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 날짜: 2026-08-29

이 문서를 읽는 방법

이 문서는 중등 과학을 뗀 사람이 혼자 읽어 대학 학사 과정의 일반화학(general chemistry)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의 없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가는 것을 전제로 썼다.

화학은 두 축으로 굴러간다. 원자 수준의 구조그 구조가 만드는 에너지 차이다. 그리고 계산은 거의 전부 몰(mol)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 세 낱말을 붙들고 읽으면 길을 잃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중학교 수학이다

이 문서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막히지 않도록 쓰였다. 가정하는 것은 중학교 수학까지다.

그 위의 도구는 필요해지는 자리에서 그때그때 도입한다.

미적분은 쓰지 않는다. 15장 속도론의 적분 속도식처럼 미적분으로 유도되는 결과가 몇 개 있지만, 모두 결과식을 받아 그래프로 다루는 방법으로 우회했다. 미적분을 익히고 싶다면 이 사이트의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미분 문서를 보면 되지만, 이 문서를 읽기 전에 그것을 끝낼 필요는 없다.

물리 지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일과 에너지, 전하와 전위처럼 물리에서 빌려 오는 개념은 필요한 장에서 그 자리에 설명을 둔다. 더 보고 싶으면 일반물리학 을 참고하면 된다.

이 문서가 지키려는 약속

권장 순서와 장별 난이도

아래 순서가 표준이다. 위에서 아래로 개념이 쌓이므로 건너뛰지 않는 편이 좋다. 다만 15장(속도론)은 10장 이후 어디서든 읽어도 된다. 평형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면 속도론은 "얼마나 빨리"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둘은 독립이다.

주제난이도예상 시간앞에 필요한 장
3물질과 측정3시간-
4원자 구조★★6시간3
5주기율표와 주기적 성질3시간4
6화학 결합★★★10시간5
7분자간 힘과 물질의 상태★★7시간6
8화학량론★★6시간4, 7
9열화학★★5시간8
10화학 열역학★★★7시간9
11용액★★4시간8
12화학 평형★★6시간10, 11
13산과 염기★★★10시간12
14전기화학★★★8시간10, 12, 13
15반응 속도론★★7시간13
16유기화학 입문★★5시간6, 13
17핵화학 개요2시간4, 15

총 90시간 남짓이다. 하루 2시간이면 두 달 반 정도의 분량이다. 예제를 눈으로만 읽으면 절반의 시간에 끝나지만 절반만 남는다. 풀이는 접혀 있으니 반드시 먼저 스스로 손으로 풀고 펼쳐 확인하라.

이 문서의 표기 규약

참고문서

표준과 데이터베이스

교재와 강의

물질과 측정

화학은 물질이 무엇으로 되어 있고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룬다. 그런데 "변했다"고 말하려면 변하기 전과 후를 재서 견주어야 한다. 그래서 화학의 첫 장은 재는 이야기가 된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물질을 어떻게 나누는가, 변화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재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잰 값을 몇 자리까지 믿을 수 있는가.

짧지 않은 장이지만 뒤의 모든 장이 여기 세운 것 위에 얹힌다. 뒤에서 답이 틀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화학을 몰라서가 아니라 단위를 맞추지 않아서다. 필요한 수학은 중학교 수준의 사칙연산과 비례뿐이고, 새로 도입하는 것은 10의 거듭제곱 표기 하나다.

물질을 나누는 방법

눈앞의 물질을 집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은 "이것이 한 가지인가, 섞인 것인가"다. 화학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순물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순물질(pure substance)은 어디를 떠내도 조성이 같고, 그 조성이 정해져 있는 물질이다. 순물질의 표지는 녹는점과 끓는점이 하나의 값으로 딱 정해진다는 점이다. 순수한 물은 표준 압력에서 정확히 0C 에서 얼고 100C 에서 끓는다.

혼합물(mixture)은 두 가지 이상이 섞인 것이고, 섞인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녹는점과 끓는점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구간으로 나온다. 소금물은 소금을 더 넣을수록 어는 온도가 낮아진다. 겨울에 도로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이 성질을 쓴 것이다.

순물질은 다시 둘로 갈린다. 원소(element)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더 쪼갤 수 없는 물질이다. 수소, 산소, 철, 금이 그렇다. 화합물(compound)은 두 가지 이상의 원소가 정해진 비로 결합한 것이고, 쪼개면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 나온다. 물을 쪼개면 폭발하는 기체(수소)와 불을 붙이는 기체(산소)가 나온다. 물 자체는 불을 끄는데도 그렇다.

갈림길마다 묻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요점이다. 첫 갈림은 조성이 정해져 있는가, 둘째 갈림은 화학적으로 쪼개지는가, 혼합물 쪽 갈림은 어디를 떠도 같은가다
<갈림길마다 묻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요점이다. 첫 갈림은 조성이 정해져 있는가, 둘째 갈림은 화학적으로 쪼개지는가, 혼합물 쪽 갈림은 어디를 떠도 같은가다>[원본 보기]

혼합물도 둘로 갈린다. 소금물처럼 어느 부분을 떠내도 조성이 같으면 균일 혼합물이고, 이것을 특히 용액(solution)이라 부른다. 흙탕물처럼 뜨는 자리에 따라 다르면 불균일 혼합물이다. 공기는 균일 혼합물이고, 우유는 불균일 혼합물이다.

이 구분이 실용적인 이유는 나누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혼합물은 성분들이 그냥 섞여 있을 뿐이라 물리적인 방법(거르기, 증류, 재결정)으로 나눌 수 있다. 화합물은 원자들이 결합해 있어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야만 나뉜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는 것은 물리적 분리이고, 소금에서 나트륨과 염소를 얻는 것은 화학 반응이다.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

변화도 같은 기준으로 갈린다. 가르는 물음은 하나다. 새로운 물질이 생겼는가.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것은 물리적 변화다. H2O 분자는 그대로이고 분자들이 늘어선 방식만 바뀌었다. 철이 녹스는 것은 화학적 변화다. 철 원자와 산소 원자가 새로 결합해 산화철이라는 다른 물질이 되었다.

기준은 겉모습의 변화 크기가 아니라 새 물질이 생겼는가 하나다. 오른쪽에 모아 둔 헷갈리는 경우를 스스로 판정해 볼 것
<기준은 겉모습의 변화 크기가 아니라 새 물질이 생겼는가 하나다. 오른쪽에 모아 둔 헷갈리는 경우를 스스로 판정해 볼 것>[원본 보기]

헷갈리는 이유는 "겉보기에 얼마나 크게 변했는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설탕이 물에 녹으면 눈앞에서 사라지지만 물을 증발시키면 설탕이 그대로 돌아온다. 물리적 변화다. 반대로 달걀을 삶으면 겉모습만 굳은 것 같지만 단백질 분자의 구조가 바뀌어 되돌아오지 않는다. 화학적 변화다.

예제 1

다음을 순물질과 혼합물로 나누고, 순물질이면 원소인지 화합물인지, 혼합물이면 균일인지 불균일인지 판정하라. (가) 구리선 (나) 설탕물 (다) 이산화탄소 (라) 화강암 (마) 공기

풀이 보기

판정 순서는 그림의 갈림길 그대로다. 먼저 "조성이 정해져 있는가"를 묻고, 그다음 갈래를 묻는다.

(가) 구리선 — 구리 원자만으로 되어 있다. 순물질이고, 화학적으로 더 쪼갤 수 없으니 원소다.

(나) 설탕물 — 설탕을 더 넣을 수 있으므로 조성이 정해져 있지 않다. 혼합물이고, 어느 부분을 떠내도 단맛이 같으니 균일 혼합물(용액)이다.

(다) 이산화탄소 — 어디서 얻은 것이든 탄소와 산소가 언제나 같은 비로 들어 있다. 순물질이고, 두 원소로 되어 있으니 화합물이다.

(라) 화강암 — 눈으로도 검은 알갱이와 흰 알갱이가 보인다. 혼합물이고 불균일이다.

(마) 공기 — 질소, 산소, 아르곤 등이 섞여 있고 장소에 따라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혼합물이고, 눈으로 경계를 볼 수 없으니 균일 혼합물이다.

여기서 (다)와 (마)를 견주어 보면 기준이 분명해진다. 둘 다 눈에 안 보이는 기체인데 하나는 순물질이고 하나는 혼합물이다. 눈에 보이는지는 기준이 아니다. 조성이 정해져 있는지가 기준이다.

흔한 오해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는 것은 화학적 변화다. 액체가 기체가 되었으니 다른 물질 아닌가?" 이 말은 옳은가?

풀이 보기

틀렸다. 물리적 변화다.

수증기도 여전히 H2O 분자다. 액체일 때는 분자들이 서로 붙어 미끄러지고 기체일 때는 뿔뿔이 흩어져 날아다니지만, 분자 자체는 아무 데도 끊어지지 않았다. 식히면 그대로 물로 돌아온다.

물을 정말로 쪼개려면 전기를 흘려야 하고, 그러면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가 나온다. 그것이 화학적 변화다. 필요한 에너지도 비교가 안 된다. 물을 끓여 날려 보내는 데 드는 에너지보다, 같은 양의 물을 수소와 산소로 쪼개는 데 드는 에너지가 다섯 배 넘게 크다.

비슷한 예로 드라이아이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도 물리적 변화다. 고체 이산화탄소가 기체 이산화탄소가 된 것뿐이다. 상태가 바뀐 것과 물질이 바뀐 것은 다르다.

화학을 세운 세 가지 법칙

원자가 있다는 것은 지금은 당연하지만, 200년 전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추측이었다. 그 추측을 사실로 밀어붙인 것은 저울로 잰 세 가지 규칙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 — 화학 반응이 일어나도 반응 전후의 총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나무가 타서 재만 남으면 질량이 준 것처럼 보이지만, 빠져나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까지 세면 정확히 같다. 밀폐된 통 안에서 태워 보면 저울 눈금이 꼼짝하지 않는다.

일정 성분비의 법칙 — 어떤 화합물이든 그것을 이루는 원소의 질량비는 언제나 같다. 물은 어디서 얻었든 수소와 산소의 질량비가 1:8 이다.

배수 비례의 법칙 — 두 원소가 여러 가지 화합물을 만들 때, 한 원소의 일정량과 결합하는 다른 원소의 질량들 사이에는 간단한 정수비가 성립한다.

같은 탄소 12 g 에 붙는 산소가 16 g 아니면 32 g 이고 그 중간값은 없다. 20 g 이나 25 g 짜리 화합물이 없다는 사실이 물질에 최소 단위가 있다는 증거다
<같은 탄소 12 g 에 붙는 산소가 16 g 아니면 32 g 이고 그 중간값은 없다. 20 g 이나 25 g 짜리 화합물이 없다는 사실이 물질에 최소 단위가 있다는 증거다>[원본 보기]

세 번째 법칙이 가장 결정적이다. 산소가 연속된 액체 같은 것이라면 탄소 12g16g 도, 20g 도, 25g 도 붙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16g 아니면 32g 이고 그 사이는 없다. 이것은 산소가 낱개로 붙는다고 보아야만 설명된다.

돌턴은 여기서 원자설(atomic theory)을 세웠다. 물질은 더 쪼갤 수 없는 알갱이인 원자로 되어 있고, 같은 원소의 원자는 질량이 같으며, 화합물은 원자들이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저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돌턴의 주장 가운데 "원자는 더 쪼갤 수 없다"와 "같은 원소의 원자는 질량이 같다"는 뒤에 틀린 것으로 밝혀진다. 4장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정해진 개수비로 결합한다는 부분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고, 8장 화학량론 전체가 그 위에 서 있다.

예제 3

밀폐된 용기 안에서 마그네슘 4.86g 을 산소와 완전히 태웠더니 산화마그네슘 8.06g 이 생겼다. 반응에 쓰인 산소의 질량은?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산소의 질량이고 단위는 g 이다. 쓸 관계는 질량 보존의 법칙 하나다. 밀폐 용기이므로 새어 나간 것이 없어 그대로 쓸 수 있다.

(마그네슘 질량)+(산소 질량)=(산화마그네슘 질량)

4.86+mO=8.06mO=8.064.86=3.20g

세 자리로 3.20g 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생성물이 반응물보다 무거운데,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공기 중의 산소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열린 그릇에서 태우면 늘어난 만큼의 무게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어 오래도록 수수께끼였다. 밀폐하고 재는 순간 답이 나온다.

한편 나무를 열린 곳에서 태우면 재가 가벼워 보인다. 이때는 반대로 기체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두 경우 모두 새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세면 질량은 정확히 보존된다.

예제 4

질소와 산소는 여러 화합물을 만든다. 실험에서 다음 값을 얻었다. 화합물 A 는 질소 14.0g 당 산소 16.0g, 화합물 B 는 질소 14.0g 당 산소 32.0g, 화합물 C 는 질소 14.0g 당 산소 40.0g 이다. 이 값들이 배수 비례의 법칙에 맞는지 확인하라.

풀이 보기

확인할 것은 "같은 질소량에 결합한 산소의 질량들이 간단한 정수비를 이루는가"다. 질소가 이미 14.0g 로 통일되어 있으니 산소만 견주면 된다.

16.0:32.0:40.0

가장 작은 값으로 모두 나눈다.

16.016.0:32.016.0:40.016.0=1:2:2.5

2.5 는 정수가 아니다. 그러면 전체에 2를 곱한다. 비의 값은 변하지 않는다.

2:4:5

작은 정수의 비가 나왔으므로 배수 비례의 법칙에 맞는다.

이 결과를 읽는 법이 중요하다. 질소 원자 두 개당 산소 원자가 각각 2개, 4개, 5개 붙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셋은 NO, NO2, N2O5 다.

만약 어떤 화합물에서 질소 14.0g 당 산소가 17.3g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7.3/16.0=1.08 로 간단한 정수비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그것은 순물질이 아니라 두 화합물이 섞인 혼합물이라고 의심해야 한다.

재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잰 값을 "2.5"라고만 적으면 아무 뜻이 없다. 2.5 그램인지 2.5 리터인지 말해야 뜻이 생긴다. 그 뒷부분, 즉 단위(unit)가 이 절의 주제다.

재는 양은 많지만 일곱 개만 기준으로 정해 두면 나머지는 전부 그 일곱 개를 곱하고 나눠서 만들 수 있다. 이 일곱을 기본량이라 하고, 그 단위 체계를 SI(국제단위계)라 부른다.

기본량단위 이름기호이 문서에서 처음 쓰는 곳
길이metrem이 장
질량kilogramkg이 장
시간seconds이 장
온도kelvinK7장 (기체)
물질량molemol4장 (몰)
전류ampereA이 문서의 뒷부분 (전기화학)
광도candelacd이 문서에서는 쓰지 않는다

지금 외울 것은 위의 셋뿐이다. 나머지는 그것이 필요해지는 장에서 다시 소개한다. 특히 물질량의 단위인 몰은 이 문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고, 4장에서 한 절을 통째로 들여 다룬다.

기본단위를 곱하고 나눠 만든 단위를 유도단위(derived unit)라 한다. 만드는 방법은 물리량의 정의를 그대로 단위에 적용하면 된다. 넓이는 길이 곱하기 길이이므로 단위도 m×m=m2 이고, 부피는 m3 이다.

부피의 SI 단위 m3 는 실험실에서 쓰기에 너무 크다. 그래서 리터(litre, 기호 L)를 함께 쓴다. 1L 는 한 변이 10cm 인 정육면체의 부피다. 우유팩을 떠올리면 된다. 한 변 1m 인 상자 안에는 이런 칸이 가로·세로·깊이로 10개씩 모두 1000칸 들어가므로

1m3=1000L,1L=0.001m3

길이는 10배 차이인데 부피는 1000배 차이라는 점을 눈여겨보자. 이 함정은 뒤에서 되풀이해 나온다.

10의 거듭제곱 — 아주 크고 아주 작은 수를 쓰는 법

화학은 극단적인 크기를 다룬다. 원자 하나의 지름은 약 0.0000000001m 이고, 물 한 숟가락에 든 분자의 개수는 약 170000000000000000000000 개다. 이대로 쓰면 0을 세다가 틀린다.

그래서 10의 거듭제곱을 쓴다. 규칙은 두 줄이다.

어떤 수든 "1 이상 10 미만인 수"에 10의 거듭제곱을 곱한 꼴로 적을 수 있다. 이것을 지수 표기(과학적 표기)라 한다. 소수점을 왼쪽으로 옮긴 칸수가 양의 지수, 오른쪽으로 옮긴 칸수가 음의 지수다.

3600000=3.6×106,0.000045=4.5×105

계산 규칙도 두 줄이다. 곱하면 지수를 더하고, 나누면 지수를 뺀다.

(2×105)×(3×102)=6×1052=6×103,8×1074×103=2×104

한 칸 옮길 때마다 10배다. 화학이 다루는 크기(왼쪽 끝)와 우리가 손으로 재는 크기(오른쪽) 사이가 열 칸 넘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것
<한 칸 옮길 때마다 10배다. 화학이 다루는 크기(왼쪽 끝)와 우리가 손으로 재는 크기(오른쪽) 사이가 열 칸 넘게 벌어져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것>[원본 보기]

이 표기가 왜 화학에서 특히 중요한가. 그림의 왼쪽 끝과 오른쪽 끝 사이가 열 칸 넘게 벌어져 있다. 우리가 저울로 재는 것은 오른쪽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왼쪽에 있다. 이 간극을 건너는 다리가 4장에서 나올 몰이다.

접두어 — 단위 앞에 붙이는 10의 거듭제곱

10의 거듭제곱을 매번 적는 대신 단위 앞에 붙이는 이름을 정해 두었다. 이것을 접두어(prefix)라 한다.

접두어기호곱하는 값보기
피코p10⁻¹²결합 길이 154 pm
나노n10⁻⁹원자 지름 약 0.1 nm
마이크로μ10⁻⁶세포 크기 10 μm
밀리m10⁻³1 mL = 0.001 L
센티c10⁻²1 cm = 0.01 m
킬로k10³1 km = 1000 m
메가M10⁶1 MPa = 1000000 Pa

한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접두어는 단위에 먼저 붙고, 제곱·세제곱은 붙은 덩어리 전체에 걸린다. cm3 는 "센티미터를 세제곱한 것"이지 "세제곱미터에 센티를 붙인 것"이 아니다.

1cm3=(1cm)3=(102m)3=106m3

지수가 2 가 아니라 6 이다. 세 배가 된다.

실험실에서 자주 쓰는 관계 하나를 여기서 확인해 두자. 1mL=103L=103×103m3=106m3 이고, 이것은 방금 구한 1cm3 와 정확히 같다. 즉 1mL=1cm3 다. 우연이 아니라 리터의 정의에서 따라 나오는 결과다.

SI 허용 단위와, 다른 책에서 만나는 비SI 단위

이 문서는 서술과 계산을 모두 SI 단위와 'SI 허용 단위'로만 쓴다. 허용 단위는 SI 단위가 아니지만 SI와 함께 쓰도록 국제도량형국(BIPM)이 인정한 것으로, 목록이 짧고 고정되어 있다.

단위기호SI 값
시간minute / hour / daymin / h / d60 s / 3600 s / 86400 s
평면각degree / minute / second° / ′ / ″π/180 rad / (1/60)° / (1/60)′
넓이hectareha10⁴ m²
부피litreL10⁻³ m³
질량tonne / daltont / Da10³ kg / 약 1.66054×10⁻²⁷ kg
에너지electronvolteV1.602176634×10⁻¹⁹ J (정확)
길이astronomical unitau149597870700 m (정확)
로그 비neper / bel / decibelNp / B / dB정의상 무차원

화학에서 실제로 쓰는 것은 L, Da, eV, 그리고 시간 단위 정도다. Da(달톤)은 원자 하나의 질량을 재는 단위이고 4장에서 정의한다. 참고로 C 는 허용 단위가 아니라 SI 유도단위이므로 제한 없이 쓴다.

위 목록에 없는 단위는 이 문서에서 쓰지 않는다. 다만 다른 교재나 데이터시트에서는 아래 단위들을 자주 만나므로, 마주쳤을 때 SI로 옮길 수 있도록 여기 한 번만 정리해 둔다.

단위기호SI 값비고
기압atm101325 Pa (정확)표준대기압. 정의값이다
bar10⁵ Pa (정확)기상·공학에서 흔하다
토르Torr101325/760 ≈ 133.322 Pa정의상 atm의 1/760
수은주밀리미터mmHg≈ 133.322 Pa관례상 Torr와 같게 보지만 정의가 달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열화학 칼로리cal4.184 J (정확)IT 칼로리는 4.1868 J 로 값이 다르다
옹스트롬Å10⁻¹⁰ m (정확)원자·결합 길이. 이 문서는 pm 이나 nm 을 쓴다
몰농도 기호M1 M = 1 mol/L이 문서는 mol/L 로 적는다
백만분율ppm백만분의 1 (무차원)수질·대기 자료에 흔하다. 묽은 수용액이면 1 ppm ≈ 1 mg/L. 이 문서는 mg/L 로 적는다

이 문서의 약속은 이렇다. 압력은 PakPa, 에너지는 JkJ, 원자 규모의 길이는 pm, 농도는 mol/L 을 쓴다. 표준 압력은 IUPAC 표준상태인 100kPa 로 잡고, 기체상수는 8.314J/(molK) 하나만 쓴다. 다른 책에서 기체상수가 이 문서와 전혀 다른 수로 적혀 있다면 압력을 기압 단위로 쓴 것이니, 값을 그대로 견주지 말고 위 환산표로 단위부터 맞추면 된다.

예제 5

다음을 지수 표기로 고치거나 지수 표기에서 풀어 써라. (가) 0.000000046m (나) 602200000000000000000000 (다) 7.2×104g (라) (5.0×103)×(4.0×107)

풀이 보기

(가) 소수점을 오른쪽으로 옮겨 맨 앞의 0이 아닌 숫자 바로 뒤에 놓는다. 4 앞까지 8칸 옮겼으므로 지수는 8 이다.

0.000000046=4.6×108m

(나) 소수점을 왼쪽으로 옮긴다. 6 뒤에 숫자가 23개 있으므로

6.022×1023

이 수는 4장에서 다시 만난다. 화학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수다.

(다) 지수가 4 이므로 소수점을 왼쪽으로 4칸 옮긴다.

7.2×104=0.00072g

(라) 앞의 수끼리 곱하고 지수끼리 더한다.

(5.0×4.0)×103+(7)=20×104

그런데 앞의 수가 10을 넘었다. 지수 표기의 약속은 "1 이상 10 미만"이므로 한 번 더 정리한다.

20×104=2.0×101×104=2.0×103

마지막 정리를 빼먹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값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자릿수를 눈으로 비교할 수 없게 된다.

예제 6

어떤 실험 보고서에 원자 사이의 거리가 154pm 로 적혀 있다. 이것은 몇 nm 이고 몇 m 인가? 또 다른 책에서 같은 거리를 "1.54 옹스트롬"이라고 적었다면 두 값이 서로 맞는가?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같은 길이를 다른 단위로 적은 값이다. 접두어 표에서 1pm=1012m 이므로

154pm=154×1012m=1.54×1010m

나노미터로 바꾸려면 1nm=109m 를 쓴다.

1.54×1010m=0.154×109m=0.154nm

마지막 물음은 앞의 환산표를 보면 된다. 옹스트롬은 1010m 이므로 1.54 옹스트롬은 1.54×1010m 이고, 위에서 구한 값과 정확히 같다. 두 값은 같은 길이를 다르게 적은 것이다.

실용적인 요령 하나. 옹스트롬 값에 100을 곱하면 피코미터가 된다. 옛 자료에서 결합 길이를 옹스트롬으로 만나면 그렇게 옮기면 된다. 이 문서에서는 앞으로 pm 만 쓴다.

유효숫자 — 잰 값을 몇 자리까지 믿을 것인가

자로 잰 길이를 2.36cm 라고 적었다면, 이 값은 "정확히 2.36"이라는 뜻이 아니다. 잰다는 것은 언제나 어림이 섞이는 일이다.

눈금이 알려주는 데까지가 확실한 자리이고, 그 아래 한 자리는 눈대중으로 읽는다. 어림한 자리까지 적는 것이 규칙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 것
<눈금이 알려주는 데까지가 확실한 자리이고, 그 아래 한 자리는 눈대중으로 읽는다. 어림한 자리까지 적는 것이 규칙이라는 점을 놓치지 말 것>[원본 보기]

규칙은 이렇다. 눈금이 직접 알려주는 자리는 전부 적고, 그 아래로 한 자리를 눈대중해서 더 적는다. 이렇게 적은 자릿수 전체를 유효숫자(significant figures)라 한다. 그림에서 24 와 25 사이라는 것까지는 눈금이 알려주고, 마지막 6은 어림값이다. 그래서 24.6mL 는 유효숫자 3자리다.

세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마지막 줄이 지수 표기를 쓰는 또 하나의 이유다. 애매함이 사라진다.

계산할 때의 규칙은 연산에 따라 다르다. 헷갈리기 쉬우니 왜 그런지와 함께 기억하자.

연산규칙
곱하기·나누기유효숫자 자릿수가 가장 적은 값에 맞춘다상대적인 오차가 곱해지기 때문
더하기·빼기소수점 아래 자릿수가 가장 적은 값에 맞춘다절대적인 오차가 더해지기 때문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정확한 수에는 유효숫자 제한이 없다. 정의로 정해진 값(1km=1000m 의 1000)이나 세어서 얻은 개수(사람 3명)가 그렇다. 이런 수는 자릿수 제한을 계산할 때 아예 세지 않는다.

예제 7

다음 값의 유효숫자는 몇 자리인가? (가) 0.00340 (나) 1002 (다) 2.50×104 (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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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맨 앞의 0 세 개는 자리만 맞추는 것이라 세지 않는다. 3, 4, 그리고 마지막 0을 세어 3자리다. 마지막 0은 소수점 아래에 일부러 적은 것이므로 유효하다.

(나) 0이 숫자 사이에 끼어 있으므로 모두 유효하다. 4자리다.

(다) 지수 부분은 자리를 옮기는 역할일 뿐이므로 앞의 2.50 만 센다. 3자리다.

(라) 애매하다. 1자리일 수도, 2자리일 수도, 3자리일 수도 있다. 자로 대충 잰 100 cm 인지 정밀하게 잰 100.0 cm 인지 알 수 없다. 이 값을 쓴 사람이 지수 표기로 적었어야 한다.

다만 "길이가 정확히 100 cm 인 막대를 만들었다"처럼 정의로 주어진 값이라면 유효숫자 제한이 없는 정확한 수다. 같은 "100"이라도 잰 값인지 정한 값인지에 따라 다르게 취급한다.

예제 8

실험에서 어떤 시료의 질량을 저울로 12.3g, 부피를 눈금실린더로 4.56mL 로 쟀다. 밀도를 구하고 유효숫자를 맞추어 적어라. 또 이 시료에 0.15g 을 더 넣었다면 전체 질량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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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는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이다(다음 절에서 정식으로 정의한다). 나눗셈이므로 유효숫자 자릿수가 적은 쪽에 맞춘다.

12.3g4.56mL=2.6973g/mL

12.3 은 3자리, 4.56 도 3자리이므로 답도 3자리다.

2.70g/mL

두 번째 물음은 덧셈이므로 규칙이 다르다. 소수점 아래 자릿수가 적은 쪽에 맞춘다.

12.3+0.15=12.4512.4g

12.3 은 소수점 아래 1자리, 0.15 는 2자리이므로 답은 1자리까지다. 계산기가 보여 주는 12.45 를 그대로 적으면 저울이 알려주지 않은 자리를 만들어 낸 셈이 된다.

여기서 두 규칙이 왜 다른지가 드러난다. 저울이 12.3g 이라고 말할 때 실제 값은 12.2512.35 사이 어딘가다. 여기에 0.15 를 더해도 불확실한 폭은 그대로 소수점 아래 첫째 자리에 남는다. 그래서 덧셈에서는 자릿수의 위치가 기준이 된다.

흔한 오해

중간 계산에서도 매번 유효숫자를 맞춰 반올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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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반올림은 마지막에 한 번만 한다.

중간마다 반올림하면 그 오차가 쌓여 최종 답이 어긋난다. 예를 들어 (1.234×5.678)÷9.012 를 계산할 때, 중간값 7.0066527.01 로 줄인 뒤 나누면 0.7778 이 나오고, 줄이지 않고 끝까지 가면 0.7775 가 나온다. 4자리에서 이미 다르다.

실제로 할 일은 이렇다. 계산기에는 모든 자리를 그대로 두고 끝까지 계산한 뒤, 최종 답에서만 유효숫자를 맞춘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계산기가 8자리를 보여 주니 8자리로 적으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다. 이것도 틀렸다. 계산기는 입력값이 얼마나 정확한지 모른다. 12.3 을 넣고 나온 2.6973684 에서 뒤쪽 자리는 계산기가 만들어 낸 것이지 실험이 알려준 것이 아니다. 답의 정확도는 계산이 아니라 측정이 정한다.

단위 환산은 1을 곱하는 일이다

앞의 예제에서 단위를 여러 번 바꿨다. 그 작업의 정체를 밝혀 두면 앞으로 헷갈릴 일이 없다.

1L=1000mL 라는 사실은, 양변을 1L 로 나누면 이렇게도 쓸 수 있다.

1=1000mL1L

오른쪽 분수는 값이 1이다. 1을 곱하면 값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양에 이 분수를 곱해도 그 양은 그대로이고 단위만 바뀐다. 단위 환산이란 곱해도 되는 1을 골라 곱하는 일이다.

어느 쪽을 분자에 둘지는 지우고 싶은 단위가 분모에 오도록 고르면 된다. 이 방법을 쓰면 "곱해야 하나 나눠야 하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위가 알아서 지워지는 쪽이 맞다.

예제 10

어떤 금속 조각의 질량이 216g, 부피가 80.0cm3 이다. 밀도를 g/cm3kg/m3 두 가지로 나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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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g/cm3 는 주어진 값을 그대로 나누면 된다.

216g80.0cm3=2.70g/cm3

유효숫자는 세 자리다. 이제 SI 단위인 kg/m3 로 옮긴다. 지워야 할 단위는 gcm3 이므로 곱할 1을 두 개 고른다.

1kg1000g(g를 분모에 두어 지운다),1cm3106m3(cm3가 원래 분모에 있으니 분자에 둔다)

두 번째 분수의 값이 1인지 확인해 두자. 1cm3=106m3 이므로 분자와 분모가 같은 양이다. 맞다.

2.70gcm3×1kg1000g×1cm3106m3=2.701000×106kgm3=2.70×103kg/m3

gcm3 가 각각 위아래에서 지워지고 원하던 단위만 남았다. 단위가 맞게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식을 옳게 세웠다는 증거다.

결과를 보면 g/cm3 값에 1000을 곱하면 kg/m3 가 된다. 자주 쓰는 관계이니 외워 두면 편하다. 물의 밀도가 1.00g/cm3=1.00×103kg/m3 인 것도 이 관계다.

흔한 오해

어떤 용기의 바닥 넓이가 12cm2 다. 이것은 몇 m2 인가? "1m=100cm 이니까 100으로 나눠서 0.12m2" 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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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넓이는 길이를 두 번 곱한 양이므로 환산 인자도 두 번 곱해야 한다.

1cm2=(1cm)2=(102m)2=104m2

12cm2=12×104m2=1.2×103m2

처음 답과 100배 차이가 난다.

"1을 곱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왜 그런지가 분명하다. 곱해야 할 1이 102m1cm 인데, 지워야 할 단위가 cm2 이므로 이 분수를 두 번 곱해야 cm 가 완전히 지워진다. 부피라면 세 번이다.

화학에서 이 함정이 가장 자주 나오는 곳은 부피다. cm3m3 로 바꿀 때 102 배로 줄이면 답이 만 배 틀린다. 지수가 붙은 단위는 환산 인자도 그 지수만큼 거듭제곱한다.

밀도와 농도의 첫걸음

같은 크기의 쇠공과 나무공을 들어 보면 쇠가 훨씬 무겁다. 부피가 같은데 질량이 다르다. 이 차이를 하나의 수로 만든 것이 밀도(density)다.

밀도는 그리스 문자 ρ(로)로 적고, 부피 V 당 질량 m 으로 정의한다.

ρ=mV(SI 단위: kg/m3)

화학 실험실에서는 g/cm3 를 더 자주 쓴다. 앞 예제에서 보았듯 두 값은 1000배 차이일 뿐이다. 물의 밀도는 4C 근처에서 약 1.00g/cm3 이고, 이것을 기준값으로 기억해 두면 다른 물질의 값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식을 질량에 대해 풀면 m=ρV 다. 부피를 재서 질량을 알아내는 것이 실험실에서 밀도를 쓰는 주된 방법이다. 액체를 저울에 올리는 것보다 눈금실린더로 재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밀도는 물질마다 정해진 값이므로 물질을 알아내는 데도 쓴다. 질량과 부피를 재서 밀도를 구하고 표와 견주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밀도가 온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이다. 데우면 대개 부피가 늘어 밀도가 낮아진다.

혼합물에서는 "얼마나 진한가"를 말해야 한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 질량 백분율이다.

(질량 백분율)=(용질의 질량)(용액 전체의 질량)×100%

분모가 용매가 아니라 용액 전체라는 데 주의하자. 소금 10g 을 물 90g 에 녹이면 용액은 100g 이고 질량 백분율은 10%다. 화학에서 훨씬 많이 쓰는 농도는 부피당 몰수로 정의하는 몰농도인데, 몰을 아직 배우지 않았으므로 8장으로 미룬다.

예제 12

눈금실린더에 물 25.0mL 를 넣고 어떤 금속 조각을 담갔더니 눈금이 33.4mL 로 올라갔다. 조각의 질량은 66.2g 이었다. 이 금속의 밀도를 구하고, 아래 표에서 어떤 금속인지 짐작하라.

금속밀도 (g/cm³)
알루미늄2.70
아연7.14
7.87
구리8.96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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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밀도이고 단위는 g/cm3 다. 질량은 주어졌으니 부피만 알면 된다.

여기서 쓰는 것이 넘친 물의 부피다. 금속을 담그면 금속이 차지한 만큼 물이 밀려 올라가므로, 늘어난 눈금이 곧 금속의 부피다.

V=33.425.0=8.4mL=8.4cm3

앞에서 확인했듯 1mL=1cm3 이므로 숫자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된다.

ρ=mV=66.2g8.4cm3=7.88g/cm3

유효숫자를 맞춘다. 부피가 뺄셈으로 나왔다는 데 주의하자. 33.425.0 은 각각 3자리지만 뺀 결과 8.4 는 2자리다. 그러므로 밀도도 2자리다.

ρ=7.9g/cm3

표에서 철(7.87)과 가장 가깝다. 다만 아연(7.14)과의 차이가 유효숫자 2자리로는 넉넉하지 않으므로 "철로 보인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단정하기는 이르다. 더 확실히 하려면 부피를 더 정밀하게 재야 한다. 뺄셈에서 자릿수를 잃은 것이 이 실험의 약점이다.

예제 13

어떤 소독용 알코올 용액 500g 에 에탄올이 350g 들어 있다. (가) 질량 백분율을 구하라. (나) 이 용액의 밀도가 0.87g/cm3 일 때 용액 250mL 에 든 에탄올의 질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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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의 그대로 넣는다. 분모는 용액 전체 질량이다.

350g500g×100%=70.0%

(나) 묻는 것은 에탄올의 질량이다. 주어진 것은 용액의 부피이므로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부피에서 용액의 질량으로, 용액의 질량에서 에탄올의 질량으로.

첫 단계는 m=ρV 다. 단위를 맞춘다. 250mL=250cm3.

m용액=(0.87g/cm3)(250cm3)=217.5g

둘째 단계는 질량 백분율을 곱하는 것이다. 백분율은 "전체 중 이만큼"이라는 비이므로 곱하면 된다.

m에탄올=217.5g×0.700=152.25g

유효숫자는 밀도 0.87 의 2자리가 가장 적으므로 2자리로 맞춘다.

m에탄올=1.5×102g

답이 말이 되는가. 용액 250mL 는 처음에 말한 500g 짜리 용액의 절반보다 조금 적은 양이고, 에탄올도 350g 의 절반보다 조금 적게 나왔다. 앞뒤가 맞는다.

이 문제에서 눈여겨볼 것은 밀도가 부피와 질량을 잇는 다리 노릇을 했다는 점이다. 화학 계산에서 이런 다리는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 4장의 몰질량, 8장의 몰농도가 모두 같은 구실을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부터 모은다.

기호이름단위메모
m질량kg (SI 기본단위), g저울로 재는 양
V부피m³, L, mL1 L = 10⁻³ m³, 1 mL = 1 cm³
ρ밀도kg/m³, g/cm³ρ = m / V. 두 단위는 1000배 차이. 물은 약 1.00 g/cm³
L리터한 변 10 cm 인 정육면체의 부피. SI 허용 단위
Da달톤원자 하나의 질량 단위. 4장에서 정의한다
°C섭씨온도SI 유도단위라 제한 없이 쓴다. 절대온도는 7장

개념과 규칙은 이렇게 정리된다.

물음기준메모
순물질인가 혼합물인가조성이 정해져 있는가순물질은 녹는점·끓는점이 하나로 정해진다
원소인가 화합물인가화학적으로 더 쪼개지는가혼합물은 물리적 방법으로, 화합물은 화학 반응으로 나눈다
물리적 변화인가 화학적 변화인가새로운 물질이 생겼는가겉모습이 얼마나 변했는지는 기준이 아니다
질량 보존반응 전후 총질량이 같다새어 나가고 들어온 기체까지 세야 한다
일정 성분비한 화합물의 원소 질량비는 언제나 같다순물질에만 성립한다
배수 비례같은 양에 붙는 상대 원소의 질량이 정수비원자설의 직접적인 근거
지수 표기(1 이상 10 미만) × 10ⁿ곱하면 지수를 더하고 나누면 뺀다
유효숫자확실한 자리 + 어림한 한 자리곱셈은 자릿수, 덧셈은 소수점 아래 위치에 맞춘다
단위 환산값이 1인 분수를 곱한다지수가 붙은 단위는 인자도 그 지수만큼 거듭제곱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물질은 정해진 개수비로 결합하는 알갱이로 되어 있다(세 법칙). 그리고 그 알갱이를 다루려면 재야 하고, 재는 데는 기준과 정직한 자릿수가 필요하다(SI 와 유효숫자).

다음 장은 그 알갱이의 속을 들여다본다. 돌턴이 "더 쪼갤 수 없다"고 했던 원자가 사실은 더 작은 것들로 되어 있다는 이야기이고, 이 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몰도 거기서 나온다.

원자의 구조

3장에서 저울이 알려 준 것은 "물질은 정해진 개수비로 결합하는 알갱이로 되어 있다"였다. 그 알갱이가 원자다. 그런데 원자는 돌턴의 생각과 달리 더 쪼갤 수 있었고, 그 속 구조가 화학의 거의 모든 성질을 결정한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원자는 무엇으로 되어 있는가, 원자 하나의 질량처럼 터무니없이 작은 양을 저울로 어떻게 다루는가, 그리고 전자는 원자 안에서 어디에 있는가.

가운데 물음이 이 문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다. 그 답이 이고, 8장 화학량론은 통째로 그 위에 서 있다. 처음 보면 인위적으로 느껴지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3장의 지수 표기, 유효숫자, 단위 환산이다. 새 수학은 없다.

원자를 쪼개다

19세기 말까지 원자는 이름 그대로 "더 쪼갤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믿음을 무너뜨린 것은 세 개의 실험이다.

모형이 바뀐 이유는 매번 앞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실험이 나왔기 때문이다. 화살표에 적힌 것이 그 실험이고, 새 모형은 앞 모형을 버린 것이 아니라 설명 범위를 넓힌 것이다
<모형이 바뀐 이유는 매번 앞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실험이 나왔기 때문이다. 화살표에 적힌 것이 그 실험이고, 새 모형은 앞 모형을 버린 것이 아니라 설명 범위를 넓힌 것이다>[원본 보기]

음극선 실험(톰슨, 1897) — 유리관 속 기체를 빼고 전기를 걸면 음극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온다. 이것을 전기장으로 휘게 해 보니 음전하를 띠고 있었고, 무엇보다 어떤 금속으로 전극을 만들어도 같은 것이 나왔다. 모든 원소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부품이 있다는 뜻이다. 이 부품이 전자(electron)다. 원자는 쪼갤 수 있었다.

전자가 음전하를 띠는데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므로, 어딘가에 양전하가 같은 양만큼 있어야 한다. 톰슨은 양전하가 원자 전체에 푸딩처럼 퍼져 있고 그 속에 전자가 박혀 있다고 보았다.

알파 입자 산란 실험(러더퍼드, 1911) — 아주 얇은 금박에 양전하를 띤 알파 입자를 쏘았다. 톰슨 모형이 맞다면 양전하가 넓게 퍼져 있으므로 알파 입자는 살짝 휘기만 해야 한다.

거의 전부가 그대로 지나간다는 것은 원자 속이 비어 있다는 뜻이고, 아주 드물게 크게 되튄다는 것은 작고 무거운 양전하 덩어리가 있다는 뜻이다. 두 관측이 함께 있어야 핵이 나온다
<거의 전부가 그대로 지나간다는 것은 원자 속이 비어 있다는 뜻이고, 아주 드물게 크게 되튄다는 것은 작고 무거운 양전하 덩어리가 있다는 뜻이다. 두 관측이 함께 있어야 핵이 나온다>[원본 보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거의 전부가 아무 일 없이 통과했고, 그런데 8000개에 하나쯤은 크게 휘거나 아예 뒤로 되튀었다. 러더퍼드는 이것을 "휴지에 대포를 쐈는데 포탄이 되돌아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두 관측을 함께 설명하려면 이래야 한다. 원자 속은 거의 비어 있고, 양전하와 질량의 거의 전부가 아주 작은 한 점에 뭉쳐 있다. 그 점이 원자핵(nucleus)이다.

크기 차이를 실감해 두자. 원자의 지름은 약 1010m, 핵의 지름은 약 1014m 다. 핵을 지름 1cm 짜리 구슬로 키우면 원자는 지름 100m 가 된다. 축구장 한가운데 구슬 하나를 놓고 나머지는 전부 비어 있는 셈이다.

예제 14

러더퍼드 실험에서 알파 입자 8000개 중 1개꼴로 크게 되튄다고 하자. 금 원자의 지름을 2.9×1010m, 핵의 지름을 1.4×1014m 로 볼 때 핵이 차지하는 넓이의 비를 구하고, 실험 결과와 견주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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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넓이의 비이므로 단위가 없는 수다. 알파 입자가 어디로 날아갈지는 알 수 없으니, 되튈 확률은 "원자의 단면 중 핵이 차지하는 넓이의 비율"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원의 넓이는 πr2 이므로 두 원의 넓이 비는 반지름 비의 제곱, 즉 지름 비의 제곱이다.

AA원자=(1.4×10142.9×1010)2=(4.8×105)2=2.3×109

약 4억분의 1이다. 그런데 실험에서는 8000개에 하나, 즉 1.3×104 이 되튀었다. 계산값보다 훨씬 자주 되튄 것이다.

어긋난 이유는 둘이다. 첫째, 금박은 원자 한 층이 아니라 수천 층이라 알파 입자가 여러 번 기회를 얻는다. 둘째, 알파 입자는 핵에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아도 가까이 지나가기만 하면 전기적인 반발로 휜다.

그래도 자릿수 감각은 얻었다. 되튀는 일이 아주 드물다는 사실 자체가 핵이 아주 작다는 증거다. 만약 톰슨 모형처럼 양전하가 퍼져 있었다면 되튀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야 한다.

흔한 오해

"원자 속이 거의 비어 있다면 왜 벽을 통과해서 걸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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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고, 답은 "비어 있다"는 말의 뜻에 있다.

비어 있다는 것은 질량이 없다는 뜻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핵 둘레의 넓은 공간에는 전자가 퍼져 있고, 전자는 음전하를 띤다. 두 물체가 닿으면 서로의 전자끼리 강하게 밀어낸다. 우리가 느끼는 "단단함"은 원자핵끼리 부딪히는 감촉이 아니라 전자구름끼리 밀어내는 힘이다.

실제로 전기적 반발을 느끼지 않는 입자는 물질을 아주 잘 통과한다. 중성미자가 그렇고, 전하가 없는 중성자도 물질을 깊이 파고든다. 원자가 비어 있다는 말이 옳다는 것이 이런 입자에서 확인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원자는 부피로는 거의 비어 있지만 전기적으로는 꽉 차 있다.

원자를 이루는 세 알갱이

지금 알려진 원자의 모습은 이렇다. 가운데 핵이 있고 그 안에 양성자(proton)중성자(neutron)가 들어 있으며, 핵 둘레에 전자가 퍼져 있다.

입자전하질량있는 곳
양성자+e1.673×10⁻²⁷ kg핵 속
중성자01.675×10⁻²⁷ kg핵 속
전자−e9.109×10⁻³¹ kg핵 둘레

여기서 e기본 전하이고 값은 1.602176634×1019C 다. 2019년부터 SI 는 이 값을 정확히 이 수라고 못 박고 거기서 전류의 단위를 끌어낸다. 단위 C(쿨롱)은 전기를 다루는 장에서 제대로 정의하므로 지금은 "전하의 단위" 정도로 넘어가면 된다.

표에서 두 가지를 읽어야 한다. 첫째,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은 거의 같다. 둘째, 전자는 양성자보다 1800배 가볍다. 그래서 원자의 질량은 사실상 핵의 질량이고, 전자의 몫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

원자를 구별하는 것은 양성자의 개수다. 이 수를 원자번호(atomic number)라 하고 Z 로 적는다. 양성자가 6개면 탄소이고, 하나 더 붙어 7개가 되면 질소다. 원소의 정체는 오직 Z 가 정한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를 합한 것을 질량수(mass number)라 하고 A 로 적는다. 두 알갱이의 질량이 거의 같으므로 A 는 원자의 무게를 어림하는 수가 된다.

이 둘을 원소 기호에 붙여 적는 약속이 있다. 왼쪽 위에 질량수, 왼쪽 아래에 원자번호다.

ZAX예: 612C,1735Cl,92238U

원자번호는 원소 기호만 봐도 알 수 있으므로 생략하고 12C 처럼 적기도 한다. 중성자 수는 AZ 로 구한다.

중성인 원자에서는 전자 수가 양성자 수와 같다. 전자를 잃거나 얻어 전하를 띠게 된 것을 이온(ion)이라 하고, 오른쪽 위에 전하를 적는다. 전자를 잃어 양전하를 띠면 양이온, 얻어서 음전하를 띠면 음이온이다.

Na+(전자 하나를 잃음),O2(전자 둘을 얻음),Al3+

부호를 헷갈리지 않는 요령이 있다.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전자다. 핵 속의 양성자는 화학 반응에서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양이온이 되었다"는 말은 언제나 "전자를 잃었다"는 뜻이다.

예제 16

2656Fe3+ 이온에 든 양성자·중성자·전자의 개수를 각각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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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수를 순서대로 읽으면 된다.

양성자는 원자번호가 그대로 알려준다. Z=26 이므로 26개다. 이 값은 이온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 변한다면 철이 아닌 다른 원소가 되어 버린다.

중성자는 질량수에서 양성자 수를 뺀다.

AZ=5626=30

전자는 중성 원자라면 26개일 것이다. 그런데 3+ 이므로 전자를 세 개 잃었다.

263=23

검산해 보자. 전하의 합은 (+26)+(23)=+3 으로 표기와 맞는다.

흔한 실수는 3+ 를 보고 전자를 세 개 더한 29개로 답하는 것이다. 양전하는 전자가 모자라서 생긴다는 것을 기억하자.

예제 17

어떤 중성 원자의 질량수가 39이고 중성자가 20개다. 이 원소는 무엇이며, 전자를 하나 잃으면 어떤 이온이 되는가? 또 이 이온의 전자 수는 어떤 비활성 기체 원자와 같은가? (아르곤의 원자번호는 1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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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를 정하는 것은 양성자 수뿐이므로 그것부터 구한다.

Z=A(중성자 수)=3920=19

원자번호 19는 칼륨(K)이다. 중성 원자이므로 전자도 19개다.

전자를 하나 잃으면 양전하가 하나 남으므로 K+ 이고, 기호로는 1939K+ 다. 전자 수는 18개가 된다.

마지막 물음. 전자 18개는 아르곤 원자의 전자 수와 같다. 이렇게 전자 수가 같은 것들을 등전자 관계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나온다. 칼륨이 전자 하나를 잘 내놓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자를 하나만 버리면 비활성 기체와 같은 안정한 전자 배치가 된다. 5장과 6장에서 이 논리를 되풀이해 쓴다.

다만 K+ 와 아르곤이 같은 물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 속 양성자 수가 19개와 18개로 다르기 때문에 전자를 끌어당기는 세기가 다르고, 그래서 크기와 성질이 다르다.

동위원소와 원자량

원소의 정체는 양성자 수가 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성자 수는 달라도 되는가? 된다.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가 다른 원자들을 서로 동위원소(isotope)라 한다. 화학적 성질은 전자가 정하고 전자 수는 양성자 수를 따라가므로, 동위원소끼리는 화학적으로 거의 똑같이 행동한다. 다른 것은 질량뿐이다.

염소를 예로 들자. 자연에 있는 염소에는 35Cl37Cl 두 가지가 섞여 있다. 이것이 돌턴의 "같은 원소의 원자는 질량이 같다"가 틀렸던 지점이다.

이제 원자 하나의 질량을 재는 단위가 필요하다. 킬로그램으로 적으면 1026 같은 수가 되어 다루기 힘들다. 그래서 원자 규모의 질량 단위를 따로 둔다.

12C 원자 하나의 질량을 정확히 12로 놓고, 그 12분의 1을 1 달톤(dalton, 기호 Da)으로 정한다. 통일 원자질량단위 u 와 같은 것이고, 이 문서에서는 SI 허용 단위인 Da 를 쓴다.

1Da1.66054×1027kg

왜 하필 탄소-12 인가. 특별한 이유는 없고 약속이다. 이 약속의 좋은 점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이 각각 약 1Da 이 되어 질량수와 원자 질량이 거의 같아진다는 것이다. 35Cl 의 실제 질량은 34.969Da 로 35에 가깝다.

정확히 정수가 아닌 이유는 핵이 뭉칠 때 질량의 일부가 결합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핵화학에서 다룬다.

주기율표에 적힌 35.45 는 존재비로 가중평균한 값이라 그런 질량을 가진 염소 원자는 실제로 하나도 없다. 무거운 쪽이 적으므로 평균이 35 쪽으로 치우친다는 것도 읽어 둘 것
<주기율표에 적힌 35.45 는 존재비로 가중평균한 값이라 그런 질량을 가진 염소 원자는 실제로 하나도 없다. 무거운 쪽이 적으므로 평균이 35 쪽으로 치우친다는 것도 읽어 둘 것>[원본 보기]

주기율표에 적힌 값은 개별 동위원소의 질량이 아니라 존재비로 가중평균한 값이고, 이것을 원자량(atomic weight)이라 한다. 단위가 없는 상대적인 수로 쓰기도 하고 Da 를 붙여 쓰기도 한다.

(원자량)=(각 동위원소의 존재비)×(그 동위원소의 질량)

여기서 (시그마)는 "모두 더하라"는 기호다. 동위원소가 둘이면 항이 둘, 셋이면 셋이다.

예제 18

염소에는 35Cl(질량 34.969Da, 존재비 75.76%)와 37Cl(질량 36.966Da, 존재비 24.24%)가 있다. 염소의 원자량을 구하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가중평균이다. 백분율은 100으로 나눠 소수로 바꿔 쓴다.

(원자량)=(0.7576)(34.969)+(0.2424)(36.966)

항을 하나씩 계산한다.

(0.7576)(34.969)=26.492,(0.2424)(36.966)=8.960

26.492+8.960=35.45235.45Da

답이 말이 되는가. 두 값 34.969 와 36.966 사이에 있어야 하고, 가벼운 쪽이 훨씬 많으므로 35 쪽에 가까워야 한다. 둘 다 맞는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질량이 35.45 Da 인 염소 원자는 하나도 없다. 실제 원자는 35 아니면 37 이고 평균만 35.45 다. 사람의 평균 자녀 수가 1.8명이라고 해서 1.8명짜리 가정이 있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그런데도 이 평균값을 쓰는 이유는, 실험에서 다루는 염소가 언제나 수없이 많은 원자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덩어리의 질량을 계산할 때는 평균이면 충분하다.

예제 19

어떤 원소에 동위원소가 두 가지 있고 질량이 각각 10.013Da11.009Da 다. 이 원소의 원자량이 10.81Da 일 때 각 동위원소의 존재비를 구하라.

풀이 보기

앞 예제를 거꾸로 푸는 문제다. 구하려는 것은 두 존재비인데, 미지수가 둘이므로 식이 둘 필요하다.

가벼운 쪽의 존재비를 x 라 하자. 둘 뿐이므로 무거운 쪽은 자동으로 1x 다. 이것이 두 번째 식 노릇을 해서 미지수가 하나로 줄어든다.

10.013x+11.009(1x)=10.81

괄호를 풀고 정리한다.

10.013x+11.00911.009x=10.81

0.996x=10.8111.009=0.199

x=0.1990.996=0.19980.200

따라서 가벼운 쪽이 약 20.0%, 무거운 쪽이 약 80.0%다.

검산한다. (0.200)(10.013)+(0.800)(11.009)=2.003+8.807=10.81 로 주어진 원자량과 맞는다.

답이 말이 되는지 다른 방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원자량 10.81 은 두 값 사이에서 무거운 쪽에 훨씬 가깝다. 그러니 무거운 쪽이 많아야 하고, 실제로 80%가 나왔다. 이 원소는 붕소다.

몰 — 원자를 그램으로 다루는 다리

여기가 이 문서에서 가장 걸리는 곳이다. 천천히 가자.

문제부터 분명히 하자. 우리는 저울로 그램을 잰다. 그런데 화학 반응은 개수비로 일어난다. 수소 분자 두 개와 산소 분자 한 개가 만나 물 두 개가 된다. 그렇다면 실험대 위에서 "수소 분자 두 개당 산소 분자 한 개"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나씩 세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자 하나의 질량이 얼마나 작은지 보자. 12C 원자 하나는 12Da, 즉

12×1.66054×1027kg=1.99×1026kg=1.99×1023g

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저울로도 잴 수 없는 양이다. 반대로 우리가 다룰 만한 양인 탄소 12g 에는 원자가

12g1.99×1023g=6.02×1023

들어 있다. 이 수를 손으로 세려면 1초에 100만 개씩 세어도 우주의 나이보다 오래 걸린다.

그러니 방법은 하나뿐이다. 알갱이를 묶음으로 세고, 그 묶음의 질량을 저울로 잰다. 계란을 한 판, 연필을 한 다스로 세는 것과 같은 발상이고, 다만 묶음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묶음의 크기를 얼마로 할까. 아무 수나 정할 수 있지만, 앞의 계산에 나온 수를 쓰면 아주 편리해진다. 탄소 12g 에 든 원자 수를 묶음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절에서 볼 놀라운 편의가 따라온다.

이 묶음이 SI 기본단위 몰(mole, 기호 mol)이다.

1mol 은 구성 입자가 정확히 6.02214076×1023 개 있는 양이다. 이 수를 아보가드로 수라 하고, 단위를 붙인 것을 아보가드로 상수라 하여 NA 로 적는다.

NA=6.02214076×1023mol16.022×1023mol1

2019년부터 SI 는 이 수를 정의값으로 못 박았다. 즉 재서 얻는 값이 아니라 "이렇게 정한다"는 약속이다. 그 결과 탄소 12g 에 든 원자 수는 정확히 1mol 이 아니라 그것에 아주 가까운 값이 되었지만, 차이가 워낙 작아 계산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몰이 무엇의 묶음인지는 반드시 밝혀야 한다. "수소 1 mol"은 수소 원자 1몰일 수도 수소 분자 1몰일 수도 있고, 둘은 두 배 차이다. 원자 1몰이라 쓰든 분자 1몰이라 쓰든 분명하게 적는 습관을 들이자.

몰질량 — 저울과 개수를 잇는 값

앞의 약속에서 곧바로 따라오는 결과가 있다. 탄소 원자 1mol 의 질량은 정의상 12g 이다. 그런데 탄소의 원자량도 12 였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몰을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고, 다른 모든 원소에도 그대로 성립한다. 어떤 원자의 질량이 탄소 원자의 k 배라면, 같은 개수를 모았을 때 총질량도 k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물질 1mol 의 질량을 몰질량(molar mass) M 이라 하고, 그 수치는 원자량(또는 분자량·화학식량)과 같으며 단위는 g/mol 이다.

물질원자량 / 분자량몰질량1 mol 의 뜻
탄소 C12.01112.011 g/mol탄소 원자 6.022×10²³ 개
산소 원자 O15.99915.999 g/mol산소 원자 6.022×10²³ 개
산소 분자 O₂31.99831.998 g/mol산소 분자 6.022×10²³ 개
물 H₂O18.01518.015 g/mol물 분자 6.022×10²³ 개

이것이 몰의 진짜 쓸모다. 주기율표에서 읽은 수에 g 을 붙여 저울에 달면 정확히 6.022×1023 개를 손에 넣는다. 세지 않고 세는 방법이다.

이제 세 가지 양을 서로 오갈 수 있다.

n=mM=NNA

n 은 몰수(단위 mol), m 은 질량(g), M 은 몰질량(g/mol), N 은 입자 수(단위 없음)다.

질량에서 개수로 곧장 가는 화살표가 없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어떤 계산이든 반드시 가운데 몰을 거친다. 화살표에 적힌 것이 곱하거나 나눌 값이다
<질량에서 개수로 곧장 가는 화살표가 없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어떤 계산이든 반드시 가운데 몰을 거친다. 화살표에 적힌 것이 곱하거나 나눌 값이다>[원본 보기]

이 그림은 8장까지 계속 쓴다. 화학 계산에서 길을 잃으면 언제나 "일단 몰로 바꾼다"로 돌아오면 된다.

예제 20

36.0g 에 대해 다음을 구하라. (가) 물 분자의 몰수 (나) 물 분자의 개수 (다) 수소 원자의 개수. 물의 몰질량은 18.0g/mol 로 본다.

풀이 보기

(가) 묻는 것은 몰수이고 단위는 mol 이다. 질량과 몰질량을 알고 있으니 n=m/M 을 쓴다.

n=36.0g18.0g/mol=2.00mol

단위를 확인하자. g÷(g/mol)=g×(mol/g)=mol 로 맞는다.

(나) 몰수에 아보가드로 상수를 곱하면 개수가 된다.

N=nNA=(2.00mol)(6.022×1023mol1)=1.20×1024

molmol1 이 지워져 단위 없는 개수가 나왔다.

(다) 여기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하다. 물 분자 하나에는 수소 원자가 들어 있다.

NH=2×1.20×1024=2.41×1024

세 자리로 (가) 2.00mol, (나) 1.20×1024 개, (다) 2.41×1024 개다.

가장 흔한 실수가 (다)다. "물 2 mol 이면 수소도 2 mol"이라고 답하기 쉽다. 화학식 H2O 의 아래첨자 2가 "분자 하나당 수소 원자 두 개"라는 뜻이므로 수소는 4.00mol 이다.

예제 21

다음 물질의 몰질량을 구하라. 원자량은 H1.008, C12.011, N14.007, O15.999, S32.06, Ca40.08 를 쓴다. (가) CO2 (나) Ca(NO3)2 (다) H2SO4

풀이 보기

몰질량은 화학식에 든 원자들의 원자량을 개수만큼 더한 것이다. 아래첨자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 전부다.

(가) 탄소 1개, 산소 2개.

M=12.011+2(15.999)=12.011+31.998=44.00944.01g/mol

(나) 괄호가 있는 식이다. 괄호 밖의 첨자는 괄호 안 전체에 걸린다. 질산 이온 NO3 가 두 개이므로 질소 2개, 산소 6개다.

M=40.08+2[14.007+3(15.999)]=40.08+2(14.007+47.997)

=40.08+2(62.004)=40.08+124.008=164.09g/mol

(다) 수소 2개, 황 1개, 산소 4개.

M=2(1.008)+32.06+4(15.999)=2.016+32.06+63.996=98.07g/mol

답의 자릿수를 정할 때는 덧셈 규칙을 따른다. (다)에서 32.06 이 소수점 아래 2자리로 가장 거칠므로 답도 2자리까지다.

검산 요령 하나. 몰질량이 원소들의 원자량보다 작게 나오면 반드시 어딘가 틀린 것이다. 또 (나)에서 괄호를 무시하고 40.08+14.007+3(15.999)=102.1 로 계산하는 실수가 아주 흔하다. 괄호 뒤의 2를 놓치지 말자.

예제 22

순금으로 만든 반지의 질량이 3.94g 이다. (가) 금 원자는 몇 개 들어 있는가? (나) 금 원자 하나의 질량은 몇 g 인가? 금의 몰질량은 197.0g/mol 이다.

풀이 보기

(가) 질량에서 개수로 가려면 몰을 거쳐야 한다. 두 단계다.

n=mM=3.94g197.0g/mol=0.0200mol

N=nNA=(0.0200)(6.022×1023)=1.20×1022

(나) 원자 하나의 질량은 전체 질량을 개수로 나누면 된다. 또는 몰질량을 아보가드로 상수로 나눠도 같다.

m1=MNA=197.0g/mol6.022×1023mol1=3.27×1022g

세 자리로 (가) 1.20×1022 개, (나) 3.27×1022g 이다.

(나)의 답을 눈으로 확인해 보자. 원자 하나가 1022g 이라는 것은 억의 억의 억분의 일보다도 작다는 뜻이다. 그러니 개수를 세거나 하나를 저울에 다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하고, 몰이라는 묶음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기서 확인된다.

또 하나. 반지 하나에 든 원자가 1022 개다. 지구에 사는 사람 수가 1010 쯤이니, 반지 하나의 원자를 전 인류에게 나눠 주면 한 사람당 1012 개씩 돌아간다. 몰이라는 묶음이 왜 이렇게 큰지 감이 올 것이다.

빛이 알려 준 것 — 에너지는 띄엄띄엄하다

러더퍼드 모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전자가 핵 둘레를 도는 원운동을 하고 있다면 고전 이론상 계속 빛을 내며 에너지를 잃어야 하고, 그러면 순식간에 핵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원자는 멀쩡히 존재한다.

답의 실마리는 원자가 내는 빛에 있었다.

먼저 빛에 대해 두 가지만 준비하자. 빛은 파동이고, 파장(wavelength) λ(람다)은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 진동수(frequency) ν(뉴)는 1초에 진동하는 횟수다. 진공에서 빛의 속력 c 는 정확히 2.99792458×108m/s 이고 세 양은 이렇게 묶인다.

c=λν

그리고 빛은 파동이면서 알갱이처럼도 행동한다. 빛 알갱이 하나(광자)가 가진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한다.

E=hν=hcλ

h플랑크 상수이고 6.62607015×1034Js 다. 이것도 SI 정의값이다. 식에서 읽을 것은 하나다. 파장이 짧은 빛일수록 알갱이 하나의 에너지가 크다. 자외선이 살갗을 상하게 하고 적외선은 그저 따뜻한 이유가 이것이다.

이제 관측으로 가자. 수소 기체에 전기를 흘리면 빛이 나온다. 그 빛을 프리즘으로 펼치면 무지개가 아니라 몇 개의 선만 나타난다.

연속된 무지개가 아니라 정해진 자리에만 선이 선다. 원자가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가 아무 값이나 될 수 없다는 뜻이고, 이것이 양자화의 직접적인 증거다
<연속된 무지개가 아니라 정해진 자리에만 선이 선다. 원자가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가 아무 값이나 될 수 없다는 뜻이고, 이것이 양자화의 직접적인 증거다>[원본 보기]

이것이 결정적이다. 만약 전자가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있다면 내놓는 빛도 연속이어야 한다. 선이 몇 개뿐이라는 것은 원자가 내놓을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진 값들뿐이라는 뜻이다.

보어는 여기서 다음을 가정했다. 전자는 정해진 에너지를 가진 상태에만 있을 수 있고, 그 상태에 있는 동안에는 빛을 내지 않는다. 높은 상태에서 낮은 상태로 옮겨 갈 때만 그 차이만큼을 광자 하나로 내놓는다.

ΔE=E높은 쪽E낮은 쪽=hν

여기서 에너지의 단위를 하나 정해 두자. SI 단위는 줄(joule, 기호 J)이고, 감을 잡자면 1J 은 사과 하나(약 100g)를 1m 들어 올릴 때 드는 에너지쯤 된다. 그런데 원자 하나를 다루기에는 이 단위가 너무 크다. 그래서 SI 허용 단위인 전자볼트(electronvolt, 기호 eV)를 함께 쓰고, 1eV=1.602176634×1019J 이다.

수소 원자에 대해 보어의 가정으로 계산한 에너지는

En=13.606eVn2(n=1,2,3,)

이고, 실제 스펙트럼과 정확히 맞았다. n주양자수라 한다.

n 이 커질수록 칸 사이가 촘촘해지고 0에 다가간다. n = 2 로 떨어지는 네 전이가 앞 그림의 네 선이다. 에너지가 음수인 것은 떨어져 나간 상태를 0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n 이 커질수록 칸 사이가 촘촘해지고 0에 다가간다. n = 2 로 떨어지는 네 전이가 앞 그림의 네 선이다. 에너지가 음수인 것은 떨어져 나간 상태를 0으로 잡았기 때문이다>[원본 보기]

식이 음수인 것에 놀랄 필요는 없다. 전자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상태를 0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붙잡혀 있는 상태는 거기서 에너지를 더 내놓은 상태이므로 0보다 낮다. n=1 에서 13.606eV 라는 것은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완전히 떼어내려면 그만큼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어 모형은 수소에는 완벽하게 맞았지만 전자가 둘 이상인 원자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남긴 것이 크다. 에너지 준위라는 그림전이가 곧 빛이라는 관계는 지금도 그대로 쓴다.

예제 23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n=3 에서 n=2 로 떨어질 때 나오는 빛의 파장을 구하라. 1eV=1.602×1019J, h=6.626×1034Js, c=3.00×108m/s 를 쓴다.

풀이 보기

순서는 셋이다. 두 준위의 에너지 차를 구하고, 단위를 J 로 맞추고, E=hc/λ 를 파장에 대해 푼다.

E3=13.6069=1.512eV,E2=13.6064=3.402eV

ΔE=1.512(3.402)=1.890eV

부호가 헷갈릴 수 있는데, 내놓는 에너지의 크기이므로 양수여야 한다. 위 칸에서 아래 칸으로 떨어졌으니 그 차이만큼을 밖으로 내보낸다.

줄 단위로 바꾼다.

ΔE=(1.890)(1.602×1019)=3.028×1019J

E=hc/λ 를 파장에 대해 풀면 λ=hc/E 다.

λ=(6.626×1034)(3.00×108)3.028×1019=1.988×10253.028×1019=6.56×107m

나노미터로 옮긴다. 1nm=109m 이므로

λ=656nm

앞의 스펙트럼 그림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던 빨간 선이 바로 이것이다. 계산으로 나온 값이 실제 관측과 맞는다는 것이 보어 모형이 받아들여진 이유다.

단위 검산도 해 두자. (Js)(m/s)J=m 로 길이가 나온다.

예제 24

수소 원자의 전자를 n=1 에서 완전히 떼어내려면 광자 하나가 얼마의 에너지를 가져야 하는가? 그 파장은 얼마이고 눈에 보이는 빛인가?

풀이 보기

"완전히 떼어낸다"는 것은 n= 로 보낸다는 뜻이고, 그 자리의 에너지는 0이다.

ΔE=EE1=0(13.606)=13.606eV

줄로 바꾸면

ΔE=(13.606)(1.602×1019)=2.180×1018J

파장은

λ=hcE=(6.626×1034)(3.00×108)2.180×1018=9.12×108m=91.2nm

사람 눈이 보는 범위는 대략 400 에서 700nm 이므로 이 빛은 보이지 않는다. 훨씬 짧은 자외선이다.

이 값에는 이름이 있다.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데 드는 에너지를 이온화 에너지라 하고, 5장에서 주기율표의 경향을 읽는 핵심 도구로 쓴다.

실용적인 감각 하나. 자외선이 화상을 입히고 살균에 쓰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광자 하나의 에너지가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낼 만큼 크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은 아무리 밝아도 광자 하나의 에너지가 그에 못 미친다.

오비탈 — 전자가 있을 법한 자리

보어 모형은 전자가 정해진 궤도를 도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이 그림도 오래가지 못했다.

전자는 파동의 성질도 가진다는 것이 밝혀졌고(드브로이), 파동에는 "여기 있다"고 콕 집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 게다가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가 있어서, 전자가 어느 궤도를 어떤 속도로 도는지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지금의 그림은 이렇다. 전자가 어디 있는지는 확률로만 말할 수 있고, 그 확률이 큰 영역을 오비탈(orbital)이라 한다. 궤도(orbit)가 아니라 오비탈이라는 다른 말을 쓰는 것은 "선이 아니라 구름"이라는 뜻을 담기 위해서다.

핵에서 거리 r 인 껍질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다. 봉우리가 여럿이라는 것과 확률이 정확히 0이 되는 자리(마디)가 있다는 것이 파동의 성질에서 나온 결과다
<핵에서 거리 r 인 껍질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다. 봉우리가 여럿이라는 것과 확률이 정확히 0이 되는 자리(마디)가 있다는 것이 파동의 성질에서 나온 결과다>[원본 보기]

오비탈은 네 개의 수로 지정된다. 이 수들을 양자수라 한다.

양자수기호가질 수 있는 값무엇을 정하는가
주양자수n1, 2, 3, …껍질. 크기와 에너지를 주로 정한다
각운동량 양자수l0 부터 n−1 까지모양. 0=s, 1=p, 2=d, 3=f
자기 양자수mℓ−l 부터 +l 까지공간에서의 방향. 개수 = 2l+1
스핀 양자수ms+1/2 또는 −1/2전자 자신의 두 가지 상태

규칙을 말로 옮기면 이렇다. n 번째 껍질에는 l 이 0부터 n1 까지 있으므로 모양이 n 가지다. 각 모양마다 방향이 2l+1 가지다. 그리고 오비탈 하나에 전자는 스핀이 반대인 두 개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n 번째 껍질이 담을 수 있는 전자는 2n2 개다. n=1 이면 2개, n=2 면 8개, n=3 이면 18개다. 주기율표의 각 줄 길이가 이 수와 관련이 있다.

s 는 방향이 없는 공 모양이고 p 는 아령 모양이 세 방향으로 하나씩이다. 두 색은 파동의 부호를 나타내며, 6장에서 결합을 만들 때 이 부호가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결정적으로 쓰인다
<s 는 방향이 없는 공 모양이고 p 는 아령 모양이 세 방향으로 하나씩이다. 두 색은 파동의 부호를 나타내며, 6장에서 결합을 만들 때 이 부호가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결정적으로 쓰인다>[원본 보기]

모양을 눈에 담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6장에서 분자의 모양을 다룰 때 이 그림이 그대로 쓰인다.

그림에서 두 가지 색으로 칠한 것은 파동의 부호(위상)다. 확률 자체는 어디서나 양수이므로 색은 확률의 부호가 아니다. 그런데도 부호를 표시하는 이유는, 두 오비탈이 겹쳐 결합을 만들 때 같은 부호끼리 겹쳐야 결합이 되기 때문이다. 6장에서 다시 말한다.

예제 25

n=3 인 껍질에 대해 (가) 가능한 l 값과 각각의 오비탈 이름, (나) 오비탈의 총 개수, (다) 들어갈 수 있는 전자의 최대 개수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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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l 은 0부터 n1 까지이므로 l=0,1,2 다. 각각 3s, 3p, 3d 다.

(나) 각 l 마다 오비탈이 2l+1 개다.

l=0:2(0)+1=1개 (3s),l=1:2(1)+1=3개 (3p),l=2:2(2)+1=5개 (3d)

합하면 1+3+5=9 개다.

(다) 오비탈 하나에 두 개씩이므로

9×2=18

공식 2n2 로 확인하면 2(3)2=18 로 같다.

여기서 왜 오비탈 개수가 n2 이 되는지 확인해 두면 외울 것이 하나 줄어든다. 홀수 1, 3, 5, … 를 n 개 더한 값이 n2 이기 때문이다. 1+3=4, 1+3+5=9.

흔한 오해

"p 오비탈이 아령 모양이라면 전자는 가운데 잘록한 곳을 어떻게 지나가는가? 위쪽 잎에서 아래쪽 잎으로 건너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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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은 그림을 "전자가 달리는 길"로 읽었기 때문에 나온다. 오비탈은 길이 아니다.

오비탈 그림이 뜻하는 것은 여기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크다는 것뿐이다. 가운데가 잘록한 것은 그 자리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이 0이라는 뜻이다. 전자가 "지나가다가" 확률 0인 곳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전자의 위치는 관측하기 전까지 정해져 있지 않다.

파동으로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다. 기타 줄을 튕겨 만든 정상파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점(마디)이 있다. 그 점의 좌우로 줄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흔들린다. 줄의 어느 부분이 마디를 "건너간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전자도 그렇다.

앞의 확률 그림에서 2s 와 3s 의 확률이 정확히 0이 되는 자리가 있었던 것이 바로 마디다. p 오비탈의 잘록한 가운데도 같은 것이다.

요령을 하나 남긴다. 오비탈 그림은 궤적이 아니라 지도다. 어디에 있을 법한지를 보여 줄 뿐,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전자 배치

이제 여러 개의 전자를 원자에 넣어 보자. 규칙은 셋이다.

세 번째 규칙의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끼리는 서로 밀어내므로 같은 방에 둘이 들어가는 것보다 빈방에 하나씩 들어가는 편이 에너지가 낮다.

문제는 "에너지가 낮은 순서"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소처럼 전자가 하나뿐이면 n 만으로 에너지가 정해지지만, 전자가 둘 이상이면 전자끼리 밀어내는 효과 때문에 같은 껍질 안에서도 s 가 p 보다, p 가 d 보다 낮아진다.

4s 가 3d 보다 낮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껍질 번호가 큰 오비탈이 오히려 먼저 채워지는 일이 벌어지고, 그래서 주기율표 4주기부터 가운데 열 칸이 끼어든다
<4s 가 3d 보다 낮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껍질 번호가 큰 오비탈이 오히려 먼저 채워지는 일이 벌어지고, 그래서 주기율표 4주기부터 가운데 열 칸이 끼어든다>[원본 보기]

왜 s 가 낮은가. 앞의 확률 그림에 답이 있다. 2s 는 바깥에 크게 퍼져 있으면서도 안쪽 가까운 곳에 작은 봉우리를 남긴다. 그 봉우리 덕분에 안쪽 전자들의 가림을 덜 받고 핵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이것을 침투라 한다.

이 효과가 쌓이면 4s3d 보다 낮아지는 일까지 벌어진다. 주기율표 4주기에서 칼륨과 칼슘이 3d 를 건너뛰고 4s 를 채우는 이유다.

전자 배치를 적는 방법은 오비탈 이름 뒤에 전자 수를 위첨자로 붙이는 것이다.

H:1s1,He:1s2,C:1s22s22p2,Ne:1s22s22p6

안쪽 부분은 바로 앞의 비활성 기체로 줄여 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화학적으로 중요한 바깥 부분만 남아 읽기 좋다.

Na:[Ne]3s1,Cl:[Ne]3s23p5,Fe:[Ar]4s23d6

가장 바깥 껍질에 있는 전자를 원자가전자(valence electron)라 한다. 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이 전자들뿐이다. 5장과 6장 전체가 원자가전자의 이야기다.

예제 27

다음 원자의 전자 배치를 쓰고 원자가전자 수를 말하라. (가) 산소 (Z=8) (나) 인 (Z=15) (다) 칼슘 (Z=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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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전자 8개를 낮은 순서로 채운다. 1s 에 2개, 2s 에 2개, 남은 4개가 2p 로 간다.

O:1s22s22p4=[He]2s22p4

훈트 규칙에 따라 2p 의 세 칸 중 하나에만 짝이 있고 둘은 홀로 있다. 원자가전자는 n=2 껍질의 2+4=6 개다.

(나) 전자 15개다. 1s(2), 2s(2), 2p(6)까지 10개를 채우면 네온과 같아지고, 남은 5개가 3s 와 3p 로 간다.

P:[Ne]3s23p3

3p 의 세 칸에 하나씩 들어가 짝 없는 전자가 셋이다. 원자가전자는 2+3=5 개다.

(다) 전자 20개다. 아르곤(18개)까지 채우고 남은 2개가 어디로 갈까. 여기가 함정이다. 껍질 번호만 보면 3d 가 먼저일 것 같지만, 앞 그림에서 보았듯 4s 가 3d 보다 낮다.

Ca:[Ar]4s2

원자가전자는 2개다.

세 답을 견주면 규칙이 보인다. 원자가전자 수가 각각 6, 5, 2 인데 이 원소들의 족 번호가 16, 15, 2 다. 주기율표의 족 번호가 원자가전자 수를 알려준다. 이것이 다음 장의 출발점이다.

예제 28

Fe(Z=26)와 Fe2+ 의 전자 배치를 각각 쓰라. 이온이 될 때 어느 오비탈에서 전자가 빠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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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 철부터. 아르곤(18개)까지 채우고 남은 8개를 4s 와 3d 에 넣는다. 4s 가 낮으므로 먼저 2개, 나머지 6개가 3d 로 간다.

Fe:[Ar]4s23d6

이제 전자 두 개를 뺀다. 여기서 대부분이 틀린다. "마지막에 채운 3d 에서 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Fe2+:[Ar]3d6

전자는 언제나 주양자수 n 이 가장 큰 껍질에서 먼저 빠진다. 4s 와 3d 중에서는 4s 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 사실에는 이유가 있다. 4s 가 3d 보다 낮다는 것은 비어 있는 오비탈에 전자를 넣을 때의 순서다. 일단 3d 에 전자가 들어차고 나면 서로 밀어내는 관계가 달라져 4s 쪽이 오히려 높아진다. 게다가 4s 전자는 평균적으로 핵에서 더 멀리 있어 떼어내기 쉽다.

요령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넣을 때는 4s 먼저, 뺄 때도 4s 먼저. 순서가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두 경우 모두 4s 가 먼저다.

참고로 Fe3+[Ar]3d5 로 d 오비탈 다섯 칸에 하나씩 꽉 찬 배치가 된다. 이렇게 반쯤 찬 배치가 유난히 안정해서 철은 3+ 이온을 특히 잘 만든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부터 모은다.

기호이름단위메모
Z원자번호없음양성자 수. 원소의 정체를 정한다
A질량수없음양성자 + 중성자. 중성자 수 = A − Z
e기본 전하C1.602176634×10⁻¹⁹ (정의값)
Da달톤¹²C 원자 질량의 1/12. 약 1.66054×10⁻²⁷ kg
n (몰수)물질량mol (SI 기본단위)n = m/M = N/N(A)
N(A)아보가드로 상수mol⁻¹6.02214076×10²³ (정의값)
M몰질량g/mol수치는 원자량·분자량과 같다
N입자 수없음원자·분자·이온의 개수
λ파장m, nmc = λν
ν진동수Hz (= 1/s)E = hν
h플랑크 상수J·s6.62607015×10⁻³⁴ (정의값)
n (양자수)주양자수없음껍질 번호 1, 2, 3, …
l각운동량 양자수없음0=s, 1=p, 2=d, 3=f. 0 ≤ l ≤ n−1

관계와 규칙은 이렇게 정리된다.

상황관계조건
질량에서 몰로n = m / M언제나
몰에서 개수로N = n × N(A)무엇의 개수인지 분명히 할 것
빛의 파장과 진동수c = λν진공에서
광자 하나의 에너지E = hν = hc/λ파장이 짧을수록 크다
수소의 에너지 준위E(n) = −13.606 eV / n²수소와 전자 하나짜리 이온에만
껍질의 최대 전자 수2n²오비탈 개수는 n²
전자를 채우는 순서낮은 에너지부터, 같으면 흩어서4s 가 3d 보다 먼저
이온이 될 때n 이 가장 큰 껍질에서 먼저 뺀다전이 금속에서 4s 가 먼저 빠진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원자의 정체는 양성자 수가 정하고, 화학적 성질은 전자가 정한다. 원자 하나는 너무 작아 다룰 수 없으므로 6.022×1023 개를 한 묶음으로 세고, 그 묶음의 질량이 몰질량이다. 전자의 자리는 확률로만 말할 수 있고 그 확률 분포가 오비탈이다.

다음 장은 이 전자 배치를 주기율표 위에 펼친다. 표의 모양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그리고 원소의 성질이 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지가 전부 전자 배치에서 나온다.

주기율표와 주기적 성질

4장 끝에서 산소·인·칼슘의 원자가전자 수가 각각 6, 5, 2 로 나왔고 그 원소들의 족 번호가 16, 15, 2 였다. 우연이 아니다. 주기율표는 원소를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표가 아니라 전자 배치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둘이다. 표가 왜 이런 모양인가, 그리고 표 위에서 성질이 어떻게 변해 가는가.

두 번째 물음이 이 장의 실질적인 목표다. 원소는 118가지가 있고 그 성질을 하나씩 외울 수는 없다. 대신 표 위의 위치에서 성질을 읽어내는 법을 익힌다. 그 도구는 사실상 하나, 유효핵전하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전자 배치, 오비탈, 이온화 에너지(4장의 마지막 예제에서 이름만 나왔다)다.

주기율표는 왜 이런 모양인가

멘델레예프가 1869년에 원소를 원자량 순으로 늘어놓고 성질이 비슷한 것끼리 같은 세로줄에 놓았을 때, 전자는커녕 원자핵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표가 맞았다. 심지어 빈칸을 남겨 두고 "여기 들어갈 원소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그 성질은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나중에 갈륨과 저마늄이 발견되어 예측과 거의 맞았다.

왜 맞았는지는 전자 배치를 알고 나서야 설명되었다.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은 가장 바깥 껍질의 전자 배치가 같다. 그것이 세로줄, 즉 족(group)이다. 가로줄은 주기(period)이고 껍질 번호 n 에 해당한다.

표의 구역이 채워지는 오비탈의 종류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왼쪽 두 줄이 s, 오른쪽 여섯 줄이 p, 가운데 열 줄이 d 다. 각 구역의 폭이 그 오비탈이 담는 전자 수와 같다는 것도 확인할 것
<표의 구역이 채워지는 오비탈의 종류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왼쪽 두 줄이 s, 오른쪽 여섯 줄이 p, 가운데 열 줄이 d 다. 각 구역의 폭이 그 오비탈이 담는 전자 수와 같다는 것도 확인할 것>[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어야 할 것은 구역의 폭이다. s 블록은 2줄, p 블록은 6줄, d 블록은 10줄, f 블록은 14줄이다. 이것은 각각 s 오비탈 1개, p 3개, d 5개, f 7개에 전자가 두 개씩 들어가는 수와 정확히 같다. 표의 모양이 곧 오비탈을 채우는 순서다.

몇 가지 이름을 정해 두자.

이름원자가전자 배치특징
1족 (H 제외)알칼리 금속ns¹전자 하나를 잘 내놓아 +1 이온이 된다. 물과 격렬히 반응
2족알칼리 토금속ns²+2 이온이 된다. 1족보다는 덜 격렬
3~12족전이 금속(n−1)d 를 채운다여러 산화수를 가진다. 색을 띠는 화합물이 많다
17족할로젠ns² np⁵전자 하나를 잘 받아 −1 이온이 된다. 반응성이 크다
18족비활성 기체ns² np⁶ (He 는 1s²)바깥 껍질이 꽉 차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여기서 주기율표를 쓰는 가장 실용적인 요령이 나온다. 주족 원소(1, 2, 13~18족)에서는 족 번호만 보면 원자가전자 수를 알 수 있다. 1족은 1개, 2족은 2개, 13족은 3개, 14족은 4개, … 18족은 8개다. 13족부터는 족 번호에서 10을 빼면 된다.

표를 세로로 가르는 또 하나의 선이 있다. 왼쪽과 가운데는 금속, 오른쪽 위는 비금속이고 그 경계에 걸친 몇 원소를 준금속이라 한다. 금속은 전자를 내놓아 양이온이 되려 하고 비금속은 전자를 받아 음이온이 되려 한다. 이 성향의 차이가 6장에서 결합의 종류를 가른다.

마지막으로 수소의 자리를 짚어 두자. 수소는 1s1 이라 1족에 놓지만 알칼리 금속과 성질이 전혀 다르다. 전자 하나를 잃어 H+ 가 되기도 하고 하나를 얻어 H 가 되기도 한다. 수소는 어디에도 잘 맞지 않는 예외라고 기억하는 편이 정확하다.

예제 29

다음 원소의 전자 배치로부터 주기와 족을 알아내라. (가) [Ne]3s23p4 (나) [Ar]4s2 (다) [Ar]4s23d104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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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순서는 둘이다. 가장 큰 주양자수가 주기이고, 그 껍질의 전자 수가 족을 정한다.

(가) 가장 큰 n 은 3이므로 3주기다. 3s 에 2개, 3p 에 4개로 바깥 껍질 전자가 6개이니 16족이다. 황(S)이다.

(나) 가장 큰 n 은 4이므로 4주기다. 4s 에 2개뿐이니 2족이다. 칼슘(Ca)이다.

(다) 가장 큰 n 은 4다. 4주기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3d 는 껍질 번호가 3이므로 바깥 껍질이 아니다. 바깥 껍질인 n=4 에는 4s 2개와 4p 1개로 3개가 있다.

주족 원소에서 원자가전자가 3개면 13족이다. 갈륨(Ga)이다.

(다)를 다른 방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르곤이 18번이고 거기에 전자를 2+10+1=13 개 더했으니 Z=31 이다. 주기율표에서 31번은 갈륨이다.

흔한 실수는 (다)에서 3d 의 10개까지 세어 13개라고 답하는 것이다. d 오비탈은 안쪽 껍질이므로 원자가전자에 넣지 않는다. 다만 전이 금속 자신에서는 d 전자도 반응에 참여하므로 "원자가전자"라는 말을 조심해서 써야 한다.

예제 30

멘델레예프는 규소 아래에 빈칸을 남기고 그 자리에 들어갈 원소를 "에카규소"라 부르며 원자량 약 72, 밀도 약 5.5g/cm3, 산화물의 화학식 XO2 로 예측했다. 그가 산화물의 화학식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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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의 근거는 같은 족이면 원자가전자 수가 같다는 것 하나다.

규소는 14족이므로 원자가전자가 4개이고, 산화물은 SiO2 다. 같은 족의 탄소도 CO2, 주석도 SnO2 를 만든다.

그러니 그 사이 빈칸의 원소도 원자가전자가 4개일 것이고 산화물은 XO2 여야 한다. 이것이 예측의 전부다.

원자량과 밀도는 위아래 이웃의 값을 평균하는 방식으로 어림했다. 규소(28)와 주석(119) 사이, 갈륨(70)과 비소(75) 사이에 있어야 하므로 72 쯤이 된다.

1886년에 발견된 저마늄은 원자량 72.6, 밀도 5.32g/cm3, 산화물 GeO2 였다. 예측과 거의 맞았다.

이 일화가 중요한 이유는 주기율표가 단순한 정리표가 아니라 예측하는 도구임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멘델레예프는 전자를 몰랐지만 "같은 세로줄은 성질이 되풀이된다"는 사실 하나로 이만큼을 했다. 지금 우리는 그 되풀이의 원인이 전자 배치라는 것까지 안다.

유효핵전하 — 경향을 읽는 하나의 도구

이 장의 나머지에서 다룰 성질은 원자 크기, 이온화 에너지, 전자 친화도, 전기음성도 넷이다. 놀랍게도 이 넷의 경향이 거의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그 이유가 유효핵전하다.

원자 속 전자 하나가 느끼는 끌림은 핵의 전하 그대로가 아니다. 사이에 다른 전자들이 있어 그중 일부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차폐(shielding)라 하고, 막고 남은 알짜 끌림을 유효핵전하 Zeff 라 한다.

나트륨의 바깥 전자는 +11 을 그대로 느끼지 않는다. 안쪽 전자 10개가 가려 주어 실제로는 +1 남짓만 느낀다. 오른쪽에 적은 두 경향이 이 장의 나머지를 전부 설명한다
<나트륨의 바깥 전자는 +11 을 그대로 느끼지 않는다. 안쪽 전자 10개가 가려 주어 실제로는 +1 남짓만 느낀다. 오른쪽에 적은 두 경향이 이 장의 나머지를 전부 설명한다>[원본 보기]

아주 거친 어림으로는 이렇게 쓴다.

ZeffZS

Z 는 양성자 수, S 는 차폐를 나타내는 수다. 안쪽 껍질의 전자는 거의 완전히 가려 주므로 하나당 약 1, 같은 껍질의 전자는 옆에 있어 잘 가리지 못하므로 하나당 훨씬 작은 값으로 센다.

여기서 두 가지 경향이 나온다. 이 장에서 이것만 확실히 해 두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두 번째 항목에서 "거리"가 왜 중요한지는 전기력의 성질에서 온다. 전하 사이의 끌림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히 약해진다. 껍질이 하나 늘어나는 것만으로 바깥 전자를 붙잡는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

예제 31

나트륨(Z=11)과 마그네슘(Z=12)의 바깥 전자가 느끼는 유효핵전하를 거친 어림으로 견주어라. 안쪽 껍질 전자는 하나당 1, 같은 껍질의 다른 전자는 하나당 0.35 로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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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자 배치를 적고 어느 전자가 안쪽이고 어느 전자가 같은 껍질인지 가른다.

Na:[Ne]3s1,Mg:[Ne]3s2

나트륨의 3s 전자에게 안쪽 껍질 전자는 10개이고 같은 껍질에는 다른 전자가 없다.

Zeff11(10)(1)(0)(0.35)=1.00

마그네슘의 3s 전자에게 안쪽은 똑같이 10개이고 같은 껍질에 다른 3s 전자가 하나 있다.

Zeff12(10)(1)(1)(0.35)=1.65

마그네슘 쪽이 크다. 양성자가 하나 늘었는데 새로 들어온 전자는 0.35 만큼만 가려 주므로 알짜로 10.35=0.65 만큼 늘었다.

이 차이가 여러 성질로 이어진다. 마그네슘의 바깥 전자가 더 세게 붙잡혀 있으므로 마그네슘 원자가 나트륨보다 작고, 전자 하나를 떼어내기도 더 어렵다. 실제로 원자 반지름은 나트륨 166 pm, 마그네슘 141 pm 이고, 첫 이온화 에너지는 496 과 738 kJ/mol 이다.

이 어림값은 대략적인 것이다. 정확한 계산법(슬레이터 규칙)이 따로 있지만, 경향을 읽는 데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진다"는 결론만으로 충분하다.

흔한 오해

"양성자가 많을수록 전자를 세게 끌어당기니, 원자번호가 클수록 원자가 작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세슘이 리튬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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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섞어 생각했기 때문이다. 끌어당기는 세기를 정하는 것은 전하만이 아니라 거리이기도 하다.

리튬은 전자가 n=2 껍질에 있고 세슘은 n=6 껍질에 있다. 껍질이 네 개나 더 붙어 있으므로 바깥 전자는 핵에서 훨씬 멀다.

그리고 그 사이의 전자들이 전부 차폐 노릇을 한다. 세슘의 양성자는 55개이지만 바깥 전자와 핵 사이에 54개의 전자가 끼어 있어, 바깥 전자가 실제로 느끼는 끌림은 리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된다. 같은 주기 안에서는 양성자 수의 효과가 이기고, 족을 따라 내려갈 때는 거리의 효과가 이긴다. 두 방향의 경향이 반대인 이유가 이것이다.

이 규칙이 무너지는 곳도 있다. d 블록이 끼어드는 6주기에서는 f 오비탈의 차폐가 유난히 나빠 예상보다 원자가 작아진다. 그 결과 5주기와 6주기의 전이 금속 크기가 거의 같아지는 일이 벌어진다.

원자와 이온의 크기

원자의 크기를 재는 것은 생각보다 애매하다. 전자구름에는 딱 잘라 끝나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같은 원자 두 개가 결합했을 때 핵 사이 거리의 절반을 반지름으로 삼는다. 이것을 공유결합 반지름이라 하고, 금속이나 비활성 기체에는 다른 정의를 쓴다. 정의가 여럿이라 값이 조금씩 다르므로 경향만 읽는 것이 안전하다.

주기 안에서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작아지고 새 주기가 시작될 때 뚝 커진다. 이 톱니 무늬가 주기율표의 주기성 그 자체다
<주기 안에서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작아지고 새 주기가 시작될 때 뚝 커진다. 이 톱니 무늬가 주기율표의 주기성 그 자체다>[원본 보기]

경향은 앞 절에서 이미 예고한 그대로다.

이온이 되면 크기가 크게 달라진다.

전자 수가 같은 이온들끼리 견주면 Zeff 의 효과만 남아 아주 깔끔하다. 전자 수가 같은 것들을 등전자 계열이라 한다.

예제 33

다음을 크기가 큰 것부터 늘어놓아라. (가) Na, Mg, K (나) O2, F, Na+, M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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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두 경향을 함께 쓴다. 나트륨과 마그네슘은 같은 3주기이고 마그네슘이 오른쪽이므로 마그네슘이 작다. 칼륨은 4주기라 껍질이 하나 더 있으므로 가장 크다.

K>Na>Mg

(나) 네 이온의 전자 수를 먼저 세어 본다.

O2:8+2=10,F:9+1=10,Na+:111=10,Mg2+:122=10

전부 10개다. 등전자 계열이다. 전자 수가 같으니 서로 밀어내는 정도는 같고, 다른 것은 양성자 수뿐이다.

양성자가 많을수록 같은 수의 전자를 더 세게 끌어당겨 작아진다. 양성자 수는 8, 9, 11, 12 이므로

O2>F>Na+>Mg2+

실제 값(pm)은 146, 133, 102, 72 로 순서가 맞고, 차이도 상당히 크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F (133 pm)가 Na+ (102 pm)보다 크다. 중성 원자로 보면 나트륨이 플루오린보다 훨씬 큰데 이온이 되면 뒤집힌다. 이온의 크기를 원자의 크기로 짐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다.

예제 34

염화나트륨 결정에서 Na+Cl 의 핵 사이 거리가 282pm 로 측정되었다. Na+ 의 반지름을 102pm 로 볼 때 Cl 의 반지름은 얼마인가? 중성 염소 원자의 공유결합 반지름 102pm 와 견주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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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온이 서로 맞닿아 있다고 보면 핵 사이 거리는 두 반지름의 합이다.

rNa++rCl=282pm

rCl=282102=180pm

중성 염소 원자의 반지름은 102pm 였으므로 이온이 되면서 약 1.8배로 커졌다. 부피로 치면 여섯 배 가까이 부풀었다.

왜 이렇게 크게 변하는가. 염소 원자는 양성자 17개가 전자 17개를 붙잡고 있었는데, 전자를 하나 받아 18개가 되면 양성자 수는 그대로다. 전자 하나하나가 받는 몫이 줄고 전자끼리 밀어내는 힘은 늘어난다. 그래서 전자구름 전체가 부푼다.

답이 말이 되는지 다른 방향으로도 확인해 보자. 앞 예제에서 F 가 133 pm 였다. 염소는 플루오린보다 한 주기 아래이므로 그보다 커야 하고, 180 pm 는 그 조건에 맞는다.

이 계산 방식에는 한계가 하나 있다. "두 이온이 딱 맞닿아 있다"는 것은 이온을 단단한 공으로 본 어림이다. 실제 전자구름은 조금 눌리기도 하고 겹치기도 하므로 이렇게 얻은 이온 반지름은 재는 방법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이온화 에너지

이온화 에너지(ionization energy)는 기체 상태의 원자에서 전자 하나를 떼어내는 데 드는 에너지다. 4장에서 수소에 대해 13.606eV 로 계산했던 그 값이다. 화학에서는 원자 하나가 아니라 1mol 을 기준으로 삼아 kJ/mol 로 적는다.

X(g)X+(g)+e(필요한 에너지=I1)

여기서 (g) 는 기체 상태라는 표시다. 기체로 못 박는 이유는, 액체나 고체에서는 이웃 원자와의 상호작용이 섞여 원자 자체의 성질을 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온화 에너지는 언제나 양수다. 붙잡혀 있는 전자를 떼어내려면 반드시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

봉우리는 언제나 비활성 기체이고 골은 언제나 알칼리 금속이다. 톱니 무늬가 원자 반지름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라는 점, 그리고 두 곳에서 작은 예외가 있다는 점을 함께 볼 것
<봉우리는 언제나 비활성 기체이고 골은 언제나 알칼리 금속이다. 톱니 무늬가 원자 반지름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라는 점, 그리고 두 곳에서 작은 예외가 있다는 점을 함께 볼 것>[원본 보기]

큰 경향은 반지름과 정확히 반대다.

그림에는 큰 경향을 거스르는 자리가 두 곳 있다. 이 예외가 오히려 오비탈 구조를 확인해 준다.

한 원자에서 전자를 계속 떼어낼 수도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전자를 떼는 데 드는 에너지를 I2,I3, 라 한다. 이미 양전하를 띤 이온에서 떼는 것이므로 언제나 I1<I2<I3< 다.

조금씩 오르다가 세 번째에서 다섯 배 넘게 뛴다. 그 도약 자리가 바깥 껍질이 비는 순간이고, 도약 직전까지의 개수가 곧 원자가전자 수다
<조금씩 오르다가 세 번째에서 다섯 배 넘게 뛴다. 그 도약 자리가 바깥 껍질이 비는 순간이고, 도약 직전까지의 개수가 곧 원자가전자 수다>[원본 보기]

그런데 조금씩 오르다가 갑자기 몇 배로 뛰는 자리가 있다. 바깥 껍질을 다 비우고 안쪽 껍질을 건드리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 도약 자리를 보면 그 원소의 원자가전자 수를 알 수 있다.

예제 35

다음을 첫 이온화 에너지가 큰 것부터 늘어놓아라. (가) Li, Be, B (나) Na, Mg, Al,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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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큰 경향만 보면 Li<Be<B 여야 한다. 그런데 Be 에서 B 로 가는 자리가 앞에서 말한 예외다.

베릴륨은 1s22s2 로 2s 가 꽉 찼고, 붕소는 1s22s22p1 로 2p 에 하나가 얹혀 있다. 얹힌 2p 전자는 2s 보다 에너지가 높아 떼어내기 쉽다.

Be>B>Li

실제 값은 899, 801, 520 kJ/mol 이다.

(나)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Na → Mg 는 큰 경향대로 오르고, Mg → Al 은 (가)와 같은 이유로 떨어진다. 아르곤은 같은 주기의 오른쪽 끝이라 가장 크다.

Ar>Mg>Al>Na

실제 값은 1521, 738, 578, 496 kJ/mol 이다.

두 문제 모두에서 요령은 같다. 먼저 큰 경향으로 순서를 잡고, 2족→13족과 15족→16족 자리에서만 뒤집힌 것이 없는지 확인한다. 예외는 이 두 곳뿐이다.

예제 36

어떤 3주기 원소의 연속 이온화 에너지가 kJ/mol 단위로 다음과 같다. 578, 1817, 2745, 11577, 14842. 이 원소는 몇 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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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원자가전자 수다. 값들을 차례로 보면서 어디서 갑자기 뛰는지를 찾는다.

이웃한 값의 비를 계산해 보면 뚜렷하다.

1817578=3.1,27451817=1.5,115772745=4.2,1484211577=1.3

세 번째에서 네 번째로 갈 때 4.2배로 뛴다. 앞의 두 배율(3.1, 1.5)이나 뒤의 1.3 과 견주면 확연히 크다.

그러니 전자 세 개까지는 바깥 껍질에서 빠지고, 네 번째부터는 안쪽 껍질을 건드린다는 뜻이다. 원자가전자가 3개이므로 13족이다.

3주기의 13족은 알루미늄이다. 전자 배치가 [Ne]3s23p1 이므로 세 개를 빼면 네온과 같아지고, 그다음은 꽉 찬 껍질을 깨야 하니 어려워진다.

이 방법이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전자 배치를 모르는 원소라도 실험으로 잰 이온화 에너지만 보면 원자가전자 수를 알 수 있다. 도약 직전까지 센 개수가 답이다. 그리고 알루미늄이 화합물에서 늘 Al3+ 로 나타나고 Al4+ 는 없는 이유도 이 표에 그대로 적혀 있다. 네 번째 전자를 떼는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

예제 37

헬륨의 첫 이온화 에너지는 2372kJ/mol 로 모든 원소 중 가장 크다. 왜 그런지 설명하고, 이것이 헬륨의 화학적 성질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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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셋이 겹친다.

첫째, 헬륨의 전자는 n=1 껍질에 있다. 가장 안쪽이므로 핵에 가장 가깝고, 거리가 가까우면 끌림이 세다.

둘째, 안쪽에 다른 껍질이 없다. 차폐해 줄 전자가 아예 없으므로 같은 껍질의 다른 전자 하나만 조금 가릴 뿐이다. Zeff 가 2에 가깝다.

셋째, 1s2 는 그 껍질이 담을 수 있는 최대치라 꽉 찬 상태다. 꽉 찬 껍질을 깨는 데는 추가 비용이 든다.

화학적 성질로 이어지는 길은 곧바르다. 전자를 내놓으려면 2372kJ/mol 를 들여야 하는데, 화학 반응에서 오가는 에너지는 보통 수백 kJ/mol 규모다. 화학 반응이 감당할 수 있는 값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자를 받을 자리도 없다. 1s 는 꽉 찼고 다음 자리인 2s 는 너무 높다.

그래서 헬륨은 사실상 아무 화합물도 만들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다른 비활성 기체도 반응성이 아주 낮다. 다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이온화 에너지가 작아지므로 제논은 플루오린 같은 강한 상대와는 화합물을 만든다. "비활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다.

전자 친화도와 전기음성도

이온화 에너지가 "전자를 얼마나 놓기 싫어하는가"라면, 그 반대 방향도 물어야 한다.

전자 친화도(electron affinity)는 기체 상태의 원자가 전자 하나를 받을 때 내놓는 에너지다.

X(g)+eX(g)(내놓는 에너지=Eea)

값이 클수록 전자를 잘 받는다. 할로젠이 가장 크고(염소 349, 플루오린 328 kJ/mol), 비활성 기체와 2족은 사실상 전자를 받지 않는다. 받을 빈자리가 없거나 새 껍질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호 약속을 조심해야 한다. 이 문서는 "내놓는 에너지"로 정의하므로 전자를 잘 받는 원소일수록 값이 크고 양수다. 다른 책에서는 에너지 변화 ΔE 로 정의해 부호가 반대인 경우가 있으므로, 표를 볼 때 어느 약속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온화 에너지와 전자 친화도는 모두 고립된 원자 하나에 대한 값이다. 그런데 화학에서 실제로 궁금한 것은 "결합을 이룬 상태에서 어느 쪽이 전자를 더 끌어당기는가"다. 이것을 위해 만든 것이 전기음성도(electronegativity)다.

전기음성도는 재는 양이 아니라 여러 자료로부터 짜맞춘 상대적인 수다. 가장 널리 쓰이는 폴링 척도에서는 가장 센 플루오린을 3.98 로 잡고 나머지를 그에 맞춰 매긴다. 단위가 없다.

원소전기음성도 (폴링)메모
F3.98가장 크다
O3.44
N3.04
Cl3.16산소보다 조금 작다
C2.55
H2.20탄소와 비슷해 C-H 결합은 거의 무극성
Na0.93
Cs0.79가장 작은 축

경향은 이온화 에너지와 같다. 오른쪽 위로 갈수록 크고 왼쪽 아래로 갈수록 작다. 비활성 기체는 결합을 거의 만들지 않으므로 값을 매기지 않거나 따로 취급한다.

전기음성도가 중요한 이유는 6장에서 밝혀진다. 결합한 두 원자의 전기음성도 차이가 그 결합이 이온결합인지 극성 공유결합인지 무극성 공유결합인지를 가른다.

예제 38

다음 결합에서 어느 원자 쪽으로 전자가 치우치는지 판정하고, 치우침이 큰 순서대로 늘어놓아라. HF, HCl, CH, Na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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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준은 전기음성도가 큰 쪽으로 전자가 끌려간다는 것이고, 치우침의 크기는 두 값의 차이로 잰다.

HF:|2.203.98|=1.78(F 쪽으로)

HCl:|2.203.16|=0.96(Cl 쪽으로)

CH:|2.552.20|=0.35(C 쪽으로)

NaCl:|0.933.16|=2.23(Cl 쪽으로)

큰 순서로 늘어놓으면

NaCl>HF>HCl>CH

읽을 것이 몇 가지 있다. NaCl 은 차이가 2를 넘는데, 이 정도면 전자가 "치우친" 것이 아니라 아예 넘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소금은 Na+Cl 로 이루어진 이온 결합 물질이다.

반대로 CH 는 차이가 0.35 로 아주 작다. 사실상 무극성이라고 본다. 기름과 지방이 물에 녹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분자들은 대부분 CH 결합으로 되어 있어 전기적으로 밋밋한데, 물은 심하게 치우친 분자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CH 에서 탄소 쪽으로 치우친다는 결과에 주의하자. 수소가 언제나 전자를 내주는 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대에 따라 다르다.

흔한 오해

"플루오린은 전기음성도가 가장 크니 전자 친화도도 가장 커야 한다. 그런데 표에서는 염소가 더 크다. 표가 틀린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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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가 맞다. 두 양이 서로 다른 것을 재기 때문이다.

전자 친화도는 고립된 원자 하나가 전자를 받을 때의 값이다. 플루오린 원자는 아주 작아서 전자구름이 좁은 공간에 몰려 있다. 여기에 전자를 하나 더 밀어 넣으면 기존 전자들과 심하게 부딪힌다. 이 반발이 "전자를 끌어당기는 이득"의 일부를 깎아먹는다.

염소는 한 주기 아래라 껍질이 더 넓다. 끌어당기는 힘은 플루오린보다 약하지만 새 전자를 받아들일 공간이 넉넉해서, 두 효과를 합치면 오히려 염소 쪽이 유리해진다.

반면 전기음성도는 결합을 이룬 상태에서 공유 전자를 얼마나 끌어당기는가를 나타낸다. 이 경우 전자는 두 원자 사이에 있으므로 좁은 공간에 억지로 밀어 넣는 문제가 없다. 순수하게 끌어당기는 세기만 겨루면 플루오린이 이긴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자 친화도는 전자 하나를 완전히 받아들이는 값, 전기음성도는 공유 전자를 당기는 세기. 두 양이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가지만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로 플루오린 분자 F2 의 결합이 예상보다 약하다. 작은 원자 두 개가 붙으면 서로의 홀전자쌍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6장에서 결합 에너지를 다룰 때 다시 나온다.

족마다 다른 얼굴

지금까지는 표 전체를 가로지르는 경향을 보았다. 이제 몇몇 족의 개성을 짧게 정리한다. 여기 나오는 사실들은 뒤의 장에서 예제의 재료로 계속 쓰인다.

1족 알칼리 금속(Li, Na, K, Rb, Cs) — 원자가전자가 하나뿐이고 이온화 에너지가 가장 작다. 그래서 전자 하나를 아주 쉽게 내놓고 +1 이온이 된다. 칼로 잘릴 만큼 무르고, 물과 만나면 수소 기체를 내며 격렬하게 반응한다.

2Na(s)+2H2O(l)2NaOH(aq)+H2(g)

여기서 (s) 는 고체, (l) 은 액체, (aq) 는 물에 녹아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표시는 8장에서 반응식을 본격적으로 다룰 때 계속 쓴다. 반응성은 아래로 갈수록 세진다. 이온화 에너지가 작아지기 때문이고, 세슘은 물에 닿는 순간 폭발한다.

2족 알칼리 토금속(Be, Mg, Ca, Ba) — 원자가전자가 둘이고 +2 이온이 된다. 1족보다 이온화 에너지가 커서 반응성이 덜하다. 전자를 두 개나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뼈와 조개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CaCO3 가 이 족이다.

17족 할로젠(F, Cl, Br, I) — 전자 하나만 받으면 비활성 기체 배치가 되므로 전자를 아주 잘 받아 1 이온이 된다. 반응성은 위로 갈수록 세다. 알칼리 금속과 정반대 방향이다. 원자 상태로는 불안정해서 자연에서는 F2, Cl2 처럼 둘씩 짝지은 분자로 존재한다.

18족 비활성 기체(He, Ne, Ar, Kr, Xe) — 바깥 껍질이 꽉 차 있어 전자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려 한다. 그래서 홀로 원자 상태로 떠다닌다. 다만 아래로 갈수록 이온화 에너지가 작아지므로 제논 정도가 되면 플루오린 같은 강한 상대와 화합물을 만든다.

전이 금속(3~12족) — d 오비탈을 채우는 무리다. 주족 원소와 다른 점이 셋 있다. 첫째, 한 원소가 여러 가지 이온이 된다. 철이 Fe2+ 도 되고 Fe3+ 도 되는 것은 4s 와 3d 의 에너지 차이가 작기 때문이다. 둘째, 화합물이 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셋째, 같은 주기 안에서 성질 차이가 주족보다 작다. d 전자가 안쪽에 들어가 바깥에서 보이는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제 40

리튬, 나트륨, 칼륨 조각을 각각 같은 양의 물에 넣었다. 반응이 격렬한 순서를 예측하고 이유를 말하라. 또 플루오린과 아이오딘 중 어느 쪽이 반응성이 큰지도 판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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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 금속이 물과 반응하는 첫 단계는 전자 하나를 내놓는 것이다. 그러니 이온화 에너지가 작을수록 격렬하다.

이온화 에너지는 족을 따라 아래로 갈수록 작아지므로

K>Na>Li

순서로 격렬하다. 실제로 리튬은 조용히 거품을 내고, 나트륨은 녹아 구슬이 되어 달리며, 칼륨은 불꽃을 낸다.

할로젠은 방향이 반대다. 할로젠이 반응하는 첫 단계는 전자 하나를 받는 것이므로, 전자를 잘 받는 쪽이 반응성이 크다. 그것은 위쪽이다.

F2>I2

두 무리의 방향이 반대라는 것이 이 문제의 요점이다. 헷갈리지 않는 요령은 "그 원소가 반응할 때 무엇을 하려 하는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내놓으려 하면 이온화 에너지가 작은 쪽이 유리하고, 받으려 하면 전자를 당기는 힘이 센 쪽이 유리하다.

앞 예제의 전자 친화도 이야기 때문에 "염소가 플루오린보다 전자를 잘 받으니 반응성도 더 커야 하지 않나"라고 물을 수 있다. 실제 반응에서는 전자 친화도만이 아니라 F2 결합을 끊는 비용, 생성된 이온이 얻는 안정성 등이 함께 작용하고, 그 총합에서 플루오린이 이긴다.

예제 41

다음 원소가 화합물에서 어떤 전하의 이온이 될지 예측하라. (가) 칼슘 (나) 알루미늄 (다) 황 (라) 브로민. 그리고 (가)와 (라)가 만나면 어떤 화학식의 화합물이 될지도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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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준은 하나다. 가장 가까운 비활성 기체 배치가 되려면 전자를 몇 개 주고받아야 하는가.

(가) 칼슘은 2족이므로 원자가전자가 2개다. 두 개를 버리면 아르곤 배치가 된다. Ca2+.

(나) 알루미늄은 13족이므로 3개다. 세 개를 버리면 네온 배치다. Al3+.

(다) 황은 16족이므로 6개다. 두 개를 버리는 것보다 두 개를 받아 8개를 채우는 편이 훨씬 쉽다. S2.

(라) 브로민은 17족이므로 7개다. 하나만 받으면 된다. Br.

마지막 물음. 화합물 전체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야 하므로 양전하 총합과 음전하 총합이 같아야 한다.

Ca2+ 하나가 내놓는 +2 를 상쇄하려면 Br 가 두 개 필요하다.

CaBr2

요령이 하나 있다. 전하의 크기를 서로 엇바꿔 아래첨자로 쓰면 된다. Ca2+Br 이면 2와 1을 엇바꿔 Ca1Br2, 즉 CaBr2 다. 1은 적지 않는다.

알루미늄과 황이라면 3과 2를 엇바꿔 Al2S3 가 된다. 다만 엇바꾼 수에 공약수가 있으면 약분해야 한다. Mg2+O2Mg2O2 가 아니라 MgO 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용어부터 모은다.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족 / 주기세로줄 / 가로줄없음족 = 바깥 껍질 배치, 주기 = 껍질 번호 n
Z(eff)유효핵전하없음Z − S. 이 장의 모든 경향을 설명하는 하나의 도구
I(1), I(2), …연속 이온화 에너지kJ/mol언제나 양수이고 뒤로 갈수록 커진다
E(ea)전자 친화도kJ/mol전자를 받을 때 내놓는 에너지. 책마다 부호 약속이 다르다
전기음성도결합 전자를 당기는 세기없음폴링 척도에서 F 가 3.98 로 최대
(g)기체 상태 표시원자 자체의 성질을 재려면 기체로 못 박아야 한다

경향은 이렇게 정리된다. 두 방향만 기억하면 된다.

성질주기 안에서 오른쪽으로족을 따라 아래로이유
원자 반지름작아진다커진다Z(eff) 증가 / 껍질 추가
이온화 에너지커진다작아진다반지름과 반대
전자 친화도대체로 커진다대체로 작아진다예외가 많아 경향이 덜 뚜렷하다
전기음성도커진다작아진다오른쪽 위(F)가 최대
금속성약해진다강해진다전자를 내놓기 쉬울수록 금속답다

예외로 기억할 것은 이온화 에너지의 두 곳뿐이다. 2족 → 13족(s 에서 p 로 넘어간다), 15족 → 16족(짝 없이 흩어져 있던 전자가 짝을 이룬다).

이 장의 뼈대는 한 문장이다. 주기율표 위의 위치가 전자 배치를 알려주고, 전자 배치가 유효핵전하를 정하고, 유효핵전하가 나머지 모든 성질을 정한다.

다음 장은 이 원소들이 서로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다룬다. 전자를 내놓고 싶어 하는 쪽과 받고 싶어 하는 쪽이 만나면 이온결합이 되고, 둘 다 받고 싶어 하면 나눠 갖는 공유결합이 된다. 이 장에서 익힌 전기음성도가 그 판정 기준이 된다.

화학 결합

5장 끝에서 "전자를 내놓고 싶어 하는 쪽과 받고 싶어 하는 쪽"이라는 말을 했다. 이 장은 그 둘이 실제로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다룬다.

답할 질문은 셋이다. 원자는 왜 결합하는가, 결합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그리고 결합한 분자는 어떤 모양이 되는가.

세 번째 질문이 이 장에서 가장 실용적이다. 분자의 모양이 그 물질의 거의 모든 성질을 정한다. 물이 상온에서 액체인 것도, 기름이 물에 녹지 않는 것도, 약이 몸 안에서 특정 자리에만 들러붙는 것도 모양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장에는 그림이 많다. 그림을 건너뛰면 읽히지 않는 장이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원자가전자, 전기음성도, 오비탈의 모양이다.

원자는 왜 결합하는가

답은 한 문장이다. 결합하면 에너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자연은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가려 한다. 공이 언덕 아래로 구르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원자 둘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에너지가 낮아지는 자리가 있으면 거기 자리를 잡고, 그 상태를 우리가 "결합했다"고 부른다.

멀 때는 아무 일도 없고, 가까워지면 에너지가 낮아지다가, 너무 가까우면 핵끼리 밀어내 치솟는다. 가장 낮은 자리의 거리가 결합 길이이고 그 깊이가 결합 에너지다
<멀 때는 아무 일도 없고, 가까워지면 에너지가 낮아지다가, 너무 가까우면 핵끼리 밀어내 치솟는다. 가장 낮은 자리의 거리가 결합 길이이고 그 깊이가 결합 에너지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세 구간을 읽어야 한다.

가장 낮은 자리가 있는 것은 두 힘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 자리의 거리를 결합 길이(bond length), 그 자리에서 원자 둘로 다시 떼어놓는 데 드는 에너지를 결합 에너지(bond energy)라 한다. 수소 분자에서는 각각 74pm436kJ/mol 다.

그런데 어떻게 에너지를 낮출 것인가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판정의 기준선을 하나 정해 두면 편하다. 폴링 척도의 전기음성도 차이를 Δχ(카이)라 할 때, 대략 Δχ>1.7 이면 이온 결합, 0.4<Δχ<1.7 이면 극성 공유 결합, Δχ<0.4 이면 무극성 공유 결합으로 본다.

다만 이 값은 편의를 위한 눈금일 뿐이고 세 종류가 딱 잘라 나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결합은 완전한 이온 결합과 완전한 공유 결합 사이의 어딘가에 놓인다. 경계선을 외우려 하지 말고 "차이가 클수록 이온 쪽"이라는 연속적인 그림을 가지는 편이 낫다.

셋째 종류도 있다. 금속 원자끼리 만나면 원자가전자가 특정 원자에 매이지 않고 덩어리 전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것을 금속 결합이라 한다. 금속이 전기와 열을 잘 통하고, 두드리면 깨지지 않고 펴지는 이유가 이 자유로운 전자다.

예제 42

다음 결합을 전기음성도 차이로 판정하라. 전기음성도는 K0.82, Cl3.16, H2.20, O3.44, C2.55, S2.58 을 쓴다. (가) KCl (나) OH (다) 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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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하나씩 구해 기준선과 견준다.

(가) |0.823.16|=2.34. 1.7 을 크게 넘으므로 이온 결합이다. 칼륨이 전자를 내주고 K+Cl 가 된다.

(나) |2.203.44|=1.24. 0.4 와 1.7 사이이므로 극성 공유 결합이다. 전자쌍을 나눠 갖되 산소 쪽으로 치우친다.

(다) |2.552.58|=0.03. 0.4 보다 훨씬 작으므로 무극성 공유 결합이다.

(다)의 결과가 뜻밖일 수 있다. 탄소와 황은 전혀 다른 원소인데 전기음성도가 거의 같다. 주기율표에서 황은 탄소보다 한 주기 아래이면서 두 족 오른쪽이라, 아래로 내려가는 효과와 오른쪽으로 가는 효과가 서로 상쇄된 것이다.

이런 대각선 방향의 상쇄는 표 곳곳에서 나타난다. 리튬과 마그네슘, 베릴륨과 알루미늄의 성질이 닮은 것도 같은 이유다.

흔한 오해

"결합이 만들어질 때 에너지를 흡수하는가, 방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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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한다. 그림에서 에너지가 내려가기 때문이다.

헷갈리는 이유는 "결합을 만들려면 힘이 드니까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라는 일상적인 직관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반대다.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가는 것이 저절로 일어나는 일이고, 낮아진 만큼은 밖으로 나간다.

그래서 규칙이 이렇게 정리된다. 결합을 만들면 에너지가 나오고, 결합을 끊으려면 에너지를 넣어야 한다.

이 규칙은 뒤에서 반응의 에너지를 계산할 때 뼈대가 된다. 어떤 반응이 열을 내는지 흡수하는지는 "끊은 결합에 든 에너지"와 "만든 결합에서 나온 에너지"를 견주면 알 수 있다. 나무가 탈 때 뜨거운 것은 새로 만들어지는 C=OOH 결합이 끊어진 결합보다 훨씬 튼튼하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짚어 두자. "결합 에너지가 크면 그 결합이 잘 만들어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결합 에너지가 크다는 것은 끊기 어렵다는 뜻이다. 질소 분자의 삼중결합은 945kJ/mol 로 아주 커서, 공기 중에 질소가 그렇게 많은데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이온 결합

금속과 비금속이 만나면 전자가 아예 넘어간다. 나트륨은 전자 하나를 버려 네온 배치가 되고, 염소는 그 전자를 받아 아르곤 배치가 된다.

NaNa++e,Cl+eCl

그 결과 생긴 양이온과 음이온이 서로 끌어당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끌림에 방향이 없다는 점이다. Na+ 는 자기 짝인 특정 Cl 하나만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둘레의 모든 음이온을 끌어당긴다.

이온 결합 물질에는 분자라는 단위가 없다. NaCl 은 개수비를 적은 화학식이지 분자식이 아니다. 모든 이온이 반대 부호 이웃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녹는점이 높은 이유다
<이온 결합 물질에는 분자라는 단위가 없다. NaCl 은 개수비를 적은 화학식이지 분자식이 아니다. 모든 이온이 반대 부호 이웃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녹는점이 높은 이유다>[원본 보기]

그래서 이온 결합 물질은 분자를 만들지 않고 결정이 된다. NaCl 이라는 화학식은 "나트륨과 염소가 1대1 개수비로 있다"는 뜻이지 "NaCl 분자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 개수비만 나타내는 식을 화학식 단위라 하고, 그 질량을 분자량 대신 화학식량이라 부른다.

이온 결정을 이온 하나하나로 완전히 흩어 놓는 데 드는 에너지를 격자 에너지(lattice energy)라 한다. 값이 클수록 결정이 단단하다. 이 값을 정하는 것은 두 가지다.

표를 보면 이 규칙이 그대로 드러난다.

물질이온의 전하격자 에너지 (kJ/mol)녹는점 (°C)
NaCl+1, −1약 787801
KCl+1, −1약 715770
MgO+2, −2약 37952852
CaO+2, −2약 34142613

MgONaCl 의 다섯 배 가까이 큰 이유는 전하의 곱이 2×2=41×1=1 의 네 배이고, 게다가 이온이 작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녹는점이 2852C 나 된다. 내화 벽돌에 산화마그네슘을 쓰는 이유다.

이온 결정의 성질은 이 구조에서 곧바로 따라 나온다.

예제 44

NaF, MgO, KBr 를 격자 에너지가 큰 것부터 늘어놓고 이유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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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준을 순서대로 적용한다. 먼저 전하, 같으면 크기다.

전하부터 본다. MgOMg2+O2 로 전하의 곱이 4이고, 나머지 둘은 1이다. 전하의 효과가 압도적이므로 MgO 가 단연 크다.

남은 둘은 전하가 같으므로 크기로 가른다. Na+F 는 2주기, K+Br 는 각각 4주기다. 아래로 갈수록 이온이 크므로 KBr 쪽이 이온 사이 거리가 멀고 끌림이 약하다.

MgO>NaF>KBr

실제 값은 약 3795, 923, 682 kJ/mol 다.

여기서 자릿수 감각을 하나 얻자. 전하를 한 단계 올리는 것이 크기를 한 주기 바꾸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낸다. 격자 에너지를 예측할 때는 전하부터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예제 45

소금(NaCl)과 설탕(C12H22O11)은 둘 다 흰 결정이고 물에 잘 녹는다. 두 물질을 구별하는 실험을 하나 제안하고, 왜 그 실험이 통하는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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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물질의 결정적인 차이는 결합의 종류다. 소금은 이온 결합 물질이고 설탕은 공유 결합으로 된 분자 물질이다. 이 차이가 드러나는 성질을 고르면 된다.

가장 간단한 실험은 물에 녹인 뒤 전기가 통하는지 보는 것이다.

소금이 녹으면 Na+Cl 가 물속에서 따로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 전하를 나르는 것이 있으므로 전기가 통한다. 설탕이 녹으면 설탕 분자가 통째로 흩어질 뿐 전하를 띤 것이 생기지 않는다. 통하지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가열해 보는 것이다. 소금의 녹는점은 801C 로 부엌 불로는 어림도 없다. 설탕은 160C 근처에서 녹아 캐러멜이 된다. 프라이팬에 올려 보면 몇 초 안에 갈린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소금을 녹이려면 결정 전체에 걸친 이온 끌림을 이겨야 한다. 설탕을 녹일 때 끊어야 하는 것은 분자 사이의 약한 힘뿐이고, 분자 의 공유 결합은 그대로 남는다. 이 구분은 7장의 주제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물에 녹지 않는 액체(기름 등)에 녹여 보는 방법도 있다. 이유는 6장 끝에서 극성을 다룬 뒤에 분명해진다.

루이스 구조 — 전자를 눈에 보이게 그리기

공유 결합은 전자쌍을 나눠 갖는 것이다. 그 전자쌍을 종이 위에 그려 관리하는 방법이 루이스 구조(Lewis structure)다.

약속은 둘뿐이다. 두 원자가 공유한 전자쌍은 선 하나로, 한 원자에만 속한 전자쌍(홀전자쌍, 비공유 전자쌍)은 점 두 개로 그린다.

선 하나가 전자 두 개, 점 두 개가 전자 두 개다. 어느 원자든 둘레의 전자를 세면 8개(수소는 2개)가 되도록 그리는 것이 기본이다. 오존처럼 한 가지로 적을 수 없으면 여러 구조를 함께 적는다
<선 하나가 전자 두 개, 점 두 개가 전자 두 개다. 어느 원자든 둘레의 전자를 세면 8개(수소는 2개)가 되도록 그리는 것이 기본이다. 오존처럼 한 가지로 적을 수 없으면 여러 구조를 함께 적는다>[원본 보기]

그리는 목표는 옥텟 규칙이다. 각 원자가 둘레에 전자 8개를 갖도록 하는 것이고, 수소만 2개다. 8개가 목표인 이유는 5장에서 보았듯 비활성 기체의 배치가 안정하기 때문이다.

순서를 정해 두면 거의 기계적으로 그려진다.

3번(바깥 원자부터 채운다)과 5번(모자라면 결합을 늘린다)의 순서를 바꾸면 엉뚱한 구조가 나온다. 5번에서 전자 총수는 변하지 않고 자리만 옮긴다는 것이 핵심이다
<3번(바깥 원자부터 채운다)과 5번(모자라면 결합을 늘린다)의 순서를 바꾸면 엉뚱한 구조가 나온다. 5번에서 전자 총수는 변하지 않고 자리만 옮긴다는 것이 핵심이다>[원본 보기]

특히 5번을 오해하지 말자. 이중결합을 만든다고 전자가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깥 원자에 붙어 있던 홀전자쌍을 결합 자리로 옮기는 것일 뿐이다.

그려 놓은 구조가 그럴듯한지 검산하는 방법이 있다. 형식전하(formal charge)다.

(형식전하)=(원자가전자 수)(홀전자 수)(결합 수)

여기서 홀전자 수는 그 원자에만 속한 전자의 개수(점의 개수)이고, 결합 수는 그 원자에서 뻗어 나온 선의 개수다. 이중결합은 2로, 삼중결합은 3으로 센다. 뜻은 "공유 전자를 정확히 반씩 나눴다고 치면 이 원자에게 전자가 몇 개 남는가"다.

형식전하가 0에 가까울수록 좋은 구조이고, 음전하는 전기음성도가 큰 원자에 있는 편이 낫다. 형식전하의 합은 언제나 분자 전체의 전하와 같아야 하므로 검산에도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구조로 다 적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오존 O3 이 그렇다. 이중결합을 왼쪽에 그려도 오른쪽에 그려도 똑같이 그럴듯하다. 이럴 때는 여러 구조를 모두 적고 양쪽 화살표로 잇는다. 이것을 공명(resonance)이라 한다.

공명에 대한 오해가 흔하니 분명히 해 두자. 분자가 두 구조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모습은 두 구조의 중간이고, 오존의 두 결합은 실제로 길이가 똑같다. 우리가 쓰는 "선과 점"이라는 표기법이 부족해서 한 그림으로 못 담을 뿐이다.

예제 46

CO2 의 루이스 구조를 절차에 따라 그리고 형식전하로 검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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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원자가전자를 센다. 탄소는 14족이라 4개, 산소는 16족이라 6개씩이다.

4+2(6)=16

2번, 뼈대를 잡는다. 전기음성도가 작은 탄소가 가운데다. 단일결합 두 개로 잇는다.

OCO

결합 두 개에 전자 4개를 썼으므로 164=12 개가 남았다.

3번, 바깥 원자부터 채운다. 산소 하나에 이미 결합 전자 2개가 있으니 6개씩 더 붙이면 8개가 된다. 두 산소에 6×2=12 개를 쓴다. 남은 전자는 0이다.

4번, 남은 것이 없으니 건너뛴다.

5번, 탄소를 본다. 결합 두 개뿐이라 전자가 4개밖에 없다. 8개에 모자란다. 그러니 각 산소에서 홀전자쌍 하나씩을 끌어와 이중결합으로 만든다.

O=C=O

이제 탄소는 결합 4개, 즉 전자 8개다. 산소는 각각 결합 2개(전자 4개)와 홀전자쌍 2개(전자 4개)로 8개다. 모두 옥텟이다.

6번, 형식전하로 검산한다.

탄소: 원자가전자 4, 홀전자 0, 결합 4 이므로 404=0.

산소 각각: 원자가전자 6, 홀전자 4, 결합 2 이므로 642=0.

전부 0이고 합도 0이므로 중성 분자와 맞는다. 아주 좋은 구조다.

만약 5번에서 산소 한쪽에서만 두 쌍을 끌어와 OCO 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탄소는 옥텟을 채우지만 형식전하가 삼중결합 쪽 산소에서 623=+1, 단일결합 쪽에서 661=1 이 된다. 합은 0이라 규칙을 어기지는 않지만 0에서 멀어졌으므로 덜 좋은 구조다.

예제 47

NH3SO2 의 루이스 구조를 그려라. SO2 에서는 공명 구조가 나오는지도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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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3 부터. 질소는 15족이라 5개, 수소는 1개씩이므로 원자가전자는 5+3(1)=8 개다.

질소를 가운데 두고 수소 세 개를 단일결합으로 잇는다. 결합 3개에 6개를 썼으므로 2개가 남는다.

수소는 결합 하나로 이미 2개를 채웠으니 더 붙일 곳이 없다. 남은 2개는 4번 규칙에 따라 질소에 올린다.

결과는 질소에 결합 3개와 홀전자쌍 1개다. 질소 둘레의 전자는 6+2=8 개로 옥텟이 맞는다.

형식전하는 질소가 523=0, 수소가 101=0 이다.

이제 SO2. 황과 산소 모두 16족이라 6개씩이므로 3(6)=18 개다.

황을 가운데 두고 단일결합 두 개로 이으면 4개를 쓰고 14개가 남는다. 바깥 산소 둘에 6개씩 12개를 붙이면 2개가 남고, 그 2개를 황에 올린다.

여기서 황을 세어 보면 결합 2개(4개)와 홀전자쌍 1개(2개)로 6개뿐이다. 옥텟에 모자란다. 5번에 따라 산소 한쪽에서 홀전자쌍을 끌어와 이중결합으로 바꾼다.

이제 황은 8개다. 그런데 어느 쪽 산소에서 끌어올지 정할 근거가 없다. 왼쪽에서 끌어와도 오른쪽에서 끌어와도 똑같이 그럴듯하다. 그러니 두 구조를 모두 적고 양쪽 화살표로 잇는다. 공명이다.

실제 SO2 의 두 결합은 길이가 같고, 그 값은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의 중간이다. 두 구조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중간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황은 3주기라 옥텟을 넘어설 수도 있어서, 두 결합을 모두 이중으로 그리는 구조도 쓰인다. 그 경우 형식전하가 전부 0이 되어 더 좋아 보이지만, 계산 결과에 따라 어느 쪽이 실제에 가까운지는 논쟁이 있다. 루이스 구조는 편리한 그림이지 실제 그 자체는 아니다.

흔한 오해

"옥텟 규칙은 모든 원자에 성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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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예외가 셋 있고, 셋 다 흔하다.

전자가 모자란 경우. BF3 에서 붕소는 결합 3개로 전자가 6개뿐이다. 붕소는 원자가전자가 3개라 8개를 채울 방법이 없다. 이런 분자는 전자쌍을 받아들이려는 성질이 강해 반응성이 크다.

전자가 홀수인 경우. NO 의 원자가전자는 5+6=11 개로 홀수다. 어떻게 그려도 전자 하나는 짝을 찾지 못한다. 이런 분자를 라디칼이라 하고 매우 반응성이 크다.

옥텟을 넘는 경우. PCl5 의 인은 결합 5개로 전자 10개, SF6 의 황은 결합 6개로 12개다. 이것은 3주기 아래에서만 일어난다. 2주기 원소는 절대 옥텟을 넘지 못한다.

2주기가 예외 없는 이유가 중요하다. 2주기 원소가 쓸 수 있는 오비탈은 2s 하나와 2p 셋, 모두 넷뿐이다. 오비탈 하나에 전자 두 개씩이니 최대 8개다. 물리적으로 더 넣을 자리가 없다.

그래서 실전 요령은 이렇다. 질소·산소·플루오린·탄소가 8개를 넘는 구조를 그렸다면 반드시 틀린 것이다. 반면 인·황·염소가 8개를 넘는 것은 괜찮다.

VSEPR — 분자의 모양

루이스 구조는 "어느 원자가 어느 원자와 붙었는가"를 알려주지만 평면 위의 그림이다. 실제 분자는 삼차원이고, 그 모양을 예측하는 방법이 VSEPR(원자가껍질 전자쌍 반발) 이론이다.

원리는 한 문장이다.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쌍들은 서로 밀어내므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배치를 잡는다.

모양은 두 단계로 정해진다. 먼저 전자쌍 전체의 배치를 정하고, 그다음 홀전자쌍 자리를 지우고 원자만 보고 이름을 붙인다. 두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모양은 두 단계로 정해진다. 먼저 전자쌍 전체의 배치를 정하고, 그다음 홀전자쌍 자리를 지우고 원자만 보고 이름을 붙인다. 두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원본 보기]

세는 방법에 규칙이 하나 있다. 이중결합과 삼중결합도 하나로 센다. 전자쌍이 두세 개라도 같은 방향에 몰려 있으므로 자리 하나를 차지할 뿐이기 때문이다.

위 두 줄은 전자쌍이 전부 결합인 경우이고 아래 줄은 홀전자쌍이 섞인 경우다. 아래 줄에서 배치는 위와 같은데 이름이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결합각이 조금씩 좁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
<위 두 줄은 전자쌍이 전부 결합인 경우이고 아래 줄은 홀전자쌍이 섞인 경우다. 아래 줄에서 배치는 위와 같은데 이름이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결합각이 조금씩 좁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것>[원본 보기]

전자쌍 수와 배치는 이렇게 정해진다.

전자쌍 수전자쌍의 배치결합각보기
2직선180°CO₂, BeCl₂
3평면삼각120°BF₃, SO₃
4사면체109.5°CH₄, NH₃, H₂O
5삼각쌍뿔90° 와 120°PCl₅
6팔면체90°SF₆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하는 것이 있다. 전자쌍의 배치분자의 모양은 다른 이름이다. 모양의 이름은 홀전자쌍을 빼고 원자만 보고 붙인다. 홀전자쌍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쌍이 넷인 경우로 확인해 보자. 배치는 셋 다 사면체다.

결합 / 홀전자쌍분자 모양결합각보기
4 / 0정사면체109.5°CH₄
3 / 1삼각뿔형107°NH₃
2 / 2굽은형104.5°H₂O

결합각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도 규칙이 있다. 홀전자쌍이 결합 전자쌍보다 더 세게 민다. 홀전자쌍은 한쪽 핵에만 매여 있어 넓게 퍼지는 반면, 결합 전자쌍은 두 핵 사이에 끼여 좁게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는 세기는 이렇다.

(홀-홀)>(홀-결합)>(결합-결합)

홀전자쌍이 하나 늘 때마다 결합각이 2~3도씩 좁아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예제 49

다음 분자의 전자쌍 배치와 분자 모양, 대략의 결합각을 예측하라. (가) CH4 (나) H2O (다) CO2 (라) S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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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는 셋이다. 루이스 구조를 그리고,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쌍을 세고, 홀전자쌍을 지우고 이름을 붙인다.

(가) 탄소는 원자가전자 4개, 수소 4개와 각각 단일결합. 홀전자쌍은 없다. 전자쌍 4개이므로 배치는 사면체이고 홀전자쌍이 없으니 모양도 정사면체다. 결합각 109.5.

(나) 산소는 원자가전자 6개다. 수소 둘과 결합 두 개를 만들고 홀전자쌍이 두 개 남는다. 전자쌍 4개이므로 배치는 사면체지만, 보이는 원자는 셋뿐이므로 모양은 굽은형이다. 결합각은 홀전자쌍 둘이 세게 밀어 109.5 보다 작은 약 104.5.

(다) 탄소는 이중결합 두 개, 홀전자쌍 없음. 여기서 규칙을 적용한다. 이중결합도 하나로 세므로 전자쌍은 2개다. 배치도 모양도 직선이고 결합각 180.

(라) 황은 산소 셋과 결합하고 홀전자쌍이 없다(공명 구조로 그린다). 전자쌍 3개이므로 배치도 모양도 평면삼각형, 결합각 120.

(다)가 이 문제의 함정이다. 이중결합에 전자가 4개 들어 있으니 두 자리로 세고 싶어진다. 그러면 전자쌍이 4개가 되어 굽은형이라는 틀린 답이 나온다. 세는 것은 전자 개수가 아니라 방향의 개수다.

(나)와 (다)를 견주면 요점이 분명해진다. 둘 다 중심 원자에 두 원자가 붙었는데 하나는 굽었고 하나는 곧다. 차이는 홀전자쌍의 유무뿐이다. 이 차이가 다음 절에서 물과 이산화탄소의 극성을 가른다.

예제 50

암모니아 NH3 의 결합각은 107 이고 물 H2O104.5 다. 둘 다 정사면체 각인 109.5 보다 작은 이유와, 물이 더 작은 이유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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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자 모두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쌍이 넷이므로 기본 배치는 사면체이고 기준 각은 109.5 다.

메테인에서는 네 자리가 전부 결합이라 미는 세기가 사방으로 같다. 그래서 정확히 기준 각이 나온다.

암모니아에서는 한 자리가 홀전자쌍이다. 홀전자쌍은 질소 하나에만 매여 있어 넓게 퍼지고, 그래서 나머지 세 결합을 더 세게 밀어 아래로 눌러 버린다. 결합끼리의 각이 좁아져 107 가 된다.

물에서는 홀전자쌍이 둘이다. 두 쌍이 함께 밀어 내려오므로 더 좁아져 104.5 가 된다.

정리하면 홀전자쌍이 하나 늘 때마다 약 2~3도씩 좁아진다. 109.5107104.5 로 두 번 모두 약 2.5도씩이다.

답이 말이 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홀전자쌍이 민다면 각이 오히려 넓어져야 한다. 관측된 값이 전부 기준보다 작다는 사실 자체가 "홀전자쌍이 더 세게 민다"는 규칙의 근거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규칙은 대략적인 예측이지 정확한 계산은 아니다. 실제 각은 중심 원자의 크기와 바깥 원자의 전기음성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PH3 의 결합각은 약 93 로 훨씬 작다.

결합의 극성과 분자의 극성

이제 앞의 두 절을 합친다. 전기음성도가 결합 하나의 치우침을 정하고, VSEPR 이 그 치우침들이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정한다. 둘을 합쳐야 분자 전체의 성질이 나온다.

극성 결합에서 전자는 전기음성도가 큰 쪽으로 치우친다. 그러면 그쪽이 약간 음전하(δ), 반대쪽이 약간 양전하(δ+)를 띤다. 이렇게 생긴 전하의 쏠림을 쌍극자(dipole)라 하고 화살표로 나타낸다.

문제는 분자 전체다. 결합이 여러 개면 쌍극자도 여러 개이고, 이들이 서로 상쇄될 수도 있다.

두 분자 모두 극성 결합을 가지고 있는데 결과가 정반대다. 직선이면 두 화살표가 정확히 지워지고 굽어 있으면 합이 남는다. 결합의 극성만으로는 분자의 극성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 그림의 전부다
<두 분자 모두 극성 결합을 가지고 있는데 결과가 정반대다. 직선이면 두 화살표가 정확히 지워지고 굽어 있으면 합이 남는다. 결합의 극성만으로는 분자의 극성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이 그림의 전부다>[원본 보기]

이산화탄소는 C=O 결합 두 개가 모두 극성이다. 그런데 분자가 직선이라 두 화살표가 크기는 같고 방향은 정반대다. 완전히 지워진다. 이산화탄소는 무극성 분자다.

물도 OH 결합 두 개가 극성이다. 그런데 분자가 굽어 있어 두 화살표가 서로를 지우지 못하고 합이 위쪽으로 남는다. 물은 극성 분자다.

이 하나의 차이가 물의 거의 모든 성질을 만든다. 7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이야기다.

판정 요령을 정리하면 이렇다.

예제 51

다음 분자가 극성인지 무극성인지 판정하라. (가) CCl4 (나) CHCl3 (다) NH3 (라) B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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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계로 본다. 결합이 극성인가, 그리고 모양이 대칭인가.

(가) CCl 은 전기음성도 차이가 |2.553.16|=0.61 로 극성이다. 모양은 정사면체이고 네 방향에 똑같은 염소가 붙어 있다. 네 화살표가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 정확히 상쇄된다. 무극성이다.

(나) 염소 하나가 수소로 바뀌었다. CH 는 거의 무극성이므로 그 방향의 화살표만 사라진다. 나머지 세 방향의 화살표가 남아 합이 0이 되지 않는다. 극성이다.

(다) 삼각뿔형이다. 홀전자쌍이 위쪽에 있어 대칭이 깨졌고, 세 개의 NH 쌍극자가 아래로 향하며 합이 남는다. 극성이다.

(라) 평면삼각형이다. BF 은 차이가 |2.043.98|=1.94 로 아주 극성인데, 세 화살표가 평면 위에서 120 씩 벌어져 정확히 상쇄된다. 무극성이다.

(가)와 (나)를 견주면 요점이 분명하다. 결합 하나만 바꿔도 분자의 극성이 뒤집힌다. 실제로 사염화탄소는 물에 거의 녹지 않고 클로로폼은 조금 녹는다.

(라)는 특히 뜻밖이다. 개별 결합이 이 문제에서 가장 극성인데 분자는 무극성이다. 모양이 결합의 극성을 이긴다.

흔한 오해

"홀전자쌍이 있으면 무조건 극성 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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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홀전자쌍이 있어도 그것들이 서로 상쇄되면 무극성이다.

반례는 XeF4 다. 제논 둘레에 결합 4개와 홀전자쌍 2개, 모두 6개의 전자쌍이 있다. 배치는 팔면체이고, 두 홀전자쌍은 서로 정반대편(위와 아래)에 자리 잡는다. 가장 멀리 떨어지는 배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네 개의 XeF 결합은 평면 위에 정사각형으로 남고, 네 쌍극자가 서로 상쇄된다. 위아래의 홀전자쌍도 서로 상쇄된다. 결과는 무극성이다.

비슷하게 CO2 도 산소마다 홀전자쌍이 둘씩 있지만 무극성이다.

그러니 정확한 규칙은 이렇다. 홀전자쌍의 유무가 아니라 전체 대칭성이 판정한다. 홀전자쌍이 흔히 극성의 원인이 되는 것은, 그것이 대칭을 깨는 가장 흔한 방식이기 때문일 뿐이다.

실용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된다. 모든 쌍극자를 화살표로 그린 뒤 벡터를 더하듯 합쳐 본다. 0이면 무극성이다. 중심 원자를 가운데 두고 "같은 것이 고르게 둘러싸고 있는가"를 보는 것도 빠른 방법이다.

오비탈로 다시 보는 결합

루이스 구조와 VSEPR 은 잘 통하지만 왜 그런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왜 전자쌍이 특정 방향에 놓이는가. 답은 4장의 오비탈에 있다.

문제가 하나 있다. 탄소의 전자 배치는 [He]2s22p2 인데, 2s 는 공 모양이고 2p 는 서로 90 로 놓인 아령이다. 이대로라면 메테인의 네 결합이 서로 다른 모양이어야 하고 각도 90 여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네 결합이 완전히 똑같고 각이 109.5 다.

해결책이 혼성 오비탈(hybrid orbital)이다. s 하나와 p 몇 개를 섞으면 모양과 에너지가 똑같은 새 오비탈이 섞은 개수만큼 생긴다.

섞은 오비탈의 개수만큼 새 오비탈이 생기고, 그것들이 서로 가장 멀어지는 방향으로 뻗는다. 그 배치가 VSEPR 이 예측한 배치와 정확히 같다는 것이 요점이다
<섞은 오비탈의 개수만큼 새 오비탈이 생기고, 그것들이 서로 가장 멀어지는 방향으로 뻗는다. 그 배치가 VSEPR 이 예측한 배치와 정확히 같다는 것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혼성섞는 것개수배치보기
sps 1개 + p 1개2개직선 180°아세틸렌의 C, CO₂의 C
sp²s 1개 + p 2개3개평면삼각 120°에틸렌의 C, BF₃의 B
sp³s 1개 + p 3개4개사면체 109.5°메테인의 C, H₂O의 O

표의 "배치" 열이 VSEPR 의 표와 똑같다는 것을 확인하자. 전자쌍 수와 혼성이 일대일로 대응한다. 전자쌍이 2개면 sp, 3개면 sp², 4개면 sp³ 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VSEPR 로 전자쌍을 세고 곧바로 혼성을 읽으면 된다.

결합의 종류도 오비탈로 나뉜다.

단일결합은 시그마 하나다. 이중결합은 시그마 하나와 파이 하나, 삼중결합은 시그마 하나와 파이 둘이다. 시그마는 언제나 하나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세기 쉽다.

여기서 실생활에 닿는 결과가 하나 나온다. 파이 결합이 회전을 막기 때문에 이중결합 둘레의 원자들은 자리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같은 원자로 되어 있어도 배치가 다른 두 물질이 생긴다. 지방에서 말하는 "트랜스 지방"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다. 산소 분자는 자석에 끌린다. 루이스 구조 O=O 로 그리면 모든 전자가 짝을 이루고 있어 자석에 끌릴 이유가 없다.

두 원자의 오비탈이 섞여 에너지가 낮아진 것과 높아진 것이 짝으로 생긴다. 전자 12개를 낮은 것부터 채우면 위쪽 두 칸에 짝 없는 전자가 하나씩 남고, 그것이 산소가 자석에 끌리는 이유다
<두 원자의 오비탈이 섞여 에너지가 낮아진 것과 높아진 것이 짝으로 생긴다. 전자 12개를 낮은 것부터 채우면 위쪽 두 칸에 짝 없는 전자가 하나씩 남고, 그것이 산소가 자석에 끌리는 이유다>[원본 보기]

답은 분자 오비탈 이론에 있다. 전자를 특정 두 원자 사이에 묶어 두지 말고 분자 전체에 퍼진 새 오비탈을 만든 뒤 거기에 채우자는 관점이다. 두 원자 오비탈이 섞이면 에너지가 낮아진 결합성 오비탈과 높아진 반결합성 오비탈이 짝으로 생긴다.

산소의 원자가전자 12개를 낮은 것부터 채우면 반결합성 파이 오비탈 두 칸에 훈트 규칙에 따라 하나씩 들어간다. 짝 없는 전자가 둘이고, 그래서 자석에 끌린다. 실험과 정확히 맞는다.

결합의 세기는 결합 차수로 잰다.

(결합 차수)=(결합성 전자 수)(반결합성 전자 수)2

산소는 (84)/2=2 로 이중결합에 해당하고, 이것은 루이스 구조가 준 답과 같다. 두 이론이 결합의 세기에는 같은 답을, 자기적 성질에는 다른 답을 주며 실험이 분자 오비탈 쪽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예제 53

에틸렌 C2H4 에 대해 각 탄소의 혼성, 시그마 결합과 파이 결합의 개수, 분자의 모양을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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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하나를 기준으로 세어 본다. 다른 탄소 하나와 수소 둘, 모두 세 방향으로 결합하고 홀전자쌍은 없다.

전자쌍이 3개이므로 배치는 평면삼각, 혼성은 sp²다. 결합각은 약 120.

결합의 개수를 센다. CH 결합이 넷, C=C 결합이 하나다.

CH 는 전부 단일결합이므로 시그마 넷이다. C=C 는 이중결합이므로 시그마 하나와 파이 하나다.

σ:4+1=5,π:1

모양은 평면이다. 두 탄소가 각각 sp² 라 각자 평면삼각이고, 게다가 파이 결합이 두 평면을 같은 평면에 붙들어 둔다. 파이 결합은 양쪽 p 오비탈이 나란해야 겹치는데, 한쪽을 비틀면 겹침이 끊어져 에너지가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이중결합은 회전을 막는다"는 이야기다. 에테인 C2H6 는 단일결합이라 두 끝이 자유롭게 돌지만, 에틸렌은 돌지 않는다.

sp² 에서 남는 p 오비탈은 어떻게 되는가. 탄소의 2p 셋 중 둘만 혼성에 쓰였으므로 하나가 남고, 그것이 평면에 수직으로 서 있다. 두 탄소의 남은 p 가 옆으로 겹쳐 파이 결합을 만든다.

예제 54

다음 분자에서 중심 원자의 혼성을 말하라. (가) H2O (나) CO2 (다) NH3 (라) B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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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은 하나다. 중심 원자 둘레의 전자쌍을 세면 혼성이 바로 나온다. 홀전자쌍도 함께 센다.

(가) 산소는 결합 2개 + 홀전자쌍 2개 = 4개. sp³.

(나) 탄소는 이중결합 2개. 이중결합도 하나로 세므로 2개. sp.

(다) 질소는 결합 3개 + 홀전자쌍 1개 = 4개. sp³.

(라) 붕소는 결합 3개, 홀전자쌍 없음 = 3개. sp².

(가)를 주의해서 보자. 물의 모양은 굽은형이라 "직선이 아니니 sp 가 아니다"까지는 쉽게 오지만, 홀전자쌍을 빠뜨리고 결합 2개만 세면 sp 라는 틀린 답이 나온다. 혼성을 정하는 것은 전자쌍의 총수이지 결합의 개수가 아니다.

(나)도 함정이다. 탄소에 원자 두 개가 붙었고 결합이 넷(이중 두 개)이지만, 방향은 둘뿐이라 sp 다.

정리하면 개수와 혼성의 대응은 이렇다. 2개면 sp, 3개면 sp², 4개면 sp³. 5개와 6개는 d 오비탈이 섞이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해석에는 이견이 있어 이 문서에서는 배치 이름만 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용어부터 모은다.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Δχ전기음성도 차이없음1.7 초과 이온, 0.4~1.7 극성 공유, 0.4 미만 무극성 공유
결합 길이두 핵 사이 거리pm에너지가 가장 낮은 자리
결합 에너지결합을 끊는 데 드는 에너지kJ/mol만들 때는 나오고 끊을 때는 들어간다
격자 에너지이온 결정을 흩는 데 드는 에너지kJ/mol전하의 곱에 비례, 거리에 반비례
형식전하전자를 반씩 나눴다고 칠 때의 전하없음원자가전자 − 홀전자 − 결합 수
δ+ / δ−부분 전하없음결합이 치우친 방향을 나타낸다
σ / π시그마 / 파이 결합정면 겹침 / 옆 겹침. 파이는 회전을 막는다
sp, sp², sp³혼성 오비탈전자쌍 2, 3, 4 개에 대응
결합 차수결합의 세기없음(결합성 − 반결합성) ÷ 2

판정 절차는 이렇게 정리된다.

묻는 것방법메모
결합의 종류전기음성도 차이경계는 편의상의 눈금이다
전자의 배치루이스 구조바깥부터 채우고 모자라면 결합을 늘린다
구조가 그럴듯한가형식전하0에 가까울수록 좋다
전자쌍의 배치전자쌍 수 (이중결합도 1로 센다)2 직선, 3 평면삼각, 4 사면체, 5 삼각쌍뿔, 6 팔면체
분자의 모양홀전자쌍을 빼고 원자만 본다배치와 이름이 다르다
결합각홀전자쌍 하나당 2~3도씩 좁아진다홀전자쌍이 더 세게 민다
분자의 극성쌍극자 화살표를 모두 더한다대칭이면 지워진다
중심 원자의 혼성전자쌍 수와 같이 읽는다2 sp, 3 sp², 4 sp³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결합은 에너지를 낮추려고 생긴다. 전자쌍은 서로 밀어내므로 가장 멀어지는 배치를 잡고, 그것이 분자의 모양이 된다. 결합의 극성과 분자의 극성은 다르며 모양이 후자를 정한다.

다음 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분자들이 서로 어떻게 붙잡는지를 다룬다. 분자 의 결합이 이 장이었다면, 다음 장은 분자 사이의 힘이다. 그 힘이 물질이 고체인지 액체인지 기체인지를 정한다. 이 장의 마지막 주제였던 극성이 거기서 곧바로 쓰인다.

분자간 힘과 물질의 상태

6장은 분자 의 이야기였다. 이 장은 분자 사이의 이야기다.

질문은 이것이다. 물과 이산화탄소는 분자량이 18과 44로 비슷한데, 왜 하나는 상온에서 액체이고 하나는 기체인가. 답은 분자 안이 아니라 분자 사이에 있다. 분자를 서로 붙잡는 힘이 세면 액체나 고체가 되고, 약하면 기체가 된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분자를 붙잡는 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기체의 성질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그리고 온도와 압력을 바꾸면 상태가 어떻게 바뀌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6장의 극성과 분자 모양, 4장의 몰이다. 새로 나오는 SI 기본단위가 하나 있다. 온도의 켈빈이다. 3장의 기본량 표에서 "7장에서 처음 쓴다"고 예고했던 그것이다.

분자를 붙잡는 힘

기체를 충분히 식히면 액체가 되고 더 식히면 고체가 된다. 이것은 분자들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 힘이 없다면 아무리 식혀도 분자들이 뿔뿔이 날아다닐 것이다.

이 힘들을 통틀어 분자간 힘(intermolecular force)이라 한다. 종류가 셋이고, 아래로 갈수록 세다.

아래로 갈수록 세지만, 셋 다 화학 결합보다 한참 약하다는 것이 요점이다. 물을 끓여도 물 분자가 쪼개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래로 갈수록 세지만, 셋 다 화학 결합보다 한참 약하다는 것이 요점이다. 물을 끓여도 물 분자가 쪼개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원본 보기]

분산력(dispersion force) — 모든 분자에 예외 없이 있는 힘이다. 무극성 분자에도 있다.

원리는 이렇다. 전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어느 순간에는 우연히 한쪽에 몰려 있다. 그러면 그 순간 분자가 살짝 극성을 띤다. 이 일시적인 쏠림이 이웃 분자의 전자도 밀어내 같은 방향으로 쏠리게 만들고, 두 분자가 서로 끌어당긴다. 순간적이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므로 평균하면 늘 끌어당기는 힘이 남는다.

분산력의 세기를 정하는 것은 둘이다. 전자가 많을수록 세다. 전자가 많으면 쏠릴 여지가 크기 때문이고, 대체로 분자량이 클수록 그렇다. 그리고 길쭉할수록 세다. 맞닿는 면이 넓기 때문이다.

쌍극자-쌍극자 힘 — 6장에서 본 극성 분자끼리는 영구적인 쏠림을 가지고 있어서, 한쪽의 δ+ 와 다른 쪽의 δ 가 마주 보도록 늘어선다. 분산력 위에 얹혀서 작용한다.

수소결합(hydrogen bond) — 특별히 센 쌍극자 힘이다. 조건이 까다롭다. 수소가 질소·산소·플루오린에 직접 붙어 있어야 하고, 그 수소가 이웃 분자의 질소·산소·플루오린 홀전자쌍과 마주 봐야 한다.

왜 이 셋뿐인가. 두 조건이 겹쳐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이 셋은 전기음성도가 가장 커서 수소의 전자를 거의 다 끌어가 버린다. 그러면 수소 쪽에는 전자가 거의 없는 맨 양성자가 남는다. 둘째, 수소는 안쪽 껍질이 없어 그 맨 양성자가 상대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가까우면 끌림이 세다.

이름에 "결합"이 붙어 있지만 화학 결합이 아니다. 세기가 공유 결합의 10분의 1 남짓이다. 그래도 분자간 힘 중에서는 가장 세고, 그 결과가 극적이다.

같은 족의 수소화물은 무거워질수록 끓는점이 고르게 오르는데 물·플루오린화 수소·암모니아 셋만 줄의 첫머리에서 튀어 오른다. 그 셋이 정확히 수소결합을 하는 것들이다
<같은 족의 수소화물은 무거워질수록 끓는점이 고르게 오르는데 물·플루오린화 수소·암모니아 셋만 줄의 첫머리에서 튀어 오른다. 그 셋이 정확히 수소결합을 하는 것들이다>[원본 보기]

그림이 수소결합의 증거다. 14족(CH4 계열)은 분산력만 있으므로 무거워질수록 얌전히 끓는점이 오른다. 그런데 16족에서는 H2O 하나만 규칙을 완전히 벗어난다. 만약 물이 14족처럼 굴었다면 끓는점이 80C 쯤이었을 것이고, 지구에 바다는 없었을 것이다.

분자간 힘이 세면 다음이 따라온다. 하나만 기억하면 나머지가 딸려 온다. 분자를 떼어놓기 어렵다.

예제 55

다음 물질을 끓는점이 높은 것부터 늘어놓고 이유를 말하라. CH4, C4H10, H2O, H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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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물질에 어떤 분자간 힘이 작용하는지부터 가른다.

CH4 — 정사면체 대칭이라 무극성이다. 분산력만 있고 전자도 적다. 가장 약하다.

C4H10 — 역시 무극성이라 분산력만 있지만 전자가 훨씬 많다. CH4 보다 세다.

HCl — 극성 분자이므로 분산력에 쌍극자-쌍극자 힘이 더해진다. 다만 염소는 수소결합의 조건(N·O·F)에 들지 않으므로 수소결합은 아니다.

H2O — 수소가 산소에 붙어 있고 산소에 홀전자쌍이 둘 있으므로 수소결합을 한다. 게다가 분자 하나가 여러 방향으로 수소결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순서는

H2O>C4H10>HCl>CH4

실제 끓는점은 100, 0.5, 85, 162C 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C4H10 는 무극성인데도 극성인 HCl 보다 끓는점이 높다. 분산력만 있어도 분자가 충분히 크면 약한 극성보다 세질 수 있다. "극성이면 무조건 끓는점이 높다"고 외우면 이런 경우에 틀린다.

판정 요령은 이렇다. 먼저 수소결합이 있는지 보고, 없으면 분자 크기(전자 수)를 보고, 크기가 비슷하면 그때 극성을 본다.

예제 56

아이소펜테인과 네오펜테인은 둘 다 분자식이 C5H12 로 같지만 끓는점이 각각 28C9.5C 다. 앞의 것은 길쭉한 사슬 모양이고 뒤의 것은 공처럼 뭉쳐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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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식이 같으므로 전자 수도 같다. 둘 다 무극성이라 분산력만 작용한다. 그렇다면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모양뿐이다.

분산력은 분자끼리 맞닿는 면에서 생긴다. 길쭉한 분자는 나란히 늘어서면 옆면 전체가 맞닿아 접촉 면적이 크다. 공 모양 분자는 아무리 가까이 붙여도 한 점 근처에서만 닿는다.

그러니 길쭉한 아이소펜테인 쪽이 서로를 더 세게 붙잡고, 떼어놓는 데 더 많은 열이 든다. 끓는점이 높다.

이 차이는 실용적으로도 중요하다. 같은 원료로 만든 연료라도 사슬 모양에 따라 끓는점이 달라져 정유 공정에서 나뉜다.

요령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분산력은 전자 수와 접촉 면적으로 정해진다. 전자 수가 같으면 모양이 승부를 가른다.

흔한 오해

"물을 끓이면 물 분자가 수소와 산소로 쪼개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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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끓는 것과 쪼개지는 것은 전혀 다른 규모의 일이다.

물을 끓일 때 끊어야 하는 것은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이다. 물 1mol 을 증발시키는 데 드는 에너지는 약 41kJ 이다.

물 분자를 수소와 산소로 쪼개려면 분자 안의 OH 공유 결합을 끊어야 한다. 이쪽은 1mol 당 약 460kJ 이고 결합이 둘이니 두 배가 든다.

스무 배 넘게 차이가 난다. 부엌의 불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앞쪽뿐이다.

그래서 수증기는 여전히 H2O 이고, 식히면 그대로 물로 돌아온다. 3장에서 이것을 물리적 변화라고 불렀던 이유가 이 숫자에 있다.

물을 정말로 쪼개려면 전기분해를 하거나 2000C 가 넘는 온도로 데워야 한다.

기체 — 네 개의 양으로 다 적힌다

기체는 다루기 가장 쉬운 상태다. 분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분자간 힘을 거의 무시할 수 있고, 그래서 어떤 기체든 거의 같은 식을 따른다. 액체와 고체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체의 상태를 적는 데 필요한 양은 넷이다. 압력, 부피, 온도, 몰수. 이 중 둘은 아직 정의하지 않았으므로 먼저 세운다.

압력

압력(pressure) P 는 면을 수직으로 누르는 힘을 그 면의 넓이로 나눈 값이다.

P=(면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면의 넓이)

힘의 SI 단위는 뉴턴(newton, 기호 N)이다. 감을 잡자면 1N 은 지구에서 질량 약 100g 인 물체를 손바닥에 올렸을 때 손바닥이 받쳐 드는 힘 정도다. 그러면 압력의 단위는 N/m2 이고, 여기에 파스칼(pascal, 기호 Pa)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1Pa=1N/m2

1Pa 는 아주 작은 압력이라 실제로는 kPa 를 쓴다. 해수면 근처의 대기압은 약 101kPa 다.

기체가 그릇 벽을 미는 이유는 분자들이 끊임없이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충돌 하나하나는 있는지도 모를 만큼 작지만 개수가 1023 규모라 평균이 흔들림 없는 압력으로 나타난다.

절대온도

온도는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익숙한 섭씨(기호 C)는 표준 압력에서 물이 어는 점을 0, 끓는 점을 100 으로 잡은 눈금이다.

그런데 기체를 다룰 때는 이 눈금을 쓸 수 없다. 이유는 그림에 있다.

왼쪽은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것, 오른쪽은 부피와 온도가 직선 관계라는 것을 보여 준다. 오른쪽 직선을 왼쪽으로 늘여 그으면 어떤 기체로 재도 같은 자리에서 부피가 0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왼쪽은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것, 오른쪽은 부피와 온도가 직선 관계라는 것을 보여 준다. 오른쪽 직선을 왼쪽으로 늘여 그으면 어떤 기체로 재도 같은 자리에서 부피가 0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원본 보기]

압력을 고정하고 기체의 부피를 온도에 대해 그리면 직선이 나온다. 그 직선을 왼쪽으로 늘여 그으면 어떤 기체로 재도 273.15C 에서 부피가 0이 된다. 그보다 낮은 온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자리를 절대영도라 하고 0으로 삼은 눈금이 켈빈(kelvin, 기호 K)이다. 눈금 한 칸의 크기는 섭씨와 똑같이 정했으므로 관계는 더하기 하나로 끝난다.

T[K]=T[C]+273.15

켈빈에는 도() 기호를 붙이지 않는다. 그냥 300K 이라 쓴다.

왜 반드시 켈빈이어야 하는가. "몇 배"라는 말은 0이 진짜 0일 때만 뜻이 있기 때문이다. 섭씨의 0은 물이 어는 온도일 뿐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20C 에서 40C 로 올려도 기체의 부피가 두 배가 되지는 않는다. 켈빈으로 보면 293K 에서 313K 로 7% 오른 것뿐이다.

다만 온도차는 두 눈금에서 같은 수다. 뺄셈에서 273.15 가 서로 지워지기 때문이다.

이상기체 법칙

이제 실험으로 얻은 관계 셋을 모은다.

이름고정하는 것관계읽는 법
보일 법칙T, nP V = 일정부피를 반으로 줄이면 압력이 두 배
샤를 법칙P, nV / T = 일정절대온도를 두 배로 하면 부피도 두 배
아보가드로 법칙P, TV / n = 일정같은 온도·압력이면 같은 부피에 같은 개수

셋을 한 식으로 묶으면 이상기체 법칙이 된다.

PV=nRT

R기체상수이고 값은 8.314J/(molK) 다. 이 관계를 정확히 따른다고 가정한 기체를 이상기체(ideal gas)라 한다.

이 식을 쓸 때 지켜야 할 것이 셋 있다. 여기서 실수가 가장 많이 나온다.

왜 이 조합이어야 하는지는 R 의 단위를 보면 알 수 있다. J=Nm=(N/m2)m3=Pam3 이므로, R 은 압력을 Pa, 부피를 m3 로 재는 것을 전제한 값이다.

아보가드로 법칙에서 유용한 값이 하나 나온다. 온도와 압력이 같으면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1mol 이 차지하는 부피가 같다. 이것을 몰부피라 하고, IUPAC 표준상태(0C, 100kPa)에서는 약 22.7L/mol 이다. 자릿수 감각을 잡는 데 유용하다.

예제 58

이상기체 1.00mol0C, 100kPa 에 있다. 부피는 몇 L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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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부피다. PV=nRT 를 부피에 대해 푼다.

넣기 전에 단위를 맞춘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답이 자릿수째로 틀린다.

T=0+273.15=273.15K,P=100kPa=1.00×105Pa

V=nRTP=(1.00)(8.314)(273.15)1.00×105=22711.00×105=2.271×102m3

3장에서 1m3=1000L 이었으므로

V=22.7L

단위가 맞는지 확인해 보자.

molJ/(molK)KPa=JPa=Pam3Pa=m3

부피가 나왔으니 식을 옳게 세웠다.

이 값 22.7L/mol 은 기억해 둘 만하다. 기체 문제에서 답이 이 값과 자릿수가 크게 다르면 어딘가 틀렸다는 신호가 된다.

놀라운 점 하나. 기체의 종류를 묻지 않았다. 수소든 이산화탄소든 상관없이 같은 부피다. 분자 하나의 크기가 100배쯤 차이 나는데도 그렇다. 기체에서는 분자 자체의 부피가 전체 부피에 비해 무시할 만큼 작기 때문이다.

예제 59

부피를 바꿀 수 없는 통에 든 공기가 15C 에서 압력 250kPa 이다. 햇볕에 두어 45C 가 되면 압력은? 새는 공기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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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와 몰수가 변하지 않으므로 PV=nRT 에서 P/T=nR/V 가 일정하다. 그러면 처음과 나중을 이렇게 이을 수 있다.

P1T1=P2T2P2=P1T2T1

이렇게 비로 푸는 방식의 좋은 점은 RV 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온도는 반드시 켈빈이어야 한다.

T1=288.15K,T2=318.15K

P2=(250)318.15288.15=(250)(1.1041)=276kPa

세 자리로 276kPa 다. 압력이 약 10% 올랐다.

압력의 단위를 kPa 그대로 두어도 되는 이유는 양변에 같은 단위가 있어 비에서 지워지기 때문이다. 온도는 그렇지 않다. 섭씨를 그대로 넣었다면

250×4515=750kPa

라는 세 배짜리 답이 나왔을 것이다. 게다가 처음 온도가 0C 였다면 0으로 나누게 되어 계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켈빈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분명히 드러난다.

예제 60

어떤 기체 0.856g1.00L 짜리 통에 넣고 25.0C 로 유지했더니 압력이 64.5kPa 였다. 이 기체의 몰질량을 구하고 무엇인지 짐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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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몰질량 M(단위 g/mol)이다. 4장에서 n=m/M 이었으므로 몰수만 구하면 된다.

단위부터 맞춘다.

V=1.00L=1.00×103m3,P=6.45×104Pa,T=298.15K

n=PVRT=(6.45×104)(1.00×103)(8.314)(298.15)=64.52478.8=0.02602mol

이제 몰질량을 구한다.

M=mn=0.856g0.02602mol=32.9g/mol

세 자리로 32.9g/mol 다.

무엇일까. 산소 분자 O232.0g/mol 로 가장 가깝다. 다만 3% 정도 큰 값이 나왔으므로 다른 기체가 조금 섞였거나 측정 오차가 있었을 수 있다.

이 방법이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기체의 질량과 부피, 온도, 압력만 재면 몰질량을 알 수 있다. 정체를 모르는 기체를 알아내는 표준적인 방법이고, 8장에서 실험식과 함께 쓰면 분자식까지 정할 수 있다.

검산 요령. 몰수가 약 0.026mol 인데, 앞 예제의 몰부피로 어림해 보면 1L1/22.7=0.044mol 이 들어가는 것이 표준상태다. 여기서는 압력이 그보다 낮고(64.5 대 100) 온도가 높으므로 몰수가 더 적어야 한다. 맞는다.

섞인 기체 — 분압

공기처럼 여러 기체가 섞여 있으면 어떻게 될까. 기체 분자들은 서로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으므로, 각 성분은 다른 성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어떤 성분이 혼자서 그 그릇을 다 차지했을 때 나타낼 압력을 그 성분의 분압(partial pressure)이라 한다. 그러면 전체 압력은 분압들의 합이다. 이것이 돌턴의 분압 법칙이다.

P전체=P1+P2+P3+

각 성분에 대해 PiV=niRT 가 성립하고 VT 가 공통이므로, 분압의 비는 몰수의 비와 같다.

PiP전체=nin전체xi

이 비 xi몰분율(mole fraction)이라 한다. 단위가 없고, 모두 더하면 1이 된다. 정리하면

Pi=xiP전체

이 관계는 화학 실험에서 자주 쓰인다. 기체를 물 위에서 모으면 수증기가 섞여 들어가는데, 전체 압력에서 수증기의 분압을 빼야 원하는 기체의 압력이 나온다.

예제 61

마른 공기의 몰 조성이 질소 78.1%, 산소 21.0%, 아르곤 0.9% 라 하자. 전체 압력이 101kPa 일 때 각 성분의 분압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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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백분율이 주어졌으므로 몰분율은 100으로 나눈 값이다.

xN2=0.781,xO2=0.210,xAr=0.009

합이 1인지 확인한다. 0.781+0.210+0.009=1.000. 맞는다.

각각에 전체 압력을 곱한다.

PN2=(0.781)(101)=78.9kPa

PO2=(0.210)(101)=21.2kPa

PAr=(0.009)(101)=0.91kPa

검산은 세 값을 더해 보면 된다. 78.9+21.2+0.91=101.0kPa 로 전체와 맞는다.

이 계산에 실용적인 뜻이 있다. 사람이 숨 쉬는 데 중요한 것은 산소의 비율이 아니라 분압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산소 비율은 그대로 21% 인데 전체 압력이 낮아져 산소 분압이 떨어진다. 5000m 높이에서는 전체 압력이 약 54kPa 이므로 산소 분압이 11kPa 로 절반이 된다. 고산병의 원인이다.

예제 62

2.00L 통에 질소 0.100mol 과 산소 0.0500mol 을 넣고 300K 로 유지했다. 각 분압과 전체 압력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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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이 둘이다. 어느 쪽이든 같은 답이 나온다.

첫째 방법 — 각 성분에 대해 따로 PV=nRT 를 쓴다.

단위를 맞춘다. V=2.00×103m3.

PN2=nN2RTV=(0.100)(8.314)(300)2.00×103=249.42.00×103=1.247×105Pa

PO2=(0.0500)(8.314)(300)2.00×103=6.24×104Pa

더하면 1.87×105Pa=187kPa 다.

둘째 방법 — 전체 몰수로 한 번에 구하고 몰분율로 나눈다.

n전체=0.100+0.0500=0.150mol

P전체=(0.150)(8.314)(300)2.00×103=1.87×105Pa

몰분율은 xN2=0.100/0.150=0.667, xO2=0.333 이므로

PN2=(0.667)(187)=125kPa,PO2=(0.333)(187)=62.3kPa

세 자리로 PN2=125kPa, PO2=62.3kPa, 전체 187kPa 이다.

두 방법이 같은 답을 준다는 것이 분압 법칙의 내용 그 자체다. 기체에서는 "누가 몇 개 있는가"만 중요하고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분자 하나하나로 본 기체

이상기체 법칙은 실험에서 나온 식이다. 그런데 분자의 운동만 가정하면 그대로 유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온도의 정체가 드러난다.

가정은 넷이다. 분자는 크기가 없는 점이고, 서로 힘을 주고받지 않으며, 끊임없이 아무 방향으로나 움직이고, 충돌할 때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이 가정으로 벽에 부딪히는 충격을 모두 더하면 다음이 나온다.

Ek=32kBT

Ek 는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이고, kB볼츠만 상수1.380649×1023J/K 다. 기체상수를 아보가드로 상수로 나눈 값이다.

kB=RNA

이 식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을 담고 있다. 절대온도는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에 정비례한다. 뜨겁다는 것은 분자가 빠르다는 뜻이고, 절대영도는 그 운동이 더 줄어들 수 없는 상태다. 켈빈 눈금의 0이 왜 진짜 0인지가 여기서 설명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결과. 평균 운동에너지가 온도만으로 정해지므로, 같은 온도에서는 어떤 기체든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가 같다. 그런데 운동에너지는 질량과 속력에 함께 달려 있으므로, 무거운 분자는 느리고 가벼운 분자는 빨라야 한다.

대표 속력을 제곱평균제곱근 속력 vrms 라 하고 다음과 같이 구한다.

vrms=3RTM

여기서 M 은 몰질량이고 반드시 kg/mol 넣어야 한다. g/mol 값을 그대로 넣으면 답이 30배 넘게 틀린다.

같은 온도라도 분자마다 속력이 다르다. 온도가 오르면 봉우리가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낮고 넓게 퍼진다. 오른쪽 꼬리가 길게 이어진다는 것이 증발과 반응 속도를 이해하는 열쇠다
<같은 온도라도 분자마다 속력이 다르다. 온도가 오르면 봉우리가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낮고 넓게 퍼진다. 오른쪽 꼬리가 길게 이어진다는 것이 증발과 반응 속도를 이해하는 열쇠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은 오른쪽 꼬리다. 평균보다 훨씬 빠른 분자가 언제나 조금씩 있다. 그래서 끓는점보다 한참 낮은 온도에서도 물이 마른다. 표면에 있던 빠른 분자 몇몇이 분자간 힘을 이기고 탈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분자들의 평균이 낮아지므로 증발하면 시원해진다.

속력 차이에서 실용적인 결과가 하나 나온다. 작은 구멍으로 기체가 새어 나가는 빠르기는 속력에 비례하므로 몰질량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 이것을 그레이엄 법칙이라 한다.

(A 가 새는 빠르기)(B 가 새는 빠르기)=MBMA

예제 63

300K 에서 질소 분자(M=28.0g/mol)의 제곱평균제곱근 속력과 분자 하나의 평균 운동에너지를 구하라. 수소(M=2.02g/mol)와 견주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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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몰질량을 SI 단위로 바꾼다. 이 단계를 빼먹는 것이 이 계산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M=28.0g/mol=2.80×102kg/mol

vrms=3RTM=3(8.314)(300)2.80×102=74832.80×102=2.67×105=517m/s

평균 운동에너지는 기체 종류와 무관하게 온도만으로 정해진다.

Ek=32kBT=32(1.381×1023)(300)=6.21×1021J

수소는 몰질량이 약 14분의 1이므로 속력은 그 제곱근인 13.9=3.72 배다.

vrms(H2)=(517)(3.72)=1.92×103m/s

세 자리로 질소 517m/s, 수소 1.92×103m/s 이고 평균 운동에너지는 둘 다 6.21×1021J 다.

답이 말이 되는가. 상온의 음속이 약 340m/s 인데 같은 자릿수다. 우연이 아니다. 소리는 공기 분자들의 충돌로 전달되므로 분자가 돌아다니는 속력보다 빠를 수 없다.

이 사실에는 큰 결과가 딸려 있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속력이 약 11km/s 인데, 수소와 헬륨은 분포의 빠른 쪽 꼬리가 거기에 닿아 오랜 시간에 걸쳐 대기 밖으로 빠져나간다. 지구 대기에 수소가 거의 없는 이유다.

예제 64

같은 조건에서 헬륨(M=4.00g/mol)이 작은 구멍으로 새어 나가는 데 30s 가 걸렸다. 정체를 모르는 기체는 같은 양이 새는 데 105s 가 걸렸다. 이 기체의 몰질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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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법칙을 쓴다. 다만 주어진 것이 "빠르기"가 아니라 "걸린 시간"이므로 방향을 뒤집어야 한다. 같은 양이 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빠르기는 느리다.

(He 의 빠르기)(X 의 빠르기)=tXtHe=10530=3.5

그레이엄 법칙에 넣는다.

(He 의 빠르기)(X 의 빠르기)=MXMHe=3.5

양변을 제곱한다.

MX4.00=12.25MX=49.0g/mol

답은 49.0g/mol 이다.

부호를 헷갈리지 않는 요령이 있다. 가벼운 것이 빠르다는 사실 하나만 붙잡으면 된다. 헬륨은 아주 가벼우니 빨라야 하고, 실제로 시간이 짧게 걸렸다. 만약 계산 결과로 나온 MX 가 4보다 작았다면 어딘가 뒤집힌 것이다.

이 원리에는 역사적인 쓸모가 있었다. 우라늄 동위원소 235U238U 는 화학적으로 완전히 같아 화학 반응으로 나눌 수 없다. 그런데 기체 화합물로 만들어 구멍으로 새어 나가게 하면 가벼운 쪽이 아주 조금 빨리 나간다. 이 차이를 수천 번 되풀이해 분리한다. 몰질량 차이가 1% 도 안 되므로 한 번에 걸러지는 양이 극히 적다.

실제 기체는 어디서 벗어나는가

이상기체 법칙의 가정 둘은 사실 틀렸다. 분자에는 크기가 있고, 분자끼리 서로 끌어당긴다. 앞 절 전체에서 다룬 분자간 힘이 기체에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기체 법칙이 잘 맞는 이유는, 보통의 조건에서 분자 사이가 아주 멀기 때문이다. 표준상태에서 기체 분자가 실제로 차지하는 부피는 전체의 0.1% 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조건을 극단으로 밀면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상기체라면 Z 가 언제나 1이어야 한다. 압력이 중간쯤일 때 1보다 작아지는 것은 분자끼리 끌어당기기 때문이고, 아주 높을 때 1보다 커지는 것은 분자 자신의 부피 때문이다
<이상기체라면 Z 가 언제나 1이어야 한다. 압력이 중간쯤일 때 1보다 작아지는 것은 분자끼리 끌어당기기 때문이고, 아주 높을 때 1보다 커지는 것은 분자 자신의 부피 때문이다>[원본 보기]

얼마나 벗어나는지를 재는 값을 압축인자라 하고 Z 로 적는다.

Z=PVnRT

이상기체라면 언제나 Z=1 이다. 실제 기체는 두 방향으로 벗어난다.

이 두 효과를 이상기체 법칙에 넣어 고친 식이 반데르발스 식이다.

(P+an2V2)(Vnb)=nRT

읽는 법이 중요하다. a끌어당김을 나타내고, 실제 압력에 그만큼을 더해 "끌어당김이 없었다면 이만큼이었을 압력"으로 되돌린다. b분자가 차지하는 부피이고, 전체 부피에서 그만큼을 빼 "분자가 실제로 돌아다닐 수 있는 부피"로 고친다.

두 값은 기체마다 다르고 실험으로 정한다. 분자간 힘이 센 기체일수록 a 가 크고, 분자가 클수록 b 가 크다.

언제 이상기체로 봐도 되는지 정리하면 이렇다. 압력이 낮고 온도가 높으면 안심해도 된다. 분자가 멀리 떨어져 있고 빠르게 지나가 서로 붙잡을 틈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액화 직전의 조건에서는 이상기체 법칙을 믿으면 안 된다.

예제 65

어떤 기체 1.00mol300K 에서 부피 0.500L 를 차지할 때 압력이 4.20MPa 로 측정되었다. 압축인자를 구하고 어느 효과가 이기고 있는지 판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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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부터 맞춘다.

V=0.500L=5.00×104m3,P=4.20×106Pa

Z=PVnRT=(4.20×106)(5.00×104)(1.00)(8.314)(300)=21002494=0.842

세 자리로 Z=0.842 다.

1보다 작으므로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효과가 이기고 있다. 실제 압력이 이상기체가 낼 압력보다 낮다는 뜻이다. 분자들이 벽으로 달려가다가 뒤에서 동료들에게 붙잡혀 조금 덜 세게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상기체라면 압력이 얼마였을지 계산해 보면 감이 온다.

P이상=nRTV=24945.00×104=4.99×106Pa=4.99MPa

실제 값이 4.20MPa 이니 16% 낮다. 이 정도 차이라면 이상기체 법칙으로 계산한 답을 그대로 쓰면 안 된다.

조건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1mol0.5L 에 들어 있다. 표준상태의 몰부피가 22.7L 였으니 45배로 압축한 셈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분자 사이가 가까워져 서로 끌어당길 기회가 많아진다.

흔한 오해

"압력이 높을수록 실제 기체는 이상기체에서 더 많이 벗어난다. 그러면 Z 는 압력이 높아질수록 계속 작아져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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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림에서 보듯 Z 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 1을 넘어선다.

이유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압력이 중간쯤일 때는 분자가 서로를 끌어당기기에 알맞을 만큼 가까워진다. 이 효과가 부피를 줄이므로 Z 가 1보다 작아진다.

압력을 더 높이면 분자들이 거의 맞닿을 정도가 된다. 이제는 분자 자신의 부피가 문제가 된다. 아무리 눌러도 분자 자체는 압축되지 않으므로 부피가 더 줄지 않고, 그래서 Z 가 1을 넘어 계속 올라간다.

어느 효과가 이기는지는 압력과 온도, 그리고 기체의 종류에 달려 있다. 수소나 헬륨처럼 분자간 힘이 아주 약한 기체는 첫 번째 효과가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Z 가 올라가기만 한다.

그래서 "벗어난다"는 말을 "작아진다"와 같은 뜻으로 쓰면 안 된다. 정확히는 1에서 멀어진다는 뜻이고 방향은 두 가지다.

액체와 고체, 그리고 상태의 경계

기체를 식히거나 누르면 분자들이 가까워지고, 어느 순간 분자간 힘이 운동을 이기면서 액체가 된다. 더 식히면 자리까지 고정되어 고체가 된다.

상태분자의 배치분자의 움직임부피와 모양
기체아주 멀리 흩어져 있다자유롭게 날아다닌다그릇을 다 채운다
액체맞닿아 있지만 자리는 정해지지 않았다서로 미끄러진다부피는 일정, 모양은 그릇 따라
고체규칙적으로 자리 잡았다제자리에서 떨린다부피와 모양 모두 일정

액체에서 일어나는 현상 하나를 짚어 두자. 앞에서 속력 분포의 오른쪽 꼬리를 이야기했다. 액체 표면의 빠른 분자 몇몇은 분자간 힘을 이기고 튀어나간다. 그런데 닫힌 그릇이라면 튀어나간 분자 중 일부가 다시 돌아온다. 나가는 것과 돌아오는 것이 같아지면 겉보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이때 기체 쪽의 압력을 증기압(vapor pressure)이라 한다.

증기압은 온도가 오르면 커진다. 빠른 분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증기압이 바깥 압력과 같아지는 온도가 끓는점이다. 액체 속에서도 기포가 생겨 버틸 수 있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익숙한 사실 하나가 설명된다. 높은 산에서는 바깥 압력이 낮으므로 더 낮은 온도에서 증기압이 그것과 같아진다. 산에서는 물이 100 °C 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고, 그래서 밥이 설익는다. 압력솥은 반대로 압력을 올려 끓는점을 높인다.

고체 중에서도 분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선 것을 결정이라 하고, 그 되풀이되는 최소 단위를 단위세포라 한다.

꼭짓점의 구는 이웃 세포 여덟 개가 나눠 쓰므로 한 세포 몫은 8분의 1이고, 면 위의 구는 두 세포가 나눠 쓰므로 절반이다. 그래서 세포당 입자 수가 1, 2, 4 로 달라진다
<꼭짓점의 구는 이웃 세포 여덟 개가 나눠 쓰므로 한 세포 몫은 8분의 1이고, 면 위의 구는 두 세포가 나눠 쓰므로 절반이다. 그래서 세포당 입자 수가 1, 2, 4 로 달라진다>[원본 보기]

마지막으로 온도와 압력을 두 축으로 잡고 어느 상태가 안정한지를 그린 그림이 상평형 그림이다.

세 곡선이 만나는 삼중점에서는 세 상태가 함께 있다. 물은 융해 곡선이 왼쪽으로 기울어 눌러 주면 얼음이 녹고, 이산화탄소는 100 kPa 에서 삼중점보다 낮아 액체를 거치지 않고 곧장 승화한다
<세 곡선이 만나는 삼중점에서는 세 상태가 함께 있다. 물은 융해 곡선이 왼쪽으로 기울어 눌러 주면 얼음이 녹고, 이산화탄소는 100 kPa 에서 삼중점보다 낮아 액체를 거치지 않고 곧장 승화한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을 것이 셋 있다.

물의 이 특이함은 수소결합 때문이다. 얼음에서는 물 분자들이 수소결합의 방향에 맞춰 성기게 늘어서므로 액체일 때보다 부피가 크다. 그래서 얼음이 물에 뜬다. 이것이 없었다면 호수가 바닥부터 얼어 물속 생물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예제 67

높은 산에서 물이 90C 에 끓었다. 그 자리의 대기압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아래 증기압 표를 쓰라.

온도 (°C)물의 증기압 (kPa)
8047.4
9070.1
100101.3
풀이 보기

끓는점의 정의를 그대로 쓰면 된다. 끓는 순간 증기압과 바깥 압력이 같다.

90C 에서 물의 증기압은 표에서 70.1kPa 다. 그러니 그 자리의 대기압도 70.1kPa 다.

해수면의 101.3kPa 와 견주면 약 69% 다. 대략 3000m 높이에 해당한다.

표에서 읽을 것이 하나 더 있다. 증기압이 80 에서 90C 사이에 22.7kPa, 90 에서 100C 사이에 31.2kPa 올랐다. 같은 10도인데 증가폭이 다르다. 온도가 오를수록 증기압이 점점 가파르게 오른다는 뜻이고, 이는 속력 분포의 꼬리 부분 넓이가 온도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함의. 산에서 밥을 지으면 물이 90C 밖에 안 되므로 쌀이 익는 데 훨씬 오래 걸린다. 압력솥은 뚜껑을 잠가 안쪽 압력을 약 200kPa 까지 올리고, 그러면 끓는점이 120C 근처가 되어 조리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예제 68

드라이아이스(고체 이산화탄소)는 상온에서 녹아 액체가 되지 않고 곧장 기체가 된다. 그런데 소화기 안에는 액체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상평형 그림으로 이 둘을 함께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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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의 삼중점은 약 56.6C, 518kPa 다. 이 값이 열쇠다.

삼중점의 압력 518kPa 가 대기압 101kPa 보다 높다. 그러니 대기압에서 온도를 올려 가면 삼중점보다 아래쪽 경로를 지나게 되고, 그 경로에는 액체 구간이 없다. 고체 구간에서 곧바로 기체 구간으로 넘어간다. 이것이 승화다.

상평형 그림에서 101kPa 짜리 가로선을 그어 보면 그 선이 승화 곡선만 가로지르고 융해 곡선이나 기화 곡선은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화기는 다르다. 안쪽 압력이 약 5.7MPa 로 삼중점보다 훨씬 높다. 그 높이에서 가로선을 그으면 상온에서 액체 구간을 지난다. 그래서 액체로 담을 수 있다.

밸브를 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압력이 갑자기 대기압으로 떨어지면서 액체가 있을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가고, 급격히 기화한다. 기화에는 열이 필요하므로 주변에서 열을 빼앗아 아주 차가워지고, 일부는 그 자리에서 얼어 드라이아이스 눈이 된다.

견주어 보면 물은 삼중점 압력이 0.612kPa 로 대기압보다 훨씬 낮다. 그래서 대기압에서 얼음을 데우면 액체 구간을 지난다. 승화하느냐 녹느냐는 물질의 특성이 아니라 삼중점 압력과 바깥 압력의 대소 관계가 정한다. 실제로 물도 압력을 0.612kPa 아래로 낮추면 얼음이 곧장 승화하고, 이것이 동결건조의 원리다.

흔한 오해

"끓는 물의 온도는 언제나 100C 이니, 불을 세게 하면 더 빨리 익는다." 이 말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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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은 조건부로 옳고 뒷부분은 틀렸다.

앞부분부터. 끓는 동안 온도가 일정한 것은 맞다. 넣어 준 열이 온도를 올리는 데 쓰이지 않고 분자간 힘을 끊어 기체로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다만 "언제나 100 °C"는 틀렸다. 앞 예제에서 보았듯 바깥 압력에 따라 달라진다.

뒷부분이 요점이다. 물이 이미 끓고 있다면 불을 세게 해도 물의 온도는 오르지 않는다. 더 넣은 열은 전부 더 빨리 증발하는 데 쓰인다. 냄비의 물만 빨리 졸아들 뿐 음식이 익는 속도는 거의 그대로다.

그래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리 온도는 같고 연료만 아낀다.

정말로 빨리 익히고 싶으면 온도를 올려야 하고, 물이 있는 한 그 방법은 압력을 올리는 것뿐이다. 압력솥이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가 빠른 이유도 여기 있다. 기름은 끓는점이 훨씬 높아 180C 까지 올릴 수 있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부터 모은다.

기호이름단위메모
P압력Pa, kPa수직으로 누르는 힘 ÷ 넓이. 대기압은 약 101 kPa
N뉴턴힘의 SI 단위. 1 Pa = 1 N/m²
T절대온도K (SI 기본단위)T[K] = T[°C] + 273.15. 비가 들어가면 반드시 K
R기체상수J/(mol·K)8.314. P 는 Pa, V 는 m³ 로 넣어야 한다
k(B)볼츠만 상수J/K1.380649×10⁻²³ = R / N(A)
x(i)몰분율없음성분의 몰수 ÷ 전체 몰수. 모두 더하면 1
P(i)분압Pa, kPaP(i) = x(i) × P(전체)
v(rms)제곱평균제곱근 속력m/s√(3RT/M). M 은 kg/mol
Z압축인자없음PV/(nRT). 이상기체면 1
a, b반데르발스 상수기체마다 다름a 는 끌어당김, b 는 분자 자신의 부피

관계와 규칙은 이렇게 정리된다.

상황관계조건
기체의 상태P V = n R T묽은 기체. T 는 K, P 는 Pa, V 는 m³
조건이 바뀔 때P₁V₁/T₁ = P₂V₂/T₂몰수가 변하지 않을 때. 변하지 않는 양은 지운다
표준상태의 몰부피약 22.7 L/mol0 °C, 100 kPa
섞인 기체P(전체) = 분압의 합, P(i) = x(i) P(전체)서로 반응하지 않을 때
온도의 미시적 뜻평균 운동에너지 = (3/2) k(B) T기체 종류와 무관
분자의 속력v(rms) = √(3RT/M)가벼울수록 빠르다
새는 빠르기몰질량의 제곱근에 반비례작은 구멍으로 샐 때
실제 기체(P + an²/V²)(V − nb) = nRT압력이 높거나 온도가 낮을 때
끓는점증기압 = 바깥 압력압력이 낮으면 끓는점도 낮다

분자간 힘은 이렇게 정리된다.

작용하는 곳대략의 세기메모
분산력모든 분자1~10 kJ/mol전자가 많고 길쭉할수록 세다
쌍극자-쌍극자극성 분자끼리5~25 kJ/mol분산력 위에 얹힌다
수소결합H 가 N·O·F 에 붙었을 때10~40 kJ/mol물의 성질을 만든다
(참고) 공유결합분자 안150~1000 kJ/mol분자간 힘보다 열 배에서 백 배 세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물질이 어떤 상태인지는 분자를 붙잡는 힘과 분자의 운동에너지 중 어느 쪽이 이기는가로 정해진다. 그리고 기체에서는 분자간 힘을 무시할 수 있어서 종류에 상관없이 PV=nRT 하나로 다 적힌다.

다음 장은 반응을 다룬다. 지금까지는 물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상태인지를 보았다면, 이제 그것들이 서로 만나 얼마만큼 반응하는지를 계산한다. 4장의 몰이 그 계산의 중심이고, 이 장의 PV=nRT 도 기체가 끼어들 때 그대로 쓰인다.

화학량론

4장에서 몰을 세웠다. 이 장은 그것을 실제로 쓰는 자리다.

화학량론(stoichiometry)은 "얼마를 넣으면 얼마가 나오는가"를 계산하는 일이다. 공장에서 원료를 얼마나 사야 하는지, 약을 얼마나 정확히 지어야 하는지, 로켓에 연료와 산화제를 어떤 비로 실어야 하는지가 전부 이 계산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화학식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반응식을 어떻게 세우는가, 그리고 주어진 양에서 나올 양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세 번째가 목표이고 방법은 하나뿐이다. 주어진 것을 몰로 바꾸고, 반응식의 계수비로 상대편 몰로 건너가고, 묻는 단위로 되돌린다. 이 장의 모든 예제가 이 한 줄을 되풀이한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4장의 몰과 몰질량, 7장의 PV=nRT, 3장의 유효숫자다. 새 수학은 없고 비례와 일차방정식이면 충분하다.

화학식이 말해 주는 것

화학식 H2SO4 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읽기가 화학량론의 출발점이다. 아래첨자는 개수비이고, 개수비는 몰비와 같기 때문이다. 6.022×1023 배 해도 비는 변하지 않는다.

4장에서 본 대로 몰질량 M 은 화학식에 든 원자량을 개수만큼 더한 값이고 단위는 g/mol 이다. 이온 결합 물질에는 분자가 없으므로 분자량 대신 화학식량이라 부르지만 계산하는 방법은 같다.

화학식에서 곧바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가 조성 백분율이다. 어떤 원소가 전체 질량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가다.

(원소 X 의 질량 백분율)=(화학식 속 X 의 개수)×(X 의 원자량)(화합물의 몰질량)×100%

이 값이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실험에서 직접 잴 수 있는 것은 질량뿐이기 때문이다. 시료를 태우거나 분해해 각 원소의 질량을 재면 조성 백분율이 나오고, 거기서 거꾸로 화학식을 알아낼 수 있다. 다음 절이 그 이야기다.

예제 70

황산암모늄 (NH4)2SO4 의 몰질량과 질소의 질량 백분율을 구하라. 원자량은 H1.008, N14.007, O15.999, S32.06 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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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원자를 세야 한다. 괄호 밖의 2는 괄호 안 전체에 걸린다.

질소 1×2=2 개, 수소 4×2=8 개, 황 1개, 산소 4개.

M=2(14.007)+8(1.008)+32.06+4(15.999)

항을 하나씩 계산한다.

=28.014+8.064+32.06+63.996=132.13g/mol

덧셈이므로 소수점 아래 자릿수가 가장 적은 32.06 에 맞춰 2자리까지 적었다.

질소의 질량 백분율은

28.014132.13×100%=21.20%

답이 말이 되는가. 질소 원자 2개의 질량이 28 인데 전체가 132 이니 대략 5분의 1이다. 21% 는 그와 맞는다.

이 값에는 실용적인 뜻이 있다. 황산암모늄은 질소 비료이고, 비료 포대에 적힌 "질소 21%"가 바로 이 수다. 농민이 밭에 넣을 질소의 양을 계산하려면 이 값이 필요하다.

견주어 볼 만한 것이 있다. 요소 CO(NH2)2 의 몰질량은 60.06g/mol 이고 질소가 2개이므로 백분율은 28.014/60.06=46.6% 다. 같은 무게를 사면 질소를 두 배 넘게 얻는다.

예제 71

철광석에서 얻은 시료 10.0g 이 순수한 산화철(III) Fe2O3 라 하자. 여기에 든 철의 질량은 얼마인가? 원자량은 Fe55.85, O16.0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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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길이 있다. 둘 다 익혀 두면 좋다.

조성 백분율로 가는 길. 먼저 몰질량을 구한다.

M=2(55.85)+3(16.00)=111.7+48.00=159.7g/mol

철의 질량 백분율은

111.7159.7×100%=69.94%

시료 10.0g 중 철은

(10.0g)(0.6994)=6.99g

몰로 가는 길. 시료의 몰수를 구하고 철의 몰수로 옮긴 뒤 질량으로 되돌린다.

nFe2O3=10.0159.7=0.06262mol

화학식에서 Fe2O3 1mol 에 철이 2mol 들어 있으므로

nFe=2×0.06262=0.1252mol

mFe=(0.1252)(55.85)=6.99g

세 자리로 6.99g 다. 두 길이 같은 답을 준다.

어느 쪽을 쓸까. 한 번만 계산한다면 백분율 쪽이 짧다. 그러나 반응이 끼어들면 반드시 몰로 가는 길을 써야 한다. 반응식은 질량비가 아니라 몰비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장의 나머지는 전부 두 번째 길이다.

실험식과 분자식

실험실에서 새 물질을 얻었다고 하자. 태워서 나온 이산화탄소와 물의 질량을 재면 탄소와 수소가 각각 얼마나 들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얻는 것은 질량비인데, 화학식에 적어야 하는 것은 개수비다.

둘 사이를 건너는 다리가 몰질량이다. 절차는 이렇다.

2번에서 질량비가 개수비로 바뀐다. 원자마다 무게가 다르므로 질량비를 그대로 개수비로 읽으면 반드시 틀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분자량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것도 놓치지 말 것
<2번에서 질량비가 개수비로 바뀐다. 원자마다 무게가 다르므로 질량비를 그대로 개수비로 읽으면 반드시 틀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분자량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것도 놓치지 말 것>[원본 보기]

이렇게 얻은 가장 간단한 정수비의 화학식실험식(empirical formula)이라 한다. 실제 분자에 든 원자 개수를 적은 것은 분자식(molecular formula)이다.

둘은 다를 수 있다. 실험식 CH2O 를 가진 물질은 폼알데하이드(CH2O), 아세트산(C2H4O2), 포도당(C6H12O6) 등 여럿이다. 전혀 다른 물질인데 원자의 비율이 같다.

그러니 분자식을 정하려면 정보가 하나 더 필요하다. 분자량이다.

n=(분자량)(실험식량),(분자식)=(실험식)×n

분자량을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7장에서 이미 하나를 배웠다. 기체로 만들 수 있으면 PV=nRT 로 몰수를 구하고 질량을 나누면 된다.

예제 72

어떤 화합물을 분석했더니 질량으로 탄소 40.0%, 수소 6.7%, 산소 53.3% 였다. (가) 실험식을 구하라. (나) 분자량이 180g/mol 일 때 분자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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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절차를 그대로 따른다.

1단계. 시료 100g 이 있다고 놓으면 백분율이 그대로 그램 수가 된다. 탄소 40.0g, 수소 6.7g, 산소 53.3g.

2단계. 각각을 자기 원자량으로 나눠 몰수를 구한다. 여기서 질량비가 개수비로 바뀐다.

nC=40.012.01=3.331mol

nH=6.71.008=6.65mol

nO=53.316.00=3.331mol

3단계. 가장 작은 값 3.331 로 모두 나눈다.

C:3.3313.331=1.00,H:6.653.331=2.00,O:3.3313.331=1.00

4단계. 이미 정수이므로 곱할 것이 없다.

5단계. 실험식은 CH2O 이고 실험식량은 12.01+2(1.008)+16.00=30.03 이다.

(나) 분자량을 실험식량으로 나눈다.

n=18030.03=5.996

실험식을 6배 하면

C6H12O6

포도당이다.

두 가지를 짚어 두자. 첫째, (나)의 결과가 5.99 로 정확히 6이 아니었다. 이런 어긋남은 반올림하는 것이 맞다. 분자에 원자가 5.99개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고, 어긋남의 원인은 측정 오차와 반올림이다. 다만 5.5 처럼 어중간한 값이 나왔다면 데이터를 의심해야 한다.

둘째, (가)의 답만으로는 이 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세트산도 실험식이 CH2O 다. 분자량이 있어야 갈린다.

예제 73

탄소·수소·산소로만 이루어진 화합물 2.30g 을 완전히 태웠더니 이산화탄소 4.40g 과 물 2.70g 이 나왔다. 실험식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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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핵심은 탄소는 전부 이산화탄소로, 수소는 전부 물로 갔다는 것이다. 산소는 태울 때 넣어 준 것과 원래 있던 것이 섞이므로 직접 셀 수 없고, 나머지로 구해야 한다.

탄소. 이산화탄소 1mol 에 탄소가 1mol 이다.

nCO2=4.4044.01=0.1000molnC=0.1000mol

mC=(0.1000)(12.01)=1.201g

수소.1mol 에 수소가 2mol 이다. 이 2를 빼먹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nH2O=2.7018.02=0.1498molnH=2(0.1498)=0.2997mol

mH=(0.2997)(1.008)=0.3021g

산소. 원래 시료의 질량에서 탄소와 수소의 질량을 뺀 것이 산소다.

mO=2.301.2010.302=0.797g

nO=0.79716.00=0.0498mol

이제 세 몰수를 가장 작은 값으로 나눈다.

C:0.10000.0498=2.01,H:0.29970.0498=6.02,O:0.04980.0498=1.00

실험식은 C2H6O 다. 에탄올의 분자식이기도 하다.

검산해 보자. C2H6O 의 몰질량은 46.07g/mol 이고 시료 2.30g0.0499mol 이다. 여기서 탄소가 0.0998mol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0.1000 이 나왔다. 맞는다.

이 실험 방법에는 이름이 있다. 연소 분석이라 하고, 지금도 유기 화합물의 조성을 알아내는 표준적인 방법이다.

화학 반응식

화학 반응을 적을 때는 반응물을 왼쪽, 생성물을 오른쪽에 놓고 화살표로 잇는다.

CH4+2O2CO2+2H2O

화살표는 "이렇게 된다"는 뜻이다. 되돌아가는 반응도 함께 일어나는 경우에는 양쪽 화살표 를 쓴다. 그 이야기는 화학 평형에서 다룬다.

물질의 상태는 괄호로 적는다. 5장에서 한 번 나왔던 표기다.

표시
(s)고체
(l)액체
(g)기체
(aq)물에 녹아 있는 상태

반응식 앞에 붙이는 수를 계수라 한다. 계수를 맞추는 이유는 하나다. 반응 전후로 원자는 사라지지도 새로 생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3장의 질량 보존 법칙이 원자 수준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화살표 양쪽의 원자 개수가 같아야 한다. 고칠 수 있는 것은 앞에 붙이는 계수뿐이고, 화학식 안의 아래첨자를 고치면 아예 다른 물질이 되어 버린다
<화살표 양쪽의 원자 개수가 같아야 한다. 고칠 수 있는 것은 앞에 붙이는 계수뿐이고, 화학식 안의 아래첨자를 고치면 아예 다른 물질이 되어 버린다>[원본 보기]

여기서 절대 어기면 안 되는 규칙이 있다. 계수만 고칠 수 있고 아래첨자는 건드리지 못한다. H2OH2O2 로 바꾸면 물이 과산화수소가 되어 버린다. 다른 물질이다.

맞추는 요령은 이렇다.

예제 74

다음 반응식의 계수를 맞춰라. (가) C3H8+O2CO2+H2O (나) Al+HClAlCl3+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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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산소는 오른쪽 두 물질에 모두 나오므로 마지막으로 미룬다. 탄소와 수소부터다.

탄소는 왼쪽에 3개이므로 오른쪽 CO2 앞에 3을 붙인다.

수소는 왼쪽에 8개이므로 오른쪽 H2O 앞에 4를 붙인다. 4×2=8 이기 때문이다.

C3H8+O23CO2+4H2O

이제 산소를 센다. 오른쪽은 3×2+4×1=10 개다. 왼쪽 O2 앞에 5를 붙이면 10개가 된다.

C3H8(g)+5O2(g)3CO2(g)+4H2O(l)

검산한다. C 3=3, H 8=8, O 10=10. 맞는다.

(나) 염소가 한 물질씩에만 나오므로 그것부터 본다. 오른쪽 AlCl3 에 염소가 3개이므로 왼쪽 HCl 앞에 3을 붙인다.

Al+3HClAlCl3+H2

그런데 왼쪽 수소가 3개인데 오른쪽 H2 는 2개씩 늘어난다. 3은 2의 배수가 아니다. 이럴 때 분수를 쓴다. H2 앞에 3/2 를 붙이면 맞는다.

Al+3HClAlCl3+32H2

마지막으로 전체에 2를 곱해 정수로 만든다.

2Al(s)+6HCl(aq)2AlCl3(aq)+3H2(g)

검산한다. Al 2=2, H 6=6, Cl 6=6. 맞는다.

분수를 거쳐 가는 이 방법이 시행착오보다 훨씬 빠르다. 특히 연소 반응에서 산소의 계수가 분수로 나오는 일이 잦다.

흔한 오해

H2+O2H2O 를 맞추려는데 오른쪽 산소가 하나뿐이다. H2O2 로 고치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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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 H2O2 는 과산화수소이고 물이 전혀 아니다. 마시면 위험하고 소독약으로 쓰는 물질이다.

계수를 고치는 것은 "몇 개 있는가"를 바꾸는 일이고, 아래첨자를 고치는 것은 "무엇인가"를 바꾸는 일이다. 반응식의 계수를 맞추는 작업에서 물질 자체를 바꿔서는 안 된다.

올바른 방법은 계수로 해결하는 것이다. 오른쪽 H2O 앞에 2를 붙이면 산소가 2개가 된다.

H2+O22H2O

그러면 오른쪽 수소가 4개가 되었으므로 왼쪽 H2 앞에도 2를 붙인다.

2H2(g)+O2(g)2H2O(l)

검산한다. H 4=4, O 2=2. 맞는다.

계수를 맞출 때 유용한 확인 습관이 하나 있다. 다 맞춘 뒤 양쪽의 총질량을 계산해 견주는 것이다. 왼쪽은 2(2.016)+32.00=36.03, 오른쪽은 2(18.02)=36.03 으로 같다. 질량 보존이 확인된다.

반응식이 말해 주는 것

맞춰 놓은 반응식을 읽는 법이 이 장의 핵심이다.

2H2(g)+O2(g)2H2O(l)

이 식은 "수소 2g 과 산소 1g 이 반응한다"는 뜻이 아니다. 계수는 개수비이고, 따라서 몰비다.

질량비는 여기에 몰질량을 곱해야 나온다. 2(2.016):1(32.00):2(18.02), 즉 대략 4:32:36 이다.

그러니 계산의 길은 정해져 있다.

가운데 굵은 화살표(계수비)가 유일하게 화학이 들어가는 자리이고 나머지는 전부 단위 환산이다. 어떤 화학량론 문제든 이 지도 위를 걷는다
<가운데 굵은 화살표(계수비)가 유일하게 화학이 들어가는 자리이고 나머지는 전부 단위 환산이다. 어떤 화학량론 문제든 이 지도 위를 걷는다>[원본 보기]

세 단계를 말로 옮기면 이렇다.

  1. 주어진 물질의 양을 로 바꾼다. 질량이면 몰질량으로 나누고, 기체 부피면 PV=nRT 를 쓰고, 용액 부피면 농도를 곱한다.
  2. 반응식의 계수비로 구하려는 물질의 몰수로 건너간다.
  3. 묻는 단위로 되돌린다.

2번을 실제로 쓸 때는 분수 하나를 곱하는 형태가 된다. 3장에서 배운 "값이 1인 분수를 곱한다"와 정확히 같은 방식이고, 다만 이 분수는 값이 1이 아니라 반응식이 정해 준 비다.

n구하려는 것=n주어진 것×(구하려는 것의 계수)(주어진 것의 계수)

분모와 분자를 뒤집어 쓰는 것이 이 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막히면 "주어진 것의 계수가 분모"라고 외우기보다, 답이 커야 하는지 작아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 안전하다.

예제 76

프로페인 C3H8 44.1g 을 완전히 태우려면 산소가 몇 그램 필요하고, 이산화탄소는 몇 그램 생기는가? 반응식은 앞 예제에서 맞춘 것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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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식부터 적어 둔다. 계수가 계산의 전부이므로 반드시 맞춘 식이어야 한다.

C3H8+5O23CO2+4H2O

1단계, 몰로 바꾼다. 프로페인의 몰질량은 3(12.01)+8(1.008)=44.10g/mol 이다.

nC3H8=44.144.10=1.00mol

2단계, 계수비로 건너간다. 프로페인 1에 대해 산소가 5, 이산화탄소가 3이다.

nO2=(1.00)×51=5.00mol

nCO2=(1.00)×31=3.00mol

3단계, 질량으로 되돌린다.

mO2=(5.00)(32.00)=160g

mCO2=(3.00)(44.01)=132g

세 자리로 산소 160g, 이산화탄소 132g 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질량 보존으로 검산할 수 있다. 왼쪽은 44.1+160=204g 이고, 오른쪽은 이산화탄소 132 에 물 (4.00)(18.02)=72.1g 을 더해 204g 이다. 같다.

눈여겨볼 것이 하나 있다. 연료보다 산소가 훨씬 많이 든다. 프로페인 44g 을 태우는 데 산소가 160g 필요하다. 그래서 밀폐된 방에서 난로를 켜면 산소가 먼저 바닥나고, 불완전 연소로 일산화탄소가 생겨 위험해진다.

예제 77

암모니아를 만드는 반응은 N2(g)+3H2(g)2NH3(g) 다. 질소 기체를 100kPa, 300K 에서 50.0L 사용했다면 암모니아는 최대 몇 그램 얻을 수 있는가? 수소는 넉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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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것이 기체의 부피이므로 7장의 PV=nRT 로 몰수를 구하는 것이 1단계다.

단위를 맞춘다.

P=1.00×105Pa,V=50.0L=5.00×102m3,T=300K

nN2=PVRT=(1.00×105)(5.00×102)(8.314)(300)=50002494=2.005mol

2단계. 계수비는 질소 1에 암모니아 2다.

nNH3=(2.005)×21=4.010mol

3단계. 암모니아의 몰질량은 14.01+3(1.008)=17.03g/mol 이다.

mNH3=(4.010)(17.03)=68.3g

세 자리로 68.3g 이다.

문제에서 "최대"라고 물은 이유가 있다. 실제 이 반응은 끝까지 진행되지 않고 도중에 멈춘다. 그 이야기가 화학 평형이다. 화학량론이 주는 값은 이보다 더 얻을 수는 없다는 상한이다.

어림으로 검산해 보자. 7장에서 표준상태의 몰부피가 22.7L/mol 이었다. 여기서는 온도가 조금 높으므로 몰부피가 조금 크고, 50/22.7=2.2 보다 약간 작은 값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2.005 가 나왔다. 맞는다.

한계 반응물과 수득률

앞의 예제에서는 "수소는 넉넉하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반응물이 둘 이상 주어지면 대개 한쪽이 먼저 바닥난다. 그 순간 반응은 멈추고, 다른 쪽은 남는다. 먼저 바닥나는 쪽을 한계 반응물(limiting reagent)이라 하고, 생성물의 양은 오직 이쪽이 정한다.

질소 3개와 수소 6개를 넣어도 암모니아는 6개가 아니라 4개만 생긴다. 수소가 먼저 바닥나기 때문이고, 질소 하나는 짝을 못 찾고 남는다
<질소 3개와 수소 6개를 넣어도 암모니아는 6개가 아니라 4개만 생긴다. 수소가 먼저 바닥나기 때문이고, 질소 하나는 짝을 못 찾고 남는다>[원본 보기]

찾는 방법은 단순하다. 반응물마다 "이것만 다 쓰면 생성물이 얼마나 나오는가"를 따로 계산하고, 가장 작은 값을 낸 쪽이 한계 반응물이다. 그리고 그 가장 작은 값이 실제로 나오는 양이다.

흔한 실수 하나를 미리 짚는다. 양이 적은 쪽이 한계 반응물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계수가 다르면 필요한 양도 다르기 때문이다. 반드시 계수를 반영해 계산해야 한다.

계산이 끝나면 실제 실험과 견줄 수 있다. 계산으로 나온 양을 이론적 수득량, 실제로 얻은 양을 실제 수득량이라 하고 그 비를 수득률이라 한다.

(수득률)=(실제 수득량)(이론적 수득량)×100%

수득률은 100%를 넘을 수 없다. 넘었다면 생성물이 덜 말랐거나 불순물이 섞였거나 계산이 틀린 것이다. 실제로는 반응이 끝까지 가지 않거나, 다른 반응이 함께 일어나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려 100%보다 작다.

예제 78

질소 28.0g 과 수소 4.00g 을 반응시켰다. 반응식은 N2+3H22NH3 다. (가) 한계 반응물은 무엇인가? (나) 암모니아는 최대 몇 그램 생기는가? (다) 무엇이 얼마나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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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두 반응물의 몰수를 구한다.

nN2=28.028.02=0.99931.00mol

nH2=4.002.016=1.984mol

(가) 각각에 대해 "이것만 다 쓰면 암모니아가 몇 몰"인지 계산한다.

질소 기준: 계수비가 N2:NH3=1:2 이므로

(1.00)×21=2.00mol

수소 기준: 계수비가 H2:NH3=3:2 이므로

(1.984)×23=1.323mol

작은 쪽은 수소다. 따라서 수소가 한계 반응물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드러난다. 질량으로는 질소가 28.0g 로 수소 4.00g 보다 일곱 배나 많다. 그런데도 부족한 것은 수소다. 몰수로도 수소가 두 배 가까이 많은데 계수가 3배라 그렇다. 계수를 반영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판정할 수 없다.

(나) 한계 반응물이 정한 값이 답이다.

mNH3=(1.323)(17.03)=22.5g

(다) 수소는 전부 쓰였다. 질소가 얼마나 쓰였는지 계산한다.

nN2 사용=(1.984)×13=0.6613mol

nN2 남음=1.000.661=0.339mol

mN2 남음=(0.339)(28.02)=9.5g

세 자리로 (가) 수소, (나) 22.5g, (다) 질소 9.5g 이 남는다.

질량 보존으로 검산한다. 처음 총질량은 28.0+4.00=32.0g 이고, 나중은 암모니아 22.5 에 남은 질소 9.5 를 더해 32.0g 이다. 맞는다.

예제 79

위 실험에서 실제로 얻은 암모니아가 17.8g 이었다. 수득률을 구하고, 100%가 안 되는 이유로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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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수득량은 앞 예제에서 22.5g 이었다.

(수득률)=17.822.5×100%=79.1%

세 자리로 79.1% 다.

100%가 안 되는 이유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첫째, 반응이 끝까지 가지 않는다. 암모니아 합성은 되돌아가는 반응도 함께 일어나서 어느 지점에서 겉보기에 멈춘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화학 평형에서 다룬다.

둘째, 다른 반응이 함께 일어난다. 원료에 불순물이 있거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생성물이 함께 생긴다.

셋째,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린다. 그릇 벽에 남거나 거르는 종이에 붙거나 증발한다.

수득률의 실용적인 쓸모는 공정을 견주는 데 있다. 같은 물질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으면 수득률이 높은 쪽이 원료를 덜 쓴다. 산업에서는 몇 퍼센트의 차이가 큰 비용 차이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검문의 도구이기도 하다. 누군가 수득률 105% 를 보고했다면 반드시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생성물이 덜 말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용액의 농도와 용액 화학량론

실험실 반응의 상당수는 용액에서 일어난다. 고체끼리는 잘 만나지 못하지만 물에 녹으면 이온과 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부딪히기 때문이다.

용액에서 양을 재는 방법은 부피다. 그러니 부피를 몰수로 바꾸는 값이 필요하고, 그것이 몰농도다.

c=nV(단위: mol/L)

여기서 V용액 전체의 부피이지 용매의 부피가 아니다. 소금 1mol 을 물 1L 에 녹이면 전체 부피가 1L 보다 조금 커진다. 그래서 정확한 용액은 "물을 1 L 넣는" 방식이 아니라 "눈금까지 채우는" 방식으로 만든다.

다른 책에서 1mol/L 를 "1 M" 로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문서는 SI 표기인 mol/L 만 쓴다.

용액을 묽히는 계산에는 아주 편리한 관계가 있다.

물을 부어도 녹아 있는 알갱이 수는 변하지 않는다. 희석 공식의 양변은 모두 그 변하지 않는 용질의 몰수를 다르게 적은 것일 뿐이다
<물을 부어도 녹아 있는 알갱이 수는 변하지 않는다. 희석 공식의 양변은 모두 그 변하지 않는 용질의 몰수를 다르게 적은 것일 뿐이다>[원본 보기]

물을 부어도 용질의 몰수는 변하지 않는다. 몰수는 n=cV 이므로

c1V1=c2V2

이 식을 외울 필요는 없다. 양변이 모두 "용질의 몰수"라는 것만 알면 언제든 다시 세울 수 있다.

용액이 끼어든 화학량론도 길은 같다. 지도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에서 "몰질량" 대신 "농도"를 쓸 뿐이다.

예제 80

수산화나트륨 NaOH 고체 8.00g 을 물에 녹여 전체 부피를 500mL 로 맞췄다. (가) 몰농도를 구하라. (나) 이 용액 25.0mL 를 물로 묽혀 0.100mol/L 로 만들려면 전체 부피를 얼마로 해야 하는가? NaOH 의 화학식량은 40.0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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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농도의 정의에 넣으려면 몰수와 부피가 필요하다.

n=8.00g40.00g/mol=0.200mol

V=500mL=0.500L

c=0.2000.500=0.400mol/L

(나) 희석이므로 용질의 몰수가 변하지 않는다. 먼저 덜어낸 25.0mL 에 든 몰수를 구한다.

n=cV=(0.400mol/L)(0.0250L)=0.0100mol

이 몰수가 새 농도에서 차지할 부피를 구한다.

V2=nc2=0.01000.100=0.100L=100mL

희석 공식으로 한 번에 풀어도 같다.

(0.400)(25.0)=(0.100)V2V2=100mL

이때 부피의 단위를 양변에서 같게만 두면 되므로 mL 그대로 써도 된다. 비에서 지워지기 때문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농도를 4분의 1로 낮췄으니 부피는 4배가 되어야 한다. 25×4=100 이다. 맞는다.

실험 절차로 옮기면 이렇다. 원래 용액 25.0mL100mL 짜리 플라스크에 넣고 눈금까지 물을 채운다. "물을 75 mL 더 넣는다"가 아니다. 섞으면 부피가 정확히 더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제 81

0.200mol/L 질산은 용액 50.0mL 에 충분한 양의 염화나트륨 용액을 넣었더니 염화은이 침전했다. 반응식은 AgNO3(aq)+NaCl(aq)AgCl(s)+NaNO3(aq) 다. 침전한 염화은의 질량은? AgCl 의 화학식량은 143.3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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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그대로 따른다. 주어진 것이 용액의 부피와 농도이므로 첫 단계는 곱셈이다.

1단계, 몰로.

nAgNO3=cV=(0.200mol/L)(0.0500L)=0.0100mol

2단계, 계수비로. AgNO3AgCl 의 계수가 모두 1이므로 몰수가 그대로다.

nAgCl=0.0100mol

3단계, 질량으로.

mAgCl=(0.0100)(143.3)=1.43g

세 자리로 1.43g 이다.

문제에서 "충분한 양"이라고 한 것이 중요하다. 그 말이 있으므로 염화나트륨은 한계 반응물이 아니고, 은이온이 전부 침전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두 용액의 양이 모두 주어졌다면 한계 반응물부터 찾아야 한다.

이 반응을 실제로 일어나는 일만 남겨 적으면 더 간단해진다. Na+NO3 는 반응 전후로 그대로 물에 떠 있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Ag+(aq)+Cl(aq)AgCl(s)

이렇게 적은 것을 알짜 이온 반응식이라 하고, 구경만 하는 이온을 구경꾼 이온이라 한다. 계산 결과는 같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훨씬 분명해진다.

예제 82

0.150mol/L 염산 HCl 용액으로 농도를 모르는 수산화나트륨 용액 25.0mL 를 중화했더니 염산이 32.4mL 들었다.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농도는? 반응식은 HCl(aq)+NaOH(aq)NaCl(aq)+H2O(l)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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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농도를 아는 용액으로 모르는 용액의 농도를 알아내는 실험을 적정이라 한다.

1단계. 넣어 준 염산의 몰수를 구한다. 이쪽은 농도와 부피를 모두 안다.

nHCl=(0.150mol/L)(0.0324L)=4.860×103mol

2단계. 계수비가 1대1 이므로 반응한 수산화나트륨도 같은 몰수다.

nNaOH=4.860×103mol

"중화했다"는 말이 이 단계를 정당화한다. 남거나 모자란 것 없이 정확히 다 반응했다는 뜻이다.

3단계. 농도로 되돌린다.

cNaOH=nV=4.860×103mol0.0250L=0.194mol/L

세 자리로 0.194mol/L 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계수비가 1대1 인데 염산이 더 많은 부피(32.4 대 25.0)를 썼으므로 염산 쪽 농도가 더 낮아야 한다. 실제로 0.150 이 0.194 보다 작다. 맞는다.

계수비가 1대1 이 아니면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황산 H2SO4 로 적정한다면 반응식이 H2SO4+2NaOHNa2SO4+2H2O 이므로 2단계에서 2를 곱해야 한다. "부피 곱하기 농도"만 양쪽에 쓰고 계수를 잊는 것이 적정 계산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실험에서 "정확히 다 반응한 순간"을 어떻게 아는지는 산과 염기를 다룰 때 이야기한다. 색이 변하는 물질을 조금 넣어 두는 방법을 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용어부터 모은다.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s) (l) (g) (aq)상태 표시고체 · 액체 · 기체 · 수용액
→ / ⇌반응 화살표한 방향 / 양쪽으로 함께 일어남
계수반응식 앞의 수없음개수비이자 몰비. 질량비가 아니다
조성 백분율원소의 질량 비율%실험에서 직접 잴 수 있는 값
실험식가장 간단한 정수 개수비분자량을 알아야 분자식이 된다
분자식실제 분자의 원자 개수(실험식) × n
한계 반응물먼저 바닥나는 반응물생성물의 양을 정한다
이론적 수득량계산으로 나오는 최대량g, mol넘을 수 없는 상한
수득률실제 ÷ 이론 × 100%100을 넘으면 반드시 잘못된 것
c몰농도mol/Lc = n / V. V 는 용액 전체의 부피
구경꾼 이온반응에 참여하지 않는 이온지우고 적은 것이 알짜 이온 반응식

계산의 길은 이렇게 정리된다. 모든 문제가 같은 지도 위에 있다.

단계하는 일쓰는 값
1주어진 양 → 몰질량이면 ÷ M, 기체면 PV=nRT, 용액이면 × c
2몰 → 상대편 몰반응식의 계수비 (여기가 유일하게 화학인 곳)
3몰 → 묻는 단위질량이면 × M, 기체면 PV=nRT, 용액이면 ÷ c
보조반응물이 둘 이상이면각각 1~3 을 끝까지 해 보고 가장 작은 값을 고른다
보조실험값과 견주려면수득률 = 실제 ÷ 이론 × 100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계수를 질량비로 읽는다계수는 몰비다. 질량으로 가려면 몰질량을 곱한다
계수를 맞춘다고 아래첨자를 고친다아래첨자를 고치면 다른 물질이 된다
양이 적은 쪽을 한계 반응물로 단정한다반드시 계수를 반영해 각각 계산한다
연소 분석에서 물 1 mol 을 H 1 mol 로 센다H₂O 하나에 수소가 둘이다
묽힐 때 "물을 얼마 더 넣는다"로 계산한다전체 부피를 얼마로 맞출지를 계산한다
적정에서 계수를 빠뜨린다1대1 이 아닌 반응이 많다

이 장의 뼈대는 한 문장이다. 화학이 알려주는 것은 몰비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단위 환산이다. 문제가 복잡해 보이면 지금 손에 든 양이 지도의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먼저 찾으면 된다.

여기까지가 "얼마나 반응하는가"다. 이어지는 장들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반응할 때 열은 얼마나 오가는가(열화학), 반응이 저절로 일어날지 어떻게 아는가(화학 열역학), 반응이 도중에 멈추면 어디서 멈추는가(화학 평형), 그리고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가(반응 속도론). 그 모든 계산의 바탕에 이 장의 몰비가 놓인다.

열화학

8장까지는 "얼마나 반응하는가"를 셌다. 이 장은 다른 것을 센다. 반응할 때 에너지가 얼마나 드나드는가다.

화학 반응은 결합을 끊고 새로 만드는 일이다. 끊으려면 에너지가 들고, 만들면 에너지가 나온다. 두 값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반응에는 거의 언제나 에너지의 출입이 따른다. 연료를 태워 방을 데우는 것도, 순간 냉각 팩이 차가워지는 것도 그 출입을 쓴 것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에너지의 출입을 어떻게 세는가, 그 값을 실험으로 어떻게 재는가, 그리고 직접 재기 어려운 값을 이미 아는 값들로 어떻게 계산하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7장의 켈빈 온도와 PV=nRT 및 압력 단위 Pa, 8장의 몰비, 3장의 유효숫자다. 새 수학은 없고 덧셈과 뺄셈이 대부분이다.

에너지 단위는 이 문서 전체에서 줄(joule, 기호 J)과 킬로줄(kJ)만 쓴다. 1J 은 7장에서 본 힘의 단위로 적으면 1N 의 힘으로 1m 를 밀 때 드는 에너지다.

계와 주위 — 무엇의 에너지를 세는가

에너지가 "드나든다"고 말하려면 어디를 기준으로 안과 밖을 나눌지 먼저 정해야 한다. 그 경계를 긋는 것이 열화학의 첫 단계다.

경계가 무엇을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계를 셋으로 나눈다. 물질과 에너지가 모두 드나들면 열린 계(뚜껑 없는 컵), 에너지만 드나들면 닫힌 계(밀봉한 병), 어느 것도 드나들지 않으면 고립 계(이상적인 보온병)다.

계와 주위 사이로 에너지가 오가는 통로는 두 개뿐이다. 열(heat) q일(work) w 다. 둘 다 단위는 J 이다.

부호는 언제나 계를 기준으로 정한다. 계로 들어오면 +, 계에서 나가면 −. 이 규약 하나만 지키면 뒤의 모든 부호가 저절로 맞는다
<부호는 언제나 계를 기준으로 정한다. 계로 들어오면 +, 계에서 나가면 −. 이 규약 하나만 지키면 뒤의 모든 부호가 저절로 맞는다>[원본 보기]

부호 규약이 이 장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곳이다. 그림에 적힌 대로 계에 들어오면 양수, 계에서 나가면 음수다.

부호이름
q > 0흡열 (endothermic)계가 주위에서 열을 받았다. 주위는 차가워진다
q < 0발열 (exothermic)계가 주위로 열을 내놓았다. 주위는 뜨거워진다
w > 0압축주위가 계에 일을 했다
w < 0팽창계가 주위에 일을 했다

계가 가진 에너지의 총합을 내부에너지(internal energy) U 라 한다. 분자의 운동에너지와 분자 사이·분자 안의 위치에너지를 모두 더한 값이다. 그 총합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변화량 ΔU 는 잴 수 있다. 열역학에서 다루는 것은 언제나 변화량이다.

통로가 둘뿐이므로 결론도 하나뿐이다. 이것이 열역학 제1법칙, 곧 에너지 보존이다.

ΔU=q+w

여기서 짚어 둘 개념이 하나 있다. U상태함수(state function)다. 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만 정해지면 값이 정해지고, 어떤 길을 거쳐 그 상태에 왔는지는 상관없다. 산 정상의 고도가 어느 등산로로 올라왔는지와 무관한 것과 같다.

반면 qw 는 상태함수가 아니다. 어떤 길로 갔느냐에 따라 열과 일의 배분이 달라진다. 다만 그 합인 ΔU 만은 길과 무관하다. 등산으로 치면 고도차는 정해져 있어도 걸은 거리와 쓴 물의 양은 길마다 다른 것과 같다.

팽창하는 기체가 하는 일

화학에서 만나는 일은 대개 한 종류다. 기체가 생기거나 사라지면서 부피가 변하고, 그 부피 변화가 주위의 공기를 밀어내는 일이다. 이것을 팽창 일이라 한다.

바깥 압력이 일정하면 일의 크기는 P–V 그래프에서 압력선 아래 직사각형의 넓이다. 가로가 부피 변화, 세로가 압력이므로 넓이의 단위가 곧 에너지 단위가 된다
<바깥 압력이 일정하면 일의 크기는 P–V 그래프에서 압력선 아래 직사각형의 넓이다. 가로가 부피 변화, 세로가 압력이므로 넓이의 단위가 곧 에너지 단위가 된다>[원본 보기]

바깥 압력 Pext 가 일정할 때, 부피가 ΔV 만큼 변하면서 오간 일은

w=PextΔV

음의 부호가 붙는 이유는 부호 규약 때문이다. 팽창하면 ΔV>0 인데, 팽창은 계가 주위를 밀어내는 것이므로 계의 에너지가 줄어야 한다. 그래서 w<0 이 되도록 부호를 붙인다.

계산할 때 편리한 항등식이 하나 있다. 압력을 kPa, 부피를 L 로 두면 곱이 곧바로 J 이 된다.

1kPaL=(103Pa)(103m3)=1Pam3=1J

마지막 등호는 7장에서 이미 확인했다. Pa=N/m2 이므로 Pam3=Nm=J 다.

예제 83

어떤 계가 주위에서 열 575J 을 흡수하고, 주위에 대해 295J 의 일을 했다. 이 계의 내부에너지는 얼마나 변했는가?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ΔU 이고 단위는 J 이다. 제1법칙 ΔU=q+w 를 쓰면 되는데, 계산보다 부호를 정하는 것이 이 문제의 전부다.

열을 흡수했다 — 계로 들어왔으므로 q=+575J.

계가 일을 했다 — 계에서 나갔으므로 w=295J.

ΔU=575+(295)=+280J

계의 내부에너지가 280J 늘었다.

답이 말이 되는가. 받은 열의 일부를 일로 내보냈으므로, 남은 증가분은 받은 열보다 작아야 한다. 280<575 이니 맞는다.

한 가지 미리 알아 둘 것이 있다. 오래된 공학 교재는 ΔU=qw 로 쓰고 w 를 "계가 한 일"로 정의한다. 규약이 다를 뿐 물리적 결론은 같다. 이 문서는 화학에서 표준인 ΔU=q+w 를 쓴다.

예제 84

100kPa 의 일정한 바깥 압력에서 기체가 5.00L 에서 15.0L 로 팽창했다. (가) 일을 J 로 구하라. (나) 이 과정에서 계가 열 1500J 을 흡수했다면 ΔU 는 얼마인가?

풀이 보기

(가) 바깥 압력이 일정하므로 w=PextΔV 를 쓸 수 있다.

ΔV=15.05.00=10.0L

w=(100kPa)(10.0L)=1.00×103kPaL

앞의 항등식으로 단위만 바꿔 읽는다.

w=1.00×103J

음수이므로 계가 주위에 1.00×103J 의 일을 했다는 뜻이다.

(나) ΔU=q+w=1500+(1000)=+5.00×102J

압력을 kPa, 부피를 L 로 두는 습관을 들이면 이 유형에서 환산 계수를 잊어 틀릴 일이 없다. 압력을 Pa 로 바꾸고 부피는 L 로 둔 채 곱하면 답이 1000배 커진다. 이것이 가장 흔한 실수다.

엔탈피 — 정압에서 재기 편한 양

실험실에서 하는 반응의 대부분은 뚜껑을 덮지 않은 그릇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계의 압력은 언제나 대기압과 같고, 부피는 자유롭게 변한다. 이런 조건을 정압이라 한다.

정압에서는 재는 열 qpΔU 와 같지 않다. 팽창 일로 빠져나간 몫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는 값이 곧바로 변화량이 되는 새 상태함수를 정의한다. 그것이 엔탈피(enthalpy) H 다.

HU+PV

이 정의의 값어치는 다음 한 줄에 있다. 압력이 일정하고 팽창 일 말고 다른 일이 없으면

ΔH=qp

정압에서 잰 열이 곧 엔탈피 변화다. 엔탈피를 만든 이유가 이것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온도계로 읽은 값을 그대로 상태함수의 변화량으로 쓸 수 있게 된다.

ΔUΔH 의 차이는 정의에 들어 있는 PV 항에서 나온다. 기체가 이상기체이고 온도가 일정하면 Δ(PV)=ΔngRT 이므로

ΔH=ΔU+ΔngRT

Δng기체 몰수의 변화다(고체와 액체는 세지 않는다). 기체 몰수가 변하지 않는 반응이나 응축상만 관여하는 반응에서는 두 값이 같다.

가로축은 눈금이 아니라 반응 전에서 반응 후로 가는 순서일 뿐이다. 읽어야 할 것은 두 준위의 높이 차이와 어느 쪽이 위인가 하나뿐이다
<가로축은 눈금이 아니라 반응 전에서 반응 후로 가는 순서일 뿐이다. 읽어야 할 것은 두 준위의 높이 차이와 어느 쪽이 위인가 하나뿐이다>[원본 보기]

이제 반응식에 엔탈피를 붙여 적을 수 있다. 이렇게 적은 것을 열화학 반응식이라 한다.

CH4(g)+2O2(g)CO2(g)+2H2O(l),ΔH=890.5kJ

위첨자 표준 상태에서 잰 값이라는 표시다. 표준 상태는 압력 100kPa, 용질이면 농도 1mol/L, 순물질이면 그 온도에서 가장 안정한 상을 뜻한다. 온도는 표준 상태의 정의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따로 밝혀야 하며, 관례로 298.15K 를 쓴다.

열화학 반응식을 다루는 규칙은 둘뿐이고, 둘 다 "ΔH 는 얼마나 많이 반응했는가에 비례한다"는 한 사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상태 표기가 필수다. 위 반응에서 물이 액체가 아니라 기체로 나오면 값이 88kJ 달라진다. 물 2mol 을 기화시키는 데 드는 열만큼이다.

예제 85

25C 에서 다음 두 반응의 ΔHΔU 는 얼마나 차이 나는가? (가) 2H2(g)+O2(g)2H2O(l) (나) C(s)+O2(g)CO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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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관계는 ΔHΔU=ΔngRT 다. 필요한 것은 기체 몰수의 변화뿐이므로, 고체와 액체는 세지 않고 넘어간다.

(가) 왼쪽의 기체는 2+1=3mol, 오른쪽은 액체뿐이라 0 이다.

Δng=03=3

ΔHΔU=(3)(8.314J/(molK))(298.15K)=7436J=7.44kJ

이 반응의 ΔH571.6kJ 이므로 ΔU=571.6+7.44=564.2kJ 다. 차이는 1.3% 남짓이다.

(나) 기체가 양쪽에 1mol 씩이므로 Δng=0 이고 두 값이 같다.

ΔH=ΔU=393.5kJ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대부분의 반응에서 두 값의 차이가 몇 kJ 수준으로 작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반응열"이라 하면 ΔH 를 뜻한다. 차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경우는 기체 몰수가 크게 변하는 반응뿐이다.

예제 86

메테인의 연소는 CH4(g)+2O2(g)CO2(g)+2H2O(l), ΔH=890.5kJ 다. (가) 메테인 10.0g 을 태우면 열이 얼마나 나오는가? (나) 이산화탄소 1mol 을 메테인과 물로 되돌리는 반응의 ΔH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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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열화학 반응식의 ΔH반응식에 적힌 계수만큼 반응했을 때의 값이다. 여기서는 메테인 1mol890.5kJ 라는 뜻이다. 그러니 8장의 길을 그대로 걷는다. 질량을 몰로 바꾸고, 비례로 열을 구한다.

메테인의 몰질량은 12.01+4(1.008)=16.04g/mol 이다.

n=10.016.04=0.6234mol

qp=(0.6234mol)(890.5kJ/mol)=555kJ

음수이므로 계가 555kJ 을 주위로 내놓았다는 뜻이다. "열이 얼마나 나오는가"라는 물음의 답으로는 555kJ 이 나온다고 말하면 된다.

(나) 되돌리는 반응은 위 반응을 뒤집은 것이다. 부호만 바뀐다.

CO2(g)+2H2O(l)CH4(g)+2O2(g),ΔH=+890.5kJ

크게 흡열이다.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되돌리려면 태울 때 나온 만큼의 에너지를 도로 넣어야 한다는 뜻이고,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가 이 부호다.

열용량과 열량계 — 열을 실제로 재는 법

열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실험에서 실제로 읽는 것은 온도계 눈금이다. 그러니 온도 변화를 열로 번역하는 값이 필요하다.

열용량과 비열

열용량(heat capacity) C 는 어떤 물체의 온도를 1K 올리는 데 드는 열이다. 단위는 J/K 다.

열용량은 물체가 크면 커진다. 물 한 컵과 욕조 하나는 같은 물이라도 열용량이 다르다. 그래서 물질 자체의 성질로 쓰려면 양으로 나눠야 한다. 1g 으로 나눈 것이 비열(specific heat capacity) c, 단위 J/(gK) 이고, 1mol 로 나눈 것이 몰 열용량, 단위 J/(molK) 이다.

여기서 물리량을 두 부류로 나누는 구분이 처음 나온다. 양이 늘면 함께 커지는 것을 크기 성질(extensive property), 양과 무관한 것을 세기 성질(intensive property)이라 한다. 열용량 C 는 크기 성질이고, 비열 c 와 온도·밀도는 세기 성질이다. 이 구분은 앞으로 여러 번 다시 나온다.

온도 변화와 열을 잇는 식은 정의를 옮겨 적은 것뿐이다.

q=mcΔT=CΔT

물질비열 (J/(g·K))물질비열 (J/(g·K))
물 (액체)4.184알루미늄0.897
얼음2.090.449
수증기1.87구리0.385
에탄올2.440.129

물의 비열이 유독 크다. 금속의 열 배에서 서른 배다. 7장의 수소 결합 때문이며, 바닷가의 기온이 내륙보다 완만한 것과 자동차 냉각수에 물을 쓰는 것이 모두 이 값의 결과다.

그런데 q=mcΔT 를 쓸 수 없는 구간이 있다. 상이 변하는 동안에는 열을 넣어도 온도가 오르지 않는다.

평평한 두 구간에서는 온도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 그 구간의 열은 전부 분자를 떼어놓는 데 쓰인다. 끓일 때의 평평한 구간이 녹일 때보다 훨씬 긴 것이 핵심이다
<평평한 두 구간에서는 온도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 그 구간의 열은 전부 분자를 떼어놓는 데 쓰인다. 끓일 때의 평평한 구간이 녹일 때보다 훨씬 긴 것이 핵심이다>[원본 보기]

그 구간에서 드는 열은 따로 세어야 한다. 물 1mol 을 녹이는 데 드는 융해 엔탈피ΔHfus=6.01kJ/mol, 100C 에서 끓이는 데 드는 기화 엔탈피ΔHvap=40.7kJ/mol 다.

기화 쪽이 약 7배 크다. 액체에서는 분자들이 아직 붙어 있고, 기체가 되려면 그 결합을 완전히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땀이 식혀 주는 효과가 큰 이유도 이 값이다.

예제 87

25.0C 의 물 100.0g80.0C 의 물 50.0g 을 섞었다. 밖으로 새는 열이 없다면 최종 온도는?

풀이 보기

계를 "두 물 전체"로 잡으면 밖과 주고받는 열이 없다. 그러면 안에서 오간 열만 남는다. 뜨거운 물이 잃은 열 = 찬 물이 얻은 열이다.

최종 온도를 T 라 하자. 찬 물은 T25.0 만큼 오르고, 뜨거운 물은 80.0T 만큼 내린다.

m1c(T25.0)=m2c(80.0T)

둘 다 물이므로 비열이 같아 약분된다.

100.0(T25.0)=50.0(80.0T)

100T2500=400050T150T=6500T=43.3C

답이 말이 되는가. 두 온도의 한가운데는 52.5C 인데, 찬 물이 두 배 많으므로 최종 온도는 찬 쪽으로 치우쳐야 한다. 43.3 은 그 감각과 맞는다.

비열이 서로 다른 물질을 섞을 때는 약분되지 않으므로 m1c1m2c2 를 각각 계산해야 한다. 물끼리라서 편했던 것뿐이다.

예제 88

25C 의 얼음 18.02g (1.000mol)을 125C 의 수증기로 만들려면 열이 얼마나 필요한가? 비열은 위 표의 값을, 상변화 엔탈피는 본문의 값을 쓴다.

풀이 보기

가열 곡선 그림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구간을 다섯으로 쪼갠다. 온도가 오르는 구간에서는 q=mcΔT, 평평한 구간에서는 상변화 엔탈피를 쓴다.

1. 얼음을 25 에서 0C 로.

q1=(18.02)(2.09)(25)=942J=0.94kJ

2. 얼음을 녹인다. 온도는 그대로다.

q2=(1.000mol)(6.01kJ/mol)=6.01kJ

3. 물을 0 에서 100C 로.

q3=(18.02)(4.184)(100)=7539J=7.54kJ

4. 물을 끓인다. 여기도 온도는 그대로다.

q4=(1.000)(40.7)=40.7kJ

5. 수증기를 100 에서 125C 로.

q5=(18.02)(1.87)(25)=842J=0.84kJ

전부 더한다.

q=0.94+6.01+7.54+40.7+0.84=56.0kJ

눈여겨볼 것은 비율이다. 전체 56kJ40.7kJ, 곧 4분의 3에 가까운 몫이 끓이는 데만 쓰였다. 온도를 150K 나 올리는 세 구간을 다 합쳐도 그 절반이 안 된다.

흔한 실수는 상변화 구간을 빼먹고 25 에서 125 까지 한 번에 mcΔT 로 계산하는 것이다. 그러면 답이 다섯 배 넘게 작아진다. 비열도 상마다 다르므로 구간을 나누지 않으면 어차피 어느 값을 쓸지 정할 수 없다.

열량계

열을 재는 그릇을 열량계(calorimeter)라 한다. 원리는 한 문장이다. 계가 잃은 열은 주위(용액과 그릇)가 얻은 열과 크기가 같고 부호가 반대다.

q반응=(mcΔT+C열량계ΔT)

두 그릇이 재는 값이 다르다. 대기에 열려 있으면 압력이 일정해 ΔH 를, 강철 통에 가두면 부피가 일정해 ΔU 를 잰다
<두 그릇이 재는 값이 다르다. 대기에 열려 있으면 압력이 일정해 ΔH 를, 강철 통에 가두면 부피가 일정해 ΔU 를 잰다>[원본 보기]

그릇은 두 가지다.

예제 89

커피컵 열량계에서 1.00mol/L 염산 50.0mL1.00mol/L 수산화나트륨 용액 50.0mL 를 섞었더니 온도가 21.0 에서 27.7C 로 올랐다. 용액의 밀도를 1.00g/mL, 비열을 4.184J/(gK) 로 보고 중화 반응의 몰 엔탈피를 구하라. 열량계 자체의 열용량은 무시한다.

풀이 보기

순서는 언제나 같다. 용액이 얻은 열을 먼저 구하고, 부호를 뒤집어 반응의 열로 삼고, 반응한 몰수로 나눈다.

용액의 전체 부피는 100.0mL 이고 밀도가 1.00g/mL 이므로 질량은 100.0g 이다. 온도 변화는 ΔT=27.721.0=6.7K 다.

q용액=mcΔT=(100.0)(4.184)(6.7)=2803J

온도가 올랐으니 용액이 열을 얻었고, 그 열은 반응에서 나온 것이다.

q반응=2803J=2.80kJ

반응한 몰수를 센다. 8장의 적정 계산과 같다.

nHCl=(1.00mol/L)(0.0500L)=0.0500mol

수산화나트륨도 같은 몰수이므로 남거나 모자란 쪽이 없다. 계수비가 1대1 이니 0.0500mol 이 반응했다.

ΔH=2.803kJ0.0500mol=56.1kJ/mol

두 자리로 읽으면 56kJ/mol 이다. 유효숫자의 병목은 ΔT=6.7 의 두 자리다.

여기서 알아 둘 것이 있다. 8장에서 본 알짜 이온 반응식으로 적으면 이 반응은 H+(aq)+OH(aq)H2O(l) 하나뿐이다. 그래서 어떤 강산과 강염기를 짝지어도 몰당 중화열이 거의 같은 값으로 나온다. 실제 문헌값도 56kJ/mol 근처다.

예제 90

열용량이 4.90kJ/K 인 봄베 열량계에서 설탕(수크로스) 1.000g 을 완전히 태웠더니 온도가 3.37K 올랐다. (가) 그램당 연소열과 (나) 몰당 연소열을 구하라. 수크로스 C12H22O11 의 몰질량은 342.3g/mo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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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번에는 물의 질량이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열량계 전체의 열용량이 주어졌다. 그러면 q=CΔT 를 그대로 쓴다.

q열량계=(4.90kJ/K)(3.37K)=16.5kJ

시료가 내놓은 열은 부호가 반대다.

q시료=16.5kJ 이고, 이것이 1.000g 을 태워 나온 열이므로 그램당 연소열은 16.5kJ/g 이다.

(나) 몰질량을 곱해 1mol 기준으로 바꾼다.

(16.51kJ/g)(342.3g/mol)=5.65×103kJ/mol

답이 말이 되는가. 설탕 1g 에서 16.5kJ 이 나오므로 100g 이면 1.65×103kJ 이다. 사람이 하루에 쓰는 에너지가 대략 8×103kJ 이니 그 5분의 1쯤이다. 감각과 어긋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봄베 열량계에서 얻은 값은 ΔU 다. 그런데 이 반응은 C12H22O11(s)+12O2(g)12CO2(g)+11H2O(l) 이라 기체가 양쪽에 12mol 씩이다. Δng=0 이므로 ΔH=ΔU 이고 구분할 필요가 없다. 기체 몰수가 변하는 연소라면 앞 절의 ΔngRT 로 보정해야 한다.

헤스의 법칙 — 재지 않고 계산하기

모든 반응의 ΔH 를 실험으로 잴 수는 없다. 너무 느리거나, 원하는 생성물만 얻을 수 없거나, 너무 위험한 반응이 많다. 그런 값을 이미 아는 값들로 계산하는 방법이 이 절의 주제다.

근거는 하나뿐이다. 엔탈피가 상태함수이므로,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으면 어느 길로 가든 ΔH 가 같다. 이것을 헤스의 법칙(Hess's law)이라 한다.

ΔH=ΔH1+ΔH2+

왼쪽의 한 걸음과 오른쪽의 두 걸음이 같은 곳에서 출발해 같은 곳에 도착한다. 그러니 낙차의 합이 같아야 하고, 그 등식에서 모르는 값 하나가 풀린다
<왼쪽의 한 걸음과 오른쪽의 두 걸음이 같은 곳에서 출발해 같은 곳에 도착한다. 그러니 낙차의 합이 같아야 하고, 그 등식에서 모르는 값 하나가 풀린다>[원본 보기]

실제로 쓸 때 필요한 조작은 앞 절의 두 규칙뿐이다. 반응을 뒤집으면 부호가 바뀌고, 계수를 k 배 하면 ΔHk 배가 된다. 목표 반응식이 나오도록 주어진 반응들을 뒤집고 곱해서 더하면 된다.

이 방법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표 하나로 모든 반응을 처리할 수 있다. 모든 반응이 공통으로 거쳐 갈 "중간 지점"을 정해 두면 되는데, 그 지점이 홑원소 물질이다.

표준 생성 엔탈피(standard enthalpy of formation) ΔHf 는 표준 상태의 원소들로부터 그 물질 1mol 을 만들 때의 엔탈피 변화다. 단위는 kJ/mol 이다.

표준 상태의 원소 자신은 "자기 자신을 만드는" 셈이므로 ΔHf=0 이다. O2(g), C(흑연), Br2(l) 이 그렇다. 어느 상이 표준인지가 중요하다. O3(g)C(다이아몬드) 는 0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반응이든 "원소로 다 되돌렸다가 다시 조립한다"는 우회로로 갈 수 있고, 식은 이렇게 정리된다.

ΔH반응=νΔHf(생성물)νΔHf(반응물)

ν (그리스 문자 뉴)는 반응식의 계수다. 생성물에서 반응물을 뺀다는 순서만 지키면 된다.

물질ΔHf° (kJ/mol)물질ΔHf° (kJ/mol)
H₂O(l)−285.8CH₄(g)−74.6
H₂O(g)−241.8C₂H₂(g)+227.4
CO₂(g)−393.5C₂H₄(g)+52.4
CO(g)−110.5C₂H₆(g)−84.0
NH₃(g)−45.9C₃H₈(g)−103.8
NO(g)+91.3CH₃OH(l)−239.2
NO₂(g)+33.2C₂H₅OH(l)−277.6
SO₂(g)−296.8C₆H₆(l)+49.0
HCl(g)−92.3CaCO₃(s)−1207.6
NaCl(s)−411.2CaO(s)−634.9

이 표의 값은 298K 문헌값이며 판본에 따라 끝자리가 다를 수 있다. 이 문서의 예제는 모두 이 표의 값을 쓴다.

예제 91

표를 이용해 메테인의 표준 연소 엔탈피를 구하라. 생성물의 물은 액체다. 물이 기체로 나오면 값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풀이 보기

먼저 균형 맞춘 반응식을 적는다. 계수가 계산에 그대로 들어가므로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안 된다.

CH4(g)+2O2(g)CO2(g)+2H2O(l)

O2(g) 는 표준 상태 원소이므로 ΔHf=0 이다. 계산에서 빠진다.

ΔH=[ΔHf(CO2)+2ΔHf(H2O,l)][ΔHf(CH4)+2(0)]

값을 넣는다.

=[393.5+2(285.8)](74.6)=965.1+74.6=890.5kJ/mol

앞 절에서 열화학 반응식에 적어 둔 값과 같다.

물이 기체로 나오는 경우는 H2O(g) 의 값을 쓴다.

[393.5+2(241.8)]+74.6=877.1+74.6=802.5kJ/mol

차이는 88.0kJ 이고, 이것은 정확히 물 2mol 의 기화 엔탈피(2×44.0kJ/mol, 25C 기준)다.

이 차이에는 실용적인 이름이 붙어 있다. 보일러의 성능을 적을 때 물을 액체로 되돌린 기준을 고위 발열량, 수증기 그대로 내보낸 기준을 저위 발열량이라 한다. 배기가스의 수증기를 응축시켜 그 88kJ 을 회수하는 장치가 콘덴싱 보일러다.

예제 92

다음 두 반응으로부터 C(흑연)+12O2(g)CO(g)ΔH 를 구하라.

(1)C(흑연)+O2(g)CO2(g),ΔH=393.5kJ

(2)CO(g)+12O2(g)CO2(g),ΔH=283.0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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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C 가 왼쪽에, CO 가 오른쪽에 오는 식이다. 주어진 두 식을 그 모양이 되도록 손본다.

(1)은 C 가 이미 왼쪽에 있으므로 그대로 쓴다.

(2)는 CO 가 왼쪽에 있으므로 뒤집는다. 뒤집으면 부호가 바뀐다.

(2)CO2(g)CO(g)+12O2(g),ΔH=+283.0kJ

두 식을 더한다. 왼쪽끼리, 오른쪽끼리 더하고 양쪽에 모두 있는 것을 지운다. CO2 가 완전히 지워지고, 산소는 왼쪽 1 과 오른쪽 12 이 상쇄되어 왼쪽에 12 만 남는다.

C(흑연)+12O2(g)CO(g),ΔH=393.5+283.0=110.5kJ

이 값이 앞 표의 CO(g) 항목과 같다는 것을 확인해 두자. 목표 반응이 "원소에서 CO 1mol 을 만드는" 반응이므로 그 ΔH 가 곧 ΔHf 다.

왜 이렇게 돌아가는가. 탄소를 태워 CO 만 얻는 실험은 실제로 어렵다. 산소가 조금만 넉넉해도 CO2 까지 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CO 의 생성 엔탈피는 직접 재지 않고 이렇게 간접적으로 정한다. 헤스의 법칙이 실용적인 도구인 이유가 여기 있다.

예제 93

암모니아의 연소 반응 4NH3(g)+5O2(g)4NO(g)+6H2O(g)ΔH 를 표에서 구하라.

풀이 보기

계수를 반드시 곱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앞의 예제와 같다.

ΔH=[4(+91.3)+6(241.8)][4(45.9)+5(0)]

항을 하나씩 계산한다.

=[365.21450.8][183.6]=1085.6+183.6=902.0kJ

발열이다. 이 값은 반응식에 적힌 대로 암모니아 4mol 이 반응했을 때의 값이므로, 1mol 당으로 읽고 싶으면 4로 나눠 225.5kJ/mol 이다.

흔한 실수 둘을 짚어 둔다. 첫째, NO 의 값이 양수라고 해서 부호를 임의로 바꾸면 안 된다. 표의 부호를 그대로 넣고 마지막에 뺄셈만 하면 된다. 둘째, 산소를 빼먹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산소를 0으로 넣었는지가 중요하다. 계수 5는 있지만 값이 0이므로 기여가 없다.

이 반응은 질산을 만드는 오스트발트 공정의 첫 단계다. 크게 발열이라 한번 불이 붙으면 외부에서 열을 넣을 필요가 없다.

결합 엔탈피로 어림하기

표에 없는 물질이 나오면 어떻게 할까. 정확도를 포기하는 대신 어떤 분자에도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결합을 전부 끊었다가 다시 붙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결합을 끊는 일이라 흡열, 내려오는 것은 결합을 만드는 일이라 발열이다. 두 값의 차이가 알짜 ΔH 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결합을 끊는 일이라 흡열, 내려오는 것은 결합을 만드는 일이라 발열이다. 두 값의 차이가 알짜 ΔH 다>[원본 보기]

결합 엔탈피(bond enthalpy) D 는 기체 상태에서 어떤 결합 1mol 을 끊는 데 드는 에너지다. 단위는 kJ/mol 이고 언제나 양수다. 결합을 끊는 데는 예외 없이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ΔH 는 이렇게 어림된다.

ΔHD(끊는 결합)D(만드는 결합)

부호의 방향을 헷갈리기 쉬우니 뜻으로 기억하는 편이 낫다. 끊는 데 든 것에서 만들며 나온 것을 뺀다. 만들며 나온 쪽이 크면 음수가 되어 발열이다.

결합D (kJ/mol)결합D (kJ/mol)
H−H436C−C348
C−H413C=C614
O−H463C≡C839
O=O495N≡N941
Cl−Cl242N−H391
H−Cl431C−Cl328

이 방법은 어림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같은 CH 결합이라도 어느 분자에 있느냐에 따라 실제 값이 다른데, 표에는 여러 화합물에서 평균한 하나의 값만 실려 있다. 오차가 10 에서 40kJ/mol 나는 것이 보통이고, 6장에서 본 공명이 있는 분자에서는 더 커진다.

조건도 있다. 모든 물질이 기체일 때만 쓸 수 있다. 액체나 고체가 끼면 상변화 엔탈피를 따로 더해야 하므로 이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

예제 94

결합 엔탈피 표로 H2(g)+Cl2(g)2HCl(g)ΔH 를 어림하고, 생성 엔탈피로 구한 값과 견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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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는 결합과 만드는 결합을 각각 센다. 왼쪽에서 HH 한 개와 ClCl 한 개를 끊고, 오른쪽에서 HCl 두 개를 만든다.

D(끊음)=436+242=678kJ

D(만듦)=2(431)=862kJ

ΔH678862=184kJ

생성 엔탈피 표로도 구해 본다. H2Cl2 는 표준 상태 원소이므로 0이다.

ΔH=2(92.3)00=184.6kJ

두 값이 거의 같다. 이 반응에서 잘 맞는 이유가 있다. 관여하는 분자가 모두 이원자 분자라서 "여러 화합물의 평균"이라는 결합 엔탈피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HCl 결합은 HCl 분자에 딱 하나뿐이므로 평균낼 것도 없다.

반대 경우도 알아 두자. 벤젠처럼 공명이 있는 분자를 이 방법으로 계산하면 실측과 크게 어긋난다. 공명이 주는 안정화가 평균 결합 엔탈피에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제 95

결합 엔탈피로 CH4(g)+Cl2(g)CH3Cl(g)+HCl(g)ΔH 를 어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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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은 하나다. 실제로 변하는 결합만 센다. CH4 에는 CH 결합이 4개 있지만 그중 1개만 끊긴다. 나머지 3개는 CH3Cl 에 그대로 남는다.

끊는 것은 CH 하나와 ClCl 하나다.

D(끊음)=413+242=655kJ

만드는 것은 CCl 하나와 HCl 하나다.

D(만듦)=328+431=759kJ

ΔH655759=104kJ

발열이다. 문헌 실측값은 약 99kJ/mol 이니 5kJ 이내로 맞았다.

모든 결합을 다 끊어 원자로 만든 뒤 다시 조립해도 답은 같다. 변하지 않는 CH 3개가 양쪽에서 상쇄되기 때문이다. 다만 계산이 길어지고 그만큼 실수가 늘어난다. 변하는 결합만 세는 편이 안전하다.

흔한 오해

"발열 반응은 저절로 일어나고 흡열 반응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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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반례가 아주 가까이 있다.

얼음이 실온에서 녹는 것은 흡열이다. ΔHfus=+6.01kJ/mol 로 이 장에서 이미 썼다. 그런데도 저절로 일어난다. 냉동실 밖에 둔 얼음이 녹지 않는 일은 없다.

다른 예도 있다. 질산암모늄을 물에 녹이면 용액이 차가워진다. 흡열인데도 저절로 녹는다. 순간 냉각 팩이 그 원리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왜 "발열이면 저절로"라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는가. 발열이 유리한 조건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온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반응의 다수가 발열이다. 다만 그것이 유일한 조건이 아니다.

빠진 조건이 무엇인지가 다음 장의 주제다. 힌트는 위 두 반례에 공통으로 들어 있다. 둘 다 질서 있게 묶여 있던 것이 흩어지는 변화다. 얼음의 규칙적인 배열이 무너지고, 결정 속의 이온이 물 전체로 퍼진다.

이 장의 ΔH 만으로는 "저절로 일어나는가"에 답할 수 없다는 것, 여기까지가 이 장의 결론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부터 모은다.

기호이름단위메모
계 · 주위 · 우주system · surroundings부호는 언제나 계 기준
q열 (heat)J, kJ계로 들어오면 +, 나가면 −
w일 (work)J, kJ팽창이면 −, 압축이면 +
U내부에너지J, kJ절대값은 모르고 변화량만 다룬다
H엔탈피J, kJH = U + PV. 정압에서 ΔH = q_p
C열용량J/K크기 성질. 물체 하나에 붙는 값
c비열J/(g·K)세기 성질. 물질의 성질. 물은 4.184
ΔHf°표준 생성 엔탈피kJ/mol원소에서 1 mol 을 만들 때. 원소 자신은 0
D결합 엔탈피kJ/mol끊는 데 드는 에너지. 언제나 양수
Δn_g기체 몰수 변화없음고체 · 액체는 세지 않는다
° (위첨자)표준 상태100 kPa, 용질 1 mol/L, 온도는 따로 명시

관계식은 다섯 개다.

언제 쓰는가
ΔU = q + w제1법칙. 언제나
w = −P(ext) ΔV바깥 압력이 일정한 팽창 · 압축. 1 kPa·L = 1 J
ΔH = ΔU + Δn(g) RTΔH 와 ΔU 를 바꿔 쓸 때
q = mcΔT = CΔT온도가 변하는 구간. 상변화 중에는 쓸 수 없다
ΔH° = Σ ν ΔHf°(생성물) − Σ ν ΔHf°(반응물)표가 있는 반응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부호를 문제 문장 그대로 옮긴다계가 일을 했다면 w < 0 이다. 언제나 계 기준으로 다시 읽는다
kPa 와 L 를 섞어 놓고 환산 계수를 곱한다1 kPa·L 이 그대로 1 J 이다. 곱하면 1000배 틀린다
상변화 구간까지 q = mcΔT 로 계산한다녹이고 끓이는 열을 따로 더한다. 물에서는 그쪽이 훨씬 크다
생성 엔탈피 계산에서 반응물과 생성물을 바꾼다언제나 생성물에서 반응물을 뺀다
원소의 ΔHf° 를 표에서 찾는다표준 상태 원소는 정의상 0이다. O₂, C(흑연) 등
결합 엔탈피를 액체 · 고체가 든 반응에 쓴다전부 기체일 때만 쓴다. 아니면 상변화분을 따로 더한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에너지의 출입은 열과 일 두 통로뿐이고, 부호는 언제나 계를 기준으로 정한다. 그리고 엔탈피가 상태함수이므로 재기 어려운 값을 재기 쉬운 값들의 덧셈과 뺄셈으로 얻을 수 있다.

다음 장은 이 장이 답하지 못한 물음으로 간다. 에너지가 얼마나 드나드는지는 이제 계산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변화가 저절로 일어나는지는 아직 모른다. 마지막 예제의 얼음이 그 물음의 출발점이다.

화학 열역학

9장의 마지막 예제가 남긴 물음에서 시작한다. 얼음이 녹는 것은 흡열인데도 저절로 일어난다. 그러면 "저절로 일어난다"를 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은 실용적이다. 새 반응을 시도하기 전에 그것이 애초에 가능한 방향인지 알 수 있다면 헛수고를 아낄 수 있다. 광석에서 금속을 뽑아내려면 온도를 얼마까지 올려야 하는지, 어떤 물질이 상온에서 저절로 분해되는지도 같은 계산으로 답한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저절로 일어난다는 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인가, 왜 흩어지는 방향이 유리한가, 그 유불리를 하나의 수로 어떻게 합치는가, 그리고 그 수가 온도에 따라 어떻게 뒤집히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9장의 ΔH 와 표준 상태 표기, 7장의 켈빈 온도와 기체상수 R 다. 수학은 중학교에서 배우는 기초 확률, 즉 "경우의 수를 세어 비율을 낸다"는 것 하나면 된다.

미리 밝혀 둘 것이 하나 있다. 이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식 하나에는 로그가 들어간다. 로그는 이 문서에서 13장에 도입하므로, 그 식은 결과만 적어 두고 실제 계산은 14장으로 미룬다. 그 한 곳을 빼면 이 장의 계산은 전부 곱셈과 뺄셈이다.

자발적이라는 말의 뜻

자발적 과정(spontaneous process)은 일단 조건이 갖추어지면 밖에서 계속 밀어주지 않아도 진행되는 과정이다.

뒤집어 보면 뜻이 분명해진다. 자발적 과정의 반대 방향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되돌리려면 밖에서 일을 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반드시 떼어 놓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자발적이라는 말은 빠르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변하는 것은 상온에서 자발적이다. 그런데도 반지가 검게 변하지 않는다. 속도가 사실상 0이기 때문이다. 자발성은 "어느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만 말하고, "얼마나 걸리는가"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뒤쪽 물음은 15장의 주제다.

이제 무엇이 방향을 정하는지 보자. 두 가지 경향이 있다.

9장은 첫 번째만 다뤘다. 두 번째를 수로 만들어야 답이 나오고, 그 수의 이름이 엔트로피다.

예제 97

다음 세 과정이 자발적인지 판정하고, 각각에 대해 "빠른가"는 따로 답하라. (가)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변한다(상온·상압). (나) 순수한 물이 10C 에서 언다. (다) 방 안에 고르게 퍼져 있던 공기가 저절로 한구석에 모인다.

풀이 보기

묻는 것은 두 가지다. 방향(밖에서 밀어주지 않아도 그쪽으로 가는가)과 속도(얼마나 걸리는가). 이 절의 요점이 둘은 서로 독립이라는 것이므로, 판정도 두 칸으로 나누어 적는다.

(가) 자발적이다. 상온·상압에서 탄소가 갈 수 있는 방향은 흑연 쪽이다. 그런데 속도는 사실상 0 이다. 탄소 원자가 자리를 옮기려면 사방의 공유결합을 끊어야 하는데 그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반지가 대대로 남는다.

(나) 자발적이다. 어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얼음 쪽이 갈 수 있는 방향이다. 그리고 빠르다. 냉동실에 넣으면 몇 분 안에 언다.

(가)와 (나)를 나란히 놓는 것이 이 문제의 목적이다. 같은 "자발적"이라는 판정이 붙었는데 하나는 몇 분이고 하나는 지질학적 시간이다. 판정이 속도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다) 자발적이 아니다. 자발적인 것은 반대 방향, 곧 퍼지는 쪽이다. 이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방향 자체가 반대인 경우이므로,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일어나지 않는다.

답이 말이 되는가. 세 답을 나란히 적으면 두 물음이 어떻게 갈리는지가 보인다.

과정자발적인가빠른가기다리면 일어나는가
다이아몬드 → 흑연그렇다아니다사실상 아니다
−10 °C 에서 물이 언다그렇다그렇다그렇다
공기가 한구석에 모인다아니다물을 것도 없다아니다

흔한 실수는 (가)와 (다)를 같은 부류로 묶는 것이다. 둘 다 겉보기로는 "일어나지 않는다"지만 이유가 전혀 다르다. (가)는 갈 수 있는데 못 가는 것이고, (다)는 갈 수 없는 것이다. 이 구분이 15장에서 속도론을 따로 배우는 이유다.

예제 98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억지로 밀고 가는 장치가 우리 주변에 있다. (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나눈다. (나) 냉장고가 안의 열을 밖으로 퍼낸다. 두 경우 각각 무엇이 밖에서 밀어 주었는지 지목하고, 밀어 주기를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말하라.

풀이 보기

판정 기준은 이 절의 정의 그대로다. 자발적 과정은 밖에서 계속 밀어주지 않아도 진행된다. 그러므로 밀어주기를 끊었을 때 계속되는가를 보면 갈린다.

(가) 자발적인 것은 반대 방향이다. 수소와 산소를 섞어 불을 붙이면 저절로 물이 되고 열까지 낸다. 9장에서 계산한 연소 엔탈피가 그것이다. 물을 도로 나누는 것은 그 반대이므로 밖에서 일을 넣어야 한다. 밀어 주는 것은 전원이 공급하는 전기 에너지이고, 전원을 끊으면 기체 발생이 그 자리에서 멈춘다.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14장에서 계산한다.

(나) 자발적인 것은 열이 뜨거운 쪽에서 찬 쪽으로 가는 것이다. 냉장고는 이미 찬 안쪽에서 따뜻한 바깥으로 열을 옮기므로 반대 방향이다. 밀어 주는 것은 압축기를 돌리는 전기이고, 전원을 끊으면 열이 저절로 방향을 바꿔 안쪽이 데워진다.

답이 말이 되는가. 두 경우 모두 밖에서 들어온 에너지가 끊기는 순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비자발적이라는 말의 실질적인 뜻이다.

여기서 하나를 분명히 해 두자. 비자발적 과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값을 치르면 된다. 자발성이 말하는 것은 "공짜로 되는가"이지 "되는가"가 아니다.

흔한 실수는 냉장고가 차가움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고, 옮긴 열은 뒤쪽 방열판에서 방으로 나온다. 문을 열어 둔 냉장고로 방을 식힐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압축기가 쓴 전기까지 열로 더해지므로 오히려 방이 더워진다.

엔트로피 — 경우의 수를 세는 일

왜 흩어지는 쪽으로 갈까. 답은 화학이 아니라 수 세기에 있다.

한쪽으로 몰린 배치는 각각 한 가지뿐이지만 반반으로 나뉜 배치는 여섯 가지다. 알갱이가 늘어날수록 이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
<한쪽으로 몰린 배치는 각각 한 가지뿐이지만 반반으로 나뉜 배치는 여섯 가지다. 알갱이가 늘어날수록 이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원본 보기]

그림처럼 알갱이 4개를 두 칸에 나누어 넣는다고 하자. 알갱이를 하나하나 구별해서 세면 배치는 모두 24=16 가지다. 그중 전부 왼쪽에 몰린 배치는 한 가지뿐이고, 반반으로 나뉜 배치는 여섯 가지다.

어느 배치나 똑같이 일어날 법하다고 보면, 실제로 관측될 확률은 가짓수에 비례한다. 반반이 몰림보다 6배 잦다.

알갱이 수를 늘리면 이 격차가 폭발한다. 알갱이 100개면 반반 근처의 가짓수가 한쪽 몰림보다 1029 배쯤 많아진다. 실제 기체 1mol 에는 알갱이가 6×1023 개 있다. 그러면 한쪽에 몰릴 확률은 계산할 필요조차 없이 0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짚어야 한다. 기체가 퍼지는 것을 막는 물리 법칙은 없다. 모여 있는 배치도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압도적으로 드물 뿐이다. 자발성이란 금지와 허용의 문제가 아니라 가짓수의 문제다.

이 가짓수를 W 라 쓰고, 이것이 클수록 크다고 정의한 상태함수가 엔트로피(entropy) S 다. 볼츠만은 SW 를 잇는 식을 남겼고 그 식은 그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데, 거기에 로그가 들어간다. 로그는 13장에서 도입하므로 이 문서에서는 그 식을 쓰지 않는다. 이 장에 필요한 것은 한 문장뿐이다. 가짓수가 많은 상태일수록 엔트로피가 크다.

엔트로피에는 다른 얼굴도 있다. 계에 열이 들어오면 분자의 운동이 다양해져 가짓수가 늘어난다. 온도가 일정한 채로 열 q 가 아주 천천히 들어올 때

ΔS=qT

단위가 여기서 정해진다. JK 로 나누므로 J/K 이고, 1mol 기준이면 J/(molK) 다. 엔탈피는 kJ 로, 엔트로피는 J 로 적는 관례가 굳어 있다. 둘을 한 식에 넣을 때 단위를 맞추지 않는 것이 이 장에서 가장 잦은 실수다.

분모의 T 도 뜻이 있다. 같은 열이라도 차가운 계에 들어갈 때 엔트로피를 더 크게 늘린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나는 기침 소리와 공사장에서 나는 같은 소리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 어수선한 곳에서는 조금 더 어수선해져도 표가 나지 않는다.

엔트로피가 커지는 상황

계산하기 전에 부호를 짐작할 수 있으면 검산이 쉬워진다. 다음 상황에서 엔트로피가 커진다.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갈수록 값이 커지고 그 격차가 크다. 그래서 기체 몰수만 세어도 ΔS 의 부호를 거의 맞힐 수 있다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로 갈수록 값이 커지고 그 격차가 크다. 그래서 기체 몰수만 세어도 ΔS 의 부호를 거의 맞힐 수 있다>[원본 보기]

예제 99

다음 반응의 ΔS 부호를 계산 없이 예측하라. (가) CaCO3(s)CaO(s)+CO2(g) (나) 2H2(g)+O2(g)2H2O(l) (다) H2O(l)H2O(g) (라) N2(g)+3H2(g)2NH3(g)

풀이 보기

볼 것은 기체 몰수의 변화 하나다. 기체의 엔트로피가 고체·액체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기체가 늘면 다른 항이 뒤집기 어렵다.

  • (가) 고체에서 기체가 생긴다. Δng=+1 이므로 ΔS>0.
  • (나) 기체 3mol 이 액체가 된다. Δng=3 이므로 ΔS<0 이고, 그것도 크게 음수일 것이다.
  • (다) 액체에서 기체로. ΔS>0.
  • (라) 기체 4mol2mol 이 된다. Δng=2 이므로 ΔS<0.

뒤에서 표의 값으로 확인해 보면 (나)는 326.6J/(molK) 로 실제로 크게 음수다.

기체 몰수가 변하지 않는 반응에서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때는 표의 값을 직접 더하고 빼야 하며, 대개 값이 작게 나온다.

예제 100

각 쌍에서 S 가 큰 쪽을 고르고 이유를 말하라. (가) H2O(l)H2O(g) (나) C(흑연)CO2(g) (다) CH3OH(l)C2H5OH(l) (라) CH4(g)C2H5OH(l)

풀이 보기

판단의 순서가 있다. 먼저 상을 보고, 상이 같으면 분자의 크기를 본다.

(가) 기체 쪽이다. 같은 물질인데 상만 다르므로 이 경우가 가장 분명하다. 표에서 70.0188.8J/(molK) 로 두 배 넘게 차이 난다.

(나) CO2(g) 다. 고체이고 원자 하나인 흑연은 5.7, 기체이고 원자 셋인 이산화탄소는 213.8 이다. 상과 크기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작용해 격차가 크다.

(다) 에탄올이다. 둘 다 액체이므로 상은 비겼고, 원자가 더 많은 쪽이 진동하고 회전할 수 있는 방식이 많다. 126.8160.7 이다.

(라) 여기가 함정이다. 에탄올이 메테인보다 훨씬 큰 분자인데도 CH4(g) 쪽이 크다. 186.3160.7 이다.

이유는 상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액체에서는 분자가 서로 붙들려 자리를 크게 옮기지 못한다. 기체는 아무리 작은 분자라도 통 전체를 돌아다닌다. 그 자유가 분자 크기의 차이를 덮는다.

이 순서를 지키면 표를 외우지 않고도 대부분 맞힐 수 있다. 다만 같은 상 안에서 크기가 비슷한 둘을 견줄 때는 짐작이 통하지 않으니 표를 봐야 한다.

제2법칙 — 계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를 보자. 수소와 산소가 물이 되는 반응은 계의 엔트로피가 크게 줄어든다. 그런데도 이 반응은 저절로 일어난다. 불을 대면 폭발한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유는 계만 보았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계가 아니라 우주 전체에 대한 진술이다.

ΔS우주=ΔS+ΔS주위>0(자발적 과정)

계의 엔트로피가 줄어도 주위가 그보다 더 크게 늘면 전체로는 늘어난다. 그러면 자발적이다.

그럼 주위의 엔트로피 변화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앞 절의 ΔS=q/T 를 주위에 적용하면 된다. 주위는 계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크므로 열을 주고받아도 온도가 사실상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T 를 상수로 둘 수 있다.

주위가 받은 열은 계가 내놓은 열이고, 정압에서 계가 주고받은 열은 ΔH 다. 부호만 뒤집으면 된다.

ΔS주위=ΔHT

이 한 줄에 9장의 엔탈피가 다시 들어온다. 발열이 유리한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발열이면 ΔH<0 이므로 ΔS주위>0 이다. 계가 내놓은 열이 주위를 어수선하게 만들어 우주의 엔트로피를 늘리는 것이다.

같은 반응이 온도에 따라 판정이 뒤집힌다. 계 쪽 막대는 온도와 무관하지만 주위 쪽 막대는 T 로 나누므로 온도가 오르면 짧아진다
<같은 반응이 온도에 따라 판정이 뒤집힌다. 계 쪽 막대는 온도와 무관하지만 주위 쪽 막대는 T 로 나누므로 온도가 오르면 짧아진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볼 것은 온도가 들어가는 자리다. ΔS 에는 T 가 없고 ΔS주위 에만 있다. 그래서 온도를 바꾸면 두 항의 힘겨루기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제3법칙과 절대 엔트로피

엔탈피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H 의 절대값은 아무도 모르고 변화량만 다룬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다르다.

열역학 제3법칙은 이렇게 말한다. 완전한 결정의 엔트로피는 0K 에서 정확히 0이다.

이유는 가짓수로 보면 자연스럽다. 완전한 결정이고 온도가 절대 영도면 모든 알갱이가 제자리에 멈춰 있어 가능한 배치가 딱 한 가지다. 가짓수가 1이면 엔트로피는 0이다.

출발점이 0 으로 못 박혀 있어 곡선 전체의 높이가 정해진다. 녹는점과 끓는점에서 계단처럼 뛰며, 끓을 때의 도약이 훨씬 크다
<출발점이 0 으로 못 박혀 있어 곡선 전체의 높이가 정해진다. 녹는점과 끓는점에서 계단처럼 뛰며, 끓을 때의 도약이 훨씬 크다>[원본 보기]

출발점이 정해지므로 온도를 올려 가며 쌓아 나가면 절대값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값을 표준 몰 엔트로피 S 라 하고 표로 만든다.

여기서 9장의 생성 엔탈피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나온다. 원소의 S 는 0이 아니다. ΔHf 는 원소를 기준점으로 삼은 상대값이지만 S 는 절대값이기 때문이다. 표에서 O2(g) 를 만나면 그 값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물질S° (J/(mol·K))물질S° (J/(mol·K))
H₂(g)130.7H₂O(l)70.0
O₂(g)205.2H₂O(g)188.8
N₂(g)191.6NH₃(g)192.8
Cl₂(g)223.1HCl(g)186.9
CO₂(g)213.8CH₄(g)186.3
CO(g)197.7C(흑연)5.7
CaCO₃(s)91.7CaO(s)38.1
CH₃OH(l)126.8C₂H₅OH(l)160.7

계산 방법은 생성 엔탈피와 똑같다. 생성물에서 반응물을 뺀다.

ΔS반응=νS(생성물)νS(반응물)

예제 101

석회석의 열분해 CaCO3(s)CaO(s)+CO2(g) 에 대해 표의 값으로 ΔHΔS 를 구하라. 생성 엔탈피는 9장의 표를 쓴다.

풀이 보기

엔탈피부터. 9장의 표에서 CaCO3(s)1207.6, CaO(s)634.9, CO2(g)393.5kJ/mol 이다.

ΔH=[(634.9)+(393.5)](1207.6)=1028.4+1207.6=+179.2kJ/mol

흡열이다. 석회석을 구워 생석회를 얻으려면 열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과 맞는다.

엔트로피는 이 절의 표를 쓴다.

ΔS=[38.1+213.8]91.7=251.991.7=+160.2J/(molK)

기체가 생기므로 양수다. 앞 예제의 예측과 맞는다.

두 값의 부호를 함께 읽어 두자. ΔH>0 은 불리하고 ΔS>0 은 유리하다. 어느 쪽이 이기는가는 온도가 정한다. 다음 예제에서 그 힘겨루기를 직접 계산한다.

예제 102

위 반응이 (가) 25C 와 (나) 1400K 에서 자발적인지 판정하라. ΔHΔS 는 온도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풀이 보기

제2법칙으로 판정하려면 ΔS우주 를 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주위 쪽을 계산해야 한다.

단위를 먼저 맞춘다. ΔH=+179.2kJ/mol=+179200J/mol 이다. 엔트로피가 J 단위이므로 엔탈피도 J 로 바꿔야 한다.

(가) T=298.15K.

ΔS주위=179200298.15=601.0J/(molK)

계가 열을 빨아들였으므로 주위는 그만큼 엔트로피를 잃는다.

ΔS우주=160.2+(601.0)=440.8J/(molK)

음수이므로 비자발적이다. 실온에서 석회석은 저절로 분해되지 않는다. 건물 벽의 대리석이 멀쩡한 것이 그 증거다.

(나) T=1400K.

ΔS주위=1792001400=128.0J/(molK)

ΔS우주=160.2+(128.0)=+32.2J/(molK)

양수이므로 자발적이다. 석회 가마를 뜨겁게 때는 이유가 이것이다.

무엇이 뒤집었는가. ΔS=+160.2 는 두 경우에 똑같았다. 바뀐 것은 주위 쪽뿐이고, 같은 열을 더 큰 T 로 나누었기 때문에 손실이 작아졌다. 온도는 주위의 항에만 들어간다.

부호가 바뀌는 온도도 구할 수 있다. ΔS우주=0 인 지점이다.

160.2=179200TT=179200160.2=1119K

이 값을 기억해 두자. 다음 절에서 전혀 다른 길로 같은 수가 다시 나온다.

예제 103

2H2(g)+O2(g)2H2O(l) 는 계의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25C 에서 자발적인 이유를 계산으로 보여라. ΔH=571.6kJ 다.

풀이 보기

계 쪽부터 계산한다.

ΔS=2(70.0)[2(130.7)+205.2]=140.0466.6=326.6J/(molK)

크게 음수다. 기체 3mol 이 액체가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계만 보면 이 반응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주위 쪽을 보자. 크게 발열이라는 것이 여기서 힘을 발휘한다.

ΔS주위=571600298.15=+1917J/(molK)

ΔS우주=326.6+1917=+1590J/(molK)

크게 양수이므로 자발적이다.

이 예제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계의 엔트로피가 줄어드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주위가 더 많이 늘면 된다. 생물이 몸을 만들고 결정이 자라는 것도 모두 이런 경우다. 계 안에서 질서가 만들어지는 대신 열이 밖으로 나가 주위를 더 어수선하게 만든다.

검산 감각도 익혀 두자. ΔS주위 의 크기가 1917 로 계 쪽 326.6 보다 훨씬 크다. 발열량이 571.6kJ 로 아주 크고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온도를 크게 올리면 이 항이 줄어 판정이 뒤집힐 수도 있다.

깁스 자유에너지 — 계만 보고 판정하기

앞 절의 방법은 옳지만 불편하다. 판정할 때마다 주위까지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의 양만으로 같은 판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든 것이 깁스 자유에너지(Gibbs free energy) G 다.

GHTS,ΔG=ΔHTΔS(온도가 일정할 때)

새 물리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앞 절의 부등식을 다시 적은 것뿐이다. 확인해 보자.

ΔS우주=ΔSΔHT>0

양변에 T 를 곱한다. 음수를 곱했으므로 부등호가 뒤집힌다.

TΔS+ΔH<0

왼쪽이 바로 ΔG 다. 따라서 온도와 압력이 일정할 때 ΔG<0 인 것과 자발적인 것은 같은 말이다.

ΔG
< 0정방향이 자발적이다
= 0평형이다. 어느 쪽으로도 알짜 변화가 없다
> 0정방향은 비자발적이다. 역방향이 자발적이다

ΔG=ΔHTΔS 를 온도의 함수로 보면 직선이다. 세로 절편이 ΔH, 기울기가 ΔS 다. 두 값의 부호 조합에 따라 네 가지 그림이 나온다.

부호가 유리하게 맞거나 모두 불리한 두 경우는 직선이 가로축을 만나지 않는다. 부호가 엇갈리는 두 경우에만 전환 온도가 존재한다
<부호가 유리하게 맞거나 모두 불리한 두 경우는 직선이 가로축을 만나지 않는다. 부호가 엇갈리는 두 경우에만 전환 온도가 존재한다>[원본 보기]
ΔHΔSΔG 의 부호자발성
음 (발열)언제나 음모든 온도에서 자발적
음 (발열)낮은 T 에서 음저온에서만 자발적
양 (흡열)높은 T 에서 음고온에서만 자발적
양 (흡열)언제나 양어느 온도에서도 비자발적

아래 두 줄에서는 부호가 바뀌는 온도가 존재한다. ΔG=0 인 지점이므로

T전환=ΔHΔS

표준 상태 값끼리 계산한 것은 ΔG 로 적고, 9장의 생성 엔탈피와 같은 방식으로 표준 생성 자유에너지 ΔGf 표를 써서 곧바로 구할 수도 있다.

ΔG반응=νΔGf(생성물)νΔGf(반응물)

물질ΔGf° (kJ/mol)물질ΔGf° (kJ/mol)
H₂O(l)−237.1CH₄(g)−50.5
H₂O(g)−228.6CH₃OH(l)−166.6
CO₂(g)−394.4C₂H₅OH(l)−174.8
CO(g)−137.2NO(g)+87.6
NH₃(g)−16.4NO₂(g)+51.3
CaCO₃(s)−1129.1CaO(s)−603.3

표준 상태 원소의 ΔGf 는 생성 엔탈피와 마찬가지로 0이다.

예제 104

암모니아 합성 N2(g)+3H2(g)2NH3(g) 에 대해 25CΔH, ΔS, ΔG 를 구하고 자발성을 판정하라.

풀이 보기

9장의 표에서 ΔHf(NH3)=45.9kJ/mol 이고 N2H2 는 원소이므로 0이다.

ΔH=2(45.9)0=91.8kJ

엔트로피는 이 장의 표에서.

ΔS=2(192.8)[191.6+3(130.7)]=385.6583.7=198.1J/(molK)

여기가 이 계산에서 가장 걸리는 곳이다. 엔탈피는 kJ, 엔트로피는 J 이므로 둘을 그대로 빼면 1000배가 어긋난다. 엔트로피를 kJ 로 바꾼다.

ΔS=0.1981kJ/(molK)

ΔG=ΔHTΔS=91.8(298.15)(0.1981)=91.8+59.1=32.7kJ

음수이므로 표준 상태에서 자발적이다.

그런데 실제 공장은 700K 안팎에서 이 반응을 돌린다. 부호 조합이 ΔH<0, ΔS<0 이므로 표의 둘째 줄, 즉 저온에서만 자발적인 경우다. 온도를 올리면 ΔG 가 커져 열역학적으로 불리해진다.

그런데도 고온을 쓰는 이유는 상온에서 반응 속도가 실용성이 없을 만큼 느리기 때문이다. 열역학이 원하는 조건과 속도가 원하는 조건이 정반대인 것이고, 공정 설계는 그 사이의 타협이다. 이 이야기는 12장과 15장에서 다시 나온다.

예제 105

석회석의 열분해가 자발적이 되는 최저 온도를 구하라. ΔH=+179.2kJ/mol, ΔS=+160.2J/(molK) 다.

풀이 보기

부호 조합이 ΔH>0, ΔS>0 이므로 표의 셋째 줄이다. 고온에서 자발적이고, 전환점은 ΔG=0 인 곳이다.

0=ΔHTΔST=ΔHΔS

단위를 맞춰 넣는다. 분자를 J 로 바꾼다.

T=179.2×103J/mol160.2J/(molK)=1119K=846C

앞 절에서 ΔS우주=0 으로 구한 값과 같다. 같은 부등식을 T 로 곱했을 뿐이니 당연한 결과이고, 이 일치가 깁스 자유에너지를 도입한 정당화이기도 하다.

실제 석회 가마는 900C 이상에서 돌린다. 계산값보다 높은 이유는 두 가지다. ΔHΔS 를 온도에 무관하다고 본 것이 근사이고, 생긴 이산화탄소를 계속 빼내지 않으면 12장에서 볼 평형이 걸려 반응이 멈추기 때문이다.

유효숫자는 160.2 의 네 자리를 따르지만 근사의 오차가 그보다 크다. 그러니 "약 850C" 정도로 읽는 것이 정직하다.

예제 106

얼음이 녹는 과정 H2O(s)H2O(l)ΔH=+6.01kJ/mol, ΔS=+22.0J/(molK) 다. (가) 10C (나) +10C 에서 자발성을 판정하고 (다) 평형 온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이 예제가 9장 마지막에 남긴 물음의 답이다. 흡열인데도 저절로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서 수로 드러난다.

(가) T=263.15K.

ΔG=6.01(263.15)(0.0220)=6.015.79=+0.22kJ/mol

양수이므로 비자발적이다. 즉 이 온도에서는 얼음이 녹지 않고 반대 방향, 곧 물이 어는 쪽이 자발적이다.

(나) T=283.15K.

ΔG=6.01(283.15)(0.0220)=6.016.23=0.22kJ/mol

음수이므로 자발적이다. 얼음이 녹는다.

(다) ΔG=0 인 온도.

T=6.01×10322.0=273.2K=0.0C

물의 녹는점이 정확히 나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평형 온도란 두 상 사이의 ΔG 가 0이 되는 온도이고, 그 정의를 이 계산이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세 계산에서 ΔHΔS 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T 뿐이고, TΔS 항이 ΔH 를 넘어서는 순간 부호가 뒤집혔다. 엔트로피 항이 엔탈피 항을 이기면 흡열 반응도 자발적이 된다.

예제 107

메탄올의 연소 CH3OH(l)+32O2(g)CO2(g)+2H2O(l)ΔG 를 표준 생성 자유에너지 표로 구하라.

풀이 보기

계산 방식은 9장의 생성 엔탈피와 완전히 같다. 생성물에서 반응물을 빼고, 원소는 0으로 둔다.

ΔG=[(394.4)+2(237.1)][(166.6)+32(0)]

=868.6+166.6=702.0kJ/mol

크게 음수이므로 표준 상태에서 강하게 자발적이다.

두 경로가 같은 답을 준다는 것을 확인해 두면 좋다. ΔHΔS 를 각각 구해 ΔHTΔS 로 계산해도 같은 값이 나온다. 표가 있으면 한 번에 가는 이 길이 짧다.

다만 조심할 것이 있다. ΔGf 표는 298K 값이므로 다른 온도에서는 쓸 수 없다. 온도를 바꿔 계산하려면 ΔHΔS 로 돌아가 ΔHTΔS 에 새 T 를 넣어야 한다.

예제 108

표의 값만으로 물의 끓는점을 예측하라. 기화는 H2O(l)H2O(g) 이고, 생성 엔탈피는 9장의 표를, 표준 몰 엔트로피는 이 장의 표를 쓴다.

풀이 보기

끓는점은 액체와 기체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온도, 곧 두 상 사이의 ΔG 가 0이 되는 온도다. 앞 예제에서 녹는점을 구한 것과 같은 논리다.

ΔH=(241.8)(285.8)=+44.0kJ/mol

ΔS=188.870.0=+118.8J/(molK)

둘 다 양수다. 표의 셋째 줄, 곧 고온에서만 자발적인 경우이고 실제로 물은 뜨거워야 끓는다.

T=ΔHΔS=44.0×103118.8=370.4K=97.2C

실제 끓는점 100C2.8K 어긋났다. 표의 값이 298K 기준인데 우리는 그것을 370K 근처에서 썼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자. 9장에서 100C 의 기화 엔탈피가 40.7kJ/mol 이라고 했다. 그 온도의 ΔS 도 함께 줄어 109.1J/(molK) 인데, 이 값들로 계산하면

T=40.7×103109.1=373.1K=99.9C

거의 정확히 맞는다.

여기서 얻을 교훈은 ΔHΔS 가 온도에 무관하다는 가정이 근사라는 것이다. 온도를 수십 켈빈 옮기는 정도면 이 근사가 잘 통하지만, 수백 켈빈을 옮기면 몇 켈빈에서 수십 켈빈의 오차가 난다. 앞의 석회 가마 계산에서 계산값과 실제 운전 온도가 어긋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었다.

자유에너지가 뜻하는 두 가지

ΔG 는 자발성을 판정하는 부호 이상의 뜻을 가진다. 두 가지를 알아 두면 뒤의 장들이 훨씬 쉬워진다.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일

자유에너지의 "자유"는 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온도와 압력이 일정할 때, 계에서 뽑아낼 수 있는 팽창 일 이외의 최대 일이 |ΔG| 다.

여기서 "최대"라는 말이 중요하다. 실제로는 그보다 적게 얻는다. 낭비 없이 뽑아내려면 과정을 무한히 천천히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면 아무 일도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장치의 효율은 얻은 일을 |ΔG| 로 나눈 값이다.

이 해석은 14장에서 전지를 다룰 때 결정적으로 쓰인다. 전지가 낼 수 있는 전압이 바로 이 최대 일에서 나온다.

예제 109

포도당의 완전 연소는 25C 에서 ΔG=2880kJ/mol 이다(주어진 값). 생물의 세포는 이 에너지로 ATP 라는 분자를 만들어 저장하며, ATP 한 분자를 만드는 데 30.5kJ/mol 이 든다(주어진 값). (가) 이론상 최대 몇 몰의 ATP 를 만들 수 있는가? (나) 실제로 세포가 만드는 양이 포도당 1mol 당 약 30mol 이라면 효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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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일이 2880kJ 이고, ATP 하나에 30.5kJ 이 든다.

288030.5=94.494mol

이론상 상한은 94mol 이다.

(나) 3094.4×100%=32%

약 3분의 1이다.

이 수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32%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자동차 엔진의 열효율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과 견주면 생물의 화학 장치가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이다. 남은 3분의 2는 열로 빠져나가고, 그 열이 체온을 유지한다.

계산의 뼈대는 "최대 일"이라는 해석 하나다. ΔG 의 부호가 음이라는 것만으로는 이런 계산을 할 수 없다. 크기까지 뜻을 가진다는 점이 이 절의 요점이다.

반응이 진행되면 ΔG 는 변한다

여기가 이 장에서 가장 헷갈리는 곳이다. ΔG<0 인 반응은 왜 끝까지 가지 않는가.

양 끝의 높이 차이가 ΔG° 이고, 지금 서 있는 자리의 기울기가 ΔG 다. 계는 기울기를 따라 내려가다 골짜기 바닥에서 멈춘다
<양 끝의 높이 차이가 ΔG° 이고, 지금 서 있는 자리의 기울기가 ΔG 다. 계는 기울기를 따라 내려가다 골짜기 바닥에서 멈춘다>[원본 보기]

그림처럼 순수한 반응물에서 순수한 생성물까지 가는 길에서 자유에너지를 그리면 안쪽에 바닥이 있는 골짜기가 된다. 반응물과 생성물이 섞이는 것 자체가 가짓수를 늘려 자유에너지를 낮추기 때문이다.

계는 기울기를 따라 내려가다 바닥에서 멈춘다. 그 자리가 평형이고, 거기서는 ΔG=0 이다. 12장에서 다룰 화학 평형이 바로 이 골짜기 바닥이다.

그러니 두 기호를 절대 섞으면 안 된다.

기호무엇인가언제 0 인가
ΔG°양 끝의 높이 차이. 표준 상태끼리 견준 값K = 1 일 때
ΔG지금 조성에서의 기울기평형에서 (골짜기 바닥)

두 값을 잇는 식이 있다. 지금 조성을 나타내는 양을 Q(반응지수, 12장에서 정의한다)라 할 때

ΔG=ΔG+RTlnQ

평형에서는 ΔG=0 이고 Q 가 평형상수 K 와 같아지므로

ΔG=RTlnK

이 한 줄이 열역학과 평형을 잇는 다리다. 다만 여기 나오는 ln 은 로그이고, 로그는 13장에서 도입한다. 그러니 이 식은 지금 쓰지 않는다. 결과만 적어 두고, 13장에서 로그를 익힌 뒤 14장에서 실제로 계산에 쓴다.

지금 알아 두면 되는 것은 부호가 말해 주는 방향뿐이다.

ΔG°평형상수 K평형에서의 모습
크게 음수1 보다 훨씬 크다거의 끝까지 진행한다
01반응물과 생성물이 비슷하게 남는다
크게 양수1 보다 훨씬 작다거의 진행하지 않는다

흔한 오해

"ΔG 가 음수인 반응은 반응물이 남지 않고 완전히 진행된다"는 말과 "ΔG 가 크게 음수면 반응이 빠르다"는 말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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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틀렸다. 서로 다른 이유로 틀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첫째 문장. ΔG<0 은 "표준 상태에서 출발하면 정방향으로 간다"는 뜻일 뿐이다. 진행하는 동안 조성이 바뀌면 ΔG 도 바뀌고, 골짜기 바닥에 닿는 순간 멈춘다. 앞의 그림에서 바닥이 오른쪽 끝이 아니라 안쪽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ΔG 가 아주 크게 음수면 바닥이 오른쪽 끝에 바짝 붙어 있어, 실용적으로는 완결된 것처럼 보인다. "완결"과 "바닥이 끝에 가깝다"는 다른 진술이다.

둘째 문장. ΔG 는 어디까지 가는가를 말하고, 속도는 전혀 다른 축이다. 수소와 산소를 섞어 두면 ΔG474kJ 로 크게 음수인데, 불꽃을 대지 않으면 몇 년을 두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장 첫머리의 다이아몬드도 같은 이야기다. 흑연으로 바뀌는 것이 자발적인데도 변하지 않는 상태를 동역학적으로 안정하다고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열역학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말하고, 속도론은 언제 도착하는지를 말한다. 두 답이 어긋나는 것이 산업 공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이고, 앞의 암모니아 예제가 그 대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단위부터 모은다.

기호이름단위메모
자발적spontaneous밖에서 밀어주지 않아도 진행한다. 빠르다는 뜻이 아니다
W미시상태 가짓수없음많을수록 S 가 크다
S엔트로피J/(mol·K)상태함수. 제3법칙 덕에 절대값을 쓴다
표준 몰 엔트로피J/(mol·K)원소도 0 이 아니다
ΔS(주위)주위의 엔트로피 변화J/(mol·K)= −ΔH(계) / T
ΔS(우주)계 + 주위J/(mol·K)자발적이면 > 0 (제2법칙)
G깁스 자유에너지kJ/molG = H − TS
ΔGf°표준 생성 자유에너지kJ/mol원소는 0. 298 K 값이다
T(전환)부호가 뒤집히는 온도K= ΔH / ΔS

관계식은 넷이다.

언제 쓰는가
ΔS(우주) = ΔS(계) + ΔS(주위) > 0제2법칙. 자발성의 원래 정의
ΔS(주위) = −ΔH(계) / T주위 쪽을 계산할 때. 정압
ΔG = ΔH − TΔS계만 보고 판정할 때. 온도 · 압력 일정
ΔG° = −RT ln K평형상수와 잇는 다리. ln 은 13장, 계산은 14장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ΔH 는 kJ, ΔS 는 J 인 채로 빼기1000배가 어긋난다. 한쪽으로 단위를 맞춘 뒤 계산한다
°C 를 그대로 T 에 넣는다T 는 언제나 켈빈이다. 273.15 를 더한다
원소의 S° 를 0 으로 놓는다0 인 것은 ΔHf° 와 ΔGf° 뿐이다. S° 는 절대값이라 0 이 아니다
계의 엔트로피가 줄면 비자발적이라고 본다주위가 더 크게 늘면 자발적이다. 물 생성 반응이 그 예다
ΔG 와 ΔG° 를 같은 것으로 쓴다앞의 것은 지금 조성의 기울기, 뒤의 것은 표준 상태끼리의 차이다
자발적이니 빨리 일어난다고 본다속도는 다른 축이다. 다이아몬드가 그 반례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자발적이라는 것은 우주의 엔트로피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그것은 가짓수가 많은 쪽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ΔG=ΔHTΔS 는 그 판정을 계의 양만으로 다시 적은 것이다.

다음 장은 잠시 다른 곳을 본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부분 용액에서 일어나는데, 용액이라는 계 자체를 아직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무엇이 왜 녹는지, 녹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11장의 주제다. 그 답의 상당 부분이 이 장의 엔트로피로 설명된다.

그리고 12장에서 이 장의 골짜기 바닥으로 돌아온다. 그 바닥의 위치를 나타내는 수가 평형상수다.

용액

화학의 대부분은 용액에서 일어난다. 고체끼리는 서로 만나기 어렵지만 물에 녹으면 이온과 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부딪히기 때문이다. 몸속의 반응도, 실험실의 반응도, 강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반응도 거의 다 용액 안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8장에서 몰농도를 계산할 때 우리는 "녹는다"는 일 자체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 장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셋이다. 무엇이 왜 녹는가, 얼마나 녹는가, 그리고 녹이면 용매의 성질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세 번째가 이 장에서 가장 쓸모 있는 부분이다. 도로에 소금을 뿌리는 것, 부동액을 넣는 것,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 콩팥이 하는 일이 모두 그 답에 들어 있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8장의 몰농도, 7장의 분자간 힘·증기압·몰분율, 9장의 ΔH, 10장의 엔트로피와 ΔG 다. 새 수학은 없다.

용어부터 정리한다. 용액(solution)은 균일한 혼합물이다. 양이 많아 녹이는 쪽을 용매(solvent), 녹는 쪽을 용질(solute)이라 한다. 흙탕물처럼 알갱이가 가라앉는 것은 용액이 아니다.

무엇이 왜 녹는가

소금은 물에 녹고 기름은 녹지 않는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보려면 녹는 과정을 쪼개야 한다.

큰 두 값의 차이로 작은 값이 남는다. 그래서 부호를 미리 짐작하기 어렵고, 실제로 같은 종류의 염인데도 어떤 것은 발열이고 어떤 것은 흡열이다
<큰 두 값의 차이로 작은 값이 남는다. 그래서 부호를 미리 짐작하기 어렵고, 실제로 같은 종류의 염인데도 어떤 것은 발열이고 어떤 것은 흡열이다>[원본 보기]

녹는 과정은 세 걸음으로 나눌 수 있다. 각 걸음의 에너지 부호가 결정적이다.

  1. 용질 알갱이를 서로 떼어낸다 — 흡열이다. 이온 결합 물질에서는 6장에서 본 격자 에너지만큼이 든다.
  2. 용매 분자 사이를 벌려 자리를 만든다 — 흡열이다.
  3. 용질과 용매가 서로 달라붙는다 — 발열이다. 물에서는 이 단계를 수화(hydration)라 하고 그 에너지를 수화 엔탈피라 한다.

이온 결합 물질에서는 1번과 3번이 압도적으로 크므로 2번을 접어 두고 이렇게 쓸 수 있다.

ΔH용해U+ΔH수화

여기서 U 는 격자를 부수는 데 드는 에너지(양수)이고 ΔH수화 는 이온이 물에 감싸이며 나오는 에너지(음수)다.

두 큰 수의 차이로 작은 수가 남는 구조라서 부호가 물질마다 갈린다. NaOH 을 물에 녹이면 뜨거워지고 NH4NO3 을 녹이면 차가워진다. 같은 "물에 잘 녹는 염"인데도 그렇다.

그러면 흡열인데도 녹는 이유는 무엇인가. 10장의 답이 그대로 적용된다. ΔH>0 이어도 ΔS 가 충분히 크면 ΔG=ΔHTΔS 가 음수가 된다. 결정 속에 줄 맞춰 서 있던 이온이 용액 전체로 흩어지는 것은 가짓수가 크게 늘어나는 변화다.

3단계의 크기를 가늠하는 경험 규칙이 있다. 비슷한 것이 비슷한 것을 녹인다(like dissolves like). 극성 용매는 극성·이온성 용질을, 무극성 용매는 무극성 용질을 잘 녹인다. 7장에서 본 분자간 힘의 종류를 서로 맞춰 보라는 말이다.

예제 111

KCl 의 격자 에너지는 715kJ/mol 이고 K+Cl 의 수화 엔탈피 합은 698kJ/mol 이다(주어진 값). 용해 엔탈피를 구하고 그 부호가 뜻하는 바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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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를 부수는 것이 흡열, 수화가 발열이므로 그대로 더한다.

ΔH용해(+715)+(698)=+17kJ/mol

양수이므로 흡열이다. KCl 을 물에 녹이면 용액이 차가워진다. 순간 냉각 팩이 이 원리로 작동한다.

눈여겨볼 것은 715698 이라는 큰 수의 차이가 겨우 17 이라는 점이다. 두 값이 각각 1% 만 어긋나도 결과의 부호가 뒤집힐 수 있다. 그래서 용해 엔탈피는 계산으로 예측하지 않고 열량계로 직접 잰다. 9장에서 커피컵 열량계가 용해열 측정에 쓰인다고 한 이유가 이것이다.

흡열인데도 왜 녹는가. 25C 에서 TΔS 항이 17kJ/mol 을 넘기 때문이다. 필요한 ΔS 를 어림하면

ΔS>17000J/mol298K=57J/(molK)

이온 두 개가 결정에서 풀려나 용액 전체로 퍼지는 변화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넘는다.

예제 112

각 쌍에서 더 잘 녹는 쪽을 고르고 이유를 말하라. (가) 물에 CH3OHCH3(CH2)7OH (나) 아이오딘 I2 를 물과 사염화탄소 CCl4 중 어느 쪽에 (다) 사염화탄소에 NaCl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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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의 요령은 하나다. 용질의 극성과 용매의 극성을 짝지어 본다. 한쪽만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가) 메탄올 CH3OH 이다. 둘 다 OH 를 가지고 있어 물과 수소 결합을 할 수 있지만, 1-옥탄올은 탄소 여덟 개짜리 무극성 사슬이 분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부분은 물과 아무 상호작용도 하지 못한다.

실제로 메탄올은 물과 어떤 비율로도 섞이지만 1-옥탄올은 거의 섞이지 않는다. 같은 작용기를 가져도 나머지 부분이 크면 성질이 뒤집힌다.

(나) 사염화탄소다. I2 는 무극성이라 분산력으로만 상호작용한다. 물에 녹으려면 물의 수소 결합 그물을 헤집어야 하는데(2단계) 그 대가를 갚을 만한 상호작용(3단계)이 없다. 사염화탄소는 자신도 무극성이라 헤집는 대가가 작다.

(다) 아이오딘이다. NaCl 은 이온 결합 물질이라 격자를 부수는 데 큰 에너지가 드는데, 무극성 용매는 이온을 감싸 주지 못해 그 대가를 갚지 못한다. 사염화탄소에 소금은 사실상 전혀 녹지 않는다.

(나)와 (다)를 나란히 보면 요점이 분명해진다. 아이오딘은 물에 안 녹고 사염화탄소에 녹으며, 소금은 그 반대다. "잘 녹는 물질"이나 "잘 녹이는 용매"는 따로 없고 짝이 있을 뿐이다.

얼마나 녹는가 — 용해도

소금을 물에 계속 넣으면 어느 시점부터 더 녹지 않고 바닥에 쌓인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녹는 일이 멈춘 것이 아니다. 결정에서 이온이 떨어져 나가는 속도와 용액의 이온이 결정에 다시 붙는 속도가 같아진 것이다. 이런 상태를 동적 평형이라 하고, 이때의 용액을 포화 용액이라 하며, 그 농도를 용해도(solubility)라 한다. 12장의 주제가 이 동적 평형이다.

왼쪽에는 예외가 있지만 오른쪽에는 없다. 기체는 온도가 오르면 반드시 덜 녹는다. 데워진 강물에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이유가 오른쪽 그래프다
<왼쪽에는 예외가 있지만 오른쪽에는 없다. 기체는 온도가 오르면 반드시 덜 녹는다. 데워진 강물에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이유가 오른쪽 그래프다>[원본 보기]

온도의 영향은 고체와 기체가 다르다.

압력은 고체와 액체의 용해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체는 다르다. 기체의 용해도는 그 기체의 분압에 비례한다. 이것을 헨리 법칙(Henry's law)이라 한다.

c=kHP

기울기가 헨리 상수다. 탄산음료는 높은 분압으로 충전해 두었다가 뚜껑을 열면 대기의 분압에 맞춰 거의 0 까지 내려온다. 그 차이만큼이 거품으로 빠져나온다
<기울기가 헨리 상수다. 탄산음료는 높은 분압으로 충전해 두었다가 뚜껑을 열면 대기의 분압에 맞춰 거의 0 까지 내려온다. 그 차이만큼이 거품으로 빠져나온다>[원본 보기]

kH헨리 상수로, 기체와 용매와 온도에 따라 다르다. 단위는 위 식의 모양에서 정해져 mol/(LkPa) 다.

주의할 점이 둘 있다. 첫째, 식에 들어가는 것은 전체 압력이 아니라 그 기체의 분압이다. 둘째, 문헌에 따라 kHP/c 로 거꾸로 정의해 단위가 kPaL/mol 인 표도 흔하다. 단위를 보고 어느 쪽인지 판별해야 한다.

그리고 헨리 법칙은 기체가 용매와 반응하지 않을 때만 성립한다. HCl 이나 NH3 처럼 물과 반응하는 기체에는 그대로 쓸 수 없다.

예제 113

어떤 염의 용해도가 물 100g60C 에서 110g, 20C 에서 32g 이다(주어진 값). 60C 의 포화 용액 420g20C 로 식히면 몇 그램이 석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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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은 "용액 420g"이 물 420g 이 아니라는 데 있다. 먼저 그 안에 물과 염이 각각 얼마인지 갈라야 한다.

60C 의 포화 용액은 물 100g 과 염 110g, 즉 용액 210g 이 한 덩어리다. 주어진 것은 그 두 배다.

420210=2물 200g,염 220g

식히는 동안 물의 양은 변하지 않는다. 20C 에서 물 200g 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염은

200g×32g100g=64g

나머지가 석출된다.

22064=156g

답이 말이 되는가. 용해도가 3분의 1 아래로 떨어졌으니 대부분이 나와야 한다. 220156 이 나온다는 것은 그 감각과 맞는다.

이 계산이 재결정이라는 정제법의 원리다. 뜨거운 물에 녹였다가 식히면 목표 물질만 결정으로 나오고, 양이 적은 불순물은 용해도에 닿지 않아 용액에 남는다.

예제 114

25C 에서 공기와 평형을 이룬 물의 용존 산소 농도를 mol/Lmg/L 로 구하라. 전체 압력은 100kPa, 공기 중 산소의 몰분율은 0.21, kH(O2)=1.3×105mol/(LkPa) 다(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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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법칙에 넣을 것은 전체 압력이 아니라 산소의 분압이다. 7장의 돌턴 법칙으로 구한다.

PO2=xO2P전체=(0.21)(100kPa)=21kPa

c=kHP=(1.3×105mol/(LkPa))(21kPa)=2.7×104mol/L

질량 농도로 바꾼다. 산소의 몰질량은 32.00g/mol 이다.

(2.73×104mol/L)(32.00g/mol)=8.7×103g/L=8.7mg/L

실측 포화값이 25C 에서 약 8.3mg/L 이니 자릿수가 맞는다.

이 값이 얼마나 작은지 견주어 보자. 같은 조건의 공기 1L 에 든 산소는 PV=nRT 로 계산하면 약 270mg 이다. 물속에는 그 30 분의 1 정도밖에 없다. 물고기가 아가미로 많은 물을 흘려보내야 하는 이유다.

흔한 실수는 분압 대신 전체 압력 100kPa 을 넣는 것이다. 그러면 약 다섯 배 큰 값이 나온다.

예제 115

탄산음료를 25C 에서 이산화탄소 분압 400kPa 으로 충전한다. (가) 용존 이산화탄소 농도는? (나) 뚜껑을 열어 대기의 이산화탄소 분압 0.040kPa 과 평형이 되면? (다) 500mL 병에서 빠져나오는 기체의 부피는(25C, 100kPa)? kH=3.4×104mol/(LkPa) 다(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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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c1=(3.4×104)(400)=0.136mol/L

(나) c2=(3.4×104)(0.040)=1.4×105mol/L

사실상 0이다. 김빠진 탄산음료에 남은 이산화탄소는 무시해도 된다.

(다) 빠져나오는 몰수는 농도 차에 부피를 곱한 것이다.

Δn=(0.1360.0000136)mol/L×0.500L=0.0680mol

7장의 PV=nRT 로 부피를 구한다. 압력을 kPa, 부피를 L 로 두면 R 을 그대로 쓸 수 있다. 9장에서 본 1kPaL=1J 때문이다.

V=nRTP=(0.0680)(8.314)(298.15)100=1.69L

500mL 병에서 1.7L 의 기체가 나온다. 뚜껑을 급히 열면 넘치는 이유가 이 부피다.

온도를 올리면 kH 가 작아져 (가)의 값이 더 작아지고, 그만큼 압력이 병 안에 갇힌다. 미지근한 탄산음료가 더 심하게 넘치는 것이 그 결과다.

농도를 나타내는 방법들

8장에서 몰농도 c=n/V 를 썼다. 편리하지만 약점이 하나 있다. 부피는 온도에 따라 변한다. 데우면 용액이 팽창해 같은 용액인데도 몰농도가 달라진다.

데우면 부피가 늘어 몰농도가 달라지지만 질량은 변하지 않으므로 몰랄농도는 그대로다. 온도를 크게 바꾸며 재는 실험에서는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데우면 부피가 늘어 몰농도가 달라지지만 질량은 변하지 않으므로 몰랄농도는 그대로다. 온도를 크게 바꾸며 재는 실험에서는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원본 보기]

그래서 부피 대신 용매의 질량을 기준으로 삼는 농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몰랄농도(molality) b 다.

b=n용질m용매(단위: mol/kg)

분모가 용매의 질량이지 용액의 질량이 아니라는 점을 꼭 확인해야 한다. 몰농도의 분모가 용액 전체의 부피였던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쓰이는 농도 표현을 모아 두면 이렇다.

이름정의단위주로 쓰는 곳
몰농도 c용질 몰수 ÷ 용액 부피mol/L부피로 재는 실험 전부. 적정, 반응 화학량론
몰랄농도 b용질 몰수 ÷ 용매 질량mol/kg온도가 변하는 실험. 어는점 내림, 끓는점 오름
몰분율 x그 성분 몰수 ÷ 전체 몰수없음증기압, 기체 혼합물
질량백분율용질 질량 ÷ 용액 질량 × 100%시약병 표시, 일상적 표현
질량농도 γ용질 질량 ÷ 용액 부피mg/L아주 묽은 용액. 수질, 대기

이 다섯을 서로 바꾸려면 대개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 용질의 몰질량용액의 밀도다. 밀도는 부피 기준과 질량 기준을 잇는 다리다.

아주 묽은 용액에 질량농도를 쓰는 이유는 몰농도가 지나치게 작은 수가 되기 때문이다. 수돗물의 잔류 염소는 105mol/L 언저리인데, 같은 값을 0.7mg/L 로 적으면 읽기가 훨씬 낫고 몰질량을 몰라도 잰 값을 그대로 적을 수 있다.

다른 자료에서 ppm 으로 적힌 값을 만나면 묽은 수용액에서는 mg/L 로 읽으면 된다. 물의 밀도가 1L1kg 이라 백만분의 1 이 곧 킬로그램당 밀리그램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서가 그 단위를 쓰지 않는 이유와 환산은 3장의 환산표에 정리해 두었다.

예제 116

시판 진한 염산은 질량백분율이 37.0% 이고 밀도가 1.18g/mL 이다(주어진 값). (가) 몰농도, (나) 몰랄농도, (다) HCl 의 몰분율을 구하라. 몰질량은 HCl 36.46, H2O 18.02g/mo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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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산에서 통하는 요령이 하나 있다. 계산하기 편한 양을 하나 골라 놓고 시작한다. 몰농도를 물으니 용액 1.00L 를 잡자.

용액 1.00L=1000mL 의 질량은 밀도에서 나온다.

m용액=(1000mL)(1.18g/mL)=1180g

그중 37.0% 가 염화수소다.

mHCl=(1180)(0.370)=436.6g

nHCl=436.636.46=11.97mol

(가) 이 몰수가 1.00L 에 들어 있으므로

c=12.0mol/L

(나) 몰랄농도의 분모는 용매의 질량이다. 용액에서 염화수소를 뺀 나머지가 물이다.

m=1180436.6=743.4g=0.7434kg

b=11.970.7434=16.1mol/kg

(다) 몰분율에는 물의 몰수가 필요하다.

n=743.418.02=41.25mol

xHCl=11.9711.97+41.25=11.9753.22=0.225

세 값을 나란히 보면 감각이 생긴다. 몰랄농도가 몰농도보다 크다. 분모가 용액 1L(1.18kg)에서 용매 0.743kg 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진한 용액에서는 두 값이 크게 벌어진다. 반면 아주 묽은 수용액에서는 용액이 거의 물이므로 두 값이 거의 같아진다.

흔한 실수는 (나)에서 분모에 1.18kg 을 넣는 것이다. 그러면 10.1mol/kg 이 나와 크게 틀린다.

예제 117

수돗물의 잔류 염소가 0.70mg/L 로 보고되었다(주어진 값). (가) 이것을 몰농도로 고쳐라. Cl2 의 몰질량은 70.9g/mol 이다. (나) 이렇게 묽은 수용액에서는 몰농도와 몰랄농도가 거의 같다고들 한다. 정말 그런지 이 용액 1.00L 를 잡고 두 값을 실제로 계산해 견주어라. 용액의 밀도는 물과 같은 1.00g/mL 로 본다.

풀이 보기

(가) 구하려는 것은 mol/L 다. 질량을 몰수로 바꾸는 다리는 몰질량 하나이므로 8장의 계산 그대로다.

c=0.70×103g/L70.9g/mol=9.9×106mol/L

이 수를 보면 수질 자료가 왜 질량농도를 쓰는지 알 수 있다. 106 자리의 수를 늘어놓는 것보다 0.70 이라 적는 편이 낫고, 무엇보다 몰질량을 몰라도 잰 값을 그대로 적을 수 있다.

(나) 용액 1.00L 를 잡는다. 몰농도는 정의상 방금 구한 값 그대로다. 몰랄농도는 분모가 용매의 질량이므로 용액의 질량에서 용질의 질량을 빼야 한다.

m용액=(1000mL)(1.00g/mL)=1000g

m용매=10000.00070=999.9993g=0.9999993kg

b=9.9×106mol0.9999993kg=9.9×106mol/kg

두 값이 유효숫자 안에서 완전히 같다. 왜 그런지는 나눗셈에 그대로 보인다. 두 농도의 비는 용매의 질량 대 용액의 질량인데, 용질이 백만분의 1 수준이면 그 비가 1 에서 백만분의 1 만큼밖에 벗어나지 않는다.

답이 말이 되는가. 앞 예제의 진한 염산에서는 12.0mol/L16.1mol/kg 로 34 %나 벌어졌는데 여기서는 같다. 두 값이 갈리는 정도는 용액이 얼마나 진한가에만 달려 있다. 그러므로 몰랄농도를 고집할 이유가 있는 것은 진한 용액이나 온도를 크게 바꾸는 실험이고, 묽은 수용액에서는 어느 쪽을 써도 답이 같다. 이 사실은 곧 나올 어는점 내림 계산에서 쓰인다.

흔한 실수는 (나)에서 용매의 질량 대신 용액의 질량 1.000kg 을 그냥 넣는 것이다. 이번에는 결과가 같아 티가 나지 않지만, 같은 습관으로 진한 용액을 풀면 앞 예제처럼 크게 틀린다. 결과가 같아도 이유를 알고 같아야 한다.

총괄성 — 알갱이 수만 세는 성질

이제 이 장의 핵심으로 간다. 비휘발성 용질을 녹이면 용매의 성질 네 가지가 정해진 방식으로 변하는데, 놀랍게도 그 변화의 크기가 용질이 무엇인지와 무관하다. 오직 몇 개가 녹아 있는가만이 문제다.

이런 성질을 총괄성(colligative property)이라 한다. 넷을 먼저 늘어놓으면 증기압 내림, 끓는점 오름, 어는점 내림, 삼투압이다.

넷 다 뿌리가 하나이므로 첫 번째부터 본다.

증기압 내림 — 나머지 셋의 뿌리

표면에서 용매 분자가 차지하는 몫이 줄어 빠져나가는 수가 준다. 용질이 무엇인지는 상관없고 표면을 얼마나 차지하는지만 문제가 된다
<표면에서 용매 분자가 차지하는 몫이 줄어 빠져나가는 수가 준다. 용질이 무엇인지는 상관없고 표면을 얼마나 차지하는지만 문제가 된다>[원본 보기]

7장에서 증기압을 다뤘다. 액체 표면에서 분자가 빠져나가고 돌아오는 속도가 같아졌을 때의 압력이다.

여기에 비휘발성 용질을 녹이면 표면의 일부를 용질이 차지한다. 그러면 빠져나갈 수 있는 용매 분자의 수가 줄어 증기압이 낮아진다. 낮아지는 정도는 표면에서 용매가 차지하는 몫, 곧 용매의 몰분율에 비례한다. 이것이 라울 법칙(Raoult's law)이다.

P용매=x용매P용매

P 는 순수한 용매의 증기압이다. 용질이 휘발성이어서 그 자신도 증기를 내놓는다면 각 성분에 이 식을 쓰고 7장의 돌턴 법칙으로 더하면 된다.

P전체=xAPA+xBPB

실제 용액은 이 식에서 벗어난다. 두 성분 사이의 힘이 각자끼리의 힘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묽을수록 잘 맞으며, 총괄성을 다루는 범위에서는 충분하다.

예제 118

25C 에서 순수한 물의 증기압은 3.17kPa 다(주어진 값). 물 100.0g 에 설탕 C12H22O11(342.3g/mol) 18.0g 을 녹였을 때 용액의 증기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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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법칙을 쓰려면 용매의 몰분율이 필요하다. 두 성분의 몰수를 각각 구한다.

n=100.018.02=5.549mol

n설탕=18.0342.3=0.0526mol

x=5.5495.549+0.0526=5.5495.602=0.9906

P=xP=(0.9906)(3.17)=3.14kPa

증기압이 3.17 에서 3.14kPa 로, 0.03kPa 내려갔다.

이 값이 얼마나 작은지 보라. 설탕을 18g 이나 넣었는데 변화는 1% 남짓이다. 총괄성 효과가 대체로 이렇게 작다는 것을 감각으로 익혀 두면 계산 결과를 검산할 수 있다.

그리고 설탕이 무슨 물질인지는 식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자. 들어온 것은 몰수 하나뿐이다. 같은 몰수의 요소나 글리세롤을 넣어도 답이 같다. 이것이 "총괄성"이라는 이름의 뜻이다.

예제 119

25C 에서 벤젠(P=12.7kPa)과 톨루엔(P=3.79kPa)을 몰분율 0.600:0.400 으로 섞었다(주어진 값). 전체 증기압과 증기 속 벤젠의 몰분율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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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성분 모두 휘발성이므로 각각에 라울 법칙을 쓰고 더한다.

P벤젠=(0.600)(12.7)=7.62kPa

P톨루엔=(0.400)(3.79)=1.52kPa

P전체=7.62+1.52=9.14kPa

증기 속 몰분율은 7장의 돌턴 법칙에서 나온다. 분압의 비가 곧 몰분율의 비다.

y벤젠=7.629.14=0.834

액체에서 0.600 이던 벤젠이 증기에서는 0.834 로 진해졌다. 더 잘 휘발하는 성분이 증기 쪽에 모인다.

여기에 실용적인 뜻이 있다. 이 증기를 식혀 다시 액체로 만들면 벤젠이 더 진한 액체가 된다. 그것을 다시 증발시키면 더 진해진다. 이 과정을 여러 단으로 쌓은 장치가 분별 증류탑이고, 원유를 성분별로 나누는 것이 그 일이다.

다만 두 성분의 상호작용이 라울 법칙에서 크게 벗어나면 어느 비율에서 액체와 증기의 조성이 같아지는 지점이 생긴다. 그 지점을 넘어서는 증류만으로 순수한 성분을 얻을 수 없다.

끓는점 오름과 어는점 내림

증기압이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끓는다는 것은 증기압이 바깥 압력과 같아지는 것이므로, 증기압이 낮아진 용액은 더 뜨겁게 해야 끓는다. 어는 쪽은 반대로 더 차게 해야 언다.

두 변화 모두 작지만 어는점 쪽이 세 배 넘게 크다. 그래서 도로에 소금을 뿌려 어는 것은 막을 수 있어도 물을 끓이는 온도를 크게 바꾸지는 못한다
<두 변화 모두 작지만 어는점 쪽이 세 배 넘게 크다. 그래서 도로에 소금을 뿌려 어는 것은 막을 수 있어도 물을 끓이는 온도를 크게 바꾸지는 못한다>[원본 보기]

두 변화의 크기는 몰랄농도에 비례한다.

ΔTb=iKbb,ΔTf=iKfb

KbKf용매마다 정해진 상수다. 용질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총괄성의 핵심이다. 단위는 Kkg/mol 이다. 온도 차이는 켈빈으로 재나 섭씨로 재나 같은 크기이므로, ΔT 를 구한 뒤 섭씨 눈금에 그대로 더하거나 빼면 된다.

용매어는점 (°C)Kf (K·kg/mol)끓는점 (°C)Kb (K·kg/mol)
0.001.86100.000.512
벤젠5.505.1280.102.53
사이클로헥세인6.5520.080.742.79

i반트호프 인자(van't Hoff factor)로, 용질 1mol 이 용액에서 실제로 만드는 알갱이 수다.

예제 120

어떤 비전해질 1.20g 을 벤젠 50.0g 에 녹였더니 어는점이 5.50 에서 4.28C 로 내려갔다. 이 물질의 몰질량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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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점 내림으로 몰질량을 재는 것이 이 유형이다. 길은 온도 변화 → 몰랄농도 → 몰수 → 몰질량 순서다.

비전해질이므로 i=1 이다.

ΔTf=5.504.28=1.22K

b=ΔTfKf=1.225.12=0.2383mol/kg

몰랄농도의 정의로 되돌아가 몰수를 구한다. 용매는 0.0500kg 이다.

n=bm용매=(0.2383)(0.0500)=1.191×102mol

M=mn=1.20g1.191×102mol=101g/mol

유효숫자는 ΔTf=1.22 의 세 자리를 따른다.

이 방법의 한계도 알아 두자. 몰질량이 크면 같은 질량으로 만들 수 있는 몰수가 적어져 ΔTf 가 작아진다. 몰질량이 105g/mol 인 고분자라면 ΔTf104K 수준이라 온도계로 읽을 수 없다. 그때는 뒤에 나올 삼투압을 쓴다.

예제 121

부동액으로 에틸렌 글라이콜 C2H6O2(62.07g/mol, 비전해질)을 쓴다. 물 1.00kg 에 몇 그램을 넣어야 어는점이 15.0C 가 되는가? 그때 끓는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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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어는점 내림은 ΔTf=15.0K 다. 물의 Kf=1.86Kkg/mol, 비전해질이므로 i=1 이다.

b=ΔTfiKf=15.01.86=8.06mol/kg

용매가 1.00kg 이므로 필요한 몰수가 곧 이 수다.

m=(8.06mol)(62.07g/mol)=5.00×102g

500g 이 필요하다. 물과 부동액을 거의 반반으로 섞으라는 자동차 설명서의 지시가 이 계산과 맞는다.

끓는점도 함께 계산한다.

ΔTb=iKbb=(1)(0.512)(8.06)=4.13K

끓는점은 100.00+4.13=104.1C 다.

여기서 부동액이라는 이름이 절반만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는 것을 막아 줄 뿐 아니라 끓는 것도 함께 늦춘다. 여름에도 부동액을 빼지 않는 이유다.

어는점 쪽 변화가 끓는점 쪽보다 세 배 넘게 크다는 것도 확인해 두자. KfKb 보다 크기 때문이며, 그래서 겨울철 도로에 뿌리는 소금이 효과를 낸다.

예제 122

0.100mol/kg NaCl 수용액의 어는점을 (가) i 를 이론값 2로 두고, (나) 실측값 i=1.87 로 계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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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ΔTf=iKfb=(2)(1.86)(0.100)=0.372K

어는점은 0.0000.372=0.372C 다.

(나) ΔTf=(1.87)(1.86)(0.100)=0.348K

어는점은 0.348C 다.

실측 i 가 2보다 작은 이유는 이온쌍이다. 용액 속에서 일부 Na+Cl 가 붙어 하나처럼 움직이므로 알갱이 수가 2에 못 미친다.

농도를 낮추면 이온 사이 거리가 멀어져 이온쌍이 줄고 i 가 2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진해지면 더 작아진다. 전하가 큰 이온일수록 이 어긋남이 크다.

견주어 볼 것이 있다. 같은 몰랄농도의 설탕 용액이라면 i=1 이므로 어는점 내림이 절반이 안 된다. 도로에 설탕이 아니라 소금을 뿌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같은 질량이라면 몰질량이 작다는 이점까지 더해진다.

삼투압

마지막 총괄성은 앞의 셋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생물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반투막은 용매만 지나가게 한다. 용매가 용액 쪽으로 밀려가 액면이 올라가고, 그 높이 차이가 만드는 압력이 삼투압이다
<반투막은 용매만 지나가게 한다. 용매가 용액 쪽으로 밀려가 액면이 올라가고, 그 높이 차이가 만드는 압력이 삼투압이다>[원본 보기]

반투막은 용매 분자는 지나가게 하고 용질은 막는 막이다. 세포막이 그런 막이다.

반투막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 순수한 용매를, 다른 쪽에 용액을 두면 용매가 용액 쪽으로 흘러간다. 이것을 삼투(osmosis)라 한다. 흐름을 멈추려면 용액 쪽에 압력을 걸어야 하는데, 그 압력이 삼투압 Π(그리스 문자 대문자 파이)다.

Π=icRT

모양이 이상기체 법칙 P=(n/V)RT 와 똑같다. 그러나 유도된 길은 전혀 다르고, 삼투압은 용질이 기체처럼 행동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모양이 같은 것은 우연에 가깝다.

단위를 맞추는 방법이 편리하다. 압력을 kPa, 농도를 mol/L 로 두면 R=8.314 을 그대로 쓸 수 있다. 9장의 1kPaL=1J 덕분이다.

왜 삼투가 일어나는가. 10장의 답이 여기서도 통한다. 용매가 용액 쪽으로 가면 양쪽이 섞여 가짓수가 늘어난다. 삼투는 엔트로피가 미는 흐름이다.

예제 123

어떤 단백질 1.00g 을 물에 녹여 전체 부피를 100.0mL 로 만들었다. 25C 에서 삼투압이 248Pa 였다. 몰질량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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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갈라지지 않으므로 i=1 이고 Π=cRT 다.

단위를 먼저 맞춘다. R=8.314 을 쓰려면 압력이 kPa 여야 한다.

Π=248Pa=0.248kPa

c=ΠRT=0.248(8.314)(298.15)=0.2482479=1.000×104mol/L

n=cV=(1.000×104)(0.1000)=1.000×105mol

M=1.00g1.000×105mol=1.00×105g/mol

왜 고분자에 삼투압법을 쓰는지 확인해 보자. 같은 용액의 어는점 내림을 계산하면

ΔTf=(1.86)(1.0×104)=1.9×104K

어떤 온도계로도 읽을 수 없는 값이다. 반면 삼투압 248Pa 는 액면 높이로 치면 물기둥 약 2.5cm 에 해당해 자로 잴 수 있다. 같은 묽기인데 감도가 천 배 넘게 차이 난다.

예제 124

사람의 혈액은 37C 에서 전체 용질 알갱이 농도가 약 0.30mol/L 이다(주어진 값). (가) 혈액의 삼투압을 구하라. (나) 적혈구를 순수한 물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가? (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물이 빠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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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알갱이 농도가 이미 주어졌으므로 i 를 따로 곱할 필요가 없다. 온도를 켈빈으로 바꾼다.

T=37+273.15=310K

Π=cRT=(0.30)(8.314)(310)=773kPa

대기압의 약 여덟 배다. 삼투압이 얼마나 큰 값인지 보여준다. 앞의 총괄성 셋이 소수점 아래에서 놀았던 것과 대비된다.

(나) 바깥이 순수한 물이면 세포 안쪽의 알갱이 농도가 훨씬 높다. 물이 세포 안으로 밀려들어 간다. 적혈구는 부풀다가 터진다.

그래서 주사로 넣는 액은 반드시 혈액과 삼투압을 맞춘다. 0.15mol/L NaCl 용액이 그것이며, 갈라져 알갱이가 두 배가 되므로 0.30mol/L 이 되어 혈액과 맞는다. 이 값을 "생리 식염수"라 부른다.

(다) 반대 방향이다. 바깥의 소금물이 배추 세포 안보다 진하므로 물이 세포에서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절인 배추가 흐물흐물해지는 것이 그 결과다.

같은 이치로 소금에 절인 고기나 설탕에 절인 과일이 잘 상하지 않는다. 세균도 세포이므로 물을 빼앗기면 살지 못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의 저장법이 전부 이 원리다.

한 가지 더. 삼투압보다 큰 압력을 용액 쪽에 걸면 물이 반대 방향으로 밀려 나온다. 이것을 역삼투라 하고, 바닷물에서 마실 물을 얻는 담수화 장치가 그 방법을 쓴다. 바닷물의 삼투압이 약 2700kPa 이므로 그보다 큰 압력이 필요하다.

콜로이드 — 용액과 혼합물 사이

마지막으로 짧게 하나만 덧붙인다. 알갱이가 분자 하나 크기(약 1nm)보다는 크지만 가라앉을 만큼 크지도 않은(대략 1000nm 까지) 중간 상태가 있다. 이것을 콜로이드(colloid)라 한다. 우유, 안개, 연기, 마요네즈가 그렇다.

용액과 구별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빛을 통과시켜 옆에서 보면 콜로이드는 빛의 길이 보인다. 알갱이가 빛을 흩뜨리기 때문이며, 이것을 틴들 현상이라 한다. 안개 속 자동차 불빛이 기둥처럼 보이는 것이 그 예다. 진짜 용액에서는 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섞이지 않는 두 액체를 콜로이드로 붙들어 두려면 양쪽에 다 어울리는 분자가 필요하다. 한쪽 끝이 극성이고 반대쪽 끝이 무극성인 분자가 그 일을 한다. 비누와 세제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고, 기름때를 물로 씻어낼 수 있는 것이 그 덕분이다.

예제 125

설탕물, 우유, 흙탕물, 안개 넷을 용액 · 콜로이드 · 불균일 혼합물로 가르라. 그리고 그 판정을 실험으로 확인할 방법을 두 가지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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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는 기준은 알갱이의 크기 하나다. 이 절이 준 눈금은 이렇다. 분자 하나 크기(약 1nm) 언저리면 용액, 대략 1nm 에서 1000nm 사이면 콜로이드, 그보다 크면 가라앉는 불균일 혼합물이다.

시료흩어져 있는 것판정
설탕물설탕 분자 하나하나 (약 1 nm)용액
우유지방 방울과 단백질 덩어리 (수십 ~ 수백 nm)콜로이드
안개물방울 (수 μm)콜로이드
흙탕물흙 알갱이 (수십 μm 이상)불균일 혼합물

안개의 물방울은 눈금의 위쪽 끝을 넘어서지만 가라앉지 않고 떠 있다는 점에서 콜로이드로 다룬다. 경계가 칼같이 갈리지 않는다는 것도 답의 일부다.

실험 1 — 틴들 현상. 어두운 곳에서 세 시료에 레이저 포인터를 통과시키고 옆에서 본다. 빛의 길이 기둥처럼 보이면 알갱이가 빛의 파장(수백 나노미터)에 견줄 만큼 크다는 뜻이므로 콜로이드다. 설탕물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우유에서는 뚜렷이 보인다. 흙탕물도 보이지만 이 실험만으로는 콜로이드와 갈리지 않는다.

실험 2 — 그냥 세워 둔다. 몇 시간 두었다가 본다. 흙탕물은 바닥에 앙금이 쌓이고 위가 맑아진다. 우유와 설탕물은 그대로다. 이것이 흙탕물을 갈라내는 실험이다.

두 실험을 함께 쓰면 판정이 닫힌다. 틴들 현상이 없으면 용액, 있으면서 가라앉지 않으면 콜로이드, 가라앉으면 불균일 혼합물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세 부류가 크기 순서대로 늘어서 있고, 두 실험이 각각 다른 경계를 짚는다. 실험 1 은 "빛을 흩뜨릴 만큼 큰가"를 묻고, 실험 2 는 "중력에 질 만큼 큰가"를 묻는다. 하나로는 세 부류를 가를 수 없다는 것이 이 문제의 요점이다.

흔한 실수는 뿌옇게 보이는 것을 전부 불균일 혼합물로 부르는 것이다. 뿌연 것은 알갱이가 빛을 흩뜨린다는 뜻일 뿐이고, 그 자체로는 가라앉는지 아닌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

예제 126

비누 분자는 한쪽 끝이 극성이고 반대쪽 긴 꼬리가 무극성이다.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 물만으로는 지워지지 않던 기름때가 왜 비누를 쓰면 씻겨 나가는지 설명하라. 6장의 극성과 7장의 분자간 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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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왜 물만으로는 안 되는지부터 적어야 한다. 7장에서 "비슷한 것끼리 녹는다"를 보았다. 물은 극성 분자라 수소 결합으로 서로 강하게 붙어 있고, 기름은 무극성이라 분산력만 있다. 물 분자가 기름 분자를 둘러싸려면 자기들끼리의 수소 결합을 끊어야 하는데 그만큼을 되돌려 받지 못하므로, 물은 기름을 밀어내고 자기들끼리 뭉친다.

이제 비누 분자를 넣는다. 이 분자는 양쪽 성질을 한 몸에 갖고 있으므로 경계에 앉을 수 있다. 무극성 꼬리는 기름 쪽으로 박고 극성 머리는 물 쪽으로 내민다. 경계에 앉는 것 말고 달리 편한 자리가 없다는 점이 요점이다. 꼬리는 물속에 있기 싫고 머리는 기름 속에 있기 싫다.

기름 방울 하나를 이런 분자들이 빙 둘러싸면 어떻게 되는가. 바깥으로 극성 머리만 내민 공이 된다. 물이 보는 것은 기름이 아니라 극성 표면이므로 물과 잘 어울리고, 방울은 물속에 떠 있게 된다.

그 결과가 이 절의 콜로이드다. 알갱이 크기가 수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인 이 방울들이 가라앉지도 서로 합쳐지지도 않는다. 합쳐지지 않는 이유도 같은 그림에서 나온다. 방울 표면이 전부 같은 부호로 하전된 머리들이라 서로 밀어낸다.

답이 말이 되는가. 예측을 하나 세워 검증해 보자. 이 설명이 옳다면 비누는 기름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옮기는 것이므로, 헹군 물에는 기름이 그대로 들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설거지한 물이 뿌연 것이 그 증거다. 또 하나, 꼬리가 짧아 무극성 부분이 모자란 분자는 이 일을 못 할 것이다. 실제로 에탄올처럼 짧은 분자는 세제로 쓰이지 않는다.

흔한 실수는 비누가 기름을 "녹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녹은 것이 아니다. 기름은 여전히 기름끼리 뭉쳐 있고, 겉만 물이 좋아하는 껍질로 바꿔 입은 것이다. 이 구분은 11장 첫머리의 "녹는다"의 정의로 돌아가면 분명해진다. 진짜 용액이라면 알갱이 하나하나가 용매에 둘러싸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용어부터 모은다.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용매 · 용질solvent · solute많은 쪽이 용매
ΔH(용해)용해 엔탈피kJ/mol≈ 격자 에너지 + 수화 엔탈피. 부호가 갈린다
용해도solubilityg/100 g 물, mol/L포화 용액의 농도
k(H)헨리 상수mol/(L·kPa)c = k(H) P. P 는 그 기체의 분압
b몰랄농도mol/kg분모는 용매의 질량. 온도에 무관
γ질량농도mg/L아주 묽은 용액. 다른 책의 ppm 이 이것이다
P*순수한 용매의 증기압kPa라울 법칙의 기준값
K(f), K(b)어는점 내림 · 끓는점 오름 상수K·kg/mol용매마다 정해진 값. 물은 1.86 과 0.512
i반트호프 인자없음1 mol 이 만드는 알갱이 수. 비전해질은 1
Π삼투압kPaΠ = icRT
콜로이드colloid틴들 현상으로 용액과 구별한다

관계식은 넷이다.

언제 쓰는가
c = k(H) P기체의 용해도. 분압을 넣는다
P(용매) = x(용매) P*증기압 내림. 총괄성 넷의 뿌리
ΔT(f) = i K(f) b, ΔT(b) = i K(b) b어는점 · 끓는점. 몰랄농도를 쓴다
Π = i c R T삼투압. 몰농도를 쓰고 답은 kPa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헨리 법칙에 전체 압력을 넣는다그 기체의 분압을 넣는다. 공기 중 산소면 21% 만
몰랄농도의 분모에 용액 질량을 넣는다용매의 질량이다. 진한 용액에서 크게 어긋난다
어는점 내림에 몰농도를 쓴다온도가 변하면 부피도 변한다. 몰랄농도를 쓴다
전해질에 i 를 빠뜨린다NaCl 은 알갱이가 두 배가 된다. 답이 절반으로 틀린다
용액 질량을 물 질량으로 읽는다포화 용액 문제에서 가장 잦다. 용매와 용질을 먼저 가른다
삼투압에서 Pa 와 kPa 를 섞는다R = 8.314 를 쓰려면 kPa 와 mol/L 로 맞춘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녹느냐 마느냐는 엔탈피 수지와 엔트로피 이득의 겨루기이고, 그래서 흡열인데도 녹는 물질이 있다. 그리고 총괄성 네 가지는 용질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몇 개인지만 센다.

이 장에서 "동적 평형"이라는 말이 두 번 나왔다. 포화 용액에서 한 번, 증기압에서 한 번이다. 다음 장은 그 동적 평형을 정면으로 다룬다. 반응이 도중에 멈춘 것처럼 보일 때 정확히 어디서 멈추는지, 그리고 그 지점을 어떻게 옮기는지가 12장의 주제다.

화학 평형

8장에서 한계 반응물 계산을 하면서 "최대 몇 그램"이라는 말을 썼다. 그때 미뤄 둔 이야기를 지금 한다. 대부분의 반응은 그 최대치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멈춘 것처럼 보이는 상태에 이른다.

10장에서 그 지점의 정체를 이미 보았다. 자유에너지 골짜기의 바닥이다. 이 장은 그 바닥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수로 적고, 그 위치를 옮기는 방법을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반응은 왜 멈추는가, 어디서 멈추는가, 그 지점을 하나의 수로 어떻게 적는가, 그리고 더 많은 생성물을 얻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마지막이 산업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물음이다. 암모니아 공장과 황산 공장의 운전 조건이 전부 이 계산에서 나온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8장의 몰농도와 계수비, 7장의 분압, 10장의 ΔG 와 자발성, 11장의 동적 평형이다. 수학은 이차방정식이 한 번 필요한데, 그 자리에서 근의 공식을 다시 적어 둔다.

가역 반응과 동적 평형

8장에서 화살표를 두 가지로 쓴다고 했다. 한쪽으로만 가는 반응은 , 양쪽으로 함께 일어나는 반응은 다. 뒤쪽을 가역 반응이라 한다.

무색 기체 N2O4 를 빈 통에 넣고 지켜보자. 갈색 기체 NO2 가 생기면서 색이 짙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색이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N2O4(g)2NO2(g)

왼쪽에서 농도가 평평해지는 시점과 오른쪽에서 두 속도가 만나는 시점이 정확히 같다. 반응이 멈춘 것이 아니라 두 방향이 서로를 지우고 있을 뿐이다
<왼쪽에서 농도가 평평해지는 시점과 오른쪽에서 두 속도가 만나는 시점이 정확히 같다. 반응이 멈춘 것이 아니라 두 방향이 서로를 지우고 있을 뿐이다>[원본 보기]

색이 멈춘 그 순간에 반응이 멈춘 것일까. 아니다. 정반응과 역반응이 같은 빠르기로 계속 일어나고 있어서 알짜 변화만 0인 것이다. 이 상태를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 한다.

11장에서 이미 두 번 만났다. 포화 용액에서 녹는 속도와 다시 붙는 속도가 같아진 것, 밀폐된 병에서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가 같아진 것이 그것이다. 화학 반응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평형이 "멈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실험이 있다. 평형에 이른 계에 무거운 동위원소로 표시한 반응물을 조금 넣으면, 겉보기 농도는 그대로인데 그 표지가 생성물 쪽에서도 발견된다. 반응은 계속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반응물 쪽에서 출발하든 생성물 쪽에서 출발하든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평형의 위치를 정하는 것은 출발점이 아니라 온도다
<반응물 쪽에서 출발하든 생성물 쪽에서 출발하든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평형의 위치를 정하는 것은 출발점이 아니라 온도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같은 평형에 도달한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평형의 위치를 출발 조건과 무관한 하나의 수로 적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수가 다음 절의 평형상수다.

흔한 오해

다음 두 진술은 맞는가? (가) "평형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농도가 같다." (나) "평형에 이르면 반응이 멈춘다."

풀이 보기

둘 다 틀렸다.

(가) 평형은 농도가 같아지는 상태가 아니라 속도가 같아지는 상태다. 둘은 전혀 다른 진술이다.

위 그림의 왼쪽을 보면 평형에서 두 농도가 뚜렷이 다르다. 반응에 따라 반응물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도, 생성물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도 있다. 우연히 같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그 반응의 평형상수가 마침 그런 값일 때뿐이다.

왜 속도가 같은데 농도가 다를 수 있는가. 정반응과 역반응은 서로 다른 반응이라 같은 농도에서 같은 속도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이 훨씬 빠른 반응이면 그쪽 물질이 적은 상태에서 균형이 잡힌다.

(나) 두 방향으로 계속 일어난다. 다만 서로를 정확히 지운다. 앞 문단의 동위원소 실험이 그 증거다.

이 구분을 놓치면 다음 절부터가 이해되지 않는다. 평형을 "멈춤"으로 생각하면 조건을 바꿨을 때 왜 다시 움직이는지 설명할 수 없다.

예제 128

N2O4(g)2NO2(g) 가 평형에 이르러 색이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질소를 무거운 동위원소 15N 로 바꾼 N2O4 를 아주 조금 넣는다. 농도가 사실상 변하지 않을 만큼 적은 양이다. 한참 뒤에 통 안의 기체를 질량분석기로 살펴본다. (가) 평형이 "멈춤"이라면 무엇이 관측되어야 하는가. (나) 동적 평형이라면 무엇이 관측되어야 하는가. (다) 실제 결과는 (나)였다. 이 실험이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은 증명하지 못하는가.

풀이 보기

이 실험의 설계 원리부터 보아야 한다. 색이나 압력 같은 겉보기 양은 두 방향의 알짜 차이만 보여 주므로, 서로를 지우고 있는 두 흐름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알짜 양을 바꾸지 않으면서 개별 원자에 표를 붙이는 방법을 쓴다. 무거운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거의 같고 질량만 다르므로 이 목적에 맞는다.

(가) 멈춤이라면 넣은 표지 분자는 그대로 N2O4 로 남아 있어야 한다. 질량분석기에서 무거운 질소는 N2O4 쪽에서만 보이고 NO2 쪽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나) 두 방향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면 표지된 N2O4 도 다른 분자들과 똑같이 갈라졌다 붙었다 한다. 따라서 무거운 질소가 NO2 쪽에서도 발견되어야 하고, 충분히 기다리면 표지가 두 물질에 퍼진 비율이 그 통의 N2O4NO2 비와 같아져야 한다.

(다) 이 실험이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겉보기 변화가 0 인 상태에서도 결합이 실제로 끊어지고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평형은 정지가 아니다.

증명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첫째, 두 방향의 속도가 정확히 같다는 것은 이 실험이 재지 않는다. 그것은 겉보기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관측에서 나오는 결론이다. 둘째, 반응이 어떤 경로로 일어나는지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표지가 옮겨 갔다는 사실만으로는 한 번에 갈라졌는지 여러 단계를 거쳤는지 알 수 없다. 그 물음은 15장의 몫이다.

답이 말이 되는가. (나)의 예측 가운데 "비율이 같아진다"는 부분이 특히 강한 검증이다. 만약 반응이 아주 느리게만 일어나고 있다면 표지가 옮겨 가기는 해도 그 비율에 이르지 못한다. 예측을 방향만이 아니라 값까지 밀어 두면 실험이 걸러낼 수 있는 가설이 늘어난다.

같은 설계가 다른 곳에서도 쓰인다. 포화 용액에 표지한 고체를 넣으면 녹지 않은 채로 있는 것처럼 보여도 표지가 용액에 나타나고, 에스터를 표지한 물에서 가수분해하면 어느 결합이 끊어졌는지가 산소의 행방으로 드러난다.

평형상수 — 바닥의 위치를 적는 수

일반적인 가역 반응을 이렇게 쓰자.

aA+bBcC+dD

평형에서 다음 값을 계산하면, 출발 조건을 어떻게 바꿔도 같은 온도에서는 언제나 같은 수가 나온다. 이 값이 평형상수 K 다.

K=[C]c[D]d[A]a[B]b

대괄호는 그 물질의 몰농도를 뜻한다. 규칙은 셋이다. 생성물이 분자, 반응물이 분모, 계수가 지수.

여기서 단위를 정리해 두어야 한다. 위 식에 농도를 그냥 넣으면 반응마다 단위가 달라져 곤란해진다. 그래서 실제로 넣는 것은 농도 자체가 아니라 기준값으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K 에는 단위가 없다. 기준값이 1이므로 실제 계산에서는 숫자만 그대로 넣으면 되지만, 답에 단위를 붙이지 않는 이유는 알아 두어야 한다.

세 번째 규칙이 특히 쓸모 있다. 순수한 고체나 액체는 아무리 양을 늘려도 그 자신의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 각설탕을 두 배로 넣어도 각설탕 속의 밀도는 그대로인 것과 같다. 그래서 평형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규칙은 13장의 물과 14장의 금속 전극에서 그대로 쓰인다.

농도로 쓴 것을 Kc, 분압으로 쓴 것을 Kp 라 한다. 둘의 관계는 P=(n/V)RT=cRT 를 대입하면 나온다.

Kp=Kc(cRTP)Δν,Δν=(기체 생성물의 계수 합)(기체 반응물의 계수 합)

괄호 안의 값은 온도만 정해지면 계산되는 수다. R8.314kPaL/(molK) 로 쓰면 단위가 맞아떨어진다. Δν=0 이면 두 상수가 같다.

평형상수를 다루는 규칙

반응식을 손보면 K 도 따라 바뀐다. 규칙 셋은 정의에서 바로 나온다.

반응식에 한 일K 의 변화왜 그런가
뒤집는다K → 1 / K분자와 분모가 자리를 바꾼다
전체에 n 을 곱한다K → Kⁿ모든 지수가 n 배가 된다
두 반응을 더한다K → K₁ × K₂두 분수를 곱하면 가운데 항이 지워진다

세 번째는 9장 헤스의 법칙의 곱셈판이다. 10장의 ΔG 가 더해지는 자리에서 K 는 곱해진다.

두 번째 규칙에서 9장에 나온 구분이 다시 쓰인다. 반응식을 두 배로 하면 ΔHΔG두 배가 된다. 이런 양이 크기 성질이다. 그런데 K 는 두 배가 아니라 제곱이 된다. 세기 성질도 크기 성질도 아닌, 곱셈으로 쌓이는 양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14장에서 전압을 다룰 때 곧바로 틀린다.

K 의 크기가 말해 주는 것

K 가 크면 생성물 쪽에, 작으면 반응물 쪽에 치우친 평형이다. 다만 이 그림 어디에도 시간 축이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K 가 크면 생성물 쪽에, 작으면 반응물 쪽에 치우친 평형이다. 다만 이 그림 어디에도 시간 축이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원본 보기]

반드시 함께 기억할 것이 있다. K 는 "어디까지 가는가"만 말하고 "얼마나 빨리 가는가"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가 물이 되는 반응은 K 가 천문학적으로 크지만 상온에서 불꽃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0장에서 본 열역학과 속도의 분리가 여기서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K 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온도뿐이다. 이 사실은 뒤의 르샤틀리에 절에서 결정적으로 쓰인다.

예제 129

N2O4(g)2NO2(g) 에서 처음에 N2O40.100mol/L 넣었다. 평형에서 [NO2]=0.040mol/L 였다. Kc 를 구하라.

풀이 보기

평형 농도를 모두 알아야 식에 넣을 수 있는데 하나만 주어졌다. 나머지는 계수비로 채운다. 이 작업을 표로 정리한 것을 ICE 표라 한다. 초기(Initial) · 변화(Change) · 평형(Equilibrium)의 머리글자다.

계수비가 1:2 이므로 NO20.040 생기려면 N2O4 는 그 절반인 0.020 이 없어져야 한다.

N₂O₄NO₂
초기 (mol/L)0.1000
변화 (mol/L)−0.020+0.040
평형 (mol/L)0.0800.040

이제 정의에 넣는다. 생성물이 분자, 계수 2가 지수다.

Kc=[NO2]2[N2O4]=(0.040)20.080=1.6×1030.080=0.020

두 자리로 Kc=0.020 이다. 단위는 붙이지 않는다.

이 유형에서 챙길 것이 둘이다. 계수는 변화량에 곱해지는 동시에 평형식에서 지수로도 올라간다. 둘 중 하나만 반영하는 것이 가장 잦은 실수다.

답을 읽어 보면 Kc<1 이므로 반응물 쪽에 치우친 평형이다. 실제로 평형에서 N2O40.080 으로 NO2 의 두 배다.

예제 130

N2(g)+3H2(g)2NH3(g)Kc500K 에서 1.73×103 이다. 같은 온도의 Kp 를 구하라.

풀이 보기

먼저 기체 계수의 변화를 센다.

Δν=2(1+3)=2

변환 인자를 계산한다. c=1mol/L, P=100kPa 이다.

cRTP=(1)(8.314)(500)100=41.57

지수가 음수라는 것을 먼저 확정하고 넣는다.

Kp=(1.73×103)(41.57)2=1.73×1031.728×103=1.00

두 값이 세 자릿수나 차이 난다. Δν<0 이면 Kp<Kc 이고, 부호를 뒤집어 곱하는 실수가 매우 잦다.

실용적인 교훈이 있다. 문헌에서 K 를 가져올 때는 그것이 농도 기준인지 분압 기준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분압 기준이라면 어떤 압력을 P 로 삼았는지도 봐야 한다. 이 문서는 언제나 100kPa 다.

예제 131

어떤 온도에서 H2(g)+I2(g)2HI(g)K=50.0 이다. 다음 반응들의 K 를 구하라. (가) 2HI(g)H2(g)+I2(g) (나) 12H2(g)+12I2(g)HI(g)

풀이 보기

(가) 원래 반응을 뒤집은 것이다. 역수를 취한다.

K=150.0=0.0200

(나) 원래 반응 전체에 12 을 곱한 것이다. 지수 규칙에 따라 12 제곱, 곧 제곱근이다.

K=(50.0)1/2=50.0=7.07

정의로 돌아가 확인해 보면 명확하다. (나)의 평형식은

K=[HI][H2]1/2[I2]1/2

이고, 이것을 제곱하면 원래 식이 된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같은 반응인데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K 값이 달라진다. 그러니 K 를 인용할 때는 반드시 어떤 반응식에 대한 값인지 함께 적어야 한다. 값만 적힌 표는 쓸 수 없다.

반응지수 Q — 지금 어디에 있는가

평형이 아닌 순간에도 K똑같은 꼴의 식을 계산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농도나 분압을 넣기만 하면 된다. 그 값을 반응지수(reaction quotient) Q 라 한다.

QK 를 견주면 반응이 어느 쪽으로 갈지 바로 나온다.

Q 가 K 보다 작으면 생성물이 모자란 상태라 정반응으로, 크면 넘친 상태라 역반응으로 간다. 어느 쪽이든 반응은 Q 를 K 쪽으로 끌고 간다
<Q 가 K 보다 작으면 생성물이 모자란 상태라 정반응으로, 크면 넘친 상태라 역반응으로 간다. 어느 쪽이든 반응은 Q 를 K 쪽으로 끌고 간다>[원본 보기]
상태진행 방향ΔG
Q < K생성물이 모자란다정반응< 0
Q = K평형이다알짜 변화 없음= 0
Q > K생성물이 넘친다역반응> 0

오른쪽 열은 10장에서 온 것이다. 거기서 ΔG=ΔG+RTlnQ 라는 식을 결과만 적어 두었는데, 그 식에 ΔG=RTlnK 를 넣으면 ΔG 의 부호가 QK 의 대소로만 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계산은 로그를 배운 뒤인 14장에서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등호 하나뿐이고, 그것이 위 표다.

이 표는 앞으로 계속 쓰인다. 13장의 산-염기 계산도, 14장의 전지 방향 판정도, 이 장 마지막의 침전 판정도 전부 "QK 를 견준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예제 132

위 반응(K=50.0)에서 어느 순간 [H2]=0.500, [I2]=0.200, [HI]=2.00mol/L 였다. 반응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가?

풀이 보기

K 와 같은 꼴의 식에 지금 농도를 그대로 넣는다.

Q=[HI]2[H2][I2]=(2.00)2(0.500)(0.200)=4.000.100=40.0

Q=40.0 이고 K=50.0 이므로 Q<K 다. 생성물이 아직 모자란 상태이므로 정반응, 곧 HI 가 더 생기는 쪽으로 간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4050 은 꽤 가까운 수다. 눈대중으로 "비슷하니 평형이겠지"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반드시 계산해서 견주어야 한다.

방향만이 아니라 얼마나 갈지도 짐작할 수 있다. 두 값이 가까우므로 조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Q103 이고 K105 이라면 거의 끝까지 밀려간다.

예제 133

같은 반응(K=50.0)을 이번에는 생성물 쪽에서 출발시킨다. 빈 통에 [HI]=3.00, [H2]=[I2]=0.100mol/L 가 되도록 넣었다. (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 (나) 그 방향으로 조금 진행해 [HI]2.80mol/L 가 되었을 때 Q 를 다시 계산하고, K 에 가까워졌는지 확인하라. (다) 앞 예제와 견주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풀이 보기

(가) 판정은 언제나 같다. 지금 농도를 K 와 같은 꼴에 넣는다.

Q=[HI]2[H2][I2]=(3.00)2(0.100)(0.100)=9.000.0100=900

Q=900 이고 K=50.0 이므로 Q>K 다. 생성물이 넘친 상태이므로 역반응, 곧 HI 가 분해되어 H2I2 가 늘어나는 쪽으로 간다.

(나) 역반응이 진행하면 HI 두 개가 없어질 때마다 H2I2 가 하나씩 생긴다. 변화량에 계수를 반영하는 것이 여기서 중요하다. HI3.00 에서 2.80 으로 0.20 줄었으므로 나머지 둘은 각각 0.10 씩 늘어 0.200mol/L 이 된다.

Q=(2.80)2(0.200)(0.200)=7.840.0400=196

900 에서 196 으로 줄었다. 아직 K=50.0 보다 크므로 계속 역반응으로 간다. 반응은 QK 쪽으로 끌고 간다는 이 절의 문장이 수로 확인된 셈이다.

(다) 앞 예제는 Q=40.0<K 라 정반응으로 갔고 이번에는 Q=900>K 라 역반응으로 간다. 출발점이 반대인데 도착점은 같다. 둘 다 Q=50.0 에서 멈춘다. 이것이 앞 절 그림이 말한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같은 평형"이고, 평형의 위치를 출발 조건과 무관한 수 하나로 적을 수 있는 이유다.

답이 말이 되는가. Q 가 줄어드는 속도를 보면 방향뿐 아니라 크기도 그럴듯하다. HI 를 7 %만 헐었는데 Q 가 5 분의 1 이 되었다. 분자는 제곱으로 줄고 분모는 제곱으로 느는 꼴이라 Q 가 농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형까지 남은 거리도 짐작이 간다. 196 에서 50 이면 아직 네 배가 남았으므로 HI 가 더 헐려야 한다. 정확한 값은 다음 절의 ICE 표로 구한다.

흔한 실수 둘. 첫째, 역반응이라고 해서 Q 의 식을 뒤집어 적는 것이다. Q 의 꼴은 반응식을 어느 방향으로 읽든 하나로 고정되어 있고, 방향은 K 와 견주어 정한다. 둘째, (나)에서 H2I20.20 씩 늘리는 것이다. 계수가 HI 만 2 이므로 절반이다.

ICE 표로 평형 농도 구하기

이제 반대 방향의 계산을 한다. K 를 알고 출발 조건을 알 때 평형 농도를 구하는 것이다. 절차는 언제나 같다.

  1. 균형 맞춘 반응식을 적는다.
  2. 반응한 양을 x 로 놓고 ICE 표를 채운다. 변화량에는 계수를 곱한다.
  3. 평형 줄의 값을 평형식에 넣는다.
  4. x 를 푼다.
  5.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근(농도가 음수가 되는 근)을 버린다.

4번에서 이차방정식이 나오는 일이 잦다. 중학교 범위를 살짝 넘으므로 여기서 필요한 만큼만 적어 둔다.

ax2+bx+c=0 꼴의 방정식(a0)의 해는 근의 공식으로 구한다.

x=b±b24ac2a

부호가 ± 이므로 근이 둘 나온다. 화학에서는 그중 하나가 반드시 버려진다. 농도가 음수가 되거나 처음 있던 양보다 많이 반응하는 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판단이 평형 계산의 절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제 134

H2(g)+I2(g)2HI(g)Kc=50.0 이다. 1.00L 통에 H2I2 를 각각 1.00mol 넣었을 때의 평형 농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부피가 1.00L 이므로 몰수가 곧 농도다. 반응한 농도를 x 로 놓는다.

H₂I₂HI
초기 (mol/L)1.001.000
변화 (mol/L)−x−x+2x
평형 (mol/L)1.00 − x1.00 − x2x

Kc=(2x)2(1.00x)(1.00x)=(2x)2(1.00x)2=50.0

여기서 지름길이 보인다. 좌변이 완전제곱이므로 이차방정식을 풀 필요 없이 양변에 제곱근을 씌우면 된다.

2x1.00x=50.0=7.071

이제 일차방정식이다.

2x=7.0717.071x9.071x=7.071x=0.7795

평형 농도를 적는다.

[H2]=[I2]=1.000.780=0.220mol/L,[HI]=2(0.7795)=1.56mol/L

검산은 필수다. 구한 값을 평형식에 도로 넣는다.

(1.559)2(0.2205)2=2.4300.04862=50.0

맞는다.

제곱근을 씌울 때 음의 근도 형식적으로는 있다. 2x/(1.00x)=7.071 을 풀면 x 가 음수가 되어 농도가 처음보다 늘어난다. 반응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반응물이 늘 수는 없으므로 버린다.

예제 135

같은 반응(Kc=50.0)에서 1.00L 통에 H21.00mol, I22.00mol 넣었다. 평형 농도를 구하라.

풀이 보기

출발량이 다르므로 이번에는 완전제곱이 되지 않는다. 근의 공식을 써야 한다.

H₂I₂HI
초기 (mol/L)1.002.000
변화 (mol/L)−x−x+2x
평형 (mol/L)1.00 − x2.00 − x2x

(2x)2(1.00x)(2.00x)=50.0

분모를 풀어 정리한다.

4x2=50.0(2.003.00x+x2)=100150x+50x2

46x2150x+100=0

양변을 2로 나누면 23x275x+50=0 이다. 근의 공식에 넣는다.

x=75±7524(23)(50)2(23)=75±5625460046=75±102546

1025=32.02 이므로 두 근은

x=7532.0246=0.9344또는x=75+32.0246=2.326

큰 근을 버린다. x=2.326 이면 [H2]=1.002.326 이 음수가 되는데, 처음에 1.00mol/L 밖에 없던 물질이 그보다 많이 반응할 수는 없다.

[H2]=0.0656,[I2]=1.066,[HI]=1.869mol/L

검산한다. (1.869)2/[(0.0656)(1.066)]=3.493/0.06993=50.0 으로 맞는다.

앞 예제와 견주면 흥미로운 것이 보인다. H2 가 소모된 비율이 앞에서는 78.0% 였는데 여기서는 93.4% 다. 한쪽 반응물을 넉넉히 넣으면 다른 쪽이 더 많이 소모된다. 값비싼 원료를 최대한 쓰려고 값싼 원료를 과량 넣는 산업의 관행이 여기서 정당화된다. 다음 절의 르샤틀리에 원리가 이것을 일반화한다.

예제 136

다음 두 경우에서 평형 농도를 구하라. (가) COCl2(g)CO(g)+Cl2(g), Kc=2.2×1010, 처음 [COCl2]=0.100mol/L. (나) N2O4(g)2NO2(g), Kc=0.020, 처음 [N2O4]=0.100mol/L.

풀이 보기

(가) ICE 표에서 평형 농도는 0.100x, x, x 다.

x20.100x=2.2×1010

그대로 풀면 이차방정식이지만, K 가 아주 작으므로 x 도 아주 작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0.100x0.100 으로 놓아도 될 것이다.

x2=(2.2×1010)(0.100)=2.2×1011x=4.7×106

근사를 썼으면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관례로 쓰는 기준은 5%다.

x0.100=4.7×1060.100=4.7×105=0.0047%

5%에 한참 못 미치므로 근사가 타당하다. 답은 [CO]=[Cl2]=4.7×106, [COCl2]=0.100mol/L 다.

(나)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자. 평형 농도는 0.100x2x 다.

(2x)20.100x=0.020

근사를 쓰면 4x2=0.0020 에서 x=0.0224 다. 검토한다.

0.02240.100=22%

5%를 크게 넘으므로 근사를 쓸 수 없다. 정직하게 이차방정식을 푼다.

4x2=0.00200.020x4x2+0.020x0.0020=0

x=0.020±(0.020)2+4(4)(0.0020)2(4)=0.020±0.03248=0.020±0.1808

음의 근은 농도가 음수가 되므로 버린다.

x=0.1608=0.0200

[N2O4]=0.080,[NO2]=0.040mol/L

앞의 첫 예제와 같은 값이 나왔다. 그 예제가 이 반응의 평형이었으니 당연하다.

두 경우를 견주면 근사의 조건이 보인다. K 가 처음 농도에 비해 아주 작을 때만 근사가 통한다. 어림으로는 K104 보다 작으면 대개 통하고, 102 보다 크면 대개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림은 어림일 뿐이고 5% 검토를 생략하면 안 된다.

르샤틀리에 원리 — 평형을 옮기는 법

이제 실용적인 물음으로 간다. 생성물을 더 얻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르샤틀리에 원리(Le Chatelier's principle)는 이렇게 말한다. 평형에 있는 계에 변화를 주면, 계는 그 변화를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방향으로 옮겨 가 새 평형에 이른다.

이것은 정성적 예측 도구이고, 정량적 근거는 언제나 QK 의 비교 하나다. 헷갈릴 때는 원리를 외우려 하지 말고 Q 를 계산해 보면 된다.

가한 변화이동 방향K 값근거
반응물을 넣는다정반응그대로Q 가 작아진다
생성물을 빼낸다정반응그대로Q 가 작아진다
부피를 줄인다 (압력 증가)기체 계수가 작은 쪽그대로모든 분압이 같은 배로 커져 Q 가 어긋난다
부피를 그대로 두고 비활성 기체를 넣는다이동 없음그대로각 성분의 분압이 변하지 않는다
온도를 올린다 (흡열 반응)정반응커진다K 자체가 온도의 함수다
온도를 올린다 (발열 반응)역반응작아진다같은 이유
촉매를 넣는다이동 없음그대로정반응과 역반응을 같은 배로 빠르게 한다

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열이다. 온도만이 K 라는 수를 바꾼다. 나머지 교란은 K 를 그대로 두고 Q 만 옮긴다.

부피를 줄이면 모든 농도가 같은 배로 커지는데, 지수가 많은 쪽이 더 크게 부풀어 Q 가 어긋난다. 그래서 기체 계수가 적은 쪽으로 옮겨 간다
<부피를 줄이면 모든 농도가 같은 배로 커지는데, 지수가 많은 쪽이 더 크게 부풀어 Q 가 어긋난다. 그래서 기체 계수가 적은 쪽으로 옮겨 간다>[원본 보기]

압력 항목은 근거를 직접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부피를 절반으로 줄이면 모든 농도가 두 배가 된다. 그러면 Q 의 분자와 분모가 각각 2(지수 합) 배가 되는데, 지수 합이 큰 쪽이 더 크게 부푼다. 기체 계수가 왼쪽 3, 오른쪽 2인 반응이라면 분모가 더 크게 부풀어 Q<K 가 되고, 그래서 정반응으로 간다. 알갱이 수가 줄어드는 쪽이다.

양쪽 기체 계수가 같으면 위아래가 같은 배로 부풀어 Q 가 변하지 않는다. 눌러도 평형이 움직이지 않는다.

온도만이 K 자체를 바꾼다. 흡열 반응이면 온도를 올릴 때 K 가 커지고 발열 반응이면 작아진다
<온도만이 K 자체를 바꾼다. 흡열 반응이면 온도를 올릴 때 K 가 커지고 발열 반응이면 작아진다>[원본 보기]

온도의 방향은 열을 물질처럼 취급하면 외우지 않아도 된다. 흡열 반응이면 열이 반응물 쪽에 적혀 있는 셈이므로, 열을 넣는 것은 반응물을 넣는 것과 같아 정반응으로 간다. 발열이면 열이 생성물 쪽이므로 반대다.

온도와 K 의 관계를 수로 적는 식도 있지만 거기에는 로그가 들어간다. 로그는 13장에서 도입하므로 이 장에서는 방향만 다룬다.

예제 137

2SO2(g)+O2(g)2SO3(g), ΔH=198kJ 이다(주어진 값). 다음 조작에서 SO3 의 평형량은 어떻게 되는가? (가) O2 를 넣는다 (나) 부피를 절반으로 줄인다 (다) 온도를 올린다 (라) 부피를 그대로 두고 아르곤을 넣는다 (마) 촉매를 넣는다

풀이 보기

(가) 반응물이 늘어 Q 의 분모가 커지므로 Q<K 다. 정반응으로 가고 SO3늘어난다.

(나) 기체 계수가 왼쪽 2+1=3, 오른쪽 2다. 눌러 부피를 절반으로 하면 모든 농도가 두 배가 되므로

Q=(2[SO3])2(2[SO2])2(2[O2])=2223K=K2<K

정반응으로 간다. SO3늘어난다. 르샤틀리에의 정성적 예측(계수가 적은 오른쪽으로)과 일치한다.

(다) 발열 반응이므로 온도를 올리면 K 자체가 작아진다. 역반응 쪽으로 가고 SO3줄어든다.

(라) 부피가 일정하므로 각 기체의 농도와 분압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Q 가 그대로이므로 이동이 없다. 전체 압력이 올라간다는 사실에 속으면 안 된다.

(마) 촉매는 정반응과 역반응을 같은 배로 빠르게 하므로 두 속도가 같아지는 지점을 옮기지 못한다. 이동이 없고, 다만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 반응은 황산을 만드는 공정의 핵심 단계이고, (다) 때문에 딜레마에 놓인다. 수득률을 높이려면 저온이 유리한데 저온에서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래서 촉매를 써서 중간 온도에서 타협한다. 10장에서 본 암모니아 합성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예제 138

PCl5(g)PCl3(g)+Cl2(g) 가 평형에 있다. 온도를 그대로 두고 부피를 두 배로 늘리면 (가) PCl5 가 갈라진 비율은 어떻게 되는가? (나) PCl3 의 농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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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기체 계수가 12 로 늘어나는 반응이다. 부피를 늘리는 것은 압력을 낮추는 것이므로 계수가 많은 쪽, 곧 정반응으로 간다. 갈라진 비율이 커진다.

Q 로 확인해 보자. 부피를 두 배로 하면 모든 농도가 절반이 된다.

Q=12[PCl3]12[Cl2]12[PCl5]=12K<K

Q<K 이므로 정반응이다. 예측과 맞는다.

(나) 여기가 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반응으로 갔으니 PCl3몰수는 늘었다. 그런데 농도는 어떤가.

부피가 두 배가 되면서 농도는 일단 절반이 되었고, 정반응으로 조금 회복되었을 뿐이다. 완전히 회복되려면 몰수가 두 배가 되어야 하는데 그만큼 갈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PCl3 의 농도는 처음보다 낮아진다.

"평형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와 "생성물의 농도가 늘었다"는 다른 진술이다. 무엇을 묻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정반대로 답하게 된다. 몰수를 묻는지 농도를 묻는지, 비율을 묻는지 절대량을 묻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불균일 평형과 용해도곱

서로 다른 상이 함께 있는 평형을 불균일 평형이라 한다. 앞에서 정해 둔 규칙, 곧 순수한 고체와 액체는 평형식에 넣지 않는다가 여기서 힘을 발휘한다.

10장에서 본 석회석 분해를 예로 들면

CaCO3(s)CaO(s)+CO2(g),K=PCO2P

고체 둘이 모두 빠지고 이산화탄소의 분압 하나만 남는다. 그래서 고체를 더 넣어도 평형이 움직이지 않는다. 석회 가마에서 이산화탄소를 계속 빼내야 반응이 계속된다고 한 이유가 이 식이다.

잘 녹지 않는 염이 물에 녹는 평형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이때의 평형상수를 특별히 용해도곱(solubility product) Ksp 라 한다.

AaXb(s)aAn+(aq)+bXm(aq),Ksp=[An+]a[Xm]b

고체가 빠졌으므로 분모가 없다. 이온 농도의 곱만 남는다.

실제로 녹은 양, 곧 몰 용해도 s(단위 mol/L)와 Ksp 의 관계는 화학량론에서 나온다.

염의 꼴녹으면Ksp 와 s 의 관계
AX (AgCl 등)A⁺ s, X⁻ sKsp = s²
AX₂ (CaF₂ 등)A²⁺ s, X⁻ 2sKsp = 4s³
A₂X₃A³⁺ 2s, X²⁻ 3sKsp = 108 s⁵

두 번째 줄에서 계수 2가 두 번 일한다. 농도에 곱해지고, 지수로도 올라간다. 한 번만 반영하는 것이 이 절에서 가장 잦은 실수다.

여기에 르샤틀리에를 그대로 적용하면 중요한 결과가 나온다. 이온 중 하나를 이미 담고 있는 용액에서는 용해도가 떨어진다. 이것을 공통 이온 효과(common ion effect)라 한다.

눈금 한 칸이 10배인 자에 표시했다. 이온 하나가 조금 들어 있는 것만으로 용해도가 수백 배 떨어진다
<눈금 한 칸이 10배인 자에 표시했다. 이온 하나가 조금 들어 있는 것만으로 용해도가 수백 배 떨어진다>[원본 보기]

마지막으로 침전이 생길지 판정하는 방법이 있다. 앞 절의 QK 비교를 그대로 쓴다. 지금 농도로 계산한 값을 Qsp 라 하면

예제 139

AgClKsp25C 에서 1.8×1010 이다(주어진 값). (가) 순수한 물에서의 몰 용해도와 (나) g/L 단위의 용해도를 구하라. AgCl 의 화학식량은 143.3 이다.

풀이 보기

(가) 녹는 평형을 적는다.

AgCl(s)Ag+(aq)+Cl(aq)

몰비가 1:1:1 이므로 녹은 양을 s 라 하면 두 이온의 농도가 모두 s 다.

Ksp=[Ag+][Cl]=ss=s2=1.8×1010

s=1.8×1010=1.34×105mol/L

제곱근을 손으로 구할 때는 10의 지수를 짝수로 맞춰 놓고 앞자리와 지수를 따로 처리하면 된다. 여기서는 10 이 이미 짝수이므로 그대로 쪼갠다.

1.8×1010=1.8×1010=1.34×105

만약 지수가 홀수였다면, 예를 들어 1.8×109 이라면 18×1010 으로 고쳐 쓴 뒤 같은 방법을 쓴다.

(나) 화학식량을 곱한다.

(1.34×105mol/L)(143.3g/mol)=1.9×103g/L=1.9mg/L

8장에서 AgCl 을 "침전한다"고 다뤘는데 실제로는 이만큼 녹는다. "물에 녹지 않는다"는 말은 "아주 조금 녹는다"는 뜻이다. 완전히 0인 경우는 없다.

이 잔류 농도가 실용적으로 중요한 곳이 있다. 정량 분석에서 침전으로 물질을 회수할 때 이만큼은 회수되지 않고 남는다. 그것이 그 방법의 정밀도 한계를 정한다.

예제 140

CaF2Ksp3.9×1011 이다(주어진 값). (가) 순수한 물에서의 몰 용해도를 구하라. (나) 0.010mol/L NaF 용액에서의 몰 용해도를 구하고 (가)와 견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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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녹는 평형은

CaF2(s)Ca2+(aq)+2F(aq)

녹은 양을 s 라 하면 [Ca2+]=s 이고 [F]=2s 다. 플루오린화 이온이 두 개씩 나오기 때문이다.

Ksp=s(2s)2=4s3=3.9×1011

s3=9.75×1012

세제곱근을 구해야 한다. 지수를 3의 배수로 맞추면 편하다. 1012=(104)3 이므로 남은 것은 9.75 의 세제곱근이다. 2.13=9.26 이고 2.153=9.94 이니 2.14 근처다.

s=2.1×104mol/L

(나) 이미 [F]=0.010mol/L 가 들어 있다. 새로 녹는 양을 s 라 하면 전체 플루오린화 이온 농도는 0.010+2s 다.

(가)의 값으로 보아 s0.010 보다 훨씬 작을 것이므로 근사한다.

0.010+2s0.010

Ksp=s(0.010)2=3.9×1011s=3.9×10111.0×104=3.9×107mol/L

근사를 검토한다. 2s=7.8×107 이고 이것은 0.0100.008% 다. 타당하다.

용해도가 2.1×104 에서 3.9×107 로, 약 540배 줄었다. 공통 이온이 겨우 0.010mol/L 들어 있었을 뿐인데 이만큼이다.

왜 이렇게 큰가. Ksp 식에서 [F]제곱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항이 커지면 남은 [Ca2+] 는 그 제곱만큼 작아져야 곱이 유지된다.

실용적인 쓸모가 있다. 침전으로 물질을 회수할 때 침전제를 과량 넣는 것이 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앞 예제에서 남는다고 한 잔류 농도를 이 방법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제 141

0.0020mol/L Pb(NO3)2 용액과 0.0020mol/L KI 용액을 같은 부피로 섞었다. PbI2 침전이 생기는가? Ksp(PbI2)=7.9×109 다(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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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함정은 섞으면 묽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부피로 섞었으므로 전체 부피가 두 배가 되고 두 농도가 모두 절반이 된다. 8장의 희석 계산이다.

[Pb2+]=1.0×103mol/L,[I]=1.0×103mol/L

이제 지금 농도로 Qsp 를 계산한다. 아이오딘화 이온의 계수가 2이므로 제곱이 붙는다.

Qsp=[Pb2+][I]2=(1.0×103)(1.0×103)2=1.0×109

견준다.

Qsp=1.0×109<Ksp=7.9×109

아직 포화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침전이 생기지 않는다.

얼마나 모자란지도 계산해 두면 감각이 생긴다. 침전이 시작되는 [I] 를 역산하면

[I]=7.9×1091.0×103=7.9×106=2.8×103mol/L

지금보다 약 2.8배 진해야 한다.

만약 희석을 빼먹고 원래 농도 0.0020 을 그대로 넣었다면 Qsp=8.0×109 이 나와 Ksp 를 아슬아슬하게 넘긴다. 정반대의 답이 나왔을 것이다. 두 용액을 섞는 문제에서는 반드시 희석부터 처리해야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용어부터 모은다.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가역 반응 화살표양쪽으로 함께 일어난다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두 속도가 같아 알짜 변화가 0. 멈춘 것이 아니다
K평형상수없음생성물이 분자, 반응물이 분모, 계수가 지수
K(c), K(p)농도 기준 · 분압 기준없음Δν = 0 이면 두 값이 같다
Q반응지수없음K 와 같은 꼴에 지금 값을 넣은 것
ICE 표초기 · 변화 · 평형mol/L변화량에 계수를 곱한다
K(sp)용해도곱없음고체가 빠져 분모가 없다
s몰 용해도mol/LAX 형은 Ksp = s², AX₂ 형은 4s³
공통 이온 효과common ion effect같은 이온이 있으면 용해도가 크게 떨어진다
르샤틀리에 원리평형 이동의 정성적 규칙변화를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쪽으로 옮겨 간다

계산의 길은 이렇게 정리된다.

묻는 것하는 일
K 를 구하라 (평형 농도가 주어짐)ICE 표로 빈칸을 채우고 정의에 넣는다
평형 농도를 구하라 (K 가 주어짐)x 를 놓고 ICE 표 → 평형식 → 이차방정식 → 불가능한 근 버리기
어느 쪽으로 가는가Q 를 계산해 K 와 견준다
조건을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르샤틀리에 표. 헷갈리면 Q 를 직접 계산한다
침전이 생기는가희석부터 처리하고 Qsp 를 Ksp 와 견준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평형을 반응이 멈춘 상태로 본다두 방향으로 계속 일어난다. 알짜 변화만 0이다
평형에서 농도가 같다고 본다같아지는 것은 속도다
계수를 지수 또는 변화량 중 한 곳에만 반영한다두 곳 모두에 반영한다
평형식에 순수한 고체 · 액체를 넣는다넣지 않는다. 양을 늘려도 평형은 안 움직인다
이차방정식의 두 근을 모두 답으로 쓴다농도가 음수가 되거나 초기량을 넘는 근은 버린다
근사를 쓰고 검토하지 않는다x 가 초기 농도의 5% 를 넘으면 근사를 버리고 다시 푼다
압력을 올리면 K 가 커진다고 본다K 를 바꾸는 것은 온도뿐이다
촉매가 수득률을 올린다고 본다도달 시간만 줄인다. 평형 위치는 그대로다
두 용액을 섞을 때 희석을 빼먹는다섞으면 부피가 늘어 농도가 낮아진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평형은 멈춤이 아니라 두 방향이 같은 빠르기로 서로를 지우는 상태다. 그리고 어떤 물음이든 Q 를 계산해 K 와 견주면 답이 나온다.

다음 장은 이 장의 도구를 물에 적용한다. 물 자체가 아주 조금 갈라지는 평형에 있고, 산과 염기는 그 평형을 한쪽으로 미는 물질이다. 계산의 뼈대는 이 장의 ICE 표 그대로이며, 다만 다루는 수가 1014 까지 내려가므로 그 수들을 나란히 적을 새 도구가 필요해진다. 그것이 로그다.

산과 염기

레몬은 시고 비누는 미끈거린다. 위장은 강한 산을 담고 있는데도 녹지 않고, 피의 pH 는 죽을 때까지 7.4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장은 그 뒤에 있는 화학을 다룬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산과 염기가 정확히 무엇인가, 왜 pH 라는 이상한 눈금을 쓰는가, 강산과 약산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pH 를 붙잡아 두는 완충 용액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12장의 평형상수 K 와 르샤틀리에 원리, 8장의 몰농도 c 와 적정 계산이다. 산-염기 화학은 새로운 원리가 아니라 평형을 물에 적용한 특수한 경우다.

새로 필요한 도구가 하나 있다. 로그다. 이 문서에서 로그가 처음 나오는 곳이 여기이므로 두 번째 절 전체를 로그에 쓴다. 거기가 이 장에서 가장 걸리는 곳이고, 넘고 나면 나머지는 12장의 되풀이다.

산과 염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산과 염기를 정의하는 방식은 셋이 있고,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포함 관계다. 뒤로 갈수록 넓어진다.

정의산이란염기란다루는 범위
아레니우스물에서 H⁺ 를 내놓는 물질물에서 OH⁻ 를 내놓는 물질수용액에 한정된다
브뢴스테드-로우리양성자(H⁺)를 주는 쪽양성자를 받는 쪽용매를 가리지 않는다
루이스전자쌍을 받는 쪽전자쌍을 주는 쪽양성자가 없는 반응까지

왜 셋이 필요한가. 암모니아 NH3 는 분자 안에 OH 가 없는데도 물에 녹으면 염기성을 띤다. 아레니우스 정의로는 설명할 수 없다. 브뢴스테드 정의로 보면 간단하다. 암모니아가 물에서 양성자를 빼앗아 온 것이다.

NH3+H2ONH4++OH

이 문서는 특별한 말이 없으면 브뢴스테드-로우리 정의를 쓴다. 계산이 필요한 거의 모든 문제가 이 틀 안에 들어온다.

브뢴스테드 틀에는 따라오는 개념이 있다. 산이 양성자를 잃고 남은 것을 그 산의 짝염기(conjugate base), 염기가 양성자를 받아 된 것을 짝산(conjugate acid)이라 한다.

HA+H2O염기A짝염기+H3O+짝산

짝 쌍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소 원자 하나와 전하 하나만 차이 나면 짝 쌍이다.

물이 여기서 염기 노릇을 한 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물은 상대에 따라 산도 되고 염기도 된다. 이런 물질을 양쪽성(amphiprotic)이라 하며 H2O, HCO3, H2PO4 가 그렇다.

한 가지 표기를 정리해 두자. 물속의 양성자는 혼자 떠다니지 않고 물 분자에 붙어 H3O+ (하이드로늄 이온)로 있다. 그래서 정확히 쓰려면 H3O+ 이지만, 식을 간결하게 하려고 H+ 로 줄여 쓰는 일이 많다. 둘은 같은 것을 가리킨다.

예제 142

다음 반응에서 브뢴스테드 산과 염기를 지목하고 두 짝 쌍을 적어라. (가) HCl+H2OCl+H3O+ (나) HCO3+OHCO32+H2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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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은 하나뿐이다. 양성자가 어디서 어디로 옮겨갔는가.

(가) HCl 이 수소를 잃고 Cl 가 되었으므로 산이다. 물이 그 수소를 받아 H3O+ 이 되었으므로 염기다.

짝 쌍은 (HCl, Cl)(H3O+, H2O) 다. 각 쌍이 수소 하나 차이라는 것으로 확인된다.

(나) HCO3 가 수소를 잃었으므로 산이고, OH 가 받았으므로 염기다.

짝 쌍은 (HCO3, CO32)(H2O, OH) 다.

(나)에서 짚어 둘 것이 있다. HCO3 는 여기서 산으로 행동했지만, 물에 녹이면 염기로도 행동한다. 양쪽성 물질이 산이 되느냐 염기가 되느냐는 상대가 정한다.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소다)이 산성 얼룩과 염기성 얼룩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이유다.

예제 143

BF3+NH3F3BNH3 반응에서 어느 쪽이 산인가? 브뢴스테드 정의로 답할 수 있는가?

풀이 보기

브뢴스테드 정의로는 답할 수 없다. 양성자가 하나도 오가지 않기 때문이다.

루이스 정의로 보면 답이 나온다. 6장에서 본 대로 BF3 의 붕소는 최외각 전자가 6개뿐이라 자리가 비어 있고, NH3 의 질소에는 비공유 전자쌍이 있다. 질소가 그 전자쌍을 내주고 붕소가 받아 결합이 하나 생긴다.

전자쌍을 받은 BF3루이스 산, 내준 NH3루이스 염기다.

이런 확장이 왜 필요한가. 금속 이온이 물이나 암모니아와 결합해 만드는 착이온, 그리고 유기 반응의 상당수가 이 틀로 설명된다. Al3+Fe3+ 처럼 전하가 큰 금속 이온은 강한 루이스 산이고, 그래서 그 염을 물에 녹이면 용액이 산성이 된다.

다만 이 장의 계산은 전부 브뢴스테드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루이스 정의는 "산-염기라는 말이 이만큼 넓다"는 것을 알아 두는 선에서 충분하다.

로그 — 백만 배 차이 나는 수를 나란히 적는 법

물속의 수소 이온 농도는 진한 산에서 101mol/L 쯤 되고, 진한 염기에서 1014mol/L 쯤 된다. 십조 배 차이다.

이 값들을 그냥 늘어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자.

위쪽 자에서는 10⁻³ 아래가 전부 0 자리에 겹쳐 구별되지 않는다. 아래쪽처럼 지수만 세면 고르게 퍼진다. 그 지수가 로그이고, 부호를 뒤집은 것이 pH 다
<위쪽 자에서는 10⁻³ 아래가 전부 0 자리에 겹쳐 구별되지 않는다. 아래쪽처럼 지수만 세면 고르게 퍼진다. 그 지수가 로그이고, 부호를 뒤집은 것이 pH 다>[원본 보기]

해결책은 지수만 세는 것이다. 103 이라는 수에서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는 대부분 "−3"이라는 지수 하나다.

이 "지수만 뽑는 연산"에 이름이 있다. 상용로그(common logarithm)이고 log 로 적는다.

정의는 한 문장이다. logx 는 10을 몇 번 곱해야 x 가 되는가이다.

log1000=3(10×10×10=1000)

log1=0(10을 한 번도 곱하지 않는다)

log0.001=3(10으로 세 번 나눈다)

정확히 10의 거듭제곱인 수에 대해서는 규칙이 하나로 끝난다.

log10a=a

10의 거듭제곱이 아닌 수의 로그는 정수가 아니다. 예를 들어 log2 는 "10을 몇 번 곱해야 2가 되는가"인데, 한 번은 너무 많고 0번은 너무 적으니 0과 1 사이의 어떤 수다. 실제로 0.30 이다. 아래 값 정도만 알아 두면 이 장의 계산은 손으로도 된다.

x12345678910
log x00.300.480.600.700.780.850.900.951

실제로 쓸 규칙은 셋이다. 셋 다 "지수를 센다"는 정의에서 바로 나온다.

규칙왜 그런가
곱하면 더해진다log(xy)=logx+logy10을 a번 곱한 것에 b번 더 곱하면 a+b번
나누면 빼진다log(x/y)=logxlogy위와 같은 이유
거듭제곱은 앞으로logxn=nlogx같은 것을 n번 곱하니 n배

그리고 반대 방향도 필요하다. 로그 값에서 원래 수로 돌아가려면 10의 거듭제곱을 취한다.

logx=ax=10a

이 장에서 로그가 쓰이는 방식은 단 하나다. 아주 작은 농도를 −(지수) 로 바꿔 0에서 14 사이의 다루기 쉬운 수로 만든다. 로그를 더 깊이 알고 싶으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로그함수 을 보면 된다. 이 장의 계산에는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뒤의 장에서 쓸 로그가 하나 더 있어서, 이 절 끝에 그것까지 세워 둔다.

예제 144

계산기 없이 구하라. (가) log(2.0×105) (나) log(4.0×109) (다) 103.30 은 대략 얼마인가?

풀이 보기

(가) 곱셈이므로 로그가 덧셈으로 쪼개진다.

log(2.0×105)=log2.0+log105=0.30+(5)=4.70

(나) 같은 방법이다.

log(4.0×109)=0.609=8.40

(다) 이번에는 반대로 간다. 3.30 을 정수와 소수로 쪼개되, 소수 부분이 양수가 되도록 쪼개는 것이 요령이다.

103.30=100.70×104

표에서 log5=0.70 이므로 100.70=5 다.

103.30=5.0×104

여기서 흔한 실수 하나. 3.3030.30 으로 쪼개 100.30×103 으로 놓으면 100.30=0.5 이라 5×104 로 결국 같은 답이 나오지만, 중간에 1보다 작은 수가 끼어 헷갈리기 쉽다. 소수 부분을 양수로 만드는 쪽이 표를 그대로 읽을 수 있어 안전하다.

예제 145

어떤 산 용액의 수소 이온 농도가 3.0×104mol/L 이다. 이 용액을 물로 100배 묽히면 농도의 로그 값은 얼마나 변하는가?

풀이 보기

묽히기 전의 로그부터 구한다.

log(3.0×104)=0.484=3.52

100배 묽히면 농도가 1/100 이 되므로

c=3.0×104100=3.0×106mol/L

log(3.0×106)=0.486=5.52

로그 값은 3.52 에서 5.52 로, 정확히 2 만큼 줄었다.

왜 정확히 2인지는 규칙에서 바로 보인다.

logc100=logclog100=logc2

이것이 로그를 쓰는 이유 그 자체다. 농도를 10배 바꾸면 로그는 정확히 1 씩 움직인다. 곱셈이 덧셈이 되므로 "몇 배 차이인가"를 뺄셈 한 번으로 읽을 수 있다.

자연로그 — 밑이 e 인 로그

로그의 밑으로 10 이 편한 것은 우리가 십진법을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을 다루는 식에는 밑이 10 이 아니라 e=2.718 인 로그가 나온다. 이것을 자연로그(natural logarithm)라 하고 lnx 로 적는다. 뜻은 위와 같은 자리에 밑만 바꿔 넣은 것이다. lnxe 를 몇 번 곱해야 x 가 되는가이다.

성질은 밑이 무엇이든 똑같다. 곱하면 더해지고, 나누면 빼지고, 거듭제곱은 앞으로 나온다. 위 표의 규칙 셋을 log 자리에 ln 을 넣어 그대로 쓰면 된다.

계산은 어떻게 하는가. 두 로그는 서로 상수배이므로 곱셈 한 번으로 오간다. 상용로그 값만 있으면 자연로그 값이 나온다.

lnx=2.303logx,logx=0.4343lnx

이 2.303 의 정체는 ln10 이다. x=10logx 의 양변에 자연로그를 취하고 "거듭제곱은 앞으로" 규칙을 쓰면 lnx=(logx)(ln10) 이 되니, 환산식은 방금 세운 규칙 한 줄에서 곧바로 나온다. 0.4343 은 그 역수이고 loge 와 같은 값이다.

자주 쓰는 값 하나만 외워 두면 편하다. ln2=2.303×0.30=0.693 이다.

크기어디에 쓰나
ln102.303상용로그를 자연로그로 바꾸는 배수
loge0.4343ln10 의 역수. 자연로그를 상용로그로 바꾼다
ln20.693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나온다

이 문서에서 자연로그가 실제로 필요한 자리는 셋이다. 14장의 네른스트 식, 15장의 적분 속도식과 아레니우스 식, 17장의 방사성 붕괴다. 셋 다 위 환산식으로 상용로그로 바꿔 계산하므로, 이 표 말고 새로 배울 것은 없다. e 라는 수가 어디서 오는지, ex 꼴의 값을 상용로그만으로 어떻게 어림하는지가 궁금하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자연상수 e 와 자연로그 을 보면 된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여기 나온 e4장에서 기본 전하로 정의한 e 와 이름만 같은 다른 수다. 전자를 적는 e 와도 다르다. 관례가 그렇게 굳었으니 쓰이는 자리로 구별한다. 로그나 지수의 밑에 앉아 있으면 2.718 이고, 전하를 세는 자리에 있으면 1.602176634×1019C 다.

물의 자동이온화와 pH

순수한 물에도 이온이 아주 조금 있다. 물 분자끼리 양성자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H2O+H2OH3O++OH

이 평형의 상수를 물의 이온곱 상수라 하고 Kw 로 적는다. 12장에서 본 대로 순수한 액체인 물 자체는 평형식에 넣지 않는다.

Kw=[H3O+][OH]=1.0×1014(25C)

순수한 물에서는 두 이온이 같은 수만큼 생기므로

[H3O+]=[OH]=1.0×1014=1.0×107mol/L

여기가 결정적인 지점이다. Kw 는 물이 있는 한 언제나 성립한다. 산을 넣어 [H3O+] 가 커지면 [OH] 는 그만큼 작아진다. 둘의 곱은 변하지 않는다. 12장의 르샤틀리에가 여기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이제 앞 절의 로그를 쓴다. pH 는 수소 이온 농도의 로그에 음의 부호를 붙인 것이다.

pH=log[H3O+],pOH=log[OH]

음의 부호를 붙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농도가 1보다 작아 로그가 음수로만 나오는데, 부호를 뒤집으면 다루기 편한 양수가 되기 때문이다.

Kw 의 양변에 로그를 취하고 부호를 뒤집으면 아주 쓸모 있는 관계가 나온다.

pH+pOH=14.00(25C)

pH 는 0에서 14 사이에 몰려 있지만 눈금 한 칸이 농도 10배다. 위액과 순수한 물은 pH 로 5.5 차이인데 농도로는 30만 배 차이다
<pH 는 0에서 14 사이에 몰려 있지만 눈금 한 칸이 농도 10배다. 위액과 순수한 물은 pH 로 5.5 차이인데 농도로는 30만 배 차이다>[원본 보기]

세 가지를 함께 기억해 두면 된다.

예제 146

(가) [H3O+]=2.0×103mol/L 인 용액의 pH 와 [OH] 를 구하라. (나) pH 가 9.40 인 용액의 [H3O+] 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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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의에 그대로 넣는다.

pH=log(2.0×103)=(0.303)=2.70

[OH] 는 두 가지 길로 구할 수 있다. Kw 를 직접 쓰면

[OH]=Kw[H3O+]=1.0×10142.0×103=5.0×1012mol/L

pOH 로 가도 같다. pOH=14.002.70=11.30 이고 1011.30=100.70×1012=5.0×1012 이다.

(나) 로그를 되돌린다.

[H3O+]=109.40=100.60×1010=4.0×1010mol/L

답이 말이 되는가. pH 9.40 은 7보다 크므로 염기성이고, 수소 이온 농도가 107 보다 작아야 한다. 4.0×1010 은 그보다 작다. 맞는다.

예제 147

0.0020mol/L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pH 를 구하라. 수산화나트륨은 물에서 완전히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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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묻는지부터. pH 는 수소 이온의 농도로 정의되는데 주어진 것은 염기다. 두 단계가 필요하다.

1단계. 완전히 갈라지므로 OH 의 농도는 넣은 수산화나트륨의 농도와 같다.

[OH]=2.0×103mol/L

pOH=log(2.0×103)=2.70

2단계. pH+pOH=14.00 을 쓴다.

pH=14.002.70=11.30

물 자체가 내놓는 OH 는 왜 무시했는가. 순수한 물은 1.0×107mol/L 를 내놓는데, 여기서는 그보다 2만 배 많은 OH 를 이미 넣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봐야 유효숫자에 영향이 없다.

다만 이 무시가 늘 되는 것은 아니다. 넣은 산이나 염기의 농도가 106mol/L 아래로 내려가면 물이 내놓는 양이 비슷해져서 함께 셈해야 한다. 그래서 108mol/L 염산의 pH 는 8이 아니다. 산을 넣었는데 염기성이 될 수는 없다.

흔한 오해

"pH 4 인 용액은 pH 5 인 용액보다 산이 한 단계 더 많다"는 말은 맞는가? 그리고 두 용액을 같은 부피씩 섞으면 pH 는 4.5 가 되는가?

풀이 보기

첫 번째는 틀렸다. 정확히는 10배 진하다. pH 는 로그 눈금이므로 눈금 한 칸이 곱하기 10이다.

104105=10

두 번째도 틀렸다. pH 를 평균해서는 안 된다. 평균해야 하는 것은 농도다.

각각 1.0×1041.0×105mol/L 이므로, 같은 부피씩 섞으면 각각 절반으로 묽어져 더해진다.

[H3O+]=1.0×104+1.0×1052=1.1×1042=5.5×105mol/L

pH=log(5.5×105)=50.74=4.26

4.5 가 아니라 4.26 이다. 진한 쪽으로 치우친다. 로그를 취한 값끼리는 더하거나 평균할 수 없다. 반드시 원래 농도로 되돌린 뒤 계산하고 마지막에 다시 로그를 취해야 한다.

이 원칙은 이 장 전체에서 되풀이된다. 헷갈리면 "로그를 벗기고 → 계산하고 → 다시 씌운다"를 떠올리면 된다.

강산과 약산 — 얼마나 갈라지는가

산이 "강하다"는 말은 진하다는 뜻이 아니다. 물에서 얼마나 갈라지느냐를 말한다.

같은 0.10 mol/L 인데 왼쪽은 전부 갈라지고 오른쪽은 대부분 분자 그대로다. 그래서 수소 이온 농도가 100배 가까이 차이 나고 pH 가 약 2 차이 난다
<같은 0.10 mol/L 인데 왼쪽은 전부 갈라지고 오른쪽은 대부분 분자 그대로다. 그래서 수소 이온 농도가 100배 가까이 차이 나고 pH 가 약 2 차이 난다>[원본 보기]

강산은 물에서 사실상 전부 갈라진다. HCl, HBr, HI, HNO3, H2SO4(1단계), HClO4 가 그렇다. 이 여섯은 외워 두는 편이 편하고, 나머지는 대체로 약산이다.

약산은 일부만 갈라지고 나머지는 분자로 남는다. 즉 평형이 잡힌다. 그 평형상수를 산 이온화 상수 Ka 라 한다.

HA+H2OA+H3O+,Ka=[A][H3O+][HA]

염기 쪽도 마찬가지로 Kb 를 정의한다.

B+H2OBH++OH,Kb=[BH+][OH][B]

이 상수들도 아주 작은 수라서 로그를 씌워 쓴다. pKa=logKa 다. Ka 가 클수록 강한 산이고, pKa 는 작을수록 강한 산이다. 부호가 뒤집히므로 늘 주의해야 한다.

짝산과 짝염기 사이에는 엄격한 관계가 있다. 두 식을 곱해 보면 바로 나온다.

Ka(HA)×Kb(A)=[H3O+][OH]=Kw

로그를 취하면 pKa+pKb=14.00 이다. 뜻은 이렇다. 강한 산의 짝염기는 약한 염기다. 흔히 "강산의 짝염기는 염기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무시할 만큼 약하다"가 맞다.

약산 용액의 pH 를 구하는 계산은 12장의 평형 계산 그대로다. 처음 농도를 c0, 갈라진 양을 x 라 하면

Ka=x2c0xx2c0xKac0

근사를 쓴 곳은 분모다. 갈라진 양이 처음 농도의 5% 를 넘지 않으면 c0xc0 로 놓아도 오차가 무시할 만하다. 계산이 끝나면 반드시 이 5% 를 확인한다. 넘으면 근사를 버리고 이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염을 물에 녹였을 때의 pH 도 같은 계산이다. 염이 갈라져 나온 이온이 산이나 염기로 행동하는 것을 가수분해라 하고, 판정은 이렇게 한다.

염이 어디서 왔나양이온음이온용액
강산 + 강염기반응 안 함반응 안 함중성 (NaCl)
약산 + 강염기반응 안 함염기로 행동염기성 (CH₃COONa)
강산 + 약염기산으로 행동반응 안 함산성 (NH₄Cl)
약산 + 약염기산으로 행동염기로 행동Ka 와 Kb 중 큰 쪽을 따른다

예제 149

0.100mol/L 아세트산 CH3COOH 용액의 pH 와 이온화 백분율을 구하라. Ka=1.8×105 (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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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pH 이므로 [H3O+] 를 알아야 한다. 약산이므로 평형 계산이다.

평형에서 갈라진 양을 x 라 하면 [H3O+]=[CH3COO]=x 이고 [CH3COOH]=0.100x 다.

Ka=x20.100x=1.8×105

근사를 쓴다.

x(1.8×105)(0.100)=1.8×106=1.34×103mol/L

근사 검사. 1.34×103/0.100=1.34% 로 5% 아래다. 근사가 정당하다.

pH=log(1.34×103)=30.127=2.87

이온화 백분율이 곧 위에서 구한 1.3% 다.

답이 말이 되는가. 같은 농도의 강산이라면 [H3O+]=0.100 이라 pH 1.00 이었을 것이다. 약산이라 2.87 로 올라갔다. 약 100배 묽은 강산과 같은 셈이다.

예제 150

위 용액을 물로 10배 묽혀 0.0100mol/L 로 만들었다. pH 와 이온화 백분율을 구하고 앞 예제와 견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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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법이다.

x(1.8×105)(0.0100)=1.8×107=4.24×104mol/L

pH=log(4.24×104)=40.63=3.37

이온화 백분율은 4.24×104/0.0100=4.2% 다.

견주어 보자. 농도를 10배 묽혔는데 pH 는 2.87 에서 3.370.5 만 올랐다. 강산이었다면 정확히 1 올랐을 것이다.

왜 덜 오르는가. 묽히니 이온화 백분율이 1.3% 에서 4.2% 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르샤틀리에로 설명된다. 물을 부으면 알갱이 수가 늘어나는 쪽, 즉 갈라지는 쪽으로 평형이 밀린다.

식에서도 보인다. x=Kac0 이므로 농도가 100분의 1이 되면 x 는 10분의 1이 된다. 농도에 비례하지 않고 제곱근에 비례한다.

이 사실이 실전에서 왜 중요한가. 약산 용액을 묽혀도 pH 가 잘 안 오른다. 산성 폐수를 물로 희석해 처리하려는 시도가 잘 통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예제 151

0.100mol/L 아세트산나트륨 CH3COONa 용액의 pH 를 구하라. Ka(CH3COOH)=1.8×105 (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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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엇이 반응하는지 가려야 한다. 이 염은 물에서 완전히 갈라진다.

CH3COONaNa++CH3COO

Na+ 는 강염기 NaOH 의 짝산이므로 무시할 만큼 약한 산이고, 사실상 구경꾼이다. 반면 CH3COO 는 약산의 짝염기이므로 염기로 행동한다.

CH3COO+H2OCH3COOH+OH

이 반응의 상수는 Kb 이고, 짝 관계에서 구한다.

Kb=KwKa=1.0×10141.8×105=5.6×1010

이제 약염기 계산이다.

[OH]Kbc0=(5.6×1010)(0.100)=5.6×1011=7.5×106mol/L

pOH=log(7.5×106)=60.87=5.13

pH=14.005.13=8.87

답이 말이 되는가. 약산의 짝염기만 남았으니 염기성이어야 하고, 실제로 7보다 크다. 다만 9 를 넘지 않는 약한 염기성이다. Kb1010 대로 아주 작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예가 있다. 비누는 지방산(약산)의 나트륨염이다. 비눗물이 미끈거리고 약한 염기성인 것이 바로 이 가수분해 때문이다.

완충 용액 — pH 를 붙잡아 두는 법

피의 pH 가 7.35 아래로 내려가거나 7.45 위로 올라가면 사람은 살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매일 산성 음식을 먹고 몸속에서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만든다. 어떻게 붙잡아 두는가.

답은 완충 용액(buffer)이다. 약산과 그 짝염기를 둘 다 넉넉히 담아 둔 용액이다.

산을 넣으면 A⁻ 가 받아내고 염기를 넣으면 HA 가 받아낸다. 어느 쪽을 넣어도 자유로운 H₃O⁺ 가 거의 늘지 않는다. 다만 한쪽 창고가 바닥나면 완충 능력도 사라진다
<산을 넣으면 A⁻ 가 받아내고 염기를 넣으면 HA 가 받아낸다. 어느 쪽을 넣어도 자유로운 H₃O⁺ 가 거의 늘지 않는다. 다만 한쪽 창고가 바닥나면 완충 능력도 사라진다>[원본 보기]

작동 원리는 그림 그대로다. 두 개의 창고를 함께 두는 것이다.

계산은 Ka 의 정의를 [H3O+] 에 대해 풀고 로그를 취하면 나온다.

[H3O+]=Ka[HA][A]pH=pKa+log[A][HA]

이것을 헨더슨-하셀바흐 식이라 한다. 외울 필요는 없다. Ka 의 정의에 로그를 씌운 것이 전부다. 읽어내야 할 것은 셋이다.

헨더슨-하셀바흐 식은 근사다. [HA][A] 에 이온화 전의 값을 그대로 넣는 것을 전제하므로, 완충액이 아주 묽거나 비가 극단적이면 벗어난다.

예제 152

0.100mol/L 아세트산과 0.100mol/L 아세트산나트륨을 같은 부피씩 섞었다. (가) 이 완충액의 pH 는? (나) 이 용액 100mL 에 염화수소 1.00×103mol 을 넣으면 pH 는 얼마가 되는가? Ka=1.8×105 (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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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pKa 를 구해 둔다.

pKa=log(1.8×105)=50.26=4.74

(가) 같은 부피씩 섞었으므로 둘 다 0.0500mol/L 로 똑같이 묽어진다. 비가 1이므로

pH=4.74+log1=4.74

(나) 넣은 산은 짝염기가 받아낸다. 물질의 양으로 셈하는 것이 편하다. 100mL 안에 각각

nHA=nA=(0.0500mol/L)(0.100L)=5.00×103mol

넣은 산이 1.00×103mol 이므로 그만큼 A 가 줄고 HA 가 는다.

nA=5.001.00=4.00×103mol,nHA=5.00+1.00=6.00×103mol

부피가 같으므로 농도 대신 몰수의 비를 그대로 넣어도 된다. 분자와 분모에서 부피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pH=4.74+log4.006.00=4.74+log0.667=4.740.18=4.56

pH 가 0.18 만 내려갔다.

견주어 보자. 같은 양의 산을 순수한 물 100mL 에 넣었다면 [H3O+]=1.00×103/0.100=0.0100mol/L 이므로 pH 7.00 에서 2.00 으로 떨어진다. 5 만큼 떨어질 것이 0.18 로 막혔다. 이것이 완충의 힘이다.

예제 153

pH 7.40 인 완충액을 만들려 한다. 다음 세 짝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하고, 그때 짝염기와 산의 농도비는 얼마여야 하는가? 주어진 값은 pKa 가 각각 3.75(포름산), 4.74(아세트산), 7.20(인산이수소 이온)이다.

풀이 보기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목표 pH 가 pKa±1 안에 들어와야 한다.

|7.403.75|=3.65, |7.404.74|=2.66, |7.407.20|=0.20

세 번째만 범위 안이다. 인산이수소 이온과 그 짝염기인 인산수소 이온으로 만든다.

농도비는 헨더슨-하셀바흐 식을 뒤집어 구한다.

7.40=7.20+log[A][HA]log[A][HA]=0.20

[A][HA]=100.201.6

짝염기를 산보다 약 1.6배 많이 넣으면 된다.

왜 앞의 둘은 안 되는가. 아세트산으로 pH 7.40 을 맞추려면 비가 102.66460 이 되어야 한다. 산이 짝염기의 460분의 1밖에 없으니, 염기를 조금만 넣어도 그 산이 곧바로 바닥나 pH 가 튄다. 비가 1에서 멀어질수록 완충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덧붙이면, 사람 피의 주된 완충계는 탄산과 탄산수소 이온의 짝이다. 인산 완충계도 세포 안에서 함께 일한다. pH 7.4 라는 값이 마침 인산 짝의 pKa 근처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적정 — 모르는 농도를 알아내는 실험

8장에서 적정 계산을 이미 했다. 남겨 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 다 반응한 순간"을 어떻게 아는가.

답은 그 순간에 pH 가 급격히 뛰기 때문이다. 넣은 염기의 부피에 따라 pH 를 그려 보면 계단 모양이 나온다.

당량점 앞뒤 1 mL 사이에 pH 가 4 넘게 뛴다. 그래서 한 방울 차이의 오차가 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강산-강염기에서는 당량점이 정확히 pH 7 이다
<당량점 앞뒤 1 mL 사이에 pH 가 4 넘게 뛴다. 그래서 한 방울 차이의 오차가 결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강산-강염기에서는 당량점이 정확히 pH 7 이다>[원본 보기]

용어를 정리해 두자. 당량점(equivalence point)은 넣은 염기의 몰수가 처음 산의 몰수와 정확히 같아지는 지점이다. 종말점(end point)은 지시약의 색이 변해 우리가 실험을 멈추는 지점이다. 둘은 다르며, 좋은 실험이란 이 둘을 최대한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약산을 적정하면 곡선의 모양이 세 곳에서 달라진다.

강산과 다른 점 셋. 시작 pH 가 더 높고, 가운데에 완만한 완충 구간이 있으며, 당량점이 7보다 크다. 반당량점의 pH 를 읽으면 그 자리에서 pKa 를 얻는다
<강산과 다른 점 셋. 시작 pH 가 더 높고, 가운데에 완만한 완충 구간이 있으며, 당량점이 7보다 크다. 반당량점의 pH 를 읽으면 그 자리에서 pKa 를 얻는다>[원본 보기]

특히 유용한 지점이 반당량점이다. 넣은 염기가 처음 산의 절반인 곳에서는 [HA]=[A] 이므로 pH=pKa 다. 곡선의 중간을 읽는 것만으로 Ka 를 구할 수 있다.

양성자를 둘 이상 내놓는 산은 계단이 여러 개 생긴다.

두 번째 당량점의 부피가 첫 번째의 정확히 두 배다. 계단이 몇 개인지를 세면 그 산이 양성자를 몇 개 내놓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 당량점의 부피가 첫 번째의 정확히 두 배다. 계단이 몇 개인지를 세면 그 산이 양성자를 몇 개 내놓는지 알 수 있다>[원본 보기]

마지막으로 지시약이다. 지시약 자체가 약산인데 산일 때와 짝염기일 때 색이 다르다. 그래서 자기 pKa 근처에서만 색이 변한다.

지시약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변색 범위가 그 적정의 당량점 pH 를 품어야 한다. 약산-강염기 적정에 메틸오렌지를 쓰면 당량점보다 훨씬 일찍 색이 변한다
<지시약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변색 범위가 그 적정의 당량점 pH 를 품어야 한다. 약산-강염기 적정에 메틸오렌지를 쓰면 당량점보다 훨씬 일찍 색이 변한다>[원본 보기]

예제 154

25.00mL0.100mol/L 아세트산을 0.100mol/L 수산화나트륨으로 적정한다. (가) 12.50mL (나) 25.00mL (다) 30.00mL 를 넣었을 때의 pH 를 각각 구하라. Ka=1.8×105 (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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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산의 물질량을 구해 둔다. 이 값이 세 계산의 기준이다.

nHA=(0.100mol/L)(0.02500L)=2.50×103mol

당량점은 같은 몰수의 염기가 들어갈 때이므로 25.00mL 다.

(가) 반당량점. 넣은 염기가 1.25×103mol 이므로 산의 절반이 짝염기로 바뀐다. 둘의 몰수가 같다.

pH=pKa+log1=4.74

계산할 것이 사실상 없다. 이 지점의 값은 부피에도 농도에도 무관하다.

(나) 당량점. 산이 전부 짝염기가 되었다. 전체 부피는 25.00+25.00=50.00mL 다.

[A]=2.50×103mol0.05000L=0.0500mol/L

이제 앞 절의 염 계산과 똑같다.

Kb=1.0×10141.8×105=5.6×1010

[OH](5.6×1010)(0.0500)=2.8×1011=5.3×106mol/L

pOH=60.72=5.28,pH=14.005.28=8.72

(다) 당량점을 지난 뒤. 남은 강염기가 pH 를 정한다. 약염기의 기여는 강염기에 묻힌다.

nOH 남음=(0.100)(0.03000)2.50×103=3.00×1032.50×103=5.0×104mol

[OH]=5.0×1040.05500L=9.1×103mol/L

pOH=30.96=2.04,pH=11.96

세 값을 늘어놓으면 4.74 → 8.72 → 11.96 이다. 당량점 앞뒤에서 껑충 뛰는 것이 확인된다. 구간마다 계산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이 문제의 요점이다. 어느 구간에 있는지를 먼저 판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제 155

위 적정에 쓸 지시약으로 메틸오렌지(변색 범위 3.1–4.4)와 페놀프탈레인(변색 범위 8.3–10.0) 중 어느 것이 맞는가? 잘못 고르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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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예제에서 당량점의 pH 가 8.72 였다. 이 값을 품는 것을 고른다.

페놀프탈레인의 범위 8.3–10.0 이 8.72 를 품는다. 페놀프탈레인이 맞다.

메틸오렌지를 쓰면 어떻게 되는가. pH 가 4.4 근처에 이르면 색이 변한다. 그런데 앞 예제에서 보았듯 pH 4.74 는 반당량점, 즉 필요한 염기의 절반쯤만 넣었을 때다.

그 자리에서 실험을 멈추면 넣은 염기의 부피가 실제 필요량의 절반쯤으로 나오고, 계산한 산의 농도가 절반으로 축소된다.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어긋나는 오차다.

일반 규칙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적정당량점 pH맞는 지시약
강산 + 강염기7.0거의 아무거나 (도약이 커서)
약산 + 강염기7보다 크다페놀프탈레인
약염기 + 강산7보다 작다메틸오렌지

강산-강염기 적정에서 지시약을 크게 가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도약 구간이 pH 4 에서 10 까지 걸쳐 있어 웬만한 지시약의 변색 범위가 그 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반면 약산 적정은 도약이 좁아 지시약을 잘못 고르면 곧바로 틀린다.

예제 156

농도를 모르는 약산 HA 용액 20.00mL0.150mol/L 수산화나트륨으로 적정했더니 18.60mL 에서 당량점에 이르렀고, 그 절반인 9.30mL 를 넣었을 때 pH 가 4.20 이었다. (가) 산의 농도와 (나) Ka 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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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당량점에서는 넣은 염기의 몰수와 처음 산의 몰수가 같다. 8장의 적정 계산 그대로다.

nOH=(0.150mol/L)(0.01860L)=2.79×103mol

계수비가 1대1 이므로 nHA=2.79×103mol 이다.

cHA=2.79×103mol0.02000L=0.140mol/L

(나) 반당량점의 pH 가 곧 pKa 다.

pKa=4.20Ka=104.20=100.80×105=6.3×105

100.80 은 표에서 log6=0.78, log7=0.85 이므로 6과 7 사이, 6.3 쯤이다.

두 답이 서로 독립적이라는 점이 이 실험의 강점이다. 부피 하나로 농도를, pH 하나로 세기를 얻는다. 적정 곡선 한 장에서 물질의 양과 성질을 동시에 알아내는 셈이다.

실험에서 조심할 점 하나. 반당량점의 pH 를 읽으려면 곡선을 촘촘히 그려야 하고, 그러려면 pH 미터가 필요하다. 지시약으로는 당량점 하나밖에 알 수 없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와 용어부터 모은다.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log x상용로그없음10을 몇 번 곱해야 x 가 되는가
ln x자연로그없음밑이 e = 2.718⋯ 인 로그. ln x = 2.303 log x, ln 2 = 0.693
짝산 · 짝염기conjugate pair수소 하나와 전하 하나만 차이 난다
양쪽성amphiprotic상대에 따라 산도 염기도 된다
K_w물의 이온곱 상수없음25 °C 에서 1.0 × 10⁻¹⁴. 물이 있는 한 늘 성립
pH−log[H₃O⁺]없음1 차이 = 농도 10배 차이
pOH−log[OH⁻]없음pH + pOH = 14.00 (25 °C)
K_a, K_b산·염기 이온화 상수없음K_a · K_b = K_w (짝 관계)
pK_a−log K_a없음작을수록 강한 산. 부호가 뒤집힌다
완충 용액buffer약산과 짝염기를 둘 다 넉넉히 담은 용액
당량점equivalence point넣은 염기 몰수 = 처음 산 몰수
반당량점half-equivalence point여기서 pH = pK_a
종말점end point지시약 색이 변해 실험을 멈추는 지점

계산의 길도 정리한다. 어떤 문제든 "지금 용액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를 먼저 판정하면 방법이 정해진다.

용액에 든 것쓰는 식보기
강산만[H₃O⁺] = 넣은 농도0.010 mol/L HCl → pH 2.00
약산만x ≈ √(K_a c₀)0.10 mol/L 아세트산 → pH 2.87
약산 + 짝염기pH = pK_a + log([A⁻]/[HA])완충 구간, 반당량점
짝염기만K_b = K_w / K_a 로 바꿔 약염기 계산당량점, 약산의 염
강염기가 남음[OH⁻] = 남은 몰수 ÷ 전체 부피당량점을 지난 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pH 를 평균한다농도로 되돌려 계산하고 마지막에 다시 로그를 취한다
강하다를 진하다로 읽는다강약은 얼마나 갈라지느냐다. 농도와 별개다
pK_a 가 크면 강한 산이라고 본다반대다. pK_a 는 작을수록 강하다
근사 뒤에 5% 검사를 빠뜨린다x / c₀ 가 5% 를 넘으면 이차방정식으로 푼다
약산 당량점의 pH 를 7로 놓는다남은 짝염기 때문에 7보다 크다
완충액을 묽히면 pH 가 변한다고 본다pH 는 비가 정하므로 거의 그대로다. 다만 완충 용량은 준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H3O+][OH]=Kw 가 성립한다. 그리고 pH 는 그 농도를 로그로 다시 적은 것에 불과하다.

다음 장은 또 다른 종류의 "주고받음"을 다룬다. 여기서는 양성자를 주고받았지만, 다음에는 전자를 주고받는다. 놀랍게도 계산의 뼈대가 거의 같고, 로그도 그대로 다시 나온다.

전기화학

앞 장에서는 양성자를 주고받았다. 이 장에서는 전자를 주고받는다.

차이가 하나 있다. 전자는 도선을 타고 흐를 수 있다. 그래서 반응물끼리 직접 만나게 하지 않고 전자만 먼 길로 돌려보내면 그 흐름에서 전기를 꺼낼 수 있다. 건전지와 배터리가 전부 이 원리다. 반대로 전기를 밀어 넣어 저절로 일어나지 않을 반응을 억지로 시킬 수도 있다. 알루미늄 제련과 도금이 그것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전자가 어디서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세는가, 전지의 전압은 무엇이 정하는가, 농도가 달라지면 전압이 어떻게 변하는가, 그리고 전기를 얼마나 흘리면 물질이 얼마나 나오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이 많다. 10장의 ΔG 와 자발성, 12장의 반응지수 Q 와 평형상수 K, 13장에서 도입한 상용로그와 자연로그(그리고 둘을 잇는 lnx=2.303logx), 그리고 8장의 몰 계산이다. 새 수학은 없다.

다만 전기를 다루려면 3장에서 이름만 보고 넘어간 기본단위 하나가 필요하다. 전류의 단위 암페어(A)다. 여기서 나머지가 나온다.

기호단위
전류IA (암페어)SI 기본단위. 전하가 흐르는 빠르기
전하량QC (쿨롬)1 C = 1 A 로 1초 동안 흐른 전하. 즉 1 C = 1 A·s
전위차(전압)EV (볼트)전하 1 C 을 옮길 때 오가는 에너지. 1 V = 1 J/C
패러데이 상수FC/mol전자 1 mol 이 나르는 전하. 96485 C/mol

1V=1J/C 라는 관계를 눈여겨보자. 전압은 에너지 그 자체가 아니라 전하 하나당 에너지다. 이 점 때문에 뒤에서 중요한 결과가 나온다.

산화와 환원 — 전자를 세는 법

산화(oxidation)는 전자를 잃는 것, 환원(reduction)은 전자를 얻는 것이다. 둘은 언제나 함께 일어난다. 누군가 잃으면 누군가 얻는다.

그런데 Zn+Cu2+Zn2++Cu 처럼 이온이 뚜렷한 반응은 세기 쉽지만, CH4+2O2CO2+2H2O 같은 반응에서는 전자가 어디로 갔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산화수(oxidation number)라는 장부를 쓴다. 실제 전하는 아니고, 결합 전자를 전기음성도가 큰 쪽이 전부 가져갔다고 가정하고 매긴 가상의 전하다. 5장의 전기음성도가 여기서 다시 쓰인다.

규칙은 위에서부터 적용하고, 부딪히면 위쪽이 이긴다.

순서규칙보기
1홑원소 물질은 0Zn, O₂, S₈ 의 모든 원자가 0
2단원자 이온은 그 전하Na⁺ 는 +1, Cl⁻ 는 −1
3플루오린은 늘 −1HF, OF₂ 모두
41족 금속 +1, 2족 금속 +2NaCl 의 Na 는 +1
5수소는 +1 (금속과 결합하면 −1)H₂O 는 +1, NaH 는 −1
6산소는 −2 (과산화물은 −1)H₂O 는 −2, H₂O₂ 는 −1
7합이 전체 전하와 같아야 한다중성 분자는 0, SO₄²⁻ 는 −2

마지막 규칙이 실제로 답을 내는 도구다. 나머지로 아는 원자를 다 채우고 모르는 하나를 방정식으로 푼다.

산화-환원 반응식의 계수를 맞출 때는 반쪽반응법을 쓴다. 8장의 원자 수 맞추기에 "전하도 맞춰야 한다"가 하나 더 붙은 것이다.

  1. 산화되는 쪽과 환원되는 쪽을 따로 적는다.
  2. 산소와 수소를 뺀 원자를 먼저 맞춘다.
  3. 산소는 H2O 를 더해 맞춘다.
  4. 수소는 H+ 를 더해 맞춘다.
  5. 양변의 전하가 같아지도록 e 를 더한다.
  6. 두 반쪽의 전자 수가 같아지게 각각에 정수를 곱하고 더한다.
  7. 염기성 용액이라면 마지막에 양변에 OHH+ 수만큼 더해 물로 바꾼다.

예제 157

다음에서 밑줄 친 원자의 산화수를 구하라. (가) MnO4 의 Mn (나) Cr2O72 의 Cr (다) H2O2 의 O (라) CH4 의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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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7 을 방정식으로 세우는 것이 전부다.

(가) 산소가 4개이고 각각 −2 다. 전체 전하가 −1 이므로

x+4(2)=1x=+7

(나) 크로뮴 2개, 산소 7개, 전체 −2 다.

2x+7(2)=22x=12x=+6

(다) 과산화물이므로 규칙 6 의 예외가 걸린다. 산소는 −1 이다. 검산해 보면 수소 2개가 +2, 산소 2개가 2 로 합이 0 이 되어 맞는다.

이 예외가 왜 있는지 짚어 두자. H2O2 에는 OO 결합이 있다. 같은 원소끼리의 결합은 전자를 반씩 나누므로 어느 쪽으로도 몰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산소 하나가 받는 몫이 −2 가 아니라 −1 이 된다.

(라) 수소가 4개이고 각각 +1 이다. 전체가 중성이므로

x+4(+1)=0x=4

탄소가 음의 산화수를 갖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탄소가 수소보다 전기음성도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탄소가 전자를 다 가져간다는 뜻은 아니다. 산화수는 장부일 뿐 실제 전하가 아니다.

예제 158

산성 용액에서 일어나는 다음 반응의 계수를 맞춰라. MnO4+Fe2+Mn2++F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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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산화수부터 확인해 어느 쪽이 산화·환원인지 정한다. Mn 은 +7+2 로 내려갔으니 환원, Fe 는 +2+3 으로 올라갔으니 산화다.

2단계. 반쪽반응을 따로 적는다. 먼저 환원 쪽이다.

MnO4Mn2+

왼쪽에 산소가 4개 더 많으므로 오른쪽에 물 4개를 더한다.

MnO4Mn2++4H2O

이제 오른쪽에 수소가 8개 생겼으므로 왼쪽에 H+ 8개를 더한다.

MnO4+8H+Mn2++4H2O

전하를 세면 왼쪽이 1+8=+7, 오른쪽이 +2 다. 왼쪽에 전자 5개를 더해야 맞는다.

MnO4+8H++5eMn2++4H2O

3단계. 산화 쪽은 간단하다.

Fe2+Fe3++e

4단계. 전자 수를 맞춘다. 환원 쪽이 5개, 산화 쪽이 1개이므로 산화 쪽에 5를 곱한다.

5Fe2+5Fe3++5e

5단계. 더하면 전자가 양변에서 지워진다.

MnO4+5Fe2++8H+Mn2++5Fe3++4H2O

검산한다. Mn 1대1, Fe 5대5, O 4대4, H 8대8. 전하는 왼쪽이 1+10+8=+17, 오른쪽이 2+15=+17. 맞는다.

원자 수와 전하를 모두 검산하는 것이 이 방법의 안전장치다. 둘 중 하나만 맞으면 어딘가 틀린 것이다.

갈바니 전지 — 전자를 도선으로 돌린다

아연 막대를 황산구리 용액에 담그면 아연이 녹고 구리가 막대에 달라붙는다. 전자가 아연에서 구리 이온으로 곧바로 건너간 것이다. 열은 나지만 전기는 얻지 못한다.

두 반응을 따로 떼어 놓고 전자만 도선으로 지나가게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연이 녹으며 내놓은 전자가 도선을 지나 구리 쪽으로 간다. 염다리가 없으면 왼쪽에 양전하가 쌓여 몇 초 만에 전류가 끊긴다
<아연이 녹으며 내놓은 전자가 도선을 지나 구리 쪽으로 간다. 염다리가 없으면 왼쪽에 양전하가 쌓여 몇 초 만에 전류가 끊긴다>[원본 보기]

용어를 정리한다. 두 쌍이 헷갈리기 쉬우니 함께 외워 두는 편이 낫다.

전극무슨 일이 일어나나갈바니 전지에서의 부호전자의 방향
산화전극 (anode)산화 — 전자를 내놓는다음극 (−)여기서 나간다
환원전극 (cathode)환원 — 전자를 받는다양극 (+)여기로 들어온다

염다리(salt bridge)가 하는 일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연 쪽에서는 Zn2+ 가 계속 생겨 양전하가 쌓이고, 구리 쪽에서는 Cu2+ 가 사라져 음전하가 남는다. 전하가 한쪽으로 쌓이면 전자가 더는 흐르지 못한다. 염다리 속 이온이 반대 방향으로 옮겨가 이 전하를 중화해 준다. 염다리를 빼면 전지는 몇 초 만에 멈춘다.

전지를 짧게 적는 약속도 있다. 왼쪽에 산화전극, 오른쪽에 환원전극을 놓고 | 는 상의 경계, 는 염다리를 뜻한다.

Zn(s)|Zn2+(aq)Cu2+(aq)|Cu(s)

이제 전압이다. 여기서 곤란한 일이 하나 있다. 전극 하나의 전위는 잴 수 없다. 전압계는 언제나 두 지점의 차이만 알려준다.

전극 하나의 절대 전위는 잴 수 없으므로 기준 하나를 골라 0 으로 약속했다. 이 값은 측정 결과가 아니라 정의다
<전극 하나의 절대 전위는 잴 수 없으므로 기준 하나를 골라 0 으로 약속했다. 이 값은 측정 결과가 아니라 정의다>[원본 보기]

그래서 수소 전극 하나를 골라 그 전위를 정확히 0 V 로 약속했다. 이것을 표준 수소 전극이라 하고, 다른 모든 전극의 전위는 이 기준과 견준 상대값으로 적는다. 그 값을 표준 환원전위 E 라 한다. 표준 상태란 용액은 1mol/L, 기체는 100kPa, 온도는 보통 25C 다.

위에 있을수록 전자를 잘 빼앗아 환원되기 쉽다. 두 반쪽을 이으면 위쪽이 환원, 아래쪽이 산화되고 두 값의 차이가 전압이다
<위에 있을수록 전자를 잘 빼앗아 환원되기 쉽다. 두 반쪽을 이으면 위쪽이 환원, 아래쪽이 산화되고 두 값의 차이가 전압이다>[원본 보기]

전지의 전압은 두 값의 차이다. 표에 적힌 값은 전부 환원 쪽 값이므로, 산화되는 쪽은 부호를 뒤집는 대신 빼면 된다.

E전지=E(환원전극)E(산화전극)

여기서 절대 헷갈리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E 는 반응식에 상수를 곱해도 변하지 않는다. 전압은 전하 하나당 에너지이므로, 반응을 두 배로 해도 에너지와 전하가 함께 두 배가 되어 몫은 그대로다. 12장에서 본 세기 성질과 크기 성질의 구분이 여기서 실전 문제가 된다.

전압과 자유에너지를 잇는 식은 단위에서 바로 나온다. 전하 nF 를 전위차 E 만큼 옮길 때 얻는 최대 일이 자유에너지의 감소분이다.

ΔG=nFE전지,F=96485C/mol

n 은 균형 맞춘 반응식에서 오간 전자의 몰수다. 부호를 보면 E>0 이면 ΔG<0, 즉 자발적이다. 전압이 양수라는 말과 저절로 일어난다는 말이 같은 뜻이다.

10장의 ΔG=RTlnK 와 합치고 13장의 상용로그로 바꾸면 평형상수까지 나온다.

logK=nE전지0.0592V(25C)

여기 나온 0.0592 라는 수의 정체는 다음 절에서 밝힌다.

예제 159

Zn(s)|Zn2+Cu2+|Cu(s) 전지에 대해 (가) 알짜 반응식과 E전지, (나) ΔG, (다) K 를 구하라. 주어진 값은 E(Zn2+/Zn)=0.76V, E(Cu2+/Cu)=+0.34V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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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표기 약속에 따라 왼쪽이 산화전극이므로 아연이 산화되고 구리가 환원된다.

ZnZn2++2eCu2++2eCu

전자 수가 이미 같으므로 그대로 더한다.

Zn(s)+Cu2+(aq)Zn2+(aq)+Cu(s),n=2

E전지=0.34(0.76)=+1.10V

양수이므로 자발적이다. 사다리 그림에서 구리가 아연보다 위에 있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나) ΔG=nFE 에 넣는다. 단위가 맞아떨어지는지 함께 보자.

ΔG=(2)(96485C/mol)(1.10V)=2.12×105J/mol

C×V=C×(J/C)=J 이므로 단위가 저절로 줄이 된다. 답은 212kJ/mol 이다.

(다) 평형상수는 로그 식에 넣는다.

logK=(2)(1.10)0.0592=2.200.0592=37.2

K=1037.2=100.2×10371.6×1037

이 수가 무슨 뜻인지 새겨 볼 만하다. 1037 이면 사실상 반응이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아연 막대를 구리 용액에 담가 두면 구리 이온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반응이 진행된다.

그리고 전압 1.10V 라는 그리 크지 않은 값이 1037 이라는 어마어마한 평형상수에 해당한다는 점도 눈여겨보자. 지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압이 0.1V 만 달라져도 K103 배 이상 달라진다.

예제 160

다음이 표준 상태에서 저절로 일어나는지 판정하라. (가) 구리를 묽은 염산에 넣는다. (나) 철을 묽은 염산에 넣는다. 주어진 값은 E(Cu2+/Cu)=+0.34V, E(Fe2+/Fe)=0.44V, E(H+/H2)=0V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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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우 모두 금속이 산화되고 수소 이온이 환원되는 방향을 가정한 뒤 전압의 부호를 본다.

(가) 환원전극이 수소, 산화전극이 구리다.

E전지=00.34=0.34V

음수이므로 ΔG>0 이고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구리는 묽은 염산에 녹지 않는다.

(나) 환원전극이 수소, 산화전극이 철이다.

E전지=0(0.44)=+0.44V

양수이므로 일어난다. 철을 염산에 넣으면 수소 기체가 나오며 녹는다.

여기서 일반 규칙이 나온다. E 가 음인 금속(사다리에서 수소보다 아래)은 묽은 산에 녹고, 양인 금속(구리·은·금)은 녹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경험으로 알려져 있던 금속 활동도 서열이 사실은 이 표의 순서였던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이 판정은 일어날 수 있는가만 말해 준다. 얼마나 빠른가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알루미늄은 E 가 아주 낮아 격렬히 반응해야 할 것 같지만 표면에 치밀한 산화물 막이 생겨 실제로는 잘 견딘다. 속도의 문제는 다음 장에서 다룬다.

흔한 오해

은 반쪽반응 Ag++eAgE=+0.80V 다(주어진 값). 이 반응을 두 배로 적으면 2Ag++2e2Ag 인데, 이때 E1.60V 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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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대로 +0.80V 다.

이유는 전압의 정의에 있다. 1V=1J/C 이므로 전압은 전하 하나당 에너지다. 반응을 두 배로 하면 나오는 에너지도 두 배, 오가는 전하도 두 배가 되어 몫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양을 세기 성질이라 한다. 온도나 밀도와 같은 부류다. 물 한 컵과 두 컵의 온도가 같은 것과 같은 이야기다.

반면 ΔG 는 크기 성질이라 두 배가 된다. 두 진술이 모순되지 않는 것은 ΔG=nFE 에서 n 이 함께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이것이 갈리는 자리를 보자. 은과 구리로 전지를 만들면 은 쪽에 2를 곱해 전자 수를 맞춰야 한다.

2Ag++Cu2Ag+Cu2+,n=2

E전지=0.800.34=+0.46V

ΔG=(2)(96485)(0.46)=8.9×104J/mol=89kJ/mol

만약 E1.600.34=1.26V 로 잘못 놓았다면 ΔG 가 두 배 넘게 틀린다. 계수를 곱할 때 n 은 바꾸고 E 는 그대로 둔다.

네른스트 식 — 농도가 달라지면

표준 환원전위는 모든 농도가 1mol/L 일 때의 값이다. 실제 전지는 쓰는 동안 반응물이 줄고 생성물이 늘어 이 조건을 벗어난다. 그래서 전압이 조금씩 떨어지다가 결국 0 이 된다.

얼마나 떨어지는가. 10장의 ΔG=ΔG+RTlnQ 에서 출발해 양변을 nF 로 나누면 바로 나온다.

E=ERTnFlnQ

이것을 네른스트 식이라 한다. Q 는 12장의 반응지수, 즉 "지금 이 순간의 농도로 계산한 평형상수 꼴"이다.

실전에서는 자연로그 대신 상용로그로 바꿔 쓴다. 13장에서 세운 환산 lnx=2.303logx 를 넣으면 lnQ2.303logQ 가 되고, 그 2.303 이 앞의 상수와 묶인다. 여기에 25C 의 값을 미리 계산해 둔다.

2.303RTF=(2.303)(8.314J/(molK))(298.15K)96485C/mol=0.0592V

단위도 맞는지 보자. 분자는 J/mol, 분모는 C/mol 이므로 몫은 J/C=V 다. 2.303 은 로그의 밑을 바꾸는 배수일 뿐이므로 단위가 없다.

E=E0.0592VnlogQ(25C)

앞 절에서 갑자기 나왔던 0.0592 의 정체가 이것이다. 온도가 다르면 다른 값을 써야 한다.

전압은 log Q 의 일차함수다. Q 가 10배 커질 때마다 전압이 일정한 양만큼 떨어진다. Q 가 K 와 같아지는 순간 전압이 0 이 되고, 그것이 전지가 다 소모된 상태다
<전압은 log Q 의 일차함수다. Q 가 10배 커질 때마다 전압이 일정한 양만큼 떨어진다. Q 가 K 와 같아지는 순간 전압이 0 이 되고, 그것이 전지가 다 소모된 상태다>[원본 보기]

읽어낼 것은 셋이다.

예제 162

Zn|Zn2+(1.00mol/L)Cu2+(0.0010mol/L)|Cu 전지의 전압을 구하라. E전지=1.10V (앞 예제의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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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반응은 Zn+Cu2+Zn2++Cu 이고 n=2 다.

반응지수를 세운다. 고체는 12장에서 배운 대로 넣지 않는다.

Q=[Zn2+][Cu2+]=1.000.0010=1.0×103

logQ=3 이므로

E=1.100.05922(3)=1.100.0888=1.01V

답이 말이 되는가. 생성물 쪽인 Zn2+ 가 반응물 쪽인 Cu2+ 보다 훨씬 많으니, 반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와 같다. 그러므로 전압이 표준값보다 낮아야 한다. 실제로 그렇다.

그런데 농도가 1000배나 차이 나는데 전압은 0.09V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로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지의 전압은 농도 변화에 대단히 둔하다. 건전지가 거의 다 닳을 때까지 전압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예제 163

양쪽 전극이 모두 구리이고 용액 농도만 각각 0.0010mol/L1.00mol/L 인 전지를 만들었다. (가) 전압이 0 인가? (나) 아니라면 얼마이고, 어느 쪽이 산화전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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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두 전극이 같은 물질이므로 E전지=0.340.34=0 이다. 그런데도 전압은 0 이 아니다.

(나) 자발적인 방향부터 정한다. 자연은 농도 차이를 없애는 쪽으로 간다. 즉 진한 쪽의 Cu2+ 가 줄고 묽은 쪽의 Cu2+ 가 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진한 쪽에서 환원(Cu2+Cu), 묽은 쪽에서 산화(CuCu2+)가 일어나야 한다. 묽은 쪽이 산화전극이다.

알짜 변화는 "진한 쪽 이온이 묽은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고 n=2 다.

Q=[Cu2+]묽은 쪽[Cu2+]진한 쪽=0.00101.00=1.0×103

E=00.05922log(1.0×103)=0.05922(3)=+0.0888V

0.089V 다. 양수이므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이런 전지를 농도차 전지라 한다. 화학 반응이라 할 것도 없이 농도 차이만으로 전기를 낸다. 두 농도가 같아지면 Q=1, E=0 이 되어 멈춘다.

이것이 실제로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신경 세포는 막 안팎의 이온 농도 차이로 전위를 만든다.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일이 근본적으로는 농도차 전지의 작동이다. pH 미터도 같은 원리로 유리막 안팎의 H+ 농도 차이를 전압으로 읽는다.

전기분해와 패러데이 법칙

지금까지는 저절로 일어나는 반응에서 전기를 꺼냈다. 반대로 전기를 밀어 넣으면 E 가 음인 반응, 즉 저절로 일어나지 않을 반응도 강제할 수 있다. 이것이 전기분해다.

전원이 전자를 한쪽 전극으로 밀어 넣는다. 모이는 수소와 산소의 부피비 2 대 1 은 반응식의 계수비 그대로다
<전원이 전자를 한쪽 전극으로 밀어 넣는다. 모이는 수소와 산소의 부피비 2 대 1 은 반응식의 계수비 그대로다>[원본 보기]
갈바니 전지전기분해 셀
전지 전압 E>0 (자발적)<0 (강제해야 한다)
ΔG<0>0
에너지화학 → 전기전기 → 화학
산화전극의 부호음극 (−)양극 (+)
쓰임건전지, 배터리, 연료전지도금, 알루미늄 제련, 물 분해

부호가 뒤바뀌는 것이 헷갈리기 쉽다. 외우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산화전극에서 산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어느 쪽에서나 변하지 않는다. 부호가 뒤집히는 것은 전자를 밀어주는 주체가 전지 자신에서 외부 전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양적인 계산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흘린 전하량이 전자의 몰수를 정하고, 전자의 몰수가 물질의 몰수를 정한다.

8장의 화학량론 길찾기와 같은 모양이다. 가운데 다리만 "반응식의 계수비"에서 "반쪽반응의 전자 수"로 바뀌었다
<8장의 화학량론 길찾기와 같은 모양이다. 가운데 다리만 "반응식의 계수비"에서 "반쪽반응의 전자 수"로 바뀌었다>[원본 보기]

식으로 적으면 두 줄이다.

Q=It,ne=QF

Q 는 전하량(C), I 는 전류(A), t 는 시간(s)이다. 시간을 반드시 초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잊기 쉽다.

수용액을 전기분해할 때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물 자체가 경쟁 상대다. 어느 반응이 실제로 일어나는지는 E 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실제로 반응을 시작시키는 데 더 필요한 여분의 전압(과전압)까지 봐야 한다. 소금물을 전기분해하면 E 로는 산소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염소가 나온다. 열역학만으로 생성물을 예측하면 틀릴 수 있다.

예제 164

황산구리 용액에 구리 전극을 담그고 2.50A 의 전류를 30.0min 동안 흘렸다. (가) 환원전극에 석출되는 구리의 질량은? (나) 같은 전기량을 질산은 용액에 흘리면 은은 몇 그램 석출되는가? 원자량은 Cu63.55, Ag107.87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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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그대로 따라간다.

1단계, 전하량. 시간을 초로 바꾼다.

t=30.0min×60s/min=1.80×103s

Q=It=(2.50A)(1.80×103s)=4.50×103C

2단계, 전자의 몰수.

ne=4.50×103C96485C/mol=4.664×102mol

3단계, 물질의 몰수. 여기가 유일하게 화학인 자리다. 반쪽반응을 적어야 한다.

Cu2++2eCu

구리 1 mol 에 전자 2 mol 이 드니 나누어야 한다.

nCu=4.664×1022=2.332×102mol

4단계, 질량으로.

m=(2.332×102)(63.55)=1.48g

(나) 은의 반쪽반응은 전자가 하나다.

Ag++eAg

nAg=4.664×102mol,m=(4.664×102)(107.87)=5.03g

같은 전기를 흘렸는데 은이 훨씬 많이 나왔다. 두 가지 이유가 겹친 것이다. 전자가 하나만 들고(2배), 원자가 무겁다(1.7배).

이온의 전하를 확인하지 않고 전자의 몰수를 그대로 물질의 몰수로 쓰는 것이 이 계산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예제 165

물에 소량의 황산나트륨을 녹여 전기가 통하게 한 뒤 1.00A1.00h 동안 전기분해했다. 25C, 100kPa 에서 모이는 수소와 산소의 부피를 각각 구하라. 반쪽반응은 2H2O+2eH2+2OH2H2OO2+4H++4e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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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t=3600s 이므로

Q=(1.00)(3600)=3.60×103C

2단계.

ne=3.60×10396485=3.731×102mol

3단계. 반쪽반응에서 수소 1 mol 에 전자 2 mol, 산소 1 mol 에 전자 4 mol 이 든다.

nH2=3.731×1022=1.866×102mol,nO2=3.731×1024=9.328×103mol

4단계. 7장의 PV=nRT 로 부피를 구한다. 단위를 SI 로 맞춘다.

VH2=nRTP=(1.866×102)(8.314)(298)1.00×105=4.62×104m3=0.462L

VO2=(9.328×103)(8.314)(298)1.00×105=2.31×104m3=0.231L

부피비가 정확히 2 대 1 이다. 같은 온도·압력에서 부피비는 몰비와 같고, 몰비는 전체 반응식 2H2O2H2+O2 의 계수비이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이 비를 확인하는 것이 좋은 검산이 된다. 비가 어긋나면 어느 한쪽 전극에서 다른 반응이 함께 일어났다는 신호다.

순수한 물은 이온이 거의 없어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해질을 조금 넣는데, 황산나트륨을 고르는 이유는 Na+SO42 가 물보다 반응하기 어려워 구경만 하기 때문이다.

부식 — 원하지 않는데 저절로 만들어지는 전지

철이 녹스는 것은 산소에 의한 산화다. 그런데 단순한 산화가 아니라 철 표면에 저절로 생긴 갈바니 전지가 작동하는 것이다.

물방울 하나가 작은 전지를 만든다. 산소가 닿기 어려운 방울 가운데가 산화전극이 되고, 산소가 넉넉한 가장자리가 환원전극이 된다
<물방울 하나가 작은 전지를 만든다. 산소가 닿기 어려운 방울 가운데가 산화전극이 되고, 산소가 넉넉한 가장자리가 환원전극이 된다>[원본 보기]

물방울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렇다.

산화전극: Fe(s)Fe2+(aq)+2e

환원전극: O2(g)+2H2O(l)+4e4OH(aq)

전자는 금속 속을 지나 이동하고, 만들어진 Fe2+ 는 물속에서 더 산화되어 수화된 산화철, 즉 녹이 된다. 소금물이 닿으면 이온이 늘어 전류가 잘 흘러 부식이 빨라진다. 겨울철 도로에 뿌린 염화칼슘이 차를 상하게 하는 이유다.

막는 방법은 세 갈래다.

예제 166

철판에 아연을 입힌 것과 주석을 입힌 것이 있다. 둘 다 흠집이 나서 철이 드러났다. 어느 쪽 철이 더 빨리 녹스는가? 주어진 값은 E(Zn2+/Zn)=0.76V, E(Fe2+/Fe)=0.44V, E(Sn2+/Sn)=0.14V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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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준은 하나다. 두 금속이 전기적으로 이어져 있으면 E 가 작은 쪽이 산화전극이 된다.

아연을 입힌 경우. 0.76<0.44 이므로 아연이 산화전극이다. 아연이 대신 녹는 동안 철은 환원전극이 되어 산화되지 않는다. 흠집이 나도 철은 보호된다.

주석을 입힌 경우. 0.44<0.14 이므로 이번에는 이 산화전극이다. 철이 산화되고 주석이 환원전극이 된다.

답은 주석 쪽이다. 그것도 그냥 녹스는 정도가 아니다. 넓은 주석 면이 환원전극 노릇을 하고 좁은 흠집 자리에 산화가 집중되므로, 아무것도 입히지 않았을 때보다 오히려 빨리 부식된다.

이 사실에는 실용적인 결론이 따라온다. 통조림 깡통은 안쪽을 주석으로 입히는데, 이는 주석이 철을 보호해서가 아니라 주석이 반응성이 낮아 음식에 잘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깡통은 찌그러져 안쪽 막이 깨지면 빨리 상한다.

반면 아연 도금 강판은 지붕이나 물받이처럼 흠집을 피할 수 없는 곳에 쓴다. 흠집이 나도 아연이 먼저 녹으며 철을 지켜 주기 때문이다.

예제 167

배의 강철 선체에 마그네슘 덩어리를 볼트로 붙여 두고 몇 달마다 갈아 끼운다. (가) 왜 이렇게 하는가? (나) 마그네슘 대신 구리를 붙이면 어떻게 되는가? 주어진 값은 E(Mg2+/Mg)=2.37V, E(Fe2+/Fe)=0.44V, E(Cu2+/Cu)=+0.34V 이다.

풀이 보기

(가) 마그네슘의 E 가 철보다 훨씬 작으므로 마그네슘이 산화전극이 된다. 두 금속이 만드는 전지의 전압은

E전지=0.44(2.37)=+1.93V

이 전지가 자발적으로 작동하는 동안 마그네슘이 녹고 선체의 철은 환원전극이 되어 산화되지 않는다. 즉 마그네슘을 일부러 희생시켜 철을 지킨다. 그래서 희생 양극이라 부른다.

갈아 끼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마그네슘은 실제로 소모된다. 다 녹기 전에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나) 구리의 E 는 철보다 크다. 그러면 철이 산화전극이 된다.

E전지=0.34(0.44)=+0.78V

이 전지도 자발적이고, 이번에는 철이 녹는다. 배를 지키기는커녕 부식을 가속한다.

여기서 일반 원칙이 나온다. 어떤 금속으로 덮느냐가 아니라 두 금속의 E 순서가 결과를 정한다. 서로 다른 금속을 맞대어 쓸 때는 언제나 이 순서를 확인해야 하고, 배관에서 구리관과 철관을 직접 잇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I전류A (암페어)SI 기본단위
Q전하량C (쿨롬)Q = I t. 1 C = 1 A·s
E전위차(전압)V (볼트)1 V = 1 J/C. 전하 하나당 에너지
F패러데이 상수C/mol96485 C/mol. 전자 1 mol 의 전하
산화수oxidation number없음실제 전하가 아니라 전자를 세기 위한 장부
산화전극anode산화가 일어난다. 갈바니에서 (−), 전기분해에서 (+)
환원전극cathode환원이 일어난다. 갈바니에서 (+), 전기분해에서 (−)
E° (표준 환원전위)standard reduction potentialV세기 성질. 반응식에 곱해도 안 변한다
염다리salt bridge쌓이는 전하를 중화한다. 없으면 전류가 멈춘다
농도차 전지concentration cellE° = 0 인데 농도 차이만으로 전압을 낸다
희생 양극sacrificial anodeE° 가 더 작은 금속을 대신 녹인다

관계식도 모은다. 넷이 서로 이어져 있다.

무엇을 잇는가
E전지=E(환원)E(산화)표의 두 값 → 전지 전압
ΔG=nFE전압 → 자유에너지 (부호가 뒤집힌다)
logK=nE/0.0592전압 → 평형상수 (25 °C)
E=E(0.0592/n)logQ농도 → 지금의 전압 (네른스트)
Q=It, ne=Q/F전류와 시간 → 물질의 양 (패러데이)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반응식에 2를 곱하며 E° 도 2배로 한다E° 는 세기 성질이라 변하지 않는다. n 만 바뀐다
전자의 몰수를 물질의 몰수로 바로 쓴다반쪽반응의 전자 수로 나눠야 한다
전기분해 시간을 분 단위로 넣는다Q = I t 의 t 는 반드시 초다
E° 만 보고 생성물을 정한다수용액에서는 물이 경쟁하고 과전압이 끼어든다
E° 가 크면 반응이 빠르다고 본다E° 는 일어나는지만 말한다. 속도는 다음 장의 주제다
구리로 도금하면 철이 보호된다고 본다E° 순서가 뒤집혀 오히려 부식이 빨라진다

이 장의 뼈대는 한 문장이다. 산화-환원 반응의 자발성은 전압으로, 반응의 양은 전하량으로 잰다. 그리고 두 값을 잇는 다리가 ΔG=nFE 다.

그런데 이 장의 모든 판정에는 빠진 것이 있다.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가다.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변하는 반응은 자발적인데도 사람의 시간 안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장이 그 이야기다.

반응 속도론

앞의 여러 장이 모두 "일어나는가"를 물었다. 열역학은 자발성을, 평형은 어디서 멈추는지를, 전기화학은 전압의 부호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답들은 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변하는 반응은 상온에서 자발적이다. 그런데도 반지가 검게 변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를 섞어 두면 물이 되는 반응은 ΔG 가 크게 음수인데, 불꽃을 대지 않으면 몇 년을 두어도 아무 일도 없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반응 속도를 어떻게 재는가, 속도가 농도에 어떻게 달려 있는가,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남는가, 그리고 온도와 촉매는 왜 속도를 바꾸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8장의 몰농도, 9장의 ΔH 와 10장의 ΔG, 13장의 로그다. 새 수학은 없다. 다만 미적분을 쓰면 훨씬 짧게 갈 수 있는 자리가 두 곳 나오는데, 둘 다 결과식만 받아 쓰고 그래프로 다루는 방법으로 우회한다.

반응 속도를 어떻게 재는가

속도라는 말은 "단위 시간에 얼마나 변했는가"다. 화학 반응에서 변하는 것은 농도이므로

(평균 속도)=(농도 변화량)(걸린 시간)(단위: mol/(Ls))

반응물은 줄어들므로 변화량이 음수다. 속도를 양수로 적기 위해 반응물 쪽에는 음의 부호를 붙인다.

두 점을 잇는 직선의 기울기가 평균 속도, 한 점에서 그은 접선의 기울기가 그 순간의 속도다. 곡선이 점점 완만해지는 것은 반응이 느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두 점을 잇는 직선의 기울기가 평균 속도, 한 점에서 그은 접선의 기울기가 그 순간의 속도다. 곡선이 점점 완만해지는 것은 반응이 느려지고 있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보듯 속도는 시간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그래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속도식을 세울 때 쓰는 것은 초기 속도, 즉 t=0 에서의 접선 기울기다. 반응이 진행되기 전이라 농도를 우리가 정확히 알고 있고, 역반응이나 생성물의 방해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약속이 더 필요하다. 계수가 다르면 물질마다 변하는 빠르기가 다르다. N2+3H22NH3 에서 수소는 질소보다 세 배 빨리 사라진다. 그래서 각 물질의 변화 속도를 계수로 나눠 하나의 값으로 쓴다.

v=1aΔ[A]Δt=1bΔ[B]Δt=1cΔ[C]Δt(aA+bBcC)

이렇게 하면 어느 물질로 재든 같은 값이 나온다.

예제 168

2N2O54NO2+O2 반응에서 N2O5 의 농도가 100s 동안 0.0500 에서 0.0380mol/L 로 줄었다. (가) 이 구간의 반응 속도 v 를 구하라. (나) 같은 구간에서 NO2 는 얼마나 빨리 생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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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먼저 N2O5 자체의 변화 속도를 구한다.

Δ[N2O5]Δt=0.03800.0500100=0.0120100=1.20×104mol/(Ls)

반응 속도는 여기에 계수 2를 나눈 값이다.

v=12(1.20×104)=6.00×105mol/(Ls)

(나) NO2 의 계수가 4이므로

Δ[NO2]Δt=4v=4(6.00×105)=2.40×104mol/(Ls)

답이 말이 되는가. N2O5 2개가 사라질 때 NO2 4개가 생기므로, 생기는 쪽이 사라지는 쪽의 두 배 빨라야 한다. 실제로 2.40×1041.20×104 의 두 배다.

여기서 흔한 실수 하나. "반응 속도"라고 하면 계수로 나눈 값 v 를, "NO2 가 생기는 속도"라고 하면 나누지 않은 값을 말한다. 문제가 어느 쪽을 묻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제 169

앞 그림의 농도-시간 곡선에서 초기 속도가 0.35mol/(Ls), t=4s 에서의 순간 속도가 0.086mol/(Ls) 이다. 반응이 느려진 이유를 설명하고, 그럼에도 "속도상수"라는 것을 정의할 수 있는지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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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진 이유는 반응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응이 일어나려면 분자끼리 부딪혀야 하는데, 알갱이 수가 줄면 부딪히는 횟수도 준다. 처음의 4분의 1쯤 남았다면 부딪힐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면 "이 반응의 속도"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속도는 변하지만 "농도에 대한 의존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 곡선은 1차 반응이고 v=k[A] 를 따른다. 초기 농도가 1.00mol/L 이었으므로

k=0.351.00=0.35s1

t=4s 에서의 농도는 0.247mol/L 인데, 같은 k 를 쓰면

v=(0.35)(0.247)=0.086mol/(Ls)

실제 값과 맞는다. 속도는 계속 변하지만 k 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반응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로 속도가 아니라 k 를 쓴다.

k 가 변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조건이 있다. 온도가 같은 동안이다. 온도가 바뀌면 k 도 바뀐다. 그 이야기는 뒤에서 한다.

속도식과 반응 차수

속도가 농도에 어떻게 달려 있는지를 적은 것이 속도식(rate law)이다.

v=k[A]m[B]n

여기서 k속도상수, 지수 mn 을 각각 A 와 B 에 대한 반응 차수, 그 합을 전체 차수라 한다.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먼저 못 박아 둔다. 차수는 반응식의 계수에서 읽어낼 수 없다. 반드시 실험으로 정해야 한다.

왜 그런가. 반응식은 출발점과 도착점만 적은 것이고, 실제로 어떤 경로로 가는지는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뒤의 메커니즘 절에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차수를 정하는 표준적인 방법이 초기 속도법이다. 한 반응물의 농도만 바꾸고 나머지를 고정한 채 초기 속도를 재면, 농도가 몇 배가 될 때 속도가 몇 배가 되는지에서 차수가 바로 나온다.

농도를 2배로 하면 속도가차수
그대로 (1배)0차그 물질의 농도는 속도와 무관하다
2배1차비례한다
4배 (= 2²)2차제곱에 비례한다
8배 (= 2³)3차세제곱에 비례 (드물다)

차수가 정해지면 k 의 단위도 저절로 정해진다. 좌변이 언제나 mol/(Ls)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 차수k 의 단위
0mol/(Ls)
1s1
2L/(mols)
3L2/(mol2s)

이 표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검산에 쓰는 것이다. 구한 k 의 단위가 차수와 맞지 않으면 어딘가 틀렸다는 신호다.

예제 170

A+BC 에 대해 다음 초기 속도 자료를 얻었다. 속도식과 각 차수, 그리고 k 를 단위와 함께 구하라.

실험[A] (mol/L)[B] (mol/L)초기 속도 (mol/(L·s))
10.1000.1002.0 × 10⁻³
20.2000.1008.0 × 10⁻³
30.1000.2004.0 × 10⁻³
풀이 보기

A 의 차수. 실험 1과 2를 견준다. [B] 가 같고 [A] 만 2배다.

v2v1=8.0×1032.0×103=4=22

농도가 2배일 때 속도가 22 배이므로 A 에 대해 2차다.

B 의 차수. 실험 1과 3을 견준다. [A] 가 같고 [B] 만 2배다.

v3v1=4.0×1032.0×103=2=21

B 에 대해 1차다.

속도식.

v=k[A]2[B],(전체 차수 3)

k 구하기. 아무 실험이나 하나 골라 넣는다. 실험 1을 쓴다.

k=v[A]2[B]=2.0×103(0.100)2(0.100)=2.0×1031.0×103=2.0

단위를 따진다. 전체 차수가 3이므로 L2/(mol2s) 다.

k=2.0L2/(mol2s)

검산. 다른 실험에도 넣어 본다. 실험 2에서

k=8.0×103(0.200)2(0.100)=8.0×1034.0×103=2.0

같은 값이 나온다. 세 실험이 모두 같은 k 를 주어야 속도식이 맞는 것이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차수를 잘못 읽었거나 자료에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짚어 둘 것. 반응식의 계수는 A 도 1, B 도 1인데 차수는 2와 1로 나왔다. 계수와 차수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예제 171

어떤 반응에서 반응물의 농도를 3배로 했더니 초기 속도가 9배가 되었고, 다른 반응물의 농도를 4배로 했더니 속도가 변하지 않았다. 속도식은 어떤 꼴인가? 두 번째 반응물이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무슨 뜻인가?

풀이 보기

첫 번째 반응물을 A 라 하면 3m=9 이므로 m=2 다.

두 번째를 B 라 하면 4n=1 이므로 n=0 이다. 어떤 수든 0제곱은 1이다.

v=k[A]2[B]0=k[A]2

즉 B 는 속도식에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무슨 뜻인가. B 는 반응에 참여하지만 속도를 정하는 단계에는 끼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뒤에서 볼 메커니즘의 언어로 말하면, B 가 참여하는 단계가 이미 충분히 빨라서 전체 속도를 붙잡지 않는다.

흔한 실제 예가 하나 있다. 표면 촉매 위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촉매 표면이 반응물로 꽉 차 있는 동안 0차가 된다. 반응물을 더 넣어도 앉을 자리가 없으니 속도가 늘지 않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이런 조건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이 예는 앞에서 못 박은 사실을 다시 보여 준다. 반응식만 보고서는 B 의 차수가 0 이라는 것을 도저히 알 수 없다. 실험이 답을 정한다.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남는가

속도식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빠른가"를 말해 준다. 그런데 실전에서 알고 싶은 것은 대개 다른 질문이다. 한 시간 뒤에 얼마나 남아 있는가.

두 질문을 잇는 것이 적분 속도식이다. 이름 그대로 미적분으로 유도하지만, 이 문서에서는 결과만 받아 쓴다. 결과를 쓰는 데는 미적분이 필요 없다.

차수속도식적분 속도식직선이 되는 축반감기
0차v=k[A]=[A]0kt[A]t[A]0/2k
1차v=k[A]ln[A]=ln[A]0ktln[A]tln2/k
2차v=k[A]21/[A]=1/[A]0+kt1/[A]t1/(k[A]0)

여기 나온 ln 은 13장에서 도입한 자연로그다. 밑이 10 이 아니라 e=2.718 일 뿐 성질은 상용로그와 똑같고, 환산은 곱셈 하나였다. lnx=2.303logx, ln2=0.693. 이 절의 계산은 전부 이 두 줄로 처리한다.

네 번째 열이 이 절의 핵심 도구다. 차수를 모를 때는 자료를 세 가지 축에 그려 보고, 직선이 되는 축을 고르면 된다.

같은 자료를 세 축에 그렸다. 가운데 ln p 만 직선이므로 1차 반응이다. 미적분 없이 차수를 정하는 실용적인 방법이고, 덤으로 기울기에서 k 까지 나온다
<같은 자료를 세 축에 그렸다. 가운데 ln p 만 직선이므로 1차 반응이다. 미적분 없이 차수를 정하는 실용적인 방법이고, 덤으로 기울기에서 k 까지 나온다>[원본 보기]

직선이 되면 기울기가 곧 ±k 다. 차수 판정과 속도상수 결정이 그래프 한 장에서 동시에 끝난다.

반감기도 차수마다 성질이 다르다. 특히 1차 반응의 반감기는 처음 농도와 무관하다.

1차에서는 반감기 간격이 언제나 같지만 2차에서는 자꾸 길어진다. 반감기가 일정한지 보는 것만으로도 1차 여부를 가릴 수 있다
<1차에서는 반감기 간격이 언제나 같지만 2차에서는 자꾸 길어진다. 반감기가 일정한지 보는 것만으로도 1차 여부를 가릴 수 있다>[원본 보기]

1차의 반감기가 일정하다는 사실에서 아주 쓸모 있는 계산법이 나온다. 반감기를 n 번 지나면 남는 양은 처음의 1/2n 이다. n 이 정수인 문제라면 로그를 쓸 필요가 없다.

예제 172

어떤 기체의 분해 반응을 부분압력으로 추적해 다음 자료를 얻었다. (가) 차수를 정하고 (나) k 를 구하고 (다) 반감기를 구하라.

t (min)0246810
p (kPa)10060.736.822.313.58.2
풀이 보기

(가) 세 축을 시험한다. 먼저 자연로그를 취해 본다.

t (min)0246810
ln p4.6054.1063.6053.1052.6032.104

이웃한 값의 차이를 보면 0.499, 0.501, 0.500, 0.502, 0.499일정하다. 같은 시간 간격에 같은 양만큼 줄었으니 직선이다. 따라서 1차 반응이다.

확인 삼아 다른 축도 보자. p 자체는 10060.736.8 로 차이가 39.3, 23.9 로 줄어드니 직선이 아니다. 1/p0.01000.01650.0272 로 차이가 0.0065, 0.0107 로 늘어나니 역시 직선이 아니다.

(나) 1차의 적분 속도식은 lnp=lnp0kt 이므로 기울기가 k 다.

k=4.6052.104010 의 절댓값=2.50110=0.250min1

단위가 min1 로 1차와 맞는다.

(다) t1/2=ln2k=0.6930.250=2.77min

검산해 보자. 처음 100kPa 이었으니 2.77min 뒤에 50kPa 이어야 한다. 표에서 t=2 에 60.7, t=4 에 36.8 이므로 50 은 그 사이다. 맞는다.

두 점만으로 기울기를 잡았는데 괜찮은가. 여기서는 중간 점들도 모두 같은 직선 위에 있음을 이미 확인했으므로 괜찮다. 실제 실험 자료라면 모든 점에 직선을 맞춰 기울기를 구하는 편이 오차에 강하다.

예제 173

앞 반응에서 (가) 처음의 10% 만 남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나) 처음의 6.25% 만 남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구하라. k=0.250min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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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수 개의 반감기가 아니므로 로그가 필요하다. 적분 속도식을 비의 꼴로 바꿔 쓴다.

lnp0p=kt

p/p0=0.10 이므로 p0/p=10 이고

ln10=2.303=(0.250)tt=2.3030.250=9.21min

(나) 이번에는 로그를 쓸 필요가 없다. 6.25%=0.0625=1/16=1/24 이므로 반감기를 정확히 4번 지난 것이다.

t=4t1/2=4(2.77)=11.1min

로그로 풀어도 같은지 확인하자. ln16=2.773 이므로 t=2.773/0.250=11.1min 이다. 맞는다.

요령을 정리하면 이렇다. 남은 비율이 1/2, 1/4, 1/8, 1/16 처럼 2의 거듭제곱이면 반감기를 세는 편이 빠르고, 그렇지 않으면 로그를 쓴다.

그리고 (가)의 답에 눈여겨볼 것이 있다. 90% 를 없애는 데 9.21분이 걸렸다. 반감기가 2.77분이니 반감기의 약 3.3배다. 1차 반응에서 "90% 제거"에 걸리는 시간은 늘 반감기의 3.32배다. 처음 농도가 얼마든 마찬가지다.

예제 174

2NO22NO+O2NO2 에 대해 2차이고 어떤 온도에서 k=0.543L/(mols) 이다(주어진 값). 처음 농도가 0.0100mol/L 일 때 (가) 100s 뒤의 농도, (나) 첫 번째와 두 번째 반감기를 각각 구하라.

풀이 보기

(가) 2차의 적분 속도식에 그대로 넣는다.

1[A]=1[A]0+kt=10.0100+(0.543)(100)=100+54.3=154.3 L/mol

[A]=1154.3=6.48×103mol/L

(나) 첫 번째 반감기는 공식에 넣는다.

t1/2=1k[A]0=1(0.543)(0.0100)=184s

두 번째 반감기는 시작 농도가 0.00500mol/L 이므로

t1/2=1(0.543)(0.00500)=368s

정확히 두 배로 늘었다. 2차 반응의 반감기는 처음 농도에 반비례하므로, 농도가 절반이 될 때마다 반감기가 두 배가 된다.

이것이 실용적으로 뜻하는 바가 있다. 2차 반응은 끝을 보기가 아주 어렵다. 마지막 몇 퍼센트를 없애는 데 앞의 대부분을 없앤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오염 물질 제거 반응이 2차라면 완전 제거는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1차와 견주면 차이가 분명하다. 1차라면 반감기가 늘 같아 10번을 지나도 같은 간격이고, 그때 남는 양은 1/1024 다.

보충 — 1차 적분 속도식은 왜 지수 꼴인가

미적분 없이도 ln[A]=ln[A]0kt 의 모양을 납득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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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반응의 속도식 v=k[A] 를 말로 옮기면 이렇다. 남아 있는 양에 비례해서 줄어든다. 곧 "단위 시간마다 남은 것의 일정 비율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아주 짧은 시간 Δt 를 생각하자. 그동안 사라지는 비율은 kΔt농도와 무관한 고정된 값이다. 그러므로 남는 비율은 (1kΔt) 다.

같은 길이의 구간을 N 개 이어 붙이면 매 구간마다 같은 비율이 곱해진다.

[A][A]0=(1kΔt)N

곱셈이 반복되는 꼴이므로 로그를 취하면 덧셈이 된다. 13장에서 본 규칙 그대로다.

log[A][A]0=Nlog(1kΔt)

오른쪽은 NΔt=t 에 비례하는 양이므로, 결국 로그를 취한 농도가 시간에 대해 직선이 된다. 이것이 적분 속도식의 모양이다.

밑을 e 로 잡으면 비례상수가 정확히 k 가 되어 표의 식이 나온다. 왜 하필 e 인지가 미적분이 필요한 유일한 대목인데, 결과를 쓰는 데는 몰라도 된다. 그래도 궁금하면 /posts/fundamental/elementary-mathematics.html > 자연상수 e 와 자연로그 에 "접선의 기울기가 1 이 되는 유일한 밑"이라는 답이 있다.

반감기가 처음 농도와 무관한 이유도 여기서 보인다. 매번 같은 비율이 곱해지므로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 같다. 출발이 100이든 1이든 절반까지 가는 데 같은 수만큼 곱해야 한다.

온도와 활성화 에너지

냉장고에 음식을 넣는 이유, 압력솥이 빠른 이유, 그리고 온도를 10C 올리면 대체로 반응이 두 배쯤 빨라진다는 경험칙이 모두 한 가지 사실에서 나온다. k 가 온도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부딪히기만 해서는 반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응이 되려면 두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 활성화 에너지를 넘을 만큼의 에너지, 그리고 끊을 결합과 만들 결합이 한 줄에 놓이는 방향
<반응이 되려면 두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 활성화 에너지를 넘을 만큼의 에너지, 그리고 끊을 결합과 만들 결합이 한 줄에 놓이는 방향>[원본 보기]

반응이 일어나려면 먼저 결합을 끊어야 하고, 그러려면 에너지가 든다. 그 "넘어야 하는 언덕"이 활성화 에너지 Ea 다(단위 kJ/mol).

Ea 는 반응이 얼마나 빠른지를, 시작과 끝의 높이 차이 ΔH 는 열이 나가는지 들어오는지를 정한다. 두 양은 서로 무관하며, 발열 반응이라고 반드시 빠르지는 않다
<Ea 는 반응이 얼마나 빠른지를, 시작과 끝의 높이 차이 ΔH 는 열이 나가는지 들어오는지를 정한다. 두 양은 서로 무관하며, 발열 반응이라고 반드시 빠르지는 않다>[원본 보기]

언덕 꼭대기의 불안정한 상태를 전이 상태 또는 활성화 착물이라 한다. 잡아 둘 수 없고 결합이 끊어지는 중이자 만들어지는 중인 상태다.

그런데 같은 온도의 분자들이 모두 같은 에너지를 갖는 것은 아니다. 7장에서 본 대로 제각각이고, 그 분포의 꼬리 쪽에 있는 일부만 언덕을 넘을 수 있다.

온도를 조금만 올려도 Ea 오른쪽의 넓이는 크게 늘어난다. 평균 에너지는 조금 올랐는데 속도가 몇 배로 뛰는 이유가 이것이다
<온도를 조금만 올려도 Ea 오른쪽의 넓이는 크게 늘어난다. 평균 에너지는 조금 올랐는데 속도가 몇 배로 뛰는 이유가 이것이다>[원본 보기]

이 두 조건(에너지와 방향)을 하나의 식으로 묶은 것이 아레니우스 식이다.

k=AeEa/RT

A 는 빈도 인자로 부딪히는 횟수와 방향이 맞을 확률을 담고 있고, 지수 항이 "언덕을 넘을 만한 에너지를 가진 비율"이다. 이 지수 때문에 k 가 온도에 그토록 민감하다.

그대로 쓰기는 불편하므로 13장처럼 로그를 취해 직선으로 만든다.

lnk=lnAEaR1T

가로축을 1/T 로 잡으면 직선이 된다. 기울기가 −Ea/R 이므로 서로 다른 두 온도에서 k 를 재는 것만으로 활성화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
<가로축을 1/T 로 잡으면 직선이 된다. 기울기가 −Ea/R 이므로 서로 다른 두 온도에서 k 를 재는 것만으로 활성화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원본 보기]

실전에서는 두 온도의 자료만 있어도 된다. 두 식을 빼면 lnA 가 사라진다.

lnk2k1=EaR(1T11T2)

괄호 안의 순서가 헷갈리기 쉽다.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T2>T1 이면 k2>k1 이어야 하므로 왼쪽이 양수여야 하고, 그러려면 괄호 안도 양수여야 한다. 1/T1>1/T2 이므로 위 순서가 맞다.

예제 176

어떤 반응의 속도상수가 300K 에서 2.0×103s1, 350K 에서 3.0×102s1 이다(주어진 값). 활성화 에너지를 구하라.

풀이 보기

두 점 아레니우스 식에 그대로 넣는다. 먼저 왼쪽부터.

k2k1=3.0×1022.0×103=15

ln15=2.303×log15=2.303×1.176=2.708

오른쪽 괄호를 계산한다.

13001350=3.3333×1032.8571×103=4.762×104K1

이제 Ea 에 대해 푼다.

Ea=Rln(k2/k1)1/T11/T2=(8.314)(2.708)4.762×104=22.514.762×104=4.73×104J/mol

Ea=47.3kJ/mol

답이 말이 되는가. 보통의 화학 반응은 40 에서 200kJ/mol 사이의 활성화 에너지를 갖는다. 47 은 그 범위의 낮은 쪽으로, 온도 50 K 차이에 속도가 15배가 되는 정도의 민감도와 어울린다.

단위 점검도 해 두자. RJ/(molK) 이고 분모가 K1 이므로 J/(molK)÷K1=J/mol 이다. 맞는다. 마지막에 kJ 로 바꿔 적는 것을 잊지 말 것.

예제 177

"온도를 10C 올리면 반응 속도가 약 두 배가 된다"는 경험칙이 있다. Ea=50kJ/mol 인 반응이 300K 에서 310K 로 갈 때 실제로 몇 배가 되는지 확인하라.

풀이 보기

같은 식을 이번에는 비를 구하는 쪽으로 쓴다.

lnk2k1=500008.314(13001310)

괄호를 먼저 계산한다.

13001310=3.3333×1033.2258×103=1.075×104

lnk2k1=(6014)(1.075×104)=0.647

상용로그로 바꿔 되돌린다.

logk2k1=0.6472.303=0.281k2k1=100.2811.9

약 1.9배다. 경험칙이 대체로 맞는다.

다만 이 경험칙은 Ea 가 50 근처이고 온도가 상온 근처일 때만 통한다. Ea100kJ/mol 이라면 같은 계산에서 약 3.7배가 나오고, Ea 가 아주 작으면 1.2배밖에 안 된다. 그리고 고온에서는 같은 10 K 라도 1/T 의 변화가 작아 효과가 줄어든다.

실용적인 뜻을 짚어 두자. 냉장고가 4C 인 이유가 여기 있다. 상온보다 약 20 K 낮으니 부패 반응이 4분의 1 아래로 느려진다. 냉동실은 더 낮아 훨씬 오래 간다.

흔한 오해

다음 두 진술은 각각 맞는가? (가) "발열 반응은 에너지를 내놓으니 흡열 반응보다 빠르다." (나) "온도를 올리면 k 가 커지니 수득률도 올라간다."

풀이 보기

(가) 틀렸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양을 섞은 것이다.

속도를 정하는 것은 언덕의 높이 Ea 이고, 발열이냐 흡열이냐를 정하는 것은 시작과 끝의 높이 차이 ΔH 다. 반응 좌표 그림에서 둘은 완전히 다른 세로 거리다.

실제 반례가 흔하다. 수소와 산소가 물이 되는 반응은 대단히 발열인데도 상온에서는 사실상 일어나지 않는다. Ea 가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얼음이 녹는 것은 흡열인데도 순식간이다.

(나) 이것도 틀렸다. 두 개의 다른 질문을 섞었다.

온도를 올리면 k 가 커져 빨라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수득률은 12장의 평형상수 K 가 정한다. 그리고 K 의 온도 의존성은 ΔH 의 부호에 달려 있다.

발열 반응이라면 온도를 올릴 때 K작아져 수득률이 오히려 떨어진다. 르샤틀리에가 말하는 그대로다.

그래서 공업에서는 늘 타협을 한다. 암모니아 합성은 발열이라 저온이 수득률에 유리하지만, 저온에서는 너무 느려 쓸 수 없다. 그래서 중간 온도를 잡고 촉매로 속도를 보충한다.

두 진술을 바로잡아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열역학이 "어디까지"를 정하고 속도론이 "언제"를 정한다. 둘은 서로의 답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반응 메커니즘과 촉매

앞에서 미뤄 둔 질문으로 돌아온다. 왜 차수를 반응식에서 읽을 수 없는가.

답은 이렇다. 대부분의 반응은 한 번에 일어나지 않고 여러 개의 단계(elementary step)를 거친다. 반응식은 그 전체를 뭉뚱그린 요약일 뿐이다.

단계 하나하나는 실제로 일어나는 충돌이므로, 단계에 대해서는 계수가 곧 차수다. 이것이 유일한 예외다.

전체 반응식에서 속도식으로 곧장 갈 수 없다. 속도식은 실험으로 얻고, 메커니즘은 그 속도식을 설명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전체 반응식에서 속도식으로 곧장 갈 수 없다. 속도식은 실험으로 얻고, 메커니즘은 그 속도식을 설명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원본 보기]

여러 단계 중에 유난히 느린 단계가 있으면 전체 속도가 그 단계에 붙들린다. 이것을 속도결정단계라 한다. 좁은 길목이 전체 통행량을 정하는 것과 같다.

메커니즘이 받아들여지려면 두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1. 단계를 모두 더하면 전체 반응식이 되어야 한다.
  2. 속도결정단계에서 얻은 속도식이 실험 속도식과 같아야 한다.

통과했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다. 같은 속도식을 주는 다른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다. 메커니즘은 반증할 수 있을 뿐 증명할 수 없다.

두 가지를 구분해 두자. 중간체는 중간 단계에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라 전체 반응식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촉매는 반대로 앞 단계에서 소모되었다가 뒤 단계에서 되돌아 나오므로, 전체 반응식에는 없지만 속도식에는 나타날 수 있다.

촉매가 하는 일은 하나뿐이다. 활성화 에너지가 낮은 다른 길을 열어 준다.

촉매는 언덕을 낮추지만 출발점과 도착점의 높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ΔH 도 평형상수도 변하지 않는다
<촉매는 언덕을 낮추지만 출발점과 도착점의 높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ΔH 도 평형상수도 변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촉매는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를 똑같은 배로 키운다. K=k/k 이므로 평형상수가 변하지 않는다. 평형에 더 빨리 도달할 뿐 더 멀리 가지 않는다.

예제 179

반응 2NO2+F22NO2F 의 실험 속도식이 v=k[NO2][F2] 였다. 다음 메커니즘이 이 속도식과 맞는지 검사하라.

1단계 (느림): NO2+F2NO2F+F

2단계 (빠름): NO2+FNO2F

풀이 보기

검사 1: 더하면 전체 반응식이 되는가.

NO2+F2+NO2+FNO2F+F+NO2F

양변에서 F 를 지우면

2NO2+F22NO2F

전체 반응식과 같다. 통과.

검사 2: 속도결정단계의 속도식이 실험과 맞는가.

느린 단계는 1단계다. 단계에 대해서는 계수가 곧 차수이므로

v=k[NO2][F2]

실험 속도식과 같다. 통과.

두 검사를 모두 통과했으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증명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셋 있다.

첫째, 전체 반응식의 NO2 계수는 2인데 속도식의 차수는 1이다. 느린 단계에 NO2 가 하나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는 이미 빠른 2단계에서 소모되므로 속도를 붙잡지 않는다.

둘째, F 는 1단계에서 생겨 2단계에서 사라진다. 전형적인 중간체이고 전체 반응식에도 속도식에도 없다.

셋째, 만약 실험 속도식이 v=k[NO2]2[F2] 였다면 이 메커니즘은 버려야 한다. 그것이 메커니즘 연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예제 180

성층권에는 산소 분자가 자외선에 쪼개져 생긴 산소 원자 O 가 늘 조금씩 떠 있다. 그것이 오존과 만나 없어지는 반응 O3+O2O2 는 염소 원자가 있으면 크게 빨라진다. 제안된 경로는 다음과 같다. (가) 앞 예제의 검사 1 을 이 메커니즘에도 적용하라. (나) 염소 원자는 중간체인가 촉매인가? (다) 염소 원자 하나가 오존 분자 하나만 없애는가?

1단계: Cl+O3ClO+O2

2단계: ClO+OCl+O2

풀이 보기

(가) 두 단계를 그대로 더한다.

Cl+O3+ClO+OClO+O2+Cl+O2

양변에 함께 있는 ClClO 를 지우면

O3+O2O2

전체 반응식과 같다. 통과. 원자 수로 검산하면 왼쪽이 산소 4개, 오른쪽도 4개다.

(나) 판정 기준은 언제 나타나고 언제 사라지는가다.

Cl 은 1단계에서 소모되었다가 2단계에서 다시 나온다. 시작 전에도 있었고 끝난 뒤에도 있다. 따라서 촉매다.

ClO 는 반대다. 1단계에서 생겨 2단계에서 사라진다. 중간체다. (가)에서 두 물질이 나란히 지워진 것이 바로 이 사정을 보여 준다. 촉매는 들어간 만큼 나오니 지워지고, 중간체는 생긴 만큼 없어지니 지워진다.

(다) 아니다. 이것이 이 반응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촉매는 소모되지 않으므로 2단계를 마친 염소 원자가 다시 1단계로 돌아가 또 다른 오존을 공격한다. 같은 염소 원자 하나가 이 순환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므로 아주 적은 양의 염소가 아주 많은 오존을 없앨 수 있다. 냉매로 쓰이던 물질에서 나온 미량의 염소가 오존층에 큰 구멍을 낸 것이 이 때문이고, 그래서 국제 협약으로 그 물질의 생산을 금지했다.

촉매의 정의를 다시 새겨 보자. 반응을 빠르게 하지만 자신은 소모되지 않는다. 좋은 쪽으로 쓰면 산업의 근간이 되고, 나쁜 쪽으로 작동하면 이렇게 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v반응 속도mol/(L·s)계수로 나눈 값. 어느 물질로 재든 같다
k속도상수차수마다 다르다농도와 무관. 온도에만 의존한다
차수reaction order없음실험으로 정한다. 계수와 무관하다
t1/2반감기s, min, …1차에서만 처음 농도와 무관하다
Ea활성화 에너지kJ/mol넘어야 하는 언덕의 높이. ΔH 와 별개
A빈도 인자k 와 같다부딪히는 횟수와 방향이 맞을 확률
전이 상태transition state언덕 꼭대기. 잡아 둘 수 없다
중간체intermediate생겼다 사라진다. 전체 반응식에 없다
촉매catalyst소모되지 않는다. Ea 만 낮추고 K 는 그대로
속도결정단계rate-determining step가장 느린 단계가 전체 속도를 붙든다

차수를 판정하고 계산하는 길도 모은다.

상황방법
여러 실험의 초기 속도 자료가 있다한 농도만 바꿔 속도가 몇 배가 되는지 본다
한 실험의 농도-시간 자료가 있다[A], ln[A], 1/[A] 세 축에 그려 직선이 되는 것을 고른다
직선을 찾았다기울기가 ±k 다. 단위로 차수를 검산한다
남은 비율이 2의 거듭제곱이다반감기 횟수를 센다. 로그가 필요 없다
그렇지 않다적분 속도식에 로그를 쓴다
두 온도의 k 를 안다두 점 아레니우스 식으로 Ea 를 구한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반응식의 계수를 차수로 쓴다차수는 실험으로만 정해진다. 단계 하나에 대해서만 계수 = 차수
속도를 계수로 나누는 것을 잊는다어느 물질로 재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k 의 단위를 늘 같다고 본다전체 차수마다 다르다. 검산 도구로 쓸 것
2차 반응의 반감기를 일정하다고 본다농도가 줄면 반감기가 길어진다. 1차만 일정하다
발열이면 빠르다고 본다속도는 Ea 가, 열출입은 ΔH 가 정한다
촉매가 수득률을 올린다고 본다K 는 변하지 않는다. 평형에 빨리 갈 뿐이다
아레니우스 식에서 온도를 섭씨로 넣는다T 는 반드시 켈빈이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속도는 실험으로만 알 수 있고, 그 실험 결과를 담는 그릇이 속도식과 k 다. 그리고 온도와 촉매는 Ea 를 통해 k 를 바꾼다.

지금까지 열두 장에 걸쳐 무기 화학의 뼈대를 세웠다. 다음 장부터는 그 뼈대를 특별한 원소 하나에 적용한다. 탄소다. 탄소 하나가 만드는 화합물의 수가 나머지 모든 원소가 만드는 것보다 많고, 그래서 따로 이름이 붙었다.

유기화학 입문

지금까지 알려진 화합물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가 탄소를 품고 있다. 원소 하나가 나머지 전부보다 많은 화합물을 만든다. 그래서 탄소 화합물의 화학에는 따로 이름이 붙었다. 유기화학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왜 하필 탄소인가, 수많은 탄소 화합물을 어떻게 분류하는가, 이름은 어떻게 붙이는가, 그리고 분자식이 같은데 다른 물질이 왜 그렇게 많은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6장의 루이스 구조·VSEPR·혼성 오비탈, 5장의 전기음성도, 13장의 산과 염기다. 새 수학은 없고, 이 장은 보는 눈을 기르는 장이다.

이 장의 목표는 유기화학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따로 공부할 때의 발판을 놓는 것이다. 유기화학은 그 자체로 한 권짜리 과목이다.

탄소가 특별한 이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결합의 개수, 하나는 결합의 세기다.

첫째, 원자가가 4다. 최외각 전자가 4개라 전자를 4개 더 받아야 옥텟이 찬다. 그래서 언제나 결합을 정확히 네 개 만든다. 이 네 개가 사면체 방향으로 뻗는다.

단일결합만 가진 탄소는 평면이 아니라 사면체다. 종이에 그린 그림에 속으면 안 된다. 이 입체성이 뒤에 나올 거울상 이성질체의 뿌리다
<단일결합만 가진 탄소는 평면이 아니라 사면체다. 종이에 그린 그림에 속으면 안 된다. 이 입체성이 뒤에 나올 거울상 이성질체의 뿌리다>[원본 보기]

6장의 언어로 말하면 sp3 혼성이고 결합각이 약 109.5 다. 이중결합이 있으면 sp2(평면, 120), 삼중결합이면 sp(직선, 180)가 된다.

둘째, CC 결합이 알맞게 튼튼하다. 탄소는 자기 자신과 사슬·가지·고리를 끝없이 이을 수 있다. 이것을 연쇄성(catenation)이라 한다.

왜 다른 원소는 못 하는가. 규소도 원자가가 4이고 같은 족인데, SiSi 결합은 CC 보다 훨씬 약해서 긴 사슬이 물이나 산소를 만나면 곧 끊어진다. 탄소는 상온에서 안정할 만큼 튼튼하면서 생체 조건에서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약하다. 이 균형이 생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분류다.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화합물을 탄화수소라 하고, 탄소끼리 무엇으로 이어졌느냐로 갈린다.

결합이 여러 겹일수록 두 탄소가 가까워지고 그 축을 돌 수 없게 된다. 벤젠은 단일과 이중이 번갈아 있는 것처럼 그리지만 여섯 결합의 길이가 모두 같다
<결합이 여러 겹일수록 두 탄소가 가까워지고 그 축을 돌 수 없게 된다. 벤젠은 단일과 이중이 번갈아 있는 것처럼 그리지만 여섯 결합의 길이가 모두 같다>[원본 보기]
분류일반식탄소-탄소 결합보기성질
알케인 (alkane)CₙH₂ₙ₊₂단일결합메테인, 에테인포화. 반응성이 낮다
알켄 (alkene)CₙH₂ₙ이중결합 하나에텐, 프로펜불포화. 첨가 반응
알카인 (alkyne)CₙH₂ₙ₋₂삼중결합 하나에타인불포화. 직선형
사이클로알케인CₙH₂ₙ고리, 단일결합사이클로헥세인고리에 변형이 있을 수 있다
방향족 (aromatic)π 전자가 퍼져 있다벤젠, 톨루엔유난히 안정. 치환을 선호

벤젠이 왜 따로 분류되는지 짚어 두자. 6장에서 본 대로 벤젠의 π 전자는 특정 두 탄소 사이에 갇혀 있지 않고 고리 전체에 퍼져 있다. 퍼지면 에너지가 크게 낮아지므로 벤젠은 대단히 안정하다. 그래서 알켄과 달리 첨가 반응을 꺼린다. 첨가하면 그 안정성을 잃기 때문이다.

분자식만 보고 "고리와 다중결합이 모두 몇 개인가"를 셀 수 있는 편리한 도구가 있다. 불포화도다.

DoU=2c+2+nhx2(CcHhNnOoXx)

산소는 식에 들어가지 않는다. 산소는 결합을 두 개 만들면서 사슬 중간에 끼어드는 것뿐이라 수소 수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이중결합 하나와 고리 하나가 각각 1을, 삼중결합 하나가 2를 기여한다.

예제 181

다음 분자식의 불포화도를 구하고 어떤 구조가 가능한지 말하라. (가) C5H12 (나) C6H6 (다) 아스피린 C9H8O4

풀이 보기

(가) c=5, h=12 이다.

DoU=2(5)+2122=02=0

0이므로 고리도 다중결합도 없다. 사슬 모양의 알케인뿐이다. 일반식 CnH2n+2n=5 를 넣으면 C5H12 로 맞는다.

(나) DoU=2(6)+262=82=4

4개다. 벤젠이라면 고리 1 + 이중결합 3 으로 정확히 4다. 다만 불포화도만으로는 벤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고리 없이 삼중결합 둘에 이중결합 하나인 사슬도 DoU=4 다. 무엇인지 가리려면 다른 정보가 있어야 한다.

(다) 산소는 세지 않는다. c=9, h=8 이다.

DoU=2(9)+282=122=6

6개다. 아스피린에는 벤젠 고리(4)와 C=O 결합 둘(2)이 있어 합이 6이다. 맞는다.

이 계산의 실용적인 쓸모가 여기 있다. 구조를 그려 놓고 불포화도가 분자식과 맞는지 확인하는 검산 도구다. 어긋나면 그린 구조가 틀린 것이다.

예제 182

에테인 C2H6 은 두 탄소를 잇는 축을 자유롭게 돌 수 있는데 에텐 C2H4 는 돌 수 없다. 왜 그런가? 그리고 이 차이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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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의 σ 결합과 π 결합의 차이에서 답이 나온다.

단일결합은 σ 결합 하나다. σ 결합은 두 오비탈이 축을 따라 정면으로 겹친 것이라, 축을 돌려도 겹침이 그대로다. 그래서 회전에 저항이 거의 없다.

이중결합은 σ 하나에 π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π 결합은 오비탈이 축의 옆에서 나란히 겹친 것이라, 축을 돌리면 그 나란함이 깨져 결합이 끊어진다. 끊으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상온에서는 사실상 돌지 못한다.

왜 중요한가. 돌 수 없으면 배치가 고정되고, 고정되면 서로 다른 물질이 갈라져 나온다.

에테인에서 수소 하나를 각각 염소로 바꾼 CH2ClCH2Cl 는 축을 돌려 두 염소를 가깝게도 멀게도 만들 수 있으므로 한 가지 물질이다.

반면 에텐에서 같은 치환을 하면 두 염소가 같은 쪽에 있는 것과 반대쪽에 있는 것이 서로 다른 물질로 나뉜다. 끓는점도 쌍극자 모멘트도 다르다.

이것이 뒤에 나올 시스-트랜스 이성질체다.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분자가 빛을 받아 시스에서 트랜스로 바뀌는 것이 우리가 무언가를 보는 과정의 첫걸음이다.

작용기 — 성질을 정하는 부분

탄소 골격만 놓고 보면 알케인은 서로 비슷하다. 길이만 다를 뿐이다. 물질의 성격을 크게 갈라놓는 것은 골격에 붙은 작용기(functional group)다.

산소 하나가 어디에 어떻게 붙었느냐로 알코올·에터·알데하이드·케톤·카복실산·에스터가 갈린다. R 은 나머지 탄소 골격을 뭉뚱그린 기호다
<산소 하나가 어디에 어떻게 붙었느냐로 알코올·에터·알데하이드·케톤·카복실산·에스터가 갈린다. R 은 나머지 탄소 골격을 뭉뚱그린 기호다>[원본 보기]
작용기구조이름 붙일 때보기성질
알코올R–OH-올에탄올수소결합. 물에 잘 녹는다
에터R–O–R′-에터다이에틸에터수소결합 주개가 없다. 비활성 용매
알데하이드R–CHO-알에탄알쉽게 산화되어 카복실산이 된다
케톤R–CO–R′-온프로판온알데하이드보다 산화에 강하다
카복실산R–COOH-산에탄산약산. 13장의 Ka 계산 대상
에스터R–COO–R′-오에이트에틸에탄오에이트과일 향의 주성분
아민R–NH₂-아민메틸아민약염기. 질소의 비공유 전자쌍
아마이드R–CO–NH₂-아마이드아세트아마이드단백질의 펩타이드 결합
할로젠화알킬R–X할로-클로로메테인치환 반응의 출발 물질

작용기를 아는 것이 왜 강력한가. 골격이 아무리 길고 복잡해도 작용기가 같으면 반응이 닮기 때문이다. 수만 가지 화합물을 열몇 갈래로 줄여 주는 도구다.

앞 장들과 이어지는 대목도 있다. 카복실산은 13장의 약산이고 Ka 를 갖는다. 아민은 암모니아처럼 약염기다. 알코올은 6장의 수소결합 때문에 비슷한 크기의 탄화수소보다 끓는점이 훨씬 높다.

예제 183

분자량이 비슷한 세 물질의 끓는점이 다음과 같다. 프로페인 C3H8 42C, 다이메틸에터 CH3OCH3 24C, 에탄올 C2H5OH 78C (주어진 값). 순서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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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자량은 각각 44, 46, 46 으로 거의 같다. 그러므로 분산력의 크기는 비슷하고, 차이는 분자간 힘의 종류에서 온다. 6장의 내용이다.

프로페인. 탄소와 수소뿐이라 전기음성도 차이가 거의 없다. 분산력만 있다. 가장 낮다.

다이메틸에터. 산소가 있어 분자에 쌍극자가 생긴다. 쌍극자-쌍극자 힘이 더해져 프로페인보다 높다.

에탄올. 산소에 수소가 직접 붙어 있다. 이 OH 가 다른 분자의 산소와 수소결합을 만든다. 그래서 압도적으로 높다.

요점은 이것이다. 에터와 알코올은 원자 구성이 같은데(C2H6O) 끓는점이 100도 넘게 차이 난다. 같은 원자를 어떻게 이었느냐만으로 성질이 이만큼 갈린다.

여기서 알코올이 물에 잘 녹는 이유도 나온다. 물과 수소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탄소 사슬이 길어지면 그 부분이 물을 밀어내므로, 뷰탄올쯤부터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같은 작용기라도 골격의 길이가 정도를 조절한다.

예제 184

아세트산 CH3COOHpKa 는 약 4.7 이고 에탄올 C2H5OH 의 것은 약 16 이다(주어진 값). 둘 다 OH 를 가졌는데 왜 산의 세기가 이렇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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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의 기준으로 보면 pKa 가 작을수록 강한 산이다. 아세트산이 에탄올보다 약 1011 배 강한 산이다.

산의 세기를 정하는 것은 양성자를 잃고 남은 짝염기가 얼마나 안정한가다. 짝염기가 안정할수록 양성자를 놓기 쉽다.

아세트산이 양성자를 잃으면 CH3COO 가 된다. 여기서 남은 음전하는 두 산소에 나뉘어 퍼진다.CO 결합의 길이가 실제로 같게 측정되는데, 6장의 공명으로 설명되는 현상이다. 전하가 퍼지면 안정하다.

에탄올이 양성자를 잃으면 C2H5O 가 된다. 음전하가 산소 하나에 몰려 있다. 퍼질 곳이 없다. 불안정하므로 양성자를 잘 놓지 않는다.

여기서 유기화학의 사고 방식이 드러난다. 구조를 보고 전하가 어디로 퍼질 수 있는지를 살피면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유기화학을 암기 과목이 아니게 만드는 열쇠다.

덧붙이면, 아세트산의 OH 옆에 전기음성도가 큰 원자를 더 붙일수록 산이 강해진다. 클로로아세트산이 아세트산보다 강한 산인 것이 그 예다. 염소가 전자를 끌어당겨 음전하를 더 흩어 주기 때문이다.

이름 붙이기

화합물이 수천만 가지인데 이름을 하나씩 붙일 수는 없다. 그래서 구조에서 이름이 나오고 이름에서 구조가 복원되는 규칙을 만들었다. IUPAC 명명법이다.

기본 골격은 탄소 개수로 정해진다. 이 어간만 외우면 나머지는 규칙이다.

탄소 수12345678910
어간메트에트프로프뷰트펜트헥스헵트옥트데크
알케인메테인에테인프로페인뷰테인펜테인헥세인헵테인옥테인노네인데케인

붙이는 절차는 넷이다.

  1. 주사슬을 고른다. 가장 긴 탄소 사슬이다. 작용기가 있으면 그것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2. 접미사를 정한다. 단일결합만이면 -에인, 이중결합이 있으면 -엔, 삼중결합이면 -아인, 작용기가 있으면 그 작용기의 접미사를 쓴다.
  3. 번호를 매긴다. 주사슬의 어느 끝에서 셀지는 작용기나 다중결합이 더 작은 번호를 받는 쪽으로 정한다. 그런 것이 없으면 가지가 작은 번호를 받는 쪽이다.
  4. 가지를 접두사로 붙인다. 번호와 함께 적고, 여러 종류면 가나다순으로 늘어놓는다. 같은 가지가 여럿이면 다이·트라이·테트라를 붙인다.

규칙 3이 가장 자주 틀리는 곳이다. 번호는 이름을 예쁘게 만들려고 매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우선순위로 매긴다.

예제 185

다음 구조의 이름을 붙여라. (가) CH3CH(CH3)CH2CH2CH3 (나) CH3CH2CH(CH3)CH2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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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단계. 가장 긴 사슬을 센다. 괄호 안의 CH3 는 가지이므로 빼면 주사슬은 5개다. 펜테인이다.

2단계. 단일결합만 있으므로 접미사는 -에인 그대로다.

3단계. 번호를 매긴다. 왼쪽에서 세면 가지가 2번 탄소에, 오른쪽에서 세면 4번 탄소에 붙는다. 작은 쪽을 고르므로 왼쪽에서 센다.

4단계. 가지는 탄소 하나짜리이므로 메틸이다.

이름은 2-메틸펜테인이다.

(나) 1단계. 알코올이므로 OH 가 붙은 탄소를 반드시 주사슬에 넣어야 한다. 세어 보면 주사슬이 4개다. 뷰트-.

2단계. 알코올이므로 접미사가 -올이다. 뷰탄올.

3단계. 번호는 OH 가 작은 번호를 받도록 매긴다. OH 쪽 끝에서 세면 1번이다.

4단계. 그러면 메틸 가지가 2번에 온다.

이름은 2-메틸-1-뷰탄올이다.

(나)에서 규칙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반대쪽에서 셌다면 가지가 3번, OH 가 4번이 되어 "가지 번호"는 커지지만 "작용기 번호"는 훨씬 커진다. 작용기가 언제나 먼저다.

예제 186

3-에틸-2-메틸헥세인의 구조를 그리고 분자식을 구하라. 그리고 이 이름이 왜 "2-메틸-3-에틸헥세인"이 아닌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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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거꾸로 읽으면 구조가 나온다.

헥세인이므로 주사슬 탄소가 6개다. 번호를 매겨 늘어놓는다.

C1C2C3C4C5C6

2-메틸이므로 2번 탄소에 CH3 를, 3-에틸이므로 3번 탄소에 C2H5 를 붙인다.

CH3CH(CH3)CH(C2H5)CH2CH2CH3

분자식을 센다. 주사슬 6 + 메틸 1 + 에틸 2 = 탄소 9개다. 가지가 있어도 알케인이므로 일반식 CnH2n+2 를 따라 수소는 20개다.

C9H20

검산으로 불포화도를 보면 (18+220)/2=0 이다. 고리도 다중결합도 없으니 맞는다.

이름의 순서 문제. 규칙 4 에 따라 가지를 가나다순으로 적는다. "에틸"과 "메틸" 중 가나다순으로 앞서는 것은 에틸이다. 그래서 에틸을 먼저 적는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것 하나. 가나다순은 적는 순서만 정하고 번호를 정하지는 않는다. 번호는 규칙 3 으로 이미 정해졌고, 그것을 어떤 차례로 나열할지만 가나다순이 정한다.

이성질체 — 분자식이 같은데 다른 물질

이 장의 첫머리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온다. 탄소 화합물이 그토록 많은 결정적인 이유가 이성질체다.

이성질체(isomer)란 분자식은 같은데 서로 다른 물질인 것들이다. 갈림길은 하나뿐이다.

갈림길은 딱 하나다. 원자가 이어진 순서가 다르면 구조 이성질체, 같으면 입체 이성질체다. 입체 이성질체는 거울상인가로 한 번 더 갈린다
<갈림길은 딱 하나다. 원자가 이어진 순서가 다르면 구조 이성질체, 같으면 입체 이성질체다. 입체 이성질체는 거울상인가로 한 번 더 갈린다>[원본 보기]

구조 이성질체는 원자가 이어진 순서 자체가 다르다. 앞의 예제에서 본 에탄올과 다이메틸에터가 그렇다. 둘 다 C2H6O 인데 끓는점이 100도 넘게 차이 난다. 사실상 남남이다.

탄소 수가 늘면 구조 이성질체의 수가 폭발한다. C4H10 은 2가지, C5H12 는 3가지, C10H22 는 75가지다. 탄소 화합물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

입체 이성질체는 이어진 순서는 같은데 공간 배치가 다르다. 두 갈래가 있다.

첫째는 시스-트랜스 이성질체다. 이중결합이나 고리가 회전을 막을 때 생긴다.

단일결합이라면 돌려서 겹칠 수 있으므로 같은 물질이다. π 결합이 회전을 막기 때문에 둘이 갈라진다
<단일결합이라면 돌려서 겹칠 수 있으므로 같은 물질이다. π 결합이 회전을 막기 때문에 둘이 갈라진다>[원본 보기]

생기는 조건이 있다. 이중결합의 각 탄소에 서로 다른 두 개가 붙어 있어야 한다. 한 탄소에 같은 것이 둘 붙어 있으면 뒤집어도 같은 것이라 갈라지지 않는다.

둘째는 거울상 이성질체다. 이쪽이 훨씬 미묘하다.

두 분자는 결합 순서가 완전히 같은데도 아무리 돌리고 뒤집어도 포갤 수 없다. 왼손과 오른손이 그런 관계다
<두 분자는 결합 순서가 완전히 같은데도 아무리 돌리고 뒤집어도 포갤 수 없다. 왼손과 오른손이 그런 관계다>[원본 보기]

탄소 하나에 서로 다른 네 개가 붙으면 그 탄소를 카이랄 중심이라 하고, 그 분자와 거울에 비친 상은 포갤 수 없는 다른 물질이 된다.

두 거울상은 녹는점·끓는점·밀도·용해도가 모두 같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카이랄 분자와 만나면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 오른손 장갑에 오른손만 맞는 것과 같다.

생체 분자는 거의 전부 카이랄이다. 그래서 약에서 이 차이가 결정적이다. 한쪽은 약효가 있고 다른 쪽은 아무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 있다. 오늘날 신약을 개발할 때 두 거울상을 갈라내는 일에 큰 비용이 드는 이유다.

예제 187

C5H12 의 구조 이성질체를 모두 그리고 이름을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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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포화도가 0 이므로 고리도 다중결합도 없다. 사슬 알케인의 골격 모양만 따지면 된다.

방법은 가장 긴 사슬의 길이를 줄여 가며 세는 것이다.

주사슬 5개. 가지가 없다. 곧은 사슬 하나뿐이다.

CH3CH2CH2CH2CH3 → 펜테인

주사슬 4개. 남은 탄소 1개를 메틸 가지로 붙인다. 붙일 수 있는 자리는 2번뿐이다. 1번이나 4번에 붙이면 사슬이 5개로 늘어나 앞의 것과 같아지고, 3번에 붙이는 것은 반대쪽에서 세면 2번과 같다.

CH3CH(CH3)CH2CH3 → 2-메틸뷰테인

주사슬 3개. 남은 탄소 2개를 붙인다. 각각 메틸로 만들어 가운데 탄소에 둘 다 붙이는 수밖에 없다. 에틸 하나로 붙이면 사슬이 길어진다.

CH3C(CH3)2CH3 → 2,2-다이메틸프로페인

모두 세 가지다.

세는 요령을 정리하면 이렇다. 주사슬을 가장 길게 잡은 것부터 시작해 하나씩 줄이고, 남은 탄소를 가지로 붙일 수 있는 서로 다른 자리를 찾는다. 중복을 걸러내는 것이 관건이고, 뒤집어서 같아지는 것은 하나로 센다.

세 물질의 끓는점은 각각 약 36, 28, 9C 다(주어진 값). 가지가 많을수록 낮다. 6장에서 본 대로, 가지가 많으면 분자가 공처럼 뭉쳐 서로 닿는 넓이가 줄고 분산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예제 188

다음 중 시스-트랜스 이성질체가 존재하는 것은 어느 것인가? (가) CH3CH=CHCH3 (2-뷰텐) (나) CH2=CHCH2CH3 (1-뷰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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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기준은 하나다. 이중결합의 두 탄소 각각에 서로 다른 두 개가 붙어 있는가.

(가) 왼쪽 탄소에는 CH3H 가, 오른쪽 탄소에도 CH3H 가 붙어 있다. 각 탄소에서 두 개가 서로 다르다. 존재한다.

CH3 가 같은 쪽이면 시스, 반대쪽이면 트랜스다.

(나) 왼쪽 탄소를 보자. CH2= 이므로 수소 두 개가 붙어 있다. 둘이 같다.

이러면 위아래를 바꿔도 같은 것이 되므로 갈라지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다.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종이에 그려 놓고 한쪽 탄소의 두 치환기를 서로 맞바꿔 보라. 다른 분자가 되면 이성질체가 있는 것이고, 같은 분자면 없는 것이다.

실제 값으로도 (가)의 둘이 다른 물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시스-2-뷰텐과 트랜스-2-뷰텐의 끓는점은 각각 약 4, 1C 이고 녹는점은 139106C 로 꽤 차이가 난다(주어진 값). 트랜스형이 더 대칭이라 결정으로 잘 쌓이기 때문에 녹는점이 높다.

예제 189

다음 중 카이랄 중심을 가진 것은? (가) 2-뷰탄올 CH3CH(OH)CH2CH3 (나) 2-프로판올 CH3CH(OH)C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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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은 한 탄소에 붙은 네 개가 모두 다른가이다. 문제의 탄소 둘레를 하나씩 세어 보면 된다.

(가) 2번 탄소에 붙은 것을 센다.

  • OH
  • H
  • CH3 (1번 쪽)
  • CH2CH3 (3–4번 쪽)

네 개가 모두 다르다. 카이랄 중심이다. 따라서 2-뷰탄올에는 포갤 수 없는 두 거울상이 존재한다.

(나) 2번 탄소에 붙은 것을 센다.

  • OH
  • H
  • CH3
  • CH3

CH3이다. 같은 것이 있으므로 카이랄 중심이 아니다. 거울상을 만들어도 돌리면 원래 것과 겹친다.

여기서 흔한 실수를 짚어 두자. 붙은 것이 다른지 볼 때는 바로 옆의 원자만이 아니라 그 뒤로 이어지는 것 전체를 봐야 한다. (가)에서 CH3CH2CH3 는 둘 다 탄소로 시작하지만 그 뒤가 다르므로 서로 다른 것으로 센다.

실전에서 이것이 왜 중요한가. 향과 맛에서도 갈린다. 같은 분자의 두 거울상이 하나는 박하 향, 하나는 캐러웨이 향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알려져 있다. 코의 수용체 단백질이 카이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반응 갈래

유기 반응은 종류가 많지만 큰 갈래는 넷이다. 이 장에서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는 선까지만 간다.

갈래무슨 일이 일어나나누가 주로 하나보기
첨가 (addition)다중결합이 풀리며 둘이 붙는다알켄, 알카인에텐 + Br₂ → 1,2-다이브로모에테인
제거 (elimination)둘이 떨어지며 다중결합이 생긴다알코올, 할로젠화알킬에탄올 → 에텐 + 물
치환 (substitution)붙어 있던 것이 다른 것으로 바뀐다알케인, 방향족, 할로젠화알킬벤젠 + Br₂ → 브로모벤젠 + HBr
축합 (condensation)둘이 이어지며 작은 분자가 빠진다카복실산 + 알코올, 아미노산에스터화, 펩타이드 결합

첨가와 치환의 차이가 알켄과 방향족을 가르는 기준이기도 하다. 알켄은 π 결합을 내주고 σ 결합 둘을 얻는 것이 이득이라 첨가를 한다. 벤젠은 첨가하면 고리 전체에 퍼진 안정성을 잃으므로 치환을 택한다.

알코올의 산화도 자주 나온다. 붙은 탄소의 개수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알코올OH 가 붙은 탄소에 이어진 탄소 수산화하면
1차1개 이하알데하이드 → 더 산화하면 카복실산
2차2개케톤 (여기서 멈춘다)
3차3개산화되지 않는다

3차 알코올이 산화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산화되려면 OH 가 붙은 탄소에서 수소를 떼어야 하는데, 3차 알코올에는 그 자리에 뗄 수소가 없다.

예제 190

어떤 무색 액체가 알켄인지 알케인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브로민을 녹인 붉은 갈색 용액을 몇 방울 떨어뜨렸더니 색이 곧바로 사라졌다.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반응식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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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민의 붉은 갈색은 Br2 분자 자체의 색이다. 색이 사라졌다는 것은 Br2 가 소모되었다는 뜻이다.

알켄은 이중결합에 곧바로 첨가 반응을 한다.

CH2=CH2+Br2CH2BrCH2Br

생성물은 무색이므로 색이 사라진다.

알케인이라면 이 조건에서 반응하지 않아 색이 그대로 남는다. 알케인이 브로민과 반응하려면 빛이나 열을 주어야 하고, 그때는 첨가가 아니라 치환이 일어나며 HBr 가 나온다.

따라서 이 액체는 불포화 화합물, 곧 알켄이나 알카인이다.

이 시험법의 이름은 브로민수 탈색 반응이고, 지금도 불포화 결합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쓴다. 식용유의 "불포화도"를 재는 아이오딘값도 같은 원리다. 이중결합이 많을수록 아이오딘을 많이 소모한다.

조심할 점 하나. 벤젠은 불포화도가 4나 되는데도 이 시험에서 색이 사라지지 않는다. 첨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포화도가 높다고 반드시 첨가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제 191

아세트산과 에탄올을 진한 황산 소량과 함께 가열하면 과일 향이 나는 물질이 생긴다. (가) 반응식을 적고 생성물의 이름을 말하라. (나) 황산은 어떤 구실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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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카복실산과 알코올이 만나 물이 빠지며 이어지는 축합 반응이다. 이 경우를 특별히 에스터화라 한다.

CH3COOH+C2H5OHCH3COOC2H5+H2O

생성물은 에틸에탄오에이트다.

어디서 물이 나왔는지 보아 두자. 카복실산의 OH 와 알코올의 H 가 빠져 물이 된다.

(나) 황산은 두 가지 일을 한다.

첫째, 촉매다. 15장에서 본 대로 활성화 에너지를 낮춰 반응을 빠르게 한다. 소량만 넣고 반응이 끝나도 소모되지 않는다.

둘째, 물을 빨아들인다. 이 반응은 양쪽으로 진행되는 평형이다. 12장의 르샤틀리에에 따라 생성물인 물을 없애면 평형이 오른쪽으로 밀린다. 수득률이 올라간다.

여기서 앞 장들이 한꺼번에 쓰인다. 촉매(15장)는 속도만 바꾸고 평형 위치는 바꾸지 못하지만, 물을 제거하는 것(12장)은 평형 위치 자체를 옮긴다. 같은 시약이 서로 다른 두 방식으로 수득률에 기여한다.

반대로 에스터에 물과 산을 넣고 가열하면 되돌아간다. 이것을 가수분해라 하고, 염기로 하면 비누화가 된다. 비누를 만드는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고분자 — 같은 단위를 반복해 잇는다

앞 절의 반응 갈래 가운데 첨가와 축합에는 특별한 쓰임이 하나 있다. 같은 반응을 수천 번 반복하면 거대한 분자가 만들어진다.

반복되는 작은 단위를 단위체(monomer), 그것이 길게 이어진 것을 고분자(polymer)라 한다. 플라스틱·섬유·고무가 전부 고분자이고, 단백질·녹말·DNA 도 그렇다.

방식어떻게 잇나빠지는 것보기
첨가 중합이중결합이 풀리며 이어진다없다폴리에틸렌, 폴리스타이렌, 폴리염화바이닐
축합 중합작용기끼리 만나 이어진다물 같은 작은 분자폴리에스터, 나일론, 단백질

두 방식의 결정적인 차이는 원자가 빠지느냐다. 첨가 중합에서는 단위체의 원자가 하나도 버려지지 않으므로 고분자의 실험식이 단위체의 분자식과 같다. 축합 중합에서는 이을 때마다 작은 분자가 빠져 나간다.

단위체가 갖춰야 할 조건도 다르다. 첨가 중합에는 다중결합이 하나 있으면 되지만, 축합 중합에는 양쪽 끝에 작용기가 하나씩 있어야 한다. 한쪽에만 있으면 두 개가 붙고 끝나 버린다.

생체 고분자도 같은 원리다. 아미노산은 한쪽에 카복실산, 다른 쪽에 아민을 갖고 있어 양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마이드 결합이 펩타이드 결합이고, 이어진 것이 단백질이다.

예제 192

어떤 폴리에틸렌 시료의 평균 분자량이 1.4×105g/mol 이다. 단위체가 평균 몇 개나 이어져 있는가? 원자량은 C12.01, H1.008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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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에틸렌은 에텐 CH2=CH2 의 첨가 중합으로 만든다. 이중결합이 풀리며 이어지므로 빠져나가는 원자가 없다.

nCH2=CH2(CH2CH2)n

그러므로 반복 단위 하나의 질량은 에텐의 몰질량과 같다.

M=2(12.01)+4(1.008)=24.02+4.032=28.05g/mol

이어진 개수는 전체를 하나로 나눈 값이다.

n=1.4×10528.05=5.0×103

약 5000개다. 탄소 원자로 세면 1만 개가 한 줄로 이어져 있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다. 문제에서 "평균" 분자량이라고 한 이유다. 고분자는 모든 사슬의 길이가 똑같지 않다. 중합이 언제 멈추느냐가 확률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한 화합물처럼 하나의 분자량을 갖지 않고 분포를 갖는다.

이 점이 실용적으로 중요하다. 같은 폴리에틸렌이라도 평균 사슬 길이에 따라 비닐봉지가 되기도 하고 방탄복 섬유가 되기도 한다. 분자식이 같아도 사슬 길이가 성질을 바꾼다.

예제 193

아미노산 H2NCHRCOOH 100개가 이어져 단백질 한 가닥이 되었다. (가) 물이 몇 분자 빠지는가? (나) 아미노산 한쪽 끝의 작용기를 막아 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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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축합 중합이므로 이을 때마다 물 한 분자가 빠진다.

아미노산 하나의 카복실산과 다음 것의 아민이 만나 물이 빠지고 아마이드 결합이 생긴다.

COOH+H2NCONH+H2O

100개를 한 줄로 잇는 데 필요한 결합의 수는 99개다. 구슬 100개를 실에 꿰려면 사이가 99군데인 것과 같다.

따라서 물은 99분자가 빠진다.

검산해 보자. 만들어진 단백질의 질량은 아미노산 100개의 질량 합에서 물 99개의 질량을 뺀 값이어야 한다. 실험에서 단백질의 질량을 재고 아미노산 조성을 알면 이 관계로 사슬 길이를 어림할 수 있다.

(나) 한쪽 작용기를 막으면 그 방향으로는 더 이을 수 없다. 그러면 사슬이 거기서 끝난다.

만약 모든 아미노산의 한쪽을 막아 버리면 두 개가 붙은 상태에서 멈추고 고분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성질을 거꾸로 이용하기도 한다. 공업에서 고분자의 사슬 길이를 조절할 때, 한쪽에만 작용기가 있는 분자를 소량 섞어 일부러 사슬을 끊는다. 넣는 양으로 평균 분자량을 조절할 수 있다.

생체에서는 다르게 조절한다. 유전 정보가 언제 멈출지를 정해 주므로 단백질마다 길이가 정확히 정해져 있다. 공업 고분자와 생체 고분자의 결정적인 차이가 이 길이의 정확성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메모
연쇄성 (catenation)같은 원소끼리 길게 이어지는 성질탄소가 유난히 강하다
탄화수소탄소와 수소로만 된 화합물알케인·알켄·알카인·방향족
포화 / 불포화다중결합이 없다 / 있다불포화는 첨가 반응을 한다
불포화도 (DoU)(2c + 2 + n − h − x) / 2고리와 다중결합의 총수. 산소는 세지 않는다
작용기성질을 정하는 부분 구조골격이 달라도 작용기가 같으면 반응이 닮는다
R나머지 탄소 골격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뭉뚱그린 기호
구조 이성질체이어진 순서가 다르다사슬 · 위치 · 작용기 이성질체
입체 이성질체순서는 같고 배치가 다르다시스-트랜스, 거울상
카이랄 중심서로 다른 넷이 붙은 탄소거울상 이성질체가 생기는 자리
첨가 · 제거 · 치환 · 축합유기 반응의 네 갈래무엇이 붙고 떨어지는가로 구분
단위체 / 고분자반복 단위 / 그것이 길게 이어진 것첨가 중합은 원자가 안 빠지고 축합 중합은 빠진다

이 장의 뼈대는 세 문장이다.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탄소를 평면으로 그리고 그대로 생각한다단일결합 탄소는 사면체다. 입체를 놓치면 이성질체를 놓친다
불포화도로 벤젠이라고 단정한다같은 값을 주는 다른 구조가 있다. 다른 정보가 필요하다
번호를 가지 기준으로 매긴다작용기와 다중결합이 언제나 먼저다
가나다순이 번호를 정한다고 본다가나다순은 적는 차례만 정한다
이중결합만 있으면 시스-트랜스가 있다고 본다각 탄소에 서로 다른 둘이 붙어야 한다
카이랄 판정에서 바로 옆 원자만 본다이어지는 사슬 전체를 견줘야 한다
벤젠도 브로민수를 탈색한다고 본다방향족은 첨가하지 않고 치환한다

이 장에서 의도적으로 건너뛴 것이 많다. 반응 메커니즘의 화살표 표기, 친핵체와 친전자체, 입체화학의 R/S 표기, 스펙트럼으로 구조를 알아내는 방법이 그것이다. 모두 유기화학을 따로 공부할 때 처음 몇 장에서 만나게 된다.

다음 장은 방향이 아주 다르다. 지금까지 열네 장 동안 화학은 전자의 이야기였다. 원자핵은 반응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무거운 중심일 뿐이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그 핵 자체가 변한다.

핵화학 개요

지금까지 열네 장 동안 화학은 전자의 이야기였다. 결합이 생기고 끊어지고, 전자가 옮겨 가고, 양성자가 오갔다. 그동안 원자핵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무거운 중심일 뿐이었다.

이 장에서는 그 핵 자체가 변한다. 그러면 원소가 바뀐다. 화학 반응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 장에서 답할 것은 넷이다. 어떤 핵이 왜 불안정한가, 얼마나 빨리 붕괴하는가, 핵반응의 에너지는 왜 화학 반응과 규모가 다른가, 그리고 핵분열과 핵융합은 무엇이 다른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4장의 원자번호 Z 와 질량수 A, 동위원소 표기, 8장의 몰 계산, 15장의 1차 반응과 반감기다. 특히 붕괴는 15장에서 다룬 1차 반응과 수학이 완전히 같다. 새로 배울 것이 거의 없다.

다만 새 단위가 몇 개 나온다. 붕괴 횟수를 세는 베크렐(Bq), 흡수한 에너지를 재는 그레이(Gy), 생물학적 영향을 재는 시버트(Sv)다. 각각 나오는 자리에서 정의한다.

어떤 핵이 불안정한가

핵 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 있다. 양성자끼리는 같은 양전하라 강하게 밀어낸다. 그런데도 핵이 뭉쳐 있는 것은 핵력이라는 훨씬 강한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핵력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통한다.

이 두 힘의 줄다리기가 안정성을 정한다. 결과를 그림 하나로 보면 이렇다.

안정한 핵들이 좁은 띠를 이룬다. 가벼울 때는 N 과 Z 가 비슷하지만 무거워질수록 중성자가 더 필요해진다. 띠에서 벗어난 핵은 벗어난 방향에 맞는 붕괴로 띠 쪽으로 움직인다
<안정한 핵들이 좁은 띠를 이룬다. 가벼울 때는 N 과 Z 가 비슷하지만 무거워질수록 중성자가 더 필요해진다. 띠에서 벗어난 핵은 벗어난 방향에 맞는 붕괴로 띠 쪽으로 움직인다>[원본 보기]

읽어낼 것은 셋이다.

띠를 벗어난 핵은 붕괴한다. 어느 쪽으로 벗어났느냐가 붕괴 방식을 정한다.

붕괴내보내는 것A 변화Z 변화어떤 핵이
알파 (α)24He−4−2너무 무거운 핵 (대개 Z ≥ 83)
베타 마이너스 (β⁻)전자 1 0e0+1중성자가 많은 핵 (띠 위쪽)
베타 플러스 (β⁺)양전자 10e0−1양성자가 많은 핵 (띠 아래쪽)
전자 포획 (EC)핵이 전자를 삼킨다0−1양성자가 많은 핵
감마 (γ)빛(광자)00들뜬 상태의 핵. 대개 다른 붕괴 뒤에

β 붕괴가 왜 Z 를 늘리는지 짚어 두자. 핵 안의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전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중성자가 하나 줄고 양성자가 하나 늘므로 질량수는 그대로이고 원자번호만 하나 는다. 중성자가 남아도는 핵에게 딱 맞는 해법이다.

핵반응식을 다룰 때 지켜야 할 규칙은 딱 둘이다. 양변에서 질량수의 합이 같고, 전하(원자번호)의 합도 같아야 한다. 이 두 보존 법칙만 있으면 빠진 항을 언제나 채울 수 있다.

한 가지 더. 화학 반응식과 달리 원소가 바뀐다. 8장에서 "아래첨자를 고치면 다른 물질이 된다"고 했는데, 핵반응에서는 그 "다른 원소가 되는 것"이 목적 자체다.

예제 194

다음 핵반응식을 완성하라. (가)  92238U ? + 24He (나)  614C ? +β (다) 1122Na ? +β+ (라) 1940K+1 0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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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보존 법칙을 방정식으로 세우면 끝난다.

(가) 질량수: 238=A+4 이므로 A=234. 원자번호: 92=Z+2 이므로 Z=90. 주기율표에서 90번은 토륨이다.

 92238U 90234Th+24He

(나) β1 0e 다. 질량수: 14=A+0 이므로 A=14. 원자번호: 6=Z+(1) 이므로 Z=7. 7번은 질소다.

 614C 714N+1 0e

(다) β+10e 다. 질량수 22 그대로, 원자번호는 11=Z+1 이므로 Z=10. 네온이다.

1122Na1022Ne+10e

(라) 전자를 흡수하는 쪽이므로 왼쪽에 적혀 있다. 질량수 40, 원자번호 19+(1)=18. 아르곤이다.

1940K+1 0e1840Ar

(다)와 (라)를 견주어 보자. 방식은 다른데 결과가 같다. 둘 다 원자번호를 하나 줄인다. 양성자가 남아도는 핵이 택할 수 있는 두 갈래인 셈이다.

그리고 (라)에는 실용적인 뒷이야기가 있다. 암석 속 칼륨이 아주 천천히 아르곤으로 바뀌는데, 아르곤은 기체이면서 반응하지 않으므로 암석이 굳은 뒤 그 안에 갇힌다. 갇힌 아르곤과 남은 칼륨의 비를 재면 암석의 나이가 나온다. 탄소 연대 측정이 닿지 못하는 수억 년 단위를 이 방법으로 잰다.

예제 195

131I 는 중성자가 78개, 양성자가 53개다. 어떤 붕괴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그리고 이 핵종이 갑상샘 치료에 쓰이는 이유를 화학적으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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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띠의 어느 쪽에 있는지 판정한다. 안정한 아이오딘은 127I 로 중성자가 74개다. 131I 는 그보다 중성자가 4개 많다.

중성자가 많으면 띠의 위쪽이므로 β 붕괴로 중성자 하나를 양성자로 바꾼다.

 53131I 54131Xe+1 0e

실제로 그렇게 붕괴한다. 54번은 제논이다.

치료에 쓰이는 이유는 순전히 화학이다. 4장에서 본 대로 같은 원소의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사실상 같다. 몸은 131I 를 보통의 아이오딘과 구별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오딘은 몸에서 거의 전적으로 갑상샘에 모인다.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31I 를 먹이면 저절로 갑상샘에 집중되고,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이 그 부위의 세포를 골라 파괴한다.

핵의학의 기본 발상이 여기 있다. 핵이 방사선을 내고, 그 핵이 어디로 갈지는 전자가(즉 화학이) 정한다. 뼈에 모이는 원소, 심장에 모이는 화합물에 방사성 핵종을 달아 몸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원리다.

반대로 사고로 방사성 아이오딘이 퍼졌을 때 보통의 아이오딘화 칼륨을 미리 먹이는 이유도 같다. 갑상샘을 안전한 아이오딘으로 미리 채워 두면 방사성 쪽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붕괴 속도와 반감기

방사성 붕괴는 15장에서 배운 1차 반응이다. 다만 이름이 조금 다르다.

(붕괴 속도)=λN

N 은 아직 붕괴하지 않은 핵의 개수, λ(람다)는 붕괴상수로 15장의 k 와 정확히 같은 것이다. 단위도 같은 s1 이다.

따라서 적분 속도식과 반감기도 그대로다.

N=N0eλt,t1/2=ln2λ=0.693λ

반감기가 한 번 지날 때마다 정확히 절반이 된다. 반감기 횟수가 정수인 문제는 2의 거듭제곱만 세면 로그 없이 풀린다
<반감기가 한 번 지날 때마다 정확히 절반이 된다. 반감기 횟수가 정수인 문제는 2의 거듭제곱만 세면 로그 없이 풀린다>[원본 보기]

여기서 먼저 익혀야 할 것은 로그가 아니라 2의 거듭제곱이다. 반감기를 n 번 지나면 남는 비율이 1/2n 이므로, 대부분의 문제는 이것만으로 풀린다.

지난 반감기 횟수01234510
남은 비율11/21/41/81/161/321/1024
백분율100%50%25%12.5%6.25%3.13%0.098%

남은 비율이 2의 거듭제곱이 아닐 때만 로그를 쓴다. 13장에서 도입하고 15장에서 다시 쓴 그 로그다.

실제로 세는 것은 핵의 개수가 아니라 초당 붕괴 횟수다. 이것을 활동도(activity)라 하고 A 로 적는다.

A=λN(단위: Bq, 1Bq=1 붕괴/s=s1)

베크렐(becquerel)은 SI 유도단위이고 "초당 붕괴 한 번"이다. 활동도가 핵 개수에 비례하므로 A/A0=N/N0 이고, 계산에서 둘을 바꿔 써도 된다.

마지막으로 화학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 하나. 반감기는 온도·압력·화학 결합 상태를 바꿔도 변하지 않는다. 15장에서 온도가 k 를 크게 바꾼다고 했는데, 핵붕괴는 그렇지 않다. 핵 안의 에너지 규모가 화학 반응보다 워낙 커서 바깥의 조건이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방사성 폐기물을 "식혀서" 처리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예제 196

131I 의 반감기는 8.0d 다(주어진 값). (가) 40d 뒤에 처음의 몇 퍼센트가 남는가? (나) 처음의 1% 아래로 떨어지려면 며칠이 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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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로그를 쓸 필요가 없다. 반감기 횟수를 세면 된다.

n=40d8.0d=5

정확히 5번이므로 남는 비율은

125=132=0.031=3.1%

(나) 이번에는 정수 횟수가 아니다. 그래도 먼저 어림해 두면 좋다. 표에서 6번이면 1.56%, 7번이면 0.78% 이므로 답은 6번과 7번 사이, 즉 48일과 56일 사이여야 한다.

로그로 정확히 구한다. 붕괴상수부터.

λ=0.6938.0d=8.66×102d1

lnN0N=λt 에서 N/N0=0.010 이므로 N0/N=100 이다.

ln100=2.303×log100=2.303×2=4.605

t=4.6058.66×102=53d

약 53일이다. 어림했던 48에서 56 사이에 들어온다. 맞는다.

실용적인 뜻을 짚어 두자. 방사성 아이오딘을 쓴 환자는 며칠 동안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반감기가 짧아 두어 달이면 사실상 사라진다. 반감기가 짧으면 위험하지만 오래가지 않고, 길면 약하지만 오래간다. 폐기물 처리에서 이 두 성질이 정반대의 문제를 만든다.

예제 197

어떤 고고학 시료의 14C 활동도가 살아 있는 나무의 78.0% 였다. 시료의 나이를 구하라. t1/2(14C)=5.70×103 년(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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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원리를 확인해 두자. 살아 있는 생물은 대기와 탄소를 계속 주고받으므로 14C 의 비율이 대기와 같게 유지된다. 죽으면 그 교환이 멈추고 남은 것이 붕괴하기만 한다. 그러니 남은 비율이 시계 노릇을 한다.

붕괴상수를 구한다. 단위를 년으로 두는 편이 편하다.

λ=0.6935.70×103=1.216×104 1

활동도의 비가 곧 핵 개수의 비이므로

lnA0A=λt,A0A=10.780=1.282

ln1.282=2.303×log1.282=2.303×0.1079=0.2485

t=0.24851.216×104=2.04×103 

약 2000년 전이다.

검산해 보자. 2.04×103/5.70×103=0.358 반감기를 지난 셈이다. 반감기의 3분의 1 남짓이니 아직 절반보다 많이 남아 있어야 하고, 실제로 78%다. 맞는다.

이 방법의 전제도 알아 두어야 한다. 대기의 14C 비율이 과거에 일정했다고 가정하는데, 실제로는 태양 활동과 화석 연료 연소로 변동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나무 나이테로 만든 보정 곡선을 쓴다.

또 반감기가 약 5.7×103 년이므로 쓸 수 있는 범위는 대략 5×104 년까지다. 그보다 오래된 시료는 남은 14C 가 검출 한계 아래라 앞 예제의 칼륨-아르곤 같은 다른 시계를 써야 한다.

예제 198

32P 의 반감기는 14.3d 다(주어진 값). 이 핵종 1.00×109mol 의 초기 활동도를 Bq 로 구하라. NA=6.022×1023mol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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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λN 이므로 λN 을 각각 구해야 한다.

붕괴상수. 활동도의 단위가 s1 이므로 λ 도 초 단위여야 한다. 반감기를 초로 바꾼다.

t1/2=14.3d×86400s/d=1.236×106s

λ=0.6931.236×106=5.61×107s1

핵의 개수. 8장의 아보가드로 수를 쓴다.

N=(1.00×109mol)(6.022×1023mol1)=6.02×1014

활동도.

A=λN=(5.61×107)(6.02×1014)=3.38×108Bq

나노몰이면 사실상 저울에 잡히지도 않는 양인데 초당 3억 번 넘게 붕괴한다.

이 감도가 방사성 추적자를 쓰는 이유다. 화학적으로 검출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양을 넣어도 계수기가 확실히 잡아낸다. 생물 실험에서 32P 로 표지한 DNA 를 추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단위 실수를 조심해야 한다. 반감기를 일 단위로 둔 채 λ 를 구하면 d1 이 나오고, 그대로 곱하면 "하루당 붕괴 수"가 되어 답이 86400배 커진다. 베크렐은 초당 붕괴 수라는 정의를 늘 확인할 것.

핵결합에너지 — 질량이 곧 에너지다

여기서 화학과 완전히 갈라지는 사실이 하나 나온다. 핵의 질량은 그것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 합보다 작다.

사라진 질량은 어디로 갔는가. 에너지로 바뀌었다. 정확히는 핵자들을 흩어진 상태에서 뭉친 상태로 만들 때 그만큼의 에너지가 빠져나갔고, 그 에너지만큼 질량이 줄었다.

질량과 에너지를 잇는 관계는 잘 알려진 식이다.

E=Δmc2,c=2.998×108m/s

이 줄어든 질량을 질량 결손, 거기 해당하는 에너지를 핵결합에너지라 한다.

Δm=[Zm(1H)+Nmn]m(핵종)

양성자 질량 대신 수소 원자 질량을 쓰는 것이 편법인데, 이렇게 하면 왼쪽과 오른쪽의 전자 개수가 저절로 맞아떨어진다. 표에 실린 값이 대개 원자 질량이라 그대로 쓸 수 있다.

계산할 때 쓰는 환산은 하나면 된다.

1Da=931.494MeV/c2,1eV=1.602×1019J

여기서 Da(달톤)는 4장에서 원자 질량에 쓴 단위이고, eV(전자볼트)는 전자 하나를 1V 의 전위차로 옮길 때의 에너지다. 둘 다 SI 허용 단위다.

핵종끼리 견주려면 결합에너지를 핵자 하나당으로 나눠야 한다. 핵자가 많으면 총합은 당연히 크기 때문이다.

봉우리가 질량수 56에서 62 근처다. 양쪽 끝에서 가운데로 가는 변화만 에너지를 내놓고, 그 가운데가 철이다
<봉우리가 질량수 56에서 62 근처다. 양쪽 끝에서 가운데로 가는 변화만 에너지를 내놓고, 그 가운데가 철이다>[원본 보기]

이 곡선 하나가 이 장의 나머지를 전부 설명한다.

예제 199

24He 의 핵자당 결합에너지를 MeV 로 구하라. 주어진 값은 m(4He)=4.002602Da, m(1H)=1.007825Da, mn=1.008665Da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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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흩어진 상태의 질량 합. 양성자 2개 대신 수소 원자 2개, 중성자 2개다.

2(1.007825)+2(1.008665)=2.015650+2.017330=4.032980Da

2단계, 질량 결손.

Δm=4.0329804.002602=0.030378Da

아주 작아 보이지만 전체의 약 0.75% 다. 유효숫자를 넉넉히 끌고 와야 하는 계산이다. 소수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면 답이 통째로 사라졌을 것이다.

3단계, 에너지로.

Eb=(0.030378Da)(931.494MeV/Da)=28.30MeV

4단계, 핵자당으로. 핵자가 4개다.

EbA=28.304=7.07MeV

곡선의 봉우리인 약 8.8MeV 보다는 작지만, 가벼운 핵 중에서는 유난히 큰 값이다. 이웃한 3He6Li 보다 훨씬 높다.

이 예외적인 단단함이 여러 사실을 한꺼번에 설명한다. 알파 붕괴에서 하필 4He 핵이 통째로 튀어나오는 것도, 별의 핵융합이 헬륨을 주된 산물로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제 200

앞에서 구한 28.30MeV 를 몰당 에너지로 바꾸고, 전형적인 공유결합 에너지 400kJ/mol 과 견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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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를 차근차근 바꾼다. 먼저 핵 하나당 에너지를 줄로.

E=(28.30×106eV)(1.602×1019J/eV)=4.534×1012J

몰당으로 바꾼다.

E=(4.534×1012)(6.022×1023)=2.73×1012J/mol=2.73×109kJ/mol

공유결합과 견준다.

2.73×109400=6.8×106

700만 배다.

이 수 하나가 많은 것을 설명한다.

첫째, 왜 화학 반응으로는 핵을 건드릴 수 없는가. 9장에서 다룬 결합에너지의 규모로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연금술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다.

둘째, 왜 핵연료가 그렇게 "진한" 에너지원인가. 같은 질량의 연료에서 백만 배 규모의 에너지가 나온다.

셋째, 왜 화학 반응에서는 질량 보존을 그냥 믿어도 되는가. 화학 반응에서도 원리적으로는 질량이 변하지만, 그 크기가 1010 수준이라 어떤 저울로도 잴 수 없다. 8장의 질량 보존 법칙은 근사이지만 화학의 범위 안에서는 완벽한 근사다.

핵분열과 핵융합

결합에너지 곡선의 양쪽 끝에서 가운데로 가는 두 갈래를 각각 살펴본다.

분열은 중성자를 여럿 내놓아 연쇄 반응이 되고, 융합은 양전하끼리 밀어내는 힘을 이겨야 해서 아주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분열은 중성자를 여럿 내놓아 연쇄 반응이 되고, 융합은 양전하끼리 밀어내는 힘을 이겨야 해서 아주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원본 보기]

핵분열은 무거운 핵이 중성자를 맞고 두 조각으로 쪼개지는 반응이다.

 92235U+01n 56141Ba+3692Kr+301n

결정적인 것은 오른쪽 끝의 중성자 3개다. 하나가 들어가 셋이 나오므로, 그 셋이 다시 다른 핵을 때리면 반응이 저절로 이어진다. 이것을 연쇄 반응이라 한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중성자의 평균 개수를 조절하는 것이 원자로 제어의 핵심이다. 평균 1이면 일정한 출력이 유지되고, 1보다 크면 급격히 늘어나며, 1보다 작으면 꺼진다. 실제 원자로는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물질로 만든 제어봉을 넣고 빼서 이 값을 1에 붙들어 둔다.

참고로 분열 생성물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위의 바륨과 크립톤은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이고, 실제로는 질량수가 90 대와 140 대인 조각들이 여러 조합으로 나온다.

핵융합은 가벼운 핵 둘이 합쳐지는 반응이다.

12H+13H24He+01n

곡선을 보면 융합 쪽이 핵자당 얻는 에너지가 더 크다. 그런데도 발전에 쓰기 어려운 이유는 두 핵이 모두 양전하라 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핵력이 닿을 만큼 가까워지려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부딪혀야 하고, 그것은 곧 극도로 높은 온도를 뜻한다.

별의 중심에서는 중력이 그 조건을 만들어 준다. 태양이 빛나는 것이 이 반응이다.

예제 201

235U 한 핵이 분열할 때 평균 200MeV 가 나온다고 하자(주어진 값). (가) 235U 1.00g 이 모두 분열하면 몇 J 이 나오는가? (나) 석탄의 발열량을 30kJ/g 으로 볼 때 몇 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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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8장의 길을 그대로 따른다. 질량에서 개수로, 개수에서 에너지로.

n=1.00g235g/mol=4.26×103mol

N=(4.26×103)(6.022×1023)=2.56×1021 

핵 하나당 200MeV 이므로

E=(2.56×1021)(200×106eV)=5.12×1029eV

줄로 바꾼다.

E=(5.12×1029)(1.602×1019J/eV)=8.21×1010J

8.2×1010J 이다.

(나) 석탄 1g3.0×104J 이므로

8.21×10103.0×104=2.7×106

270만 배다. 우라늄 1그램이 석탄 2.7톤에 해당한다.

앞 예제에서 얻은 "700만 배"와 자릿수가 비슷하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두 계산이 서로 독립적인데 같은 규모를 가리킨다. 핵과 화학의 에너지 규모 차이가 대략 106 에서 107 배라는 것이 이렇게 확인된다.

다만 이 수는 에너지의 양만 말한다. 실제로 쓸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우라늄은 광석에서 캐고 농축해야 하며, 분열 생성물이 강한 방사성을 띠고 그중 일부는 반감기가 수만 년이다. 에너지 밀도의 이점과 폐기물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예제 202

앞의 중수소-삼중수소 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구하라. 주어진 값은 m(2H)=2.014102, m(3H)=3.016049, m(4He)=4.002602, mn=1.008665Da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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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반응의 에너지는 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에서 나온다. 결합에너지를 따로 구할 필요 없이 양변의 질량을 견주면 된다.

반응 전.

2.014102+3.016049=5.030151Da

반응 후.

4.002602+1.008665=5.011267Da

질량 차이.

Δm=5.0301515.011267=0.018884Da

줄었으므로 그만큼이 에너지로 나온다.

E=(0.018884)(931.494)=17.59MeV

17.6MeV 다.

분열의 200MeV 에 견주면 작아 보인다. 그런데 핵자 하나당으로 나누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융합은 핵자 5개에 17.6 이므로 약 3.5MeV, 분열은 핵자 235개에 200 이므로 약 0.85MeV 다. 같은 질량으로 따지면 융합이 네 배 넘게 낫다.

게다가 연료가 수소이고 생성물이 헬륨과 중성자다. 반감기가 긴 방사성 폐기물이 분열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런데도 상용 발전이 아직 없는 이유는 처음에 말한 그대로다. 양전하끼리 밀어내는 힘을 이기게 하는 조건을 땅 위에서 유지하기가 어렵다. 열역학이나 화학의 문제가 아니라 공학의 문제다.

방사선을 재는 단위

마지막으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룰 때 쓰는 단위를 정리한다. 셋이 서로 다른 것을 재는데 자주 섞여 쓰인다.

단위무엇을 재나정의메모
베크렐 Bq방사선원이 얼마나 활발한가초당 붕괴 1회물질 쪽의 성질. 사람과 무관
그레이 Gy몸이 에너지를 얼마나 흡수했나1 Gy = 1 J/kg물리적인 양
시버트 Sv생물학적으로 얼마나 해로운가Gy 값에 방사선 종류별 가중치를 곱한다실제 위험을 말할 때 쓴다

세 단위의 관계를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베크렐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 그레이는 얼마나 받았는가, 시버트는 얼마나 해로운가다.

왜 그레이만으로 부족한가. 같은 에너지를 받아도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조직에 주는 손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 입자는 무겁고 전하가 커서 짧은 거리에 에너지를 몰아 쏟아붓는다. 그래서 몸 안에 들어오면 같은 그레이라도 훨씬 해롭다.

흔히 쓰는 가중치는 감마선과 베타선이 1, 알파 입자가 20 이다(방사선 방호 기준으로 정해진 값).

여기서 중요한 구별이 나온다. 알파 입자는 종이 한 장에도 막힌다. 몸 밖에 있으면 피부를 뚫지 못해 거의 무해하지만, 먹거나 들이마셔 몸 안에 들어오면 가장 위험하다. 감마선은 반대로 투과력이 커서 밖에서도 위험하다.

예제 203

질량 70kg 인 사람이 감마선으로 전신에 3.5mJ 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가) 흡수선량은 몇 Gy 인가? (나) 등가선량은 몇 Sv 인가? (다) 같은 에너지를 알파 입자로 몸 안에서 받았다면? 가중치는 감마선 1, 알파 20 이다(주어진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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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의가 1Gy=1J/kg 이므로 나누기만 하면 된다.

D=3.5×103J70kg=5.0×105J/kg=5.0×105Gy

50μGy 다.

(나) 감마선의 가중치가 1이므로 수치가 그대로다.

H=(5.0×105Gy)(1)=5.0×105Sv=50μSv

(다) 알파는 가중치가 20 이다.

H=(5.0×105)(20)=1.0×103Sv=1.0mSv

흡수한 에너지는 똑같은데 위험도는 20배다.

규모를 가늠해 보자. 이 에너지 3.5mJ 은 열로 치면 사람 몸의 온도를 108C 쯤 올릴 정도로 하찮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에너지의 총량이 아니라 그것이 분자 하나하나에 집중적으로 전달되는 방식 때문이다. 방사선 알갱이 하나가 DNA 한 가닥을 끊는 데는 그리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이것이 앞 장들과 다른 점이다. 열역학에서 에너지는 계 전체에 퍼진 양이었지만, 여기서는 낱개의 알갱이가 낱개의 분자에 무슨 짓을 하는가가 문제다.

흔한 오해

"베크렐 값이 크면 위험하다"는 말과 "반감기가 긴 물질이 더 위험하다"는 말은 각각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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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불완전하다. 베크렐은 초당 붕괴 횟수일 뿐 그 붕괴가 무엇을 내놓는지, 그것이 내 몸에 닿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같은 106Bq 이라도 셋이 완전히 다르다. 알파를 내놓고 몸 안에 들어온 것, 감마를 내놓고 멀리 있는 것, 종이 한 장 뒤에 있는 알파원. 위험을 말하려면 시버트로 환산해야 한다.

두 번째도 단순하지 않다. 활동도가 A=λN 이고 λ=0.693/t1/2 이므로, 같은 개수라면 반감기가 짧을수록 활동도가 크다.

즉 반감기가 짧은 것은 지금 당장 강하지만 금방 사라진다. 반감기가 긴 것은 지금은 약하지만 아주 오래간다. 어느 쪽이 위험한지는 상황이 정한다.

사고 직후에는 반감기가 짧은 핵종이 문제다. 앞 예제의 131I 는 반감기가 8일이라 몇 달이면 사라지지만 그동안 갑상샘에 집중돼 강하게 작용한다.

반면 폐기물 처분에서는 반감기가 긴 핵종이 문제다. 수만 년을 격리해야 하는 대상이 그것이고, 인류가 만든 어떤 구조물도 그만큼 버틴 적이 없다는 것이 이 문제의 어려움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위험은 활동도·방사선 종류·반감기·그 물질이 몸 어디로 가는가가 함께 정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판정할 수 없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기호 / 용어이름단위메모
λ붕괴상수s⁻¹ 등15장의 k 와 같은 것
A활동도Bq (베크렐)A = λN. 1 Bq = 초당 붕괴 1회
α · β⁻ · β⁺ · EC · γ붕괴 방식띠에서 벗어난 방향이 방식을 정한다
안정선band of stabilityZ = 83 위로는 안정한 핵이 없다
질량 결손mass defectDa구성 입자 질량 합 − 핵 질량
핵결합에너지binding energyMeVE = Δm c². 핵자당으로 나눠 견준다
Da (달톤)원자 질량 단위Da1 Da = 931.494 MeV/c²
그레이 Gy흡수선량Gy = J/kg받은 에너지. 물리적인 양
시버트 Sv등가선량SvGy × 방사선 가중치. 위험을 말할 때

계산의 길도 모은다. 대부분 앞 장의 되풀이다.

묻는 것방법
빠진 핵종질량수와 원자번호의 합을 양변에서 맞춘다
어떤 붕괴를 할까안정선의 어느 쪽으로 벗어났는지 본다
남은 비율 (정수 반감기)2의 거듭제곱을 센다. 로그가 필요 없다
남은 비율 (그 밖)λ = 0.693/t½ 를 구하고 로그를 쓴다
활동도A = λN. λ 의 시간 단위를 초로 맞춘다
핵반응 에너지양변의 질량 차이 × 931.494 MeV/Da

자주 틀리는 지점도 모아 둔다.

실수바로잡기
β⁻ 붕괴가 Z 를 줄인다고 본다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므로 Z 가 하나 는다
질량 결손을 반올림해 버린다전체의 1% 도 안 되는 차이다. 자릿수를 넉넉히 끌고 갈 것
활동도 계산에서 λ 를 일 단위로 쓴다Bq 는 초당 붕괴 수다
총 결합에너지로 핵종을 견준다핵자당으로 나눠야 한다
Bq 가 크면 위험하다고 단정한다방사선 종류와 몸 안팎을 함께 봐야 한다. Sv 로 환산할 것
반감기를 온도로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바깥 조건은 핵에 닿지 않는다

이 장의 뼈대는 두 문장이다. 핵의 안정성은 중성자와 양성자의 비가 정하고, 붕괴는 1차 반응이므로 15장의 수학이 그대로 통한다. 그리고 핵반응의 에너지는 사라진 질량에서 나오며, 화학 반응보다 백만 배 규모로 크다.

여기까지가 이 문서가 다루는 일반화학이다.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면 하나의 이야기였다. 물질을 재는 법에서 시작해 원자의 속을 들여다보고, 원자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고, 얼마나 반응하는지·어디까지 가는지·얼마나 빠른지를 차례로 물었다. 마지막에는 그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던 핵 자체로 돌아왔다.

더 공부할 것

이 문서는 학사 과정 일반화학의 골격까지다. 여기서 갈라지는 길을 정리해 둔다. 각 분야는 일반화학의 어느 부분을 확장한 것인지 함께 적었다.

학사 전공 과정

더 나아가는 주제

공부 방식에 대한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