으로는 1.660539×1027kg 다. 수소 원자 하나가 대략 1Da 이므로, 달톤 값은 "수소 원자 몇 개어치인가"에 가깝다.

실제로는 1kDa=103Da 단위로 쓴다. 물은 18Da, 아미노산 하나는 평균 110Da 남짓, 보통 크기의 단백질은 3060kDa 이다. 이 단위는 4장의 거대분자와 뒤의 여러 계산에서 계속 쓴다.

SI 허용 단위와, 다른 책에서 만나는 비SI 단위

이 문서는 서술과 계산을 모두 SI 단위와 'SI 허용 단위'로만 쓴다. 허용 단위는 SI 단위가 아니지만 SI와 함께 쓰도록 국제도량형국(BIPM)이 인정한 것으로, 목록이 짧고 고정되어 있다.

단위기호SI 값
시간minute / hour / daymin / h / d60 s / 3600 s / 86400 s
평면각degree / minute / second° / ′ / ″π/180 rad / (1/60)° / (1/60)′
넓이hectareha10⁴ m²
부피litreL10⁻³ m³ (한 변 10 cm 인 정육면체)
질량tonne / daltont / Da10³ kg / 약 1.66054×10⁻²⁷ kg
에너지electronvolteV1.602176634×10⁻¹⁹ J (정확)
길이astronomical unitau149597870700 m (정확)
로그 비neper / bel / decibelNp / B / dB정의상 무차원

생물학에서 실제로 자주 쓰는 것은 min, h, d, L, ha, Da 정도다. 섭씨온도 C 는 허용 단위가 아니라 SI 유도단위이므로 제한 없이 쓴다.

위 목록에 없는 단위는 이 문서에서 쓰지 않는다. 다만 다른 교재나 논문에서는 아래 단위들을 자주 만나므로, 마주쳤을 때 SI로 옮길 수 있도록 여기 한 번만 정리해 둔다. 이 표 바깥에서는 이 단위들을 쓰지 않는다.

단위기호SI 값생물학에서 만나는 자리
기압atm101325 Pa (정확)기체 교환, 삼투압. 표준대기압이며 정의값이다
bar10⁵ Pa (정확)수분 퍼텐셜, 삼투압
토르Torr101325/760 ≈ 133.322 Pa기체 분압
수은주밀리미터mmHg≈ 133.322 Pa혈압, 산소 분압. 관례상 Torr 와 같게 보지만 정의가 다르다
열화학 칼로리cal4.184 J (정확)대사와 영양
영양 칼로리Cal = kcal4184 J (정확)식품 표시. 소문자 cal 의 1000배라 혼동이 잦다
옹스트롬Å10⁻¹⁰ m (정확)결합 길이. 이 문서는 pm 과 nm 을 쓴다
몰농도 기호M1 M = 1 mol/L이 문서는 mol/L 로 적는다

이 문서의 약속은 이렇다. 압력은 PakPa, 에너지는 JkJ, 분자 규모의 길이는 nmpm, 농도는 mol/L 을 쓴다. 다른 책의 수치가 이 문서와 전혀 달라 보이면 값을 그대로 견주지 말고 위 표로 단위부터 맞추면 된다.

예제 1

대장균 한 개의 부피가 1.0μm3 이고 밀도가 물과 비슷한 1.1g/cm3 이라 하자. 질량의 70%가 물이고, 남은 건조 질량의 55%가 단백질이며, 단백질 하나의 평균 질량이 30kDa 이라면 세포 하나에 단백질 분자가 몇 개나 들어 있는가?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개수다. 전체 단백질 질량을 단백질 하나의 질량으로 나누면 나온다. 그러니 두 값을 각각 만든다.

먼저 세포의 질량이다. 밀도의 분모가 cm3 이므로 부피를 cm3 로 맞춘다. 1μm=106m=104cm 이므로 세제곱하면

1μm3=(104cm)3=1012cm3

m=1.1g/cm3×1012cm3=1.1×1012g

물이 70%이므로 건조 질량은 30%다. 그중 55%가 단백질이다.

m단백질=1.1×1012×0.30×0.55=1.8×1013g

다음은 단백질 하나의 질량이다. 1Da=1.66×1024g 이므로

m1=3.0×104Da×1.66×1024g/Da=5.0×1020g

나눈다.

N=1.8×10135.0×1020=3.6×106

약 400만 개다. 답이 말이 되는가. 세균 하나에 단백질 분자가 수백만 개라는 것은 실측 보고와 자릿수가 맞는다. 이런 어림 계산의 목적은 소수점 아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릿수를 잡는 것이다. 자릿수가 맞으면 성공이고, 자릿수가 어긋나면 어딘가에서 접두어를 잘못 옮긴 것이다.

실제로 여기서 가장 많이 틀리는 곳은 μm3cm3 환산이다. 104 를 세제곱해야 하는데 그대로 쓰면 답이 108 배 어긋난다.

예제 2

사람 세포 하나에 든 DNA 를 이어 붙이면 길이가 약 2 m 다. 이 세포의 핵은 지름이 약 6μm 다. 두 길이의 비를 구하고, 지름 2 cm 짜리 구슬에 견주면 얼마짜리 실을 넣는 셈인지 답하라.

풀이 보기

묻는 것은 비율이므로 단위를 같게 맞춘 뒤 나누면 된다. 6μm=6×106m 이므로

2m6×106m=3.3×105

약 33만 배다. 단위가 서로 지워져 순수한 수가 나왔으니 비율을 제대로 구한 것이다.

이제 구슬로 옮긴다. 구슬의 지름이 2cm=0.02m 이므로, 같은 비율이 되려면 실의 길이는

L=0.02m×3.3×105=6.7×103m6.7km

지름 2 cm 짜리 구슬 안에 7 km 짜리 실을 넣는 것과 같은 비율이다. 게다가 엉키면 안 되고, 필요한 구간을 골라 꺼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세포가 DNA 를 어떻게 접어 넣는지가 왜 그 자체로 중요한 문제인지가 여기서 나온다.

참고로 이 계산은 길이의 비다. 부피의 비를 물었다면 답이 완전히 달라진다. 무엇의 비를 묻는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제 3

다음을 고쳐 써라. (가) 0.000000046m 를 nm 으로 (나) 25nm 를 m 로 (다) 넓이 6.0μm2nm2 로.

풀이 보기

(가) 먼저 지수 표기로 만든다. 소수점을 오른쪽으로 8칸 옮겼으므로

0.000000046m=4.6×108m

1nm=109m 이므로 109 이 몇 개인지 세면 된다.

4.6×108m=46×109m=46nm

(나) 반대 방향이다.

25nm=25×109m=2.5×108m

이것이 리보솜의 크기다. 뒤에서 자주 쓴다.

(다) 여기가 조심할 곳이다. 1μm=103nm 이므로 넓이에서는 이 인자를 두 번 곱한다.

1μm2=(103nm)2=106nm2

6.0μm2=6.0×106nm2

흔한 실수는 1000만 곱해 6.0×103 으로 적는 것이다. 그러면 1000배 어긋난다. 지수가 붙은 단위를 환산할 때는 항상 그 지수만큼 인자를 거듭제곱한다.

무엇을 생물이라 부르는가

널리 쓰이는 목록은 일곱 항목이다. 어느 하나도 그 자체로 절대적 기준은 아니고, 함께 놓고 판단한다.

  1.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안과 밖을 가르는 막이 있어 자기만의 화학 조건을 유지한다.
  2. 대사(metabolism)를 한다. 밖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받아 쓰고, 쓰고 남은 것을 버린다.
  3.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한다. 바깥이 변해도 안쪽 상태를 좁은 범위에 붙잡아 둔다.
  4. 자극에 반응한다.
  5. 자라고 발생한다.
  6. 유전 정보를 복제해 번식한다.
  7. 집단 수준에서 진화한다.

두 번째 항목을 조금 더 풀어 둘 필요가 있다. 살아 있는 것은 질서를 만든다. 흩어져 있던 원자를 모아 정교한 구조로 쌓는다. 그런데 자연은 내버려 두면 흐트러지는 쪽으로 간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생물은 열린 계(open system)여서 밖과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안쪽의 질서를 높이는 대신 바깥으로 그보다 더 많은 무질서를 내보낸다. 사람이 하루에 먹는 것과 내보내는 것을 견주어 보면 그 거래가 보인다.

그러니 "생물이 자연 법칙을 거스른다"는 말은 틀렸다. 정확히는 계속 에너지를 흘려 넣어야만 유지되는 상태에 있는 것이고, 그 흐름이 멈추면 곧 흐트러진다. 죽음이 그것이다.

계층 구조와 창발

생물학은 아주 작은 것에서 아주 큰 것까지를 층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한 칸 올라갈 때마다 아래 칸에는 없던 성질이 새로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이 문서의 각 장이 어느 층을 다루는지를 함께 볼 것
<한 칸 올라갈 때마다 아래 칸에는 없던 성질이 새로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이 문서의 각 장이 어느 층을 다루는지를 함께 볼 것>[원본 보기]

각 층에서는 아래 층에 없던 성질이 나타난다. 이것을 창발(emergence)이라 한다. 신비한 현상이 아니라 구성 요소들이 서로 작용해 생긴 결과다. 그림에 적어 둔 예가 알기 쉽다. 인지질 분자 하나에는 "어떤 것은 통과시키고 어떤 것은 막는" 성질이 없지만, 그 분자가 수백만 개 모여 이중층을 이루면 그 성질이 생긴다.

다만 여기에 단서가 붙는다. 아래 층을 완전히 안다고 해서 위 층의 성질을 계산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 층의 성질은 부품 목록이 아니라 부품 사이의 연결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물학은 아래로 쪼개 보는 일과 층별로 따로 서술하는 일을 함께 한다.

예제 4

바이러스는 생물인가? 위 일곱 항목으로 판정하라.

풀이 보기

항목마다 따져 본다.

항목바이러스는판정
세포 구조단백질 껍질과 유전 물질만 있다. 막으로 싼 내부 공간이 없다없다
대사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한다. 단백질을 만드는 장치도 없다없다
항상성유지할 내부 환경 자체가 없다해당 없음
자극 반응숙주 표면을 알아보고 붙는다. 조절된 반응이라 보기는 어렵다애매하다
성장과 발생개체가 자라지 않는다. 부품이 조립될 뿐이다없다
복제한다. 다만 숙주의 장치와 에너지에 전적으로 기댄다조건부로 있다
진화한다. 오히려 가장 빠르게 변하는 축에 든다있다

결론은 판정 기준에 달렸다. 대부분의 교재는 "스스로 대사하지 못하고 숙주 없이는 복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바이러스를 생물로 분류하지 않고 "복제하는 유전 요소"로 다룬다. 반면 "복제하고 진화하면 생명"이라는 정의를 쓰면 생물이 된다.

이 물음에 학계가 합의한 답은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근거다. 어느 항목을 근거로 삼았는지를 밝히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문제가 첫 절에 놓인 이유가 있다. 생물학의 정의는 대부분 경계가 흐릿하고, 어디까지를 포함할지는 목적에 따라 정한다. 이 점을 처음에 받아들여야 뒤에서 "예외가 왜 이렇게 많은가"에 당황하지 않는다.

예제 5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불도 자라고, 번지고, 산소를 쓰고, 열에 반응한다. 그러면 불도 생물인가?" 어떻게 답할 것인가?

풀이 보기

항목별로 확인하는 것이 답이다. 불이 만족하는 것과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나눈다.

  •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커진다, 산소를 쓴다, 자극에 반응한다.
  • 만족하지 않는 것: 세포가 없다.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가 없다. 내부 상태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 유전 정보를 복제하지 않는다. 진화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것은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다. 불은 번지지만 자기와 같은 구조를 만들라는 지시를 후손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그래서 세대를 거듭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자란다"도 뜻이 다르다. 생물의 성장은 밖에서 들여온 재료를 자기 구조로 바꾸어 쌓는 것이고, 불이 커지는 것은 탈 것이 있는 쪽으로 반응이 번지는 것이다.

이런 반례는 목록의 각 항목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 목록에서 하나만 빼도 엉뚱한 것이 들어온다.

흔한 오해

"아래 층을 전부 알면 위 층은 자동으로 설명된다."

풀이 보기

원리상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계산이 안 된다. 단백질 하나가 어떤 모양으로 접힐지도 아미노산 차례만 놓고 물리 계산으로 풀기가 대단히 어렵다. 예측 모형이 크게 발전했지만 그것은 많은 사례에서 배운 통계적 예측이지 첫 원리에서 계산한 결과가 아니다.

둘째, 위 층의 성질은 부품이 아니라 부품 사이의 관계망에 들어 있다. 같은 유전 정보를 가진 세포가 어떤 것은 신경세포가 되고 어떤 것은 근육세포가 된다. 부품 목록이 같아도 어느 부품을 언제 얼마나 쓰느냐가 다르면 다른 세포가 된다.

그래서 정확한 진술은 이렇다. 아래 층의 지식은 위 층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 문서가 분자에서 시작해 세포, 개체, 생태계로 올라가면서도 각 층에서 그 층의 언어를 새로 세우는 이유다.

과학적 방법 — 가설, 대조군, 반복

생물학의 관찰에는 개체 사이의 차이와 측정 오차가 크게 섞인다. 같은 조건에서 키운 식물 열 포기의 키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한 번의 관찰로는 아무것도 결론지을 수 없고, 다음 구조를 따른다.

  1. 관찰과 질문.
  2. 가설(hypothesis). 반드시 틀릴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생명은 신비하다"는 어떤 관찰로도 반박할 수 없으므로 가설이 아니다.
  3. 예측(prediction). "가설이 맞다면 조건 A 에서 결과 B 가 나온다" 형태로 적는다.
  4. 대조 실험(controlled experiment). 관심 있는 것 하나만 바꾸고 나머지는 고정한다.
  5. 반복과 검정.

여기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곳이 네 번째다. 무엇과 견주었느냐가 결론의 전부를 좌우한다.

처리군을 무처리와 견주면 효과가 15포인트로 보이지만 용매만으로 이미 10포인트가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것. 비교의 짝을 잘못 고르면 효과가 세 배로 부풀어 보인다
<처리군을 무처리와 견주면 효과가 15포인트로 보이지만 용매만으로 이미 10포인트가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것. 비교의 짝을 잘못 고르면 효과가 세 배로 부풀어 보인다>[원본 보기]

대조군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있고, 좋은 실험은 둘 다 둔다.

종류무엇을 하는가무엇을 걸러 내는가
음성 대조군 (negative control)효과가 없어야 하는 처리를 한다. 예를 들어 약을 녹인 용매만 넣는다처리라는 행위 자체나 용매가 만든 효과
양성 대조군 (positive control)효과가 있다고 이미 아는 처리를 한다실험 장치나 시료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경우
맹검 (blind)어느 것이 처리군인지 관찰자에게 숨긴다. 피험자에게도 숨기면 이중맹검관찰자의 기대가 판정에 섞이는 것

반복(replication)도 두 가지를 구별해야 한다. 기술적 반복은 같은 시료를 여러 번 재는 것이고, 측정 장치의 오차만 알려 준다. 생물학적 반복은 따로 준비한 개체나 배양을 각각 재는 것이고, 개체 사이의 차이까지 반영한다. 통계에서 말하는 표본 수는 생물학적 반복 수여야 한다. 한 마리에서 뽑은 피를 열 번 재고 "n=10"이라고 적으면 안 된다.

예제 7

새로 뽑은 식물 추출물이 종자 발아를 촉진하는지 알아보려 한다. 추출물은 물에 잘 안 녹아서 알코올에 녹여 쓴다. 어떤 처리군을 두어야 하며, 각각 무엇을 알려 주는가?

풀이 보기

무엇을 알고 싶은지부터 적는다. "추출물 자체가 발아율을 올리는가"이다. 그러면 알코올이 만든 효과는 답에 섞이면 안 된다.

  1. 무처리군. 아무것도 넣지 않고 심는다. 이 조건의 발아율이 출발점이다.
  2. 음성 대조군. 추출물 없이 같은 양의 알코올만 넣는다. 알코올이 발아를 돕거나 방해하는 몫이 여기서 드러난다.
  3. 처리군. 알코올에 녹인 추출물을 넣는다.
  4. 양성 대조군. 발아를 촉진한다고 이미 알려진 처리를 한다. 이것이 오르지 않으면 실험 자체가 실패한 것이므로 다른 결과를 해석할 수 없다.

판정은 처리군과 음성 대조군의 차이로 한다. 무처리군과 견주면 안 된다. 앞의 그림에서 무처리 60%, 알코올만 70%, 추출물 75%였다면 추출물의 몫은 15포인트가 아니라 5포인트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인다. 모든 조건에서 물의 양, 온도, 빛, 종자의 출처가 같아야 한다. 하나라도 다르면 그 차이가 추출물의 효과와 뒤섞여 갈라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각 조건에 종자를 100개씩 쓴다면 그것은 생물학적 반복이 100인가? 같은 어미 식물에서 받은 종자라면 아니다. 여러 어미에서 받은 종자를 섞어야 "이 종 전체"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다.

예제 8

어떤 논문이 "약을 처리한 군에서 유전자 발현이 1.15배 늘었다. 이 차이가 우연일 확률은 0.001 이다"라고 보고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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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두 가지가 한 문장에 들어 있으므로 나누어 읽는다.

  1. "우연일 확률 0.001"은 차이가 있다는 증거의 세기다. 정확히는 "아무 차이도 없다고 할 때 이만한 차이가 우연히 나올 확률"이다. 이 값이 작으면 "차이가 있다"고 말할 근거가 강해진다. 이 확률을 실제로 계산하는 방법은 9장에서 다룬다.
  2. "1.15배"는 차이의 크기다. 이것은 위 확률과 아무 관계가 없다.

두 값이 따로 논다는 것이 핵심이다. 표본이 아주 크면 아주 작은 차이도 우연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즉 확률이 작다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그러니 이 결과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 "차이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강하다. 다만 그 차이는 1.15배로 작다."

그 다음은 생물학의 판단이다. 1.15배가 의미 있는지는 그 유전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달렸다. 다른 유전자 수십 개를 켜고 끄는 조절 단백질이라면 15% 차이도 하류에서 크게 증폭된다.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이라면 15% 차이는 별 뜻이 없을 수 있다.

좋은 논문은 확률만 적지 않고 차이의 크기와 그 불확실성을 함께 적는다. 확률만 적혀 있으면 무엇이 빠졌는지 의심해야 한다.

흔한 오해

"둘이 함께 변하니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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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양 XY 가 함께 변하는 데는 적어도 네 가지 가능성이 있다.

  1. XY 를 일으킨다.
  2. YX 를 일으킨다. 방향이 반대일 수 있다.
  3. 제3의 요인 Z 가 둘 다를 일으킨다. 이것을 교란 요인이라 한다.
  4. 우연이거나, 표본을 고르는 방식 때문에 생긴 착시다.

세 번째를 예로 들면 이렇다. 어떤 지역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량과 익사 사고가 함께 늘어난다. 아이스크림이 원인일 리 없다. 둘 다 "더운 날씨"라는 제3의 요인을 따라간 것이다.

인과를 주장하려면 개입이 필요하다. 즉 실험자가 X 를 직접 무작위로 바꾼 뒤 Y 가 따라 변하는지 봐야 한다. 생물학에서 이 개입에 해당하는 대표적 수단이 유전자를 망가뜨려 보는 것이다. 유전학이 강력한 학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입이 불가능한 상황도 많다. 야외 생태 조사나 사람 대상 연구가 그렇다. 그럴 때는 조건이 비슷한 짝을 지어 견주는 식으로 무작위 배정을 흉내 내는데, 개입 실험보다 언제나 약한 증거다. 그 한계를 밝히고 쓰는 것이 정직한 서술이다.

현미경 — 배율과 해상도는 다른 것이다

세포를 본다는 것은 결국 두 가지 물음이다. 얼마나 크게 키울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가까운 두 점을 둘로 갈라 볼 수 있는가.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자주 뒤섞인다.

같은 두 점이 광학현미경에서는 하나로 뭉쳐 보이고 전자현미경에서는 둘로 갈라져 보인다. 배율을 아무리 올려도 뭉친 것은 갈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요점이다
<같은 두 점이 광학현미경에서는 하나로 뭉쳐 보이고 전자현미경에서는 둘로 갈라져 보인다. 배율을 아무리 올려도 뭉친 것은 갈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배율(magnification)은 상을 몇 배로 키우느냐다. 렌즈를 더 끼우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해상도(resolution)는 얼마나 가까운 두 점을 둘로 구별하느냐, 즉 구별할 수 있는 최소 거리다. 값이 작을수록 좋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

해상도를 정하는 것은 렌즈의 배율이 아니라 보는 데 쓰는 파장이다. 파장보다 훨씬 작은 것은 원리적으로 갈라 볼 수 없다. 실용적으로 쓰는 관계는 이렇다.

d=λ2NA

d 는 구별할 수 있는 최소 거리, λ (람다)는 보는 데 쓰는 빛의 파장이다. NA개구수로, 렌즈가 시료에서 나오는 빛을 얼마나 넓은 각도로 그러모으는지를 나타내는 수다. 단위가 없고, 공기 중에서는 1을 넘지 못하며 렌즈와 시료 사이를 기름으로 채우면 1.4 정도까지 올라간다.

막대의 왼쪽 끝이 그 수단의 해상도다. 리보솜과 DNA 굵기가 광학현미경 막대 바깥에 있다는 것, 즉 형광으로 점은 보여도 개수는 셀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것
<막대의 왼쪽 끝이 그 수단의 해상도다. 리보솜과 DNA 굵기가 광학현미경 막대 바깥에 있다는 것, 즉 형광으로 점은 보여도 개수는 셀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예제 10

파장 550nm 의 초록빛과 NA=1.4 인 유침 렌즈를 쓰는 광학현미경이 있다. (가) 구별할 수 있는 최소 거리는? (나) 이 현미경으로 리보솜(지름 약 25nm) 하나하나를 구별할 수 있는가? (다) 배율을 5000배로 올리면 구별할 수 있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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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식을 그대로 쓴다.

d=550nm2×1.4=5502.8nm=196nm

유효숫자 두 자리로 2.0×102nm=0.20μm. "광학현미경의 한계가 약 0.2 μm"라는 말이 이 계산에서 나온다.

(나) 리보솜의 지름 25nm 는 이 한계의 8분의 1쯤이다.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어도 하나의 흐린 점으로 보인다. 형광 물질로 표지하면 "여기 뭔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인지 셋인지는 알 수 없다.

(다) 안 된다. 여기가 이 예제의 요점이다. 배율은 상을 키울 뿐 흐린 것을 선명하게 만들지 못한다. 5000배로 키우면 흐린 덩어리가 커진 흐린 덩어리가 될 뿐이다. 해상도를 넘겨 올린 배율을 빈 배율이라 하고, 정보를 하나도 더 주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식을 보면 답이 나온다. d 를 줄이려면 λ 를 줄이거나 NA 를 키워야 한다. NA 는 1.5 근처가 사실상 한계이고, 가시광선의 파장도 400 nm 아래로는 못 내려간다. 둘 다 밀어붙여도 d133nm 다.

그래서 더 나아가려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 다음 예제가 그 이야기다.

예제 11

전자도 파동처럼 행동하고, 전압 100kV 로 가속한 전자의 파장은 약 3.7pm 다. (가) 초록빛(550nm)의 파장과 견주면 몇 분의 1인가? (나) 그러면 전자현미경의 해상도도 그 비율만큼 좋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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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단위를 맞춘다. 1pm=1012m, 1nm=109m 이므로

3.7pm=3.7×1012m,550nm=5.5×107m

5.5×1073.7×1012=1.5×105

약 15만 배 짧다.

(나) 아니다. 파장만 보면 해상도가 105 배 좋아져야 하지만, 실제 전자현미경의 해상도는 0.1 nm 급에 머문다. 초록빛 대비로 따지면 2000배쯤이다.

왜 그런가. 파장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정할 뿐이고, 실제 성능은 렌즈의 완성도가 정한다. 전자를 휘게 하는 자기 렌즈는 유리 렌즈보다 훨씬 거칠어서, 파장이 허락하는 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일반적이다. 이론적 한계와 실제 성능은 다르고, 무엇이 실제 성능을 제한하는지는 따로 물어야 한다.

덧붙이면 전자현미경에는 다른 대가도 있다. 전자는 공기 중에서 흩어지므로 시료를 진공에 넣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개 시료를 죽여 고정하고 물을 빼야 한다. 살아 있는 세포를 볼 수 없다. 광학현미경이 해상도에서 밀리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세포 — 크기의 한계와 두 유형

세포는 왜 그 크기인가. 더 크면 안 되는 이유가 두 가지 있고, 둘 다 계산으로 보인다.

표면적 대 부피 비가 반지름에 반비례한다는 것, 그리고 반지름을 5배로 키우면 겉넓이는 25배인데 부피는 125배가 되어 비가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것
<표면적 대 부피 비가 반지름에 반비례한다는 것, 그리고 반지름을 5배로 키우면 겉넓이는 25배인데 부피는 125배가 되어 비가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첫째 이유는 문과 몸통의 비율이다. 물질이 드나드는 곳은 표면이고, 그 물질을 쓰는 곳은 내부 전체다. 반지름 r 인 구에서 겉넓이는 S=4πr2, 부피는 V=43πr3 이므로

SV=4πr243πr3=3r

반지름에 반비례한다. 커질수록 몸통에 비해 문이 모자라진다.

둘째 이유는 확산이 느리다는 것이다. 세포 안에서 물질이 저절로 퍼져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다.

tx22D

여기서 x 는 퍼져 가야 하는 거리, D확산계수다. 확산계수는 그 물질이 그 매질에서 얼마나 잘 퍼지는지를 나타내는 값이고, 단위는 μm2/s 다. 작은 대사 물질은 물에서 대략 5×102μm2/s 정도이며 세포질 안에서는 이보다 느리다.

이 식의 무서운 점은 제곱이다. 거리가 10배가 되면 시간은 100배가 된다.

예제 12

위 식으로 (가) x=1μm, (나) x=100μm 일 때 확산에 걸리는 시간을 각각 구하라. D=5×102μm2/s 로 본다. 결과가 세포의 크기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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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그대로 넣는다. 단위가 이미 맞춰져 있다.

t=(1μm)22×5×102μm2/s=11.0×103s=1ms

(나)

t=(100μm)21.0×103μm2/s=1.0×1041.0×103s=10s

거리는 100배인데 시간은 104 배다. μm2 이 분자와 분모에서 지워져 초만 남았으니 단위도 맞다.

무엇을 말하는가. 지름 몇 μm 인 세포 안에서는 확산이 밀리초 단위로 끝나므로 아무 장치도 필요 없다. 그런데 100 μm 가 되면 산소 하나가 중심까지 가는 데 10초가 걸린다. 그 사이에 다 쓰여 없어진다.

그래서 큰 세포는 반드시 대책을 갖는다. 납작하거나 길쭉해져 표면을 늘리고(같은 부피에서 확산 거리를 줄인다), 세포질을 흐르게 하거나, 5장에서 볼 미세소관 위의 운반 장치를 쓰거나, 식물세포처럼 큰 액포로 대사가 필요 없는 부피를 채운다.

반대 방향의 교훈도 있다. 짧은 거리에서는 확산이 압도적으로 빠르고 공짜다. 그래서 세포 안에서는 굳이 배달 장치를 두지 않는다. 확산이 나쁜 것이 아니라 거리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예제 13

지름 2μm 인 구형 세포와 지름 20μm 인 구형 세포가 있다. (가) 두 세포의 부피 비와 겉넓이 비를 구하라. (나) S/V 를 각각 구하라. (다) 큰 세포가 작은 세포와 같은 비율로 물질을 들여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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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름이 10배이므로 반지름도 10배다. 겉넓이는 반지름의 제곱에, 부피는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S2S1=102=100,V2V1=103=1000

(나) 반지름은 각각 1μm10μm 다.

SV=3r=3μm10.3μm1

정확히 10분의 1이다. (가)에서 부피가 겉넓이보다 10배 더 많이 늘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고, 이 일치가 검산이 된다.

(다) 세포막 1 μm² 당 물질을 들여오는 속도가 같다면, 큰 세포는 부피 한 단위당 들어오는 양이 10분의 1이다. 그러니 방법은 셋 중 하나다.

  • 막 자체를 더 만든다. 창자 안쪽 세포처럼 표면을 잔주름으로 접으면 부피를 늘리지 않고 표면만 크게 늘릴 수 있다.
  • 막 1 μm² 당 수송 장치의 수를 늘리거나 더 빠른 것을 쓴다.
  • 부피 중에서 대사가 필요 없는 부분을 만든다. 식물세포의 큰 액포가 그 예다.

실제 세포는 셋을 다 쓴다. "세포는 왜 작은가"에 대한 답은 "크면 안 되기 때문"이 아니라 "커지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

지구의 모든 세포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가르는 기준은 복잡한 정도가 아니라 딱 하나다. 막으로 싼 방이 안에 있는가.

DNA 가 세포질에 그냥 놓여 있는가, 아니면 막으로 따로 싸여 있는가가 두 유형을 가르는 기준이다. 크기 차이가 부피로는 1000배가 넘는다는 점도 함께 볼 것
<DNA 가 세포질에 그냥 놓여 있는가, 아니면 막으로 따로 싸여 있는가가 두 유형을 가르는 기준이다. 크기 차이가 부피로는 1000배가 넘는다는 점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항목원핵세포 (세균, 고세균)진핵세포 (동물, 식물, 균류, 원생생물)
핵막없다. DNA 가 세포질의 한 구역에 뭉쳐 있고 이 구역을 핵양체라 한다있다. 핵막이 DNA 를 따로 싸고, 뚫린 구멍으로 물질이 골라 드나든다
DNA 모양주로 고리 하나. 여기에 작은 고리(플라스미드)가 따로 있기도 하다주로 긴 막대 여러 개
크기0.2~10 μm10~100 μm. 부피로는 10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막으로 싼 소기관없다있다. 5장에서 다룬다
리보솜작다 (70S)크다 (80S). 다만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안에는 70S 형이 있다
세포벽세균은 펩티도글리칸이라는 그물, 고세균은 다른 재료식물은 셀룰로스, 균류는 키틴. 동물은 없다
분열이분법. 그냥 둘로 나뉜다체세포분열 또는 감수분열. 8장에서 다룬다

표에서 "70S", "80S"의 S 는 크기 단위가 아니라 원심분리기에서 얼마나 빨리 가라앉는가를 나타내는 값이다. 크기와 모양이 함께 반영되므로 단순히 더할 수 없다. 그래서 50S 와 30S 가 합쳐진 것이 80S 가 아니라 70S 다. 처음 보면 계산이 틀린 것처럼 보이는데 틀린 것이 아니다.

여기서 미리 못 박아 둘 낱말이 하나 있다. 유전자(gene)다. 엄밀한 정의는 10장에서 다루고, 이 문서의 5장까지는 느슨하게 "단백질 하나를 지정하는 DNA 구간"이라는 뜻으로 쓴다. 이 정도만 있으면 뒤의 서술을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다.

흔한 오해

"원핵세포는 그냥 단순한 주머니라서 안에 구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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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군데가 틀렸다.

첫째, 세포골격이 있다. 분열할 자리를 정하는 단백질, 막대 모양을 유지하는 단백질, 굽은 모양을 만드는 단백질이 알려져 있다. 이름은 진핵세포의 것과 다르지만 계통적으로 이어진 단백질들이다.

둘째, 공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DNA 는 아무렇게나 떠 있지 않고 핵양체로 뭉쳐 있으며 특정 구역이 세포 안의 특정 위치를 차지한다. 단백질 껍질로 싼 구획을 가진 세균도 있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은 안쪽에 접힌 막을 갖는다.

정확한 진술은 "원핵세포는 지질막으로 둘러싼 소기관 체계를 갖지 않는다"이지 "구조가 없다"가 아니다. 두 문장은 전혀 다르다.

왜 이 구별이 중요한가. 원핵세포는 "진핵세포가 되다 만 것"이 아니라 다른 해법이다. 작게 유지해서 확산만으로 충분하게 만들고, 빠르게 나뉘는 쪽을 택했다. 앞 절의 계산으로 보면 그것이 왜 성립하는 전략인지 알 수 있다.

예제 15

어떤 미생물을 조사했더니 (가) 리보솜이 70S 였고, (나) 세포벽에서 펩티도글리칸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다) 막을 이루는 지질이 다른 생물과 다른 종류의 결합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생물은 어느 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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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을 하나씩 써서 범위를 좁힌다.

  1. 70S 리보솜 → 원핵형이다. 진핵생물(80S)은 여기서 제외된다.
  2. 펩티도글리칸이 없다 → 세균의 대표 형질이 없다. 다만 세균 중에도 세포벽 자체가 없는 예외가 있으므로 이 항목만으로는 확정하지 못한다.
  3. 막 지질의 결합 방식이 다르다 → 이것이 결정적이다. 세균과 진핵생물의 막 지질은 같은 방식으로 이어져 있고, 고세균만 다른 방식을 쓴다. 이 형질에는 알려진 예외가 사실상 없다.

따라서 고세균이다.

이 문제에서 배울 것은 답보다 판정의 논리다. 예외가 흔한 형질과 예외가 거의 없는 형질을 구별해야 한다. 세포벽 성분은 앞쪽이고 막 지질의 결합 방식은 뒤쪽이다. 앞쪽 형질만 여러 개 모아도 확정이 안 되고, 뒤쪽 형질 하나가 결정을 낸다.

그래서 실제 분류에서는 형질을 늘어놓고 다수결을 하지 않는다. 어느 형질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먼저 따진다. 이 이야기는 14장에서 다시 나온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뒷장은 아래 내용을 안다고 보고 나아간다.

기호 / 낱말메모
μm (마이크로미터)106m세포의 크기를 재는 자리
nm (나노미터)109m세포 안 분자의 크기를 재는 자리
pm (피코미터)1012m원자 사이의 거리
Da (달톤)탄소-12 원자 질량의 1/12분자 하나의 질량. 1kDa=103Da
대사 · 항상성물질과 에너지를 받아 쓰는 일 / 내부 상태를 좁게 유지하는 일생명의 일곱 조건 중 둘
열린 계밖과 물질·에너지를 주고받는 계생물이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
창발아래 층에 없던 성질이 위 층에서 나타나는 것부품이 아니라 부품 사이의 관계에서 온다
음성 · 양성 대조군효과가 없어야 할 처리 / 효과가 있다고 아는 처리앞은 조작의 효과를, 뒤는 실험계의 고장을 걸러 낸다
생물학적 반복따로 준비한 개체나 배양을 각각 재는 것표본 수는 이것으로 센다
배율 · 해상도몇 배로 키우는가 / 얼마나 가까운 두 점을 가르는가해상도는 값이 작을수록 좋다
d=λ/(2NA)해상도의 한계λ 는 파장, NA 는 개구수
S/V=3/r구의 표면적 대 부피 비커질수록 문이 모자라진다
tx2/(2D)확산에 걸리는 시간D 는 확산계수, 단위 μm2/s
원핵세포 · 진핵세포막으로 싼 소기관이 없다 / 있다가르는 기준은 복잡함이 아니라 막이다
유전자 (느슨한 뜻)단백질 하나를 지정하는 DNA 구간엄밀한 정의는 10장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μm2m2 로 바꿀 때 106 을 곱한다제곱이므로 1012 이다. 지수가 붙은 단위는 인자도 그만큼 거듭제곱한다
배율을 올리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한다해상도를 넘긴 배율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흐린 덩어리가 커질 뿐이다
처리군을 무처리군과 견준다견줄 짝은 음성 대조군이다. 용매나 조작 자체의 몫을 빼야 한다
‘우연일 확률’이 작으면 차이가 크다고 읽는다증거의 세기와 차이의 크기는 다른 값이다. 표본이 크면 작은 차이도 확실해진다
원핵세포에 아무 구조도 없다고 본다없는 것은 막으로 싼 소기관이다. 세포골격과 공간 조직화는 있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생물학은 μm 와 nm 두 자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살아 있다는 것은 에너지를 계속 흘려 넣어야 유지되는 상태다. 그리고 주장의 세기는 무엇과 견주었느냐가 정한다.

다음 장은 이 세포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다룬다. 물에서 시작해 단백질과 핵산까지 가고, 그 과정에서 이 문서 전체가 쓰게 될 수학 도구 하나를 새로 들여온다.

생명의 화학

세포를 아주 잘게 나누면 결국 분자가 나온다. 그런데 세포 안의 분자는 몇 종류 되지 않는다. 물, 그리고 네 종류의 큰 분자가 거의 전부다. 이 장은 그 다섯을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왜 생명은 물 없이 성립하지 않는가, 세포는 왜 산성도를 그렇게 좁게 붙잡아 두는가, 큰 분자 네 종류는 각각 무엇을 하는가, 그리고 효소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3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크기 단위(nm, μm)와 달톤이다. 새 도구가 둘 필요하다. 물질의 양을 세는 과, 아주 작은 수를 다루기 위한 로그다. 둘 다 필요해지는 자리에서 그때그때 도입한다.

미리 말해 두면 이 장이 이 문서에서 가장 길고 가장 촘촘하다. 뒤의 모든 장이 여기서 세운 낱말 위에 선다.

물 — 굽은 분자 하나가 만드는 모든 것

세포 질량의 70% 남짓이 물이다. 그런데 물이 특별한 이유는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모양이 굽어 있어서다.

산소 쪽이 음으로, 수소 쪽이 양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과, 그 치우침 때문에 이웃 분자끼리 서로 붙잡는다는 것을 확인할 것. 한 분자가 최대 네 개까지 붙잡는다
<산소 쪽이 음으로, 수소 쪽이 양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과, 그 치우침 때문에 이웃 분자끼리 서로 붙잡는다는 것을 확인할 것. 한 분자가 최대 네 개까지 붙잡는다>[원본 보기]

물 분자는 산소 하나에 수소 둘이 붙은 H2O 이고, 두 수소가 일직선이 아니라 약 104.5 로 벌어져 있다. 그리고 산소는 수소보다 전자를 훨씬 세게 끌어당긴다. 그래서 전자가 산소 쪽으로 쏠리고, 산소 쪽이 약간 음(δ), 수소 쪽이 약간 양(δ+)이 된다. 이렇게 한쪽으로 전하가 치우친 분자를 극성(polar) 분자라 한다.

굽어 있다는 것이 왜 중요한가. 만약 일직선이었다면 양쪽 수소의 치우침이 서로 상쇄되어 전체로는 치우침이 없었을 것이다. 굽어 있기 때문에 상쇄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웃한 물 분자의 음인 쪽과 양인 쪽이 서로 끌어당긴다. 이 끌림을 수소 결합(hydrogen bond)이라 한다. 이름에 "결합"이 붙었지만 원자를 묶는 공유 결합보다 훨씬 약하다. 다음 절에서 그 세기를 수로 비교한다.

몰 — 분자 하나가 아니라 한 무더기를 센다

결합의 세기를 말하려면 에너지를 말해야 하고, 에너지를 말하려면 "몇 개에 대해서인가"를 정해야 한다. 분자 하나의 에너지는 너무 작아 다루기 어렵다. 그래서 화학과 생물학은 언제나 한 무더기를 센다.

그 무더기의 크기가 몰(mole, 기호 mol)이다. 정의는 한 줄이다.

1mol 은 정확히 6.02214076×1023 개다.

이 수를 아보가드로 수라 한다. 왜 하필 이 수인가. 이만큼 모으면 달톤으로 적은 값이 그램으로 적은 질량과 같아지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물 한 분자가 18Da 이면 물 1mol18g 이다. 이 대응 덕분에 저울로 잰 값에서 분자 개수를 곧바로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표기가 따라온다.

이제 앞의 이야기를 수로 적을 수 있다. 수소 결합 하나의 세기는 대략 20kJ/mol 이고 공유 결합은 대략 400kJ/mol 이다. 20분의 1이다. 그런데 물 한 분자가 최대 네 개를 만들고, 끊어지자마자 다시 붙는다. 약한 것이 수없이 많고 계속 다시 붙는다는 것이 물의 성질 거의 전부를 만든다.

성질대략의 값수소 결합이 많아서 생기는 결과
비열4.18 J/(g·K)데우고 식히는 데 열이 많이 든다 → 체온과 수온이 급변하지 않는다
기화열2.26 kJ/g (100 °C 기준)증발할 때 열을 많이 가져간다 → 땀과 잎의 증산이 효율적인 냉각이 된다
얼음의 밀도물보다 작다얼음이 뜬다 → 호수가 바닥부터 얼지 않아 밑에서 겨울을 날 수 있다
표면장력약 72 mN/m수면이 막처럼 버틴다 → 물 위를 걷는 곤충, 가는 관을 타고 오르는 물
이온을 녹이는 힘매우 크다소금이 잘 녹는다 → 세포 안의 반응이 물에서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 항목은 뒤집어서도 중요하다. 물은 극성 분자와 이온을 잘 녹이지만 기름 같은 비극성 분자는 녹이지 못한다. 이때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물과 기름 사이의 끌림이 특별히 약해서가 아니다. 물끼리 서로 붙잡는 힘이 워낙 좋아서, 기름 분자를 끼워 넣으려면 물의 그 짜임새를 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극성 분자들은 서로 뭉쳐 물과 닿는 면을 최소로 줄인다.

이 현상을 소수성 효과(hydrophobic effect)라 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장 뒤에서 볼 단백질이 접히는 이유와 5장에서 볼 세포막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이유가 모두 이것 하나다.

예제 16

세포 하나의 부피가 1.0×1012L 이고, 어떤 단백질의 농도가 1.0×106mol/L 이다. 이 세포 안에 그 단백질 분자가 몇 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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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개수다. 농도에 부피를 곱하면 몰수가 나오고, 몰수에 아보가드로 수를 곱하면 개수가 된다. 단위를 따라가며 확인한다.

n=c×V=(1.0×106molL)×(1.0×1012L)=1.0×1018mol

L 이 지워지고 mol 만 남았으니 여기까지 맞다.

N=1.0×1018mol×6.022×1023mol1=6.0×105

약 60만 개다.

답이 말이 되는가. 3장에서 대장균 한 개에 단백질이 모두 합쳐 수백만 개라고 계산했다. 그중 한 종류가 60만 개라면 상당히 많은 축이다. 실제로 세포 안에서 106mol/L 은 "꽤 많다"에 해당하는 농도다.

여기서 감각 하나를 얻어 두면 좋다. 세포 하나의 부피가 대략 1012L 이므로, 농도 1×106mol/L 는 세포당 약 60만 개에 해당한다. 이 환산을 기억해 두면 농도를 볼 때마다 개수로 바꿔 볼 수 있다.

흔한 오해

"기름이 물에 안 섞이는 것은 기름과 물이 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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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기름 분자와 물 분자 사이에도 끌림은 있다. 다만 그 끌림이 물끼리의 끌림보다 약할 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순서대로 보자.

  1. 물 분자들은 서로 수소 결합으로 붙잡아 계속 자리를 바꾸며 짜임새를 이룬다.
  2. 그 사이에 기름 분자가 끼면 그 자리 주변의 물은 짜임새를 다시 짜야 한다. 기름 쪽으로는 수소 결합을 걸 수 없으므로, 남은 물끼리 더 규칙적으로 배열하게 된다.
  3. 규칙적으로 배열한다는 것은 물이 취할 수 있는 배치의 수가 줄었다는 뜻이다. 자연은 그 반대 방향을 선호한다.
  4. 그래서 기름 분자들끼리 뭉쳐 물과 닿는 면을 줄이면, 갇혀 있던 물이 풀려나 배치의 자유를 되찾는다. 이쪽이 유리하다.

기름을 밀어낸 것은 물이 아니라, 기름이 뭉치는 것이 물에게 이득이었던 것이다. 미는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물의 사정 때문이다.

왜 이 구별에 신경 써야 하는가. "서로 밀어낸다"고 이해하면 단백질이 왜 그 모양으로 접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는 물이 소수성 부분을 안쪽으로 밀어 넣어 덮어 버리는 것이고, 그래서 단백질은 물속에서만 제 모양을 갖는다. 물을 없애면 접힘도 무너진다.

로그 — 십조 배 차이 나는 값을 나란히 적는 법

세포 안의 산성도를 다루려면 도구가 하나 필요하다. 이 문서에서 로그가 처음 나오는 자리가 여기이고, 여기서 도입한 다음에는 뒤의 여러 장에서 계속 쓴다.

문제부터 보자. 물속의 수소 이온 농도는 진한 산에서 101mol/L 쯤이고 진한 염기에서 1014mol/L 쯤이다. 십조 배 차이다. 이 값들을 자 위에 그대로 찍으면 어떻게 되는가.

위쪽 자에서는 10⁻³ 아래의 눈금이 전부 0 자리에 겹쳐 구별되지 않는다. 아래쪽처럼 지수만 세면 고르게 퍼진다. 그 지수가 로그이고, 부호를 뒤집은 것이 pH 다
<위쪽 자에서는 10⁻³ 아래의 눈금이 전부 0 자리에 겹쳐 구별되지 않는다. 아래쪽처럼 지수만 세면 고르게 퍼진다. 그 지수가 로그이고, 부호를 뒤집은 것이 pH 다>[원본 보기]

해결책은 지수만 세는 것이다. 107 이라는 수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7"이라는 지수 하나다.

이 "지수만 뽑는 연산"에 이름이 있다. 상용로그(common logarithm)이고 log 로 적는다. 정의는 한 문장이다.

logx 는 10을 몇 번 곱해야 x 가 되는가이다.

log1000=3(10을 세 번 곱한다),log1=0(한 번도 곱하지 않는다),log0.001=3(10으로 세 번 나눈다)

10의 거듭제곱인 수에 대해서는 규칙이 한 줄로 끝난다. log10a=a 다.

10의 거듭제곱이 아닌 수의 로그는 정수가 아니다. log2 는 "10을 몇 번 곱해야 2가 되는가"인데, 한 번은 너무 많고 0번은 너무 적으니 0과 1 사이의 어떤 수다. 실제로 0.30 이다. 아래 값 정도만 알아 두면 이 장의 계산은 손으로도 된다.

x12345678910
log x00.300.480.600.700.780.850.900.951

실제로 쓸 규칙은 셋이고, 셋 다 "지수를 센다"는 정의에서 곧바로 나온다.

규칙왜 그런가
곱하면 더해진다log(xy)=logx+logy10을 a번 곱한 것에 b번 더 곱하면 a+b번
나누면 빼진다log(x/y)=logxlogy위와 같은 이유
거듭제곱은 앞으로logxn=nlogx같은 것을 n번 곱하니 n배

반대 방향도 필요하다. 로그 값에서 원래 수로 돌아가려면 10의 거듭제곱을 취한다.

logx=ax=10a

이 장에서 로그를 쓰는 방식은 하나뿐이다. 아주 작은 농도를 −(지수)로 바꾸어 0에서 14 사이의 다루기 쉬운 수로 만든다. 로그를 더 깊이 알고 싶으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로그함수 을 보면 되지만, 이 문서를 읽는 데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예제 18

계산기 없이 구하라. (가) log(2.0×105) (나) log(4.0×109) (다) 103.30 은 대략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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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 곱셈이므로 로그가 덧셈으로 쪼개진다.

log(2.0×105)=log2.0+log105=0.30+(5)=4.70,log(4.0×109)=0.609=8.40

(다) 이번에는 반대로 간다. 3.30 을 정수와 소수로 쪼개되, 소수 부분이 양수가 되도록 쪼개는 것이 요령이다.

103.30=100.70×104 이고, 표에서 log5=0.70 이므로 100.70=5 다.

103.30=5.0×104

검산 감각. 103.30103104 사이에 있어야 하고, 5.0×104 는 실제로 그 사이다. 로그 계산에서 자릿수가 맞는지는 이렇게 확인한다.

예제 19

어떤 세포 안 물질의 농도가 3.0×104mol/L 였는데, 세포가 부피를 100배로 늘리면서 그 물질이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 새 농도는? (나) 농도의 로그 값은 얼마나 변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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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물질의 총량은 그대로이고 부피만 100배가 되었으므로 농도는 100분의 1이 된다.

c=3.0×104100=3.0×106mol/L

(나) 각각 로그를 취한다.

log(3.0×104)=0.484=3.52,log(3.0×106)=0.486=5.52

정확히 2 만큼 줄었다. 왜 정확히 2인지는 규칙에서 곧바로 보인다.

logc100=logclog100=logc2

이것이 로그를 쓰는 이유 그 자체다. 농도가 10배 바뀌면 로그는 정확히 1 씩 움직인다. 곱셈이 덧셈이 되므로 "몇 배 차이인가"를 뺄셈 한 번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니 두 pH 값을 볼 때 "차이가 2다"라고 읽으면 곧 "100배 차이다"라는 뜻이 된다. 이 번역이 이 절의 전부다.

pH 와 완충 — 세포가 산성도를 붙잡아 두는 법

순수한 물에도 이온이 아주 조금 있다. 물 분자끼리 수소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H2O+H2OH3O++OH

여기서 양쪽으로 다 간다는 표시다. 오른쪽으로 가는 속도와 왼쪽으로 가는 속도가 같아져 겉보기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이는 상태를 평형이라 한다. 물의 자체 이온화는 늘 평형에 있다.

물속을 떠다니는 수소 이온은 혼자 있지 않고 물 분자에 붙어 H3O+ 로 있지만, 식을 짧게 쓰려고 H+ 로 줄여 적는 일이 많다. 둘은 같은 것을 가리킨다.

이 평형에서 두 이온의 농도를 곱한 값은 온도가 정해지면 일정하다. 이 값을 Kw 라 한다.

Kw=[H+][OH]=1.0×1014(25C)

순수한 물에서는 두 이온이 같은 수만큼 생기므로 각각 1.0×107mol/L 다. 여기가 결정적이다. Kw 는 물이 있는 한 언제나 성립한다. 산을 넣어 [H+] 가 커지면 [OH] 는 그만큼 작아진다. 곱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앞 절의 로그를 쓴다. pH 는 수소 이온 농도의 로그에 음의 부호를 붙인 것이다.

pH=log[H+],pOH=log[OH]

부호를 뒤집는 이유는 단순하다. 농도가 1보다 작아 로그가 음수로만 나오는데, 부호를 뒤집으면 다루기 편한 양수가 된다. Kw 의 양변에 로그를 취하고 부호를 뒤집으면

pH+pOH=14.00(25C)

눈금 한 칸이 농도 10배라는 것, 그리고 몸속 여러 곳의 값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확인할 것. 혈액 7.4 와 리소좀 4.8 의 차이가 농도로는 400배쯤이다
<눈금 한 칸이 농도 10배라는 것, 그리고 몸속 여러 곳의 값이 어디에 놓이는지를 확인할 것. 혈액 7.4 와 리소좀 4.8 의 차이가 농도로는 400배쯤이다>[원본 보기]

두 가지를 짚어 둔다. 첫째, 중성의 정의는 pH 7 이 아니라 두 이온의 농도가 같은 것이다. Kw 는 온도에 따라 변하므로 중성인 pH 도 변한다. 사람의 체온인 37C 에서 중성점은 약 6.8 이다. 그러니 혈액의 pH 7.4 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염기성 쪽이다.

둘째, pH 가 조금만 변해도 큰일이 난다. 사람의 혈액 pH 가 7.35 아래로 내려가거나 7.45 위로 올라가면 살지 못한다. 폭이 0.1 이니 수소 이온 농도로는 100.1=1.26, 곧 26 % 남짓의 변동이다. 이렇게 좁게 붙잡아 두는 장치가 완충 용액이다.

완충 — 산을 받아 낼 창고와 염기를 받아 낼 창고를 함께 둔다

물에 완전히 이온으로 갈라지지 않고 일부만 갈라지는 산을 약산이라 하고 HA 로 적는다.

HAH++A

수소를 내주고 남은 A 를 그 산의 짝염기라 한다. 이 평형이 얼마나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 해리상수 Ka 이고, 그 로그를 뒤집은 것이 pKa=logKa 다. Ka 가 클수록, 즉 pKa 가 작을수록 수소를 잘 내놓는 강한 산이다.

이 평형식에 로그를 취해 정리하면 완충 계산의 유일한 도구가 나온다.

pH=pKa+log[A][HA]

이 식에서 곧바로 읽히는 것이 셋이다.

완충액은 한참 동안 거의 평평하다가 짝염기가 바닥나는 지점에서 무너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완충액이 pH 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폭을 줄일 뿐이라는 점이 요점이다
<완충액은 한참 동안 거의 평평하다가 짝염기가 바닥나는 지점에서 무너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완충액이 pH 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폭을 줄일 뿐이라는 점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사람 몸의 주된 완충계는 인산과 탄산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혈액을 pH 7.4 로 붙잡는 데 탄산 완충계가 결정적인데, 그 이유는 pKa 가 7.4 에 가까워서가 아니다. 겉보기 값은 약 6.1 로 오히려 멀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 계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폐로 이산화탄소를 내보내 약산 쪽을 줄이고, 콩팥으로 탄산수소 이온을 조절해 짝염기 쪽을 늘릴 수 있다. 분자와 분모를 각각 따로 움직일 수 있는 완충계라는 점이 다른 어떤 완충계도 갖지 못한 장점이다.

예제 20

(가) [H+]=2.0×103mol/L 인 위액의 pH 를 구하라. (나) 세포질의 pH 가 7.2 라면 [H+] 는 얼마인가? (다) 리소좀 안의 pH 가 4.8 이라면 세포질보다 수소 이온이 몇 배 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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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의에 그대로 넣는다. pH=log(2.0×103)=(0.303)=2.70

(나) 반대 방향이다. pH=7.2 이면 log[H+]=7.2 이므로

[H+]=107.2=100.8×108=6.3×108mol/L

소수 부분을 양수로 만들어 표를 읽었다. 100.86.3 이다.

(다) 여기서 로그의 값어치가 드러난다. 농도를 각각 구해 나눌 필요가 없다. pH 차이를 보면 된다.

ΔpH=7.24.8=2.4 이고, pH 가 1 낮으면 농도가 10배 진하므로

102.4=100.4×102=2.5×100=2.5×102

약 250배다. 뺄셈 한 번으로 배수가 나왔다.

이 결과가 뜻하는 바도 생각해 볼 만하다. 리소좀은 세포질 안에 떠 있는 주머니인데 그 안이 250배나 진한 산성이다. 그러려면 수소 이온을 계속 퍼 넣어야 한다. 5장에서 볼 능동 수송이 하는 일이고, 그래서 에너지가 든다. 세포가 그 비용을 치르는 이유는 분해 효소가 산성에서만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만약 리소좀이 터져도 세포질은 중성이라 그 효소들이 곧 힘을 잃는다. 안전장치까지 겸한 셈이다.

예제 21

pKa=7.20 인 인산 완충액을 만들었다. 약산과 짝염기의 농도가 각각 0.0387mol/L0.0613mol/L 이다. (가) 이 용액의 pH 는? (나) 여기에 산을 넣어 짝염기가 0.0563 으로 줄고 약산이 0.0437 로 늘었다면 pH 는 얼마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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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식에 그대로 넣는다. log1.58 은 표에서 log1.60.20 으로 어림한다.

pH=7.20+log0.06130.0387=7.20+log1.58=7.20+0.20=7.40

(나) 같은 식에 새 값을 넣는다.

pH=7.20+log0.05630.0437=7.20+log1.29=7.20+0.11=7.31

즉 pH 가 0.09 밖에 안 내려갔다.

견줄 대상이 있어야 이 값의 뜻이 산다. 만약 완충액이 아니라 순수한 물이었다면, 같은 양의 산(5.0×103mol 을 1 L 에)을 넣었을 때

[H+]=5.0×103mol/LpH=log(5.0×103)=2.30

pH 7 에서 2.30 으로 떨어진다. 수소 이온 농도로는 104.75×104 배 변한 것이다.

같은 산을 받고 한쪽은 0.09, 다른 쪽은 4.7 이 움직였다. 이것이 완충의 전부다. 세포가 인산·탄산·단백질 완충계를 겹쳐서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완충액은 pH 를 고정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폭을 줄일 뿐이고, 쓸 수 있는 범위도 pKa 의 위아래 1 정도다. 그 밖에서는 한쪽 창고가 거의 비어 있어 완충 능력이 없다.

흔한 오해

"pH 가 낮아진다는 것은 수소 이온이 조금 늘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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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 문제다. pH 는 로그 눈금이므로 한 칸이 10배다.

pH 변화수소 이온 농도 변화
0.3 내려간다약 2배 진해진다
1 내려간다10배
2 내려간다100배
3 내려간다1000배

그래서 "혈액 pH 가 7.4 에서 7.0 으로 내려갔다"는 말은 작은 변화가 아니라 수소 이온이 2.5배 진해졌다는 뜻이고,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pH 5 는 pH 6 보다 두 배 산성"이라고 읽는 것이다. 아니다. 10배다.

일반화하면 이렇다. 로그 눈금에서는 차이를 빼서 읽고, 그 차이를 10의 지수로 되돌려야 실제 배수가 나온다. 이 습관은 뒤에서 개체군 성장을 다룰 때도 그대로 쓰인다.

생체 거대분자 — 단위체를 이어 만든다

세포를 이루는 큰 분자는 네 종류다. 그리고 만드는 방법이 모두 같다. 작은 단위체를 이을 때 물 한 분자를 빼고, 끊을 때 물 한 분자를 넣는다. 앞을 탈수 축합, 뒤를 가수분해라 한다. 소화가 하는 일이 바로 뒤쪽이다.

종류단위체주로 하는 일
탄수화물단당류에너지 저장, 구조 만들기, 세포 표면의 표지
지질(단위체를 잇는 방식이 아니다) 지방산, 이소프렌막 만들기, 에너지 저장, 신호 전달
단백질아미노산 20종촉매, 구조, 운반, 신호, 운동. 세포가 하는 일의 대부분
핵산뉴클레오타이드 4종정보 저장과 전달

탄수화물과 지질

탄수화물의 단위체는 단당류이고 포도당이 대표다. 단당류가 둘 이어지면 이당류, 여럿 이어지면 다당류가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나온다. 녹말과 셀룰로스는 둘 다 포도당만 이어 만든 다당류인데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은 녹말을 먹고 셀룰로스는 소화하지 못한다.

차이는 이음매의 방향 하나다. 포도당을 잇는 자리가 위를 향하는가 아래를 향하는가에 따라 녹말과 셀룰로스가 갈린다. 그리고 사람의 소화효소는 녹말 쪽 방향만 끊을 수 있다. 같은 부품을 같은 수로 이어도 이음매의 기하가 다르면 다른 물질이다. 소나 흰개미가 풀과 나무를 먹고 사는 것은 스스로 셀룰로스를 끊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끊는 미생물을 몸 안에 데리고 살기 때문이다.

지질은 다른 셋과 달리 화학 구조로 묶인 부류가 아니다. "물에 잘 안 녹는다"는 성질로 묶은 부류이므로 안에 서로 꽤 다른 것들이 들어 있다.

탄소 수가 같아도 사슬이 꺾이면 서로 밀착하지 못해 녹는점이 내려간다는 것을 확인할 것. 같은 원리가 세포막의 유동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탄소 수가 같아도 사슬이 꺾이면 서로 밀착하지 못해 녹는점이 내려간다는 것을 확인할 것. 같은 원리가 세포막의 유동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원본 보기]

단백질

아미노산은 가운데 탄소 하나에 아미노기, 카복실기, 수소, 그리고 곁사슬이 붙은 구조다. 앞의 셋은 20종이 모두 같고 곁사슬만 다르다. 곁사슬이 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전하를 띠는지, 큰지 작은지가 그 단백질의 모든 성질을 만든다.

아미노산을 잇는 결합을 펩타이드 결합이라 하고, 이어진 사슬을 폴리펩타이드라 한다. 그 사슬이 접혀 제 모양을 갖춘 것이 단백질이다.

네 수준은 서로 다른 물질이 아니라 같은 사슬을 점점 크게 본 것이다. 1차 구조만 정해지면 나머지가 대개 따라온다는 점이 요점이다
<네 수준은 서로 다른 물질이 아니라 같은 사슬을 점점 크게 본 것이다. 1차 구조만 정해지면 나머지가 대개 따라온다는 점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1. 1차 구조 — 아미노산이 늘어선 차례. 이것만이 유전자에 적혀 있다.
  2. 2차 구조 — 사슬의 국소적인 규칙 모양. 나선으로 감기거나(α-나선) 병풍처럼 접힌다(β-병풍). 이 모양을 붙잡는 것은 곁사슬이 아니라 사슬의 뼈대끼리 만든 수소 결합이다.
  3. 3차 구조 — 사슬 하나 전체의 3차원 모양. 여기서 앞 절의 소수성 효과가 주된 힘이다. 물을 싫어하는 곁사슬이 안쪽으로 숨고 물을 좋아하는 곁사슬이 바깥을 향하도록 접힌다.
  4. 4차 구조 — 접힌 사슬 여럿이 모여 하나의 기능 단위를 이루는 것.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은 사슬 네 개가 모여야 제 일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나온다. 기능은 모양에서 나온다. 그러니 모양이 무너지면 기능도 사라진다. 열을 가하거나 pH 를 크게 바꾸면 접힘을 붙잡던 약한 결합들이 끊어져 사슬이 풀린다. 이것을 변성(denaturation)이라 한다. 달걀 흰자가 익어 굳는 것, 열이 나면 위험한 것, 위액에 들어간 세균의 단백질이 망가지는 것이 모두 같은 현상이다.

핵산, 그리고 ATP

뉴클레오타이드는 부품 셋으로 이루어진다. 인산, 탄소 다섯 개짜리 당, 그리고 염기다.

뉴클레오타이드의 세 부품과, 두 가닥이 정해진 짝으로 마주 본다는 것을 확인할 것. 한 가닥만 알면 나머지가 저절로 정해진다는 사실이 복제의 원리다
<뉴클레오타이드의 세 부품과, 두 가닥이 정해진 짝으로 마주 본다는 것을 확인할 것. 한 가닥만 알면 나머지가 저절로 정해진다는 사실이 복제의 원리다>[원본 보기]

뉴클레오타이드를 길게 이은 것이 핵산이고 두 종류가 있다.

DNARNA
데옥시리보스리보스 (산소가 하나 더 있다)
염기 네 가지A, T, G, CA, U, G, C (T 대신 U)
가닥 수두 가닥이 마주 본다대개 한 가닥
하는 일정보를 오래 보관한다정보를 옮기고, 일부는 촉매로도 일한다

DNA 두 가닥이 마주 볼 때 짝은 정해져 있다. A 는 T 하고만, G 는 C 하고만 짝을 짓는다. 그래서 한 가닥의 차례를 알면 나머지 한 가닥이 저절로 정해진다. 이 성질 하나가 복제와 전사를 모두 가능하게 한다. 짝을 붙잡는 것은 앞에서 본 수소 결합이고, A-T 는 2개, G-C 는 3개다. 그래서 G 와 C 가 많은 구간일수록 두 가닥이 잘 안 떨어진다.

한 생물이 가진 DNA 전체를 유전체(genome)라 한다. 그리고 3장에서 느슨하게 정한 대로, 그 안에서 단백질 하나를 지정하는 구간을 유전자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뉴클레오타이드의 다른 쓰임을 하나 짚어 둔다. ATP(아데노신 삼인산)는 A 염기를 가진 뉴클레오타이드에 인산이 하나가 아니라 줄줄이 붙은 것이다. 이 인산 셋은 모두 음전하를 띠어 서로 밀어내므로 억지로 붙들려 있는 상태이고, 맨 끝의 인산 하나가 떨어지면 그 밀침이 풀리면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온다.

ATP+H2OADP+Pi약 30kJ/mol 을 내놓는다

Pi 는 떨어져 나온 인산이고, 남은 것이 인산 둘짜리 ADP 다. 세포는 이 반응을 다른 반응에 붙여서 스스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나게 만든다. ATP 는 에너지 저장고가 아니라 잔돈이다. 만들어지고 곧바로 쓰이기를 되풀이하며, 세포 안에 쌓아 두는 양은 몇 초어치밖에 되지 않는다. 6장과 7장 전체가 이 잔돈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제 23

어떤 단백질의 질량이 50kDa 이다. (가) 아미노산이 몇 개쯤 이어져 있는가? 아미노산 하나가 사슬에 들어갈 때의 평균 질량은 110Da 로 본다. (나) 이 단백질을 지정하는 DNA 구간은 최소 몇 개의 염기쌍인가? 염기 3개가 아미노산 하나를 지정한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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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누면 된다. n=5.0×104Da÷110Da=4.5×102, 즉 약 450개다.

왜 아미노산의 실제 질량이 아니라 "사슬에 들어갈 때의 질량"을 쓰는가. 잇는 과정에서 물 한 분자(18Da)가 빠지기 때문이다. 이 장 첫머리의 탈수 축합이 여기서 계산에 들어온다.

(나) 아미노산 하나당 염기 3개이므로 L=3×450=1350 염기쌍, 약 1.4 킬로염기쌍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3장에서 사람 세포의 DNA 를 다 이으면 2 m 라 했고, 8장에서 보겠지만 염기쌍 하나의 길이가 약 0.34nm 다. 그러면 이 유전자 구간의 길이는 1350×0.34nm0.46μm 다. 2미터짜리 실에서 0.46 μm 를 골라 읽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가 이 숫자에서 보인다.

덧붙이면 (나)는 최소다. 사람의 유전자에는 단백질을 지정하지 않는 구간이 중간중간 끼어 있어 실제 길이는 이보다 훨씬 길다. 그 이야기는 10장에서 다룬다.

예제 24

어떤 효소를 70C 로 데웠더니 활성을 잃었고, 식혀도 돌아오지 않았다. (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나) 이때 펩타이드 결합은 끊어졌는가? (다) 온천에 사는 세균의 효소는 왜 이 온도에서 멀쩡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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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변성이다. 3차 구조를 붙잡고 있던 약한 힘들, 즉 수소 결합과 소수성 상호작용과 이온 사이의 끌림이 열의 흔들림을 이기지 못해 풀렸다. 모양이 무너졌으므로 기질이 들어맞던 자리도 사라졌다.

(나) 아니다. 여기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펩타이드 결합은 공유 결합이라 훨씬 강하다. 앞에서 본 대로 공유 결합이 약 400kJ/mol, 수소 결합이 약 20kJ/mol 이었다. 열은 약한 쪽만 끊는다. 그래서 아미노산의 차례(1차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고 접힘만 풀린 것이다.

그렇다면 식히면 왜 돌아오지 않는가. 풀린 사슬들이 서로 엉겨 붙어 버리기 때문이다. 원래 짝을 찾아 다시 접히는 것보다 옆 사슬의 소수성 부분과 붙는 편이 먼저 일어난다. 달걀 흰자가 다시 투명해지지 않는 이유다.

(다) 온천 세균의 효소는 아미노산 차례 자체가 다르다. 접힌 구조 안에 전하가 서로 끌어당기는 자리를 더 많이 두거나, 사슬을 공유 결합으로 한 번 더 꿰매어 두는 식으로 풀리기 어렵게 되어 있다.

여기서 일반적인 결론이 나온다. "단백질은 열에 약하다"는 성질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고, 그 정도는 1차 구조가 정한다. 온천 세균의 효소를 가져다 쓰는 기술(12장의 PCR 이 그 예다)이 성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제 25

어떤 DNA 두 가닥 중 한쪽의 염기 차례가 5-ATGCCGTC-3 다. (가) 마주 보는 가닥의 차례를 관례대로 5 쪽부터 적어라. (나) 이 여덟 자리 중 두 가닥을 떼어 놓기 가장 어려운 구간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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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규칙은 둘이다. A 는 T 와, G 는 C 와 짝을 짓는다. 그리고 두 가닥은 방향이 반대다.

먼저 짝만 지어 본다. 위 가닥을 왼쪽부터 읽으며 하나씩 대응시키면

5-ATGCCGTC-33-TACGGCAG-5

아래 가닥은 왼쪽 끝이 3 이다. 관례는 5 쪽부터 적는 것이므로 순서를 뒤집어야 한다.

5-GACGGCAT-3

여기서 가장 흔한 실수는 뒤집지 않고 TACGGCAG 라고 적는 것이다. 그러면 방향을 거꾸로 읽은 서열이 되어 전혀 다른 것을 가리키게 된다. 짝을 짓는 일과 방향을 맞추는 일은 별개의 두 단계다.

(나) G 와 C 는 수소 결합 3개, A 와 T 는 2개로 붙잡는다. 그러니 G 와 C 가 몰려 있는 구간이 가장 떼기 어렵다. 주어진 서열에서 3번째부터 6번째까지가 GCCG 로 전부 G 나 C 다. 여기가 가장 단단하다.

이 성질은 실험에 그대로 쓰인다. 두 가닥이 떨어지는 온도를 재면 그 구간에 G 와 C 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고, 반대로 원하는 온도에서 붙었다 떨어지게 하려면 G-C 비율을 보고 짧은 DNA 조각을 설계한다. 12장의 PCR 이 정확히 이 계산 위에 서 있다.

효소 — 반응의 속도를 정하는 장치

세포 안의 거의 모든 반응은 가만히 두면 일어나기는 하는데 쓸모없이 느리다. 여기서 "쓸모없이"란 수백 년 걸린다는 뜻이다. 그 반응을 초 단위로 끌어내리는 것이 효소(enzyme)이고, 거의 전부가 단백질이다.

왜 반응이 느린가. 출발 물질이 생성물로 가려면 중간에 불안정한 상태를 지나야 하는데, 거기까지 올라가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언덕의 높이를 활성화 에너지라 한다.

효소가 낮추는 것은 언덕의 높이뿐이고 출발점과 도착점의 높이 차이는 그대로라는 점을 확인할 것. 그래서 효소는 속도만 바꾸고 방향은 바꾸지 못한다
<효소가 낮추는 것은 언덕의 높이뿐이고 출발점과 도착점의 높이 차이는 그대로라는 점을 확인할 것. 그래서 효소는 속도만 바꾸고 방향은 바꾸지 못한다>[원본 보기]

여기서 두 가지를 구별해야 한다.

그러니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효소는 정반응과 역반응을 똑같은 배수로 빠르게 해서 평형에 더 빨리 도달하게 할 뿐, 평형이 어디인지는 바꾸지 않는다.

효소가 작용하는 상대를 기질(substrate)이라 하고, 기질이 들어가 앉는 자리를 활성부위라 한다. 활성부위는 기질의 모양뿐 아니라 전하 배치까지 맞아야 하므로, 효소 하나는 대개 정해진 기질 하나(또는 아주 비슷한 몇 개)에만 작용한다. 이것을 기질 특이성이라 한다.

다만 "열쇠와 자물쇠"라는 비유는 절반만 맞다. 기질이 들어오면 활성부위 쪽도 모양을 조금 바꾸어 더 꼭 맞게 감싼다. 이것을 유도 적합이라 하고, 이렇게 해야 기질을 반응하기 좋은 방향으로 비틀어 줄 수 있다.

곡선을 읽는 법 — KMVmax

효소가 든 시험관에 기질을 조금씩 더 넣으면서 반응 속도를 재면 이런 모양이 나온다.

기질을 아무리 넣어도 넘지 못하는 천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천장의 절반이 되는 기질 농도가 K M 이라는 것을 확인할 것
<기질을 아무리 넣어도 넘지 못하는 천장이 있다는 것, 그리고 천장의 절반이 되는 기질 농도가 K M 이라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곡선의 모양을 나타내는 식이 있고 미카엘리스-멘텐 식이라 한다.

v=Vmax[S]KM+[S]

이 식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곡선에서 두 값을 읽어 낼 줄 아는 것이 목표다.

곡선에서 어디인가무엇을 뜻하는가효소를 두 배 넣으면
Vmax곡선이 다가가는 천장모든 효소가 쉬지 않고 일할 때의 속도. 더 넣을 곳이 없어 포화한 상태다두 배가 된다
KM속도가 천장의 절반이 되는 기질 농도이 효소가 이 기질을 얼마나 낮은 농도에서도 붙잡는가. 작을수록 잘 붙잡는다변하지 않는다

마지막 칸의 차이가 중요하다. Vmax 는 효소가 몇 개 있는지에 달렸으므로 효소 자체의 성질이 아니다. KM 은 효소와 기질의 짝이 정하는 값이므로 효소량과 무관하다. 그래서 같은 효소라도 기질이 다르면 KM 이 다르고, 이 값으로 "이 효소가 어느 기질을 주로 쓰는가"를 판단한다.

곡선의 양쪽 끝도 읽어 두면 쓸모가 있다. 기질이 KM 보다 훨씬 적으면 속도가 기질 농도에 거의 비례한다. 기질이 훨씬 많으면 속도가 기질 농도와 무관해진다. 앞쪽에서는 기질을 더 주면 빨라지고 뒤쪽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저해 — 효소를 늦추는 두 가지 방법

경쟁적 저해는 곡선이 오른쪽으로 늘어져 K M 이 커질 뿐 천장은 그대로이고, 비경쟁적 저해는 천장 자체가 내려간다는 것을 확인할 것
<경쟁적 저해는 곡선이 오른쪽으로 늘어져 K M 이 커질 뿐 천장은 그대로이고, 비경쟁적 저해는 천장 자체가 내려간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유형저해제가 앉는 자리VmaxKM기질을 아주 많이 넣으면
경쟁적 (competitive)기질이 앉을 활성부위. 기질과 자리를 다툰다그대로커진다이길 수 있다. 원래 속도를 되찾는다
비경쟁적 (noncompetitive)다른 자리. 앉으면 효소의 모양이 바뀐다내려간다그대로이기지 못한다

구별하는 물음은 하나다. 기질 농도를 아주 높이면 원래 속도를 되찾는가. 되찾으면 경쟁적, 못 되찾으면 비경쟁적이다.

두 번째 유형이 세포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활성부위가 아닌 다른 자리에 무언가가 붙어 효소의 모양을, 따라서 활성을 바꾸는 것을 알로스테릭 조절이라 한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어떤 경로의 마지막 산물이 그 경로의 첫 효소를 끄도록 만들 수 있다. 산물이 쌓이면 생산이 멈추고 산물이 줄면 다시 돌아간다. 이것을 되먹임 억제라 하며, 세포가 물질의 양을 조절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다.

예제 26

어떤 효소의 Vmax=10μmol/(Ls), KM=2.0×103mol/L 이다. (가) 기질 농도가 2.0×103mol/L 일 때 속도는? (나) 8.0×103mol/L 일 때는? (다) 속도를 Vmax 의 90%로 만들려면 기질이 얼마나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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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기질 농도가 마침 KM 과 같다. 정의상 그때 속도는 천장의 절반이므로 v=Vmax/2=5.0μmol/(Ls) 다. 식에 넣어도 분자가 VmaxKM, 분모가 2KM 이라 같은 답이 나온다.

(나) 식에 넣는다. 단위가 같으므로 103 을 떼고 숫자만 다뤄도 된다.

v=10×8.02.0+8.0=8010=8.0μmol/(Ls)

기질을 4배로 늘렸는데 속도는 5.0 에서 8.0 으로 1.6배밖에 늘지 않았다. 천장에 가까워질수록 더 넣어도 소용이 없어진다는 것이 여기서 수로 확인된다.

(다) 식을 [S] 에 대해 푼다. v=0.90Vmax 로 놓으면

0.90=[S]KM+[S] 의 양변에 분모를 곱하면

0.90KM+0.90[S]=[S]0.90KM=0.10[S][S]=9KM

[S]=9×2.0×103=1.8×102mol/L

90%에 이르려면 KM 의 9배가 필요하다. 99%를 원하면 같은 계산으로 99배다. 천장에는 원리상 도달하지 못한다. 실험에서 "포화시켰다"고 말할 때는 대개 10KM 정도를 쓴다.

예제 27

어떤 약이 효소 A 를 저해한다. 실험해 보니 기질을 충분히 넣었을 때 저해가 없을 때와 같은 최대 속도가 나왔고, 다만 그 속도에 이르는 데 기질이 3배 더 필요했다. (가) 어느 유형의 저해인가? (나) 이 약의 효과는 환자의 몸속 기질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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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판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 기질을 많이 넣었을 때 원래 속도를 되찾았다.Vmax 가 그대로다. 그리고 그 속도에 이르는 데 기질이 더 필요해졌으니 KM 이 커졌다.

표와 맞춰 보면 경쟁적 저해다. 약이 기질과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는 뜻이고, 대개 그 약의 모양이 기질과 닮았다.

(나) 그렇다. 여기가 이 문제의 요점이다. 경쟁적 저해는 자리 다툼이므로 결과가 두 쪽의 농도비에 달렸다.

  • 기질이 적으면 약이 자리를 차지하기 쉬워 저해가 잘 듣는다.
  • 기질이 많으면 약이 밀려나 저해가 약해진다.

그래서 이런 약은 기질 농도가 높은 상황에서 효과가 떨어진다. 식후에 기질이 몰려 들어오는 대사 경로를 겨냥한 약이라면 복용 시점이 효과를 좌우한다.

비경쟁적 저해였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저해제가 다른 자리에 앉으므로 기질을 아무리 늘려도 밀어낼 수 없고, 따라서 효과가 기질 농도에 덜 휘둘린다. 어느 유형의 저해제를 쓰느냐가 약을 설계할 때의 실제 선택지가 되는 이유다.

흔한 오해

"효소가 있어야 그 반응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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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정확히는 "효소가 없으면 그 반응은 쓸모없이 느리다"이다. 그림에서 본 대로 효소는 언덕을 낮출 뿐이고, 언덕이 높아도 넘는 분자는 늘 조금씩 있다.

왜 이 구별이 중요한가. 세 가지가 여기서 따라 나온다.

  1. 효소는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 자유에너지 차이가 양수인 반응은 효소를 아무리 넣어도 저절로 가지 않는다. 그런 반응을 굴리려면 ATP 를 쪼개는 반응에 붙여서 전체를 음수로 만들어야 한다. 6장과 7장에서 계속 보게 될 방식이다.
  2. 효소는 평형을 옮기지 못한다. 정반응과 역반응을 같은 배수로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효소를 넣으면 평형에 빨리 도달할 뿐이다.
  3. 그래서 조절이 가능하다. 세포가 어떤 반응을 켜고 끄는 방법은 그 반응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능한 반응의 속도를 효소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다.

마지막 항목이 대사 조절 전체의 뼈대다. 세포가 무엇을 할지 정하는 것은 어느 효소를 얼마나 활성 상태로 두느냐이지, 어떤 반응이 가능하고 어떤 반응이 불가능한지가 아니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뒷장은 아래를 안다고 보고 나아간다.

기호 / 낱말메모
극성 · 수소 결합전하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 / 그 치우침이 만드는 약한 끌림약 20 kJ/mol. 공유 결합의 20분의 1
소수성 효과비극성 분자가 물속에서 뭉치는 현상단백질 접힘과 세포막 형성의 주된 힘
mol (몰)6.022×1023 개. 달톤 값이 그램 값과 같아지도록 정했다kJ/mol 은 1몰에 대한 에너지
mol/L농도. [X] 로 적는다세포 안은 대개 106102 자리
log (상용로그)10을 몇 번 곱해야 그 수가 되는가곱셈이 덧셈이 된다. 한 칸이 10배
pH · pOH · Kwlog[H+] / log[OH] / 두 농도의 곱 1.0×101425 °C 에서 pH + pOH = 14. 곱은 늘 일정하다
평형정방향과 역방향의 속도가 같아진 상태 로 표시한다
Ka · pKa · 완충 용액약산의 해리 정도 / 그 로그를 뒤집은 값 / 약산과 짝염기를 함께 담은 용액pH 를 고정하지 않고 폭만 줄인다. pKa 위아래 1 에서만 듣는다
탈수 축합 · 가수분해물을 빼며 잇기 / 물을 넣어 끊기네 거대분자에 모두 공통
양친매성한 분자 안에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이 함께 있는 것인지질. 5장 세포막의 근거
아미노산 · 펩타이드 결합단백질의 단위체 / 그것을 잇는 결합20종. 곁사슬만 다르다
1~4차 구조 · 변성서열 / 국소 모양 / 전체 접힘 / 사슬 여럿의 조립 / 접힘이 풀리는 것기능은 모양에서 나온다
뉴클레오타이드 · DNA · RNA인산+당+염기 / 두 가닥 정보 저장 / 대개 한 가닥, 전달과 촉매A-T 는 수소 결합 2개, G-C 는 3개
유전체 · 유전자DNA 전체 / 단백질 하나를 지정하는 구간유전자의 엄밀한 정의는 10장
ATP · ADP인산 셋 달린 뉴클레오타이드 / 하나 떨어진 것약 30 kJ/mol. 저장고가 아니라 잔돈
ΔG자유에너지 변화. 반응의 방향을 정한다음수면 스스로 간다. 효소가 못 바꾼다
활성화 에너지 · 기질 · 활성부위반응이 넘어야 할 언덕 / 효소가 작용하는 상대 / 기질이 앉는 자리효소가 낮추는 것은 언덕뿐이다. 앉으면 자리가 조금 변한다(유도 적합)
Vmax · KM포화했을 때의 속도 / 천장의 절반이 되는 기질 농도앞은 효소량에 비례, 뒤는 무관
경쟁적 · 비경쟁적 저해활성부위를 다툰다 / 다른 자리에 앉아 모양을 바꾼다기질을 늘려 이길 수 있는가로 가른다
알로스테릭 조절 · 되먹임 억제다른 자리에 붙어 활성을 바꾸는 것 / 산물이 첫 효소를 끄는 것대사 조절의 기본 형태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pH 차이 1을 ‘조금’으로 읽는다농도로는 10배다. 로그 눈금에서는 뺀 값을 10의 지수로 되돌려야 한다
중성이 언제나 pH 7 이라고 본다중성은 두 이온의 농도가 같은 것이다. 체온에서는 약 6.8
완충액이 pH 를 고정한다고 본다폭을 줄일 뿐이고, 한쪽 성분이 바닥나면 똑같이 무너진다
변성에서 펩타이드 결합이 끊긴다고 본다끊기는 것은 약한 결합뿐이다. 서열은 남는다
효소가 반응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본다가능한 반응을 빠르게 할 뿐이다. 방향과 평형은 못 바꾼다
Vmax 를 효소 고유의 값으로 본다효소량에 비례한다. 효소 고유의 값에 가까운 것은 KM 이다

이 장의 뼈대는 네 문장이다. 물의 성질은 굽은 모양과 수소 결합에서 전부 나온다. 세포는 pH 를 좁게 붙잡아 두어야 하고 그 장치가 완충계다. 큰 분자 넷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끊어지며, 기능은 모양에서 나온다. 그리고 효소는 속도만 바꾼다.

다음 장은 이 분자들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다룬다. 양친매성 인지질이 저절로 만드는 이중층에서 시작해, 그 막이 세포 안을 어떻게 여러 방으로 나누고 무엇을 어떻게 들여보내는지까지 간다.

세포 구조와 막

세포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막으로 나눈 반응 용기들의 모임이다. 4장에서 본 인지질이 물속에서 저절로 이중층을 만든다는 사실 하나가, 세포라는 것이 가능해진 출발점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세포는 왜 안을 여러 방으로 나누는가, 그 방들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가, 막은 무엇을 통과시키고 무엇을 막는가, 그리고 물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4장의 양친매성과 소수성 효과, 단백질의 모양과 기능, 효소의 포화 곡선, ATP, 농도 단위 mol/L, 그리고 pH 다. 3장의 μm·nm 과 표면적 대 부피 비도 계속 쓴다.

새로 필요한 것은 하나다. 삼투압을 계산할 때 쓰는 절대온도인데, 그 절에서 도입한다.

소기관 — 막으로 나눈 방들

먼저 왜 나누는지부터 보자. 세포가 안을 그냥 하나의 공간으로 두면 곤란한 일이 여럿 생긴다.

진핵세포가 원핵세포보다 1000배 넘게 커질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3장에서 큰 세포는 확산만으로는 안 된다고 계산했는데, 안을 나누면 각 방 안에서의 거리가 다시 짧아진다.

구조하는 일기억할 사실
핵 (nucleus)DNA 를 보관하고 그 지시를 읽어 낸다막이 두 겹이다. 뚫린 구멍(핵공)이 크기와 표지를 보고 골라 통과시킨다
리보솜 (ribosome)지시를 읽어 아미노산을 잇는다막 구조가 아니다. RNA 와 단백질 덩어리이며 촉매 작용을 하는 쪽이 RNA 다
조면소포체막에 박히거나 세포 밖으로 나갈 단백질을 만들고 접는다리보솜이 붙어 있어 거칠게 보인다. 잘못 접힌 것을 걸러 내는 검사도 여기서 한다
활면소포체지질을 만들고, 해로운 물질을 처리하고, 칼슘을 저장한다리보솜이 없다. 간세포와 근육세포에서 특히 발달한다
골지체 (Golgi)소포체에서 온 것을 다듬고 주소를 붙여 보낸다납작한 주머니가 쌓인 모양. 들어오는 쪽과 나가는 쪽의 역할이 다르다
리소좀 (lysosome)가수분해 효소로 낡은 것과 삼킨 것을 분해한다안이 pH 4.5~5.0. 수소 이온을 계속 퍼 넣어 그 상태를 유지한다
퍼옥시좀 (peroxisome)지방산을 자르고 과산화수소를 처리한다스스로 만든 과산화수소를 곧바로 없애는 효소를 함께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ATP 를 만든다 (6장)막이 두 겹이고 안쪽 막이 접혀 있다. 자기 DNA 와 자기 리보솜을 갖는다
엽록체 (chloroplast)빛으로 당을 만든다 (7장)막이 세 겹 체계다. 역시 자기 DNA 를 갖는다. 식물과 조류에만 있다
액포 (vacuole)물과 물질을 저장하고 부피를 채운다다 자란 식물세포에서는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포벽 (cell wall)모양을 잡고 터지지 않게 받친다식물은 셀룰로스, 균류는 키틴. 세포막 바깥에 따로 있는 구조다

표의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항목을 눈여겨볼 만하다. 둘만 자기 DNA 와 자기 리보솜을 갖는다. 게다가 그 리보솜은 진핵세포의 것보다 세균의 것을 닮았고, 막도 두 겹이다. 이 사실들에서 나온 설명이 세포내공생설이다. 옛날에 큰 세포가 세균을 삼켰는데 소화하지 않고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근거가 상당히 탄탄하지만 세부는 아직 논의 중이며, 13장에서 다시 다룬다.

소기관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부품이 아니라 한 줄로 이어진 공정이다.

핵에서 나온 지시가 세포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경로를 순서대로 따라갈 것. 어디서 갈래가 나뉘는지, 그리고 세포내섭취로 들어온 것이 어디로 합류하는지를 함께 볼 것
<핵에서 나온 지시가 세포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경로를 순서대로 따라갈 것. 어디서 갈래가 나뉘는지, 그리고 세포내섭취로 들어온 것이 어디로 합류하는지를 함께 볼 것>[원본 보기]

예제 29

전자현미경으로 두 세포를 관찰했다. A 는 조면소포체와 골지체가 세포질을 가득 채우고 있고 분비 소포가 많다. B 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부피의 30%를 넘고 소포체가 칼슘 저장 형태로 발달했다. 각각 어떤 조직의 세포로 짐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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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하나다. 구조는 기능을 따라간다. 무엇이 많은지를 보고 그 세포가 무엇을 많이 하는지를 거꾸로 읽는다.

A 부터 본다. 조면소포체는 세포 밖으로 나갈 단백질을 만드는 곳이고 골지체는 그 발송 창구다. 분비 소포까지 많다면 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보내는 세포다. 소화효소를 만드는 이자 세포,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 침샘 세포가 후보다.

B 는 다르다. 미토콘드리아가 부피의 30%를 넘는다는 것은 ATP 수요가 쉬지 않고 크다는 뜻이다. 여기에 칼슘을 빠르게 내보내고 되거두는 장치가 발달했다면 수축을 되풀이하는 세포다. 심장근육세포가 대표적이다.

판정을 검증하려면 어긋나는 경우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만약 A 가 단백질이 아니라 지질이나 스테로이드를 분비하는 세포였다면 조면이 아니라 활면소포체가 발달했을 것이다. B 가 산소 없이 짧게 힘을 쓰는 근육이었다면 미토콘드리아 비율이 낮고 대신 당을 저장한 알갱이가 많았을 것이다.

이런 판독 문제에서 답을 하나로 못 박는 것은 위험하다. "이 구조가 많다"에서 "이런 일을 많이 한다"까지는 확실하지만, 거기서 특정 조직을 짚는 데는 다른 정보가 더 필요하다.

예제 30

어떤 세포에서 리소좀 막에 있는 수소 이온 펌프가 고장 났다. (가) 리소좀 안의 pH 는 어떻게 되는가? (나) 그 결과 세포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 (다) 이 세포에서 세포내섭취 자체는 여전히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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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리소좀 안이 pH 4.5~5.0 인 것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펌프가 수소 이온을 계속 퍼 넣어 유지하는 상태다. 4장의 계산으로 세포질(pH 7.2)보다 수백 배 진한 산성이다. 펌프가 멈추면 수소 이온이 새어 나가 리소좀 안이 세포질과 비슷한 pH 로 올라간다.

(나) 리소좀의 가수분해 효소들은 산성에서 잘 작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pH 가 7 근처로 오르면 효소들이 활성을 잃는다. 4장에서 본 대로 단백질의 기능은 모양에서 나오고, 모양은 곁사슬의 전하 상태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분해가 멈춘다. 삼킨 물질과 낡은 소기관이 리소좀 안에 쌓이기만 하고 처리되지 않는다. 세포는 부풀고, 재활용해 쓰던 아미노산과 당의 공급도 끊긴다.

(다) 일어난다. 세포내섭취는 세포막이 오목해져 소포를 만드는 일이고 리소좀의 pH 와 무관하다. 그래서 들여오기는 하는데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여기서 얻을 것은 설계의 논리다. 세포는 위험한 효소를 "가둬 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방에서만 작동하도록 조건을 맞춰 두었다. 리소좀이 터져도 세포질은 중성이라 효소들이 곧 힘을 잃는다. 격리와 조건 맞춤이라는 두 겹의 안전장치다.

흔한 오해

"소기관은 세포 안에 떠 있는 독립된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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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가 틀렸다.

첫째, 여럿이 서로 이어져 있다. 핵을 싸는 막은 소포체 막과 그대로 연결되어 있고, 조면소포체와 활면소포체도 이어진 하나의 막 체계다. 골지체와 리소좀과 세포막은 소포를 주고받으며 막을 서로 넘긴다. 그림에서 본 경로가 그것이다.

둘째, 떠 있지 않다. 세포골격이 소기관의 자리를 잡아 주고 필요할 때 옮긴다. 다음 절의 이야기다.

셋째, 독립되어 있지 않다. 미토콘드리아는 자기 DNA 를 갖지만 필요한 단백질의 대부분은 핵의 지시로 세포질에서 만들어져 들어온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정확한 진술은 이렇다. 세포는 부품의 집합이 아니라 막으로 나뉜 방들이 서로 물질을 주고받는 하나의 체계다. 그래서 어느 한 곳이 막히면 그 아래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세포골격 — 뼈대가 아니라 늘 다시 짓는 비계

세포 안에는 단백질로 만든 실이 그물처럼 뻗어 있다. 모양을 잡고, 물건을 나르고, 세포가 움직이게 하고, 분열할 때 염색체를 끌어당긴다. 이것을 세포골격이라 하며 굵기와 성질이 다른 세 종류가 있다.

세 종류의 굵기와 성질을 견주어 볼 것. 특히 앞의 둘에는 방향이 있어 운동단백질이 그 위를 걷지만 중간섬유에는 방향이 없다는 차이가 핵심이다
<세 종류의 굵기와 성질을 견주어 볼 것. 특히 앞의 둘에는 방향이 있어 운동단백질이 그 위를 걷지만 중간섬유에는 방향이 없다는 차이가 핵심이다>[원본 보기]

표로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미세소관액틴 필라멘트중간섬유
지름약 25 nm약 7 nm약 10 nm
모양속이 빈 관두 가닥이 꼬인 줄여러 가닥을 꼰 밧줄
방향(극성)있다있다없다
운동단백질키네신, 다이닌이 걷는다미오신이 걷는다없다
주로 하는 일소포의 장거리 운반, 섬모와 편모, 분열 때의 방추사세포 표면의 장력, 기어가는 운동, 분열 끝에 세포를 조르는 고리잡아당기는 힘 견디기, 핵막 받치기
안정성자랐다 무너졌다를 되풀이한다한쪽에서 붙고 다른 쪽에서 떨어진다셋 중 가장 안정하다

앞의 둘에 방향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방향이 있어야 "이쪽으로 가라"는 지시가 성립한다. 미세소관 위를 걷는 두 운동단백질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 그래서 세포는 같은 궤도로 안쪽 배송과 바깥쪽 배송을 함께 할 수 있다. 이 운동단백질들은 ATP 를 쪼개어 그 에너지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예제 32

사람의 운동신경 세포는 세포체에서 근육까지 축삭이 1.0m 뻗어 있기도 하다. (가) 세포체에서 만든 단백질이 확산만으로 끝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3장의 식으로 어림하라. 단백질의 확산계수를 D=25μm2/s 로 본다. (나) 미세소관 위를 1.0μm/s 로 운반하면 얼마나 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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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3장의 tx2/(2D) 를 쓴다. 단위를 μm 로 맞춘다. 1.0m=1.0×106μm 이므로

t=(1.0×106)22×25=1.0×101250=2.0×1010s

감이 오지 않으니 연 단위로 바꾼다. 1년은 약 3.16×107s 이므로

t=2.0×10103.16×107=6.3×102 년이다.

약 630년이다. 확산으로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 속도로 나누면 된다.

t=xv=1.0×106μm1.0μm/s=1.0×106s12d

약 12일이다. 두 값의 비는 2×104 배다.

결론은 분명하다. 긴 거리에서는 확산이 쓸 수 없고 운반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신경세포가 세포골격이나 운동단백질의 결함에 특히 취약한 이유가 여기 있다.

다만 반대 방향의 결론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확산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짧은 거리에서는 압도적으로 빠르고 게다가 공짜다.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틈은 약 20 nm 인데, 같은 식으로 계산하면 마이크로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 구간에는 운반 장치가 없다.

흔한 오해

"세포골격은 세포의 뼈대이므로 한번 지어지면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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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가 틀렸다.

첫째, 끊임없이 지어졌다 헐린다. 미세소관은 같은 세포 안에서도 어떤 것은 자라고 어떤 것은 갑자기 무너진다. 8장에서 볼 분열 때, 방추사가 염색체를 찾아가는 방식이 이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아무 데나 뻗어 보다가 염색체를 잡으면 안정되고 못 잡으면 무너진다.

둘째, 에너지를 쓴다. 세포골격을 이루는 단백질들은 뉴클레오타이드를 쥐고 있다가 쪼개며, 그 쪼갬이 조립과 해체에 방향을 준다. 뼈대라면 세워 놓고 나서 에너지가 들 이유가 없다.

셋째, 지지만 하지 않는다. 운반 궤도이고, 분열 장치이고, 세포가 기어가는 기구이고, 신호 단백질이 모이는 발판이다.

다만 중간섬유는 셋 중 상대적으로 안정하고 방향이 없으며 뉴클레오타이드를 쓰지 않는다.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묶으려 하면 늘 예외가 생긴다. 그래서 "세포골격은 이렇다"보다 "셋이 각각 이렇다"로 외우는 편이 정확하다.

세포막 — 2차원 액체 위에 단백질이 떠 있다

4장에서 인지질이 양친매성이라고 했다. 물을 좋아하는 머리와 싫어하는 꼬리 둘이 한 분자에 있다. 이런 분자를 물에 넣으면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꼬리끼리 맞대고 머리를 물 쪽으로 내민 이중층이 만들어진다. 소수성 효과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 물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두께가 약 4 nm 라는 것, 그리고 지질이 같은 층 안에서는 빠르게 미끄러지지만 층을 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것. 그 결과 안팎의 조성이 다르게 유지된다
<두께가 약 4 nm 라는 것, 그리고 지질이 같은 층 안에서는 빠르게 미끄러지지만 층을 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것. 그 결과 안팎의 조성이 다르게 유지된다>[원본 보기]

이 구조를 유동 모자이크 모형이라 한다. 이름의 두 낱말이 각각 하나씩을 말한다.

층을 넘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에서 중요한 결과가 나온다. 막의 두 면은 조성이 다르고, 그 차이가 유지된다. 당사슬은 언제나 바깥쪽에만 붙어 있고, 신호를 받는 부분은 바깥, 신호를 안으로 전달하는 부분은 안쪽이다. 막에 방향이 있다는 뜻이며, 그래서 소포가 세포막과 합쳐질 때도 안팎이 뒤집히지 않는다.

유동성은 조건에 따라 변한다. 온도가 내려가면 지질 꼬리들이 서로 붙어 굳고, 그러면 막단백질이 움직이지 못해 기능을 잃는다. 생물은 두 가지로 대응한다. 4장에서 본 대로 불포화 지방산의 비율을 올려 꼬리가 밀착하지 못하게 하고, 동물은 콜레스테롤을 끼워 넣는다. 콜레스테롤은 흥미롭게도 양쪽으로 작용한다. 높은 온도에서는 꼬리의 움직임을 붙들어 너무 묽어지는 것을 막고, 낮은 온도에서는 꼬리들이 규칙적으로 정렬하는 것을 방해해 굳는 것을 막는다. 완충 장치인 셈이다.

예제 34

대장균의 표면적이 6.0μm2 이고, 인지질 한 분자가 이중층의 한 면에서 차지하는 넓이가 0.65nm2 라 하자. (가) 이 세포막 하나를 채우는 인지질 분자는 몇 개인가? (나) 실제 값은 이보다 많겠는가 적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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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넓이를 한 분자가 차지하는 넓이로 나누면 개수가 나온다. 단위부터 맞춘다. 3장에서 본 대로 1μm2=106nm2 이므로

A=6.0μm2=6.0×106nm2

한 면에 들어가는 수는

N1=6.0×106nm20.65nm2=9.2×106

이중층은 면이 둘이므로

N=2N1=1.8×107

약 2천만 개다.

(나) 이보다 적다. 계산에서 막 전체가 인지질로만 채워져 있다고 놓았는데, 실제 막에는 단백질이 상당한 넓이를 차지한다. 막에 따라 다르지만 넓이의 20~50%를 단백질이 차지한다고 보고된다. 그러니 위 값은 상한이다.

이 계산의 목적은 정확한 개수가 아니라 감각이다. 세포막 한 겹이 107 개 규모의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분자들이 각자 옆으로 미끄러지며 자리를 바꾸고 있다. 막을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섞이는 무리"로 그려야 유동 모자이크가 제대로 이해된다.

예제 35

어떤 세균을 37C 에서 키우다가 20C 로 옮겨 배양했다. 며칠 뒤 막 지질을 분석하니 불포화 지방산의 비율이 올라 있었다. (가) 왜 그런가? (나) 이 변화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생겼겠는가? (다) 이것은 3장의 생명의 조건 중 어느 항목의 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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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4장에서 본 대로 cis 이중 결합은 사슬을 꺾어 이웃과 밀착하지 못하게 한다. 밀착하지 못하면 서로 당기는 힘의 합이 작아지고, 그만큼 낮은 온도에서도 굳지 않는다.

온도가 내려가면 분자들의 흔들림이 줄어 꼬리들이 나란히 정렬하려 한다. 세균은 불포화 비율을 올려 그 정렬을 방해한 것이다. 바깥 온도가 내려간 만큼 막이 굳는 온도를 함께 내렸다.

(나) 막이 굳으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무너진다. 첫째, 막단백질이 움직이지 못해 서로 만나야 작동하는 장치들이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굳은 막은 잘 갈라져 새기 쉽다. 이온이 새면 안팎의 농도 차이가 무너지고, 뒤에서 볼 수송이 전부 헛돌게 된다.

(다) 항상성이다. 다만 여기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온도가 아니라 막의 유동성이다.

이 구별이 중요하다. 항상성이라고 하면 흔히 체온이나 혈당처럼 "어떤 값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 떠올린다. 그러나 세균은 체온을 조절하지 못한다. 대신 온도가 변하면 부품을 바꿔서 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항상성의 대상이 값이 아니라 기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예가 보여 준다.

물질 수송 — 무엇이 어떻게 막을 건너는가

지질 이중층의 가운데는 기름 같은 층이다. 그래서 무엇이 통과할 수 있는지는 기름에 잘 녹는가와 크기가 작은가로 대체로 정해진다.

이중층을 그냥 통과하는가보기
작고 무극성잘 통과한다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기름에 녹는 큰 분자통과한다스테로이드 호르몬
작고 극성이지만 전하 없음느리게 통과한다물, 요소
전하를 띤 것거의 통과하지 못한다나트륨 이온, 칼륨 이온, 수소 이온
크고 극성통과하지 못한다포도당, 아미노산

마지막 두 줄이 문제다. 세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래서 막에는 그것들을 통과시키는 단백질이 박혀 있고, 그 단백질이 어떻게 일하느냐로 수송 방식이 갈린다.

위에서부터 물음 세 개를 차례로 던져 판정하는 흐름이다. 각 갈림길에서 어떤 실험으로 확인하는지를 함께 볼 것
<위에서부터 물음 세 개를 차례로 던져 판정하는 흐름이다. 각 갈림길에서 어떤 실험으로 확인하는지를 함께 볼 것>[원본 보기]

판정의 첫 물음은 실험으로 곧바로 답할 수 있다. 바깥 농도를 계속 올리면서 들어오는 속도를 재 보는 것이다.

직선이면 결합 자리가 없다는 뜻이고 천장이 보이면 수가 정해진 결합 자리, 즉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뜻이다. 4장의 효소 포화 곡선과 모양이 같다는 점도 확인할 것
<직선이면 결합 자리가 없다는 뜻이고 천장이 보이면 수가 정해진 결합 자리, 즉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뜻이다. 4장의 효소 포화 곡선과 모양이 같다는 점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곡선이 4장의 효소 곡선과 같은 모양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 다 수가 정해진 결합 자리에 무언가가 붙었다 떨어지는 과정이고, 자리가 다 차면 그 이상 빨라질 수 없다. 그래서 수송 단백질에도 VmaxKM 을 그대로 정의해 쓴다.

두 번째 물음은 방향이다. 농도가 낮은 쪽으로만 가면 에너지가 필요 없고, 높은 쪽으로 밀어 올리려면 에너지가 든다. 앞을 촉진 확산, 뒤를 능동 수송이라 한다.

세 번째 물음은 그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오느냐다. ATP 를 직접 쪼개 쓰면 1차 능동 수송, 다른 이온이 농도 차를 따라 흘러내리는 힘을 빌리면 2차 능동 수송이다. 뒤쪽도 결국 ATP 에 기대고 있다. 그 농도 차를 만든 것이 1차 능동 수송이기 때문이다.

1차 능동 수송의 대표가 나트륨-칼륨 펌프다. ATP 하나를 쪼갤 때마다 나트륨 이온 3개를 밖으로 내보내고 칼륨 이온 2개를 안으로 들여온다. 이 펌프가 만든 나트륨 농도 차이가 곧 세포의 "충전된 배터리"이고, 창자에서 포도당을 흡수하는 일부터 16장에서 볼 신경 신호까지가 그 배터리를 꺼내 쓴다.

소포 수송 — 통째로 옮기는 방법

분자 하나씩 다루기에는 너무 큰 것, 예를 들어 세균이나 큰 단백질 덩어리는 어떻게 하는가. 막으로 싸서 통째로 옮긴다.

이 둘은 반드시 짝을 이루어야 한다. 세포내섭취만 계속하면 세포막이 줄어들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들여온 소포에서 막과 수용체의 상당 부분이 표면으로 되돌아간다.

예제 36

어떤 물질의 세포 내 유입 속도를 바깥 농도에 대해 재었더니 세 가지 결과가 나왔다. (a) 농도에 비례해 끝없이 오른다. (b) 천장이 있고, 구조가 비슷한 다른 물질을 함께 넣으면 속도가 떨어진다. (c) 천장이 있고, 세포 안 농도가 바깥보다 높아지며,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막으면 수송이 멈춘다. 각각 어떤 수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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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준 셋을 먼저 세운다. 천장이 있는가(결합 자리가 유한한가), 비슷한 물질이 방해하는가(같은 자리를 다투는가), 기울기를 거스르며 에너지를 쓰는가.

(a) 천장이 없다. 결합할 자리가 없다는 뜻이므로 단순 확산이다. 지질 이중층을 직접 지난다. 이런 물질은 원리상 기울기를 거스를 수 없다.

(b) 천장이 있으니 단백질이 관여한다. 구조가 비슷한 물질이 방해한다는 것은 같은 결합 자리를 다툰다는 뜻이고, 4장의 경쟁적 저해와 같은 논리다. 그런데 기울기를 거스른다는 말도, 에너지가 든다는 말도 없다. 따라서 촉진 확산이다.

(c) 천장 + 기울기 역행 + 에너지 의존이므로 능동 수송이다.

(c) 를 더 가르려면 실험을 하나 더 해야 한다. 배양액에서 나트륨 이온을 빼 보는 것이다. 그때 수송이 멈추면 나트륨의 농도 차를 빌려 쓰는 2차 능동 수송이고, 나트륨과 상관없이 ATP 가 떨어질 때만 멈추면 1차 능동 수송이다.

이 단계적 배제가 수송 연구의 표준 논리다. 물음을 하나씩 던져 갈래를 반씩 줄여 나가고, 갈리지 않는 곳에서는 실험을 하나 더 설계한다.

예제 37

나트륨-칼륨 펌프는 ATP 하나당 나트륨 이온 3개를 내보내고 칼륨 이온 2개를 들여온다. (가) 한 번 작동할 때마다 세포 안의 양전하는 어떻게 변하는가? (나) 어떤 신경세포가 초당 이 펌프를 3.0×106 회 돌린다면 ATP 를 초당 몇 개 쓰는가? (다) 세포 안 ATP 가 6.0×107 개뿐이라면 몇 초 만에 바닥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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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가는 양전하가 3, 들어오는 양전하가 2이므로 한 번마다 양전하가 하나씩 순수하게 빠져나간다.

Δ(양전하)=3+2=1

그래서 이 펌프는 물질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세포 안쪽을 바깥보다 음전하 쪽으로 만든다. 이 전하 차이가 16장에서 다룰 신경 신호의 바탕이 된다. 이 문서에서는 "펌프가 전기적으로도 한쪽으로 치우친 일을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나) 한 번에 ATP 하나이므로 그대로다.

3.0×106 개/s

(다) 나누면 된다.

t=6.0×1073.0×106s1=20s

20초다. 이 값이 말해 주는 것이 요점이다. 세포는 ATP 를 저장해 두지 않는다. 가진 양은 몇십 초어치뿐이고, 쓰는 만큼 계속 다시 만들어야 한다. 4장에서 ATP 를 저장고가 아니라 잔돈이라고 한 이유가 이 계산에서 확인된다.

그래서 산소 공급이 몇 분만 끊겨도 신경세포가 죽는다. ATP 생산이 멈추면 펌프가 서고, 펌프가 서면 이온 농도 차가 무너지고, 그러면 물이 따라 들어와 세포가 부푼다. 다음 절의 삼투가 그 이야기다.

예제 38

지름 100nm 인 소포로 세포내섭취를 한다. 표면적이 1000μm2 인 세포가 1시간 동안 자기 표면적과 같은 넓이의 막을 들여온다면 초당 소포를 몇 개 만들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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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하나가 가져가는 막의 넓이는 구의 겉넓이다. 반지름은 지름의 절반인 50nm 이다.

a=4πr2=4π(50nm)2=3.14×104nm2

단위를 맞춘다. 1μm2=106nm2 이므로 a=3.14×102μm2 다.

필요한 소포 수는

N=1000μm23.14×102μm2=3.2×104

1시간은 3600초이므로

3.2×1043600s=8.8 개/s

초당 아홉 개쯤이다.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 속도로 계속 삼키면 한 시간 만에 세포막 전체가 안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그런데 세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양의 막이 반드시 되돌아 나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포내섭취와 세포외배출은 짝을 이루어야만 성립한다. 실제로 들여온 소포는 곧 여러 갈래로 나뉘어, 분해할 것은 리소좀으로 가고 막과 수용체는 표면으로 되돌아간다. 앞의 경로 그림에서 되돌아가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이유다.

이 문제는 "장부가 맞아야 한다"는 추론의 좋은 예이기도 하다. 들어가는 양을 계산했더니 관찰과 안 맞으면, 나오는 경로가 반드시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삼투 — 물은 어느 쪽으로 가는가

앞에서 물은 극성이지만 전하가 없고 작아서 이중층을 느리게나마 지난다고 했다. 실제로는 물만 통과시키는 통로 단백질이 따로 있어 훨씬 빠르게 오간다.

물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물은 용질이 적은 쪽에서 많은 쪽으로 간다. 이 현상을 삼투(osmosis)라 한다. 물이 용질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용질이 많은 쪽에서는 물 분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그쪽으로 넘어가는 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삼투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면 그쪽에 압력을 걸어야 한다. 그 필요한 압력을 삼투압 Π (그리스 문자 파이)이라 하고, 묽은 용액에서는 다음 식으로 계산한다.

Π=icRT

각 기호의 뜻은 이렇다.

세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용어를 두 가지로 나눈다. 오스몰농도는 삼투에 관여하는 입자의 총 농도, 즉 ic 다. 장력(tonicity)은 그 용액이 세포의 부피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가다. 둘은 같지 않다. 막을 자유롭게 통과하는 용질은 오스몰농도에는 들어가지만 장력에는 기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용액에 넣어도 세포벽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것. 동물세포는 저장액에서 터지지만 식물세포는 세포벽이 받쳐 팽팽해질 뿐이다
<같은 용액에 넣어도 세포벽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것. 동물세포는 저장액에서 터지지만 식물세포는 세포벽이 받쳐 팽팽해질 뿐이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갈리는 지점이 세포벽이다. 식물세포와 세균은 세포벽이 있어 물이 들어와도 어느 선에서 벽이 버틴다. 그때 세포 안이 벽을 미는 압력을 팽압(turgor pressure)이라 하고, 이 압력이 풀이 꼿꼿이 서 있게 한다. 시든 식물이 축 처지는 것은 팽압이 빠진 것이고, 물을 주면 되살아난다. 반대로 동물세포에는 버틸 것이 없어 저장액에서 그대로 터진다.

예제 39

생리식염수는 소금이 약 154mmol/L 녹아 있는 용액이다. 체온 37C 에서 이 용액의 삼투압을 구하라. 소금은 완전히 두 이온으로 갈라진다고 보고 i=2 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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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압력이고 단위는 Pa 다. Π=icRT 를 쓰되 단위를 먼저 전부 맞춘다.

농도부터. 154mmol/L=0.154mol/L 이고 1mol/L=103mol/m3 이므로

c=154mol/m3,ic=2×154=308mol/m3

온도는 켈빈으로 바꾼다.

T=273.15+37=310K

이제 넣는다.

Π=308molm3×8.314JmolK×310K=7.94×105Jm3

단위를 확인한다. molK 가 지워지고 J/m3 이 남았다. 그런데 1J/m3=1Pa 이므로

Π=7.9×105Pa=790kPa

이 값의 크기 감각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리가 늘 받고 있는 대기의 압력이 약 101kPa 이다. 세포 안팎의 삼투압 차이는 그 여덟 배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니 동물세포가 순수한 물에 놓이면 그만한 압력을 견뎌야 하고, 견디지 못해 터진다. 식물세포와 세균이 세포벽을 갖는 이유, 그리고 링거액을 아무 농도로나 만들면 안 되는 이유가 이 숫자다.

참고로 실제 혈장의 오스몰농도는 이 계산보다 조금 작게 측정된다. 소금이 완전히 따로 노는 두 입자로 행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적 계산은 자릿수를 잡는 데 쓰고, 정밀한 값은 실측으로 정한다.

예제 40

적혈구를 생리식염수의 절반 농도인 용액에 넣었다. 적혈구 부피의 70%는 삼투에 관여하는 물이고 30%는 관여하지 않는 부분(단백질과 막)이라고 하자. (가) 새 평형에서 부피는 원래의 몇 배인가? (나) 터질 위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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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쓰는 관계는 하나다. 세포 안의 용질 총량은 변하지 않으므로 삼투에 관여하는 물의 부피와 바깥 오스몰농도의 곱이 일정하다.

Vw×C=일정

바깥 오스몰농도가 절반이 되었으므로 물 부피는 두 배가 된다.

원래 부피를 100 단위로 놓으면 물이 70,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30 이다. 물만 두 배가 되므로

V=70×2+30=140+30=170

1.7 배로 부푼다.

(나) 위험하다. 적혈구는 평소 가운데가 오목한 원반이라 표면적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는 구형으로 바뀌며 부피만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구형이 되고 나면 더 늘어날 수 없고, 그 다음은 막이 찢어진다. 보고된 한계 부피가 대략 원래의 1.4~1.7배이므로 이 조건은 그 문턱에 걸린다.

계산의 전제를 확인해 두자. 30%를 "관여하지 않는 부분"으로 놓은 것이 결정적이다. 이 값을 0 으로 두면 부피가 정확히 2배로 나오는데, 실측과 맞지 않는다. 세포는 물주머니가 아니라 상당 부분이 물이 아닌 것으로 차 있다.

실무적 교훈도 있다. 주사액을 만들 때 농도를 절반으로 잘못 맞추면 적혈구가 깨진다. 반대로 너무 진하면 쭈그러든다. 그래서 정맥에 넣는 용액은 혈장과 오스몰농도를 맞춘다.

흔한 오해

"혈장과 오스몰농도가 같은 용액이면 세포에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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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례가 있다. 요소는 작고 전하가 없어 세포막을 쉽게 통과한다. 요소만 녹여 혈장과 오스몰농도를 똑같이 맞춘 용액에 적혈구를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따라가 보자.

  1. 넣은 직후에는 안팎의 입자 농도가 같으므로 물이 움직이지 않는다.
  2. 그런데 요소는 막을 통과한다. 바깥에만 있던 요소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3. 시간이 지나면 요소의 농도가 안팎으로 같아진다. 그러면 요소는 더 이상 삼투에 기여하지 못한다. 양쪽에 똑같이 있는 것은 물을 어느 쪽으로도 끌지 않기 때문이다.
  4. 남는 것은 세포 안에만 있는 단백질과 이온뿐이다. 즉 세포 쪽이 사실상 진한 용액이 되고, 물이 들어온다.
  5. 세포가 부풀어 터진다.

그래서 두 낱말을 구별해야 한다.

  • 오스몰농도는 입자 수만 센다. 막을 통과하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 장력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용질만 센다. 세포 부피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값이다.

위 용액은 등오스몰이지만 저장액이다. 두 값이 어긋나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만, 정의가 서로 다른 것을 세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판정의 요령은 이렇다. "이 용질이 막을 통과하는가"를 먼저 묻고, 통과한다면 그 용질은 장력 계산에서 빼라.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뒷장은 아래를 안다고 보고 나아간다.

낱말 / 기호메모
구획화막으로 안을 여러 방으로 나누는 것조건 충돌을 피하고 농도를 국소적으로 올린다
핵 · 핵공DNA 를 싼 이중막 / 그 막에 뚫린 선택 통로핵막은 소포체 막과 이어져 있다
조면 · 활면소포체 · 골지체분비 단백질을 만들고 접는 곳 / 지질과 해독 / 다듬어 발송한 줄로 이어진 공정이다
리소좀 · 퍼옥시좀산성 분해실 / 지방산 자르기와 과산화수소 처리리소좀 pH 4.5~5.0 은 펌프로 유지된다
미토콘드리아 · 엽록체ATP 를 만든다 / 빛으로 당을 만든다자기 DNA 와 리보솜을 갖는다. 세포내공생설의 근거
액포 · 세포벽저장과 부피 채우기 / 모양을 잡고 받치기세포벽은 세포막 바깥의 별개 구조다
미세소관 · 액틴 · 중간섬유25 nm 관 / 7 nm 꼬인 줄 / 10 nm 밧줄앞의 둘만 방향이 있고 운동단백질이 걷는다
운동단백질세포골격 위를 걸으며 짐을 나르는 단백질ATP 를 쪼개 한 걸음씩 간다
유동 모자이크 모형2차원 액체인 지질층에 단백질이 박힌 구조두께 약 4 nm. 두 면의 조성이 다르다
막 유동성지질이 옆으로 얼마나 잘 미끄러지는가불포화 비율과 콜레스테롤로 조절한다
단순 확산 · 촉진 확산이중층을 그냥 통과 / 단백질을 거쳐 기울기 아래로뒤쪽만 천장(포화)이 있다
1차 · 2차 능동 수송ATP 를 직접 쓴다 / 다른 이온의 기울기를 빌린다뒤쪽도 결국 ATP 에 기댄다
나트륨-칼륨 펌프ATP 1개당 Na 3개를 내보내고 K 2개를 들인다세포 안을 음전하 쪽으로 만든다. 16장의 바탕
세포내섭취 · 세포외배출막으로 싸서 들여옴 / 소포를 막과 융합해 내보냄반드시 짝을 이루어야 막이 유지된다
삼투 · 삼투압 Π물이 용질이 적은 쪽에서 많은 쪽으로 가는 것 / 그것을 막는 데 필요한 압력Π=icRT
R · T · i기체상수 8.314 J/(mol·K) / 절대온도(K) / 한 분자가 되는 입자 수T=C+273.15
오스몰농도 · 장력입자의 총 농도 / 세포 부피에 실제로 주는 영향막을 통과하는 용질은 장력에 기여하지 않는다
팽압세포 안이 세포벽을 미는 압력식물이 꼿꼿이 서 있게 한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리보솜을 소기관 목록에 막 구조로 넣는다리보솜에는 막이 없다. RNA 와 단백질 덩어리다
세포벽과 세포막을 같은 것으로 본다세포벽은 세포막 바깥에 따로 있는 구조이고, 선택적 투과를 하지 않는다
촉진 확산이 에너지를 쓴다고 본다단백질을 거칠 뿐 기울기 아래로만 간다.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2차 능동 수송은 공짜라고 본다그 이온의 기울기를 만든 것이 ATP 를 쓴 펌프다
삼투에서 물이 용질에 끌려간다고 본다끌리는 것이 아니라 넘어가는 물의 수가 양쪽에서 다른 것이다
등오스몰이면 등장이라고 본다막을 통과하는 용질은 장력에 기여하지 않는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세포는 막으로 안을 나누어 서로 충돌하는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막이 무엇을 통과시킬지는 지질층의 성질이 정하고,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단백질이 날라 준다. 그리고 물은 늘 용질이 많은 쪽으로 가므로, 세포는 안팎의 용질 총량을 늘 맞춰 두어야 한다.

다음 두 장은 이 장에서 계속 등장한 ATP 가 어디서 오는지를 다룬다. 6장은 먹은 것에서 꺼내는 방법, 7장은 빛에서 만드는 방법이다. 두 장 모두 무대는 이 장에서 본 막이고, 장치가 막에 박혀 있어야만 작동한다는 점이 공통된다.

세포 호흡과 발효

5장에서 나트륨-칼륨 펌프 하나가 세포의 ATP 를 20초 만에 다 쓸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런데도 세포는 멈추지 않는다. 쓰는 만큼 계속 다시 만들기 때문이다. 이 장은 그 만드는 과정을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포도당을 "태운다"는 것은 정확히 무슨 일인가, 왜 한 번에 태우지 않고 여러 단계로 나누는가, 막에서 만드는 ATP 는 어떤 장치로 만드는가, 그리고 산소가 없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4장의 ATP·효소·자유에너지 ΔG, 그리고 5장의 미토콘드리아와 막 수송이다. 특히 막을 사이에 둔 농도 차이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다는 5장의 감각이 이 장의 후반부 전체를 떠받친다.

미리 밝혀 두면 이 장에는 낯선 이름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름을 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목적은 전자가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그 길목에서 ATP 가 어떻게 뽑혀 나오는지를 따라가는 것이다.

큰 그림 — 태운다는 것은 전자를 옮기는 일이다

포도당이 완전히 산화되는 전체 반응은 이렇다.

C6H12O6+6O26CO2+6H2O,ΔG2870kJ/mol

ΔG 가 크게 음수이므로 이 반응은 스스로 갈 수 있다. 실제로 설탕에 불을 붙이면 같은 일이 일어난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에너지가 전부 열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세포는 이 에너지를 ATP 로 붙잡아야 한다.

먼저 "태운다"가 무슨 일인지 정확히 해 두자. 두 낱말이 필요하다.

이름이 헷갈린다. "산화"는 산소와 결합한다는 뜻에서 왔지만 산소가 없어도 산화는 일어난다. 기준은 전자다. 그리고 둘은 언제나 짝으로 일어난다. 누가 잃으면 누가 얻는다.

유기물에서는 실용적인 요령이 하나 있다. 탄소에 수소가 붙어 있으면 전자가 많은 상태이고 산소가 붙어 있으면 전자가 적은 상태다. 포도당(C6H12O6)은 수소가 많고 이산화탄소(CO2)는 수소가 없다. 그러니 포도당에서 이산화탄소로 가는 것은 탄소가 전자를 잃어 가는 과정이다.

그 전자를 산소가 받아 물이 된다. 세포 호흡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포도당의 전자를 산소까지 옮기고, 그 길목에서 ATP 를 뽑아낸다.

그런데 전자를 곧바로 산소에 던지면 안 된다. 에너지가 한꺼번에 열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포는 전자를 운반체에 실어 나른다.

운반체전자를 받으면어디서 만들어지는가나중에 ATP 로 얼마나 되는가
NAD+NADH 가 된다해당과정, 피루브산 산화, TCA 회로하나당 약 2.5개
FADFADH2 가 된다TCA 회로의 한 단계하나당 약 1.5개

두 운반체 모두 4장에서 본 뉴클레오타이드를 부품으로 쓴다. 하는 일은 "전자 두 개를 받아 잠시 들고 있다가 필요한 곳에 넘겨주는 것"이고, 넘겨주고 나면 다시 빈 상태로 돌아와 또 받는다. 운반체의 양은 정해져 있고 계속 돌려 쓴다. 이 사실이 뒤에서 발효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전체 과정은 네 단계이고 일어나는 장소가 다르다.

앞의 세 단계는 ATP 를 거의 만들지 않고 전자를 운반체에 싣는 일만 한다는 것, 그리고 ATP 의 대부분이 마지막 단계에서 몰아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앞의 세 단계는 ATP 를 거의 만들지 않고 전자를 운반체에 싣는 일만 한다는 것, 그리고 ATP 의 대부분이 마지막 단계에서 몰아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이제 "왜 한 번에 태우지 않는가"에 답할 수 있다.

전자가 NADH 에서 산소까지 모두 1.14 V 만큼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낙차를 세 칸으로 나누어야 각 칸에서 일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
<전자가 NADH 에서 산소까지 모두 1.14 V 만큼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낙차를 세 칸으로 나누어야 각 칸에서 일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그림의 세로축은 그 물질이 전자를 얼마나 세게 끌어당기는가를 나타내고 단위는 볼트(V)다. 전자는 약하게 당기는 쪽에서 세게 당기는 쪽으로 저절로 흐른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과 같다.

폭포를 한 번에 떨어뜨리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계단을 여러 칸으로 나누고 칸마다 물레방아를 두어야 일을 뽑아낼 수 있다. 세포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예제 42

다음 변화가 산화인지 환원인지 판정하라. (가) NAD+NADH (나) 포도당 C6H12O6 이산화탄소 CO2 (다) 산소 O2H2O (라) 젖산이 만들어질 때의 피루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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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을 한 줄로 잡는다. 전자를 얻으면 환원, 잃으면 산화. 유기물에서는 수소가 늘면 환원, 산소가 늘거나 수소가 줄면 산화로 봐도 된다.

(가) NAD+ 에 수소와 전자가 붙어 NADH 가 되었으므로 환원이다. 전하가 +1 에서 0 으로 내려간 것에서도 전자를 받았음이 보인다.

(나) 탄소마다 붙어 있던 수소가 전부 떨어지고 산소가 붙었으므로 산화다. 이것이 세포 호흡의 본체다.

(다) 산소에 수소가 붙어 물이 되었으므로 환원이다. 산소는 전자전달계의 맨 끝에서 전자를 받는 쪽이다.

(라) 피루브산이 젖산이 될 때 수소가 붙는다. 따라서 환원이다.

(라)를 곱씹어 볼 만하다. (나)에서 포도당이 산화된다고 했는데, 그 산화 과정에서 나온 전자가 (라)에서 다시 피루브산으로 돌아간다. 즉 발효는 자기가 뽑아낸 전자를 자기 산물에 도로 붙이는 일이다. 그래서 발효로는 에너지를 거의 못 얻는다. 마지막 절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한다.

판정에서 흔한 실수는 "산소가 관여해야 산화"라고 보는 것이다. (라)에는 산소가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환원 반응이다. 보는 것은 전자이지 산소가 아니다.

예제 43

NADH 의 전자가 산소까지 흐를 때 나오는 에너지를 구하라. 두 물질이 전자를 당기는 세기가 각각 0.32V+0.82V 이고, 옮겨지는 전자가 n=2 개다. 관계식은 ΔG=nFΔE 이고 F=96485C/mol 이다. 그리고 ATP 하나를 만드는 데 약 30kJ/mol 이 든다고 할 때 원리상 몇 개까지 만들 수 있는지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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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낙차를 구한다. 받는 쪽에서 주는 쪽을 뺀다.

ΔE=0.82(0.32)=1.14V

F패러데이 상수로, 전자 1몰이 나르는 전하량이다. 식에 넣는다.

ΔG=2×96485C/mol×1.14V=2.20×105J/mol

단위를 확인한다. 1C×1V=1J 이므로 J/mol 이 맞다.

ΔG=220kJ/mol

음수이므로 스스로 가는 반응이다. 이제 ATP 로 환산한다.

220kJ/mol30kJ/mol=7.3

원리상 7개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실제로 세포가 NADH 하나에서 얻는 것은 약 2.5개다. 회수율이 35% 정도인 셈이다.

나머지는 어디로 가는가. 세 갈래다. 각 단계의 전달이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과정이 아니라 일부가 열로 흩어지고, 뒤에서 볼 양성자가 조금씩 새고, 그리고 만들어진 기울기의 일부가 ATP 합성이 아니라 다른 물질을 미토콘드리아 안팎으로 나르는 데 쓰인다. 마지막 항목은 낭비가 아니라 기울기의 정당한 다른 쓰임이다.

검산 감각 하나. 만약 답이 양수로 나왔다면 낙차의 부호를 거꾸로 넣은 것이다. 전자는 당기는 세기가 큰 쪽으로 가고, 그 방향에서 ΔG 는 반드시 음수다.

해당과정과 피루브산 산화

해당과정(glycolysis)은 포도당 하나를 탄소 3개짜리 피루브산 두 개로 쪼개는 열 단계다. 세포질에서 일어나고 산소가 필요 없다. 원핵생물부터 사람까지 거의 모든 생물이 같은 열 단계를 쓴다는 점에서, 아주 오래된 경로로 짐작된다.

순반응만 적으면 이렇다.

C6H12O6+2NAD++2ADP+2Pi2 피루브산+2NADH+2ATP

이 열 단계는 두 국면으로 나뉜다.

먼저 ATP 2개를 쓰고 나중에 4개를 번다는 것, 그리고 갈라진 뒤의 단계는 두 번씩 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것
<먼저 ATP 2개를 쓰고 나중에 4개를 번다는 것, 그리고 갈라진 뒤의 단계는 두 번씩 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투자기에서는 ATP 를 2개 쓴다. 얻는 것 없이 왜 쓰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포도당에 인산을 붙이면 전하를 띠게 되어 세포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고, 동시에 분자가 불안정해져 쪼개지기 쉬운 모양이 된다. 투자라는 이름이 정확하다.

회수기에서는 6탄당이 3탄당 두 개로 갈라진 뒤이므로 모든 단계가 두 번씩 일어난다. ATP 4개와 NADH 2개가 여기서 나온다. 순수지는 2+4=+2 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ATP 는 기질 수준 인산화로 만든다. 인산을 이미 달고 있는 중간체가 그 인산을 ADP 에게 직접 건네주는 방식이다. 막도 필요 없고 산소도 필요 없다. 뒤에서 볼 방식과 완전히 다른 원리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열 단계 중 세 곳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이고, 세포는 바로 그 세 곳에서 경로 전체를 조절한다. 그중에서도 PFK-1 이라 불리는 효소가 주 조절점이다. 이 효소는 ATP 가 많으면 억제되고 ATP 가 부족할 때 나오는 신호에 활성화된다. 4장에서 본 알로스테릭 조절과 되먹임 억제의 전형이다.

산소가 있으면 피루브산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피루브산 산화를 겪는다. 탄소 하나가 CO2 로 떨어져 나가고, 남은 탄소 2개짜리 조각이 운반 분자에 붙어 아세틸-CoA 가 된다. 이때 NADH 가 하나 더 나온다. 이 반응은 되돌릴 수 없고, 그래서 동물은 지방을 포도당으로 되돌리지 못한다.

예제 44

해당과정에서 ATP 가 쓰이는 단계와 만들어지는 단계를 세고 순수지를 구하라. 그리고 "ATP 를 만드는 단계가 2곳인데 왜 4개가 나오는가"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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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단계부터 센다. 둘 다 포도당이 아직 갈라지기 전이므로 각각 한 번씩 일어난다.

  1. 포도당에 인산을 붙이는 단계: ATP 1 소비
  2. PFK-1 이 인산을 하나 더 붙이는 단계: ATP 1 소비

소계 2 다.

만드는 단계는 6탄당이 3탄당 둘로 갈라진 뒤에 있다. 그래서 각각 두 번씩 일어난다.

  1. 인산을 ADP 에게 넘기는 첫 번째 단계: 1×2=2
  2. 피루브산이 만들어지는 마지막 단계: 1×2=2

소계 +4 다. 따라서

순수지=2+4=+2 ATP

질문에 답하면 이렇다. "단계"와 "횟수"는 다르다. ATP 를 만드는 화학 반응의 종류는 2가지이지만, 포도당 하나가 3탄당 두 개로 갈라졌으므로 각 반응이 두 번씩 일어난다.

여기가 이 절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곳이다. 판단 기준은 하나다. 그 단계가 갈라지기 전인가 후인가. 전이면 한 번, 후면 두 번 센다. NADH 도 같은 이유로 포도당 하나당 2개가 나온다.

검산으로 탄소를 세어 보는 것도 좋다. 포도당은 탄소 6개이고 피루브산은 3개씩 두 개이므로 6개다. 맞는다.

예제 45

어떤 세포에서 ATP 농도가 갑자기 크게 떨어졌다. (가) PFK-1 의 활성은 어떻게 되는가? (나) 그 결과 포도당 소비 속도는? (다) 이런 조절이 없다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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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PFK-1 은 ATP 가 많으면 억제되고, ATP 가 부족하다는 신호가 오면 활성화된다. ATP 가 떨어졌으므로 활성이 올라간다.

(나) PFK-1 이 해당과정의 주 조절점이므로 경로 전체가 빨라진다. 포도당 소비가 늘고 ATP 생산이 늘어난다.

(다) 조절이 없다면 두 방향으로 문제가 생긴다.

  • ATP 가 넉넉한데도 계속 돌아간다. 그러면 필요 없는 ATP 를 만드느라 포도당을 낭비한다. 저장해 두었어야 할 연료를 태워 없애는 셈이다.
  • 급히 필요할 때 속도를 올릴 방법이 없다. 효소의 양을 새로 늘리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알로스테릭 조절은 즉시 작동한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은 조절 신호의 성격이다. PFK-1 을 조절하는 것은 포도당의 양이 아니라 ATP 의 양이다. 즉 이 경로는 "연료가 있는가"가 아니라 "에너지가 필요한가"를 보고 돈다.

4장에서 본 되먹임 억제의 형태 그대로다. 다만 여기서 억제하는 것이 경로의 마지막 산물인 피루브산이 아니라 ATP 라는 점이 특이하다. 세포가 정말로 원하는 산물이 무엇인지를 조절 방식이 알려 준다.

예제 46

무산소 조건에서 포도당이 젖산 2개로 바뀌는 전 과정의 ΔG196kJ/mol 이다. ATP 하나에 30kJ/mol 이 든다고 할 때 (가) 이 과정의 에너지 회수율은? (나) 포도당의 완전 산화가 2870kJ/mol 인 것과 견주면 무엇을 알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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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젖산 발효의 순 ATP 는 해당과정에서 나온 2개가 전부다. 붙잡은 에너지는

2×30=60kJ/mol

회수율은

η=60196=0.31=31%

나머지 69%는 열로 흩어진다.

(나) 여기가 요점이다. 포도당 하나에 들어 있는 에너지는 2870kJ/mol 인데 젖산까지 가는 동안 꺼내 쓴 것은 196kJ/mol 뿐이다.

1962870=0.0687%

젖산 안에 원래 에너지의 93%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발효는 포도당을 태운 것이 아니라 살짝 건드린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두 가지 나온다. 첫째, 같은 ATP 를 얻으려면 무산소 대사는 훨씬 많은 포도당을 써야 한다. 둘째, 젖산은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다. 산소가 있는 곳으로 옮겨 마저 태우면 나머지 93%를 쓸 수 있다. 실제로 근육에서 나온 젖산은 혈액을 타고 간이나 심장으로 가서 쓰인다.

흔한 실수는 (가)의 31%와 (나)의 7%를 같은 종류의 수로 보는 것이다. 앞은 꺼낸 것 중 붙잡은 비율이고 뒤는 전체 중 꺼낸 비율이다. 무엇을 분모로 놓았는지를 늘 확인해야 한다.

TCA 회로 — 남은 탄소를 마저 떼어 낸다

아세틸-CoA 는 미토콘드리아 기질에서 TCA 회로로 들어간다. 구연산 회로 또는 크레브스 회로라고도 부른다.

회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다. 아세틸-CoA(탄소 2개)가 탄소 4개짜리 분자와 합쳐져 6개가 되고, 여러 단계를 거치며 이산화탄소 2개를 떼어 낸 뒤 다시 탄소 4개짜리 분자로 돌아온다. 그러면 다음 아세틸-CoA 를 또 받을 수 있다. 즉 회로 자체는 소모되지 않는다.

아세틸-CoA 하나가 한 바퀴 돌 때의 장부는 이렇다.

나오는 것개수메모
CO22들어온 탄소 2개가 그만큼 떨어져 나간다
NADH3이 회로의 주된 산물이다
FADH21이 단계의 효소만 막에 박혀 있다
ATP1기질 수준 인산화. 회로에서 직접 만드는 ATP 는 이것뿐이다

포도당 하나에서 아세틸-CoA 가 두 개 나오므로, 위 값을 모두 두 배 해야 포도당 기준이 된다.

TCA 회로에서 흔히 놓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회로는 태우기만 하지 않는다. 중간체 여럿이 다른 물질을 만드는 재료로 빠져나간다. 어떤 것은 아미노산이 되고 어떤 것은 헴 색소가 된다. 그런데 중간체를 빼내면 회로가 비어 돌지 못하므로, 다른 경로에서 중간체를 채워 넣는 반응이 따로 있다.

그래서 TCA 회로를 "에너지를 뽑는 경로"로만 기억하면 절반만 아는 것이다. 세포 대사의 교차로에 가깝다.

예제 47

포도당 1분자가 완전히 산화될 때 (가) 이산화탄소가 몇 개 나오는가? 어느 단계에서 각각 몇 개인지 나누어 답하라. (나) 그 이산화탄소의 탄소는 원래 어디에 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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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단계별로 센다. 포도당은 탄소 6개다.

  1. 해당과정: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 탄소 6개가 그대로 피루브산 두 개(3+3)에 들어 있다.
  2. 피루브산 산화: 피루브산 하나당 CO2 하나. 피루브산이 둘이므로 2개.
  3. TCA 회로: 아세틸-CoA 하나당 2개이고 아세틸-CoA 가 둘이므로 4개.

합계 0+2+4=6 개다.

(나) 전부 포도당의 탄소다. 처음 6개가 그대로 6개로 나갔으니 장부가 맞는다. 이것이 좋은 검산이다. 탄소는 어디서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일 만하다. 우리가 숨으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탄소는 방금 먹은 음식에서 온 것이고, 그 음식의 탄소는 식물이 공기에서 가져온 것이다. 7장에서 그 반대 방향을 다룬다.

다만 한 바퀴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회로의 첫 바퀴에서 떨어져 나가는 두 탄소는 방금 들어온 아세틸-CoA 의 탄소가 아니라 회로에 원래 있던 4탄소 분자의 탄소다. 들어온 탄소는 회로에 남았다가 다음 바퀴 이후에 나간다. 회로 전체로 평균하면 "들어온 만큼 나간다"가 맞지만, 한 바퀴 단위로는 맞지 않는다. 동위원소로 표지해 추적하는 실험이 이 차이를 이용한다.

예제 48

어떤 세포에서 TCA 회로의 중간체를 대량으로 빼내 아미노산을 만들고 있다. (가) 회로의 회전 속도는 어떻게 되는가? (나) 세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다) 이 사실이 "TCA 회로는 에너지 대사 경로다"라는 서술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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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회로가 돌려면 아세틸-CoA 를 받아 줄 4탄소 분자가 있어야 한다. 중간체를 빼내면 그 분자가 모자라진다. 회전 속도가 떨어진다.

회로라는 구조의 특징이 여기서 드러난다. 직선 경로였다면 중간에서 빼내도 앞쪽은 계속 돌아간다. 그러나 회로에서는 중간체가 곧 촉매 노릇을 하므로 빼내면 전체가 느려진다.

(나) 다른 경로에서 중간체를 채워 넣어야 한다. 실제로 피루브산에 이산화탄소를 붙여 4탄소 분자를 만드는 반응이 그 역할을 한다. 이런 보충 반응이 없으면 아미노산을 만드는 순간 에너지 생산이 멈춘다.

(다) 그 서술이 절반만 맞다는 것을 말해 준다. TCA 회로는 에너지를 뽑는 경로이면서 동시에 생합성의 재료 창고다.

이 이중성은 대사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세포는 경로를 용도별로 따로 두는 대신 같은 경로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쓴다. 자라야 할 때는 중간체를 빼내 몸을 만들고, 에너지가 급할 때는 끝까지 돌린다. 어느 쪽을 할지는 조절 효소들이 정한다.

전자전달계와 화학삼투 — ATP 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지금까지 만든 ATP 는 포도당 하나당 4개뿐이다(해당과정 2, TCA 2). 나머지는 전부 이 절에서 나온다. 그런데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앞의 세 단계가 실제로 한 일은 전자를 운반체에 실은 것이다. 포도당 하나당 NADH 10개와 FADH2 2개가 모였다. 이제 그 전자를 산소까지 흘려보내면서 에너지를 뽑아낸다.

전자가 복합체를 지날 때마다 양성자가 막 바깥으로 퍼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양성자가 되돌아오는 힘으로 ATP 합성효소가 돈다는 것을 확인할 것. 복합체 II 만 양성자를 퍼내지 않는다
<전자가 복합체를 지날 때마다 양성자가 막 바깥으로 퍼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양성자가 되돌아오는 힘으로 ATP 합성효소가 돈다는 것을 확인할 것. 복합체 II 만 양성자를 퍼내지 않는다>[원본 보기]

순서는 이렇다.

  1. NADH 가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박힌 복합체 I 에 전자를 넘긴다. FADH2 는 복합체 II 로 들어간다.
  2. 전자가 복합체들을 차례로 지나며 앞의 계단 그림대로 내려간다. 중간에 막 안을 떠다니는 작은 운반 분자들이 복합체 사이를 이어 준다.
  3. 복합체 I, III, IV 는 전자가 지날 때 그 에너지로 양성자(H+)를 막 바깥으로 퍼낸다. 복합체 II 는 퍼내지 않는다.
  4. 마지막에 복합체 IV 가 전자를 산소에 넘긴다. 산소는 수소 이온과 합쳐져 물이 된다.

여기까지는 ATP 가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대신 막 바깥에 양성자가 쌓였다. 안쪽보다 바깥쪽에 양성자가 많으니 두 가지 차이가 생긴다. 농도 차이(바깥이 더 산성)와 전하 차이(바깥이 더 양전하)다. 이 둘을 합쳐 양성자 구동력이라 한다.

이제 마지막 장치가 등장한다. ATP 합성효소는 막을 관통하는 통로이면서 동시에 회전하는 모터다. 양성자가 이 통로로 되돌아 내려오면서 모터를 돌리고, 그 회전이 ADP 와 인산을 억지로 붙여 ATP 를 만든다.

이 방식을 화학삼투라 하고, 여기서 만드는 ATP 를 산화적 인산화라 한다. 기질 수준 인산화와 견주면 차이가 뚜렷하다.

기질 수준 인산화산화적 인산화 (화학삼투)
어디서세포질과 기질. 막이 필요 없다미토콘드리아 내막. 막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떻게중간체가 인산을 ADP 에게 직접 건넨다양성자 기울기가 모터를 돌린다
산소없어도 된다없으면 멈춘다
포도당당 ATP4개약 26개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을 쓰는가. 전자가 내려오는 낙차를 잘게 나누어 조금씩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산을 직접 넘기는 방식은 그 반응 하나가 충분한 에너지를 가질 때만 쓸 수 있다. 반면 양성자를 퍼내는 방식은 크기가 제각각인 여러 낙차를 하나의 공통 화폐(양성자 기울기)로 모을 수 있다.

이 원리를 처음 제안했을 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인산을 든 중간체가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중간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대신 막을 사이에 둔 양성자 차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7장의 광합성도 정확히 같은 장치를 쓴다.

예제 49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구멍을 뚫어 양성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물질이 있다. 이런 물질을 짝풀림제라 한다. 처리했을 때 (가) 산소 소비, (나) ATP 생산, (다) 열 발생은 각각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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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정리한다. 양성자가 ATP 합성효소를 거치지 않고 그냥 되돌아 들어온다. 즉 기울기가 계속 새어 나간다.

(가) 늘어난다. 뜻밖으로 보이지만 이유가 분명하다. 양성자를 퍼내는 일은 이미 쌓인 양성자를 거슬러 올리는 일이라서, 기울기가 클수록 힘들다. 기울기가 새어 나가면 퍼내기가 쉬워지고 전자전달계가 더 빨리 돈다. 전자가 빨리 흐르면 그만큼 산소가 빨리 소비된다.

(나) 줄어든다. 양성자가 합성효소를 지나지 않으므로 모터가 돌지 않는다.

(다) 늘어난다. 전자가 내려오며 낸 에너지가 ATP 로 붙잡히지 못하고 전부 열이 된다.

이 조합이 진단의 열쇠다. "산소 소비가 늘면서 ATP 는 줄어든다"는 짝풀림제에서만 나타나는 무늬다. 다른 저해제들과 견주면 이렇다.

무엇을 막았나산소 소비ATP 생산
전자전달 자체를 막는 물질줄어든다줄어든다
ATP 합성효소를 막는 물질줄어든다 (기울기가 쌓여 더 못 퍼낸다)줄어든다
짝풀림제늘어난다줄어든다

두 번째 줄이 화학삼투의 강력한 증거다. 합성효소만 막았는데 전자전달까지 느려진다는 것은 둘이 양성자 기울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몸이 이 원리를 일부러 쓰기도 한다. 갈색지방이라는 조직에는 양성자를 그냥 통과시키는 단백질이 있어, ATP 대신 열을 만든다. 갓난아기와 겨울잠 자는 동물의 체온 유지에 쓰인다.

예제 50

어떤 세포에서 산소 공급이 끊겼다. (가) 전자전달계는 어떻게 되는가? (나) NADH 의 양은? (다) TCA 회로와 해당과정은 각각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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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산소는 전자전달계의 맨 끝에서 전자를 받는 쪽이다. 받을 것이 없으면 전자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앞의 모든 복합체가 전자를 든 채로 막힌다. 줄 끝이 막히면 줄 전체가 선다.

(나) NADH 가 전자를 넘길 곳이 없어진다. 따라서 NAD+ 로 돌아가지 못하고 NADH 가 쌓인다. 뒤집어 말하면 NAD+ 이 고갈된다.

(다) TCA 회로는 각 단계에서 NAD+ 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없으니 회로가 멈춘다. 해당과정도 한 단계에서 NAD+ 을 쓰므로 원칙적으로는 멈춰야 한다.

그런데 해당과정은 멈추지 않는다. 다음 절에서 볼 발효가 NAD+ 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요점은 연쇄다. 산소는 마지막 단계에만 관여하는데, 그것이 없으면 그 앞의 모든 단계가 차례로 멈춘다. 이것이 산소가 없을 때 세포가 곤란해지는 진짜 이유다. "산소가 있어야 태울 수 있어서"라기보다 "전자를 버릴 곳이 없어서"가 정확하다.

그리고 이 연쇄에서 세포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 보인다. 어디선가 NAD+ 을 되돌려 주기만 하면 적어도 해당과정은 계속 돌릴 수 있다.

ATP 수지와 발효

이제 장부를 맞춘다. 포도당 하나가 완전히 산화될 때 나오는 ATP 를 세어 보자.

세포질에서 만든 NADH 를 어느 방식으로 미토콘드리아에 넘기느냐에 따라 합계가 30개와 32개로 갈린다는 것을 확인할 것. 단일한 정답은 없다
<세포질에서 만든 NADH 를 어느 방식으로 미토콘드리아에 넘기느냐에 따라 합계가 30개와 32개로 갈린다는 것을 확인할 것. 단일한 정답은 없다>[원본 보기]

세는 방법은 이렇다.

  1. 기질 수준 인산화로 만든 것: 해당과정 2 + TCA 2 = 4개
  2.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만든 NADH: 피루브산 산화 2 + TCA 6 = 8개. 하나당 2.5개이므로 20개
  3. FADH2: TCA 에서 2개. 하나당 1.5개이므로 3개
  4. 세포질에서 만든 NADH 2개: 여기가 갈리는 곳이다.

네 번째가 문제인 이유가 있다. 해당과정은 세포질에서 일어나는데 전자전달계는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고, NADH 자체는 미토콘드리아 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전자만 따로 넘기는 우회로를 쓴다. 그 우회로가 두 가지이고 결과가 다르다.

어느 쪽을 쓰는지는 조직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정직한 서술은 "포도당 하나당 약 30~32개, 조건에 따라 더 낮을 수 있다"이며 단일한 값으로 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옛 교재에 36~38개로 적혀 있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니다. NADH 하나당 3개, FADH2 하나당 2개로 어림하던 시절의 값이다. 사실이 바뀐 것이 아니라 가정이 바뀌었다. 숫자를 볼 때 어떤 가정 위에서 나온 값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발효 — ATP 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앞 절 마지막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산소가 없어도 NAD+ 만 되돌려 주면 해당과정은 계속 돌릴 수 있다. 그 되돌리는 일을 하는 것이 발효(fermentation)다.

발효 단계 자체는 ATP 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하는 일이 NAD+ 를 되돌려 해당과정을 계속 돌리는 것뿐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
<발효 단계 자체는 ATP 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하는 일이 NAD+ 를 되돌려 해당과정을 계속 돌리는 것뿐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방법은 간단하다. 쌓인 NADH 의 전자를 피루브산이나 그 유도체에 도로 붙여 버린다. 어디에 붙이느냐에 따라 종류가 갈린다.

종류무엇이 되는가누가 하는가메모
젖산 발효피루브산이 전자를 받아 젖산이 된다근육, 젖산균기체가 나오지 않는다
알코올 발효피루브산에서 CO2 를 떼고 남은 것이 전자를 받아 에탄올이 된다효모, 일부 식물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두 경우 모두 발효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ATP 는 0 이다. 순 ATP 2개는 전부 해당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발효로 ATP 를 만든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발효는 해당과정이 멈추지 않게 하는 정비 작업이다.

그래도 쓸모가 있는 이유는 속도다. 산소를 쓰는 방식보다 효율은 15분의 1이지만 훨씬 빠르게 돌릴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내야 하는 근육이 발효에 기대는 이유가 이것이다.

예제 51

어떤 근육 세포가 산소를 쓸 때와 발효만 할 때 같은 양의 ATP 를 얻으려 한다. (가) 필요한 포도당의 비를 구하라. 산소를 쓸 때 32개, 발효할 때 2개로 본다. (나) 이 결과로 격렬한 운동 뒤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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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같은 ATP 를 얻는 데 필요한 포도당 수는 포도당당 ATP 수에 반비례한다.

발효에 필요한 포도당호흡에 필요한 포도당=322=16

16배다.

(나) 결과가 셋이다.

  1. 저장된 연료가 빠르게 소모된다. 근육에 저장해 둔 당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2. 젖산이 대량으로 쌓인다. 포도당 하나당 젖산 2개가 나오므로 16배의 포도당은 32배의 젖산을 만든다.
  3. 운동을 멈춘 뒤에도 산소가 계속 필요하다. 쌓인 젖산을 처리하고 소모된 저장분을 되채우는 데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숨이 한동안 가쁜 이유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바로잡아야 한다. 운동 뒤의 근육통이 젖산 때문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지만, 젖산은 운동을 마치고 비교적 빠르게 처리된다. 하루 뒤에 오는 통증의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며, 이 부분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계산 쪽이다. 발효는 효율이 낮은 대신 산소 공급 속도에 매이지 않는다. 근육이 그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계산으로 그 대가가 16배라는 것을 확인했다.

예제 52

효모를 밀폐 용기에서 당 용액과 함께 배양했다. (가) 처음에는 산소가 있었다가 곧 떨어졌다. 이산화탄소 발생 속도는 어떻게 변하는가? (나) 같은 양의 당을 다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산소가 계속 있을 때와 견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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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두 시기를 나누어 본다.

산소가 있는 동안에는 완전 산화가 일어난다. 포도당 하나당 이산화탄소 6개가 나온다.

산소가 떨어지면 알코올 발효로 넘어간다. 이때는 포도당 하나당 이산화탄소가 2개만 나온다. 나머지 탄소는 에탄올에 남는다.

그러면 이산화탄소 발생 속도가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세포는 같은 양의 ATP 를 얻으려고 포도당 소비를 16배로 올린다. 포도당당 이산화탄소가 3분의 1로 줄어도 포도당 소비가 16배가 되면

16×26=5.3

오히려 이산화탄소 발생이 늘어난다. 산소가 없을 때 발효가 빨라지는 이 현상은 실제로 관찰되며 발견자의 이름을 따 부른다.

(나) 훨씬 짧아진다. 같은 양의 당을 16배 빠르게 쓰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교훈은 비율과 속도를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포도당당 이산화탄소가 줄었다"만 보면 발생이 줄 것 같지만, 소비 속도의 변화가 그보다 크면 결론이 뒤집힌다. 두 인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곱해서 확인해야 한다.

흔한 오해

"발효는 산소가 없을 때 ATP 를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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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군데가 어긋난다.

첫째, 발효 단계 자체는 ATP 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 젖산 발효를 보면 피루브산이 NADH 에서 전자를 받아 젖산이 되는 것이 전부다. 인산도, 막도, ADP 도 관여하지 않는다. 순 ATP 2개는 전부 그 앞의 해당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면 발효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NAD+ 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세포 안의 NAD+ 양은 정해져 있고, 해당과정은 그것 없이는 한 걸음도 못 나간다. 발효가 없으면 해당과정이 몇 초 만에 선다.

둘째, 산소가 있어도 발효를 하는 경우가 있다. 빠르게 자라는 세포는 산소가 넉넉해도 상당 부분을 발효로 처리한다. 효율은 나쁘지만 속도가 빠르고, 중간체를 생합성 재료로 빼내기도 좋기 때문이다. 즉 발효는 "산소가 없을 때의 비상 수단"만은 아니다.

정확한 진술은 이렇다. 발효는 전자를 버릴 곳을 스스로 마련해 해당과정을 계속 돌리는 방법이며, ATP 는 해당과정이 만든다.

이렇게 정리하면 앞에서 본 사실들이 한 줄로 꿰인다. 산소가 하는 일도 결국 "전자를 버릴 곳"이었다. 산소는 아주 좋은 버림터이고 발효는 훨씬 나쁜 버림터인데, 나쁜 버림터라도 있는 편이 없는 것보다 낫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뒷장은 아래를 안다고 보고 나아간다.

낱말 / 기호메모
산화 · 환원전자를 잃음 / 전자를 얻음언제나 짝으로 일어난다. 산소 유무와 무관하다
NAD+ · NADH전자 운반체와 그 전자를 실은 형태양이 정해져 있어 계속 돌려 쓴다
FAD · FADH2또 하나의 전자 운반체NADH 보다 낮은 자리에서 들어와 ATP 를 덜 만든다
해당과정포도당 → 피루브산 2개, 세포질, 산소 불필요순 ATP 2, NADH 2
피루브산 산화피루브산 → 아세틸-CoA + CO2되돌릴 수 없다. NADH 1
TCA 회로아세틸-CoA 를 마저 산화하는 회로한 바퀴에 NADH 3, FADH2 1, ATP 1, CO2 2
기질 수준 인산화중간체가 인산을 ADP 에 직접 넘김막도 산소도 필요 없다
전자전달계내막의 복합체들이 전자를 산소까지 흘린다복합체 II 만 양성자를 퍼내지 않는다
양성자 구동력막을 사이에 둔 양성자의 농도 차와 전하 차전자의 에너지를 잠시 담아 두는 형태
ATP 합성효소양성자가 되돌아오는 힘으로 도는 회전 모터7장에서 같은 장치를 다시 만난다
화학삼투 · 산화적 인산화기울기로 ATP 를 만드는 원리 / 그렇게 만든 ATP포도당당 약 26개가 여기서 나온다
짝풀림제양성자를 그냥 통과시켜 기울기를 없애는 물질산소 소비는 늘고 ATP 는 준다
발효전자를 유기물에 도로 붙여 NAD+ 을 되돌리는 일발효 단계 자체는 ATP 를 만들지 않는다
F (패러데이 상수)전자 1몰의 전하량, 96485C/molΔG=nFΔE 에 쓴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산소가 관여해야 산화라고 본다기준은 전자다. 산소가 없어도 산화와 환원은 일어난다
해당과정에서 갈라진 뒤 단계를 한 번만 센다3탄당이 둘이므로 두 번씩 센다. 순수지가 어긋나는 가장 흔한 원인
ATP 수지를 단일한 값으로 외운다30~32는 가정에 따라 갈리는 값이다. 어떤 가정인지 함께 봐야 한다
발효가 ATP 를 만든다고 본다발효 단계의 ATP 는 0 이다. 하는 일은 NAD+ 되돌리기다
산소가 없으면 ‘태울 수 없어서’ 곤란하다고 본다정확히는 전자를 버릴 곳이 없어서다. 그래서 앞 단계들이 차례로 선다
짝풀림제를 쓰면 산소 소비도 줄 것이라고 본다늘어난다. 기울기가 낮아져 퍼내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세포 호흡은 포도당의 전자를 산소까지 옮기는 일이고, 낙차를 여러 칸으로 나누어야 일을 뽑아낼 수 있다. 그 일은 일단 양성자 기울기로 저장되고, 되돌아오는 흐름이 모터를 돌려 ATP 가 된다. 그리고 산소가 없으면 전자를 버릴 곳이 없어지므로, 발효로 임시 버림터를 만들어 해당과정만이라도 돌린다.

다음 장은 방향을 뒤집는다. 이 장에서 태워 없앤 포도당을 빛으로 다시 만드는 과정이다. 놀랍게도 장치는 거의 같다. 막에 박힌 전자전달계가 양성자를 퍼내고, 같은 모양의 ATP 합성효소가 돈다. 달라지는 것은 전자가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가느냐뿐이다.

광합성

6장에서 포도당을 태워 ATP 를 얻었다. 그러면 그 포도당은 어디서 왔는가.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전부가 빛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장은 그 만드는 과정을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빛의 에너지를 어떻게 화학 물질로 바꾸는가, 왜 광합성 장치가 두 개나 필요한가, 이산화탄소는 어떤 순서로 당이 되는가, 그리고 더운 곳의 식물은 왜 다른 방식을 쓰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6장의 산화·환원, 전자 운반체, 전자전달계, 양성자 기울기, ATP 합성효소를 그대로 쓴다. 5장의 엽록체와 막, 4장의 효소와 자유에너지도 필요하다.

미리 밝혀 둘 것이 하나 있다. 광합성은 호흡을 거꾸로 돌린 것이 아니다. 순반응만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경로도 효소도 장소도 다르다. 그런데 장치의 구조는 놀랄 만큼 닮았다. 막에 박힌 전자전달계가 양성자를 퍼내고, 같은 모양의 ATP 합성효소가 그 흐름으로 돈다. 이 닮음을 확인하는 것이 이 장을 읽는 한 가지 재미다.

무대 — 엽록체

산소를 내놓는 광합성의 순반응은 이렇게 쓴다.

6CO2+12H2O+C6H12O6+6O2+6H2O

물이 왜 12개인지 의아할 수 있다. 양쪽에서 6개를 지우면 6개로 줄어드는데도 굳이 12개로 적는 이유가 있다. 내놓는 산소의 산소 원자가 전부 물에서 오기 때문이다. 무거운 산소 원자로 표지해 추적한 실험이 이것을 보였다. 이산화탄소에서 온다고 쓰면 그 실험 결과와 맞지 않는다.

이 사실 하나가 광합성의 성격을 정한다. 물을 쪼개 전자를 뽑아내고, 그 전자로 이산화탄소를 환원한다. 산소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지구 대기의 산소가 전부 이 부산물이다.

무대는 5장에서 본 엽록체다. 구조를 다시 확인해 두어야 뒤가 따라온다.

막이 세 겹이고 방이 둘이라는 것을 확인할 것. 명반응은 틸라코이드 막에서 일어나고 그 안쪽 루멘에 양성자가 쌓인다. 캘빈 회로는 바깥쪽 스트로마에서 돈다
<막이 세 겹이고 방이 둘이라는 것을 확인할 것. 명반응은 틸라코이드 막에서 일어나고 그 안쪽 루멘에 양성자가 쌓인다. 캘빈 회로는 바깥쪽 스트로마에서 돈다>[원본 보기]

전체 과정은 두 부분으로 나뉘고 장소가 다르다.

명반응 (빛 반응)캘빈 회로 (탄소 고정)
어디서틸라코이드 막스트로마
무엇이 들어가는가빛, 물, NADP+, ADPCO2, ATP, NADPH
무엇이 나오는가ATP, NADPH, O2당, 그리고 빈 ADP 와 NADP+
빛이 필요한가그렇다직접은 아니지만 빛이 없으면 제대로 돌지 않는다

표의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자. 캘빈 회로를 "암반응"이라 부르던 관행이 있는데 오해를 낳는 이름이다. 어둠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아니라 빛을 직접 쓰지 않는 반응이라는 뜻이고, 실제로는 빛이 있어야 제대로 돈다. 그래서 요즘은 "탄소 고정 반응"이라 부른다.

두 부분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다. 명반응이 ATP 와 NADPH 를 만들면 캘빈 회로가 그것을 써서 빈 ADP 와 NADP+ 를 돌려준다. 6장의 전자 운반체와 마찬가지로 양이 정해져 있어 계속 돌려 쓴다. 한쪽이 멈추면 다른 쪽도 곧 멈춘다.

예제 54

NADP+ 는 6장의 NAD+ 와 거의 같은 분자인데, 세포는 왜 굳이 두 가지를 따로 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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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운반체가 하는 일의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 6장에서 NADH 는 영양분을 태워 얻은 전자를 전자전달계에 넘기는 일을 했다. 즉 분해 쪽이다.
  • 이 장에서 NADPH 는 이산화탄소를 환원해 당으로 만드는 데 쓰인다. 즉 합성 쪽이다.

만약 하나만 있다면 곤란해진다. 세포는 "지금 이 전자를 태우는 데 쓸까 만드는 데 쓸까"를 구별할 방법이 없어진다.

실제로 세포는 두 짝의 비율을 따로 관리한다. NAD 쪽은 대부분 빈 형태(NAD+)로, NADP 쪽은 대부분 전자를 실은 형태(NADPH)로 유지한다. 그래야 앞쪽은 전자를 받기 좋고 뒤쪽은 전자를 내주기 좋다.

분자 하나만 다르게 만들어 두 창구를 나눈 셈이다. 실제 차이는 인산기 하나뿐이지만, 효소들이 그 차이를 알아보고 자기 짝만 쓴다.

이 예는 생물학의 흔한 설계 방식을 보여 준다. 서로 다른 용도를 구별해야 할 때, 기능이 아니라 표지를 따로 만든다. 그러면 같은 화학을 쓰면서도 두 흐름을 섞지 않을 수 있다.

예제 55

어떤 엽록체에서 틸라코이드 막에 구멍이 생겨 양성자가 자유롭게 새어 나간다. (가) NADPH 생산은 어떻게 되는가? (나) ATP 생산은? (다) 캘빈 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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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를 떠올리면 답이 갈린다. 명반응이 하는 일은 둘인데 서로 다른 장치가 담당한다.

(가) NADPH 는 전자가 전자전달계를 타고 흘러가 NADP+ 에 도달할 때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 양성자 기울기는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계속 만들어진다.

(나) ATP 는 양성자가 합성효소를 통해 되돌아올 때 만들어진다. 구멍으로 새어 나가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 캘빈 회로는 ATP 와 NADPH 를 둘 다 필요로 한다. 뒤에서 계산하겠지만 이산화탄소 하나당 ATP 3개와 NADPH 2개다. ATP 가 없으면 멈춘다.

그러면 NADPH 는 쌓이기만 한다. 그런데 쌓이면 곧 NADP+ 이 바닥나고, 전자를 받아 줄 것이 없어지므로 결국 전자전달계도 선다. 6장에서 산소가 없을 때 일어난 일과 똑같은 연쇄다.

이 문제의 요점은 명반응이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둘이라는 것이다. 전자를 옮기는 일과 양성자 기울기를 쓰는 일이 별개이고, 그래서 하나만 망가뜨릴 수 있다. 이런 분리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화학삼투설의 증거이기도 하다.

빛을 잡는다 — 색소와 스펙트럼

빛은 알갱이처럼도 행동하고 그 알갱이 하나를 광자라 한다. 광자 하나가 지닌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한다.

E=hcλ

h=6.626×1034Js 는 플랑크 상수, c=3.00×108m/s 는 빛의 속력, λ 는 파장이다. 파장이 짧을수록 광자 하나가 센 에너지를 갖는다. 파란빛 광자가 빨간빛 광자보다 세다.

광자를 붙잡는 것은 색소다. 색소가 특정 파장의 광자를 흡수하면 그 분자 안의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간다. 흡수하지 않은 파장은 반사되거나 통과하고, 그것이 우리 눈에 그 색소의 색으로 보인다.

엽록소가 청색과 적색을 주로 흡수하고 초록은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작용 스펙트럼이 흡수 스펙트럼을 대체로 따라가되 500 nm 근처에서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것
<엽록소가 청색과 적색을 주로 흡수하고 초록은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작용 스펙트럼이 흡수 스펙트럼을 대체로 따라가되 500 nm 근처에서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그림에 두 종류의 곡선이 있다. 구별해야 한다.

두 곡선이 대체로 겹치는 것이 엽록소가 광합성의 주 색소라는 증거다. 그리고 어긋나는 부분이 정보를 준다. 500 nm 근처에서 작용 곡선만 솟아 있다면, 그 파장을 흡수하는 다른 색소가 에너지를 엽록소에 넘겨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색소를 보조 색소라 하고 카로티노이드가 대표다.

보조 색소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엽록소가 놓치는 파장을 주워 담고, 빛이 너무 셀 때 남는 에너지를 열로 버려 광합성 장치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가을에 잎이 노랗고 붉게 보이는 것은 엽록소가 먼저 분해되어 그동안 가려져 있던 보조 색소의 색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색소들은 흩어져 있지 않고 안테나처럼 모여 있다. 수백 개의 색소 분자가 광자를 잡으면 그 에너지가 이웃으로 차례차례 넘어가 가운데 한 곳에 모인다. 그 가운데를 반응 중심이라 한다. 왜 이렇게 하는가. 색소 하나가 광자를 만날 확률은 낮은데, 수백 개가 함께 잡아 한 곳으로 모으면 반응 중심이 훨씬 자주 작동할 수 있다.

예제 56

(가) 파장 680nm 인 광자 1mol 의 에너지를 구하라. (나) 파장 440nm 인 파란빛과 견주면 어느 쪽이 얼마나 센가? (다) 그런데도 식물이 두 파장을 비슷하게 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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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먼저 광자 하나의 에너지를 구한다. 파장을 m 로 바꾼다. 680nm=6.80×107m 이므로

E1=(6.626×1034Js)(3.00×108m/s)6.80×107m=2.92×1019J

단위를 확인한다. sm 이 지워지고 J 만 남았다. 이제 4장의 몰을 쓴다.

E=2.92×1019J×6.022×1023mol1=1.76×105J/mol=176kJ/mol

(나) 에너지는 파장에 반비례하므로 비를 그대로 쓰면 된다.

E440E680=680440=1.55

파란빛 광자가 약 1.5배 세다. 값으로는 176×1.55=273kJ/mol 이다.

(다) 여기가 요점이다. 반응 중심이 하는 일은 광자를 하나 받아 전자를 하나 올려 보내는 것이고, 그 일에 필요한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그보다 센 광자를 받으면 남는 몫은 열로 버려진다.

그러니 파란 광자를 받든 빨간 광자를 받든 결과는 같다. 전자 하나가 올라간다. 다만 파란 광자를 쓸 때 버리는 몫이 더 클 뿐이다.

그래서 광합성의 효율을 말할 때는 "빛 에너지의 몇 퍼센트"와 "광자 몇 개당"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에너지로 세면 파란빛이 불리하고, 광자 수로 세면 두 파장이 같다. 무엇을 세고 있는지 밝히지 않으면 효율 숫자는 뜻이 모호해진다.

예제 57

어떤 조류의 작용 스펙트럼이 엽록소 a 의 흡수 스펙트럼과 상당히 어긋나 있고, 특히 초록빛(약 550 nm)에서도 광합성이 꽤 활발했다.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이런 조류가 어디에 살 것으로 짐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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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의 논리는 하나다. 작용 스펙트럼이 어떤 색소의 흡수 스펙트럼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설명되지 않는 파장을 흡수하는 다른 색소가 있다.

초록빛에서 광합성이 활발하다면 초록빛을 흡수하는 색소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색소가 잡은 에너지가 반응 중심까지 전달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잡기만 하고 넘기지 못하면 작용 스펙트럼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에 살겠는가. 물속을 생각해 보자. 물은 빛을 파장에 따라 다르게 흡수하는데, 빨간빛이 먼저 흡수되어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깊은 물속에는 상대적으로 초록과 파랑 계열의 빛이 남는다.

엽록소 a 만 가진 생물은 그런 곳에서 살기 어렵다. 초록을 흡수하는 색소를 가진 조류는 깊은 물속에서도 살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색소를 갖는 조류들이 알려져 있다.

이 문제의 형태를 기억할 만하다. "관찰이 알려진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에서 "설명되지 않는 만큼의 무언가가 더 있다"로 가는 추론이다. 3장에서 본 실험 논리와 같은 구조이고, 실제로 보조 색소는 이런 어긋남에서 발견되었다.

명반응 — 전자를 두 번 밀어 올린다

이제 본론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정확히 적자. 물에서 뽑은 전자를 NADP+ 까지 올려야 한다.

6장의 계단 그림을 떠올리면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인다. 물은 전자를 아주 세게 붙잡고 있고(+0.82V), NADP+ 은 전자를 약하게만 당긴다(0.32V). 즉 전자를 1.14V 만큼 거슬러 올려야 한다. 6장에서는 이 낙차를 타고 내려오며 ATP 를 벌었는데, 여기서는 반대 방향이다.

주황 화살표가 빛이 밀어 올린 구간이고 회색 화살표가 저절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두 번 올리는 이유는 광자 하나로 1.14 V 를 한 번에 넘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
<주황 화살표가 빛이 밀어 올린 구간이고 회색 화살표가 저절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두 번 올리는 이유는 광자 하나로 1.14 V 를 한 번에 넘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그림의 모양이 알파벳 Z 를 옆으로 눕힌 것과 닮아 Z-도식이라 부른다. 순서대로 따라가면 이렇다.

  1. 광계 II 의 반응 중심이 광자를 받아 전자를 위로 밀어 올린다.
  2. 전자를 잃은 반응 중심은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물을 쪼개어 전자를 가져온다. 이때 물에서 산소와 수소 이온이 함께 나온다. 산소는 밖으로 나가고 수소 이온은 루멘에 쌓인다.
  3. 밀어 올려진 전자가 전자전달계를 타고 내려온다. 이 구간에서 양성자가 스트로마에서 루멘으로 퍼내진다. 6장의 복합체 III 과 같은 일이다.
  4. 내려온 전자를 광계 I 이 받아 다시 한 번 광자로 밀어 올린다.
  5. 밀어 올려진 전자가 NADP+ 에 실려 NADPH 가 된다.

왜 광계가 둘인가. 앞의 예제에서 본 대로 적색광 광자 하나가 갖는 에너지는 176kJ/mol 이다. 전자 1몰을 1.14V 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일은 FΔE=96485×1.14=110kJ/mol 이니 산술적으로는 광자 하나로 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단계에서 상당한 몫이 열로 흩어지므로 한 번에 그 높이를 넘기지 못한다. 두 번에 나누어 올리는 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결론을 뒷받침한 실험이 있다. 680 nm 만 비출 때의 속도와 700 nm 만 비출 때의 속도를 각각 재고, 두 파장을 동시에 비추면 두 속도의 합보다 큰 값이 나온다. 뒤에서 예제로 다룬다.

이제 결과를 정리하면, 루멘에는 두 갈래로 양성자가 쌓인다. 물을 쪼갤 때 루멘 안에서 직접 생기는 것과, 전자전달계가 스트로마에서 퍼내는 것이다. 쌓인 양성자가 ATP 합성효소로 되돌아 내려오며 ATP 를 만든다. 이것을 광인산화라 한다. 6장의 산화적 인산화와 원리가 완전히 같고, 다른 것은 전자의 출처가 영양분이 아니라 물이라는 점뿐이다.

마지막으로 갈래가 하나 더 있다. 광계 I 에서 올라간 전자를 NADP+ 에 주지 않고 전자전달계로 되돌려 보내는 경로다. 이러면 전자가 원을 그리며 돌고, 양성자만 계속 퍼내진다. 그래서 ATP 만 만들고 NADPH 도 산소도 만들지 않는다. 이것을 순환적 광인산화라 하고, 앞의 것을 비순환적 광인산화라 한다. 왜 이런 갈래가 필요한지는 다음 절의 계산에서 드러난다.

예제 58

어떤 조류에 680 nm 만 비추었더니 광합성 속도가 a 였고, 700 nm 만 비추었더니 b 였다. 두 파장을 동시에 비추니 속도가 a+b 보다 컸다. 이 관찰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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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엇이 이상한지 확인한다. 두 자극을 함께 주었을 때 효과가 단순한 합보다 크다면, 두 자극이 같은 장치를 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장치라면 합이거나, 포화 때문에 합보다 작아야 한다.

따라서 두 파장이 서로 다른 장치를 구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장치가 서로 무관하다면 효과는 그냥 합일 것이다. 합보다 크려면 두 장치가 직렬로 이어져 있어야 한다.

그림을 떠올리면 이해된다.

  • 700 nm 만 주면 광계 I 은 열심히 도는데 넘겨받을 전자가 모자란다. 앞이 비어 있다.
  • 680 nm 만 주면 광계 II 가 전자를 만들어 내지만 광계 I 이 가져가지 않아 중간 운반체가 전자로 꽉 찬다. 뒤가 막혀 있다.
  • 둘을 함께 주면 앞뒤가 동시에 풀려 흐름이 이어진다.

그래서 합보다 큰 속도가 나온다. 이것이 광계가 둘이고 직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의 핵심 증거다.

이 실험 논리의 형태를 기억해 둘 만하다. "두 자극의 효과가 합보다 크다면 두 자극은 직렬 경로의 서로 다른 지점에 작용한다." 이 논리는 광합성 밖에서도 널리 쓰인다.

예제 59

비순환적 전자 흐름에서 산소 1분자가 나올 때 (가) 물 몇 분자가 쪼개지고 전자 몇 개가 나오는가? (나) NADPH 는 몇 개 만들어지는가? (다) 루멘에 쌓이는 양성자는 몇 개인가? 물을 쪼갤 때 직접 생기는 것과 전자전달계가 전자 하나당 2개를 퍼낸다고 보고 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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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물이 쪼개지는 반응을 적는다.

2H2OO2+4H++4e

산소 1분자에는 산소 원자가 2개이므로 물 2분자가 필요하고, 전자는 4개가 나온다.

(나) NADP+ 하나는 전자 2개를 받아 NADPH 가 된다. 전자가 4개이므로

42=2 

(다) 두 갈래를 따로 센다.

  • 물을 쪼갤 때 루멘 안에서 직접 생기는 것: 위 식에서 4개
  • 전자전달계가 퍼내는 것: 전자 하나당 2개이고 전자가 4개이므로 4×2=8

합계 12개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다. 물을 쪼갤 때 나오는 수소 이온은 퍼내지 않아도 이미 루멘 쪽에 있다. 물이 쪼개지는 자리가 루멘 쪽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짜로 얻는 기울기인 셈이고, 그래서 광합성은 같은 전자 수로 호흡보다 양성자를 효율적으로 모은다.

이 값들은 모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인용된다. 정확한 개수보다 세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이 문제의 목적이다. 전자 수에서 출발해 각 단계의 화학량론을 곱해 나가면 된다.

흔한 오해

"광합성으로 나오는 산소는 이산화탄소에서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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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순반응만 보면 그렇게 보인다. CO2 에도 산소가 있으니 그럴듯하다. 그러나 실험이 반대 결론을 냈다.

방법은 간단하다. 물의 산소만 무거운 동위원소로 바꿔 준다. 그러면 나오는 산소 기체가 무거우면 물에서 온 것이고, 가벼우면 이산화탄소에서 온 것이다. 결과는 무거웠다. 반대로 이산화탄소 쪽만 표지하면 나오는 산소는 가벼웠다.

이 결과가 광합성의 그림 전체를 정한다. 물은 "재료"가 아니라 전자 공급원이다. 물에서 전자를 빼앗고 남은 것이 산소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명반응의 첫 사건이 물을 쪼개는 일이 된다.

그러면 이산화탄소의 산소는 어디로 가는가. 당에 그대로 들어가거나 물로 나간다. 순반응에서 오른쪽에 물 6개가 새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예제는 표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순반응을 6CO2+6H2O 로 줄여 쓰면 계산은 맞지만 어느 원자가 어디로 갔는지가 사라진다. 그래서 이 문서는 물을 12개로 적는다. 화학식은 개수만 맞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담아야 한다.

캘빈 회로 —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명반응이 만든 ATP 와 NADPH 를 써서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만드는 곳이 스트로마다. 이 과정을 캘빈 회로라 한다.

회로의 구조를 먼저 보아야 오해가 없다.

회로가 도는 목적이 당을 뽑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RuBP 를 되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 들어온 탄소 3개마다 실제로 빠져나가는 것은 G3P 하나뿐이다
<회로가 도는 목적이 당을 뽑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RuBP 를 되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 들어온 탄소 3개마다 실제로 빠져나가는 것은 G3P 하나뿐이다>[원본 보기]

세 국면이다.

  1. 카복실화루비스코라는 효소가 탄소 5개짜리 분자 RuBP 에 이산화탄소를 붙인다. 붙자마자 쪼개져 탄소 3개짜리 분자 두 개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ATP 도 NADPH 도 쓰지 않는다.
  2. 환원 — 그 분자에 ATP 로 인산을 붙이고 NADPH 로 전자를 넣어 G3P 로 만든다. 탄소가 실제로 환원되는 곳이 여기다.
  3. 재생 — 만들어진 G3P 의 대부분을 여러 단계로 뒤섞어 RuBP 로 되돌린다. 여기서 ATP 를 더 쓴다.

세 번째 국면이 이 회로의 성격을 정한다. 이산화탄소 3개가 들어오면 G3P 6개가 만들어지는데 그중 5개가 재생에 쓰이고 1개만 빠져나간다. 회로가 도는 주된 목적은 산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다음 이산화탄소를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장부를 이산화탄소 하나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면ATPNADPH
카복실화00
환원22
재생10
합계32

앞 절에서 명반응이 공급하는 ATP 와 NADPH 의 비를 세어 보면 캘빈 회로가 요구하는 3:2=1.5 보다 ATP 쪽이 모자란다. 그래서 앞에서 본 순환적 광인산화가 필요해진다. 그 경로는 ATP 만 만들기 때문이다. 광합성 장치에 갈래가 하나 더 있는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마지막으로 캘빈 회로가 왜 빛에 의존하는지 짚어 둔다. ATP 와 NADPH 가 있어야 한다는 것 말고도 이유가 셋이다. 빛이 있으면 루멘으로 양성자가 퍼내지므로 스트로마의 pH 가 오르는데 회로 효소들의 최적 조건이 그 상태다. 또 그때 마그네슘 이온이 스트로마로 들어와 루비스코를 돕는다. 그리고 회로 효소 여럿이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스위치를 갖고 있다. 그래서 어두워지면 회로가 저절로 꺼진다. 어두울 때 회로가 계속 돌면 ATP 만 축내기 때문에 이 스위치가 필요하다.

예제 61

포도당 1분자를 만들려면 CO2, ATP, NADPH 가 각각 몇 분자 필요한가? 두 가지 방법으로 세어 검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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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법: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센다. 포도당은 탄소 6개이므로 CO26개 필요하다. 위 표에서 하나당 ATP 3, NADPH 2 이므로

ATP=6×3=18,NADPH=6×2=12

두 번째 방법: G3P 기준으로 센다. 회로는 CO2 3개당 G3P 1개를 내놓고 그때 ATP 9, NADPH 6 을 쓴다. 포도당은 탄소 6개이고 G3P 는 탄소 3개이므로 G3P 2개가 필요하다. 따라서

CO2=3×2=6,ATP=9×2=18,NADPH=6×2=12

두 방법이 같은 답을 냈다.

세 번째 확인도 가능하다. 전자로 세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탄소를 당 수준까지 환원하려면 탄소 하나당 전자 4개가 필요하고, NADPH 하나가 전자 2개를 나르므로 탄소당 NADPH 2개다. 탄소 6개면 12개다. 앞의 답과 맞는다.

서로 다른 세는 방식이 같은 답을 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화학량론 계산의 검산법이다. 어긋나면 어느 한쪽에서 단위나 배수를 놓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를 확인해 두자. 18:12=1.5 다. 이 값이 명반응이 공급하는 비보다 크다는 것이 순환적 광인산화의 존재 이유였다.

예제 62

캘빈 회로가 돌고 있는 엽록체에서 갑자기 이산화탄소 공급을 끊었다. 빛은 계속 비춘다. (가) RuBP 의 양은 어떻게 되는가? (나) 3탄소 중간체의 양은? (다) 반대로 빛을 끄고 이산화탄소는 계속 주면 두 값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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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의 어느 단계가 막히는지를 보고, 그 앞은 쌓이고 뒤는 줄어든다고 읽으면 된다.

(가), (나)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카복실화가 멈춘다. 그 단계는 RuBP 를 소비하고 3탄소 중간체를 만드는 단계다.

  • RuBP: 소비되지 않는데 재생은 계속되므로 쌓인다.
  • 3탄소 중간체: 만들어지지 않는데 뒤로 계속 흘러가므로 줄어든다.

(다) 빛을 끄면 ATP 와 NADPH 공급이 끊긴다. 그 둘을 쓰는 단계는 환원과 재생이다.

  • 3탄소 중간체: 카복실화는 잠시 계속되므로 만들어지는데 환원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쌓인다.
  • RuBP: 재생에 ATP 가 필요하므로 되만들어지지 않고 카복실화로 계속 소비된다. 줄어든다.

(가)와 (다)에서 두 물질의 증감이 정확히 뒤바뀐 것에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이 관찰이 회로의 순서를 밝히는 데 쓰였다.

일반화하면 이렇다. 경로의 한 지점을 막으면 그 앞은 쌓이고 뒤는 줄어든다. 어느 물질이 쌓이고 어느 것이 주는지를 보면 어디가 막혔는지 거꾸로 알아낼 수 있다. 대사 경로를 연구하는 표준 방법이고, 6장의 저해제 실험도 같은 논리였다.

흔한 오해

"암반응은 어두울 때 일어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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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가 틀렸다.

첫째, "빛을 직접 쓰지 않는다"와 "어둠에서 일어난다"는 다른 말이다. 캘빈 회로는 광자를 직접 흡수하지 않을 뿐이고, 실제로는 빛이 있을 때만 제대로 돈다.

둘째, 앞에서 본 대로 이 회로는 여러 지점에서 빛에 의존한다. ATP 와 NADPH 공급, 스트로마의 pH, 마그네슘 이온 농도, 그리고 효소들의 활성 스위치가 모두 빛에 매여 있다.

왜 이런 조절이 필요한가. 어두울 때 회로가 돌면 ATP 와 NADPH 를 쓰기만 하고 얻는 것이 없다. 게다가 같은 세포에서 돌고 있는 당 분해 경로와 방향이 반대라, 둘이 동시에 돌면 만들었다 부수기를 되풀이하며 에너지만 태운다. 그래서 반드시 한쪽만 켜져야 한다.

그래서 요즘 교재는 "암반응" 대신 "탄소 고정 반응" 또는 "빛 비의존 반응"이라 쓴다. 이름 하나 때문에 생기는 오해치고는 대가가 크다.

광호흡과 C4, CAM

루비스코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이산화탄소 대신 산소를 RuBP 에 붙이기도 한다. 그러면 캘빈 회로에 쓸 수 없는 부산물이 생기고, 그것을 처리하는 데 ATP 를 쓰면서 애써 고정한 탄소의 일부를 이산화탄소로 도로 내보낸다. 이 손실 과정을 광호흡이라 한다.

두 반응의 경쟁은 하나의 수로 정리된다. 특이성 인자 S 는 같은 농도에서 루비스코가 이산화탄소 쪽을 얼마나 더 선호하는지를 나타낸다.

vcvo=S[CO2][O2]

vc 는 카복실화 속도, vo 는 산소화 속도다. 고등식물에서 S 는 대략 80~100 이다. 즉 루비스코는 이산화탄소를 훨씬 선호하는데, 공기 중에 산소가 이산화탄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서 산소화가 무시할 수 없는 비율로 일어난다.

온도가 오르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나빠진다. 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산소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루비스코의 S 자체도 떨어진다. 게다가 더우면 식물이 물을 지키려고 기공을 닫는데, 그러면 잎 안의 이산화탄소가 더 줄어든다. 세 효과가 같은 방향으로 겹친다.

서늘할 때는 C3 가 앞서지만 온도가 오르면 순서가 뒤바뀐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광호흡 손실의 증가라는 것을 확인할 것
<서늘할 때는 C3 가 앞서지만 온도가 오르면 순서가 뒤바뀐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광호흡 손실의 증가라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더운 곳의 식물들은 이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따로 갖췄다. 방법의 뼈대는 같다. 루비스코 앞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인다. 나누는 방식만 다르다.

두 방식이 푸는 문제가 같다는 것, 그리고 C4 는 공간으로 CAM 은 시간으로 나눈다는 차이를 확인할 것. 치르는 값과 유리해지는 환경도 함께 볼 것
<두 방식이 푸는 문제가 같다는 것, 그리고 C4 는 공간으로 CAM 은 시간으로 나눈다는 차이를 확인할 것. 치르는 값과 유리해지는 환경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C3C4CAM
처음 이산화탄소를 잡는 효소루비스코PEP 카복실화효소PEP 카복실화효소
나누는 방식나누지 않는다공간으로 나눈다시간으로 나눈다
CO2 하나당 ATP355 이상
유리한 환경서늘하고 물이 넉넉한 곳덥고 볕이 센 곳극단적으로 건조한 곳

PEP 카복실화효소가 유리한 이유가 둘이다. 산소와 반응하지 않고, 낮은 농도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잘 잡는다. 그래서 이 효소로 먼저 잡아 다른 곳에 모아 두었다가 루비스코 앞에서 풀어 놓으면, 루비스코는 진한 이산화탄소 앞에서 산소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공짜가 아니다. 잡는 데 쓴 분자를 되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하나당 ATP 2개가 더 든다. 서늘한 곳에서는 그 추가 비용이 광호흡 손실보다 크므로 C3 가 앞선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광합성이냐는 물음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제 64

어떤 C3 식물의 잎 안에서 [CO2]=9.5μmol/L, [O2]=253μmol/L 이고 S=80 이다. (가) 카복실화와 산소화의 비를 구하라. (나) 산소화 두 번마다 이산화탄소 하나를 잃는다면 고정한 탄소의 몇 퍼센트를 잃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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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식에 그대로 넣는다.

vcvo=80×9.5253=80×0.0375=3.0

카복실화 3회당 산소화 1회다.

(나) 카복실화 3회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동안 산소화는 1회 일어났고, 산소화 두 번마다 이산화탄소 하나를 잃으므로 산소화 1회당 0.5개를 잃는다.

고정=3,손실=1×0.5=0.5

손실률=0.53=0.17=17%

약 17%다. 교재에서 "C3 식물은 고정한 탄소의 20% 남짓을 광호흡으로 잃는다"고 하는 근거가 이런 계산이다.

온도를 올려 보면 왜 더울 때 문제가 되는지 보인다. S 가 60 으로 떨어지고 농도비도 함께 나빠져 vc/vo 가 2.0 이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손실률=1×0.52=0.25=25%

손실이 크게 는다. 여기에 광호흡 처리 과정 자체가 쓰는 ATP 까지 더하면 실질 비용은 더 커진다.

값들이 측정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으므로 이런 계산은 자릿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확실한 것은 방향이다. 더울수록 손실이 커지고, 그 증가가 C4 를 유리하게 만든다.

예제 65

C4 는 CO2 하나당 ATP 를 2개 더 쓴다. (가) C3 와 C4 의 CO2 당 ATP 비용을 견주어라. (나) 앞 문제의 손실률을 넣으면 실질 비용은 어떻게 되는가? (다) 그래서 어느 쪽이 유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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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C3 는 캘빈 회로만 쓰므로 3개, C4 는 여기에 2개가 더해져 5개다.

53=1.67

명목상 C4 가 67% 더 비싸다.

(나) 그런데 C3 는 고정한 것 중 일부를 도로 잃는다. 실제로 남는 이산화탄소 하나당 비용으로 다시 세어야 한다. 앞 문제의 25 °C 조건에서 카복실화 3회에 순 고정이 2.5 였으므로

C3 의 실질 비용=3×32.5=3.6 ATP

35 °C 조건에서는 카복실화 2회당 순 고정이 20.5=1.5 였으므로

2×31.5=4.0 ATP

여기에 광호흡을 처리하는 데 드는 ATP 까지 더하면 더 오른다.

(다) C4 는 산소화를 거의 없애므로 온도가 올라도 5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C3 는 온도에 따라 3.6, 4.0, 그 이상으로 계속 오른다. 두 곡선이 어디선가 만나고, 그 교차점 위에서는 C4 가 싸다.

여기에 C4 의 다른 이점도 있다. 낮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도 잘 잡으므로 기공을 덜 열고도 같은 속도를 낸다. 그러면 물을 덜 잃는다. 더운 곳에서 물이 부족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이점이 상당하다.

반대로 C4 의 부담도 있다. 두 종류의 세포를 나누어 배치해야 하므로 잎의 구조 자체가 복잡해지고 그것을 만드는 비용이 든다. 단순 회계로는 답이 안 나오고, 광량·온도·물 사정을 모두 넣어야 실제 비교가 된다.

흔한 오해

"광호흡은 루비스코의 설계 결함이고 아무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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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분으로 나누어 본다.

사실에 가까운 부분. 현재 대기 조건의 C3 식물에서 광호흡은 순 손실이 맞다. 그래서 이를 줄이거나 우회하는 작물 개량이 실제로 연구되고 있다.

과장된 부분. "설계 결함"이라는 말은 진화의 맥락을 놓친다. 루비스코가 만들어진 시기의 대기는 산소가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 환경에서는 산소화가 문제되지 않는다. 나중에 광합성 자체가 대기에 산소를 채운 뒤에야 문제가 되었다. 자기가 만든 문제인 셈이다.

게다가 화학적 제약도 있다. 카복실화 반응이 지나는 중간 상태가 산소의 공격을 받기 쉬운 형태라서, 이 반응을 하는 한 산소화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본다.

"쓸모없다"도 단정하기 어렵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할 때 전자가 갈 곳을 만들어 주어 광합성 장치가 빛에 손상되는 것을 줄인다는 가설, 질소 대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관찰 등이 제시되어 있다. 다만 이 기능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현재 조건에서 광호흡은 순 손실이지만, 진화적 맥락과 부수적 기능을 고려하면 단순한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물학에서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라는 물음은 대개 "그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로 답이 시작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이 절로 3~7장 블록이 끝난다. 8장부터는 아래 내용을 안다고 보고 나아간다.

낱말 / 기호메모
명반응 · 캘빈 회로빛으로 ATP 와 NADPH 를 만든다 / 그것으로 CO2 를 당으로 만든다틸라코이드 막 / 스트로마
틸라코이드 · 루멘 · 스트로마엽록체 안의 세 번째 막 / 그 안쪽 / 그 바깥쪽루멘에 양성자가 쌓인다
E=hc/λ광자 하나의 에너지파장이 짧을수록 세다
흡수 · 작용 스펙트럼어느 파장을 흡수하는가 / 어느 파장이 광합성을 돌리는가어긋나는 부분이 보조 색소의 몫이다
안테나 · 반응 중심광자를 모으는 색소 무리 / 그 에너지가 모이는 곳수백 개가 한 곳으로 모아 준다
광계 I · 광계 II두 개의 광합성 장치직렬로 이어져 있다. II 가 먼저다
Z-도식전자가 두 번 밀어 올려지는 경로한 번에 1.14 V 를 넘길 수 없어서 둘로 나눈다
광인산화빛으로 만든 양성자 기울기로 ATP 를 만드는 일6장의 산화적 인산화와 원리가 같다
비순환적 · 순환적ATP·NADPH·산소를 모두 만든다 / ATP 만 만든다뒤쪽이 부족한 ATP 를 메운다
NADP+ · NADPH합성 쪽 전자 운반체NAD 는 분해 쪽, NADP 는 합성 쪽
루비스코 · RuBP · G3P이산화탄소를 붙이는 효소 / 그 상대 5탄소 분자 / 회로에서 나오는 3탄소 산물CO2 3개당 G3P 1개가 나간다
탄소 고정기체 상태의 탄소를 유기물로 만드는 일‘암반응’보다 정확한 이름
광호흡 · 특이성 인자 S루비스코가 산소를 붙여 생기는 손실 / 두 반응의 선호도온도가 오르면 손실이 커진다
C3 · C4 · CAM나누지 않는다 / 공간으로 나눈다 / 시간으로 나눈다CO2 당 ATP 3 / 5 / 5 이상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나오는 산소가 CO2 에서 온다고 본다전부 물에서 온다. 동위원소 표지 실험이 보였다
암반응이 어두울 때 일어난다고 본다빛을 직접 쓰지 않을 뿐이고, 빛이 없으면 제대로 돌지 않는다
광합성이 호흡을 거꾸로 돌린 것이라고 본다경로도 효소도 장소도 다르다. 닮은 것은 장치의 구조다
캘빈 회로의 목적이 당 생산뿐이라고 본다G3P 6개 중 5개가 RuBP 재생에 쓰인다
C4 가 언제나 우수하다고 본다추가 비용 때문에 서늘한 곳에서는 C3 가 앞선다
광계 I 이 먼저라고 본다번호는 발견 순서다. 전자는 II 에서 I 로 간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광합성은 물에서 뽑은 전자를 빛의 힘으로 밀어 올려 이산화탄소를 환원하는 일이고, 산소는 그 부산물이다. 밀어 올리는 일을 두 번에 나누는 것이 Z-도식이며, 그 사이에 전자가 내려오는 구간에서 양성자 기울기를 만들어 ATP 를 얻는다. 그리고 루비스코가 산소를 잘못 붙이는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이 C4 와 CAM 이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환경이 정한다.

여기까지가 이 문서의 첫 블록이다. 되짚어 보면 3장에서 크기와 단위를, 4장에서 분자와 효소와 로그를, 5장에서 세포의 구조와 막을, 6장과 7장에서 에너지를 다루었다. 이제 세포가 무엇으로 되어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안다.

다음 장부터는 다른 물음으로 넘어간다. 이 세포가 어떻게 둘이 되고, 그때 정보를 어떻게 나누어 주는가. 4장에서 DNA 두 가닥이 정해진 짝으로 마주 본다는 것만 알아 두었는데, 그 사실 하나가 얼마나 멀리까지 이어지는지를 보게 된다.

세포 주기와 분열

사람은 수정란 하나에서 시작한다. 그 하나가 나뉘고 또 나뉘어 수십조 개가 된다. 다 자란 뒤에도 창자 안쪽 세포는 며칠에 한 번씩 갈리고, 피부는 계속 새로 만들어진다. 세포가 둘로 나뉘는 일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몸이 늘 하고 있는 일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세포는 나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하는가, 두 딸세포가 유전 정보를 똑같이 나눠 갖게 하는 장치는 무엇인가, 정자와 난자는 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이 과정을 감시하는 장치가 망가지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5장의 세포 구조(핵, 핵막, 세포골격)와 4장의 DNA·단백질·효소다. 새로 필요한 수학은 없다. 곱셈과 거듭제곱, 그리고 중학교에서 배운 기초 확률이면 된다.

다만 이 장에는 새 용어가 몰려 있다. 염색체, 염색분체, 동원체, 상동염색체, 반수체, 이배체가 한꺼번에 나온다. 9장 전체가 이 여섯 낱말 위에 서므로 첫 절에서 확실히 해 두고 넘어간다.

염색체 — 낱말부터 세운다

사람 세포 하나에 든 DNA 를 이어 붙이면 길이가 약 2 m 다. 그 세포의 핵은 지름이 5~10 μm 밖에 안 된다. 2미터짜리 실을 지름 0.00001미터짜리 공 안에 넣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엉키면 안 되고, 필요할 때 원하는 구간을 꺼내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해법은 감는 것이다. DNA 는 히스톤(histone)이라는 단백질 뭉치에 실패처럼 감기고, 그 실패들이 다시 접히고 꼬인다. 이 DNA-단백질 복합체를 염색사(chromatin)라 한다. 이름은 염색약에 잘 물든다는 데서 왔다.

평소에는 이 실이 느슨하게 풀려 있어 현미경으로 보면 핵 안이 그저 뿌옇다. 그런데 세포가 나뉘려는 순간, 실이 극단적으로 조여져 굵고 짧은 막대가 된다. 이 상태를 염색체(chromosome)라 부른다.

왜 굳이 조이는가. 실 상태로는 나눌 수가 없기 때문이다. 2미터짜리 실 마흔여섯 가닥을 정확히 반씩 나누는 것보다, 짧은 막대 마흔여섯 개를 나누는 편이 비교할 수 없이 쉽다. 응축은 정보를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옮기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염색체로 조여진 동안에는 그 DNA 를 읽을 수 없다.

복제하면 무엇이 몇 개가 되는가

여기가 이 장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곳이다. 그림 하나로 정리하고 시작한다.

세 그림에서 각각 무엇을 몇 개로 세는지 확인할 것. 특히 가운데 그림에서 염색분체는 2개인데 염색체는 여전히 1개라는 점이 요점이다
<세 그림에서 각각 무엇을 몇 개로 세는지 확인할 것. 특히 가운데 그림에서 염색분체는 2개인데 염색체는 여전히 1개라는 점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낱말을 하나씩 못 박는다.

낱말무엇인가세는 법
염색분체 (chromatid)DNA 이중나선 한 가닥이 단백질과 함께 응축된 것. 막대 하나눈에 보이는 막대의 수
자매염색분체 (sister chromatid)복제로 생긴 똑같은 두 염색분체. 서로 붙어 있다복제 뒤에는 늘 2개가 한 묶음
동원체 (centromere)자매염색분체가 붙어 있는 잘록한 자리. 분열 때 여기를 잡아당긴다염색체당 1개
염색체 (chromosome)동원체 하나에 딸린 전체. 막대 1개일 수도 2개일 수도 있다동원체 수를 센다

규칙은 한 줄이다. 동원체 하나가 염색체 하나다. 복제해서 막대가 두 개가 되어도 동원체가 하나면 염색체는 여전히 하나다. 복제로 늘어나는 것은 염색분체 수와 DNA 양이지 염색체 수가 아니다.

DNA 양은 따로 세는 기호가 있다. 그 생물의 배우자(정자나 난자) 한 개에 든 DNA 양을 1C 로 놓고 배수로 적는다. 사람의 보통 세포는 복제 전에 2C, 복제 후에 4C 다. 이 C 값은 염색체 수와 따로 움직인다. 뒤에서 계속 쓴다.

상동염색체, 그리고 반수체와 이배체

사람의 세포에는 염색체가 46개 있는데, 이것은 서로 다른 46가지가 아니다. 거의 똑같이 생긴 것이 둘씩, 23쌍이다.

짝을 이루는 두 염색체를 상동염색체(homologous chromosome)라 한다. 길이가 같고, 동원체 위치가 같고, 무엇보다 같은 유전자가 같은 순서로 놓여 있다. 한 쪽은 어머니에게서, 다른 쪽은 아버지에게서 왔다.

여기서 두 낱말이 더 필요하다. 어떤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유전자좌(locus)라 하고, 같은 유전자좌에 올 수 있는 서로 다른 판본을 대립유전자(allele)라 한다. 상동염색체 두 개는 같은 유전자좌를 갖지만 거기 놓인 대립유전자는 다를 수 있다. 9장은 사실상 이 한 문장을 풀어 쓴 것이다.

기호이름사람의 경우
n반수체 (haploid)상동염색체 쌍에서 한 쪽씩만 있는 상태n = 23 (정자, 난자)
2n이배체 (diploid)상동염색체가 쌍으로 다 있는 상태2n = 46 (그 밖의 거의 모든 세포)

기호를 조심해야 한다. n 은 개수가 아니라 "한 벌에 든 염색체 수"다. 사람에서 n=23 이므로 이배체 세포의 염색체 수는 2n=46 이다. 어떤 생물이 2n=8 이라고 하면 그 생물의 반수체 세포에는 4개가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구분을 덧붙인다. 사람의 23쌍 가운데 22쌍은 남녀 공통이며 상염색체(autosome)라 한다. 남은 한 쌍이 성염색체(sex chromosome)로, 여성은 XX, 남성은 XY 다. X 와 Y 는 크기도 유전자 목록도 크게 다르지만 감수분열에서 짝을 지어 갈라지므로 상동염색체처럼 다룬다. 한 세포의 염색체를 크기 순으로 늘어놓아 정리한 그림을 핵형(karyotype)이라 하고, 염색체 수나 구조의 이상을 찾는 데 쓴다.

짝을 찾아 주는 것은 길이가 아니라 가로 줄무늬다. 비슷한 길이의 염색체가 여럿이므로 크기만으로는 짝지을 수 없고, 무늬가 같은 것끼리 붙여 놓은 것이 이 그림이다. 아홉띠아르마딜로의 것이라 염색체가 64개다 — 사람의 46 과 다르다는 것도 함께 보아 두자
<짝을 찾아 주는 것은 길이가 아니라 가로 줄무늬다. 비슷한 길이의 염색체가 여럿이므로 크기만으로는 짝지을 수 없고, 무늬가 같은 것끼리 붙여 놓은 것이 이 그림이다. 아홉띠아르마딜로의 것이라 염색체가 64개다 — 사람의 46 과 다르다는 것도 함께 보아 두자>[원본 보기]

위 사진에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더 있다. 실제 염색체는 도식처럼 색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전부 같은 색이고, 짝을 찾는 일은 무늬를 견주는 일이다. 그 무늬는 염색약이 염색체의 어느 부분에 잘 붙는지에 따라 생기는 것이고, 같은 방법으로 염색하면 같은 염색체에서 늘 같은 무늬가 나온다. 그래서 짝짓기가 가능하다.

예제 67

어떤 생물이 2n=12 다. 이 생물의 체세포에서 (가) DNA 복제 전, (나) 복제 직후 각각 염색체 수, 염색분체 총수, 상동염색체 쌍의 수를 구하라.

풀이 보기

묻는 것이 셋인데 셋을 세는 규칙이 다르므로 하나씩 나눈다.

(가) 복제 전. 염색체 수는 정의대로 12개다. 각 염색체는 아직 막대 하나이므로 염색분체도 12개다. 12개가 둘씩 짝을 이루므로 상동염색체 쌍은 12÷2=6 쌍이다.

(나) 복제 직후. 막대는 각각 두 개가 되었으니 염색분체는 12×2=24 개다. 그런데 동원체는 여전히 12개이므로 염색체 수는 12개 그대로다. 상동염색체 쌍도 6쌍 그대로다.

답이 말이 되는가. 복제는 정보를 두 벌로 만드는 일이지 염색체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만약 복제할 때마다 염색체 수가 늘어난다면 몇 번만 분열해도 세포가 감당하지 못한다.

흔한 실수는 (나)의 염색체 수를 24로 적는 것이다. 세는 것이 막대인지 동원체인지를 매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제 68

사람 세포 하나에 든 DNA 를 다 이어 붙이면 몇 미터인가? 반수체 유전체가 3.1×109 염기쌍이고, 이중나선에서 염기쌍 하나가 차지하는 길이가 0.34nm 라고 하자. 그리고 그 결과를 지름 6μm 인 핵과 견주어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길이이고 단위는 m 다. 아는 것은 염기쌍 수와 염기쌍 하나의 길이이므로 곱하면 된다. 다만 세포는 이배체이므로 반수체 유전체의 두 배를 써야 한다.

N=2×3.1×109=6.2×109 염기쌍

L=(6.2×109)×(0.34nm)=2.1×109nm

단위를 m 로 바꾼다. 1nm=109m 이므로

L=2.1×109×109m=2.1m

핵과 견준다. 6μm=6×106m 이므로 길이의 비는

2.16×106=3.5×105

약 35만 배다. 지름 2 cm 짜리 구슬 안에 길이 7 km 짜리 실을 넣는 것과 같은 비율이다. 이 정도 밀도로 접어 넣으면서도 필요한 구간을 골라 읽어야 하니, 접는 방식 자체가 정보가 될 수밖에 없다. 11장에서 다룰 크로마틴 조절이 그 이야기다.

세포 주기 — 나누는 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세포가 태어나서 둘로 나뉠 때까지의 한 바퀴를 세포 주기(cell cycle)라 한다. 눈에 띄는 것은 나뉘는 순간이지만, 시간으로 보면 그 순간은 아주 짧다.

분열하는 시간(M기)이 전체의 몇 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을 먼저 볼 것. 나머지는 자라고 복제하고 점검하는 시간이다
<분열하는 시간(M기)이 전체의 몇 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을 먼저 볼 것. 나머지는 자라고 복제하고 점검하는 시간이다>[원본 보기]

주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분열하는 M기(분열기, mitotic phase)와 그 사이의 간기(interphase)다. 간기는 다시 셋으로 나뉜다.

시기이름의 뜻하는 일DNA 양
G1기Gap 1자라고 소기관을 늘린다. 계속 주기를 돌지 여기서 결정한다2C
S기Synthesis (합성)DNA 를 통째로 정확히 한 번 복제한다2C → 4C
G2기Gap 2복제 결과를 점검하고 분열 장치를 만든다4C
M기Mitotic핵을 나누고(핵분열) 세포질을 나눈다(세포질분열)4C → 딸세포 각 2C

G1, G2 의 "Gap"은 아무 일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 현미경으로 아무 변화가 안 보여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는 세포가 가장 바쁜 시기다.

G1 에서 빠져나가 주기를 돌지 않는 상태를 G0기라 한다. 사람의 신경세포와 심장근육세포는 대부분 G0 에 머물고 평생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간세포는 G0 에 있다가 손상을 입으면 다시 주기로 들어온다. "분열하지 않는 세포"는 죽은 세포가 아니라 G0 세포다.

시기에 따라 DNA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래프로 두면 나중에 판정 문제를 풀 때 편하다.

S기에서만 선이 올라가고 분열에서만 내려간다. 위아래 두 그래프의 앞부분이 완전히 같고 뒤쪽에서만 갈라진다는 점을 눈여겨볼 것
<S기에서만 선이 올라가고 분열에서만 내려간다. 위아래 두 그래프의 앞부분이 완전히 같고 뒤쪽에서만 갈라진다는 점을 눈여겨볼 것>[원본 보기]

예제 69

세포 1000개를 현미경으로 세었더니 M기 상태인 것이 30개였다. 이 배양 세포의 세대 시간이 24 h 라면 M기의 길이는 대략 얼마인가? 그리고 이 추정법의 한계를 하나 지적하라.

풀이 보기

무엇을 묻는가. M기에 머무는 시간이다. 아는 것은 M기 세포의 비율과 한 바퀴 도는 시간이다.

쓰는 가정은 하나다. 어떤 시기에 있는 세포의 비율은 그 시기가 주기에서 차지하는 시간의 비율과 같다. 세포들이 주기 위에 고르게 흩어져 있다면 성립한다.

tM=T×301000=24h×0.030=0.72h

분으로 바꾼다.

0.72h×60min/h=43min

한계는 여럿인데 가장 중요한 것부터. 계수 자체의 오차다. 1000개 중 30개를 셌으므로 몇 개만 잘못 세도 비율이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43분"처럼 두 자리로 못 박기보다 "대략 4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적는 편이 정직하다.

다른 한계도 있다. 세포가 주기 위에 정말 고르게 퍼져 있는지가 문제다. 계속 불어나는 배양에서는 방금 태어난 세포가 곧 나뉘려는 세포보다 많으므로, 주기 앞쪽 시기가 실제보다 길게, 뒤쪽 시기가 짧게 추정된다. M기는 주기의 맨 끝이므로 실제 길이는 43분보다 조금 길 것이다.

예제 70

세포 집단의 DNA 양을 하나하나 측정했더니 2C 인 세포가 60%, 4C 인 세포가 25%, 그 중간값인 세포가 15% 였다. 각 무리는 어느 시기인가? 그리고 "4C 인 세포는 모두 분열 중"이라고 말해도 되는가?

풀이 보기

DNA 양만으로 시기를 가르는 문제다. 앞의 그래프를 그대로 읽으면 된다.

  • 2C: 복제 전이거나 이미 분열을 마친 상태다. G1기(그리고 주기를 떠난 G0 세포)가 여기 들어간다.
  • 2C 와 4C 사이: 복제가 진행 중인 세포다. S기다. 중간값이 나오는 시기는 S기뿐이므로 이 무리는 확정된다.
  • 4C: 복제는 끝났고 아직 나뉘지 않았다. G2기이거나 M기다.

두 번째 물음. 안 된다. 4C 무리에는 G2 세포와 M기 세포가 섞여 있고, DNA 양만으로는 둘을 가를 수 없다. 두 시기의 DNA 양이 똑같기 때문이다.

가르려면 다른 정보를 더해야 한다. 현미경으로 염색체가 응축했는지 보거나, M기에만 나타나는 단백질 표지를 함께 재면 된다. 실제 실험에서 DNA 양 측정과 항체 염색을 같이 쓰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 문제의 교훈은 판정 문제 전반에 통한다. 한 가지 지표로 갈리지 않는 두 상태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라.

체세포분열 — 똑같은 둘로

체세포분열(mitosis)은 이배체 세포 하나에서 유전적으로 같은 이배체 세포 둘을 만드는 분열이다. 몸을 키우고 상처를 메우고 낡은 세포를 갈아 끼우는 일이 전부 이 분열이다. 다른 책에서는 같은 것을 유사분열이라 적기도 한다. 두 낱말은 같은 것을 가리키며, 이 문서는 끝까지 체세포분열로 쓴다.

해내야 하는 일은 하나다. 복제해 둔 두 벌을 정확히 한 벌씩 나눠 주는 것. 그러려면 두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자매염색분체를 후기 전까지 확실히 붙들고 있는 접착 장치, 그리고 두 극에서 잡아당기는 견인 장치다. 앞의 것을 코헤신(cohesin)이라는 고리 단백질이 맡고, 뒤의 것을 미세소관으로 만든 방추사(spindle fiber)가 맡는다.

중기와 후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가 이 분열의 핵심이다. 그 전까지 붙어 있던 자매염색분체가 그 순간 갈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중기와 후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하나가 이 분열의 핵심이다. 그 전까지 붙어 있던 자매염색분체가 그 순간 갈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한 시야 안에 간기 세포와 분열 중인 세포가 섞여 있다. 둥글고 고르게 물든 것이 간기의 핵이고, 굵은 실 뭉치처럼 보이는 것이 분열 중인 세포다. 위 도식과 견주면 실제로는 염색체가 색으로 구분되지 않고 개수를 세기도 어렵다는 것이 바로 보인다
<한 시야 안에 간기 세포와 분열 중인 세포가 섞여 있다. 둥글고 고르게 물든 것이 간기의 핵이고, 굵은 실 뭉치처럼 보이는 것이 분열 중인 세포다. 위 도식과 견주면 실제로는 염색체가 색으로 구분되지 않고 개수를 세기도 어렵다는 것이 바로 보인다>[원본 보기]

이 사진이 앞 도식과 어긋나 보인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도식은 염색체를 넷으로 줄이고 색을 입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이려 한 것이고, 사진은 실제로 무엇이 보이는지를 말한다. 둘 다 필요하다. 그리고 이 사진이 앞에서 한 말 하나를 확인해 준다 — 평소에는 핵 안이 그저 뿌옇다가 분열이 시작되면 굵고 짧은 막대가 나타난다는 것 말이다. 두 상태가 이 한 장에 함께 있다.

단계눈에 보이는 것속에서 일어나는 일
전기 (prophase)염색사가 굵은 염색체로 조여진다. 핵막은 아직 있다방추사가 자라기 시작한다
전중기 (prometaphase)핵막이 무너지고 방추사가 염색체에 닿는다방추사가 동원체에 붙는다. 잘못 붙으면 떨어져 다시 시도한다
중기 (metaphase)모든 염색체가 세포 한가운데 한 줄로 늘어선다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룬 자리가 가운데다
후기 (anaphase)염색분체가 갈라져 양극으로 끌려간다코헤신이 끊긴다. 이 순간이 되돌릴 수 없는 분기점이다
말기 (telophase)양극에 핵막이 다시 생기고 염색체가 풀린다핵이 둘이 된다
세포질분열 (cytokinesis)세포가 잘록해지며 둘로 갈라진다동물은 수축환으로 조르고, 식물은 가운데에 세포판을 새로 쌓는다

후기를 다시 짚어 둔다. 코헤신이 끊기는 순간 한 동원체가 두 개가 되므로 그 세포 안의 염색체 수는 잠깐 두 배가 된다. 2n=46 인 세포라면 후기 동안 92개다. 하지만 DNA 양은 여전히 4C 다. 아직 세포가 갈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염색체 수와 DNA 양이 따로 움직인다는 것이 여기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다.

식물세포가 세포판을 쌓는 이유는 단단한 세포벽 때문이다. 조르려 해도 벽이 버티므로, 가운데에서부터 새 벽을 지어 나가는 방식을 쓴다.

예제 71

2n=8 인 생물의 체세포에서 (가) G1, (나) G2, (다) 체세포분열 중기, (라) 후기(갈라진 직후, 아직 한 세포), (마) 딸세포 하나의 염색체 수, 염색분체 총수, DNA 양(C)을 표로 정리하라.

풀이 보기

규칙 세 개를 먼저 못 박는다. 염색체는 동원체 수로, 염색분체는 막대 수로 세고, C 값은 배우자 DNA 양의 배수다.

시점염색체 수염색분체 총수DNA (C)
(가) G1882C
(나) G28164C
(다) 중기8164C
(라) 후기 직후16164C
(마) 딸세포882C

확인할 곳을 짚는다.

  1. (가)에서 (나)로 갈 때 염색체 수는 8 그대로다. 복제해도 동원체는 늘지 않는다. 여기를 가장 많이 틀린다.
  2. (나)와 (다)는 세 값이 모두 같다. 다른 것은 응축 정도와 놓인 자리뿐이다. 즉 "중기다"라는 판정은 개수가 아니라 배열을 보고 내려야 한다.
  3. (라)에서 염색체 수만 16으로 뛰고 DNA 양은 4C 그대로다. 동원체가 갈라졌을 뿐 DNA 가 새로 생긴 것은 아니다.
  4. (마)는 (가)와 같다. 딸세포가 모세포의 출발점으로 돌아왔다는 뜻이고, 이것이 체세포분열의 정의 그 자체다.

흔한 오해

"체세포분열로 생긴 두 딸세포는 완전히 똑같다." 어디까지 맞는 말인가?

풀이 보기

핵 안의 DNA 서열에 대해서는 거의 맞다. 그러나 "완전히"는 과하다. 네 가지가 어긋난다.

  1. 복제 오류. 교정 장치가 있어도 오류율이 0 은 아니다. 유전체가 수십억 염기쌍이므로 분열마다 새 돌연변이가 몇 개는 생긴다고 본다. 이것이 나중에 암의 출발점이 된다.
  2. 분배 실수. 방추사가 잘못 붙은 채로 후기가 진행되면 염색체 수가 어긋난 딸세포가 나온다.
  3. 세포질은 균등하지 않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에 흩어져 있다가 대충 나뉘므로 두 딸세포가 정확히 같은 수를 받지 않는다. 미토콘드리아는 자기 DNA 를 갖고 있으므로 이것도 유전 정보의 차이가 된다.
  4. 일부러 다르게 나누기도 한다. 줄기세포는 운명을 정하는 물질을 한쪽으로 몰아 놓고 나뉜다. 그래서 한 딸세포는 줄기세포로 남고 다른 하나는 분화한다. 유전체는 같은데 서로 다른 세포가 된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체세포분열은 핵 유전체를 정확히 나누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로 매우 정확하다. 그러나 오류율이 0 은 아니며, 핵 밖의 정보는 애초에 균등하게 나뉘지 않는다.

감수분열 — 절반으로 줄이는 분열

문제를 먼저 세우자.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하나의 세포가 된다. 만약 둘 다 46개씩 갖고 있다면 수정란은 92개가 되고, 다음 세대는 184개가 된다. 몇 세대만 지나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배우자를 만들 때는 염색체 수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것도 아무렇게나 반이 아니라 각 쌍에서 한 쪽씩 골라 한 벌을 온전히 갖춘 반이어야 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이 감수분열(meiosis)이다.

방법은 뜻밖에 단순하다. 복제는 한 번만 하고 분열을 두 번 한다. DNA 양이 2C → 4C 로 올라간 뒤 두 번 나뉘면 2C → 1C 가 되고, 세포 수는 넷이 된다.

두 분열이 갈라놓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 전부다. 첫 번째는 상동염색체를, 두 번째는 자매염색분체를 갈라놓는다. 어느 쪽이 적도면에 놓이는지도 함께 볼 것
<두 분열이 갈라놓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 전부다. 첫 번째는 상동염색체를, 두 번째는 자매염색분체를 갈라놓는다. 어느 쪽이 적도면에 놓이는지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두 번의 분열을 감수분열 I 과 II 라 하고, 각각을 체세포분열과 견주면 이렇게 정리된다.

견줄 항목체세포분열감수분열 I감수분열 II
시작 세포2n, 4C2n, 4Cn, 2C
상동염색체가 짝을 짓는가아니다그렇다 (2가염색체를 만든다)아니다
중기에 적도면에 놓이는 것개별 염색체상동염색체 쌍개별 염색체
후기에 갈라지는 것자매염색분체상동염색체자매염색분체
끝난 뒤2n, 2C 짜리 둘n, 2C 짜리 둘n, 1C 짜리 넷 (전체)
별명환원분열 (2n → n)등수분열 (n → n)

표에서 굵게 표시한 세 칸이 감수분열 I 을 다른 모든 분열과 구별해 준다. 상동염색체가 짝을 짓는 일은 감수분열 I 에서만 일어난다.

짝지은 상동염색체는 염색분체 네 개가 한 덩어리를 이루므로 2가염색체(bivalent) 또는 사분체(tetrad)라 부른다. 이 상태에서 비자매 염색분체끼리 같은 자리를 맞바꾸는 일이 교차(crossing over)다. 맞바꾼 흔적이 X 자 모양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키아즈마(chiasma)라 한다.

감수분열 II 는 체세포분열과 하는 일이 사실상 같다. 다른 점은 시작하는 세포가 이미 반수체라는 것뿐이다. 그래서 "감수분열 II 는 무엇을 줄이는가"라고 물으면 답은 "아무것도 줄이지 않는다"이다. 줄이는 일은 I 에서 이미 끝났다.

예제 73

어떤 세포를 현미경으로 보았다. (가) DNA 양이 4C 이고, 상동염색체가 쌍을 이룬 채 적도면에 놓여 있으며 키아즈마가 보인다. (나) DNA 양이 2C 이고, 자매염색분체가 붙은 염색체들이 적도면에 한 줄로 놓여 있다. 각각 어느 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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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준을 먼저 세운다. DNA 양은 "복제 뒤인가, 한 번 나뉜 뒤인가"를 알려 주고, 적도면에 놓인 단위가 쌍인가 낱개인가가 감수분열 I 과 나머지를 가른다.

(가) 4C 이므로 S기를 지났고 아직 어떤 분열도 끝나지 않았다. 상동염색체가 쌍을 이루었으므로 감수분열이다. 체세포분열에서는 상동염색체가 짝을 짓지 않는다. 적도면 배열이므로 중기다. 따라서 감수분열 I 중기다.

(나) 2C 이므로 4C 였다가 한 번 나뉜 뒤다. 적도면에 놓인 것이 낱개 염색체이므로 감수분열 I 은 아니고, 자매염색분체가 아직 붙어 있으므로 후기 전이다. 따라서 감수분열 II 중기다.

(나)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원래 반수체인 세포(예를 들어 이끼의 배우체)가 체세포분열 중기에 있어도 관찰 결과가 똑같다. 즉 이 관찰만으로는 두 경우를 구별할 수 없고, 그 개체가 원래 몇 배체인지를 알아야 확정된다. 관찰이 가리키는 답이 하나가 아닐 때는 그렇다고 적는 것이 옳다.

예제 74

2n=6 인 동물의 정소에서 세포 하나가 감수분열을 시작했다. (가) 감수분열 I 이 끝난 직후 각 세포의 염색체 수와 DNA 양, (나) 감수분열 II 가 끝난 뒤 만들어진 세포의 수와 각각의 염색체 수·DNA 양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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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을 적는다. 감수분열을 시작하는 세포는 S기를 마쳤으므로 염색체 6개, 염색분체 12개, DNA 4C 다.

(가) 감수분열 I 은 상동염색체를 갈라놓는다. 3쌍이 한 쪽씩 나뉘므로 각 세포는 염색체 3개를 받는다. 그런데 각 염색체는 아직 자매염색분체 두 개를 달고 있으므로 염색분체는 6개, DNA 양은 2C 다.

세포 2개,각각 n=3, 2C

(나) 감수분열 II 는 자매염색분체를 갈라놓는다. 두 세포가 각각 둘로 나뉘므로 모두 4개가 된다.

세포 4개,각각 n=3, 1C

검산 감각. DNA 총량을 따라가 보면 4C 짜리 하나 → 2C 짜리 둘 → 1C 짜리 넷이다. 어느 단계에서도 총량은 4C 몫으로 보존된다. 복제는 한 번뿐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고, 이 확인을 습관으로 삼으면 계산 실수를 잡을 수 있다.

자주 나오는 오답은 (가)에서 DNA 양을 1C 로 적는 것이다. 염색체 수는 반이 되었지만 각 염색체가 아직 두 겹이므로 DNA 는 아직 반이 아니다.

감수분열이 만드는 다양성

감수분열은 염색체 수를 줄이는 김에 또 하나를 해낸다. 만들어지는 배우자를 서로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원천이 셋인데, 앞의 둘은 감수분열 I 에서 나온다.

첫째 — 상동염색체의 독립적 배열

중기 I 에서 각 쌍은 "어머니 쪽이 왼쪽, 아버지 쪽이 오른쪽"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쌍마다 그 선택이 서로 무관하다.

쌍이 둘이면 배열이 넷이 아니라 둘이고, 거기서 배우자 네 종류가 나온다는 계산 과정을 따라가 볼 것. 쌍마다 선택이 독립이라는 것이 곱셈의 근거다
<쌍이 둘이면 배열이 넷이 아니라 둘이고, 거기서 배우자 네 종류가 나온다는 계산 과정을 따라가 볼 것. 쌍마다 선택이 독립이라는 것이 곱셈의 근거다>[원본 보기]

쌍이 k 개면 배열은 2k 가지, 나오는 배우자 종류도 2k 가지다. 사람은 k=23 이므로

223=83886088.4×106

약 840만 가지다. 교차를 아직 세지도 않았는데 이미 이 정도다.

둘째 — 교차

독립적 배열만 있다면 각 염색체는 통째로 어머니 것 아니면 아버지 것이다. 교차는 그 안에서도 섞는다.

한 번의 교차가 네 가닥 중 두 가닥만 바꾼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사실에서 9장의 재조합률 상한 50%가 곧바로 나온다
<한 번의 교차가 네 가닥 중 두 가닥만 바꾼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사실에서 9장의 재조합률 상한 50%가 곧바로 나온다>[원본 보기]

교차 자리는 매번 다르므로, 교차가 들어가면 배우자의 종류는 사실상 셀 수 없이 많아진다. 사람의 감수분열에서 세포당 교차 횟수는 자료에 따라 다르게 보고되지만, 어느 보고를 따르더라도 모든 염색체가 평균 한 번 이상 교차한다. 즉 223 은 심하게 과소평가된 값이다.

셋째 — 무작위 수정

아버지가 만드는 정자와 어머니가 만드는 난자가 각각 223 가지이고 어느 것이 만날지는 무작위다. 따라서 접합자의 종류는

223×223=2467.0×1013

약 70조 가지다. 역시 교차를 빼고 센 값이다.

어긋날 때 — 비분리

갈라져야 할 것이 갈라지지 않는 일이 있다. 이것을 비분리(nondisjunction)라 하고, 결과로 염색체 수가 정상과 다른 세포가 생긴다. 이런 상태를 이수성(aneuploidy)이라 한다.

감수분열 I 에서 비분리가 일어나면 상동염색체 둘이 함께 한 쪽으로 가고, II 에서 일어나면 자매염색분체 둘이 함께 간다. 앞의 경우 어머니의 두 상동체가 다 들어가므로 그 염색체의 대립유전자가 서로 다를 수 있고, 뒤의 경우는 똑같은 복사본 둘이므로 대립유전자가 같다. 이 차이 덕분에 어느 단계에서 일어났는지를 나중에 판별할 수 있다.

사람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예가 21번 염색체가 세 개인 경우(21삼염색체)다. 모체 연령이 올라갈수록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잘 확립된 관찰이지만, 그 이유의 세부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예제 75

교차를 무시할 때 (가) 2n=8 인 생물이 만들 수 있는 유전적으로 다른 배우자는 몇 종류인가? (나) 그중 모든 염색체가 어머니 유래인 배우자가 나올 확률은? (다) 이 생물의 개체 하나가 실제로 만드는 배우자 수가 수백만 개라면, (나)의 배우자가 하나도 없을 가능성은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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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2n=8 이므로 n=4, 즉 상동염색체가 4쌍이다.

24=16 종류

(나) 16종류가 모두 같은 확률로 나오고, 그중 조건에 맞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P=116=0.0625

곱의 규칙으로 봐도 같다. 쌍마다 어머니 쪽이 뽑힐 확률이 12 이고 네 쌍이 독립이므로 (12)4=116 이다.

(다) 크지 않다. 확률 1/16 짜리 사건을 수백만 번 시도하면 기대 횟수가 수십만 회다. 하나도 없을 가능성은 사실상 0 이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다. 종류가 16가지뿐인 것과 배우자가 수백만 개인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같은 종류의 배우자가 수없이 중복해서 만들어질 뿐이다. 사람처럼 종류가 840만 가지인 경우에는 반대로, 한 사람이 평생 만드는 배우자 수와 종류 수가 비슷한 자릿수가 되어 중복이 훨씬 드물어진다.

예제 76

어떤 사람의 정자 하나를 조사했더니 21번 염색체가 두 개 들어 있었다. 이 두 염색체가 감수분열 I 의 비분리에서 왔는지 II 에서 왔는지 어떻게 판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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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은 하나다. 그 두 염색체가 서로 상동체인가, 자매인가.

  1. 감수분열 I 에서 비분리가 일어났다면, 아직 상동염색체가 갈라지기 전이므로 서로 다른 상동체 둘이 함께 들어간다. 하나는 이 사람의 아버지에게서, 다른 하나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2. 감수분열 II 에서 일어났다면, 상동체는 이미 갈라진 뒤이므로 함께 들어가는 것은 같은 염색체의 자매염색분체 둘이다. 즉 서로 복사본이다.

그러면 판별법이 나온다. 21번 염색체 위의 어떤 유전자좌를 골라 대립유전자를 읽는다.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 두 종류가 나오면 감수분열 I, 같은 대립유전자가 한 종류만 나오면 감수분열 II 다.

조심할 점도 있다. 교차가 그 유전자좌와 동원체 사이에서 일어났다면 자매염색분체끼리도 그 자리의 대립유전자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실제 검사에서는 동원체에 가까운 유전자좌를 여러 개 함께 본다. 동원체 근처는 교차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8장의 용어만으로 실제 검사 원리를 그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연습이다. "상동인가 자매인가"라는 질문 하나가 판별의 전부다.

흔한 오해

"감수분열은 체세포분열을 두 번 한 것이다." 무엇이 틀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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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군데가 틀렸다.

첫째, 감수분열 I 은 체세포분열과 갈라놓는 대상이 다르다. 체세포분열은 언제나 자매염색분체를 갈라놓지만 감수분열 I 은 상동염색체를 갈라놓는다. 그 앞에 상동염색체가 짝을 짓는 단계가 있고, 교차도 거기서 일어난다. 체세포분열에는 이 단계가 아예 없다.

둘째, 두 분열 사이에 DNA 복제가 없다. 체세포분열을 두 번 하려면 사이에 S기가 들어가야 하고, 그러면 염색체 수가 줄지 않는다. 복제를 건너뛰는 것이 수를 반으로 만드는 유일한 이유다.

맞는 부분도 있다. 감수분열 II 는 반수체 세포에서 일어난다는 점만 빼면 체세포분열과 사실상 같다. 그래서 "감수분열 = 특별한 첫 번째 분열 + 평범한 두 번째 분열"로 기억하는 편이 정확하다.

덧붙이면 다양성도 거의 전부 I 에서 만들어진다. 독립적 배열과 교차가 모두 감수분열 I 의 일이다.

세포 주기 조절과 암

지금까지는 순서를 봤다. 이제 무엇이 그 순서를 지키게 하는가를 본다.

주기를 밀고 가는 것은 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DK)다. CDK 는 다른 단백질에 인산기를 붙여 스위치를 켜는 효소인데, 혼자서는 일하지 못하고 사이클린(cyclin)이라는 짝이 붙어야 활성을 얻는다. CDK 자체는 양이 늘 일정한 반면 사이클린은 만들어졌다 분해되기를 되풀이하므로, 결과적으로 CDK 활성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린다. 사이클린의 파도가 주기의 박자를 만든다.

여기에 감시 장치가 얹힌다. 검문지점(checkpoint)은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는 지점이다.

검문지점은 진행을 밀어주는 장치가 아니라 막는 장치다. 통과하지 못했을 때의 세 갈래 선택지와, 검문 장치 자체가 망가졌을 때 어디로 가는지를 함께 볼 것
<검문지점은 진행을 밀어주는 장치가 아니라 막는 장치다. 통과하지 못했을 때의 세 갈래 선택지와, 검문 장치 자체가 망가졌을 때 어디로 가는지를 함께 볼 것>[원본 보기]
검문지점언제무엇을 확인하는가통과 못 하면
G1/S (제한점)G1 후반세포가 충분히 컸는가, 영양과 성장 신호가 있는가, DNA 손상은 없는가G0 로 빠지거나 그 자리에서 멈춘다
G2/MG2 후반복제가 다 끝났는가, 복제 중 생긴 손상을 고쳤는가분열에 들어가지 못한다
방추사 부착M기 중기모든 동원체가 양극에 제대로 붙었는가후기로 넘어가지 못한다

세 검문지점 가운데 앞의 둘에서 핵심 노릇을 하는 것이 p53 이다. DNA 손상 신호를 받으면 p53 이 켜지고, CDK 를 막는 단백질을 만들게 해 주기를 세운다. 시간을 벌어 수리를 시키고, 수리가 안 되면 세포자멸사를 명령한다. 손상된 정보가 퍼지느니 그 세포를 없애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p53 을 유전체의 수호자라 부르는 이유다.

이 장치가 망가진 상태가 이다. 정확히는 몸의 세포가 조절을 벗어나 제멋대로 늘어나는 병이고, 관여하는 유전자는 성격이 정반대인 두 부류다.

부류정상일 때 하는 일암에서는한 대립유전자만 망가져도 되는가
원발암유전자 → 발암유전자성장 신호를 전달하고 주기 진입을 돕는다기능이 지나치게 켜진다 (액셀이 밟힌 채 고장)된다 (세포 수준에서 우성)
종양억제유전자주기를 세우고 손상을 감시한다기능을 잃는다 (브레이크가 망가짐)안 된다. 양쪽이 다 망가져야 한다

마지막 칸의 차이가 유전 상담에서 결정적이다. 브레이크는 하나만 남아도 듣지만 액셀은 하나만 고장 나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예제 78

망막모세포종은 유전형에서는 어린 나이에 양쪽 눈에 여러 개가 생기고, 비유전형에서는 늦은 나이에 한쪽 눈에 하나만 생긴다. RB1 이 종양억제유전자라는 사실만으로 이 차이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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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는 하나다. RB1 은 브레이크이므로 두 대립유전자가 모두 망가져야 종양이 시작된다.

  1. 유전형. 부모에게서 이미 망가진 대립유전자를 하나 물려받았다. 그러면 망막의 모든 세포가 "한 번 맞은 상태"로 출발한다. 남은 한 번만 어디선가 일어나면 된다.
  2. 비유전형. 같은 세포 하나에서 두 대립유전자에 각각 따로 사고가 나야 한다.

한 세포에서 한 대립유전자가 망가질 확률을 p 라 하면

P유전형p,P비유전형p2

p 는 아주 작은 수이므로 p2 는 비교할 수 없이 작다. 여기서 세 가지가 한꺼번에 나온다.

  • 발병 시기. 유전형은 한 번만 기다리면 되므로 이르고, 비유전형은 두 번을 기다려야 하므로 늦다.
  • 병소 수. 유전형은 망막의 여러 세포에서 따로따로 일어날 수 있으므로 양쪽 눈에 여러 개가 생긴다. 비유전형은 드물어 하나뿐이다.
  • 가족력. 물려받은 것은 망가진 대립유전자 하나이므로 자녀에게 절반의 확률로 전달된다. 개체 수준에서는 우성처럼 보이는데 세포 수준에서는 열성이다. 이 어긋남이 헷갈리는 지점이다.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어 둘 만하다. "우성이냐 열성이냐"는 무엇을 단위로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예제 79

암세포가 되려면 특정 유전자 5개에 각각 돌연변이가 필요하고, 유전자 하나가 한 번의 분열에서 망가질 확률이 106 이라고 하자. (가) 한 세포가 다섯 개를 모두 얻을 확률은? (나) 사람이 평생 겪는 세포분열이 1016 회라면 이 계산은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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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다섯 사건이 독립이라고 보고 곱한다.

P=(106)5=1030

(나) 전체 기대 발생 수는

E=1016×1030=1014

사실상 0 이다. 그런데 암은 흔하다. 계산이 관찰과 어긋나므로 가정 어딘가가 틀렸다.

어디가 틀렸는가. "한 세포가 다섯 개를 독립적으로 얻는다"는 부분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간다.

  1. 첫 돌연변이를 얻은 세포가 조금 더 잘 자란다. 그 세포가 분열해 같은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수백만 개로 불어난다.
  2. 그러면 두 번째 돌연변이의 표적이 1개에서 수백만 개로 늘어난다. 확률이 작아진 만큼 시도 횟수가 커졌다.
  3. 이 과정이 되풀이된다. 즉 곱셈으로 작아지는 것을 불어남이 상쇄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DNA 수리나 검문 유전자가 먼저 망가지면 그 뒤로 돌연변이율 자체가 크게 오른다. 그러면 남은 단계가 훨씬 빨리 진행된다.

교훈은 이렇다. 암은 확률을 다섯 번 곱한 결과가 아니라 선택이 끼어든 단계별 과정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가파르게 오른다. 이 문제는 "계산이 관찰과 안 맞으면 가정을 의심하라"는 훈련이기도 하다.

흔한 오해

"암은 유전병이다." 이 문장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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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뜻으로 읽히고, 한쪽은 맞고 한쪽은 틀리다.

맞는 쪽. 암은 유전자의 병이다. 발암유전자가 켜지고 종양억제유전자가 꺼지는 것이 원인이므로, 본질은 유전 정보의 변화다.

틀린 쪽. 그 변화의 대부분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몸의 세포에서 새로 생긴 것이다. 몸의 세포에서 생긴 돌연변이는 자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앞의 망막모세포종 예처럼 물려받는 소인이 뚜렷한 경우도 있지만 전체 암에서는 일부다.

정확한 표현은 "암은 몸세포의 유전질환"이다. "유전자의 병"과 "유전되는 병"은 다른 말이라는 것이 이 오해의 핵심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낱말과 기호부터 모은다. 9장부터는 이 표를 안다고 보고 나아간다.

낱말 / 기호메모
염색사 · 염색체DNA-단백질 복합체 / 그것이 응축한 상태응축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옮기기 위해서다
염색분체 · 자매염색분체응축한 막대 하나 / 복제로 생긴 똑같은 두 개세는 대상은 막대의 수
동원체자매염색분체가 붙은 자리동원체 1개 = 염색체 1개
상동염색체길이와 유전자 배열이 같은 한 쌍한 쪽은 어머니, 한 쪽은 아버지 유래
유전자좌 (locus)유전자가 놓인 염색체 위의 자리9장의 출발점
대립유전자 (allele)같은 유전자좌에 올 수 있는 서로 다른 판본9장의 출발점
n · 2n반수체 / 이배체n 은 개수가 아니라 한 벌의 염색체 수
상염색체 · 성염색체남녀 공통인 22쌍 / 나머지 한 쌍사람은 XX 또는 XY
핵형염색체를 크기 순으로 정리한 그림수와 구조 이상을 찾는다
C 값배우자 한 개의 DNA 양을 1C 로 한 배수염색체 수와 따로 움직인다
G1 · S · G2 · M · G0세포 주기의 시기들S 에서만 DNA 가 는다
체세포분열2n → 2n 짜리 둘자매염색분체를 갈라놓는다
감수분열 I / II2n → n / n → nI 은 상동염색체를, II 는 자매염색분체를 갈라놓는다
2가염색체 (사분체)짝지은 상동염색체 한 덩어리감수분열 I 에서만 생긴다
교차 · 키아즈마비자매 염색분체끼리 구간을 맞바꿈 / 그 흔적9장의 재조합률로 이어진다
비분리 · 이수성갈라지지 않음 / 염색체 수가 어긋난 상태I 이면 상동체 둘, II 면 자매 둘이 함께 간다
사이클린 · CDK주기의 박자를 만드는 짝사이클린이 오르내려 활성이 파동을 만든다
검문지점조건이 맞아야 통과시키는 지점세 곳. 밀어주는 장치가 아니라 막는 장치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복제하면 염색체 수가 두 배가 된다고 본다늘어나는 것은 염색분체 수와 DNA 양이다. 동원체를 세라
n 을 염색체 개수로 읽는다n 은 한 벌에 든 수다. 이배체의 염색체 수는 2n 이다
후기에 DNA 양이 준다고 본다갈라진 것은 동원체다. DNA 양은 세포가 나뉘어야 준다
감수분열 II 가 수를 줄인다고 본다줄이는 일은 I 에서 끝났다. II 는 체세포분열과 같다
두 분열 사이에 복제가 있다고 본다없다. 없기 때문에 수가 반이 된다
상동염색체와 자매염색분체를 섞어 쓴다상동은 부모가 다른 두 염색체, 자매는 복제로 생긴 같은 두 막대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복제는 정보를 두 벌로 만드는 일이고 분열은 그것을 나누는 일이며, 둘은 따로 센다. 그리고 감수분열은 복제를 한 번, 분열을 두 번 해서 수를 반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배우자를 서로 다르게 만든다.

다음 장은 여기서 만들어진 배우자가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다룬다. 놀랍게도 멘델은 염색체를 본 적도 없이 이 장의 내용을 확률 계산만으로 알아냈다. 그 논리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방금 본 감수분열 그림이 그 계산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 장의 출처

이 장의 사진 두 장은 아래에서 가져왔다. 이 문서가 손대지 않은 원본이다.

멘델 유전학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 중 어느 쪽도 닮지 않을 때가 있고, 부모에게 없던 특징이 손자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사람들은 부모의 형질이 물감처럼 섞인다고 생각했다. 섞임설이 맞다면 흰 물감과 검은 물감을 섞어 회색을 만든 뒤에는 다시 흰색을 뽑아낼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뽑아낼 수 있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부모에게서 사라진 것처럼 보이던 형질이 어떻게 손자 세대에서 되살아나는가, 여러 형질이 함께 유전될 때 그 조합은 어떤 규칙을 따르는가, 그리고 관찰된 비율이 예측과 조금 어긋날 때 그것을 우연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가설이 틀린 것으로 봐야 하는가.

세 번째 질문 때문에 이 장에서 통계 검정을 처음 도입한다. 그 도구는 13장까지 계속 쓰인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8장의 감수분열, 상동염색체, 유전자좌, 대립유전자, 교차다. 4장의 로그도 한 번 쓴다. 새로 필요한 수학은 중학교 확률(곱셈과 덧셈)에 "몇 가지 경우가 있는지 세는 법" 하나를 더한 정도다. 그것도 필요한 자리에서 도입한다.

낱말을 먼저 세운다

멘델(Gregor Mendel)이 완두를 고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완두는 자가수분을 하므로 순계(true-breeding line), 즉 여러 세대 자가수분해도 같은 모습만 나오는 계통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꽃 구조 덕분에 원할 때만 인공 교배를 시킬 수 있고, 씨의 모양이나 색처럼 둘 중 하나로 딱 갈리는 형질이 여럿 있다. 중간값이 나오는 형질이었다면 세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한 일의 핵심은 관찰이 아니라 세기였다. 자손을 수천 개체 세고 비율을 적었다. 그 비율이 이 장 전체의 자료다.

쓸 낱말을 못 박아 둔다. 8장에서 유전자좌와 대립유전자를 이미 정의했으니 그 위에 얹는다.

낱말보기
형질 (character)관찰 대상이 되는 성질의 종류씨의 모양
표현형 (phenotype)실제로 겉으로 나타난 모습둥근 씨
유전자형 (genotype)그 개체가 가진 대립유전자의 조합RR, Rr, rr
동형접합 (homozygous)두 대립유전자가 같다RR 또는 rr
이형접합 (heterozygous)두 대립유전자가 다르다Rr
우성 (dominant)이형접합에서 겉으로 나타나는 쪽R (둥근)
열성 (recessive)이형접합에서 가려지는 쪽r (주름)

표기 관례도 정한다. 한 유전자좌의 대립유전자를 같은 알파벳으로 적되 우성은 대문자, 열성은 소문자로 쓴다. 표현형만 알고 유전자형을 모를 때는 A_ 처럼 밑줄을 그어 "나머지 한 자리는 무엇이든 상관없다"를 나타낸다. 즉 A_AAAa 를 함께 가리킨다.

여기서 미리 경고해 둘 것이 있다. 우성은 "더 좋다"거나 "더 흔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형접합일 때 어느 쪽이 보이느냐만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의 다지증은 우성이지만 드물고, 정상 손가락 수는 열성이지만 압도적으로 흔하다.

분리의 법칙 — 한 형질만 따라간다

멘델은 순계끼리 교배하고 그 자손을 다시 자가수분시켰다. 순계 부모 세대를 P, 그 자손을 F1, F1 끼리 교배해 얻은 다음 세대를 F2 라 한다.

F₁ 에서 주름 씨가 하나도 안 나온 것과, F₂ 에서 정확히 4분의 1로 돌아온 것을 함께 볼 것.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려져 있었다는 뜻이다
<F₁ 에서 주름 씨가 하나도 안 나온 것과, F₂ 에서 정확히 4분의 1로 돌아온 것을 함께 볼 것.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려져 있었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관찰은 이렇다. F1 은 전부 둥글었고, F2 에서 둥근 것과 주름진 것이 대략 3:1 로 나왔다. 섞임설이라면 F1 은 중간 모양이어야 하고 F2 에서 주름 씨가 되살아날 수 없다.

멘델의 설명은 셋으로 정리된다. 형질을 정하는 입자가 개체마다 두 개씩 있고(지금 우리가 대립유전자라 부르는 것이다), 두 개가 서로 다르면 한쪽만 겉으로 나타나되 나머지는 변하지 않은 채로 숨어 있으며, 생식세포를 만들 때 두 개가 갈라져 하나씩 들어간다.

세 번째가 분리의 법칙(law of segregation)이다. 멘델은 염색체를 본 적이 없지만, 8장에서 본 그림이 이 법칙의 물리적 정체다. 감수분열 I 후기에 상동염색체가 갈라지는 것이 곧 두 대립유전자가 갈라지는 것이다. 상동염색체 두 개가 같은 유전자좌를 갖되 거기 놓인 대립유전자는 다를 수 있다고 8장에서 말했는데, 그 문장이 여기서 쓰인다. 이형접합 Aa 개체가 만드는 배우자는 A 반, a 반이다. 상동염색체 두 개 중 어느 쪽이 그 배우자에 들어갈지가 반반이기 때문이다.

퍼넷 사각형과 확률 — 도구 두 개

자손의 유전자형을 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고, 둘 다 필요하다. 퍼넷 사각형(Punnett square)은 표를 그리는 방법이다. 가로에 한쪽 부모의 배우자를, 세로에 다른 쪽 배우자를 적고, 칸마다 둘을 합친다. 모든 칸이 같은 확률이므로 칸 수를 세면 비율이 나온다. 위 그림의 오른쪽이 그것이다.

확률 계산은 표를 그리지 않는 방법이고 규칙이 둘뿐이다. 곱의 규칙은 두 사건이 함께 일어나야 할 때("그리고") 각 확률을 곱하는 것이고, 합의 규칙은 둘 중 하나면 될 때("또는") 각 확률을 더하는 것이다.

곱의 규칙을 쓰려면 두 사건이 독립이어야 한다. 즉 한쪽 결과가 다른 쪽 확률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 합의 규칙을 쓰려면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수 없어야 한다. 퍼넷 사각형은 형질이 하나나 둘일 때 직관적이지만, 셋만 되어도 칸이 64개가 되어 손으로 그릴 수 없다. 그때부터는 확률 계산이 유일한 길이다.

예제 81

Aa×Aa 교배에서 (가) 자손이 Aa 일 확률, (나) 우성 표현형일 확률, (다) 우성 표현형인 자손을 하나 골랐을 때 그것이 Aa 일 확률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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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모가 만드는 배우자는 A12, a12 다. 자손의 유전자형은 두 배우자가 만나 정해지고 두 만남은 독립이므로 곱의 규칙을 쓴다.

(가) Aa 가 되는 길은 두 가지다. 아버지에게서 A 를 받고 어머니에게서 a 를 받거나, 그 반대다. 두 길은 동시에 일어날 수 없으므로 합의 규칙으로 더한다.

P(Aa)=12×12+12×12=14+14=12

(나) 우성 표현형은 AA 이거나 Aa 다. P(AA)=12×12=14 이므로 P(A_)=14+12=34

(다) 여기가 걸리는 곳이다. 조건이 붙었으므로 전체가 바뀐다. 이미 우성 표현형인 것만 후보이므로 분모가 1 이 아니라 34 다.

P(AaA_)=P(Aa)P(A_)=1/23/4=23

답이 말이 되는가. 우성 표현형 자손 3개 중 하나는 AA, 둘은 Aa 다. 그러니 3분의 2 가 맞다. 흔한 실수는 여기에 12 이라고 답하는 것이다. "자손 전체 중에서"와 "우성인 자손 중에서"는 다른 물음이다.

예제 82

둥근 씨를 가진 완두 한 그루가 RR 인지 Rr 인지 알고 싶다. 어떻게 확인하는가? 그리고 자손 10개체를 얻어 모두 둥글었다면 그 그루가 RR 이라고 단정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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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으로는 RRRr 을 가를 수 없다. 그러니 교배해 보고 자손을 세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느 상대와 교배하느냐다.

열성 동형접합 rr 과 교배하는 것이 답이다. 이것을 검정교배(testcross)라 한다. 이유는 rrr 배우자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손의 표현형이 검사 대상이 내놓은 배우자를 그대로 드러낸다.

대상이 RR 이면 배우자가 전부 R 이므로 자손이 전부 둥글고, 대상이 Rr 이면 배우자가 반반이므로 자손에서 둥근 것과 주름진 것이 1:1 로 나온다.

주름 씨가 하나라도 나오면 그 자리에서 Rr 로 확정된다. 그러니 검정교배는 한쪽 답만 확정할 수 있는 검사다.

두 번째 물음. 단정할 수 없다. 대상이 Rr 인데도 자손 10개체가 우연히 모두 둥글 확률은

P=(12)10=11024=9.8×104

천 번에 한 번쯤이다. 작지만 0 은 아니다. 정직한 서술은 "Rr 일 가능성은 0.1% 미만이므로 RR 로 본다"이지 "RR 임이 증명되었다"가 아니다.

이 구분이 이 장 뒤쪽 카이제곱 검정의 논리와 정확히 같다. 관찰로 가설을 반증할 수는 있어도 증명할 수는 없다.

독립의 법칙 — 두 형질을 함께 볼 때

형질 하나를 풀었으면 다음은 둘이다. 씨 모양(둥근 R / 주름 r)과 씨 색(노랑 Y / 초록 y)을 함께 따라간다. 순계끼리 교배해 얻은 F1RrYy 이고, 이것끼리 교배하면 F2 가 나온다.

16칸을 세는 것보다 오른쪽 아래의 계산이 중요하다. 9:3:3:1 이 (3:1)과 (3:1)의 곱이라는 사실이 독립의 법칙의 내용 전부다
<16칸을 세는 것보다 오른쪽 아래의 계산이 중요하다. 9:3:3:1 이 (3:1)과 (3:1)의 곱이라는 사실이 독립의 법칙의 내용 전부다>[원본 보기]

관찰된 비율은 9:3:3:1 이었다. 이 수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곱으로 보면 바로 보인다. 모양만 보면 3:1 이고 색만 보아도 3:1 인데, 두 형질이 서로 무관하게 정해진다면 조합의 비율은 두 비율을 곱한 것이 된다. (3:1)×(3:1)=9:3:3:1

이것이 독립의 법칙(law of independent assortment)이다. 정확히 적으면 서로 다른 형질의 대립유전자 쌍이 배우자로 들어갈 때 각 쌍의 선택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런가. 8장에서 이미 그림으로 봤다.

중기 I 에서 쌍마다 어느 극을 보고 서는지가 서로 무관하다는 것이 독립의 법칙의 세포학적 정체다. 이 그림에서 배우자 종류가 곱셈으로 늘어난 것과 위의 (3:1)×(3:1)이 같은 이야기다
<중기 I 에서 쌍마다 어느 극을 보고 서는지가 서로 무관하다는 것이 독립의 법칙의 세포학적 정체다. 이 그림에서 배우자 종류가 곱셈으로 늘어난 것과 위의 (3:1)×(3:1)이 같은 이야기다>[원본 보기]

그러면 성립 조건도 저절로 나온다. 두 유전자좌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어야 한다. 같은 염색체에 나란히 붙어 있으면 함께 움직이므로 독립일 수 없다. 이 예외가 이 장 뒤쪽의 연관이고, 멘델이 다룬 일곱 형질은 다행히 그 문제를 크게 겪지 않는 배치였다.

예제 83

AaBbCc×AaBbCc 교배에서 세 유전자좌가 독립이고 모두 완전우성일 때 (가) A_bbCc 표현형이 나올 확률, (나) 세 형질 모두 우성 표현형일 확률, (다) 유전자형이 aabbcc 일 확률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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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넷 사각형이라면 칸이 8×8=64 개다. 그릴 이유가 없다. 유전자좌마다 따로 구하고 곱한다.

Aa×Aa 한 좌에서 나오는 값은 앞에서 이미 구했다. P(A_)=34,P(aa)=14,P(Aa)=12,P(AA)=14

(가) 세 조건이 "그리고"로 이어지므로 곱한다.

P=34×14×12=332=0.094

(나) P=(34)3=2764=0.42 이고 (다) P=(14)3=164=0.016 이다.

검산 감각. (나)와 (다)를 더해도 1 이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두 사건이 모든 경우를 덮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를 확인하려면 표현형 여덟 종류의 비율 27:9:9:9:3:3:3:1 을 다 더해 보면 된다. 27+9×3+3×3+1=27+27+9+1=64

합이 64 로 맞는다. "모든 칸의 합이 전체와 같은가"는 이런 문제에서 가장 값싼 검산법이다.

예제 84

어떤 열성 유전병의 보인자(Aa) 부부가 아이 넷을 낳는다. (가) 정확히 한 명이 발병할 확률, (나) 적어도 한 명이 발병할 확률을 구하라.

풀이 보기

아이 하나가 발병할 확률은 p=14 이고, 각 임신은 독립이다.

(가) "정확히 한 명"은 두 가지를 곱해야 한다. 누가 발병자인지 고르는 경우의 수그 한 가지 배치가 일어날 확률이다.

배치 하나의 확률부터. 첫째만 발병하고 나머지 셋은 정상일 확률은 14×34×34×34=14(34)3=27256

그런데 발병자가 둘째일 수도, 셋째일 수도, 넷째일 수도 있다. 네 아이 중 하나를 고르는 방법이 4가지이고 각각 확률이 같으므로

P(정확히 1명)=4×27256=2764=0.42

일반화해 두면 편하다. n 번 중 k 번 일어날 확률은 P=(nk)pk(1p)nk 이고 (nk)n 개 중 k 개를 고르는 방법의 수다. 위에서 (41)=4 를 손으로 센 것이다.

(나) "적어도 하나"는 정면으로 세면 세 가지 경우를 더해야 한다. 반대 사건을 쓰는 편이 훨씬 짧다. 아무도 발병하지 않을 확률은

P(0)=(34)4=81256=0.316 P(1)=10.316=0.6840.68

마지막으로 가장 흔한 오해를 짚는다. "확률이 4분의 1이니 넷 중 하나는 반드시 발병한다"는 틀렸다. 위 계산에서 정확히 한 명일 확률조차 0.42 에 불과하다. 앞의 세 아이가 정상이었다 해도 넷째가 발병할 확률은 여전히 14 이다. 주사위에 기억이 없듯이 임신에도 기억이 없다.

카이제곱 검정 — 어긋남을 우연으로 볼 것인가

여기가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절이다. 문제는 이렇다. 3:1 을 예측했는데 자손 400개체에서 290:110 이 나왔다. 정확한 3:1 은 300:100 이다. 10개체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표본을 뽑으면 정확한 비율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니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가설이 틀렸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의 어긋남을 우연으로 봐 줄 것인가"를 사람의 감이 아니라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

그 규칙이 카이제곱 검정(chi-squared test)이다. 절차는 다섯 단계다.

1단계 — 귀무가설을 세운다

먼저 버릴 후보가 되는 가설을 명확히 적는다. 이것을 귀무가설(null hypothesis)이라 한다. 여기서는 "이 자손의 표현형 비율은 3:1 이다"이다.

왜 검정하려는 가설이 아니라 버릴 가설을 세우는가. 어떤 가설이 맞다는 것은 관찰로 보일 수 없지만, 맞다면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났음은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검정교배 예제에서 "RR 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한 것과 같은 사정이다.

2단계 — 기대값을 구한다

귀무가설이 맞다면 각 범주에 몇 개체가 나와야 하는지를 계산한다. 총수를 가설 비율로 나누면 된다. 이 값을 기대값 Ei 라 하고, 실제로 센 값을 관찰값 Oi 라 한다. 400개체를 3:1 로 나누면 E=300,100 이다.

3단계 — 통계량을 계산한다

어긋남의 크기를 하나의 수로 요약한다. χ2=i(OiEi)2Ei

χ 는 그리스 문자 카이다. 는 "모든 범주에 대해 더하라"는 기호다. 왜 이런 모양인지 뜯어 보면 세 가지가 들어 있다.

결과적으로 χ2 이 0 이면 관찰이 예측과 완전히 일치하고, 클수록 어긋남이 크다.

위 예에서는 χ2=(290300)2300+(110100)2100=100300+100100=0.333+1.000=1.333

4단계 — 자유도를 정한다

이제 "1.333 은 큰 값인가"를 물어야 하는데, 그 기준은 범주가 몇 개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범주가 많으면 어긋남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생겨 합이 저절로 커지기 때문이다.

기준을 정해 주는 수가 자유도(degrees of freedom, df)다. 뜻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값이 몇 개인가"이다. 범주가 2개이고 총수 400 이 정해져 있으면, 한쪽을 290 으로 정하는 순간 다른 쪽은 110 으로 강제된다. 즉 자유롭게 움직인 값은 하나뿐이다. df=(범주 수)1

여기에 규칙이 하나 더 붙는다. 기대값을 만들면서 자료에서 값을 추정했다면 추정한 개수만큼 자유도를 더 뺀다. 3:1 처럼 비율을 미리 알고 들어간 경우는 뺄 것이 없지만, 자료에서 어떤 빈도를 먼저 구해 그것으로 기대값을 만들었다면 그만큼 자유가 줄어든 것이다. 13장에서 이 규칙이 실제로 쓰인다.

5단계 — 임계값과 비교해 판정한다

마지막으로 임계값(critical value)과 견준다. 임계값은 "귀무가설이 맞을 때 χ2 이 이보다 커질 확률이 α 밖에 안 되는 값"이다. α유의수준이라 하고 관례적으로 0.05 를 쓴다.

자유도가 커질수록 곡선이 오른쪽으로 퍼진다는 것과, 임계값 오른쪽의 넓이가 5%라는 것을 볼 것. 관찰값이 그 오른쪽에 떨어졌을 때만 가설을 버린다
<자유도가 커질수록 곡선이 오른쪽으로 퍼진다는 것과, 임계값 오른쪽의 넓이가 5%라는 것을 볼 것. 관찰값이 그 오른쪽에 떨어졌을 때만 가설을 버린다>[원본 보기]
자유도α = 0.05 임계값α = 0.01 임계값
13.8416.635
25.9919.210
37.81511.345
49.48813.277
511.07015.086

판정 규칙은 한 줄이다. χ2 이 임계값보다 크면 귀무가설을 기각하고, 작으면 기각하지 못한다.

이 문장을 말로 풀어야 검정을 쓸 수 있다. 임계값보다 크다는 것은 "가설이 맞다고 쳐도 이만한 어긋남은 스무 번에 한 번도 안 나온다"는 뜻이다. 그런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다면 둘 중 하나다. 아주 드문 우연을 목격했거나, 가설이 틀렸거나. 후자를 택하는 것이 검정이다. 반대로 임계값보다 작다면 "이 정도 어긋남은 흔히 일어난다"는 뜻이므로 가설을 버릴 근거가 없다.

위 예는 자유도 1 이고 1.333<3.841 이므로 기각하지 못한다. 290:110 은 3:1 과 모순되지 않는다.

표현을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기각하지 못한다"는 "맞다"가 아니다. 이 자료로는 반증할 수 없다는 것뿐이며, 다른 가설도 같은 자료와 잘 맞을 수 있다. 그래서 결과를 적을 때 "3:1 임이 증명되었다"고 쓰면 틀린 문장이 된다. 실무에서 지켜야 할 것이 셋 더 있다.

  1. 반드시 개수로 계산한다. 백분율로 계산하면 표본 크기 정보가 사라져 값이 무의미해진다. 100개체에서 72:28 과 1000개체에서 720:280 은 비율이 같지만 증거의 무게가 전혀 다르다.
  2. 기대값이 5 보다 작은 범주가 있으면 쓰지 않는다. 이 검정은 근사식이고, 기대값이 너무 작으면 근사가 무너진다. 범주를 합치거나 다른 방법을 쓴다.
  3. 범주는 서로 겹치지 않고 전체를 덮어야 한다. 한 개체가 두 범주에 들어가면 안 된다.

예제 85

이형접합 이중교배 AaBb×AaBb 의 자손 160개체에서 다음이 관찰되었다. 우성-우성 100, 우성-열성 30, 열성-우성 24, 열성-열성 6. 9:3:3:1 가설을 검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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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귀무가설은 "네 표현형의 비율이 9:3:3:1 이다".

2단계. 총 160 을 9:3:3:1(합 16)로 나눈다. E=160×916, 160×316, 160×316, 160×116=90, 30, 30, 10

3단계. 통계량을 계산한다.

χ2=(10090)290+(3030)230+(2430)230+(610)210 =1.111+0+1.200+1.600=3.911

4단계. 범주가 4개이고 자료에서 추정한 값이 없으므로 df=41=3 이다. 5단계. 임계값은 7.815 다. 3.911<7.815 이므로 기각하지 못한다.

결론을 정확히 적으면 "이 자료는 9:3:3:1 과 모순되지 않는다"이다.

어느 범주가 가장 많이 기여했는지도 볼 만하다. 마지막 항이 1.600 으로 가장 크다. 개수로는 4개밖에 안 어긋났는데 기대값이 10 으로 작아 크게 셈된 것이다. 세 번째 항목의 "기대값으로 나눈다"가 하는 일이 이것이다.

예제 86

검정교배 AaBb×aabb 에서 자손 1000개체가 다음과 같이 나왔다. AB 340, Ab 160, aB 150, ab 350. (가) 독립 가설(1:1:1:1)을 검정하라. (나) 기각된다면 무엇을 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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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검정교배이므로 자손의 표현형이 곧 AaBb 부모가 만든 배우자의 조성이다. 독립이라면 네 종류가 같은 수여야 하므로 기대값은 각각 1000/4=250 이다.

χ2=(340250)2+(160250)2+(150250)2+(350250)2250 =8100+8100+10000+10000250=36200250=144.8 자유도 3, α=0.01 임계값 11.345 와 견주면 144.811.345 이므로 강하게 기각된다.

(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다르다"가 아니라 "어떻게 다른가"를 읽어야 한다. 어긋남에 방향이 있다.

ABab 가 기대보다 많고 AbaB 가 기대보다 적다. 즉 부모가 원래 가지고 있던 조합이 잘 흩어지지 않는다. 두 유전자좌가 같은 염색체에 붙어 있다는 신호다.

다만 결론을 내리기 전에 다른 설명을 배제해야 한다. 1:1:1:1 이 깨지는 이유는 연관 말고도 있다. 특정 유전형의 생존율이 낮거나, 표현형 판정에 편향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가리려면 두 유전자좌를 따로따로 검정해 본다.

A_=340+160=500, aa=350+150=500 으로 1:1 이다. B_=340+150=490, bb=160+350=510 으로 역시 1:1 에 가깝다. 각 좌는 정상적으로 분리되었고 조합만 어긋났다. 그러므로 연관 해석이 타당하다. 이 자료는 이 장 뒤쪽에서 다시 쓴다.

흔한 오해

"χ2 값이 작으면 가설이 맞다는 것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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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가 틀렸다. 첫째, 검정은 채택하지 않는다. 기각하거나 기각하지 못할 뿐이다. 기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 자료로는 반증할 수 없다"는 뜻이고, 다른 가설이 같은 자료를 똑같이 잘 설명할 수도 있다.

둘째, 표본이 작으면 무엇도 기각하기 어렵다. 틀린 가설을 실제로 기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검정력(power)이라 하고, 표본이 작으면 검정력이 낮다. 같은 비율의 어긋남이라도 표본이 커지면 χ2 이 비례해서 커진다. 확인해 보자. 앞의 160개체 자료를 그대로 10배 늘려 1000, 300, 240, 60(총 1600)이라 하면 기대값도 10배가 되므로

χ2=(1000900)2900+0+(240300)2300+(60100)2100=11.11+12.00+16.00=39.11

정확히 10배인 39.11 이 되고, 이번에는 임계값 7.815 를 훌쩍 넘어 기각된다. 같은 비율인데 판정이 뒤집혔다. 즉 작은 χ2 은 가설이 좋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료가 부족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각하지 못한 결과를 보고할 때는 표본 크기를 반드시 함께 적어야 한다.

셋째, 값이 지나치게 작은 것도 이상하다. χ20 은 자료가 이론에 너무 잘 맞는다는 뜻인데, 표본에는 늘 흔들림이 있어야 정상이다. 멘델의 원 자료가 이론값에 이례적으로 가깝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 해석을 두고는 지금도 논쟁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검정은 "버릴지 말지"를 정해 줄 뿐이고, 그 판정은 표본 크기에 달려 있다.

우열의 예외 — 이형접합이 어떻게 보이는가

지금까지는 이형접합이 우성 쪽과 똑같아 보인다고 가정했다. 늘 그렇지는 않다.

세 경우 모두 유전자형 비는 1:2:1 로 같다. 표현형 비가 3:1 이 되느냐 1:2:1 이 되느냐는 이형접합이 어떻게 보이느냐만으로 갈린다
<세 경우 모두 유전자형 비는 1:2:1 로 같다. 표현형 비가 3:1 이 되느냐 1:2:1 이 되느냐는 이형접합이 어떻게 보이느냐만으로 갈린다>[원본 보기]
이름이형접합의 모습F2 표현형 비보기
완전우성우성 동형접합과 구별되지 않는다3 : 1완두의 씨 모양
불완전우성두 표현형의 중간1 : 2 : 1금어초의 꽃색
공동우성두 대립유전자가 둘 다 나타난다1 : 2 : 1ABO 혈액형의 AB형

불완전우성과 공동우성을 헷갈리기 쉬운데 구별은 분명하다. 불완전우성은 섞인 것처럼 보이고, 공동우성은 둘이 따로따로 다 보인다. 분홍 꽃은 붉은 부분과 흰 부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연한 것이고, AB형 적혈구는 A 항원과 B 항원이 둘 다 표면에 붙어 있다.

한 유전자좌에 대립유전자가 셋 이상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복대립유전자(multiple alleles)라 한다. 개체 하나는 여전히 둘만 갖지만 집단에는 여러 판본이 돌아다닌다. ABO 혈액형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치사 대립유전자(lethal allele)가 있다. 특정 유전형이 태어나기 전에 죽어 자손 비율에서 통째로 빠지는 경우다. 그러면 3:1 이 아니라 2:1 이 관찰된다.

예제 88

ABO 혈액형은 IA, IB, i 세 대립유전자로 정해진다. IAIBi 에 대해 우성이고 서로에 대해서는 공동우성이다. (가) O형 어머니와 AB형 아버지 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혈액형은? (나) AB형 아이가 태어났다면 어떻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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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유전자형부터 적는다. O형은 ii, AB형은 IAIB 다. 어머니의 배우자는 i 뿐이고, 아버지의 배우자는 IA 아니면 IB 다.

ii×IAIBIAi (A):IBi (B)=1:1

A형과 B형만 가능하다. O형도 AB형도 나올 수 없다. 자녀가 부모 어느 쪽과도 같은 혈액형이 아니라는 점이 이 문제의 재미있는 부분이다.

(나) 표준 모형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유전 법칙이 틀렸다"가 아니라 "내가 세운 전제 중 하나가 틀렸다"고 읽어야 한다. 전제를 하나씩 의심한다.

  1. 친자 관계가 전제와 다르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다.
  2. 판정 오류. 혈액형 검사 자체의 오류, 최근 수혈, 신생아의 미성숙한 항원 발현 등이 있다.
  3. 드문 대립유전자. 하나의 대립유전자가 A 와 B 활성을 함께 갖는 변이가 알려져 있다. 아버지가 그런 판본을 가졌다면 자녀에게 AB 표현형이 전달될 수 있다.
  4. 다른 유전자좌의 간섭. ABO 항원을 만들려면 그 앞 단계 물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단계가 막힌 사람은 유전자형과 무관하게 O형으로 판정된다.

마지막 두 항목은 다음 절에서 다룰 상위의 예이기도 하다. 형식 유전학의 예측이 어긋날 때 확인할 목록에는 언제나 "드문 판본"과 "다른 유전자좌의 개입"이 들어간다.

예제 89

생쥐의 어떤 털색 대립유전자 AY 는 털색에 대해서는 우성이지만 동형접합 AYAY 은 태아 때 죽는다. AYa×AYa 교배에서 태어난 새끼의 표현형 비율을 구하라. 그리고 이 결과를 카이제곱으로 검정하려 한다면 무엇을 귀무가설로 삼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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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정 시점의 비율을 적는다. 여느 이형접합 교배와 같다. AYAY:AYa:aa=1:2:1

그런데 AYAY 은 태어나지 못한다. 태어난 새끼만 세면 전체가 4가 아니라 3이다.

AYa:aa=2:1 즉 노란 털 : 다른 색 = 2 : 1 이 관찰된다.

판별 감각을 하나 얻어 둘 만하다. 이형접합 교배에서 3:1 이 아니라 2:1 이 나오면 치사 대립유전자를 의심한다. 그리고 이 경우 노란 생쥐끼리 교배해도 순계 노란 계통을 만들 수 없다. 노란 생쥐는 언제나 이형접합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물음. 귀무가설은 "태어난 새끼에서 노랑 : 다른 색 = 2 : 1"이어야 한다. 3:1 로 검정하면 안 된다. 여기가 중요한 지점이다. 카이제곱 검정은 세운 가설이 맞는지만 판정하므로, 가설을 잘못 세우면 계산이 아무리 정확해도 결론이 틀린다. 죽은 개체를 셀 수 없다는 사실을 가설 단계에서 반영해야 한다.

유전자 하나에 형질 하나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유전자좌 하나가 형질 하나를 정한다고 보았다. 실제 관계는 양쪽 방향으로 다 어긋난다.

다면발현(pleiotropy)은 유전자 하나가 여러 형질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10장에서 다룰 낫적혈구빈혈이 그 예로, 한 자리의 변화가 적혈구 모양, 산소 운반, 통증, 감염 저항성에 모두 관여한다.

반대 방향이 상위(epistasis)다. 한 유전자좌가 다른 유전자좌의 표현을 가려 버리는 것을 말한다. 두 유전자좌가 관여하므로 유전자형 비는 여전히 9:3:3:1 인데, 표현형이 합쳐져 다른 비율로 보인다.

관찰되는 비율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9 : 3 : 4한쪽의 열성 동형접합이 다른 좌를 가린다 (열성 상위)
12 : 3 : 1한쪽의 우성 대립유전자가 다른 좌를 가린다 (우성 상위)
9 : 7두 좌 모두 우성이 있어야 형질이 나타난다 (보족 유전자)

실전의 추론 방향은 반대다. 비율을 먼저 보고 기작을 짐작한다. 합이 16 인 이상한 비율이 나오면 유전자좌가 둘이고 그중 일부 칸이 합쳐졌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두 낱말을 더 붙인다. 침투율(penetrance)은 그 유전자형을 가진 개체 중 형질이 실제로 나타나는 비율이고, 발현도(expressivity)는 나타난 형질의 정도다. 침투율이 낮으면 우성 형질도 세대를 건너뛴 것처럼 보인다. 가계도 판정에서 이것이 함정이 된다.

예제 90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털색은 두 유전자좌가 정한다. B(검정)가 b(초콜릿)에 우성이고, E 는 색소를 털에 넣도록 허용하지만 ee 는 색소를 넣지 못해 노랑이 된다. BbEe×BbEe 자손의 표현형 비율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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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좌가 독립이므로 각각 구해 곱한다.

Bb×Bb3B_:1bb,Ee×Ee3E_:1ee 9B_E_:3bbE_:3B_ee:1bbee

이제 표현형으로 옮긴다. eeB 좌가 무엇이든 색소를 넣지 못하게 하므로 B_eebbee둘 다 노랑이다.

유전자형칸 수표현형
B_ E_9검정
bb E_3초콜릿
B_ ee3노랑
bb ee1노랑

검정:초콜릿:노랑=9:3:4

검산은 합으로 한다. 9+3+4=16 로 원래의 16칸이 그대로 보존되었다. 표현형이 합쳐졌을 뿐 칸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앞의 치사 대립유전자 예제와 다른 점이 여기다. 그쪽은 칸이 실제로 없어져 합이 3 이 되었다.

덧붙이면 노란 래브라도의 코 색은 B 좌를 따른다. ee 가 막는 것은 털의 색소뿐이기 때문이다. 상위는 형질별로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인자 유전 — 계급이 촘촘해지면 연속으로 보인다

사람의 키나 피부색처럼 둘로 갈리지 않고 연속적으로 퍼져 있는 형질이 있다. 이런 형질에 멘델 유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오래 믿었지만, 설명은 단순하다. 같은 방향으로 조금씩 기여하는 유전자좌가 여럿 있으면 된다.

유전자좌 수가 늘어날 때 계급 수가 어떻게 늘고 양 끝이 얼마나 급격히 드물어지는지 볼 것. 세 번째 그림의 점선이 왜 종 모양이 되는지가 요점이다
<유전자좌 수가 늘어날 때 계급 수가 어떻게 늘고 양 끝이 얼마나 급격히 드물어지는지 볼 것. 세 번째 그림의 점선이 왜 종 모양이 되는지가 요점이다>[원본 보기]

유전자좌가 n 개이고 각각 대립유전자를 둘씩 가지며 효과가 단순히 더해진다고 하자. 그러면 F2 의 표현형은 2n+1 개 계급으로 나뉜다. 그리고 한쪽 극단(모든 자리가 같은 방향)의 비율은

P극단=(14)n 이다. 좌가 하나 늘 때마다 극단값이 4분의 1로 드물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환경 차이까지 더해지면 계급 경계가 뭉개져 완전히 연속인 분포로 보인다.

예제 91

어떤 양적 형질에서 두 순계를 교배해 얻은 F2 1000개체 중 4개체가 한쪽 부모와 같은 극단값을 보였다. 관여하는 유전자좌 수를 추정하고, 그 추정의 한계를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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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 모형에서 극단 표현형의 비율은 (1/4)n=1/4n 이다. 관찰 비율은 P^=41000=4.0×103

따라서 4n=14.0×103=250

n 이 지수 자리에 있으므로 4장의 로그를 쓴다. 양변에 로그를 취하면 지수가 앞으로 나온다. nlog4=log250n=log250log4=2.400.60=4.0

약 4개다. 확인해 보면 44=256 이고 1000/256=3.9 이므로 관찰된 4개체와 잘 맞는다.

한계를 반드시 함께 적어야 한다.

  1. 효과가 모두 같다는 가정이 강하다. 실제로는 크게 기여하는 좌 몇 개와 미세하게 기여하는 좌 다수가 섞여 있다. 그러면 이 계산은 좌의 수를 크게 과소평가한다.
  2. 환경 변이가 계급 경계를 흐린다. 극단 계급을 몇 개체로 셀지 자체가 흔들린다.
  3. 표본 오차가 크다. 관찰값이 4개체뿐이므로 실제로는 2개체나 6개체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n 추정치가 3에서 5 사이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이 방법은 "좌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를 보이는 데는 쓸 수 있어도 정확한 개수를 말하는 데는 쓸 수 없다. 현대적인 방법은 12장에서 다룰 서열 자료로 좌의 위치와 효과를 직접 찾는 것이며, 사람의 키처럼 잘 연구된 형질에서는 관여하는 자리가 수천 개로 보고되어 있다.

연관과 재조합 — 독립의 법칙이 깨질 때

독립의 법칙의 성립 조건은 "두 유전자좌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다"였다. 같은 염색체에 있으면 함께 움직인다. 이것을 연관(linkage)이라 한다.

그런데 완전히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 8장에서 본 교차가 두 좌 사이에서 일어나면 조합이 바뀌기 때문이다.

한 번의 교차가 네 가닥 중 두 가닥만 바꾼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것. 이 사실에서 재조합률의 상한 50%가 곧바로 나온다
<한 번의 교차가 네 가닥 중 두 가닥만 바꾼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것. 이 사실에서 재조합률의 상한 50%가 곧바로 나온다>[원본 보기]

부모가 원래 가지고 있던 조합대로 나온 자손을 부모형(parental type), 교차로 조합이 바뀐 자손을 재조합형(recombinant type)이라 한다. 그 비율이 재조합률(recombination frequency, RF)이다. RF=재조합형 자손 수전체 자손 수

네 갈래가 250씩이 아니라 두 갈래로 크게 갈린다는 것이 연관의 신호다. 많은 쪽 둘이 부모형이라는 판정 규칙도 함께 확인할 것
<네 갈래가 250씩이 아니라 두 갈래로 크게 갈린다는 것이 연관의 신호다. 많은 쪽 둘이 부모형이라는 판정 규칙도 함께 확인할 것>[원본 보기]

두 좌가 멀수록 그 사이에서 교차가 일어날 기회가 많으므로 RF 가 커진다. 그래서 RF 를 거리의 척도로 쓴다. 단위는 센티모건(cM) 이고 정의는 1cM=RF 1% 다.

다만 상한이 있다. RF 는 50%를 넘지 못한다. 이유는 위 교차 그림에 있다. 교차가 한 번 일어나면 염색분체 네 가닥 중 둘만 재조합형이 되므로, 모든 감수분열에서 교차가 일어나도 재조합형은 절반이 최대다. 두 좌가 아주 멀면 그 사이에서 교차가 여러 번 일어나는데 짝수 번이면 원래대로 돌아오므로 결국 50%에 수렴한다.

이 상한에서 중요한 결론이 나온다. RF=50% 는 "다른 염색체에 있다"와 "같은 염색체에서 아주 멀다"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두 좌를 직접 재면 실제 거리를 늘 과소평가한다.

세 유전자좌를 한 번에 — 3점 검정교배

과소평가 문제를 피하는 방법은 짧은 구간을 여러 개 재서 이어 붙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이에 표지가 될 세 번째 유전자좌가 필요하다.

두 구간을 따로 재서 더한 값(31.0)과 양 끝을 한 번에 잰 값(29.0)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차이가 이중교차로 잃어버린 자손의 몫이다
<두 구간을 따로 재서 더한 값(31.0)과 양 끝을 한 번에 잰 값(29.0)이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차이가 이중교차로 잃어버린 자손의 몫이다>[원본 보기]

예제 92

3점 검정교배에서 자손 1000개체가 아래와 같이 나왔다. 유전자 순서와 각 구간의 지도 거리를 구하고, 두 구간의 교차가 서로 독립인지 판정하라.

표현형개체 수
+ + +355
a b c345
a + +60
+ b c55
a b +85
+ + c90
a + c5
+ b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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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부모형과 이중교차형을 찾는다. 규칙은 개수만 보면 된다. 가장 많은 두 부류가 부모형(교차가 한 번도 없었던 것), 가장 적은 두 부류가 두 구간 모두에서 교차가 일어난 이중교차형이다.

부모형은 +++(355)와 abc(345), 합 700. 이중교차형은 a+c(5)와 +b+(5), 합 10.

2단계. 순서를 정한다. 이중교차는 가운데 유전자만 자리를 바꾼다. 부모형 abc 와 이중교차형 a+c 를 견주면 ac 는 그대로이고 b 만 바뀌었다. 그러므로 가운데는 b 이고 순서는 abc 다.

3단계. 구간마다 재조합형을 센다. 이중교차형은 두 구간 모두에서 교차가 일어난 것이므로 양쪽 구간에 모두 더한다. 이 한 줄을 빠뜨리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a-b 구간 단일교차: 60 + 55 = 115. b-c 구간 단일교차: 85 + 90 = 175.

RFab=115+101000=0.12512.5cM,RFbc=175+101000=0.18518.5cM

지도는 a --- 12.5 --- b --- 18.5 --- c 이고 합은 31.0 cM 이다. ac 만 놓고 직접 세면 115+175=290, 즉 29.0 cM 으로 2 cM 작다. 이중교차형이 양 끝만 보면 부모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4단계. 두 구간의 교차가 독립인지 본다. 독립이라면 이중교차 확률은 두 확률의 곱이다. 기대 이중교차=0.125×0.185×1000=23.1개체

실제로는 10개체뿐이다. 기대의 43%밖에 안 된다. 즉 한 곳에서 교차가 일어나면 그 근처에서 또 일어나기 어렵다. 이 현상을 간섭(interference)이라 하고, 세기를 아래처럼 적는다. I=1관찰 이중교차기대 이중교차=11023.1=0.57

I 는 0(간섭 없음)에서 1(완전 간섭) 사이의 값을 갖는다. 0.57 이면 상당히 강한 편이다.

흔한 오해

"재조합률이 50%면 두 유전자는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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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아 보자. "다른 염색체에 있다 → RF=50%"는 이지만, "RF=50% → 다른 염색체에 있다"는 거짓이다.

같은 염색체에 있으면서 아주 멀리 떨어진 두 좌도 RF=50% 를 보인다. 사이에서 교차가 여러 번 일어나면 짝수 번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홀수 번만 재조합형이 되어 두 값이 반반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RF=50% 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유전학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 하나뿐이며, 물리적으로 같은 염색체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구별하려면 두 좌 사이에 표지를 여러 개 놓고 짧은 거리를 이어 붙이거나, 12장에서 다룰 서열 자료로 위치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연관되어 있으면 늘 함께 전달된다"도 틀리다. 연관은 절대적 결합이 아니라 통계적 경향이고 그 세기가 거리로 정해진다. 그 덕분에 연관 분석으로 질병 유전자의 위치를 좁혀 갈 수 있다.

사람의 유전 — 가계도로 판정한다

사람에게는 계획 교배를 할 수 없으므로 이미 태어난 가족을 조사해 거꾸로 추론한다. 그 기록이 가계도(pedigree)다.

왼쪽은 발현자마다 부모 한쪽이 발현자이고, 오른쪽은 정상인 부모에게서 발현자가 나왔다. 이 한 가지 차이가 우성과 열성을 가른다
<왼쪽은 발현자마다 부모 한쪽이 발현자이고, 오른쪽은 정상인 부모에게서 발현자가 나왔다. 이 한 가지 차이가 우성과 열성을 가른다>[원본 보기]

판정에 쓸 규칙은 네 개뿐이고, 각각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관찰가리키는 것이유
정상인 부모에게서 발현자가 나온다열성부모가 둘 다 보인자였다는 뜻
발현자마다 부모 한쪽이 발현자다우성숨어 있을 수 없으므로 계속 드러난다
발현자가 남성에 크게 치우친다X 연관 열성남성은 X 가 하나뿐이라 가림막이 없다
발현자가 아들에게만 전달된다Y 연관Y 는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간다

세 번째 규칙에는 8장의 성염색체가 필요하다. 남성은 XY 이므로 X 염색체 위의 유전자좌에 대해 대립유전자를 하나만 갖는다. 그러면 열성이라도 가려 줄 짝이 없어 그대로 드러난다. 여성은 XX 이므로 두 개 다 열성이어야 나타난다. 그래서 X 연관 열성 형질은 남성에서 훨씬 흔하다.

미토콘드리아 유전도 구별된다.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를 통해서만 전달되므로 어머니가 발현자면 자녀 전원이, 아버지가 발현자면 아무도 물려받지 않는다.

예제 94

어떤 가계에서 형질이 이렇게 나타난다. 발현자가 매 세대에 있고, 발현자의 자녀 중 대략 절반이 발현하며, 남녀 비율에 차이가 없고, 발현자의 부모 중 한쪽이 언제나 발현자다. 유전 양식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판정을 확정하려면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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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를 하나씩 지운다.

  1.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발현자의 부모 한쪽이 늘 발현자다 → 우성이 유력하다. 열성이면 보인자를 통해 건너뛰는 세대가 흔히 나타난다.
  2. 남녀 비율에 차이가 없다 → X 연관일 가능성이 낮다. X 연관 열성이면 남성이 훨씬 많고, X 연관 우성이면 발현 여성이 대략 두 배 많다.
  3. 자녀 중 절반이 발현 → 발현자가 이형접합 Aa 이고 배우자가 aa 인 교배와 맞는다. Aa×aa1:1 이다.
  4. Y 연관이면 남성에게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이면 어머니를 통해서만 간다. 둘 다 관찰과 어긋난다.

결론은 상염색체 우성이다. 확정하려면 두 가지를 더 봐야 한다.

첫째, 침투율이 낮은 우성은 건너뛴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건너뛰지 않았다"는 관찰만으로 안심하면 안 되고, 반대로 한 세대가 비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열성으로 몰아서도 안 된다.

둘째, 표본이 작다. 자녀 몇 명으로는 1:1 과 3:1 을 구별할 수 없다. 그래서 실제 연구에서는 여러 가계를 모아 전체 자녀를 세고, 앞에서 배운 카이제곱 검정으로 "1:1 이라는 가설을 버려야 하는가"를 판정한다.

이 예제의 구조가 이 장 전체의 축소판이다. 관찰에서 가설을 세우고, 가설이 예측하는 비율을 계산하고, 그 예측과 관찰의 어긋남을 검정으로 판정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낱말 / 기호메모
표현형 · 유전자형겉모습 / 대립유전자 조합유전자형 비와 표현형 비는 다른 수
동형접합 · 이형접합두 대립유전자가 같다 / 다르다AA, aa / Aa
우성 · 열성 · A_ 표기이형접합에서 보이는 쪽 / 가려지는 쪽 / 나머지 자리는 무관우성은 좋다는 뜻도 흔하다는 뜻도 아니다
분리의 법칙두 대립유전자가 갈라져 배우자에 하나씩감수분열 I 후기가 그 정체
독립의 법칙서로 다른 형질의 쌍이 무관하게 분배다른 염색체에 있을 때만 성립
곱의 규칙 · 합의 규칙그리고는 곱하고, 또는는 더한다독립 / 배타를 확인하고 쓴다
검정교배열성 동형접합과 교배해 유전자형을 알아내는 법자손이 곧 배우자 조성
(nk)n 개 중 k 개를 고르는 방법의 수자녀 조합 확률에 쓴다
귀무가설버릴 후보로 세우는 가설증명이 아니라 기각의 대상
χ2 통계량(관찰-기대)²/기대 의 합0 이면 완전 일치, 클수록 어긋남
자유도자유롭게 정해질 수 있는 값의 수범주 수 − 1, 추정한 값마다 하나 더 뺀다
유의수준 α · 임계값 · 검정력기각 기준이 되는 확률 / 그 경계값 / 틀린 가설을 잡아내는 능력관례는 α = 0.05. 표본이 작으면 검정력이 낮다
불완전우성 · 공동우성중간이 보인다 / 둘 다 보인다표현형 비는 둘 다 1:2:1
복대립유전자한 유전자좌에 판본이 셋 이상개체는 여전히 둘만 갖는다
치사 대립유전자특정 유전형이 태어나지 못한다3:1 대신 2:1 이 관찰된다
상위 · 다면발현한 좌가 다른 좌를 가림 / 한 좌가 여러 형질에9:3:4, 12:3:1, 9:7
침투율 · 발현도나타나는 비율 / 나타난 정도가계도 판정의 함정
다인자 유전여러 좌의 효과가 더해진다계급 2n+1개, 극단은 (1/4)ⁿ
연관같은 염색체에 있어 함께 전달되는 경향독립의 법칙의 예외
부모형 · 재조합형 · RF · cM원래 조합 / 바뀐 조합 / 후자의 비율 / 그 1%가 1 cM많은 쪽이 부모형. RF 상한은 50%
이중교차 · 간섭두 구간에서 모두 교차 / 그것이 억제되는 현상3점 교배에서 가장 적은 두 부류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우성을 흔하거나 유리한 것으로 읽는다이형접합에서 보이는 쪽이라는 뜻뿐이다
유전자형 비와 표현형 비를 섞어 쓴다Aa × Aa 는 유전자형 1:2:1, 표현형 3:1
우성 자손 중 이형접합 비율을 1/2 로 본다조건이 붙으면 분모가 바뀐다. 2/3 이다
카이제곱을 백분율로 계산한다반드시 개수로 한다. 표본 크기가 결과를 좌우한다
기각하지 못한 것을 증명으로 읽는다반증되지 않았을 뿐이다. 표본 크기를 함께 적어라
3점 교배에서 이중교차를 한 구간에만 더한다두 구간 모두에서 교차한 것이므로 양쪽에 더한다
RF 50% 를 다른 염색체의 증거로 읽는다먼 연관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대립유전자는 갈라져 하나씩 배우자에 들어가고, 서로 다른 염색체의 쌍은 독립적으로 갈라지며, 같은 염색체의 쌍은 거리에 따라 함께 간다. 그리고 관찰된 비율이 예측과 어긋날 때 그것을 우연으로 볼지 말지는 카이제곱 검정이 정해 준다.

여기까지가 유전자의 정체를 전혀 몰라도 세워지는 체계다. 멘델은 DNA 를 몰랐고 염색체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세는 것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다음 장부터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 "입자"가 실제로 무엇이고 어떻게 복사되며 어떻게 읽히는가.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9장은 유전자의 정체를 몰라도 성립하는 체계였다. 이제 그 "입자"가 무엇인지 묻는다. 답할 것은 넷이다. 유전 정보는 어떤 물질에 어떤 방식으로 적혀 있는가, 세포는 그것을 어떻게 틀리지 않고 두 벌로 만드는가, 적힌 것을 어떻게 읽어 단백질로 옮기는가, 그리고 읽는 도중 글자 하나가 어긋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4장의 핵산과 단백질(뉴클레오타이드 셋의 부품, A-T·G-C 짝, 5′ 과 3′ 방향, 아미노산 사슬), 4장의 효소, 8장의 염색체와 S기, 9장의 대립유전자다. 새 수학은 없다. 곱셈과 나눗셈, 그리고 자릿수 감각이면 된다.

전체 그림을 먼저 세운다. 정보가 흐르는 방향에 관한 명제를 중심원리(central dogma)라 한다.

화살표의 방향이 전부다. 굵은 세 화살표가 이 장의 뼈대이고, 점선은 나중에 추가된 경로다. 맨 아래의 금지된 방향이 이 명제의 진짜 내용이다
<화살표의 방향이 전부다. 굵은 세 화살표가 이 장의 뼈대이고, 점선은 나중에 추가된 경로다. 맨 아래의 금지된 방향이 이 명제의 진짜 내용이다>[원본 보기]

중심원리를 흔히 "DNA → RNA → 단백질"로 줄여 쓰지만, 정확한 내용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차례가 핵산 서열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전사(RNA → DNA)는 이 명제의 반례가 아니라 화살표의 추가다. 실제로 역전사효소는 일부 바이러스와 진핵생물의 텔로미어 유지 장치에 널리 있다.

DNA 이중나선 — 모양이 곧 기능이다

4장에서 A 는 T 와, G 는 C 와 짝을 짓고 두 가닥이 마주 본다고 했다. 여기서 그 모양을 조금 더 정확히 본다.

왼쪽에서 두 가닥의 5′ 과 3′ 이 서로 반대 끝에 있다는 것을, 오른쪽에서 크기의 값들을 확인할 것. 0.34 nm 는 뒤에서 계산에 계속 쓴다
<왼쪽에서 두 가닥의 5′ 과 3′ 이 서로 반대 끝에 있다는 것을, 오른쪽에서 크기의 값들을 확인할 것. 0.34 nm 는 뒤에서 계산에 계속 쓴다>[원본 보기]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1. 역평행(antiparallel)이다. 한 가닥이 위에서 아래로 5′→3′ 이면 상대 가닥은 아래에서 위로 5′→3′ 이다. 이 사실 하나에서 복제의 비대칭이 전부 나온다.
  2. 짝이 정해져 있다. 크기가 맞아야 하고(큰 염기와 작은 염기가 짝을 이룬다) 수소 결합의 자리가 맞아야 한다. A-T 는 결합 2개, G-C 는 3개다.
  3. 치수가 정해져 있다. 지름 약 2 nm, 염기쌍 하나당 축 방향으로 0.34 nm, 한 바퀴에 약 10 염기쌍(약 3.4 nm)이다.

짝이 정해져 있다는 성질을 전체 조성으로 표현한 것이 샤가프 규칙(Chargaff rule)이다. 이중가닥 DNA 에서는 어느 생물이든 [A]=[T], [G]=[C] 이다. 단일가닥이나 RNA 에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규칙이 성립하는 이유가 "마주 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G-C 가 결합 3개, A-T 가 2개라는 차이도 실제로 쓰인다. G 와 C 가 많은 구간일수록 두 가닥을 떼는 데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12장의 PCR 설계가 이 사실 위에 서 있다.

예제 95

어떤 이중나선 DNA 시료에서 구아닌이 전체 염기의 22%였다. (가) 나머지 세 염기의 비율을 구하라. (나) 이 DNA 의 염기쌍 106 개에 든 수소 결합의 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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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중나선이므로 샤가프 규칙을 쓴다. [G]=[C]=22% 이고 둘의 합이 44% 다. 남는 56% 를 A 와 T 가 반씩 나눠 가지므로 [A]=[T]=28% 다.

(나)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염기의 비율과 염기쌍의 비율은 다른 수다. G 가 22%, C 가 22% 이므로 GC 쌍이 차지하는 비율은 22% 가 아니라

fGC=22+22100=0.44

이다. 나머지 0.56 이 AT 쌍이다. 따라서

NGC=0.44×106=4.4×105,NAT=5.6×105

NH=3×4.4×105+2×5.6×105=2.44×106

유효숫자 두 자리로 약 2.4×106 개다.

답이 말이 되는가. 염기쌍 하나당 평균 2.44 개이므로 2와 3 사이다. 만약 2보다 작거나 3보다 크게 나왔다면 어딘가에서 비율을 잘못 잡은 것이다. 답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가장 값싼 검산이다.

복제 — 두 벌을 정확히 만든다

8장에서 S기에 DNA 를 "통째로 정확히 한 번" 복제한다고 했다. 그 방식이 반보존적(semiconservative)이다. 새로 생긴 두 이중나선이 각각 어미 가닥 하나와 새 가닥 하나를 갖는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알았던 것은 아니다. 후보가 셋 있었고, 그것을 갈라놓은 것이 메셀슨-스탈(Meselson-Stahl) 실험이다.

세 가설이 1세대와 2세대에서 서로 다른 것을 예측한다는 점을 볼 것. 예측이 갈리지 않는 실험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세 가설이 1세대와 2세대에서 서로 다른 것을 예측한다는 점을 볼 것. 예측이 갈리지 않는 실험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원본 보기]

예제 96

무거운 질소로 표지한 세균을 가벼운 배지로 옮겼다. 반보존적 복제가 맞다면 n 세대 뒤에 "어미 가닥을 하나 가진 잡종 이중나선"의 비율은 얼마인가? 그리고 이 예측이 다른 두 가설과 어디서 갈리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어미 가닥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희석된다는 것이 반보존적 가설의 핵심이다. 처음에 무거운 가닥이 2개 있었고, n 세대 뒤 이중나선은 2n 개다. 무거운 가닥은 여전히 2개뿐이고 각각 서로 다른 이중나선에 들어가 있으므로 잡종 이중나선도 2개다.

f잡종=22n=21n

n=1 이면 1(전부 잡종), n=2 이면 0.5, n=3 이면 0.25 다.

이제 갈리는 지점을 짚는다. 1세대에서 보존적 가설이 죽는다. 보존적이라면 어미 이중나선이 통째로 남아 무거운 띠와 가벼운 띠 이 나와야 하는데, 관찰은 중간 밀도 띠 하나였다. 2세대에서 분산적 가설이 죽는다. 분산적이라면 새 가닥과 옛 가닥이 잘게 섞여 언제나 띠가 하나여야 하는데, 관찰은 둘로 갈라졌다.

이 실험이 좋은 실험인 이유는 셋을 한 번에 갈랐다는 점이다. 실험을 설계할 때 물어야 할 것은 "무엇을 볼 것인가"가 아니라 "가설이 다르면 무엇이 달라 보이는가"다.

복제 장치와 하나의 제약

복제에는 여러 효소가 붙어 일한다. 그런데 그 배치의 거의 전부가 제약 하나에서 나온다. DNA 중합효소는 새 뉴클레오타이드를 기존 사슬의 3′ 끝에만 붙일 수 있다. 즉 합성 방향이 5′→3′ 로 고정되어 있다.

두 어미 가닥의 방향이 반대이므로 한쪽에서는 합성 방향과 분기점 진행 방향이 같고 다른 쪽에서는 반대가 된다. 조각이 생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두 어미 가닥의 방향이 반대이므로 한쪽에서는 합성 방향과 분기점 진행 방향이 같고 다른 쪽에서는 반대가 된다. 조각이 생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원본 보기]
요소하는 일없으면
헬리케이스이중나선을 풀어 분기점을 만든다주형이 드러나지 않는다
단일가닥 결합 단백질풀린 가닥이 다시 붙는 것을 막는다주형이 도로 접힌다
토포이소머레이스풀 때 앞쪽에 쌓이는 꼬임을 푼다분기점 앞이 꼬여 멈춘다
프라이메이스짧은 RNA 프라이머를 깐다중합효소가 시작할 3′ 끝이 없다
DNA 중합효소5′→3′ 로 늘리고, 잘못 붙은 것을 도로 떼어 낸다합성 자체가 안 되고 오류가 급증한다
RNA 제거 효소RNA 프라이머를 없애고 DNA 로 메운다RNA 조각이 남는다
DNA 리게이스남은 틈을 이어 붙인다조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표에서 프라이메이스가 왜 필요한지가 요점이다. 중합효소는 이미 있는 3′ 끝을 늘릴 수만 있고 맨 처음 한 개를 놓지는 못한다. 그래서 시작점만 RNA 로 깔아 준 뒤 나중에 DNA 로 바꿔 넣는다.

연속으로 만들어지는 쪽을 선도가닥(leading strand), 짧게 여러 번 만들어 잇는 쪽을 지연가닥(lagging strand)이라 하고, 그 짧은 조각을 오카자키 조각이라 한다.

선형 염색체에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지연가닥 맨 끝의 프라이머를 떼어 내면 그 자리를 메울 3′ 끝이 없어 복제할 때마다 끝이 조금씩 짧아진다. 그래서 염색체 끝에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의미 없는 반복서열을 미리 붙여 두고 소모시킨다. 이것을 다시 늘리는 효소가 텔로머레이스이며, 자기 안에 RNA 주형을 갖고 있는 역전사효소다. 사람의 대부분 몸세포에서는 활성이 낮고 생식세포와 줄기세포, 그리고 많은 암세포에서 높다.

예제 97

대장균 유전체는 약 4.64×106 염기쌍의 고리 모양 DNA 이고 복제원점이 하나다. 분기점이 초당 1.0×103 뉴클레오타이드로 나아갈 때 유전체 하나를 복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라. 좋은 조건에서 20분마다 분열한다는 사실과 어떻게 양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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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이 하나이고 양쪽으로 진행하므로 분기점은 이고 각각 절반을 맡는다.

t=4.64×106÷21.0×103nt/s=2.32×103s=38.7min

세대시간 20분보다 길다. 계산이 관찰과 어긋나므로 가정을 의심해야 한다. 틀린 가정은 "복제가 한 세대 안에 시작해서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장균은 앞선 복제가 끝나기 전에 새 복제를 시작한다. 그러면 빠르게 자라는 세포에는 원점이 여러 벌 있게 되고, 원점 근처 유전자의 사본수가 종결 부위보다 많아진다.

이 사실이 실험에서 실제로 문제가 된다. 빠르게 자라는 배양에서 어떤 유전자의 발현이 높게 나왔을 때, 그것이 조절 때문인지 단순히 사본수가 많아서인지 구별하려면 그 유전자가 원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제 98

사람 세포를 같은 방식으로 어림하라. 이배체 유전체 6.2×109 염기쌍, 분기점 속도 초당 50 뉴클레오타이드, S기 8시간일 때 최소 몇 개의 복제원점이 동시에 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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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 하나가 S기 동안 만드는 길이부터 구한다. 8h=2.88×104s 이므로

=50nt/s×2.88×104s=1.44×106nt

필요한 분기점 수는 6.2×109÷1.44×106=4.3×103 개이고, 원점 하나가 분기점 둘을 내므로 원점은 그 절반인 약 2.2×103 개다.

이 값은 하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원점이 동시에 켜지고 간격이 완벽히 고르다"는 가장 유리한 가정에서 나온 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원점이 S기 전체에 걸쳐 시간차를 두고 켜지고 간격도 고르지 않아 실측 추정치는 훨씬 크다.

교훈은 자릿수다. 원핵생물은 원점 하나로 충분한데 진핵생물은 원리적으로 수천 개 이상이 필요하다. 유전체가 크면 "하나씩 차례로"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어느 원점을 언제 켤지를 조절하는 일이 세포 주기 조절의 핵심이 된다.

예제 99

DNA 중합효소가 교정까지 마친 뒤의 오류율이 염기당 107, 그 뒤 불일치 수선까지 거친 최종 오류율이 1010 이라 하자. 사람 이배체 유전체(6.2×109 염기쌍)를 한 번 복제할 때 각각 몇 개의 오류가 남는가? 실제로 관찰되는 세대당 새 돌연변이 수와 견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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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하면 된다. N1=107×6.2×109=6.2×102 개, N2=1010×6.2×109=0.62 개다. 즉 수선 단계 하나가 세 자릿수의 차이를 만든다.

실제 값과 견준다. 사람에서 자녀가 새로 갖는 점돌연변이는 유전체당 대략 수십 개 규모로 추정된다. 위의 0.62 개보다 훨씬 많다. 어긋난 이유는 둘이다.

첫째, 한 세대는 복제 한 번이 아니다. 배우자를 만드는 세포 계열은 여러 번의 분열을 거치므로 복제 횟수가 곱해진다.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녀의 새 돌연변이가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되는 것도 이 때문으로 설명된다.

둘째, 돌연변이는 복제 오류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그냥 두어도 일어나는 화학 변화, 산화 손상, 자외선과 화학물질에 의한 손상이 더해진다.

그러므로 이 숫자는 하나의 값으로 외울 대상이 아니고, 추정 방법과 부모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해야 한다.

흔한 오해

"지연가닥은 3′→5′ 방향으로 합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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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모든 DNA 중합효소는 예외 없이 5′→3′ 로만 늘린다. 새 뉴클레오타이드가 기존 사슬의 3′ 끝에 붙는 화학 반응이므로 방향이 물리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혼동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방향을 겹쳐 보기 때문에 생긴다. 하나는 새 가닥이 자라는 방향(언제나 5′→3′)이고, 다른 하나는 헬리케이스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선도가닥에서는 이 둘이 같은 쪽이라 계속 이어 만들 수 있다. 지연가닥에서는 반대이므로, 분기점이 지나가 새로 드러난 주형에 프라이머를 새로 깔고 분기점 반대쪽으로 짧게 만든다. 정리하면 "조각 하나하나는 5′→3′, 조각이 놓이는 순서는 분기점을 따라간다"이다.

덧붙여 "지연가닥이 더 느리다"도 정확하지 않다. 두 가닥의 합성은 하나의 장치에서 거의 동시에 진행되며, 지연가닥 주형이 고리를 만들어 방향을 맞춘다는 그림으로 설명된다.

전사 — 어느 가닥을 읽는가

전사(transcription)는 DNA 두 가닥 중 한 가닥을 읽어 RNA 를 만드는 일이다. 읽히는 쪽을 주형가닥(template strand), 읽히지 않는 쪽을 암호가닥(coding strand)이라 한다.

만들어진 RNA 가 주형가닥과 상보적이고, 그 결과 암호가닥과 서열이 같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이 관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뒤의 모든 문제에서 헤맨다
<만들어진 RNA 가 주형가닥과 상보적이고, 그 결과 암호가닥과 서열이 같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이 관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뒤의 모든 문제에서 헤맨다>[원본 보기]

관계를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RNA 는 주형가닥과 상보적이고, 따라서 암호가닥과 같은 서열이 된다. 다만 T 자리에 U 가 온다. 암호가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이것이다. 그 가닥을 그대로 읽으면 코돈이 보인다.

어느 가닥이 주형이 될지는 프로모터(promoter)가 정한다. 프로모터는 RNA 중합효소가 앉는 자리이고 방향을 갖는다. 유전체 안의 서로 다른 유전자가 서로 다른 가닥을 주형으로 쓸 수 있으므로, "위쪽 가닥이 언제나 암호가닥"이라는 규칙은 없다.

전사는 셋으로 나뉜다. 개시에서 중합효소가 프로모터를 알아보고 이중나선을 국소적으로 벌린다. 신장에서 RNA 를 5′→3′ 로 늘린다. 복제와 달리 프라이머가 필요 없고 교정 활성이 약해 오류율이 훨씬 높은데, RNA 는 어차피 곧 분해되므로 그 정도가 허용된다. 종결에서 정해진 신호를 만나 끝낸다.

진핵생물의 RNA 가공

진핵생물에서는 만들어진 RNA 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 세 가지 손질을 거쳐야 mRNA 가 된다.

인트론이 잘려 나가고 엑손만 이어진다는 것과, 어떤 엑손을 넣을지 고르면 한 유전자에서 다른 단백질이 나온다는 것을 함께 볼 것
<인트론이 잘려 나가고 엑손만 이어진다는 것과, 어떤 엑손을 넣을지 고르면 한 유전자에서 다른 단백질이 나온다는 것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어떤 엑손을 넣고 뺄지를 바꾸면 하나의 유전자에서 여러 단백질이 나온다. 이것이 대체 스플라이싱(alternative splicing)이다. 사람의 유전자 수가 생각보다 적은데도 단백질 종류가 훨씬 많은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다.

예제 101

이중나선의 한 구역이 아래와 같다. (가) 위 가닥을 주형으로 삼을 때와 (나) 아래 가닥을 주형으로 삼을 때 만들어지는 RNA 를 각각 5′ 쪽부터 적어라. (다) 실제로 어느 쪽이 쓰이는지는 무엇이 정하는가?

5-ATGCCGTTAGCA-3(위 가닥)

3-TACGGCAATCGT-5(아래 가닥)

풀이 보기

원칙 두 개를 먼저 못 박는다. RNA 는 주형과 상보적이고, RNA 는 5′→3′ 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주형의 3′ 끝에서부터 읽어 나간다.

(가) 위 가닥이 주형이면, 그 3′ 끝(오른쪽)부터 읽으므로 읽는 순서는 ACGATTGCCGTA 다. 여기에 상보 염기를 붙이면(A→U, T→A, G→C, C→G)

5-UGCUAACGGCAU-3

(나) 아래 가닥은 이미 왼쪽이 3′ 이므로 왼쪽부터 읽으면 된다. 결과는 위 가닥과 같은 서열이 되고 T 자리에만 U 가 온다.

5-AUGCCGUUAGCA-3

(다) 프로모터의 방향이 정한다. RNA 중합효소는 프로모터에 방향을 갖고 앉으므로 그 자리에서 주형가닥이 확정된다.

여기서 힌트를 하나 읽을 수 있다. (나)의 결과는 AUG 로 시작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것이 개시코돈이므로, 이 구역에서는 아래 가닥이 주형인 쪽이 단백질을 만드는 방향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한 실수는 상보 염기만 붙이고 순서를 뒤집지 않는 것이다. 짝을 짓는 일과 방향을 맞추는 일은 별개의 두 단계다.

예제 102

어떤 사람 유전자의 1차 전사체가 27kb 이고 최종 mRNA 가 2.4kb 다. 여기서 1kb 는 1000 염기다. RNA 중합효소의 속도를 초당 40 뉴클레오타이드로 볼 때 (가) 인트론이 차지하는 비율과 (나) 전사에 걸리는 시간을 구하고, (다) 그 시간이 조절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가) 없어진 부분이 인트론이다. 엄밀히는 최종 mRNA 에 모자와 꼬리가 더해져 있지만 어림에서는 무시한다.

f=272.427=0.91191%

(나) 전사 시간은 1차 전사체 전체를 만드는 시간이다. 최종 mRNA 길이가 아니라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t=2.7×104nt40nt/s=675s11min

(다) 두 가지가 나온다. 첫째, 전사는 느리다. 신호를 받고 11분이 지나야 첫 전사체가 완성된다면 초 단위로 반응해야 하는 조절에는 쓸 수 없다. 그래서 빠른 반응은 이미 만들어 둔 단백질을 켜고 끄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전사는 분에서 시간 규모의 반응에 쓴다. 둘째, 91%가 버려진다는 것은 잘라 내는 일 자체가 조절 지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전암호 — 읽는 법을 익힌다

이제 mRNA 를 단백질로 옮긴다. 왜 세 글자씩 끊어 읽는지는 셈으로 답할 수 있다. 글자가 네 종류이므로 한 글자로는 4가지, 두 글자로는 42=16 가지밖에 못 만든다. 아미노산이 20종이므로 둘로는 모자란다. 세 글자면 43=64 가지로 충분하다. 셋은 넉넉해서가 아니라 둘로는 모자라서 정해진 수다.

세 글자 묶음을 코돈(codon)이라 하고, 코돈과 아미노산의 대응표를 유전암호(genetic code)라 한다.

읽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왼쪽에서 첫 글자, 위에서 둘째 글자, 오른쪽에서 셋째 글자다. 같은 아미노산 칸들이 대개 세로로 붙어 있다는 점도 함께 볼 것
<읽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왼쪽에서 첫 글자, 위에서 둘째 글자, 오른쪽에서 셋째 글자다. 같은 아미노산 칸들이 대개 세로로 붙어 있다는 점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표에 쓰인 세 글자 약자는 아미노산 이름의 줄임말이다. 외울 필요는 없고 필요할 때 찾아 쓰면 된다.

약자이름약자이름약자이름약자이름
Ala알라닌Arg아르지닌Asn아스파라진Asp아스파트산
Cys시스테인Gln글루타민Glu글루탐산Gly글라이신
His히스티딘Ile아이소류신Leu류신Lys라이신
Met메싸이오닌Phe페닐알라닌Pro프롤린Ser세린
Thr트레오닌Trp트립토판Tyr타이로신Val발린

표에서 읽어 낼 성질이 넷 있다.

  1. 중복성(degeneracy). 64개 코돈 중 61개가 아미노산을, 3개(UAA, UAG, UGA)가 종결을 지정한다. 아미노산 하나에 평균 세 개의 코돈이 배정된 셈이다.
  2. 셋째 자리가 헐겁다. 같은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은 대개 셋째 글자만 다르다. 그래서 셋째 자리가 바뀌면 단백질이 그대로인 일이 잦다.
  3. 시작이 정해져 있다. 개시코돈은 AUG 하나뿐이고 메싸이오닌을 겸한다. 어디서부터 읽을지가 이 코돈으로 정해진다.
  4. 쉼표가 없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셋씩 끊어 끝까지 간다. 그래서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전부를 바꾼다. 이 시작점을 읽기 틀(reading frame)이라 한다.

예제 103

아래 mRNA 를 번역하라. 그리고 앞쪽에 붙어 있는 두 글자가 왜 번역되지 않는지 설명하라.

5-CCAUGGCAUUCGAUAAGUGAC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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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시작점을 찾는다. 왼쪽 끝부터 세 개씩 끊는 것이 아니라 첫 AUG 를 찾아 거기서부터 끊는다. 여기서는 세 번째 글자부터가 AUG 다.

AUGGCAUUCGAUAAGUGA

2단계. 표에서 하나씩 찾는다. AUG 는 첫 글자 A 행, 둘째 글자 U 열, 셋째 글자 G 이므로 Met. 같은 방식으로 GCA 는 Ala, UUC 는 Phe, GAU 는 Asp, AAG 는 Lys 다. 마지막 UGA 는 아미노산이 아니라 종결이다.

MetAlaPheAspLys

아미노산 5개짜리 펩타이드이고 여섯 번째 코돈에서 끝난다.

3단계. 앞의 CC 를 설명한다. 리보솜은 mRNA 앞쪽 끝에서부터 훑다가 첫 AUG 에서 읽기를 시작한다. 그 앞의 두 글자는 읽기 틀 밖이므로 번역되지 않는다. 이런 구간을 5′ 비번역 구간이라 하며, 뒤쪽의 CC 도 마찬가지로 종결 이후라 번역되지 않는다.

요령을 하나 덧붙인다. 코돈을 끊을 때는 손으로 세로선을 그어 놓고 표를 찾는 편이 안전하다. 표를 찾다가 자리를 놓치는 실수가 가장 흔하다.

예제 104

아미노산 서열 Met-Trp-Cys-Leu 를 지정할 수 있는 mRNA 가 몇 가지인지 세어라. 그리고 이 결과가 "단백질 서열에서 유전자 서열을 되짚을 수 있는가"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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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각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코돈의 수를 센다. Met 은 AUG 하나, Trp 은 UGG 하나, Cys 는 UGU 와 UGC 로 둘, Leu 는 UUA, UUG, CUU, CUC, CUA, CUG 로 여섯이다.

각 자리의 선택이 서로 무관하므로 9장의 곱의 규칙을 그대로 쓴다.

N=1×1×2×6=12 가지

두 번째 물음이 이 예제의 요점이다. 단백질 서열에서 mRNA 서열을 유일하게 되짚을 수 없다. 코돈에서 아미노산으로 가는 길은 하나로 정해지지만 반대 방향은 여러 갈래이기 때문이다. 넷뿐인 짧은 서열에서도 이미 12가지다.

실무에서도 이것이 문제가 된다. 단백질 서열을 알고 그 유전자를 찾으려 할 때는, 코돈 선택지가 적은 구간(Met 과 Trp 처럼 코돈이 하나뿐인 자리)이 몰려 있는 부분을 골라 탐침을 설계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보 서열이 감당할 수 없이 많아진다.

예제 105

어떤 유전자의 이중나선이 아래와 같다. 아래 가닥이 주형이다. (가) mRNA 를 쓰고 (나) 펩타이드를 구하라. (다) 이어서 위 가닥의 다섯 번째 염기가 사라졌을 때의 산물을 구하고 두 결과를 견주어라.

5-ATGGCATTCGATAAGTGA-3(위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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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래 가닥이 주형이므로 mRNA 는 위 가닥과 같은 서열이고 T 자리에 U 가 온다. 아래 가닥을 따로 쓸 필요가 없다.

5-AUGGCAUUCGAUAAGUGA-3

(나) AUG 부터 셋씩 끊는다.

AUGGCAUUCGAUAAGUGAMet-Ala-Phe-Asp-Lys-종결

(다) 왼쪽부터 A, T, G, G, C 이므로 다섯 번째 염기는 C 다. 이것을 지우면 위 가닥이 ATGGATTCGATAAGTGA 가 되고, mRNA 는

5-AUGGAUUCGAUAAGUGA-3

다시 셋씩 끊으면

AUGGAUUCGAUAAGUGA

Met-Asp-Ser-Ile-Ser 이고 마지막 두 글자는 코돈을 이루지 못한다. 두 번째 아미노산부터 전부 달라졌다.

두 결과를 견주면 이렇게 정리된다. 한 글자가 바뀌면 그 코돈 하나만 영향을 받지만, 한 글자가 빠지면 그 뒤가 전부 밀려 다른 단백질이 된다. 그래서 삽입과 결실에서는 먼저 3의 배수인지부터 확인한다. 3의 배수라면 틀이 유지되어 그 부분의 아미노산만 없어지거나 늘어난다.

이 짧은 예에서는 새 종결코돈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 유전자에서는 틀이 밀린 뒤 얼마 못 가 세 종결코돈 중 하나를 만나 조기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번역 — 표를 실제로 읽는 것은 tRNA 다

리보솜은 유전암호표를 들고 있지 않다. 표를 물질로 구현한 것이 tRNA 다.

tRNA 한쪽 끝의 세 글자가 코돈과 짝을 짓고 반대쪽 끝에 아미노산이 달려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표를 읽는 일은 이 짝짓기가 대신한다
<tRNA 한쪽 끝의 세 글자가 코돈과 짝을 짓고 반대쪽 끝에 아미노산이 달려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표를 읽는 일은 이 짝짓기가 대신한다>[원본 보기]

tRNA 는 한쪽 끝에 안티코돈(anticodon)이라는 세 글자를 갖고 반대쪽 끝에 아미노산 하나를 달고 있다. 어떤 아미노산을 달지는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가 정하며, 이 효소가 tRNA 와 아미노산을 정확히 짝지어 주는 것이 유전암호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단계다. 코돈과 안티코돈이 상보적으로 짝지으면 그 자리에 정해진 아미노산이 온다.

리보솜에는 세 자리가 있다. A 자리로 새 tRNA 가 들어오고, P 자리에는 지금까지 만든 사슬을 든 tRNA 가 있으며, E 자리로 빠져나간다. 신장은 이 셋의 되풀이다. A 자리에 맞는 tRNA 가 들어오고, P 자리의 사슬이 A 자리 아미노산에 이어지고, 리보솜이 코돈 하나만큼 움직인다.

종결은 다르다. 종결코돈에 맞는 tRNA 는 없다. 대신 방출인자라는 단백질이 들어와 사슬을 떼어 낸다.

비용도 세어 둘 만하다. 아미노산 하나를 붙이는 데 고에너지 인산결합이 4개 든다. tRNA 에 아미노산을 다는 데 2개, A 자리로 나르는 데 1개, 리보솜이 한 칸 움직이는 데 1개다. 펩타이드 결합 하나를 만드는 화학 반응 자체는 이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되므로, 남는 몫은 정확도를 사는 데 쓰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예제 106

세균에서 잔기 300개짜리 단백질을 번역하는 시간을 구하라. 신장 속도는 초당 18 아미노산이다. 이어서 하나의 mRNA 에 리보솜이 80 뉴클레오타이드 간격으로 붙어 있다면 그 mRNA 하나에서 초당 몇 개의 단백질이 완성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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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자를 만드는 시간은 t=300÷18=16.7s 다.

두 번째 물음이 헷갈리는 곳이다. 완성 속도는 "한 분자를 만드는 시간의 역수"가 아니라 리보솜이 줄지어 붙어 있으므로 하나씩 계속 나온다. 나오는 간격은 리보솜 사이의 간격을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다.

80 뉴클레오타이드는 80÷327 코돈이므로

t간격=2718=1.5s,r=11.5=0.67 개/s

검산해 보자. 암호화 구간은 300×3=900 뉴클레오타이드이므로 동시에 붙을 수 있는 리보솜은 900÷8011 개다. 각 리보솜이 16.7 s 를 쓰므로 완성 속도는 11÷16.7=0.66 개/s 로 같다.

즉 mRNA 하나가 1분에 40개쯤의 단백질을 낸다. 필요량이 그보다 많으면 mRNA 사본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고, 이것이 전사 조절이 최종 단백질량을 지배하는 이유다. 11장에서 이어 다룬다.

돌연변이 — 글자가 어긋날 때

돌연변이(mutation)는 유전 정보의 변화다. 앞의 계산에서 봤듯 오류율이 0 은 아니고, 복제 말고도 원인이 여럿이다.

똑같이 한 글자가 달라졌는데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볼 것. 특히 마지막 줄에서 뒤쪽 코돈이 전부 달라진 것을 앞의 세 줄과 견주어라
<똑같이 한 글자가 달라졌는데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볼 것. 특히 마지막 줄에서 뒤쪽 코돈이 전부 달라진 것을 앞의 세 줄과 견주어라>[원본 보기]
유형무엇이 바뀌었나단백질에 미치는 결과
침묵 (silent)코돈은 바뀌고 아미노산은 그대로보통 없다. 셋째 자리 치환에서 흔하다
미스센스 (missense)다른 아미노산으로 바뀐다성질이 비슷하면 가볍고, 활성부위면 치명적
넌센스 (nonsense)종결코돈이 생긴다단백질이 잘린다. 대개 기능을 잃는다
읽기연장종결코돈이 아미노산 코돈이 된다꼬리가 길어진 단백질이 나온다
틀 이동 (frameshift)3의 배수가 아닌 삽입이나 결실그 뒤 서열 전체가 바뀐다. 대개 조기 종결
틀 내 삽입·결실3의 배수인 삽입이나 결실해당 잔기만 늘거나 준다

치환은 방향으로도 나눈다. 크기가 같은 종류끼리 바뀌는 것을 전이(transition), 다른 종류로 바뀌는 것을 전환(transversion)이라 한다. 가능한 조합은 전환이 두 배 많은데도 실제로는 전이가 더 흔하게 관찰된다.

원인은 복제 오류, 저절로 일어나는 화학 변화, 산화, 자외선, 화학물질, 그리고 유전체 안을 옮겨 다니는 전이인자다. 세포는 손상 유형별로 다른 수선 체계를 갖고 있다. 복제 직후의 잘못된 짝은 불일치 수선이, 망가진 염기 하나는 염기 절단 수선이, 부피가 큰 손상은 뉴클레오타이드 절단 수선이 맡는다. 두 가닥이 다 끊어졌을 때는 상동 재조합 수선(정확하지만 주형이 필요하다)이나 비상동 말단 연결(주형 없이 잇지만 작은 삽입·결실을 남긴다)로 잇는다. 이 두 이름은 12장의 유전자 편집에서 다시 쓴다.

예제 107

야생형 코돈이 CGA (Arg)일 때 아래 각 변화의 유형을 판정하라. (가) CGG, (나) CAA, (다) UGA, (라) CGA 앞에 염기 하나가 끼어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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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순서를 먼저 정한다. 길이가 변했는가 → 3의 배수인가 → 아미노산이 바뀌었는가 → 종결코돈인가 → 성질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순이다.

(가) 표에서 CGG 도 아르지닌이다. 셋째 자리만 바뀌었고 아미노산은 그대로이므로 침묵이다.

(나) CAA 는 글루타민이다. 아르지닌은 양전하를 띠고 글루타민은 중성이므로 성질이 크게 달라졌다. 미스센스이고, 이 잔기가 음전하를 띤 상대와 짝을 이루고 있었다면 기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 UGA 는 종결코돈이므로 넌센스다. 단백질이 여기서 잘린다.

(라) 염기 1개 삽입은 3의 배수가 아니므로 틀 이동이다. 넷 중 가장 파괴적일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같은 "한 글자" 사건인데 (가)는 아무 일도 없고 (라)는 단백질을 통째로 망친다. 어느 자리의 몇 번째 글자인가가 결과를 정한다.

예제 108

낫적혈구빈혈은 베타-글로빈의 6번째 잔기가 글루탐산에서 발린으로 바뀐 것이고, 코돈 수준에서는 GAGGUG 다. (가) 변화의 유형을 판정하고 (나) 왜 이 한 글자가 세포 모양까지 바꾸는지 단계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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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둘째 자리 A→U 이고 아미노산이 바뀌었으므로 미스센스다. 글루탐산은 음전하를 띤 친수성, 발린은 소수성이므로 성질이 정반대로 바뀐 비보존적 치환이다.

(나) 단계로 나눈다.

  1. 표면이 바뀐다. 6번 잔기는 단백질 바깥쪽에 있다. 친수성 자리가 소수성으로 바뀌면 표면에 끈적한 반점이 생긴다.
  2. 서로 달라붙는다. 다른 헤모글로빈 분자의 소수성 주머니가 그 반점과 결합한다. 산소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그 주머니가 더 잘 드러나므로 결합이 강해진다.
  3. 길게 이어진다. 결합이 되풀이되어 섬유가 만들어진다. 농도가 어느 선을 넘으면 급격히 진행된다.
  4. 세포가 일그러진다. 섬유가 적혈구를 낫 모양으로 만들고 유연성을 없앤다.
  5. 증상이 생긴다. 굳은 세포가 가는 혈관을 막아 통증과 조직 손상을 일으키고, 수명이 짧아져 빈혈이 된다.

이 사슬에서 배울 것은 규모의 확대다. 염기 한 개 → 아미노산 한 개 → 표면 성질 → 분자 사이의 결합 → 세포 모양 → 개체의 증상. 분자생물학의 설명은 대부분 이런 계단 모양을 하고 있고, 계단 하나하나가 앞 단계를 근거로 삼는다.

흔한 오해

"유전암호는 모든 생물에서 완전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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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같다"는 맞고 "완전히 같다"는 틀리다. 알려진 예외를 유형별로 적는다.

  1.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사람의 미토콘드리아에서는 UGA 가 종결이 아니라 트립토판을 지정한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표준 표로 번역하면 조기 종결이 잔뜩 나온다.
  2. 종결코돈의 재배정. 일부 단세포 생물에서 UAA 와 UAG 가 글루타민을 지정한다.
  3.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읽기. 특정한 RNA 구조가 있을 때 UGA 자리에 21번째 아미노산이 들어가는 예가 있다. 코돈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 경우다.
  4. 개시코돈의 유연성. 세균에는 AUG 가 아닌 코돈으로 시작하는 유전자가 있다.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표준 유전암호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며 이것은 모든 생물이 공통 조상을 갖는다는 강한 증거다. 다만 계통마다 소수의 변형이 확인되어 있다.

왜 이렇게 잘 보존되었는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암호표를 한 글자라도 바꾸면 그 생물의 모든 단백질이 동시에 달라진다. 그래서 표 자체의 변화는 거의 언제나 치명적이고, 미토콘드리아처럼 유전자 수가 아주 적은 계통에서만 드물게 일어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낱말 / 기호메모
중심원리정보는 핵산에서 단백질로 흐른다금지하는 것은 단백질에서 핵산으로의 역방향
역평행두 가닥의 5′→3′ 방향이 서로 반대복제의 비대칭이 여기서 나온다
샤가프 규칙이중가닥에서 A=T, G=C단일가닥과 RNA 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0.34 nm · 2 nm염기쌍당 길이 / 이중나선 지름길이 계산의 기본 상수
반보존적 복제새 이중나선이 어미 가닥 하나씩을 갖는다메셀슨-스탈 실험이 확정했다
복제원점 · 복제 분기점복제가 시작되는 자리 / 풀리며 나아가는 지점원점 하나가 분기점 둘을 낸다
선도가닥 · 지연가닥이어서 만드는 쪽 / 조각내어 만드는 쪽조각을 오카자키 조각이라 한다
프라이머중합효소가 시작할 3′ 끝을 만들어 주는 짧은 RNA나중에 DNA 로 바뀐다
텔로미어 · 텔로머레이스염색체 끝의 반복서열 / 그것을 늘리는 효소선형 염색체의 말단 문제 때문에 필요하다
주형가닥 · 암호가닥읽히는 가닥 / 읽히지 않는 가닥RNA 는 암호가닥과 같은 서열 (T 자리에 U)
프로모터RNA 중합효소가 앉는 자리어느 가닥이 주형인지를 정한다
엑손 · 인트론남는 구간 / 잘려 나가는 구간스플라이싱이 잘라 낸다
대체 스플라이싱넣을 엑손을 바꿔 여러 산물을 만든다유전자 수보다 단백질 종류가 많은 이유
코돈 · 읽기 틀세 글자 묶음 / 끊어 읽기 시작하는 자리틀이 밀리면 뒤가 전부 달라진다
개시코돈 · 종결코돈AUG / UAA, UAG, UGA종결코돈에 맞는 tRNA 는 없다
중복성한 아미노산에 여러 코돈아미노산에서 서열로 되짚을 수 없다
tRNA · 안티코돈아미노산을 나르는 RNA / 그 세 글자표를 실제로 읽는 것은 이 짝짓기다
A · P · E 자리리보솜의 세 자리들어오고, 잇고, 나간다
침묵 · 미스센스 · 넌센스 · 틀 이동돌연변이의 네 유형길이 변화부터 확인하는 것이 판정 순서
전이 · 전환같은 종류끼리 / 다른 종류로 바뀌는 치환전환이 두 배 많은데 전이가 더 흔하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염기 비율과 염기쌍 비율을 같게 본다G 가 22%면 GC 쌍은 44%다
상보 염기만 붙이고 순서를 안 뒤집는다5′ 쪽부터 적으려면 방향을 맞추는 단계가 따로 필요하다
지연가닥이 3′→5′ 로 만들어진다고 본다합성은 언제나 5′→3′ 다. 조각이 놓이는 순서만 반대다
mRNA 앞쪽 끝부터 세 개씩 끊는다첫 AUG 를 찾아 거기서부터 끊는다
아미노산 서열에서 유전자 서열을 되짚을 수 있다고 본다중복성 때문에 후보가 여럿이다
전사 시간을 최종 mRNA 길이로 계산한다1차 전사체 전체를 만드는 시간이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정보는 상보적 짝짓기 하나로 복사되고 옮겨진다. 복제도 전사도 번역도 결국 "맞는 짝을 찾아 붙인다"는 같은 원리 위에 있다. 그리고 읽는 방향과 읽기 시작하는 자리가 정해져 있으며, 그것이 어긋나면 결과가 통째로 달라진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어떻게 읽는가"만 봤다. 세포에는 같은 유전체가 들어 있는데도 간세포와 신경세포는 전혀 다른 일을 한다. 다음 장의 질문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읽을지를 무엇이 정하는가이다.

유전자 발현 조절

사람의 간세포와 신경세포는 하는 일이 전혀 다른데 유전체는 똑같다. 대장균은 젖당이 있을 때만 젖당 분해 효소를 만든다. 두 사실이 같은 질문을 가리킨다. 유전자를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읽을지는 무엇이 정하는가.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세균은 환경 신호 두 개를 받아 어떻게 하나의 답을 내는가, 진핵생물은 왜 "읽기" 전에 "열기"라는 단계를 하나 더 거쳐야 하는가, 그리고 한 번 정해진 상태가 세포분열을 건너 유지되는 장치는 무엇인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10장의 전사와 번역, 프로모터, 스플라이싱, 8장의 염색사와 히스톤, 9장의 확률의 곱셈이다. 4장의 로그와 pH 는 쓰지 않는다.

먼저 조절이 가능한 지점을 한눈에 늘어놓는다.

조절 지점이 정보 흐름의 모든 단계에 하나씩 있다는 것과, 아래로 갈수록 이미 쓴 자원이 늘어난다는 것을 볼 것. 전사 개시가 가장 널리 쓰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조절 지점이 정보 흐름의 모든 단계에 하나씩 있다는 것과, 아래로 갈수록 이미 쓴 자원이 늘어난다는 것을 볼 것. 전사 개시가 가장 널리 쓰이는 이유가 그것이다>[원본 보기]

어느 단계에서도 막을 수 있지만 실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전사 개시다. 이유는 경제적이다. 나중 단계에서 막으면 그때까지 쓴 재료와 에너지가 전부 버려진다.

오페론 — 세균의 방식

세균은 관련된 유전자 여럿을 한 줄로 붙여 놓고 한꺼번에 켜고 끈다. 하나의 프로모터에서 함께 전사되어 하나의 mRNA 가 되는 유전자 묶음을 오페론(operon)이라 한다.

조절 방식은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붙으면 막는가, 붙으면 돕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평소에 켜져 있다가 꺼지는가, 꺼져 있다가 켜지는가이다.

음성 조절 — 붙으면 막는다양성 조절 — 붙으면 돕는다
유도성 — 평소 꺼져 있다억압자가 붙어 있다가 유도물질이 떼어낸다 (lac)신호를 받은 활성자가 와서 붙는다 (CAP)
억압성 — 평소 켜져 있다신호 물질이 있을 때 억압자가 붙는다 (trp)신호가 활성자를 떼어낸다

여기서 낱말 둘을 정의해 둔다. 결합해서 억압자를 떼어내는 신호 물질을 유도물질(inducer), 억압자를 붙게 만드는 신호 물질을 보조억압자(corepressor)라 한다.

lac 오페론 — 신호 두 개를 곱한다

대장균의 lac 오페론은 젖당을 쓰는 데 필요한 유전자 셋을 담고 있다.

아래 네 줄에서 전사량이 강한 줄이 하나뿐이라는 것을 볼 것. 특히 셋째 줄에서 활성자가 붙어 있는데도 전사가 0 인 이유가 요점이다
<아래 네 줄에서 전사량이 강한 줄이 하나뿐이라는 것을 볼 것. 특히 셋째 줄에서 활성자가 붙어 있는데도 전사가 0 인 이유가 요점이다>[원본 보기]

조절에 쓰이는 요소가 셋이다.

여기서 시스(cis)와 트랜스(trans)라는 구분이 나온다. 단백질로 만들어져 확산해 가는 요소는 어느 사본에서 만들어졌든 양쪽 모두에 작용한다. 이것을 트랜스 작용이라 한다. 반면 DNA 서열인 요소는 자기가 놓인 사본에만 작용한다. 이것이 시스 작용이다. 이 구분 하나로 유전학 실험의 결과를 거의 다 읽을 수 있다.

예제 110

lac 오페론에서 포도당과 젖당의 유무 네 조합에 대해 억압자와 CAP 의 상태, 그리고 전사 수준을 정리하라. 그리고 이 논리가 세포에 왜 유리한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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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용을 먼저 못 박는다. 젖당은 억압자를 떼어내고, 포도당의 부재는 CAP 을 켠다.

포도당젖당억압자CAP전사
있음없음붙어 있다못 붙는다없음
있음있음떨어졌다못 붙는다아주 낮음
없음없음붙어 있다붙었다없음
없음있음떨어졌다붙었다강함

문장으로 옮기면 "젖당이 있고 그리고 포도당이 없을 때만 강하게 전사한다"이다. 두 조건이 "그리고"로 이어져 있다.

유리한 이유는 두 단계다. 첫째, 기질이 없을 때 효소를 만들면 순손실이다. 그래서 젖당의 유무를 본다. 둘째, 포도당이 있으면 그쪽이 더 값싼 연료다. 굳이 젖당 장비를 갖출 이유가 없다. 두 조건을 곱하면 위의 논리가 된다.

관찰로 확인되는 결과도 있다. 포도당과 젖당을 함께 준 배양은 먼저 포도당을 다 쓰고, 잠시 성장이 멈췄다가(효소를 만드는 시간이다) 젖당을 쓰기 시작한다. 성장 곡선에 계단이 두 개 생긴다.

셋째 줄을 다시 볼 만하다. CAP 은 켜져 있는데 전사가 0 이다. 활성자만으로는 부족하고 억압자가 떨어져야 한다. 두 조절이 병렬이 아니라 직렬로 걸려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그리고"가 된다.

예제 111

아래는 lac 조절 부위를 두 벌 가진 대장균이다. Is 는 유도물질과 결합하지 못하는 억압자, Oc 는 억압자가 붙지 못하는 오퍼레이터, Z 는 기능 없는 효소 유전자다. 각 경우에 유도물질이 없을 때와 있을 때 효소가 만들어지는지 판정하라.

(가) I+OcZ+/I+O+Z

(나) IsO+Z+/I+O+Z+

(다) IO+Z+/I+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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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원칙은 둘뿐이다. I 는 단백질이므로 트랜스 작용, O 는 DNA 서열이므로 시스 작용이다.

(가) Oc 는 억압자가 붙지 못하므로 그 사본만 언제나 전사된다. 그리고 그 사본에 붙어 있는 것이 Z+ 다. 따라서 유도물질과 무관하게 효소가 만들어진다. 반대쪽 사본은 정상 조절을 받지만 Z 이라 기여가 없다. 답: 없어도 있음, 있어도 있음.

(나) Is 가 만드는 억압자는 유도물질에 반응하지 않고, 단백질이므로 양쪽 오퍼레이터 모두를 점거한다. 정상 억압자가 함께 있어도 소용이 없다. 즉 Is 는 우성이다. 답: 두 조건 모두 없음.

(다) I 는 억압자를 못 만들지만 상대 사본의 I+ 가 정상 억압자를 만들어 확산한다. 조절되는 Z+I 쪽에 붙어 있어도 억압자는 어차피 퍼져 가므로 문제가 없다. 답: 없으면 없음, 있으면 있음(정상).

정리하면 "단백질이면 트랜스, DNA 서열이면 시스" 한 줄이 전부다. 그리고 이 실험 설계가 실제로 하는 일은 어떤 요소가 조절 인자인지 조절 서열인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지금도 인핸서 연구에서 같은 논리를 쓴다.

trp 오페론 — 두 층으로 조절한다

trp 오페론은 트립토판을 만드는 유전자들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논리가 반대다. 트립토판이 충분하면 꺼야 한다.

왼쪽은 억압자가 오퍼레이터를 막는 조절이고 오른쪽은 그 위에 얹힌 두 번째 층이다. 오른쪽에서 어느 두 구역이 짝을 짓느냐가 종결 여부를 정한다는 것을 확인할 것
<왼쪽은 억압자가 오퍼레이터를 막는 조절이고 오른쪽은 그 위에 얹힌 두 번째 층이다. 오른쪽에서 어느 두 구역이 짝을 짓느냐가 종결 여부를 정한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첫째 층은 억압이다. 트립토판 자신이 보조억압자로 작용해 억압자를 활성화하고, 활성화된 억압자가 오퍼레이터를 막는다.

둘째 층이 감쇠(attenuation)다. 이것은 조금 까다로우니 차례대로 본다.

  1. 오페론 앞쪽에 짧은 선도 서열이 있고, 거기에 트립토판 코돈이 연달아 놓인 작은 펩타이드가 암호화되어 있다.
  2. 이 선도 서열의 RNA 는 네 구역으로 나뉘는데, 3-4 구역이 짝을 지으면 전사를 끊는 머리핀이 되고, 2-3 구역이 먼저 짝을 지으면 그 머리핀이 만들어질 수 없다.
  3. 세균은 전사가 끝나기 전에 리보솜이 붙어 번역을 시작한다. 그래서 리보솜이 어디쯤 있는지가 어느 짝이 먼저 생길지를 정한다.
  4. 트립토판이 많으면 리보솜이 트립토판 코돈을 술술 지나가 2번 구역을 덮는다. 그러면 2-3 이 못 생기고 3-4 머리핀이 생겨 전사가 도중에 끊긴다.
  5. 트립토판이 적으면 리보솜이 트립토판 코돈에서 지체한다. 2번 구역이 드러나 2-3 이 먼저 생기고, 종결 머리핀이 만들어지지 못해 전사가 끝까지 간다.

감쇠가 가능한 이유를 놓치면 안 된다. 세균은 전사와 번역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진핵생물처럼 핵막으로 나뉘어 있으면 리보솜의 위치로 전사를 조절할 수 없다.

예제 112

선도 펩타이드의 트립토판 코돈 두 개를 모두 다른 아미노산 코돈으로 바꾼 돌연변이체를 만들었다. (가) 트립토판이 많을 때와 (나) 적을 때 전사가 어떻게 되는가? (다) 이 예측을 검증할 다른 돌연변이를 하나 제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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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의 열쇠는 하나다. 리보솜이 지체할 이유가 있는가. 트립토판 코돈이 없어졌으므로 리보솜은 트립토판 농도와 무관하게 술술 지나간다.

(가) 트립토판이 많을 때. 리보솜이 지나가고 2번 구역이 덮이므로 3-4 머리핀이 생겨 전사가 끊긴다. 야생형과 같다.

(나) 트립토판이 적을 때. 그래도 리보솜이 멈출 이유가 없으므로 역시 머리핀이 생겨 전사가 끊긴다. 야생형과 다르다. 야생형이라면 이때 전사가 끝까지 갔어야 한다.

결론은 "이 돌연변이체는 감쇠를 풀지 못한다"이다. 다만 전사가 완전히 0 이 되지는 않는다. 첫째 층인 억압자 조절은 그대로 남아 있고, 트립토판이 적으면 억압자는 여전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 층이 독립이라는 것이 여기서 확인된다.

(다) 선도 펩타이드의 개시코돈을 없애 보면 된다. 그러면 리보솜이 아예 붙지 못하므로 2번 구역이 언제나 드러나고, 트립토판이 많든 적든 2-3 이 생겨 종결이 잘 일어나지 않는 쪽으로 예측된다. 앞의 돌연변이와 정반대 방향의 예측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 모형이 서로 반대되는 두 예측을 내놓고 둘 다 맞으면 그 모형은 강하게 지지된다.

흔한 오해

"오페론은 유전자 발현 조절의 일반적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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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론은 원핵생물의 방식이고 진핵생물의 표준이 아니다. 이유를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진핵생물은 전사와 번역이 공간적으로 나뉘어 있다. 세균은 전사 중인 RNA 에 리보솜이 곧바로 붙지만, 진핵생물의 RNA 는 가공을 거쳐 핵 밖으로 나간 다음에야 번역된다.

둘째, 번역을 시작하는 방식이 다르다. 진핵생물의 리보솜은 대체로 mRNA 앞쪽 끝의 모자에서 출발해 첫 개시코돈을 찾는다. 그러면 하나의 mRNA 에 유전자가 여러 개 이어져 있어도 뒤쪽 것을 번역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세균은 유전자마다 앞에 리보솜이 붙는 자리가 따로 있어 문제가 없다.

다만 예외가 있다. 일부 진핵생물에서 여러 유전자가 함께 전사된 뒤 나중에 개별 mRNA 로 나뉘는 오페론 비슷한 구조가 알려져 있다. "진핵생물에 오페론이 전혀 없다"도 정확한 말은 아니다.

그리고 목적은 같다. 기능적으로 묶인 유전자를 함께 조절하는 일은 진핵생물에도 필요하다. 해법이 다를 뿐인데, 여러 프로모터가 같은 전사인자 결합 서열을 공유하는 방식을 쓴다. 한 줄로 붙여 놓는 대신 같은 스위치를 여러 곳에 달아 둔 셈이다.

진핵생물 — 읽으려면 먼저 열어야 한다

다세포생물에서는 질문이 하나 더 붙는다. 세균은 환경에 따라 스위치를 켜고 끄지만, 사람의 간세포는 평생 간세포로 남는다. 즉 조절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굳어진다. 그렇다면 분화란 필요 없는 유전자를 버리는 일인가, 아니면 갖고 있으면서 끄는 일인가.

예제 114

분화가 끝난 개구리 몸세포의 핵을 꺼내 핵을 없앤 난자에 넣었더니 정상적인 올챙이가 자라 나왔다. (가) 이 결과는 분화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나) 그런데 이런 시도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 낮은 성공률은 무엇을 말하는가? (다) 두 결론이 서로 모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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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분화한 세포의 핵에서 온전한 개체를 만들 정보가 나왔다. 그러므로 분화 과정에서 유전자를 버린 것이 아니다. 간세포도 신경세포도 유전체 전체를 그대로 갖고 있으며, 다른 것은 무엇을 읽고 있는가뿐이다. 이 장의 전제가 실험으로 확인된 것이 이 결과다.

(나) 정보가 남아 있다는 것과 그 정보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성공률이 낮다는 것은 분화 상태를 지키는 장치가 상당히 단단하다는 뜻이다. 히스톤 표지와 DNA 메틸화가 그대로 붙어 있는 핵을 난자의 세포질이 초기화해야 하는데, 그 초기화가 잘 안 된다.

(다) 모순이 아니다. 두 결론은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정보는 남아 있고, 그 정보에 붙은 "읽지 말라"는 표시는 지우기 어렵다. 이 두 문장이 이 장 뒤쪽 절의 주제다.

이 예제는 실험 해석의 훈련이기도 하다. "되긴 된다"와 "잘 된다"는 다른 주장이고, 하나의 실험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해 줄 수 있다. 성공한 소수만 보고 결론을 내면 실패한 다수가 담고 있는 정보를 버리게 된다.

답이 "끄는 일"이라면 끄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진핵생물의 DNA 는 8장에서 본 대로 히스톤에 감겨 있고, 그래서 조절의 첫 질문이 세균과 다르다. "그 서열에 단백질이 닿을 수 있는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두 번째 그림의 히스톤 꼬리가 표지가 붙는 자리라는 것을 볼 것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두 번째 그림의 히스톤 꼬리가 표지가 붙는 자리라는 것을 볼 것>[원본 보기]

기본 단위는 뉴클레오솜(nucleosome)이다. 히스톤 단백질 여덟 개가 모인 덩어리에 DNA 가 약 147 염기쌍 감긴 구조이고, 사이의 연결 부분까지 합치면 반복 단위가 대략 200 염기쌍이다.

접근성을 바꾸는 수단은 셋이다.

  1. 히스톤 꼬리의 화학 수정. 히스톤 꼬리의 라이신은 양전하를 띠어 음전하인 DNA 를 붙든다. 거기에 아세틸기를 붙이면 양전하가 사라져 결합이 느슨해지고, 대체로 열린 상태와 연관된다. 메틸화는 방향이 하나가 아니다. 어느 자리에 몇 개 붙었느냐에 따라 활성과도 억압과도 연관될 수 있다.
  2. ATP 를 쓰는 리모델러. 뉴클레오솜을 밀거나 통째로 떼어 서열을 드러낸다.
  3. 히스톤의 변이체 교체. 특정 자리의 히스톤을 다른 판본으로 갈아 끼워 그 구간의 성질을 바꾼다.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히스톤 수정과 발현 상태의 상관은 잘 확립되어 있지만,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는 표지마다 다르고 논쟁이 있다.

예제 115

8장에서 사람 이배체 세포의 DNA 총 길이를 약 2.1 m 라고 계산했다. (가) 지름 10μm 인 핵에 넣으려면 길이를 몇 분의 일로 줄여야 하는가? (나) 부피로 견주면 어떠한가? DNA 를 지름 2.0nm 인 원기둥으로 보라. (다) 두 결과의 차이가 뜻하는 바를 적어라.

풀이 보기

(가) 길이의 비만 보면 된다. 10μm=105m 이므로

2.1m105m=2.1×105

이십만 분의 일이다.

(나) 이번에는 부피를 구한다. 반지름은 1.0×109m 이므로

VDNA=πr2L=π(1.0×109)2(2.1)=6.6×1018m3

핵을 반지름 5.0×106m 인 구로 보면

V=43π(5.0×106)3=5.2×1016m3

VDNAV=6.6×10185.2×1016=0.013=1.3%

(다) 결과가 흥미롭다. 길이로는 이십만 분의 일로 줄여야 하는데 부피로는 1.3% 밖에 안 찬다. 즉 문제는 "공간이 부족하다"가 아니다. 2 m 짜리 실을 엉키지 않게 정리하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꺼내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크로마틴 구조의 목적을 "압축"이라고만 말하면 절반만 맞다. 정확히는 조직화와 접근 제어이고, 이 장 전체가 그 이야기다.

예제 116

같은 세포의 뉴클레오솜 수와 히스톤 총질량을 어림하라. 반복 단위는 200 염기쌍, 히스톤 8량체 하나의 질량은 약 108kDa, 염기쌍 하나의 평균 질량은 약 650Da 로 본다. 이배체 유전체는 6.2×109 염기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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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클레오솜 수는 N=6.2×109÷200=3.1×107 개다.

질량으로 바꾼다. 3장에서 본 달톤을 g 단위로 적으면 1Da=1.66×1024g 이므로 8량체 하나는

m1=1.08×105×1.66×1024g=1.79×1019g

m히스톤=3.1×107×1.79×1019g=5.6×1012g

DNA 쪽도 구해 견준다.

mDNA=6.2×109×650×1.66×1024g=6.7×1012g

비는 5.6/6.7=0.84 로, 히스톤 질량이 DNA 질량과 거의 같은 규모다.

이 결과가 설명하는 것이 있다. S기에 DNA 를 두 배로 만들면 히스톤도 그만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히스톤 유전자는 사본수가 많고 S기에 집중적으로 발현되며, 그 mRNA 는 다른 mRNA 와 다른 방식으로 조절된다. 수요의 크기가 조절 방식을 정한 예다.

전사인자와 인핸서

크로마틴이 열려 있다면 다음은 누가 와서 앉는가이다. 특정 DNA 서열을 알아보고 붙어 전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을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라 한다. 대개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서열을 알아보는 결합 부위와 다른 단백질을 불러오는 활성화 또는 억압 부위다.

위 그림에서 인핸서와 프로모터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아래 그림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볼 것. 경계 표시의 역할도 함께 확인할 것
<위 그림에서 인핸서와 프로모터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아래 그림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볼 것. 경계 표시의 역할도 함께 확인할 것>[원본 보기]

인핸서(enhancer)는 프로모터에서 수만 염기쌍 떨어져 있어도 되고 방향이 뒤집혀 있어도 되는 조절 서열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DNA 가 고리를 만들어 접히면 서열 위에서 먼 것도 공간에서는 붙는다. 그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이 매개자라 불리는 큰 단백질 복합체다.

그러면 새 문제가 생긴다. 인핸서가 아무 프로모터에나 닿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유전체는 경계로 구획을 나누어 두고, 인핸서는 대체로 같은 구획 안의 프로모터에만 작용한다. 경계가 망가지면 엉뚱한 유전자가 남의 인핸서를 가져다 쓰는 일이 생긴다.

예제 117

어떤 프로모터가 서로 다른 전사인자 4종의 조합에 반응한다고 하자. (가) 가능한 입력 상태는 몇 가지인가? (나) 그 입력들에 대해 켜짐과 꺼짐을 배정하는 서로 다른 규칙은 몇 가지인가? (다) 사람의 전사인자 수를 생각할 때 이 계산이 뜻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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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각 인자가 있음과 없음 두 상태이고 서로 독립이므로 24=16 가지다.

(나) 규칙이란 16가지 입력 각각에 켜짐이나 꺼짐을 하나씩 배정하는 것이다. 배정할 자리가 16개이고 각각 두 가지이므로

216=65536 가지

인자가 넷뿐인데도 규칙은 육만 가지가 넘는다. "A 와 B 가 함께 있고 C 는 없을 때만" 같은 복잡한 규칙이 전부 이 안에 들어 있다.

(다) 사람의 전사인자는 대략 천오백 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정의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한 세포에서 동시에 발현되는 것만 세어도 수백 개 규모다. 그렇다면 조합의 수는 셀 필요도 없이 천문학적이므로, 세포 종류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인자의 개수는 병목이 아니다.

실제 병목은 다른 곳에 있다. 크로마틴이 열려 있는가, 인핸서가 어느 프로모터에 닿을 수 있는가, 인자들이 서로 도우며 붙을 수 있는가가 실제로 가능한 규칙을 좁힌다. 그래서 이 분야의 중심 질문이 "어떤 인자가 있는가"에서 "어떤 인핸서가 어떤 프로모터와 짝지어지는가"로 옮겨 왔다.

계산의 한계도 분명히 해 두자. 실제 프로모터의 출력은 켜짐과 꺼짐 두 값이 아니라 연속적인 발현량이고, 입력도 있음과 없음이 아니라 농도다. 위 계산은 규모를 가늠하는 상한이다.

흔한 오해

"히스톤 아세틸화는 유전자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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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은 대체로 맞지만 그대로 쓰면 네 군데가 어긋난다.

기작 자체는 분명하다. 라이신의 양전하가 아세틸화로 사라지면 음전하인 DNA 와의 결합이 약해지고, 아세틸화된 자리를 읽는 단백질이 불려 온다. 그래서 열린 크로마틴과 상관이 높다. 그러나

  1. 필요조건이 아니다. 아세틸화 없이도 발현되는 유전자가 있다.
  2. 충분조건도 아니다. 아세틸화만으로는 전사가 시작되지 않는다. 서열을 알아보는 전사인자와 중합효소의 조립이 있어야 한다.
  3. 원인인지 결과인지가 표지마다 다르다. 전사 자체가 아세틸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있어, 상관에서 인과를 읽으면 방향을 거꾸로 잡을 수 있다.
  4. 탈아세틸화 효소를 막으면 모든 유전자가 켜지지도 않는다. 실제로는 일부가 켜지고 일부가 꺼진다.

메틸화는 더 복잡하다. 같은 히스톤의 라이신이라도 몇 번째 자리에 몇 개가 붙었느냐에 따라 활성과도 억압과도 연관된다. 그러므로 "메틸화는 끈다"는 요약은 그냥 틀렸다.

안전한 서술은 이렇다. 특정 표지는 특정 상태와 통계적으로 연관되며, 그 표지를 읽는 단백질을 통해 작용한다. 개별 유전자에서의 인과는 실험으로 확인해야 한다.

전사가 끝난 뒤에도 조절은 계속된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만들 것인가"만 봤다. 그런데 만들어진 mRNA 가 다 번역되는 것도 아니고, 만들어진 단백질이 끝까지 남는 것도 아니다. 맨 앞의 그림에 있던 뒤쪽 단계들을 짧게 정리해 둔다.

단계무엇으로 조절하는가왜 이 단계를 쓰는가
RNA 가공어떤 엑손을 넣을지 고른다 (대체 스플라이싱)같은 유전자에서 다른 산물을 만들 수 있다
RNA 수출과 안정성mRNA 가 핵 밖으로 나가는가, 얼마나 빨리 분해되는가전사를 멈춰도 남아 있는 mRNA 는 계속 번역된다. 그것을 없애야 빨리 끌 수 있다
번역 개시리보솜이 붙는 것을 막는 인자전사보다 훨씬 빠르게 되돌릴 수 있다
번역 후인산기를 붙였다 뗐다 하거나, 위치를 옮기거나, 분해한다초 단위 반응이 필요할 때 유일한 수단

여기서 시간 규모를 챙겨 두면 좋다. 10장에서 어떤 유전자의 전사에 11분이 걸린다고 계산했다. 전사로는 초 단위 반응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세포는 급한 일을 이미 만들어 둔 단백질을 켜고 끄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전사 조절은 분에서 시간 규모의 변화에 쓴다. 조절 지점이 여럿인 이유의 절반은 속도 때문이다.

후성유전 — 서열을 바꾸지 않고 물려주기

후성유전(epigenetics)은 DNA 서열의 변화 없이 전달되는 발현 상태의 변화를 말한다.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세포분열을 건너 유지된다"는 조건이다. 자극을 받아 잠깐 발현이 오르내리는 것은 후성유전이라 하지 않는다.

그러면 곧바로 질문이 생긴다. 복제하면 새로 만들어진 가닥에는 아무 표지가 없는데 어떻게 유지되는가. DNA 메틸화의 경우 답이 서열의 성질에 들어 있다.

가운데 그림에서 한쪽 가닥에만 표지가 남아 있다는 것과, 그것만으로 원래 자리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볼 것. CpG 가 반대 가닥에서도 CpG 라는 사실이 열쇠다
<가운데 그림에서 한쪽 가닥에만 표지가 남아 있다는 것과, 그것만으로 원래 자리를 알 수 있다는 것을 볼 것. CpG 가 반대 가닥에서도 CpG 라는 사실이 열쇠다>[원본 보기]

척추동물에서 DNA 메틸화는 주로 CpG, 즉 C 다음에 G 가 오는 자리의 사이토신에 일어난다. 이 두 글자짜리 서열은 반대 가닥에서 읽어도 CpG 다. 그러므로 복제 직후 한쪽 가닥에만 표지가 남아 있어도 어디에 표지가 있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유지 효소가 그것을 알아보고 새 가닥을 채운다. 대칭인 서열이라는 성질 하나가 정보의 복사를 가능하게 한다.

프로모터 부근에 CpG 가 유난히 몰려 있는 구간을 CpG 섬이라 하고, 여기가 메틸화되면 대체로 전사가 억제된다. 메틸화가 전사인자의 결합을 직접 방해하기도 하고, 메틸화된 자리를 알아보는 단백질이 억압 복합체를 불러오기도 한다.

예제 119

어떤 유전체 구역에서 [C]=0.21, [G]=0.21 이고 CpG 두 글자 조합의 관찰 빈도가 0.0088 이었다. (가) 관찰값을 기대값으로 나눈 비를 구하고 (나) 그 값이 1보다 훨씬 작은 이유를 설명하라. (다) CpG 섬은 어떻게 정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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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두 자리가 서로 무관하다면 기대 빈도는 곱이다.

f기대=0.21×0.21=0.0441,관찰기대=0.00880.0441=0.20

기대의 5분의 1밖에 없다.

(나) 이유는 메틸화와 화학 변화가 겹친 결과다. CpG 의 사이토신은 메틸화되기 쉬운데, 메틸화된 사이토신이 저절로 변하면 티민이 된다. 여기가 요점이다. 보통의 사이토신이 같은 변화를 겪으면 DNA 에 원래 없는 염기가 생기므로 수선 장치가 곧바로 알아채고 고친다. 그런데 티민은 정상 염기이므로 잘못을 알아채기 어렵다.

그 결과 CpG 는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사라져 왔다. 즉 메틸화되는 자리일수록 더 많이 고갈된다.

이 설명은 검증할 수 있는 예측을 낳는다. 메틸화되지 않는 구역에서는 고갈이 덜해야 한다. 실제로 그런 구역이 있고 그것이 CpG 섬이다.

(다) 관례적으로 길이가 어느 정도 이상이고, GC 함량이 높고, 관찰/기대 비가 0.6 이상인 구역을 CpG 섬이라 한다. 기준값은 도구와 논문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절대적인 수가 아니다. 이 구역은 사람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몰려 있고 정상 조직에서는 대체로 메틸화되어 있지 않다.

예제 120

삼색(거북등무늬) 고양이가 거의 모두 암컷인 이유를 설명하고, 무늬가 개체마다 다른 이유를 X 불활성화의 시점과 연결해 설명하라. 드물게 나타나는 수컷 삼색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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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유전자의 위치를 확인한다. 오렌지색을 정하는 대립유전자는 X 염색체에 있다. 그러므로 두 색을 함께 가지려면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를 하나씩, 즉 이형접합이어야 한다.

2단계. 수컷은 X 가 하나뿐이므로 대립유전자도 하나뿐이다. 오렌지 아니면 비오렌지, 한 가지 색만 나온다. 삼색이 될 수 없다.

한 세포가 어느 X 를 끌지 무작위로 정하고, 그 선택이 자손 세포에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볼 것. 무늬가 조각으로 나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한 세포가 어느 X 를 끌지 무작위로 정하고, 그 선택이 자손 세포에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볼 것. 무늬가 조각으로 나뉘는 이유가 그것이다>[원본 보기]

3단계. 무늬가 개체마다 다른 이유를 시점에서 찾는다. 암컷 배아의 각 세포는 발생 초기에 두 X 중 하나를 무작위로 꺼 버린다. 선택은 세포마다 독립이고, 한 번 정해지면 그 세포의 모든 자손에 유지된다. 그래서 피부는 두 종류의 세포 무리가 섞인 모자이크가 되고, 각 무리가 자라 만든 것이 얼룩이다.

선택이 무작위이고 그 뒤의 세포 이동과 증식도 우연에 좌우되므로 유전자형이 같아도 무늬는 개체마다 다르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 고양이의 무늬가 원본과 다르다는 사실이 이 예측의 확인이다.

4단계. 수컷 삼색은 X 가 둘 이상 있거나 세포 계열이 둘 이상인 경우로 설명된다. 성염색체 수가 정상과 다른 핵형이 가장 흔한 설명이고, 발생 초기의 몸세포 돌연변이나 두 접합체가 합쳐진 경우도 알려져 있다.

이 예제의 논리 구조를 기억할 만하다. 표현형에 무작위성이 보이면 그 배후에 세포 단위의 확률적 선택과 그 선택의 유전이 있는지 의심한다.

후성유전이 실제로 하는 일을 몇 가지 더 정리해 둔다.

현상무슨 일인가관찰되는 결과
유전자 각인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 대립유전자의 메틸화가 다르다한쪽 대립유전자만 발현한다. 같은 구역의 결손이라도 어느 쪽에서 왔느냐에 따라 다른 증후군이 된다
X 염색체 불활성화긴 비암호화 RNA 가 자기 염색체를 덮고 억압 장치를 부른다암컷 포유류에서 X 하나가 응축한다. 삼색 고양이의 얼룩
세포 기억메틸화와 히스톤 표지가 복제 뒤 복원된다분화 상태가 분열을 건너 유지된다
위치 효과응축된 구역 옆으로 옮겨 간다같은 유전자가 놓인 자리에 따라 켜지거나 꺼진다

흔한 오해

"후성유전은 라마르크가 옳았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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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이다. 주장을 세 층으로 나누어 봐야 한다.

첫째 층은 확실하다. 환경이 후성유전적 표지를 바꾸고 그 표지가 체세포분열을 건너 유지되는 것은 잘 확립되어 있다. 세포의 분화 기억이 그 예다.

둘째 층은 생물에 따라 다르다. 식물과 일부 무척추동물에서는 후성유전 상태가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예가 확인되어 있다. 식물은 생식세포 계열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셋째 층은 포유류에서 논쟁적이다. 포유류는 생식세포를 만들 때와 초기 발생 때 메틸화를 대규모로 지웠다가 다시 세운다. 그러니 획득한 표지가 여러 세대를 건너기 어렵다. 보고된 사례들은 다른 설명(자궁 안 환경, 어미의 행동, 유전적 배경 차이)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논리가 다르다. 라마르크식 설명은 "필요에 의해 형질이 변하고 그 방향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인데, 후성유전 표지의 변화는 적응적인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 어느 표지가 남을지는 여전히 선택이 정한다.

요약하면 후성유전은 유전의 물질적 기반을 넓혔지만 진화의 논리를 바꾸지는 않았다. 13장에서 다룰 이야기가 그대로 유효하다.

비암호화 RNA — 단백질이 되지 않는 조절자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RNA 를 비암호화 RNA라 한다. rRNA 와 tRNA 처럼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 말고도, 발현 조절에 관여하는 것들이 있다.

두 경우의 차이가 짝짓기가 얼마나 완전한가 하나뿐이라는 것을 볼 것. 그 차이가 번역 억제와 절단이라는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두 경우의 차이가 짝짓기가 얼마나 완전한가 하나뿐이라는 것을 볼 것. 그 차이가 번역 억제와 절단이라는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원본 보기]
종류대략의 길이어떻게 작용하는가메모
miRNA약 22 염기단백질 복합체에 실려 mRNA 의 3′ 쪽에 부분적으로 결합. 번역을 막고 분해를 재촉한다하나가 수백 개의 표적을 가질 수 있다
siRNA21~23 염기완전히 상보적으로 결합해 표적을 자른다실험 도구로 널리 쓴다
piRNA24~31 염기생식세포에서 전이인자를 억제한다유전체를 지키는 장치
lncRNA200 염기 이상골격이 되거나, 단백질을 끌어오거나, 자리를 안내한다X 불활성화의 그것이 대표적. 기능이 검증된 것은 일부다

마지막 줄에 주의가 필요하다. 긴 비암호화 RNA 는 수만 종이 전사체로 보고되어 있지만 기능이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소수다. "전사되므로 기능이 있다"는 추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제 122

miRNA 표적 예측의 신뢰도를 계산으로 따져 보자. 어떤 miRNA 가 표적을 알아보는 부분이 7 염기이고, 표적 후보가 되는 구간의 총 길이가 3.0×107 염기라 하자. (가) 우연히 맞는 자리가 몇 개나 되는가? (나) 그러면 예측 목록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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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특정한 7 염기 서열이 어느 한 자리에서 우연히 나타날 확률은

p=(14)7=116384=6.1×105

자리가 3.0×107 개이므로 기대 개수는

E=3.0×107×6.1×105=1.8×103

아무 기능이 없어도 약 1800 자리가 "맞는다"고 나온다.

(나) 그러므로 짧은 일치만으로 만든 표적 목록은 거짓 양성이 압도적이다. 실제 예측 도구는 조건을 겹쳐 쓴다. 여러 종에서 그 자리가 유지되어 있는지 보고(우연한 일치는 보존되지 않는다), 주변 서열의 문맥을 점수화하고, miRNA 와 표적이 같은 세포에서 함께 발현되는지 확인한다. 그 뒤에도 실험으로 검증한다.

반대 방향의 주의도 필요하다. 위 계산은 무작위 서열을 가정했으므로 실제 서열의 조성 편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짧은 일치가 없는 표적도 보고되어 있다. 거짓 양성과 거짓 음성이 둘 다 문제다.

결론은 한 줄이다. "예측 목록에 있다"는 것은 가설이지 사실이 아니다. 논문을 읽을 때 예측만으로 결론을 냈는지 검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낱말 / 기호메모
오페론하나의 프로모터에서 함께 전사되는 유전자 묶음원핵생물의 방식
오퍼레이터억압자가 붙는 DNA 자리서열이므로 시스 작용
억압자 · 활성자붙으면 막는 단백질 / 붙으면 돕는 단백질단백질이므로 트랜스 작용
유도물질 · 보조억압자억압자를 떼는 신호 / 붙게 하는 신호lac 은 앞의 것, trp 은 뒤의 것
시스 · 트랜스 작용자기 사본만 지배 / 확산해 양쪽에 작용조절 서열인지 조절 인자인지를 가른다
감쇠리보솜의 위치가 전사 종결을 정하는 조절전사와 번역이 함께 일어나야 가능하다
뉴클레오솜히스톤 8량체에 DNA 약 147 염기쌍이 감긴 단위반복 단위는 대략 200 염기쌍
히스톤 아세틸화 · 메틸화꼬리에 붙는 화학 표지아세틸화는 대체로 열림, 메틸화는 자리에 따라 다르다
리모델러ATP 를 써서 뉴클레오솜을 옮기는 장치접근성을 바꾸는 두 번째 수단
전사인자특정 서열을 알아보고 붙는 조절 단백질결합 부위와 활성화 부위로 나뉜다
인핸서 · 매개자 · 경계멀리서 작용하는 조절 서열 / 이어 주는 복합체 / 작용 범위를 나누는 표시고리가 거리를 없앤다
후성유전서열 변화 없이 전달되는 발현 상태분열을 건너 유지되어야 한다
CpG · CpG 섬C 다음 G 가 오는 자리 / 그것이 몰린 구간대칭이라 표지가 복사된다. 섬은 프로모터에 몰려 있다
X 불활성화 · 모자이크두 X 중 하나를 무작위로 끄기 / 그 결과의 조각 무늬선택 시점이 발생 초기라 조각이 크다
유전자 각인부모 어느 쪽에서 왔느냐로 발현이 갈리는 현상메틸화 차이가 표지다
miRNA · siRNA · piRNA · lncRNA조절에 관여하는 비암호화 RNA 들짝짓기가 완전하면 절단, 부분적이면 번역 억제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CAP 이 붙으면 전사가 된다고 본다억압자가 떨어져야 한다. 두 조절이 직렬이다
오퍼레이터가 트랜스로 작용한다고 본다DNA 서열이므로 자기 사본만 지배한다
감쇠가 진핵생물에도 있다고 본다전사와 번역이 함께 일어나야 성립한다
아세틸화가 유전자를 켠다고 단정한다연관은 강하지만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다
메틸화는 끈다고 외운다히스톤 메틸화는 자리에 따라 방향이 다르다. DNA 메틸화와 섞지 마라
일시적 발현 변화를 후성유전이라 부른다분열을 건너 유지되어야 그 이름을 쓴다
예측된 miRNA 표적을 사실로 읽는다우연히 맞는 자리가 천 개 단위로 나온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세균은 여러 신호를 논리로 결합해 오페론 하나를 켜고 끈다. 진핵생물은 그 앞에 "열려 있는가"라는 단계가 하나 더 있고, 조절 서열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고리로 만난다. 그리고 표지가 복제를 건너 복원되기 때문에 한 번 정해진 상태가 세포의 정체성으로 굳는다.

여기까지가 세포가 스스로 하는 일이다. 다음 장에서는 방향을 바꾼다. 지금까지 배운 성질들, 즉 상보적 짝짓기, 중합효소의 방향성, 제한효소의 서열 인식, 이중가닥 절단의 수선을 사람이 도구로 가져다 쓰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명공학

앞의 네 장에서 배운 것은 전부 세포가 하는 일이었다. 이 장은 방향이 반대다. 그 성질들을 사람이 도구로 가져다 쓰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본다.

기술 이름을 외우는 대신 어떤 성질을 이용한 것인가로 정리하면 잊지 않는다. 상보적 짝짓기는 프라이머와 탐침이 되고, 중합효소가 한 방향으로만 늘린다는 제약은 시퀀싱의 원리가 되며, 이중가닥이 끊어졌을 때 세포가 그것을 잇는다는 사실은 유전자 편집의 마무리가 된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10장의 복제·전사·번역과 수선 경로, 11장의 발현 조절, 4장의 GC 함량과 결합 세기, 9장의 확률과 카이제곱, 그리고 4장의 로그다.

이 장의 예제는 대부분 산술이다. 실험 설계에서 실제로 틀리는 지점이 개념이 아니라 자릿수이기 때문이다.

PCR — 원하는 구간만 골라 불린다

유전체 전체에서 특정 구간만 수십억 배로 늘리는 방법이 PCR(중합효소 연쇄반응)이다. 필요한 것은 넷이다. 주형 DNA, 그 구간의 양 끝에 맞는 짧은 DNA 조각 두 개(프라이머), 뉴클레오타이드 재료, 그리고 열에 견디는 DNA 중합효소다.

세 온도가 각각 무엇을 하는지와, 아래에서 사본 수가 두 배씩 늘어나는 이유를 확인할 것. 두 번째 온도가 이 반응의 특이성을 정한다
<세 온도가 각각 무엇을 하는지와, 아래에서 사본 수가 두 배씩 늘어나는 이유를 확인할 것. 두 번째 온도가 이 반응의 특이성을 정한다>[원본 보기]
단계온도 대략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변성94~98 °C이중나선이 풀려 단일가닥이 된다
결합50~65 °C프라이머가 상보 서열에 붙는다. 이 온도가 특이성을 정한다
신장68~72 °C중합효소가 프라이머의 3′ 끝을 늘린다

열에 견디는 중합효소가 필요한 이유는 매 순환마다 95 °C 로 올리기 때문이다. 4장에서 "단백질이 열에 약하다는 것은 성질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고 그 정도는 아미노산 차례가 정한다"고 했는데, 뜨거운 곳에 사는 세균의 중합효소를 가져다 쓰는 것이 그 문장의 응용이다.

산물이 지수적으로 느는 것은 앞 순환의 산물이 다음 순환의 주형이 되기 때문이다. 두 배가 되는 비율을 효율 E 라 하면

Nn=N0(1+E)n

이고 이상적인 경우 E=1 이므로 Nn=N02n 이다. 실제로는 재료가 소모되고 산물끼리 붙기 시작해 후반부에 정체기에 들어간다. 정체기에 이르면 처음에 주형이 얼마나 있었는지가 결과에서 사라진다.

예제 123

처음에 주형 10분자로 시작해 효율 100%로 30순환을 돌렸다. (가) 최종 사본 수는? (나) 산물이 500 염기쌍일 때 그 질량은? 염기쌍 하나의 평균 몰질량은 650g/mol 로 한다. (다) 실제 수율이 이 값과 다른 이유를 적어라.

풀이 보기

(가) N30=10×230 이고 230=1.07×109 이므로 N30=1.07×1010 분자다.

(나) 분자 수를 몰수로 바꾼다. 4장에서 본 아보가드로 수를 쓴다.

n=1.07×10106.022×1023mol1=1.78×1014mol

산물의 몰질량은 M=500×650=3.25×105g/mol 이므로

m=1.78×1014×3.25×105=5.8×109g=5.8ng

(다) 세 가지다. 첫째, 효율이 1보다 작다. 프라이머 결합이 매번 성공하지는 않으므로 실측 효율은 보통 0.8에서 1.0 사이다. 효율 0.9 라면 1.930=1.2×108 로 사본 수가 한 자릿수 가까이 준다. 둘째, 후반부에는 재료가 떨어져 지수 성장이 멈춘다. 셋째, 반대 방향으로도 다르다. 실제 반응에서는 주형이 10분자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흔하다.

자릿수 감각을 챙겨 두자. 흔히 쓰는 부피의 반응에서 최종 산물은 수백 ng 규모다. 위에서 얻은 5.8 ng 은 그보다 작으므로, 주형 10분자에서 30순환은 아직 정체기 전이라고 볼 수 있다. 순환을 40회로 늘리면 정체기에 들어가 처음 양의 정보를 잃는다.

예제 124

프라이머 5-GTACCGATTGCAAGCT-3 가 주형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온도를 어림하라. 짧은 프라이머에 쓰는 경험식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이 어림의 한계를 적어라.

Tm/C=2(nA+nT)+4(nG+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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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염기를 센다. 서열은 G, T, A, C, C, G, A, T, T, G, C, A, A, G, C, T 이므로 A 가 4개, T 가 4개, G 가 4개, C 가 4개다.

Tm=2(4+4)+4(4+4)=16+32=48C

식이 이런 모양인 이유를 보는 것이 이 문제의 요점이다. G-C 에 4를 곱하고 A-T 에 2를 곱한다. 4장에서 G-C 는 수소 결합 3개, A-T 는 2개라고 했고, G 와 C 가 많은 구간일수록 떼기 어렵다고 했다. 그 사실이 계수로 들어와 있다.

한계는 셋이다. 첫째, 이 식은 대략 14~20 뉴클레오타이드짜리 짧은 프라이머에서만 쓸 수 있는 경험식이다. 둘째, 이웃한 염기끼리 서로 겹쳐 쌓이는 효과를 무시하므로 조성이 같아도 차례가 다르면 실제 값이 몇 도 차이 난다. 셋째, 용액의 조성이 들어 있지 않다.

실무 감각으로는 결합 온도를 Tm 보다 3~5 °C 낮게 잡는다. 너무 낮게 잡으면 엉뚱한 자리에도 붙어 원하지 않는 산물이 생기고, 너무 높게 잡으면 아예 안 붙는다. 이 온도 하나가 특이성과 수율을 맞바꾸는 손잡이다.

정량 — 언제 문턱을 넘는지를 본다

정체기 때문에 최종 산물량으로는 처음 주형량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산물량을 지켜보고, 지수 구간에서 판단한다. 이것이 실시간 정량 PCR이다.

세 곡선의 최종 높이가 거의 같다는 것과, 처음 주형량의 차이가 문턱을 넘는 순환 수로만 나타난다는 것을 볼 것
<세 곡선의 최종 높이가 거의 같다는 것과, 처음 주형량의 차이가 문턱을 넘는 순환 수로만 나타난다는 것을 볼 것>[원본 보기]

형광이 미리 정한 문턱을 넘는 순환 수를 Ct 라 한다. 처음 주형이 두 배면 한 순환 먼저 문턱을 넘으므로 Ct 가 정확히 1 작아진다. 즉 Ct 는 처음 양의 로그에 비례한다. 4장에서 도입한 로그가 여기서 다시 쓰인다.

두 조건에서 어떤 유전자의 발현이 몇 배 달라졌는지를 볼 때는 두 번 빼고 한 번 거듭제곱한다.

ΔCt=Ct(표적)Ct(내부 기준),ΔΔCt=ΔCt(처리)ΔCt(대조)

배수 변화=2ΔΔCt

내부 기준 유전자를 함께 재는 이유는 시료마다 넣은 양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처리에 반응하지 않으리라 기대되는 유전자를 골라 그 값을 빼면 투입량 차이가 상쇄된다.

예제 125

qPCR 결과가 아래와 같다. (가) 처리에 의한 표적 유전자의 발현 배수 변화를 구하라. (나) 희석 계열로 그린 표준곡선에서 Ctlog10(처음 사본 수) 의 기울기가 3.58 이었다면 증폭 효율은 얼마인가? (다) 효율을 반영하면 (가)의 답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시료표적 유전자 Ct내부 기준 Ct
대조군25.118.0
처리군22.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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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먼저 각 시료에서 내부 기준을 빼 투입량 차이를 보정한다.

ΔCt(대조)=25.118.0=7.1,ΔCt(처리)=22.418.2=4.2

ΔΔCt=4.27.1=2.9배수=22.9=7.5

약 7.5배 증가다. 부호를 조심해야 한다. Ct 가 작아진 것은 주형이 많았다는 뜻이므로 ΔΔCt 가 음수면 증가다. 여기를 뒤집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나) 기울기에서 효율을 구하는 식은 아래와 같다.

E=101/기울기1=101/3.581=100.2791=1.9041=0.904

약 90% 다. 참고로 효율 100% 는 기울기 3.32 에 해당한다. 101/3.32=2.00 이기 때문이다. 10배 희석마다 Ct 가 3.32 씩 밀리는 것이 완벽한 두 배 증폭이라는 뜻이다.

(다) 밑을 2 대신 1+E=1.904 로 쓴다.

배수=1.9042.9=6.5

7.5 대신 6.5 이므로 약 13% 차이다. 이 크기를 어떻게 볼지가 판단의 요점이다. "몇 배 늘었다"를 말할 때는 13% 오차가 결론을 뒤집지 않는다. 그러나 "1.2배 늘었다"처럼 작은 변화를 주장한다면 효율 보정 없이는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전제도 확인해야 한다. 내부 기준 유전자의 Ct 가 18.0 에서 18.2 로 0.2 움직였는데, 이는 투입량 편차 범위 안이다. 만약 1 이상 움직였다면 그 유전자가 처리에 반응한다는 뜻이므로 기준으로 쓸 수 없다.

흔한 오해

"PCR 산물이 많이 나왔으니 원래 표적이 많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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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립하지 않는다. 이유가 세 층이다.

첫째, 정체기 때문이다. 순환을 충분히 돌리면 처음 양이 백 배 달라도 최종 산물량은 거의 같아진다. 재료 고갈이 상한을 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응이 끝난 뒤 젤에서 띠의 진하기로 정량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잘못이다.

둘째, 효율 차이 때문이다. 두 시료의 증폭 효율이 다르면 같은 처음 양에서도 산물량이 크게 달라진다. 시료에 섞인 억제 물질, 주형의 이차 구조, GC 함량이 원인이 된다.

셋째, 비특이 산물 때문이다. 프라이머끼리 붙어 만든 것이나 엉뚱한 자리의 증폭도 띠를 만든다. 크기가 예상과 같은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산물이 없으니 표적이 없다"도 틀릴 수 있다. 억제 물질이 있거나 프라이머가 붙어야 할 자리에 변이가 있으면 표적이 있어도 증폭되지 않는다. 그래서 표적과 무관하게 반드시 증폭되어야 하는 내부 대조를 함께 넣는다. 3장에서 배운 대조군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옳은 정량 방법은 지수 구간을 보는 것, 즉 Ct 를 쓰거나 반응을 아주 잘게 나누어 분자를 하나씩 세는 방식을 쓰는 것이다.

핵산을 재고 나누기

실험을 하려면 지금 손에 든 DNA 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 하고, 섞여 있는 조각들을 크기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양을 재는 법. 핵산은 자외선 중 파장 260 nm 를 잘 흡수한다. 광로 10 mm 에서 흡광도가 1이면 이중가닥 DNA 는 약 50μg/mL, RNA 는 약 40μg/mL 에 해당한다. 단백질은 280 nm 를 잘 흡수하므로 두 파장의 흡광도 비가 순도를 알려 준다. 순수한 DNA 는 그 비가 약 1.8 이고, 낮으면 단백질이나 시약이 섞였다고 본다.

크기로 나누는 법. DNA 는 인산 때문에 음전하를 띠므로 전기장을 걸면 한쪽으로 움직인다. 젤 안에서는 작은 조각일수록 빨리 빠져나가므로 크기순으로 갈린다. 이것이 전기영동이다.

왼쪽 젤에서 각 레인의 띠가 몇 개이고 크기가 얼마인지 읽고, 오른쪽 지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따라가 볼 것. 세 레인의 합이 모두 같아야 한다는 점이 검산의 출발점이다
<왼쪽 젤에서 각 레인의 띠가 몇 개이고 크기가 얼마인지 읽고, 오른쪽 지도가 어떻게 나오는지 따라가 볼 것. 세 레인의 합이 모두 같아야 한다는 점이 검산의 출발점이다>[원본 보기]
실제 젤은 위 도식과 두 가지가 다르다. 띠의 밝기가 제각각이고(그 자리에 든 DNA 양에 따라 다르다), 경계가 또렷하지 않고 번진다. 왼쪽 레인처럼 여러 띠가 사다리처럼 늘어선 것이 크기를 재는 자 노릇을 한다
<실제 젤은 위 도식과 두 가지가 다르다. 띠의 밝기가 제각각이고(그 자리에 든 DNA 양에 따라 다르다), 경계가 또렷하지 않고 번진다. 왼쪽 레인처럼 여러 띠가 사다리처럼 늘어선 것이 크기를 재는 자 노릇을 한다>[원본 보기]

도식이 말하지 못하는 것이 여기 있다. 아주 작은 조각이나 양이 적은 조각은 아예 안 보일 수 있다. 위에서 "빠진 조각이 없는지 먼저 확인하라"고 한 이유가 이것이다. 반대로 조각이 너무 많으면 개별 띠로 갈라지지 않고 길게 번진 얼룩이 된다. 도식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예제 127

4.5kb 플라스미드 용액을 20배 희석해 재었더니 A260=0.42, A280=0.23 이었다. (가) 원액의 농도, (나) 순도, (다) 원액 1μL 에 든 플라스미드 분자 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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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중가닥 DNA 는 A260=150μg/mL 이다. 희석 배수를 곱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c=0.42×50μg/mL×20=4.2×102μg/mL=0.42mg/mL

(나) A260/A280=0.42/0.23=1.83 이다. 기준값 1.8 에 가까우므로 합격이다.

(다) 몰질량부터 구한다. M=4500×650=2.93×106g/mol 이고, 1μL 에 든 질량은 0.42mg/mL×103mL=4.2×107g 이다.

N=4.2×1072.93×106×6.022×1023=8.6×1010 분자

자릿수 감각을 하나 얻어 두면 좋다. 플라스미드 1ng 은 대략 2×108 분자다. 세포에 넣을 때 보통 몇 ng 에서 몇십 ng 을 쓰는데, 분자 수로는 억 단위인데도 실제로 형질전환되는 세포는 수백에서 수천 개다. 즉 형질전환 효율은 십만 분의 일 규모다. 이 낮은 효율이 다음 절 설계 전체를 지배한다.

예제 128

위 그림의 젤에서 (가) 각 레인의 조각 크기를 읽고 전체 길이가 일관되는지 확인하라. (나) 절단 지도를 그려라. (다) 이 실험만으로 정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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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표지와 견주어 읽으면 효소 A 는 5.03.0kb, 효소 B 는 6.02.0kb, 두 효소를 함께 넣으면 5.0, 2.0, 1.0kb 이다.

합을 먼저 확인한다. 5+3=8, 6+2=8, 5+2+1=8 로 모두 8.0kb 다. 자료가 일관된다. 이 확인을 먼저 하는 이유는 아주 작은 조각이 젤에서 안 보여 빠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왼쪽 끝을 0 으로 놓는다. A 자리는 3.0 이나 5.0 인데 두 경우는 좌우를 뒤집은 것이므로 하나만 보면 된다. A 를 3.0 에 둔다. B 는 2.0 이거나 6.0 이다.

  • B 가 2.0 이면 자리 순서가 0 - 2.0(B) - 3.0(A) - 8.0 이고 이중 소화 조각은 2.0, 1.0, 5.0 이다. 관찰과 일치한다.
  • B 가 6.0 이면 순서가 0 - 3.0(A) - 6.0(B) - 8.0 이고 조각은 3.0, 3.0, 2.0 이다. 관찰과 다르다.

따라서 지도는 왼쪽 끝에서 2.0kb 에 B, 3.0kb 에 A 가 있다. 검산하면 A 단독은 3.0 과 5.0, B 단독은 2.0 과 6.0 을 주므로 맞는다.

(다) 방향이다. 좌우를 뒤집은 지도도 똑같은 밴드를 낸다. 방향을 정하려면 한쪽 끝을 표지하거나 이미 위치를 아는 다른 서열을 함께 봐야 한다. 자료가 답을 하나로 좁히지 못할 때는 그렇다고 적는 것이 옳다.

제한효소와 클로닝

제한효소는 짧은 특정 서열을 알아보고 자르는 효소다. 인식 서열은 대개 회문이어서 두 가닥에서 같은 방향으로 읽으면 같은 서열이 된다. 그 덕분에 두 가닥을 같은 방식으로 자를 수 있다.

자른 자리가 어긋나면 짧은 단일가닥 꼬리가 남는데 이것을 점착 말단이라 한다. 같은 효소로 자른 조각끼리는 이 꼬리가 서로 상보적이므로 저절로 짝을 찾는다. 어긋나지 않게 자르면 평활 말단이 되고, 이 경우 아무 조각이나 이어질 수 있어 방향을 정할 수 없다.

원하는 DNA 조각을 세포 안에 넣어 늘리는 일을 클로닝이라 하고, 실어 나르는 DNA 를 벡터라 한다.

단계마다 무엇을 걸러 내는지를 볼 것. ⑤번은 벡터가 들어간 세포만 남기고 ⑥번은 그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른다. 두 단계가 하는 일이 다르다
<단계마다 무엇을 걸러 내는지를 볼 것. ⑤번은 벡터가 들어간 세포만 남기고 ⑥번은 그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른다. 두 단계가 하는 일이 다르다>[원본 보기]

여기서 낱말 두 개를 구별해 둔다. 선별(selection)은 원하는 세포만 살아남게 하는 것이고(항생제를 넣는 방식), 선발(screening)은 살아남은 것들 가운데서 원하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색이나 PCR 로 확인하는 방식). 둘을 겹쳐 쓰는 것이 실무의 표준이다.

벡터에는 최소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세포 안에서 스스로 늘어나기 위한 복제원점, 벡터가 들어간 세포를 가려낼 선별 표지, 그리고 조각을 끼워 넣을 삽입 자리다.

예제 129

인식 서열이 6 염기인 효소와 8 염기인 효소로 (가) 대장균 유전체(4.6×106 염기쌍)와 (나) 사람 반수체 유전체(3.1×109 염기쌍)를 자를 때 조각이 몇 개씩 나오는지 어림하라. (다) 결과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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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서열에서 특정 n 염기 서열이 어느 한 자리에 나타날 확률은 4n 이다. 그러므로 길이 G 인 유전체에서 기대 절단 자리 수는 G/4n 이고, 평균 조각 크기는 4n 으로 유전체 크기와 무관하다.

46=4096,48=65536

유전체6 염기 효소8 염기 효소
대장균 4.6 × 10⁶약 1.1 × 10³ 자리약 70 자리
사람 3.1 × 10⁹약 7.6 × 10⁵ 자리약 4.7 × 10⁴ 자리

평균 조각 크기는 각각 약 4.1kb 와 약 66kb 다.

(다) 실용적인 결론이 나온다. 사람 유전체를 6 염기 효소로 자르면 조각이 칠십만 개가 넘어 젤에서 개별 띠로 보이지 않고 연속적인 얼룩이 된다. 그러니 그 규모에서 제한효소로 지도를 만드는 일은 의미가 없고, 아예 서열을 읽는 편이 낫다. 반면 몇 kb 짜리 플라스미드에서는 6 염기 효소가 알맞다.

이 계산의 한계도 적어 둔다. 실제 유전체는 무작위 서열이 아니다. GC 함량이 치우쳐 있고, 11장에서 본 대로 척추동물에서는 CpG 가 기대의 5분의 1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식 서열에 CpG 가 들어 있는 효소는 사람 유전체를 기대보다 훨씬 드물게 자른다. 기대값으로는 자릿수만 잡고 실제 수는 서열에서 직접 세는 것이 지금은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예제 130

3.0kb 벡터 50ng0.75kb 삽입 DNA 를 몰 비 3:1(삽입:벡터)로 넣으려면 삽입 DNA 를 몇 ng 넣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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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비를 질량 비로 바꾸는 관계를 먼저 세운다. 같은 몰수라면 질량은 길이에 비례하므로

m삽입m벡터=n삽입n벡터×L삽입L벡터=3×0.753.0=0.75

m삽입=0.75×50ng=38ng

감각을 확인한다. 몰수로는 삽입이 3배 많은데 질량은 벡터보다 오히려 적다. 삽입 조각이 4분의 1 길이이기 때문이다. 이 역전이 실무에서 자주 실수하는 지점이다. "삽입을 많이 넣어야 한다"를 질량으로 해석해 벡터보다 무겁게 넣으면 몰 비가 12:1 이 되어 삽입 조각끼리 여러 개 이어진 산물이 늘어난다.

몰수로 직접 검산해 본다. 벡터는 50×109÷(3000×650)=2.6×1014mol, 삽입은 38×109÷(750×650)=7.8×1014mol 이고 비는 3.0 이다. 맞는다.

시퀀싱 — 서열을 직접 읽는다

지금까지의 방법은 모두 간접적이다. 크기를 재고, 양을 재고, 잘라 본다. 서열 자체를 읽는 방법이 시퀀싱이다.

왼쪽에서 조각들이 왜 길이가 하나씩 다른지를, 오른쪽에서 그것을 크기순으로 늘어놓으면 왜 서열이 되는지를 볼 것
<왼쪽에서 조각들이 왜 길이가 하나씩 다른지를, 오른쪽에서 그것을 크기순으로 늘어놓으면 왜 서열이 되는지를 볼 것>[원본 보기]

생어(Sanger) 시퀀싱은 10장에서 본 제약을 거꾸로 이용한다. 중합효소는 기존 사슬의 3′ 끝에만 붙일 수 있으므로, 3′ 끝이 막힌 뉴클레오타이드를 조금 섞어 두면 그것이 붙는 순간 사슬이 거기서 멈춘다. 어디서 멈출지는 무작위이므로 길이가 하나씩 다른 조각들이 잔뜩 생기고, 그것을 크기순으로 늘어놓아 마지막 글자를 차례로 읽으면 서열이 나온다.

읽기 길이는 대략 500에서 1000 뉴클레오타이드다. 처리량은 없다시피 하지만 한 자리의 정확도가 높아 지금도 개별 부위 확인과 클론 검증의 표준이다.

차세대 시퀀싱은 같은 일을 수억 번 병렬로 한다. 두 계열이 있다.

계열읽기 길이강점약점
짧은 읽기100~300 염기염기당 정확도가 높고 단가가 낮다반복서열 구간을 이어 붙이기 어렵다
긴 읽기수 kb 에서 수백 kb반복서열, 구조 변이, 이형체를 가려낸다염기당 오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생어500~1000 염기한 자리의 신뢰도가 가장 높다처리량이 없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는 깊이(coverage)다. 같은 자리를 평균 몇 번 읽었는가를 뜻한다.

읽기가 겹쳐 쌓이면서 자리마다 읽힌 횟수가 달라진다는 것과, 평균이 충분해도 비는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볼 것
<읽기가 겹쳐 쌓이면서 자리마다 읽힌 횟수가 달라진다는 것과, 평균이 충분해도 비는 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볼 것>[원본 보기]

읽기 수 N, 읽기 길이 L, 유전체 크기 G 에 대해

C=NLG

이고, 읽기가 무작위로 흩어진다면 어떤 자리가 한 번도 읽히지 않을 확률은 대략 eC 다. 이 어림은 "읽기가 고르게 흩어진다"는 가정에 기댄 것이므로 실제보다 늘 낙관적이다.

여기서 처음 보는 기호를 정리하고 가자. e=2.718 는 자연상수라 부르는 수다. 이 자리에 그 수가 나오는 까닭은 이렇다. 읽기 하나가 이 자리를 비켜 갈 확률을 읽기 수만큼 곱하면 (11m)m 꼴이 나오는데, 그 곱을 한없이 잘게 쪼개면 다가가는 값이 1/e 다. 유래를 자세히 보려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자연상수 e 와 자연로그 로 가면 된다. 7장의 물 분해식에 나온 전자 e 와는 이름만 같고 아무 관계가 없다.

이 문서에 필요한 것은 그 수의 유래가 아니라 값을 4장의 상용로그만으로 구하는 방법이다. 양변에 상용로그를 취하면 지수가 앞으로 나온다. 4장에서 세운 규칙 셋 가운데 "거듭제곱은 앞으로" 하나면 된다.

log(eC)=Cloge=0.4343CeC=100.4343C

여기 쓰인 loge=log2.718=0.4343 이 이 장에서 새로 외울 유일한 값이다. 크기가 맞는지는 4장의 표로 확인된다. log2=0.30log3=0.48 사이여야 하고 2.718 이 3 에 가까우니 0.48 쪽에 붙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

그러므로 eC10 의 거듭제곱으로 바꾼 뒤 자릿수와 앞자리를 갈라 읽으면 값이 나온다. 아래 예제에서 그 계산을 실제로 한다. 미적분은 여전히 쓰지 않는다.

예제 131

사람 반수체 유전체 3.1×109 염기를 읽기 길이 150 염기로 깊이 30× 읽으려 한다. (가) 필요한 읽기 수와 총 염기 산출량, (나) 깊이 30×5× 에서 한 번도 안 읽히는 염기 수, (다) 깊이 10× 인 자리에서 이형접합 변이를 통째로 놓칠 확률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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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C=NL/GN 에 대해 푼다.

N=CGL=30×3.1×109150=6.2×108 읽기

총 염기는 NL=9.3×1010 개다.

(나) 안 읽힐 확률 eC 의 값부터 구해야 한다. 위에서 세운 대로 상용로그로 바꾼다.

log(e30)=30×0.4343=13.03

로그값이 음수일 때는 정수 부분과 0 과 1 사이의 소수 부분으로 갈라 적는 것이 요령이다. 그래야 자릿수와 앞자리를 따로 읽을 수 있다.

13.03=14+0.97

남은 것은 100.97 인데, 4장의 표에서 log9=0.95 이고 log10=1 이므로 9 를 조금 넘는 수, 9.4 쯤이다.

e309.4×1014

그러므로 안 읽히는 염기는 3.1×109×9.4×1014=2.9×104 개, 사실상 0 이다.

5× 도 같은 길로 간다.

log(e5)=5×0.4343=2.17=3+0.83

표에서 log6=0.78, log7=0.85 이므로 100.83 은 7 에 조금 못 미치는 6.7 쯤이다.

e56.7×103

5× 에서 빈 자리는 3.1×109×6.7×103=2.1×107 개, 유전체의 0.67 % 다.

두 값의 크기가 말이 되는지 다른 길로 확인한다. 0.4343 의 역수가 2.303 이므로 지수가 2.303 씩 줄 때마다 값이 10 분의 1 이 된다. 30÷2.303=13.0 이니 e301013 언저리여야 하고, 5÷2.303=2.2 이니 e5102103 사이여야 한다. 둘 다 맞는다.

깊이를 6배 올리는 비용으로 미검출 구간이 열 자릿수 줄어든다. 유전체 재서열분석의 표준 깊이가 30× 근처에 자리 잡은 이유다.

(다) 이형접합이면 두 대립유전자가 반반으로 읽힌다. 10개의 읽기가 모두 한쪽에서만 올 확률은

P=(12)10=11024=9.8×104

사람 한 명의 이형접합 자리가 3×106 개라면 3×106×9.8×104=2.9×103, 약 삼천 자리를 통째로 놓친다. 깊이를 20× 로 올리면 220 이 되어 세 자리로 줄어든다. 깊이를 두 배로 올리면 놓치는 수가 천 배 준다.

한계를 함께 적어야 한다. 실제로는 변이가 한 번도 안 읽히는 경우보다 한두 번만 읽혀 오류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더 문제다. 그래서 실효 민감도는 이 계산보다 낮다. 목적에 따라 깊이를 다르게 잡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예제 132

생어 시퀀싱의 읽기 길이가 왜 1000 뉴클레오타이드쯤에서 한계에 부딪히는지 물리적으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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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화학이 아니라 분리 해상도에 있다. 사슬 종결 조각들을 길이로 구별해야 하는데, 길이 nn+1 의 상대적 차이는

(n+1)nn=1n

이다. n=100 이면 1%, n=1000 이면 0.1% 차이다. 젤이나 모세관에서 이동 속도의 차이가 이 비율에 대응하므로, 길어질수록 이웃한 두 조각의 봉우리가 겹쳐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이 논리를 짧은 읽기 방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그쪽의 한계는 다른 데서 온다. 같은 자리에 모아 둔 수천 개의 똑같은 사슬을 한 염기씩 동시에 늘리며 신호를 읽는데, 순환마다 아주 낮은 확률로 어떤 사슬은 한 염기를 건너뛰고 어떤 사슬은 두 개를 붙인다. 그 어긋남이 쌓이면 신호가 흐려진다.

어림해 보자. 순환당 보조를 맞출 확률을 0.995 라 하면 n 순환 뒤 아직 맞는 비율은 0.995n 이다.

0.995100=0.61,0.995300=0.22,0.9951000=0.0066

300 순환에서 이미 다수가 보조를 잃고 1000 순환에서는 사실상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짧은 읽기 방식의 실용 길이가 수백 염기에 머문다.

두 방식의 한계가 서로 다른 물리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 문제의 요점이다. 그러므로 한쪽을 개선한다고 다른 쪽 한계가 풀리지 않는다. 반복서열 문제를 풀려면 읽기를 실제로 길게 하는 수밖에 없고, 그것이 긴 읽기 기술이 대체 불가능한 이유다.

유전자 편집 — 지정한 자리를 자른다

원하는 자리를 골라 고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자리를 지정하는 장치자르는 장치다. CRISPR-Cas9 은 이 둘을 분리해 둔 덕분에 쓰기가 쉽다.

자리를 정하는 것이 단백질이 아니라 짧은 RNA 라는 점을 볼 것. 그리고 자른 뒤의 결과가 두 갈래로 갈리며 그 선택이 사람이 아니라 세포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
<자리를 정하는 것이 단백질이 아니라 짧은 RNA 라는 점을 볼 것. 그리고 자른 뒤의 결과가 두 갈래로 갈리며 그 선택이 사람이 아니라 세포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구성은 둘이다. Cas9 은 DNA 두 가닥을 자르는 효소이고, 안내 RNA 는 앞쪽 약 20 뉴클레오타이드로 표적과 짝을 지어 자리를 지정한다. 자리를 바꾸고 싶으면 RNA 20 글자만 바꾸면 된다. 단백질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도구가 널리 퍼진 이유다.

조건이 하나 있다. Cas9 은 표적 바로 뒤에 PAM 이라 부르는 짧은 서열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자른다. 세균 입장에서 이것은 자기 유전체를 자르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이지만, 도구로 쓰는 사람에게는 원하는 자리에 PAM 이 없으면 정확히 그 자리를 자를 수 없다는 제약이 된다.

자른 뒤에 무엇이 되는지는 세포의 수선 경로가 정한다. 10장에서 이름을 붙여 둔 두 경로가 여기서 쓰인다.

수선 경로필요한 것결과쓰임
비상동 말단 연결없다작은 삽입이나 결실이 남는다. 대개 틀 이동유전자 기능을 없애기
상동 재조합 수선공여 DNA 가 필요하다지정한 서열로 정확히 바뀐다점변이 도입, 표지 넣기

두 경로의 효율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 실무를 지배한다. 앞의 것은 언제나 일어나고 뒤의 것은 드물며 세포 주기의 특정 시기에만 가능하다. 그래서 망가뜨리기는 쉽고 원하는 대로 바꾸기는 어렵다.

예제 133

20 뉴클레오타이드 안내 RNA 와 세 글자 중 두 글자가 고정된 PAM 을 쓸 때, 사람 반수체 유전체(3.1×109 염기쌍, 양쪽 가닥 모두 표적이 될 수 있다)에서 (가) 완전히 일치하는 자리의 기대 수와 (나) 불일치를 3개까지 허용할 때의 기대 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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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특정 20 염기가 한 자리에서 맞을 확률은 420=9.1×1013 이다. PAM 조건은 세 자리 중 두 자리가 고정이므로 (1/4)2=0.0625 를 곱한다. 표적이 될 수 있는 위치는 양쪽 가닥이므로 6.2×109 개다.

E=6.2×109×9.1×1013×0.0625=3.5×104

사실상 0 이다. 20 글자의 정보량이 유전체 크기를 압도한다.

(나) 불일치를 k 개 허용하면, 어느 자리를 틀리게 할지 고르고 무엇으로 바꿀지 고르므로 경우의 수가 (20k)3k 이다. 9장에서 도입한 기호를 그대로 쓴다.

k=0:1,k=1:20×3=60,k=2:190×9=1710,k=3:1140×27=30780

합은 32551 이므로 확률은 32551÷420=2.96×108 이고

E=6.2×109×2.96×108×0.0625=12 자리

결론이 실무와 맞는다. 완전 일치는 유일한데 조금만 허술해지면 후보가 열 개 규모로 늘어난다. 그래서 안내 RNA 설계 도구는 유전체 전체에서 비슷한 자리를 나열해 점수를 매기고, 실험에서는 표적 외 절단을 직접 확인한다.

한계도 적어 둔다. 불일치의 효과는 자리에 따라 크게 다르다. PAM 에 가까운 쪽의 불일치는 결합을 거의 막고 먼 쪽은 잘 허용된다. 그러므로 위의 12 는 자리를 구분하지 않은 조합론적 상한에 가깝다.

예제 134

세포 1.0×106 개에 편집 시약을 넣었다. 시약이 들어간 비율 40%, 들어간 세포에서 절단이 일어난 비율 60%, 절단된 세포에서 공여 DNA 대로 정확히 바뀐 비율 5% 다. (가) 정확히 편집된 세포 수, (나) 기능만 망가진 세포 수, (다) 이 결과가 실험 설계에 요구하는 것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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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확률을 차례로 곱한다.

N=1.0×106×0.40×0.60×0.05=1.2×104 

처음 세포의 1.2% 다.

(나) 절단된 세포는 1.0×106×0.40×0.60=2.4×105 개이고 그중 정확 편집이 아닌 쪽이 95% 이므로 2.3×105 개다. 부정확한 편집체가 정확한 편집체보다 약 19배 많다.

(다) 셋이 필요하다.

  1. 골라내는 수단. 1.2% 를 눈으로 찾을 수 없으므로 공여 DNA 에 선별 표지를 함께 넣거나, 표지를 붙여 세포를 분류하거나, 단일 세포에서 자란 무리를 여럿 만들어 하나씩 확인한다.
  2. 정확한 검증. PCR 산물의 크기 변화만으로 판정하면 안 된다. 표적 부위의 서열을 직접 읽어 의도한 서열인지 확인하고, 두 대립유전자 중 한쪽만 편집된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3. 표적 외 확인. 앞 문제에서 계산한 후보 자리들을 읽어 본다.

자릿수 감각을 정리해 두자. 세 확률이 각각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데(40%, 60%, 5%) 곱하면 1.2% 가 된다. 다단계 실험의 수율은 곱으로 떨어지므로, 어느 단계를 개선할지는 가장 낮은 항을 보고 정해야 한다. 여기서는 5% 가 병목이다.

흔한 오해

"CRISPR 는 유전자를 원하는 서열로 정확하게 바꾸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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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만 맞다. 나누어 보자.

첫째, 이 도구가 하는 일은 "지정한 자리를 자르는 것"까지다. 그 뒤는 세포의 수선 경로가 정한다. 아무 주형이 없으면 무작위적인 작은 삽입과 결실이 남는다. 즉 기본 동작은 정확한 치환이 아니라 파괴다.

둘째, 그래서 망가뜨리기는 쉽고 넣기는 어렵다. 앞 예제에서 정확 편집이 1.2% 였던 것이 그 비대칭을 보여 준다.

셋째, 표적 외 효과가 있다. 불일치를 허용한 결합이 다른 자리를 자를 수 있다.

넷째, 표적 자리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가 보고된다. 큰 결실, 주변의 재배열, 공여 DNA 의 여러 번 삽입 같은 것이 문헌에 보고되어 있고, 빈도는 세포 종류와 조건에 따라 크게 다르다.

다섯째, 모자이크 문제가 있다. 배아에 넣으면 세포마다 편집 결과가 달라 개체가 모자이크가 되는 일이 흔하다. 11장에서 본 X 불활성화의 모자이크와 원리는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CRISPR 는 지정한 자리에 이중가닥 절단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이고, 그 절단을 무엇으로 바꿀지는 수선 경로의 선택과 실험 설계에 달려 있다. 절단 없이 염기를 화학적으로 바꾸는 방식이나 안내 RNA 에 주형을 실어 짧은 서열을 써 넣는 방식은 이 한계를 우회하려는 시도이며, 각각의 정확도와 부작용은 따로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생식세포를 편집하는 일은 기술과 별개로 윤리와 규제의 대상이다. 결과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기술적 설명에 그친다.

발현을 재는 방법

마지막으로 11장의 "언제 얼마나 발현되는가"를 실제로 재는 방법을 정리한다.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방법이 갈린다.

대상방법무엇을 얻는가주의할 점
특정 mRNART-qPCR상대적 발현량. 민감도가 가장 높다내부 기준 유전자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다
전체 mRNARNA-seq전사체 전체의 정량과 이형체 정보길이 보정과 정규화가 필요하다
특정 단백질항체를 이용한 검출단백질 양과 대략적 크기항체가 정말 그것만 알아보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체 단백질질량분석 기반 분석수천 종의 상대 정량검출 편향이 커서 적게 있는 것을 놓친다
개별 세포단일세포 RNA-seq세포 집단이 얼마나 이질적인가세포당 읽기가 적어 잡음이 크다

RNA-seq 정량에는 보정이 둘 필요하다. 긴 전사체가 더 많은 읽기를 받으므로 길이로 나누고, 시료마다 총 읽기 수가 다르므로 총량으로 나눈다. 이 순서로 계산한 값을 TPM 이라 한다.

RPKi=읽기i길이i/103,TPMi=RPKijRPKj×106

순서가 중요하다. 길이로 먼저 나누고 그 합으로 정규화해야 시료마다 합이 항상 106 이 되어 시료 사이의 비교가 조금 더 안전해진다.

예제 136

아래 세 유전자의 읽기 수와 전사체 길이가 주어졌다. 시료 전체의 RPK=2.0×105 일 때 각 유전자의 TPM 을 구하고, 원시 읽기 수만 보고 판단하면 어떤 오류가 생기는지 설명하라.

유전자읽기 수전사체 길이
A8002.0 kb
B1500.5 kb
C505.0 kb
풀이 보기

길이로 먼저 나눈다. 길이는 kb 단위로 쓴다.

RPKA=8002.0=400,RPKB=1500.5=300,RPKC=505.0=10

전체 합으로 정규화한다.

TPMA=4002.0×105×106=2.0×103,TPMB=1.5×103,TPMC=50

원시 읽기 수와 견주면 순서는 A, B, C 로 같지만 비율이 크게 다르다. 읽기 수로는 A 가 B 의 5.3배인데 TPM 으로는 1.3배다. A 가 4배 긴 전사체이기 때문이다.

원시 읽기 수를 그대로 비교하면 긴 유전자의 발현을 과대평가한다. 실험 결과에서 "긴 유전자가 유난히 많이 검출된다"는 패턴이 보이면 생물학적 결론을 내리기 전에 길이 보정을 확인해야 한다.

한 가지 더. TPM 은 시료 안에서의 상대량이다. 어떤 처리가 전체 전사량 자체를 두 배로 올렸다면, 변하지 않은 유전자의 TPM 이 오히려 절반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는 정규화 방식만으로 알 수 없고 외부 표준물질을 함께 넣어야 한다.

예제 137

유전자 2.0×104 개를 각각 검정해 두 조건 사이의 발현 차이를 찾는다. 유의수준 α=0.05 로 판정할 때 (가) 실제 차이가 전혀 없어도 기대되는 유의 결과 수, (나) 관찰된 유의 유전자가 1500개일 때 그중 거짓의 비율을 어림하라. (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풀이 보기

(가) 9장에서 유의수준이란 "귀무가설이 맞을 때 잘못 기각할 확률"이라고 했다. 검정이 서로 독립이고 모두 귀무가설이 참이면 기대 개수는

E=2.0×104×0.05=1.0×103 

아무 차이가 없어도 천 개가 유의하게 나온다. 이것이 다중검정 문제의 실체다. 검정 하나에서는 20번에 한 번인 일이 이만 번 하면 천 번 일어난다.

(나) 유의 판정 중 실제로는 차이가 없는 것의 비율을 위발견율이라 한다. 기대 거짓 판정 수를 관찰된 유의 수로 나눈다.

FDR1.0×1031.5×103=0.67

3분의 2가 거짓일 수 있다. 이런 목록으로는 결론을 낼 수 없다.

대비를 보면 이해가 쉽다. 만약 유의 유전자가 5000개였다면 1000/5000=0.20 이다. 같은 문턱인데 신뢰도가 다르다. 즉 문턱만이 아니라 "그 문턱에서 얼마나 많이 나왔는가"가 신뢰도를 정한다.

(다) 문턱을 검정 수만큼 나누어 엄격하게 하거나(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위발견율을 원하는 수준으로 눌러 주는 절차를 써서 조정된 값을 쓴다. 후자가 표준이다.

그리고 통계와 별개의 요건이 하나 있다. 유전자 목록은 가설이지 결론이 아니다. 핵심 후보는 독립적인 시료에서 RT-qPCR 이나 단백질 수준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9장에서 "기각하지 못한 것이 참은 아니다"라고 했던 것의 반대편 짝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낱말 / 기호메모
PCR세 온도를 되풀이해 특정 구간을 지수적으로 늘린다Nn=N0(1+E)n
프라이머 · 결합 온도증폭할 구간의 양 끝에 붙는 짧은 DNA / 그것이 붙는 온도특이성과 수율을 맞바꾸는 손잡이
융해온도 Tm프라이머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온도GC 가 많을수록 높다
정체기재료 고갈로 지수 성장이 멈추는 구간여기서는 처음 양을 알 수 없다
Ct · ΔΔCt형광이 문턱을 넘는 순환 수 / 두 번 뺀 값주형이 두 배면 1 감소. 배수 변화는 2ΔΔCt
증폭 효율 E한 순환에 두 배가 되는 비율표준곡선 기울기에서 구한다
A₂₆₀ · A₂₆₀/A₂₈₀핵산의 흡광도 / 순도 지표A₂₆₀ = 1 이 이중가닥 DNA 약 50 μg/mL
전기영동전기장으로 크기에 따라 나누기이동 거리는 크기의 로그에 대체로 비례
제한효소 · 회문 · 점착 말단특정 서열을 자르는 효소 / 대칭 서열 / 어긋나게 잘려 남는 꼬리기대 조각 크기는 4ⁿ
벡터 · 클로닝실어 나르는 DNA / 조각을 세포에서 늘리는 일벡터에는 복제원점, 선별 표지, 삽입 자리가 필요하다
선별 · 선발원하는 것만 살리기 / 살아남은 것 중에 고르기겹쳐 쓰는 것이 표준
생어 시퀀싱사슬 종결로 길이가 다른 조각을 만들어 읽기읽기 길이 한계는 분리 해상도가 정한다
깊이 C같은 자리를 평균 몇 번 읽었는가C=NL/G 이고 안 읽힐 확률은 대략 eC
자연상수 e2.718⋯. 잘게 쪼갠 반복 곱이 다가가는 값loge=0.4343 으로 상용로그로 바꿔 계산한다. 전자 기호와 무관하다
CRISPR-Cas9 · 안내 RNA · PAM지정한 자리를 자르는 장치 / 자리를 정하는 RNA / 있어야만 자르는 짧은 서열자리를 바꾸려면 RNA 20 글자만 바꾼다
표적 외 절단비슷한 자리를 잘못 자르는 것불일치를 조금 허용하면 후보가 급증한다
TPM길이로 나눈 뒤 총량으로 정규화한 발현량순서를 바꾸면 다른 값이 된다
다중검정 · 위발견율많은 검정을 동시에 하는 문제 / 유의 판정 중 거짓의 비율검정 수가 많으면 우연만으로도 많이 나온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최종 산물량으로 처음 주형량을 판단한다정체기 때문에 정보가 사라진다. 지수 구간을 봐야 한다
ΔΔCt 의 부호를 뒤집는다Ct 가 작아진 것이 증가다. 음수면 발현이 늘었다
희석 배수를 곱하는 것을 잊는다흡광도는 희석액을 잰 값이다
삽입 DNA 를 질량 비로 넣는다몰 비가 기준이다. 짧은 조각은 질량이 적어야 한다
깊이 30배면 다 읽었다고 본다읽기가 고르게 흩어진다는 가정에서 나온 낙관적 하한이다
CRISPR 가 서열을 바꿔 준다고 본다자르는 데까지가 도구의 일이고 나머지는 수선 경로가 한다
원시 읽기 수를 그대로 비교한다긴 유전자가 과대평가된다. 길이 보정이 먼저다
유의 유전자 목록을 결론으로 읽는다검정 수가 많으면 우연만으로도 천 개가 나온다

이 장의 뼈대는 한 문장이다. 여기 나온 모든 기술은 앞 장에서 배운 성질 하나를 도구로 바꾼 것이다. 상보적 짝짓기가 프라이머와 안내 RNA 를, 중합효소의 방향성이 사슬 종결 시퀀싱을, 서열 특이적 절단이 클로닝을, 이중가닥 절단의 수선이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한다. 새 원리가 아니라 이미 있는 원리의 응용이다.

그리고 이 장에서 되풀이된 경고도 한 문장으로 모을 수 있다. 측정이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못 보고 있는지를 함께 적어야 한다. 정체기에 든 PCR 은 처음 양을 못 보고, 얕은 시퀀싱은 이형접합을 놓치고, 보정 없는 읽기 수는 긴 유전자를 부풀리고, 다중검정은 우연을 발견으로 바꾼다. 9장에서 카이제곱 검정을 배우며 세운 태도가 그대로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유전과 분자생물학의 블록이다. 다음 장부터는 무대가 개체와 집단으로 넓어진다. 지금까지 다룬 대립유전자, 돌연변이, 재조합, 서열이 그 이야기에서 변이의 원천이자 계통을 읽는 자료로 다시 쓰인다.

이 장의 출처

이 장의 사진은 아래에서 가져왔다. 이 문서가 손대지 않은 원본이다.

진화

지구에는 수백만 종의 생물이 있고, 그 하나하나가 사는 곳에 놀랍도록 잘 맞아 보인다. 사막의 선인장은 물을 아끼고, 박쥐는 어둠 속에서 소리로 길을 찾는다. 누가 설계한 것 같은 이 맞음새가 설계자 없이 어떻게 생기는가. 이 장은 그 질문에 답한다.

답할 것은 넷이다. 자연선택이란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는가, 집단의 유전자 구성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어떻게 계산하는가, 하나였던 집단이 어떻게 둘로 갈라지는가, 그리고 지금 살아 있는 생물들의 족보를 어떻게 알아내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9장의 대립유전자·유전자형과 확률 계산·카이제곱 검정, 8장의 감수분열, 10장의 돌연변이와 DNA 서열이다. 4장에서 도입한 로그도 몇 군데에서 쓴다. 먼저 말을 하나 못 박아 두자. 진화는 집단에서 일어난다. 개체는 진화하지 않는다. 한 마리 나방이 살면서 검게 변하는 것은 진화가 아니고, 검은 나방의 비율이 세대를 거쳐 늘어나는 것이 진화다. 이 문장을 놓치면 이 장의 거의 모든 것이 어긋난다.

자연선택 — 세 개의 사실에서 나오는 하나의 결론

다윈의 논증은 놀랄 만큼 짧다. 세 개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뿐이다.

  1. 변이. 같은 종의 개체들은 형질이 서로 다르다. 키, 색, 부리 모양, 효소의 활성이 다 다르다.
  2. 유전. 그 차이의 일부가 자손에게 전달된다. 9장에서 본 대로 형질을 정하는 대립유전자가 배우자를 통해 넘어가기 때문이다.
  3. 차등 번식. 형질에 따라 남기는 자손 수가 다르다.

이 셋이 모두 참이면 결론은 논리적으로 따라 나온다. 자손을 많이 남긴 개체의 대립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더 많아지고, 그것이 여러 세대 쌓이면 집단의 구성이 바뀐다. 이 결론을 부정하려면 세 전제 가운데 하나를 부정해야 하는데, 셋 다 따로따로 관찰로 확인되어 있다.

이제 "자손을 많이 남긴다"를 재는 수를 정해야 한다. 그것이 적응도(fitness)다. 절대 적응도 W 는 한 개체가 남기는 자손의 수이고, 생존율과 생존한 개체당 자손 수를 곱해서 구한다. 마리를 마리로 나눈 값이므로 단위는 없다.

비교할 때는 가장 큰 값을 1로 놓은 상대 적응도 w 를 쓴다. 여기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가 선택계수 s 다.

w=WWmax,s=1w

s=0 이면 손해가 없고, s=1 이면 자손을 하나도 남기지 못한다(치사·불임).

선택이 형질 분포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어느 구간이 유리한가"로 갈린다.

세 그림 모두 점선(선택 전)에서 실선(여러 세대 뒤)으로 갔다. 평균이 옮겨갔는지, 폭이 좁아졌는지, 두 봉우리로 갈렸는지가 유리한 구간의 위치로 결정된다
<세 그림 모두 점선(선택 전)에서 실선(여러 세대 뒤)으로 갔다. 평균이 옮겨갔는지, 폭이 좁아졌는지, 두 봉우리로 갈렸는지가 유리한 구간의 위치로 결정된다>[원본 보기]
유형유리한 쪽분포의 변화보기
방향성 선택한쪽 극단평균이 이동한다항생제가 있는 곳에서 내성이 강해진다
안정화 선택중간값폭이 좁아진다사람의 출생 체중
분단성 선택양쪽 극단폭이 커지고 두 봉우리가 된다먹이 크기가 둘로 갈린 곳의 부리
성선택짝을 얻는 데 유리한 형질생존에 불리해도 늘 수 있다과장된 장식 형질

모든 형질이 적응은 아니다

어떤 형질을 보고 "이건 무엇에 쓰려고 이렇게 생겼을까"를 묻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질문이 늘 답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적응이 아닌 형질이 실제로 많다.

그래서 "이 형질은 적응이다"는 주장이지 관찰이 아니다. 주장하려면 따로 증거를 대야 한다. 그 형질을 가진 개체가 실제로 자손을 더 남기는지 재거나, 같은 문제를 가진 여러 계통에서 같은 형질이 독립적으로 나타났는지 보거나, 그 유전자에 선택이 남긴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예제 138

세 유전자형의 생존율과 생존 개체당 평균 자손 수가 아래와 같다. 상대 적응도와 선택계수를 구하고, 이 집단에서 대립유전자 a 가 사라질지 판정하라.

유전자형생존율생존 개체당 자손 수
AA0.805.0
Aa0.905.0
aa0.604.0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세 유전자형의 상대 적응도다. 먼저 절대 적응도부터 구해야 한다. 절대 적응도는 "끝까지 살아남아 남긴 자손 수"이므로 두 값을 곱한다.

WAA=0.80×5.0=4.00,WAa=0.90×5.0=4.50,Waa=0.60×4.0=2.40

가장 큰 값이 4.50 이므로 이것으로 나눈다.

wAA=4.004.50=0.889,wAa=1.000,waa=2.404.50=0.533

s=1w 이므로

sAA=0.111,sAa=0,saa=0.467

이제 판정한다. 이형접합자가 두 동형접합자보다 모두 유리하다. 이것을 이형접합자 우세라 한다.

여기서 결론이 직관과 어긋난다. aa 가 뚜렷하게 불리한데도 a 는 사라지지 않는다. a 가 드물어지면 대부분의 a 가 이형접합자 안에 들어가 있게 되고, 이형접합자는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A 가 너무 많아지면 AA 가 늘어 손해를 본다. 양쪽에서 밀려 평형이 잡힌다.

평형 빈도는 두 선택계수의 비로 정해진다.

peq=saasAA+saa=0.4670.111+0.467=0.808

A 가 약 81%, a 가 약 19%에서 멈춘다. 주어진 값이 두 자리이므로 답도 두세 자리로 쓴다.

이 계산이 실제 현상을 설명한다. 낫적혈구 대립유전자는 동형접합자에게 심각한 빈혈을 일으키는데도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 상당한 빈도로 유지된다. 이형접합자가 말라리아에 덜 걸리기 때문이다.

예제 139

세균 집단에 항생제 내성 대립유전자가 있고 선택계수가 s=0.10 이다(즉 내성 쪽의 상대 적응도가 1.10, 비내성이 1.00). 세균은 반수체이므로 유전자형이 하나뿐이다. 이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0.010 에서 0.99 로 오르는 데 몇 세대가 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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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 자체를 세대마다 따라가려면 계산이 지저분해진다. 비율 대신 "승산"을 쓰면 식이 단순해진다. 승산이란 "있는 쪽 대 없는 쪽"의 비다.

R=p1p

한 세대 뒤를 보자. 내성 쪽 개체 수가 1.10 배로, 비내성 쪽이 1.00 배로 늘어난다. 그러면 두 쪽의 비는

R=p×1.10(1p)×1.00=1.10R

승산이 매 세대 정확히 1.10배가 된다. 전체 수가 얼마인지는 비에서 지워지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따라서 n 세대 뒤에는

Rn=R0×(1.10)n

처음과 끝의 승산을 구한다.

R0=0.0100.990=0.01010,Rn=0.990.01=99.0

(1.10)n=99.00.01010=9.80×103

여기서 로그를 쓴다. 지수가 미지수일 때 그것을 끌어내리는 도구가 로그다.

nlog1.10=log(9.80×103)=3.99

log1.10=0.0414 이므로

n=3.990.0414=96

약 96 세대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보자. 좋은 조건의 세균은 20분에 한 번 분열하므로 96 세대는 약 32시간이다. 하루 반이면 10% 이득짜리 대립유전자가 집단을 장악한다. 항생제 내성이 병원에서 그토록 빨리 퍼지는 이유가 이 계산 안에 있다.

세대시간이 20년인 생물이라면 같은 과정에 약 1900년이 걸린다. 선택의 세기가 같아도 시간 규모를 정하는 것은 세대시간이다.

단순화한 곳도 밝혀 둔다. 반수체라 우성·열성 문제가 없었고, 처음 빈도를 0.010 으로 놓아 "이미 어느 정도 퍼진" 상태에서 시작했다. 새로 생긴 돌연변이는 개체 하나에서 시작하므로 초기에는 우연히 사라질 확률이 훨씬 크다.

흔한 오해

"적자생존이니까 가장 강한 개체가 살아남는 것이다." 어디가 틀렸는가?

풀이 보기

세 군데가 틀렸다.

첫째, 적합함은 강함이 아니다. 적응도의 정의는 남기는 자손 수다. 작고 약해도 빨리 번식하거나 자손을 잘 지키면 적응도가 높다. 기생생물은 숙주보다 훨씬 약하지만 번성한다.

둘째, 생존이 아니라 번식이 최종 계산 단위다. 오래 살아도 번식하지 않으면 적응도는 0이다. 반대로 한 번 번식하고 곧 죽는 생활사(연어, 많은 곤충)도 적응도가 높을 수 있다. 성선택으로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 퍼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셋째, 변화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라 빈도다. "환경에 적응하려고 변했다"는 말은 순서가 거꾸로다. 변이는 먼저, 환경과 무관하게 생긴다. 환경은 그중 무엇이 남을지를 나중에 고를 뿐이다.

표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살아남은 것을 적합하다고 부르면 "적합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하는 동어반복이 된다. 실제 연구가 이 함정을 피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형질을 먼저 재고, 그 값으로 자손 수를 예측하고, 예측이 맞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선택은 틀릴 수도 있는 가설이 된다.

하디-바인베르크 — 아무 일도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빈도가 "변했다"고 말하려면 "변하지 않았을 때의 값"을 알아야 한다. 그 기준선을 주는 것이 하디-바인베르크(Hardy-Weinberg) 원리다.

상황을 단순하게 놓는다. 어떤 유전자에 대립유전자가 둘뿐이고, 집단 안에서 A 의 비율이 p, a 의 비율이 q 다. 둘 중 하나이므로 p+q=1 이다.

이제 다음 세대를 만든다. 집단의 모든 개체가 배우자를 만들어 큰 통에 쏟아 넣고, 거기서 무작위로 둘씩 짝지어 수정한다고 상상하자. 이것이 무작위 교배를 수학으로 옮긴 그림이다. 통 안에서 배우자 하나를 집었을 때 그것이 A 일 확률은 p 다.

그러면 다음 세대의 유전자형 비율은 확률의 곱으로 나온다. 9장에서 퍼넷 사각형을 쓸 때와 같은 계산인데, 칸마다 확률이 붙었을 뿐이다.

한 변이 1 인 정사각형을 가로로 p 와 q, 세로로 p 와 q 로 자른 것이 전부다. 네 칸의 넓이가 곧 네 조합의 확률이고, 가운데 두 칸이 같은 이형접합자라 합쳐 2pq 가 된다
<한 변이 1 인 정사각형을 가로로 p 와 q, 세로로 p 와 q 로 자른 것이 전부다. 네 칸의 넓이가 곧 네 조합의 확률이고, 가운데 두 칸이 같은 이형접합자라 합쳐 2pq 가 된다>[원본 보기]

그림을 식으로 옮기면 이렇다.

f(AA)=p2,f(Aa)=2pq,f(aa)=q2

그리고 넷의 합은 정사각형 전체의 넓이이므로 1이다.

p2+2pq+q2=(p+q)2=1

여기서 두 번째 결론이 나온다. 이 세대의 대립유전자 빈도를 다시 세어 보자. AAA 를 두 개, Aa 는 하나 갖고 있으므로

p=2p2+2pq2=p2+pq=p(p+q)=p

빈도가 그대로다. 한 세대 무작위 교배를 거쳐도, 열 세대를 거쳐도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다.

그런데 이 결론은 위에서 슬쩍 놓은 가정들 위에 서 있다. 가정을 모두 적으면 다섯이다.

조건깨지면 생기는 힘
집단이 무한히 크다유전적 부동
이주가 없다유전자 흐름
돌연변이가 없다새 대립유전자의 유입
선택이 없다자연선택
교배가 무작위다근친 교배 등 비무작위 교배

현실의 어느 집단도 이 다섯을 전부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디-바인베르크는 사실의 기술이 아니라 귀무가설이다. 관찰이 이 예측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벗어나는지가 어떤 힘이 작동했는지를 알려준다.

가운데가 아무 일도 없는 집단이고, 다섯 갈래가 각 조건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힘이다. 맨 아래 상자는 관찰이 기준선에서 벗어났을 때 무엇을 먼저 의심할지를 정리한 것이다
<가운데가 아무 일도 없는 집단이고, 다섯 갈래가 각 조건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힘이다. 맨 아래 상자는 관찰이 기준선에서 벗어났을 때 무엇을 먼저 의심할지를 정리한 것이다>[원본 보기]

예제 141

어떤 열성 유전병의 신생아 발병률이 1/2500 이다.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을 가정해 (가) 대립유전자 빈도, (나) 보인자의 비율, (다) 무작위로 만난 부부에서 환아가 태어날 확률을 구하라.

풀이 보기

(가) 환자는 열성 동형접합자이므로 그 비율이 곧 q2 다.

q2=12500=4.0×104q=4.0×104=0.020

p=10.020=0.980

(나) 보인자는 겉으로 멀쩡하지만 대립유전자를 하나 가진 사람, 즉 이형접합자다.

2pq=2×0.980×0.020=0.0392

약 3.9%, 비율로 약 1/26 이다.

여기서 자릿수 감각을 챙길 만하다. 환자는 2500명에 한 명인데 보인자는 26명에 한 명이다. 약 96배 많다. 일반적으로 q 가 작으면

2pqq22q

이므로 희귀한 병일수록 보인자 대 환자의 비가 커진다. 희귀병의 대립유전자가 집단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이형접합자 안에 숨어 선택을 피한다.

(다) 두 사람이 모두 보인자일 확률은

(0.0392)2=1.54×103

보인자 부부에서 자녀가 환자일 확률은 9장의 멘델 비로 1/4 이므로

1.54×103×0.25=3.84×10412600

검산이 된다. 이 값은 처음 주어진 발병률 1/2500 과 같아야 하고, 실제로 반올림 차이 안에서 일치한다. 계산이 앞뒤가 맞는다는 뜻이다.

예제 142

MN 혈액형을 조사해 MM 298명, MN 489명, NN 213명을 얻었다. 이 집단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과 어긋나는지 카이제곱 검정으로 판정하라.

풀이 보기

무엇을 검정하는지부터 분명히 하자. 귀무가설은 "이 집단의 유전자형 빈도가 p2:2pq:q2 를 따른다"이다.

1단계. 대립유전자 빈도를 관찰값에서 직접 센다. 사람이 1000명이므로 대립유전자는 2000개다. MMM 을 두 개씩, MN 은 하나씩 갖는다.

p(M)=2×298+4892000=10852000=0.5425,q(N)=0.4575

2단계. 그 빈도가 옳다면 나왔어야 할 사람 수를 구한다.

E(MM)=p2×1000=294.3,E(MN)=2pq×1000=496.4,E(NN)=q2×1000=209.3

합이 1000.0 인지 확인한다. 맞는다.

3단계. 9장의 카이제곱을 계산한다.

χ2=(298294.3)2294.3+(489496.4)2496.4+(213209.3)2209.3=0.047+0.110+0.065=0.222

4단계. 자유도를 정한다. 여기가 함정이다. 범주가 3개이니 31=2 로 보이지만, 기댓값을 만들 때 쓴 p자료에서 추정했다. 자료로부터 추정한 값 하나마다 자유도를 하나씩 더 뺀다.

df=311=1

5단계. 판정한다. 자유도 1에서 유의수준 0.05의 임계값은 3.841 이고 0.222<3.841 이므로 귀무가설을 기각하지 못한다.

결론의 범위를 지켜야 한다. 이것은 "평형에 있다"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벗어났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1000명으로는 작은 이탈을 잡아낼 힘이 부족하다. 게다가 서로 다른 힘이 상쇄되어 겉보기 평형이 될 수도 있다.

예제 143

X 연관 열성 형질인 적록색맹이 남성의 8.0%에서 나타난다. (가) 대립유전자 빈도, (나) 여성의 발현율과 보인자율, (다) 남녀 발현율의 비를 구하라.

풀이 보기

(가) 남성은 X 염색체를 하나만 가진다. 그러므로 대립유전자를 하나만 받으면 곧바로 형질이 나타난다. 따라서 남성 발현율이 그대로 대립유전자 빈도다.

q=0.080,p=0.920

상염색체 형질에서는 발현율이 q2 라 제곱근을 씌워야 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나) 여성은 X 를 둘 가지므로 상염색체와 같은 꼴이 된다.

f(발현)=q2=(0.080)2=6.4×103=0.64%

f(보인자)=2pq=2×0.920×0.080=0.147=14.7%

(다) 비를 구한다.

0.0800.0064=12.5

남성이 12.5배 많이 발현한다. 일반식으로 쓰면 q/q2=1/q 이므로 드문 형질일수록 남녀 차이가 커진다. q=0.001 인 질환이면 남녀 비가 1000대 1이다.

이것이 X 연관 열성의 진단적 특징이다. 남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아버지에서 아들로는 전달되지 않으며(아들은 아버지에게서 Y 를 받는다), 외할아버지에서 외손자로 건너뛴다.

빈도를 움직이는 힘들

앞 절에서 다섯 조건을 정리했다. 이제 그중 선택을 뺀 나머지를 하나씩 계산 가능한 형태로 만든다.

유전적 부동 — 우연만으로 빈도가 변한다

동전을 열 번 던지면 앞면이 정확히 다섯 번 나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집단이 유한하면 배우자가 뽑히는 과정 자체가 표본 추출이라 다음 세대의 빈도가 이번 세대와 조금 어긋난다. 이 우연한 어긋남을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이라 한다.

두 그림 모두 빈도 0.5 에서 출발했다. 작은 집단에서는 몇십 세대 만에 0 이나 1 에 닿는데, 한 번 닿으면 그 대립유전자가 아예 없거나 전부이므로 되돌아올 길이 없다
<두 그림 모두 빈도 0.5 에서 출발했다. 작은 집단에서는 몇십 세대 만에 0 이나 1 에 닿는데, 한 번 닿으면 그 대립유전자가 아예 없거나 전부이므로 되돌아올 길이 없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을 것이 셋이다.

셋째 성질을 수로 쓰면 이렇다. 이배체 집단에서 새로 생긴 중립 대립유전자가 결국 고정될 확률은 사본 하나 나누기 전체 사본 수, 즉

P고정=12N

이고,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이형접합자의 비율, 이형접합도 H)은 세대마다 일정 비율로 줄어든다.

Ht=H0(112Ne)t

여기 Ne유효집단크기다. 실제 개체 수가 아니라 "같은 세기의 부동을 보이는 이상적 집단의 크기"를 뜻한다. 성비가 치우치거나, 소수의 개체가 번식을 독차지하거나, 집단 크기가 해마다 크게 변하면 Ne 가 실제 개체 수보다 훨씬 작아진다. 개체 수만 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집단이 갑자기 작아지는 두 상황에 이름이 붙어 있다. 병목 효과는 재해나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가 회복되는 경우고, 창시자 효과는 소수가 새 지역으로 옮겨가 집단을 세우는 경우다. 둘 다 살아남은 소수가 우연히 가진 조합이 새 집단 전체의 출발점이 되므로, 회복된 뒤에도 다양성은 돌아오지 않는다.

유전자 흐름 — 차이를 지우는 힘

이주가 있으면 지역 집단의 빈도가 이주민 쪽으로 끌려간다. 매 세대 개체의 비율 m 이 밖에서 들어오고 이주민 집단의 빈도가 pm 으로 일정하다면, 다음 세대의 빈도는 두 집단의 가중 평균이다.

p1=(1m)p0+mpm

이 식을 "이주민과의 차이"로 다시 쓰면 매 세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꼴이 되어, t 세대 뒤를 한 번에 쓸 수 있다.

ptpm=(p0pm)(1m)t

차이가 매 세대 (1m) 배가 되므로 결국 0으로 간다. 유전자 흐름은 집단 사이의 차이를 지운다. 그래서 종분화가 일어나려면 유전자 흐름이 끊기거나, 선택이 그것을 이길 만큼 강해야 한다.

돌연변이와 비무작위 교배

돌연변이는 새 변이의 유일한 원천이다. 선택도 부동도 이주도 이미 있는 것의 비율만 바꾼다. 다만 대립유전자당 세대당 106 규모라 속도 자체는 아주 느려서, 짧은 시간의 빈도 변화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대신 돌연변이는 선택과 맞서 평형을 만든다. 해로운 대립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새로 들어오는 속도와 선택으로 제거되는 속도가 같아지는 지점이다. 돌연변이율을 μ 라 하면 열성 해로운 대립유전자는 qeqμ/s, 우성이면 qeqμ/s 근처에서 멈춘다. 열성 쪽 빈도가 훨씬 높은 것은 이형접합자 안에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무작위 교배는 다른 힘들과 성질이 다르다. 대립유전자 빈도는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형 빈도만 바꾼다. 근친 교배가 대표적이다. 가까운 친척은 같은 대립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높으므로 동형접합자가 예상보다 많아지고 이형접합자가 적어진다. 열성 유전병이 근친혼이 잦은 집단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예제 144

유효집단크기가 Ne=50 인 소집단이 있다. (가) 100 세대 뒤 남는 유전적 다양성의 비율, (나) 다양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세대 수, (다) 새로 생긴 중립 대립유전자가 고정될 확률을 구하라.

풀이 보기

(가) 세대마다 남는 비율부터 구한다.

112×50=10.010=0.990

100 세대 뒤에는 이 값을 100번 곱한다. 손으로 하려면 로그를 쓴다.

log(0.990100)=100×log0.990=100×(0.00436)=0.436

0.990100=100.436=100.564×101=0.366

약 37%만 남는다. 다시 말해 100 세대 만에 다양성의 63%가 사라진다.

(나) 절반이 되는 세대 수를 구한다. 지수가 미지수이므로 다시 로그다.

0.990t=0.500t=log0.500log0.990=0.3010.00436=69

약 69 세대다.

(다) 새 대립유전자는 사본 하나로 시작하고 이배체 집단의 전체 사본 수는 2Ne=100 이므로

P고정=1100=0.010

나머지 99%는 사라진다. 중립 대립유전자의 운명은 대개 소실이다.

보전생물학의 함의를 적어 둔다. 세대시간이 5년인 종이라면 69 세대는 약 350년이다. 그래서 멸종위기종 관리 목표에 개체 수뿐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 유지"가 들어가고, 격리된 소집단 사이에 개체를 인위적으로 옮겨 유전자 흐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조심할 점. Ne=50 이라고 해서 개체가 50마리라는 뜻이 아니다. 소수 개체가 번식을 독점하면 500마리가 있어도 Ne 는 50일 수 있다.

예제 145

어떤 섬 집단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p0=0.90 이고, 본토에서 매 세대 m=0.050 의 비율로 이주민이 들어온다. 본토의 빈도는 pm=0.10 으로 일정하다. (가) 한 세대 뒤, (나) 10 세대 뒤의 빈도, (다) 차이가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세대 수를 구하라.

풀이 보기

(가) 다음 세대의 집단은 원래 있던 개체 95%와 이주민 5%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중 평균이다.

p1=0.95×0.90+0.050×0.10=0.855+0.005=0.860

(나) 차이로 놓고 계산하는 편이 쉽다. 처음 차이는

p0pm=0.900.10=0.80

이고 매 세대 0.95 배가 된다.

log(0.9510)=10×(0.0223)=0.2230.9510=100.223=0.599

p10=0.10+0.80×0.599=0.10+0.479=0.579

(다) 차이가 절반이 되는 세대 수는

t=log0.500log0.950=0.3010.0223=13.5

약 13~14 세대다.

결론이 강하다. 이주율이 5%밖에 안 되는데 열네 세대면 차이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유전자 흐름은 집단 사이의 분화를 지우는 대단히 강한 힘이다. 뒤에서 종분화를 다룰 때 "유전자 흐름을 어떻게 끊는가"가 핵심 질문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읽을 수도 있다. 서로 떨어진 두 집단이 유전적으로 뚜렷이 다르다면, 그것만으로도 둘 사이에 이주가 거의 없다는 증거가 된다.

흔한 오해

"하디-바인베르크 검정을 통과했으니 이 집단은 진화하고 있지 않다." 맞는 말인가?

풀이 보기

검정의 논리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하디-바인베르크는 유전자형 빈도에 대한 예측이지 대립유전자 빈도가 변하는지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 선택으로 p 가 세대마다 변하고 있어도, 각 세대 안에서 무작위 교배가 일어나기만 하면 그 세대의 p 에 대해 p2:2pq:q2 는 그대로 성립한다. 즉 진화하는 집단도 검정을 통과한다.

둘째, 통계 검정에서 기각하지 못한 것은 참임을 보인 것이 아니다. 앞의 MN 혈액형 예제에서 표본 1000명으로 얻은 χ2=0.222 는, 작은 선택계수가 있었다 해도 잡아낼 수 없는 검정력이었다.

셋째, 그러면 이 검정은 무엇에 쓰는가. 이탈이 나타났을 때 그 방향으로 원인을 좁히는 데 쓴다. 동형접합자가 과잉이면 근친 교배나 "사실 두 집단을 섞어 조사했다"를 의심하고, 이형접합자가 과잉이면 이형접합자 우세나 최근의 잡종화를 의심한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이탈 원인은 사실 생물학이 아니라 기술이다. 유전형 판정이 실패해 특정 유전자형이 덜 잡히면 이탈이 나타난다. 그래서 대규모 유전체 자료에서 하디-바인베르크 검정은 발견의 도구라기보다 품질 관리 지표로 널리 쓰인다.

종과 종분화

지금까지는 집단 하나 안의 이야기였다. 이제 집단이 둘로 갈라지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려면 "둘"이 무엇인지, 즉 종이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종의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목적에 따라 다른 기준을 쓰고, 어느 것도 모든 경우를 다루지 못한다.

종 개념기준쓸 수 없는 경우
생물학적 종자연 상태에서 교배해 생식력 있는 자손을 낳는다무성생식, 화석, 서로 만나지 않는 집단
형태학적 종형태가 불연속적으로 갈린다형태가 같은 별개 종, 변이가 큰 종
계통학적 종단계통이면서 진단 형질을 공유하는 최소 집단기준이 자의적이고 종 수가 크게 늘어난다
생태적 종같은 생태적 지위를 차지한다지위를 재기가 어렵다

이 문서는 특별한 말이 없으면 생물학적 종 개념을 쓴다. 이 개념에서 종분화란 곧 생식적 격리의 완성이다.

격리 기제는 수정이 일어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수정 전 격리는 서식지·시기·행동·구조의 차이와 배우자끼리의 불화합성이고, 수정 후 격리는 잡종이 잘 살지 못하거나, 살아도 불임이거나, 잡종의 자손 대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지리적 양상으로는 셋으로 나눈다.

세 경로가 모두 같은 목적지에 닿는다. 지리적 분리는 유전자 흐름을 끊는 가장 흔한 방법일 뿐 필수 조건이 아니다. 오른쪽 아래의 강화는 수정 후 격리가 이미 있을 때 수정 전 격리가 나중에 강해지는 과정이다
<세 경로가 모두 같은 목적지에 닿는다. 지리적 분리는 유전자 흐름을 끊는 가장 흔한 방법일 뿐 필수 조건이 아니다. 오른쪽 아래의 강화는 수정 후 격리가 이미 있을 때 수정 전 격리가 나중에 강해지는 과정이다>[원본 보기]

식물에서 특히 중요한 경로가 배수체화다. 서로 다른 두 종이 교배해 생긴 잡종은 감수분열에서 염색체가 짝을 찾지 못해 불임인데, 유전체 전체가 배가되면 모든 염색체에 짝이 생겨 정상적으로 감수분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부모 종과의 교배는 여전히 실패하므로 한 세대 만에 새 종이 완성된다.

예제 147

염색체 수가 2n=18 인 종과 2n=14 인 종이 교배해 잡종이 생겼다. (가) 잡종의 염색체 수와 불임인 이유, (나) 유전체가 배가된 개체의 염색체 수와 가임 여부, (다) 그 개체가 부모 종과 교배했을 때의 결과를 각각 답하라.

풀이 보기

(가) 각 부모는 감수분열로 반수체 배우자를 만든다. n=9n=7 이므로 잡종은

9+7=16

불임인 이유는 8장의 감수분열에 있다. 감수분열 1기에는 상동염색체끼리 짝을 지어 늘어서야 하는데, 9개와 7개는 서로 다른 조상에서 온 것이라 짝이 없다. 짝을 못 지은 염색체는 아무렇게나 갈라져 들어가므로, 만들어지는 배우자 대부분이 필요한 유전자를 빠뜨리거나 겹쳐 갖는다.

(나) 유전체 전체가 배가되면

2×16=32

이제 9쌍과 7쌍, 모두 16쌍이 되어 모든 염색체에 짝이 있다. 감수분열이 정상적으로 일어나 n=16 인 배우자를 만든다. 가임이다.

(다) 이 개체의 배우자는 n=16 이다. 부모 종과 교배하면

16+9=25,16+7=23

둘 다 홀수이고, 어느 쪽이든 짝을 못 찾는 염색체가 남아 다시 불임이다.

결론이 생물학적 종의 정의를 그대로 만족한다. 자기들끼리는 번식할 수 있고 부모 종과는 번식할 수 없다. 한 세대에 생식적 격리가 완성된 것이다.

왜 이 경로가 식물에서 특히 흔한가. 셋을 들 수 있다. 식물은 자가수분이 가능해 새로 생긴 개체 하나가 집단을 세울 수 있고, 몸의 어느 부위에서 생긴 돌연변이든 거기서 꽃이 피면 자손으로 넘어가며, 염색체가 늘어나도 발생이 크게 망가지지 않는다. 동물에서는 성 결정 방식과 발생의 제약 때문에 훨씬 드물다.

흔한 오해

"서로 교배해서 자손을 낳으면 같은 종이다." 이 진술의 문제는?

풀이 보기

생물학적 종 개념의 조건을 절반만 인용한 것이다. 정확한 조건에는 수식어가 셋 붙는다. 자연 상태에서, 생식력 있는 자손을, 지속적으로 낳아야 한다.

첫째, 자손이 불임이면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흐르지 않는다. 말과 당나귀 사이의 노새가 표준적인 예다. 자손은 태어나지만 유전자 흐름이 없으므로 두 집단은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한다.

둘째, 자연 상태라는 조건이 있다. 사육이나 실험실에서 교배되는 두 종이 자연에서는 서식지·시기·행동 때문에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격리는 실재한다.

셋째, 지속성이 필요하다. 드물게 잡종이 생기는 것과 두 유전자 풀이 섞이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여러 종 사이에서 낮은 수준의 유전자 흐름이 확인되어 있으며, 유전체 자료가 쌓이면서 이런 사례가 예외가 아니라 흔한 현상임이 드러났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교배가 안 되면 다른 종"도 항상 옳지는 않다. 같은 종 안에서도 멀리 떨어진 집단끼리는 잘 교배되지 않을 수 있고, 이웃한 집단끼리는 교배되는데 사슬의 양 끝은 교배되지 않는 사례도 알려져 있다.

결론은 개념의 성질에 관한 것이다. 종은 자연이 미리 잘라 놓은 단위가 아니라 연속적인 분화 과정을 실용적으로 나눈 범주다. 경계 사례에서 논쟁이 끝나지 않는 것은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계통수 읽는 법과 분자시계

계통수(phylogenetic tree)는 "누가 누구와 언제 갈라졌는가"에 대한 가설을 그림으로 적은 것이다.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자료에서 추정한 가설이라는 점을 먼저 새겨야 한다.

잎이 오늘의 생물, 안쪽 마디가 추정된 공통 조상이다. 어떤 마디를 골랐으면 그 후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야 단계통군이다. B 와 C 만 묶으면 같은 마디에서 나온 A 가 빠져 측계통군이 된다
<잎이 오늘의 생물, 안쪽 마디가 추정된 공통 조상이다. 어떤 마디를 골랐으면 그 후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야 단계통군이다. B 와 C 만 묶으면 같은 마디에서 나온 A 가 빠져 측계통군이 된다>[원본 보기]

읽는 규칙은 다섯이다.

나무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셋이다. 형질 변화의 총 횟수를 가장 적게 만드는 최대 단순성, 서열 차이를 거리로 바꿔 가까운 것끼리 묶는 거리 기반, 치환이 일어날 확률을 모형으로 놓고 계산하는 가능도·베이즈 방법이다. 뒤로 갈수록 통계적으로 낫지만 모형 선택에 결과가 좌우된다. 어느 방법이든 가지마다 신뢰도를 함께 표시하며, 그 값이 낮은 가지는 없는 것처럼 읽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닮음의 출처다.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닮음(상동)만 관계를 알려준다. 서로 다른 계통이 같은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비슷해진 닮음(상사)은 잡음이며, 실제로 형태 자료를 계통 추정에 쓰기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붙인다. 두 계통이 갈라진 뒤 각자 독립적으로 서열에 변화를 쌓으므로, 관찰되는 차이는 한쪽이 아니라 양쪽에서 쌓인 것의 합이다.

d=2μt

d 는 자리당 치환 수, μ 는 계통 하나에서 자리당 1년에 일어나는 치환 수, t 는 갈라진 뒤 흐른 시간이다. 2가 붙는 이유가 이 식의 전부다.

연대를 아는 보정점 하나로 직선의 기울기를 정하고, 그 기울기로 다른 분기의 연대를 거꾸로 읽는다. 계통마다 속도가 달라 실제 값은 옅게 칠한 띠만큼 퍼지므로 결과는 자릿수로 말해야 한다
<연대를 아는 보정점 하나로 직선의 기울기를 정하고, 그 기울기로 다른 분기의 연대를 거꾸로 읽는다. 계통마다 속도가 달라 실제 값은 옅게 칠한 띠만큼 퍼지므로 결과는 자릿수로 말해야 한다>[원본 보기]

예제 149

아래 계통수에서 (가) C 의 자매군, (나) {B,C}{A,B,C} 각각이 단계통군인지, (다) {A,D} 의 관계를 판정하라. 괄호는 한 마디로 묶인 것을 뜻한다.

(((A,B),C),(D,E))

풀이 보기

1단계. 괄호를 안쪽부터 풀어 마디로 옮긴다.

  • 마디 1: (A,B)
  • 마디 2: 마디 1 과 C
  • 마디 3: (D,E)
  • 뿌리: 마디 2 와 마디 3

앞의 그림이 정확히 이 구조다.

2단계. (가) 자매군이란 "가장 가까운 마디를 함께 이루는 상대"다. C 는 마디 2 에서 (A,B) 덩어리와 만난다. 따라서 자매군은 {A,B} 전체다. A 하나 또는 B 하나라고 답하면 틀린다.

3단계. (나) {B,C} 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은 마디 2 인데, 마디 2 의 후손에는 A 도 들어 있다. A 를 빼고 묶었으므로 측계통군이다. 반면 {A,B,C} 는 마디 2 와 그 후손 전부이므로 단계통군이다.

4단계. (다) {A,D} 의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은 뿌리이고, 뿌리의 후손에는 B,C,E 가 모두 들어간다. 그 셋을 뺀 묶음이므로 계통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다계통군이다.

함정 하나를 짚고 끝낸다. 같은 나무를 ((D,E),(C,(B,A))) 로 적어도 완전히 같은 나무다. 두 나무가 같은지 볼 때는 그림 모양이 아니라 "어떤 집합이 하나의 마디를 이루는가"를 비교해야 한다.

예제 150

두 종의 같은 유전자를 견주어 자리당 치환 수 d=0.032 를 얻었다. 계통 하나의 치환률이 자리당 1년에 1.0×109 일 때 두 계통이 갈라진 시점을 추정하고, 그 추정에 어떤 불확실성이 있는지 정리하라.

풀이 보기

무엇을 구하는지부터. 시간 t 이고 단위는 년이다. 두 계통이 각자 쌓았으므로 d=2μt 를 쓴다.

t=d2μ=0.0322×1.0×109yr1=1.6×107yr

약 1600만 년 전이다. 그런데 이 값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불확실성의 원인이 여럿이다.

  1. 속도의 출처. μ 자체가 다른 분기의 연대(화석, 지질 사건)에서 거꾸로 얻은 값이다. 그 보정점에 이미 큰 오차가 있고, 화석은 "적어도 이때는 있었다"는 하한만 준다.
  2. 계통마다 속도가 다르다. 세대시간, 대사율, 집단 크기, DNA 수선 효율이 다르면 치환률도 다르다. 앞 그림의 띠가 이것을 나타낸다.
  3. 포화. 같은 자리가 두 번 이상 바뀌면 겉으로 보이는 차이가 실제 치환 수보다 작아진다. 다만 d=0.032 는 작은 값이라 여기서는 심하지 않다.
  4. 자리마다 제약이 다르다. 효소의 활성부위는 거의 변하지 않고 어떤 자리는 빠르게 변한다. 유전자 하나로 추정하면 그 유전자 특유의 속도가 답을 지배한다.
  5. 유전자의 분기는 종의 분기보다 앞선다. 갈라지기 전 조상 집단에 이미 여러 대립유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열로 얻은 연대는 체계적으로 오래된 쪽으로 치우친다.

정직한 보고 방식은 정해져 있다. 여러 유전자를 함께 쓰고, 여러 보정점을 두고, 계통마다 다른 속도를 허용하는 모형으로 구간을 제시한다. 이 문제의 답도 "1600만 년"이라고 못 박기보다 "천만 년대 규모"라고 자릿수로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예제 151

어떤 유전자에서, 아미노산을 바꾸는 자리 300개 중 20개, 아미노산을 바꾸지 않는 자리 100개 중 18개에서 두 종 사이의 차이가 관찰되었다. 이 유전자에 어떤 선택이 작용했는지 판정하라.

풀이 보기

판정의 논리를 먼저 세워야 한다. 10장의 유전암호표에서 본 대로, 어떤 치환은 아미노산을 바꾸고(비동의) 어떤 치환은 바꾸지 않는다(동의). 동의 치환은 단백질을 바꾸지 않으므로 대체로 선택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동의 치환의 비율이 "선택이 없을 때의 기준선" 노릇을 한다.

두 비율을 구한다.

Ka=20300=0.0667,Ks=18100=0.180

KaKs=0.06670.180=0.37

판정 기준은 이렇다.

  • Ka/Ks1 이면 아미노산 변화가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중립.
  • Ka/Ks<1 이면 아미노산 변화가 제거된 것이다. 정제선택.
  • Ka/Ks>1 이면 아미노산 변화가 오히려 유리했던 것이다. 양성선택.

여기서는 0.37 이므로 정제선택이다. 아미노산을 바꾸는 치환의 약 63%가 걸러졌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유전자가 여기에 속한다.

한계도 적어 둔다. 첫째, 이 값은 유전자 전체의 평균이라 일부 자리에서 양성선택이 있었어도 전체가 1 아래면 놓친다. 그래서 실제 분석은 자리별·가지별로 나눠서 한다. 둘째, 동의 치환도 완전히 중립은 아니다. 셋째, 치환 수가 20과 18로 작으므로 이 비 자체의 오차가 상당하다. 유의성 검정을 함께 보고해야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용어단위메모
W절대 적응도없음한 개체가 남기는 자손 수. 생존율 × 개체당 자손 수
w상대 적응도없음가장 큰 W 를 1 로 놓고 나눈 값
s선택계수없음s = 1 − w. 0 이면 손해 없음, 1 이면 자손 없음
p, q대립유전자 빈도없음p + q = 1
하디-바인베르크f(AA):f(Aa):f(aa) = p²:2pq:q²다섯 조건이 다 성립할 때의 기준선. 귀무가설이다
유전적 부동유한 집단에서 우연히 생기는 빈도 변화방향이 없고, 작은 집단에서 빠르다
N_e유효집단크기개체 수실제 개체 수가 아니라 같은 부동 세기를 갖는 이상적 크기
H_tt 세대 뒤의 이형접합도없음H_t = H₀(1 − 1/2N_e)^t
m이주율없음매 세대 밖에서 들어오는 개체의 비율
μ돌연변이율1/세대대립유전자당 세대당. 새 변이의 유일한 원천
단계통군어떤 조상과 그 후손 전부이름 붙일 자격이 있는 유일한 묶음
외군관심 집단 밖의 계통뿌리를 정해 시간 방향을 준다
d = 2μt분자시계d 는 자리당 치환 수. 2 는 양쪽 계통이 각자 쌓기 때문
K_a / K_s비동의 대 동의 치환 비없음1 미만이면 정제선택, 초과면 양성선택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개체가 진화한다고 본다변하는 것은 집단의 빈도다. 개체는 태어난 유전형 그대로 산다
적응도를 힘이나 수명으로 읽는다남기는 자손 수다. 오래 살아도 번식하지 않으면 0 이다
모든 형질을 적응으로 설명한다부동, 끌려온 형질, 발생 제약이 있다. 적응은 증거를 대야 하는 주장이다
하디-바인베르크 통과 = 진화 없음유전자형 빈도에 대한 예측일 뿐이다. 선택이 있어도 통과한다
부동이 유리한 쪽으로 간다고 본다방향이 없다. 유리한 대립유전자도 작은 집단에서는 쉽게 사라진다
계통수의 오른쪽이 더 진화한 것이라고 본다잎은 전부 현재 시점이다. 좌우 순서는 정보가 아니다
분자시계 값을 정확한 연대로 쓴다속도가 계통마다 다르다. 자릿수로 말해야 한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변이는 무작위로 생기고, 그중 무엇이 남을지는 무작위가 아니다. 그리고 남을 것을 정하는 힘은 선택 하나가 아니라 넷이다.

다음 장은 그 결과물을 본다. 이 과정이 만들어 낸 생물의 목록을 훑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고 어디에 놓을지를 익힌다.

생물의 다양성

앞 장은 다양성이 어떻게 생기는지를 다뤘다. 이 장은 그렇게 생긴 결과를 본다. 다만 목록을 외우는 장이 아니다. 이름은 분류 체계가 개정될 때마다 바뀌지만 판정 논리는 오래 간다.

답할 것은 셋이다. 생물을 가르는 가장 깊은 경계는 무엇인가, 처음 보는 생물을 만났을 때 어떤 형질을 어떤 순서로 확인해야 위치를 좁힐 수 있는가, 그리고 세포가 아닌 바이러스는 어디에 놓아야 하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13장의 단계통군과 계통수 읽는 법, 그리고 서열 차이를 거리로 바꾸는 방식이다. 5장의 세포막과 소기관, 6·7장의 대사, 8장의 감수분열과 체세포분열도 계속 쓴다. 세대교번 절에서 두 분열을 나란히 놓고 판정하게 되므로 8장의 표를 다시 펴 두면 편하다.

세 영역 — 원핵과 진핵으로는 부족하다

20세기 후반까지 생물은 원핵과 진핵 둘로 나뉘었다. 이 이분법을 깬 것이 리보솜 RNA(rRNA) 서열 비교다.

왜 하필 rRNA 였는지가 중요하다. 계통을 추정하려면 비교 대상 모두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여야 하는데 리보솜은 예외 없이 모든 세포에 있다. 게다가 리보솜은 기능적 제약이 커서 변화가 아주 느리다. 13장의 분자시계로 말하면 μ 가 작다는 뜻이고, 그래야 수십억 년 전의 분기도 포화되지 않고 남는다.

이 비교에서 원핵생물이 서로 완전히 다른 두 무리로 갈렸다. 세균과 고세균이다.

형질세균 (Bacteria)고세균 (Archaea)진핵생물 (Eukarya)
막 지질글리세롤에 지방산이 에스터 결합글리세롤에 이소프레노이드가 에터 결합에스터 결합 (세균형)
글리세롤 입체구조sn-글리세롤-3-인산sn-글리세롤-1-인산 (거울상)세균형
세포벽펩티도글리칸펩티도글리칸이 없다. S층 등 다양있으면 셀룰로스 또는 키틴
RNA 중합효소한 종류, 소단위 4~5개소단위가 많다. 진핵형에 가깝다세 종류, 소단위 다수
히스톤없다 (닮은 단백질은 있다)많은 계통에 있다있다
번역 개시 아미노산포밀메싸이오닌메싸이오닌메싸이오닌
인트론과 스플라이싱드물다일부 tRNA 등흔하다

표를 세로로 읽으면 양상이 보인다. 고세균은 겉모습과 크기에서는 세균을 닮았고, 정보 처리(전사·번역)에서는 진핵생물을 닮았다. 이 관찰이 "진핵생물이 고세균 계통 안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의 출발점이다.

실제로 아스가르드(Asgard) 고세균이라 불리는 무리가 진핵생물과 가장 가깝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세 영역이 아니라 두 영역(세균과 고세균, 진핵생물은 고세균 안의 한 갈래)으로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떤 유전자를 어떤 모형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므로, 이 문서는 세 영역 체계를 쓰되 두 영역 가설이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적어 둔다.

반면 진핵세포 기원에서 확립된 부분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계통에서, 엽록체는 시아노박테리아 계통에서 왔다는 세포내공생(endosymbiosis)이다. 5장에서 "자기 DNA 와 리보솜을 갖는다"고만 말하고 넘어갔던 사실이 여기서 근거가 된다.

  1. 이중막을 갖는다. 바깥막은 삼킨 쪽의 막, 안막은 삼켜진 쪽의 원래 막으로 해석된다.
  2. 자체 유전체가 있고 대개 환형이며 히스톤에 감겨 있지 않다. 세균의 방식이다.
  3. 자체 리보솜이 세균형이고, 세균에 듣는 항생제에 반응한다.
  4.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분열로만 늘어난다.
  5. 유전체 서열이 특정 세균 계통 안에 놓인다. 이것이 가장 강한 증거다.
가지가 갈라지는 것과 삼켜 들이는 것은 성질이 전혀 다르다. 점선 화살표 때문에 진핵세포의 족보는 나무 하나로 그려지지 않는다
<가지가 갈라지는 것과 삼켜 들이는 것은 성질이 전혀 다르다. 점선 화살표 때문에 진핵세포의 족보는 나무 하나로 그려지지 않는다>[원본 보기]

예제 152

네 미생물의 16S rRNA 서열 일치도가 아래와 같다. 유전적 거리를 구해 어떤 무리로 묶이는지 판정하고, 이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을 밝혀라.

A-BA-CA-DB-CB-DC-D
일치도0.980.750.740.760.75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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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거리를 정의한다. 가장 단순한 정의는 일치하지 않는 자리의 비율이다.

d=1(일치도)

dAB=0.02,dAC=0.25,dAD=0.26,dBC=0.24,dBD=0.25,dCD=0.08

2단계. 가까운 것부터 묶는다. 최솟값이 dAB=0.02 이므로 {A,B} 를 먼저 묶고, 남은 것 중 최솟값 dCD=0.08{C,D} 를 묶는다.

3단계. 두 무리 사이의 평균 거리를 구해 무리 안의 거리와 견준다.

d¯=0.25+0.26+0.24+0.254=0.25

무리 안의 거리(0.02, 0.08)보다 한 자릿수 크다. 자료는 ((A,B),(C,D)) 구조를 지지한다.

4단계. 알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적는다. 여기가 이 예제의 목적이다.

  1. 뿌리의 위치. 13장에서 본 대로 뿌리를 정하려면 외군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없다. 위 표기는 뿌리 없는 나무를 편의상 적은 것이다.
  2. 시간. 거리는 치환 수이지 연대가 아니다. 계통마다 속도가 다르면 거리의 비가 시간의 비가 아니다.
  3. 영역 소속. 넷이 세균인지 고세균인지는 이 표만으로 알 수 없다. 알려진 기준 서열들과 함께 정렬해야 하고, 막 지질 같은 독립 형질로 확인하면 더 확실하다.
  4. 포화. 0.25 는 눈에 보이는 불일치일 뿐 실제 치환 수가 아니다. 같은 자리가 두 번 바뀐 경우가 빠져 있으므로 실제 거리는 이보다 크다.

마지막 항목의 크기를 어림해 두자. 흔히 쓰는 보정을 적용하면 p=0.25 는 약 0.30 으로, 20% 남짓 커진다. 반면 p=0.02 는 거의 그대로다. 먼 관계일수록 보정이 중요하다.

예제 153

사람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약 16.6kb 에 유전자 37개(단백질 13, tRNA 22, rRNA 2)를 담는다. 자유롭게 사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를 약 4Mb 에 유전자 4000개로 볼 때 (가) 축소 배수를 구하고 (나) 사라진 유전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검증 가능한 가설을 세워라.

풀이 보기

(가) 두 축으로 나누어 센다. 1kb 는 염기 1000개, 1Mb 는 염기 백만 개다.

4×1061.66×104=2.4×102,400037=1.1×102

크기로 약 240배, 유전자 수로 약 110배 줄었다. 크기 쪽 배수가 큰 것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 유전자 사이 여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 가능한 가설은 셋이다. 공생 상태에서 쓸모없어진 기능(운동성, 세포벽 합성, 여러 생합성 경로)이 그냥 사라졌거나, 유전자가 핵으로 옮겨 갔거나, 원래 있던 숙주 유전자가 그 일을 대신 맡았을 수 있다.

두 번째 가설이 좋은 가설인 이유는 틀릴 수 있는 예측을 여럿 낳기 때문이다.

  • 핵 유전체 안에 세균에서 온 서열이 있어야 하고, 계통 분석에서 그 유전자들이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쪽에 묶여야 한다.
  • 그 산물에는 미토콘드리아로 배달되는 표적 신호가 붙어 있어야 한다. 세균 조상에는 없던 것이므로 옮겨 간 뒤에 새로 얻었다고 예측된다.
  • 지금도 옮겨지고 있다면 핵 유전체에서 미토콘드리아 유래 조각이 발견되어야 한다.

세 예측 모두 관찰과 맞는다. 사람에서 미토콘드리아로 배달되는 단백질은 천 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추정치는 방법에 따라 폭이 있다. 하나의 확정값이 아니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남는 질문도 있다. 왜 13개는 남았는가. 이 단백질들이 몹시 소수성이라 막을 통과시켜 배달하기 어렵다는 설명과, 전자전달계의 상태에 맞춰 그 자리에서 발현을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확정된 답은 아니다.

흔한 오해

"고세균은 극한 환경에만 사는 원시적인 세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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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에 오류가 셋 들어 있다.

첫째, 서식지. 고세균이 처음 발견된 곳이 고온 온천, 고염 호수, 산소 없는 소화조여서 이런 인상이 생겼다. 그러나 배양하지 않고 서열로 조사하는 방법이 퍼지자 바다, 토양, 사람의 장과 피부 같은 평범한 곳에서 고세균이 흔히 검출되었다. 초기 인상은 배양할 수 있는 종만 볼 수 있었던 방법의 한계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 원시적이라는 말. 고세균은 세균과 똑같이 지금 살아 있는 생물이고 같은 시간 동안 진화했다. 13장에서 본 대로 계통수의 잎은 전부 현재 시점이다. 어떤 계통도 다른 계통보다 덜 진화하지 않았다.

셋째, 분류 위치. 고세균은 세균의 한 종류가 아니다. 정보 처리 기구로 보면 오히려 진핵생물 쪽에 가깝다. "고세균 = 이상한 세균"으로 묶는 것이 가장 큰 오해다.

덧붙일 것이 있다. 극한 환경에 사는 세균도 많고 온화한 환경에 사는 고세균도 많다. 서식지는 영역을 판정하는 형질이 아니다. 판정에 쓸 것은 막 지질과 정보 처리 기구다.

이름을 붙일 자격 — 분류의 원리

이름은 계층(역-계-문-강-목-과-속-종)과 이명법(속명과 종소명, 기울임체)을 따른다. 그런데 계급 자체에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 어떤 무리를 과로 볼지 목으로 볼지는 관례로 정하는 문제다.

반면 13장에서 다룬 단계통성은 자료로 검증할 수 있는 성질이다. 그래서 현대 분류는 "이름 붙일 무리는 단계통군이어야 한다"는 원칙만 지키고 계급에는 큰 뜻을 두지 않는 쪽으로 움직여 왔다. 파충류가 조류를 빼면 측계통군이 되는 문제, 어류라는 말이 계통군이 아닌 문제가 모두 이 원칙에서 나온다.

실제로 위치를 좁힐 때는 형질을 순서대로 확인한다. 이때 형질마다 무게가 다르다는 점이 핵심이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형질의 배제력이 약해진다. 맨 위 두 갈래는 예외가 거의 없고, 아래로 갈수록 수렴 진화 때문에 틀릴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형질의 배제력이 약해진다. 맨 위 두 갈래는 예외가 거의 없고, 아래로 갈수록 수렴 진화 때문에 틀릴 수 있다>[원본 보기]

예제 155

어떤 단세포 생물을 관찰했다. 핵막이 있고, 세포벽에 셀룰로스가 없고 키틴이 있으며, 엽록체가 없고, 균사를 만들지 않으며, 밖으로 소화효소를 내보내 녹인 뒤 흡수한다. 어느 무리에 가까운지 판정하고 그 판정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평가하라.

풀이 보기

1단계. 형질을 배제력 순으로 늘어놓는다.

  1. 핵막이 있다 → 진핵생물. 세균과 고세균이 한 번에 배제된다. 예외가 거의 없는 형질이다.
  2. 엽록체가 없다 → 광합성 계통을 일차적으로 배제한다. 다만 배제력이 약하다. 나중에 엽록체를 잃은 계통(기생성 식물, 여러 원생생물)이 실제로 있다.
  3. 세포벽에 키틴 → 균류의 대표 형질이다. 절지동물의 외골격도 키틴이지만 그것은 세포벽이 아니다.
  4. 밖에서 녹여 흡수 → 균류의 정의적 생활 방식이다.

2단계. 판정한다. 키틴 세포벽과 흡수영양이 함께 나타나므로 균류에 가깝다. 균사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은 효모처럼 단세포로 사는 균류로 설명된다. 균사 형성은 균류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3단계. 신뢰도를 평가한다. 형질을 두 부류로 갈라야 한다.

  • 강한 형질 — 세포벽 성분, 막 지질, 정보 처리 기구의 구조. 잘 보존된다.
  • 약한 형질 — 영양 방식, 겉모양, 사는 곳. 수렴 진화가 흔하다. 흡수영양은 여러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위 판정은 가설로 남겨야 하며 확정하려면 서열이 필요하다. 실제로 형태만으로 균류로 분류되었다가 서열 분석으로 전혀 다른 계통임이 밝혀진 사례가 여럿 있다. 난균류가 균류가 아니라 부등편모조류 쪽이라는 결론이 대표적이다.

일반화하면 이렇다. 형질에 가중치를 두지 않고 개수만 세면 수렴 형질에 끌려간다. 13장에서 상동과 상사를 갈라야 한다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다.

원핵생물 — 대사의 다양성이 형태를 압도한다

세균과 고세균은 형태가 단조롭다. 구형, 막대형, 나선형 정도다. 그래서 겉모습으로 나누려는 시도는 일찍 한계에 부딪혔다. 이들의 다양성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가에 있다.

영양 방식은 두 축의 조합으로 정리된다. 에너지를 에서 얻는가 화학 반응에서 얻는가, 그리고 탄소를 CO2 에서 얻는가 이미 만들어진 유기물에서 얻는가다.

네 칸을 모두 채우는 것은 원핵생물뿐이다. 진핵생물은 대각선의 두 칸만 쓴다. 대사의 발명은 거의 전부 원핵생물이 했다는 뜻이다
<네 칸을 모두 채우는 것은 원핵생물뿐이다. 진핵생물은 대각선의 두 칸만 쓴다. 대사의 발명은 거의 전부 원핵생물이 했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왼쪽 아래 칸, 즉 화학무기독립영양이 특히 중요하다. 무기물을 산화해 얻은 에너지로 CO2 를 고정하는 방식인데, 빛이 필요 없으므로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생태계가 성립한다. 심해 열수구 군집이 그 위에 서 있다.

예제 156

심해 열수구에서 세균을 얻었다. 빛이 전혀 없는 곳이고, 배양액에서 황화수소(H2S)를 없애면 자라지 못하며, 유기 탄소원을 전혀 넣지 않아도 자라고, CO2 를 없애면 자라지 못한다. (가) 영양 방식을 판정하고 (나) 이 세균이 열수구 생태계에서 하는 일을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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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두 축을 하나씩 결정한다.

  • 에너지원. 빛이 없는데 자란다 → 빛이 아니다. H2S 가 없으면 못 자란다 → 그 산화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무기물이므로 화학무기 쪽이다.
  • 탄소원. 유기물 없이도 자라고 CO2 가 없으면 못 자란다 → 탄소를 CO2 에서 얻는다. 독립영양이다.

따라서 화학무기독립영양이다. 그림의 왼쪽 아래 칸이며, 진핵생물에는 이 칸을 채우는 것이 없다.

실험 설계를 짚어 둘 만하다. 각 조건을 하나씩만 빼서 자라는지 보았다. 3장에서 다룬 방식 그대로이고, 한 번에 둘을 빼면 어느 쪽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나) 이 세균이 하는 일은 1차 생산이다. 17장에서 다시 다루지만 미리 말하면, 생태계에는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드는 층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표 생태계에서는 그 일을 광합성이 하고 열수구에서는 이 세균들이 한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막아 두자. 열수구 생태계가 "태양과 무관"하다는 서술은 절반만 맞다. 이 세균들이 H2S 를 산화할 때 전자를 받는 것은 대개 바닷물에 녹아 있는 O2 이고, 그 산소는 표층의 광합성에서 왔다. 에너지원은 지구 내부에서 오지만 전자를 버릴 곳은 태양이 마련해 준 셈이다.

진핵생물의 큰 갈래

진핵생물의 상위 분류는 아직 유동적이다. 몇 개의 대집단으로 나누는 체계가 쓰이지만 경계와 이름이 개정을 거듭한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원생생물(protist)은 계통군이 아니다. "동물도 식물도 균류도 아닌 진핵생물"을 모아 부르는 편의상의 말이므로, 앞 절의 원칙에 따라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

균류는 세포벽에 키틴을 쓰고, 몸 밖으로 효소를 내보내 녹인 뒤 흡수한다. 실 모양의 균사가 자라 그물을 이루는 구조는 표면적을 최대로 만드는 설계다. 흡수로 먹는 생물에게 표면적이 곧 처리 용량이기 때문이다.

육상식물의 진화는 문제 해결의 연쇄로 읽으면 외울 것이 거의 없다. 물속에서 뭍으로 나오면 새로 생기는 문제가 순서대로 있고, 각 무리는 그중 하나씩을 푼다.

무리푼 문제핵심 형질우세한 세대
선태류 (이끼 등)마르지 않고 살기큐티클, 배 보호 구조. 관다발이 없다배우체 (n)
양치류몸을 세우고 물을 나르기관다발(물관부·체관부), 리그닌포자체 (2n)
겉씨식물물 없이 수정하기꽃가루, 종자포자체 (2n)
속씨식물수분 효율과 종자 보호, 산포꽃, 열매, 중복수정포자체 (2n)
가지에 찍힌 번호가 그 자리에서 새로 생긴 형질이다. 오른쪽 칸을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배우체가 작아지고 포자체가 커지는 방향이 보인다
<가지에 찍힌 번호가 그 자리에서 새로 생긴 형질이다. 오른쪽 칸을 위에서 아래로 읽으면 배우체가 작아지고 포자체가 커지는 방향이 보인다>[원본 보기]

표의 마지막 칸이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하다. 식물의 생활사는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수체 배우체와 이배체 포자체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이것을 세대교번(alternation of generations)이라 한다.

감수분열의 산물이 배우자가 아니라 포자라는 점이 동물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배우자를 만드는 것은 감수분열이 아니라 체세포분열이다
<감수분열의 산물이 배우자가 아니라 포자라는 점이 동물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배우자를 만드는 것은 감수분열이 아니라 체세포분열이다>[원본 보기]

예제 157

어떤 양치식물의 포자체가 2n=64 다. 생활사의 각 단계에서 염색체 수와 그 단계를 만든 분열 방식을 정리하고, 동물의 생활사와 무엇이 다른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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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기준점을 먼저 정한다. 식물에서 감수분열의 산물은 포자다. 이것만 붙잡으면 나머지가 따라온다.

단계염색체 수만들어진 방식
포자체 (우리가 보는 잎)2n = 64접합자의 체세포분열
포자낭의 포자모세포2n = 64체세포분열
포자n = 32감수분열
배우체 (전엽체)n = 32포자의 체세포분열
배우자 (정자, 난자)n = 32배우체의 체세포분열
접합자2n = 64수정

2단계. 검산한다. 감수분열이 한 번(6432), 수정이 한 번(32+32=64)이다. 생활사 한 바퀴에 배수성이 딱 한 번 반감되고 한 번 회복된다. 이 조건은 모든 생활사에서 성립하므로 표를 잘못 채웠는지 확인하는 데 쓸 수 있다.

3단계. 동물과 견준다. 동물에서는 감수분열의 산물이 곧 배우자이므로 반수체 단계가 세포 하나로 끝난다. 반수체 다세포 개체가 없다.

식물에서는 반수체 포자가 체세포분열로 자라 다세포 개체(배우체)가 되고, 그 개체가 체세포분열로 배우자를 만든다. 그래서 식물에서는 "배우자를 만드는 것은 감수분열이 아니라 체세포분열"이라는 진술이 참이다. 세대교번 문제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자리다.

4단계. 무리별로 확장한다. 이끼에서 우리가 보는 초록 몸은 배우체(n)이고 포자체(2n)는 그 위에 얹힌 자루다. 양치류에서 우리가 보는 잎은 포자체(2n)이고 배우체는 몇 mm 크기의 전엽체다. 종자식물에서는 배우체가 더 줄어 꽃가루와 배낭이 되었다. 진화 방향은 배우체의 축소와 포자체의 우세로 요약된다.

예제 158

체세포가 2n=24 인 속씨식물에서 중복수정이 일어났다. (가) 접합자, 배젖, 종피의 염색체 수를 각각 구하고 (나) 배젖이 삼배체인 것이 어떤 이점을 갖는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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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각 배우자의 배수성부터 정한다. 2n=24 이므로 n=12 다.

  • 난세포: n=12
  • 극핵 두 개를 가진 중앙세포: n+n=24
  • 꽃가루관이 나르는 정핵 두 개: 각각 n=12

2단계. 두 번의 수정을 각각 계산한다.

접합자=12+12=24=2n,배젖=24+12=36=3n

종피는 수정과 무관하게 모체 조직에서 유래하므로 2n=24 이고 어머니의 유전자형만 갖는다. 씨를 심었을 때 껍질과 알맹이의 유전 구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나) 이점은 두 갈래로 설명된다.

첫째, 자원 배분의 효율이다. 겉씨식물은 수정 여부와 상관없이 배우체 조직에 미리 양분을 저장하므로 수정에 실패하면 그 투자가 버려진다. 속씨식물은 수정이 일어난 뒤에야 배젖이 발달하므로 헛투자가 없다.

둘째, 유전체 용량이다. 배젖은 짧은 기간에 저장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직이므로 유전자 사본이 셋이면 전사 용량이 크다. 다만 이 설명은 그럴듯한 해석이고 결정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하나 덧붙이면, 배젖은 모계 대 부계 비가 2 대 1 이다. 이 비가 깨지면(배수성이 다른 개체끼리 교배하면) 배젖 발달이 실패해 씨가 죽는 일이 많다. 배수성이 다른 계통 사이의 생식적 장벽으로 작동하는 것이며, 13장의 종분화와 여기서 만난다.

동물은 사정이 반대다. 대사는 단조롭고 몸의 구조가 다양하다. 그래서 나누는 축도 구조다. 대칭성(방사/좌우), 배엽 수(이배엽/삼배엽), 그리고 발생 초기에 먼저 뚫린 구멍이 입이 되는가 항문이 되는가다.

가지에 찍힌 번호가 그 자리에서 새로 생긴 몸 구조다. 세 번째 자리가 서열 자료로 크게 수정된 곳이다
<가지에 찍힌 번호가 그 자리에서 새로 생긴 몸 구조다. 세 번째 자리가 서열 자료로 크게 수정된 곳이다>[원본 보기]

여기서 형태 분류의 한계가 드러난다. 옛 분류는 체강의 유무와 형성 방식을 크게 보았는데, 서열 자료가 쌓이자 선구동물이 탈피동물(허물을 벗는다)과 촉수담륜동물 두 무리로 갈린다는 결론이 나왔다. 몸 구조만 보아서는 나오지 않았을 결론이다.

예제 159

바다에서 새 동물을 발견했다. 몸이 좌우대칭이고, 배엽이 셋이며, 발생에서 먼저 뚫린 구멍이 입이 되었고, 자라면서 겉껍질을 통째로 벗는다. (가) 계통수에서 어디에 놓을지 좁히고 (나) 확정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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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형질을 배제력 순으로 적용한다.

  1. 좌우대칭이고 삼배엽 → 해면동물과 자포동물이 배제된다. 그림의 ② 아래쪽으로 들어간다.
  2. 먼저 뚫린 구멍이 입 → 선구동물이다. 후구동물(극피·척삭)이 배제된다.
  3. 겉껍질을 통째로 벗는다(탈피) → 선구동물 안에서 탈피동물 쪽이다. 절지동물과 선형동물이 여기 속한다.

세 형질로 다섯 갈래가 하나로 좁혀졌다. 각 형질이 나무의 한 마디씩을 정한다는 점이 요점이다.

(나) 확정하려면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첫째, 수렴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앞에서 본 대로 겉모습이나 생활 방식은 독립적으로 같아질 수 있다. 탈피는 비교적 무거운 형질이지만, 이 하나만으로 확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둘째, 서열 자료다. 여러 유전자를 함께 써서 알려진 분류군들과 함께 나무를 만들고, 13장에서 말한 대로 가지마다 신뢰도를 함께 봐야 한다. 신뢰도가 낮은 가지는 없는 것처럼 읽는다.

절지동물인지 선형동물인지까지 가르려면 형질이 더 필요하다. 몸이 마디로 나뉘어 있는지, 다리에 관절이 있는지, 외골격 성분이 키틴인지를 보면 절지동물 쪽으로 좁혀진다.

예제 160

지금까지 기재된 종은 대략 2.1×106 인데 실제 종 수 추정치는 자료마다 크게 다르다. (가) 왜 추정이 어려운지 정리하고 (나) 열대림 곤충 추정의 고전적 계산 구조를 재현한 뒤 그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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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유가 다섯이다.

  1. 표본 편향. 조사가 온대 지역과 큰 생물에 치우쳐 있다. 열대 토양과 심해는 거의 조사되지 않았다.
  2. 크기 편향. 작을수록 기재율이 낮다. 곤충, 진드기, 선충, 균류가 대표적이다.
  3. 미생물의 종 개념. 무성생식 계통에서 종을 어떻게 나눌지 합의가 없다. 서열 유사도의 문턱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종 수가 몇 배로 변한다.
  4. 은밀종. 형태가 같아 한 종으로 기재된 것이 서열로 보면 여러 종인 경우가 흔하다. 기재된 종 수 자체가 과소평가다.
  5. 외삽 의존. 추정치는 표본에서 전체로 늘려 잡은 값이므로 가정에 민감하다.

(나) 고전적 계산은 곱셈 사슬이다. 아래 값을 가정으로 준다. 나무 한 종에서 발견된 딱정벌레 종이 1.6×102, 그중 그 나무에만 사는 비율 20%, 열대 나무 종 수 5×104, 딱정벌레가 전체 절지동물 종의 40%, 나무 위 대 지면의 비 2 대 1.

160×0.20=32(나무 한 종에 딸린 딱정벌레)

32×5×104=1.6×106(나무 위 딱정벌레 총수)

1.6×1060.40=4.0×106(나무 위 절지동물)

4.0×106×1.5=6.0×106(지면까지 포함)

열대 절지동물만 육백만 종 규모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이 값을 어디까지 믿을지 판단한다. 다섯 개의 인자를 곱했고 곱한 것의 불확실성은 곱으로 커진다. 특이성 비율을 20%에서 10%로 바꾸면 답이 절반이 되고, 나무 종 수를 두 배로 잡으면 두 배가 된다. 두 가정만 함께 흔들려도 네 배 차이가 난다.

정직한 결론은 이렇다. 기재된 종은 약 이백만이고, 전체 진핵생물 종 수 추정치는 연구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까지 갈리며, 원핵생물까지 넣으면 종 개념 문제 때문에 비교 자체가 어렵다. 하나의 숫자를 외우는 것은 의미가 없고, "우리가 아는 것이 전체의 작은 일부"라는 결론만 견고하다.

바이러스 — 세포가 아닌 것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다. 유전체와 그것을 싸는 단백질 껍질(캡시드), 일부는 숙주에서 빌려 온 지질 외피가 전부다. 리보솜도 대사 효소도 없으므로 숙주 세포 안에서만 증식한다.

크기 사다리를 보면 이유가 분명해진다. 리보솜 하나를 담을 공간조차 없으니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 방법이 없다
<크기 사다리를 보면 이유가 분명해진다. 리보솜 하나를 담을 공간조차 없으니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 방법이 없다>[원본 보기]

분류의 실용적 기준은 유전체의 종류와 mRNA 를 만드는 경로다. 10장에서 본 중심원리를 기준으로 놓고, 각 바이러스가 그 흐름의 어디로 들어오는지를 적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부류유전체mRNA 로 가는 경로
I이중가닥 DNA숙주 RNA 중합효소로 전사헤르페스바이러스, 두창바이러스
II단일가닥 DNA상보가닥을 만든 뒤 전사파보바이러스
III이중가닥 RNA자체 RNA 의존 RNA 중합효소로타바이러스
IV양성 단일가닥 RNA유전체가 곧 mRNA 다피코르나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V음성 단일가닥 RNA자체 중합효소로 상보 RNA 를 만든다인플루엔자바이러스, 광견병바이러스
VI양성 단일가닥 RNA (역전사)역전사로 DNA 를 만들어 숙주 유전체에 넣는다레트로바이러스
VII이중가닥 DNA (역전사)RNA 중간체를 거쳐 복제B형간염바이러스

감염 뒤의 경로는 두 갈래다. 용균은 즉시 증식해 세포를 터뜨리고, 용원은 유전체를 숙주 유전체에 넣거나 따로 유지하며 잠복한다. 잠복 중에도 숙주에 형질을 줄 수 있어서, 일부 세균 독소 유전자는 사실 파지에서 온 것이다.

갈라지는 곳은 한 군데뿐이다. 곧바로 읽어 새 입자를 만들 것인가, 숙주 유전체 안에 들어가 함께 복제될 것인가
<갈라지는 곳은 한 군데뿐이다. 곧바로 읽어 새 입자를 만들 것인가, 숙주 유전체 안에 들어가 함께 복제될 것인가>[원본 보기]

예제 161

세 바이러스의 성질이 아래와 같다. 각각을 볼티모어 분류의 어느 부류로 볼지 판정하고 근거를 써라.

  • 가 — 유전체가 RNA 이고, 정제한 유전체만 세포에 넣어도 감염이 성립한다.
  • 나 — 유전체가 RNA 이고, 정제한 유전체만 넣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입자 안에 중합효소가 함께 들어 있다.
  • 다 — 유전체가 RNA 인데, 감염된 세포의 DNA 안에서 이 바이러스의 서열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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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의 열쇠는 하나다. 유전체가 숙주의 리보솜에 곧바로 앉을 수 있는가. 10장에서 본 대로 리보솜은 mRNA 만 읽는다.

가. 유전체만 넣어도 감염이 성립했다는 것은 그 RNA 가 곧바로 번역되어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즉 유전체 자체가 mRNA 다. 양성 단일가닥 RNA, 부류 IV 다.

나. 유전체만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 RNA 는 mRNA 가 아니므로 먼저 상보 RNA 를 만들어야 하는데, 숙주에는 RNA 를 주형으로 RNA 를 만드는 효소가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자기 중합효소를 입자 안에 싣고 다녀야 한다. 음성 단일가닥 RNA, 부류 V 다.

다. RNA 유전체인데 숙주 DNA 안에서 서열이 발견되었다. RNA 에서 DNA 를 만드는 역전사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부류 VI, 레트로바이러스다.

이 분류가 실용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부류가 정해지면 약의 표적이 정해진다. 부류 V 와 VI 는 숙주에 없는 효소를 쓰므로 그 효소를 막으면 숙주를 크게 건드리지 않고 바이러스만 멈출 수 있다. 반대로 부류 I 은 숙주의 중합효소를 그대로 쓰므로 표적을 찾기가 훨씬 어렵다.

예제 162

바이러스 원액을 10배씩 희석해 106 희석액 0.10mL 를 접종했더니 플라크가 47개 생겼다. (가) 원액의 역가를 구하고 (나) 이 방법으로 셀 때 지켜야 할 조건을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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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플라크 하나가 감염 입자 하나에서 시작했다고 본다. 그러면 접종한 부피에 감염 입자가 47개 들어 있었던 것이다.

2단계. 부피로 나눈다. 단위 PFU 는 플라크를 만드는 단위, 곧 감염력이 있는 입자 하나를 뜻한다.

470.10mL=4.7×102PFU/mL (희석액 기준)

3단계. 희석 배수를 되돌린다.

4.7×102×106=4.7×108PFU/mL

(나) 조건이 넷이다.

  1. 셀 수 있는 범위. 너무 많으면 플라크가 겹쳐 하나로 보이고 너무 적으면 통계 오차가 크다. 관례적으로 판당 30개에서 300개 사이를 쓴다. 47개는 이 범위 안이다.
  2. 통계 오차를 함께 보고한다. 무작위로 흩어진 것을 세는 일이므로 표준편차가 대략 47=6.9 다. 상대오차가 6.9/47=15% 이므로 유효숫자를 두 자리 넘게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복 접종을 네 판 하면 상대오차가 절반으로 준다.
  3. 감염 입자와 전체 입자는 다르다. 전자현미경으로 센 입자 수는 대개 PFU 보다 훨씬 크다. 역가는 입자 수가 아니라 감염력이 있는 입자 수다.
  4. 플라크를 만들지 않는 바이러스에는 쓸 수 없다. 그 경우 다른 지표를 쓴다.

계산 자체보다 두 번째 항목이 중요하다. 47이라는 값에서 유효숫자 두 자리를 얻었다고 해서 답이 두 자리로 정확한 것이 아니다. 답의 정밀도는 계산이 아니라 자료가 정한다.

예제 163

유전체 길이가 뉴클레오타이드 1.0×104 개인 RNA 바이러스가 있다. 복제할 때 한 자리가 잘못 들어갈 확률이 1.0×104 다. (가) 자손 하나가 갖는 새 돌연변이 수의 평균, (나) 부모와 서열이 완전히 같은 자손의 비율을 구하고 (다) 치료와 백신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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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자리마다 독립이라고 보면 평균은 곱이다.

n¯=1.0×104×1.0×104=1.0

자손 하나마다 평균 한 군데가 바뀐다.

(나) 한 자리가 바뀌지 않을 확률이 11.0×104=0.9999 이고, 모든 자리가 그래야 하므로 이 값을 104 번 곱한다.

P=(0.9999)104

지수가 커서 그냥 곱할 수 없으므로 4장에서 도입한 로그를 쓴다. 곱셈이 덧셈이 되는 도구다.

logP=104×log(0.9999)=104×(4.343×105)=0.4343

P=100.4343=0.368

약 37%만 부모와 같고 63%는 어딘가 다르다. 그래서 감염된 개체 안의 바이러스 집단은 하나의 서열이 아니라 서열들의 구름(준종)이 된다.

(다) 함의가 셋이다.

  1. 단일 약제 내성이 빨리 나온다. 감염 개체 안의 바이러스 수가 1010 규모라면, 특정 한 자리에 특정 치환을 가진 개체의 기대 수가 105 규모다. 즉 약을 쓰기 전부터 내성 변이가 집단 안에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표적을 노리는 약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표준이 되었다. 두 자리가 동시에 필요하면 확률이 곱해져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2. 백신 표적의 선택이 중요하다. 변이가 잘 일어나는 표면 부위를 노리면 회피가 쉽고, 기능적 제약이 커서 변이가 허용되지 않는 부위를 노리면 회피가 어렵다.
  3. 상한도 있다. 돌연변이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유전체 정보가 유지되지 않아 집단이 무너진다. 이 성질을 이용해 돌연변이를 일부러 늘리는 약물이 연구된다.

일반화의 한계도 적어 둔다. 위 값은 생긴 변이의 수이고 그중 살아남는 것은 13장의 선택이 정한다. 대부분의 변이는 해로워 사라진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교정 활성을 가진 RNA 바이러스는 오류율이 위 값보다 한 자릿수 이상 낮다. "RNA 바이러스는 다 빨리 변한다"는 일반화는 부정확하다.

흔한 오해

"감기에 항생제를 먹으면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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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하나다. 표적이 없다.

항생제는 세균에만 있는 구조와 과정을 노린다. 펩티도글리칸 세포벽 합성, 세균형 리보솜, 세균형 DNA 자이레이스, 엽산 합성 경로가 대표적이다. 앞의 표에서 보았듯 바이러스에는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없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리보솜과 대사를 빌려 쓰므로, 그 경로를 막으면 숙주도 함께 다친다.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항생제보다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도 이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감기는 대개 저절로 낫는데 그 전에 약을 먹었으면 인과로 오인된다. 3장에서 다룬 상관과 인과의 혼동이다. 또 이차 세균 감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경우 항생제가 듣는 것은 세균을 치료한 것이지 바이러스를 치료한 것이 아니다.

대가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치른다. 13장에서 선택계수 s=0.10 인 대립유전자가 약 96 세대에 집단을 장악한다고 계산했다. 세균의 세대시간이 20분 규모이므로 항생제가 있는 환경에서는 며칠 만에 내성 집단이 우세해진다. 항생제 사용량 자체가 선택압이므로, 쓰지 않아도 될 때 쓰지 않는 것이 내성 확산을 늦추는 직접적 수단이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바이러스 질환에는 아무 약도 없다"도 틀리다. 앞 예제에서 본 대로 부류 V 와 VI 는 숙주에 없는 효소를 쓰므로 그것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요점은 언제나 같다. 표적이 있어야 약이 있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낱말 / 기호메모
세 영역세균, 고세균, 진핵생물rRNA 서열 비교로 갈렸다. 두 영역 가설이 유력한 대안이다
16S rRNA원핵생물의 리보솜 소단위 RNA모두가 가지고 있고 변화가 느려 아주 오래된 분기를 본다
세포내공생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삼켜진 세균에서 왔다는 설명가장 강한 근거는 유전체 서열의 위치다
이명법과 계급속명 + 종소명 / 역-계-문-강-목-과-속-종계급에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 단계통성만 검증 가능하다
강한 형질 · 약한 형질잘 보존되는 형질 / 수렴하기 쉬운 형질세포벽 성분과 막 지질 대 영양 방식과 겉모양
네 가지 영양 방식광독립 · 광종속 · 화학무기독립 · 화학유기종속에너지원과 탄소원 두 축의 조합. 네 칸을 다 쓰는 것은 원핵생물뿐이다
원생생물동물 · 식물 · 균류가 아닌 진핵생물계통군이 아니다.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
세대교번반수체 배우체와 이배체 포자체가 번갈아 나온다감수분열의 산물이 배우자가 아니라 포자다
배우체 · 포자체반수체 다세포 개체 / 이배체 다세포 개체진화 방향은 배우체 축소, 포자체 우세
중복수정접합자(2n)와 배젖(3n)이 함께 생긴다종피는 모체 조직이라 2n 이고 모계 유전자형만 갖는다
선구동물 · 후구동물먼저 뚫린 구멍이 입 / 항문선구동물은 탈피동물과 촉수담륜동물로 갈린다
캡시드 · 외피유전체를 싸는 단백질 껍질 / 숙주 막에서 빌린 지질막외피는 없는 바이러스도 많다
볼티모어 분류유전체 종류와 mRNA 로 가는 경로로 나눈 일곱 부류어떤 효소를 자기가 들고 다녀야 하는지가 갈린다
용균 · 용원즉시 증식해 터뜨린다 / 유전체에 들어가 잠복한다용원 전환으로 숙주에 형질을 주기도 한다
PFU플라크를 만드는 단위, 곧 감염력 있는 입자 하나전체 입자 수와 다르다
준종한 숙주 안의 바이러스가 이루는 서열들의 구름높은 돌연변이율의 직접적 결과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고세균을 세균의 한 종류로 본다정보 처리 기구로 보면 오히려 진핵생물에 가깝다. 사는 곳은 판정 형질이 아니다
원생생물을 하나의 계통군으로 다룬다나머지를 모은 이름이다. 단계통군이 아니므로 분류 단위로 쓰지 않는다
형질 개수를 세어 분류한다형질마다 무게가 다르다. 개수만 세면 수렴 형질에 끌려간다
식물에서 감수분열이 배우자를 만든다고 본다감수분열의 산물은 포자다. 배우자는 배우체가 체세포분열로 만든다
배젖과 종피의 배수성을 헷갈린다배젖은 3n, 종피는 모체 조직이라 2n 이다
바이러스를 아주 작은 세포로 본다리보솜도 대사도 없다. 그래서 항생제의 표적도 없다
전자현미경으로 센 입자 수를 역가로 쓴다역가는 감염력 있는 입자 수다. 둘의 비가 수십에서 수천에 이르기도 한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가장 깊은 경계는 겉모습이 아니라 막 지질과 정보 처리 기구에 있다. 대사의 다양성은 원핵생물이, 몸 구조의 다양성은 동물이, 생활사의 다양성은 식물이 갖고 있다. 그리고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는 것은 단계통군뿐이다.

다음 세 장은 이 목록에서 둘을 골라 안을 들여다본다. 15장은 움직이지 않는 몸이 어떻게 자원을 얻는지, 16장은 움직이는 몸이 어떻게 내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지, 17장은 그 개체들이 모여 무엇을 만드는지를 다룬다.

식물의 구조와 생리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하나의 제약에서 식물 생리의 거의 전부가 따라 나온다. 자원을 찾아갈 수 없으니 몸을 뻗어 닿아야 하고, 도망갈 수 없으니 화학적으로 방어해야 하며, 빛은 위에 있고 물은 아래에 있으므로 먼 거리 수송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답할 것은 셋이다. 물이 어느 쪽으로 갈지는 무엇이 정하는가, 펌프도 없이 어떻게 물을 100 m 위로 올리는가, 그리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뇌도 없는 몸이 어떻게 계절과 빛의 방향을 알아채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5장의 삼투와 삼투압 Π=icRT, 막수송과 팽압, 4장의 농도 단위와 기체상수 R=8.314J/(molK), 그리고 7장의 광합성과 기공이다. 압력은 이 문서의 정책대로 Pa 계열로 쓴다. 식물 생리에서 다루는 크기가 커서 주로 MPa(메가파스칼, 106Pa)를 쓴다.

움직이지 않는 몸 — 조직과 기관

동물은 태어날 때 기관의 목록이 정해지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다. 식물의 성장은 분열조직(meristem)에서만 일어나고, 분열조직은 평생 남아 있으므로 새 기관을 계속 만들 수 있다.

조직계는 셋이다. 각각이 무엇을 위해 있는지를 함께 보면 외울 것이 줄어든다.

조직계구성하는 일
표피계표피, 큐티클, 공변세포, 뿌리털, 주피보호, 수분 손실 제어, 기체 교환 조절, 흡수
기본조직계유조직, 후각조직, 후벽조직광합성, 저장, 지지
관다발계물관부(xylem), 체관부(phloem)물과 무기양분 수송, 광합성 산물 수송, 지지

관다발계의 두 조직은 대비해서 보아야 한다. 구동력이 다르기 때문에 세포의 생사까지 달라진다.

항목물관부 (xylem)체관부 (phloem)
나르는 것물과 무기 이온설탕, 아미노산, 호르몬, 일부 RNA
방향뿌리에서 위로, 한 방향공급원에서 수용부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전도 세포헛물관, 물관요소. 성숙하면 죽어 있다체관요소. 살아 있으나 핵이 없다
곁에 있는 세포유조직 세포동반세포. 핵과 소기관을 대신 제공한다
구동력증산이 만든 장력. 음압이다삼투로 만든 압력 차. 양압이다
에너지거의 쓰지 않는다 (수동)적재와 하역에 ATP 를 쓴다 (능동)

뿌리에는 검문소가 하나 있다. 내피 세포의 벽을 띠처럼 두르고 있는 소수성 물질, 카스파리대(Casparian strip)다. 이것이 세포벽 사이의 틈으로만 흐르던 경로를 끊어 놓아, 물관부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한 번은 세포막을 지나야 한다.

세 경로 가운데 세포벽 경로만 막을 한 번도 지나지 않는다. 카스파리대가 그 경로를 끊어 모든 물이 적어도 한 번은 막을 지나게 만든다
<세 경로 가운데 세포벽 경로만 막을 한 번도 지나지 않는다. 카스파리대가 그 경로를 끊어 모든 물이 적어도 한 번은 막을 지나게 만든다>[원본 보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5장의 논리 그대로다. 무엇을 들일지 고르려면 막이 필요하다. 세포벽 틈에는 고를 장치가 없다. 검문소를 한 겹에 몰아 두면 그 한 겹만 관리하면 된다.

예제 165

뿌리 표면 1mm2 당 뿌리털이 200개 있고, 뿌리털 하나가 지름 10μm, 길이 1.0mm 인 원기둥이라 하자. 뿌리털이 흡수 면적을 몇 배로 늘리는지 구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는 경우 식물이 무엇을 더 하는지 설명하라.

풀이 보기

1단계. 뿌리털 하나의 옆면적을 구한다. 끝의 반구는 무시한다. 반지름은 지름의 절반이므로 5.0μm=5.0×106m 다.

a=2πr=2π(5.0×106)(1.0×103)=3.14×108m2

2단계. 200개를 합친다. 1mm2=1.0×106m2 임에 주의한다. 3장에서 본 대로 제곱이 붙은 단위는 인자도 제곱한다.

A=200×3.14×108=6.3×106m2

3단계. 원래 면적과 견준다.

6.3×1061.0×106=6.3

뿌리털이 난 부분의 면적이 그것만으로 여섯 배 넘게 늘어난다.

4단계. 왜 이런 구조가 반복해서 나타나는지를 짚는다. 3장에서 계산한 표면적 대 부피 비 문제다. 흡수는 표면에서 일어나고 수요는 부피에 비례하므로, 커지는 몸은 표면을 늘리는 수단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뿌리털이 그 하나이고 균근(mycorrhiza)이 또 하나다. 균류의 균사가 토양으로 뻗어 뿌리가 닿지 못하는 부피에서 인산을 가져오고, 그 대가로 광합성 산물을 받는다. 균사는 뿌리털보다 훨씬 가늘어 같은 부피에서 훨씬 큰 면적을 만든다.

인산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인산은 토양에서 확산이 느려 뿌리 주변이 금세 고갈된다. 그 고갈층을 넘어야 더 흡수할 수 있는데, 뿌리털의 길이는 1mm 이고 균사는 수 cm 를 간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예제 166

물관부의 전도 세포는 성숙하면 죽어 있고 체관요소는 살아 있어야 한다. 두 경우를 각각 수송 기작과 연결해 설명하고, 이 설명이 낳는 검증 가능한 예측을 하나 쓰라.

풀이 보기

물관부부터 본다. 구동력이 장력, 즉 음압이라는 사실에서 셋이 따라 나온다.

  1. 저항을 줄여야 한다. 세포 내용물이 있으면 흐름 저항이 크다. 죽으면서 내용물이 사라지고 위아래 끝벽까지 뚫리면 속이 빈 관이 된다.
  2. 음압을 견뎌야 한다. 당겨지는 관이 찌그러지지 않으려면 단단한 벽이 필요하고, 리그닌으로 두껍게 보강한 2차 세포벽이 그 일을 한다. 그런데 그 벽은 세포를 완전히 둘러싸므로 물질 출입이 불가능해진다. 벽을 강화하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이 양립하지 않는다.
  3.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 수송 자체가 수동이므로 대사가 필요 없다.

체관부는 사정이 정반대다. 구동력이 삼투로 만든 양압이고, 그 압력을 만들려면 설탕을 능동적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1. 적재에 ATP 와 양성자 기울기가 필요하다. 5장의 2차 능동 수송이며, 살아 있는 막이 있어야 한다.
  2. 높은 설탕 농도가 유지되려면 막이 온전해야 한다. 죽은 관이라면 설탕이 새어 나가 압력이 생기지 않는다.
  3. 그럼에도 흐름 저항을 줄이려고 핵, 액포, 리보솜을 버린다. 사라진 기능은 원형질연락사로 이어진 동반세포가 대신 맡는다.

한 문장으로 대비하면, 물관부는 수동 수송을 위해 세포를 포기했고 체관부는 능동 수송을 위해 세포를 유지하되 내용물을 이웃에 맡겼다.

예측은 이렇다. 조직을 죽이거나 대사를 멈추면 물관부 수송은 계속되고 체관부 수송은 즉시 멈춰야 한다. 줄기를 뜨거운 김에 쬐거나 대사 저해제를 처리하는 고전적 실험이 이 예측을 확인한다. 예측이 두 조직에서 서로 반대 방향이라는 점이 이 실험을 강하게 만든다.

물은 어느 쪽으로 가는가 — 수분퍼텐셜

5장에서는 "물은 용질이 많은 쪽으로 간다"고 했다. 식물에서는 이 규칙만으로 부족하다. 세포벽이 있어 압력이 함께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요인을 하나의 값으로 합친 양을 쓴다. 수분퍼텐셜(water potential) Ψ(그리스 문자 프시)다.

정의는 이렇다. 순수한 물의 Ψ 를 0 으로 놓고, 물이 어디로 갈지를 이 값 하나로 정한다. 단위는 압력과 같은 Pa 계열이다. 규칙은 예외가 없다.

물은 언제나 Ψ 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간다.

Ψ 는 두 항의 합이다.

Ψ=Ψs+Ψp

Ψs 는 5장의 삼투압 식을 부호만 뒤집어 쓴다. 삼투압이 "물이 들어오려는 세기"이므로, 물의 이동 능력으로 보면 그만큼 손해다.

Ψs=icRT

여기서 i 는 한 분자가 녹아 만드는 입자 수, c 는 농도, R 는 기체상수, T 는 절대온도다. 전부 5장에서 쓰던 것 그대로다.

용질퍼텐셜만 견주면 틀린다. 세포에는 팽압이 있어 그 몫을 상쇄한다. 이동 방향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합인 Ψ 다
<용질퍼텐셜만 견주면 틀린다. 세포에는 팽압이 있어 그 몫을 상쇄한다. 이동 방향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합인 Ψ 다>[원본 보기]

예제 167

25 °C 에서 0.20mol/L 자당 용액의 삼투퍼텐셜을 구하라. 이 용액을 담은 열린 비커에 어떤 세포를 넣었더니 세포의 Ψs=0.80MPa, Ψp=+0.30MPa 이었다. 물은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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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용액의 Ψs 를 구한다. 자당은 물에 녹아도 쪼개지지 않으므로 i=1 이다. 답이 Pa 로 나오려면 농도를 mol/m3 으로 바꿔야 한다. 1L 는 한 변이 10 cm 인 정육면체이므로 1m3=1000L 다.

c=0.20mol/L=2.0×102mol/m3

RT=8.314J/(molK)×298K=2.478×103J/mol

Ψs=(1)(2.0×102)(2.478×103)=4.96×105Pa=0.50MPa

2단계. 용액 전체의 Ψ 를 구한다. 열린 비커이므로 걸린 압력이 없어 Ψp=0 이다.

Ψ용액=0.50+0=0.50MPa

3단계. 세포의 Ψ 를 구한다.

Ψ세포=0.80+0.30=0.50MPa

4단계. 견준다. 두 값이 같으므로 순 이동이 없다. 평형이다.

이 문제의 요점은 함정에 있다. 세포의 Ψs(0.80)가 용액의 Ψs(0.50)보다 낮으므로 "세포가 물을 빨아들인다"고 답하기 쉽다. 그러나 세포벽이 만드는 팽압이 정확히 그만큼을 상쇄한다. 비교할 것은 언제나 합이다.

확장해 보자. 같은 세포를 순수한 물(Ψ=0)에 넣으면 이제 물이 세포로 들어간다. 부피가 커지면서 팽압이 오르고, 동시에 안이 묽어져 Ψs 도 조금 올라간다. 부피 변화를 무시하는 근사에서는 Ψp=+0.80MPa 에서 멈춘다. 이때가 최대 팽윤 상태이며, 이 팽압이 초본 식물의 몸을 세우는 힘이다. 물이 모자라 팽압이 사라지면 시든다.

뿌리에서 잎까지 — 증산-응집-장력설

이제 큰 질문으로 간다. 100 m 나무의 꼭대기까지 물이 올라간다. 펌프도 심장도 없이 어떻게 하는가.

답은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당긴다는 것이다. 이 설명을 증산-응집-장력설(cohesion-tension theory)이라 한다.

사슬 어디에도 ATP 를 쓰는 칸이 없다. 일을 하는 것은 태양이고 식물은 통로와 밸브만 제공한다
<사슬 어디에도 ATP 를 쓰는 칸이 없다. 일을 하는 것은 태양이고 식물은 통로와 밸브만 제공한다>[원본 보기]

사슬을 말로 풀면 이렇다. 잎에서 물이 증발하면 세포벽의 미세 구멍에 있는 물 표면이 안으로 오목해지고, 표면장력이 그 표면을 당겨 음압이 생긴다. 물 분자끼리의 수소 결합(응집력)이 강해 물기둥이 끊기지 않으므로 그 당김이 아래로 그대로 전달되고, 관벽과의 부착력이 기둥을 붙잡아 준다. 결과적으로 뿌리에서 물이 딸려 올라온다.

이 사슬은 검증 가능한 예측을 준다. 물기둥이 장력 상태라면 낮에 줄기 지름이 미세하게 줄어야 하고, 물기둥이 끊기는 공동화(cavitation)가 실제로 일어나야 하며, 잎을 제거하면 상승이 멈춰야 한다. 셋 다 관찰로 확인되었다.

한 칸씩 내려가는 계단이다. 물이 위로 가려면 위쪽 Ψ 가 더 낮아야 하므로 이 선은 반드시 내려간다
<한 칸씩 내려가는 계단이다. 물이 위로 가려면 위쪽 Ψ 가 더 낮아야 하므로 이 선은 반드시 내려간다>[원본 보기]

예제 168

높이 100m 인 나무의 꼭대기 잎에서 필요한 수분퍼텐셜을 어림하라. 토양의 Ψ=0.30MPa, 물의 밀도 1.0×103kg/m3, g=9.81m/s2 이고, 흐름 저항으로 생기는 손실을 중력 몫과 비슷한 크기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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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중력 몫을 구한다. 높이 h 의 물기둥이 만드는 압력은 ρgh 다.

Ψg=ρgh=(1.0×103)(9.81)(100)=9.81×105Pa=0.98MPa

여기서 외워 둘 값이 하나 나온다. 높이 1m 마다 약 9.8kPa 씩 손해를 본다.

2단계. 필요한 낙차를 구한다. 중력 몫과 마찰 손실의 합이다.

ΔΨ=0.98+0.98=1.96MPa

3단계. 잎의 값을 구한다. 토양보다 이만큼 더 낮아야 물이 올라간다.

Ψ=0.301.96=2.262.3MPa

4단계. 말이 되는지 본다. 키 큰 침엽수의 잎에서 실측되는 값이 대략 1.5 에서 2.5MPa 범위로 보고되므로 자릿수가 맞는다.

5단계. 높이의 한계를 생각한다. 제약이 둘 겹친다. 첫째, 장력이 커질수록 물기둥이 끊어지는 공동화 위험이 커진다. 둘째, 잎의 Ψ 가 너무 낮으면 잎세포가 팽압을 잃어 공변세포가 닫힌다. 그러면 CO2 를 들일 수 없어 광합성이 멈춘다.

두 번째 제약이 더 실질적이다. 물을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그 상태로는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되는 지점이 진짜 한계다. 이 논리에서 나온 추정이 최대 수고 1.2×102m 내외이며, 알려진 가장 큰 나무들의 높이가 그 부근이다. 다만 마찰 손실의 크기와 임계 장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정밀한 상한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예제 169

한 해바라기가 하루에 물 1.0L 를 증산한다. 줄기의 물관 통도 단면적이 2.0mm2 일 때 (가) 평균 유속을 구하고 (나) 지름 40μm 인 관과 20μm 인 관의 통도 능력을 견주어라. (다) 그렇다면 왜 굵은 관만 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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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부피 유량을 초당 값으로 바꾼다. 하루는 86400s 다.

Q=1.0×103m386400s=1.16×108m3/s

2단계. 유속은 유량을 단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v=QA=1.16×1082.0×106m2=5.8×103m/s=21m/h

보고된 물관 수액 유속이 종과 조건에 따라 시간당 수 m 에서 수십 m 이므로 자릿수가 맞는다.

(나) 가는 관 속의 흐름에서는 유량이 반지름의 4제곱에 비례한다. 관 벽에 붙은 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가운데만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관이 굵어지면 "잘 흐르는 가운데 부분"의 비율까지 함께 커진다.

Qr4Q40Q20=(2010)4=16

지름이 두 배면 통도 능력이 16배다. 단면적 비는 4배뿐인데 유량은 16배라는 점이 중요하다.

(다) 답은 같은 4제곱 법칙에 있다. 굵은 관일수록 공동화에 취약하고, 기포가 한 번 생기면 그 관 전체가 못 쓰게 된다. 그런데 굵은 관 하나를 잃는 손실이 가는 관 하나를 잃는 손실보다 16배 크다. 효율과 안전의 절충이다.

그래서 건조하거나 결빙이 잦은 환경의 식물은 가는 헛물관을 많이 쓰고, 물이 넉넉한 환경의 식물은 굵은 물관요소를 쓴다. 같은 나무 안에서도 물 사정이 좋은 봄에 만든 물관이 굵고 여름에 만든 것이 가는 것을 나이테에서 볼 수 있다.

흔한 오해

"뿌리압이 물을 나무 꼭대기까지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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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바로 반박된다.

앞 예제에서 높이 100m 를 이기려면 중력 몫만 0.98MPa 이고 마찰까지 합쳐 2MPa 규모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반면 측정된 뿌리압은 대체로 0.1MPa 안팎이고 큰 경우도 0.2MPa 정도다. 두 자릿수가 모자란다. 0.1MPa 로 올릴 수 있는 높이는

h=Ψpρg=1.0×105(1.0×103)(9.81)=10m

마찰을 아예 무시해도 10m 다.

두 번째 반박은 조건이다. 뿌리압은 뿌리가 이온을 물관부에 능동적으로 넣어 만드는 양압이므로, 증산이 거의 없는 밤이나 습한 조건에서만 관찰된다. 낮에 증산이 활발할 때 물관부는 오히려 음압 상태이고 뿌리압은 측정되지 않는다. 낮의 상승을 설명할 수 없는 기작이다.

그러면 뿌리압은 무엇을 하는가. 밤이나 이른 봄에 잎 가장자리로 물방울이 맺히는 일액현상을 만들고, 겨울 동안 기포가 찬 물관을 봄에 다시 채우는 데 기여한다고 여겨진다. 뒤쪽은 초본과 일부 목본에서 관찰되며 모든 나무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주된 힘은 잎의 증발이 만드는 장력이고 뿌리압은 보조적이며 조건이 맞을 때만 나타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식물의 ATP 가 아니라 태양이 물을 증발시키는 데서 온다.

설탕과 무기양분의 수송

압류설 — 압력 차가 만드는 대량 흐름

광합성 산물은 잎에서 만들어져 뿌리와 열매로 가야 한다. 이 흐름을 설명하는 것이 압류설이다. 이름과 달리 흐름을 만드는 것은 설탕이 아니라 압력 차이고, 설탕은 삼투로 물을 끌어들여 그 압력을 만드는 역할만 한다.

능동인 곳은 적재와 하역 두 끝뿐이고 가운데 구간은 그냥 밀려 흐른다. 방향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물관부와 다르다
<능동인 곳은 적재와 하역 두 끝뿐이고 가운데 구간은 그냥 밀려 흐른다. 방향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물관부와 다르다>[원본 보기]

공급원(source)은 설탕을 내놓는 곳, 수용부(sink)는 받아 쓰는 곳이다. 이 구분은 기관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역할이다. 어린 잎은 수용부였다가 자라면 공급원이 되고, 뿌리는 여름에 수용부이지만 봄에는 저장물을 내보내는 공급원이 된다.

예제 171

진딧물이 체관에 입을 꽂고 있을 때 몸통을 잘라 내면 남은 입에서 수액이 저절로 계속 흘러나온다. (가) 이 관찰이 압류설의 어떤 부분을 지지하는지 말하고 (나) 같은 실험을 물관에 대해 했다면 무엇이 관찰되었을지 예측하라. (다) 이 방법이 연구 도구로 쓸모 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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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저절로 흘러나왔다는 것은 체관 안이 바깥보다 압력이 높다는 뜻이다. 즉 양압 상태다. 압류설은 공급원에서 삼투로 만든 양압이 흐름을 민다고 주장하므로, 이 관찰이 그 주장의 핵심 전제를 직접 확인한다.

세기도 읽을 수 있다. 잘린 구멍이 아주 가늘어 저항이 큰데도 계속 나온다면 압력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나) 물관은 장력, 즉 음압 상태이므로 정반대가 예측된다. 수액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공기가 빨려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공기가 들어가면 물기둥이 끊겨 그 관은 못 쓰게 된다.

실제로 줄기를 자르면 잘린 면에서 물이 조금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은 장력이 밀어낸 것이 아니라 끊어진 물기둥이 원래 갖고 있던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거나 밤에 생긴 뿌리압 때문이다. 두 조직에서 반대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 이 실험을 강하게 만든다.

(다) 도구로서의 쓸모는 순수한 체관 수액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줄기를 잘라 짜내면 주변 세포의 내용물이 섞여 무엇이 체관 안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진딧물의 입은 체관요소 하나에 정확히 꽂혀 있으므로, 거기서 나오는 것은 그 관 안의 것뿐이다.

이렇게 얻은 수액을 분석해 체관이 설탕만이 아니라 아미노산, 호르몬, 심지어 RNA 까지 나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좋은 시료를 얻는 방법 자체가 발견을 만든 사례다.

무기양분 — 무엇이 모자라면 어디부터 상하는가

식물은 탄소, 수소, 산소를 CO2 와 물에서 얻고 나머지는 전부 토양의 무기 이온으로 얻는다. 많이 필요한 것(질소, 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황)과 아주 조금 필요한 것(철, 붕소, 아연 등)으로 나눈다.

결핍 증상을 판정할 때 핵심은 양이 아니라 체관을 통해 다시 옮겨 갈 수 있는가다. 옮길 수 있는 원소는 모자랄 때 늙은 잎에서 빼내 어린 잎으로 보내므로 늙은 잎부터 증상이 나타나고, 옮길 수 없는 원소는 어린 잎부터 상한다.

예제 172

두 화분의 식물에 증상이 나타났다. 가 식물은 아래쪽 늙은 잎이 노랗게 변했고 어린 잎은 멀쩡하다. 나 식물은 새로 난 어린 잎만 노랗거나 기형이고 늙은 잎은 정상이다. (가) 각각 어떤 부류의 원소가 모자란 것인지 판정하고 (나) 판정을 확인할 실험을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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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판정 규칙을 먼저 세운다. 식물은 자원이 모자라면 가장 값이 큰 조직, 즉 앞으로 오래 일할 어린 잎을 우선한다. 그래서 옮길 수 있는 원소는 늙은 잎에서 회수해 어린 잎으로 보낸다.

  • 가 식물 — 늙은 잎이 먼저 상했다. 그 잎에서 무언가를 빼냈다는 뜻이므로 옮길 수 있는 원소가 모자란 것이다. 질소, 인, 칼륨, 마그네슘이 여기 속한다.
  • 나 식물 — 어린 잎이 먼저 상했다. 늙은 잎에 남아 있어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옮기기 어려운 원소다. 칼슘, 붕소, 철이 여기 속한다.

증상의 종류로 더 좁힐 수도 있다. 잎 전체가 고르게 노래지면 엽록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질소나 마그네슘 쪽이고, 잎맥은 초록인데 사이만 노래지면 철이나 마그네슘 쪽이며, 생장점 자체가 죽으면 칼슘이나 붕소 쪽이다. 다만 이 대응은 참고이지 확정이 아니다.

(나) 확인 실험은 3장의 원칙 그대로다.

  1. 수경 재배로 조건을 통제한다. 토양은 성분이 균일하지 않고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필요한 원소를 다 넣은 배양액을 만들고, 검사할 원소 하나만 뺀 배양액을 따로 만든다.
  2. 음성 대조군은 모든 원소를 넣은 완전 배양액이고, 각 처리군은 원소 하나씩만 뺀 것이다. 한 번에 둘을 빼면 어느 쪽 때문인지 알 수 없다.
  3. 회복 실험을 덧붙이면 결정적이다. 증상이 나타난 뒤 그 원소만 다시 넣어 증상이 사라지면, 그 원소의 결핍이 원인이었다는 결론이 훨씬 강해진다.

마지막 항목이 왜 강한지 짚어 두자. 원소를 뺐더니 증상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는 "그 원소를 빼는 과정에서 생긴 다른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넣었더니 되돌아왔다면 그 대안이 배제된다.

기공 — 두 요구 사이의 절충

잎은 서로 어긋나는 두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CO2 를 들이려면 구멍을 열어야 하고, 물을 지키려면 닫아야 한다. 이 절충을 맡은 것이 공변세포(guard cell) 한 쌍이다.

여는 기작은 삼투다. 공변세포가 K+ 을 능동적으로 들이면 Ψs 가 낮아져 물이 따라 들어오고 팽압이 오른다. 그런데 부푼다고 아무렇게나 열리는 것이 아니다. 안쪽 벽이 바깥쪽보다 두껍고 셀룰로스 미세섬유가 둘레 방향으로 감겨 있어, 늘어날 수 있는 방향이 길이뿐이다. 길어진 세포가 바깥으로 휘면서 가운데가 벌어진다.

같은 세포가 물을 얻었을 뿐인데 구멍이 생긴다. 벽의 구조가 변형의 방향을 정한다
<같은 세포가 물을 얻었을 뿐인데 구멍이 생긴다. 벽의 구조가 변형의 방향을 정한다>[원본 보기]

여닫는 신호는 여럿이 겹친다.

신호방향이유
청색광연다광합성이 가능한 시간이라는 신호. 포토트로핀이 수용체다
잎 안 CO₂ 농도 저하연다광합성이 CO₂ 를 쓰고 있다는 신호
앱시스산 (ABA)닫는다수분 스트레스 신호. 뿌리와 잎에서 만들어진다
건조한 공기, 고온닫는다물 손실이 커지는 조건
일주기 리듬주기적바깥 신호가 없어도 대략적 주기를 유지한다

예제 173

25 °C, 대기압 100kPa 에서 잎의 수분이용효율을 계산하라. 잎 안 공기는 수증기로 포화되어 있고(25 °C 포화수증기압 3.17kPa), 바깥 공기의 상대습도는 40%다. 대기 CO2 몰분율은 4.2×102μmol/mol, 잎 안은 2.8×102μmol/mol 다. 공기 중 확산 속도의 비 DH2O/DCO2=1.6 을 쓴다.

풀이 보기

1단계. 두 기체가 같은 구멍을 지난다는 점이 이 계산의 전부다. 확산으로 지나가는 양은 (통과하기 쉬운 정도) × (안팎의 차)이므로

EA=DH2ODCO2ΔwΔc=1.6ΔwΔc

여기서 E 는 나가는 물, A 는 들어오는 CO2 다. 구멍이 얼마나 열렸는지는 두 기체에 똑같이 걸리므로 나눌 때 지워진다. 기공을 얼마나 여는가와 무관하게 이 비가 정해진다는 뜻이다.

2단계. 수증기의 몰분율 차를 구한다. 몰분율은 전체 중 그 기체의 비율이므로 분압을 전체 압력으로 나눈 값이다.

w=3.17100=0.0317,w대기=0.40×0.0317=0.0127

Δw=0.03170.0127=0.0190

3단계. CO2 의 몰분율 차를 구한다. μmol/mol 은 백만분의 몇이라는 뜻이다.

Δc=(4.22.8)×102μmol/mol=1.4×104

4단계. 대입한다.

EA=1.6×0.01901.4×104=2.2×102

CO2 한 분자를 얻는 데 물 약 220 분자를 잃는다.

5단계. 질량으로 바꿔 감각을 잡는다. CO2 1 mol 당 물 220 mol, 즉 220×18=3.96×103g 이다. 고정된 탄소가 CH2O(30g/mol)로 간다고 보면 건물질 1 g 당

3.96×10330=1.3×102g

의 물을 쓴다. 실제 작물의 값은 이보다 크게(수백 g) 보고되는데, 위 계산이 잎 하나의 순간적인 값이라 밤의 호흡 손실, 뿌리와 줄기를 짓는 비용, 토양에서 그냥 증발하는 물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6단계. 무엇을 바꾸면 효율이 오르는지 읽는다. Δw 를 줄이거나 Δc 를 키우면 된다. 7장에서 본 C4 와 CAM 이 하는 일이 정확히 뒤쪽이다. 이들은 잎 안 CO2 를 아주 낮게 유지할 수 있어 같은 구멍 열림으로 더 많이 고정한다. 그래서 건조한 환경에서 유리하다.

예제 174

앱시스산(ABA)을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체를 얻었다. (가) 이 개체에서 어떤 표현형이 나타날지 예측하고 (나) "ABA 가 기공을 닫는다"는 가설을 확인하려면 어떤 실험을 더 해야 하는지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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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설이 옳다면 ABA 가 없으면 닫아야 할 때 닫지 못한다. 그래서 다음이 예측된다.

  1. 정상 개체와 같은 조건에서도 기공이 더 오래, 더 크게 열려 있다.
  2. 물을 더 많이 잃으므로 쉽게 시든다. 특히 건조 처리를 하면 정상 개체보다 훨씬 빨리 시든다.
  3. ABA 는 씨의 휴면도 유지하므로, 여문 씨가 이삭에 달린 채로 발아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 예측이 모두 "ABA 가 하던 일이 빠졌다"는 하나의 원인에서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 결핍 표현형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유전자가 다른 일을 하다가 망가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실험을 더 해야 한다.

  1. 회복 실험. 돌연변이체에 ABA 를 밖에서 주면 기공이 닫히고 시들지 않아야 한다. 없앤 것을 도로 넣어 되돌아오는지 보는 것이며, 앞의 무기양분 예제와 같은 논리다.
  2. 충분성 실험. 정상 개체에 ABA 를 주면 물이 충분한 조건에서도 기공이 닫혀야 한다. 앞의 실험이 "필요하다"를 보였다면 이것은 "그것만으로 된다"를 보인다.

두 방향이 함께 있어야 인과가 성립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빼서 사라지고 넣어서 돌아오면, 그 물질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호르몬과 광주기성

식물호르몬은 동물 호르몬과 성질이 다르다. 하나의 물질이 여러 효과를 내고, 같은 물질이 농도와 조직에 따라 반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호르몬 = 기능" 대응으로 외우면 반드시 틀린다. 각 호르몬을 그것을 정의한 실험과 함께 기억하는 편이 낫다.

호르몬대표 효과그 존재를 드러낸 관찰
옥신 (auxin)세포 신장, 굴광성, 정단우세, 뿌리 형성자엽초 끝을 자르면 굴광성이 사라지고, 끝에서 한천으로 옮긴 물질만으로 재현된다
지베렐린 (gibberellin)줄기 신장, 종자 발아, 아밀레이스 유도벼 키다리병 곰팡이의 배양액이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사이토키닌 (cytokinin)세포분열 촉진, 노화 지연, 곁눈 생장조직배양에서 옥신과의 비율이 뿌리와 줄기 중 무엇이 될지를 정한다
앱시스산 (ABA)기공 폐쇄, 휴면 유지, 스트레스 반응ABA 를 못 만드는 돌연변이체가 쉽게 시들고 일찍 발아한다
에틸렌 (ethylene)과실 성숙, 노화, 낙엽기체다. 익은 과일 옆의 과일이 함께 익는다

광주기성(photoperiodism)은 계절을 알아채는 장치다. 그런데 재는 것이 낮의 길이가 아니라 연속된 밤의 길이다. 이것을 밝힌 것이 밤 한가운데 잠깐 빛을 주는 밤중 섬광 실험이다.

수용체는 파이토크롬이라는 색소로, 두 상태를 오간다. 적색광(약 660nm)을 받으면 활성형 Pfr 가 되고, 원적색광(약 730nm)을 받으면 불활성형 Pr 로 되돌아간다. 어둠 속에서는 Pfr 가 서서히 Pr 로 바뀌므로, 이 전환이 밤 길이를 재는 모래시계 노릇을 한다고 해석된다.

(나)와 (다)를 견주는 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명기의 총량은 같고 암기의 연속성만 다른데 결과가 갈린다
<(나)와 (다)를 견주는 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명기의 총량은 같고 암기의 연속성만 다른데 결과가 갈린다>[원본 보기]

예제 175

임계 암기가 11 h 인 단일식물(short-day plant)이 있다. 아래 처리에서 개화 여부를 예측하고, 이 예측이 "낮의 길이를 잰다"는 가설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설명하라.

(가) 명기 16 h + 암기 8 h, (나) 명기 12 h + 암기 12 h, (다) (나)에서 암기 한가운데에 적색광 섬광, (라) (다)에 이어 곧바로 원적색광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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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규칙을 먼저 세운다. 단일식물은 사실 장야식물이다. 연속된 암기가 임계값보다 길면 핀다.

(가) 연속 암기 8 h. 8<11 이므로 피지 않는다.

(나) 연속 암기 12 h. 12>11 이므로 핀다.

(다) 섬광이 암기를 6 h 와 6 h 로 나눈다. 연속된 최장 암기는 6 h 이므로 피지 않는다. 총 암기 시간은 여전히 12 h 인데 연속성이 깨졌다.

(라) 원적색광이 파이토크롬을 Pfr 에서 Pr 로 되돌려 적색광의 효과를 취소한다. 식물은 암기가 끊기지 않은 것처럼 반응해 핀다.

두 가설을 가르는 것은 (다) 하나다.

  • "낮의 길이를 잰다"는 가설의 예측 — (나)와 (다)는 명기가 모두 12 h 이므로 같은 결과여야 한다. 섬광은 몇 분에 불과해 명기 총량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 "연속 암기를 잰다"는 가설의 예측 — (나)는 개화, (다)는 비개화로 갈린다.

실험 결과가 뒤쪽을 지지한다. 두 가설이 서로 다른 관찰을 예측하도록 설계된 좋은 실험이며, 3장에서 말한 "가설이 참이면 조건 A 에서 결과 B 가 나온다" 형식이 그대로 적용된 예다.

(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적색광과 원적색광의 효과가 서로를 취소하고 마지막으로 쬔 빛이 결과를 정한다면, 수용체는 두 상태를 오가는 색소여야 한다. 파이토크롬은 이 예측에서 출발해 실제로 분리되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두자. 장일식물은 단야식물이고 임계값보다 짧은 밤에서 핀다. 위 네 처리에 장일식물을 넣으면 결과가 정확히 반대로 나온다. 같은 규칙에 부등호 방향만 다르다.

예제 176

옥신에 의한 굴광성을 설명하는 고전적 실험 사슬을 재구성하고, 각 실험이 어떤 대안 가설을 배제하는지 함께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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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은 이렇다. 자엽초가 한쪽에서 오는 빛 쪽으로 굽는다. 설명해야 할 것이 셋이다. 빛을 어디서 감지하고, 굽는 일은 어디서 일어나며, 둘을 무엇이 잇는가.

실험 1. 끝을 잘라 낸다 → 굽지 않는다.

배제되는 것: "굽는 부위 자체가 빛을 감지한다". 감지 장소가 끝임을 시사한다.

실험 2. 자르지 않고 끝만 불투명한 모자로 덮는다 → 굽지 않는다. 반대로 아래쪽을 덮고 끝을 노출하면 → 굽는다.

배제되는 것: 절단이라는 조작 자체의 효과. 실험 1 의 결과가 상처 때문이 아니라 빛 감지 때문임을 확인한다. 대조군 설계의 좋은 예다.

실험 3. 끝과 아래쪽 사이에 물질이 지나갈 수 있는 한천 조각을 끼운다 → 굽는다. 물질이 지나가지 못하는 운모판을 끼운다 → 굽지 않는다.

배제되는 것: "전기 신호나 물리적 접촉으로 전달된다". 확산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매개함을 보인다.

실험 4. 끝을 잘라 한천 위에 얹어 물질을 스며들게 한 뒤, 그 한천 조각을 잘린 자엽초의 한쪽에만 얹는다 → 빛이 없어도 반대쪽으로 굽는다.

배제되는 것: "빛이 직접 굽힘을 일으킨다". 빛 없이 화학물질만으로 굽힘이 재현되므로, 빛의 역할은 그 물질의 분포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것임이 드러난다.

종합하면 모형은 이렇다. 끝에서 빛의 방향을 감지하고, 옥신이 그늘진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며, 옥신이 많은 쪽 세포가 더 늘어나 빛 쪽으로 굽는다.

사슬의 구조를 눈여겨볼 만하다. 실험 하나가 대안 하나를 정확히 겨냥해 배제한다. 남는 질문도 있다. 옥신의 치우침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그것만으로 관찰되는 굽힘 각도가 설명되는지는 이후에도 정량적으로 논쟁되었다. 고전 실험이 모형의 뼈대를 세우지만 세부는 계속 검증된다.

흔한 오해

"식물은 낮에 광합성을 하고 밤에만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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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과정을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본 것이 오류다.

식물 세포도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고 하루 종일 호흡한다. ATP 가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다. 낮에도 호흡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낮에는 광합성 속도가 호흡 속도보다 훨씬 커서, 겉으로는 CO2 를 흡수하고 O2 를 내보내는 것으로 관찰될 뿐이다.

식으로 쓰면 분명해진다.

순광합성=총광합성호흡

밤에는 총광합성이 0 이므로 순광합성이 음수가 되고, 그래서 CO2 방출만 관찰된다.

정량적 근거도 있다. 광보상점은 순광합성이 0 이 되는 광도, 즉 총광합성과 호흡이 정확히 같아지는 지점이다. 이런 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 과정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증거다. 낮에 호흡이 멈춘다면 광도가 아무리 낮아도 순광합성이 음수가 될 이유가 없다.

곁들여 있는 오해도 정리해 두자. "실내 식물이 밤에 산소를 뺏어 간다"는 이야기는 방향은 맞지만 크기가 틀렸다. 화분 몇 개의 야간 호흡량은 사람 한 명의 호흡량에 비해 무시할 수준이다. 잎 면적과 대사율의 자릿수를 견주면 바로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식물의 기체 교환에는 세 번째 과정이 있다. 7장에서 다룬 광호흡은 빛이 있을 때만 일어나며 O2 를 쓰고 CO2 를 내놓는다. 미토콘드리아 호흡과는 전혀 다른 과정이므로 구분해야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낱말메모
분열조직분열 능력을 유지하는 조직정단은 길이(1차 생장), 형성층은 둘레(2차 생장)
물관부 · 체관부물과 이온을 위로 / 광합성 산물을 공급원에서 수용부로앞은 죽은 관과 음압, 뒤는 산 관과 양압
카스파리대뿌리 내피 세포벽을 두르는 소수성 띠세포벽 경로를 끊어 반드시 막을 지나게 한다
Ψ (수분퍼텐셜)물이 어디로 갈지를 정하는 값. 순수한 물이 0단위 Pa 계열. 식물에서는 MPa 를 주로 쓴다
Ψs · Ψp용질퍼텐셜 (0 이하) / 압력퍼텐셜 (팽압이면 양수, 장력이면 음수)Ψ=Ψs+Ψp. 견줄 것은 언제나 합이다
Ψs=icRT5장의 삼투압 식을 부호만 뒤집은 것농도를 mol/m³ 으로 넣어야 Pa 가 나온다
증산-응집-장력설잎의 증발이 만든 장력이 물기둥을 끌어올린다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ATP 를 쓰지 않는다
공동화물기둥이 끊겨 기포가 차는 것굵은 관일수록 취약하고 잃는 손실도 크다
Qr4가는 관의 유량은 반지름의 4제곱에 비례한다지름 두 배면 통도 능력 16배. 효율과 안전의 절충을 만든다
압류설공급원의 양압과 수용부의 저압이 만드는 대량 흐름능동인 곳은 적재와 하역 두 끝뿐이다
공급원 · 수용부설탕을 내놓는 곳 / 받아 쓰는 곳기관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역할이다
원소의 이동성체관으로 다시 옮길 수 있는가옮길 수 있으면 늙은 잎부터, 없으면 어린 잎부터 상한다
공변세포기공을 여닫는 한 쌍의 세포K⁺ 유입 → 물 유입 → 팽압 상승 → 바깥으로 휨
수분이용효율CO₂ 하나를 얻는 데 잃는 물 분자 수기공을 얼마나 여는가와 무관하게 정해진다
앱시스산 (ABA)기공을 닫고 휴면을 유지하는 호르몬수분 스트레스의 신호
광주기성연속된 밤의 길이로 계절을 재는 성질낮의 길이가 아니다. 밤중 섬광 실험이 밝혔다
파이토크롬적색광과 원적색광으로 두 상태를 오가는 색소마지막으로 쬔 빛이 결과를 정한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Ψs 만 견주어 물의 방향을 판정한다팽압이 상쇄할 수 있다. 판정 기준은 합인 Ψ
뿌리압이 물을 끌어올린다고 본다크기가 두 자릿수 모자라고, 낮에는 아예 측정되지 않는다
식물이 물을 올리는 데 ATP 를 쓴다고 본다일을 하는 것은 태양이다. 식물은 통로와 밸브만 제공한다
물관 지름이 두 배면 유량도 두 배라고 본다4제곱에 비례하므로 16배다. 대신 공동화 위험도 그만큼 크다
체관 수송이 물관과 같은 기작이라고 본다한쪽은 음압, 다른 쪽은 양압이다. 조직을 죽이면 결과가 정반대다
단일식물이 낮의 길이를 잰다고 본다재는 것은 연속된 밤의 길이다. 밤중 섬광이 결과를 뒤집는다
낮에는 호흡이 멈춘다고 본다하루 종일 한다. 광보상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물의 이동 방향은 언제나 수분퍼텐셜의 합이 정한다. 식물은 물을 밀어 올리지 않고 태양이 만든 장력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기공은 굶느냐 마르느냐 사이의 절충 장치이며, 식물 생리의 많은 부분이 이 절충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만들려는 장치다.

다음 장은 반대쪽 해법을 본다. 움직이는 몸은 자원을 찾아갈 수 있지만, 대신 내부를 좁은 범위에 붙잡아 두는 데 훨씬 많은 장치를 써야 한다.

동물의 구조와 생리

앞 장의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대신 몸의 상태가 환경을 따라 크게 흔들려도 견딘다. 동물은 반대다. 움직여 자원을 찾아갈 수 있지만, 그러려면 내부 환경을 좁은 범위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 이 장의 거의 모든 내용이 그 한 문장에서 나온다.

답할 것은 셋이다. 몸은 무엇을 어떻게 재고 되돌리는가, 세포 하나가 어떻게 전기 신호를 만드는가, 그리고 왜 서로 다른 기관계가 모두 같은 회로 구조를 갖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3장의 확산에 걸리는 시간 tx2/(2D), 4장의 pH·완충과 로그, 5장의 막수송과 나트륨-칼륨 펌프, 6장의 ATP 와 패러데이 상수 F=96485C/mol, 그리고 13장의 자연선택 논리다. 혈압을 비롯한 압력은 이 문서의 정책대로 kPa 로 쓴다.

항상성 — 되먹임 하나로 설명되는 것들

항상성(homeostasis)은 바깥이 변해도 안을 좁은 범위에 유지하는 성질이다. 구현은 언제나 같은 네 부품이다. 값을 재는 감지기, 설정점과 견주어 오차를 내는 통합 중추, 오차를 줄이는 쪽으로 작동하는 실행기, 그리고 실행기의 효과가 다시 감지기로 돌아오는 되먹임 경로다.

회로가 닫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행기의 효과가 감지기로 돌아오지 않으면 되먹임이 아니다
<회로가 닫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행기의 효과가 감지기로 돌아오지 않으면 되먹임이 아니다>[원본 보기]

음성 되먹임은 변화를 되돌리므로 안정화한다. 양성 되먹임은 변화를 키우므로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빠르게 끝내야 하는 과정에만 쓰이고 반드시 종결 장치가 함께 있다. 분만 시 옥시토신, 혈액 응고, 그리고 이 장 뒤에서 볼 활동전위의 상승기가 그 예다.

구분해야 할 것이 둘 더 있다. 앞먹임은 오차가 생기기 전에 미리 작동하는 것으로, 음식을 보기만 해도 침이 나오는 것이 그렇다. 순응은 회로의 특성이나 설정점 자체가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바뀌는 것으로, 고지대 적응이 그렇다.

예제 178

어떤 동물을 10C 의 찬 곳에 두었다. 체온 조절 기능을 약물로 차단하면 심부체온이 4.0C 떨어지고, 정상 개체에서는 0.40C 만 떨어졌다. (가) 이 회로가 외란을 얼마나 줄이는지 수로 나타내고 (나) 그 값이 무한대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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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재는 방법을 정한다. 회로를 끊었을 때의 변화와 회로가 돌 때의 변화의 비가 곧 "몇 분의 일로 줄였는가"다. 이 비를 1+G 로 쓰고 G되먹임 이득이라 한다.

ΔT끊었을 때ΔT돌 때=1+G

2단계. 대입한다.

4.00.40=10=1+GG=9.0

외란의 효과가 10분의 1로 줄었다. 즉 90%가 교정되고 10%가 남았다.

(나) 이유가 셋이다.

  1. 오차가 있어야 작동한다. 음성 되먹임은 설정점과의 차이를 입력으로 쓰므로, 오차가 정확히 0 이면 교정 신호도 0 이다. 따라서 잔류 오차가 원리적으로 반드시 남는다. 위에서 남은 0.40C 가 그것이다.
  2. 지연이 진동을 만든다. 감지와 전달과 실행에 시간이 걸리므로, 이득이 크면 과잉 교정이 일어나 값이 설정점 주위에서 크게 출렁인다. 실제 생리 회로는 안정성을 위해 이득을 제한한다.
  3. 실행기에 용량 한계가 있다. 떨림으로 만들 수 있는 열과 혈관 수축으로 줄일 수 있는 손실에는 상한이 있다.

그래서 항상성은 값을 고정하는 일이 아니라 오차를 견딜 만한 범위로 줄이는 일이다. 실제 조절계는 빠른 성분과 느린 성분을 함께 두어 이 한계를 누그러뜨린다. 혈압에서 압력수용체 반사가 초 단위로, 신장의 체액량 조절이 시간과 날 단위로 작동하는 것이 그 예다.

흔한 오해

"항상성이란 몸의 값이 늘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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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값은 일정하지 않다. 조절되는 변수도 설정점 주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혈당은 식사 뒤 오르고 공복에 내려간다. 체온은 하루 주기로 0.5 에서 1C 변한다. 앞 예제에서 본 잔류 오차가 원리적으로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설정점 자체가 바뀐다. 발열은 조절 실패가 아니라 설정점이 올라간 상태다. 그래서 열이 오르는 동안 환자는 오히려 춥다고 느끼고 떨림이 일어난다. 몸은 새 설정점에 맞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모든 변수가 조절되는 것은 아니다. 조절에는 비용이 들므로 몸은 중요한 소수만 좁게 관리한다. 혈장 K+ 농도, pH, 혈당, 심부체온은 좁게 관리되지만 심박수와 혈류 배분은 오히려 크게 변하도록 둔다. 뒤쪽이 앞쪽을 유지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구분을 놓치면 수치를 잘못 읽는다. 운동 중 심박수가 세 배가 되는 것은 이상이 아니라 정상 조절의 결과이고, 혈장 K+ 가 20% 벗어나는 것은 위험 신호다. 변동 폭 자체가 그 변수의 조절 강도를 알려준다.

순환과 호흡 — 확산의 한계를 넘는 법

순환계가 왜 있어야 하는지는 3장에서 이미 계산했다. 확산에 걸리는 시간이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mm 를 넘는 거리에서는 쓸모가 없다. 그래서 동물은 대량 흐름으로 물질을 세포 가까이까지 옮기고 마지막 수십 μm 만 확산에 맡긴다.

심장이 분당 내보내는 부피, 곧 심박출량은 곱으로 정의된다.

CO=HR×SV

HR 는 심박수(분당 횟수), SV 는 1회 박출량(한 번에 내보내는 부피)이다. 흐름은 관을 지나는 다른 모든 흐름과 같은 꼴을 따른다. 압력 차가 클수록, 저항이 작을수록 많이 흐른다.

ΔP=QR

앞 장에서 본 Qr4 가 여기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그래서 세동맥의 미세한 수축과 이완이 전신의 혈류 배분을 지배한다.

기체 교환은 확산이며, 단위 시간에 지나가는 양은 (면적 × 분압 차) 나누기 (거리)에 비례한다. 호흡 기관의 설계는 이 세 항을 각각 최적화한 결과로 읽으면 된다. 면적을 키우고(폐포, 아가미 판), 거리를 줄이고(0.5μm 급의 얇은 벽), 분압 차를 크게 유지한다(환기와 관류, 어류의 역류 교환).

산소는 대부분 헤모글로빈에 실려 운반된다. 결합이 협동적이어서, 하나가 붙으면 다음이 붙기 쉬워진다. 그 결과 포화도 곡선이 직선도 쌍곡선도 아닌 S 자가 된다.

S 자 곡선의 가파른 구간이 조직의 분압 범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작은 분압 변화가 큰 방출을 만든다
<S 자 곡선의 가파른 구간이 조직의 분압 범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작은 분압 변화가 큰 방출을 만든다>[원본 보기]

곡선의 위치는 조건에 따라 옮겨간다. 절반이 포화되는 분압을 P50 라 하면, 이 값이 커지는 것이 곡선이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고 산소를 더 잘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변화P₅₀곡선생리적 뜻
pH 하강 (CO₂ 증가)커진다오른쪽 (보어 효과)대사가 활발한 조직에서 더 내준다
온도 상승커진다오른쪽운동 중인 근육에서 방출 촉진
2,3-BPG 증가커진다오른쪽고지대 순응, 만성 저산소
태아 헤모글로빈작아진다왼쪽모체 혈액에서 산소를 넘겨받는다
마이오글로빈아주 작다쌍곡선 (협동 없음)근육 안에 저장했다가 아주 낮은 분압에서만 내놓는다

이산화탄소는 대부분 중탄산 이온으로 운반된다. 적혈구의 탄산탈수화효소가 CO2+H2OH++HCO3 반응을 빠르게 만들고, 생긴 HCO3 는 혈장으로 나간다. 이 반응이 혈액 pH 완충의 중심이며 4장의 완충 계산이 그대로 적용된다.

용어 하나를 바로잡아 두자. 동맥과 정맥은 산소 함량이 아니라 흐름의 방향으로 정의된다. 심장에서 나가면 동맥, 심장으로 들어오면 정맥이다. 그래서 폐동맥에는 산소가 가장 적은 피가, 폐정맥에는 가장 많은 피가 흐른다. 모순이 아니라 정의를 잘못 잡은 것이다.

예제 180

안정 시 심박수 분당 72 회, 1회 박출량 70mL 이다. (가) 심박출량을 구하라. (나) 운동 시 심박수 180, 박출량 120mL 가 되면 몇 배인가? (다) 혈압이 수축기 16.0kPa, 이완기 10.7kPa 일 때 평균동맥압과 전신 혈관저항을 구하라. 우심방압은 0.5kPa 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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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CO=72×70mL=5.0×103mL/min=5.0L/min

(나) CO=180×120=2.16×104mL/min=21.6L/min 이므로 21.6/5.0=4.3 배다.

두 인자가 각각 2.5배와 1.7배 늘어 곱으로 4.3배가 되었다. 곱으로 정의된 양은 두 인자가 조금씩만 늘어도 결과가 크게 는다.

(다) 1단계. 평균동맥압을 구한다. 한 주기에서 이완기가 더 길기 때문에 단순 평균이 아니라 이완기 쪽에 무게를 두는 근사식을 쓴다.

MAPP이완+P수축P이완3=10.7+5.33=12.5kPa

2단계. 저항을 구하려면 단위를 SI 로 맞춘다.

ΔP=12.50.5=12.0kPa=1.20×104Pa

Q=5.0L/min=5.0×103m360s=8.33×105m3/s

R=ΔPQ=1.20×1048.33×105=1.44×108Pas/m3

3단계. 운동 중을 생각해 본다. 심박출량이 4.3배가 되었는데 평균동맥압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 실제로는 13 에서 15kPa 정도로 완만하게 오른다. ΔP=QR 에서 Q 가 4.3배인데 ΔP 가 1.2배라면 R 이 약 3.6분의 1로 줄었다는 뜻이다.

그 감소는 골격근 세동맥의 확장으로 설명된다. 4제곱 의존성이므로 반지름이 3.61/4=1.38 배, 즉 38%만 굵어져도 그만한 저항 감소가 나온다. 왜 몸이 굳이 지름으로 조절하는지가 이 계산에 들어 있다.

예제 181

성인 헤모글로빈에서 절반이 포화되는 분압이 P50=3.5kPa 이고, 포화도는 Y=pn/(P50n+pn) 로 근사된다(n=2.8). (가) 폐(13.3kPa)와 안정 시 조직(5.3kPa)에서의 포화도와 그 차이를 구하라. (나) 운동 중 조직에서 분압이 2.7kPa 로 내려가고 pH 하강으로 P504.5kPa 로 옮겨갔을 때의 전달량을 구하고, 보어 효과의 몫을 분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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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지수가 2.8 이라 그냥 곱할 수 없다. 4장에서 도입한 로그를 쓴다.

(13.33.5)2.8=(3.800)2.8

log3.800=0.5798,2.8×0.5798=1.623,101.623=42.0

Y=42.01+42.0=0.977

2단계. 조직에서도 같은 방식이다.

(1.514)2.8:log1.514=0.1799,2.8×0.1799=0.5037,100.5037=3.19

Y조직=3.194.19=0.761

3단계. 내려놓은 몫은 두 포화도의 차다.

ΔY=0.9770.761=0.216

안정 시에는 실은 것의 약 22%만 내려놓고 나머지는 그대로 돌아온다. 이 여유분이 운동이나 저산소 때 꺼내 쓸 예비다.

(나) 4단계. 운동 중 조직의 포화도를 구한다. 두 값이 함께 변했다.

(2.74.5)2.8=(0.600)2.8:log0.600=0.2218,×2.8=0.6210,100.6210=0.239

Y=0.2391.239=0.193ΔY=0.9770.193=0.784

같은 혈액이 0.784/0.216=3.6 배의 산소를 내려놓는다. 앞 예제에서 심박출량이 4.3배가 된다고 했으므로 둘을 곱하면 약 16배다. 안정 시 산소 소비를 분당 250mL 로 보면 분당 4.0×103mL 규모이고, 잘 훈련된 사람의 최대 산소 섭취량과 자릿수가 맞는다.

5단계. 보어 효과의 몫만 떼어 낸다. 분압만 2.7kPa 로 내려가고 P503.5 그대로인 경우를 계산한다.

(0.7714)2.8:log0.7714=0.1127,×2.8=0.3156,100.3156=0.483

Y=0.4831.483=0.326ΔY=0.651

6단계. 몫을 나눈다. 분압 강하만으로 0.2160.651, 거기에 보어 효과가 더해져 0.6510.784 다.

0.7840.6510.7840.216=0.1330.568=0.23

증가분의 약 23%가 보어 효과 덕분이고 77%는 조직 분압이 내려간 덕분이다. 보어 효과는 주된 기작이 아니라 보조 증폭 장치라는 결론이 수치로 나온다.

곡선의 모양과도 맞물린다. 조직 분압이 P50 근처의 가파른 구간에 놓여 있어서 작은 분압 변화가 큰 포화도 변화를 만든다. 협동성이 없는 쌍곡선이었다면 같은 분압 강하로 훨씬 적게 방출되었을 것이다.

소화와 흡수 — 구획마다 조건을 바꾼다

소화는 큰 고분자를 흡수할 수 있는 단위로 자르는 일이다. 물리적 소화가 표면적을 늘리고 효소가 결합을 끊는다. 흡수는 표면적 싸움이라 소장은 윤상주름 · 융모 · 미세융모 세 단계로 면적을 곱해 증폭하며, 그 결과 단순한 관보다 두 자릿수 이상 넓은 면적을 얻는다.

pH 가 구간마다 크게 다른 것이 우연이 아니다. 각 효소는 자기 구획에서만 작동하므로 구획을 벗어나면 저절로 꺼진다
<pH 가 구간마다 크게 다른 것이 우연이 아니다. 각 효소는 자기 구획에서만 작동하므로 구획을 벗어나면 저절로 꺼진다>[원본 보기]

소화효소가 처음부터 활성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펩시노젠, 트립시노젠 같은 불활성 전구체로 분비되어 목적지에서 켜진다. 자기 조직을 소화하지 않기 위한 장치이며, 이 장치가 깨져 이자 안에서 트립신이 일찍 켜지면 이자염이 생긴다.

예제 182

펩신은 pH 2 부근에서, 트립신은 pH 8 부근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 (가) 왜 두 단백질 분해효소의 최적 pH 가 이렇게 다른가? (나) 위 내용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갈 때 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규모까지 어림하라. (다) 이 설계의 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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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4장에서 본 대로 pH 는 효소의 이온화 상태를 통해 두 가지에 영향을 준다.

  1. 활성부위 잔기의 전하. 촉매에 참여하는 잔기가 특정 이온화 상태여야 반응이 진행된다. 펩신의 촉매 잔기는 아스파르트산 두 개로 산성에서 필요한 상태가 되고, 트립신은 세린·히스티딘·아스파르트산의 조합으로 중성에서 약알칼리성에서 작동한다.
  2. 전체 접힘. 극단적 pH 에서는 단백질 자체가 변성된다. 펩신은 산성에서 안정하도록 진화했고 중성에서 오히려 불안정하다.

요컨대 최적 pH 가 다른 것은 촉매 화학이 다르기 때문이지 우연이 아니다.

(나) 위에서 넘어온 것은 강산성이므로 그대로 두면 이자 효소가 작동하지 않고 장 점막도 상한다. 이자가 중탄산염을 내어 중화한다. 규모를 어림해 보자. 위액을 하루 2.0L, pH 1.5 라 하면 4장의 정의에서

[H+]=101.5=3.2×102mol/L

n=3.2×102×2.0=6.3×102mol

중화하려면 같은 몰수가 필요하다. 중탄산나트륨의 몰질량이 84g/mol 이므로

6.3×102×84=5.3g

하루에 몇 g 규모다. 자릿수 감각을 잡아 두면 이자가 왜 그렇게 많은 액을 내는지 이해된다.

(다) 이점이 셋이다.

  1. 단계적 소화. 산성에서 단백질이 변성되어 펼쳐지므로 뒤 효소가 결합에 접근하기 쉬워진다. 위가 하는 일은 자르기보다 펼치기에 가깝다.
  2. 살균. 강산성이 삼킨 미생물의 상당수를 죽인다.
  3. 구획 자체가 안전장치다. 펩신은 소장의 pH 에서 활성을 잃으므로 아래로 내려가도 조직을 소화하지 않고, 트립신은 위의 pH 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각 효소가 자기 구획을 벗어나면 저절로 꺼지는 설계다.

마지막 항목이 이 장 전체에서 반복되는 원리다. 분비를 조절하는 것만이 아니라 물리화학적 조건 자체를 안전장치로 쓴다.

배설과 신장 — 일단 다 거른 다음 되찾는다

배설계는 질소 노폐물을 버리는 일과 체액의 부피와 조성을 조절하는 일을 함께 한다. 질소 노폐물의 형태는 물 사정과 에너지 사정의 절충이다. 물이 흔하면 싸고 독한 것을 그냥 흘려보내고(암모니아), 물이 귀하면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농축할 수 있는 것을 만든다(요소, 요산). 알 속에서 발생하는 동물이 요산을 쓰는 이유도 같다. 노폐물을 밖으로 버릴 수 없으니 고체로 굳혀 격리해야 한다.

여과는 크기로만 거르는 비특이적 과정이고 선택은 전부 재흡수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처음 보는 물질도 자동으로 걸러진다
<여과는 크기로만 거르는 비특이적 과정이고 선택은 전부 재흡수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처음 보는 물질도 자동으로 걸러진다>[원본 보기]

여과의 구동력은 압력의 대수합이다. 밀어내는 힘은 사구체 모세혈관 정수압 하나뿐이고, 나머지 둘은 반대 방향이다.

NFP=PGCPBCπGC

πGC 는 혈장 단백질이 만드는 삼투압이다. 그리고 어떤 물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재는 지표가 청소율이다.

C=U×V˙P

U 는 오줌 농도, V˙ 는 오줌 생성 속도, P 는 혈장 농도다. 뜻은 "단위 시간에 그 물질이 완전히 제거된 혈장의 부피"다. 자유롭게 걸러지고 재흡수도 분비도 되지 않는 물질을 고르면 그 청소율이 곧 사구체여과율(GFR)이 된다.

예제 183

사구체 모세혈관 정수압 7.3kPa, 보먼주머니 정수압 2.0kPa, 혈장 삼투압 4.0kPa 이다. (가) 순여과압을 구하라. (나) 요관이 막혀 보먼주머니 압력이 5.5kPa 로 오르면? (다) 심한 저단백혈증으로 혈장 삼투압이 2.0kPa 로 떨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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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대수합을 취한다.

NFP=7.32.04.0=1.3kPa

값이 작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큰 압력들의 차이로 작은 알짜가 남는 구조이므로, 어느 한 항이 조금만 변해도 알짜가 크게 흔들린다.

(나) NFP=7.35.54.0=2.2kPa

음수이므로 여과가 멈춘다. 여과가 0 이 되는 문턱도 구할 수 있다.

PBC=7.34.0=3.3kPa

정상값 2.0kPa 에서 1.3kPa 만 올라가도 여과가 멈춘다. 요관 폐쇄가 응급 상황인 이유가 이 계산 안에 있다.

(다) NFP=7.32.02.0=3.3kPa

순여과압이 2.5배가 되어 여과가 늘어난다. 그런데 같은 항이 전신의 모세혈관에서도 낮아지므로 조직으로 액체가 빠져나가 부종이 생긴다. 간 질환이나 신증후군에서 부종이 흔한 이유가 이 한 항의 감소로 설명된다.

세 경우를 함께 보면 이 계산의 쓸모가 분명하다. 임상 소견을 외우는 대신 세 항 중 어느 것이 변했는지 짚으면 방향이 예측된다.

예제 184

이눌린을 주입해 혈장 농도를 0.012g/L 로 유지했더니 오줌의 이눌린 농도가 1.50g/L, 오줌 생성 속도가 분당 1.0mL 였다. (가) GFR 과 하루 재흡수 비율을 구하라. (나) 세 물질의 청소율이 CX=6.0×102, CY=60, CZ=0 mL/min 일 때 각각 어떤 처리를 받는지 판정하라. (다) 왜 이렇게 많이 걸러 놓고 대부분 되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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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눌린은 자유롭게 걸러지고 재흡수도 분비도 되지 않으므로 그 청소율이 곧 GFR 이다.

GFR=1.50g/L×1.0mL/min0.012g/L=125mL/min

하루로 바꾸면 125×1440=1.8×105mL=1.8×102L 이고, 오줌은 1.0×1440=1.4L 다.

1801.4180=0.992=99.2%

혈장이 약 3L 이므로 하루에 180/3=60 번 걸러지는 셈이다.

(나) 판정 규칙을 세운다. 자유롭게 걸러지는 물질에 대해

  • C>GFR — 걸러진 것보다 많이 나갔다. 분비가 있다.
  • C=GFR — 걸러진 그대로 나갔다. 재흡수도 분비도 없다.
  • 0<C<GFR — 일부를 되찾았다. 순 재흡수다.
  • C=0 — 전부 되찾았다. 완전 재흡수다.

물질 X 는 600>125 이므로 분비된다. 물질 Y 는 0<60<125 이므로 순 재흡수이고, 되찾은 비율은 160/125=0.52, 약 52%다. 요소가 이런 양상을 보인다. 물질 Z 는 오줌에 전혀 나타나지 않으므로 완전 재흡수이며, 정상 상태의 포도당이 여기 해당한다. 다만 수송체 용량에 한계가 있어 혈장 농도가 문턱을 넘으면 넘친 만큼 나온다. 당뇨에서 요당이 나타나는 것이 그 상황이다.

(다) 낭비로 보이는 이 설계에 세 이유가 있다.

  1. 비특이적 제거. 여과는 크기로만 거르므로 몸이 처음 보는 물질(약물, 독소)도 함께 걸러진다. 물질마다 전용 배출 장치를 만들 필요가 없고, 되찾을 것만 알아보면 된다. 인식할 목록이 훨씬 짧다.
  2. 빠른 조절. 처리량이 크면 재흡수 비율을 조금만 바꿔도 배설량이 크게 바뀐다. 99.2%에서 98.4%로 0.8%포인트만 낮추면 오줌량이 두 배가 된다.
  3. 조성의 정밀 관리. 이온마다 다른 재흡수 경로를 두어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비용도 분명하다. 재흡수의 상당 부분이 능동 수송이므로 신장은 체중에 비해 대단히 많은 에너지를 쓴다. 조절의 정밀함을 에너지로 사는 구조다.

내분비 — 축과 되먹임으로 고장을 짚는다

내분비계는 혈액으로 신호를 보낸다. 신경과 대비하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신경은 특정 세포에 빠르고 짧게, 내분비는 수용체를 가진 모든 세포에 느리고 길게 작용한다.

호르몬은 성질에 따라 작용 방식이 갈린다. 펩타이드와 단백질은 물에 잘 녹아 막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세포막의 수용체에 붙어 2차 전령을 통해 작용하고, 반응이 초에서 분 단위다. 스테로이드는 지질이라 막을 그냥 통과해 세포 안의 수용체에 붙고, 전사인자로 작용하므로 반응이 시간 단위다.

막 수용체 경로의 핵심 성질은 증폭이다. 한 단계마다 산물 수가 몇 자릿수씩 늘어나므로 아주 낮은 농도의 호르몬이 큰 반응을 만든다. 혈중 농도가 nmol/L 이나 그 아래인데도 작동하는 이유다. 증폭이 크면 끄는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각 단계마다 종결 기작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되먹임 구조를 알면 호르몬 값 두 개의 조합만으로 어느 단계가 고장 났는지 따라 나온다. 값을 외울 필요가 없다
<되먹임 구조를 알면 호르몬 값 두 개의 조합만으로 어느 단계가 고장 났는지 따라 나온다. 값을 외울 필요가 없다>[원본 보기]

예제 185

갑상샘 기능 저하를 호소하는 두 환자의 검사 결과가 아래와 같다. 각 환자에서 고장 난 부위를 판정하고 근거를 써라.

환자갑상샘호르몬 (T₄)갑상샘자극호르몬 (TSH)
낮음높음
낮음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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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축의 구조와 되먹임을 적는다. 시상하부 → 뇌하수체(TSH) → 갑상샘(T₄)이고, T₄ 가 위의 두 단계를 억제한다.

2단계. 되먹임의 논리를 뒤집어 쓴다. T₄ 가 낮으면 억제가 풀리므로 정상 뇌하수체는 TSH 를 늘려야 한다. 따라서 "T₄ 가 낮은데 TSH 가 높지 않다면 뇌하수체가 정상이 아니다"가 판정 규칙이 된다.

3단계. 환자 가. T₄ 가 낮고 TSH 가 높다. 뇌하수체는 정상적으로 반응하는데 갑상샘이 응답하지 못한다. 갑상샘 자체의 문제, 곧 일차성이다.

4단계. 환자 나. T₄ 가 낮은데 TSH 도 낮다. 억제가 풀렸는데 TSH 가 오르지 않았으므로 뇌하수체 또는 그 위의 시상하부가 고장이다. 둘을 가르려면 방출호르몬을 투여해 TSH 가 오르는지 보면 된다. 오르면 시상하부 문제, 오르지 않으면 뇌하수체 문제다.

5단계. 일반화한다. 고장 위치는 말단 호르몬과 자극 호르몬의 조합으로 판정된다.

말단 호르몬자극 호르몬해석
낮음높음말단 샘의 결함 (일차성)
낮음낮거나 정상위 단계의 결함 (이차성 이상)
높음낮음말단 샘의 자율적 과다 분비. 되먹임은 정상이다
높음높음위 단계의 과다 분비, 또는 표적 조직의 저항성

마지막 줄이 특히 쓸모 있다. 호르몬도 높고 자극 호르몬도 높으면 표적이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혈당과 인슐린이 함께 높은 인슐린 저항성이 같은 논리다.

이 예제의 요점은 값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회로를 알면 두 값의 조합에서 고장 위치가 논리적으로 따라 나온다.

신경 — 막전위와 활동전위

여기가 이 문서에서 가장 걸리는 자리다. 천천히 가자. 먼저 사실 하나를 놓는다. 세포막 안팎에는 이온 농도 차가 있다. 5장의 나트륨-칼륨 펌프가 ATP 를 써서 이 차이를 계속 유지한다.

이온세포 밖 (mmol/L)세포 안 (mmol/L)평형전위
K⁺5140약 −89 mV
Na⁺14515약 +61 mV
Cl⁻11010약 −64 mV

마지막 칸의 평형전위가 무엇인지가 이 절의 관문이다. 막에 K+ 만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고 하자. 안쪽이 훨씬 진하므로 K+ 이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K+ 은 양전하를 지고 있다. 나갈 때마다 안쪽에는 짝을 잃은 음전하가 남고, 그 음전하가 다음 K+ 을 안으로 당긴다.

그러면 미는 힘(농도 차)과 당기는 힘(전기력)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커지다가 어느 순간 같아진다. 그때 순 이동이 멈추고, 그 상태의 막전위가 그 이온의 평형전위다.

평형전위란 농도차가 미는 힘과 전기력이 정확히 상쇄되는 막전위다. 실제로 이동한 이온은 안쪽 총량의 십만 분의 일 수준이다
<평형전위란 농도차가 미는 힘과 전기력이 정확히 상쇄되는 막전위다. 실제로 이동한 이온은 안쪽 총량의 십만 분의 일 수준이다>[원본 보기]

그 균형점을 계산해 주는 것이 네른스트(Nernst) 식이다. 유도는 하지 않고 결과만 쓴다. 체온에서 1가 양이온에 대해

Eion=61.5mVzlog[이온][이온]

z 는 전하수(K+ 은 +1, Cl 은 −1)다. 왜 로그가 들어가는지만 짚어 두자. 이 균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안팎 농도의 가 아니라 다. 농도를 둘 다 두 배로 해도 비가 같으면 평형전위가 같다. 4장에서 본 대로 비를 다루는 도구가 로그이고, 그래서 로그가 나온다. 앞의 계수 61.5mV 는 온도와 상수들이 뭉친 값이다.

실제 막은 여러 이온에 동시에 조금씩 투과한다. 그때 막전위는 각 이온의 평형전위를 투과성으로 가중한 위치에 놓인다. 이것을 계산하는 것이 골드만-호지킨-카츠(GHK) 식이다.

Vm=61.5mVlogPK[K+]+PNa[Na+]+PCl[Cl]PK[K+]+PNa[Na+]+PCl[Cl]

음이온인 Cl 만 안팎이 뒤집혀 들어간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전하의 부호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활동전위를 볼 준비가 되었다. 핵심은 이렇다. 농도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투과성뿐이다.

아래 그림이 위 그림의 원인이다. 막전위는 그때그때 투과성이 큰 이온의 평형전위 쪽으로 끌려간다
<아래 그림이 위 그림의 원인이다. 막전위는 그때그때 투과성이 큰 이온의 평형전위 쪽으로 끌려간다>[원본 보기]

시냅스에서는 전기 신호가 화학 신호로 바뀐다. 활동전위가 축삭 말단에 닿으면 전압 개폐 Ca2+ 통로가 열리고, 들어온 Ca2+ 이 소포의 융합을 촉발해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수용체 종류에 따라 다음 세포를 흥분시키거나 억제하며, 그 효과들이 시간과 공간에서 합쳐져 축삭 둔덕에서 역치를 넘는지가 발화를 정한다.

예제 186

위 표의 농도로 (가) K+ 과 (나) Na+ 의 평형전위를 계산하라. (다) 실제 휴지전위가 70mV 라면 막은 어느 이온에 더 잘 투과하는가? (라) 세포 밖 K+ 이 두 배가 되면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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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z=+1 이므로

5140=3.571×102,log(3.571×102)=1.447

EK=61.5×(1.447)=89mV

(나) 14515=9.667,log9.667=0.9853

ENa=61.5×0.9853=+61mV

부호가 반대인 이유가 분명하다. K+ 은 안쪽이 진해 밖으로 나가려 하므로 안쪽이 음전하가 되고, Na+ 은 바깥이 진해 안으로 들어오려 하므로 안쪽이 양전하가 된다.

(다) 70mVEK=89 에 훨씬 가깝고 ENa=+61 에서는 멀다. 막전위는 투과성이 큰 이온의 평형전위 쪽으로 끌려가므로 휴지 상태의 막은 K+ 에 훨씬 잘 투과한다.

정량적으로도 볼 수 있다. 두 이온만 있다고 보면 막전위는 두 평형전위 사이를 투과성 비로 나눈 위치에 놓인다. 70 이 차지하는 위치는

70(89)61(89)=19150=0.13

EK 쪽에서 13% 지점이다. Na+ 의 상대 투과성이 대략 그 정도라는 뜻이며, 실측값(K+ 대비 0.03에서 0.05)과 자릿수가 맞는다. 정확히 맞지 않는 것은 Cl 을 빼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라) 밖의 값이 5 에서 10mmol/L 로 바뀐다.

EK=61.5×log10140=61.5×(1.146)=70mV

19mV 나 올라간다. 안쪽 농도가 훨씬 커서 바깥 농도의 작은 변화가 비를 크게 바꾸기 때문이다. 로그 안에 든 것이 비라는 사실이 여기서 직접적인 결과를 낳는다. 고칼륨혈증이 심장 부정맥을 일으키는 것이 이 계산으로 설명된다.

예제 187

투과성 비가 PK:PNa:PCl=1:0.04:0.45 일 때 GHK 식으로 휴지전위를 구하라. 이어서 활동전위 정점에서 PNaPK 의 20배가 되었을 때의 막전위를 구하고, 그 결과가 뜻하는 바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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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휴지 상태의 분자를 계산한다. Cl 은 안팎이 뒤집힌다는 점에 주의한다.

1×5+0.04×145+0.45×10=5+5.8+4.5=15.3

2단계. 분모를 계산한다.

1×140+0.04×15+0.45×110=140+0.6+49.5=190.1

3단계. 비를 취해 로그를 씌운다.

15.3190.1=8.05×102,log(8.05×102)=1.094

Vm=61.5×(1.094)=67mV

관찰되는 70mV 와 잘 맞는다. 남는 차이는 펌프의 전기적 기여와 투과성 비의 부정확성으로 설명된다.

4단계. 활동전위 정점. 비를 1:20:0.45 로 바꾼다.

분자=5+20×145+4.5=2909.5,분모=140+20×15+49.5=489.5

2909.5489.5=5.944,log5.944=0.7742

Vm=61.5×0.7742=+48mV

5단계. 해석한다. Na+ 투과성이 500배 늘자 막전위가 67 에서 +48mV 로 뒤집혔다. 그런데 ENa=+61mV 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다른 이온의 투과성이 0 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활동전위 정점이 ENa 에 못 미치는 것이 이 계산과 일치한다.

요점은 이렇다. 농도는 하나도 바꾸지 않았고 투과성만 바꿨는데 막전위가 1.2×102mV 움직였다. 뉴런의 신호는 이온의 대량 이동이 아니라 투과성의 전환으로 만들어진다. 다음 예제에서 실제로 움직인 이온의 수를 세어 이 점을 확인한다.

예제 188

막전위를 100mV 바꾸려면 이온이 실제로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계산하라. 세포는 반지름 25μm 의 구이고 안쪽 K+ 농도는 140mmol/L 다. 움직인 양이 안쪽 총량의 몇 %인지 구하라.

풀이 보기

0단계. 도구를 하나 들여온다. 세포막은 아주 얇은 절연층을 사이에 두고 전하를 마주 세워 둔 구조다. 이런 구조에 쌓이는 전하량은 전압에 비례하고, 그 비례상수를 전기용량이라 한다.

Q=CΔV

세포막의 전기용량은 막 면적 1cm2 당 약 1.0μF 다(F 는 패럿). 이 값은 막의 두께와 성질에서 오는 것이라 세포 종류가 달라도 거의 같다.

1단계. 필요한 전하량을 구한다.

Q=1.0×106F/cm2×0.100V=1.0×107C/cm2

2단계. 몰수로 바꾼다. 1가 이온이므로 6장의 패러데이 상수로 나눈다.

n=1.0×10796485C/mol=1.04×1012mol/cm2

3단계. 세포 안의 K+ 을 같은 기준(막 넓이당)으로 바꾼다. 구의 부피 대 표면적 비는

VA=(4/3)πr34πr2=r3=2.5×103cm3=8.33×104cm

농도를 부피 단위에 맞추면 140mmol/L=1.40×104mol/cm3 이므로

1.40×104×8.33×104=1.17×107mol/cm2

4단계. 비를 구한다.

1.04×10121.17×107=8.9×106=8.9×104%

안쪽 이온의 십만 분의 일 수준만 움직이면 막전위가 100mV 바뀐다.

이 결과가 셋을 설명한다.

  1. 활동전위가 농도를 거의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뉴런이 초당 수백 번 발화해도 농도 기울기가 곧바로 무너지지 않는다.
  2. 그래도 펌프는 필요하다. 발화가 반복되면 조금씩 쌓이므로 나트륨-칼륨 펌프가 계속 되돌려야 한다. 뇌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주된 항목이 이 펌프다.
  3. 막전위는 부피가 아니라 표면의 현상이다. 전하가 막 바로 안팎에 얇은 층으로 쌓이는 것이지 세포질 전체의 조성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하나 더 따라 나온다. 세포가 작을수록 V/A 가 작아 같은 전위 변화에 더 큰 비율의 이온이 필요하다. 아주 가는 축삭이나 시냅스 소돌기에서는 이온 축적이 실제로 문제가 된다.

흔한 오해

"자극이 강할수록 활동전위가 커진다."

풀이 보기

활동전위는 실무율(all-or-none)을 따른다. 역치를 넘으면 자극의 크기와 무관하게 같은 크기와 모양의 활동전위가 생기고, 넘지 못하면 아예 생기지 않는다.

이유는 기작에 있다. 상승기는 전압 개폐 Na+ 통로의 양성 되먹임이 만든다. 일단 시작되면 되먹임이 스스로 끝까지 진행하므로 처음 밀어 준 힘의 크기가 결과에 남지 않는다. 정점의 높이는 앞 예제에서 계산했듯 평형전위와 투과성 비가 정하는 값이지 자극의 함수가 아니다.

그러면 자극의 세기는 어떻게 전달되는가. 두 방식이 함께 쓰인다.

  1. 빈도 부호화. 강한 자극은 더 자주 발화하게 한다. 상한은 불응기가 정한다. 절대불응기가 1ms 이면 이론적 최대 발화율이 초당 1.0×103 회다.
  2. 집단 부호화. 강한 자극은 역치가 높은 뉴런까지 동원하므로 발화하는 뉴런의 수가 늘어난다.

구분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등급 전위는 실무율을 따르지 않는다. 후시냅스 전위와 수용기 전위는 자극에 비례해 크기가 변하고 거리에 따라 줄어든다. 이 등급 전위들이 축삭 둔덕에서 합쳐져 역치를 넘느냐 마느냐가 실무율적 결정이 되는 지점이다.

정리하면 뉴런은 아날로그 입력을 등급 전위로 받아 합산한 뒤, 축삭 둔덕에서 디지털 출력으로 바꾸고, 그 출력의 빈도로 다시 세기를 표현한다. 이 세 단계를 섞어 보면 오해가 생긴다.

근수축 — 길이가 변하는 것은 필라멘트가 아니다

골격근의 수축은 활주설(sliding filament theory)로 설명된다. 액틴과 미오신 필라멘트의 길이는 변하지 않고, 서로 미끄러져 겹치는 정도가 커지면서 근절이 짧아진다.

교차다리 순환에서 ATP 가 어디에 쓰이는지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미오신 머리가 액틴에 붙고, 꺾이며 당기고(파워 스트로크), 새 ATP 가 붙어야 액틴에서 떨어지고, 그 ATP 를 쪼개 머리를 원래 각도로 되돌린다. 즉 ATP 는 붙이는 데가 아니라 떼는 데 쓰인다. ATP 가 떨어지면 미오신이 액틴에서 분리되지 못해 근육이 굳는데, 사후경직이 그 상태다.

흥분과 수축을 잇는 것은 Ca2+ 이다. 활동전위가 들어오면 근소포체가 Ca2+ 을 방출하고, 트로포닌에 붙은 Ca2+ 이 결합 자리를 가리고 있던 단백질을 밀어낸다. 이완하려면 Ca2+ 을 도로 퍼 넣어야 하고 그 펌프도 ATP 를 쓴다. 수축뿐 아니라 이완에도 에너지가 든다.

두 필라멘트의 길이는 A 와 B 에서 똑같다. 장력은 겹침 구간의 교차다리 수에 비례하므로 중간 길이에서 최대가 된다
<두 필라멘트의 길이는 A 와 B 에서 똑같다. 장력은 겹침 구간의 교차다리 수에 비례하므로 중간 길이에서 최대가 된다>[원본 보기]

예제 190

이완 시 근절 길이가 2.2μm, 최대 수축 시 1.8μm 인 근육이 있다. 근육 전체 길이가 30cm 일 때 (가) 직렬로 늘어선 근절 수와 (나) 최대 단축량 및 단축률을 구하라. (다) 같은 부피에서 근절을 병렬로 배치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풀이 보기

(가) 근절이 직렬로 이어져 근원섬유를 이룬다.

N=0.30m2.2×106m=1.36×105

주어진 값의 유효숫자가 두 자리이므로 답은 1.4×105 개다. 다만 아래 (나)에서 이 값을 다시 쓰므로 반올림하지 않은 1.36×105 을 들고 간다. 중간에 반올림한 값을 다음 계산에 넣으면 오차가 쌓인다.

(나) 근절 하나의 단축량은 2.21.8=0.4μm 이므로

ΔL=1.36×105×0.4×106m=5.5×102m=5.5cm

만약 (가)의 반올림한 값 1.4×105 을 그대로 넣었다면 5.6cm 가 나온다. 두 값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어느 값을 썼는지 밝히지 않으면 답이 어긋난 것처럼 보인다.

5.530=0.18=18%

근절 하나의 단축률 0.4/2.2=18%같다. 직렬 배치에서는 비율이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이 점이 요점이다. 근절 수는 절대 단축량을 정하지만 단축률은 정하지 않는다.

(다) 병렬 배치는 효과가 반대다. 옆으로 늘어놓으면 길이는 그대로이고 단면적이 커진다.

  • 직렬로 길게 — 단축량과 단축 속도가 커진다. 각 근절의 단축 속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 병렬로 굵게 — 힘이 커진다. 힘은 나란히 당기는 교차다리의 수, 즉 단면적에 비례한다.

그래서 근육의 생김새가 기능을 알려준다. 길고 가는 근육은 운동 범위와 속도에 유리하고, 짧은 섬유가 비스듬히 붙은 깃근육은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섬유를 병렬로 넣어 큰 힘에 유리하다. 종아리에서 힘을 내는 근육과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근육의 구조 차이가 이 절충으로 설명된다.

그림의 오른쪽 곡선도 같은 논리에서 나온다. 근절이 너무 길면 겹침이 모자라 교차다리 수가 줄고, 너무 짧으면 반대쪽에서 온 필라멘트가 서로 방해한다. 그 사이에 최적 길이가 있고, 몸의 근육은 대체로 그 부근에서 작동하도록 뼈에 붙어 있다.

면역 — 미리 만들어 두고 고른다

면역계는 두 층이다. 선천 면역은 병원체가 공통으로 가진 패턴을 알아보고 수 분에서 수 시간 안에 작동하며 기억이 없다. 적응 면역은 특정 항원의 특정 부위를 알아보고, 처음에는 며칠이 걸리지만 기억이 남아 재감염 때는 훨씬 빠르고 강하다.

두 층이 서로 다른 것을 알아보고 다른 속도로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기억이 한쪽에만 남는다는 것을 볼 것. 2차 반응이 빠르고 강한 이유가 아래쪽 기억세포 상자 하나에서 나온다
<두 층이 서로 다른 것을 알아보고 다른 속도로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기억이 한쪽에만 남는다는 것을 볼 것. 2차 반응이 빠르고 강한 이유가 아래쪽 기억세포 상자 하나에서 나온다>[원본 보기]

적응 면역의 핵심 논리는 클론 선택이다. 항원을 만나기 전에 이미 온갖 특이성의 림프구가 각각 하나의 특이성만 갖고 준비되어 있고, 항원이 들어오면 그와 맞는 것만 증식한다. 항원이 새 수용체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 중에서 고르는 것이며, 13장의 자연선택과 논리 구조가 같다. 그 다양성은 V, D, J 조각을 하나씩 골라 이어 붙이는 재조합으로 만든다. 조각 수의 곱에 이음매의 부정확성이 더해져 열 자릿수 규모의 다양성이 나온다. 대가도 있다. 무작위로 만든 수용체 중 상당수가 자기 분자에 반응하므로, 발생 과정에서 그런 클론을 제거하는 관문이 필요하다. 그 장치가 깨진 것이 자가면역질환이다.

화살표의 방향을 볼 것. 다양성이 항원보다 먼저 있고, 항원은 만들라고 지시하는 쪽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 중에서 고르는 쪽이다. 오른쪽의 제거 관문이 무작위로 만든 대가를 치르는 자리다
<화살표의 방향을 볼 것. 다양성이 항원보다 먼저 있고, 항원은 만들라고 지시하는 쪽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 중에서 고르는 쪽이다. 오른쪽의 제거 관문이 무작위로 만든 대가를 치르는 자리다>[원본 보기]

집단 수준의 예방은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다. 기초감염재생산수 R0 는 모두가 감수성일 때 감염자 한 명이 만드는 2차 감염자 수다. 집단의 면역 보유 비율이 q 이면 실효 재생산수는 R0(1q) 이고, 유행이 사그라들려면 이 값이 1 보다 작아야 한다.

예제 191

어떤 감염병의 R0 가 12 이고 다른 감염병은 2.0 이다. (가) 각각의 집단면역 문턱을 구하라. (나)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일 때 R0=12 인 병에 필요한 접종률을 구하라. (다) 이 계산이 전제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라.

풀이 보기

(가) 유행이 줄어들 조건 R0(1q)<1q 에 대해 푼다.

q>11R0

R0=12:q>1112=0.917=92%

R0=2.0:q>112.0=0.50=50%

전염력이 강할수록 문턱이 올라간다. 다만 1/R0 항이므로 R0 가 커질수록 문턱의 증가는 완만해진다.

(나) 접종률을 v, 백신 효과를 e=0.90 이라 하면 실제 면역 보유 비율은 곱인 ve 다.

0.90v>0.917v>1.02

1 을 넘는다. 어떤 접종률로도 문턱에 닿을 수 없다는 뜻이다. 효과 90%는 훌륭한 백신인데도 R0=12 인 병에는 부족하다. 필요한 최소 효과는 e>0.917 이며, 여기에 접종률 100%라는 비현실적 조건까지 붙는다. 이런 병에 여러 번 접종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 전제를 넷 검토한다.

  1. 균등 혼합 가정.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과 같은 확률로 접촉한다고 본다. 실제 접촉망은 고르지 않으며, 접종률이 낮은 사람들이 지역적으로 뭉치면 전체 접종률이 문턱을 넘어도 그 안에서 유행이 일어난다.
  2. 면역의 지속과 완전성. 면역이 시간이 지나며 약해지거나 감염 자체는 막지 못하고 중증만 막는다면 q 를 그대로 쓸 수 없다.
  3. R0 의 고정성. R0 는 병원체만의 성질이 아니라 인구 밀도, 접촉 양상, 계절에 따라 변한다. 문헌의 값에는 폭이 있으며 하나의 숫자로 다루면 안 된다.
  4. 병원체의 진화. 전파력이 다른 변이가 나타나면 문턱 자체가 옮겨간다. 14장에서 본 RNA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율을 생각하면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결론은 이렇다. 집단면역 문턱은 목표를 잡는 데 쓸 수 있는 유용한 지표이지만, 균등 혼합을 가정한 단순 모형의 산물이므로 정밀한 예측값이 아니라 자릿수와 방향을 읽는 도구로 써야 한다.

예제 192

어떤 척추동물의 항체 유전자좌에 무거운 사슬용 조각이 V 40개, D 25개, J 6개 있고, 가벼운 사슬용 조각이 V 40개, J 5개 있다(주어진 값). (가) 조각을 하나씩 골라 잇는 것만으로 만들 수 있는 두 사슬의 가짓수를 각각 구하고, 두 사슬이 짝을 이룬 항체의 가짓수를 구하라. (나) 이음매의 부정확성이 사슬마다 평균 103 배의 다양성을 더한다면 전체는 얼마인가. (다) 몸 안의 림프구가 대략 1012 개다. (나)의 수와 견주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라) 같은 다양성을 항체마다 유전자를 따로 두는 방식으로 만들려면 유전체가 얼마나 커야 하는가.

풀이 보기

(가) 무거운 사슬은 세 무리에서 하나씩 고르는 일이므로 9장의 곱의 규칙 그대로다. 고르는 일이 서로 독립이면 가짓수는 곱해진다.

40×25×6=6.0×103

가벼운 사슬은 두 무리에서 고른다.

40×5=2.0×102

항체 하나는 두 사슬이 짝을 이룬 것이므로 다시 곱한다.

6.0×103×2.0×102=1.2×106

(나) 사슬마다 103 배씩이므로 두 번 곱해진다.

1.2×106×103×103=1.2×1012

(다) 잠재적 가짓수 1.2×1012 와 실제 림프구 수 1012같은 자릿수다. 그런데 이 비교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림프구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증식한 같은 클론의 복제본이고, 자기반응 클론은 제거되었으며, 어떤 조합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몸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서로 다른 특이성은 잠재 가짓수보다 훨씬 적다.

그런데도 처음 보는 항원에 대응이 되는 이유가 둘 있다. 첫째, 한 항원에 딱 하나의 클론만 맞는 것이 아니다. 여러 클론이 저마다 어느 정도씩 맞으므로 "정확히 맞는 것이 재고에 있는가"가 아니라 "그럭저럭 맞는 것이 있는가"가 문제다. 둘째, 일단 골라진 클론에서는 항체 유전자 부위에만 돌연변이율을 크게 높여 더 잘 맞는 것을 다시 고르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것을 체세포 과돌연변이(somatic hypermutation)라 하고, 그 결과 2차 반응의 항체는 1차보다 결합력이 좋다. 앞 그림에서 "기억"이 단순히 세포를 남겨 두는 것만이 아닌 이유가 이것이다.

(라) 항체 1.2×1012 가지를 각각 따로 된 유전자로 갖는다고 하자. 유전자 하나를 넉넉히 잡아 103 염기라 해도

1.2×1012×103=1.2×1015 염기

12장에서 사람 반수체 유전체가 3.1×109 염기였다. 필요한 양이 그보다

1.2×10153.1×109=3.9×105 

다섯 자릿수 넘게 모자란다. 반면 조합으로 만들면 조각이 모두 40+25+6+40+5=116 개면 된다.

답이 말이 되는가. 이 대비가 클론 선택 방식의 핵심이다. 다양성을 저장하지 않고 조립 규칙만 저장한다. 116 개의 부품에서 조 단위의 조합이 나오는 구조이고, 유전체 크기라는 물리적 제약 아래에서 이 방식 말고 다른 길이 없었으리라는 것까지 읽어야 한다.

흔한 실수는 (가)에서 가짓수를 더하는 것이다. 조각을 "하나 고른 뒤 또 하나 고른다"이므로 곱이다. 더하기가 되는 것은 "무거운 사슬을 만들거나 가벼운 사슬을 만들거나" 같은 배타적 선택일 때다.

생식과 발생

유성생식의 의미는 8장과 13장에서 이미 다뤘다. 여기서는 그 뒤를 본다. 배우자 형성은 두 성에서 비대칭이다. 한 모세포에서 정자는 넷이 나오고 난자는 하나만 나온다. 나머지 셋은 극체로 버려진다. 세포질을 한 세포에 몰아주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고, 극체는 여분의 염색체를 버리는 장치다. 이 비대칭이 13장의 성선택 논의의 출발점이다.

초기 발생의 순서는 대부분의 동물에서 공통이다. 수정 → 난할 → 포배 → 낭배 형성 → 기관 형성이다. 난할은 성장 없이 분열만 하는 시기라 배 전체의 부피는 거의 그대로이고 세포 수만 는다. 낭배 형성에서 세포가 대규모로 이동해 세 배엽이 생기고, 여기서 몸의 기본 배치가 정해진다.

난할과 낭배 형성이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볼 것. 앞의 것은 부피를 그대로 두고 수를 늘리고, 뒤의 것은 자리를 바꾼다. 배엽이라는 말이 뜻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도 포배가 아니라 낭배 형성부터다
<난할과 낭배 형성이 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볼 것. 앞의 것은 부피를 그대로 두고 수를 늘리고, 뒤의 것은 자리를 바꾼다. 배엽이라는 말이 뜻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도 포배가 아니라 낭배 형성부터다>[원본 보기]
배엽주로 무엇이 되는가
외배엽표피, 신경계, 감각기관
중배엽근육, 뼈, 순환계, 신장, 생식샘, 진피
내배엽소화관 상피, 간, 이자, 폐 상피, 갑상샘

분화의 방향을 정하는 기작은 셋으로 정리된다. 어미가 미리 넣어 둔 결정 인자의 불균등 분배, 이웃 세포에서 오는 유도 신호, 그리고 농도 기울기를 이루는 모포젠이다. 모포젠 모형에서는 물질 하나가 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유전자 집합을 켜서 여러 영역을 만든다. 위치를 농도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셋을 가르는 기준이 ‘정보가 어디서 오는가’라는 것을 볼 것. 어미인가, 이웃인가, 자기 자리의 농도인가. 그리고 아래쪽에서, 경계를 만드는 것은 농도 자체가 아니라 문턱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
<셋을 가르는 기준이 ‘정보가 어디서 오는가’라는 것을 볼 것. 어미인가, 이웃인가, 자기 자리의 농도인가. 그리고 아래쪽에서, 경계를 만드는 것은 농도 자체가 아니라 문턱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예제 193

지름 120μm 인 접합자가 성장 없이 난할을 6회 거쳤다. (가) 세포 수, (나) 세포 하나의 지름, (다) 전체 막 면적의 변화를 구하고 (라) 난할기에 성장이 없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라.

풀이 보기

(가) 난할마다 세포 수가 두 배가 된다.

N=26=64

(나) 전체 부피가 일정하므로 세포 하나의 부피는 1/64 이 된다. 지름은 부피의 세제곱근에 비례하므로

d=120μm643=1204=30μm

(다) 세포 하나의 표면적은 지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1/16 이 되지만 세포가 64개다.

A전체A0=64×116=4

3장의 표면적 대 부피 비 문제가 여기서 되돌아온다. 부피를 그대로 두고 잘게 나누기만 해도 총 표면적은 늘어난다.

(라) 성장 없는 분열의 의미가 셋이다.

  1. 핵 대 세포질 비의 회복. 난자는 세포질이 극단적으로 많은 비정상적인 세포다. 분열만 반복하면 이 비가 보통 체세포의 값으로 돌아온다. 여러 종에서 이 비가 일정 값에 이르는 시점에 접합체 자신의 유전체가 본격적으로 전사되기 시작한다.
  2. 부품의 확보. 낭배 형성은 세포의 집단 이동이므로 움직이고 재배열될 수 있는 세포가 먼저 많아야 한다.
  3. 표면적 확보. 위에서 계산했듯 총 막 면적이 는다. 세포 사이 신호 전달과 물질 교환의 무대가 넓어진다.

속도 이야기도 덧붙일 만하다. 난할기의 세포 주기는 8장에서 본 G1 과 G2 를 거의 건너뛰고 S 기와 M 기만 반복하므로 아주 짧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어미가 넣어 둔 mRNA 와 단백질, 뉴클레오타이드 재고를 쓰기 때문이다. 그 재고가 떨어질 무렵 접합체 유전체가 켜진다. 첫 번째 항목과 같은 시점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이다.

예제 194

배의 한쪽 끝을 근원으로 삼아 모포젠이 퍼지고, 근원에서 거리 x 만큼 떨어진 자리의 농도가 C(x)=C0ex/λ 로 줄어든다고 하자. C0=100(임의 단위), λ=50μm 이다(주어진 값). 유전자 A 는 농도가 25 이상인 곳에서, 유전자 B 는 5 이상인 곳에서 켜진다. (가) 두 경계의 위치를 구하라. (나) 어떤 이유로 근원의 농도가 두 배가 되었다면 두 경계는 어디로 옮겨 가는가. (다) 그 결과에서 발생의 강건성에 대해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풀이 보기

무엇을 묻는지부터 정리한다. 구하려는 것은 길이이고, 주어진 것은 농도다. 농도가 지수로 떨어지므로 지수 자리에 있는 x 를 끌어내려야 하고, 그 도구가 4장의 로그다. 12장에서 세운 대로 loge=0.4343 하나면 e 를 상용로그로 바꿀 수 있다.

문턱 농도를 T 라 하면 경계는 C0ex/λ=T 인 자리다. 양변을 C0 로 나누고 상용로그를 취한다.

xλloge=logTC0x=λ0.4343logC0T

(가) 유전자 A 의 문턱은 T=25 이므로 C0/T=4 다. 4장의 표에서 log4=0.60 이다.

xA=500.4343×0.60=115.1×0.60=69μm

유전자 B 의 문턱은 T=5 이므로 C0/T=20 이고, log20=log2+1=1.30 이다.

xB=115.1×1.30=150μm

그러므로 근원에서 69μm 까지가 A 영역, 거기서 150μm 까지가 B 영역, 그 바깥이 어느 유전자도 켜지지 않은 영역이다. 앞 그림의 세 칸이 이 세 구간이다.

(나) C0 를 200 으로 바꿔 같은 식에 넣는다. 문턱은 그대로다.

xA=115.1×log20025=115.1×log8=115.1×0.90=104μm

xB=115.1×log2005=115.1×log40=115.1×1.60=184μm

두 경계가 각각 약 35μm 씩 밖으로 밀렸다. 반올림하기 전의 값으로 보면 둘 다 정확히 34.5μm 다. 같은 거리만큼 밀린 것이 우연이 아니다. 위 식에서 C0 를 두 배로 하면 로그 안이 두 배가 되므로 더해지는 양이

λ0.4343log2=115.1×0.30=35μm

이고, 이 값에는 문턱 T 가 들어 있지 않다. 즉 근원의 농도가 몇 배가 되든 모든 경계가 같은 거리만큼 함께 밀린다. 문턱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다) 답이 말이 되는지부터 본다. 근원이 두 배로 세졌으면 켜지는 범위가 넓어져야 하는데 실제로 밖으로 밀렸다. 방향이 맞다.

강건성에 대해 두 가지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로그가 흔들림을 눌러 준다는 것이다. 근원의 농도가 두 배, 곧 100 % 흔들렸는데 경계는 35μm 만 움직였다. 배의 길이가 500μm 이라면 7 % 다. 농도의 흔들림이 위치의 흔들림으로 옮겨질 때 지수가 로그로 눌러 준 결과다.

다른 하나는 반대쪽이다. 7 %는 작지만 0 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경계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밀리므로 영역들의 상대적 비율까지 지켜지지는 않는다. 실제 배는 이 정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모포젠 하나만으로 위치가 정해진다고 보는 단순 모형은 관찰과 어긋난다. 표적 유전자가 모포젠의 분해를 촉진하는 되먹임, 반대편에서 오는 두 번째 기울기, 배의 크기 자체를 재는 장치 같은 보정이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 지금의 그림이다. 여기서도 계산이 관찰과 어긋나면 가정을 의심한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흔한 실수는 농도가 절반이 되는 거리와 λ 를 같은 것으로 놓는 것이다. x=λ 에서 남는 비율은 e1=0.368 이지 0.5 가 아니다. 절반이 되는 거리는

λ0.4343log2=34.5μm

로 (나)에서 나온 값과 정확히 같다. 같은 수가 두 번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근원을 두 배로 하는 것과 문턱을 절반으로 하는 것이 경계에 미치는 효과가 같기 때문이고, 지수 꼴에서는 곱이 언제나 자리 이동으로 바뀐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낱말메모
항상성 · 설정점안을 좁은 범위에 유지하는 성질 / 비교 기준값설정점 자체가 옮겨간다. 발열이 그 예다
음성 · 양성 되먹임변화를 되돌린다 / 변화를 키운다뒤쪽은 스스로 멈추지 않아 종결 장치가 반드시 있다
되먹임 이득 G회로가 외란을 몇 분의 일로 줄이는가개방 대 폐쇄의 비가 1 + G. 잔류 오차는 원리적으로 남는다
CO=HR×SV심박출량 = 심박수 × 1회 박출량두 인자가 조금씩만 늘어도 곱으로 크게 는다
ΔP=QR압력 차 = 유량 × 저항저항은 반지름의 4제곱에 반비례한다
MAP평균동맥압이완기 + (수축기 − 이완기)/3. 한 주기에서 이완기가 길기 때문이다
P50헤모글로빈이 절반 포화되는 산소 분압커지면 곡선이 오른쪽으로 가고 더 잘 내려놓는다
보어 효과pH 가 낮아지면 곡선이 오른쪽으로 옮겨간다주된 기작이 아니라 보조 증폭 장치다
지모젠불활성 전구체로 분비되는 효소목적지에서 켜진다. 자기 조직을 지키는 장치
NFP순여과압 = P(사구체) − P(보먼주머니) − 혈장 삼투압큰 값들의 차라 한 항만 흔들려도 크게 변한다
청소율 C단위 시간에 그 물질이 완전히 제거된 혈장 부피C = U × V̇ / P. GFR 과 견주어 처리 방식을 판정한다
GFR사구체여과율이눌린 청소율로 잰다. 사람에서 분당 약 125 mL
내분비 축시상하부 → 뇌하수체 → 표적샘 → 되먹임말단과 자극 호르몬의 조합으로 고장 위치를 짚는다
평형전위농도차가 미는 힘과 전기력이 상쇄되는 막전위이온마다 다르다. 표의 세 값을 기억할 것
네른스트 식E=(61.5mV/z)log([]/[])로그가 들어가는 이유는 문제가 되는 것이 농도의 비이기 때문이다
GHK 식여러 이온의 평형전위를 투과성으로 가중한 값Cl⁻ 만 안팎이 뒤집혀 들어간다
실무율역치를 넘으면 늘 같은 크기의 활동전위세기는 발화 빈도와 동원되는 뉴런 수로 전달된다
등급 전위자극에 비례하고 거리에 따라 줄어드는 전위축삭 둔덕에서 합쳐져 실무율적 결정이 된다
전기용량 CQ=CΔV 의 비례상수세포막은 1 cm² 당 약 1 μF. 막 두께에서 오는 값이다
활주설필라멘트 길이는 그대로이고 겹침만 변한다장력은 겹침 구간의 교차다리 수에 비례한다
클론 선택항원이 미리 있던 특이성 중에서 고른다13장의 자연선택과 논리 구조가 같다
R0모두가 감수성일 때 감염자 한 명이 만드는 2차 감염자 수집단면역 문턱은 1 − 1/R₀
난할 · 낭배 형성성장 없는 분열 / 세포 이동으로 세 배엽을 만드는 단계앞은 핵 대 세포질 비를 되돌리고, 뒤는 몸의 배치를 정한다
모포젠농도 기울기로 위치 정보를 주는 물질농도에 따라 다른 유전자 집합이 켜진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항상성을 값의 고정으로 읽는다제한된 범위 안의 변동이다. 잔류 오차는 원리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동맥에는 산소가 많다고 외운다동맥과 정맥은 방향으로 정의된다. 폐동맥에는 산소가 가장 적은 피가 흐른다
정맥혈에는 산소가 없다고 본다안정 시 포화도가 약 76%다. 그 여유분이 운동 때 꺼내 쓰는 예비다
보어 효과가 산소 방출의 주역이라고 본다증가분의 4분의 1 정도다. 주역은 조직 분압의 강하다
활동전위가 이온의 대량 이동이라고 본다움직이는 양은 십만 분의 일 수준이다. 변하는 것은 투과성이다
휴지전위를 펌프가 직접 만든다고 본다펌프는 농도 차를 유지하고, 전위는 그 농도 차와 K⁺ 누출 통로가 만든다
강한 자극이 큰 활동전위를 만든다고 본다크기는 늘 같다. 세기는 빈도와 동원 수로 표현된다
ATP 가 미오신을 액틴에 붙인다고 본다ATP 는 떼는 데 쓰인다. 없으면 붙은 채로 굳는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모든 기관계가 같은 회로 구조를 쓴다. 재고, 견주고, 되돌린다. 몸은 대부분의 문제를 "일단 크게 처리한 다음 되찾거나 좁힌다"는 방식으로 푼다. 신장의 여과와 재흡수, 면역의 클론 선택이 같은 형태다. 그리고 전기 신호는 이온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문을 여닫는 일이다.

다음 장은 시야를 넓힌다. 지금까지는 개체 하나 안의 조절이었고, 마지막 장은 그 개체들이 모여 이루는 개체군과 군집, 그리고 물질과 에너지가 그 사이를 어떻게 도는지를 다룬다.

생태학

앞의 두 장은 개체 하나의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 장은 시야를 넓혀 개체들이 모여 이루는 개체군, 여러 개체군이 얽힌 군집, 그리고 생물과 환경을 함께 묶은 생태계를 다룬다. 답할 것은 셋이다. 개체 수는 어떤 규칙으로 늘고 무엇이 그것을 멈추는가, 왜 먹이사슬은 네다섯 단계에서 끝나는가, 그리고 사라지는 종의 수를 어떻게 추정하고 그 추정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이 장의 성격을 미리 밝혀 둔다. 야외에서는 통제 실험이 어렵다. 그래서 단순한 모형을 세우고 그 예측이 관찰과 얼마나 어긋나는지를 보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모형이 맞아서가 아니라 어긋나는 방향이 정보를 주기 때문에 쓴다. 13장에서 하디-바인베르크를 기준선으로 썼던 것과 같은 태도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4장의 로그, 13장의 선택과 기준선의 논리, 14장의 종 개념과 대사 유형, 그리고 16장의 되먹임이다.

개체군 — 얼마나 빨리 느는가

자원이 무제한일 때 — 지수 성장

규칙을 가장 단순하게 놓자. 한 해에 개체 수가 일정한 비율로 는다고 하면, 다음 해의 수는 이번 해의 수에 같은 배수를 곱한 것이다.

Nt+1=Nt(1+r)

여기서 r개체당 순증가율로,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값이다. 같은 곱셈을 t 번 되풀이하면

Nt=N0(1+r)t

13장에서 승산이 매 세대 일정 배수가 되던 것과 똑같은 꼴이다. 그때처럼 지수에 든 값을 구할 때는 로그를 쓴다. 이 규칙의 성질 하나가 중요하다. 배가시간이 처음 개체 수와 무관하다. 2N0=N0(1+r)t 에서 N0 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t2=log2log(1+r)

자원이 유한할 때 — 로지스틱

실제로는 밀도가 높아지면 자원 경쟁, 노폐물 축적, 포식과 질병이 늘어 증가가 느려진다. 이 밀도 의존성을 가장 단순하게 넣는 방법은, 한 해의 증가량에 "자리가 얼마나 남았는가"를 곱하는 것이다.

ΔN=rN(1NK)

ΔN 은 한 해에 늘어나는 개체 수이고, K환경수용력이다. 괄호 안이 남은 자리의 비율이다. N 이 아주 작으면 괄호가 1 에 가까워 앞 절의 지수 성장과 같아지고, NK 에 닿으면 괄호가 0 이 되어 더 늘지 않는다.

오른쪽 그래프의 높이가 그 해의 증가량이다. 그 값을 차례로 더해 나가면 왼쪽의 S 자 곡선이 나온다
<오른쪽 그래프의 높이가 그 해의 증가량이다. 그 값을 차례로 더해 나가면 왼쪽의 S 자 곡선이 나온다>[원본 보기]

오른쪽 그래프에서 읽을 것이 하나 있다. 증가량이 가장 큰 지점은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지점이 아니다. N=K/2 에서 최대가 되고 그 값은 rK/4 다. 개체 수와 증가 속도를 헷갈리는 것이 이 절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이 모형이 담고 있는 단순화도 적어 두어야 한다. 밀도 효과가 시간 지연 없이 즉시 나타난다고 보고, K 가 일정하며, 개체가 모두 동등하다고 본다. 실제 개체군에서 이 가정들이 깨지면 진동이나 불규칙한 변동이 나타난다.

예제 195

도입된 외래종의 개체 수가 5년 사이에 1000 에서 1500 이 되었다. (가) r 와 배가시간을 구하고 (나) 50년 뒤를 예측하라. (다) 그 예측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풀이 보기

(가) 1단계. 지수 성장 식에 값을 넣는다.

1500=1000(1+r)5(1+r)5=1.50

2단계. 지수에 든 것을 끌어내리려면 로그다.

5log(1+r)=log1.50=0.1761log(1+r)=0.03522

1+r=100.03522=1.0845r=0.085yr1

해마다 약 8.5%씩 는다는 뜻이다. 3단계. 배가시간을 구한다.

t2=log2log1.0845=0.30100.03522=8.5yr

(나) logN50=log1000+50×0.03522=3+1.761=4.761

N50=104.761=5.8×104

(다) 이 예측은 거의 확실히 틀린다. 이유가 셋이다.

  1. 모형에 상한이 없다. 자원, 공간, 포식자, 질병 중 어느 하나만 작동해도 성장이 느려진다. K 를 넣은 로지스틱이 더 현실적이다.
  2. 자료가 두 점뿐이다. 5년 평균 증가율을 열 배의 기간으로 늘려 잡고 있다. 그 사이에 좋은 해와 나쁜 해가 섞여 있었을 수 있고 r 자체가 변한다.
  3. 지수 외삽의 오차는 곱으로 커진다. r 이 20% 작았다면(0.068) log(1.068)=0.02859 이므로 N50=103+1.430=2.7×104 로 절반 아래가 된다. r 의 작은 불확실성이 장기 예측에서 배수의 차이를 만든다.

그렇다고 계산이 쓸모없지는 않다. 침입 초기에는 지수 근사가 잘 맞고, 배가시간 8.5년이라는 값은 관리 대응에 얼마나 시간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자릿수와 시간 규모를 잡는 데 쓰고 절대값의 장기 예측으로는 쓰지 않는 것이 옳다.

예제 196

로지스틱 성장을 하는 개체군의 r=0.20yr1, K=1000 이다. (가) 개체 수가 50, 250, 500, 750, 900 일 때 한 해의 증가량을 각각 구하라. (나) 증가량이 최대인 지점과 그 값을 구하라. (다) 이 개체군에서 해마다 얼마씩 잡아가면 유지되는가? 그 방식의 위험은?

풀이 보기

(가) ΔN=0.20N(1N/1000) 에 차례로 넣는다.

개체 수 N남은 자리의 비율한 해의 증가량 ΔN
500.959.5
2500.7537.5
5000.5050.0
7500.2537.5
9000.1018.0
100000

(나) 표에서 바로 읽힌다. 최대는 N=K/2=500 에서 나오고 값은 50 이다. 일반식으로 쓰면 rK/4=0.20×1000/4=50 이다. 왜 가운데인지는 곱의 구조를 보면 된다. N 이 작으면 늘 개체가 적어서, N 이 크면 남은 자리가 없어서 증가량이 작다. 두 인자가 서로 반대로 움직이므로 곱은 가운데에서 최대가 된다.

(다) 개체군이 스스로 채워 넣는 양만큼 잡아가면 개체 수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므로 최대 지속 수확량은

MSY=rK4=50마리/년

이고, 그때 개체군을 N=500 에 붙잡아 두어야 한다. 위험이 셋이다.

  1. 정점이라는 것이 곧 위험이다. N=K/2 는 증가량 곡선의 꼭대기이므로, 개체 수가 조금이라도 아래로 밀리면 보충량이 수확량보다 적어진다. 그러면 더 줄고, 더 줄면 보충량이 더 작아진다. 정점의 왼쪽은 붕괴로 가는 미끄럼틀이다. 표에서 N=250 일 때 보충량이 37.5 뿐인데 50 을 잡아가면 해마다 12.5 씩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2. 추정 오차에 취약하다. rK 를 야외에서 정확히 재기 어렵다. K 를 20% 크게 잡으면 MSY 도 20% 커져 해마다 조금씩 과잉 수확하게 된다.
  3. 모형 자체의 단순화. 실제 개체군에는 연령 구조가 있어 어느 연령을 잡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환경 변동으로 K 자체가 해마다 변한다.

그래서 현대 어업 관리는 MSY 를 목표로 삼기보다 그보다 보수적인 수준을 목표로 두고 개체군 규모를 계속 감시한다. 이 계산에서 얻는 실천적 교훈은 "이론적 최댓값에서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명표와 생존 곡선, 그리고 생활사

개체군을 나이별로 쪼개 보면 더 많은 것이 나온다. 생명표는 나이 x 에서의 생존율 lx(태어난 것 중 그 나이까지 산 비율)와 그 나이의 개체가 낳는 자손 수 mx 를 적은 표이며, 여기서 두 값을 뽑는다.

R0=xlxmx,T=xxlxmxR0

R0순생식률로 개체 하나가 한 생애에 남기는 자손 수이고, T세대시간으로 자손을 남기는 나이의 평균이다. R0>1 이면 늘고, =1 이면 유지되고, <1 이면 준다. 생존율을 나이에 대해 그린 것이 생존 곡선이다. 세로축을 로그 눈금으로 두어야 유형이 모양으로 갈린다.

로그 눈금이라야 사망률이 늘 일정한 II 형이 직선으로 보인다. 보통 눈금에서는 셋 다 급히 떨어지는 곡선으로 보인다
<로그 눈금이라야 사망률이 늘 일정한 II 형이 직선으로 보인다. 보통 눈금에서는 셋 다 급히 떨어지는 곡선으로 보인다>[원본 보기]

세 유형은 생활사 전략과 짝을 이룬다. 생활사란 언제 얼마나 번식하고 얼마나 사는지에 대한 배분이며, 자원이 유한하므로 모든 항목을 동시에 최대화할 수 없다. 절충(trade-off)이 생긴다.

선택지한쪽 극단반대쪽 극단절충의 내용
번식 횟수한 번에 몰아서여러 번 나누어몰면 그 한 번의 성공률은 높지만 실패하면 만회가 없다
자손 수와 크기많고 작게적고 크게총 투자가 같으면 수와 개체당 생존율이 반비례한다
첫 번식 시기이르게늦게이르면 세대시간이 짧아 유리하나 몸을 못 키워 성공률이 낮다
번식과 생존번식에 투자자기 유지에 투자번식은 이후 생존율을 낮춘다. 이것을 번식의 비용이라 한다

예전에는 이 절충을 r 선택과 K 선택의 이분법으로 요약했다. 편리한 정리이지만 실제 자료에서 두 축이 깔끔하게 갈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연령별 사망률의 양상이 최적 전략을 정한다는 관점이 더 널리 쓰인다. 이분법은 입문용 요약으로만 쓰는 것이 안전하다.

예제 197

아래 생명표에서 순생식률, 세대시간, 연간 증가 배수, 배가시간을 구하고 결과를 해석하라.

나이 x (yr)생존율 lₓ개체당 자손 수 mₓ
01.000
10.502.0
20.203.0
3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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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나이마다 lxmx 를 구한다. 이 값은 "태어난 개체 하나가 그 나이에 남기는 자손 수의 기댓값"이다.

xlₓmₓx · lₓmₓ
10.50 × 2.0 = 1.001.00
20.20 × 3.0 = 0.601.20
30.05 × 1.0 = 0.050.15
1.652.35

2단계. 순생식률은 그 합이다.

R0=1.65

1 보다 크므로 이 개체군은 는다. 한 세대에 1.65 배가 된다. 3단계. 세대시간은 자손을 남기는 나이의 평균이다.

T=2.351.65=1.42yr

4단계. 연간 증가 배수를 구한다. T 년에 R0 배가 되므로, 해마다 곱해지는 배수를 λ 라 하면 λT=R0 다. 지수에 든 값을 끌어내린다.

logλ=logR0T=0.21751.42=0.1532λ=100.1532=1.42

해마다 약 42%씩 는다. 5단계. 배가시간을 구한다.

t2=log2logλ=0.30100.1532=2.0yr

6단계. 해석한다.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III 형에 가까운 표인데도 개체군은 는다. 이른 나이에 자손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나온다. 증가 속도는 R0 만이 아니라 T 에도 달려 있다. 같은 R0=1.65 라도 세대시간이 3년이면

logλ=0.21753=0.0725t2=0.30100.0725=4.2yr

배가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자손 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번식을 앞당기는 것이 개체군 증가에 효과적이다. 생활사 진화에서 이른 번식이 강하게 선택되는 이유이고, 해충 관리에서 번식 시기를 늦추는 전략이 쓰이는 근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계를 밝힌다. 위 계산은 연령 분포가 안정된 상태를 가정한다. 갑자기 어린 개체만 많아진 개체군에서는 그대로 쓸 수 없다.

예제 198

세 종의 생존 자료가 아래와 같다. 처음 1000 마리에서 출발해 수명의 일정 비율마다 살아남은 수를 센 것이다. 각각의 생존 곡선 유형을 판정하고 생활사를 예측하라.

수명 대비 나이종 가종 나종 다
0%100010001000
25%98032020
50%94010012
75%800328
풀이 보기

1단계. 판정 도구를 정한다. 보통 눈금에서는 셋 다 "줄어드는 곡선"으로만 보인다. 로그 눈금에 찍어야 모양이 갈린다. 4장에서 본 대로 로그 눈금에서는 일정한 배수가 일정한 간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단계. 구간마다 살아남은 비율을 계산한다. 종 가: 980/1000=0.98, 940/980=0.96, 800/940=0.85. 뒤로 갈수록 사망률이 커진다.

종 나: 320/1000=0.32, 100/320=0.31, 32/100=0.32. 일정하다. 종 다: 20/1000=0.02, 12/20=0.60, 8/12=0.67. 처음에 압도적으로 죽고 그 뒤로는 잘 산다. 3단계. 유형을 판정한다.

  • 종 가 — 어릴 때 거의 죽지 않고 뒤로 갈수록 사망률이 커진다. I 형이다. 로그 눈금에서 처음에 평평하다가 끝에서 급락한다.
  • 종 나 — 사망률이 늘 일정하다. II 형이다. 로그 눈금에서 직선이 된다. 이것이 로그 눈금을 쓰는 이유다.
  • 종 다 — 어릴 때 대부분 죽고 살아남은 소수는 오래 산다. III 형이다.

4단계. 생활사를 예측한다. 유형은 "어디에 투자했는가"의 결과다.

  • 종 가 — 어린 개체를 지키는 데 투자했다. 자손을 적게 낳고 오래 돌볼 것이다. 대형 포유류가 여기 속한다.
  • 종 다 — 어린 개체를 지키지 않는다. 대신 아주 많이 낳아 확률로 메운다. 많은 어류와 무척추동물, 나무가 여기 속한다.

주의할 점 둘을 적어 둔다. 첫째, 유형은 연속적이다. 셋은 극단의 이름일 뿐이고 실제 종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둘째, 한 종의 곡선이 구간마다 다른 유형을 보이는 것도 흔하다. 어릴 때는 III 형이다가 성체가 되면 I 형에 가까워지는 종이 많다.

군집 — 종들 사이의 상호작용

두 종의 상호작용은 각자에게 미치는 효과의 부호로 분류한다. 이렇게 하면 이름이 달라도 구조가 같은 관계를 한데 묶어 볼 수 있다.

상호작용종 1종 2
경쟁같은 자원을 쓰는 두 초식동물
포식+포식자와 피식자
초식+식물을 먹는 동물. 대개 죽이지는 않는다
기생+숙주보다 작고 오래 함께 산다
상리공생++균근, 수분 매개, 장내 미생물
편리공생+0큰 동물에 붙어 이동하는 생물. 순수한 0 은 드물다

경쟁의 결과는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종 1 이 더 늘지 않는 조건을 이렇게 쓴다.

N1+α12N2=K1

α12종 2 의 개체 하나가 종 1 에게 주는 압력을, 종 1 의 개체 몇 마리분으로 환산한 값이다. α12=1.5 이면 종 2 한 마리가 종 1 에게는 자기 종 1.5 마리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종 2 에 대해서도 같은 식을 쓴다. 두 식을 견주면 결과가 넷 중 하나로 갈린다. 말로 옮기면 이렇다. 각 종이 상대를 억제하는 것보다 자기 종을 더 강하게 억제할 때 공존한다. 이것이 경쟁 배타 원리의 정량적 표현이다. 같은 자원을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쓰는 두 종은 종내 경쟁과 종간 경쟁의 세기가 같아지므로 공존할 수 없다.

예제 199

두 경쟁 종의 값이 아래와 같다. 각 경우의 결과를 판정하고, 공존한다면 평형 개체 수를 구하라. (가) K1=1000,K2=800,α12=0.50,α21=1.50 (나) K1=1000,K2=800,α12=0.50,α21=0.50

풀이 보기

판정 방법을 먼저 정한다. 종 1 이 혼자 있을 때 도달하는 수는 K1 이고, 종 2 가 혼자서 종 1 을 밀어낼 수 있는 한계는 K2/α21 을 종 1 의 단위로 환산한 값이다. 두 수를 견주면 누가 이기는지가 나온다. (가) 1단계. 두 임계값을 계산한다.

K2α21=8001.50=533,K1α12=10000.50=2000

2단계. 견준다. K1=1000>533 이므로 종 1 은 종 2 가 아무리 많아도 버틸 수 있고, 2000>K2=800 이므로 종 2 는 종 1 을 이길 수 없다. 종 1 이 항상 이긴다. 3단계. 왜 그런지 읽는다. α21=1.50 은 종 1 한 마리가 종 2 에게 자기 종 1.5 마리분의 압력을 준다는 뜻이다. 종 1 은 상대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상대에게서는 약하게(0.50) 받는다. 비대칭이 결과를 정했다.

(나) 1단계. 임계값을 다시 계산한다.

K2α21=8000.50=1600,K1α12=2000

2단계. 2000>800 이고 1600>1000 이므로 어느 쪽도 상대를 밀어내지 못한다. 공존이다. 3단계. 평형점을 구한다. 두 조건을 연립한다.

N1+0.50N2=1000,N2+0.50N1=800

두 번째 식에서 N2=8000.50N1 을 첫 식에 넣으면

N1+4000.25N1=10000.75N1=600N1=800

N2=800400=400

4단계. 검산한다. 800+0.50×400=1000 이고 400+0.50×800=800 이다. 둘 다 맞는다. 5단계. 두 경우를 견준다. 바뀐 것은 α21 하나뿐인데 배제가 공존으로 바뀌었다. 결과를 정하는 것은 종의 절대적 강함이 아니라 종간 경쟁과 종내 경쟁의 상대적 세기다.

하나 더 눈여겨볼 것이 있다. 공존하는 경우에도 두 종 모두 혼자일 때보다 적다. 종 1 은 1000 에서 800 으로, 종 2 는 800 에서 400 으로 줄었다. 공존은 서로 손해를 보면서 유지되는 상태이지 서로 돕는 상태가 아니다.

예제 200

실험실에서 짚신벌레 두 종을 따로 기르면 각각 잘 자라는데 함께 기르면 한 종만 남는다. 그런데 야외에서는 비슷한 두 종이 공존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두 관찰을 모순 없이 설명하고, 설명에서 검증 가능한 예측을 뽑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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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두 관찰을 각각 모형과 연결한다. 실험실 결과는 경쟁 배타의 직접 확인이다. 자원이 하나이고 공간이 균질하며 조건이 일정하면, 자원 이용이 조금이라도 나은 쪽이 결국 상대를 밀어낸다. 앞 예제의 표현으로는 α 가 1 에 가까운 경우다. 2단계. 야외에서 공존이 가능한 조건을 나열한다. 각 항목이 α 를 작게 만들거나 경쟁이 결말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공통이다.

  1. 자원 분할. 실제 환경의 자원은 하나가 아니다. 두 종이 다른 크기의 먹이, 다른 높이의 가지, 다른 시간대를 쓰면 α 가 작아져 공존 조건을 만족한다.
  2. 환경의 변동. 조건이 계속 바뀌면 유리한 종이 번갈아 바뀌어 어느 쪽도 배제를 완성하지 못한다.
  3. 교란. 주기적 교란이 개체군을 수용력 아래로 떨어뜨리면 경쟁이 결말에 이르기 전에 판이 초기화된다.
  4. 포식자와 병원체. 우점종을 우선적으로 잡아먹는 포식자가 있으면 열세종이 유지된다.
  5. 공간 구조. 이동이 제한된 공간에서는 국소적으로 배제가 일어나도 전체로는 두 종이 모두 남는다.

3단계. 모순이 없음을 정리한다. 실험실은 위 다섯 요인을 모두 제거한 조건이다. 즉 두 결과는 서로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모형에 조건을 다르게 넣은 결과다. 실험실 결과는 "다른 요인이 없으면 배제가 일어난다"를 보였고, 야외 관찰은 "실제로는 그 다른 요인들이 작동한다"를 보인다. 4단계. 검증 가능한 예측으로 바꾼다. 이것이 이 예제의 핵심이다.

  • 공존하는 두 종의 자원 이용을 정밀하게 재면 겹침이 완전하지 않아야 한다.
  • 두 종이 함께 사는 지역에서 형질 차이가 더 커야 한다. 이를 형질 치환이라 하며 여러 분류군에서 보고되었다.
  • 포식자를 제거하면 공존이 깨져야 한다. 제거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항목처럼 예측을 실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이 설명의 강점이다. 단순히 "환경이 복잡하니까"라고 답하면 검증할 수 없고, 검증할 수 없는 설명은 3장에서 말한 대로 과학적 주장이 되지 못한다.

생태적 지위와 천이

생태적 지위(niche)는 한 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과 자원의 조합이다. 온도, 습도, 먹이 크기, 활동 시간 같은 여러 축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한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 두 종류를 구분해야 한다. 기본 지위는 다른 종이 없을 때 차지할 수 있는 전체 범위이고, 실현 지위는 경쟁자와 포식자가 있는 실제 조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다. 실현 지위는 언제나 기본 지위의 부분집합이다.

상대를 없앴을 때 분포가 넓어지면 그 경계는 경쟁이, 넓어지지 않으면 물리적 조건이 만든 것이다
<상대를 없앴을 때 분포가 넓어지면 그 경계는 경쟁이, 넓어지지 않으면 물리적 조건이 만든 것이다>[원본 보기]

이 구분이 쓸모 있는 이유는 조작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를 없앴을 때 분포가 넓어지면 그 경계는 생물적 요인이 만든 것이고, 넓어지지 않으면 비생물적 요인이 만든 것이다. 천이(succession)는 군집 구성이 시간에 따라 방향성 있게 바뀌는 현상이다. 토양이 아예 없는 맨땅에서 시작하는 1차 천이는 수백 년 이상 걸리고, 교란으로 식생만 사라지고 토양과 종자가 남은 곳에서 시작하는 2차 천이는 수십 년이면 된다.

단계마다 지금 무엇이 모자란가가 바뀐다. 처음에는 토양과 질소, 토양이 생긴 뒤로는 빛이다
<단계마다 지금 무엇이 모자란가가 바뀐다. 처음에는 토양과 질소, 토양이 생긴 뒤로는 빛이다>[원본 보기]

예제 201

조간대 따개비 A 는 높은 곳에만, B 는 낮은 곳에만 분포한다. 두 제거 실험을 했다. B 를 제거하니 A 가 아래로 퍼졌고, A 를 제거해도 B 는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각 경계를 정하는 요인을 판정하고 일반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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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판정 규칙을 세운다. 경쟁자를 없앴을 때 분포가 넓어지면 그 경계는 경쟁이 만든 것이고, 넓어지지 않으면 비생물적 요인이 만든 것이다. 2단계. A 의 아래쪽 경계. B 를 없애자 A 가 아래로 퍼졌으므로 원래 경계는 B 와의 경쟁이 정한 것이다. 즉 A 의 기본 지위는 아래쪽까지 포함하는데 실현 지위가 위로 눌려 있었다.

3단계. B 의 위쪽 경계. A 를 없애도 B 가 올라가지 않았으므로 경쟁 때문이 아니다. 남는 후보는 비생물적 요인이며, 조간대 위쪽은 물 밖에 드러나는 시간이 길어 건조와 온도 변화가 심하다. B 는 그 조건을 견디지 못한다고 해석된다. 4단계. 표로 정리한다.

위쪽 경계를 정하는 것아래쪽 경계를 정하는 것
A (위쪽에 산다)건조 내성의 한계 (비생물적)B 와의 경쟁 (생물적)
B (아래쪽에 산다)건조 내성의 한계 (비생물적)먹이나 포식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5단계. 일반화한다. 여기서 자주 관찰되는 규칙이 나온다. 스트레스가 심한 쪽의 경계는 생리적 내성이 정하고, 조건이 좋은 쪽의 경계는 경쟁이 정하는 경향이 있다. 조건이 좋으면 여러 종이 몰려들어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6단계. 결론의 한계를 밝힌다. 제거 실험 하나로는 "B 가 없으면 A 가 퍼진다"까지만 말할 수 있고, 그 기작이 자원 경쟁인지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것인지 포식자를 통한 간접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실험 기간이 짧으면 느리게 진행되는 효과를 놓친다.

예제 202

빙하가 물러난 자리에서 1차 천이가 진행된다. (가) 예상되는 순서를 근거와 함께 쓰라. (나) 이 순서를 검증하려면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 (다) 흔히 쓰는 방법의 약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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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금 무엇이 제약인가를 단계마다 물으면 순서가 따라 나온다. 맨 처음의 제약은 토양이 없다는 것, 특히 질소가 없다는 것이다.

  1. 지의류와 이끼. 암반에 붙을 수 있고 영양 요구가 낮다. 풍화와 유기물 축적을 시작한다.
  2. 질소고정 능력이 있는 선구 관목. 14장에서 본 대로 대기 질소를 쓸 수 있는 것은 미생물과 공생하는 계통뿐이다. 낙엽으로 토양 질소를 올린다.
  3. 속성수. 질소가 충분해지면 이제 제약이 으로 바뀐다. 빨리 자라는 나무가 들어와 선구 관목을 그늘로 눌러 이긴다.
  4. 내음성 수종. 숲이 닫히면 그늘에서 발아하고 자랄 수 있는 종이 하층을 차지했다가 결국 상층으로 올라간다.

각 단계의 논리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1 에서 2 로는 촉진이, 2 에서 3 으로는 촉진 뒤의 경쟁 배제가, 3 에서 4 로는 내성이 작동한다.

(나) 필요한 자료가 두 종류다. 같은 장소를 오래 추적한 시계열 자료와, 빙하가 물러난 시기가 서로 다른 여러 장소를 동시에 관찰한 자료다. 뒤쪽에는 각 장소의 노출 연대를 독립적으로 정하는 자료와 토양 질소 같은 환경 변수 측정이 함께 있어야 한다.

(다) 널리 쓰는 것은 뒤쪽, 즉 나이가 다른 장소들을 늘어놓아 시간 순서로 읽는 방법이다. 약점이 넷이다.

  1. 공간을 시간으로 대체하는 가정. 서로 다른 장소가 같은 경로를 지나왔다고 전제한다. 기반암, 경사, 미기후, 종자 공급원과의 거리가 다르면 이 전제가 깨진다.
  2. 초기 조건의 우연성. 어떤 종이 먼저 도착했는지에 따라 이후 경로가 갈릴 수 있다. 그러면 나이가 같은 두 장소도 다른 군집을 갖는다.
  3. 과거 기후가 지금과 달랐다. 오래전에 드러난 장소는 다른 기후 아래에서 초기 단계를 지났다.
  4. 교란 이력의 차이. 화재나 산사태를 겪은 장소는 순서가 뒤로 되돌아갔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얻은 순서는 가설로 다루고 가능한 곳에서는 장기 추적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3장의 용어로 말하면 이것은 개입 실험이 아니라 관찰 연구이므로, 교란 요인을 어떻게 배제했는가가 결론의 강도를 정한다. 덧붙일 것이 있다. 한때는 천이가 지역마다 정해진 극상 군집으로 수렴한다고 보았으나 지금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교란이 반복되고 기후가 변하며 종의 도착에 우연이 개입하므로 여러 대안 상태가 가능하다. 천이의 방향성 자체는 관찰되지만 종착점의 유일성은 확립된 사실이 아니다.

에너지 흐름 — 흐르고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 절과 다음 절을 가르는 문장이 하나 있다. 에너지는 흐르고 물질은 순환한다. 에너지는 태양에서 들어와 단계마다 열로 빠져나가며 결국 전부 흩어진다. 되돌아오지 않으므로 순환이 아니다. 생산량의 정의를 구분해야 한다. 총1차생산량은 생산자가 광합성으로 고정한 총 에너지이고, 순1차생산량은 거기서 생산자 자신의 호흡을 뺀 것이다. 15장에서 본 "순광합성 = 총광합성 − 호흡"을 생태계 규모로 옮긴 것이며, 다음 영양단계가 쓸 수 있는 것은 순1차생산량뿐이다.

상위 단계로 넘어갈 때 남는 비율을 영양단계 효율이라 하고 흔히 10%로 어림한다. 이 값은 법칙이 아니라 관찰의 중앙값에 가깝고 실제로는 대략 5%에서 20% 범위다. 변이의 원인이 셋이다. 먹지 못하고 남는 부분, 먹어도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 소화해도 호흡으로 태우는 부분이다. 내온동물은 마지막 항이 커서 효율이 낮고, 수생 무척추동물은 높다.

에너지 피라미드는 뒤집힐 수 없지만 생물량 피라미드는 뒤집힐 수 있다. 재는 대상이 재고인가 흐름인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에너지 피라미드는 뒤집힐 수 없지만 생물량 피라미드는 뒤집힐 수 있다. 재는 대상이 재고인가 흐름인가가 다르기 때문이다>[원본 보기]

예제 203

어떤 초원의 순1차생산량이 1.0×104kJ/(m2yr) 이고 영양단계 효율은 10%다. (가) 각 영양단계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구하고 먹이사슬의 길이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논하라. (나) 하루 1.0×104kJ 를 쓰는 사람 하나를 부양하는 데 필요한 면적을, 1차 소비자일 때와 2차 소비자일 때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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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단계마다 0.10 을 곱한다.

영양단계에너지 kJ/(m² · yr)
생산자 (순1차생산량)1.0 × 10⁴
1차 소비자1.0 × 10³
2차 소비자1.0 × 10²
3차 소비자1.0 × 10¹
4차 소비자1.0

4차 소비자에게는 생산량의 만분의 일만 남는다. 이것이 먹이사슬 길이가 대체로 네다섯 단계를 넘지 않는 이유의 유력한 설명이다. 최상위 포식자 한 개체를 부양하려면 아주 넓은 면적이 필요하고, 개체군이 유지될 만큼 모이지 않으면 그 단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나) 1단계. 연간 필요량을 구한다.

E=1.0×104kJ/d×365=3.65×106kJ/yr

2단계. 1차 소비자, 곧 식물을 먹는 경우다. 필요한 식물 에너지는 효율의 역수를 곱한 값이다.

E식물=3.65×1060.10=3.65×107kJ/yr

A=3.65×1071.0×104=3.7×103m2

3단계. 2차 소비자, 곧 초식동물을 먹는 경우다. 단계가 하나 더 있으므로 0.10 으로 한 번 더 나눈다.

A=3.65×1060.10×0.10×1.0×104=3.7×104m2

4단계. 견준다. 3.7×1033.7×104m2열 배 차이다. 결론을 정확히 진술해야 한다. 이 계산이 보이는 것은 "같은 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1차 생산 면적이 영양단계마다 열 배씩 는다"이지, 실제 식량 체계가 그대로 열 배 차이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이 먹지 못하는 부산물과 경작할 수 없는 땅의 풀을 가축이 이용하는 경우가 있고, 축종과 사육 방식에 따라 전환 효율이 크게 다르며, 작물에서 먹는 부위의 비율도 100%가 아니다. 자릿수 논의로만 유효하다.

예제 204

어떤 바다에서 식물플랑크톤의 현존 생물량이 4g/m2, 연간 생산량이 4.0×102g/(m2yr) 이고, 동물플랑크톤은 각각 20g/m280g/(m2yr) 이다. (가) 두 피라미드를 판정하고 (나) 회전 시간을 구한 뒤 (다) 이것이 열역학과 모순되지 않음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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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생물량으로 보면 4<20 이므로 상위 단계가 더 무겁다. 피라미드가 뒤집혀 있다. 반면 생산량으로 보면 400>80 이므로 정상이다.

(나) 회전 시간은 현존량을 생산 속도로 나눈 값이다. "지금 있는 만큼을 새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τ식물=44.0×102=1.0×102yr=3.7d

τ동물=2080=0.25yr=91d

식물플랑크톤은 나흘이 못 되어 몸 전체가 교체되고 동물플랑크톤은 석 달이 걸린다. 25배 차이다. (다) 모순이 없는 이유는 두 피라미드가 재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물량은 어느 한 순간의 재고이고 생산량은 시간당 흐름이다. 재고가 적어도 회전이 빠르면 흐름은 클 수 있다. 창고에 물건이 적어도 입출고가 잦으면 연간 취급량이 큰 것과 같다.

열역학이 제약하는 것은 흐름이다. 80<400 이므로 상위 단계로 넘어간 에너지가 하위 단계의 생산량보다 작고, 어긋나지 않는다. 전달 효율은

80400=0.20=20%

로 앞 예제의 10%보다 높다. 수생 무척추동물이 내온동물보다 호흡 손실이 적다는 일반적 경향과 맞는다. 실무적 함의도 있다. 바다 생태계를 현존 생물량만으로 평가하면 생산 능력을 크게 과소평가한다. 위성으로 관측한 엽록소 농도는 현존량의 지표이므로, 이것을 생산량으로 바꾸려면 회전율을 함께 추정해야 한다.

물질 순환과 생물다양성

물질은 유한하고 순환한다. 순환의 성격을 가르는 기준은 대기에 저장고가 있는가다.

순환주요 저장고대기 단계사람의 주된 개입
탄소해양 용존 무기탄소, 암석, 화석연료, 토양있다 (CO₂, CH₄)화석연료 연소, 삼림 전용
질소대기 N₂, 토양 유기물있다 (N₂, N₂O)공업적 질소고정, 비료
암석, 퇴적물사실상 없다인광석 채굴, 비료, 유출

대기 단계가 없다는 점이 인 순환의 성격을 정한다. 이동이 느리고 국지적이며, 한 번 바다 밑에 가라앉으면 지질학적 시간이 지나야 돌아온다. 그래서 인은 많은 육상과 담수 생태계에서 제한 영양소가 되고, 유출된 인이 수계에 들어가면 부영양화를 일으킨다. 질소 순환은 미생물이 지배한다. 대기의 78%가 질소인데도 질소가 모자라는 이유는 N2 의 삼중결합이 너무 강해 거의 모든 생물이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살표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미생물 무리의 대사다. 사람이 끼어든 자리는 공업적 고정과 비료 둘이다
<화살표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미생물 무리의 대사다. 사람이 끼어든 자리는 공업적 고정과 비료 둘이다>[원본 보기]

생물다양성 감소는 이 모든 논의가 모이는 곳이다. 주된 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단편화, 외래종 침입, 오염, 남획, 기후 변화이며 서식지 손실의 기여가 가장 크다는 데 대체로 견해가 모인다. 면적과 종 수의 관계는 다음 경험식으로 요약된다.

S=cAz

지수 z 는 대체로 0.15 에서 0.35 범위이며, 섬처럼 격리된 계에서 크고 연속된 육지의 일부를 표본으로 잡을 때 작다.

로그-로그 축에서 직선이 되고 그 기울기가 z 다. z 를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추정의 근본적 한계다
<로그-로그 축에서 직선이 되고 그 기울기가 z 다. z 를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추정의 근본적 한계다>[원본 보기]

예제 205

대기의 총질량을 5.15×1018kg, 평균 몰질량을 29.0g/mol, CO2 몰분율을 4.2×102μmol/mol 로 본다. (가) 대기에 든 탄소의 질량을 구하고 (나) 화석연료로 연간 탄소 1.0×1013kg 을 배출하는데 관측되는 농도 상승이 연간 약 2.4μmol/mol 이라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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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대기의 총 몰수를 구한다.

n=5.15×1018kg29.0×103kg/mol=1.78×1020mol

2단계. CO2 의 몰수는 몰분율을 곱한 값이다. μmol/mol 은 백만분율이므로 4.2×102μmol/mol=4.2×104 다.

nCO2=1.78×1020×4.2×104=7.5×1016mol

3단계. 탄소의 질량으로 바꾼다. 분자 하나에 탄소가 하나이므로 몰수는 그대로다.

mC=7.5×1016×12.0×103kg/mol=9.0×1014kg

(나) 4단계. 몰분율 1μmol/mol 에 해당하는 탄소량을 구한다. 비례하므로 나누면 된다.

9.0×10144.2×102=2.1×1012kg

5단계. 배출한 것이 전부 대기에 남는다면 나타날 농도 상승을 계산한다.

Δx=1.0×10132.1×1012=4.7μmol/mol (연간)

6단계. 관측값과 견준다.

2.44.7=0.51

배출된 탄소의 약 절반만 대기에 남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저장고로 갔다는 뜻이다. 알려진 흡수처는 해양과 육상 생물권이다. 이 결론이 두 방향으로 중요하다. 첫째, 흡수처가 없었다면 농도 상승이 두 배 빨랐을 것이다. 둘째, 이 흡수 비율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해양은 흡수할수록 pH 가 낮아지고 4장에서 다룬 완충 관계가 이동해 추가 흡수 능력이 줄어든다.

계산의 한계도 적어 둔다. 토지 이용 변화에 따른 배출을 넣지 않았고 연간 값은 해마다 크게 변동한다. 여기서 얻을 것은 "대략 절반"이라는 자릿수이지 정밀한 비율이 아니다.

예제 206

어떤 지역의 서식지 면적이 원래의 10%로 줄었다. 종-면적 관계로 잃는 종의 비율을 z=0.15, 0.25, 0.35 에 대해 각각 구하고, 이 추정의 한계를 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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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비를 취하면 상수 c 가 지워진다. 이것이 이 식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이다.

S2S1=(A2A1)z=(0.10)z

2단계. 지수가 소수이므로 로그를 쓴다. log0.10=1 이라 계산이 특히 간단하다.

log(S2S1)=z×(1)=z

S2S1=10z

3단계. 세 값을 넣는다.

z남는 종의 비율잃는 비율
0.1510^(−0.15) = 0.7129%
0.2510^(−0.25) = 0.5644%
0.3510^(−0.35) = 0.4555%

4단계. 읽는다. 면적을 90% 잃어도 종은 그만큼 잃지 않는다. 지수가 1 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z 값에서도 절반 안팎을 잃는다는 결론은 나온다. 5단계. 한계를 나열한다.

  1. z 의 불확실성. 위 세 값이 모두 문헌에서 쓰이는 범위 안인데 결과가 29%에서 55%까지 갈린다. 추정치의 폭이 두 배 가까이 된다.
  2. 시간 지연. 서식지가 줄어든 직후에 종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개체군이 서서히 줄어 결국 사라지는 종들이 있으며 이를 멸종 부채라 한다. 즉 위 계산은 최종 상태의 예측이지 지금 관찰될 값의 예측이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종 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3. 종의 동등성 가정. 이 식은 모든 종을 똑같이 세지만 실제로는 서식 범위가 좁고 특이한 종부터 사라진다. 남는 것은 흔하고 넓게 분포하는 종에 치우친다. 종 수만으로는 군집의 질적 변화를 볼 수 없다.
  4. 단편화의 효과. 같은 총면적이라도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면 가장자리 효과와 개체군 격리 때문에 손실이 더 크다. 면적만 넣은 이 식에는 그 정보가 없다.

그래서 이 계산은 논의의 출발점으로 쓰되 예측값을 한 자릿수로 제시하고 폭을 함께 밝히는 것이 정직하다.

예제 207

배경 멸종률을 백만 종·년당 0.1 에서 1 종으로 볼 때, 포유류 5000 종에서 100년 동안 자연적으로 기대되는 멸종 수를 구하라. 같은 기간 기록된 멸종이 20 종이라면 현재 속도는 배경의 몇 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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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단위를 맞춘다. 배경 멸종률의 분모가 "백만 종·년"이므로 노출량을 그 단위로 만든다.

5000×100yr=5.0×105yr=0.50백만 종yr

2단계. 배경 멸종률의 양 끝을 각각 곱한다.

0.1×0.50=0.05,1×0.50=0.50

즉 100년 동안 자연적으로는 한 종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많이 잡아도 0.5 종이다. 3단계. 관찰과 견준다.

200.50=40,200.05=4.0×102

배경률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수십 배에서 수백 배다. 4단계. 정직하게 평가한다. 불확실성이 양쪽에 있다. 배경률 자체가 화석 기록에서 추정한 값이라 오차가 크고 분류군마다 다르다. 기록된 멸종 수는 과소평가인데, 멸종을 공식적으로 판정하려면 오랜 조사가 필요하고 기재되지 않은 채 사라진 종은 아예 세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라진 줄 알았던 종이 다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5단계. 그럼에도 결론이 견고한 이유를 밝힌다. 배경률을 가장 높게 잡고 기록 멸종을 가장 낮게 잡아도 수십 배가 남는다. 즉 "현재의 멸종 속도가 지질학적 배경보다 크게 높다"는 결론은 어떤 숫자를 고르든 바뀌지 않는다. 이런 형태의 논증을 눈여겨볼 만하다. 입력값이 불확실할 때는 가장 불리한 조합과 가장 유리한 조합을 모두 계산해 보고, 그래도 결론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강한 논증이다. 14장의 종 수 추정에서도, 13장의 분자시계에서도 같은 태도를 썼다.

흔한 오해

"자연은 균형을 유지하려 하고, 진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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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장 모두 목적을 전제하고 있다. 하나씩 본다. 첫 문장. "자연의 균형"이라는 표현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뭉갠다.

  1. 음성 되먹임이 실재한다는 것은 맞다. 밀도 의존적 조절,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 자원 제한이 개체군을 무한히 늘지 못하게 한다. 로지스틱의 K 가 그 표현이다.
  2. 그러나 생태계가 어떤 균형점을 지향한다는 것은 다르다. 생태계는 기후 변동, 교란, 종의 이동, 진화 때문에 끊임없이 변한다. 천이의 종착점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앞 절의 논의가 그 예이고, 화석 기록도 군집 구성이 계속 재편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정확한 진술은 이렇다. 일부 과정에 안정화 기작이 있으나, 생태계 전체가 유지해야 할 목표 상태를 갖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문장. 진화에는 방향도 목적도 없다.

  1. 변이는 무작위로 생긴다. 필요한 방향으로 생기지 않는다. 13장에서 본 대로 환경은 이미 생긴 것 중에서 사후에 고를 뿐이다.
  2. 선택은 현재 환경에서의 상대적 적응도만 본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므로, 환경이 바뀌면 어제의 적응이 오늘의 부담이 된다.
  3. 그래서 잃는 방향의 진화도 흔하다. 동굴 생물의 눈, 기생생물의 소화계, 14장에서 계산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축소가 모두 진화의 결과다. 복잡해지는 것만 진화가 아니다.
  4. 최적이 아니라 그때 쓸 수 있는 것 중에서 고른다. 발생과 계통의 제약,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형질에 관여하는 것, 유전적 부동이 결과를 좌우한다.

두 오해가 언어 습관에서 나온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다", "생태계가 스스로를 지킨다" 같은 표현은 편의상 쓰이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예측이 틀린다. 안전한 습관은 목적을 담은 문장을 만나면 기작을 묻는 문장으로 바꿔 보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가 아니라 "무엇이 무엇을 통해 그렇게 만들었는가"로 바꾸면 검증 가능한 질문이 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낱말메모
r개체당 순증가율. 출생률 − 사망률Nt=N0(1+r)t. 지수를 구할 때 로그를 쓴다
배가시간개체 수가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log2/log(1+r). 처음 개체 수와 무관하다
K (환경수용력)그 환경이 유지할 수 있는 개체 수로지스틱 괄호 안이 남은 자리의 비율이다
ΔN=rN(1N/K)한 해에 늘어나는 개체 수최대는 N = K/2 에서 rK/4. 개체 수와 증가 속도는 다르다
MSY최대 지속 수확량 = rK/4정점에서 운영하므로 조금만 밀려도 붕괴로 간다
lx · mx나이 x 까지의 생존율 / 그 나이의 개체당 자손 수생명표의 두 열
R0 (순생식률)개체 하나가 한 생애에 남기는 자손 수1 보다 크면 증가. 16장의 감염재생산수와 기호가 같으니 구분할 것
T (세대시간)자손을 남기는 나이의 평균λ^T = R₀ 로 연간 증가 배수를 얻는다
생존 곡선 I · II · III 형노년에 몰려 죽는다 / 사망률이 일정 / 어릴 때 대부분 죽는다로그 눈금에서 II 형이 직선이다
생활사 절충번식 횟수, 자손 수와 크기, 첫 번식 시기, 번식과 생존자원이 유한하므로 모두를 최대화할 수 없다
α12 (경쟁계수)종 2 의 한 개체가 종 1 에게 주는 압력을 종 1 의 개체 수로 환산한 값종내 경쟁보다 약해야 공존한다
경쟁 배타 원리완전히 같은 자원을 같은 방식으로 쓰면 공존할 수 없다야외의 공존은 α 를 작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 지위 · 실현 지위다른 종이 없을 때의 범위 / 실제로 차지하는 범위제거 실험으로 어느 요인이 경계를 만들었는지 판정한다
1차 · 2차 천이토양이 없는 곳에서 시작 / 토양이 남은 곳에서 시작단계마다 제약이 토양·질소에서 빛으로 바뀐다
GPP · NPP총1차생산량 / 거기서 생산자의 호흡을 뺀 것다음 단계가 쓸 수 있는 것은 NPP 뿐이다
영양단계 효율상위 단계로 넘어갈 때 남는 비율흔히 10%로 어림하지만 실제로는 5%에서 20% 범위다
회전 시간현존량 ÷ 생산 속도재고가 적어도 회전이 빠르면 흐름은 크다
제한 영양소가장 먼저 바닥나 생산을 제한하는 원소대기 저장고가 없는 인이 대표적이다
S=cAz종-면적 관계z 는 0.15에서 0.35. 로그-로그에서 직선이고 기울기가 z 다
멸종 부채서식지가 줄어든 뒤 시간을 두고 사라질 종들지금 종 수가 유지된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개체 수가 최대일 때 가장 빨리 는다고 본다증가량이 최대인 곳은 N = K/2 다. 개체 수와 증가 속도는 다른 값이다
MSY 에서 운영하면 안전하다고 본다정점이라 한쪽으로만 미끄러진다. 보수적인 수준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자손 수만 늘리면 개체군이 빨리 는다고 본다세대시간도 똑같이 중요하다. 번식을 앞당기는 것이 그만큼 효과적이다
생존 곡선을 보통 눈금으로 그린다로그 눈금이라야 유형이 갈린다. II 형이 직선이 되는지로 확인한다
공존을 서로 돕는 상태로 읽는다공존해도 둘 다 혼자일 때보다 적다. 손해를 보면서 유지되는 상태다
생물량 피라미드가 뒤집히면 모순이라고 본다열역학이 제약하는 것은 흐름이다. 재고는 뒤집힐 수 있다
에너지도 순환한다고 본다에너지는 열로 흩어져 되돌아오지 않는다. 순환하는 것은 물질이다
종-면적 관계의 값을 확정값으로 쓴다z 의 폭이 그대로 답의 폭이다. 언제나 범위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모든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 근처에서 증가 속도는 오히려 0 으로 간다. 에너지는 흐르고 물질은 순환하며, 단계마다 열로 빠져나가는 몫이 먹이사슬의 길이를 정한다. 그리고 생태학의 결론은 대부분 모형에서 나오므로, 답을 말할 때 반드시 폭을 함께 말해야 한다. 여기서 이 문서의 본문이 끝난다. 3장의 세포 하나에서 시작해 분자와 유전자를 지나 개체와 집단까지 왔다. 각 층에서 쓰인 논리가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 되짚어 볼 만하다. 되먹임, 기준선과의 비교, 무작위로 생긴 것 중에서 고르기, 그리고 표면적을 늘리는 문제는 층을 바꿔 가며 계속 되돌아왔다.

더 공부할 것

이 문서는 학사 과정의 일반생물학 범위에서 멈춘다. 아래는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갈래이며, 각 항목은 대체로 한 학기 이상의 별도 과목이다. 관심이 가는 쪽을 하나 골라 깊이 들어가는 편이 여러 개를 얕게 훑는 것보다 낫다.

실험과 정량 도구

분자와 세포 쪽

개체와 집단 쪽

응용과 경계 영역

읽기를 이어 가는 방법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재를 하나 더 읽는 것이 아니라, 관심 주제의 최근 총설(review) 하나를 골라 그 안의 인용을 따라가는 것이다. 2장의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쓰면 총설에 나온 유전자, 단백질, 경로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서 전체에서 반복된 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 주장을 만나면 그 주장을 지지하는 관찰이 무엇인지 묻고, 수치를 만나면 자릿수를 스스로 계산해 보고, 값에 폭이 있으면 그 폭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생물학에서 확립된 것과 논쟁 중인 것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이 세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