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 날짜: 2026-09-05

이 문서를 읽는 방법

이 문서는 심리학을 혼자 읽어 학사 과정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정리한 자습서다. 학습·기억·인지·지각·발달·성격·정서·사회를 다루되, 그 결과들을 얻어 낸 방법을 먼저 세우고 시작한다.

이 과목의 목표는 유명한 실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장이 어떤 설계에서 나왔는지 읽어 내고, 그 주장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스스로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서가 다른 개론서와 다른 점

심리학에는 다른 과목에 없는 사정이 하나 있다. 교과서에 실려 있던 것이 무너진 일이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여러 번 있었다. 유명한 결과 상당수가 다시 해 보니 나오지 않았고, 그 실패가 개별 연구자의 부정이 아니라 방법과 유인 구조의 문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 문서는 방법론을 부록이 아니라 앞쪽 본체에 둔다. 4·5·6장이 그것이다. 그 세 장을 읽고 나면 뒤의 모든 장을 "이 주장은 어떤 설계에서 나왔고 얼마나 버티는가"로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문서가 주려는 것이다.

6장 끝에서 네 물음을 세운다. 그 뒤로 모든 장이 그 넷을 이름으로 부른다.

물음무엇을 보는가
재현되었는가원 연구 하나뿐인가, 독립적으로 되풀이되었는가
표본이 무엇인가누구를 대상으로 얻은 결과인가
효과가 얼마나 큰가‘유의하다’는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얼마나 일반화되는가실험실 과제에서 실제 행동으로 건너뛰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 문서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 "…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다만 논란이 있다" 형태로 적지 않는다. 독자는 앞부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문서가 다루는 것과 다루지 않는 것

다루는 것어디서
연구 방법과 심리측정, 재현 위기4~6장. 이 문서의 뼈대다
학습, 기억, 인지, 언어7~11장
감각과 지각, 몸과 마음, 의식과 수면12~14장
발달, 정서와 동기, 성격과 지능15~17장
사회심리학18장. 재현 위기가 가장 크게 지나간 분야다
임상·상담19장. 개관만 한다. 아래를 볼 것

19장에 선을 하나 긋는다. 그 장은 임상·상담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는 개관이지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기법의 절차, 자가 진단, 증상 목록을 진단처럼 늘어놓는 것을 싣지 않는다. 상담은 수퍼비전 아래 실습으로 익히는 것이라 글로 옮기면 읽은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힘든 상태에 있다면 이 문서가 아니라 전문가를 찾는 편이 낫다. 이 문서는 학문을 소개할 뿐이다.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가

중학교 수학까지면 된다. 심리학 배경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른 문서와의 분업

그 문서가 하는 것이 문서가 하는 것
확률 — 검정과 추정을 절차와 유도로 세운다그 검정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왜 심리학이 p 값에서 효과크기로 옮겨 갔는지
확률 — 회귀를 수학으로 세운다상관에서 인과를 읽으면 왜 틀리는지
일반생물학 — 막전위와 활동전위그 위에서 시작한다. 회로와 기능 귀속의 논리
철학 —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그 물음을 심리학이라는 구체적 사례에 대어 본다
철학 — 의식이 무엇인가(존재론)의식을 어떻게 재는가(측정)

이 문서의 짜임

무엇을 하는가
1부 도구3~6이 학문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고, 방법과 측정을 세우고, 재현 위기를 다룬다
2부 배우고 기억하고 생각하기7~11학습·기억·인지·언어
3부 받아들이는 쪽12~14감각과 지각, 몸과 마음, 의식
4부 사람15~17발달·정서·성격과 지능
5부 사람들 사이18~19사회심리학, 그리고 임상·상담 개관

1부가 이 문서의 중심이다. 급하면 7장부터 읽어도 개별 장은 읽히지만, 그러면 이 문서를 쓴 이유가 사라진다. 4·5·6장을 건너뛰지 않기를 권한다.

권장 순서와 장별 난이도

주제난이도예상 시간앞에 필요한 장
3심리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3시간-
4어떻게 알아내는가★★5시간3
5재는 일 — 심리측정★★★5시간4
6재현 위기★★★5시간4, 5
7학습★★4시간4
8기억★★4시간4
9기억은 어떻게 어긋나는가★★4시간8
10생각하기★★★5시간5, 6
11언어와 사고★★★4시간7, 10
12감각과 지각★★★★5시간5
13몸과 마음★★★★5시간5, 6, 12
14의식과 수면★★★4시간12, 13
15발달★★★4시간4, 7
16정서와 동기★★★4시간4
17성격과 지능★★★★5시간5, 6
18사회심리학★★★5시간6
19임상·상담 개관★★3시간5, 6, 17

총 74시간 남짓이다. 하루 2시간이면 다섯 주 정도의 분량이다.

가장 걸리는 곳을 미리 알려 둔다. 12장의 신호탐지이론17장의 유전율이다. 앞의 것은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르는 생각이 처음에는 낯설어서 걸리고, 뒤의 것은 낱말의 일상적 뜻과 통계적 뜻이 크게 달라서 걸린다. 둘 다 그 자리에서 천천히 가는 편이 낫다 — 뒤에서 계속 쓴다.

이 문서가 지키려는 약속

참고문서

이 문서는 아래 자료를 읽고 새로 썼다. 어느 것도 옮기거나 번역하지 않았다.

자유 이용 교재

재현 위기를 이해하려면

유료 교재

강의

심리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

심리학을 소개하는 글은 대개 결과부터 꺼낸다.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더라, 기억은 이렇게 어긋나더라. 이 문서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결과를 먼저 놓고 방법을 뒤에 붙이면, 읽는 사람이 그 결과를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단을 갖지 못한 채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2010년대에 심리학은 자기 문헌을 되짚어 보는 큰 작업을 했고, 교과서에 실려 있던 유명한 결과 상당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6장이 그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 뒤로 이 분야를 읽는 방식이 달라졌고, 이 문서는 달라진 방식으로 쓴다.

이 장에서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없다. 심리학 배경 지식도, 통계를 배웠다는 것도 가정하지 않는다. 마지막 질문의 답이 4·5·6장 전체의 이유가 되므로, 이 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절은 마지막 절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가

교과서적인 정의는 이렇다. 심리학은 행동과 정신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한 문장에 이 학문의 어려움이 통째로 들어 있으므로 두 낱말을 갈라 보자.

행동(behavior)은 밖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느 단추를 눌렀는지, 몇 초가 걸렸는지, 눈이 화면의 어디에 머물렀는지.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와 호르몬이 얼마나 나왔는지도 여기에 들어간다. 재는 방법이 정해져 있고, 두 사람이 각자 재도 같은 값이 나온다.

정신과정(mental process)은 그렇지 않다. 기억, 주의, 의도, 정서, 태도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은 직접 볼 수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행동 쪽이고, 정신과정은 행동에서 추론된 것이다.

왼쪽 칸만 직접 볼 수 있다. 가운데 칸은 언제나 왼쪽에서 추론한 것이고, 그 추론을 검사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오른쪽 칸의 장치들이다
<왼쪽 칸만 직접 볼 수 있다. 가운데 칸은 언제나 왼쪽에서 추론한 것이고, 그 추론을 검사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오른쪽 칸의 장치들이다>[원본 보기]

그러면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학문인가. 그 점만 놓고 보면 물리학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전자를 눈으로 본 적이 없고, 전자에 대한 주장은 전부 계기 바늘의 움직임에서 추론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룬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고, 이 장 마지막 절이 그것을 다룬다.

다만 지금 못 박아 둘 것이 하나 있다. 정신과정을 다루려면 "이것을 재면 그것을 잰 것으로 치겠다"는 약속을 미리 해 두어야 한다. 기억을 잰다고 할 때 실제로 재는 것은 "30분 뒤에 다시 적어 낸 낱말의 개수" 같은 것이다. 이 약속을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라 하고, 4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지금은 이름만 알아 두면 된다.

설명의 층위

같은 물음에 대해 서로 다른 층위의 답이 나올 수 있다. 시험 전날 잠을 설쳤다고 하자.

네 답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 하나가 참이면 나머지가 거짓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 각각 다른 것을 묻고 답한 것이다
<네 답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 하나가 참이면 나머지가 거짓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 각각 다른 것을 묻고 답한 것이다>[원본 보기]

이 그림에서 읽을 것은 층위끼리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성 체계가 켜져 있었다는 답과 시험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다는 답은 둘 다 참일 수 있고, 대개 둘 다 있어야 이야기가 끝난다.

그래도 자주 나오는 반문이 있다. "결국 다 뇌에서 일어나는 일 아닌가." 이 물음은 진지한 물음이고,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것은 존재론의 물음이며 철학 문서 14장이 다룬다. 이 문서가 묻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어느 층위에서 무엇을 잴 수 있는가다. 13장에서 뇌 측정을 다룰 때 이 구별을 다시 쓴다.

예제 1

다음 넷 가운데 행동에 해당하는 것과 정신과정에 해당하는 것을 가르고, 정신과정 쪽은 무엇을 재면 그것을 잰 것으로 칠 수 있을지 하나씩 적어 보라.

(가) 화면에 낱말이 뜬 뒤 단추를 누르기까지 걸린 시간

(나) 그 낱말을 이미 본 적이 있다고 느끼는 것

(다) 낯선 사람에게 길을 알려 줄 마음

(라) 낯선 사람에게 실제로 길을 알려 준 것

풀이 보기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연구자가 그것을 직접 기록할 수 있는가, 아니면 기록한 것에서 추론해야 하는가.

(가)는 행동이다. 시계가 재 준다. (라)도 행동이다. 알려 주었는지 아닌지를 관찰자가 적을 수 있다.

(나)는 정신과정이다. 잰다면 이렇게 한다 — 낱말을 보여 주고 "전에 본 적이 있는가"를 묻고 예/아니오를 기록한다. 또는 그 판단에 걸린 시간을 잰다. 어느 쪽이든 재는 것은 응답이지 느낌 자체가 아니다.

(다)도 정신과정이다. 잰다면 "도와줄 의향"을 몇 칸 척도로 묻거나, 실제로 도울 기회를 만들어 놓고 (라)를 관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와 (라)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마음이 있었는데 안 하기도 하고, 마음 없이 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를 (라)로 재기로 했다면 그 약속을 밝혀 두어야 하고, 결론도 그 약속의 범위 안에서만 말해야 한다.

흔한 실수는 (다)를 재려고 (라)를 관찰해 놓고 결론에서는 다시 (다)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5장에서 이것을 타당도 문제로 다시 다룬다.

예제 2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심리학의 설명은 다 임시방편이다. 뇌를 충분히 알게 되면 심리학적 설명은 필요 없어진다." 이 주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고, 그럼에도 지금 이 문서가 층위를 여럿 두는 이유를 설명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주장의 가장 강한 형태는 이렇다. 심리 현상이 물질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 물질적 과정을 남김없이 서술하는 이론은 심리학적 서술이 하는 일을 전부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과학사에서 그런 흡수가 일어난 적이 있다. 화학의 여러 규칙성이 원자 구조로 설명되고 나서 독립된 원리로 남지 않은 것이 그런 경우다. 그럼에도 이 문서가 층위를 여럿 두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이 그런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뇌 상태가 어떤 기억에 대응하는지 낱낱이 아는 상태가 아니고, 알게 되더라도 "이 사람이 왜 저 낱말을 더 잘 기억했는가" 같은 물음에 답하려면 부호화 조건이나 인출 단서 같은 심리학 층위의 개념이 여전히 필요하다. 게다가 사회·제도 층위의 설명은 개인의 뇌 안에 없는 것을 가리킨다. 시험 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는 어느 한 사람의 뇌 상태로 옮겨 적을 수 없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주장을 무너뜨리기 쉬운 형태로 요약하지 않았는가 — 이 방향의 흡수가 실제로 일어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것
  • '원리상 가능한가'와 '지금 할 수 있는가'를 구별할 것
  • 층위를 여럿 두는 것이 편의인지 원리적 필요인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흡수가 원리상 가능하다고 보는 답도, 원리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답도 다 괜찮다. 그 물음 자체가 미결이고 철학 문서 14장이 양쪽을 다룬다. 다만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므로 뇌과학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식의 답은 오답이다. 대체 가능성의 물음과 과학인지의 물음은 다른 물음이고, 앞의 것에 답한다고 뒤의 것이 답해지지 않는다.

상식과 무엇이 다른가

심리학 결과를 들으면 자주 이런 반응이 나온다. "그건 나도 알던 건데." 이 반응은 아주 자주 나오고, 실제로 어느 정도 맞는다. 그런데 그 반응이 나오는 방식 자체가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사후과잉확신

결과를 알고 나면 그 결과가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을 사후과잉확신(hindsight bias)이라 하고, 피시호프(Baruch Fischhoff)가 1975년에 발표한 연구가 이 현상을 실험으로 세운 것으로 널리 인용된다. 절차는 단순하다. 한 집단에게는 어떤 일의 결과를 알려 주지 않고 "이렇게 될 확률이 얼마라고 보는가"를 묻고, 다른 집단에게는 결과를 알려 준 뒤 "결과를 몰랐다면 얼마라고 봤겠는가"를 묻는다.

두 집단의 추정이 다르다. 아래쪽 사람들은 결과를 알기 전이었다면 자기가 그렇게 답했으리라고 믿지만, 위쪽이 실제로 결과를 모르는 사람들의 답이다
<두 집단의 추정이 다르다. 아래쪽 사람들은 결과를 알기 전이었다면 자기가 그렇게 답했으리라고 믿지만, 위쪽이 실제로 결과를 모르는 사람들의 답이다>[원본 보기]

그림의 수치는 가상의 값으로 만든 도식이다. 요점은 값이 아니라 두 줄이 어긋난다는 것과, 아래쪽 사람들이 자기 추정이 결과 때문에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후과잉확신은 심리학에서 비교적 튼튼하게 재현되어 온 현상에 속한다.

이것이 "나도 알던 건데"의 정체다. 결과를 듣기 전에 물어보면 사람들의 답은 갈리고, 결과를 듣고 나서 물어보면 모두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답한다.

상식이 놓치는 세 가지

사후과잉확신 말고도 상식이 구조적으로 못 하는 일이 있다. 셋이다.

그리고 상식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상식은 서로 모순된다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상식은 반대되는 답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쪽도 상식이다저쪽도 상식이다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반대되는 사람끼리 끌린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낫다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이 커진다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쇠뿔도 단김에 빼라

어느 쪽 결과를 들려주어도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므로 '당연하게 들린다'는 것은 그 주장이 참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상식이 갖지 못한 것은 답이 아니라, 둘 중 어느 쪽이 언제 맞는지를 정하는 절차다.

심리학이 하는 일이 그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이 내놓는 답은 대개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이런 조건에서는 이쪽, 저런 조건에서는 저쪽"이다. 그러면 상식의 두 문장은 각각 어느 조건을 가리키는지가 정해진다.

예제 3

어떤 심리학 결과를 소개하면서 "놀랍게도 사람들은 ~하지 않았다"라고 쓴 글이 있다. 이 글이 독자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밝혀라.

풀이 보기

이 글은 결과를 알려 주기 전에 독자의 예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놀랍게도"는 독자가 반대쪽을 예상했으리라는 가정 위에 서 있는데, 그 가정을 확인한 적이 없다.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독자가 실제로는 그 결과를 예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놀랍게도"는 결과를 실제보다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장식이 된다. 둘째, 반대 결과가 나왔더라도 같은 글을 쓸 수 있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했다." 어느 결과가 나와도 놀랍다고 쓸 수 있다면 그 놀라움은 결과에서 온 것이 아니다.

고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결과를 말하기 전에 독자가 스스로 예상을 적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서의 예제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모양으로 되어 있다. 판단을 먼저 내리게 한 뒤 답을 보게 하면, 자기 예상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자기가 확인할 수 있다.

예제 4

다음 두 주장은 서로 반대다. 두 주장이 모두 참일 수 있는 조건을 각각 하나씩 지어 보고,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지 한 줄로 적어라.

(가) 여럿이 함께 문제를 풀면 혼자보다 낫다.

(나) 여럿이 함께 문제를 풀면 혼자보다 못하다.

풀이 보기

조건을 갈라 놓으면 둘 다 참일 수 있다. 답은 여럿이고 아래는 그 가운데 하나다.

(가)가 참일 조건 — 문제가 여러 갈래의 지식을 필요로 하고, 각자가 서로 다른 조각을 갖고 있으며,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정해져 있을 때. 그러면 합쳐진 지식이 어느 한 사람의 지식보다 넓다.

(나)가 참일 조건 — 문제가 한 사람의 집중을 오래 요구하고, 누가 무엇을 했는지 구별되지 않으며, 먼저 말한 사람의 답에 나머지가 끌려갈 수 있을 때. 그러면 노력이 줄고 답의 다양성도 줄어든다.

어떻게 확인하는가. 조건을 실험자가 정해 놓고 두 방식을 견주면 된다. 같은 사람들을 데려와 절반은 혼자, 절반은 넷이서 같은 문제를 풀게 하고, 문제의 종류(지식 분산형 대 집중형)를 따로 바꿔 가며 되풀이한다. 그러면 "어느 쪽이 낫다"가 아니라 "어떤 문제에서 어느 쪽이 나은가"라는 답이 나온다.

여기가 요점이다. 상식의 두 문장은 서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심리학이 하는 일은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찾아 붙이는 것이다. 18장에서 이 물음을 실제로 다룬다.

예제 5

다음은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다. "심리학 실험 결과는 결국 상식을 확인해 줄 뿐이다." 이 주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고,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부터 받아들이지 않을지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가장 강한 형태는 이렇다. 심리학의 결과 가운데 상당수는 발표되고 나면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도 몇몇 결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널리 그렇다. 그리고 그런 결과를 얻는 데 큰 비용이 든다. 이 지적은 어디까지 맞는가. 개별 결과가 상식과 겹친다는 부분은 자주 맞는다. 사람들은 실제로 많은 것을 대략 알고 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둘이다.

첫째, 상식은 반대되는 답을 함께 갖고 있으므로 어느 쪽이 확인되어도 "상식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판정 방식은 무엇으로도 반박되지 않고, 반박되지 않는 판정은 아무것도 가려내지 못한다. 둘째, 심리학이 내놓는 것은 방향만이 아니라 크기와 조건이다. "칭찬이 도움이 된다"는 상식이지만 "어떤 종류의 칭찬이 언제, 얼마나"는 상식에 없다. 그리고 크기와 조건이 실제로 쓸모를 정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지적에 맞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할 것 — 실제로 겹치는 결과가 많다
  • 상식이 반대되는 답을 함께 갖는다는 지적
  • 방향과 크기·조건의 구별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지적에 상당한 힘을 실어 주는 답도 좋다. 실제로 "당연한 것을 확인하는 데 자원을 쓴다"는 비판은 이 분야 안에서도 제기된다. 반대로 "심리학의 결과는 전부 반직관적이다"라고 답하면 오답이다. 사실과 다르고, 6장에서 볼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반직관적인 결과를 우대하는 관행이었다.

이 학문은 어떻게 나뉘어 있는가

심리학은 물음의 종류에 따라 갈래가 나뉜다. 아래 지도는 이 문서의 장 구성과 맞춰 놓은 것이다.

가운데 세로줄이 모든 갈래를 관통한다. 갈래는 무엇을 묻는지로 나뉘고, 어떻게 알아내는지는 나뉘지 않는다
<가운데 세로줄이 모든 갈래를 관통한다. 갈래는 무엇을 묻는지로 나뉘고, 어떻게 알아내는지는 나뉘지 않는다>[원본 보기]

이 지도에서 읽을 것은 갈래의 이름이 아니라 방법이 갈래를 관통한다는 사실이다. 기억을 연구하는 사람과 사회 행동을 연구하는 사람이 쓰는 설계와 통계는 거의 같다. 그래서 6장에서 볼 문제도 특정 갈래의 문제가 아니라 공통의 방법에서 난 문제였다.

갈래를 나누는 또 하나의 축은 기초와 응용이다. 기초 쪽은 "사람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묻고, 응용 쪽은 "그것을 알고 나면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학습과 기억을 다루는 기초 연구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다루는 교육 쪽 연구가 그런 짝이다.

두 축을 섞어 쓸 때 조심할 것이 있다. 기초에서 얻은 결과를 응용 자리로 옮길 때는 옮겨도 되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낱말 목록으로 얻은 결과가 교실에서 교과 내용에 대해서도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물음이고, 대개 별개의 연구가 필요하다. 6장에서 이 물음에 이름을 붙인다.

이 문서가 다루는 범위에 대해 미리 밝혀 둘 것이 둘 있다.

예제 6

다음 물음들은 각각 어느 갈래에 놓이는가. 갈래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왜 그런지 적어라.

(가) 같은 낱말 목록을 하루에 몰아서 외우는 것과 사흘에 나눠 외우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오래 남는가.

(나) 사람이 자기 나라 말이 아닌 소리의 차이를 언제부터 못 듣게 되는가.

(다) 왜 사람들은 자기가 틀렸다는 증거를 보고도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가.

풀이 보기

(가) 기억이다. 8장에서 다룬다. 그런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응용 물음과 곧장 이어지므로 교육 쪽으로도 걸친다. 이 결과는 재현이 잘 된 편에 속하고, 8장에서 그 사정을 함께 적는다.

(나) 언어와 발달 둘 다에 걸린다. 소리를 가르는 능력은 지각이고, 그것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발달이다. 11장과 15장 양쪽에 나온다. 갈래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갈래는 물음을 나누는 편의이지 자연의 이음매가 아니다.

(다) 생각하기(10장)와 사회심리학(18장)에 걸린다. 개인의 정보 처리로 볼 수도 있고 자기 입장을 지키는 일로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놓느냐에 따라 설계가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자로 보면 사람에게 자료를 주고 판단을 재고, 후자로 보면 그 주장이 그 사람에게 무엇인지를 함께 다뤄야 한다.

먼저 골라 보라

다음 가운데 이 문서가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은 무엇인가.

(가) 사회심리학의 유명한 결과들이 재현에서 어떻게 되었는가

(나) 심리치료의 여러 이론 계보와 효과 연구의 지형

(다) 독자가 자기 상태를 재 볼 수 있는 척도

(라) 지능 검사가 무엇을 재고 무엇을 재지 못하는가

풀이 보기

답은 (다)다.

(가)는 다룬다. 오히려 이 문서가 재현 위기를 피하지 않고 18장의 소재로 정면에서 쓴다.

(나)도 다룬다. 19장이 이론 계보와 효과 연구의 지형을 개관한다. 다루지 않는 것은 기법의 절차"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는 형태의 조언이다.

(다)가 답이다. 자습서라는 형식은 읽는 사람을 자기 문제에 적용하는 쪽으로 민다. 자기 상태를 재 보게 하는 척도를 실으면 그 힘이 훨씬 세진다. 척도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5장에서 다루지만, 독자가 자기에게 대어 볼 척도는 싣지 않는다.

(라)도 다룬다. 17장이 지능 검사의 구조와 그 오용을 함께 다룬다. 검사를 설명하는 것과 검사를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다)와 (라)를 가르는 선이다.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되었는가

심리학의 역사는 학파의 이름을 외우는 방식으로 배우면 재미없고 쓸모도 없다. 대신 한 가지만 따라가 보자. 무엇을 자료로 인정할 것인가. 학파가 바뀐 자리는 거의 전부 이 물음의 답이 바뀐 자리다.

화살표에 붙은 말이 전부 무엇을 자료로 인정할지에 대한 다툼이다. 주제가 바뀐 것이 아니라 자료의 기준이 바뀌었다
<화살표에 붙은 말이 전부 무엇을 자료로 인정할지에 대한 다툼이다. 주제가 바뀐 것이 아니라 자료의 기준이 바뀌었다>[원본 보기]

순서를 짚어 보자.

같은 이야기를 시간축에 놓은 것이다. 세로로 나뉜 세 줄이 자료의 기준이 바뀐 세 국면에 해당한다
<같은 이야기를 시간축에 놓은 것이다. 세로로 나뉜 세 줄이 자료의 기준이 바뀐 세 국면에 해당한다>[원본 보기]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것이 하나 있다. 행동주의가 틀려서 버려진 것이 아니다. 조건형성 연구는 지금도 튼튼하고 7장이 그것을 정면으로 다룬다. 바뀐 것은 "속을 묻지 않는다"는 금지였다. 인지혁명이 한 일은 속을 묻되 검사 가능한 형태로 묻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반응 시간이나 오류의 종류처럼 밖에서 잴 수 있는 것으로 속의 처리 과정을 검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예제 8

왓슨이 내성을 자료에서 빼자고 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적고, 그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지 판단하라. 유효하다면 지금은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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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이렇다. 내성 보고는 보고한 사람 말고는 확인할 수 없고, 두 사람의 보고가 어긋날 때 누가 맞는지 가릴 절차가 없다. 자료로 쓰려면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값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내성은 그렇지 않다.

이 이유는 지금도 유효하다. 자기보고가 무엇에 취약한지는 5장에서 다루고, 그 목록은 왓슨의 지적과 거의 겹친다.

다만 지금은 자기보고를 버리지 않고 다룬다. 방법이 셋이다. 첫째, 같은 것을 여러 문항으로 여러 번 물어 흔들림을 재고 그것을 신뢰도로 보고한다. 둘째, 자기보고와 행동 지표를 함께 재서 둘이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한다. 셋째, 자기보고 자체를 설명해야 할 현상으로 다룬다. "사람들이 자기 상태를 어떻게 보고하는가"는 그 자체로 연구할 만한 물음이다.

요컨대 왓슨의 진단은 옳았고 처방이 지나쳤다. 확인할 수 없는 자료를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자료를 통째로 버리면 물을 수 없는 물음이 너무 많아진다.

예제 9

아래는 어떤 개론서에서 가져온 설명 방식이다. "구성주의는 틀렸고 행동주의가 그것을 대체했으며, 행동주의도 틀려서 인지주의가 대체했다." 이 서술의 문제를 지적하고 고쳐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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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서술은 학파의 교체를 참과 거짓의 교체로 그린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것이 아니라 자료로 인정하는 것의 범위가 바뀐 것이었고, 앞 학파가 세운 결과 가운데 지금도 쓰이는 것이 많다. 조건형성 연구는 행동주의가 남긴 것이고 지금도 정설이다. 반응 시간을 자료로 쓰는 방식은 분트의 실험실에서 자리 잡았고 인지심리학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고쳐 쓰면 이렇게 된다 — "구성주의는 내성 보고를 주된 자료로 삼았고, 그 보고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행동주의는 자료를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좁혔다. 그 좁힘이 언어와 기억을 다루기 어렵게 만들자, 인지혁명은 속의 과정을 다루되 반응 시간과 오류 유형처럼 밖에서 잴 수 있는 것으로 검사하는 길을 열었다. 각 국면은 앞 국면의 결과를 버린 것이 아니라 자료의 범위를 다시 정한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교체의 축이 참·거짓이 아니라 자료의 범위였다는 지적
  • 앞 학파의 결과 가운데 지금도 쓰이는 것의 예를 하나 이상
  • 행동주의의 좁힘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인정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인지혁명을 실제 '혁명'으로 보지 않는 답도 좋다. 그런 견해가 있고, 행동주의 시기에도 속의 과정을 다룬 연구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대로 "학파는 다 옳았다"로 얼버무리면 오답이다. 내성 보고를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는 실제 문제였고 해결된 적이 없다.

이 학문이 왜 어려운가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4·5·6장 전체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심리학이 어려운 이유는 연구하는 사람이 게을러서도, 이 분야가 아직 젊어서도 아니다. 재려는 대상의 성질에서 나온다. 다섯 자리가 있다.

다섯 어려움 각각에 대응하는 방법이 오른쪽에 붙어 있다. 없앨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줄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다섯 어려움 각각에 대응하는 방법이 오른쪽에 붙어 있다. 없앨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줄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원본 보기]

이 다섯을 없앨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줄이고, 남은 것을 드러내 놓고 셈에 넣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서는 방법을 부록이 아니라 본체에 둔다. 4장이 설계를, 5장이 측정을, 6장이 그 둘을 실제로 지키지 못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이 절을 읽고 나서 흔히 나오는 두 결론이 둘 다 틀렸다.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다"도, "심리학의 결과는 다 믿을 만하다"도 이 그림을 안 본 결론이다. 옳은 태도는 셋째다. 어떤 주장이 어떤 설계에서 나왔는지를 보고, 그만큼만 믿는 것. 그 잣대를 6장에서 네 물음으로 정리한다.

그럼에도 이 학문이 가진 것

어려움만 늘어놓으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 학문이 직관에 견주어 실제로 갖고 있는 것을 적어 두자. 셋이다.

이 셋 가운데 어느 것도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설계가 나쁘면 셋 다 잃는다. 그것이 4·5·6장을 앞쪽에 두는 이유다.

예제 10

어떤 연구자가 이렇게 말한다. "참가자가 우리 가설을 눈치채는 것이 문제라면, 실험이 끝난 뒤에 가설을 알아챘는지 물어보고 알아챈 사람을 빼면 된다." 이 방법이 왜 충분하지 않은지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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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알아챘는지를 다시 자기보고로 묻고 있다. 알아채고도 아니라고 답할 수 있고, 반쯤 알아챈 상태는 답하기 어렵다. 문제를 자기보고로 잡으려 하는데, 자기보고가 원래 문제였다.

둘째, 자료를 본 뒤에 사람을 빼는 절차가 된다. 누구를 뺄지 정하는 재량이 결과를 움직일 수 있고, 그 재량이 6장에서 다룰 문제의 핵심이다. 빼기로 했다면 자료를 보기 전에 기준을 못 박아야 한다.

셋째, 그렇게 빼고 나면 남은 사람들이 처음의 두 집단과 다른 집단이 된다. 무선배정으로 맞춰 놓은 균형이 깨진다. 4장에서 이것을 다시 본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가. 애초에 눈치채지 못하게 만드는 쪽이 낫다. 참가자에게 조건을 알리지 않고, 가능하면 실험자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알아챘는가" 문항을 쓸 거라면 그 문항과 제외 기준을 미리 정해 공개해 둔다.

예제 11

어떤 연구가 "A 방법으로 공부한 집단이 B 방법으로 공부한 집단보다 평균 점수가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를 두고 "그러니 A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절의 다섯 어려움 가운데 어느 것을 건너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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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셋을 건너뛰었다.

셋째(개인차)를 건너뛰었다. 평균이 높다는 것은 A 집단의 모든 사람이 B 집단의 모든 사람보다 높았다는 뜻이 아니다. 두 집단은 대개 크게 겹치고, 그 겹침의 정도를 말해 주는 것이 효과크기다. 5장에서 이 그림을 직접 본다. 겹침이 크면 "나에게 A가 나을 것"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넷째(원인이 여럿)를 건너뛰었다. 공부 방법이 점수에 대해 갖는 몫은 대개 작다. 잘 시간, 시험의 종류, 이미 아는 양이 함께 작용하고, 방법을 바꿔서 얻는 몫이 그것들에 비해 얼마나 되는지가 실제로 중요한 값이다.

다섯째(표본)를 건너뛰었다. 누가 참가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닿는 범위가 정해진다. 대학생에게서 얻은 결과를 초등학생이나 성인 학습자에게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 문장에는 앞서 다룬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평균이 높았다"는 것과 "A 때문에 높았다"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두 집단이 어떻게 나뉘었는지를 보지 않으면 앞의 것에서 뒤의 것으로 갈 수 없다. 그것이 4장 전체의 주제다.

예제 12

이 장의 다섯 어려움 가운데 물리학이나 화학에는 없고 심리학에만 있는 것은 어느 것인가. 그리고 그 차이가 이 학문의 방법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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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다섯 가운데 첫째·셋째·넷째는 정도의 차이일 뿐 다른 과학에도 있다. 물리학도 관찰할 수 없는 것을 추론하고, 생물학은 개체 차이를 늘 다루며, 원인이 여럿 얽힌 현상은 지구과학에도 흔하다. 다섯째도 표본 문제라는 점에서 다른 분야의 것과 성격이 같다. 심리학에만 있는 것은 둘째, 즉 재려는 대상이 재는 일을 알아채고 그 때문에 달라진다는 점이다. 전자는 관찰된다는 사실에 반응해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은 바꾼다. 그리고 무엇을 알아냈는지 알려 주면 다음번에 또 달라진다.

이것이 방법을 바꾸는 방식은 이렇다. 첫째, 은폐가 설계의 일부가 된다. 참가자에게 조건을 알리지 않고, 자료를 다루는 사람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다른 과학에서는 관찰자의 기대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만 심리학에서는 대상의 반응까지 막아야 한다. 둘째, 속임과 사후설명이라는 절차가 생긴다. 그리고 그 절차는 곧장 윤리 문제를 만든다. 셋째, 결과를 알린 뒤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가 별도의 물음이 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둘째를 고르고, 나머지 넷은 정도의 차이임을 밝힐 것
  • 그 차이가 설계에 낳는 구체적인 결과를 하나 이상 — 은폐, 속임, 사후설명 가운데
  • 그 장치가 윤리 문제를 함께 만든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셋째나 넷째를 고르고 "정도의 차이가 너무 커서 질적으로 다르다"고 논증하는 답도 좋다. 실제로 심리학의 효과크기가 물리 상수의 정밀도와 견줄 수 없다는 지적에는 힘이 있다. 다만 "심리학만 어렵다"거나 "다른 과학도 똑같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앞의 것은 근거가 없고, 뒤의 것은 둘째 항목을 못 본 것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행동(behavior)밖에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것. 반응 시간, 선택, 생리 지표를 포함한다
정신과정(mental process)직접 관찰할 수 없고 행동에서 추론되는 것. 기억·주의·의도·정서·태도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무엇을 재면 그 개념을 잰 것으로 칠지 미리 정해 두는 약속. 4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설명의 층위같은 현상에 대한 생물·개인·사회문화·발달 층위의 설명.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사후과잉확신(hindsight bias)결과를 알고 나면 그 결과가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내성(introspection)자기 의식 경험을 스스로 관찰해 보고하는 것. 구성주의의 주된 자료였다
구성주의(structuralism)의식 경험을 성분으로 나누어 기술하려 한 흐름. 분트·티치너
기능주의(functionalism)의식의 성분이 아니라 쓰임을 물은 흐름. 제임스
행동주의(behaviorism)관찰 가능한 행동만 자료로 삼자는 흐름. 왓슨·스키너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속의 처리 과정을 다루되 밖에서 잴 수 있는 것으로 검사하는 길을 연 전환
사람이 문서에서의 자리
분트 (1832–1920)1879년 라이프치히 실험실. 심리학이 독립한 시점으로 세는 것이 관례다
티치너 (1867–1927)구성주의를 영어권에 세웠다
에빙하우스 (1850–1909)기억을 재는 절차를 만들었다. 8장에서 다시 나온다
제임스 (1842–1910)기능주의. 성분이 아니라 쓰임을 물었다
왓슨 (1878–1958)1913년 행동주의 선언. 내성을 자료에서 뺐다
스키너 (1904–1990)행동주의를 가장 멀리 밀고 나갔다. 7장의 주역이다
밀러 (1920–2012)1956년 기억 용량 논문. 인지혁명의 이정표로 인용된다. 8장에서 다시 나온다
나이서 (1928–2012)1967년 인지심리학 교과서. 흐름에 이름을 주었다
피시호프 (Baruch Fischhoff)1975년 사후과잉확신 연구

다음 장은 이 장이 던져 놓은 물음을 받는다.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재는가, 그리고 "A 다음에 B 가 있었다"에서 "A 가 B 를 일으켰다"로 어떻게 건너가는가. 두 번째 물음이 이 문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가 된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어떻게 알아내는가

3장에서 심리학이 다루는 것 대부분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 이 장은 그럼에도 어떻게 알아내는지를 다룬다.

이 장이 이 문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장이다. 7장부터 19장까지 나오는 모든 주장에는 "어떤 설계에서 나온 주장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데, 그 꼬리표를 읽는 법이 여기에 있다.

답할 질문은 넷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3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조작적 정의라는 이름 하나와, 다섯 어려움의 목록이다. 통계 지식은 가정하지 않는다. 검정과 신뢰구간을 계산하는 일은 이 문서가 하지 않고 확률 문서가 한다. 그 문서의 10·11·12장이 추정·가설검정·회귀와 상관을 수학으로 세운다. 여기서는 그 계산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만 다룬다.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를 설계가 정한다

연구 설계는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뉘지 않는다. 물음마다 갈 수 있는 데까지가 정해져 있고, 설계는 그 한계를 정하는 장치다.

아래로 갈수록 말할 수 있는 것이 늘고 물을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가운데 마름모 하나가 상관과 실험을 가른다
<아래로 갈수록 말할 수 있는 것이 늘고 물을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가운데 마름모 하나가 상관과 실험을 가른다>[원본 보기]

갈래는 셋이다.

마름모의 물음이 결정적이다. 누가 어느 조건에 들어갈지를 연구자가 정할 수 있는가. 정할 수 있으면 실험이고, 이미 갈려 있는 집단을 견주는 것이면 실험이 아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견주는 연구는 실험실에서 하더라도 실험이 아니다. 누가 흡연자가 될지를 연구자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작적 정의 — 재려면 먼저 말을 정해야 한다

어떤 설계를 쓰든 그 앞에 할 일이 있다. 재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하는 일이다.

"끈기 있는 사람이 성취가 높은가"라는 물음을 생각해 보자.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끈기가 무엇인지, 성취가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는 그것을 정하는 일이다 — "이것을 재면 그 개념을 잰 것으로 치겠다"는 약속.

개념조작적 정의의 예그 정의가 놓치는 것
끈기풀리지 않는 퍼즐을 그만두기까지 버틴 시간(초)그만두는 것이 현명한 상황에서도 버티는 사람이 높게 나온다
주의방해 자극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반응 시간 차이오래 지속되는 주의는 이 짧은 과제로 잡히지 않는다
친사회성실험이 끝난 뒤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주는가한 번의 상황이라 일관성을 말할 수 없다
학업 성취한 학기 평점과목 난이도와 학과가 다르면 견줄 수 없다

표의 셋째 칸이 요점이다. 모든 조작적 정의는 개념보다 좁다. 그래서 결론도 그 정의만큼만 말해야 한다. "버틴 시간이 긴 사람이 평점이 높았다"와 "끈기 있는 사람이 성취가 높다"는 다른 문장이고, 앞의 것에서 뒤의 것으로 가려면 그 정의가 그 개념을 잘 대신한다는 증거가 따로 있어야 한다. 그 증거를 다루는 것이 5장의 타당도다.

나쁜 조작적 정의를 알아보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정의를 읽고 나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잴 수 있는가. "참가자가 얼마나 몰입했는지 실험자가 평정한다"는 나쁜 정의다. 평정 기준이 적혀 있지 않으면 사람마다 다르게 잰다.

예제 13

다음 세 연구는 각각 어느 갈래인가. 그리고 각 연구가 말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적어라.

(가) 도서관에 앉아 두 시간 동안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몇 번 집어 드는지 센다.

(나) 학생 400명에게 하루 수면 시간과 그 학기 평점을 묻고 둘의 관계를 본다.

(다) 학생 400명을 동전 던지기로 두 조에 나눠 한 조에게만 시험 전날 8시간 이상 자도록 안내하고, 다음 날 시험 점수를 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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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기술 연구, 그중에서도 자연관찰이다. 말할 수 없는 것 — 왜 집어 드는지. 그리고 도서관 밖에서도 그런지. 관찰된 것은 이 장소, 이 시간대의 이 사람들이다.

(나) 상관 연구다. 말할 수 없는 것 — 잠을 늘리면 평점이 오르는지. 이 자료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다음 절에서 이유를 자세히 본다.

(다) 실험이다. 조건을 연구자가 동전 던지기로 정했다. 말할 수 없는 것 — '안내를 받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잔 것'의 효과인지. 안내를 받았다고 다 그렇게 자지는 않는다. 실제로 연구자가 정한 것은 수면 시간이 아니라 안내를 받았는지 여부이고, 결론도 거기까지다. 실제 수면 시간을 함께 재서 보고해야 이 간극이 드러난다.

세 답에 공통된 것이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자료를 더 들여다본다고 나오지 않는다. 설계가 정해 놓은 한계이므로, 넘어가려면 설계를 바꿔야 한다.

예제 14

어떤 연구가 "창의성"을 정해진 시간 안에 벽돌의 용도를 몇 가지나 적는가로 정의했다. 이 정의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둘씩 적고, 이 정의로 얻은 결과를 보고할 때 반드시 함께 적어야 할 것을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장점이 둘이다. 첫째, 누가 재도 같은 값이 나온다. 개수를 세면 되므로 채점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둘째,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서 잴 수 있다. 그래서 표본을 키울 수 있고, 5장에서 볼 검정력 문제에 유리하다. 단점도 둘이다. 첫째, 개수와 질이 다르다. 쓸모없는 답을 스무 개 적은 사람이 뛰어난 답을 세 개 적은 사람보다 높게 나온다. 둘째, 이 과제가 실제 창작 활동과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없다. 몇 분 동안 목록을 적는 일과 몇 달에 걸친 작업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그러므로 이 정의로 얻은 결과를 보고할 때는 결론을 이 정의의 범위 안에서 적어야 한다. "창의성이 높았다"가 아니라 "용도 나열 과제의 점수가 높았다"로 쓰고, 그 점수가 다른 창의성 지표와 어떤 관계인지 알려진 것이 있으면 함께 적는다. 이것이 5장의 구성 타당도가 하는 일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장점 쪽에 "누가 재도 같다"가 들어갈 것 — 이것이 이 정의를 고른 주된 이유다
  • 단점 쪽에 "개수와 질이 다르다"가 들어갈 것
  • 보고할 때 결론을 정의의 범위로 좁혀야 한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정의를 훨씬 나쁘게 보는 답도 좋다. 창작 활동과의 간극이 너무 커서 이 점수를 창의성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오해를 낳는다는 지적에는 힘이 있다. 반대로 훨씬 좋게 보는 답도 좋다. 잴 수 없으면 연구가 시작되지 않고, 좁더라도 잴 수 있는 정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표준적인 방식이다. 다만 "조작적 정의는 원래 다 좁으니 문제가 아니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좁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좁은 채로 넓은 결론을 적는 것이 문제이며, 그 구별이 이 예제의 요점이다.

여기서 조심할 것 하나. 개수 대신 '독창성'을 평정하기로 바꾸면 단점 하나는 줄지만 장점 하나가 사라진다. 평정자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그때는 평정자를 여럿 두고 그들의 일치도를 함께 보고해야 한다. 5장에서 그 지표를 다룬다.

관찰하고 묻는다

기술 연구부터 보자.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자주 오해받는 갈래다.

자연관찰과 사례 연구

자연관찰(naturalistic observation)은 상황에 손대지 않고 일어나는 것을 기록한다. 장점은 분명하다. 실험실에서 만들 수 없는 행동을 볼 수 있다. 단점도 분명하다. 무엇이 무엇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고, 관찰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행동이 달라진다. 3장에서 본 두 번째 어려움이다. 그래서 관찰자를 숨기거나,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기록 장치만 두고 사람은 물러난다.

사례 연구(case study)는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을 깊이 들여다본다. 드문 경우를 다룰 때 대신할 것이 없다. 어떤 능력이 특정하게 무너진 사례 하나가 "그 능력이 다른 능력과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고, 그런 사례가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의 여러 구분을 만들었다. 13장에서 다시 본다.

다만 사례 연구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얼마나 흔한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지를 말할 수 없다. 사례 하나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를 보이는 데 강하고 "이런 일이 일반적이다"를 보이는 데 아무 힘이 없다. 사례를 근거로 일반 주장을 하는 것이 이 갈래의 가장 흔한 오용이다.

조사 — 누구에게 물었는가

조사(survey)는 많은 사람에게 물어 분포를 얻는다. 여기서 결과를 정하는 것은 문항만이 아니라 누구에게 물었는가다.

모집단(population)은 결론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 전체이고, 표본(sample)은 실제로 조사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선표집(random sampling)이다. 모집단의 각 사람이 뽑힐 확률을 같게 해서 우연이 고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조사에서 표본은 세 자리에서 기울어진다.

WEIRD 표본

심리학 문헌 전체에 걸친 기울어짐이 하나 있다. 조사된 사람이 인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헨릭(Joseph Henrich)과 동료들이 2010년에 이 문제를 정리하면서 WEIRD 표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섯 낱말의 머리글자다.

글자낱말
WWestern서양의
EEducated교육받은
IIndustrialized산업화된
RRich부유한
DDemocratic민주주의 국가의

그 논문은 주요 학술지의 표본이 서양 산업국가에, 그리고 그 안에서도 대학생에 크게 쏠려 있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든다. 쏠림의 정도는 학술지와 시기에 따라 다르므로 여기에 하나의 수치를 적지 않는다. 확인하려면 원 논문의 조사표를 보는 편이 낫다.

이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표본이 좁다"는 흔한 지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 논문의 주장은 WEIRD 표본이 인류 전체에서 오히려 별난 쪽에 놓이는 항목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몇몇 지각 과제, 공정성 판단, 자기를 어떻게 서술하는가 같은 영역에서 그렇다고 보고했다. 그것이 맞다면 대학생 표본은 "조금 치우친 표본"이 아니라 가장 치우친 쪽에서 뽑은 표본이 된다.

이 지적이 어디까지 가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어떤 현상은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르고 어떤 현상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6장에서 볼 다중연구실 연구 가운데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같은 절차를 돌려 보고, 효과의 크기가 나라에 따라 달라진 정도보다 '어떤 효과인가'에 따라 달라진 정도가 훨씬 컸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대학생 표본이니 다 무의미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결론은 이것이다. 표본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그 표본이 결론의 범위를 정하게 두라.

이 물음은 6장에서 네 물음의 둘째 자리를 얻는다.

예제 15

어떤 앱이 이용자에게 알림을 보내 설문을 돌리고 "우리나라 사람의 78%가 이 기능에 만족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론이 닿는 범위를 정확히 다시 쓰고, 어디에서 기울어졌는지 짚어라.

풀이 보기

다시 쓰면 이렇다. "이 앱을 쓰고 있고, 알림을 받았고, 설문에 답한 사람 가운데 7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기울어진 자리가 셋이다.

첫째, 표집틀이 이 앱 이용자다. 앱을 안 쓰는 사람은 뽑힐 수가 없다. 그런데 결론은 "우리나라 사람"에 대해 말한다.

둘째, 무응답이다.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앱을 덜 쓰거나 이미 지웠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응답자는 만족한 쪽으로 기울어진 집단이다. 이 기울어짐은 표본을 아무리 키워도 줄지 않는다. 표본이 커지면 우연에서 오는 흔들림만 줄고, 기울어짐은 그대로 남는다. 이것이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다.

셋째, 문항이다. "만족하십니까"라는 물음 자체가 긍정 쪽으로 민다. 5장에서 다룬다.

무엇을 하면 나아지는가. 이용자 명단에서 무선표집해 개별로 접촉하고, 응답률을 함께 보고하고, 응답자와 비응답자가 알려진 항목(가입 시기, 사용량)에서 다른지 견주어 보고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예제 16

다음 주장을 평가하라. "WEIRD 표본 문제 때문에 심리학의 결과는 서양 대학생에 대해서만 참이다. 그러므로 이 문서의 7장 이후는 읽을 가치가 없다."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주장은 옳은 전제에서 지나친 결론으로 간다. 전제는 맞는다. 표본이 크게 쏠려 있고, 그 쏠림이 결론의 범위를 좁히는 것도 맞는다. 그러나 결론이 따라 나오지 않는 이유가 셋이다. 첫째, 현상마다 다르다. 문화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현상이 있고 여러 문화에서 비슷하게 나오는 현상이 있으며, 어느 쪽인지는 실제로 여러 곳에서 재 보아야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재 본 다중연구실 연구들이 있고, 그 결과는 "어느 효과인가"가 "어느 나라인가"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는 쪽이었다. 둘째, 표본이 좁다는 것은 결론의 범위를 좁히지 결론을 지우지 않는다. "이 표본에서는 이랬다"는 여전히 참이고, 그것이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 셋째, 이 주장을 밀고 나가면 같은 논리로 어떤 표본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어느 표본도 인류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결론뿐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전제가 옳다는 인정 — 쏠림은 실제이고 크다
  • 범위를 좁히는 것과 지우는 것의 구별
  • 어느 현상이 문화에 민감한지는 미리 알 수 없고 재 봐야 안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지적에 훨씬 무겁게 힘을 싣는 답도 좋다. 특히 사회·정서·도덕 판단을 다루는 영역에서는 쏠림의 대가가 크고, 그 영역의 결과를 인류 일반에 대한 주장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답은 정당하다. 반대로 "사람은 어디나 다 비슷하니 문제가 안 된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것이야말로 확인 없이 하는 일반화이고, 이 지적이 겨눈 바로 그 태도다.

상관 — 그리고 인과로 미끄러지는 자리

두 값이 짝지어 있고, 한쪽이 클 때 다른 쪽도 큰 경향이 있으면 상관(correlation)이 있다고 한다. 세기와 방향을 하나의 수로 적은 것이 상관계수이고 −1 과 1 사이의 값이다. 0 은 직선 관계가 없다는 뜻이고, 부호는 방향을, 절댓값은 세기를 나타낸다.

계산은 이 문서가 하지 않는다. 확률 문서 12장이 상관계수와 회귀를 수학으로 세운다.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짚는다.

첫째, 상관계수는 직선 관계의 세기만 잰다.

가운데와 오른쪽은 계수가 비슷하다. 오른쪽에는 뚜렷한 관계가 있는데도 그렇다. 계수를 보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가운데와 오른쪽은 계수가 비슷하다. 오른쪽에는 뚜렷한 관계가 있는데도 그렇다. 계수를 보기 전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원본 보기]

둘째, 그리고 이 절의 본론이다. 상관에서 인과로 갈 수 없다.

왜 갈 수 없는가

X 와 Y 가 함께 움직인다는 자료를 손에 넣었다고 하자. 이 자료를 낼 수 있는 그림이 넷이다.

네 그림이 모두 같은 산점도를 만든다. 상관 자료만으로는 넷 가운데 어느 것인지 가릴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다
<네 그림이 모두 같은 산점도를 만든다. 상관 자료만으로는 넷 가운데 어느 것인지 가릴 수 없다는 것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셋째가 가장 자주 걸리는 자리다. 확률 문서 12장이 같은 문제를 회귀의 언어로 다루며, 거기서는 이 변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므로 링크를 따라갈 때 참고하면 된다.

먼저 답해 보라

가상의 조사다. 어떤 대학에서 학생 800명에게 지난 학기의 평균 수면 시간과 학기 평점을 물었다. 수면 시간이 긴 학생일수록 평점이 높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이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다음 가운데 이 자료가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정한 뒤에 풀이를 보라.

(가) 잠을 더 자면 성적이 오른다.

(나) 수면 시간과 평점은 함께 움직인다.

(다) 수면 부족이 학업에 해롭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라) 학생들에게 잠을 더 자게 하면 이 대학의 평균 평점이 올라갈 것이다.

풀이 보기

답은 (나)뿐이다. 나머지 셋은 전부 인과 주장이고, 이 자료는 인과를 말하지 않는다.

(가)가 왜 안 되는지 셋으로 나눠 보자.

방향이 반대일 수 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이 불안해서 잠을 줄이고 더 오래 앉아 있는다면, 인과의 화살은 평점에서 수면으로 간다. 같은 자료가 나온다.

혼입변수가 있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생각해 보자. 오래 일하는 학생은 잘 시간도 줄고 공부할 시간도 준다. 그러면 아르바이트 시간 하나가 두 값을 함께 움직인다. 수면과 평점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결이 없어도 자료는 똑같이 나온다. 시간 관리 습관, 건강 상태, 수강한 과목의 난이도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우연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가능성이 낮다. 표본이 800명이고 관계가 뚜렷하다고 했으므로 우연으로 이만한 관계가 나올 일은 드물다. 다만 "우연이 아니다"는 "인과다"와 다른 말이다. 유의성은 앞의 두 갈래를 하나도 지우지 못한다.

(다)는 (가)를 다른 말로 적은 것이다. "확인되었다"는 표현이 붙었을 뿐 주장의 구조는 같다.

(라)가 가장 조심할 답이다. 예측과 개입은 다르다. 이 자료로 "수면 시간이 긴 학생의 평점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괜찮다. 상관은 예측을 허락한다. 그러나 "잠을 더 자게 만들면 평점이 오를 것"은 개입에 대한 주장이고 상관이 허락하지 않는다. 혼입변수가 원인이었다면 잠만 늘려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그대로 두고 잠만 늘리라고 하면 공부 시간이 줄어 오히려 나빠질 수도 있다.

(가)나 (라)를 골랐다면 그것이 정상이다. 이 미끄러짐은 눈에 잘 띄지 않고, 학술 논문의 요약문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앞으로 이 문서에서 어떤 결과를 만나면 먼저 "이것은 상관인가 실험인가"를 확인하라.

예제 18

앞 예제의 연구자가 이렇게 말한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함께 재서 통계적으로 통제했더니 수면과 평점의 관계가 그대로 남았다. 이제 인과를 말할 수 있다." 이 주장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진전이 있었지만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무엇이 나아졌는가. 아르바이트 시간이라는 혼입변수 하나가 지워졌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같은 학생들끼리 견주었는데도 관계가 남았다면, 그 관계를 아르바이트 시간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무엇이 남았는가. 셋이다.

첫째, 재지 않은 혼입변수는 통제할 수 없다. 이것이 결정적이다. 통제는 잰 것에 대해서만 할 수 있고, 잴 생각을 못 한 변수는 그대로 남는다. 건강 상태, 집에서의 사정, 애초의 학업 능력 가운데 재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여전히 후보다.

둘째, 방향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아르바이트를 통제해도 "성적이 안 나와서 잠을 줄인다"는 설명은 지워지지 않는다.

셋째, 통제 자체가 새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통제하는 변수가 X 와 Y 사이의 경로 위에 있으면, 통제하는 순간 보려던 효과가 사라진다. 수면이 아르바이트 시간을 통해 성적에 영향을 준다면 아르바이트를 통제하는 것은 그 경로를 막는 일이다. 무엇을 통제할지는 자료가 정해 주지 않고 이론이 정한다.

그러면 무엇이 답을 주는가. 수면 시간을 연구자가 무선배정으로 정하는 것이다. 다음 절의 주제다. 그리고 그것이 여기서는 쉽지 않다는 것도 함께 봐야 한다. 사람에게 몇 달 동안 정해진 시간만 자라고 시킬 수 있는가. 할 수 있어도 해도 되는가.

예제 19

다음 두 문장 가운데 상관 자료가 허락하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 하나가 왜 안 되는지 밝혀라.

(가) 이 검사에서 점수가 높은 지원자는 입사 뒤 평가도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나) 이 검사 점수를 올리는 교육을 하면 입사 뒤 평가가 올라갈 것이다.

풀이 보기

(가)가 허락된다. 예측은 상관만 있으면 된다. 두 값이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면, 한쪽을 보고 다른 쪽을 어림할 수 있다. 왜 함께 움직이는지 몰라도 예측은 된다. 검사와 평가가 둘 다 어떤 제3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더라도 예측은 여전히 맞는다.

(나)는 허락되지 않는다. 개입은 인과를 요구한다. 검사 점수가 그 제3의 능력이 남긴 자국일 뿐이라면, 자국만 지우거나 만들어도 능력은 그대로다. 시험 요령만 익혀 점수를 올린 사람의 업무 평가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

이 구별을 기억할 짧은 말이 있다. 온도계를 데워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는다. 온도계 눈금과 방 온도는 상관이 아주 높고 예측도 잘 된다. 그렇다고 눈금을 손으로 올리면 방이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실무에서 이 구별이 무너지는 자리가 있다. 어떤 지표를 목표로 삼으면 그 지표와 원래 재려던 것 사이의 관계가 끊어지기 쉽다. 검사 점수를 올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면 사람들이 검사에 맞춰 준비하게 되고, 그러면 그 점수는 더 이상 능력의 자국이 아니게 된다.

실험 — 무선배정이 하는 일

실험은 앞 절의 세 갈래를 한꺼번에 지우는 장치다. 어떻게 지우는지 보자.

용어부터 정한다. 연구자가 정해서 바꾸는 것을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 그 결과로 재는 것을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라 한다. 조작을 받는 쪽을 처치 집단, 받지 않는 쪽을 통제 집단(control group)이라 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무선배정(random assignment) — 누가 어느 집단에 갈지를 우연이 정하게 하는 것.

무선배정이 하는 일은 하나뿐인데 그 하나가 결정적이다. 두 집단이 처치 말고는 평균적으로 같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균적으로"와 "재지 못한 것까지"다. 앞 절의 통제는 잰 변수만 다룰 수 있었지만, 무선배정은 연구자가 생각조차 못 한 변수까지 두 집단에 고르게 섞는다. 이것이 통계적 통제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두 집단의 결과가 다를 때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처치와 우연뿐이 된다. 우연으로 그만한 차이가 날 만한지를 따지는 것이 통계 검정이고, 그 계산은 확률 문서 11장이 한다.

무선표집과 헷갈리지 말 것

두 낱말이 닮았지만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헷갈리는 자리이므로 그림으로 갈라 놓는다.

주사위를 두 번 던진다. 첫 번째는 누구를 부를지를, 두 번째는 부른 사람이 어느 조건에 갈지를 정한다. 지켜 주는 것이 서로 다르다
<주사위를 두 번 던진다. 첫 번째는 누구를 부를지를, 두 번째는 부른 사람이 어느 조건에 갈지를 정한다. 지켜 주는 것이 서로 다르다>[원본 보기]
무선표집무선배정
언제 하는가누구를 연구에 부를지 정할 때부른 사람을 조건에 나눌 때
무엇을 지키는가표본에서 본 것을 모집단에 대해 말할 수 있다집단 차이의 원인을 처치라고 말할 수 있다
안 하면이 사람들에게서는 이랬다까지만 말할 수 있다차이의 원인을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부르는 이름외적 타당도를 지킨다내적 타당도를 지킨다

실제 연구는 대개 무선표집은 못 하고 무선배정만 한다. 대학생 200명을 모아 동전을 던져 두 조건에 나누는 식이다. 그러면 "이 처치가 이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말할 수 있고 "사람 일반에게 효과가 있다"는 말할 수 없다. 앞 절의 WEIRD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혼입변수를 막는 장치들

무선배정만으로 막지 못하는 것이 있다. 기대다. 참가자가 자기가 처치를 받았다는 것을 알면 그것만으로 달라지고, 실험자가 알면 자기도 모르게 다르게 대한다.

그리고 실험에서도 무너질 수 있는 자리가 있다. 탈락이다. 처치가 힘들어서 처치 집단에서만 사람이 많이 빠져나가면, 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무선배정된 두 집단이 아니다. 그래서 탈락자 수는 결과와 함께 보고해야 한다.

예제 20

가상의 실험이다. 새 학습 방법의 효과를 보려고 오전 9시 반과 오후 4시 반에 각각 강의실을 잡았다. 오전반에는 새 방법을, 오후반에는 기존 방법을 적용하고, 학생은 자기가 편한 시간대를 골라 신청했다. 한 달 뒤 오전반의 시험 점수가 높았다.

이 결과에서 결론지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밝히고, 설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결론지을 수 있는 것 — 오전반의 점수가 오후반보다 높았다. 여기까지다.

결론지을 수 없는 것 — 새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두 가지가 한꺼번에 달랐기 때문이다.

혼입변수가 둘이다.

첫째, 시간대다. 방법과 시간대가 완전히 겹쳐 있어서 둘을 갈라낼 방법이 없다. 이런 상태를 방법과 시간대가 완전히 혼입되었다고 한다. 자료를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갈라지지 않는다.

둘째, 자기가 골랐다는 것이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무선배정이 없으므로 두 집단이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일 수 있다. 오전 강의를 고른 학생과 오후를 고른 학생은 생활 습관, 다른 수업의 부담, 아침 시간에 대한 태도에서 다를 가능성이 크다.

고치는 방법. 학생을 무선배정하고, 시간대를 방법과 어긋나게 짠다. 오전에도 두 방법을 다 하고 오후에도 두 방법을 다 하면 시간대의 효과가 두 방법에 고르게 걸린다. 신청한 시간대에 배정할 수 없는 학생이 나오면 그 사람들이 어느 쪽에서 얼마나 빠졌는지 보고한다.

무선배정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는가. 그때는 실험이 아니라 준실험이 되고, 결론의 세기가 내려간다. 다음다음 절의 주제다.

예제 21

다음 두 연구는 둘 다 "무작위"라는 말을 쓴다. 각각이 무선표집인지 무선배정인지 가르고, 그 연구가 말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적어라.

(가) 전국 주민등록 명부에서 무작위로 3000명을 뽑아 수면 습관을 조사했다.

(나) 자원한 대학생 120명을 무작위로 두 조에 나눠 한 조에만 짧은 낮잠을 자게 하고 기억 과제 점수를 견주었다.

풀이 보기

(가)는 무선표집이다. 누구를 부를지를 우연이 정했다. 말할 수 있는 것 — 전국 성인의 수면 습관 분포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것 — 무엇이 수면 습관을 만드는지. 조사이므로 인과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는 무응답이 남는다. 3000명을 뽑아도 연락이 닿고 응답한 사람만 자료가 되므로, 응답률과 응답자·비응답자의 차이를 함께 보고해야 한다.

(나)는 무선배정이다. 부른 사람을 조건에 나눌 때 우연을 썼다. 말할 수 있는 것 — 이 120명에게서 낮잠이 기억 과제 점수를 움직였다. 인과를 말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것 — 대학생 일반이나 사람 일반에 대해. 자원한 120명이 어디서 왔는지가 범위를 정한다.

둘을 나란히 놓으면 맞바꿈이 보인다. (가)는 넓은 범위에 대해 약한 것을 말하고, (나)는 좁은 범위에 대해 강한 것을 말한다. 어느 쪽이 나은 연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물음에 답한 연구다. 그리고 둘 다 하는 연구, 즉 무선표집한 사람들에게 무선배정하는 연구는 비용이 크고 실제로는 드물다.

타당도 — 내적과 외적

앞 절에서 두 낱말을 썼다. 이제 정의한다.

내적 타당도를 위협하는 것들에는 이름이 붙어 있다.

여덟 위협 가운데 다섯이 통제 집단 하나로 막힌다. 두 집단에 똑같이 걸리는 것은 두 집단의 차이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덟 위협 가운데 다섯이 통제 집단 하나로 막힌다. 두 집단에 똑같이 걸리는 것은 두 집단의 차이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원본 보기]

이 가운데 하나는 따로 볼 만하다.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처치 효과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굵은 선은 1차 측정에서 낮은 쪽만 골라낸 사람들이다. 두 측정 사이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평균이 올라갔다
<굵은 선은 1차 측정에서 낮은 쪽만 골라낸 사람들이다. 두 측정 사이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평균이 올라갔다>[원본 보기]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어떤 점수든 실력에 그날의 우연이 얹혀 있기 때문이다. 아래쪽만 골라 뽑으면 실력이 낮은 사람과 함께 "그날 운이 나빴던 사람"이 많이 뽑힌다. 그 운은 다음에 되풀이되지 않으므로 두 번째 측정에서는 평균이 올라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올라간다.

이것이 실무에서 만드는 결과가 크다. 가장 나쁜 상태에 있을 때 무언가를 시작하면, 그 무언가가 아무 효과가 없어도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성적이 가장 나쁠 때 학원을 옮기고, 팀 성적이 가장 나쁠 때 감독을 바꾸는 경우가 그렇다. 통제 집단 없이는 이것과 진짜 효과를 가릴 수 없다.

둘은 맞바꿈 관계에 있다

내적 타당도를 올리려면 상황을 통제해야 하고, 통제할수록 상황이 실제 상황과 멀어진다. 실험실에서 화면을 보며 단추를 누르는 과제는 내적 타당도가 높고 외적 타당도가 의심스럽다. 반대로 실제 교실에서 한 학기를 관찰하면 외적 타당도는 높고 내적 타당도가 낮다.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 답이 아니다. 같은 물음을 서로 다른 타당도를 가진 설계로 여러 번 묻고, 답이 일치하는지 보는 것이 실제로 쓰는 방법이다. 실험실에서 잡은 효과가 현장에서도 나오면 두 설계의 약점이 서로 다르므로 결론이 훨씬 단단해진다.

외적 타당도의 물음은 6장에서 네 물음의 넷째 자리를 얻는다.

예제 22

어떤 프로그램이 "참가 전 점수가 하위 20%였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고, 프로그램 뒤 평균이 크게 올랐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풀이 보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통제 집단이 있는가다. 없다면 이 결과는 프로그램의 효과를 말하지 않는다.

이유가 겹쳐 있다.

첫째, 평균으로의 회귀다. 하위 20%만 골라 뽑았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그 집단은 실력이 낮은 사람과 그날 운이 나빴던 사람이 섞여 있고, 두 번째 측정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균이 올라간다.

둘째, 성숙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나아지는 부분이 있다.

셋째, 검사 효과다. 같은 형태의 검사를 두 번째 보면 그것만으로 점수가 오른다.

넷째, 탈락이다.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친 사람만 사후 점수가 있다면, 힘들어서 그만둔 사람이 빠진 것이다. 남은 사람은 처음의 집단이 아니다.

넷 가운데 앞의 셋은 같은 방식으로 뽑은 통제 집단이 있으면 한꺼번에 막힌다. 통제 집단에도 똑같이 걸리기 때문이다. 넷째는 설계로 막을 수 없고 탈락률을 보고하는 수밖에 없다.

확인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얼마나 올랐는가. "크게 올랐다"는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5장에서 이 물음을 다룬다.

예제 23

실험실에서 화면의 낱말을 보고 단추를 누르는 과제로 어떤 효과를 발견했다. 이 결과를 두고 "실험실 과제일 뿐이니 현실과 무관하다"고 말하는 사람과 "기본 원리를 밝혔으니 현실에도 적용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쪽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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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두 사람 다 확인 없이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같은 잘못을 하고 있다. 앞사람은 실험실 과제라는 사실만으로 무관하다고 하고, 뒷사람은 효과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외적 타당도는 설계의 종류에서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성질이 아니라 확인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확인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같은 물음을 현장에서 다시 묻고, 실험실에서 잰 지표와 현장에서 잰 행동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재고, 참가자를 달리해서 되풀이한다. 확인하기 전까지 옳은 서술은 "이 과제에서 이런 효과가 나왔고, 바깥으로 얼마나 옮겨 가는지는 아직 모른다"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두 주장이 같은 종류의 잘못을 하고 있다는 지적
  • 외적 타당도가 확인의 대상이지 설계에서 따라 나오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
  • 실제로 확인하는 방법을 하나 이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실험실 과제의 가치를 훨씬 높게 보는 답도, 훨씬 낮게 보는 답도 좋다. 그 무게에 대해서는 이 분야 안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특히 실험실 과제에서 잰 값이 같은 사람에게서 되풀이해 재도 안정적인지, 그리고 현장 행동과 상관이 있는지가 그 논쟁의 실제 쟁점이다. 다만 "실험실 연구는 무의미하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내적 타당도가 필요한 물음에 대해 다른 수단이 없다.

무선배정을 할 수 없을 때

실험을 할 수 없는 물음이 아주 많다. 사람에게 특정 환경에서 자라라고 배정할 수 없고, 어떤 사건을 겪게 만들 수도 없다. 발달, 성격, 사회 제도를 다루는 물음의 상당수가 여기에 든다.

그럴 때 쓰는 것이 준실험(quasi-experiment)이다. 무선배정 없이, 이미 갈려 있는 집단을 견주되 갈림에서 오는 차이를 최대한 걷어 내려는 설계다.

위로 갈수록 인과 주장이 세진다. 어느 것도 무선배정만큼 세지 않다는 것이 이 사다리의 요점이다
<위로 갈수록 인과 주장이 세진다. 어느 것도 무선배정만큼 세지 않다는 것이 이 사다리의 요점이다>[원본 보기]

사다리의 맨 위 바로 아래에 있는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이 특히 쓸모 있다. 제도가 바뀐 시점, 추첨으로 자리를 배정한 프로그램, 커트라인 바로 위와 바로 아래처럼 사람의 뜻과 무관하게 갈린 자리를 찾아 쓰는 것이다. 갈림이 정말로 우연에 가까웠다면 무선배정에 가까워진다.

다만 "정말로 우연에 가까웠는가" 자체가 논증거리이고, 대개 그 논증이 논문의 본체다. 커트라인 바로 아래에 있던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들어갈 길을 찾았다면 갈림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예제 24

다음 연구를 사다리의 어느 칸에 놓겠는가. 그리고 이 연구가 인과 주장을 하려면 무엇을 더 보여야 하는가.

가상의 연구다. 어떤 지역이 중학교 등교 시각을 한 시간 늦췄다. 이웃한 지역은 그대로였다. 연구자는 두 지역 학생의 수면 시간과 수업 중 졸음 보고를 바꾸기 전 해와 바꾼 뒤 해에 각각 재서 견주었다.

풀이 보기

사다리에서는 자연실험 칸에 놓인다. 갈림(등교 시각 변경)을 연구자가 정하지 않았고 개인이 고르지도 않았다. 지역 단위의 결정이 갈랐다.

이 설계가 강한 이유가 있다. 바꾸기 전과 뒤를 두 지역에서 각각 재기 때문에, 그 사이에 두 지역에 똑같이 걸린 변화는 상쇄된다. 그 해에 전국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두 지역에 같이 걸렸다면 차이에는 남지 않는다.

인과 주장을 하려면 더 보여야 할 것이 셋이다.

첫째, 바꾸기 전에 두 지역이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었는지. 변경 전 몇 년 동안 두 지역의 수면 시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그대로 뒀으면 계속 같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그럴듯해진다. 이 확인이 이 설계의 핵심이다.

둘째, 등교 시각 말고 다른 것이 함께 바뀌지 않았는지. 같은 해에 그 지역이 시험 제도나 학원 규제도 함께 바꿨다면 갈라낼 수 없다.

셋째, 왜 그 지역이 바꾸기로 했는지. 이미 학생들이 잠을 못 자는 문제가 심했기 때문에 바꿨다면 갈림이 우연이 아니고, 평균으로의 회귀가 개입한다.

그리고 "더 보였다"고 해도 무선배정만큼 세지지는 않는다. 이 설계가 도달하는 결론은 "다른 그럴듯한 설명을 하나씩 지웠고 남은 것이 등교 시각이다"이지,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가 아니다.

예제 25

어떤 사람이 "무선배정을 못 하면 인과를 말할 수 없으니, 발달심리학과 성격심리학은 인과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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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전제는 대체로 옳지만 결론이 지나치다. 무선배정이 인과 주장에 가장 강한 근거를 준다는 것은 맞고, 그것 없이 얻은 인과 주장이 더 약한 것도 맞는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인과 주장을 있음과 없음의 둘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는 세기의 문제다. 준실험은 그럴듯한 대안 설명을 하나씩 지워 가는 작업이고, 지운 만큼 결론이 세진다. 게다가 다른 종류의 증거가 함께 쌓이면 결론이 더 세진다 — 시간 순서가 맞는지, 양이 늘면 효과도 느는지, 여러 나라와 여러 표본에서 같은 방향이 나오는지, 그럴 만한 기제가 알려져 있는지. 흡연과 폐암의 관계가 사람을 무선배정한 실험 없이도 정설이 된 것이 이런 방식이었다. 그리고 무선배정을 못 하는 것이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윤리의 한계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배정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배정해서는 안 되어서 못 하는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전제의 옳은 부분을 인정할 것 — 무선배정 없는 인과 주장은 실제로 더 약하다
  • 인과 주장의 세기가 정도의 문제라는 지적
  • 준실험에서 결론을 세게 만드는 수단을 하나 이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관측 자료에서 인과를 읽는 데 훨씬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답도 좋다. 실제로 그런 태도를 지지하는 근거가 있고, 관측 연구에서 나온 인과 주장이 나중에 실험으로 뒤집힌 사례가 여러 분야에 있다. 다만 "관측 자료로도 실험만큼 알 수 있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재지 않은 혼입변수라는 자리는 계산으로 메울 수 없다.

해서는 안 되는 연구

앞 절에서 "배정해서는 안 되어서 못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 선을 여기서 정리한다.

일곱 물음이 시작 전·진행 중·끝난 뒤로 나뉜다. 속임은 동의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이며, 그래서 조건이 따로 붙는다
<일곱 물음이 시작 전·진행 중·끝난 뒤로 나뉜다. 속임은 동의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이며, 그래서 조건이 따로 붙는다>[원본 보기]

핵심은 셋이다.

속임이 필요한 자리가 실제로 있다. 참가자가 연구의 목적을 알면 그 목적 때문에 행동이 달라지는 물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임은 사전동의와 정면으로 부딪히므로 조건이 붙는다. 속이지 않으면 그 물음을 물을 수 없고, 부담이 작고, 사후설명이 보장될 때만 허락된다. "그러는 편이 편해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규칙들은 책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해를 입은 뒤에 만들어졌다. 20세기 중반의 몇몇 연구가 그 계기였고, 18장에서 그 가운데 둘을 다시 본다. 규칙을 외우는 것보다 무엇을 막으려고 생긴 규칙인가를 아는 편이 쓸모 있다.

그리고 이 선은 연구자가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기관의 심사 위원회가 연구 계획을 미리 검토한다. 당사자가 자기 연구의 부담을 스스로 판정하는 것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것이 이 제도의 전제다.

예제 26

어떤 연구자가 이렇게 계획했다. "사람들이 줄을 설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려고 공공장소에서 몰래 촬영하고, 나중에 사후설명을 하겠다." 이 계획의 문제를 짚고, 살릴 수 있다면 어떻게 고칠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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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계획에는 문제가 둘 있다. 첫째, 사후설명을 할 대상이 없다. 몰래 찍힌 사람들은 누가 찍혔는지 특정되지 않으므로 나중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후설명은 속임을 정당화하는 조건인데 그 조건이 채워지지 않는다. 둘째, 동의도 철회도 없다. 찍힌 사람은 들어온 적이 없으므로 나갈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연구를 살릴 길은 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만 기록하는 것이다. 얼굴을 찍지 않고 줄의 길이와 사람들 사이의 거리만 세거나, 관찰자가 그 자리에서 수치만 적고 영상은 남기지 않는다. 그러면 특정 개인의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동의의 문제가 다르게 놓인다. 다만 그렇게 고쳐도 최종 판단은 심사 위원회가 한다. 어디까지가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인지가 자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 장소와 시각이 좁게 특정되면 사람도 특정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사후설명이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지적 — 이것이 이 계획의 결정적 결함이다
  • 고치는 방향이 "기록의 형태"에 있다는 것. 동의를 받는 쪽으로 고치면 관찰하려던 행동 자체가 달라진다
  • 판단을 연구자가 혼자 내리지 않는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공공장소의 익명 관찰에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답도 정당하다. 실제로 그런 관찰을 심사 면제 대상으로 두는 규정이 있고, 그 근거는 참가자가 특정되지 않고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훨씬 엄격한 답, 즉 영상 기록 자체를 하지 말자는 답도 좋다. 다만 "공공장소이므로 무엇을 찍어도 된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공공장소인지와 개인이 특정되는지는 다른 물음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원칙 하나가 나온다.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는 속임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설명이 실제로 가능해야 하고, 설명으로 되돌릴 수 있는 종류의 부담이어야 한다.

먼저 골라 보라

다음 가운데 사전동의를 받았더라도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가) 참가자에게 연구의 진짜 목적을 알리지 않고, 끝난 뒤에 밝히는 것

(나) 참가자에게 상당한 사례금을 주는 것

(다) 참가자가 중간에 그만두면 사례금을 전액 주지 않는다고 미리 알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

(라) 참가자의 자료를 이름 없이 저장하고 나중에 다른 연구자와 공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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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다)다.

(가)는 조건부로 허락된다. 속임이 필요하고 부담이 작으며 사후설명이 있으면 된다. 다만 "진짜 목적을 알리지 않는 것"과 "거짓을 알리는 것"은 부담이 다르고, 뒤쪽에 더 엄한 조건이 붙는다.

(나)는 허락된다. 다만 액수가 너무 크면 사실상 압력이 된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부담을 무릅쓰고 들어오게 만들면 "압력 없이"라는 조건이 깨진다. 그래서 액수도 심사의 대상이다.

(다)가 답이다. 그만두면 손해를 보게 만들면 철회권이 이름만 남는다. 미리 알렸다는 것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알리고 하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는 참여한 시간에 비례해 지급하는 방식을 쓴다.

(라)는 허락된다. 오히려 6장에서 볼 자료 공개의 흐름이 이것을 권한다. 다만 공유 범위를 사전동의에 적어야 하고, 이름을 지웠다는 것만으로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무엇을 지웠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기술 연구(descriptive research)무엇이 일어나는지 적는 연구. 자연관찰·사례 연구·조사
상관 연구(correlational research)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지 보는 연구. 예측은 되고 개입은 안 된다
실험(experiment)연구자가 조건을 정해서 주는 연구. 인과를 말할 수 있다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무엇을 재면 그 개념을 잰 것으로 칠지 미리 정하는 약속. 언제나 개념보다 좁다
모집단 / 표본결론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 전체 / 실제로 연구에 들어온 사람들
무선표집(random sampling)누구를 부를지 우연이 정하게 하는 것. 외적 타당도를 지킨다
무선배정(random assignment)부른 사람이 어느 조건에 갈지 우연이 정하게 하는 것. 내적 타당도를 지킨다
WEIRD 표본서양의 · 교육받은 · 산업화된 · 부유한 · 민주주의 국가의 표본. 심리학 문헌 전체가 여기 쏠려 있다
상관계수직선 관계의 방향과 세기를 −1 에서 1 사이로 적은 값. 계산은 확률 문서 12장
혼입변수(confound)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함께 움직여 둘의 관계처럼 보이게 만드는 제3의 변수
독립변수 / 종속변수연구자가 정해서 바꾸는 것 / 그 결과로 재는 것
통제 집단(control group)처치를 받지 않는 비교 집단. 내적 타당도 위협 여럿을 한꺼번에 막는다
위약(placebo) / 은폐(blinding)겉보기가 같은 가짜 처치 / 조건을 알리지 않는 것. 둘 다 알리지 않으면 이중은폐
내적 타당도(internal validity)관찰된 차이의 원인을 처치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이 연구에서 본 것을 다른 사람·상황·과제로 옮길 수 있는 정도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극단값만 골라 뽑으면 다음 측정에서 아무 처치 없이도 평균 쪽으로 움직이는 현상
준실험(quasi-experiment)무선배정 없이 이미 갈려 있는 집단을 견주는 설계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사람의 뜻과 무관하게 갈린 자리를 찾아 쓰는 준실험
사전동의 / 철회권 / 사후설명미리 알고 스스로 들어옴 / 언제든 불이익 없이 그만둠 / 속임을 썼다면 끝나고 밝힘
사람이 문서에서의 자리
헨릭 (Joseph Henrich) 과 동료들2010년 WEIRD 표본 문제를 정리했다

다음 장은 이 장이 미뤄 둔 물음을 받는다. 조작적 정의가 개념을 잘 대신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가 아니라 "효과가 이만큼이었다"고 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재는 일 — 심리측정

4장은 설계를 다뤘다. 누구를 부르고, 어떻게 나누고, 무엇을 통제하는가. 그런데 그 앞에 아직 답하지 않은 물음이 있다. 잰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장이 다루는 것이 그것이다. 이 분야를 심리측정(psychometrics)이라 한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조작적 정의, 혼입변수, 무선배정, 내적·외적 타당도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그리고 경계를 하나 밝혀 둔다. 이 장은 검정과 신뢰구간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 일은 확률 문서의 10·11·12장이 한다. 여기서는 그 계산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심리학이 p 값에서 효과크기 쪽으로 무게를 옮겼는지를 다룬다. 뒤의 두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6장이 그것을 그대로 받는다.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가 — 척도의 수준

심리학에서 나온 숫자는 다 같은 종류가 아니다. 스티븐스(S. S. Stevens)가 1946년에 정리한 네 수준의 구분이 지금도 표준으로 쓰인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숫자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왼쪽 척도의 값에 오른쪽 척도의 연산을 하면 뜻이 없는 수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숫자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왼쪽 척도의 값에 오른쪽 척도의 연산을 하면 뜻이 없는 수가 나온다>[원본 보기]
수준숫자가 뜻하는 것허락되는 것심리학에서의 예
명목이름표일 뿐이다같다/다르다, 개수, 최빈값전공, 조건 번호, 응답 범주
서열순서만 뜻이 있다순서 비교, 중앙값, 순위 상관등수, 선호 순위
등간간격이 뜻이 있고 0 이 임의다덧셈·뺄셈, 평균, 표준편차표준화된 검사 점수(가정 아래)
비율0 이 없음을 뜻한다나눗셈까지반응 시간, 맞힌 문항 수, 회상한 낱말 수

이 구분이 실무에서 무는 자리가 하나 있다. 설문의 다섯 칸 척도는 서열인가 등간인가. 엄밀히는 서열이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 사이의 거리가 "그렇다"와 "보통이다" 사이의 거리와 같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여러 문항의 답을 더해 평균을 내고 등간처럼 다루는 일이 흔하다. 이 처리가 언제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견해가 갈린다. 이 문서는 어느 쪽도 정설로 적지 않는다. 다만 두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문항이 여럿이고 합산할수록 등간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줄어든다는 것, 그리고 문항이 하나뿐인 척도를 등간처럼 다루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제 28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다섯 칸 척도로 물었다. 1=전혀 아니다, 5=매우 그렇다. A 집단의 평균이 4.2, B 집단의 평균이 2.1 이었다. 연구자가 "A 집단이 B 집단의 두 배"라고 썼다. 이 서술의 문제를 지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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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율척도에만 허락되는 연산을 등간(기껏해야) 척도에 썼다는 것이다.

"두 배"라고 말하려면 0 이 "없음"을 뜻해야 한다. 이 척도에서 1 은 없음이 아니라 "전혀 아니다"라는 응답 범주이고, 애초에 0 이라는 값이 존재하지 않는다. 번호를 1–5 대신 0–4 로 붙였다면 같은 자료에서 "3.2 대 1.1"이 되어 "세 배 가까이"가 나온다. 번호를 어떻게 붙였는가에 따라 '배'가 달라진다면 그 '배'는 자료가 아니라 번호 매기기의 성질이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 차이로 쓴다. "A 집단이 B 집단보다 평균 2.1점 높았다"는 등간 가정 아래에서 뜻이 있다. 그리고 그 2.1점이 큰 차이인지는 척도의 흩어짐과 견주어야 알 수 있다. 그것이 이 장 뒤쪽의 효과크기다.

덧붙일 것. 엄밀히 따지면 이 척도가 등간이라는 보장도 없으므로 "2.1점 높았다"도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 더 조심하려면 각 칸에 몇 명이 답했는지의 분포를 함께 보이는 편이 낫다.

예제 29

다음 값들의 척도 수준을 각각 밝히고, 평균을 내는 것이 뜻이 있는지 판정하라.

(가) 참가자가 실험실에 도착한 시각

(나) 100문항 시험에서 맞힌 문항 수

(다) 참가자에게 배정된 조건 번호 (1=처치, 2=통제)

(라) 달리기 대회의 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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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등간이다. 시각에는 "시간이 없음"을 뜻하는 0 이 없다. 자정을 0 으로 삼는 것은 약속이다. 평균은 뜻이 있다 — "평균 도착 시각"은 말이 된다. 다만 "오후 4시가 오후 2시의 두 배"는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밤을 걸치는 자료라면 평균 자체가 이상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나) 비율이다. 0 이 "하나도 못 맞혔다"를 뜻한다. 평균도 되고 "두 배"도 말이 된다. 다만 맞힌 문항 수가 능력에 비례한다는 뜻은 아니다. 문항 난이도가 고르지 않으면 20문항과 40문항 사이의 차이가 60문항과 80문항 사이의 차이와 같은 뜻이 아니다. 척도 수준과 그 점수가 재려는 것 사이의 관계는 다른 문제다.

(다) 명목이다. 1 과 2 는 이름표다. 평균은 뜻이 없다. "조건의 평균이 1.5"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조건이 둘뿐일 때 0 과 1 로 코딩하면 그 평균이 "처치 집단의 비율"이 되어 뜻을 갖는다. 이때 뜻이 생긴 것은 평균이 아니라 코딩 방식이 그 값에 새 해석을 준 것이다.

(라) 서열이다. 평균 등수는 계산은 되지만 해석이 어렵다. 1등과 2등의 실력 차이가 10등과 11등의 차이와 같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대회의 성적을 합치려면 등수보다 기록(비율척도)을 쓰는 편이 낫다.

신뢰도 — 다시 재면 같이 나오는가

신뢰도(reliability)는 같은 것을 재려는 시도가 얼마나 일관되게 같은 값을 내는지를 말한다. 흔들리는 자로는 아무것도 잴 수 없으므로, 이것이 측정의 첫 관문이다.

재는 방법이 셋이다.

알파에 대해 흔한 오해가 셋 있으므로 못 박아 둔다.

그리고 신뢰도에는 대가가 있다. 낮은 신뢰도로 잰 변수는 다른 변수와의 상관을 실제보다 작게 만든다. 두 값 모두에 흔들림이 섞여 있으면, 그 흔들림이 관계를 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가 없었다"는 결과를 볼 때는 두 측정의 신뢰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예제 30

어떤 척도가 재검사 신뢰도는 높은데 내적 일관성이 낮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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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표가 서로 다른 것을 재기 때문이다.

재검사 신뢰도가 높다는 것은 사람들의 총점 순서가 두 시점에서 비슷하다는 뜻이다. 내적 일관성이 낮다는 것은 문항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둘이 동시에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척도가 여러 갈래를 한꺼번에 재고 있을 때다. 예를 들어 "공부 습관" 척도가 계획 세우기, 집중 유지, 자료 정리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를 묻는 문항으로 되어 있다고 하자. 세 갈래는 서로 별로 상관이 없으므로 내적 일관성이 낮다. 그런데 각 사람의 세 갈래 점수가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이라면 총점도 안정적이어서 재검사 신뢰도는 높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총점을 쓰지 말고 갈래를 나눠야 한다. 세 갈래를 따로 채점하고 각각의 신뢰도를 따로 보고한다. 세 갈래를 더한 총점은 무엇을 뜻하는지 말할 수 없는 수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이 앞의 첫째 오해의 뒷면이다. 알파가 낮다는 것은 "나쁜 척도"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로 합치면 안 된다"는 뜻일 수 있다.

예제 31

어떤 연구가 두 변수 사이에 관계가 없다고 보고했다. 두 변수의 신뢰도가 각각 낮았다면, 이 결론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연구자가 무엇을 보고했어야 하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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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결론을 "관계가 없다"로 읽으면 안 된다. 이 자료는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실제로 관계가 없는 것과, 관계가 있는데 측정의 흔들림에 묻힌 것. 잰 값은 "재려던 값에 흔들림이 얹힌 것"이고, 흔들림은 두 변수에서 서로 무관하게 생기므로 두 잰 값 사이의 관계에 아무것도 보태지 못한 채 각 값의 흩어짐만 키운다. 그러면 관측된 상관이 실제 관계보다 작아지며, 신뢰도가 낮을수록 이 축소가 크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다음을 보고했어야 한다. 두 측정의 신뢰도를 결과와 함께 적어 독자가 축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하고, 가능하다면 측정을 개선한 뒤 다시 재야 한다 — 문항을 늘리거나, 여러 번 재서 평균을 내거나, 평정자를 여럿 두는 방법이 있다. 신뢰도를 알면 흔들림이 없었을 때의 상관을 어림하는 보정 방법도 있으나, 그 보정은 가정에 크게 기대므로 결과로 내세우지 말고 참고로만 적어야 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관계가 없다"와 "관계를 잡지 못했다"를 구별할 것
  • 낮은 신뢰도가 관측 상관을 작게 만드는 방향이라는 것 — 방향이 반대로 적히면 틀린 답이다
  • 보고했어야 할 것을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적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보정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답도, 보정을 아예 쓰지 말자는 답도 좋다. 그 처리를 어디까지 믿을지에 대해서는 실무에서 견해가 갈린다. 다만 "신뢰도가 낮으면 상관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흔들림이 두 변수에서 무관하게 생기는 한 방향은 하나다. 그리고 "신뢰도가 낮으니 이 연구는 아무 쓸모가 없다"로 끝내도 오답이다. 관측된 상관은 참 관계의 하한 노릇을 하므로 정보가 아주 없지는 않다.

여기서 일반적인 교훈이 나온다.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결과보다 읽기 어렵다. 잡을 힘이 없어서 못 잡은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 마지막 절이 그 문제를 다룬다.

타당도 — 재려던 것을 재는가

신뢰도는 일관성을 묻고, 타당도(validity)그 점수를 그 뜻으로 읽어도 되는가를 묻는다. 4장에서 본 내적·외적 타당도는 연구 설계에 대한 것이었고, 여기서 다루는 것은 측정에 대한 것이다.

네 칸 가운데 오른쪽 아래가 가장 위험하다. 흩어짐이 없어서 잘 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과녁의 한복판이 아니다
<네 칸 가운데 오른쪽 아래가 가장 위험하다. 흩어짐이 없어서 잘 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과녁의 한복판이 아니다>[원본 보기]

이 그림이 말하는 것이 둘이다. 신뢰도는 타당도의 필요조건이다(흔들리는 자로는 아무것도 못 잰다). 그리고 충분조건이 아니다(안 흔들린다고 옳은 것을 재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 아래 칸이 위험한 이유는 재검사 상관이 높게 나와서 "좋은 도구"로 보이기 때문이다.

갈래가 여럿이지만 묻는 것은 하나다.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그 점수를 그 뜻으로 읽는 해석의 성질이다
<갈래가 여럿이지만 묻는 것은 하나다.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그 점수를 그 뜻으로 읽는 해석의 성질이다>[원본 보기]

셋째가 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 크론바흐(Lee Cronbach)와 밀(Paul Meehl)이 1955년에 이 개념을 정리한 논문이 표준적인 출발점으로 인용된다.

구성 타당도가 특이한 이유

길이를 재는 자가 맞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표준 자에 대어 보면 된다. 불안이나 지능에는 그런 표준 자가 없다. 참값을 알려 주는 바깥의 기준이 없는데 어떻게 확인하는가.

답은 이렇다. 이론이 시키는 관계들을 하나씩 확인한다.

여기에 이 방식의 특이한 점이 있다. 예측이 빗나갔을 때 검사가 나쁜 것인지 이론이 틀린 것인지 자료가 말해 주지 않는다. 검사와 이론을 함께 검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성 타당도는 한 번에 판정되지 않고 증거가 쌓이면서 올라가고 반증이 나오면 내려간다. 이 구조는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문제와 같은 모양이고, 거기서 이름을 얻었다.

예제 32

어떤 새 척도를 만든 연구자가 이렇게 보고했다. "알파가 0.94 로 매우 높고, 기존의 유사 척도와 상관이 0.85 였다. 따라서 이 척도는 타당하다." 이 보고에서 빠진 것을 짚어라.

풀이 보기

빠진 것이 셋이다.

첫째, 변별 증거가 없다. 기존 척도와 높게 상관한다는 것은 수렴 증거일 뿐이다. 이 척도가 다른 것과는 상관이 낮다는 것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척도가 그냥 "전반적으로 자기를 좋게 보고하는 경향" 같은 것을 재고 있을 수 있다.

둘째, 기존 척도와 0.85 로 상관한다면 새 척도가 왜 필요한지가 설명되지 않았다. 거의 같은 것을 재는 척도가 하나 더 늘었을 뿐일 수 있다. 새 척도가 정당화되려면 기존 척도가 못 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 더 짧거나, 다른 집단에서 쓸 수 있거나, 예측을 더 잘하거나.

셋째, 알파 0.94 는 오히려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문항들이 거의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재는 범위가 좁아져 내용 타당도가 나빠진다.

그리고 첫 문장의 논리 자체를 짚어야 한다. "따라서 타당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므로, "무엇에 대한 어떤 해석이 타당한가"를 밝혀야 한다. 이 척도로 개인의 진로를 정해도 되는가와 집단 평균을 견주어도 되는가는 요구되는 증거가 다르다.

예제 33

어떤 검사가 "이 검사 점수가 높은 사람이 실제로 그 일을 잘한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검사에서 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론은 없다. 이 검사는 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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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쓸 수 있는 자리와 쓸 수 없는 자리가 갈린다. 예측이 목적이라면 쓸 수 있다. 준거 타당도 증거가 있으므로, 이 검사 점수로 그 일의 성과를 어림하는 것은 정당하다. 4장에서 본 대로 예측에는 인과도 이론도 필요 없다. 그러나 세 가지 자리에서는 쓸 수 없다. 첫째, 점수를 설명으로 쓸 수 없다. "이 사람이 잘하는 이유는 이 검사 점수가 높기 때문"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둘째, 개입의 근거로 쓸 수 없다. 점수를 올리는 훈련이 성과를 올린다는 보장이 없다. 셋째, 새로운 상황으로 옮길 수 없다. 왜 예측이 되는지 모르면, 다른 집단이나 다른 일에서도 예측이 될지 알 수 없다. 이론이 없다는 것은 예측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무에서 이것은 공정성 문제로 이어진다. 검사가 어떤 집단에서만 예측이 잘 된다면, 이론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것을 미리 알아챌 수 없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예측과 설명·개입을 갈라 놓을 것
  • 이론이 없으면 다른 상황으로 옮길 근거가 없다는 지적
  • "쓸 수 있다/없다"로 단정하지 말고 쓰임에 따라 갈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예측력만으로 충분하다는 쪽에 훨씬 무게를 싣는 답도 좋다. 실제로 예측을 목적으로 하는 자리에서는 그것이 표준적인 태도이고, 이론이 앞서지 않아도 되는 사례가 많다. 반대로 이론 없는 검사를 아예 쓰지 말자는 답도 좋다. 다만 "예측이 되니 그 검사가 그 능력을 재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것이 구성 타당도와 준거 타당도를 섞은 것이다.

표준화, 규준, 그리고 답을 미는 것들

잰 값 하나만으로는 뜻이 서지 않는다. "이 검사에서 34점"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표준화(standardization)는 두 가지를 뜻한다. 첫째,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절차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 지시문·시간·환경이 사람마다 다르면 점수를 견줄 수 없다. 둘째, 미리 정해진 큰 집단에서 점수의 분포를 구해 두는 것. 그 집단을 규준 집단(norm group)이라 하고, 그 분포를 규준(norm)이라 한다.

규준이 있으면 개인의 점수를 위치로 옮길 수 있다. 흔히 쓰는 것이 백분위표준점수다. 표준점수는 평균에서 몇 표준편차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두 축이 나란히 놓여 있다. 표준점수는 등간이고 백분위는 그렇지 않다. 가운데에서는 같은 표준점수 차이가 큰 백분위 차이를 만들고 바깥에서는 작은 차이를 만든다
<두 축이 나란히 놓여 있다. 표준점수는 등간이고 백분위는 그렇지 않다. 가운데에서는 같은 표준점수 차이가 큰 백분위 차이를 만들고 바깥에서는 작은 차이를 만든다>[원본 보기]

규준에서 조심할 것이 둘이다.

답을 미는 것들 — 반응 편향

자기보고로 얻은 값에는 답을 한쪽으로 미는 힘이 섞인다. 이것을 반응 편향(response bias)이라 한다.

왼쪽 셋은 응답자에게서, 오른쪽 둘은 상황과 연구자에게서 온다. 대응이 부탁이 아니라 설계라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왼쪽 셋은 응답자에게서, 오른쪽 둘은 상황과 연구자에게서 온다. 대응이 부탁이 아니라 설계라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원본 보기]

어느 것도 "솔직하게 답해 달라"는 부탁으로 줄지 않는다. 줄이는 것은 설계다 — 역채점 문항, 익명 보장, 조건 은폐, 자기보고 말고 다른 지표를 함께 재기, 그리고 6장에서 볼 문항과 채점 규칙을 자료 보기 전에 못 박기.

예제 34

어떤 검사에서 A 의 표준점수가 0, B 가 1, C 가 2, D 가 3 이었다. 이 넷의 백분위를 그림에서 읽고, "C 와 D 의 차이가 A 와 B 의 차이와 같은가"라는 물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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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읽으면 A 는 50, B 는 84, C 는 98 근처다. D 는 그림이 백분위를 적어 둔 범위를 넘지만 99를 넘는다.

표준점수로 보면 네 간격이 모두 1 로 같다. A→B, B→C, C→D 가 각각 1 이다.

백분위로 보면 전혀 같지 않다. A→B 는 34 만큼, B→C 는 14 만큼, C→D 는 2 남짓이다.

둘 다 맞는 답이다. 물음이 무엇을 묻느냐에 달렸다.

왜 이렇게 되는가. 백분위는 "몇 명이 그 아래에 있는가"를 세는 값이고, 사람은 가운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가운데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많은 사람을 지나치고, 바깥에서는 크게 움직여도 지나칠 사람이 얼마 없다.

실무에서 이것이 무는 자리가 있다. "백분위가 10 올랐다"는 어디에서 올랐느냐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다르다. 40에서 50으로 오른 것과 88에서 98로 오른 것은 표준점수로 보면 후자가 훨씬 큰 변화다. 그래서 변화를 보고할 때는 백분위보다 표준점수 쪽이 낫다.

예제 35

어떤 연구가 두 나라의 학생에게 같은 자기보고 척도를 번역해 실시하고, 평균 점수가 달랐다고 보고했다. 이 차이를 "두 나라 학생의 실제 차이"로 읽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을 셋 이상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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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것이 넷이다.

첫째, 번역이 같은 것을 묻고 있는가. 낱말의 뜻과 어감이 정확히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표준적인 확인 방법은 되번역이다 — 번역한 것을 다른 사람이 원래 말로 다시 옮겨 원문과 견준다.

둘째, 반응 양식이 다르지 않은가. 어떤 집단은 양 끝을 잘 쓰고 어떤 집단은 가운데를 잘 쓴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러면 재려는 것이 같아도 평균이 달라진다. 확인 방법 하나는 각 사람 안에서 표준화한 뒤 견주는 것이다.

셋째, 사회적 바람직성의 방향이 같은가. 어떤 특성을 좋게 여기는 정도가 사회마다 다르면, 같은 상태에 있는 사람이 다르게 답한다.

넷째, 척도가 두 집단에서 같은 구조를 갖는가. 문항들이 두 집단에서 같은 방식으로 묶이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구조가 다르면 총점을 견주는 것 자체가 뜻이 없다. 이 확인 없이 국가 간 평균을 견주는 것이 이 영역의 가장 흔한 잘못이다.

그리고 4장의 물음도 그대로 남는다. 두 나라에서 누구를 뽑았는가. 한쪽은 대학생이고 다른 쪽은 일반 성인이라면 나라의 차이가 아니라 표본의 차이다.

효과크기 — 얼마나 큰가

이 절이 이 장의 본론이고, 6장이 그대로 받는다.

심리학 논문의 결론은 오랫동안 "유의했다"는 한 마디로 적혔다. 그런데 그 말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짚어 보자.

"유의하다"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자료가 나올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세한 뜻과 흔한 오독은 확률 문서 11장이 다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다.

유의성은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검정통계량은 대개 "효과를 흩어짐으로 나눈 값"에 표본 크기의 제곱근을 곱한 모양이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효과라도 표본을 충분히 키우면 유의해진다. 표본 10만 명이면 거의 무의미한 차이도 유의하게 나온다.

그래서 크기를 따로 말해야 한다. 그 값이 효과크기(effect size)다.

두 가지 효과크기

심리학에서 가장 자주 쓰는 것이 둘이다.

왜 흩어짐으로 나누는가. 단위를 없애기 위해서다. 반응 시간을 밀리초로 잰 연구와 정확률을 백분율로 잰 연구를 그대로 견줄 수는 없지만, 각각을 그 연구의 흩어짐으로 나누면 견줄 수 있게 된다. 여러 연구를 모아 종합하는 일이 이 덕분에 가능해진다.

그러면 d=0.3 은 큰가 작은가. 코헨(Jacob Cohen)이 제안한 관례가 널리 쓰인다 — 0.2 작음, 0.5 중간, 0.8 큼. 다만 코헨 자신이 이 값들을 "더 나은 기준이 없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적었고, 임의로 정한 값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관례를 판정 기준처럼 쓰면 안 된다.

관례보다 나은 것이 눈으로 보는 것이다.

가장 오른쪽 칸이 관례상 큰 효과다. 그런데도 두 집단이 크게 겹친다. 집단 평균의 차이는 개인을 가려내지 못한다
<가장 오른쪽 칸이 관례상 큰 효과다. 그런데도 두 집단이 크게 겹친다. 집단 평균의 차이는 개인을 가려내지 못한다>[원본 보기]

이 그림이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하다. 관례상 "큰" 효과에서도 두 분포가 상당히 겹친다. 그러므로 "A 집단이 B 집단보다 높았다"는 결과에서 "A 집단의 어떤 사람이 B 집단의 어떤 사람보다 높을 것"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집단 결과를 개인에게 옮길 때 가장 자주 하는 잘못이다.

그리고 크기의 뜻은 맥락이 정한다. 값싸고 널리 적용할 수 있는 개입이라면 작은 효과도 값어치가 있고, 비용이 크고 대안이 있는 개입이라면 중간 효과도 부족하다. 같은 d=0.2 라도 그 판단이 갈린다.

예제 36

어떤 실험에서 처치 집단의 평균이 52점, 통제 집단의 평균이 48점이었다. 두 집단의 표준편차는 둘 다 10점이라고 하자. 효과크기 d 를 구하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말로 옮겨라.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표준편차 몇 개만큼 떨어져 있는가다. 단위는 없다.

아는 것 — 두 평균과 공통 표준편차. 쓰는 관계는 정의 그대로다.

d=두 평균의 차이표준편차=524810=0.4

말로 옮기면 이렇다. "처치 집단의 평균이 통제 집단의 평균보다 표준편차의 0.4배만큼 높았다."

답이 말이 되는가. 코헨의 관례로는 작음과 중간 사이다. 그리고 앞의 그림에서 0.5 칸을 보면 두 분포가 거의 겹쳐 있다. 그러므로 이 결과에서 "처치를 받으면 점수가 오른다"는 개인 수준의 예측은 나오지 않는다.

함께 볼 것이 있다. 이 값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표본 크기가 정한다. 두 집단이 각각 10명이었다면 이 0.4 는 아주 불확실한 추정값이고, 각각 500명이었다면 꽤 정확하다. 그래서 효과크기는 언제나 구간과 함께 보고해야 한다. 구간을 구하는 방법은 확률 문서 10장이 다룬다.

마지막으로 흔한 실수 하나. "4점 차이"와 "d=0.4"는 같은 정보가 아니다. 표준편차가 2점이었다면 같은 4점 차이가 d=2 가 되어 아주 큰 효과다. 점수의 단위가 익숙하지 않을수록 d 로 옮겨 보는 것이 낫다.

예제 37

두 연구가 같은 개입을 검사했다. 연구 가는 참가자 40명으로 d=0.9 를 얻었고 유의했다. 연구 나는 참가자 2000명으로 d=0.08 을 얻었고 역시 유의했다. 두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유의성만 보면 두 연구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효과크기를 보면 정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쪽을 더 믿어야 하는가 하면 대개 큰 표본 쪽이며, 이유가 둘이다. 첫째, 추정의 정확도가 다르다. 40명에서 나온 d=0.9 는 구간이 아주 넓어 참값이 0.2 일 수도 1.5 일 수도 있고, 2000명에서 나온 0.08 은 구간이 좁다. 둘째,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인데,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게 나온 결과는 효과를 위쪽으로 부풀린다. 다음 절의 주제다. 그렇다고 연구 가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두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효과가 있기는 하나 아주 작다"는 쪽으로 기울고, 두 연구의 절차와 참가자를 견주면 차이의 이유가 드러날 수도 있다. 그리고 큰 표본 쪽에서도 물어야 할 것이 남는다 — d=0.08 은 유의하지만 실제로 값어치가 있는 크기인가. 그 판단은 통계가 아니라 개입의 비용과 쓰임이 정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유의성이 같다고 두 결과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
  • 추정의 정확도 차이 — 구간의 넓이를 언급할 것
  • 작은 표본에서 유의한 결과가 위쪽으로 치우친다는 방향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두 연구가 실제로 다른 것을 쟀을 가능성을 앞세우는 답도 좋다. 표본 크기만큼이나 절차와 참가자가 달랐을 수 있고, 그렇다면 두 값이 다른 것이 이상하지 않다. 반대로 d=0.08 을 "사실상 0"으로 읽는 답도 맥락에 따라 정당하다. 다만 "둘 다 유의하므로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답하면 오답이고, "평균을 내서 d=0.5 로 보면 된다"고 답해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두 추정의 정확도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지운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이 심리학이 p 값에서 효과크기 쪽으로 무게를 옮긴 이유다. "유의했다"만 적으면 두 연구가 같아 보인다. 실제로 문헌이 그렇게 쌓였고, 6장이 그 결과를 다룬다.

검정력 — 작은 표본이 왜 위험한가

마지막 절이다. 여기가 4·5장과 6장을 잇는 다리다.

검정력(statistical power)실제로 효과가 있을 때 그것을 잡아낼 확률이다. 정의와 계산은 확률 문서 11장이 한다. 여기서 볼 것은 그 값이 심리학에서 무엇을 뜻하는가다.

검정력을 정하는 것이 셋이다. 참 효과의 크기, 표본 크기, 그리고 유의 기준. 앞의 둘이 실제로 문제가 된다.

d = 0.2 곡선은 집단당 320명을 써도 목표선에 닿지 못한다. 작은 효과는 작은 연구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 그림의 전부다
<d = 0.2 곡선은 집단당 320명을 써도 목표선에 닿지 못한다. 작은 효과는 작은 연구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 그림의 전부다>[원본 보기]

3장에서 "심리학의 효과는 대개 작다"고 했다. 원인이 여럿이고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리학이 오랫동안 써 온 표본 크기는 그 작은 효과를 잡기에 턱없이 작았다. 그러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첫째 — 있는 효과를 놓친다

이것은 예상된 결과다. 검정력이 0.3 이라면 실제로 효과가 있어도 열 번에 일곱 번은 못 잡는다. 그리고 못 잡은 결과는 "유의하지 않았다"로 적히는데, 그것은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 구별이 중요하다. "유의하지 않았다"와 "효과가 없다"를 가르는 것은 검정 결과가 아니라 구간이다. 구간이 좁고 0 을 감싸면 "효과가 있어도 아주 작다"고 말할 수 있다. 구간이 넓으면 아무 말도 못 한다.

둘째 — 잡아낸 효과가 부풀려진다

이쪽이 덜 알려져 있고 더 나쁘다.

유의성 문턱이 왼쪽에서 높다. 작은 연구가 유의하려면 큰 효과가 나와야 하므로, 살아남은 작은 연구의 추정값은 참값보다 크다
<유의성 문턱이 왼쪽에서 높다. 작은 연구가 유의하려면 큰 효과가 나와야 하므로, 살아남은 작은 연구의 추정값은 참값보다 크다>[원본 보기]

논리를 따라가 보자. 작은 표본에서는 추정값이 크게 흔들린다. 유의하려면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표본이 작을수록 그 문턱이 높다. 그러므로 작은 연구에서 유의하게 나오려면 우연이 크게 도와준 경우여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추정값은 참값보다 크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친다. 유의하지 않은 결과는 잘 발표되지 않는다. 그러면 문헌에 남는 것은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게 나온, 부풀려진 추정값"들이 된다. 6장이 이것을 출판 편향으로 다룬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함께 만드는 결과가 하나 더 있다. 검정력이 낮은 분야에서는 "유의하다"고 보고된 결과 가운데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것의 비율이 높아진다. 이 셈은 확률 문서 11장의 기저율 예제가 정확히 보여 준다. 검정력이 낮으면 참인 효과를 적게 건지고, 위양성의 수는 그대로이므로, 건진 것 가운데 위양성의 몫이 커진다.

이 문제의 크기를 재 본 연구들이 있다. 버튼(Katherine Button)과 동료들이 2013년에 신경과학 문헌을 조사하고, 그 분야 연구의 검정력 중앙값이 아주 낮다고 보고했다(논문은 대략 8%에서 31% 사이로 어림했다). 심리학의 여러 영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검정력을 계산해서 표본 크기를 정하는 것. 잡고 싶은 효과크기를 정하고, 그 크기를 원하는 확률로 잡으려면 몇 명이 필요한지 구한 뒤, 그만큼 모은다. 6장에서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제도화되었는지 본다.

여기서 네 물음의 셋째가 나온다. 효과가 얼마나 큰가. 6장에서 나머지 셋과 함께 세운다.

예제 38

어떤 연구가 집단당 15명으로 실험을 하고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므로 두 방법의 효과는 같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의 문제를 짚고, 무엇을 보고했어야 하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문제는 "잡지 못했다"를 "없다"로 옮긴 것이다.

집단당 15명이면 검정력이 아주 낮다. 앞 그림에서 보면 d=0.5 정도의 효과라도 이 표본에서는 잡을 확률이 절반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차이가 있었더라도 못 잡았을 연구다. 못 잡은 것이 차이가 없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했어야 하는가. 셋이다.

첫째, 효과크기의 추정값과 구간. 구간이 −0.9 에서 0.9 처럼 넓다면 이 연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구간이 −0.1 에서 0.1 처럼 좁다면 "차이가 있어도 아주 작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구별이 이 문제의 전부다.

둘째, 이 표본으로 잡을 수 있었던 효과크기. "우리 표본은 d = 0.9 이상의 효과만 0.8 의 확률로 잡을 수 있었다"고 적으면 독자가 판단할 수 있다.

셋째,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잡으려 했는지. 표본 크기를 어떻게 정했는지 적혀 있지 않으면, 자료를 보다가 멈춘 것인지 미리 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6장에서 이것이 왜 중요한지 본다.

그리고 "효과가 같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하려면 그것을 겨냥한 설계가 따로 있다. "이만큼보다 작은 차이는 실제로 무시할 만하다"는 기준을 미리 정하고, 구간이 그 안에 들어가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예제 39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표본이 작았는데도 유의하게 나왔다는 것은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니, 오히려 더 믿을 만한 결과다." 이 주장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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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주장에는 맞는 부분이 하나 있고 그 부분 때문에 결론이 뒤집힌다. 맞는 부분은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려면 관측된 효과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고, 유의성 문턱이 표본이 작을수록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정반대다. 관측된 효과가 크게 나온 이유가 참 효과가 커서일 수도 있고 우연이 크게 도와서일 수도 있는데, 표본이 작을수록 뒤쪽의 몫이 커진다. 그러므로 작은 표본에서 나온 큰 효과크기는 참값의 좋은 추정이 아니라 위쪽으로 치우친 추정이다. 되풀이하면 대개 작아진다. 그리고 이 논리를 문헌 전체에 적용하면 더 나쁜 결과가 나온다. 유의한 것만 발표된다면 문헌에 남는 작은 연구들은 전부 우연이 도와준 쪽으로 골라진 것들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전제가 참이라는 인정 —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려면 관측 효과가 커야 한다
  • 관측된 효과와 참 효과를 구별할 것
  • 작을수록 위쪽으로 치우친다는 방향까지 밝힐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작은 표본 연구가 여전히 쓸모 있다는 답도 좋다. 실제로 예비 연구로서, 그리고 나중에 여러 연구를 모아 종합할 재료로서 값어치가 있다. 다만 "그러므로 작은 연구의 추정값을 그대로 인용해도 된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렇게 인용된 값들이 6장에서 볼 문제의 재료가 되었다.

예제 40

다음 넷 가운데 검정력을 올리는 방법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가) 표본을 키운다

(나) 측정의 신뢰도를 올린다

(다) 유의수준을 0.05 에서 0.01 로 내린다

(라) 처치를 더 강하게 준다

풀이 보기

답은 (다)다.

(가)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앞 그림의 가로축이 그것이다.

(나)도 검정력을 올린다. 앞 절에서 본 대로 낮은 신뢰도는 관측되는 효과를 작게 만든다. 흔들림을 줄이면 같은 참 효과가 더 크게 관측되므로 잡기 쉬워진다. 이 경로는 자주 잊힌다. 표본을 늘리는 것보다 측정을 개선하는 편이 싸게 먹히는 경우가 있다.

(라)도 올린다. 참 효과 자체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가가 있다. 실제 상황에서 쓰지 않을 만큼 강한 처치를 주면 외적 타당도가 나빠진다. 4장의 맞바꿈이 여기서도 나온다.

(다)가 답이다. 기준을 엄하게 하면 위양성은 줄지만 검정력도 함께 내려간다. 문턱이 높아졌으므로 실제로 있는 효과도 더 자주 놓친다. 같은 검정력을 유지하려면 표본을 더 늘려야 한다.

(다)를 고르지 못하고 (나)를 골랐다면, 신뢰도와 검정력의 연결이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이므로 앞 절을 다시 보라.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심리측정(psychometrics)심리학적 측정의 성질을 다루는 분야
척도의 네 수준명목 · 서열 · 등간 · 비율. 수준마다 허락되는 연산이 다르다
신뢰도(reliability)같은 것을 재려는 시도가 얼마나 일관되게 같은 값을 내는가
재검사 신뢰도시간을 두고 두 번 재서 두 값의 상관을 본 것
내적 일관성같은 것을 잰다는 문항들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정도. 흔히 크론바흐 알파로 보고한다
평정자 간 신뢰도두 평정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값을 매기는 정도
타당도(validity)그 점수를 그 뜻으로 읽어도 되는 정도.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다
구성개념(construct)직접 관찰되지 않고 이론 안에서 정의되는 것. 지능·불안·태도
구성 타당도(construct validity)이론이 시키는 대로 그 점수가 움직이는가. 수렴·변별 증거로 쌓인다
표준화(standardization)같은 절차로 실시하는 것, 그리고 규준 집단의 점수 분포를 구해 두는 것
규준(norm) / 규준 집단비교 기준이 되는 점수 분포 / 그 분포를 구한 집단
백분위 / 표준점수그 아래에 몇 %가 있는가 / 평균에서 몇 표준편차 떨어져 있는가
반응 편향(response bias)자기보고의 답을 한쪽으로 미는 힘. 사회적 바람직성·묵종·반응 양식
요구특성(demand characteristics)연구가 무엇을 바라는지 눈치채고 맞춰 주는 것
효과크기(effect size)효과의 크기를 단위 없이 적은 값. 두 집단이면 d, 두 변수면 상관계수
d두 평균의 차이를 표준편차로 나눈 값. 코헨의 관례는 0.2 · 0.5 · 0.8
검정력(statistical power)실제로 효과가 있을 때 그것을 잡아낼 확률. 참 효과크기와 표본 크기가 정한다
효과크기 부풀림작은 표본에서 유의하게 나온 결과의 추정값이 참값보다 큰 쪽으로 치우치는 현상
사람이 문서에서의 자리
스티븐스 (S. S. Stevens)1946년 척도의 네 수준
크론바흐 (Lee Cronbach) 와 밀 (Paul Meehl)1955년 구성 타당도를 정리했다
코헨 (Jacob Cohen)효과크기의 관례. 그 관례가 임의라는 점을 스스로 밝혔다
버튼 (Katherine Button) 과 동료들2013년 신경과학 문헌의 낮은 검정력을 조사했다

다음 장은 이 장의 마지막 두 절이 실제로 무슨 일을 냈는지를 다룬다. 효과크기를 적지 않고 검정력을 계산하지 않은 문헌이 쌓이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그것을 알아챘을 때 이 분야가 무엇을 했는가.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재현 위기

2010년대에 심리학은 자기 문헌을 다시 검사했다. 그 결과가 이 장이다.

이 장이 이 문서 전체의 축이다. 여기서 세우는 잣대를 7장부터 19장까지 계속 쓴다. 그러니 이 장은 "심리학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장이 아니라 남은 열세 장을 읽는 법을 정하는 장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무선배정, 혼입변수, 내적·외적 타당도를, 5장에서 효과크기, 검정력, 효과크기 부풀림을 가져온다. 5장의 마지막 두 절이 이 장의 전제이므로, 그 두 절이 흐릿하면 먼저 돌아가는 편이 낫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미리 말해 둘 것이 하나 있다. 이 장을 읽고 "심리학은 다 엉터리"라는 결론으로 가면 안 된다. 그것도 틀린 결론이다. 왜 틀렸는지는 마지막 절에서 밝힌다.

2011년 — 세 가지가 겹쳤다

재현 위기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한 시점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2011년에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일이 겹치면서 논의가 크게 번졌다.

세 사건의 성격이 다 다르다. 부정이 하나, 방법 시연이 하나, 그리고 정상적인 절차대로 해도 이런 결론이 나온다는 논문이 하나다
<세 사건의 성격이 다 다르다. 부정이 하나, 방법 시연이 하나, 그리고 정상적인 절차대로 해도 이런 결론이 나온다는 논문이 하나다>[원본 보기]

하나 — 정상적인 절차로 아무도 안 믿는 결론이 나왔다

벰(Daryl Bem)이 2011년에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논문을 실었다. 주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이 지금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논문은 실험 아홉 개를 보고했고, 하나를 뺀 여덟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왔으며, 아홉 실험의 평균 효과크기를 d=0.22 로 보고했다.

여기서 충격은 결론이 아니라 절차에 있었다. 벰은 그 분야가 인정하는 방법을 그대로 썼다. 표본 크기도 그 분야의 관행 범위였고, 통계도 표준적이었으며, 학술지의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면 물음이 이렇게 된다. 이 방법으로 아무도 안 믿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면, 같은 방법으로 얻은 다른 결론들은 무엇인가.

둘 — 재량을 쓰면 무엇이든 유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시연

같은 해에 시먼스(Joseph Simmons)·넬슨(Leif Nelson)·시몬손(Uri Simonsohn)이 Psychological Science에 "위양성 심리학"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들은 연구자가 흔히 쓰는 재량 몇 가지를 실제로 써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결론을 유의하게 만들어 보였다.

그 실험은 이랬다. 대학생 20명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주고 다른 조에는 다른 곡을 들려준 뒤, 생년월일을 적게 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의 나이를 공변량으로 넣어 분석했더니, 노래를 들은 쪽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약 1년 반 어렸다. 논문은 그 값을 p=0.04 로 보고했다.

생년월일은 노래를 듣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결과는 참일 수 없다. 그런데 절차상으로는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았다. 이들이 쓴 재량은 넷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의실험으로 각 재량이 위양성 확률을 얼마나 올리는지 셈했다. 논문이 보고한 값은 이렇다. 하나씩만 쓰면 5%가 재량 하나에 약 8%에서 13% 사이로 오르고, 넷을 다 쓰면 약 61%가 된다.

이 숫자가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가운데 하나다. "스무 번에 한 번"이라고 믿고 있던 위양성 확률이 실제로는 두 번에 한 번보다 높아진다.

셋 — 자료 조작이 드러났다

같은 해에 한 사회심리학자의 대규모 자료 조작이 드러나 여러 논문이 철회되었다. 이것도 큰 사건이었지만, 앞의 둘보다 가벼운 문제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료 조작은 규칙 위반이고, 규칙 위반은 규칙과 적발 장치로 다룰 수 있다. 앞의 둘은 규칙을 다 지켜도 생기는 문제다. 이 구별이 이 장 전체를 관통한다.

예제 41

어떤 사람이 "재현 위기는 몇몇 부정직한 연구자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한다. 앞 절의 세 사건을 근거로 이 진단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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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진단은 세 사건 가운데 하나만 설명하고 나머지 둘을 설명하지 못한다. 자료 조작 사건은 이 진단에 맞는다 — 개인의 부정이었고 적발되어 논문이 철회되었다. 그러나 앞의 둘은 다르다. 벰의 논문은 자료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그 분야의 표준 절차를 그대로 따랐고 심사도 통과했다. 시먼스와 동료들의 논문은 일부러 재량을 써서 시연한 것인데, 그들이 쓴 재량은 그때까지 부정으로 여겨지지 않던 것들이었다.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정이 원인이라면 처방은 적발과 처벌이고, 감사를 강화해 부정 연구자를 걸러 내면 된다. 그러나 원인이 그것이 아니었으므로 실제로 나온 처방은 전혀 다른 것들이었다 — 자료를 보기 전에 계획을 못 박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심사받기, 여러 연구실이 함께 재기.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은 이렇다. 부정도 있었지만 문제의 본체는 규칙을 다 지켜도 생기는 것이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진단이 맞는 사건이 하나 있다는 인정 — 부정 사건을 부정이 아닌 것으로 만들면 안 된다
  • 나머지 둘이 규칙 위반이 아니었다는 지적
  • 진단이 달라지면 처방이 달라진다는 연결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부정의 몫을 더 크게 보는 답도 좋다. 적발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견해에는 근거가 있고, 실제로 자료의 이상을 통계적으로 탐지하는 방법이 그 뒤로 발달했다. 반대로 부정을 거의 무시할 만하다고 보는 답도 좋다. 다만 "따라서 부정은 문제가 아니다"로 끝내면 오답이고, "따라서 연구자를 더 엄하게 감시해야 한다"로 끝내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이 장 전체가 반박하는 처방이다.

이 구별을 놓치면 "나는 정직하니 내 연구는 괜찮다"는 결론으로 간다. 그것이 이 장이 가장 경계하는 결론이다.

예제 42

시먼스와 동료들의 시연에서 "노래를 들으면 나이가 어려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가 참일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는 사실이 왜 이 시연의 핵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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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연구에서는 결과가 참인지 우리가 모른다. 그것이 연구를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이 결과가 재량 때문에 나온 것인가"를 판정할 방법이 없다. 결과만 보고는 갈라낼 수 없다.

이 시연은 그 문제를 우회한다. 정답을 미리 아는 문제를 골라 온 것이다. 생년월일은 노래로 달라지지 않으므로, 이 절차가 유의한 결과를 냈다면 그 절차가 잘못된 것이지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시연이 하는 말은 "이 연구는 틀렸다"가 아니라 "이 절차는 참이 아닌 것도 유의하게 만든다"이다. 그리고 그 절차는 그때까지 문헌 전체에서 널리 쓰이던 것이었다.

이런 논증 형태에 이름이 있다. 이미 답이 정해진 사례를 절차에 넣어 절차를 검사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믿을 만한지 알고 싶을 때 쓰는 표준적인 수단이며,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방법론의 물음과 같은 자리에 있다.

그리고 세어 보았다

개별 사건은 개별 사건일 뿐이므로 문제가 얼마나 넓은지 알려면 세어야 한다. 그 일을 한 것이 Open Science Collaboration의 재현 프로젝트이고 결과가 2015년에 Science에 실렸다.

절차는 이랬다. 심리학 학술지 세 곳에 2008년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 100편을 골라, 여러 연구실이 나눠 맡아 되풀이했다. 원저자와 연락해 재료와 절차를 받았고, 원 연구보다 큰 표본을 쓰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분석 계획을 자료 수집 전에 공개했다. 결과는 이렇고, 아래 숫자는 모두 그 논문이 보고한 값이다.

지표
원 연구 가운데 유의한 결과를 보고한 것97%
재현에서 유의하게 나온 것36%
원 연구의 평균 효과크기 (상관계수)0.403
재현 연구의 평균 효과크기0.197
원 연구 쪽 효과가 더 컸던 연구99편 중 82편 (83%)
재현팀이 재현되었다고 판정한 것39편
점이 대각선 아래로 쏠려 있다. 재현이 안 되었다기보다 재현했더니 효과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 이 그림이 말하는 것이다
<점이 대각선 아래로 쏠려 있다. 재현이 안 되었다기보다 재현했더니 효과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 이 그림이 말하는 것이다>[원본 보기]

이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이 결과는 널리 인용되면서 자주 잘못 읽힌다. 못 박아 둘 것이 넷이다.

그러면 가장 정확한 요약은 무엇인가. "되풀이하면 효과가 대략 절반으로 줄었고, 유의성을 유지한 것은 3분의 1 남짓이었다." 이 문장이 이 연구가 실제로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의 모양이 5장에서 본 것과 정확히 같다는 점을 봐야 한다. 효과가 부풀려져 있었다. 그것이 다음 두 절의 주제다.

예제 43

위 표에서 "원 연구 가운데 97%가 유의했다"는 값이 있다. 이 값 하나만으로도 문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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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에서 본 검정력을 떠올려 보자. 검정력은 실제로 효과가 있을 때 그것을 잡아낼 확률이고, 심리학의 전형적인 표본 크기에서는 그 값이 결코 97%가 아니다. 잡으려는 효과가 작으면 0.5 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면 셈이 맞지 않는다. 검사한 가설 가운데 전부가 참이었다고 극단적으로 가정해도, 검정력이 0.5 라면 유의하게 나오는 것은 절반이어야 한다. 참이 아닌 가설도 섞여 있었다면 비율은 더 내려간다. 그런데 문헌에는 97%가 유의하다고 적혀 있다.

이 불일치를 설명하는 길은 둘뿐이다.

첫째, 유의하지 않은 결과가 문헌에 실리지 않았다. 출판 편향이다.

둘째, 유의하지 않은 결과를 유의하게 만드는 재량이 쓰였다. 연구자 자유도다.

대개 둘 다다. 그리고 두 설명 모두 개별 연구를 들여다봐서는 확인할 수 없고 문헌 전체의 모양을 봐야 드러난다. 그것이 이 재현 프로젝트가 한 일이다.

여기서 배울 것 하나. "가설이 거의 언제나 지지되는 문헌"은 그 자체로 경고 신호다. 연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가 걸러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제 44

다음 두 서술 가운데 재현 프로젝트의 결과를 정확히 옮긴 것을 고르고, 나머지가 어디에서 틀렸는지 밝혀라.

(가) 심리학 연구의 3분의 2가 재현에 실패했으므로 심리학 문헌의 3분의 2는 거짓이다.

(나) 표본으로 뽑힌 100편을 되풀이했을 때 3분의 1 남짓만 유의성을 유지했고 평균 효과크기는 절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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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정확하다.

(가)는 세 자리에서 틀렸다.

첫째, "심리학 연구의"가 아니라 "이 표본으로 뽑힌 100편의"다. 학술지 세 곳, 한 해, 되풀이 가능한 연구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4장의 표본 이야기가 여기에도 그대로 걸린다. 재현 연구도 하나의 연구이고 그 표본이 결론의 범위를 정한다.

둘째, "재현에 실패했다"와 "거짓이다"는 다르다. 재현 연구가 유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5장의 "유의하지 않다는 것은 없다는 뜻이 아니다"가 여기서도 성립한다. 재현 연구 쪽에 적용될 때도 마찬가지다.

셋째, 가장 중요한 정보인 효과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실이 빠졌다. 이것이 "맞았다/틀렸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한다. 효과가 아예 0 이 된 것이 아니라 작아졌다면, 원래 있던 효과가 부풀려져 있었다는 뜻이다.

(가)처럼 읽으면 다음 걸음이 "심리학을 믿지 말자"가 되고, (나)처럼 읽으면 다음 걸음이 "효과크기와 구간을 확인하자"가 된다. 후자가 이 문서가 가려는 곳이다.

왜 일어났는가

이 절이 이 장의 요점이다. 답부터 적는다. 개별 연구자의 부정이 아니라 유인 구조와 방법의 문제였다. 아래 고리 안 어디에도 자료를 조작하는 사람이 없는데 한 바퀴 돌 때마다 문헌에 위양성이 쌓인다.

고리가 닫혀 있다. 각 칸은 그 자리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고, 그래서 개인의 성실성으로는 끊을 수 없다
<고리가 닫혀 있다. 각 칸은 그 자리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고, 그래서 개인의 성실성으로는 끊을 수 없다>[원본 보기]

고리를 한 바퀴 따라가 보자.

이 고리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각 칸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행동이다. 학술지가 새로운 결과를 우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연구자가 논문을 내야 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래서 "더 정직해지자"로는 고리가 끊기지 않는다. 끊으려면 화살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출판 편향이 문헌에 남기는 자국

고리의 첫 칸을 따로 보자.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은 결과의 방향이나 유의성에 따라 발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오른쪽 그림에서 왼쪽 아래 조각이 통째로 비어 있다. 없는 연구가 무엇인지가 보이는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에서 왼쪽 아래 조각이 통째로 비어 있다. 없는 연구가 무엇인지가 보이는 그림이다>[원본 보기]

왼쪽은 모든 연구가 발표되는 세상이다. 큰 연구는 참값 가까이에 모이고 작은 연구는 넓게 흩어져서 깔때기 모양이 되고 좌우가 대칭이다.

오른쪽은 유의한 것만 발표되는 세상이다. 작은 연구 가운데 효과가 작게 나온 것들이 통째로 빠진다. 그러면 왼쪽 아래 조각이 비어 있는 모양이 되고, 남은 것들의 평균은 참값보다 크다.

이 자국은 여러 연구를 모아 종합할 때 드러난다. 연구를 모아 놓고 이 모양이 나오면 문헌에 빠진 것이 있다는 신호다. 다만 신호일 뿐이고 다른 이유로도 비대칭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 판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개별 연구자 쪽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유의하지 않게 나온 연구를 굳이 논문으로 쓰지 않고 서랍에 넣어 두는 것이다. 이것을 서랍 문제(file drawer problem)라 한다. 아무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문헌이 기울어진다.

유인 구조만이 아니라 절차도 문제였다

고리가 전부는 아니다. 절차 자체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을 정면으로 보인 연구가 있다. 1990년대에 널리 알려진 결과가 있었다. 노년을 연상시키는 낱말에 노출된 참가자가 실험실을 나갈 때 더 느리게 걷는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의식하지 못한 자극이 행동을 움직인다"는 주장의 대표 사례로 오래 인용되었다.

두엔(Stéphane Doyen)과 동료들이 2012년에 이것을 두 실험으로 다시 검사했고, 그 결과가 이 장에서 볼 가장 날카로운 것이다.

이 결과를 정확히 읽어 보자. 원 연구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뜻도, "점화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이 연구가 보인 것은 이것이다. 실험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참가자의 행동에 실제로 나타나며, 은폐를 하지 않으면 그 기대가 결과와 구별되지 않는다.

4장에서 이중은폐를 "권장 사항" 정도로 읽었다면 여기서 고쳐야 한다. 은폐되지 않은 절차에서 나온 효과는 처치의 효과인지 기대의 효과인지 자료가 가려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기 사회심리학의 여러 연구가 은폐 없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 장의 진단은 둘로 되어 있다. 유인 구조가 위양성을 걸러지지 않게 만들었고, 절차의 느슨함이 위양성을 만들었다. 둘 중 하나만 고쳐서는 부족하다.

예제 45

위 고리 그림에서 화살표 하나를 끊는다면 어디를 끊겠는가. 하나를 고르고, 그것을 끊으면 나머지 칸들이 어떻게 되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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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첫 화살표, 즉 "유의한 결과만 싣는다"를 끊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 이유는 그것이 고리의 상류에 있기 때문이다. 학술지가 결과와 무관하게 싣는다면, 연구자에게 유의한 결과가 필요할 이유가 줄고, 그러면 재량을 쓸 유인도 줄고, 유의하지 않은 결과가 문헌에 남으므로 서랍 문제도 줄고, 위양성이 쌓이는 속도도 느려진다. 한 화살표를 끊는 것으로 아래 네 칸이 동시에 약해진다. 실제로 이 진단에 맞춰 나온 제도가 등록보고서이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설계만 보고 게재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것으로 고리가 완전히 끊기지는 않는다. 채용과 승진의 셈법이 여전히 논문 수를 세고, 재현 연구의 보상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고른 화살표가 왜 그 자리인지 — 상류인지, 비용이 낮은지, 다른 칸에 미치는 범위가 넓은지
  • 그것을 끊었을 때 다른 칸들이 어떻게 되는지 추적할 것
  • 그것만으로 끊기지 않는 부분을 밝힐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채용·승진의 셈법"을 고르는 답도 아주 좋다.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자리이고, 실제로 그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신 바꾸기가 가장 어렵다는 대가를 함께 적어야 한다. "표본 크기"나 "재현 연구의 보상"을 고르는 답도 좋다. 다만 "연구자의 태도"를 고르면 오답이다. 그것은 화살표가 아니라 이 그림이 명시적으로 배제한 설명이다.

예제 46

어떤 분야에서 같은 주제의 논문 40편을 모아 봤더니, 표본이 작은 연구일수록 효과크기가 크고 표본이 큰 연구일수록 작았다. 이 패턴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두 가지 이상의 설명을 대고 그것들을 어떻게 가릴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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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셋이다.

첫째, 출판 편향이다. 작은 연구는 효과가 크게 나와야 유의해지고, 유의한 것만 실린다면 문헌에 남은 작은 연구들은 전부 크게 나온 것들이다. 이것이 앞 그림의 모양이다.

둘째, 연구자 자유도다. 작은 연구에서는 재량의 효과가 더 크다. 몇 명을 빼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셋째, 그리고 이것을 빠뜨리면 안 되는데, 작은 연구가 실제로 다른 연구일 수 있다. 작은 연구는 대개 통제가 더 잘 되고, 참가자가 더 균질하고, 처치를 더 강하게 준다. 그러면 참 효과 자체가 클 수 있다. 큰 연구는 여러 곳에서 모으느라 조건이 느슨해져 효과가 작아진다.

어떻게 가리는가. 셋이다.

사전등록된 연구만 따로 모아 본다. 그 집합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오면 셋째 설명 쪽이고, 사라지면 앞의 둘 쪽이다.

연구의 절차를 코딩해서 견준다. 처치 강도와 참가자 균질성을 실제로 재서 넣어 보면 셋째 설명을 검사할 수 있다.

다중연구실 재현을 한다. 같은 절차를 여러 곳에서 미리 정해 놓고 돌리면 출판 편향도 자유도도 개입할 수 없다. 다음다음 절의 주제다.

여기서 요점 하나. 비대칭은 신호이지 판정이 아니다. 출판 편향의 증거로 이 모양을 대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 모양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셋째 설명을 놓친다.

예제 47

두엔과 동료들의 둘째 실험에서 "느리게 걸을 것"이라고 믿은 실험자가 맡은 참가자에게서만 효과가 나왔다. 이 실험자들이 자료를 조작했다고 결론지어도 되는지 판단하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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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결론지을 수 없고, 그 점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조작 말고도 이 결과를 낼 수 있는 경로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실험자가 참가자를 대하는 방식이 조건에 따라 달라졌을 수 있다 — 말의 속도, 안내하는 태도, 문을 열어 주는 시점 같은 것들이며, 어느 것도 의도적이지 않고 실험자 자신도 알아채기 어렵다. 그리고 걷는 시간을 사람이 쟀다면 재는 시점의 판단이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두엔과 동료들의 첫째 실험이 자동 측정을 쓴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므로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이 절차에서 나온 효과가 '처치의 효과'와 '실험자 기대의 효과'를 갈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4장의 말로 옮기면 실험자의 기대가 혼입변수였다. 막는 방법도 4장에 이미 있었다 — 이중은폐와 자동 측정이다. 참가자가 어느 조건인지 실험자가 모르게 하고, 사람이 판단할 여지가 있는 측정을 기계로 바꾼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조작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는 판단, 그리고 그 대안 경로를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 이 문제를 4장의 혼입변수 또는 은폐와 연결할 것
  • 기대가 의도적이지 않다는 점 — 의도를 전제하면 처방이 틀어진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참가자 쪽에서 무엇을 알아챘을 가능성(요구특성)을 앞세우는 답도 좋다. 실험자의 태도 변화와 참가자의 눈치챔은 같은 고리의 두 끝이며, 이 자료만으로 어느 쪽인지 가릴 수 없다. 반대로 이 재현의 한계를 지적하는 답도 정당하다 — 표본과 절차가 원 연구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다만 "그러므로 점화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이 연구가 보인 것은 그 절차로는 가릴 수 없다는 것이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예제가 겨누는 태도 하나. "나는 편향되지 않았다"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막을 수 없다. 편향이 의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응이 결심이 아니라 절차인 것이다.

연구자 자유도 —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가

이름만 대면 알아볼 수 없으니 구체적으로 무슨 동작인지 보자. 연구자 자유도(researcher degrees of freedom)는 자료를 얻은 뒤 결과에 이르기까지 연구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전부를 가리킨다. 각각은 하나하나 정당해 보인다. 문제는 결과를 보고 나서 고른다는 것이다.

갈림길의 정원

자료 하나를 손에 넣었다고 하자. 결과에 이르기까지 지나야 할 갈림이 몇 개인가.

실제로 걸은 길은 하나뿐이고 논문에는 그 길만 적힌다. 그러나 유의수준 5%는 길이 하나였을 때의 값이다
<실제로 걸은 길은 하나뿐이고 논문에는 그 길만 적힌다. 그러나 유의수준 5%는 길이 하나였을 때의 값이다>[원본 보기]

그림의 다섯 갈림에서 선택지가 각각 셋이라면 길은 35=243 가지다. 243 갈래를 다 걸어 보고 유의한 것 하나를 골랐다면 "스무 번에 한 번 우연히 유의하다"는 보장은 남아 있지 않다. 여기서 무서운 것은 다 걸어 보지 않아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자료를 보면서 그럴듯한 쪽으로 한 번씩 정해 나가면, 연구자 자신은 한 길만 걸었다고 느낀다. 그런데 결과는 자료에 맞춰 골라진 것이다.

이것이 p 해킹(p-hacking)이다. 이름과 달리 대개 의도적인 부정이 아니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당해 보이는 선택을 계속하는 것이다.

문헌에 남는 자국

p 해킹은 개별 논문에서는 알아볼 수 없지만 문헌을 모아 놓으면 자국이 보인다.

왼쪽은 효과가 실제로 있을 때의 모양이다. 오른쪽처럼 문턱 바로 아래가 두꺼우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모양이 아니다
<왼쪽은 효과가 실제로 있을 때의 모양이다. 오른쪽처럼 문턱 바로 아래가 두꺼우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모양이 아니다>[원본 보기]

효과가 실제로 있으면 p 값은 0 쪽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아주 작은 p 값이 흔하고 0.05 바로 아래는 오히려 드물다. 그런데 자유도를 써서 문턱을 겨우 넘긴 결과들이 모이면 반대 모양이 된다. 0.05 바로 아래가 두꺼워진다. 문턱을 넘기자마자 멈추기 때문이다.

HARKing

다른 종류의 자유도가 하나 더 있다. 커(Norbert Kerr)가 1998년에 이름을 붙인 HARKing이다. 풀면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가설을 세우기(Hypothesizing After the Results are Known)"이고, 커의 정의는 사후에 세운 가설을 논문의 서론에 마치 처음부터 세운 가설이었던 것처럼 적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자. 어떤 연구가 열 가지를 재고 그중 하나에서 유의한 관계를 발견했다고 하자. 정직하게 적으면 이렇다 — "열 가지를 탐색했고 하나에서 관계가 보였다. 확인이 필요하다." HARKing 은 이렇게 적는다 — "선행 연구로부터 우리는 A 와 B 의 관계를 예측했고, 그것이 확인되었다." 두 문장의 차이가 결정적이다. 앞 문장을 읽은 독자는 이것이 탐색이라는 것을 알고 그만큼만 믿는다. 뒷 문장을 읽은 독자는 예측이 적중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자료는 똑같다.

그리고 HARKing 은 탐색을 사라지게 만든다. 탐색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새 가설은 탐색에서 나온다. 나쁜 것은 탐색을 확인인 것처럼 적어서, 나중에 확인할 사람이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자료, 다른 답

자유도가 결과를 얼마나 움직이는지 실제로 재 본 연구가 있다. 질버찬(Raphael Silberzahn)과 동료들이 2018년에 보고한 것이다.

절차는 이랬다. 연구팀 29개(분석자 61명)에게 똑같은 자료 하나를 주고 똑같은 물음에 답하게 했다. 물음은 축구 심판이 피부색이 어두운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더 자주 주는가였고, 팀들은 서로 분석 계획을 볼 수 있었으며 토론도 했다.

결과는 이렇다. 20개 팀(69%)이 유의한 양의 효과를 얻었고 9개 팀(31%)은 유의하지 않았다. 추정값은 승산비로 0.89에서 2.93 사이에 퍼졌고 중앙값이 1.31이었다(1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말하는 것은 "누군가 잘못 분석했다"가 아니다. 29개 팀이 모두 정당한 분석을 했는데 답이 갈렸다. 그러므로 논문 하나가 보고하는 결과는 가능한 답들 가운데 하나이며, 그 하나가 어떻게 골라졌는지를 독자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제 48

다음 넷 가운데 연구자 자유도를 쓴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나머지 셋은 각각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라.

(가) 자료를 모으다가 유의해진 시점에서 수집을 멈췄다.

(나) 반응 시간이 너무 느린 참가자를 뺐더니 결과가 유의해져서 그 기준으로 보고했다.

(다) 두 종속변수를 다 쟀고, 유의하게 나온 쪽을 주 결과로 보고하고 다른 쪽은 부록에 실었다.

(라) 자료를 모으기 전에 "반응 시간이 평균에서 3 표준편차를 넘는 시행을 뺀다"고 정해 공개하고 그대로 했다.

풀이 보기

답은 (라)다.

(라)가 자유도가 아닌 이유는 선택이 자료를 보기 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갈림은 "참가자를 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결과를 보고 정하느냐"다. 제외 자체는 정당한 처리이고 근거도 있다.

(가)는 선택적 중단이다. 자료가 쌓이는 동안 p 값은 오르내리는데, 유의해진 순간에 멈추면 유의한 결과만 건지게 된다. 시먼스와 동료들의 모의실험에서 이 재량 하나만으로도 위양성 확률이 5%를 넘게 올랐다.

(나)는 결과를 보고 정한 제외 기준이다. 기준 자체는 흔히 쓰이는 것이지만, 기준을 결과에 맞춰 골랐다면 그 결과는 우연 하나에 대해서만 5%를 지킨 것이 아니다.

(다)는 선택적 보고다. 부록에 실었으니 감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주 결과"로 무엇을 세웠는지가 독자의 판단을 정한다. 그리고 두 종속변수를 다 쟀다는 것은 검정을 두 번 했다는 뜻이므로, 5%를 지키려면 그것을 셈에 넣어야 한다.

셋에 공통된 것이 있다. 어느 것도 자료를 조작하지 않았다. 실제로 한 일은 "정당해 보이는 선택을 결과를 보고 골랐다"뿐이다.

예제 49

어떤 논문의 서론에 이렇게 적혀 있다. "선행 연구에 근거하여 우리는 X 조건에서 여성 참가자에게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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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것은 이 예측이 자료를 보기 전에 세워졌는지다.

왜 의심하는가. 예측이 두 번 좁혀져 있기 때문이다 — 조건 하나로 좁혔고, 참가자의 하위집단으로 또 좁혔다. 결과를 보고 나서 이렇게 좁힐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다. 남성만, 나이 어린 참가자만, 첫 시행만, 특정 문항만. 그 가운데 유의하게 나온 조합 하나를 골라 서론에 적으면 정확히 이 문장이 된다.

어떻게 확인하는가. 셋이다.

첫째, 사전등록이 있는지를 본다. 있으면 등록 문서에 이 예측이 적혀 있는지 확인한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사전등록이 존재하는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다.

둘째, 없다면 서론이 근거로 든 선행 연구가 실제로 그런 예측을 시키는지 본다. 그 선행 연구들이 하위집단 차이를 다룬 적이 없다면 예측의 근거가 없는 것이다.

셋째, 같은 논문 안에서 다른 하위집단 결과가 보고되었는지 본다. 하나만 보고되어 있으면 나머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사전등록이 없다고 이 논문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확인이 필요한 탐색적 결과로 읽으면 된다. 이 예제가 요구하는 것은 논문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붙일 무게를 정하는 일이다.

예제 50

질버찬과 동료들의 연구에서 29개 팀의 답이 갈렸다. 이 결과를 두고 "그러니 통계 분석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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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옳지 않다. 이 연구가 보인 것은 분석에 선택이 들어간다는 것이지 분석이 자의적이다는 것이 아니다. 두 주장은 다르다. 29개 팀의 추정값은 아무렇게나 퍼진 것이 아니라 중앙값 1.31 근처에 몰려 있었고, 대다수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자료가 분석 방법과 무관하게 아무 답이나 낸다면 그런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결과에서 나오는 결론은 "분석 하나의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면 안 된다"이지 "분석이 무의미하다"가 아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 나온 처방도 그런 것이었다 — 분석 계획을 미리 공개하기, 여러 분석의 결과를 함께 보고하기, 결론이 분석 선택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따로 보고하기.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선택이 들어간다"와 "자의적이다"를 구별할 것
  • 추정값들이 한 방향으로 몰려 있었다는 점을 언급할 것
  • 나오는 처방이 "분석을 그만두자"가 아니라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결과를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는 답도 좋다. 실제로 "논문 하나의 결과는 증거로서 매우 약하다"는 결론을 이 연구에서 끌어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 결론에는 힘이 있다. 반대로 "중앙값이 1보다 크니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면 된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것은 29개 결과를 다시 하나로 눌러 담는 것이고, 이 연구가 보이려던 바로 그 문제로 되돌아간다.

무엇이 바뀌었나

위기 이야기로만 끝내면 잘못된 그림이 남는다. 실제로 바뀐 것이 많고 그 변화가 이 문서가 뒤에서 결과를 판정하는 근거가 된다.

왼쪽 문제마다 오른쪽 대응이 붙어 있다. 대응이 전부 마음가짐이 아니라 절차라는 것과, 아래에 아직 안 풀린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함께 읽어야 한다
<왼쪽 문제마다 오른쪽 대응이 붙어 있다. 대응이 전부 마음가짐이 아니라 절차라는 것과, 아래에 아직 안 풀린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함께 읽어야 한다>[원본 보기]

사전등록과 등록보고서

사전등록(preregistration)은 가설·표본 크기·제외 기준·분석 방법을 자료를 보기 전에 공개 저장소에 올려 시각과 함께 봉해 두는 것이다. 갈림길의 정원에 지도를 미리 그려 두는 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전등록이 하는 일을 정확히 적어 두자. 탐색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탐색은 여전히 해도 되고 해야 한다. 사전등록이 하는 일은 탐색과 확인을 구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등록 문서에 없는 분석은 탐색으로 적고 있는 분석은 확인으로 적으면, 독자가 각각에 다른 무게를 줄 수 있다.

등록보고서(Registered Report)는 한 걸음 더 간다. 학술지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설계만 보고 심사하고, 통과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싣겠다고 확정한다. 이 방식은 2013년에 Cortex가 채택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이후 여러 학술지로 퍼졌다.

이 제도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를 재 본 연구가 있다. 셸(Anne Scheel)과 동료들이 2021년에 심리학 논문들을 견주고, 표준 논문에서는 첫 가설이 지지된 비율이 96%였는데 등록보고서에서는 44%였다고 보고했다.

이 대비가 앞 절의 진단을 뒷받침한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종류의 물음을 다루는데 이만큼 다르다면, 표준 문헌의 96%는 자연의 성질이 아니라 걸러짐의 성질이다.

다중연구실 재현

한 연구실이 한 번 재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여러 연구실이 같은 절차를 미리 정해 놓고 동시에 재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연구실마다 구간이 넓어 제각각으로 보여도 합치면 구간이 좁아진다. 그 좁은 구간이 0 을 감싸는지가 판정이 된다
<연구실마다 구간이 넓어 제각각으로 보여도 합치면 구간이 좁아진다. 그 좁은 구간이 0 을 감싸는지가 판정이 된다>[원본 보기]

두 가지 예를 보자.

하나. 자아 고갈은 "자제력을 쓰면 그 다음 과제에서 자제력이 줄어든다"는 주장으로, 오랫동안 표준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해거(Martin Hagger)와 동료들이 2016년에 연구실 23곳에서 참가자 2141명으로 사전등록된 재현을 했고, 결과는 d=0.04, 95% 구간 −0.07 에서 0.15 였다. 구간이 0 을 감싸고 좁다. 즉 "못 잡았다"가 아니라 "있어도 아주 작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다. 5장에서 이 구별을 세웠다.

둘. 클라인(Richard Klein)과 동료들의 2018년 Many Labs 2는 결과 28개를 골라 36개 나라와 지역의 표본 125개, 참가자 15,305명으로 되풀이했다. 28개 가운데 15개(54%)가 원 결과와 같은 방향으로 유의했다.

이 연구는 4장에서 예고한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표본과 상황을 크게 달리했는데도 효과크기의 흔들림은 "어느 나라에서 쟀는가"보다 "어떤 효과인가"가 훨씬 크게 좌우했다. 그러므로 재현 실패를 "문화가 달라서"로 설명하는 것은, 적어도 이 28개 결과에 대해서는 지지되지 않았다.

자료와 재료를 공개한다

분석 코드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표준 요구가 되었다. 이것이 하는 일이 셋이다. 다른 사람이 같은 자료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른 분석을 해 볼 수 있고, 여러 연구를 합쳐 종합하기 쉬워진다. 그리고 보고 관행도 바뀌었다. 효과크기와 구간을 함께 적도록 요구하는 학술지가 늘었고, 표본 크기를 어떻게 정했는지 밝히도록 요구하는 곳도 많다.

아직 안 바뀐 것

그림의 아래 칸이다. 셋을 적어 둔다.

예제 51

셸과 동료들이 보고한 "표준 논문 96% 대 등록보고서 44%"라는 대비를 두고, 어떤 사람이 "등록보고서를 쓰는 연구자들이 더 무모한 가설을 세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설명을 평가하고, 두 설명을 어떻게 가릴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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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명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대안이다. 등록보고서를 쓰는 연구자는 결과와 무관하게 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결과가 나올지 확신하지 못하는 물음도 다룰 수 있다. 그러면 지지되는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설명이 맞더라도 원래의 진단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같은 이야기의 다른 면이다. 표준 경로에서는 "결과가 나올지 확신하지 못하는 물음"을 다루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것 자체가 고리의 첫 화살표가 하는 일이다.

어떻게 가리는가. 셋이다.

첫째, 같은 물음을 다룬 논문끼리 짝지어 견준다. 등록보고서로 나온 재현 연구와 그 원 연구를 짝지으면 물음이 같으므로 이 대안 설명이 약해진다.

둘째, 물음의 성격을 코딩해서 넣어 본다. 새 효과를 찾는 연구인지 알려진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인지를 나눠 견준다.

셋째, 같은 연구자가 두 경로로 낸 논문을 견준다. 연구자가 같으면 "무모한 연구자"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배울 것. 두 집단을 견주는 자료를 볼 때는 언제나 "그 집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4장의 선택 문제가 문헌 수준에서 다시 나온 것이다.

예제 52

어떤 주장이 "2016년의 대규모 다중연구실 연구에서 d=0.04, 구간 −0.07 에서 0.15 가 나왔다"는 결과를 근거로 "자아 고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이 결론이 정확한지 판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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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확하지만 한 자리를 더 다듬어야 한다.

정확한 부분. "유의하지 않았다"로 끝내지 않고 구간을 봤다는 점이 옳다. 5장에서 세운 대로, 잡을 힘이 없어서 못 잡은 것과 실제로 없는 것을 가르는 것은 구간이다. 여기서는 구간이 좁고 0 을 감싸므로 "못 잡았다"가 아니라 "있어도 아주 작다"고 말할 수 있다.

다듬어야 할 부분. "존재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이 절차로 잰 이 효과는 0 에 매우 가깝다"가 정확하다. 구간의 위쪽 끝이 0.15 이므로 아주 작은 효과까지 배제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재현은 특정한 과제와 절차를 썼고, 원 이론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 절차가 자제력을 충분히 소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반론은 검사 가능한 반론이며, 다른 절차로 다시 재는 것이 답이다.

그러면 이 문서는 이것을 어떻게 다루는가. "자아 고갈은 대규모 사전등록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 이었다"를 서술의 주어로 삼는다. "자아 고갈이 있다. 다만 논란이 있다"로 적으면 독자는 앞부분을 기억한다. 순서가 판단을 바꾼다.

여기서 이 문서의 규칙 하나를 명시해 둔다.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 7장부터 이 규칙을 계속 쓴다.

그러면 무엇을 믿을 것인가 — 네 물음

이 절에서 이 문서가 뒤에서 계속 쓸 잣대를 세운다. 먼저 두 가지 잘못된 결론을 치워야 한다.

첫째 잘못 — "심리학은 다 엉터리다." 이 결론이 틀린 이유가 넷이다.

둘째 잘못 — "문제는 해결되었다." 앞 절의 마지막 항목이 그 답이다. 2015년 이전 문헌 대부분이 다시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가. 주장마다 네 가지를 묻는다.

넷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 하나에 답했다고 나머지가 답해지지 않으며, 넷을 다 물어야 그 주장에 붙일 무게가 정해진다
<넷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 하나에 답했다고 나머지가 답해지지 않으며, 넷을 다 물어야 그 주장에 붙일 무게가 정해진다>[원본 보기]
물음무엇을 확인하는가세운 자리
1. 재현되었는가원 연구 하나뿐인가, 독립적인 연구실이 되풀이했는가이 장
2. 표본이 무엇인가누가 참가했는가. WEIRD 표본인가, 그 안에서도 대학생인가4장
3. 효과가 얼마나 큰가효과크기와 구간. 유의하다는 말은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5장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실험실 과제에서 실제 행동으로 건너뛰지 않았는가4장의 외적 타당도

네 물음을 쓰는 법을 못 박아 둔다.

7장부터 이 문서는 이 네 물음을 이름으로 부른다. 어떤 결과를 소개할 때 그 결과가 네 물음에 어떻게 답하는지를 함께 적고, 답이 나쁜 결과는 그 사실을 서술의 주어로 삼는다.

예제 53

가상의 연구다. 어떤 논문이 이렇게 보고했다. "대학생 참가자 48명을 두 조건에 무선배정했다. 처치 조건에서 낱말 재인 과제의 반응 시간이 유의하게 짧았다(p=0.03). 이 결과는 처치가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인다는 것을 보여 준다."

네 물음을 차례로 적용하라.

풀이 보기

1. 재현되었는가. 이 논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원 연구 하나이고 독립적인 재현이 있다는 말이 없다. 사전등록 여부도 적혀 있지 않다. p=0.03 은 문턱 바로 아래이며, 5장과 이 장에서 본 대로 그런 값이 되풀이될 확률은 높지 않다. 판정 — 잠정적이다.

2. 표본이 무엇인가. 대학생 48명이다. 어느 나라인지, 어떻게 모집했는지 적혀 있지 않다. 판정 — 결론의 범위는 이 대학생들까지다.

3. 효과가 얼마나 큰가. 이 보고에는 그 정보가 없다. 유의성만 적혀 있고 효과크기도 구간도 없다. 그리고 집단당 24명이면 5장의 그림에서 보듯 검정력이 낮으므로, 유의하게 나온 이 결과의 효과크기 추정값은 위쪽으로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판정 — 크기를 알 수 없고, 알아도 부풀려져 있을 것이다.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잰 것은 화면 앞에서의 반응 시간이고, 결론은 "정보 처리 속도"에 대해 말한다. 둘 사이에 다리가 놓이지 않았다. 4장의 조작적 정의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이 과제의 점수가 다른 처리 속도 지표와 어떤 관계인지, 실제 상황의 어떤 행동에 대응하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 판정 — 결론이 잰 것보다 넓다.

종합하면 이렇게 적어야 한다. "한 연구에서, 대학생 48명을 대상으로, 특정 재인 과제의 반응 시간이 짧아졌다. 크기는 보고되지 않았고 재현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판정이 "이 논문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연구는 필요하고, 다음 걸음의 출발점이 된다. 판정이 정하는 것은 이 결과에 붙일 무게다.

예제 54

어떤 결과가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해 확인되었고 효과크기도 상당히 크다"고 하자. 이 결과에 대해서도 남아 있는 물음이 있는가.

풀이 보기

있다. 네 물음 가운데 둘이 아직 답해지지 않았다.

2. 표본이 무엇인가. 여러 연구실이 되풀이했다고 해도 그 연구실들이 전부 비슷한 곳이면 표본은 여전히 좁다. 같은 나라, 같은 종류의 대학, 같은 방식으로 모집한 참가자라면 되풀이의 수가 늘어도 범위가 넓어지지 않는다. 재현의 수와 표본의 넓이는 다른 것이다.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같은 실험실 과제를 여러 곳에서 되풀이한 것이라면 그 과제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되풀이는 그 과제에서의 효과를 단단하게 만들지, 그 효과가 실제 행동에 대응한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이 네 물음을 따로 물어야 하는 이유다. 1번에 잘 답한 것이 2번과 4번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재현되었으니 믿을 만하다"로 끝내면 남은 두 물음을 건너뛴 것이다.

덧붙일 것 하나. 이 상황에서 남은 물음에 답하는 방법도 정해져 있다. 다른 종류의 표본을 넣어 되풀이하고(2번), 그 과제 점수와 실제 행동 지표의 관계를 재는 연구를 따로 한다(4번). 물음마다 그 물음을 겨냥한 설계가 있다. 4장의 지도로 돌아가면 어느 설계인지 찾을 수 있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재현(replication)같은 절차를 독립적으로 되풀이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보는 것
연구자 자유도(researcher degrees of freedom)자료를 얻은 뒤 결과에 이르기까지 연구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전부
p 해킹(p-hacking)결과가 유의해질 때까지 정당해 보이는 선택을 이어 가는 것. 대개 의도적 부정이 아니다
갈림길의 정원자료를 보며 한 번씩 정해 나가면 한 길만 걸었다고 느끼면서도 결과가 자료에 맞춰 골라지는 구조
HARKing결과를 알고 난 뒤 세운 가설을 서론에 처음부터 세운 가설인 것처럼 적는 것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결과의 방향이나 유의성에 따라 발표 여부가 달라지는 것
서랍 문제(file drawer problem)유의하지 않게 나온 연구를 발표하지 않고 두는 것
실험자 기대 효과실험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참가자의 행동에 실제로 나타나는 것. 은폐하지 않으면 처치 효과와 구별되지 않는다
선택적 중단 / 선택적 보고유의해진 시점에 자료 수집을 멈추는 것 / 여럿 잰 것 가운데 나온 것만 보고하는 것
사전등록(preregistration)가설·표본 크기·제외 기준·분석을 자료 보기 전에 공개 저장소에 올려 두는 것
등록보고서(Registered Report)결과가 나오기 전에 설계만으로 심사하고 게재를 확정하는 방식
다중연구실 재현여러 연구실이 같은 절차를 미리 정해 놓고 동시에 재는 것
네 물음재현되었는가 / 표본이 무엇인가 / 효과가 얼마나 큰가 /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사람 · 프로젝트이 문서에서의 자리
벰 (Daryl Bem)2011년 예지 논문. 표준 절차로 아무도 안 믿는 결론이 나왔다
시먼스 · 넬슨 · 시몬손2011년 위양성 심리학. 연구자 자유도를 시연하고 셈했다
커 (Norbert Kerr)1998년 HARKing 에 이름을 붙였다
Open Science Collaboration2015년 재현 프로젝트. 이 문서가 재현율을 말할 때의 근거다
해거 (Martin Hagger) 와 동료들2016년 자아 고갈 다중연구실 재현. 효과가 거의 0 이었다
클라인 (Richard Klein) 과 동료들2018년 Many Labs 2
질버찬 (Raphael Silberzahn) 과 동료들2018년 같은 자료를 29개 팀이 분석한 연구
셸 (Anne Scheel) 과 동료들2021년 등록보고서와 표준 논문의 가설 지지 비율 비교
두엔 (Stéphane Doyen) 과 동료들2012년 사회적 점화 재현. 실험자의 기대가 효과를 만들어 냈다

다음 장부터 결과를 다룬다. 그리고 결과를 다룰 때마다 네 물음이 함께 간다. 7장의 조건형성은 네 물음에 잘 답하는 쪽이고, 18장의 사회심리학은 그렇지 않은 것이 많은 쪽이다. 그 차이 자체가 이 문서가 독자에게 주려는 것이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고, 본문의 수치는 모두 아래 논문이 보고한 값이다.

학습

앞의 네 장은 어떻게 알아내는가를 다루었다. 이 장부터는 그렇게 알아낸 것들을 다룬다. 첫 번째로 학습을 놓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문서에서 다루는 결과 가운데 가장 튼튼한 것이 이 장에 있다. 조건형성의 기본 현상은 백 년 넘게 여러 종의 동물과 사람에게서,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해 관찰되었다. 6장의 네 물음에 이만큼 잘 답하는 영역이 심리학에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장은 "무엇이 무너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버텼는가"를 먼저 보이는 장이다.

그렇다고 이 장이 편안한 장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무너짐도 여기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무엇과도 연합될 수 있다"는 초기의 강한 주장은 한 실험으로 무너졌고, 그 무너짐이 이 분야를 다시 세웠다. 이 장의 뒤쪽 절반이 그 이야기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무선배정·통제 집단·혼입변수·조작적 정의를, 5장에서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학습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

학습(learning)은 경험 때문에 생긴, 행동이나 행동 가능성의 비교적 지속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이 정의의 세 조각이 각각 무언가를 걸러 낸다.

세 번째 조각이 왜 필요한지는 이 장 끝에서 다시 나온다. 학습과 수행을 갈라 두지 않으면, 뒤에서 볼 실험 하나를 아예 이해할 수 없다.

가장 단순한 두 가지

무언가를 무언가와 잇지 않고도 일어나는 학습이 있다. 같은 자극이 되풀이될 때 반응이 줄어드는 것을 습관화(habituation)라 한다. 새 소리에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다가 몇 번 지나면 돌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강한 자극을 겪은 뒤 약한 자극에도 반응이 커지는 것을 민감화(sensitization)라 한다.

습관화는 피로와 헷갈리기 쉬운데, 갈라내는 방법이 있다. 자극을 조금 바꿔 보면 된다. 피로라면 바꿔도 반응이 작을 것이고, 습관화라면 반응이 되살아난다. 이것을 탈습관화(dishabituation)라 한다. 이 절차는 말을 못 하는 아기가 두 자극을 다르다고 여기는지 알아내는 방법이 되고, 11장에서 아기가 소리의 줄을 어떻게 나누는지 알아보는 절차로 다시 나온다.

예제 55

다음 넷 가운데 이 절의 정의로 학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가 왜 아닌지 각각 적어라.

  • 가. 어떤 새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날 수 있게 되었다.
  • 나. 어떤 사람이 오래 걷고 나서 걸음이 느려졌다.
  • 다. 어떤 쥐가 미로를 여러 번 지난 뒤 갈림길에서 헤매지 않게 되었다.
  • 라. 어떤 사람이 잠을 못 자서 계산 실수가 늘었다.
풀이 보기

답은 다. 다가 맞는 이유. 미로를 지난 경험 때문에 생긴 변화이고, 그 경험이 끝난 뒤에도 남는다. 정의의 세 조각을 다 만족한다.

가가 아닌 이유. 시간이 지나 몸이 자란 결과다. 경험 때문이 아니다. 다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 "시간이 지나면서 생겼다"는 것만으로는 성숙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사이에 경험도 함께 쌓이기 때문이다. 가르려면 경험의 양을 다르게 해 놓고 견주어야 한다. 4장의 설계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나가 아닌 이유. 피로다. 쉬면 되돌아간다. "비교적 지속적인"을 만족하지 않는다. 라가 아닌 이유. 몸 상태 때문에 생긴 일시적 변화다. 자고 나면 되돌아간다. 나와 같은 종류의 탈락이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은 정의가 거르는 장치라는 점이다. 학습이라는 말은 넓게 쓰이지만, 연구에서 이 말을 쓰려면 성숙·피로·상태 변화를 먼저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배제하는 일은 정의를 읽는 것이 아니라 설계로 하는 것이다.

예제 56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자가 "아기가 두 언어의 소리를 구별하는가"를 알아보려 한다. 아기는 말을 못 하고 지시를 따르지도 않는다. 습관화를 이용해 이 물음을 검사하는 절차를 짜 보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한쪽 언어의 소리를 되풀이해 들려주면서 아기가 그 소리 쪽을 보거나 젖꼭지를 빠는 정도를 잰다. 되풀이될수록 그 반응이 줄어들 것이다 — 습관화가 일어난 것이다. 반응이 충분히 줄어든 뒤에 다른 쪽 언어의 소리로 바꾼다. 이때 반응이 되살아나면 아기가 두 소리를 다르게 여긴 것이고, 되살아나지 않으면 같은 것으로 다룬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반응이 줄어드는 것을 먼저 확인한 뒤에 바꾼다는 순서
  • 되살아남을 "구별했다"의 지표로 삼는다는 연결
  • 통제 조건 — 소리를 바꾸지 않고 계속 들려주는 조건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되살아난 반응이 시간이 지나 저절로 회복된 것인지 바꿔서 생긴 것인지 갈라낼 수 없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지표로 무엇을 쓸지는 여러 선택이 가능하다 — 보는 시간, 빠는 속도, 심장 박동. 어느 것을 골라도 좋고, 여러 지표를 함께 재는 답은 더 낫다. 자극을 바꾸는 시점을 아기마다 다르게 정하자는 답도 좋다.

다만 통제 조건을 두지 않은 답은 오답이다. 그리고 "아기가 두 언어를 안다"로 결론을 넓히는 답도 오답이다. 이 절차가 보이는 것은 두 소리를 다르게 다룬다는 것까지다. 네 물음의 넷째다.

고전적 조건형성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이미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아직 아무것도 일으키지 않는 자극을 짝지어, 뒤의 것도 반응을 일으키게 만드는 일이다. 파블로프(Ivan Pavlov)가 개의 소화액을 연구하다가 개가 먹이를 주기 전부터 침을 흘린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데서 시작되었다.

네 이름을 먼저 정한다

이 분야의 용어는 헷갈리기로 유명하다. 먼저 못 박고 시작한다.

이름무엇인가보기
무조건자극배운 적 없이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입에 들어온 먹이
무조건반응그 자극에 배운 적 없이 나오는 반응
조건자극원래는 그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짝지음을 거쳐 일으키게 된 자극종소리
조건반응조건자극이 일으키게 된 반응종소리에 나오는 침

여기가 이 절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자리다. "무조건"은 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고, "조건"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배운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조건반응과 무조건반응은 같은 것이 아니다. 대개 조건반응이 더 작고, 모양이 다른 경우도 많다.

조건형성 전에 이미 반응을 내던 자극과 아무 반응도 내지 않던 자극이 따로 있다. 조건형성이 하는 일은 뒤의 것에 앞의 것을 예측하는 힘을 붙이는 일이다
<조건형성 전에 이미 반응을 내던 자극과 아무 반응도 내지 않던 자극이 따로 있다. 조건형성이 하는 일은 뒤의 것에 앞의 것을 예측하는 힘을 붙이는 일이다>[원본 보기]

순서도 중요하다. 조건자극이 먼저 오고 무조건자극이 뒤에 올 때 조건형성이 잘 된다. 순서를 뒤집으면 — 먹이를 준 다음에 종을 울리면 — 조건형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뒤의 예측력 이야기의 첫 번째 실마리다. 뒤에 오는 것은 앞의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

획득, 소거, 그리고 자발적 회복

짝지음을 되풀이하면 조건반응이 커진다. 이것을 획득(acquisition)이라 한다. 빠르게 오르다가 점점 완만해지는 모양을 그린다. 이제 조건자극만 주고 무조건자극을 주지 않기를 되풀이하면 조건반응이 줄어들어 거의 사라진다. 이것이 소거(extinction)다.

여기서 이 절의 요점이 나온다. 소거는 배운 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소거를 마친 뒤 얼마간 쉬었다가 다시 조건자극을 주면, 조건반응의 일부가 돌아온다. 이것을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라 한다.

소거 뒤에 남는 것이 없다면 쉬고 다시 재도 아무 반응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소거 뒤에 남는 것이 없다면 쉬고 다시 재도 아무 반응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원본 보기]

자발적 회복이 말해 주는 것은 이렇다. 소거란 원래의 연결 위에 '지금은 오지 않는다'는 새 학습을 얹는 일이지, 원래의 연결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원래 것이 남아 있으니 조건이 바뀌면 다시 나온다. 장소를 바꾸어도 돌아오고(맥락 회복), 무조건자극을 한 번 다시 주어도 돌아온다(복원).

이 사실은 실무에서 무겁다.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소거로 줄이는 절차는 실제로 쓰이는데,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고 짜야 한다. 한 곳에서만 소거하지 않고 여러 맥락에서 하는 것, 시간을 두고 되풀이하는 것이 그래서 권해진다.

일반화와 변별

종소리에 침을 흘리게 된 개는 비슷한 소리에도 침을 흘린다. 이것이 일반화(generalization)다. 그리고 비슷할수록 반응이 크다. 이 관계를 그리면 훈련한 자극을 봉우리로 하는 산 모양이 나온다.

반대로 변별(discrimination)은 훈련해서 만든다. 훈련한 자극 뒤에만 무조건자극을 붙이고 이웃 자극 뒤에는 붙이지 않으면 산이 좁아진다.

일반화는 저절로 일어나고 변별은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두 곡선의 봉우리 높이가 아니라 퍼진 폭을 견주는 그림이다
<일반화는 저절로 일어나고 변별은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두 곡선의 봉우리 높이가 아니라 퍼진 폭을 견주는 그림이다>[원본 보기]

두 현상은 하나의 짝이다. 일반화가 없으면 학습이 그 자극에만 갇혀 쓸모가 없고, 변별이 없으면 학습이 아무 데나 번져 역시 쓸모가 없다. 이 둘의 균형이 학습이 쓸모 있어지는 조건이다.

짝지음이 아니라 예측력이다

여기가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이고, 개론서가 자주 건너뛰는 자리다. 오랫동안 조건형성은 인접성(contiguity)으로 설명되었다. 두 사건이 시간적으로 가까이 붙어 있으면 연합이 생긴다는 것이다. 레스콜라(Robert Rescorla)가 1968년에 이 설명을 정면으로 검사했다. 설계는 이렇다.

조건자극이 있을 때 무조건자극이 올 확률을 모든 조건에서 똑같이 고정한다. 즉 짝지어진 횟수는 어느 조건에서나 같다. 달라지는 것은 하나뿐이다 — 조건자극이 없을 때 무조건자극이 오는 비율.

짝지어진 횟수가 같은데도 조건반응이 달라진다. 가로축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조건자극이 알려 주는 것이 없어진다
<짝지어진 횟수가 같은데도 조건반응이 달라진다. 가로축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조건자극이 알려 주는 것이 없어진다>[원본 보기]

결과는 인접성 설명을 반박했다. 짝지음의 수가 같아도, 조건자극이 없을 때에도 무조건자극이 자주 온다면 조건형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두 확률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조건반응은 사라진다.

같은 방향을 다른 각도에서 보인 것이 차단(blocking)이다. 케이민(Leon Kamin)이 1969년에 보고한 절차다. 먼저 자극 하나를 무조건자극과 짝지어 충분히 학습시킨 뒤, 그 자극에 새 자극을 함께 붙여 계속 짝지어 준다. 그런 다음 새 자극만 따로 검사하면 — 조건반응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새 자극은 무조건자극과 여러 번 짝지어졌는데도 그렇다.

이유는 이미 예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의 자극이 무조건자극을 이미 알려 주고 있으므로 새 자극은 아무 새 정보를 더하지 않는다. 레스콜라는 1988년에 이 흐름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 조건형성은 두 사건을 붙여 두는 일이 아니라 동물이 세계의 관계를 알아내는 일에 가깝다.

이 전환이 왜 중요한가. 조건형성이 "생각 없는 기계적 과정"이라는 그림이 바로 여기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환은 재현이 잘 된 결과들 위에 서 있다. 6장의 네 물음으로 보면 첫째와 넷째에 잘 답하는 쪽이다 — 여러 종,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되었고, 실험실 밖의 현상으로 건너뛰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예제 57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조건형성은 두 자극을 자꾸 붙여 주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광고에서 상품과 좋은 장면을 자꾸 함께 보이면 그만큼 효과가 쌓인다." 이 주장의 약점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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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은 '자꾸 붙여 주면 그만큼'에 있다. 레스콜라의 설계가 보인 것이 바로 이 부분이 틀렸다는 것이다. 짝지어진 횟수를 고정해 놓고도 조건형성의 크기가 크게 달라졌다. 정하는 것은 횟수가 아니라 그 자극이 무엇을 얼마나 알려 주는가다.

이 주장에 그대로 대는 반례가 둘 있다. 좋은 장면이 그 상품 없이도 자주 나온다면 상품은 아무것도 예측하지 않게 되고(레스콜라의 오른쪽 끝), 이미 다른 것이 그 장면을 예측하고 있다면 상품은 더 배워지지 않는다(차단).

그러면 이 주장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붙인 횟수"가 아니라 "그 상품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얼마나 다른가"로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여야 이 문서의 기준에 맞는다. 실험실의 조건형성 결과를 광고 효과로 곧장 옮기는 것 자체가 다리를 건너뛴 것이다. 네 물음의 넷째다. 사람이 상품과 장면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개가 종소리와 먹이를 다루는 것과 같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을 확인하려면 그 상황에서 재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예제 58

가상의 연구다. 어떤 실험에서 쥐에게 불빛 뒤에 짧은 소음을 되풀이해 들려주어 불빛에 몸이 굳는 반응을 만들었다. 이제 불빛만 스무 번 주고 소음을 주지 않았더니 반응이 거의 사라졌다. 연구자가 "학습이 지워졌다"고 적었다. 이 서술을 평가하고, 지워졌는지를 검사할 방법을 하나 제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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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서술은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강하다. 잰 것은 "지금 이 상황에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이고, 적은 것은 "저장된 것이 없어졌다"이다. 소거 뒤에도 원래 학습이 남아 있다는 것은 여러 절차로 확인되어 있으므로, 반응이 사라진 것만으로 지워졌다고 적을 수 없다.

검사 방법. 셋 가운데 어느 것이든 좋다.

  • 시간을 두고 다시 잰다. 자발적 회복이 나오면 남아 있는 것이다.
  • 장소를 바꾸어 잰다. 소거를 한 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불빛을 주었을 때 반응이 돌아오면, 소거는 그 맥락에 딸린 학습이었다는 뜻이다.
  • 소음을 한 번 다시 준 뒤 불빛을 잰다. 반응이 돌아오면 원래 연결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잰 것(반응 없음)과 결론(저장된 것 없음)이 다르다는 지적
  • 남아 있는지를 드러나게 만드는 조작을 제안할 것. 그냥 한 번 더 재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세 방법 가운데 어느 것을 골라도 좋고, 다른 방법을 제안해도 좋다. 소거가 새 학습이라는 설명 대신 "인출이 안 될 뿐"이라는 설명을 택하는 답도 괜찮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아직 진행 중인 물음이다.

다만 "돌아왔으니 소거는 소용이 없다"로 가는 답은 오답이다. 소거는 반응을 실제로 줄이고, 그것이 여러 절차의 바탕이다. 요점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예제 59

다음 상황에서 무조건자극·무조건반응·조건자극·조건반응이 각각 무엇인지 짚어라. "어떤 사람이 특정 상표의 캔을 딸 때 나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그 캔에는 신맛이 강한 음료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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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자극 — 입에 들어온 신맛 음료. 배운 적 없이 침을 나오게 한다. 무조건반응 — 그 음료가 입에 들어왔을 때 나오는 침.

조건자극 — 캔을 딸 때 나는 소리. 원래는 침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조건반응 — 그 소리만 듣고 나오는 침.

여기서 확인해 둘 것이 셋 있다. 첫째, 조건반응과 무조건반응이 같은 "침"이라 헷갈리기 쉽다. 이름은 반응의 종류가 아니라 무엇이 그 반응을 불러냈는가로 붙는다. 음료가 불러냈으면 무조건반응, 소리가 불러냈으면 조건반응이다.

둘째, 이 소리가 조건자극이 된 것은 그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같은 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건자극은 자극의 성질이 아니라 그 개체가 겪은 관계다.

셋째, 이 상황을 자기 경험으로 확인해 보고 싶을 수 있는데, 한 사람의 경험은 예제의 재료이지 증거가 아니다. 6장의 규칙 그대로다. 이 관계를 확인하려면 소리와 음료의 관계를 조작해 놓고 침을 재는 설계가 필요하다.

조작적 조건형성

고전적 조건형성에서 동물은 무엇이 무엇 뒤에 오는지를 배운다. 동물이 무엇을 하든 무조건자극은 온다.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은 다르다. 여기서는 동물이 한 일의 결과가 그 일을 더 하게 만들거나 덜 하게 만든다.

손다이크(Edward Thorndike)가 1898년에 이 방향을 열었다. 고양이를 빗장이 걸린 상자에 넣고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되풀이해 쟀더니, 시간이 매끄럽게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알았다"는 듯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줄었다. 여기서 나온 것이 효과의 법칙이다 — 어떤 상황에서 한 행동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면 그 행동이 그 상황에서 더 자주 나온다.

스키너(B. F. Skinner)가 이것을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다듬었다. 그의 용어에서 강화(reinforcement)는 그 행동이 뒤에 더 자주 나오게 만드는 결과이고, 처벌(punishment)은 덜 나오게 만드는 결과다.

네 칸을 정확히 읽는 법

여기가 이 장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자리다. 두 축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줄과 칸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 줄은 행동이 늘었나 줄었나이고 칸은 무엇을 더했나 없앴나다. 그래서 부적 강화는 늘리는 쪽 줄에 있다
<줄과 칸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 줄은 행동이 늘었나 줄었나이고 칸은 무엇을 더했나 없앴나다. 그래서 부적 강화는 늘리는 쪽 줄에 있다>[원본 보기]

첫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칭찬은 강화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는 틀린 문장이다. 칭찬을 받은 뒤 그 행동이 늘었으면 그 사람에게 그 상황에서 칭찬이 강화물이었던 것이고, 줄었으면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이 강화물인지는 미리 정할 수 없고 재 봐야 안다. 이것은 이 이론의 약점이 아니라 이 이론이 지키는 규율이다. 4장의 조작적 정의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없던 행동은 어떻게 만드는가

강화는 이미 나온 행동에만 붙일 수 있다. 그러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행동은 어떻게 하는가. 조형(shaping)을 쓴다. 목표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행동에 강화를 붙이고, 그것이 자리 잡으면 기준을 조금 올린다. 이것을 되풀이하면서 기준을 목표 쪽으로 옮겨 간다. 이 방식을 연속적 근사라 부른다.

이 절차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실제로 쓰이고, 효과가 확인된 응용 가운데 하나다. 요점은 두 가지다. 기준을 한꺼번에 올리지 않는 것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처벌이 잘 듣지 않는 이유

처벌은 행동을 줄이기는 한다. 그러나 실제로 쓰기 어렵다는 것이 응용 문헌의 오랜 결론이고, 이유가 구체적이다.

그래서 응용에서는 줄이려는 행동을 대신할 행동을 정해 그쪽을 강화하는 방식이 먼저 권해진다. 이것은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위의 네 항목에서 따라 나오는 실무적 결론이다.

예제 60

다음 네 상황을 네 칸 가운데 어디에 넣을지 정하고, 그렇게 정한 근거를 각각 한 문장으로 적어라.

  • 가. 아이가 방을 치우자 잔소리가 멈추었다. 그 뒤로 아이가 방을 더 자주 치운다.
  • 나. 늦게 낸 과제에 점수가 깎였다. 그 뒤로 그 학생이 늦게 내는 일이 줄었다.
  • 다. 어떤 사람이 회의에서 발언하자 비웃음을 샀다. 그 뒤로 그 사람이 발언을 덜 한다.
  • 라. 어떤 사람이 약을 먹자 통증이 사라졌다. 그 뒤로 그 사람이 그 약을 더 자주 먹는다.
풀이 보기

먼저 세로축부터 정한다. 행동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보는 것이 순서다. 가 — 부적 강화. 방을 치우는 행동이 늘었으므로 강화다. 그리고 잔소리라는 있던 것이 없어졌으므로 부적이다.

나 — 부적 처벌. 늦게 내는 행동이 줄었으므로 처벌이다. 점수라는 있던 것이 깎였으므로 부적이다. 다 — 정적 처벌. 발언이 줄었으므로 처벌이고, 비웃음이라는 것이 더해졌으므로 정적이다.

라 — 부적 강화. 약을 먹는 행동이 늘었으므로 강화이고, 통증이 없어졌으므로 부적이다. 여기서 세 가지를 확인해 두자.

첫째, 가와 라가 같은 칸이다. 하나는 잔소리가 그친 것이고 하나는 통증이 사라진 것인데 같은 칸에 들어간다. 이것이 "정적·부적"이 좋다·나쁘다가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나와 다가 같은 "줄었다" 줄에 있지만 칸이 다르다. 하나는 있던 것을 뺐고 하나는 없던 것을 더했다.

셋째, 가장 흔한 잘못은 가와 라를 처벌로 읽는 것이다. "잔소리"와 "통증"이라는 말이 나쁜 것을 가리키기 때문인데, 그 말들은 없어진 것이지 결과로 온 것이 아니다. 결과로 온 것은 "없어짐"이고, 그 뒤에 행동이 늘었다.

예제 61

가상의 연구다. 어떤 학교가 지각을 줄이려고 지각한 학생에게 청소를 시키는 규칙을 만들었다. 한 학기 뒤 지각 횟수를 세어 보니 규칙을 만들기 전과 거의 같았다. 담당자가 "처벌이 약해서 그렇다. 청소 시간을 두 배로 늘리자"고 제안한다. 이 제안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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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제안은 앞 절이 지적한 네 가지 가운데 어느 것도 다루지 않고 세기만 키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약했는가"가 아니라 "이것이 처벌로 작동하기는 했는가"다. 처벌인지 아닌지는 결과로 정하는데, 행동이 줄지 않았으므로 이것은 정의상 처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세기를 키우는 것은 작동하지 않은 것을 더 하는 일이다.

확인해야 할 것이 넷이다.

  • 즉시성 — 청소가 지각 직후에 이어졌는가, 아니면 며칠 뒤였는가.
  • 일관성 — 지각할 때마다 붙었는가, 가끔 빠졌는가. 가끔 빠지면 오히려 그 행동이 소거에 강해진다.
  • 지각의 원인 — 지각이 무엇 때문에 유지되는지가 이 규칙과 아무 관계가 없을 수 있다. 통학 시간이나 등교 전 일정 같은 것이라면 결과를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 대신할 행동 — 제때 오는 행동에 붙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줄어들 자리에 들어올 것이 정해지지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줄지 않았으므로 처벌이 아니었다"는 정의상의 지적
  • 세기 말고 다른 축(즉시성·일관성·원인·대안 행동) 가운데 최소 둘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규칙을 아예 버리고 제때 오는 쪽을 강화하는 설계로 바꾸자는 답이 좋고, 규칙을 유지하되 즉시성과 일관성을 고쳐 다시 재 보자는 답도 좋다. 학생마다 지각의 사정이 다르니 개인별로 봐야 한다는 답도 좋다.

다만 "처벌은 언제나 효과가 없다"로 일반화하는 답은 오답이다. 조건이 갖춰지면 처벌은 행동을 줄인다. 요점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이 실제 상황에서 잘 갖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 주는가 — 강화계획

강화를 매번 주는 것을 연속 강화라 한다. 새 행동을 만들 때는 이쪽이 빠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강화가 매번 오지 않는다. 어떤 규칙으로 오느냐를 강화계획(schedule of reinforcement)이라 하고, 기본형이 넷이다.

계획무엇을 세는가반응의 모양
고정비율정해진 횟수를 채우면 강화빠르다. 강화 직후에 잠깐 쉰다
변동비율평균 몇 번에 한 번 꼴로, 예측할 수 없게가장 빠르고 고르다. 쉬는 구간이 거의 없다
고정간격정해진 시간이 지난 뒤의 첫 반응에 강화간격 초반에 거의 안 하다가 끝으로 갈수록 빨라진다
변동간격평균 얼마쯤의 시간마다, 예측할 수 없게느리지만 아주 고르다
가파른 정도와 울퉁불퉁한 정도가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비율 계획이 더 가파르고, 고정 계획에서만 강화 직후의 멈춤이 보인다
<가파른 정도와 울퉁불퉁한 정도가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비율 계획이 더 가파르고, 고정 계획에서만 강화 직후의 멈춤이 보인다>[원본 보기]

이 표에서 읽어야 할 것은 두 축이다. 비율이냐 간격이냐가 얼마나 빠른지를 정하고, 고정이냐 변동이냐가 얼마나 고른지를 정한다. 비율 계획이 빠른 이유는 단순하다 — 많이 할수록 강화가 빨리 온다. 간격 계획에서는 많이 해도 시간이 지나야 오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부분 강화를 받은 행동은 소거에 더 오래 버틴다. 매번 받던 행동은 몇 번 안 오면 "끝났다"는 것이 곧 드러나지만, 원래 가끔 오던 행동은 지금 안 오는 것이 평소와 구별되지 않는다. 변동비율이 특히 그렇다.

이 마지막 사실은 실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짚어 준다. 어떤 행동을 줄이려고 대부분은 반응하지 않되 가끔 반응하는 것이 가장 나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정확히 변동비율이기 때문이다.

예제 62

다음 넷을 네 계획 가운데 하나에 각각 넣어라. 그리고 그중 어느 것이 소거에 가장 오래 버틸지 답하라.

  • 가. 부품을 열 개 조립할 때마다 정해진 삯을 받는다.
  • 나. 두 달에 한 번 급여가 들어온다.
  • 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언제일지 모르게 입질이 온다.
  • 라. 어떤 놀이에서 몇 번 만에 성공할지 모르는 채로 시도한다.
풀이 보기

가 — 고정비율. 세는 것이 횟수이고 그 수가 정해져 있다. 나 — 고정간격. 세는 것이 시간이고 그 길이가 정해져 있다.

다 — 변동간격. 세는 것이 시간이고 그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 라 — 변동비율. 세는 것이 횟수이고 그 수가 일정하지 않다.

가르는 순서. 먼저 "무엇이 강화를 불러오는가"를 묻는다. 내가 한 횟수가 불러오면 비율, 흘러간 시간이 불러오면 간격이다. 그다음에 그것이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소거에 가장 오래 버티는 것은 라(변동비율)다. 이유는 앞 절에 있다. 원래 몇 번 만에 오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지금 여러 번 안 오는 것이 평소와 구별되지 않는다. 반대로 가(고정비율)는 열 개를 채웠는데 오지 않으면 곧바로 달라졌다는 것이 드러난다.

덧붙일 것 하나. 이 네 가지는 기본형이고 실제 상황은 대개 여러 계획이 섞여 있다. 위의 보기들도 깔끔하게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나의 경우 급여 자체는 고정간격이지만 그 사이의 여러 행동에 다른 결과들이 붙어 있다. 실제 상황을 한 계획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 이 부분에서 가장 흔한 과장이다.

예제 63

가상의 연구다. 어떤 앱이 사용자에게 "가끔,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보상을 준다. 어떤 기사가 이것을 두고 "변동비율 강화계획을 써서 사용자를 붙잡아 둔다"고 적었다. 이 서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확인할 수 없는 것을 갈라라.

풀이 보기

확인할 수 있는 것. 보상이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온다면 그것은 변동 계획이다. 그리고 동물 연구에서 변동 계획이 고른 반응과 소거 저항을 만든다는 것은 잘 재현된 결과다. 이 두 가지는 다투어지지 않는다.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셋이다. 첫째, 비율인지 간격인지가 이 서술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시점"은 변동간격을 가리키는 말이고, 변동비율은 "예측할 수 없는 횟수"다. 둘은 다른 반응 모양을 만든다. 무엇이 보상을 불러오는지 — 사용자가 한 행동의 수인지 흐른 시간인지 — 를 알기 전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둘째, "붙잡아 둔다"는 사용 시간이나 이탈률 같은 결과에 대한 주장인데 그것을 잰 자료가 이 서술에 없다. 계획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그 계획이 실제로 그 효과를 냈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셋째, 실험실의 변동비율 결과를 이 상황으로 옮기는 다리가 놓이지 않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사람이 앱을 쓰는 상황에는 보상 말고도 수많은 것이 걸려 있고, 그것들을 통제한 비교가 없다.

그러면 무엇이라 적어야 정확한가. "이 보상 방식은 변동 계획의 성질을 갖는다. 변동 계획이 동물 연구에서 어떤 반응 모양을 만드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앱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그 앱에서 따로 재야 안다."

무엇이든 연합되지는 않는다

초기 행동주의는 강한 주장을 하나 안고 있었다. 어떤 자극이든 어떤 결과와도 똑같이 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등가능성 가정이라 부른다. 동물의 종이나 자극의 종류는 학습의 법칙에는 상관이 없고 재료의 차이일 뿐이라는 그림이었다.

이 가정을 무너뜨린 실험이 1966년에 나왔다. 가르시아(John Garcia)와 쾰링(Robert Koelling)의 설계다.

네 칸 가운데 두 칸에서만 학습이 일어나고 그 두 칸이 대각선으로 놓인다. 어떤 짝은 붙고 어떤 짝은 붙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 칸 가운데 두 칸에서만 학습이 일어나고 그 두 칸이 대각선으로 놓인다. 어떤 짝은 붙고 어떤 짝은 붙지 않는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이 결과가 한 번에 두 가지를 무너뜨렸다. 첫째, 등가능성이 무너졌다. 같은 절차, 같은 횟수인데 맛과 불편함은 붙고 빛·소리와 불편함은 붙지 않았다. 어떤 짝은 붙기 쉽고 어떤 짝은 붙기 어렵다. 둘째, 인접성의 마지막 근거가 무너졌다. 맛과 불편함은 몇 시간이 떨어져 있어도, 그것도 한 번의 경험으로 붙는 경우가 많다.

대신 세워진 개념이 준비성(preparedness)이다. 종마다 붙기 쉬운 짝과 붙기 어려운 짝이 미리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이 1970년에 이 개념을 정리했다. 그 기울기가 왜 그렇게 놓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 종이 살아온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 쥐에게 상한 먹이는 대개 맛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지 소리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방향의 관찰이 하나 더 있다. 브렐랜드 부부(Keller Breland·Marian Breland)는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동물에게 재주를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1961년에 가르친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종의 먹이 다루는 행동 쪽으로 밀려간다는 관찰을 보고했다. 강화가 계속 붙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이것을 본능적 표류라 부른다.

이 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조건형성의 원리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무너진 것은 그 원리에 붙어 있던 보편성 주장이다. 획득·소거·자발적 회복·일반화·변별은 그대로 남았고, 다만 "무엇이 무엇과 붙는가"가 백지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예제 64

가르시아와 쾰링의 설계에서 네 칸을 모두 두는 것이 왜 필요한가. "맛과 불편함이 붙는다"만 보이려면 한 칸이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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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칸으로는 아무것도 결론지을 수 없다. 맛과 불편함을 짝지어 학습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는 "맛이 특별하다"도 "불편함이 특별하다"도 말할 수 없다. 그냥 이 절차에서 학습이 일어났다는 것뿐이다.

두 칸이면 어떨까. 맛과 불편함 대 빛소리와 불편함을 견주면 "맛이 더 잘 붙는다"는 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다른 설명이 남는다 — 이 절차에서는 맛이 그냥 더 눈에 띄는 자극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와 짝지어도 맛 쪽이 이길 것이다.

네 칸이 그 설명을 잘라 낸다. 결과를 발에 오는 자극으로 바꾸면 순서가 뒤집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빛소리가 이긴다. 맛이 언제나 우세한 자극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설계가 보이는 것은 "맛이 세다"가 아니라 "자극과 결과의 조합에 따라 붙는 정도가 다르다"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대각선 모양에서만 나온다. 4장의 말로 하면, 네 칸 설계는 "자극이 눈에 띄는 정도"라는 혼입변수를 잘라 내기 위한 것이다.

이런 설계를 두 요인 교차 설계라 하고, 필요한 결론이 상호작용에 있을 때 쓴다. 이 장 마지막 절에서 같은 모양의 설계가 다시 나온다.

예제 65

어떤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 "가르시아의 실험은 조건형성 이론이 틀렸음을 보였다. 그러니 조건형성으로 설명한다는 말은 이제 쓸 수 없다." 이 주장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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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주장은 무너진 것의 범위를 잘못 잡았다. 이 실험이 반박한 것은 "어떤 자극이든 어떤 결과와도 똑같이 연합된다"는 부가 주장이지 조건형성이라는 현상 자체가 아니다. 실제로 이 실험 자체가 조건형성의 절차로 이루어져 있다 — 맛과 불편함을 짝지었더니 그 맛을 피하게 되었다는 것이 바로 조건형성이다. 어떤 결과가 이론의 한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 이론의 다른 부분을 그대로 쓰고 있다면, 그 결과는 이론 전체를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무너진 것이 등가능성이라는 부가 주장이지 조건형성 현상 자체가 아니라는 구별
  • 그 실험 자체가 조건형성 절차라는 지적
  • 무엇이 남았는지의 예시 — 획득·소거·자발적 회복·일반화·변별 가운데 최소 하나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결과가 이론의 핵심에 얼마나 가까운 타격이었는지는 견해가 갈릴 수 있다. 인접성이 그 이론의 중심이었다고 보면 타격이 크고, 중심은 강화의 원리였다고 보면 작다. 어느 쪽으로 답해도 좋다.

다만 "그러므로 조건형성은 쓸모없다"로 가는 답은 오답이고, 반대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로 가는 답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이 절이 통째로 반박하는 서술이다. 정확한 요약은 이렇다 — "현상은 남았고, 그 현상이 아무 데나 똑같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버려졌다."

남을 보고 배우는 것, 그리고 조건형성의 한계

지금까지 본 학습은 모두 자기가 겪은 것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과 여러 동물은 남이 겪는 것을 보고도 배운다. 이것이 관찰학습(observational learning)이다.

반두라(Albert Bandura)와 동료들이 1961년에 보고한 절차가 이 분야의 출발점으로 인용된다. 어른이 인형을 다루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그 뒤에 그 인형을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더라는 것이었다. 요점은 아이가 그 행동으로 강화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강화 없이도 새 행동이 목록에 들어왔다.

반두라는 관찰학습이 성립하려면 넷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 주의(무엇을 보는가), 파지(그것을 남겨 두는가), 재생(몸으로 할 수 있는가), 동기(할 이유가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이 절의 핵심으로 이어진다. 배운 것과 하는 것이 다르다.

같은 구별을 훨씬 앞서 보인 실험이 있다. 톨먼(Edward Tolman)과 혼직(Charles Honzik)이 1930년에 보고한 것이다. 쥐를 미로에 여러 날 넣되 아무 강화도 주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성적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먹이를 놓기 시작하자 — 다음 시행부터 성적이 곧바로 좋아졌다. 처음부터 먹이를 받아 온 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이렇다. 강화가 없던 동안에도 배우고 있었다. 강화가 한 일은 배우게 만든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드러내게 만든 것이다. 이것을 잠재학습(latent learning)이라 하고, 이 장 첫 절에서 "행동 가능성"이라는 조각을 정의에 넣은 이유가 이것이다.

첫 칸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무너진 것은 이것만으로 사람의 행동 전부를 설명한다는 주장이다
<첫 칸이 무너진 것이 아니다. 무너진 것은 이것만으로 사람의 행동 전부를 설명한다는 주장이다>[원본 보기]

그러면 조건형성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때 어디에서 막히는가. 넷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반대 방향도 정확히 적어야 한다. 이 절이 하는 말은 조건형성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장 앞쪽의 현상들은 지금도 이 분야에서 가장 잘 재현되는 결과에 속하고, 조형과 단계적 노출 같은 절차는 실제로 효과가 확인되어 쓰인다. 무너진 것은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 하나로 전부를 설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예제 66

톨먼과 혼직의 결과에서 먹이를 주기 전 구간의 성적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왜 중요한가. 그 구간에서도 성적이 좋아졌다면 이 실험이 무엇을 보일 수 없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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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간의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실험이 성립하는 조건이다. 이유는 이렇다. 이 실험이 보이려는 것은 "강화 없이도 배우고 있었다"인데, 배웠다는 증거를 강화가 붙은 뒤의 급격한 향상에서 가져온다. 만약 강화가 없던 구간에서도 성적이 꾸준히 좋아졌다면, 강화 뒤의 향상은 그저 그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읽을 수 있다. 향상이 강화가 붙은 시점에 갑자기 나타나야 "그때 새로 배운 것"이 아니라 "그때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그리고 여기에 통제 조건이 함께 필요하다. 끝까지 먹이를 받지 못한 집단이 있어야 한다. 그 집단의 성적이 계속 그대로라면, 향상이 시간이 지나서 생긴 것이 아니라 먹이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4장의 통제 집단 이야기 그대로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구간"이 자료의 일부라는 점이다.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 여기서는 결론을 떠받치는 자료다.

예제 67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폭력적인 장면을 본 뒤 인형을 때렸다는 실험이 있으니, 폭력적인 영상은 아이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이 추론에서 건너뛴 자리를 짚고, 정확한 서술로 고쳐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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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추론은 두 자리를 건너뛰었다. 첫째, 잰 것과 결론이 다르다. 그 절차에서 잰 것은 실험실에서 아이가 특정 인형을 특정 방식으로 다루었는가이고, 결론은 아이가 "폭력적으로 된다"는 성향에 대한 것이다. 그 인형은 원래 그렇게 다루라고 만든 물건이고, 그 상황에는 아이가 그 행동을 해도 되겠다고 읽을 단서가 여럿 있다. 네 물음의 넷째다.

둘째, 보고 따라 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과 그것이 지속되는 성향을 만든다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앞의 것은 관찰학습이 성립한다는 말이고, 뒤의 것은 그 학습이 오래 남아 다른 상황으로 옮겨 간다는 말이다. 두 번째 주장은 다른 설계로 확인해야 하며, 실제로 이 물음에 대한 문헌은 지금도 갈린다. 효과가 있다는 쪽과 크기가 매우 작거나 다른 요인으로 설명된다는 쪽이 각각 메타분석을 내놓았다.

정확한 서술. "사람은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새 행동을 목록에 넣는다. 이것은 잘 확인된 현상이다. 그 목록에 들어간 행동이 실제로 언제 나오는지는 다른 문제이며, 특정 종류의 영상이 실제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도 다투어지고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실험실 과제와 실제 행동 사이의 다리가 놓이지 않았다는 지적
  • 학습(목록에 들어감)과 수행(실제로 함)의 구별
  • 이 물음이 미결이라는 표시.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영향이 있다고 보는 쪽으로 기울어도, 없다고 보는 쪽으로 기울어도 좋다. 다만 어느 쪽이든 "실험이 있으니 증명되었다"는 형태로 적으면 오답이다. 그리고 이 절차 하나로 결론을 내리는 답도 오답이다.

학습 유형이라는 이야기

널리 퍼진 주장이 하나 있다. 사람마다 잘 배우는 감각 양식이 따로 있고, 그 양식에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는 것이다. 시각형·청각형·운동형 같은 이름이 붙는다. 17장이 다중지능을 다루면서 이 주장을 한 번 더 짚는다. 이 장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본다 — 이 주장을 어떻게 검사하는가. 그것이 이 절의 목적이고, 이 장에서 배운 설계 감각을 쓰는 자리다.

먼저 주장을 세 조각으로 쪼갠다. 뭉뚱그리면 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물어보면 사람들은 자기 선호를 꽤 일관되게 답한다.
  2. 그 선호가 안정된 유형으로 묶인다. 여기는 약하다. 검사마다 다른 유형 체계가 나오고, 5장의 기준으로 볼 때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인되지 않은 도구가 많다.
  3.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 이것이 실제로 다투어지는 조각이고, 검증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세 번째 조각을 검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교차 설계와 상호작용이다. 앞 절의 가르시아 설계와 같은 모양이다.

이 주장이 참이려면 교차 설계의 대각선이 이겨야 한다. 어느 한쪽 수업이 전체적으로 나은 것으로는 이 주장이 지지되지 않는다
<이 주장이 참이려면 교차 설계의 대각선이 이겨야 한다. 어느 한쪽 수업이 전체적으로 나은 것으로는 이 주장이 지지되지 않는다>[원본 보기]

필요한 절차는 이렇다. 학습자를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의 학습자를 무선배정으로 두 가지 수업에 나눠 보낸 뒤, 같은 시험으로 잰다. 그러면 네 칸이 나온다. 이 주장이 참이라면 시각형은 시각 쪽 수업에서, 청각형은 청각 쪽 수업에서 각각 더 나아야 한다. 즉 상호작용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나온 것은 이렇다. 이 조건을 갖춘 연구 자체가 매우 적었고, 갖춘 연구들에서 필요한 상호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파슐러(Harold Pashler)와 동료들이 2008년에 이 문헌을 정리하면서 이 점을 지적했다. 이 문서가 이 항목을 근거 없음으로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6장의 규칙대로, 이 사실이 서술의 주어가 되어야 한다 — "맞춰 가르치면 낫다는 주장은 검증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널리 믿기는가. 세 가지가 겹친다. 1번 조각이 참이기 때문이다 — 선호는 실재하고, 선호가 있으면 "그 선호에 맞추면 좋을 것"이라는 결론이 저절로 따라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별개의 주장이다. 개인차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준다 — 반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성질이다. 그리고 반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 — 맞춘 방식으로 잘 배운 사례는 기억에 남고, 맞추지 않았는데도 잘 배운 사례는 세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이 중요하다. 이 절은 "방식은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방식은 크게 중요한데, 정하는 것이 학습자의 유형이 아니라 자료의 성질이라는 결과가 이어졌다. 지도는 그림으로 보여야 하고 곡의 화음은 들려주어야 한다. 그것은 학습자가 시각형이어서가 아니라 자료가 그렇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은 따로 있고, 그것이 다음 장의 마지막 절이다. 나눠서 하기와 인출해 보기다. 이 둘은 재현이 잘 된 소수에 속한다.

예제 68

가상의 연구다. 어떤 학교가 학습 유형 검사로 학생을 시각형과 청각형으로 나눈 뒤, 시각형에게는 그림 자료로, 청각형에게는 설명 위주로 한 학기 수업을 했다. 학기 말 성적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학교가 "맞춤 수업의 효과"라고 발표했다. 이 결론의 문제를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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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계로는 그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가 셋이다. 첫째, 교차가 없다. 각 유형의 학생이 맞춘 수업만 받았다. 맞추지 않은 수업을 받은 같은 유형의 학생이 없으므로 견줄 대상이 없다. 이 주장을 검사하려면 네 칸이 다 있어야 하고, 나온 것은 두 칸뿐이다.

둘째, 지난해와 견주는 것은 통제가 아니다. 4장에서 본 대로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가 함께 달라진다 — 교사, 학생 구성, 시험 난이도, 그리고 새 방식을 시작할 때 따라오는 관심과 노력. 그리고 4장의 평균으로의 회귀도 걸린다. 지난해가 유난히 낮았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올라갔을 것이다.

셋째, 오른 것이 무엇 때문인지 갈라낼 수 없다. 자료를 새로 만들었고, 수업 방식을 손봤고, 교사가 더 신경 썼다. 이 가운데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이 설계는 말해 주지 않는다. 실제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수업 자료를 다시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나아졌다"이고, 이 설명은 학습 유형과 아무 상관이 없다.

고치는 법은 앞의 그림에 있다. 같은 유형의 학생을 두 수업에 무선배정하고, 같은 시험으로 재고, 네 칸을 다 채운다. 그런 다음 필요한 상호작용이 나오는지 본다. 그리고 그 설계를 실제로 한 연구들에서 상호작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과다.

예제 69

어떤 교사가 이렇게 묻는다. "학습 유형에 근거가 없다면 수업 방식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이 물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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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그렇지 않다. 두 주장을 갈라야 한다. 지지되지 않은 것은 "학습자의 유형에 맞추면 낫다"이지 "방식은 중요하다"가 아니다. 방식은 중요한데, 그것을 정하는 것이 학습자의 유형이 아니다. 무엇을 가르치는가가 방식을 정한다 — 지리는 지도로, 화음은 소리로, 절차는 해 보이면서 가르치는 편이 낫고, 이것은 학습자가 누구든 그렇다. 그리고 방식과는 다른 축에서 실제로 효과가 확인된 것들이 있다. 학습을 몰아서 하지 않고 나눠서 하는 것, 다시 읽는 대신 보지 않고 떠올려 보는 것이 그렇다. 이 둘은 학습자의 유형과 상관없이 여러 표본에서 되풀이 확인되었고, 8장에서 다룬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유형에 맞추기"와 "방식이 중요하다"를 갈라내는 구별
  • 방식을 정하는 것이 자료의 성질이라는 대안
  •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을 최소 하나 대기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학습자의 선호를 아예 무시하라는 답도, 선호를 참고하되 성적의 근거로 삼지 말라는 답도 좋다. 뒤의 답이 조금 더 정확하다 — 선호에 맞추면 수업에 참여하려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고, 그것 자체는 재 볼 만한 물음이다. 다만 그것은 "더 잘 배운다"와 다른 주장이고 따로 검사해야 한다.

"근거가 없으니 이 주제는 신경 쓸 것 없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다. 이 절이 하는 말은 관심을 끄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관심을 근거가 있는 쪽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학습(learning)경험 때문에 생긴, 행동이나 행동 가능성의 비교적 지속적인 변화
습관화 / 민감화같은 자극이 되풀이될 때 반응이 줄어드는 것 / 강한 자극 뒤에 반응이 커지는 것
고전적 조건형성이미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과 그렇지 않은 자극을 짝지어 뒤의 것도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것
무조건자극·무조건반응 / 조건자극·조건반응배우지 않고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과 그 반응 / 짝지음을 거쳐 반응을 일으키게 된 자극과 그 반응
획득 / 소거 / 자발적 회복조건반응이 커지는 과정 / 조건자극만 주어 반응이 줄어드는 과정 / 쉰 뒤 반응의 일부가 돌아오는 것
일반화 / 변별비슷한 자극에도 반응이 나오는 것 / 훈련으로 그 퍼짐을 좁히는 것
수반성 / 인접성조건자극이 무조건자극을 얼마나 예측하는가 / 두 사건이 시간적으로 얼마나 가까운가
차단(blocking)이미 예측되고 있는 결과에 대해서는 새 자극이 학습되지 않는 현상
조작적 조건형성 · 효과의 법칙한 일의 결과가 그 일의 빈도를 바꾸는 학습.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 행동이 그 상황에서 더 자주 나온다
강화 / 처벌그 뒤에 행동이 늘게 만드는 결과 / 줄게 만드는 결과.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정한다
정적 / 부적무언가를 더한 것 / 있던 것을 없앤 것. 좋다·나쁘다의 뜻이 아니다
조형(shaping)목표에 가까운 행동부터 강화하며 기준을 옮겨 가는 절차
강화계획 · 부분 강화 효과강화가 오는 규칙(고정비율·변동비율·고정간격·변동간격). 가끔 강화된 행동은 소거에 더 오래 버틴다
관찰학습 / 잠재학습남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 / 강화 없이 배워 두었다가 강화가 붙는 순간 드러나는 학습
학습과 수행의 구별배운 것과 지금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하지 않았다고 배우지 않은 것이 아니다
등가능성 가정 / 준비성(preparedness)어떤 자극이든 어떤 결과와도 똑같이 연합된다는 반박된 가정 / 종마다 붙기 쉬운 짝이 미리 기울어 있다는 것
본능적 표류가르친 행동이 그 종의 타고난 행동 쪽으로 밀려가는 현상
학습 유형 주장유형에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는 주장. 교차 설계에서 필요한 상호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이 문서에서의 자리
파블로프 (Ivan Pavlov) / 손다이크 (Edward Thorndike)고전적 조건형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 1898년 문제 상자와 효과의 법칙
레스콜라 (Robert Rescorla) / 케이민 (Leon Kamin)1968년 수반성 설계와 1988년 정리 / 1969년 차단 현상
가르시아 (John Garcia) 와 쾰링 (Robert Koelling)1966년 네 칸 설계. 등가능성 가정을 반박했다
셀리그먼 (Martin Seligman) / 브렐랜드 부부 (Keller · Marian Breland)1970년 준비성 개념 / 1961년 본능적 표류
반두라 (Albert Bandura)1961년 관찰학습. 주의·파지·재생·동기의 네 성분
톨먼 (Edward Tolman) 과 혼직 (Charles Honzik)1930년 잠재학습. 학습과 수행을 갈랐다
파슐러 (Harold Pashler) 와 동료들2008년 학습 유형 문헌 정리. 필요한 설계가 거의 없었고 있는 곳에서도 지지되지 않았다

다음 장은 기억을 다룬다. 이 장 마지막 절에서 예고한 나눠서 하기와 인출해 보기가 그 장의 마지막 절에 있고, 그 둘은 이 문서에서 독자가 곧바로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결과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기억

7장의 학습은 겪은 것 때문에 행동이 달라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달라진 것이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으려면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져야 한다. 이 장은 그 일을 다룬다.

이 장은 두 갈래로 읽힌다. 앞의 다섯 절은 기억을 어떻게 나누어 보는가이고, 마지막 절은 독자가 오늘 쓸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절이 이 문서 전체에서 드문 자리다. 간격 효과는 이 분야에서 재현이 잘 된 소수에 들고, 함께 다룰 인출 연습도 같은 쪽이다. 7장 마지막에서 학습 유형 이야기를 접으며 예고한 것이 이것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조작적 정의통제 집단을, 5장에서 구성개념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7장에서 학습과 수행의 구별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세 걸음과 세 저장고

기억을 다룰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억"이라는 한 낱말을 걸음으로 쪼개는 것이다. 쪼개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난다"가 서로 다른 세 가지 사태를 한꺼번에 가리키게 되고, 그 셋은 고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걸음무엇을 하는가여기서 어긋나면
부호화(encoding)들어온 것을 남길 수 있는 꼴로 바꾼다애초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서를 줘도 나오지 않는다
저장(storage)그 꼴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지한다있던 것이 흐려지거나 다른 것에 밀린다
인출(retrieval)필요할 때 다시 꺼낸다있는데 못 꺼낸다. 단서가 맞으면 그대로 나온다
같은 ‘기억이 안 난다’ 가 세 걸음 가운데 어디서 어긋났느냐에 따라 다른 사태가 된다. 단서를 주었을 때 나오는지가 마지막 걸음을 갈라 준다
<같은 ‘기억이 안 난다’ 가 세 걸음 가운데 어디서 어긋났느냐에 따라 다른 사태가 된다. 단서를 주었을 때 나오는지가 마지막 걸음을 갈라 준다>[원본 보기]

셋을 실제로 갈라내는 방법이 있다. 단서를 주었을 때 나오면 인출의 문제이고, 단서를 줘도 나오지 않으면 앞의 두 걸음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기억 연구에서는 아무 단서 없이 떠올리게 하는 회상 검사와 보기를 주고 골라내게 하는 재인 검사를 함께 쓴다. 5장의 말로 하면, 같은 구성개념을 서로 다른 조작적 정의로 두 번 재는 것이다.

아주 짧게 남는 것

눈앞의 장면은 눈을 감은 뒤에도 아주 잠깐 남는다. 이것을 감각기억(sensory memory)이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재느냐다. 글자를 여럿 보여 주고 다 말해 보라고 하면 몇 개밖에 못 말하는데, 그것이 적게 들어와서인지 말하는 동안 사라져서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스펄링(George Sperling)이 1960년에 이 문제를 우회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글자를 여러 줄 아주 짧게 보여 주고, 화면이 꺼진 뒤에 어느 줄을 말할지 소리로 지정해 주는 것이다. 참가자는 어느 줄이 지정될지 미리 모르므로, 지정된 한 줄을 잘 말한다면 모든 줄이 다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나왔고, 지정 신호를 조금씩 늦출수록 성적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 절차가 좋은 본보기인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 전부 말하게 하면 두 설명이 뒤엉키는데, 무작위로 지정된 일부만 말하게 하면 그 뒤엉킴이 풀린다. 4장에서 본 "혼입을 설계로 끊는다"의 깨끗한 사례다.

목록의 처음과 끝

낱말 목록을 들려주고 순서에 상관없이 떠올리게 하면, 처음쪽과 끝쪽이 잘 나오고 가운데가 안 나온다. 이것을 계열위치곡선이라 한다.

처음과 끝의 이점이 함께 있다가, 회상 전에 딴 일을 시키면 끝쪽 이점만 사라진다. 두 이점의 출처가 다르다는 뜻이다
<처음과 끝의 이점이 함께 있다가, 회상 전에 딴 일을 시키면 끝쪽 이점만 사라진다. 두 이점의 출처가 다르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여기서 읽을 것은 U자 모양 자체가 아니라 그 모양이 조작에 따라 갈라진다는 것이다. 목록을 다 들려준 뒤 30초쯤 딴 일을 시키고 회상하게 하면 끝쪽 이점만 사라지고 처음쪽 이점은 거의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낱말을 제시하는 속도를 늦추면 처음쪽 이점이 커지고 끝쪽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조작이 한쪽만 건드린다면 그 둘은 같은 장치가 아니다. 이것이 기억을 여러 갈래로 나누는 근거의 표준적인 모양이다.

몇 개인가는 세는 단위에 딸린다

잠깐 담아 두는 자리의 용량이 작다는 것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몇 개"를 셀 때 무엇을 하나로 세는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같은 열두 글자인데 한 자리씩 세면 열두 개이고 연도로 묶으면 세 개다. 개수는 자료가 아니라 아는 것이 정한다
<같은 열두 글자인데 한 자리씩 세면 열두 개이고 연도로 묶으면 세 개다. 개수는 자료가 아니라 아는 것이 정한다>[원본 보기]

이렇게 묶는 일을 덩이짓기(chunking)라 한다. 여기서 이 문서의 태도를 못 박아 둔다. 밀러(George Miller)가 1956년 논문의 제목에 쓴 "일곱 더하기 빼기 둘"은 널리 인용되지만 이 문서는 그것을 확정된 값으로 다루지 않는다. 덩이짓기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 속으로 되뇌는 것을 막느냐, 무엇을 한 항목으로 세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되뇌기와 덩이짓기를 막았을 때 그보다 뚜렷이 작은 값이 나온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정설은 "용량이 제한된다"이지 어떤 수가 아니다. 제한이 있다는 것까지가 정설이고, 정확한 수는 아직 논쟁이다.

세 칸이 용량·지속시간·담기는 꼴이라는 세 가지로 갈린다. 칸 사이를 잇는 것은 주의와 되뇌기다
<세 칸이 용량·지속시간·담기는 꼴이라는 세 가지로 갈린다. 칸 사이를 잇는 것은 주의와 되뇌기다>[원본 보기]

예제 70

어떤 사람이 소개받은 이름을 5분 뒤에 떠올리지 못했다. 이 사태가 세 걸음 가운데 어디에서 어긋난 것인지 이 정보만으로 정할 수 있는가. 정할 수 없다면 무엇을 더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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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보만으로는 정할 수 없다. 세 걸음 모두가 이 결과를 낼 수 있다. 소개받는 순간 다른 데 주의가 가 있었다면 부호화가 안 된 것이고, 그 뒤 5분 동안 비슷한 이름을 여럿 들었다면 저장 단계에서 밀린 것이며, 이름은 남아 있는데 꺼내는 실마리가 없을 수도 있다.

물어야 할 것은 이렇다. 첫째, 단서를 주면 나오는가. 첫 글자를 알려 주거나 몇 개 이름 가운데 고르게 했을 때 맞히면 인출 문제다. 이것이 회상과 재인을 함께 쓰는 이유다. 둘째,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름을 듣는 동안 다른 것에 주의가 가 있었다면 부호화 쪽이다. 셋째, 그 5분 동안 무엇이 있었는가. 비슷한 이름을 여럿 더 들었다면 간섭이고, 이것은 9장에서 다룬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은 같은 겉모습의 실패가 여러 원인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억 연구는 "못 떠올렸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떠올렸고 어떤 조건에서 못 떠올렸는가의 대비로 결론을 낸다. 4장에서 본 대로, 결론은 언제나 비교에서 나온다.

예제 71

가상의 연구다. 한 연구가 낱말 20개를 들려주고 곧바로 회상하게 한 뒤, 다른 조건에서는 목록이 끝난 다음 30초 동안 세 자리 수에서 3씩 거꾸로 빼게 하고 회상하게 했다. 두 조건의 계열위치곡선을 견주었더니 끝쪽 몇 개의 성적만 크게 떨어졌다. 이 결과에서 무엇을 결론지을 수 있고 무엇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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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지을 수 있는 것. 끝쪽 이점과 처음쪽 이점이 같은 것에 기대고 있지 않다. 근거는 한 가지 조작이 한쪽만 건드렸다는 데 있다. 만약 하나의 장치가 목록 전체를 담고 있다면 그 장치를 방해했을 때 곡선 전체가 내려앉아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

결론지을 수 없는 것이 셋이다. 첫째, "머릿속에 두 개의 저장고가 있다"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나온 것은 두 이점이 서로 다른 조작에 민감하다는 것이고, 그것을 설명하는 모형은 여럿일 수 있다. 실제로 저장고를 둘로 나누지 않고 인출 시점의 단서 구조로 설명하는 모형도 있다. 둘째, 빼기 과제가 무엇을 방해했는지가 이 결과로 정해지지 않는다. 되뇌기를 막은 것일 수도, 주의를 가져간 것일 수도, 시간을 흘려보낸 것일 수도 있다. 갈라내려면 방해 과제의 종류를 바꿔 가며 재야 한다. 셋째, 실험실의 낱말 목록에서 실제 상황의 기억으로 건너뛸 수 없다. 네 물음의 넷째다.

그리고 이 설계에서 통제 조건이 왜 필요한지를 짚어 두자. 방해 조건만 재고 "끝쪽이 안 나온다"고 적으면 아무 말도 한 것이 아니다. 끝쪽이 원래 잘 나온다는 것이 견줄 조건에서 확인되어야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예제 72

다음 두 주장 가운데 이 문서가 정설로 적을 수 있는 것적을 수 없는 것을 고르고, 그 이유를 밝혀라.

  • 가. 한 번에 잠깐 담아 둘 수 있는 항목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
  • 나. 그 한계는 대략 일곱 개이며 사람마다 두 개쯤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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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정설로 적을 수 있고, 나는 적을 수 없다.

가가 되는 이유. 잠깐 담아 두는 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여러 절차, 여러 재료, 여러 표본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어떤 과제로 재든 그 수가 "적다"는 결론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가 안 되는 이유가 셋이다. 첫째, 단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앞의 그림에서 본 대로 같은 자료가 세는 방식에 따라 열두 개도 되고 세 개도 된다. 단위가 정해지지 않은 수는 값이 아니다. 둘째, 절차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속으로 되뇌게 두느냐 막느냐, 항목을 묶게 두느냐 막느냐에 따라 다른 값이 나오고, 막았을 때 뚜렷이 작은 값이 보고되었다. 셋째, 이 수가 널리 퍼진 경로가 근거의 강도와 어울리지 않는다. 논문 제목의 인상적인 표현이 그대로 상식이 되었고, 그 뒤 반세기 동안 이루어진 정교화가 함께 옮겨지지 않았다.

그러면 이 문서는 어떻게 적는가. "담을 수 있는 양은 제한되어 있다. 그 수는 무엇을 하나로 세느냐와 어떤 절차로 재느냐에 딸린 값이며,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6장에서 세운 대로, 모른다고 적는 것도 답이다.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다른 말이다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두 말은 일상에서 섞여 쓰이지만 서로 다른 모형에서 나온 서로 다른 개념이고, 이 문서는 둘을 갈라 쓴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잠깐 담아 두는 자리를 가리킨다. 묻는 것은 "얼마나 오래, 몇 개나 담기는가"이고, 재는 과제는 들려준 것을 그대로 되뇌어 말하기다. 담기만 하면 되는 과제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다르다. 담아 둔 채로 그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체계를 가리킨다. 배들리(Alan Baddeley)와 히치(Graham Hitch)가 1974년에 내놓은 모형에서, 이것은 하나의 저장고가 아니라 여러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 소리로 된 것을 잠깐 붙들어 두는 자리, 눈으로 본 것과 그 위치를 붙들어 두는 자리, 그리고 그 둘에 주의를 나눠 주고 지금 필요 없는 것을 밀어내는 자리다. 뒤에 여러 갈래에서 온 것을 하나로 엮는 자리가 하나 더 덧붙었다.

두 칸이 서로 다른 물음에 답하는 모형이다. 그래서 재는 과제도 다르고 예측하는 것도 다르다
<두 칸이 서로 다른 물음에 답하는 모형이다. 그래서 재는 과제도 다르고 예측하는 것도 다르다>[원본 보기]

두 개념을 실제로 갈라 주는 것은 과제다. 단순 폭 과제는 숫자를 들려주고 그대로 말하게 한다. 복합 폭 과제는 그 사이에 다른 일을 끼워 넣는다 — 짧은 계산을 하나 풀고 낱말 하나를 기억하고, 다시 계산을 풀고 낱말을 하나 더 기억하는 식이다. 그리고 두 과제의 점수가 예측하는 것이 다르다. 복합 폭 점수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 여러 단계를 거치는 추론 성적과 더 강하게 이어진다는 결과가 되풀이 보고되었다. 17장이 유동추론—처음 보는 문제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힘—을 세울 때 이 자리로 다시 온다.

그래서 이 문서는 이렇게 쓴다. "잠깐 담아 두는 일"을 말할 때는 단기기억, "담은 채로 다루는 일"을 말할 때는 작업기억. 개론서에서 이 둘이 뒤섞여 쓰이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뒤섞으면 "작업기억 용량이 크면 글을 잘 읽는다" 같은 문장에서 무엇을 잰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예제 73

다음 두 과제 가운데 어느 것이 단기기억을 재고 어느 것이 작업기억을 재는지 고르고,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지 밝혀라.

  • 가. 숫자 일곱 개를 들려준 뒤 순서대로 말하게 한다.
  • 나. 짧은 문장을 하나 읽고 말이 되는지 판단한 다음 그 문장의 마지막 낱말을 기억한다. 이것을 다섯 번 되풀이한 뒤 다섯 낱말을 순서대로 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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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단기기억, 나는 작업기억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담는 동안 다른 일을 하는가"다. 가에서는 들은 것을 그대로 붙들고 있다가 내놓기만 하면 된다. 나에서는 붙들고 있는 동시에 다른 과제를 처리해야 하고, 그 처리가 붙들고 있는 것을 밀어내려 한다. 담기와 처리를 함께 요구하는 것이 작업기억 과제의 정의적인 특징이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어야 한다. 나가 가보다 "어려운 과제"라서 작업기억인 것이 아니다. 숫자를 열다섯 개 들려주면 가도 훨씬 어려워지지만 그것은 여전히 단기기억 과제다. 갈라 주는 것은 난이도가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 두 과제의 점수는 서로 상관이 있지만 같지 않고, 바깥의 것을 예측하는 힘이 다르다. 그래서 "기억력 검사"라는 이름 아래 어느 쪽을 썼는지 밝히지 않은 보고는 읽을 수 없다. 4장의 조작적 정의 이야기가 여기 그대로 걸린다.

예제 74

어떤 기사가 이렇게 적었다. "작업기억은 한 번에 일곱 개를 담는다. 그러니 발표 자료의 항목을 일곱 개 이하로 만들어라." 이 문장에 있는 잘못을 모두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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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문장은 잘못된 수를 잘못된 개념에 붙인 뒤 잘못된 상황에 적용했다. 잘못이 넷이다.

첫째, 개념을 바꿔치기했다. 인용된 수는 단기 저장에 대한 오래된 논의에서 나온 것이고, 문장은 그것을 작업기억에 붙였다. 앞 절에서 본 대로 둘은 다른 개념이고 다른 과제로 잰다.

둘째, 그 수 자체가 확정된 값이 아니다. 세는 단위와 절차에 따라 달라진다. 이 문서는 하나의 수를 적지 않는다.

셋째, 단위가 다르다. 실험에서 세는 항목은 서로 관련 없는 숫자나 낱말이다. 발표 자료의 "항목"은 대개 여러 낱말로 된 뜻 있는 덩어리이고, 듣는 사람이 이미 아는 것과 이어져 있다. 이미 아는 것과 이어진 덩어리는 하나로 세어진다. 그래서 실험의 수를 그대로 옮길 수 없다.

넷째, 상황이 다르다. 실험에서는 자료가 사라진 뒤에 떠올려야 하지만 발표에서는 화면이 그대로 있다. 담아 둘 필요가 없는 상황에 담아 두는 용량의 한계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면 이 조언이 통째로 틀렸는가. 그렇지는 않다. 한 화면에 너무 많은 것을 올리면 읽는 사람이 무엇을 볼지 정하는 데 힘을 쓰게 되고, 그것이 이해를 방해한다는 것은 그럴듯하다. 다만 그 결론은 주의와 화면 설계에 대한 연구에서 따로 가져와야 하고, 기억 용량의 수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 결론이 맞아 보인다는 것과 그 결론에 댄 근거가 맞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을 바꿔치기했다는 지적
  • 그 수가 확정된 값이 아니라는 지적
  • 실험의 항목과 발표 자료의 항목이 다른 단위라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네 잘못 가운데 어느 것을 가장 무겁게 볼지는 갈릴 수 있고, 넷 가운데 셋만 짚어도 좋다. 조언 자체를 지지하는 답도, 반대하는 답도 좋다. 다만 "수가 틀렸다"만 짚고 끝내는 답은 부족하다. 수를 고쳐도 이 문장의 나머지 세 잘못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예제 75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성인 참가자에게 복합 폭 과제와 독해 시험을 함께 실시해 두 점수의 상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고하고, "작업기억을 훈련하면 독해력이 좋아진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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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결론은 상관에서 인과로, 그리고 인과에서 개입으로 두 번 건너뛰었다. 4장에서 세운 대로 상관은 세 가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 작업기억이 독해를 떠받치는 것일 수도, 잘 읽는 습관이 두 점수를 함께 올린 것일 수도, 어휘 지식이나 유동추론 같은 셋째 요인이 둘 다를 끌어올린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이 결론은 상관에서 곧바로 훈련 효과를 말하는데, 그것은 "작업기억 점수를 올리면 독해가 따라 오른다"는 별도의 주장이고 무선배정 실험으로만 검사된다. 실제로 이 훈련 물음은 여러 차례 검사되었고, 훈련한 과제 자체의 점수는 오르지만 훈련하지 않은 다른 과제로 옮겨 가는 정도는 작거나 확인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그러므로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복합 폭 점수와 독해 점수는 함께 움직인다. 한쪽을 훈련해 다른 쪽이 좋아지는지는 별도의 실험이 답할 물음이고, 지금까지의 결과는 옮겨 감이 크지 않다는 쪽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상관에서 인과를 읽었다는 지적과 대안 설명 최소 하나
  • 인과와 "훈련하면 좋아진다"가 다른 주장이라는 구별
  • 훈련 효과를 검사하려면 무선배정과 훈련하지 않은 과제에서의 측정이 필요하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훈련의 옮겨 감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답도 좋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종류의 훈련이 무엇으로 옮겨 가는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상관이 높으니 훈련이 통한다"를 그대로 두는 답은 오답이고, "훈련은 절대 소용없다"로 단정하는 답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자료보다 강한 결론이다.

장기기억의 갈래

오래 남는 것들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가장 위의 갈림은 말로 꺼내 놓을 수 있는가다. 꺼내 놓을 수 있는 쪽을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 그렇지 않은 쪽을 비서술기억(nondeclarative memory)이라 한다.

가장 위의 갈림이 말로 꺼낼 수 있는가이고, 이 갈림은 책상 위에서 그은 선이 아니라 두 갈래가 따로 무너지는 사례에서 드러난 선이다
<가장 위의 갈림이 말로 꺼낼 수 있는가이고, 이 갈림은 책상 위에서 그은 선이 아니라 두 갈래가 따로 무너지는 사례에서 드러난 선이다>[원본 보기]

서술기억은 다시 둘로 갈린다. 툴빙(Endel Tulving)이 세운 구별이다.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내가 겪은 일이고 언제 어디서가 함께 붙어 있다.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세상에 대한 앎이고 언제 배웠는지는 대개 붙어 있지 않다. 물이 얼면 얼음이 된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갈림을 세운 근거는 둘이 따로 무너진다는 데 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뒤 새로 겪은 일을 말로 꺼내지 못하게 된 사람이, 같은 운동 과제를 날마다 연습하면 성적이 꾸준히 오른다 — 연습했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하나가 무너졌는데 다른 하나가 남았다면 그 둘은 같은 장치가 아니다. 앞 절의 계열위치곡선에서 쓴 것과 같은 논증이다.

다만 여기에 조심할 것이 있다. 이런 사례는 수가 적고 한 사람마다 손상된 부위가 다르다. 사례가 보이는 것은 "두 갈래가 갈린다"까지이고, 어느 부위가 무엇을 한다는 결론은 사례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뇌의 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13장이 다루며, 그 장은 영상 한 장으로 설명했다고 말하지 않는 법을 정면으로 다룬다.

예제 76

다음 넷을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으로 나누고, 서술기억인 것은 다시 일화와 의미로 나눠라.

  • 가. 자전거를 타는 일.
  • 나.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
  • 다. 지난주에 처음 가 본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 라. 어떤 노래의 앞부분을 듣고 나서 그 노래 제목이 평소보다 빨리 떠오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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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비서술(절차). 어떻게 하는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해 보이기는 쉽다. 설명을 잘 못 한다고 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 — 서술, 의미. 세상에 대한 앎이고 언제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대개 붙어 있지 않다.

다 — 서술, 일화. 내가 겪은 일이고 언제 어디서가 붙어 있다.

라 — 비서술(점화). 먼저 만난 것 때문에 뒤의 처리가 빨라지는 것이고, 본인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도 나타난다.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자리가 둘 있다. 첫째, 가와 라를 "기억이 아니다"로 밀어내는 것이다. 둘 다 앞의 경험 때문에 뒤가 달라진 것이므로 기억이 맞다. 다만 꺼내 놓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둘째, 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 쪽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번 겪어 익숙해진 일은 "그때 그랬다"가 아니라 "대개 그렇다"로 남는다. 두 갈래는 서로 다른 상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성질이고, 같은 내용이 시간이 지나며 성질을 바꿀 수 있다.

예제 77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기억을 잃은 사람이 자전거는 탈 수 있었다는 사례가 있으니, 절차기억은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추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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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추론은 사례가 지지하는 것보다 두 걸음 앞서 있다. 사례가 지지하는 것은 두 갈래가 서로 독립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까지다. 그것만으로도 큰 결론이다 — 하나의 장치가 두 가지를 다 한다면 이런 분리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부위에 저장된다"는 것은 자리에 대한 주장이고, 그 주장을 하려면 손상된 부위가 어디인지 그리고 남은 능력이 어느 부위에 기대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사례 자체는 그 정보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사례는 수가 적고 손상 범위가 사람마다 다르며 우연히 생긴 것이라 4장의 말로는 무선배정이 없는 자연 관찰에 가깝다. 그러므로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 "서술과 비서술이 따로 무너지는 사례가 여럿 보고되었다. 이것은 두 갈래가 다른 장치라는 강한 근거다. 어느 부위가 무엇을 맡는지는 별도의 자료가 답할 물음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사례가 지지하는 것이 "분리"까지라는 범위의 지적
  • "자리"에 대한 주장에는 다른 자료가 필요하다는 지적
  • 단일 사례 또는 소수 사례의 한계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런 사례의 값어치를 높게 보는 답도 좋다. 실제로 이 분리는 뒤에 여러 사례와 다른 방법으로 되풀이 확인되었고, 지금은 근거가 사례 하나에 기대고 있지 않다. 그렇게 적는 답이 더 정확하다. 다만 "사례 하나로 증명되었다"를 그대로 두는 답은 오답이고, "사례이므로 아무 값어치가 없다"는 답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이 분야에서 이 분리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지운다.

무엇이 잘 남는가 — 그리고 그 물음의 함정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자료를 보아도 남는 양은 크게 다르다. 무엇이 그것을 정하는가.

크레이크(Fergus Craik)와 록하트(Robert Lockhart)가 1972년에 처리 수준(levels of processing)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같은 낱말이라도 글자 모양을 보게 하면 얕게, 소리를 판단하게 하면 중간쯤, 을 다루게 하면 깊게 처리되고, 깊을수록 잘 남는다는 것이다. 실험은 이렇게 짠다 — 참가자에게 낱말마다 질문을 하나씩 던지되 조건마다 질문의 종류를 바꾸고, 기억 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떠올려 보라고 한다. 뜻을 다룬 조건의 성적이 좋다는 결과는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여야 이 절이 정확해진다.

첫째, "깊다"는 것이 순환적으로 정의되기 쉽다. 무엇이 깊은 처리인지 미리 정하지 못하고 결과를 보고 "잘 남았으니 깊었던 것"이라 말하면, 이 이론은 아무것도 금지하지 못하는 이론이 된다. 6장에서 본 결과를 보고 가설을 세우는 일과 성질이 같다. 이 비판은 오래 제기되어 왔고 해소되지 않았다.

둘째, 무엇이 잘 남는지는 "어떻게 검사하는가"에 딸려 있다. 모리스(C. Donald Morris)와 동료들이 1977년에 이것을 보였다. 소리를 판단하게 한 조건은 보통의 시험에서는 성적이 나쁘지만, 소리로 검사하는 시험에서는 뜻을 다룬 조건보다 낫다. 즉 깊이 그 자체가 아니라 부호화할 때 한 일과 인출할 때 요구되는 일이 맞는가가 성적을 정한다. 이것을 전이 적합성 처리라 부른다.

이 정정이 실무적으로 무겁다. "깊게 공부해라"는 조언은 그 자체로는 방향이 없다. 방향을 주려면 "시험에서 요구될 일과 같은 일을 연습해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결론은 이 장 마지막 절과 곧바로 이어진다 — 시험에서 요구되는 것이 대개 보지 않고 꺼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제 78

가상의 연구다. 두 조건에서 같은 낱말 목록을 처리하게 했다. 가 조건은 낱말마다 "이 낱말에 'ㅏ'가 들어 있는가"를 묻고, 나 조건은 "이 낱말이 가리키는 것이 살아 있는가"를 묻는다. 어느 조건이 낫겠는가. 그리고 이 예측이 뒤집히게 만들려면 무엇을 바꾸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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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회상 시험이라면 나가 낫다. 뜻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처리 수준 연구가 되풀이 확인한 방향이다.

뒤집으려면 검사를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아까 본 낱말 가운데 'ㅏ'가 들어 있던 것을 골라라" 같은 식으로, 부호화 때 한 일과 같은 종류의 일을 요구하는 검사를 쓰면 가 조건이 나아질 수 있다. 이것이 전이 적합성 처리가 말하는 바다.

여기서 배울 것은 "어느 조건이 더 낫다"는 문장이 검사를 밝히지 않으면 미완성이라는 점이다. 5장의 말로 하면, 종속변수를 정하지 않은 채 처치의 효과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 예제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다. 가 조건에서도 참가자는 낱말의 뜻을 안다. 글자를 보려면 낱말을 읽어야 하고, 읽으면 뜻이 딸려 온다. 그러므로 두 조건의 차이는 "뜻을 처리했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뜻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쪽에 가깝다. 조건을 깔끔하게 갈랐다고 믿는 것이 이런 설계에서 가장 흔한 과신이다.

예제 79

어떤 학생이 시험공부를 이렇게 한다. "교과서를 형광펜으로 칠하면서 세 번 읽는다. 세 번째에는 거의 다 아는 느낌이 든다." 이 방법의 문제를 앞 절의 개념으로 진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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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방법은 보면서 알아보는 일만 연습시키는데 시험은 보지 않고 꺼내는 일을 요구하므로, 연습한 것과 요구되는 것이 어긋나 있다. 게다가 세 번째 읽을 때의 술술 읽힘이 "안다"는 신호로 잘못 읽혀서, 본인은 그 어긋남을 알아채지 못한다.

진단 — 부호화할 때 하는 일과 시험에서 요구되는 일이 맞지 않는다. 시험은 대개 보지 않고 꺼내는 일을 요구하는데, 이 방법은 보면서 알아보는 일만 연습시킨다. 전이 적합성 처리의 관점에서 이 둘은 다른 과제다.

그리고 "거의 다 아는 느낌"이 문제의 핵심이다. 세 번째 읽을 때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은 사실인데, 그 술술 읽힘이 '내가 이것을 안다'는 신호로 잘못 읽힌다. 실제로 술술 읽히는 이유는 그 글을 방금 두 번 보았기 때문이지 그 내용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 어긋남을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 책을 덮고 꺼내 보는 것.

형광펜 자체가 문제인가. 칠하는 행위는 대개 고르는 일에서 끝나고 뜻을 다루는 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정리에서 지적되었다. 다만 칠한 자리를 나중에 가리고 그 내용을 떠올려 보는 데 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로 무엇을 하는가가 정한다.

대안은 다음 절에 있다. 미리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 읽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꺼내 보는 데 쓴다. 그리고 그 일을 한 번에 몰아서 하지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연습하는 일과 시험이 요구하는 일이 어긋난다는 지적
  • "아는 느낌"이 실제로 아는 것과 다르다는 지적, 그리고 그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 확인하는 방법 — 보지 않고 꺼내 보기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형광펜을 아예 버리라는 답도, 칠한 자리를 가리고 떠올리는 데 쓰라는 답도 좋다. 뒤의 답이 조금 더 정확하다. 세 번 읽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고 그 사이에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라고 보는 답도 좋다. 다만 "세 번은 부족하니 다섯 번 읽으라"는 답은 오답이다. 같은 일을 더 하는 것이고, 이 진단이 지적한 어긋남은 그대로 남는다.

꺼내는 일 — 단서와 맥락

남아 있는 것을 꺼내려면 실마리가 있어야 한다. 이 실마리를 인출 단서(retrieval cue)라 한다. 툴빙과 톰슨(Donald Thomson)이 1973년에 이 자리를 정리했다. 요점은 어떤 단서가 잘 듣는지가 부호화할 때 무엇과 함께 넣었는가에 딸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부호화 특수성이라 한다.

이 원리에서 따라 나오는 것이 맥락 효과다. 부호화할 때 곁에 있던 것들 — 장소, 소리, 냄새, 그때의 몸 상태 — 이 함께 들어가 있으므로, 인출할 때 그것들이 다시 있으면 실마리가 된다. 고든과 배들리가 1975년에 잠수부에게 물속과 물 밖에서 낱말을 외우고 회상하게 한 실험이 널리 인용된다.

여기서 이 문서가 지키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효과는 있지만 크지 않고 조건이 붙는다.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효과의 크기가 작은 편으로 보고되었고, 특히 회상 검사에서는 나오지만 재인 검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이유가 설명이 된다 — 재인에서는 항목 자체가 강한 단서로 주어지므로 맥락이라는 약한 단서가 할 일이 없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 장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이 회복된다는 보고가 있어, 실제로 그 장소로 돌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험 볼 교실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은 이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강하다. 오히려 여러 곳에서 공부해 두는 편이 특정 맥락에 덜 매이게 한다는 제안이 있고, 이쪽도 크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네 물음의 셋째와 넷째가 이 항목에 정확히 걸린다.

인출이 저장과 다르다는 것을 가장 분명히 보이는 것은 설단 현상이다. 이름이 떠오를 듯 말 듯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그 낱말의 첫소리나 글자 수를 꽤 자주 맞힌다. 통째로 없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 닿아 있으면서 전체를 못 꺼내는 것이다.

예제 80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를 무선배정해 조용한 방과 음악이 나오는 방에서 각각 낱말을 외우게 한 뒤, 같은 방과 다른 방에서 검사했다. 회상 검사에서는 같은 방 조건이 나았고 재인 검사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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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맥락은 약한 단서이고, 약한 단서는 다른 강한 단서가 없을 때만 값어치가 있다.

회상 검사에서는 아무 실마리 없이 스스로 꺼내야 하므로, 방의 소리처럼 함께 들어간 것들이 실마리로 쓰인다. 방이 같으면 그 실마리가 있고 다르면 없으니 성적이 갈린다.

재인 검사에서는 낱말 자체가 주어진다. 그 낱말이 그 무엇보다 강한 단서이므로, 맥락이 있든 없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단서들 사이에는 경쟁이 있고, 강한 단서가 있으면 약한 단서가 하는 일이 없어진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은 "효과가 있다/없다"가 검사 방법에 딸려 있다는 점이다. 두 검사 가운데 하나만 쓴 연구는 반대 결론을 내놓을 것이고, 둘 다 쓴 연구만이 왜 그런지를 말할 수 있다. 앞 절의 전이 적합성 처리와 같은 교훈이다.

예제 81

어떤 사람이 "맥락 효과가 있으니 시험 볼 교실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조언을 네 물음으로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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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현되었는가. 맥락이 회상을 돕는다는 것 자체는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다. 이 물음에는 비교적 잘 답한다.

2. 표본이 무엇인가. 이 조언이 기대는 연구들은 대개 특정 표본에서 인공 재료로 이루어졌다. 그 자체가 흠은 아니지만, 결론의 범위를 정한다.

3. 효과가 얼마나 큰가. 여기서 이 조언이 가장 크게 흔들린다.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크기가 작은 편으로 보고되었고, 재인 검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실제 시험은 순수한 회상보다 여러 종류의 단서가 섞여 있는 과제다.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실험의 "맥락"은 물속과 물 밖처럼 크게 다른 상황이거나 방의 소리 같은 것이다. 같은 건물의 두 강의실 사이 차이가 그만한 크기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그리고 이 조언을 따르는 데 드는 비용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 교실에서만 공부하려면 공부 시간과 장소가 크게 제한되고, 그 제한 때문에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클 수 있다.

종합. "맥락이 인출을 돕는다는 것은 확인된 현상이다. 그러나 그 크기는 작고, 실제 시험 상황에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부 장소를 맞추는 데 드는 노력은 다음 절의 두 가지에 쓰는 편이 낫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이 "참인 현상"과 "쓸 만한 조언"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상이 참이어도 크기가 작으면 조언이 되지 못한다. 5장에서 효과크기를 세운 이유가 이것이다.

실제로 효과가 확인된 두 가지

이 절은 이 문서에서 성격이 다른 절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를 다뤘는데, 여기서는 믿을 만하고 곧바로 쓸 수 있는 것 둘을 다룬다. 간격 효과는 재현이 잘 된 소수에 들고, 인출 연습도 같은 자리에 있다.

하나 — 나눠서 하기

간격 효과(spacing effect)는 이렇다. 총 학습 시간이 같을 때, 그 시간을 몰아서 쓰는 것보다 나누어 쓰는 편이 나중에 더 많이 남는다. 이 현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보고되었고, 여러 재료와 여러 연령대에서 되풀이되었으며,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도 방향이 일정하게 나왔다.

두 곡선이 교차한다. 학습 직후에는 몰아서 한 쪽이 나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순서가 뒤집힌다
<두 곡선이 교차한다. 학습 직후에는 몰아서 한 쪽이 나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순서가 뒤집힌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어야 할 것은 교차다. 시험이 학습 직후라면 몰아서 한 쪽이 낫거나 비슷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눠서 한 쪽이 앞선다. 그래서 이 방법의 이점은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은 여럿이고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되풀이해 만날 때마다 조금씩 잊혔다가 다시 꺼내야 하므로 그 꺼내는 일 자체가 연습이 된다는 설명, 만날 때마다 곁의 상황이 달라 단서가 여러 갈래로 붙는다는 설명 등이 있다. 왜인지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상이 흔들린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것이 옳든 나눠서 하는 쪽이 낫다는 결과는 그대로다.

얼마나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가지 방향이 보고되었다 — 시험이 멀수록 간격도 넓은 편이 낫다. 다만 최적 간격을 하나의 수로 적을 만큼 정리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이 문서는 수를 적지 않는다.

둘 — 꺼내 보기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은 이렇다. 같은 시간을 쓸 때, 자료를 다시 읽는 것보다 보지 않고 떠올려 보는 편이 나중에 더 많이 남는다. 뢰디거(Henry Roediger)와 카픽(Jeffrey Karpicke)이 2006년에 보고한 실험이 널리 인용되고, 그 뒤 여러 재료와 여러 장면에서 되풀이되었다.

지연 시험에서는 인출 연습 쪽이 크게 낫지만, 학습자 자신은 반대로 예측한다. 실제 성적과 예측이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지연 시험에서는 인출 연습 쪽이 크게 낫지만, 학습자 자신은 반대로 예측한다. 실제 성적과 예측이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원본 보기]

이 그림의 세 번째 묶음이 이 절의 핵심이다. 학습자는 다시 읽기 쪽이 낫다고 예측한다. 예측이 어긋나는 이유는 앞 절에서 본 것과 같다 — 다시 읽으면 글이 술술 읽히고, 그 술술 읽힘이 "안다"로 잘못 읽힌다. 반대로 꺼내 보기는 힘들고 자주 실패하므로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두 방법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그 순간에는 더 어렵고 덜 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느낌이 사람들이 이 방법을 쓰지 않는 이유다. 여러 연구자가 이런 성질을 가진 조작들을 한데 묶어 다루어 왔다.

덧붙일 것이 하나 더 있다. 여러 종류를 섞어서 연습하는 것도 같은 성질을 보인다. 한 종류를 몰아서 연습하면 그 자리에서는 잘되는 느낌이 들지만, 섞어서 연습한 쪽이 나중에 낫다는 결과가 여러 영역에서 보고되었다. 다만 이쪽은 앞의 둘보다 조건이 더 붙는다.

마지막으로 이 절의 한계를 정직하게 적는다. 이 결과들의 대부분은 실험실이나 한 과목의 수업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잰 것이다. 학기 전체나 여러 해에 걸친 학습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는 그만큼 확인되지 않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그렇더라도 이 문서에서 이만큼 잘 답하는 항목은 드물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 써 볼 값이 있다.

예제 82

어떤 사람이 시험 이틀 전부터 여섯 시간을 몰아서 공부하려 한다. 이 절의 두 결과를 써서 같은 여섯 시간을 다시 배치해 보고, 그렇게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총 시간을 그대로 둔 채 두 가지를 바꾼다. 여섯 시간을 여러 날에 나누고, 각 시간 안에서 읽는 몫을 줄여 보지 않고 꺼내 보는 몫을 늘린다. 다만 시험이 몇 시간 뒤라면 이 배치의 이점이 나오지 않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꺼낼 것이 없어 성립하지 않는다.

다시 배치하는 법. 여섯 시간을 이틀에 몰지 않고 더 넓게 나눈다 — 예를 들어 여러 날에 걸쳐 한 시간씩. 그리고 각 시간 안에서 읽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덮고 꺼내 보는 시간을 늘린다. 꺼내 본 뒤 확인하고, 틀린 것을 다시 꺼내 본다.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셋을 꼽을 수 있다.

  • 시험이 아주 가까울 때. 앞의 그림에서 본 대로 두 곡선은 교차한다. 몇 시간 뒤에 시험을 본다면 몰아서 한 쪽이 나쁘지 않다. 이 방법들의 이점은 지연에서 나온다.
  •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 꺼낼 것이 없으면 인출 연습이 성립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읽어서 넣는 일이 필요하고, 인출 연습은 그다음이다.
  • 꺼내 본 뒤 확인하지 않을 때. 틀린 채로 꺼낸 것을 그대로 두면 틀린 것을 연습하게 된다. 확인이 절차의 일부다.

여기에 이 답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하나 적는다. 이 배치가 성적을 얼마나 올릴지는 이 문서가 수로 말할 수 없다. 실험실과 수업에서 잰 차이가 특정한 시험에서 얼마가 될지는 그 상황에서 재야 안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방향이고, 방향은 여러 연구에서 일정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총 시간을 고정한 채 배치만 바꾼다는 것. 시간을 늘리라는 답은 이 절의 결과를 쓴 것이 아니다
  • 읽기를 꺼내 보기로 바꾸는 조작
  • 나아지지 않는 경우를 최소 하나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며칠에 걸쳐 어떻게 나눌지는 여러 답이 가능하고, 이 문서는 최적 간격을 수로 적지 않는다. 꺼내 보기의 형태도 자유롭다 — 백지에 적기, 문제를 만들어 풀기, 소리 내어 설명하기 모두 인출이다. 다만 공부 시간을 늘리라는 답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고, 효과의 크기를 수로 적는 답도 오답이다.

예제 83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학생을 무선배정해 한 조에는 자료를 네 번 읽게 하고 다른 조에는 한 번 읽고 세 번 꺼내 보게 했다. 학습이 끝난 직후 시험에서 두 조의 점수가 비슷했고,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에게 "일주일 뒤 시험을 본다면 몇 점을 받을 것 같은가"를 물었더니 읽기 조가 더 높게 예측했다. 이 연구가 아직 보이지 못한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풀이 보기

아직 보이지 못한 것 — 인출 연습의 이점 그 자체다. 이 연구는 직후 시험만 쟀는데, 이 방법의 이점은 지연에서 나온다. 직후에 비슷하게 나온 것은 예상되는 결과이고, 이것만 보고 "차이가 없다"고 적으면 정확히 거꾸로 읽은 것이다.

더 해야 할 것. 일주일 뒤에 실제로 시험을 봐야 한다. 예측을 물어본 것은 예측을 잰 것이지 성적을 잰 것이 아니다. 그리고 두 조의 총 학습 시간이 같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읽기 네 번과 읽기 한 번 더하기 꺼내기 세 번이 같은 시간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차이가 났는지 갈라낼 수 없다. 4장의 혼입변수다.

이 연구가 이미 잘 보인 것도 있다. 예측과 실제가 어긋나는 구조의 절반을 이미 잡았다 — 읽기 조가 자기 성적을 더 높게 본다는 것. 여기에 일주일 뒤 성적이 더해지면 예측과 성적이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을 한 연구 안에서 보일 수 있다. 그것이 이 결과가 실무에서 갖는 힘의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이 방법을 안 쓰는 이유가 효과를 몰라서가 아니라 자기 학습을 잘못 읽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제 84

다음 세 조언 가운데 이 장의 근거로 뒷받침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갈라라.

  • 가. 자기 학습 유형에 맞는 방식으로 공부하라.
  • 나. 같은 시간을 쓸 것이라면 몰아서 하지 말고 나누어 하라.
  • 다. 자료를 다시 읽는 대신 책을 덮고 떠올려 보라.
풀이 보기

나와 다는 뒷받침된다. 가는 뒷받침되지 않는다.

가가 탈락하는 이유. 7장 마지막 절에서 본 대로다. 이 주장을 검사하려면 유형과 방식을 교차시켜 상호작용을 봐야 하는데, 그 설계를 갖춘 연구가 매우 적었고 갖춘 곳에서 필요한 상호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이 문서가 이 항목을 근거 없음으로 다루는 것이 그 뜻이다.

나가 되는 이유. 총 시간을 고정한 채 배치만 바꾸는 비교이고, 여러 재료·연령대·기간에서 방향이 일정하게 보고되었다. 재현이 잘 된 소수에 든다.

다가 되는 이유. 역시 총 시간을 고정한 비교이고, 지연 시험에서의 이점이 여러 장면에서 되풀이되었다.

여기서 세 조언의 성격 차이를 짚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가는 사람을 분류해서 다르게 대하라는 조언이고, 나와 다는 누구에게나 같은 것을 하라는 조언이다. 앞의 것은 검사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 분류가 타당해야 하고, 교차 설계가 필요하고, 상호작용이 나와야 한다. 뒤의 것은 단순한 비교로 검사된다. 주장이 복잡해질수록 그것을 떠받치는 데 필요한 근거도 늘어난다. 그리고 널리 퍼진 조언일수록 그 늘어난 근거가 갖춰졌는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부호화 / 저장 / 인출들어온 것을 남길 꼴로 바꾸는 일 / 그 꼴을 유지하는 일 / 필요할 때 꺼내는 일
회상 / 재인단서 없이 스스로 떠올리게 하는 검사 / 보기를 주고 골라내게 하는 검사
감각기억(sensory memory)들어온 감각이 아주 짧게 그대로 남는 것. 부분보고법으로 그 크기를 보였다
계열위치곡선목록의 처음쪽과 끝쪽이 잘 회상되는 모양. 두 이점이 서로 다른 조작에 민감하다
덩이짓기(chunking)여러 항목을 아는 것에 기대어 하나로 묶는 일. 항목 수는 세는 단위에 딸린 값이 된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잠깐 담아 두는 자리. 용량과 지속시간으로 규정하고 단순 폭 과제로 잰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담아 둔 채로 그것을 다루는 여러 성분의 체계. 복합 폭 과제로 잰다. 단기기억과 다른 개념이다
단순 폭 / 복합 폭 과제들은 것을 그대로 되뇌게 하는 과제 / 담기와 처리를 함께 시키는 과제
서술기억 / 비서술기억말로 꺼내 놓을 수 있는 기억 / 그렇지 않은 기억. 따로 무너지는 사례가 이 갈림의 근거다
일화기억 / 의미기억내가 겪은 일, 언제 어디서가 붙어 있다 / 세상에 대한 앎, 대개 그것이 붙어 있지 않다
절차기억 / 점화몸으로 하는 일의 순서 / 먼저 만난 것 때문에 뒤의 처리가 빨라지는 것
처리 수준(levels of processing)뜻을 다루는 처리가 겉을 다루는 처리보다 잘 남는다는 설명. 순환성 비판이 남아 있다
전이 적합성 처리부호화할 때 한 일과 인출할 때 요구되는 일이 맞을수록 성적이 좋다는 정정
인출 단서 / 부호화 특수성꺼낼 때 쓰는 실마리 / 어떤 단서가 잘 듣는지는 부호화할 때 무엇과 함께 넣었는가에 딸린다
맥락 효과부호화할 때의 상황이 인출을 돕는 것. 회상에서 나오고 재인에서는 잘 나오지 않으며 크기가 작다
설단 현상떠오를 듯 말 듯한 상태. 일부에 닿아 있으면서 전체를 못 꺼내는 것
간격 효과(spacing effect)같은 총 시간을 나누어 쓰면 나중에 더 남는다. 재현이 잘 된 소수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다시 읽는 대신 꺼내 보면 나중에 더 남는다. 학습자의 예측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사람이 문서에서의 자리
스펄링 (George Sperling)1960년 부분보고법. 전부 말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혼입을 끊었다
밀러 (George Miller)1956년 논문. 널리 인용되는 그 수는 이 문서가 확정된 값으로 다루지 않는다
배들리 (Alan Baddeley) 와 히치 (Graham Hitch)1974년 작업기억 모형. 여러 성분으로 나누었다
툴빙 (Endel Tulving)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의 구별. 톰슨과 함께 1973년 부호화 특수성
크레이크 (Fergus Craik) 와 록하트 (Robert Lockhart)1972년 처리 수준
모리스 (C. Donald Morris) 와 동료들1977년 전이 적합성 처리. 처리 수준을 정정했다
뢰디거 (Henry Roediger) 와 카픽 (Jeffrey Karpicke)2006년 인출 연습. 직후와 지연에서 순서가 뒤집힌다

다음 장은 같은 기억을 반대편에서 본다. 이 장이 무엇이 남는가를 다뤘다면 9장은 남은 것이 어떻게 어긋나는가를 다루고, 그 어긋남이 실제 제도를 바꾼 이야기까지 간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기억은 어떻게 어긋나는가

8장은 무엇이 남는지를 다뤘다. 이 장은 남은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다룬다.

이 장에는 이 문서에서 드문 성질이 하나 있다. 여기서 다루는 결과들이 실제로 제도를 바꿨다. 목격자의 진술을 받는 절차, 지목을 시키는 절차가 기억 연구의 결과에 따라 다시 짜였다. 오정보 효과와 목격자 증언의 취약성은 이 문서가 정설로 다루는 몇 안 되는 항목인데, 실무에 반영되었다는 것이 그 튼튼함을 보이는 한 가지다. 심리학의 결과가 실험실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이는 가장 좋은 사례이므로, 마지막 절에 그 이야기를 자세히 적었다.

동시에 이 장은 2015년 이전 개론서와 지금의 서술이 크게 다른 자리이기도 하다. 목격자의 확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표준적인 서술이 뒤집혔고, 한동안 널리 권고되던 절차 하나가 다시 논쟁에 들어갔다. 그 두 자리를 마지막 절에서 따로 표시했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8장에서 부호화·저장·인출, 회상과 재인, 인출 단서를 그대로 가져온다. 4장에서 통제 집단·실험자 기대 효과를, 5장에서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한 가지 미리 밝혀 둔다. 이 장은 어떤 사람의 기억이 믿을 만한지를 판정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는다. 이 장이 보이는 것은 그런 판정이 왜 어려운가이고, 그래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잊는다는 것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1885년에 이 물음을 실험으로 옮겼다. 방법이 두 가지 점에서 영리했다. 첫째, 이미 아는 것이 섞이지 않도록 뜻이 없는 철자 묶음을 재료로 썼다. 둘째, 얼마나 기억나는지 묻는 대신 같은 목록을 다시 외우게 하고 처음보다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셌다. 이것을 절약이라 한다.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 "기억나느냐"고 물으면 자기 보고에 기대게 되는데, 절약은 자기 보고에 기대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도 다시 외울 때는 시간이 줄어든다. 5장의 말로 하면, 같은 구성개념에 대해 자기 보고보다 나은 조작적 정의를 찾은 것이다.

처음에 가파르게 떨어지고 뒤로 갈수록 완만해진다. 그리고 한 번 더 배우면 같은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이 남는다
<처음에 가파르게 떨어지고 뒤로 갈수록 완만해진다. 그리고 한 번 더 배우면 같은 시간이 지나도 더 많이 남는다>[원본 보기]

곡선의 모양은 처음에 빠르고 뒤에 느리다. 이 모양은 2015년에 원래 절차를 되풀이한 연구에서 다시 나왔다. 오래된 연구가 재현된 드문 사례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두 가지를 덧붙여야 한다. 첫째, 참가자가 한 사람이었다. 에빙하우스는 자기 자신에게 실험했다. 둘째, 재료가 뜻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 실험의 장점이자 한계다. 이미 아는 것과 이어지지 않는 자료의 망각은 뜻 있는 자료의 망각보다 훨씬 빠르다. 이 곡선을 "사람이 배운 것을 잊는 속도"로 읽으면 안 된다. 네 물음의 둘째와 넷째다.

사라지는가, 밀리는가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그런데 시간 자체가 원인인가, 아니면 그 시간 동안 일어난 다른 일들이 원인인가. 앞의 설명을 소멸, 뒤의 설명을 간섭(interference)이라 한다.

이 둘을 가르려면 시간을 고정하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것을 바꿔야 한다. 실제로 그런 설계가 쓰이고, 사이에 무엇이 들어갔는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결과가 이어졌다. 특히 먼저 배운 것과 나중에 배운 것이 서로 비슷할수록 방해가 크다.

두 간섭의 이름은 무엇이 무엇을 방해하는가가 아니라 방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를 가리킨다. 그리고 둘 다 통제 집단이 있어야만 시간 탓과 갈라진다
<두 간섭의 이름은 무엇이 무엇을 방해하는가가 아니라 방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를 가리킨다. 그리고 둘 다 통제 집단이 있어야만 시간 탓과 갈라진다>[원본 보기]

이름이 헷갈리므로 못 박아 둔다. 순행 간섭은 앞의 것이 뒤의 것을 방해하는 것이고, 역행 간섭은 뒤의 것이 앞의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순행·역행"은 방해가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그리고 셋째 가능성이 있다. 8장에서 본 인출 실패다. 남아 있는데 실마리가 없어서 못 꺼내는 것이고, 단서를 주면 나온다. 실제로는 이 셋이 함께 일어나며, 어느 하나로 망각 전체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예제 85

에빙하우스가 "얼마나 기억나는가"를 묻는 대신 다시 외우는 데 걸린 시간을 잰 것이 왜 나은 지표인가. 그리고 이 지표에도 한계가 있는가.

풀이 보기

모범답안. 다시 외우는 시간은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행동을 세는 지표이고, 회상이 0인 구간에서도 남아 있는 것을 잡아내며, 여러 시점을 같은 자로 견주게 해 준다. 대신 그 시간에는 남은 기억 말고 다른 것도 섞여 들어간다.

나은 이유가 셋이다.

첫째, 자기 보고에 기대지 않는다. 사람이 자기가 얼마나 아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그 자체로 어긋나기 쉽다 — 8장 마지막 절에서 본 대로, 술술 읽히는 것이 안다는 느낌으로 잘못 읽힌다. 절약은 판단이 아니라 행동을 센다.

둘째, 바닥에서도 잰다. 회상 검사는 아무것도 못 떠올리면 0이 되어 그 아래를 구별하지 못한다. 절약은 회상이 0인 구간에서도 남아 있는 것을 잡아낸다.

셋째, 같은 자로 여러 시점을 잰다. 20분 뒤와 한 달 뒤를 같은 단위로 견줄 수 있다.

한계도 있다. 다시 외우는 시간은 원래 기억이 남은 정도만 반영하지 않는다. 그 자료에 익숙해진 정도, 외우는 요령이 늘어난 정도가 함께 들어간다. 그래서 두 번째 학습이 순수하게 "남은 것"만 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지표는 통째로 다시 외울 수 있는 짧은 목록에나 쓸 수 있어서, 긴 글이나 겪은 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5장에서 본 대로 어떤 지표도 구성개념을 그대로 잡지 못하고, 잡는 방식마다 딸려 오는 것이 다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자기 보고에 기대지 않는다는 지적
  • 회상이 0인 구간에서도 잰다는 지적
  • 한계를 최소 하나 — 이 지표에 다른 것이 섞여 든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세 이유 가운데 둘만 들어도 좋고, 다른 장점을 드는 답도 좋다. 한계 쪽을 더 크게 보아 이 지표를 낮게 평가하는 답도 정당하다. 다만 "객관적인 지표이므로 문제가 없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다. 5장이 세운 대로, 어떤 지표도 구성개념을 그대로 잡지 못한다.

예제 86

가상의 연구다. 두 집단이 같은 낱말 목록 가를 외웠다. 그 뒤 한 집단은 비슷한 낱말 목록 나를 더 외웠고, 다른 집단은 같은 시간 동안 그림 맞추기를 했다. 다음 날 두 집단 모두 목록 가를 검사했더니 목록 나를 외운 집단의 성적이 낮았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이 설계로도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풀이 보기

읽는 법 — 역행 간섭이다. 나중에 들어온 것(목록 나)이 먼저 배운 것(목록 가)의 인출을 방해했다. 그림 맞추기 집단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가 지나서"라는 설명이 잘린다. 두 집단 모두 하루가 지났는데 한쪽만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제 집단이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셋이다.

첫째, 목록 가가 지워졌는지는 알 수 없다. 잰 것은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고, 8장에서 본 대로 못 꺼내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단서를 주었을 때 나오는지 봐야 한다.

둘째, "비슷해서"인지 "더 외워서"인지 갈라지지 않는다. 목록 나가 비슷했다는 것이 원인인지, 그냥 무언가를 더 외운 것 자체가 원인인지 이 설계로는 모른다. 가르려면 비슷하지 않은 목록을 외우는 조건을 하나 더 두어야 한다. 세 조건이 있어야 답이 나온다.

셋째, 그림 맞추기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것도 무언가를 하는 일이고, 나름의 방해를 했을 수 있다. 완벽한 통제 조건은 없으며, 있는 것은 무엇을 갈라내려는지에 맞춘 통제 조건이다.

예제 87

어떤 사람이 "에빙하우스의 곡선을 보면 배운 것의 대부분이 하루 만에 사라진다. 그러니 배운 날 안에 복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서 자료가 지지하는 부분과 넘어간 부분을 갈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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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지지하는 부분. 망각이 처음에 빠르고 뒤로 갈수록 완만해진다는 모양은 여러 차례 확인되었고 2015년의 재현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다시 배우면 곡선이 위로 올라간다는 것 — 그림의 두 번째 곡선 — 도 원래 자료에 있다. "복습이 남는 양을 늘린다"는 방향은 지지된다.

넘어간 부분이 셋이다.

첫째, "배운 것의 대부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바뀌었다. 그 곡선의 재료는 뜻이 없는 철자 묶음이다. 뜻이 있고 이미 아는 것과 이어진 자료는 훨씬 느리게 잊힌다. 그 곡선의 가파름을 수업에서 배운 내용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

둘째, 참가자가 한 사람이다. 곡선의 모양이 재현되었다는 것과 그 기울기가 사람마다 같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네 물음의 둘째다.

셋째, "그러니 그날 안에"가 곡선에서 따라 나오지 않는다. 곡선은 언제 복습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 물음에 답한 것은 8장의 간격 효과 연구이고, 거기서 나온 방향은 오히려 시험이 멀수록 간격을 넓게 두라는 쪽이다. 곧바로 복습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망각은 처음에 빠르다. 되풀이해 배우면 남는 양이 는다. 언제 되풀이할지는 이 곡선이 아니라 간격 효과 연구가 답한다."

사건 뒤에 들어온 것이 기억을 바꾼다

이 절의 결과가 이 장에서 가장 무겁다. 사건이 끝난 뒤에 들어온 정보가 그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바꾼다. 이것을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라 한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와 파머(John Palmer)가 1974년에 보고한 절차가 출발점으로 인용된다. 참가자에게 자동차가 부딪치는 짧은 영상을 보여 준 뒤 속도를 묻는데, 묻는 문장의 동사만 조건마다 바꿨다. 세게 부딪쳤다는 뜻의 동사를 쓴 조건에서 추정 속도가 더 높게 나왔다. 여기까지는 "질문이 답을 유도했다"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다시 불러 "깨진 유리를 보았는가"를 물었더니 — 영상에 깨진 유리는 없었는데 — 세게 부딪쳤다는 동사를 들었던 조건에서 보았다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

세 걸음 사이에 무엇이 끼어드는지, 그리고 마지막 검사가 무엇을 묻는지를 본다. 검사에서 묻는 것은 본 것이지 들은 것이 아니다
<세 걸음 사이에 무엇이 끼어드는지, 그리고 마지막 검사가 무엇을 묻는지를 본다. 검사에서 묻는 것은 본 것이지 들은 것이 아니다>[원본 보기]

이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검사가 무엇을 묻는가다. 읽은 글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묻는다. 그러므로 오답은 "글을 잘못 기억했다"가 아니라 "본 것에 대한 보고가 달라졌다"이다.

이 효과는 여러 절차, 여러 나라, 여러 연령대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정설로 다뤄도 되는 드문 항목이다. 6장의 네 물음으로 보면 첫째·둘째·넷째에 비교적 잘 답한다 — 되풀이되었고, 표본이 넓고, 실제 절차에 옮겨져 확인되었다.

그러나 왜 그런가는 미결이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원래 것을 덮어썼다는 설명과, 원래 것은 남아 있는데 꺼낼 때 잘못 골랐다는 설명이 오래 겨루었다. 단서를 잘 주면 원래 것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보고가 뒤의 설명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이 논쟁의 승패가 아니다. 어느 설명이 옳든 결과는 같다 — 사건 뒤에 무엇이 들어가느냐가 나중의 진술을 바꾼다. 그러므로 진술을 받기 전에 정보가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절차를 짜야 한다.

더 나아간 연구도 있다. 겪지 않은 일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만들어 내게 하는 절차들이다. 가족에게서 얻은 실제 사건들 사이에 겪지 않은 사건 하나를 끼워 넣고 되풀이해 떠올리게 하면, 일부 참가자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런 연구에서 나온 비율은 연구마다 크게 다르고, 무엇을 "기억"으로 셀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뒤에 여러 연구를 다시 코딩해 그 점을 지적한 작업이 있다. 그래서 이 문서는 비율을 적지 않고 방향만 적는다 —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절차와 세는 기준에 딸려 있다.

예제 88

오정보 효과 실험에서 통제 조건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통제 조건 없이 "오정보 조건 참가자의 상당수가 없던 세부를 보고했다"고만 적으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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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조건은 같은 길이의 글을 읽되 그 세부가 들어 있지 않은 조건이다. 오정보 조건과 다른 점이 그 세부 하나뿐이어야 한다.

통제 조건이 없으면 문제가 둘이다.

첫째, 사람들이 원래 얼마나 그렇게 답하는지를 모른다. 없던 세부를 보았다고 답하는 일은 오정보가 없어도 일어난다. 장면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없고, 빈자리는 그럴듯한 것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 바탕 비율을 모르면 오정보가 얼마나 더 만들었는지 말할 수 없다. 4장에서 세운 대로, 하나의 값은 견줄 것이 없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둘째, "상당수"라는 말이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5장에서 본 대로 크기는 견줌에서 나온다. 두 조건의 차이가 크기이고, 조건이 하나면 크기가 없다.

여기에 하나를 더 짚어 둘 만하다. 이 설계에서 실험자가 어느 조건인지 알면 안 된다. 6장의 실험자 기대 효과다. 마지막 검사를 진행하는 사람이 참가자가 어느 조건이었는지 알고 있으면, 묻는 말투나 되묻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장 마지막 절에서 볼 실무 개선의 첫 항목이 정확히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예제 89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목격자에게 사건 직후와 한 달 뒤에 각각 진술을 받았고, 두 진술이 상당히 달랐다고 보고했다. 연구자가 "한 달 사이에 기억이 왜곡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에 필요한데 빠진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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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결론에는 그 한 달 동안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빠져 있다. 두 진술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시간이 흐른 탓인지, 사이에 들어온 정보 탓인지, 묻는 방식이 달랐던 탓인지 갈라낼 수 없다. 게다가 직후 진술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 설계의 숨은 가정이다.

빠진 것은 "그 한 달 동안 무엇이 있었는가"다. 두 진술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고, 후보가 여럿이다.

  • 시간 — 그냥 흐린 것일 수 있다. 앞 절의 망각이다.
  • 사이에 들어온 정보 — 다른 목격자의 말, 보도, 수사 과정에서 들은 것. 이것이 오정보 효과다.
  • 질문이 달랐던 것 — 두 번째에 다른 방식으로 물었다면 그 차이가 진술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 첫 진술 자체가 이미 정확하지 않았을 가능성 — "직후 진술"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 설계의 숨은 가정인데, 직후 진술도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이 마지막 항목이 실제 연구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자리다. 실제 사건에는 "무엇이 정말 일어났는가"에 대한 기록이 대개 없다. 그래서 이 분야가 실험실에서 영상이나 연출된 사건을 쓰는 것이다 — 정답을 아는 사건이어야 진술을 채점할 수 있다. 6장에서 본, 답을 미리 아는 사례를 절차에 넣어 절차를 검사하는 방식과 같은 발상이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두 진술이 달랐다.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기록하지 않았으므로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는지는 이 자료로 정해지지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후보를 최소 둘 — 시간, 사이에 들어온 정보, 질문 방식 가운데
  • "직후 진술이 정확하다"가 이 설계의 숨은 가정이라는 지적
  • "왜곡되었다"가 자료보다 강하다는 판정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오정보 쪽에 무게를 두는 답도, 그냥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는 답도 좋다. 어느 쪽이든 왜 그렇게 보는지의 근거가 있으면 된다. 다만 "그러므로 목격자 진술은 시간이 지나면 못 쓴다"로 넓히는 답은 오답이다. 이 자료는 그 결론을 지지하지 않고, 마지막 절에서 볼 대로 절차에 따라 진술의 값어치가 크게 달라진다.

예제 90

다음 두 질문 가운데 어느 쪽이 오정보를 넣을 위험이 큰지 고르고, 위험이 작은 쪽으로 진술을 받는 절차를 한 문장으로 적어라.

  • 가. "그 사람이 쓰고 있던 모자는 어떤 색이었습니까?"
  • 나. "그 사람의 인상착의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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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위험이 크다. 이 질문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목격자가 모자를 보지 못했더라도, 이 질문에 답하려면 모자를 상정해야 하고, 그렇게 상정한 모자가 이후의 진술에 남을 수 있다. 앞 절의 절차에서 동사 하나가 한 일과 같은 종류다.

나가 나은 이유. 아무것도 전제하지 않고, 목격자가 스스로 꺼내게 한다. 8장의 말로 하면 재인이 아니라 회상을 시키는 것이다.

절차. "먼저 아무것도 전제하지 않는 열린 질문으로 끝까지 말하게 하고, 구체적인 물음은 그다음에, 이미 나온 것에 대해서만 한다."

이것이 실제 수사 면담 지침의 뼈대다. 다만 여기서 맞바꿈이 하나 있다는 것을 적어 두어야 한다. 열린 질문만 쓰면 얻는 정보의 양이 줄어든다. 사람은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이 많다. 그래서 실제 지침은 열린 질문을 먼저 충분히 쓰고 나서 구체적인 질문으로 좁혀 가되, 좁힐 때 전제를 넣지 않는 형태를 쓰도록 짜여 있다. 정확성과 정보량 사이의 맞바꿈이고, 어느 한쪽을 0으로 만드는 절차는 없다.

어디서 왔는지가 함께 남지 않는다

앞 절의 결과들이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 하나 있다. 내용은 비교적 잘 남는데 그 내용이 어디서 왔는지는 함께 남지 않는다. 출처는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판단으로 채워진다. 이것을 출처 감시라 하고, 그 판단이 어긋난 것을 출처 혼동(source confusion)이라 한다.

기억이 어긋나는 흔한 방식은 없던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내용에 잘못된 출처가 붙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거짓말한다는 느낌 없이 틀린 진술을 할 수 있다
<기억이 어긋나는 흔한 방식은 없던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내용에 잘못된 출처가 붙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거짓말한다는 느낌 없이 틀린 진술을 할 수 있다>[원본 보기]

이 판단은 몇 가지에 기댄다. 감각의 세부가 또렷하면 직접 겪은 것으로 판단하기 쉽고, 스스로 만들어 낸 것에는 애쓴 흔적이 남으므로 그것으로 갈라내며, 다른 아는 것과 앞뒤가 맞으면 겪은 것으로 기울기 쉽다. 그런데 이 단서들은 모두 어긋날 수 있다.

여기서 상상 팽창(imagination inflation)이 나온다. 어떤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게 하면, 나중에 그 일을 실제로 겪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개리(Maryanne Garry)와 동료들이 1996년에 이 현상을 보고했다. 설명은 위의 그림 그대로다 — 그려 보면 그 장면에 감각의 세부가 붙고, 그 세부가 나중에 "겪은 것"의 신호로 잘못 읽힌다.

같은 구조를 아주 짧은 시간에 보이는 절차가 있다. 서로 강하게 이어진 낱말들을 들려주되 그 낱말들이 모두 가리키는 한 낱말만 빼 놓는 것이다.

들려주지 않은 낱말을 들었다고 보고하고, 실제로 들은 낱말에 대한 확신과 비슷한 정도로 확신한다. 오기억이 실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요점이다
<들려주지 않은 낱말을 들었다고 보고하고, 실제로 들은 낱말에 대한 확신과 비슷한 정도로 확신한다. 오기억이 실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요점이다>[원본 보기]

이 절차가 이 장에서 값어치가 큰 이유가 셋이다. 재현이 매우 잘 된다.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되고 독자가 스스로 해 보아도 대개 나온다. 기억이 녹화기가 아니라는 것을 한 번에 보인다. 그리고 오기억이 어떤 느낌인지를 직접 겪게 한다 — 확신의 크기가 맞는 기억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서 다리를 조심해서 놓아야 한다. 낱말 목록에서 나온 오기억과 겪은 사건에 대한 오기억이 같은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두 절차의 재료도 다르고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이 절차가 보이는 것은 "겪지 않은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다"는 원리이고, 실제 사건에 대해서는 앞 절의 연구들이 따로 필요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예제 91

이 절의 개념으로 다음을 설명하라. "어떤 사람이 어떤 소식을 확실한 사실로 말한다. 어디서 들었냐고 묻자 기억하지 못한다. 알고 보니 그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표시와 함께 전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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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 내용은 남고 출처는 남지 않았다. 그 소식의 내용은 여러 번 접하면서 익숙해졌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는 표시는 내용에 붙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났을 때의 맥락에 속한다. 맥락은 내용보다 빨리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사람은 무엇으로 그것을 사실로 판단했는가. 위의 그림에 있는 단서들이다. 익숙하다는 것, 그리고 이미 아는 다른 것들과 앞뒤가 맞는다는 것. 그런데 익숙함은 여러 번 접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지 그것이 사실이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본인의 관점에서는 아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물음으로는 이런 사태를 다룰 수 없고, 출처를 함께 남기는 절차가 필요해진다. 이 장 마지막 절의 개선 항목들이 모두 이 성질을 갖는다 — 사람의 정직함이 아니라 절차를 고친다.

덧붙일 것 하나. 이 예제를 "그러니 사람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로 읽으면 안 된다. 출처 판단은 대개 잘 작동한다. 이 절이 보이는 것은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어긋나는가이고, 그 조건을 알아야 그 조건을 피하는 절차를 만들 수 있다.

예제 92

가상의 연구다. 한 연구가 참가자에게 어릴 때 있었을 법한 사건 목록을 주고 "이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을 가능성"을 평정하게 했다. 그 뒤 그중 몇 개를 골라 자세히 상상해 보게 하고, 2주 뒤에 같은 평정을 다시 받았다. 상상한 사건의 평정이 올라갔다. 이 결과가 "상상하면 없던 기억이 생긴다"를 보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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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보인 것은 아니다. 잰 것과 결론 사이에 두 걸음이 있다.

첫째, 잰 것은 "일어났을 가능성"에 대한 평정이지 "기억"이 아니다. 평정이 올라간 것은 그 사건을 더 그럴듯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뜻일 수 있고, 그것은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생겼다는 것과 다르다. 실제로 이 구별 때문에 뒤의 연구들은 "그 일이 기억나는가"와 "그 일이 있었다고 믿는가"를 따로 묻는다. 둘은 갈라진다 — 있었다고 믿지만 기억나지는 않는 상태가 흔하다.

둘째, 평정이 올라간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데 시간을 썼으므로 그것이 더 쉽게 떠오르게 되었고, 쉽게 떠오르는 것을 더 그럴듯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10장에서 다룰 어림법이고, 기억이 생긴 것과 다른 기제다.

그러면 이 결과는 값어치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이 결과가 보이는 것은 "겪지 않은 일에 대한 판단이 상상만으로 움직인다"이고, 그것만으로도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떠올려 보라"고 요청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이 결과가 설명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상상은 그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올린다. 그것이 그 일에 대한 기억을 만들었다고 말하려면 기억과 믿음을 갈라 묻는 설계가 필요하다."

예제 93

이 절의 절차 가운데 낱말 목록을 쓰는 것을 두고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실험실 과제로는 실제 사건의 기억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이 비판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고, 그다음에 그 비판이 어디까지 맞는지 판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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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비판은 이 절차의 수치를 실제 사건에 옮기는 데 대해서는 옳고, 이 절차가 답하려는 물음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이 절차가 답하는 것은 겪지 않은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는가라는 존재 물음이고, 실제 사건 쪽의 근거는 오정보 연구들이 따로 대고 있다.

가장 강한 형태의 비판. 낱말 목록에서 일어나는 일과 겪은 사건에서 일어나는 일은 재료·시간·정서적 무게가 모두 다르다. 낱말 목록에서는 항목들이 하나의 뜻으로 강하게 수렴하도록 일부러 만들어졌고, 그런 수렴 구조는 실제 사건에 없다. 게다가 그 절차의 오기억은 몇 분 안에 일어나는데 실제 사건의 진술은 몇 달,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이 절차에서 나오는 효과의 크기나 조건을 실제 사건에 옮길 근거가 없다.

이 비판이 맞는 부분. 위의 내용은 대체로 맞다. 이 절차의 수치를 실제 사건에 옮길 수 없고, 두 절차의 오기억이 같은 기제라는 것도 확인된 바 없다. 실제로 두 종류의 오기억 경향이 개인 안에서 서로 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 비판이 지나친 부분. 이 절차는 "실제 사건의 기억이 얼마나 자주 어긋나는가"에 답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답하려는 것은 "겪지 않은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는가"라는 존재 물음이고, 그 물음에는 한 번의 깨끗한 시연으로 답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사건 쪽의 근거는 이 절차가 아니라 앞 절의 오정보 연구들과 실제 사건을 다룬 연구들이 따로 대고 있다.

판정. "이 절차는 원리를 보이는 자리에 쓰고, 크기와 조건을 말하는 자리에는 쓰지 않는다." 이것이 실험실 과제를 읽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에는 답하고 "얼마나 자주 있는가"에는 답하지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비판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을 것. 재료·시간·구조의 차이 가운데 최소 둘
  • 이 절차가 답하려는 물음이 존재 물음이라는 구별
  • 실제 사건 쪽의 근거는 다른 연구가 댄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절차의 값어치를 낮게 보는 답도 좋다. 두 종류의 오기억이 같은 기제라는 근거가 없다는 지적은 정당하고, 개인 안에서 두 경향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반대로 높게 보는 답도 좋다. 다만 "그러므로 실제 사건의 오기억도 흔하다"로 넓히는 답은 오답이고, "실험실 과제이므로 볼 것 없다"는 답도 오답이다.

생생함은 정확함이 아니다

큰 사건이 있었을 때 그 소식을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가 유난히 또렷하게 남는 일이 있다. 브라운(Roger Brown)과 쿨릭(James Kulik)이 1977년에 이것에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진처럼 그 순간이 통째로 찍힌다는 그림이었다.

이 주장을 검사하려면 사건 직후의 기록이 있어야 한다. 나중의 보고끼리 견주는 것으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는 큰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참가자를 모아 그날의 보고를 받아 두고, 그 뒤 여러 해에 걸쳐 같은 사람에게 다시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두 선이 갈라진다. 얼마나 생생하고 확신하는가는 거의 그대로인데 처음 적은 것과 맞는 정도는 떨어진다
<두 선이 갈라진다. 얼마나 생생하고 확신하는가는 거의 그대로인데 처음 적은 것과 맞는 정도는 떨어진다>[원본 보기]

결과는 이렇다. 이런 기억도 보통의 기억처럼 처음 기록과 어긋나 간다. 그런데 생생하다는 느낌과 확신은 거의 줄지 않는다. 이 어긋남이 이 절의 요점이고, 여러 추적 연구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사람이 자기 기억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쓰는 단서가 생생함인데, 이 자료는 그 단서가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8장 마지막 절에서 본 것과 같은 종류의 어긋남이다. 거기서는 술술 읽힘이 "안다"로 잘못 읽혔고, 여기서는 생생함이 "맞다"로 잘못 읽힌다.

다만 한 가지를 정확히 적어야 한다. 이런 기억이 유난히 부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연구들은 사건의 큰 줄거리는 잘 유지되고 주변 세부가 달라진다고 보고했다. 무너진 것은 "정확하다"가 아니라 "사진처럼 통째로 찍혀 변하지 않는다"는 원래의 주장이다.

예제 94

섬광기억 연구가 사건 직후의 기록을 반드시 받아 두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그 기록 없이 이 물음에 답하려는 설계가 왜 실패하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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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견줄 기준이 없으면 "달라졌다"를 말할 수 없다.

기록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보고를 받는 것뿐인데, 그것으로는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달라진 내용을 확신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의 보고만으로는 그 둘이 똑같이 보인다 — 확신은 어느 쪽에서나 높기 때문이다. 이 절의 결과가 바로 그 점이다.

그리고 실패하는 설계의 형태를 짚어 두자.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가"를 묻는 조사는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그것은 확신을 잰 것이지 정확성을 잰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조사가 "섬광기억은 오래 간다"는 결론과 함께 인용되는 일이 있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셋째로 보면, 무엇을 잰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자료다.

이 설계의 어려움도 함께 적어 둘 만하다. 큰 사건은 미리 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연구는 사건이 일어난 뒤 며칠 안에 급히 자료를 모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참가자를 고르는 방식이 제한된다. 그리고 여러 해에 걸쳐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야 하므로 4장에서 본 탈락 문제가 그대로 걸린다.

예제 95

어떤 사람이 "나는 그날 일을 지금도 눈앞에 보이듯 기억한다. 그러니 내 기억이 맞다"고 말한다. 이 추론을 평가하라. 그리고 이 추론이 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도 함께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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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추론은 생생함을 정확성의 근거로 삼는데, 이 절의 자료가 보인 것은 그 둘이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제가 참이어도 결론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평가 — 전제가 결론을 떠받치지 못한다. 이 절의 자료가 보인 것이 정확히 그것이다. 생생함과 확신은 거의 유지되는데 처음 기록과의 일치도는 떨어진다. 그러므로 "생생하다"에서 "맞다"로 가는 걸음이 자료로 지지되지 않는다.

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가. 이유가 둘이다. 첫째, 일상에서는 이 둘이 대체로 함께 간다. 방금 있었던 일은 생생하고 정확하다. 그래서 생생함을 정확성의 신호로 쓰는 습관이 대개는 잘 작동하고, 그 습관이 오래된 기억으로 그대로 옮겨 간다. 둘째, 어긋났다는 것을 알아챌 방법이 없다. 자기 기억이 달라졌는지 확인하려면 그때의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없다. 그래서 어긋난 기억도 어긋나지 않은 기억과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이 자기 기억을 더 잘 판단하는 방법은 이 장이 알려 줄 수 없다. 이 장이 알려 주는 것은 그런 판단이 왜 어려운가이고, 그래서 중요한 자리에서는 개인의 확신 대신 기록과 절차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절이 그 절차의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 예제를 "그러니 사람의 기억은 믿을 수 없다"로 읽으면 지나치다. 기억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충분히 잘 작동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확성이 크게 걸려 있고 확인할 방법이 없는 자리이고, 그런 자리가 바로 다음 절의 주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생생함과 정확성이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자료의 지적
  • 그 추론이 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설명 하나
  • 개인의 판단 대신 기록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결론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큰 줄거리는 대체로 유지된다는 점을 들어 이 사람의 기억을 어느 정도 신뢰하는 답도 좋다. 실제로 무엇이 유지되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항목에 따라 다르다. 다만 "생생하니 맞다"를 그대로 두는 답도, "생생하니 오히려 틀렸다"로 뒤집는 답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이 자료가 말하지 않는 것이다.

목격자 증언 — 연구가 절차를 바꾼 자리

앞의 세 절을 한데 모으면 이렇게 된다. 기억은 사건 뒤에 들어온 정보로 바뀌고, 내용에 출처가 잘못 붙을 수 있으며, 확신은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셋이 모두 걸리는 자리가 하나 있다 — 목격자의 진술과 지목이다.

이 자리가 무거운 이유는 목격자의 지목이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무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 있게 "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낮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뒤에 유전자 검사로 뒤집힌 유죄 판결들을 모아 보니, 목격자의 오인이 가장 흔하게 관여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이 오인을 늘린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무기가 있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얼굴에 대한 기억이 나빠진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나왔고, 다른 인종의 얼굴을 알아보는 성적이 낮다는 결과도 마찬가지로 확인되었다. 두 효과 모두 있고, 크기는 중간 이하로 보고되었다.

여기까지가 문제이고, 다음이 이 장의 결말이다. 이 결과들이 실제 절차를 바꿨다.

각 항목이 어느 연구 결과에 대응하는지를 본다. 이 절차 개선은 취향이 아니라 기억 연구의 결과가 그대로 옮겨 간 자리다
<각 항목이 어느 연구 결과에 대응하는지를 본다. 이 절차 개선은 취향이 아니라 기억 연구의 결과가 그대로 옮겨 간 자리다>[원본 보기]

다섯 항목이 각각 이 문서에서 이미 본 것에 대응한다.

미국에서는 1999년에 수사기관용 안내서가 나왔고, 2014년에는 국립 아카데미가 이 분야의 근거를 정리한 보고서를 냈다. 심리학 연구가 제도의 문장으로 옮겨 간 드문 사례다.

그런데 다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 절에는 2015년 이전 개론서와 지금의 서술이 다른 자리가 둘 있다. 6장의 규칙대로, 바뀐 쪽을 서술의 주어로 삼는다.

첫째, 한꺼번에 보일 것인가 한 사람씩 보일 것인가. 한동안 한 사람씩 차례로 보이는 쪽이 낫다는 권고가 널리 퍼졌다. 이유는 그럴듯했다 — 한꺼번에 보면 서로 견주어 가장 닮은 사람을 고르게 되고, 차례로 보면 각각을 기억과 견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뒤에 같은 자료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하면 결론이 달라진다는 반론이 나왔다. 차례로 보이는 절차는 지목 자체를 줄이는데, 그러면 잘못된 지목만이 아니라 옳은 지목도 함께 준다. 어느 쪽이 나은지를 판정하려면 맞힌 비율과 틀린 비율을 함께 놓고 봐야 하고, 그렇게 보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느 쪽이 낫다고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분석에 쓰이는 틀이 신호탐지이론이고 12장이 그것을 세운다.

둘째, 확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동안 "확신은 정확성을 예측하지 못한다"가 표준적인 서술이었다. 앞 절의 섬광기억 결과와도 어울리는 서술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다수설은 조건을 붙인다 — 오염되지 않은 절차에서, 첫 지목 시점에 잰 확신은 상당한 정보를 담는다. 확신이 쓸모없어 보였던 것은 대개 뒤에 오염된 확신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위의 네 번째 항목 — 지목 직후에 확신을 적어 두라 — 이 중요해졌다.

이 둘을 이 장에 남겨 두는 이유가 있다. "연구가 제도를 바꿨다"는 이야기는 대개 여기서 끝나지만, 실제로는 바꾼 뒤에도 계속 다시 검사된다. 그리고 그 재검사에서 권고 하나가 흔들리고 다른 하나가 세워졌다. 이것이 실패가 아니라 이 분야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예제 96

지목 절차에서 진행자가 누가 용의자인지 모르게 하는 것이 왜 필요한가. 진행자가 정직하다면 문제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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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함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유가 셋이다.

첫째, 새어 나가는 신호가 의도적이지 않다. 6장에서 본 실험자 기대 효과가 정확히 이것이다. 목격자가 용의자 앞에서 잠시 멈췄을 때의 자세, 다른 사람을 가리켰을 때의 되묻는 말투, 시선의 방향 — 이런 것들은 본인도 알아채지 못한 채 달라진다. 정직함은 알아챈 것에만 작동한다.

둘째, 지목 이후가 더 문제다. 목격자가 용의자를 골랐을 때 진행자가 무심코 "네" 하고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목격자의 확신이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앞 절에서 본 대로, 올라간 확신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나중에 그 사건을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오염이 지목이 아니라 확신에 남는다.

셋째,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신호가 새어 나갔는지를 나중에 판정할 수단이 없으므로, 절차 자체가 그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4장에서 은폐를 설계에 넣는 이유와 같다 — 은폐는 연구자를 의심해서 넣는 것이 아니라, 의심할 필요가 없게 만들려고 넣는 것이다.

이것이 이 절 전체를 관통하는 발상이기도 하다. 개선 항목들은 모두 사람의 정직함이나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요구하는 것은 절차이고, 절차는 검사할 수 있다.

예제 97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두 지목 절차를 견주었다. 한꺼번에 보이는 절차에서는 용의자를 옳게 지목한 비율이 더 높았고, 차례로 보이는 절차에서는 잘못 지목한 비율이 더 낮았다. 어느 절차가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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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이 물음의 요점이다.

두 절차가 서로 다른 지표에서 이겼다. 하나는 맞히는 쪽이 낫고 하나는 틀리지 않는 쪽이 낫다. 어느 쪽을 고를지는 자료가 아니라 무엇을 더 나쁘게 볼 것인가가 정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두 지표를 각각 보는 것으로는 절차가 정말 더 나은지를 알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어떤 절차가 지목을 전반적으로 덜 하게 만들면, 옳은 지목과 틀린 지목이 함께 줄어든다. 그것은 절차가 두 가지를 더 잘 가려낸다는 뜻이 아니라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뜻일 뿐이다. 반대로 같은 조심성으로 맞추어 놓고 견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물음을 다루려면 "얼마나 잘 가려내는가"와 "얼마나 조심스러운가"를 갈라 주는 틀이 필요하다. 그 틀이 12장의 신호탐지이론이다.

그리고 이것이 앞 절에서 적은 논쟁의 실제 내용이다. 한동안 널리 권고되던 절차가 뒤집힌 것이 아니라, 그 권고를 떠받치던 분석 방식이 두 가지를 갈라 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금은 어느 쪽이 낫다고 확정되지 않았고, 이 문서는 그 상태를 그대로 적는다.

예제 98

앞의 다섯 개선 항목 가운데 이 문서의 앞 장들에서 이미 나온 원리에 대응하는 것을 각각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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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를 모르게 한다 — 6장의 실험자 기대 효과, 그리고 4장의 은폐. 원리가 그대로 옮겨 왔다.

범인이 없을 수도 있다고 알린다 — 8장의 인출 단서와 이 장의 오정보 효과. 안내 없는 절차는 "이 안에 있다"를 전제로 깔고, 전제가 깔린 물음이 답을 만든다는 것을 이 장 앞부분에서 보았다.

함께 세우는 사람들을 진술에 맞춰 고른다 — 4장의 통제 조건. 견줄 것이 제대로 갖춰져야 결론이 나온다. 용의자만 진술과 맞는 지목 절차는 조건이 하나뿐인 실험과 같다.

지목 직후에 확신을 적는다 — 이 장의 섬광기억 절과 오정보 절. 확신은 뒤에 들어오는 것으로 바뀌므로, 바뀌기 전의 값을 남겨 두어야 한다.

절차를 기록한다 — 6장의 사전등록과 성질이 같다. 나중에 재구성할 수 없도록 그 시점에 남겨 두는 것이다.

이 대응을 짚어 보는 것이 이 예제의 목적이다. 이 절차 개선은 목격자 연구에서만 나온 특수한 규칙이 아니라, 이 문서가 3장부터 세워 온 방법론이 하나의 실무 장면에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문서가 방법론을 앞쪽 본체에 둔 이유이기도 하다.

예제 99

이 장 전체를 근거로, 다음 주장을 평가하라. "기억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목격자의 증언은 증거로 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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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주장은 방향은 옳게 잡았으나 결론이 자료보다 훨씬 강하다. 옳게 잡은 부분부터 적으면, 목격자의 진술이 절차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과 확신이 정확성의 좋은 지표가 아니라는 것은 이 장이 다룬 대로 확인된 결과다. 그러나 "쓰지 말아야 한다"로 가는 데에는 세 가지가 빠져 있다. 첫째, 이 장의 결과는 기억이 언제나 어긋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긋나는가를 밝힌 것이다. 그 조건들이 밝혀졌기 때문에 그것을 줄이는 절차가 만들어졌고, 잘 짜인 절차에서 얻은 지목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무게로 다룰 수 없다. 둘째, 오염되지 않은 절차의 첫 확신은 상당한 정보를 담는다는 것이 지금의 다수설이다. "확신은 쓸모없다"는 옛 서술을 근거로 삼으면 지금의 자료와 어긋난다. 셋째, 대안의 비용이 계산에 들어 있지 않다. 목격자 진술을 통째로 배제하면 다른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아무 판단도 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가 더 나은지는 이 장의 자료가 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확한 형태는 이렇다 — "목격자의 진술은 그것이 어떤 절차로 얻어졌는지와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절차가 그 진술의 값어치를 크게 바꾸며, 그것이 이 분야가 실제로 제안해 온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장의 결과가 "조건"에 대한 것이라는 지적
  • 절차의 좋고 나쁨에 따라 같은 종류의 증거를 다르게 다뤄야 한다는 결론
  • 확신에 대한 서술이 바뀌었다는 표시. 옛 서술을 그대로 쓰면 안 된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목격자 진술의 무게를 지금보다 훨씬 낮게 두어야 한다는 답은 좋다. 실제로 그 방향의 권고가 있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이 분야의 결과를 설명하는 절차를 두자는 제안도 있다. 반대로 잘 짜인 절차의 지목은 상당히 믿을 만하다는 답도 좋다. 다만 "기억은 믿을 수 없다"를 근거로 삼는 답은 오답이다. 그것은 이 장의 결론이 아니라 이 장을 뭉뚱그린 것이고, 6장에서 본 "심리학은 다 엉터리다"와 같은 종류의 잘못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망각 곡선 / 절약시간에 따라 남는 양이 줄어드는 모양 / 다시 배울 때 줄어든 시간으로 남은 것을 재는 지표
소멸 / 간섭(interference)시간 자체가 원인이라는 설명 / 그 사이에 들어온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
순행 간섭 / 역행 간섭앞의 것이 뒤의 것을 방해 / 뒤의 것이 앞의 것을 방해. 이름은 방해가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사건 뒤에 들어온 정보가 그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바꾸는 것. 원인은 미결이지만 현상은 정설이다
출처 감시 / 출처 혼동이 내용이 어디서 왔는지를 그때그때 판단하는 일 / 그 판단이 어긋난 것
상상 팽창(imagination inflation)어떤 일을 그려 보면 그 일을 겪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오르는 것
오기억 목록 절차서로 이어진 낱말들을 들려주고 그 낱말들이 가리키는 한 낱말만 빼는 절차. 재현이 매우 잘 된다
섬광기억(flashbulb memory)큰 사건의 소식을 들은 순간에 대한 또렷한 기억. 생생함은 유지되고 일치도는 떨어진다
무기 초점 / 타인종 효과무기가 있으면 얼굴 기억이 나빠지는 것 / 다른 인종의 얼굴 재인 성적이 낮은 것. 둘 다 확인되었고 크기는 중간 이하
지목 절차의 다섯 개선진행자 은폐 / 없을 수도 있다는 안내 / 진술에 맞춘 대조 인물 / 즉시 확신 기록 / 절차 기록
확신의 재평가오염되지 않은 절차의 첫 확신은 상당한 정보를 담는다는 것이 지금의 다수설. 옛 서술과 다르다
사람 · 자료이 문서에서의 자리
에빙하우스 (Hermann Ebbinghaus)1885년 망각 곡선과 절약.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했고 재료는 뜻이 없었다
로프터스 (Elizabeth Loftus) 와 파머 (John Palmer)1974년 오정보 효과. 질문의 동사 하나가 나중의 보고를 바꿨다
존슨 (Marcia Johnson) 과 동료들1993년 출처 감시 틀
개리 (Maryanne Garry) 와 동료들1996년 상상 팽창
뢰디거 (Henry Roediger) 와 맥더모트 (Kathleen McDermott)1995년 오기억 목록 절차
브라운 (Roger Brown) 과 쿨릭 (James Kulik)1977년 섬광기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탈라리코 (Jennifer Talarico) 와 루빈 (David Rubin)2003년 추적 연구. 확신과 일치도가 갈라졌다
미국 국립 아카데미 보고서 (2014)목격자 지목에 대한 근거를 정리했다. 어느 제시 방식이 나은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윅스테드 (John Wixted) 와 웰스 (Gary Wells)2017년 확신과 정확성의 관계를 다시 정리했다

다음 장은 기억에서 판단으로 옮겨 간다. 이 장에서 본 "확신이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가 10장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오고, 이 장의 상상 팽창은 10장의 가용성과 이웃해 있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생각하기

8장과 9장은 남은 것을 다뤘다. 이 장은 그 남은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를 다룬다. 묶고, 풀고, 판단하는 일이다.

이 장은 이 문서에서 가장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 장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다루는 결과들의 재현 상태가 항목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되었고, 어떤 것은 표현을 조금 바꾸면 사라지며, 어떤 것은 대규모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으로 나왔다. 이중과정 이론이 지금 놓인 자리 — 다수설이되 크게 흔들렸다 — 가 이 장의 사정을 요약한다. 이 장을 "사람은 이러이러하게 비합리적이다"의 목록으로 읽으면 안 된다. 그런 목록이야말로 지난 십 년 사이에 가장 많이 줄어든 목록이다.

그런데 이 장에는 정반대 성격의 절도 하나 있다. 기저율 무시다. 이것은 검사할 수 있고, 계산으로 확인되며, 고치는 방법까지 알려져 있다. 5장의 효과크기, 6장의 네 물음과 함께 독자가 이 문서를 덮은 뒤에 가장 자주 쓰게 될 도구다. 그래서 그 절에는 계산형 예제를 여럿 두었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혼입변수를, 5장에서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9장의 상상 팽창이 이 장의 가용성 옆에 놓인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확률의 수학은 이 문서의 몫이 아니다. 조건부확률과 베이즈 정리의 유도가 필요하면 확률 문서를 보면 된다. 이 장은 공식을 쓰지 않고 개수를 세는 방식으로만 다룬다. 그것이 이 장의 요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묶어서 다룬다 — 개념과 범주

세상의 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다루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처음 보는 물건을 만나도 "이건 의자다"라고 묶을 수 있어야 앉아도 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묶는 단위를 개념(concept), 묶인 무리를 범주(category)라 한다.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세 번 바뀌었고, 지금은 어느 하나가 이긴 상태가 아니다.

세 관점이 순서대로 서로의 문제를 받아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가 이긴 것이 아니라 셋이 각각 설명하는 자리를 나눠 가진다
<세 관점이 순서대로 서로의 문제를 받아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가 이긴 것이 아니라 셋이 각각 설명하는 자리를 나눠 가진다>[원본 보기]

가장 오래된 답은 개념은 정의라는 것이다.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의 목록이 있고 그것을 다 갖추면 들어간다. 수학과 법의 개념은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일상 개념의 정의를 실제로 적어 보면 반례가 계속 나온다. "의자"의 정의에 다리 넷을 넣으면 다리 하나짜리 의자가 반례가 되고, 앉는 데 쓴다는 것을 넣으면 앉을 수 없는 장식 의자가 반례가 된다.

더 결정적인 것은 시간이다. 정의를 만족하는지 따지는 일이라면 같은 범주의 구성원들은 비슷한 시간에 판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셋 다 새인데 판단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범주 안에도 가운데와 가장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셋 다 새인데 판단에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범주 안에도 가운데와 가장자리가 있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이것이 전형성 효과(typicality effect)다. 사람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전형적인 새인가"를 평정하게 하면 답이 꽤 일치하고, 그 평정값이 판단 시간, 먼저 떠올리는 순서, 새로운 사실을 그 범주 전체로 넓혀 생각하는 정도와 나란히 움직인다. 로쉬(Eleanor Rosch)가 1970년대에 이 결과들을 정리했고, 여기서 원형(prototype)이라는 답이 나왔다 — 범주마다 전형적인 모습이 있고 그것과 닮은 정도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원형에도 걸리는 자리가 있다. 사람은 드문 사례에 대한 앎을 잃지 않는다. 펭귄이 특이한 새라는 것을 알고 있고, 평균만 저장한다면 그 앎이 어디서 오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례(exemplar) 관점이 나왔다. 평균을 따로 만들지 않고 겪은 개별 사례들을 저장해 두었다가 새것을 그것들과 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셋 위에 하나가 더 얹힌다. 무엇을 "닮았다"고 셀지가 이미 아는 것에 딸려 있다. 같은 두 사물이 어떤 앎 아래서는 닮았고 다른 앎 아래서는 닮지 않았다. 그러므로 닮음만으로는 개념을 설명할 수 없고, 우리가 가진 이론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지금의 표준적인 그림은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 어느 설명이 잘 듣는지를 나누는 쪽이다.

예제 100

전형성 효과가 "개념은 정의다"라는 관점에 왜 문제가 되는가. 그 관점을 지키려는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론은 무엇이며, 그 반론을 어떻게 검사할 수 있는가.

풀이 보기

모범답안. 정의를 확인하는 일이라면 어느 사례든 같은 작업을 거치므로 판단 시간이 체계적으로 갈릴 이유가 없다. 그런데 갈리고, 그 방향이 전형성 평정과 나란히 간다. 이것을 구하려는 쪽에서는 그 차이가 개념의 구조가 아니라 낱말을 알아보는 단계에서 생겼다고 말할 수 있고, 그 반론은 낱말이 쓰이는 빈도를 맞춰 놓고 견주는 것으로 검사된다.

문제가 되는 이유. 정의를 만족하는지 따지는 일이라면, 어떤 사례든 자질 목록을 확인하는 같은 작업을 거친다. 그러면 판단 시간이 이렇게 체계적으로 갈릴 이유가 없다. 그리고 갈리는 방향이 전형성 평정과 나란히 간다는 것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가장 강한 반론. 판단 시간의 차이가 개념의 구조가 아니라 다른 것에서 온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사례는 대개 더 자주 만나는 것이고, 그 낱말을 더 자주 읽고 말한다. 그러면 그 낱말을 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부터 짧을 것이다. 판단 시간의 차이가 낱말을 알아보는 단계에서 이미 생긴 것이라면, 개념의 구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진지한 반론이고 실제로 제기되었다.

어떻게 검사하는가. 낱말이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를 재서 맞춰 놓고 견주면 된다. 자주 쓰이는 정도가 같은 두 낱말 가운데 하나는 전형적이고 하나는 덜 전형적인 짝을 골라 판단 시간을 비교하는 것이다. 4장의 말로 하면 혼입변수를 짝맞춤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판단 자체를 요구하지 않는 과제 — 그냥 낱말을 읽게 하는 과제 — 에서도 같은 차이가 나오는지 보면, 그 차이가 어느 단계에서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은 "시간 차이가 났다"는 자료가 그 자체로는 어느 단계의 이야기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단계인지를 정하는 것은 자료가 아니라 그 자료를 얻은 설계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정의 관점이라면 시간 차이가 생길 이유가 없다는 지적
  • 반론을 반박하기 쉬운 형태로 요약하지 않을 것. 낱말 수준의 대안 설명을 실제로 세울 것
  • 그 반론을 검사하는 방법 — 빈도를 맞춰 놓고 견주기, 또는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 과제와 견주기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다른 반론을 드는 답도 좋다. 전형성 평정 자체가 판단 시간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지적도 진지한 반론이다. 검사 방법도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다만 "정의 관점은 낡았으니 틀렸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다. 왜 틀렸는지를 자료로 보이는 것이 이 예제가 요구하는 것이다.

예제 101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참새가 병에 걸렸다"는 문장과 "펭귄이 병에 걸렸다"는 문장을 각각 주고, "그러면 모든 새가 그 병에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앞의 문장을 받은 조건에서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 결과를 앞 절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이것이 비합리적인가를 판정하라.

풀이 보기

설명. 전형적인 사례에서 얻은 사실은 그 범주 전체로 잘 넓혀지고, 가장자리 사례에서 얻은 사실은 덜 넓혀진다. 이것은 전형성 효과가 나타나는 표준적인 자리 가운데 하나다. 범주가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의 두 값이라면 어느 구성원에서 얻은 사실이든 똑같이 넓혀져야 하므로, 이 결과도 앞 절의 결론을 떠받친다.

비합리적인가 — 그렇게 보기 어렵다. 이 점이 이 예제의 핵심이다. 전형적인 구성원은 대개 그 범주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통점이 많고, 가장자리 구성원은 특이한 점을 여럿 갖는다. 그러므로 전형적인 사례에서 얻은 사실이 실제로 더 잘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판단은 어림잡은 것이지만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구별을 이 장 전체에 걸쳐 붙들고 있어야 한다. 어림잡는 방식이 어떤 상황에서 틀린 답을 낸다는 것과 그 방식이 나쁜 방식이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장 뒤쪽에서 볼 어림법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이 연구자의 관심을 끈 이유는 틀리는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지 그 방식이 대체로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실험실에서 틀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상황에서 자주 틀린다는 것 사이에는 네 물음의 넷째가 놓여 있다.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푼다는 것은 지금 있는 상태에서 목표 상태로 가는 길을 찾는 일이다. 이 그림을 문제 공간이라 하고, 넷으로 이루어진다 — 지금 상태, 목표 상태, 상태를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수, 그리고 하면 안 되는 것.

막히는 자리가 대개 어떻게 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쓸 수 있다고 보는가에 있다. 공간을 좁게 잡으면 답이 그 밖에 있게 된다
<막히는 자리가 대개 어떻게 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쓸 수 있다고 보는가에 있다. 공간을 좁게 잡으면 답이 그 밖에 있게 된다>[원본 보기]

길을 고르는 방식은 크게 둘이다. 모든 길을 다 따져 보는 것은 답이 있으면 반드시 찾지만 문제가 조금만 커져도 길의 수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난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림법(heuristic)을 쓴다 — 답에 가까워 보이는 쪽으로만 가는 것이다. 빠른 대신 놓칠 수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자주 쓰이는 어림법 셋이 있다. 지금과 목표의 차이를 줄이는 수를 고르기,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쪼개기, 목표에서 거꾸로 내려오기다. 첫 번째는 강력하지만 함정이 있다 — 목표에서 일부러 멀어져야 하는 수가 필요한 문제에서는 그 수를 고르지 못한다.

막히는 자리는 대개 둘 가운데 하나다. 쓰임에 갇힘은 어떤 물건을 늘 쓰던 쓰임으로만 보는 것이다. 상자에 든 압정으로 초를 벽에 붙이는 유명한 문제에서, 상자를 "압정을 담는 통"으로만 보면 상자를 받침으로 쓰는 수가 아예 목록에 들어오지 않는다. 굳어진 방식은 앞의 몇 문제에서 통했던 방식을 계속 쓰는 것이다. 더 짧은 길이 생겨도 그 길을 보지 않는다.

둘의 공통점이 중요하다. 길을 잘못 고른 것이 아니라 공간을 좁게 잡은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생각하는 것으로는 잘 풀리지 않고, 문제를 다시 적어 보거나 잠시 떨어졌다 오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잠시 떨어졌다 오는 것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작지만 0은 아닌 것으로 보고되었다.

가설을 검사하는 방식

문제해결과 이웃한 자리에 판단의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규칙이 있는지 알아내려 할 때 사람들이 자기 짐작에 맞는 사례를 주로 시험한다는 것이다.

웨이슨(Peter Wason)이 만든 절차가 표준적이다. 참가자에게 수 세 개를 주고 "이 셋은 내가 생각한 규칙에 맞는다"고 알려 준다. 참가자는 다른 셋을 제안할 수 있고, 그때마다 맞는지 아닌지를 듣는다. 규칙을 알아냈다고 생각하면 답하면 된다. 이때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기 짐작에 맞는 예만 계속 제안한다. 그리고 그 예들이 계속 "맞다"고 나오므로 확신이 커진다.

문제는 이렇다. 맞는 예를 아무리 많이 찾아도 짐작이 실제 규칙보다 좁을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 자기 짐작에 어긋나는 예를 일부러 제안해 보는 것. 그 예가 "맞다"고 나오면 짐작이 좁았다는 것이 곧바로 드러난다.

이 구조는 이 문서의 방법론과 곧바로 이어진다. 6장에서 본 사전등록등록보고서가 하는 일이 이것이다. 결과를 보기 전에 "무엇이 나오면 내 가설이 틀린 것인가"를 적어 두게 만드는 것. 그리고 이 물음의 철학적 뼈대는 철학 문서 8·9장이 다룬다.

예제 102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상자에 담긴 압정과 초를 주고 초를 벽에 붙이게 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압정을 상자에 담아 주었고, 나머지에게는 압정과 빈 상자를 따로 놓아 주었다. 뒤의 조건에서 푸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 조작이 무엇을 바꾼 것인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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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꾼 것은 문제 공간의 "쓸 수 있는 수" 목록이다. 상자가 압정을 담고 있으면 그 상자는 "용기"라는 쓰임으로 보이고, 그 상태에서 상자는 재료가 아니라 포장이다. 따로 놓여 있으면 그것이 하나의 물건으로 보이고, 받침으로 쓰는 수가 목록에 들어온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셋이다.

첫째, 두 조건에 주어진 물건은 완전히 같다. 달라진 것은 배치뿐이다. 그러므로 이 차이는 참가자가 가진 지식이나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문제가 제시된 방식의 차이다.

둘째, 이것이 "더 열심히 생각하면 풀린다"는 조언이 잘 듣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막힌 것이 길을 찾는 단계가 아니라 후보를 세우는 단계이므로, 같은 후보 목록 안에서 더 열심히 찾아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셋째, 이 결과에서 "창의성을 기르는 법"으로 건너뛰면 안 된다. 이 실험이 보인 것은 특정 과제에서 배치를 바꾸면 성적이 달라진다는 것이고, 사람이 일반적으로 더 유연해지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네 물음의 넷째다.

예제 103

웨이슨의 절차에서 참가자가 "2, 4, 6"을 보고 "2씩 커지는 수"라고 짐작했다고 하자. 이 짐작을 가장 효율적으로 검사하는 다음 제안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들이 대개 무엇을 제안하는지, 왜 그것이 덜 유용한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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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효율적인 제안은 짐작에 어긋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 2, 3" 이나 "3, 7, 100" 처럼 2씩 커지지 않는 셋을 내놓는 것이다.

왜 그런가. 두 경우를 따져 보면 된다. 그것이 "맞다"고 나오면 짐작이 틀렸다는 것이 한 번에 드러난다. "아니다"라고 나오면 짐작이 살아남고, 게다가 규칙이 그 방향으로는 넓지 않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어느 쪽 답이 나와도 무언가를 얻는다.

사람들이 대개 제안하는 것은 "8, 10, 12" 같은 것이다. 짐작에 맞는 예다. 그리고 이것은 거의 언제나 "맞다"고 나온다.

왜 덜 유용한가. 어느 쪽 답이 나오든 얻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맞다"가 나오는 것은 짐작이 옳을 때도, 짐작보다 넓은 규칙일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결과는 두 경우를 구별하지 못한다. 어떤 검사가 유용한지는 그 검사가 두 가능성을 갈라 주는가로 정해지지, 지지하는 결과가 나오는가로 정해지지 않는다.

여기서 이 절차를 읽을 때의 주의도 하나 적어 둔다. 이 결과를 "사람은 반증을 싫어한다"로 읽는 것은 지나치다. 맞는 예를 시험하는 것은 대부분의 일상 상황에서 나쁜 전략이 아니고, 이 과제가 특별한 이유는 규칙이 짐작보다 넓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짐작이 실제 규칙보다 넓거나 어긋난 경우라면 맞는 예를 시험하는 것도 정보를 준다. 이 과제가 보이는 것은 사람의 성향이라기보다 이 구조에서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어림잡아 판단하기 — 그리고 그 재현 상태

앞 절의 어림법은 문제를 푸는 자리에 있었다. 판단하는 자리에도 같은 것이 있다. 확률이나 빈도를 따져야 할 때, 사람은 계산하는 대신 더 쉬운 다른 물음으로 바꿔 답하는 경우가 많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카너먼(Daniel Kahneman)이 1970년대에 이 방향을 열었다.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절이다. 세 어림법의 재현 상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씩 따로 판정한다.

대표성 — 얼마나 닮았는가로 답한다

어떤 것이 어느 범주에 속할 확률을 물으면, 사람들은 그것이 그 범주의 전형적인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가로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대표성 어림법이라 한다.

가장 유명한 시연은 결합 오류다. 어떤 사람에 대한 서술을 주고, "이 사람이 A이다"와 "이 사람이 A이면서 B이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지 묻는다. 서술이 B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져 있으면, 상당수가 뒤의 것을 고른다. 그런데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는 언제나 한 조건만 만족하는 경우에 포함되므로, 뒤의 것이 더 그럴듯할 수 없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답이다.

판정. 이 현상 자체는 되풀이해 관찰된다. 그러나 표현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도 함께 확인되었다. 같은 내용을 "100명 가운데 몇 명이 A이겠는가"처럼 빈도로 물으면 오답이 크게 줄어든다. 이 관찰을 근거로, 사람들이 확률에 대해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럴듯하다"는 낱말을 논리학의 확률이 아닌 다른 뜻으로 읽은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고, 이 논쟁은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사람은 결합 오류를 저지른다"로 적지 않고, "어떤 표현에서는 저지르고 어떤 표현에서는 크게 줄어든다"로 적는다. 그리고 이 사실 자체가 다음 절의 예고다 — 표현을 바꾸면 판단이 좋아진다.

가용성 — 떠오르는 정도로 답한다

어떤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물으면, 사람들은 그런 일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로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가용성 어림법이라 한다.

이 방식이 대체로 잘 작동한다는 점을 먼저 적어야 한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실제로 더 쉽게 떠오른다. 문제는 떠오르기 쉬운 정도가 빈도 말고 다른 것에도 딸려 있다는 데 있다 — 최근에 겪었는가, 인상이 강했는가, 많이 보도되었는가. 그래서 크게 다루어진 드문 사건의 빈도는 올려 잡고 조용히 자주 일어나는 일의 빈도는 내려 잡는 어긋남이 생긴다.

판정. 방향 자체는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다. 다만 무엇이 이 판단을 만드는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 떠오른 사례의 내용인지, 떠올리는 일이 얼마나 수월했는가라는 느낌인지. 뒤쪽을 지지하는 절차들이 제안되었으나 그 결과들의 재현 상태는 항목마다 다르다.

9장과의 이음새를 짚어 두자. 상상 팽창은 그려 본 일이 겪은 일로 판단되는 현상이었고, 여기서는 떠오르는 일이 자주 있는 일로 판단된다. 둘 다 "쉽게 떠오른다"를 다른 것의 신호로 읽는 것이다. 8장의 "술술 읽힘을 안다로 읽는다"까지 세 자리가 같은 모양이다.

기준점 — 먼저 본 수에 끌린다

어떤 양을 추정하기 전에 아무 수나 하나 보여 주면, 추정값이 그 수 쪽으로 끌린다. 이것을 기준점 효과라 한다.

몇몇 사람이 이상하게 답한 것이 아니라 두 집단의 분포 전체가 옆으로 밀렸다
<몇몇 사람이 이상하게 답한 것이 아니라 두 집단의 분포 전체가 옆으로 밀렸다>[원본 보기]

판정 — 이 절에서 재현 상태가 가장 좋다.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대규모 재현 프로젝트에서 여러 나라의 표본에 걸쳐 되풀이되었다. 6장에서 본 다중연구실 재현의 결과 가운데 잘 버틴 쪽에 속한다.

이 대비가 이 절의 요점이다. "판단의 편향"이라는 한 이름으로 묶여 소개되는 것들의 재현 상태가 실제로는 크게 다르다. 어떤 것은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되고, 어떤 것은 표현을 바꾸면 줄어들며, 어떤 것은 방향만 남고 무엇이 그 판단을 만드는지가 정리되지 않았다. 이 목록 바깥에는 대규모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으로 나온 것도 있다 — 18장이 그런 항목들을 모아 다룬다. 그러므로 이 목록을 통째로 믿는 것도, 통째로 버리는 것도 옳지 않다. 항목마다 따로 물어야 한다.

예제 104

다음 두 서술 가운데 이 문서가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을 고르고 이유를 밝혀라.

  • 가. "사람은 확률을 계산하지 못하고 닮음으로 판단한다."
  • 나. "어떤 표현에서는 닮음에 기대어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같은 내용을 빈도로 적으면 그 경향이 크게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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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쓸 수 있고 가는 쓸 수 없다.

가가 안 되는 이유가 셋이다. 첫째, "못 한다"가 자료보다 강하다. 같은 사람들이 표현을 바꾸면 상당히 잘 답한다.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표현에서 다른 방식을 쓰는 것이다. 둘째, "사람은"이 표본을 지운다. 어떤 표본에서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가 빠졌다. 셋째, 결론의 방향이 성향에 대한 주장으로 넘어갔다. 자료가 보인 것은 특정 문항에서의 응답 분포이고, 이 서술은 사람의 판단 능력 전반에 대해 말한다.

나가 되는 이유. 조건을 달았다. 어떤 표현에서 나타나는지, 무엇을 바꾸면 달라지는지가 문장 안에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검사할 수 있다 — 표현을 바꿔 재 보면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일 만하다. 나가 가보다 재미없어 보인다는 것이 이 분야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조건이 붙은 서술은 옮겨지면서 조건이 떨어져 나가고, 남는 것은 가 같은 문장이다. 9장에서 본 출처 혼동과 같은 일이 여기서도 일어난다 — 내용은 남고 그 내용에 붙어 있던 조건은 남지 않는다.

예제 105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어떤 나라의 인구를 추정하게 하되, 절반에게는 먼저 "그 나라 인구가 500만 명보다 많은가"를, 나머지에게는 "5,000만 명보다 많은가"를 물었다. 그 뒤의 추정값이 두 조건에서 크게 달랐다. 참가자에게 "방금 본 수는 무작위로 정해진 것이니 무시하라"고 알려 주면 이 차이가 없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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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많다. 그것이 이 효과가 주목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무작위로 정해졌다고 알려 주어도, 심지어 참가자가 직접 주사위를 굴려 그 수를 만들어도 밀림이 남는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은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 수를 출발점으로 삼고 거기서 조정해 나가는데 조정이 충분치 않다는 설명, 그 수가 그것과 어울리는 정보를 함께 떠올리게 만든다는 설명이 각각 제안되었다. 어느 쪽이든 "무시하라"는 지시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요점이다.

여기서 이 결과를 읽는 법을 정확히 해 두자.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사람이 어리석다"가 아니라 "판단이 놓인 자리에 딸려 있다"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실무적 결론이 나온다 — 추정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서는 먼저 수를 보이지 않는 절차를 짜야 한다. 9장의 지목 절차와 같은 구조의 결론이다. 사람의 주의력을 요구하는 대신 절차를 고친다.

마지막으로 네 물음의 셋째를 걸어 두자. 이 효과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다. 그 양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밀림이 작고,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양일수록 크다. "기준점 효과가 있다"는 것과 "어떤 판단에서든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예제 106

어떤 사람이 "판단의 편향 목록"을 읽고 이렇게 말한다. "이런 것이 수십 가지나 되니, 사람의 판단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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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결론에는 두 가지 잘못이 겹쳐 있다. 첫째, 목록의 항목들이 같은 무게를 갖지 않는다. 이 절에서 본 대로, 여러 나라의 대규모 재현에서 되풀이된 항목이 있고, 표현을 바꾸면 크게 줄어드는 항목이 있으며, 대규모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으로 나와 6장이 재현 실패로 분류한 항목도 있다. 그것들을 한 줄에 늘어놓고 개수를 세는 것은 세는 단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둘째, "틀리게 만들 수 있다"에서 "대체로 틀린다"로 건너뛰었다. 이 목록의 항목들은 대부분 그 방식이 틀린 답을 내도록 일부러 만든 과제에서 얻어졌다. 그런 과제가 있다는 것은 그 방식에 조건이 붙는다는 뜻이지, 그 방식이 평소에 나쁘게 작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이 어림법들은 정보가 적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대체로 쓸 만한 답을 낸다. 그러므로 정확한 형태는 이렇다 — "판단이 어떤 조건에서 체계적으로 어긋나는지가 알려져 있다. 그 조건들은 항목마다 다르고 근거의 강도도 다르다. 중요한 판단에서는 그 조건을 피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 답이지, 판단 전체를 불신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항목마다 재현 상태가 다르다는 지적. 최소한 잘 버틴 것 하나와 흔들린 것 하나를 대기
  • 실험 과제가 그 방식을 틀리게 만들도록 설계되었다는 지적
  • "그러므로 절차로 다룬다"는 결론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목록의 실무적 값어치를 높게 보는 답도, 낮게 보는 답도 좋다. 실제로 이 결과들을 정책과 설계에 옮기는 시도가 이어졌고 그 효과의 크기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다만 "사람은 비합리적이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고, "다 재현 실패했으니 볼 것 없다"는 답도 오답이다. 둘 다 항목을 따로 보지 않은 결론이다.

같은 것을 다르게 적으면

앞 절이 "쉬운 물음으로 바꿔 답한다"였다면, 이 절은 다른 종류의 현상이다. 내용이 완전히 같은 두 서술이 다른 선택을 낳는다.

두 줄이 담고 있는 선택지는 수치까지 같다. 다른 것은 그것을 적은 방향뿐인데 선택 비율이 뒤집힌다
<두 줄이 담고 있는 선택지는 수치까지 같다. 다른 것은 그것을 적은 방향뿐인데 선택 비율이 뒤집힌다>[원본 보기]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1981년에 보고한 문제가 표준적인 시연이다. 같은 결과를 살릴 수 있는 수로 적을 때와 잃는 수로 적을 때 사람들의 선택이 갈린다. 얻는 쪽으로 적히면 확실한 쪽을 고르는 비율이 높고, 잃는 쪽으로 적히면 확률에 거는 쪽을 고르는 비율이 높아진다.

여기서 왜 이것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해 두자.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확실한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걸어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같은 사람이 같은 상황에 대해 표현에 따라 다른 쪽을 고른다는 데 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그 상황이 어떻게 적혀 있는가에 딸려 있다면, 그 선호를 그 사람의 선호라고 부르기 어려워진다.

판정. 이 효과는 대규모 다중연구실 재현에서 여러 나라의 표본에 걸쳐 되풀이되었다. 기준점 효과와 함께 잘 버틴 쪽이다. 다만 크기와 조건은 문제마다 다르고, 모든 종류의 표현 바꾸기가 같은 힘을 갖는 것은 아니다.

실무적 결론이 곧바로 따라 나온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같은 것을 반대 방향으로도 적어 보는 것이 검사가 된다. 살리는 수로 적힌 것을 잃는 수로 바꿔 적어 보고, 답이 달라지면 그 답은 내용이 아니라 표현에 기댄 것이다.

예제 107

다음 두 서술은 같은 것을 말하는가. 그리고 이것이 같은 것을 말한다면, 어느 쪽으로 적힌 것을 읽는 사람이 더 그 처치를 받으려 하겠는가.

  • 가. "이 처치를 받은 사람의 90%가 한 해 뒤에도 문제없이 지냈다."
  • 나. "이 처치를 받은 사람의 10%가 한 해 안에 문제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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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을 말한다. 두 문장에서 나오는 수는 서로를 완전히 결정한다. 한쪽을 알면 다른 쪽이 자동으로 정해진다.

가로 적힌 것을 읽은 쪽이 더 그 처치를 받으려 하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살아남는 쪽으로 적힌 서술이 더 낫게 읽힌다.

여기서 세 가지를 짚어 둘 만하다.

첫째, 둘 다 정직한 서술이다.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고 어느 쪽도 숨기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읽는 사람의 판단이 달라진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정직함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둘째, 그러므로 "양쪽으로 적어 주는 것"이 해법이 된다. 실제로 위험을 알리는 여러 지침이 이렇게 권고한다. 두 표현을 나란히 놓으면 어느 한쪽이 만드는 기울기가 줄어든다.

셋째, 이 예제를 독자가 자기 상황에 적용하는 쪽으로 읽지 말아야 한다. 이 예제가 다루는 것은 숫자를 적는 방식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지, 어떤 선택이 옳은가가 아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라면 그 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이 문서 바깥에 있다.

예제 108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틀 효과는 사람이 비합리적이라는 증거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표현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주장을 평가하되, 가장 강한 반론을 함께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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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표현이 선택을 바꾼다는 것은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것을 비합리라고 부를 것인지는 다른 물음이며, 두 표현이 실어 나르는 것이 정말 같은가라는 진지한 반론이 있다. 그리고 어느 쪽으로 부르든 실무적 결론은 같다.

주장이 옳게 짚은 부분. 같은 내용에 대해 표현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선택 이론의 기본 요구 하나를 어긴다. 그리고 그 어김이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 확인된다는 것도 맞다.

가장 강한 반론. 두 표현이 정말로 같은 것을 전달하는가를 물을 수 있다.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에는 문자 그대로의 내용 말고도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가 함께 실린다. "90%가 잘 지냈다"를 고른 화자와 "10%가 문제를 겪었다"를 고른 화자는 서로 다른 것을 강조하고 있고, 듣는 사람이 그것을 읽어 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일일 수 있다. 이 반론은 진지하게 제기되어 왔고, 표현을 고른 것이 화자인지 실험자인지를 조작한 연구들도 있다.

판정. 이 문서는 어느 한쪽으로 결론짓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 "표현이 선택을 바꾼다는 것은 잘 확인된 사실이다. 그것을 '비합리'라고 부를 것인지는 무엇을 합리로 볼 것인가에 달려 있고, 그 물음은 심리학의 자료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실무적으로는 이 판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느 쪽으로 부르든 중요한 결정에서는 양쪽 표현을 다 보아야 한다는 결론은 같다. 철학 문서가 합리성 자체를 다루므로, 그 물음은 그쪽에 맡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현상이 실제로 확인되었다는 인정
  • 반론을 가장 강한 형태로 — 두 표현이 실어 나르는 것이 정말 같은가
  • "비합리"라는 판정이 심리학 자료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구별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것을 비합리라고 부르는 답도, 부르지 않는 답도 좋다. 무엇을 합리로 볼 것인지가 그 답을 정하고, 그 물음은 이 문서가 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은 비합리적이다"로 끝내면서 반론을 다루지 않는 답은 오답이고, "그러니 이 결과는 별것 아니다"로 가는 답도 오답이다. 표현이 선택을 바꾼다는 사실은 어느 쪽 판정에서도 그대로 남는다.

기저율 무시

이 절이 이 장에서 독자가 가장 자주 쓰게 될 절이다. 그리고 앞 절들과 달리 계산으로 확인된다.

상황은 이렇다.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검사가 있다. 그 검사가 상당히 잘 맞는다. 그런데 찾으려는 것이 드물다. 이때 검사가 "찾았다"고 말한 것들 가운데 진짜는 얼마나 되는가.

답은 대개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 이유는 단순하다. 드문 것을 찾을 때는 "진짜인데 놓치는 것"보다 "가짜인데 잡히는 것"의 수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이다. 진짜의 수 자체가 적으니 잡을 수 있는 진짜도 적은데, 가짜는 수가 많으니 아주 낮은 비율로만 잘못 잡혀도 그 수가 커진다.

이 판단에서 빠뜨려지는 것이 기저율 — 찾으려는 것이 원래 얼마나 흔한가 — 이고, 그래서 이것을 기저율 무시라 한다.

고치는 방법이 알려져 있다. 확률을 개수로 바꿔 적는 것이다.

위와 아래는 같은 정보다. 개수로 적으면 답이 나눗셈 한 번으로 나온다
<위와 아래는 같은 정보다. 개수로 적으면 답이 나눗셈 한 번으로 나온다>[원본 보기]

이 방식을 자연빈도라 한다. 확률로 적힌 문제를 "그러면 1,000개를 놓고 세어 보자"로 바꾸는 것이다. 기거렌처(Gerd Gigerenzer)와 호프라게(Ulrich Hoffrage)가 1995년에 이 전환이 정답률을 크게 올린다고 보고했고, 그 뒤 여러 영역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오르는 정도는 문제와 표현에 따라 다르지만 방향은 일정하다.

왜 이 전환이 통하는지도 그림에 나와 있다. 확률로 적힌 문제에서는 기저율이 "0.2%"라는 작은 수 하나로 문장 어딘가에 놓여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개수로 바꾸면 기저율이 나눠지는 두 무리의 크기 자체가 되므로 지나칠 수가 없다. 998과 2를 나란히 적어 놓으면 어느 쪽이 큰지 보인다.

예제 109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감별기가 있다. 유통되는 지폐 1,000장 가운데 2장이 위조다. 이 감별기는 위조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경보를 울린다. 대신 진짜 지폐의 2%에 대해서도 경보를 울린다. 경보가 울린 지폐가 실제로 위조일 확률은 얼마인가?

풀이 보기

무엇을 묻는가. 경보가 울린 것들 가운데 위조의 비율이다. "위조일 때 경보가 울릴 확률"이 아니라 "경보가 울렸을 때 위조일 확률"이다. 이 둘을 뒤집어 읽는 것이 이 유형에서 가장 흔한 실수다.

무엇을 아는가. 전체 1,000장, 위조 2장, 위조를 놓치지 않음, 진짜에 대한 경보 비율 2%.

어떻게 푸는가. 확률 공식을 쓰지 않고 개수를 센다.

무리개수경보가 울린 수
위조22 (하나도 놓치지 않으므로)
진짜998998의 2% = 19.96, 약 20
합계1,000약 22

계산. 경보가 울린 것은 약 22장이고 그중 위조는 2장이다.

2220.091

답은 약 9%다. 열 번 울리면 아홉 번은 진짜 지폐다.

답이 말이 되는가. 감별기가 위조를 하나도 놓치지 않는데도 경보의 대부분이 헛것이다. 이상해 보이지만 개수를 보면 당연하다. 잡을 수 있는 위조가 2장뿐인데, 진짜는 998장이나 되어서 2%만 잘못 걸려도 20장이 나온다. 기저율이 작으면 진짜의 최대 개수 자체가 작다.

여기서 흔한 실수 둘을 짚어 두자. 첫째, "진짜에 대한 오경보가 2%니까 답은 98%"라고 답하는 것. 이것은 물음을 뒤집어 읽은 것이다. 둘째, 기저율을 아예 쓰지 않는 것. 감별기의 성능 두 값만 가지고는 이 물음에 답할 수 없다. 세 번째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보가 울린 22칸 가운데 찾던 것은 2칸뿐이다. 검사가 잘 맞아도 찾는 것이 드물면 경보의 대부분은 헛것이 된다
<경보가 울린 22칸 가운데 찾던 것은 2칸뿐이다. 검사가 잘 맞아도 찾는 것이 드물면 경보의 대부분은 헛것이 된다>[원본 보기]

예제 110

어떤 공장에서 만든 부품 10,000개 가운데 100개가 불량이다. 검사기는 불량의 90%를 잡아내고, 정상의 5%에 대해서도 불량이라고 표시한다. 검사기가 불량이라고 표시한 부품이 실제로 불량일 확률은 얼마인가? 그리고 이 값을 올리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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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를 센다.

무리개수불량이라고 표시된 수
불량100100의 90% = 90
정상9,9009,900의 5% = 495
합계10,000585

905850.154

답은 약 15%다. 여섯 번에 다섯 번은 멀쩡한 부품을 걸러낸 것이다.

무엇을 바꿔야 이 값이 오르는가. 세 가지 길이 있고, 각각의 효과가 다르다.

첫째, 정상에 대한 오표시를 줄인다. 이것이 가장 크게 듣는다. 5%를 1%로 낮추면 정상 쪽 표시가 495에서 99로 줄어, 901890.476 이 된다. 세 배 넘게 오른다. 이유는 오표시가 걸리는 무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둘째, 불량을 잡아내는 비율을 올린다. 90%를 100%로 올려도 90이 100이 될 뿐이라 1005950.168 이다.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셋째, 기저율 자체를 바꾼다. 공정을 고쳐 불량이 100개에서 500개로 늘면 — 물론 원하는 일은 아니지만 — 같은 검사기로도 이 값이 크게 오른다. 반대로 불량이 더 드물어지면 이 값은 더 떨어진다. 검사기를 그대로 두어도 찾는 것이 흔해지면 표시의 신뢰도가 오른다.

이 셋을 함께 보는 것이 이 예제의 목적이다. "검사가 얼마나 정확한가"라는 물음에는 답이 하나가 아니다. 잡아내는 능력, 헛되이 잡는 비율, 그리고 찾는 것이 얼마나 흔한가 — 셋이 함께 답을 정한다. 이 셋을 갈라 다루는 수학적 틀이 신호탐지이론이고 12장이 그것을 세운다.

예제 111

어떤 도시의 택시는 85%가 초록색, 15%가 파란색이다. 밤에 사고가 났고 목격자는 파란 택시였다고 진술했다. 같은 조명 조건에서 이 목격자를 시험해 보니 두 색을 각각 80%의 정확도로 맞혔다. 사고를 낸 택시가 실제로 파란색일 확률은 얼마인가? 그리고 이 문제가 9장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풀이 보기

100대를 놓고 센다.

무리개수목격자가 ‘파랑’ 이라고 말할 수
파란 택시1515의 80% = 12
초록 택시8585의 20% = 17
합계10029

12290.414

답은 약 41%다. 목격자가 80%의 정확도를 가졌는데도, 그 진술이 맞을 확률은 절반이 안 된다.

왜 그런가. 초록 택시가 훨씬 많으므로, 초록을 파랑으로 잘못 보는 일이 20%만 일어나도 그 수(17)가 파랑을 제대로 본 수(12)보다 많아진다. 목격자의 정확도가 아무리 좋아도 기저율이 그 반대편으로 크게 기울어 있으면 진술의 값어치가 그만큼 깎인다.

9장과의 이음새. 9장에서 목격자의 확신이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았다. 이 예제는 다른 걸음을 더한다. 목격자가 실제로 정확하더라도, 그 진술이 가리키는 것이 드물면 그 진술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다. 두 가지가 겹치면 목격자 진술 하나에 기대는 판단이 왜 위험한지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여야 정확하다. 이 계산은 다른 정보가 전혀 없을 때의 값이다. 사고가 난 시각과 장소에 어느 회사 택시가 더 많이 다녔는지 같은 정보가 있으면 기저율 자체가 달라진다. 기저율은 "그 도시 전체의 비율"이 아니라 "이 상황에 해당하는 비율"이어야 한다. 어떤 기저율을 쓸 것인가가 실제 문제에서는 계산보다 어려운 부분이다.

이중과정 — 틀과 그 논쟁

앞의 결과들을 묶는 틀로 널리 쓰이는 것이 있다. 판단과 사고를 두 갈래로 나누는 그림이다. 한쪽은 빠르고 애쓰지 않아도 일어나며 결과만 의식에 떠오르는 처리이고, 다른 쪽은 느리고 주의를 잡아먹으며 중간 단계를 스스로 따라갈 수 있는 처리다. 이것을 이중과정(dual process)이라 한다.

틀로서의 쓸모와 흔들린 자리는 판정이 다르다. 틀이 유용하다는 것과 그 틀로 얻은 결과들이 버틴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틀로서의 쓸모와 흔들린 자리는 판정이 다르다. 틀이 유용하다는 것과 그 틀로 얻은 결과들이 버틴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원본 보기]

이 틀이 하는 일부터 적는다. 서로 달라 보이는 여러 과제를 하나로 묶어 준다. 주의를 다른 데 쓰게 하거나 시간을 촉박하게 하면 판단이 한쪽으로 기운다는 결과가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고, 이 틀은 그 결과들이 왜 함께 가는지를 말해 준다. 연구를 조직하는 틀로서는 지금도 널리 쓰이고, 이것이 다수설이다.

그런데 이 항목은 다수설이되 크게 흔들린 자리다. 흔들린 자리가 셋이다.

가장 강한 형태의 반론도 함께 적어야 한다. 이 틀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두 체계"를 머릿속에 있는 두 개의 기관으로 읽는 것이 애초에 잘못된 독법이다. 이것은 처리의 두 성격을 가리키는 이름일 뿐이고, 그 성격 차이를 조작하는 실험 — 주의를 나누게 하거나 시간을 촉박하게 하는 조작 — 자체는 여러 절차에서 잘 되풀이된다. 실제로 이 틀을 널리 알린 책에서도 지은이가 두 체계를 지어낸 인물이라고 명시했다. 개별 결과의 재현 실패는 그 결과들의 문제이지 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서는 어떻게 쓰는가. 세 줄로 못 박는다.

예제 112

어떤 설명이 "순환적"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중과정 틀을 예로 들어 밝혀라. 그리고 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풀이 보기

모범답안. 어떤 판단이 빨리 나오고 틀렸을 때 그것을 "저절로 일어나는 처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그것이 저절로 일어나는 처리였다는 것을 다시 빨리 나오고 틀렸다는 사실로 아는 구조가 순환이다. 벗어나려면 어느 쪽 처리인지를 결과와 따로 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방법이 처리의 성격을 조작하는 것이다.

순환적이라는 것은 설명이 설명하려는 것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이 틀에서 그 구조는 이렇게 생긴다. 어떤 판단이 빨리 나오고 틀렸다. "저절로 일어나는 처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것이 저절로 일어나는 처리였다는 것을 무엇으로 아는가? 빨리 나오고 틀렸기 때문에다. 설명이 자료를 다시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벗어나려면 어느 쪽 처리인지를 결과와 따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이 있다. 처리의 성격을 조작하는 것이다 — 시간을 촉박하게 하거나, 다른 과제를 함께 시켜 주의를 나누게 하거나, 반대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소리 내어 따져 보게 한다. 그러고 나서 결과가 예측한 방향으로 달라지는지 본다.

이렇게 하면 이 틀이 무엇을 금지하는지가 생긴다. 주의를 나누게 했는데 판단이 달라지지 않으면 그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금지하는 것이 있어야 검사할 수 있고, 검사할 수 있어야 설명이 된다.

그리고 이 예제가 이 장 앞부분과 이어진다는 점을 짚어 두자. 웨이슨의 과제에서 짐작에 맞는 예만 시험하면 짐작이 좁은지 알 수 없었다. 순환적인 설명도 같은 자리에 있다 — 어긋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확인도 되지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순환의 구조를 이 틀의 구체적인 문장으로 보일 것. 정의만 적는 답은 부족하다
  • 벗어나는 방법 — 처리의 성격을 결과와 따로 정하는 조작
  • 그렇게 하면 이 틀이 무엇을 금지하게 되는지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순환을 벗어나는 다른 방법을 제안해도 좋다. 반응 시간이나 눈의 움직임처럼 결과와 따로 얻어지는 지표를 쓰자는 답, 어느 쪽 처리인지를 미리 예측해 두고 자료를 보자는 답 모두 정당하다. 다만 "순환적이므로 이 틀은 쓸모없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다. 순환은 이 틀을 쓰는 어떤 방식의 문제이지 이 틀 자체가 반드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예제 113

가상의 연구다. 어떤 논문이 "참가자에게 시간 압박을 주었더니 어림잡은 답을 고르는 비율이 올라갔다"고 보고하고, "이것은 체계 1이 판단을 지배했음을 보여 준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에서 자료가 지지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갈라라.

풀이 보기

자료가 지지하는 부분. 시간 압박이라는 조작이 응답 분포를 바꿨다는 것. 이것은 조작과 측정이 있는 실험 결과이고, 이런 종류의 결과는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다.

지지하지 않는 부분이 둘이다.

첫째, "체계 1이 지배했다"는 자료를 다시 말한 것이지 설명이 아니다. 관찰된 것은 "시간이 없으면 답이 달라진다"이고, 그 문장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것이 결론이다. 앞 예제의 순환이다.

둘째, 시간 압박이 무엇을 바꿨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후보가 여럿이다 — 따져 볼 시간 자체가 줄었을 수도, 서두르는 상황이 주는 긴장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참가자가 "빨리 답하라"는 요구를 "정확도보다 속도를 원한다"로 읽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 것은 5장에서 본 요구특성이다.

정확한 서술. "시간을 촉박하게 하면 어림잡은 답을 고르는 비율이 오른다. 이것은 시간이 판단에 들어온다는 것을 보이며, 무엇이 그 변화를 만들었는지는 조작을 더 갈라야 정해진다."

여기서 하나 덧붙일 만하다. 이름 붙이기가 설명처럼 느껴지는 것이 이 틀의 가장 큰 위험이다. 두 체계라는 말이 워낙 익숙해서, 그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해했다는 느낌이 온다. 8장에서 본 유창성 착각과 성질이 같다 — 매끄럽게 읽히는 것이 아는 것으로 잘못 읽힌다.

예제 114

이 장 전체를 근거로, 어떤 사람이 "인간은 두 개의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때 이 문서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문장은 지금 알려진 것보다 강하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갈라야 한다. 첫째, 처리의 두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유용하고 널리 쓰인다. 애쓰지 않고 나오는 판단과 따져서 나오는 판단은 실제로 다르게 움직이고, 주의나 시간을 조작하면 그 차이가 체계적으로 드러난다. 이것이 이 틀이 다수설인 이유다. 둘째, 그러나 "두 개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실체에 대한 주장이고, 그 주장은 지지되지 않는다. 이 그림이 묶어 놓은 성질들 — 빠름, 저절로 일어남, 의식되지 않음 — 이 하나로 붙어 다닌다는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 틀에 기대어 소개된 개별 결과 여럿이 대규모 재현에서 무너졌다. 셋째, 그리고 이 틀을 널리 알린 책 자체가 두 체계를 지어낸 인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서의 서술은 이렇다 — "판단에는 애쓰지 않고 나오는 쪽과 따져서 나오는 쪽이 있고, 이 구분은 연구를 조직하는 데 유용하다. 그것이 머릿속의 두 장치를 가리킨다는 뜻은 아니며, 이 틀 아래 소개되는 개별 결과는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틀로서의 쓸모와 실체 주장을 갈라내는 구별
  • 흔들린 근거 최소 하나 — 성질들이 함께 가지 않는다는 지적, 또는 개별 결과의 재현 실패
  • 그렇다고 이 틀을 버리라는 결론으로 가지 않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틀의 값어치를 높게 보는 답도, 낮게 보는 답도 좋다. 이 구분이 없으면 여러 결과를 함께 볼 수 없다고 보는 답에는 근거가 있고, 반대로 이 구분이 서로 다른 것들을 뭉뚱그려 연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보는 답에도 근거가 있다. 다만 "체계 1과 체계 2가 있다"를 사실로 적는 답은 오답이고, "전부 재현 실패했으므로 이 틀은 폐기되었다"는 답도 오답이다. 뒤의 것은 틀과 개별 결과를 다시 뭉뚱그린 것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개념 / 범주묶는 단위 / 묶인 무리
전형성 효과(typicality effect)같은 범주 안에서도 전형적인 사례가 더 빨리 판단되고 먼저 떠오르는 것
원형 / 사례 / 이론 기반 관점전형적인 모습과의 닮음으로 판단 / 겪은 개별 사례들과 견줌 / 무엇을 닮음으로 셀지가 아는 것에 딸린다
문제 공간지금 상태 · 목표 상태 · 쓸 수 있는 수 · 제약의 넷
어림법(heuristic)모든 길을 따지지 않고 가까워 보이는 쪽으로만 가는 방식. 빠르고 놓칠 수 있다
쓰임에 갇힘 / 굳어진 방식물건을 늘 쓰던 쓰임으로만 보는 것 / 통했던 방식을 계속 쓰는 것. 둘 다 공간을 좁게 잡는 것이다
가설 검사 과제자기 짐작에 맞는 예만 시험하면 짐작이 좁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보이는 절차
대표성 어림법닮은 정도로 확률을 답하는 것. 결합 오류가 그 시연이며 표현을 바꾸면 크게 줄어든다
가용성 어림법떠오르는 정도로 빈도를 답하는 것. 방향은 되풀이되나 무엇이 그 판단을 만드는지는 미결
기준점 효과먼저 본 수 쪽으로 추정값이 밀리는 것. 대규모 재현에서 잘 버텼다
틀 효과(framing)같은 내용을 얻는 쪽으로 적는가 잃는 쪽으로 적는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 잘 버텼다
기저율 / 기저율 무시찾으려는 것이 원래 얼마나 흔한가 / 그것을 빠뜨리고 검사 성능만으로 판단하는 것
자연빈도확률로 적힌 문제를 개수로 바꿔 세는 방식. 정답률을 크게 올린다
이중과정(dual process)애쓰지 않고 나오는 처리와 따져서 나오는 처리를 나누는 틀. 다수설이나 크게 흔들렸다
사람이 문서에서의 자리
로쉬 (Eleanor Rosch)전형성 효과와 원형 관점
웨이슨 (Peter Wason)가설 검사 과제. 짐작에 맞는 예만 시험하는 경향
트버스키 (Amos Tversky) 와 카너먼 (Daniel Kahneman)어림법과 편향 연구. 1981년 틀 효과
기거렌처 (Gerd Gigerenzer) 와 호프라게 (Ulrich Hoffrage)1995년 자연빈도. 표현을 바꾸면 정답률이 오른다
클라인 (Richard Klein) 과 동료들2014년 다중연구실 재현. 기준점과 틀 효과가 잘 버텼다

다음 장은 이 장의 도구를 언어에 댄다. 그리고 거기서 세는 단위를 확인하라는 이 장의 교훈이 가장 크게 쓰인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언어와 사고

10장은 묶고 풀고 판단하는 일을 다뤘다. 그 일을 사람은 대개 말로 한다. 이 장은 그 말 자체를 다루고, 마지막에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잘못 전해지는 주장 하나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장의 뒤쪽 절반은 강한 판본과 약한 판본을 갈라 읽는 연습이다.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판본에 따라 판정이 완전히 다르다. 강한 판본은 지지되지 않고 약한 판본은 일부 지지된다. 이 둘을 뭉뚱그리면 어느 쪽으로 뭉뚱그리든 틀린 것을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그 뭉뚱그림이 실제로 어떻게 퍼졌는지를 보여 주는 유명한 사례가 하나 있어서, 절 하나를 그 사례에 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혼입변수준실험을, 5장에서 구성개념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출판 편향을, 7장에서 조건형성만으로 언어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예고를, 10장에서 어림법이중과정을 읽는 법을 가져온다. 그리고 수가 나오면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지부터 묻는다는 습관이 이 장에서 결정적으로 쓰인다. 18장이 그것을 읽기 규칙의 첫째로 다시 세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언어에는 층이 있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낱말을 많이 아는 일이 아니다. 낱말을 하나도 모르는 문장 — 처음 듣는 이름들로만 이루어진 문장 — 도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그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 낱말과 다른 층에 있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무엇을 세는가가 달라지고, 층마다 다른 종류의 규칙이 있다. 한 층을 다 안다고 위층이 따라오지 않는다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무엇을 세는가가 달라지고, 층마다 다른 종류의 규칙이 있다. 한 층을 다 안다고 위층이 따라오지 않는다>[원본 보기]

아래에서부터 짚으면 이렇다. 음소(phoneme)는 뜻을 갈라 주는 가장 작은 소리 단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두 소리가 다른 음소인지가 언어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한 언어에서 다른 낱말을 만드는 소리 차이가 다른 언어에서는 같은 소리의 변이일 뿐이고, 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형태소(morpheme)는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다. 낱말과 같지 않다. "먹었다"는 한 낱말이지만 뜻을 가진 조각이 여럿 들어 있다. 낱말은 그 위의 단위인데, 무엇을 한 낱말로 셀지가 언어마다 다르다. 이 점을 여기서 미리 밝혀 두는 이유가 있다 — 이 장 뒤쪽에서 이것이 논쟁의 중심이 된다.

통사는 낱말을 배열해 문장을 만드는 규칙이고, 의미는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가이며, 화용은 그 상황에서 그 말이 무엇을 하는가다. "소금 있어요"는 형태로는 물음이지만 하는 일은 부탁이다. 뜻을 다 알아도 이것을 놓칠 수 있다.

이 층 구조가 언어에 두 성질을 준다. 생산성 — 적은 수의 소리 단위로 수많은 낱말을 만들고, 그 낱말들로 이제까지 아무도 말한 적 없는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자의성 — 소리와 뜻 사이에 필연적인 연결이 없어서, 같은 것을 언어마다 전혀 다른 소리로 부른다.

첫 번째 성질이 7장 마지막 절의 예고와 이어진다. 들어 본 적 없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면, 들은 것을 강화받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반론이 1959년에 제기되었고, 다음 절이 그 이야기다.

예제 115

다음 셋 가운데 언어의 생산성을 보이는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가 왜 아닌지 밝혀라.

  • 가. 어떤 사람이 사전에 없는 낱말을 만들어 쓰고 듣는 사람이 알아듣는다.
  • 나. 어떤 사람이 아주 많은 낱말을 알고 있다.
  • 다. 어떤 사람이 이제까지 한 번도 말해진 적 없는 문장을 말하고 듣는 사람이 알아듣는다.
풀이 보기

가와 다가 증거가 되고 나는 아니다.

다가 가장 좋은 증거다. 새 문장을 만들고 그것이 알아들어진다는 것은, 말하는 쪽과 듣는 쪽이 문장 목록이 아니라 규칙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목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목록에 없는 것을 알아들을 수 없다.

가도 증거가 된다. 같은 일이 낱말 층에서 일어난 것이다. 새 낱말이 알아들어지려면 그 낱말을 만드는 규칙이 공유되어 있어야 한다.

나가 아닌 이유. 많이 안다는 것은 목록의 크기에 대한 말이다. 목록이 아무리 커도 그것으로 새것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생산성은 양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성질이다.

이 구별이 이 장 전체에서 되풀이된다. 뒤에서 "낱말이 몇 개인가"를 근거로 사고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주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이 예제의 나가 왜 탈락했는지를 떠올리면 된다.

예제 116

어떤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 "낱말을 다 외웠는데 말이 안 나온다"고 한다. 이 장의 층 구조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설명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낱말을 외운 것은 낱말 층 하나를 채운 것이고, 문장을 만드는 일은 그 위의 통사와 화용이 맡는다. 게다가 아래쪽의 음소 층이 채워지지 않으면 들리는 것을 낱말로 자르지 못해, 아는 낱말이 나와도 알아채지 못한다. 층마다 다른 종류의 규칙이 있으므로 한 층을 채운 것이 다른 층을 주지 않는다.

한 층을 채운 것이 위층을 주지 않는다. 그것이 이 그림의 요점이다.

낱말을 아는 것은 낱말 층을 채운 것이다. 문장을 만들려면 그 위의 통사가 필요하고, 그 문장이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면 화용이 필요하다. 세 층이 각각 다른 종류의 규칙을 갖는다.

그리고 아래쪽에서도 걸린다. 음소 층이 채워지지 않으면 들리는 것을 낱말로 자르지 못한다. 자기 언어에 없는 소리 구별은 처음에 잘 들리지 않고, 그래서 아는 낱말이 나와도 알아채지 못한다. 이 문제는 낱말을 더 외워서 풀리지 않는다.

여기서 조심할 것 하나. 이 설명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다. 층이 여럿이라는 것과 어느 순서로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가는 다른 물음이고, 뒤의 물음은 이 장이 다루는 자료로 답할 수 없다. 8장의 간격 효과와 인출 연습처럼 학습 일반에 대해 확인된 것은 여기에도 적용되지만, 언어 학습에 고유한 처방은 이 문서의 범위 밖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낱말 층 위의 층을 최소 하나 짚을 것
  • 아래쪽 음소 층도 걸린다는 지적. 위쪽만 말하면 절반이다
  • 층마다 다른 종류의 규칙이 있다는 일반화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층이 가장 큰 걸림돌인지는 사람과 언어 짝에 따라 다르므로 어느 쪽을 앞세워도 좋다. 형태소 층을 따로 짚는 답도 좋다. 다만 "낱말을 더 외우면 된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고, 이 자료에서 곧바로 학습법을 끌어내는 답도 오답이다.

아이는 어떻게 배우는가

아이가 언어를 얻는 과정은 여러 언어에서 비슷한 순서로 관찰된다. 나이는 아이마다 크게 다르다.

순서는 여러 언어에서 대체로 같게 관찰되지만 각 단계에 이르는 나이는 아이마다 크게 다르다. 그래서 이 그림에 나이를 적지 않았다
<순서는 여러 언어에서 대체로 같게 관찰되지만 각 단계에 이르는 나이는 아이마다 크게 다르다. 그래서 이 그림에 나이를 적지 않았다>[원본 보기]

이 순서에서 가장 무거운 관찰은 문법 요소가 들어오는 시기에 나온다. 앞서 맞게 쓰던 불규칙한 꼴을 규칙대로 바꿔 말하는 시기가 온다. 영어에서 잘 기록된 현상이고, 아이가 먼저 맞게 말하다가 한동안 틀리게 말한 뒤 다시 맞게 말하는 모양을 그린다.

이것이 왜 무거운가. 어른에게서 들어 본 적 없는 꼴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들은 것을 따라 하는 것이라면 이런 형태가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이 관찰은 아이가 입력에서 규칙을 뽑아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성적이 한동안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진다는 것도 중요하다 —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내부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7장의 학습과 수행 이야기와 같은 자리다.

소리의 줄에서 낱말을 오려 낸다

아이가 듣는 것은 낱말들이 아니라 끊김 없는 소리의 줄이다. 말에는 띄어쓰기가 없고, 낱말 사이에 규칙적인 쉼도 없다. 그러면 어디서 자를지를 어떻게 아는가.

한 가지 실마리는 이어짐의 규칙성에 있다. 낱말 안에서는 앞 소리 다음에 어떤 소리가 올지가 거의 정해져 있고, 낱말과 낱말 사이에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들리는 것은 끊김 없는 소리의 줄인데, 이어짐이 약해지는 자리가 낱말 경계와 겹친다. 그 자리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낱말의 후보가 나온다
<들리는 것은 끊김 없는 소리의 줄인데, 이어짐이 약해지는 자리가 낱말 경계와 겹친다. 그 자리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낱말의 후보가 나온다>[원본 보기]

새프런(Jenny Saffran)과 동료들이 1996년에 이것을 실험으로 보였다. 뜻이 없는 인공 음절로 만든 소리의 줄을 아기에게 몇 분 동안 들려주었는데, 그 줄에는 쉼도 억양의 단서도 없고 오직 이어짐의 규칙성만 들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 규칙성에 맞는 소리 묶음과 경계를 걸친 묶음을 들려주고 반응을 견주었더니 아기가 둘을 다르게 다뤘다. 7장에서 본 습관화 절차의 응용이다.

판정. 이 현상 자체는 되풀이 확인되었고, 아기 연구에서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재현 프로젝트도 진행되어 왔다. 다만 이것이 실제 언어 습득에서 얼마나 큰 몫을 하는지는 다른 물음이다. 실제 말에는 이어짐의 규칙성 말고도 억양, 쉼, 상황의 단서가 함께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무엇이 다투어지는가

습득의 사실은 위와 같고, 그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오래된 논쟁이다. 이 문서는 어느 쪽으로 결론짓지 않고 양쪽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는다.

한쪽은 이렇게 본다. 아이가 받는 입력만으로는 아이가 도달하는 문법을 설명할 수 없다. 아이는 틀린 문장을 거의 듣지 않고, 틀렸다는 지적도 별로 받지 않으며, 그런데도 매우 짧은 시간에 복잡한 규칙 체계를 갖춘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약이 미리 있어야 한다. 이 제약이 없으면 아이가 논리적으로 가능한 수많은 잘못된 규칙 가운데 왜 하필 맞는 것을 고르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다른 쪽은 이렇게 본다. 아이가 받는 입력은 그 논증이 가정하는 것보다 풍부하고, 아이가 쓰는 학습 능력은 언어 전용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으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앞의 통계적 학습이 그 예다. 그리고 아이는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무엇에 주의를 두고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함께 읽는데, 그것이 낱말과 구조를 좁혀 준다. 게다가 제약이 미리 있다는 쪽에서도 그 제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판정 — 미결이다. 이 문서는 어느 쪽을 고르지 않는다. 다만 다투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아이가 규칙을 뽑아낸다는 것그 과정이 단순한 따라 하기가 아니라는 것은 양쪽 모두 받아들인다. 다투어지는 것은 무엇이 미리 있어야 하는가이고, 그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예제 117

아이가 "잡았다"를 한동안 맞게 쓰다가 어느 시기에 규칙대로 바꿔 말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이 변화를 성적이 나빠진 것으로 읽으면 무엇을 놓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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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는 것은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이 "배움"이라는 점이다.

처음에 맞게 말한 것은 그 형태를 통째로 익혔기 때문일 수 있다. 그 단계의 아이는 그 낱말과 다른 낱말들 사이의 관계를 아직 다루지 않는다. 그러다 규칙을 뽑아내면, 그 규칙을 모든 경우에 적용한다. 그 결과가 앞서 맞게 말하던 것까지 규칙대로 바꿔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적 곡선은 내려갔지만 아는 것은 늘었다. 통째로 외운 항목 하나에서 여러 경우에 적용되는 규칙 하나로 옮겨 간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그 규칙에 예외가 있다는 것을 배우는 일이고, 그때 다시 맞게 말하게 된다.

이 구조를 붙잡아 두는 것이 이 예제의 목적이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내부의 변화를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7장의 잠재학습에서는 성적이 그대로인데 배우고 있었고, 여기서는 성적이 내려가는데 배우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성적만 보면 거꾸로 읽는다.

덧붙일 것 하나. 이 현상을 모든 아이가 반드시 거치는 단계로 적으면 지나치다. 이 형태가 나타나는 비율과 기간은 아이마다 크게 다르고, 어떤 아이에게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이 관찰이 보이는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따라 하기 설명을 반박하기에 충분하다.

예제 118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아기에게 인공 음절의 줄을 2분 동안 들려준 뒤, 이어짐이 강한 묶음과 경계를 걸친 묶음에 대한 반응을 견주어 차이를 보고했다. 어떤 사람이 "아기가 통계를 계산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말한다. 이 서술의 문제를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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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셋이다.

첫째, "계산한다"가 자료보다 강하다. 관찰된 것은 두 종류의 소리 묶음에 대한 반응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기제가 이어짐의 확률을 셈하는 것인지, 자주 함께 나온 것을 하나로 묶어 두는 것인지, 또 다른 무엇인지는 이 자료로 갈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결과를 설명하는 여러 모형이 제안되었고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둘째, 인공 자극과 실제 언어 사이에 다리가 필요하다. 이 절차의 소리 줄에는 이어짐의 규칙성 말고 아무 단서도 없도록 일부러 만들어졌다. 그것이 이 실험의 장점이다 — 다른 설명을 잘라 낸다. 그러나 그 장점이 곧 한계이기도 하다. 실제 말에는 억양과 쉼과 상황이 함께 있고, 이 규칙성이 그 가운데 얼마나 쓰이는지는 이 실험이 답하지 않는다.

셋째, "증명되었다"가 하나의 연구에 붙었다. 이 현상은 그 뒤 되풀이 확인되었으므로 결과 자체는 튼튼하지만, 그것은 여러 연구가 쌓인 뒤에 할 수 있는 말이지 한 연구가 주는 말이 아니다.

정확한 서술. "아기는 소리의 이어짐에 있는 규칙성만으로 소리 줄을 나눌 수 있다. 이 결과는 되풀이 확인되었다. 그 힘이 실제 언어 습득에서 어떤 몫을 하는지는 따로 물어야 한다."

언제 접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가

어릴 때 언어를 접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오래 있었다. 이것을 결정적 시기 가설이라 하고, 요즘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뜻에서 민감기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이 물음에서 설계가 가장 어렵다. 아이를 무선배정해 언어를 접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분야의 자료는 모두 4장의 말로 준실험이고, 무엇과 무엇이 함께 달라졌는지를 늘 따져야 한다.

가장 깨끗한 자료는 수어를 늦게 접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이유가 있다. 듣지 못하는 아이가 수어를 쓰는 환경에서 자라면 어릴 때부터 언어를 접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이면 처음 접하는 나이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그러면 다른 조건이 비교적 비슷한 채로 "처음 접한 나이"만 달라진 집단을 얻게 된다. 이 집단에서 어른이 된 뒤의 문법 숙달도를 재면, 늦게 접할수록 낮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뉴포트(Elissa Newport)와 동료들의 작업이 이 방향을 세웠다.

여기까지는 다투어지지 않는다. 다투어지는 것은 곡선의 모양이다.

늦게 접할수록 도달점이 낮다는 것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다투어지는 것은 꺾이는 자리가 있는가, 있다면 언제인가다
<늦게 접할수록 도달점이 낮다는 것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다투어지는 것은 꺾이는 자리가 있는가, 있다면 언제인가다>[원본 보기]

끊긴 시기가 있다는 그림이라면 어느 나이까지는 거의 온전히 도달하다가 그 뒤로 급격히 떨어져야 한다. 완만한 내리막이라는 그림이라면 처음부터 조금씩 떨어질 뿐이다. 두 그림은 같은 자료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어느 쪽인지를 가리려면 매우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대규모 자료를 모아 이 물음을 다시 다룬 연구가 2018년에 나왔고, 문법을 배우는 힘이 상당히 늦은 나이까지 유지되다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 물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쓰지 말아야 할 근거를 하나 적어 둔다.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자란 아이의 사례가 이 가설의 증거로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근거로 쓸 수 없다. 이유가 셋이다. 사례가 하나이고, 언어를 접하지 못한 것 말고도 수많은 것이 함께 결핍되어 있어서 무엇이 원인인지 갈라낼 수 없으며, 그 사례를 다룬 기록 자체에 여러 문제가 지적되었다. 6장의 말로 하면 일화를 증거로 쓰는 것이다. 이 문서는 그 사례를 이 물음의 근거로 쓰지 않는다.

예제 119

수어를 늦게 접한 사람들의 자료가 이 물음에서 비교적 깨끗한 근거가 되는 이유를 밝히고, 그래도 남는 혼입변수를 최소 둘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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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자료는 다른 결핍이 함께 오지 않은 채 언어를 처음 접한 나이만 달라진 집단을 준다는 점에서 깨끗하다. 그러나 그 나이가 무선배정된 것이 아니므로, 왜 늦게 접했는가와 그 뒤 언어를 얼마나 썼는가가 나이와 뒤엉킨 채 남는다.

깨끗한 이유. 이 물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언어를 늦게 접했다"가 대개 다른 결핍과 함께 온다는 것이다. 고립되어 자란 사례가 근거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수어의 경우는 다르다. 가족과 함께 자라고, 먹고 자고 보살핌을 받는 조건은 대체로 갖춰져 있으며, 달라지는 것은 언어를 접한 나이 쪽으로 몰려 있다. 게다가 처음 접한 나이가 사람마다 자연스럽게 달라서, 4장의 말로 자연실험에 가까운 자료가 만들어진다.

그래도 남는 혼입변수.

  • 왜 늦게 접했는가. 늦게 접한 이유가 가족의 사정이나 사는 곳의 사정과 이어져 있다면, 그 사정이 다른 경로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처음 접한 나이가 무작위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 듣지 못하게 된 시기와 정도. 이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처음 접한 나이와 이어져 있을 수 있다.
  • 그 뒤 언어를 얼마나 썼는가. 늦게 시작한 사람이 그 뒤에 쓴 총량도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시작했는가"와 "얼마나 썼는가"가 뒤엉킨다. 이것을 가르려면 총량을 재서 맞춰 놓고 견주어야 한다.

셋 가운데 마지막이 특히 중요하다. 이 물음의 핵심 주장이 "나이 자체가 정한다"이므로, 총량으로 설명되는 부분을 걷어 내지 않으면 주장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통제는 통계적으로만 할 수 있어서, 4장에서 본 준실험의 한계가 그대로 남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다른 결핍이 함께 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 자료의 장점이라는 지적
  • 그래도 처음 접한 나이가 무선배정된 것이 아니라는 지적
  • 남는 혼입변수 최소 둘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떤 혼입변수를 꼽을지는 여럿이 가능하다. 조사에 참여할 만한 사람이 따로 있었을 가능성, 검사 자체가 어느 집단에 유리했을 가능성을 드는 답도 좋다. 다만 "준실험이므로 아무 결론도 못 낸다"로 끝내는 답은 오답이다. 4장이 세운 대로, 준실험은 결론을 못 내는 설계가 아니라 어떤 대안 설명이 남았는지를 적어 두어야 하는 설계다.

예제 120

어떤 사람이 "외국어는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늦다"고 말한다. 이 주장을 이 절의 자료로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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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주장은 도달점이 낮아진다는 확인된 결과를 "어느 나이에 끊긴다"는 확정되지 않은 그림으로 바꾸어 놓았고, "늦다"가 어느 지표에 대한 말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제1언어와 제2언어의 자료를 뭉뚱그렸다.

이 주장은 두 자리에서 자료보다 강하다.

첫째, "결정적 시기"라는 말이 끊긴 시기를 가리키는데 그것이 확정되지 않았다. 앞의 그림에서 본 대로, 늦을수록 도달점이 낮다는 것과 어느 나이에서 뚝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뒤의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최근의 대규모 자료는 그 자리가 흔히 말해지던 것보다 늦다는 쪽을 가리킨다.

둘째, "늦다"가 무엇에 대한 말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 자료들은 대개 문법 판단발음을 잰다. 그 두 지표에서 시작 나이의 영향이 크게 나온다. 반면 어휘를 늘리는 일이나 글을 읽고 쓰는 일에서는 그렇게 크게 나오지 않고, 어른이 아이보다 빨리 배우는 국면도 보고되어 있다. "언어"를 한 덩어리로 놓으면 이 차이가 지워진다. 이 장 첫 절의 층 구조가 여기서 쓰인다.

셋째로 덧붙일 것. 제1언어와 제2언어를 갈라야 한다. 가장 강한 결과는 제1언어를 늦게 접한 경우에서 나온다. 이미 한 언어를 갖춘 사람이 두 번째 언어를 배우는 상황은 사정이 다르고, 실제로 두 경우의 자료는 따로 다뤄진다.

정확한 서술. "일찍 시작할수록 문법과 발음에서 도달점이 높다는 결과가 있다. 어느 나이에 무엇이 끊긴다는 그림은 확정되지 않았고, 지표에 따라 나이의 영향이 다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도달점이 낮아진다"와 "어느 나이에 끊긴다"를 갈라내는 구별
  • 지표에 따라 나이의 영향이 다르다는 지적
  • 제1언어와 제2언어를 갈라야 한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일찍 시작하는 것의 값어치를 높게 보는 답도, 낮게 보는 답도 좋다. 발음 쪽 결과를 무겁게 보면 앞의 결론에 가깝고, 문법을 배우는 힘이 늦게까지 유지된다는 최근 자료를 무겁게 보면 뒤의 결론에 가깝다. 다만 "결정적 시기가 있으므로 늦으면 소용없다"로 적는 답은 오답이고, "나이는 상관없다"로 적는 답도 오답이다. 도달점의 차이는 확인된 결과다.

워프 가설 — 강한 판본과 약한 판본

이 절이 이 장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문서 전체에서 판본을 갈라야 하는 자리의 가장 분명한 예다.

주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쓰는 언어가 생각에 영향을 준다. 이것을 언어 상대성이라 부르고, 사피어(Edward Sapir)와 워프(Benjamin Lee Whorf)의 이름이 함께 붙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한 문장이 전혀 다른 두 주장으로 읽힌다는 데 있다.

두 판본이 서로 다른 주장이고 판정도 다르다. 이 둘을 뭉뚱그리면 어느 쪽으로 뭉뚱그리든 틀린 것을 가르치게 된다
<두 판본이 서로 다른 주장이고 판정도 다르다. 이 둘을 뭉뚱그리면 어느 쪽으로 뭉뚱그리든 틀린 것을 가르치게 된다>[원본 보기]

강한 판본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언어에 어떤 구별이 없으면 그 구별을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지지되지 않는다. 반증이 여럿이다. 낱말이 없는 구별도 배울 수 있고, 필요하면 새 낱말을 만들거나 풀어서 말한다. 말을 배우기 전의 아기와 말이 없는 동물도 범주를 만들고 수를 어림한다. 그리고 번역이 어려운 경우는 많지만 불가능한 경우는 없다 — 어려운 번역도 결국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판본에 대한 반증이다.

약한 판본은 언어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언어가 준 구별이 그 과제를 푸는 도구로 쓰인다는 주장이다. 이쪽은 일부 지지된다. 지지하는 결과가 몇 갈래에서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다. 색 과제에서 나타난 이점은 참가자에게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켜 언어를 쓰지 못하게 하면 대체로 사라진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언어가 지각 자체를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제를 푸는 동안 언어가 도구로 쓰인 것이다. 도구를 못 쓰게 하면 이점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이 문서가 적을 수 있는 것과 적을 수 없는 것이 갈린다.

그리고 이 논쟁은 진행 중이다. 어느 결과가 어디까지 버티는지는 항목마다 다르고, 문법적 성처럼 결과가 갈리는 자리도 있다. 어떤 언어에서 명사에 붙는 문법적 성이 그 사물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나,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함께 있다. 이 항목에 대해서는 미결이라고 적는 것이 정확하다.

예제 121

다음 셋 가운데 강한 판본을 주장하는 것, 약한 판본을 주장하는 것, 그리고 어느 쪽도 아닌 것을 갈라라.

  • 가. "그 언어에는 미래 시제가 없으므로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미래를 생각하지 못한다."
  • 나. "두 색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언어의 화자가 그 두 색을 가려내는 과제에서 조금 빠르다."
  • 다. "그 언어에는 눈을 가리키는 낱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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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강한 판본. 그리고 지지되지 않는 형태다. 미래에 대해 말하는 방법은 시제 말고도 여럿이고, 시제가 없는 언어의 화자도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에 대해 말하고 계획한다. 이런 형태의 주장은 대개 "그 언어에 X가 없다"는 관찰이 정확한지부터 확인해야 하는데, 확인해 보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 약한 판본. 특정 과제의 수행에 대한 주장이고, 조건이 붙어 있으며, 검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주장은 일부 지지된다.

다 — 어느 쪽도 아니다. 이것은 언어에 대한 사실 주장이지 사고에 대한 주장이 아니다. 낱말이 많다는 것에서 생각이 어떻다는 결론은 따라 나오지 않는다. 다음 절이 이 점을 자세히 다룬다.

가와 나의 차이를 다시 짚어 두자. 가는 할 수 없다고 말하고 나는 조금 다르게 한다고 말한다. 이 둘의 거리는 매우 멀다. 그런데 옮겨질 때 나가 가로 바뀌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10장의 말로 하면, 조건이 붙은 서술에서 조건이 떨어져 나가고 남은 것이 강한 문장이 된다.

예제 122

색 변별 과제에서 나타난 이점이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키면 사라진다는 결과가 왜 이 논쟁에서 결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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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설명을 갈라 주기 때문이다.

이점이 나타났다는 관찰 하나만으로는 두 설명이 모두 가능하다. 첫째, 언어가 지각 자체를 바꿔 놓았다 —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두 색을 실제로 더 다르게 본다는 것. 둘째, 언어가 과제를 푸는 동안 도구로 쓰였다 — 속으로 두 색에 다른 이름을 붙여 견주는 것이 답을 빠르게 만들었다는 것.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키면 두 번째 경로가 막힌다. 속으로 이름을 붙일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설명이 옳다면 이점이 그대로 남아야 하고, 두 번째 설명이 옳다면 사라져야 한다. 사라졌으므로 두 번째 쪽이 지지된다.

이 논증의 형태를 눈여겨볼 만하다. 두 설명이 같은 예측을 하는 자리를 피하고, 서로 다른 예측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 거기서 잰다. 10장에서 순환적인 설명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말한 것과 같은 구조다.

그리고 이 결과가 약한 판본을 없애지 않는다는 점도 적어야 한다. 언어가 과제를 푸는 도구로 쓰인다는 것 자체가 약한 판본이 주장하는 바다. 무너진 것은 더 강한 해석 — 지각이 바뀌었다는 것 — 이고, 약한 판본은 오히려 정확한 형태를 얻었다.

예제 123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워프 가설은 반박되었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은 오래전에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서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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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서술은 한쪽 판본만 다루면서 가설 전체를 처리했다. 옳은 부분부터 적으면,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강한 판본이 지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맞다. 낱말이 없는 구별도 배울 수 있고, 말 이전의 아기와 동물도 범주를 만들며, 번역이 어려울 수는 있어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서술은 약한 판본까지 함께 치워 버린다. 언어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여러 갈래에서 일부 지지되었고, 색·공간·수에서 얻어진 결과들이 있다. 게다가 이 서술은 그 결과들이 나오는지에 대해 알려진 것까지 지운다 — 언어가 과제를 푸는 도구로 쓰인다는 것, 그래서 도구를 못 쓰게 하면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므로 정확한 형태는 이렇다 —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판본은 지지되지 않는다. 언어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준다는 판본은 일부 지지되며, 효과는 대개 작고 조건이 붙는다. 이 둘은 다른 주장이므로 함께 판정할 수 없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두 판본을 갈라내는 구별
  • 강한 판본이 지지되지 않는 근거 최소 하나
  • 약한 판본을 지지하는 결과 최소 하나, 그리고 그 효과에 조건이 붙는다는 표시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약한 판본의 결과들을 얼마나 무겁게 볼 것인지는 견해가 갈릴 수 있다. 효과가 작고 과제에 매여 있으므로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고 부를 만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답에도 근거가 있고, 작더라도 체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답에도 근거가 있다. 어느 쪽으로 답해도 좋다.

다만 "워프 가설은 참이다"로 끝내는 답도, "거짓이다"로 끝내는 답도 오답이다. 두 판본을 가르지 않은 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마다 낱말이 다르니 생각도 다를 것"이라는 근거를 대는 답도 오답이다. 다음 절이 그 근거가 왜 성립하지 않는지를 다룬다.

잘못 퍼진 사례 하나

앞 절의 뭉뚱그림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이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이누이트어에 눈을 가리키는 낱말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고, 대개 "그러므로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눈을 다르게 본다"는 결론과 함께 인용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두 자리에서 잘못되었다. 그리고 두 잘못의 성질이 서로 다르다.

이야기가 옮겨지는 동안 수가 커졌고, 수가 정확했더라도 결론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두 가지가 따로 잘못되었다
<이야기가 옮겨지는 동안 수가 커졌고, 수가 정확했더라도 결론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두 가지가 따로 잘못되었다>[원본 보기]

첫째 잘못 — 세는 단위를 정하지 않았다. 이 언어들은 어근에 여러 조각을 붙여 낱말을 만드는 유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꼴을 각각 하나의 낱말로 세면 수는 얼마든지 커진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세면 한국어의 눈 낱말도 크게 늘어난다 — 함박눈, 진눈깨비, 싸락눈, 첫눈, 눈보라, 가루눈, 봄눈. 어느 쪽 언어에서든 무엇을 한 낱말로 셀지를 먼저 정해야 그 수가 뜻을 갖는다. 이 장 첫 절에서 "무엇을 한 낱말로 셀지가 언어마다 다르다"고 미리 적어 둔 이유가 이것이다.

둘째 잘못 — 수가 맞았다 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낱말이 많다는 것은 그 문화가 그것에 관심을 많이 쏟는다는 뜻일 수 있다. 그렇다면 관심이 낱말을 만든 것이지 낱말이 지각을 만든 것이 아니다. 4장에서 본 상관과 인과의 문제가 여기 그대로 있다 — 두 가지가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는 방향을 알 수 없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지각이나 사고를 실제로 잰 자료가 아예 없다. 낱말 수를 센 것과 무엇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잰 것은 다른 자료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어떻게 커졌는지도 추적되었다. 인류학자의 초기 기록에서 몇 개의 어근이 언급된 것이 인용을 거치며 "아주 많다"가 되고, 다시 인용되며 수가 붙고, 옮겨질 때마다 그 수가 커졌다. 1991년에 한 언어학자가 이 확산 과정을 추적한 글을 냈다. 9장에서 본 출처 혼동이 학문의 인용에서 일어난 사례로 읽어도 좋다 — 내용은 남고 원래의 조건과 출처는 남지 않았다.

이 사례를 이 장에 두는 이유는 세 가지다.

예제 124

어떤 사람이 "그 이야기는 부풀려진 것이지만 그래도 낱말이 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니,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여전히 남는다"고 말한다. 이 반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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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론은 첫째 잘못만 다루고 둘째 잘못을 다루지 않는다.

수가 부풀려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좋다. 그러나 이 절이 지적한 두 잘못 가운데 더 무거운 쪽은 둘째다. 수가 정확하더라도 그것에서 사고에 대한 결론이 따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왜 따라 나오지 않는지를 세 걸음으로 적으면 이렇다.

  • 방향을 알 수 없다. 관심이 낱말을 만들었을 수도, 낱말이 관심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낱말 수를 세는 것으로는 갈라지지 않는다.
  • 잰 것이 언어뿐이다. 사고나 지각에 대한 자료가 없다. 결론은 사고에 대한 것인데 자료는 언어에 대한 것이다.
  • 이 논증이 성립한다면 아무 데나 적용된다. 어떤 직업군은 그 분야의 대상을 가리키는 낱말을 훨씬 많이 안다. 그것을 두고 "그 사람들은 세상을 다르게 지각한다"고 말하려면, 지각을 실제로 재야 한다. 실제로 그런 연구가 있고, 전문가가 자기 분야의 대상을 더 잘 구별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그것은 언어 때문인지 그 대상을 오래 다뤄서인지를 따로 갈라야 하는 물음이다.

마지막 항목이 이 반론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이다. 낱말이 많은 사람은 대개 그것을 오래 다룬 사람이다. 그러므로 낱말의 수는 언어의 영향을 재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 재려면 앞 절의 과제 연구처럼 언어를 쓰지 못하게 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봐야 한다.

예제 125

이 사례에서 배운 것을 다른 주장에 적용해 보라. 어떤 글이 "어떤 언어에는 감정을 가리키는 낱말이 훨씬 많으므로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감정을 더 세밀하게 느낀다"고 적었다. 이 주장을 검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풀이 보기

먼저 주장을 조각내야 한다. 이 문장에는 최소 세 개의 주장이 들어 있다.

  • 사실 주장 — 그 언어에 감정을 가리키는 낱말이 더 많다.
  • 연결 주장 — 그 낱말들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
  • 방향 주장 — 낱말이 느낌을 세밀하게 만든다.

첫째를 확인하려면 세는 단위를 정해야 한다. 이 절의 첫째 잘못이다. 파생형을 각각 셀 것인가, 관용 표현을 셀 것인가, 두 낱말로 이루어진 표현을 셀 것인가. 기준을 정하기 전에는 어느 쪽이 많은지 말할 수 없다.

둘째를 확인하려면 감정 쪽을 재야 한다. 그리고 16장에서 보게 되듯 감정을 무엇으로 재는가가 그 자체로 논쟁이다. 스스로 보고한 것으로 잰다면, 낱말이 많은 언어의 화자가 더 세밀하게 보고하는 것은 거의 당연하다 — 보고에 쓸 낱말이 많으니까. 그것은 느낌이 세밀하다는 것과 다르다. 그러므로 말에 기대지 않는 지표를 함께 써야 한다.

셋째를 확인하려면 방향을 가려야 한다. 앞 절의 방법이 여기서도 쓰인다 —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켜 언어를 쓰지 못하게 했을 때 그 차이가 남는지 보는 것. 남으면 언어가 도구로 쓰인 것 이상이고, 사라지면 도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셋을 다 해도 남는 것이 있다. 두 집단은 언어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자란 문화가 다르다. 4장의 말로 혼입변수가 통째로 붙어 있다. 그래서 이런 물음에서는 같은 문화 안에서 언어 조건을 조작하는 설계 — 예를 들어 두 언어를 다 쓰는 사람에게 어느 언어로 과제를 시키는가를 바꿔 보는 설계 — 가 함께 필요하다.

두 언어를 쓴다는 것

마지막 절은 이중언어를 다룬다. 여기서도 확인된 것과 흔들린 것의 근거 상태가 크게 다르다.

위 칸과 아래 칸의 근거 상태가 다르다. 그리고 위 칸의 여러 오해가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가 하나에서 나온다
<위 칸과 아래 칸의 근거 상태가 다르다. 그리고 위 칸의 여러 오해가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가 하나에서 나온다>[원본 보기]

비교적 확인된 것부터. 두 언어를 함께 배우는 것이 언어 발달을 해친다는 근거는 없다. 두 언어의 이정표는 대체로 한 언어를 배우는 아이와 같은 순서로 온다. 그리고 한 언어의 어휘만 따로 세면 단일언어 아이보다 적게 나올 수 있는데, 두 언어를 합쳐 세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 앞 절과 정확히 같은 문제다 — 세는 단위가 결론을 만든다.

말하다가 언어를 바꾸는 것도 뒤섞임이 아니다. 어디서 바꿀 수 있고 어디서 바꿀 수 없는지에 규칙성이 있고, 그 규칙성이 두 언어의 문법을 모두 지킨다. 그리고 쓰지 않는 쪽 언어가 완전히 꺼져 있지 않다는 결과가 여러 절차에서 나왔다 — 한 언어로 말하는 동안에도 다른 언어가 함께 활성화된다.

이제 흔들린 것. 두 언어를 늘 다루느라 주의를 통제하는 힘이 길러지고 그 이점이 언어와 상관없는 과제에도 나타난다는 주장이 2000년대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표본이 큰 연구와 사전등록 연구에서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이어졌고, 출판 편향의 흔적도 보고되었다.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가운데 이점을 지지한 쪽이 지지하지 않은 쪽보다 논문으로 실린 비율이 높았다는 분석이 있다. 6장에서 세운 규칙대로 이 사실이 서술의 주어가 된다.

가장 강한 형태의 반론도 적는다. 이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효과가 있다면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날 것이고 — 두 언어를 늘 오가며 쓰는 환경 같은 — 그런 조건을 나누지 않고 모아 분석하면 효과가 씻겨 나간다. 그리고 "주의를 통제하는 힘"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과제들이 실은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어서, 5장의 말로 구성 타당도가 확립되지 않은 채 묶여 분석되었다는 것이다. 이 반론에는 근거가 있다.

그래서 이 문서는 이렇게 적는다. "이중언어에 일반적인 인지 이점이 있다"를 사실로 적지 않는다. 동시에 "이중언어가 해롭다"도 적지 않는다 — 그쪽 역시 근거가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의 문단들이고, 두 언어를 쓸 줄 아는 것의 값어치는 인지 과제 점수와 별개로 이미 충분히 크다.

예제 126

이중언어 아이의 어휘를 재는 두 방식 — 한 언어만 세는 것과 두 언어를 합쳐 세는 것 — 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낸다. 어느 쪽이 옳은가?

풀이 보기

"어느 쪽이 옳은가"가 잘못된 물음이다. 무엇을 알고 싶은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한 언어만 세는 것이 맞는 자리. 그 아이가 그 언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그 언어의 어휘만 세는 것이 맞는 지표다. 두 언어를 합친 수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합쳐 세는 것이 맞는 자리. 그 아이의 언어 발달이 또래와 견주어 어떤지가 궁금하다면 합쳐 세야 한다. 한 언어만 세면 그 아이가 아는 낱말의 일부를 아예 세지 않은 것이 되고, 그 결과를 "발달이 늦다"로 읽으면 틀린 결론이 된다.

여기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한 언어만 세는 지표로 얻은 결과가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옮겨지면서 "이중언어 아이는 언어 발달이 늦다"는 서술이 만들어졌다. 지표는 틀리지 않았고, 그 지표로 답할 수 없는 물음에 답한 것이 틀렸다.

이것이 18장에서 읽기 규칙의 첫째가 될 습관이다. 수를 보면 무엇을 세었는지부터 묻는다. 그리고 이 장에서 같은 문제를 세 번째로 만난 셈이다 — 눈 낱말에서 한 번, 워프 가설의 판본에서 한 번, 여기서 한 번.

예제 127

어떤 사람이 "이중언어의 인지 이점은 재현 실패로 밝혀졌으니, 아이에게 두 언어를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결론은 하나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전혀 다른 물음으로 옮겼다. 재현이 흔들린 것은 "두 언어를 쓰면 언어와 상관없는 과제에서도 이점이 나타나는가"라는 좁은 물음이고, 이 사람이 내린 결론은 "두 언어를 가르칠 이유가 있는가"라는 훨씬 넓은 물음에 대한 것이다. 두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대부분 그 이점과 무관하다 — 가족과 말이 통하는 것, 그 언어로 된 것을 읽고 듣는 것,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일하고 지내는 것.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인지 과제 점수에 기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결론은 앞 문단의 확인된 것들도 함께 지운다 — 두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언어 발달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가 있는 서술이고, 그것만으로도 "가르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일반적인 인지 이점이 있다는 주장은 크게 흔들렸다. 그것은 두 언어를 배울 이유에 대한 답이 아니다. 두 물음은 서로 다른 물음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흔들린 주장의 범위가 좁다는 지적. 무엇이 흔들렸는지 정확히 적을 것
  • 그 물음과 "가르칠 이유"가 다른 물음이라는 구별
  • 이점 주장과 무관하게 확인된 것이 있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인지 이점 주장에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는 답도 좋다. 조건을 나누어 다시 재야 한다는 반론에는 근거가 있다. 반대로 이 주장이 사실상 정리되었다고 보는 답도 좋다.

다만 "이점이 있다"를 근거로 두 언어를 권하는 답도 오답이다. 이 결론을 뒤집기만 한 것이고, 흔들린 주장에 다시 기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거가 약한 주장을 좋은 목적에 쓰는 것도 이 문서가 금지하는 일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음소 / 형태소뜻을 갈라 주는 가장 작은 소리 단위 /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 낱말과 같지 않다
통사 / 의미 / 화용낱말을 배열해 문장을 만드는 규칙 /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가 / 그 상황에서 그 말이 무엇을 하는가
생산성 / 자의성이제까지 없던 문장을 만들고 알아듣는 성질 / 소리와 뜻 사이에 필연적 연결이 없다는 성질
규칙의 지나친 적용앞서 맞게 쓰던 불규칙한 꼴을 규칙대로 바꿔 말하는 시기. 따라 하기가 아니라는 증거다
통계적 학습소리의 이어짐에 있는 규칙성만으로 소리 줄을 나누는 능력. 되풀이 확인되었다
결정적 시기 / 민감기어릴 때 접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가설. 도달점의 차이는 확인되었고 곡선의 모양은 미결
언어 상대성 — 강한 판본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 지지되지 않는다
언어 상대성 — 약한 판본언어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준다. 일부 지지되며 효과는 작고 조건이 붙는다
언어를 막는 조작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켜 언어를 도구로 쓰지 못하게 하는 절차. 두 설명을 갈라 준다
이중언어의 인지 이점 주장언어와 무관한 과제에서도 이점이 나타난다는 주장. 크게 흔들렸고 출판 편향의 흔적이 보고되었다
사람 · 사례이 문서에서의 자리
사피어 (Edward Sapir) 와 워프 (Benjamin Lee Whorf)언어 상대성이라는 이름이 붙는 자리. 강·약 판본을 갈라 읽어야 한다
촘스키 (Noam Chomsky)1959년 언어가 강화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반론. 7장의 예고가 여기로 이어진다
새프런 (Jenny Saffran) 과 동료들1996년 통계적 학습. 아기가 이어짐의 규칙성으로 소리 줄을 나눈다
뉴포트 (Elissa Newport) 와 동료들수어를 늦게 접한 사람들의 자료. 이 물음의 비교적 깨끗한 근거
하츠혼 (Joshua Hartshorne) 과 동료들2018년 대규모 자료로 곡선의 모양을 다시 물었다
풀럼 (Geoffrey Pullum)1991년 눈 낱말 이야기의 확산 과정을 추적했다
팝 (Kenneth Paap) · 더 브라윈 (Angela de Bruin) 과 동료들이중언어 인지 이점의 근거와 출판 편향을 다시 검토했다

이 장으로 학습·기억·인지의 묶음이 끝난다. 다음 장은 지각으로 옮겨 가고, 거기서 9장과 10장이 두 번 미뤄 둔 신호탐지이론이 세워진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감각과 지각

이 장은 바깥 세상이 어떻게 안으로 들어오는지를 다룬다. 그런데 이 장의 결론은 "들어온다"가 아니다. 지각은 받아 적는 일이 아니라 추론하는 일이다. 이 문장을 무엇을 근거로 말할 수 있는지가 이 장의 뼈대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조작적 정의혼입변수를, 5장에서 구성개념·표준점수·반응 편향을,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장은 5장과 특히 가깝다. 신호탐지이론은 "재는 일"의 문제를 감각에 대해 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용어 하나를 먼저 갈라 둔다. 감각(sensation)은 감각기관이 물리적 자극을 신경 신호로 바꾸는 데까지를 가리키고, 지각(perception)은 그 신호를 정리해 "무엇이 있다"로 만드는 데까지를 가리킨다. 이 경계가 어디인지는 사실 깔끔하지 않고, 이 장의 뒷부분은 그 경계가 왜 깔끔할 수 없는지를 보인다.

재는 일이 여기서도 먼저다 — 역치와 정신물리학

심리학이 학문으로 서기 전에 이미 재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물리적 자극의 크기와 그것에 대한 보고 사이의 관계다. 이 분야를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 부른다. 3장에서 본 대로 심리학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여기다.

절대역 — 문턱은 계단이 아니다

절대역(absolute threshold)은 흔히 "알아챌 수 있는 가장 약한 자극"이라고 소개된다. 이 정의에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재 보면 그런 지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약한 소리를 여러 번 내면서 매번 "들렸는가"를 묻는다고 하자. 같은 세기를 열 번 내면 어떤 때는 들렸다고 하고 어떤 때는 아니라고 한다. 세기를 조금 올리면 "들렸다"는 비율이 조금 오른다. 얻어지는 것은 계단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이고, 이 곡선을 정신물리 함수라 부른다.

문턱이 정말로 있다면 주황 점선처럼 계단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나오는 것은 파란 곡선이고, 절대역은 그 곡선 위에서 관례로 고른 한 점이다
<문턱이 정말로 있다면 주황 점선처럼 계단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나오는 것은 파란 곡선이고, 절대역은 그 곡선 위에서 관례로 고른 한 점이다>[원본 보기]

그래서 절대역은 관례로 정의된다. 대개 "절반의 시행에서 알아챈 세기"를 쓴다. 이것은 자연이 정해 준 경계가 아니라 우리가 그은 선이며, 4장에서 본 조작적 정의의 전형적인 예다. 문턱값을 보고할 때는 어느 관례로 쟀는지를 함께 적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곡선이 퍼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절의 출발점이다. 왜 같은 자극에 매번 다르게 답하는가.

차이역과 최소가지차이 — 베버 법칙

두 자극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려면 얼마나 달라야 하는가. 이 최소한의 차이를 차이역(difference threshold) 또는 최소가지차이(just-noticeable difference)라 한다. 정의는 절대역과 같은 방식이다. 절반의 시행에서 다르다고 답하는 차이다.

여기서 19세기에 발견된 규칙성이 하나 있다. 최소가지차이는 고정된 양이 아니라 원래 세기에 비례한다. 이것을 베버 법칙(Weber's law)이라 부른다. 원래 자극의 세기를 I, 최소가지차이를 ΔI 라 하면

ΔII=k

이고 이 k베버 상수라 한다. 감각 차원마다 값이 다르며, 작을수록 그 차원에서 예민하다는 뜻이다.

직선의 기울기가 베버 상수다. 세기가 4배가 되면 알아채는 데 필요한 차이도 4배가 된다. 아주 약하거나 아주 센 쪽에서는 직선을 벗어난다
<직선의 기울기가 베버 상수다. 세기가 4배가 되면 알아채는 데 필요한 차이도 4배가 된다. 아주 약하거나 아주 센 쪽에서는 직선을 벗어난다>[원본 보기]

이 관계가 왜 중요한가. 감각계가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비를 다룬다는 첫 번째 증거이기 때문이다. 손에 든 것이 가벼우면 조금만 더해도 알아채고, 무거우면 같은 양을 더해도 모른다. 이 성질은 이 장 뒤에 나오는 순응·항등성·대비와 같은 이야기의 다른 얼굴이다.

배경 한 문단. 베버의 관계에서 "자극이 곱으로 늘어날 때 감각의 크기는 덧셈으로 늘어난다"는 결론을 끌어낸 사람이 페히너다. 뒤에 스티븐스는 차원에 따라 그 관계가 다른 모양이 된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감각 차원과 재는 방법에 따라 갈리고,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이 문단은 넘어가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그리고 베버 법칙 자체도 법칙이라기보다 넓은 가운데 구간에서의 근사다. 아주 약한 자극과 아주 센 자극에서는 벗어난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셋째와 넷째를 여기에 대어 보면 "효과는 크고 여러 차원에서 되풀이되지만, 범위 밖으로 나가면 성립하지 않는다"가 정확한 서술이다.

예제 128

가상의 실험이다. 참가자가 100g 짜리 추를 들고 있을 때, 2g 을 더하면 절반의 시행에서 무거워졌다고 답했다. 베버 법칙이 성립한다고 보고 (가) 이 차원의 베버 상수, (나) 400g 에서의 최소가지차이, (다) 50g 에서의 최소가지차이를 구하라. (라) 같은 참가자에게 다른 감각 차원을 쟀더니 베버 상수가 0.05 였다. 어느 차원에서 더 예민한가.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가) 비이고 (나)(다)는 질량이다. 아는 것은 I=100g 일 때 ΔI=2g 이라는 한 쌍이다. 쓸 관계는 ΔI/I=k 하나다.

(가) 정의에 그대로 넣는다.

k=2g100g=0.02

단위가 지워져 순수한 비가 남았다. 베버 상수는 늘 단위 없는 수다. 계산이 맞았다는 첫 번째 표시다.

(나) 식을 ΔI 에 대해 풀면 ΔI=kI 다.

ΔI=0.02×400g=8g

(다) ΔI=0.02×50g=1g

답이 말이 되는지 본다. 세기가 4배가 되니 차이역도 4배, 절반이 되니 절반이 되었다. 비례 관계이므로 이래야 한다.

(라) 베버 상수가 작은 쪽이 예민한 쪽이다. 0.02<0.05 이므로 처음 차원에서 더 예민하다. 같은 100 단위 자극에서 첫 차원은 2 만 달라도 알아채는데 둘째 차원은 5 는 달라야 알아챈다.

흔한 실수 둘. 첫째, 베버 상수를 "클수록 예민하다"로 읽는 것. 상수는 알아채는 데 필요한 차이의 비이므로 클수록 둔한 것이다. 둘째, 400g 에서 답을 여전히 2g 으로 두는 것. 그것이 바로 베버 법칙이 부정하는 서술이다.

예제 129

어떤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 "절대역이 있다는 말은 틀렸다. 실험을 해 보면 같은 자극에 매번 다르게 답하니까 문턱 같은 것은 없다." 이 주장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용어를 잘못 읽은 것이다. 맞는 부분은 이렇다. 자극 세기를 올릴 때 탐지 여부가 어느 한 지점에서 딱 갈리는 계단은 실제로 나오지 않으며, 그런 뜻의 "문턱"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물리학이 쓰는 절대역은 그런 뜻이 아니다. 그것은 완만한 곡선 위에서 관례로 고른 한 점, 대개 절반의 시행에서 탐지된 세기를 가리키는 조작적 정의다. 조작적 정의는 "자연에 그런 경계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재는 절차를 정해 서로 다른 조건과 사람을 견줄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계단 같은 문턱은 없고, 절대역이라는 지표는 여전히 쓸모가 있다. 다만 그 값을 보고할 때는 어느 관례로 쟀는지를 함께 적어야 하며, 다른 관례로 잰 값과 그대로 견주면 안 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자료가 계단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
  • 절대역이 조작적 정의이며 자연의 경계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
  • 그래서 값이 관례에 딸려 있고, 관례를 밝히지 않으면 견줄 수 없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문턱"이라는 말이 오해를 부르므로 다른 이름을 쓰는 편이 낫다고 답해도 좋다. 그것은 용어에 대한 의견이지 오답이 아니다. 반대로 "퍼짐이 있으니 지표 자체가 쓸모없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값이 흔들리는 모든 측정이 쓸모없어지는데, 5장이 다룬 신뢰도의 이야기가 바로 그 흔들림을 다루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매번 다르게 답하는 이유"를 잡음으로만 돌리는 답도 부족하다. 다음 절이 보이듯 그 흔들림에는 잡음과 대답하는 버릇이 함께 들어 있다.

신호탐지이론 —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른다

앞 절의 마지막 물음으로 돌아간다. 같은 자극에 왜 매번 다르게 답하는가. 그리고 더 곤란한 물음이 하나 붙는다. "들렸다"는 보고가 많은 사람은 귀가 밝은 사람인가, 아니면 "들렸다"고 잘 말하는 사람인가.

이 물음에 답하는 틀이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이다. 20세기 중반에 레이더 신호 탐지 같은 공학 문제에서 만들어져 심리학으로 들어왔다. 이 문서에서 이 틀은 정설이다. 경험적 주장이 아니라 수학적 틀이고, 심리학뿐 아니라 진단 검사와 기계 판정에서 그대로 쓰인다.

두 분포와 하나의 선

출발점이 되는 그림은 이렇다. 신호가 없을 때도 감각계 안에는 어느 정도의 활동이 있다. 이것을 잡음이라 부른다. 신호가 있으면 그 활동이 평균적으로 조금 커진다. 그러나 두 경우의 활동 크기가 각각 흩어져 있어 겹친다.

관찰자가 실제로 하는 일은 이것이다. 이번 시행의 활동 크기를 보고, 어떤 선보다 크면 "있다"고 답하고 작으면 "없다"고 답한다. 그 선을 준거(criterion)라 한다.

두 봉우리 사이의 거리가 민감도이고 세로 점선의 자리가 준거다. 준거를 옮기면 적중률과 오경보율이 함께 움직이는데 봉우리 사이 거리는 그대로다
<두 봉우리 사이의 거리가 민감도이고 세로 점선의 자리가 준거다. 준거를 옮기면 적중률과 오경보율이 함께 움직이는데 봉우리 사이 거리는 그대로다>[원본 보기]

이 그림에서 관찰자의 답은 네 가지로 갈린다.

‘있다’ 라고 답함‘없다’ 라고 답함
신호가 실제로 있었다적중 (hit)누락 (miss)
신호가 실제로 없었다오경보 (false alarm)정기각 (correct rejection)

네 칸이지만 독립적인 정보는 둘뿐이다. 신호가 있었던 시행에서 적중률이 정해지면 누락률은 그 나머지이고, 신호가 없었던 시행에서 오경보율이 정해지면 정기각률은 그 나머지다. 그래서 관찰자 한 명의 성적은 적중률과 오경보율 두 수로 요약된다.

그리고 여기가 이 절의 핵심이다. 이 두 수는 서로 다른 두 가지에 딸려 있다.

준거를 왼쪽으로 옮기면 적중률이 오른다. 그런데 오경보율도 함께 오른다. 적중률만 보고 "예민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두 수를 계산으로 갈라낸다

두 분포를 정규분포로 보고 퍼짐이 같다고 가정하면, 적중률과 오경보율에서 민감도와 준거를 계산할 수 있다. 5장에서 세운 표준점수를 쓴다. 어떤 비율 p 에 대해 z(p) 는 "표준정규분포에서 그 아래쪽 넓이가 p 가 되는 지점"이다. 표에서 찾는다.

d=z(적중률)z(오경보율)

c=12[z(적중률)+z(오경보율)]

d (디 프라임)이 민감도이고 c 가 준거의 자리다. 읽는 법은 이렇다. d=0 이면 신호와 잡음을 전혀 가르지 못한다는 뜻이고, 커질수록 잘 가른다. c=0 이면 중립, c>0 이면 "있다"고 잘 말하지 않는 엄격한 쪽, c<0 이면 느슨한 쪽이다.

이 계산에는 가정이 들어 있다. 두 분포가 정규분포이고 퍼짐이 같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어긋나면 d 도 어긋난다. 다음 소절의 ROC 곡선이 그 가정을 검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ROC 곡선 — 준거를 옮기면 어디로 가는가

한 관찰자에게 보상 구조를 바꿔 가며 여러 번 재면, 적중률과 오경보율의 짝이 여러 개 나온다. 이 짝들을 오경보율을 가로축에, 적중률을 세로축에 찍은 것이 ROC 곡선이다.

준거를 옮기는 것은 한 곡선 위를 미끄러지는 일이고 민감도가 달라져야 다른 곡선으로 옮겨 간다. 가로 점선 위의 두 점은 적중률이 같은데 곡선이 달라 민감도가 다르다
<준거를 옮기는 것은 한 곡선 위를 미끄러지는 일이고 민감도가 달라져야 다른 곡선으로 옮겨 간다. 가로 점선 위의 두 점은 적중률이 같은데 곡선이 달라 민감도가 다르다>[원본 보기]

이 그림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준거를 바꾸는 것과 민감도가 바뀌는 것이 그림에서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앞의 것은 곡선 위의 이동이고, 뒤의 것은 곡선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적중률 하나만 보는 것은 이 그림에서 가로선 하나만 보는 것과 같고, 그 선은 여러 곡선을 가로지른다.

예제 130

같은 탐지 과제를 다섯 사람에게 시켰더니 아래와 같았다. 민감도가 큰 순서로 세워라. 그리고 준거가 가장 느슨한 사람과 가장 엄격한 사람을 짚어라.

관찰자적중률오경보율
0.930.31
0.840.16
0.690.07
0.930.69
0.690.31

표준정규분포의 값은 아래를 쓴다.

비율 p0.070.160.310.500.690.840.93
z(p)−1.48−0.99−0.500.000.500.991.48
풀이 보기

구하려는 것은 각 사람의 dc 다. 아는 것은 적중률과 오경보율 두 수씩이고, 쓸 관계는 앞의 두 식이다. 적중률만 보고 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 이 문제의 요점이다.

가. d=1.48(0.50)=1.98, c=12(1.480.50)=0.49

나. d=0.99(0.99)=1.98, c=12(0.990.99)=0.00

다. d=0.50(1.48)=1.98, c=12(0.501.48)=0.49

라. d=1.480.50=0.98, c=12(1.48+0.50)=0.99

마. d=0.50(0.50)=1.00, c=12(0.500.50)=0.00

정리하면 이렇다.

관찰자민감도 d준거 c읽는 법
1.98−0.49민감도 큼 · 느슨함
1.980.00민감도 큼 · 중립
1.980.49민감도 큼 · 엄격함
0.98−0.99민감도 작음 · 아주 느슨함
1.000.00민감도 작음 · 중립

민감도 순서는 가 = 나 = 다 > 마 ≈ 라다. 준거는 라가 가장 느슨하고 다가 가장 엄격하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본다. 여기에 이 예제의 전부가 있다.

  • 가·나·다는 민감도가 똑같다. 적중률이 0.93 · 0.84 · 0.69 로 크게 다른데도 그렇다. 오경보율이 함께 떨어졌기 때문이다. 셋은 같은 능력으로 다르게 답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다.
  • 라는 적중률이 가장 높은 축인데 민감도는 가장 낮다. "있다"고 거의 항상 답하면 적중률은 저절로 오른다. 오경보율 0.69 가 그것을 드러낸다.
  • 다와 라를 견주면 방향이 완전히 뒤집힌다. 적중률로 세우면 라(0.93)가 다(0.69)보다 위인데, 민감도로 세우면 다가 라의 두 배다.

흔한 실수는 오경보율을 "실수한 횟수" 정도로 보고 무시하는 것이다. 오경보율은 실수의 기록이 아니라 준거의 위치를 읽어 내는 유일한 창구다. 신호가 없었던 시행을 충분히 넣지 않은 실험은 이 창구를 아예 만들지 않은 것이고, 그런 자료에서는 민감도를 계산할 방법이 없다.

예제 131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두 집단에게 화면에 잠깐 나타나는 표적을 찾게 하고, 처치 집단의 적중률이 유의하게 높았다는 것을 근거로 "처치가 시각 민감도를 높였다"고 결론지었다. 논문에는 오경보율이 보고되어 있지 않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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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론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적중률이 높아지는 길이 둘인데 그 둘을 가를 정보가 보고에 없기 때문이다.

길 하나는 실제로 민감도가 커진 것이다. 길 둘은 준거가 느슨해진 것이다. 처치가 "주의 깊게 보라"는 지시를 포함했거나, 처치 집단이 실험자의 기대를 눈치챘거나, 표적이 있다고 답하는 편이 낫다고 느끼게 만들었다면 민감도가 하나도 변하지 않아도 적중률은 오른다. 6장의 실험자 기대 효과와 5장의 요구특성이 여기서 그대로 작동한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셋이다.

  • 신호가 없는 시행(허위 시행)을 충분히 넣고 오경보율을 보고한다. 이것 없이는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 두 수에서 dc 를 계산해 어느 쪽이 달라졌는지 나누어 보고한다. 준거가 달라진 것도 발견이지만 다른 발견이다.
  • 가능하면 보상 구조를 바꿔 가며 ROC 곡선을 그린다. 곡선 자체가 옮겨 갔는지 곡선 위를 미끄러진 것인지가 그림에서 갈린다.

정확한 보고는 이렇다. "처치 집단에서 적중률이 높았다." 여기까지가 자료이고, "민감도"는 아직 지지되지 않은 해석이다. 5장에서 세운 대로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므로 그 해석을 지지하는 증거를 따로 대야 한다.

예제 132

신호탐지이론에서 관찰자에게 "준거를 옮기라"고 시키는 방법이 둘 있다. (가) 신호가 나올 확률을 바꿔 알려 준다. (나) 적중과 오경보에 붙는 보상과 벌점을 바꾼다. 각각이 왜 준거를 옮기는지 설명하고, 이 사실이 실험 설계에 어떤 뜻을 갖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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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준거는 애매한 활동 크기를 만났을 때 어느 쪽으로 답하는 것이 나은가에 대한 답이고, 그 답은 두 가지에 딸려 있다. 첫째는 신호가 있을 확률이다. 신호가 자주 나온다고 알면 같은 활동 크기라도 신호일 가능성이 커지므로 "있다" 쪽으로 답하는 것이 유리해지고, 준거가 왼쪽으로 옮겨 간다. 둘째는 결과의 값어치다. 놓치는 것이 크게 손해이고 헛짚는 것은 별 손해가 아니라면 "있다" 쪽으로 답하는 것이 유리하고, 반대면 반대다. 설계에 대한 뜻은 이렇다. 준거는 관찰자의 성격이 아니라 상황이 정하는 값이므로, 조건마다 확률과 보상 구조가 다르면 준거가 달라지고 적중률이 달라진다. 그런데 그 차이는 민감도의 차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두 조건을 견주는 실험은 신호 확률과 보상 구조를 같게 맞추거나, 아니면 오경보율을 함께 재서 민감도와 준거를 갈라 보고해야 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확률과 보상이 "애매할 때 어느 쪽이 유리한가"를 바꾸기 때문에 준거가 움직인다는 설명
  • 준거의 이동이 민감도와 무관하다는 것
  • 설계상의 결론 — 조건 사이에 확률·보상을 맞추거나 오경보율을 함께 재야 한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준거의 이동을 "합리적인 조정"으로 보든 "편향"으로 보든 상관없다. 실은 두 이름이 같은 것을 가리킨다. 5장에서 반응 편향이라는 말을 쓴 것은 그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재려는 것과 다른 것이 값에 섞여 든다는 뜻이었다. 다만 "준거를 옮기면 능력이 좋아진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리고 "확률을 알려 주는 것은 속임수"라고 답하는 것도 오답이다. 그것이 바로 ROC 곡선을 그리는 표준적인 방법이다.

예제 133

신호탐지이론이 심리학 바깥에서도 쓰인다. 어떤 판정 절차에서 "맞힌 비율이 95%"라고 홍보한다고 하자. 이 수만으로 그 절차가 좋은지 판단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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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이유가 둘이다.

첫째, "맞힌 비율"이 무엇을 세었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적중률(신호가 있었을 때 있다고 답한 비율)인지, 전체 시행 가운데 옳게 답한 비율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수다.

둘째, 어느 쪽이든 오경보율을 함께 주지 않으면 민감도를 알 수 없다. 앞 예제의 관찰자 라가 그 보기였다. 언제나 "있다"고 답하면 적중률은 1.0 이 되지만 그 절차는 아무것도 가르지 못한다.

그리고 셋째가 하나 더 붙는다. 전체 정확률은 기저율에 크게 딸려 있다. 신호가 아주 드문 상황이라면 언제나 "없다"고 답하는 절차의 전체 정확률이 저절로 아주 높아진다. 그 절차는 신호를 하나도 못 잡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요구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적중률과 오경보율을 따로, 그리고 신호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 나오는 상황에서 쟀는지를 함께. 이 요구는 이 장의 내용이면서 동시에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넷째, 즉 "어떤 조건에서 잰 것이 어떤 조건으로 일반화되는가"의 한 사례다.

감각은 변화를 잡는다

앞 절에서 감각계가 비를 다룬다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그것과 짝이 되는 성질을 본다.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 — 자극이 변하지 않고 계속되면 그것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자극이 켜진 채 그대로 있으면 반응이 줄고 자극이 바뀌는 순간 다시 커진다. 감각계가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변화를 부호화한다는 말의 뜻이 이 모양이다
<자극이 켜진 채 그대로 있으면 반응이 줄고 자극이 바뀌는 순간 다시 커진다. 감각계가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변화를 부호화한다는 말의 뜻이 이 모양이다>[원본 보기]

일상에서 늘 겪는 일이다. 입은 옷의 촉감은 곧 사라지고, 방에 들어설 때 났던 냄새는 몇 분 뒤 없어지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점점 보인다. 마지막 것은 암순응이라 부르며 완전히 진행되는 데 꽤 오래 걸린다.

이것을 감각계의 한계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면 요점을 놓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대개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보는 변화에 실려 있다. 1950년대에 눈의 움직임을 상쇄해 망막의 같은 자리에 상을 고정시키는 실험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하면 상이 몇 초 안에 흐려져 사라진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눈이 쉬지 않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그 때문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같은 성질이 공간에서 나타나면 대비가 된다. 회색 조각의 밝기는 그 자체로 정해지지 않고 옆에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은 뒤에 나올 항등성과 착시의 재료다.

예제 134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순응은 감각의 결함이다. 자극이 그대로 있는데 못 느끼게 되니 정보를 잃는 것 아닌가." 이 견해를 가장 강한 형태로 적고, 그다음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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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가장 강한 형태의 견해는 이렇다. 순응이 있으면 지속되는 자극의 절대적 크기를 알 수 없게 된다. 방 안의 냄새가 위험한 기체라면 순응은 실제로 해롭고, 지속적인 통증에 순응하지 않는 감각이 따로 있는 것도 그런 이유로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순응은 공짜가 아니며, 실제로 손실을 낳는다. 이 지적은 옳다. 그런데 그 대가로 얻는 것이 있다. 감각계가 다룰 수 있는 신호의 폭은 유한한데 바깥 세상의 밝기와 세기의 폭은 그보다 몇 자릿수 넓다. 순응은 그 좁은 폭을 지금 필요한 구간에 맞춰 옮겨 주는 장치다. 밝은 낮과 어두운 밤에 같은 눈을 쓸 수 있는 것이 그 덕이다. 그리고 앞 절의 베버 법칙이 말한 것이 여기와 같은 이야기다. 감각계가 재는 것은 절대량이 아니라 지금 기준선에서의 변화다. 그러므로 정확한 판정은 "결함"도 "최적"도 아닌 맞바꿈이다. 절대적 크기의 정보를 내주고 넓은 범위에서의 분해능을 얻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순응이 실제로 무엇을 잃게 하는지를 인정할 것
  • 얻는 것이 무엇인지 — 좁은 반응 범위를 현재 수준에 맞추는 일
  • 결론을 맞바꿈으로 적을 것. 한쪽만 적으면 절반의 답이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손실 쪽에 무게를 더 두든 이득 쪽에 더 두든 상관없다. 어느 감각 차원인지에 따라 실제로 무게가 다르다. 다만 "순응은 아무 대가도 없는 좋은 장치"라고 답하면 반쪽이고, "그러므로 감각은 믿을 수 없다"로 건너뛰면 오답이다. 뒤엣것은 다음 절과 그다음 절이 반복해서 경계하는 도약이다.

예제 135

서로 붙어 있는 두 회색 조각이 있다. 왼쪽 조각은 밝은 배경 위에, 오른쪽 조각은 어두운 배경 위에 놓여 있는데 두 조각의 물리적 밝기는 같다. 이때 두 조각은 다르게 보인다. 이것을 "착각"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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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지 않다.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답이 갈리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의 양을 묻는 것이라면 두 조각은 같고, 다르게 보이는 것은 물리량에 대한 오답이다. 그러나 시각계가 답하려는 물음은 그것이 아니다. 시각계가 답하려는 물음은 "저 물체의 표면은 얼마나 밝은 표면인가"이고, 같은 양의 빛이 눈에 닿았더라도 그 빛이 밝은 조명 아래 어두운 표면에서 온 것인지 어두운 조명 아래 밝은 표면에서 온 것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눈에 닿은 빛의 양만으로는 이 물음의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각계는 주변을 함께 본다. 밝은 배경에 둘러싸인 조각은 조명이 밝은데도 그만큼 밝게 오지 않은 것이므로 어두운 표면으로 판정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이것은 재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재고 있는 것이다. 다음 두 절이 이 문장을 넓혀 나간다. 다만 조심할 것이 있다. 이 설명은 "그러므로 지각은 언제나 옳다"를 뜻하지 않는다. 실제 조명 조건이 시각계의 전제와 어긋나면 결과는 그냥 틀린다.

상향 처리와 하향 처리 — 항등성과 깊이

앞 예제의 마지막 문단이 이 절의 주제다. 지각에 들어가는 정보가 두 방향에서 온다.

두 이름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지각에서 둘이 함께 일하며, 어느 쪽 몫이 큰지가 상황마다 다르다.

항등성 — 상은 바뀌는데 물체는 그대로다

문 하나를 열어 보자. 망막에 맺힌 문의 모양은 직사각형에서 여러 사다리꼴로 계속 바뀐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것은 "모양이 변하는 물체"가 아니라 "열리고 있는 직사각형 문"이다. 이것을 모양 항등성이라 하고, 같은 성질이 여러 차원에 있다.

항등성망막에서 바뀌는 것그래도 그대로 보이는 것
크기 항등성거리에 따라 상의 크기가 바뀐다물체의 크기
모양 항등성보는 각도에 따라 상의 모양이 바뀐다물체의 모양
밝기 항등성조명에 따라 눈에 닿는 빛의 양이 바뀐다표면의 밝기
색 항등성조명의 색에 따라 반사된 빛의 파장 분포가 바뀐다물체의 색

항등성이 성립하려면 망막의 상만으로는 부족하다. 크기 항등성에는 거리 정보가, 밝기 항등성에는 조명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정보들 역시 직접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다음 절로 이어지는 다리다.

깊이 단서 — 3차원을 2차원에서 되찾기

망막은 평면이다. 3차원 장면이 2차원으로 눌리면서 깊이 정보가 사라진다. 그것을 되찾는 단서들이 있다.

갈래단서어떻게 쓰이는가
양안 단서양안 부등두 눈의 위치가 달라 상이 조금 다르다. 그 차이가 클수록 가깝다
양안 단서수렴가까운 것을 볼수록 두 눈이 안쪽으로 모인다
단안 단서중첩가리는 쪽이 앞이다
단안 단서상대 크기같은 종류의 물체가 작게 보이면 멀다
단안 단서선형 조망나란한 선이 멀수록 모인다
단안 단서결 기울기같은 결이 멀수록 촘촘하고 작아진다
단안 단서대기 조망먼 것일수록 흐리고 푸르스름하다
단안 단서운동 시차머리를 움직이면 가까운 것이 더 많이 움직인다
평면 그림에서 깊이를 만드는 단서 넷. 사각형 가와 나는 화면에서 크기가 정확히 같은데 나가 더 커 보인다
<평면 그림에서 깊이를 만드는 단서 넷. 사각형 가와 나는 화면에서 크기가 정확히 같은데 나가 더 커 보인다>[원본 보기]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 이 그림의 두 사각형은 화면에서 크기가 같다. 그런데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시각계가 그것들을 다른 거리에 있는 것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상이 더 멀리서 왔다면 실제 물체는 더 커야 한다. 크기 항등성이 하는 계산이 그것이고, 여기서는 그 계산이 그림에 걸려든 것이다.

예제 136

지각이 "상향 처리만"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자. 그런 체계가 할 수 없는 일을 두 가지 들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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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첫째, 항등성을 만들 수 없다. 망막의 상만 처리하는 체계는 문이 열릴 때 모양이 변하는 물체를 보고, 사람이 멀어질 때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본다. 물체를 "같은 물체"로 유지하려면 상 바깥의 정보 — 거리, 조명, 보는 각도 — 를 함께 써야 하는데 그 정보는 상 안에 그대로 들어 있지 않고 다른 단서에서 추정해야 한다. 둘째, 모호한 입력을 하나로 정할 수 없다. 하나의 망막 상에 들어맞는 바깥 세상은 무한히 많다. 가까이 있는 작은 것과 멀리 있는 큰 것이 같은 상을 만들 수 있다. 어느 쪽인지 정하려면 그 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끌어와야 한다. 그러므로 순수한 상향 체계는 "답이 여럿인 문제" 앞에서 멈춘다. 실제 지각은 멈추지 않고 하나를 내놓으며,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하향 정보가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감각 입력이 바깥 세상을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는 것 — 이것이 핵심이다
  • 항등성에 상 바깥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
  • 그래서 하향 처리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지각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하향 정보를 "배워서 얻은 지식"으로 보든 "타고난 전제"로 보든 상관없다. 실제로 어느 쪽인지는 단서마다 다르고 다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하향 처리 때문에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로 답하면 지나친 도약이다. 하향 처리의 몫이 크다는 것과 지각이 믿음에 따라 마음대로 바뀐다는 것은 다른 주장이며, 다음 절이 뒤엣것이 왜 틀렸는지를 보인다.

예제 137

한 눈을 감고 방을 둘러보아도 깊이가 어느 정도는 보인다. 그런데 한 눈으로 실을 바늘구멍에 꿰는 일은 눈에 띄게 어려워진다. 이 두 사실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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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지 않는다. 깊이 단서가 여러 종류이고 각각이 잘 듣는 거리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눈으로도 쓸 수 있는 단서가 많다. 중첩, 상대 크기, 선형 조망, 결 기울기, 대기 조망, 그리고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얻어지는 운동 시차다. 방을 둘러보는 일은 이 단서들이 풍부하게 주어지는 상황이고, 그래서 한 눈으로도 방의 구조가 읽힌다.

바늘구멍은 다르다. 거리가 아주 가깝고, 대상이 작고, 중첩이나 조망 같은 단서가 쓸 자리가 없다. 이 범위에서 가장 잘 듣는 단서가 양안 부등인데, 두 눈의 상 차이는 가까울수록 크므로 근거리에서 특히 정확하다. 한 눈을 감으면 바로 그 단서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두 관찰은 이렇게 정리된다. 단안 단서는 넓은 범위에서 대략의 깊이를 주고, 양안 단서는 좁고 가까운 범위에서 정밀한 깊이를 준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을 대신하지 않는다.

덧붙일 것 하나. 이 예제는 4장의 이야기와 같은 모양이다. 여러 지표가 각각 다른 범위에서 잘 듣고,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각도 측정도 이 점에서 같다.

착시가 말해 주는 것

착시는 재미있는 곁가지가 아니다. 지각이 추론이라는 주장의 주된 증거다. 그 논증이 어떻게 서는지를 이 절에서 세운다.

논증의 출발점은 앞 절에서 이미 나왔다. 감각 입력은 바깥 세상을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 망막의 2차원 상 하나에 들어맞는 3차원 장면은 무한히 많고, 눈에 닿은 빛의 양 하나에 들어맞는 (조명, 표면) 짝도 무한히 많다. 그런데 지각은 매번 하나를 내놓는다. 답이 여럿인 문제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 그것이 추론이다.

같은 감각 입력을 낼 수 있는 바깥 세상이 여럿이므로 지각은 읽어 들이는 일이 아니라 고르는 일이 된다. 착시는 그 고르기가 기대는 전제를 드러내 보이는 자극이다
<같은 감각 입력을 낼 수 있는 바깥 세상이 여럿이므로 지각은 읽어 들이는 일이 아니라 고르는 일이 된다. 착시는 그 고르기가 기대는 전제를 드러내 보이는 자극이다>[원본 보기]

고르기는 공짜로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전제해야 한다. "빛은 대개 위에서 온다", "물체는 대개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을 가린다" 같은 것들이다. 이 전제들은 대개 맞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잘 본다.

착시는 그 전제가 틀리도록 짜 놓은 자극이다. 그러니까 착시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보이는 것은 지각의 고장이 아니라 지각이 전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전제 없이 입력을 그대로 받아 적는 체계라면 애초에 어긋날 자리가 없다.

두 가로선은 길이가 정확히 같다. 아래 두 줄은 같은 선에서 날개만 지운 것이고 그때는 같다는 것이 바로 보인다
<두 가로선은 길이가 정확히 같다. 아래 두 줄은 같은 선에서 날개만 지운 것이고 그때는 같다는 것이 바로 보인다>[원본 보기]

뮐러-리어 도형이다. 위 두 그림의 가로선은 길이가 같은데 아래쪽이 길어 보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관찰은 이것이다. 길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착시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사실이 무엇을 말하는가. 앞 절에서 하향 처리를 도입했으므로 "아는 것이 지각을 바꾼다"로 흐르기 쉬운데, 착시는 그 흐름에 제동을 건다. 지각을 만드는 전제와 우리가 믿는 명제는 서로 다른 것이고, 후자를 고쳐도 전자가 따라 바뀌지 않는다. 지각의 하향 처리는 "믿는 대로 보인다"는 뜻이 아니다.

폰조의 두 막대는 길이가 같고 에빙하우스의 가운데 두 원은 크기가 같다. 죌너의 가로선 다섯은 서로 나란하고 카니자에는 변도 색도 없는 삼각형이 보인다
<폰조의 두 막대는 길이가 같고 에빙하우스의 가운데 두 원은 크기가 같다. 죌너의 가로선 다섯은 서로 나란하고 카니자에는 변도 색도 없는 삼각형이 보인다>[원본 보기]

넷이 각각 다른 전제를 건드린다. 폰조는 깊이 단서를 크기 판정에 쓰는 규칙을, 에빙하우스는 주변과 견주어 크기를 정하는 규칙을, 죌너는 선의 방향을 이웃한 요소와 함께 판정하는 규칙을, 카니자는 가려진 것을 이어 붙여 완성하는 규칙을 건드린다. 카니자에서는 있지도 않은 변이 보이고, 삼각형 안쪽이 바깥보다 조금 밝아 보이기까지 한다. 감각 입력에 없는 것이 지각에는 있다.

여기서 반드시 그어야 할 선이 하나 있다. 착시가 있다는 사실이 특정 설명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뮐러-리어 하나만 두고도 설명이 여럿이다. 깊이 단서를 잘못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 도형 전체의 폭이 판정에 섞여 든다는 설명, 더 낮은 수준의 시각 처리가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 있고, 어느 것이 맞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절이 주장하는 것은 그보다 약하고 그만큼 튼튼한 것이다 — 지각이 전제를 쓴다는 것.

예제 138

뮐러-리어 착시의 크기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보고가 있다. 이 보고를 네 물음에 대어 보고, 이 자료를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판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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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의 내용부터. 시걸과 동료들이 1960년대에 여러 지역의 참가자에게 뮐러-리어 도형을 보이고 착시의 크기를 쟀으며, 지역에 따라 크기가 달랐다고 보고했다. 각진 인공 구조물이 많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착시가 크다는 해석이 붙었다. 헨릭과 동료들이 2010년에 WEIRD 표본 논문에서 이 자료를 인용하며, 널리 인용되는 지각 현상조차 표본에 따라 달라진다는 예로 들었다.

이제 네 물음이다.

1. 재현되었는가. 원 자료가 1960년대의 대규모 조사이고, 같은 규모로 되풀이한 독립적인 연구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다. 판정 — 확인이 부족하다.

2. 표본이 무엇인가. 이 연구의 요점 자체가 표본에 관한 것이므로 여기서는 오히려 강점이다. 여러 지역의 참가자를 넣었다. 다만 각 지역의 참가자를 어떻게 모았는지, 지시와 절차가 언어와 문화를 넘어 같은 뜻으로 전달되었는지는 이 종류의 연구에서 늘 문제가 된다.

3. 효과가 얼마나 큰가. 지역 사이의 차이가 보고되었으나, 이 문서는 그 크기를 수로 적지 않는다. 원 보고의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6장에서 세운 규칙대로 확인하지 못한 수치는 적지 않는다.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이 자료가 지지하는 것은 "뮐러-리어 도형에 대한 반응이 집단에 따라 다르다"까지다. 여기서 "지각 전체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로 건너뛰면 안 되고, 그 반대 방향으로 "착시는 학습된 것이다"로 건너뛰어도 안 된다.

종합. 이 자료는 "착시의 크기조차 어느 집단에서 쟀는지에 딸려 있을 수 있다"는 경고로는 충분하고, 착시의 원인을 정하는 근거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이 판정 자체가 이 장의 논지를 흔들지 않는다. 이 절의 주장은 착시의 크기가 아니라 착시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제 139

다음 두 주장을 견주어라. (가) "착시가 있으므로 우리 눈을 믿을 수 없다." (나) "착시가 있으므로 지각은 추론이다." 어느 쪽이 자료에서 따라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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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따라 나오고 (가)는 따라 나오지 않는다.

(가)가 왜 안 되는가. 착시는 특별하게 짜인 자극에서 일어난다. 그런 자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지각 체계가 어떤 전제 위에서 작동한다는 뜻이지, 그 전제가 보통은 틀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전제가 대개 맞기 때문에 그 전제를 어기도록 자극을 꾸며야만 어긋남을 볼 수 있다. 착시 그림을 만드는 데 공이 드는 것 자체가 지각이 평소에 잘 작동한다는 증거다.

그리고 (가)에는 자기를 무너뜨리는 구석이 있다. "두 선의 길이가 실제로는 같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자를 대고 보아서 안다. 지각을 통째로 못 믿기로 하면 착시가 착시라는 것도 알 수 없다.

(나)는 어떻게 따라 나오는가. 논증이 이렇다. 감각 입력은 바깥 세상을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각은 하나를 내놓는다. 그러므로 입력에 없는 무엇인가가 고르기에 참여한다. 착시는 그 무엇인가가 실제로 있고, 그것이 어떤 규칙성인지까지 보여 준다. 이것이 추론이라는 말의 뜻이다.

다만 (나)도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추론"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따져 본다는 뜻이 아니다. 이 고르기는 알아채기 전에 끝나 있고, 우리가 아는 것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뮐러-리어에서 두 선이 같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다르게 보이는 것이 그 증거다.

예제 140

카니자 도형에서 보이는 삼각형의 변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변을 "보인다"고 보고한다. 이 현상이 앞 절의 "상향·하향" 구분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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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상이 말하는 것은 두 방향이 나뉜 두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향과 하향을 "먼저 감각 자료를 다 모으고 그다음 해석한다"는 두 단계로 읽으면, 카니자에서 보이는 변은 "해석" 단계에 속해야 한다. 그런데 그 변은 해석처럼 겪어지지 않는다. 판단이 아니라 보이는 것으로 겪어지고, 안쪽이 조금 더 밝아 보이기까지 한다. 밝기는 해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그림은 이렇다. 완성하고 채워 넣는 일이 지각의 결과물 안에 이미 들어 있다. 우리가 "날것의 감각 자료"라고 부를 만한 것에 우리는 접근하지 못한다. 접근하는 것은 이미 정리된 결과다.

이 결론은 3장의 물음 하나와 이어진다. 심리학이 초기에 내성으로 "순수한 감각 요소"를 찾으려 했던 시도가 왜 잘 되지 않았는지가 여기에 한 가지 답을 준다. 들여다보아 얻는 것은 요소가 아니라 이미 완성된 지각이다.

주의 — 고르는 일

마지막 절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 가운데 실제로 우리에게 닿는 것은 일부다. 그 고르기를 주의(attention)라 한다.

골라지지 않은 것은 아주 거칠게만 남는다. 부주의맹과 변화맹은 별난 실패가 아니라 이 구조에서 따라 나오는 결과다
<골라지지 않은 것은 아주 거칠게만 남는다. 부주의맹과 변화맹은 별난 실패가 아니라 이 구조에서 따라 나오는 결과다>[원본 보기]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보이는 오래된 절차가 있다. 양쪽 귀에 서로 다른 말을 들려주고 한쪽만 따라 말하게 하면, 반대쪽 귀의 내용은 거의 보고되지 못한다. 그런데 반대쪽 귀에서 자기 이름이 나오면 알아채는 일이 있다. 시끄러운 곳에서 자기 이야기가 나오면 귀에 들어오는 현상에 이름이 붙어 있고, 이것은 고르기가 완전히 닫힌 문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골라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안 남는지를 보이는 두 가지 결과가 있다.

이 결과들은 네 물음에 비교적 잘 답하는 쪽이다. 여러 연구실에서 여러 절차로 되풀이되었고 효과가 크다. 그래도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이 있다.

이 결과는 "사람은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를 뜻하지 않는다. 보인 것은 훨씬 좁은 주장이다 — 주의하지 않은 것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 참가자들은 자기가 주의를 준 것에 대해서는 잘 보고한다.

덧붙일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변화를 알아챌 것이라고 실제보다 크게 예상한다. 이것에도 이름이 붙어 있다. 지각의 한계를 지각이 알려 주지 않는다는 뜻이고, 3장에서 본 "직관은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와 같은 모양이다.

예제 141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운전 장면 영상을 보이며 다른 과제를 함께 시켰더니 영상 속 사건을 잘 보고하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통화하며 운전하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까지 가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

풀이 보기

이 결론은 네 물음의 넷째, 곧 일반화에서 다리를 놓지 않았다. 무엇이 자료이고 무엇이 도약인지 나눠 보자.

자료가 지지하는 것. 실험실에서 영상을 보며 다른 과제를 함께 하면 그 과제에서 사건 보고가 나빠진다. 이것은 앞의 주의 구조에서 예측되는 일이다.

도약인 부분. (가) 영상을 보는 것과 실제로 운전하는 것 사이의 다리, (나) 사건을 "보고하지 못하는 것"과 "사고를 내는 것" 사이의 다리, (다) 실험실의 부가 과제와 실제 통화 사이의 다리다. 셋 다 놓이지 않았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 과제 지표와 실제 행동 지표의 관계를 따로 재는 연구. 4장의 준거 타당도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 운전 시늉 장치나 실제 도로에서의 연구. 표본과 조건이 실제에 가까울수록 다리가 짧아진다.
  • 사고 자료를 쓰는 관찰 연구. 다만 이쪽은 무선배정이 없으므로 인과 결론에 다른 종류의 제약이 붙는다. 통화를 많이 하는 사람이 다른 점에서도 다를 수 있다는 4장의 혼입변수 문제다.

정확한 보고는 이렇다. "부가 과제를 함께 하면 이 실험실 과제에서 사건 탐지가 나빠졌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비로소 실제 상황에 대한 결론이 선다. 어느 한 종류의 연구도 혼자서는 그 결론을 대지 못한다.

예제 142

주의를 "용량이 정해진 그릇"으로 보는 그림과 "걸러 내는 문"으로 보는 그림이 있다. 두 그림이 각각 무엇을 잘 설명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문 그림은 골라지지 않은 것이 왜 그렇게 남지 않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중청취에서 반대쪽 귀의 내용이 보고되지 못하는 것, 부주의맹과 변화맹이 이 그림에 잘 맞는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다는 자료다. 반대쪽 귀에서 자기 이름이 나오면 알아채는 일이 있는데, 문이 소리의 물리적 성질만 보고 여닫힌다면 이름을 알아볼 방법이 없다. 이름을 알아보려면 이미 어느 정도 처리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릇 그림은 이 자료를 잘 다룬다. 걸러 내는 대신 제한된 양의 자원을 나누어 준다고 보면, 주의를 덜 받은 쪽도 약하게나마 처리되고 특별히 중요한 것은 약한 처리만으로도 걸릴 수 있다. 두 과제를 함께 할 때 둘 다 나빠지는 것, 그리고 과제가 쉬울수록 덜 나빠지는 것도 이 그림에 맞는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자원"이 무엇인지가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이 얼마나 쓰였는지를 독립적으로 재지 못하면, 수행이 나빠진 것을 자원 부족으로 설명하고 자원 부족의 증거로 다시 수행 저하를 드는 순환이 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태도는 이렇다. 둘은 경쟁하는 답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자료를 잘 다루는 두 그림이고, 어느 쪽이든 검사 가능한 예측을 내놓을 때만 값을 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문 그림이 잘 하는 것 — 골라지지 않은 것이 거의 남지 않는 자료
  • 문 그림이 못 하는 것 —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는 자료(자기 이름 등)
  • 그릇 그림이 못 하는 것 — 자원을 독립적으로 재지 못하면 순환 설명이 된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그림에 무게를 더 두어도 된다. 실제로 이 논쟁은 오래되었고 절차에 따라 결론이 갈렸다. 다만 "그릇 그림이 문 그림을 대체했다"고 단정하면 지나치다. 그리고 순환 설명의 위험을 짚지 않은 답은 이 문서가 3장부터 세워 온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이 관찰되면 그 그림이 틀린 것이 되는지를 묻는 습관이 이 예제가 노리는 것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감각 / 지각자극을 신경 신호로 바꾸는 데까지 / 그 신호를 무엇이 있다로 만드는 데까지
정신물리학(psychophysics)물리적 자극의 크기와 그에 대한 보고 사이의 관계를 재는 분야
절대역(absolute threshold)탐지 비율이 정해진 관례(대개 절반)에 이르는 자극 세기. 자연의 경계가 아니라 조작적 정의다
정신물리 함수자극 세기에 따른 탐지 비율의 곡선. 계단이 아니라 완만하다
차이역 / 최소가지차이(just-noticeable difference)다르다고 답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차이
베버 법칙 / 베버 상수최소가지차이가 원래 세기에 비례한다는 관계 ΔI/I=k 와 그 비례상수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겹치는 두 분포와 하나의 준거로 탐지 판단을 나타내는 틀
적중 · 누락 · 오경보 · 정기각신호의 유무와 답의 조합으로 갈리는 네 결과
민감도 d두 분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z(적중률) 빼기 z(오경보율)
준거 · 반응 편향 c‘있다’ 라고 답하기 시작하는 지점. 확률과 보상 구조가 정한다
ROC 곡선준거를 옮기며 얻은 오경보율과 적중률의 짝을 찍은 곡선. 곡선 위 이동은 준거, 곡선의 이동은 민감도다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변하지 않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드는 것
상향 처리 / 하향 처리감각 입력에서 올라오는 정보 / 맥락과 아는 것에서 내려오는 정보
지각 항등성망막의 상이 바뀌어도 물체의 크기 · 모양 · 밝기 · 색이 그대로 보이는 것
깊이 단서2차원 상에서 3차원을 되찾는 단서. 양안(양안 부등 · 수렴)과 단안(중첩 · 상대 크기 · 선형 조망 · 결 기울기 · 대기 조망 · 운동 시차)
주의(attention) · 선택적 주의들어온 것 가운데 일부를 골라 처리하는 일
부주의맹 / 변화맹주의를 다른 데 쏟는 동안 뚜렷한 물체를 못 보는 것 / 주의하지 않은 곳의 변화를 못 알아채는 것
사람 · 도형이 문서에서의 자리
베버 · 페히너자극의 세기와 감각의 크기 사이의 관계를 처음 체계적으로 잰 사람들
스티븐스페히너와 다른 모양의 관계를 내놓았다. 차원에 따라 갈린다
뮐러-리어 · 폰조 · 에빙하우스 · 죌너 · 카니자이 장이 쓰는 다섯 도형. 각각 다른 전제를 건드린다
시걸과 동료들 (1966)뮐러-리어 착시의 집단 차이. 확인이 부족하다는 단서를 달고 쓴다
사이먼스와 채브리스 (1999)부주의맹을 널리 알린 절차

이 장이 뒤에 넘기는 것이 셋이다. 첫째,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르는 습관. 이것은 감각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맞혔다"는 모든 보고에 쓰는 잣대다. 둘째, 지각은 추론이라는 그림. 13장이 그 추론을 어디에서 하는지를 묻고, 14장이 그 결과 가운데 무엇이 의식에 오르는지를 묻는다. 셋째, 주의라는 좁은 문. 14장에서 주의와 의식의 관계를 다룰 때 이 절을 그대로 받는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몸과 마음

마음은 몸에서 일어난다. 이 문장에 반대하는 심리학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어떤 연구가 따라 나오는지, 그리고 그 연구가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지는 전혀 자명하지 않다. 이 장의 주제는 그 어려움이다.

답할 질문은 넷이다.

4장에서 혼입변수무선배정을, 5장에서 구성개념검정력을,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그리고 12장에서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르는 습관을 가져오는데, 이 장에서 그것과 같은 모양의 구별을 세 번 더 하게 된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이 장이 다시 설명하지 않는 것이 셋 있다. 다른 문서에 넘긴다.

이 장에 뇌 해부 그림이 없는 이유도 적어 둔다. 이 문서의 그림 도구는 선과 도형만 만든다. 뇌의 겉모습과 속 구조는 겉모습 자체가 자료인 자리여서, 선 몇 개로 그리면 실제와 어긋난 도식이 되고 독자는 그것을 해부도로 읽는다. 부정확한 뇌 그림은 없는 것보다 나쁘다. 그래서 그리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진을 세 장 가져왔다. 셋 다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것을 골랐다 — 붙어 있었다면 그 글자를 한국어로 바꿀 수 없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출처는 이 장 끝에 모아 두었다.

대신 이 장이 그리는 것은 해부가 아니라 추론의 구조다. 어떤 자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고 어디서 멈추는가. 실은 그쪽이 이 장에서 정말로 어려운 부분이다. 부위의 이름과 위치는 해부 도해가 있는 자료를 따로 보면 되지만, 그 이름에 기능을 붙이는 논리는 그런 자료가 잘 알려 주지 않는다.

뉴런에서 회로로

신경 세포 하나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여러 곳에서 온 입력을 합쳐서, 그 합이 문턱을 넘으면 신호를 내보낸다. 생물학 문서가 이 과정을 다룬다. 심리학이 시작하는 자리는 그다음이다. 하나의 세포가 아니라 세포들의 연결이 하는 일이다. 세포 하나는 "켜짐/꺼짐"에 가까운데, 사람이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회로라는 개념이다.

세포 하나를 따로 떼어 보기가 어렵다. 돌기가 사방으로 뻗어 다른 세포의 돌기와 얽혀 있고, 그 얽힘이 이 사진의 거의 전부다. 색은 어느 것도 실제 색이 아니다 — 빨강은 신경세포의 돌기에, 초록은 별아교세포에 달라붙는 항체를 형광 물질로 표시한 것이다
<세포 하나를 따로 떼어 보기가 어렵다. 돌기가 사방으로 뻗어 다른 세포의 돌기와 얽혀 있고, 그 얽힘이 이 사진의 거의 전부다. 색은 어느 것도 실제 색이 아니다 — 빨강은 신경세포의 돌기에, 초록은 별아교세포에 달라붙는 항체를 형광 물질로 표시한 것이다>[원본 보기]

회로 수준에서 나오는 성질 셋을 짚어 둔다.

신경전달물질 — 이름 하나에 기능 하나가 아니다

시냅스에서 신호를 건네는 화학 물질을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 한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들이 있다.

물질이 문서가 말할 수 있는 것
글루탐산중추신경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흥분성 전달물질
가바 (GABA)가장 널리 쓰이는 억제성 전달물질
아세틸콜린근육을 움직이는 접합부에서 쓰이고, 뇌 안에서도 여러 회로에 쓰인다
도파민여러 회로에서 쓰이며, 움직임의 조절과 학습의 갱신에 관여한다는 자료가 많다
세로토닌아주 넓은 범위에 뻗은 회로에서 쓰인다. 관여한다고 보고된 일의 목록이 길다
노르에피네프린각성 수준과 관련된 회로에서 쓰인다

이 표를 읽는 법이 이 절의 요점이다. 오른쪽 칸을 "이 물질이 이 일을 만든다"로 읽으면 안 된다. 관계가 일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살표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여러 갈래에서 모인다. 한 물질이 여러 회로에 쓰이고 한 기능에 여러 물질이 관여하므로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다
<화살표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여러 갈래에서 모인다. 한 물질이 여러 회로에 쓰이고 한 기능에 여러 물질이 관여하므로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여기서 널리 퍼진 도식 하나를 짚어야 한다. "어떤 물질이 모자라서 어떤 심리 상태가 된다"는 형태의 설명이다. 이 도식은 대중적인 설명에서 아주 흔한데, 지금 이 형태로는 지지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갈라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물질에 작용하는 약이 효과를 낸다는 것과, 그 물질의 양이 그 상태의 원인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주장이다. 앞엣것이 참이어도 뒤엣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두통에 진통제가 듣는다고 해서 두통의 원인이 진통제 부족인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이 문서는 임상 내용을 다루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 적는다.

예제 143

어떤 글이 이렇게 설명한다. "도파민은 쾌락 물질이다. 즐거운 일을 하면 도파민이 나와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설명의 문제를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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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셋이다.

첫째, 한 물질에 한 기능을 붙였다. 도파민을 쓰는 회로는 하나가 아니고, 그 회로들이 관여하는 일도 하나가 아니다. 움직임의 조절과 관련된 회로와 학습의 갱신과 관련된 회로가 같은 물질을 쓴다. "도파민은 X 물질"이라는 문장은 어느 회로에 대한 말인지를 지운다.

둘째, 관여와 산출을 섞었다. 어떤 물질이 어떤 일에 관여한다는 것과 그 물질이 그 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다르다. 12장에서 세운 구별과 같은 모양이다. 적중률이 높다는 것과 민감도가 크다는 것이 다른 것처럼, 함께 움직인다는 것과 원인이라는 것은 다르다.

셋째, 쾌락과 기대를 구별하지 않았다. 이 계열의 연구에서 되풀이 나온 구별이 하나 있다. 무엇을 원하는 것그것을 얻어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다른 지표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도파민 쪽 조작은 앞엣것에 더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뒤엣것과의 관계는 그보다 복잡하다. "쾌락 물질"이라는 이름은 이 구별을 지운다.

그러면 무엇이라고 적어야 하는가. "도파민을 쓰는 어떤 회로의 활동이 보상과 관련된 학습에서 달라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길고 밋밋하지만 이것이 자료가 지지하는 문장이다.

예제 144

신경 세포 하나의 활동을 아주 정확하게 잴 수 있게 되었다고 하자. 그것만으로 심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가. 판단하고 근거를 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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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없다. 이유가 둘이고, 둘 다 "아직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원리에서 나온다. 첫째, 세포 하나의 활동은 여러 원인에 딸려 있어 그것만으로는 무엇에 대한 신호인지 정해지지 않는다. 어떤 세포의 발화율이 올라간 것이 자극 때문인지 각성 수준 때문인지 움직임 때문인지는 그 세포만 보아서는 갈리지 않는다. 정보는 여러 세포의 패턴에 실려 있고, 패턴은 한 세포를 아무리 정확히 재도 나오지 않는다. 둘째, 설명은 층위 사이의 다리를 필요로 한다. 3장에서 층위를 갈라 둔 대로, "이 세포들이 이렇게 발화한다"와 "이 사람이 이것을 알아보았다"는 서로 다른 어휘로 적힌 문장이다. 뒤엣것을 앞엣것으로 옮기려면 어떤 발화 패턴이 어떤 심리적 상태에 대응하는지를 따로 세워야 하고, 그것을 세우는 일이 바로 심리학이 하는 일이다. 세포 자료가 그 다리를 저절로 놓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확한 판정은 이렇다. 세포 수준의 자료는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그것만으로 심리 현상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한 세포의 활동이 여러 원인에 딸려 있다는 것 — 그래서 하나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 정보가 패턴에 실린다는 것
  • 층위 사이에 다리를 따로 놓아야 한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원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답해도 된다. 이것은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이고, 이 문서가 어느 쪽이라고 정하지 않는다. 다만 "세포를 다 알면 마음도 다 안다"고 단정하는 답과 "세포 자료는 심리학과 무관하다"고 단정하는 답은 둘 다 지나치다. 뒤엣것이 왜 지나친지는 이 장의 손상 연구 절이 보인다.

영역에 기능을 붙이는 일 — 무엇이 어려운가

이 절이 이 장의 중심이다. "이 영역이 이 일을 한다"는 문장을 우리는 매일 읽는다. 그 문장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는지부터 갈라 보자. 실은 서로 다른 세 주장이 그 한 문장에 뭉쳐 있다.

주장무엇으로 지지할 수 있는가
필요하다그 부위가 없으면 그 일을 못 한다손상 연구, 활동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연구
거기서 일어난다그 일의 처리가 그 부위에서 이루어진다훨씬 어렵다. 필요하다는 것에서 따라 나오지 않는다
그것만 한다그 부위는 다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다른 여러 과제에서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재야 한다

셋을 섞는 것이 이 분야에서 가장 흔한 잘못이다. 전선이 끊기면 전구가 꺼지지만 전선이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는 것은 거기서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이중 해리

그러면 무엇을 근거로 삼을 수 있는가. 손상 연구에서 쓰는 표준적인 논증 형태가 있다.

사례 하나로는 필요하다는 것까지만 나온다. 두 사례를 엇갈리게 놓아야 두 능력이 서로 다른 것에 기대고 있다는 결론이 따라 나온다
<사례 하나로는 필요하다는 것까지만 나온다. 두 사례를 엇갈리게 놓아야 두 능력이 서로 다른 것에 기대고 있다는 결론이 따라 나온다>[원본 보기]

논증의 뼈대는 이렇다. 사례가 하나뿐이면 "A가 손상된 사람이 갑을 못 한다"에서 나오는 것은 "A는 갑에 필요하다"까지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다. 갑이 을보다 그냥 더 어려운 과제라면, 어느 부위가 손상되어도 갑이 먼저 무너진다. 그러면 A가 갑에 특별히 관여한다는 결론이 서지 않는다.

이 함정을 넘는 방법이 이중 해리(double dissociation)다. A가 손상된 사람은 갑을 못 하고 을은 하는데, B가 손상된 다른 사람은 을을 못 하고 갑은 한다. 난이도만으로는 이 엇갈림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갑과 을이 서로 다른 것에 기대고 있다는 결론이 선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 것이 남는다. 이중 해리는 기능이 나뉘어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지 어디에 있다는 주장은 훨씬 약하게만 지지한다. A는 갑에 필요한 여러 부분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흔히 이름이 붙는 부위들

아래 표는 널리 쓰이는 이름과 그 이름에 흔히 붙는 서술이다. 각 줄을 "이 부위가 이 일을 한다"로 읽으면 이 절 전체가 경고하는 바로 그 잘못이다. 오른쪽 칸은 "이 부위가 손상되거나 활동이 달라졌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되풀이 보고되었다"로 읽어야 한다.

아래 이름들이 붙는 자리다. 주름의 골과 마루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엽의 경계가 왜 눈으로 딱 갈리지 않는지는 도식이 아니라 이런 사진에서만 보인다. 붉은 것은 배경 천이고 표본에 입힌 색이 아니다
<아래 이름들이 붙는 자리다. 주름의 골과 마루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엽의 경계가 왜 눈으로 딱 갈리지 않는지는 도식이 아니라 이런 사진에서만 보인다. 붉은 것은 배경 천이고 표본에 입힌 색이 아니다>[원본 보기]
이름흔히 붙는 서술조심할 것
뇌간호흡·심박 같은 기본 조절, 각성 수준손상이 곧바로 생명에 관계되어 사람 대상 연구가 드물다
소뇌움직임의 시간 조절과 정확도움직임 밖의 여러 일에도 관여한다는 자료가 쌓이고 있다
시상감각 정보가 대뇌 겉질로 가는 길목후각은 이 길을 거치지 않는다
시상하부몸 안쪽 상태의 조절, 내분비계와의 접점자세한 것은 생물학 문서의 내분비 절이 다룬다
해마새 기억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이미 만들어진 오래된 기억과의 관계는 논쟁이 있다
편도체위협과 관련된 처리에 관여‘공포의 중추’ 라는 서술이 특히 자주 과장된다. 위협이 아닌 자극에도 반응이 보고된다
대뇌 겉질의 네 엽뒤통수·마루·관자·이마엽. 각각 시각·공간과 몸감각·소리와 의미·계획과 조절 쪽에 치우친다‘치우친다’ 가 ‘전담한다’ 가 아니다. 거의 모든 과제가 여러 엽에 걸친다

좌우 반구에 대해서도 한 줄 적어 둔다. 말을 만들어 내는 일이 대부분의 사람에서 왼쪽 반구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여러 종류의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정설이다. 그러나 여기서 "좌뇌형 사람 · 우뇌형 사람"은 따라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전혀 다른 주장이고 검사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한쪽 반구를 더 쓰는 성격 유형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반구 하나를 안쪽에서 본 것이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고 흰 활 모양이 두 반구를 잇는 다발이고, 왼쪽 아래에 잔주름이 촘촘한 덩어리가 소뇌, 거기서 아래로 뻗어 나간 것이 뇌간이다. 아래 분리뇌 절에서 끊긴다고 하는 것이 이 흰 활이다. 붉은 것은 배경 천이다
<반구 하나를 안쪽에서 본 것이다.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굵고 흰 활 모양이 두 반구를 잇는 다발이고, 왼쪽 아래에 잔주름이 촘촘한 덩어리가 소뇌, 거기서 아래로 뻗어 나간 것이 뇌간이다. 아래 분리뇌 절에서 끊긴다고 하는 것이 이 흰 활이다. 붉은 것은 배경 천이다>[원본 보기]

예제 145

가상의 사례다. 어떤 환자가 뇌의 한 부위를 다친 뒤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다른 물건은 잘 알아본다. 연구자가 "이 부위가 얼굴을 알아보는 곳"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에서 자료가 지지하는 부분과 지지하지 않는 부분을 나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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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지지하는 것. 그 부위는 얼굴을 알아보는 일에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물건은 알아보므로, 얼굴 알아보기가 물건 알아보기와 완전히 같은 것에 기대고 있지는 않다는 것까지는 나온다. 이것은 단일 해리다.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 것이 셋이다.

  • "얼굴을 알아보는 곳". 필요하다는 것과 거기서 일어난다는 것은 다르다. 그 부위가 다른 곳으로 가는 길목일 수도 있다.
  • "얼굴 전용". 이 환자에게 다른 과제를 얼마나 재 보았는가. 아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낱낱이 가려내는 과제라면 얼굴이 아니어도 못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부위는 얼굴이 아니라 비슷한 것들을 세밀하게 가르는 일에 관여하는 것이다.
  • 난이도의 문제. 얼굴 알아보기가 물건 알아보기보다 그냥 더 어려운 과제라면, 어느 부위가 손상되어도 얼굴이 먼저 무너진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엇갈리는 사례를 찾아야 한다. 다른 부위가 손상되어 물건은 못 알아보는데 얼굴은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이중 해리가 서고, 난이도 설명이 배제된다. 그리고 이 환자에게 "얼굴은 아니지만 비슷한 것들을 가르는" 과제를 함께 재야 "얼굴 전용" 주장이 검사된다.

마지막으로, 사례가 하나라는 것 자체가 6장의 첫째 물음에 걸린다. 손상 연구에서는 이것이 특히 무겁다. 연구자가 손상 부위를 고를 수 없으므로 표본이 우연히 정해지고, 같은 자리를 다친 사람을 모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제 146

이중 해리가 성립하면 "두 기능이 뇌의 서로 다른 부위에 나뉘어 있다"고 결론지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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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야 한다. 이중 해리가 지지하는 것은 "두 기능이 서로 다른 것에 기대고 있다"이고, "서로 다른 부위에 나뉘어 있다"는 그보다 강한 주장이다.

차이가 어디서 나는가. 손상된 두 부위 A와 B가 각각 여러 갈래의 회로에 걸쳐 있고, 두 기능이 같은 넓은 회로망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면 두 기능은 실제로 다른 것에 기대고 있지만, "여기는 갑을 하는 곳, 저기는 을을 하는 곳"이라는 지도는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손상 연구 특유의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손상된 뇌는 남은 부분이 다시 조직된 뇌다. 이 장 마지막 절의 가소성이 그 이야기다. 손상 뒤에 관찰된 수행은 "그 부위가 빠진 정상 뇌"의 수행이 아니라 "그 부위가 빠진 뒤 얼마간 적응한 뇌"의 수행이다. 손상 직후와 한참 뒤가 다른 경우가 보고된다.

그래서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A는 갑에, B는 을에 필요하며, 두 기능은 완전히 같은 것에 기대고 있지 않다." 지도를 그리려면 다른 종류의 자료가 더 필요하다.

예제 147

"편도체는 공포의 중추다"라는 문장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그 자리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서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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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문장에는 이 절이 갈라 놓은 세 주장이 뭉쳐 있고, 그중 자료가 지지하는 것은 하나뿐이다. 지지되는 것은 "그 부위가 위협과 관련된 어떤 처리에 필요하다"이고, 이것은 손상 사례와 동물 연구에서 되풀이 나왔다. 지지되지 않는 것이 둘이다. 첫째, "중추"라는 말이 "거기서 공포가 만들어진다"를 함축하는데 필요조건에서 그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둘째, "공포"라는 이름이 그 부위를 그 정서에 묶는데, 이 부위는 위협이 아닌 자극에도 반응하는 것이 보고되었고 새로움이나 불확실함 같은 더 넓은 성질에 반응한다는 해석이 나와 있다. 게다가 "공포"는 5장의 말로 하면 구성개념이고 16장이 보이게 되듯 정서의 지표들은 서로 잘 맞지 않는다. 그러니 부위 하나에 정서 이름 하나를 붙이는 일은 두 겹으로 위태롭다. 그 자리에 적어야 할 문장은 이렇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위협 신호에 대한 어떤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이 부위가 무엇에 반응하는지의 범위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필요하다"와 "거기서 일어난다"를 가를 것
  • 그 부위가 다른 종류의 자극에도 반응한다는 것 — "그것만 한다"가 검사되지 않았다
  • 정서 이름 자체가 구성개념이라 부위에 곧바로 붙일 수 없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그 부위의 역할을 "위협"으로 좁혀 보든 "두드러진 것에 대한 반응"으로 넓혀 보든 상관없다.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이다. 다만 "그 부위는 공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하면 반대쪽으로 지나친 것이다. 관계가 있다는 자료는 많다. 문제는 그 관계를 어떤 문장으로 적느냐다.

손상 연구가 말해 주는 것

앞 절이 논리를 세웠으니 이제 실제 연구를 본다. 손상 연구는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방법이고, 지금도 "필요하다"를 대는 거의 유일한 사람 대상 방법이다.

두 방법이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서로 다르다. 손상 연구는 필요한가에, 영상 연구는 함께 달라지는가에 답하며 둘이 같은 자리를 가리킬 때 결론이 단단해진다
<두 방법이 답할 수 있는 물음이 서로 다르다. 손상 연구는 필요한가에, 영상 연구는 함께 달라지는가에 답하며 둘이 같은 자리를 가리킬 때 결론이 단단해진다>[원본 보기]

이 분야의 출발점으로 늘 인용되는 사례가 있다. 19세기 중반에 브로카가 말을 거의 만들어 내지 못하는 환자를 보고했고, 그 환자의 사후에 왼쪽 이마엽 아래쪽의 손상을 확인했다. 뒤이어 베르니케가 다른 종류의 언어 장애와 다른 자리의 손상을 보고했다. 이 두 사례에서 "말을 만드는 자리"와 "말을 알아듣는 자리"가 따로 있다는 그림이 나왔고, 백 년 넘게 교과서에 실렸다.

그런데 그 그림은 지금 상당 부분 수정되었다. 두 가지가 드러났다.

이 수정이 무엇을 뜻하는가. "언어가 뇌의 특정 부위들에 기대고 있다"는 결론은 살아남았다. 무너진 것은 "이 상자가 이 일을, 저 상자가 저 일을"이라는 도식이다. 이 문서가 이 사례를 넣는 이유가 그것이다. 교과서에 오래 실렸다는 것이 그 서술이 확인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유명한 단일 사례를 다루는 법

19세기 중반에 사고로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했는데 살아남은 사람의 사례가 있다. 이 사례는 "이마엽이 손상되면 성격이 변한다"는 이야기의 대표로 널리 인용된다. 그런데 이 사례에 대해 실제로 남아 있는 당대의 기록은 아주 얇다. 널리 퍼진 극적인 서술의 상당 부분은 그가 죽은 뒤에 덧붙여진 것이며, 그가 뒤에 상당히 회복해 오래 일했다는 자료도 있다는 것이 뒤의 연구에서 정리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6장이 세운 규칙대로다.

기억 연구에서 널리 알려진 단일 사례도 하나 있다. 어떤 수술 뒤로 새 기억을 거의 만들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미 익힌 기술은 유지하고 새 기술도 익힐 수 있었던 사례다. 이 사례가 무엇을 세웠는지는 기억을 다루는 8·9장의 몫이고, 여기서는 같은 사람 안에서 엇갈림이 관찰되면 사례 하나로도 해리를 볼 수 있다는 점만 짚어 둔다. 다만 그 해리를 일반화하려면 여전히 다른 사례가 필요하다.

예제 148

손상 연구가 4장의 실험 설계 기준으로 볼 때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판정하라. 그리고 그 약점을 메우는 방법이 있는지 적어라.

풀이 보기

4장의 말로 하면 손상 연구는 실험이 아니라 자연실험에 가깝다. 무선배정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어느 부위를 다칠지는 연구자가 정하지 않고 사고나 질병이 정한다.

여기서 따라 나오는 약점이 셋이다.

  • 손상 부위가 다른 것들과 함께 간다. 어떤 원인으로 생긴 손상은 특정 부위에 잘 생기고, 그 원인이 다른 것들도 함께 바꿔 놓는다. 4장의 혼입변수다.
  • 손상의 경계가 우리가 나눈 부위의 경계와 맞지 않는다. 대개 여러 부위에 걸치고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다.
  • 표본이 작고 우연히 모인다. 5장의 검정력 이야기가 여기에 그대로 걸린다.

메우는 방법이 셋 있다.

  • 사례를 모아 손상 자리와 증상의 지도를 함께 그린다. 사람이 많아지면 "어느 자리가 겹칠 때 어느 증상이 나오는가"를 통계적으로 볼 수 있다.
  • 엇갈리는 사례를 찾는다. 이중 해리다.
  • 무선배정이 되는 방법을 함께 쓴다. 건강한 참가자에게 특정 부위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바꾸고 수행이 달라지는지 보는 방법이 있다. 이쪽은 참가자를 조건에 무선배정할 수 있으므로 4장의 실험이 갖는 힘을 얻는다. 다만 닿을 수 있는 부위가 제한되고 효과의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도 문제가 된다.

결론. 손상 연구는 "필요하다"를 대는 데 강하고 다른 거의 모든 것에 약하다. 그래서 혼자 쓰이지 않고 다른 방법과 함께 쓰인다.

예제 149

어떤 사례가 교과서에 오래 실려 있다는 사실은 그 사례의 결론을 얼마나 지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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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문서가 6장부터 되풀이해 온 이야기다.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정하는 것은 재현 여부가 아니라 이야기의 힘인 경우가 많다. 극적이고 기억하기 쉽고 개념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실린다. 앞의 쇠막대 사례가 그 보기다. 그 사례가 실린 이유는 여러 번 확인되어서가 아니라 강렬해서다.

게다가 교과서는 서로를 인용한다. 한 번 실린 서술이 다음 판과 다른 책으로 옮겨 가면서 원 자료로 돌아가 확인되는 일 없이 굳어진다. 6장에서 본 출판 편향과는 다른 경로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확인되지 않은 것이 확인된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네 물음의 첫째를 그대로 적용한다. "이 서술의 근거가 되는 연구가 몇 건이고 독립적으로 되풀이되었는가." 답을 모르겠으면 "널리 인용되는 사례가 있다"까지만 적고 결론을 그 위에 세우지 않는다. 이 장이 앞에서 브로카의 사례를 다룬 방식이 그것이다.

뇌영상이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색깔이 입혀진 뇌 그림은 지금 가장 널리 퍼진 과학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이 절은 그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본다.

그림까지 가는 사슬

심리 과정에서 색깔 그림까지 일곱 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가정과 선택이 들어간다. 화면의 색은 사진이 아니라 통계 결과다
<심리 과정에서 색깔 그림까지 일곱 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가정과 선택이 들어간다. 화면의 색은 사진이 아니라 통계 결과다>[원본 보기]

사슬에서 특히 짚어야 할 마디가 셋이다.

칸이 많으면 우연히 켜진다

뇌 하나를 잘게 나눈 칸마다 따로 검정을 하면 칸이 아주 많아진다. 그러면 신호가 하나도 없어도 문턱을 넘는 칸이 반드시 나온다.

두 격자에 든 자료는 같고 그 자료에는 신호가 하나도 없다. 문턱을 낮추면 칠해진 칸이 줄지만 0 이 되지는 않는다
<두 격자에 든 자료는 같고 그 자료에는 신호가 하나도 없다. 문턱을 낮추면 칠해진 칸이 줄지만 0 이 되지는 않는다>[원본 보기]

이 문제를 극적으로 보인 시연이 있다. 죽은 물고기를 영상 장치에 넣고 사람에게 쓰는 것과 같은 과제 절차를 돌린 뒤, 보정하지 않은 표준 절차로 분석하니 "유의한" 활동이 나왔다는 보고다. 2009년에 발표되어 널리 알려졌고, 다중비교 보정이 왜 필요한지를 이보다 잘 보여 주는 예가 드물다.

보정 방법은 여럿이고 어느 것을 쓰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그래서 논문에서 어떤 보정을 어떤 문턱으로 했는지가 결과의 일부다. 6장의 연구자 자유도가 여기서 특히 크다.

역추론 — 방향이 뒤집힌 주장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연구가 세우는 것과 흔히 덧붙는 주장의 방향이 다르다.

연구가 세운 것은 그 과제를 시키면 그 영역이 켜진다는 방향이고 흔한 주장은 그 반대 방향이다. 두 문장은 같지 않다
<연구가 세운 것은 그 과제를 시키면 그 영역이 켜진다는 방향이고 흔한 주장은 그 반대 방향이다. 두 문장은 같지 않다>[원본 보기]

연구가 세우는 것은 "그 과정을 일으키는 과제를 시키면 영역 A의 신호가 달라진다"이다. 흔히 덧붙는 주장은 "A가 켜졌으니 그 과정이 일어났다"이고, 이것을 역추론(reverse inference)이라 한다. 폴드랙이 2006년에 이 문제를 정리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뒤집기가 성립하려면 A가 그 과정에서만 켜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넓게 쓰이는 영역일수록 여러 과제에서 켜지고, 논문에 자주 등장하는 영역이 대체로 그런 영역이다.

그리고 성립하더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흔한지에 답이 크게 딸려 있다. 이것을 넓이로 보면 이렇다.

그 과정에서 자주 켜지는 영역이라도 다른 과제에서도 어느 정도 켜지면 켜졌다는 사실이 주는 확신은 절반에 못 미친다
<그 과정에서 자주 켜지는 영역이라도 다른 과제에서도 어느 정도 켜지면 켜졌다는 사실이 주는 확신은 절반에 못 미친다>[원본 보기]

예제 150

앞 그림의 값으로 계산해 보자. 어떤 영역 A가 (가) 그 심리 과정이 관여하는 과제에서 70%, (나) 관여하지 않는 과제에서도 40% 켜진다고 하자. 그리고 (다) 전체 과제 가운데 그 과정이 관여하는 것이 30%라고 하자. 이 값들은 계산을 보이려고 정한 예시값이다. A가 켜졌을 때 그 과정이 일어났을 확률을 구하라. 이어서 A가 더 선택적이어서 (나)가 10%라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드물어 (다)가 5%라면 어떻게 되는지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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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켜졌다"는 조건 아래에서 "그 과정이었다"일 확률이다. 아는 것은 세 비율이고, 쓸 방법은 건수를 세는 것이다. 전체를 1000개 과제로 놓으면 나누기 없이 갈 수 있다.

첫째 경우. 과제 1000개 가운데 그 과정이 관여하는 것이 300, 아닌 것이 700 이다.

300×0.70=210 (그 과정이면서 켜진 것)

700×0.40=280 (그 과정이 아닌데 켜진 것)

켜진 과제는 모두 210+280=490 개이고, 그 가운데 그 과정인 것이 210개다.

210490=0.43

43%다. 켜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절반이 안 된다. 동전 던지기보다 나을 것이 없다.

둘째 경우 — 영역이 더 선택적이면. 700×0.10=70 이므로

210210+70=210280=0.75

75%로 올랐다. 선택성이 답을 크게 바꾼다.

셋째 경우 — 그 과정이 드물면. 그 과정이 5%이고 선택성은 둘째 경우와 같다고 하자. 50×0.70=35, 950×0.10=95 이므로

3535+95=35130=0.27

27%로 떨어졌다. 영역의 선택성이 똑같은데도 그렇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본다. 세 계산이 보이는 것은 이것이다. "이 영역이 그 과정에서 자주 켜진다"는 사실 하나로는 역추론의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다른 과제에서 얼마나 켜지는지(선택성)와 그 과정이 얼마나 흔한지(기저율)가 함께 있어야 한다.

12장의 신호탐지이론과 같은 구조라는 점을 짚어 두자. 적중률 하나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오경보율이 있어야 했다. 여기서도 "그 과정에서 켜지는 비율" 하나로는 정해지지 않고 "아닐 때 켜지는 비율"이 있어야 한다. 같은 잘못이 이름만 바꿔 나타난다.

예제 151

가상의 연구다. 어떤 논문이 참가자에게 두 종류의 광고를 보이고, 한쪽에서 특정 영역의 신호가 더 컸다는 것을 근거로 "이 광고가 더 강한 욕구를 일으켰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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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론은 역추론이고, 논문이 그 뒤집기를 정당화할 자료를 대지 않았다.

자료가 지지하는 것. 두 조건 사이에서 그 영역의 신호가 달랐다. 여기까지다.

결론으로 가려면 필요한 것.

  • 그 영역이 "욕구"에서만 켜지는가. 논문이 이 자료를 대야 한다. 여러 과제의 결과를 모아 둔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그 영역이 얼마나 여러 종류의 과제에서 켜지는지를 볼 수 있다. 널리 쓰이는 영역이면 뒤집기는 무효다.
  • "욕구"가 무엇으로 조작적으로 정의되었는가. 5장의 이야기다. 영상 신호 말고 다른 지표 — 자기보고, 실제 선택 — 를 함께 재서 세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보아야 한다.
  • 뺄셈의 짝이 무엇인가. 두 광고가 욕구 말고도 여러 면에서 다르다. 밝기, 움직임, 사람 얼굴의 유무, 익숙함. 이 차이들이 신호 차이를 만들 수 있다. 4장의 혼입변수다.

정확한 보고는 이렇다. "두 광고 조건에서 그 영역의 신호가 달랐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일 것이 있다. 이런 결론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영상 자료가 다른 자료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그 인상 자체가 다음 예제의 주제다.

예제 152

뇌영상 연구에서 표본이 작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5·6장의 이야기와 이어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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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두 가지가 겹쳐서 특히 나쁘게 작동한다. 첫째, 검정력이 낮다. 5장에서 본 대로 표본이 작으면 실제로 있는 효과를 잡아내지 못할 확률이 크다. 6장에서 인용한 버튼과 동료들의 2013년 논문이 신경과학 문헌의 검정력이 낮다는 것을 정리했다. 둘째, 그리고 이쪽이 더 고약한데, 낮은 검정력에서 유의하게 나온 결과는 효과크기가 위쪽으로 부풀려져 있다. 작은 표본에서 문턱을 넘으려면 추정값이 우연히 크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5장의 효과크기 부풀림이다. 여기에 뇌영상 특유의 사정이 더해진다. 칸이 아주 많으므로, 가장 큰 값이 나온 칸을 고른 다음 그 칸에서 다시 효과크기를 재면 부풀림이 한 번 더 얹힌다. 이 절차의 문제를 지적한 논문이 2009년에 나와 크게 논쟁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개인차와 뇌 신호의 상관을 보려는 연구에서는 문제가 더 커진다. 2022년에 대규모 자료로 이것을 검사한 연구가, 그런 상관이 안정적으로 추정되려면 수천 명 규모의 표본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그러므로 뇌영상 논문을 읽을 때 표본 크기는 부수적인 정보가 아니라 결과를 얼마나 믿을지 정하는 첫 번째 정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검정력이 낮으면 못 잡는 것잡힌 것이 부풀려지는 것이 함께 온다는 두 갈래
  • 칸이 많다는 사정이 부풀림을 더한다는 것 — 가장 큰 칸을 고른 뒤 그 칸에서 다시 재는 문제
  • 개인차와의 상관을 보려면 표본이 훨씬 커야 한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표본 크기부터 충분한지는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수를 못 박지 않아도 된다. 다만 "표본이 작아도 유의하게 나왔으면 오히려 효과가 큰 것"이라고 답하면 오답이다. 5장이 그 오해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뇌 그림은 설득력이 있는가 — 이 물음 자체가 재현되지 않았다

이 절의 마지막에 짚을 것이 있다. "뇌 사진을 곁들이면 사람들이 그 설명을 더 믿는다"는 결과가 2008년에 보고되어 널리 인용되었다. 이 결과는 이 절이 하려는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인용하기에 좋다.

그런데 이 결과 자체가 재현되지 않았다. 2013년에 여러 차례의 재현 시도가 원 효과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고, 뒤이어 이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해 온 관행 자체를 지적하는 논평이 나왔다.

이 문서가 이것을 넣는 이유가 둘이다. 첫째, 6장의 규칙 그대로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하게, 이 장의 논지에 유리한 결과라고 해서 검사를 면제받지 않기 때문이다. 뇌영상 해석을 조심하자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재현되지 않은 결과를 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면 이 절의 논지는 무엇에 기대는가. 영상 그림이 만들어지는 사슬 그 자체역추론의 논리다. 이 둘은 설문 결과가 아니라 방법의 구조에서 나오므로 재현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한다.

분리뇌 — 유명한 연구를 정확히 읽기

두 반구를 잇는 큰 신경 다발이 잘린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있다. 발작을 줄이기 위한 수술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며, 1960년대부터 스페리와 개저니가 등이 자세히 검사했다.

한쪽 시야에만 짧게 보이면 그쪽 정보가 한 반구에만 간다. 말로 답하는 쪽이 반대편이 아는 것에 닿지 못한다는 것이 이 절차가 보인 것이다
<한쪽 시야에만 짧게 보이면 그쪽 정보가 한 반구에만 간다. 말로 답하는 쪽이 반대편이 아는 것에 닿지 못한다는 것이 이 절차가 보인 것이다>[원본 보기]

절차의 논리는 그림에 있다. 결과에서 특히 인용되는 것이 하나 있다. 왼쪽 시야에 보인 것을 말로는 답하지 못하는데 왼손으로는 골라낸다. 그리고 왜 그 손이 그것을 골랐는지 물으면, 말하는 쪽이 자기가 모르는 행동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낸다.

이 마지막 관찰이 심리학 전체에 남긴 것이 크다. 사람은 자기 행동의 이유를 언제나 아는 것이 아니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하는 대신 설명을 만들어 낸다. 이 주제는 사회심리학(18장)과 이어진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반드시 붙여야 할 단서가 있다.

예제 153

분리뇌 연구를 6장의 네 물음에 대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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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현되었는가. 절차는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되었고 기본 결과는 되풀이 나왔다. 다만 되풀이의 대상이 같은 소수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같은 사람을 여러 번 검사한 것은 독립적인 재현이 아니다. 판정 — 절차는 재현되었고 표본은 겹친다.

2. 표본이 무엇인가. 여기가 가장 약한 자리다. 사람 수가 아주 적고, 모두 오래 발작을 겪었으며 수술을 받았다. 6장의 말로 하면 이것은 좁은 표본 정도가 아니라 특수한 표본이다.

3. 효과가 얼마나 큰가. 이 연구의 결과는 "조금 다르다"가 아니라 "말로 답하지 못한다" 같은 형태여서 크기의 문제가 덜하다. 그런 뜻에서는 강한 자료다.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두 갈래로 갈라 답해야 한다. 두 반구가 나뉜 사람에게서 정보가 나뉜다는 것은 그 사람들에 대한 결론이고 잘 지지된다. 정상인 뇌에서 두 반구가 어떻게 일하는가는 이 연구가 답할 수 없다. 그 사람들의 뇌는 다발이 잘린 뇌다.

종합. "아주 작고 특수한 표본에서, 아주 큰 효과가, 여러 번 확인되었다." 이런 조합은 흔치 않고, 그래서 이 연구는 "정보가 나뉠 수 있다"는 존재 주장에는 아주 강하고 "보통 사람의 뇌가 이렇다"는 일반화에는 아주 약하다.

예제 154

말하는 쪽이 자기가 모르는 행동에 대해 이유를 지어낸다는 관찰이 있다. 여기서 "사람의 자기 설명은 전부 지어낸 것"이라는 결론이 따라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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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나오지 않는다. 이 도약이 왜 안 되는지가 이 예제의 요점이다.

첫째, 조건이 특수하다. 이 관찰은 정보가 실제로 차단된 상황에서 나온다. 말하는 쪽이 그 행동의 원인에 닿지 못하도록 절차가 짜여 있다. 그런 차단이 없는 보통의 상황에서 자기 설명이 어떤지는 이 자료가 말해 주지 않는다.

둘째, 표본이 특수하다. 앞 예제에서 본 대로다.

셋째, "전부"라는 말이 검사될 수 없는 형태다. 어떤 자기 설명이 맞고 어떤 것이 틀렸는지를 가리려면 행동의 실제 원인을 따로 알아야 하는데, 그 자료가 없으면 "전부 지어낸 것"이라는 주장도 그 반대 주장도 검사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 관찰에서 무엇이 따라 나오는가. "사람은 자기 행동의 원인에 닿지 못할 때도 설명을 내놓는다. 그러므로 자기 설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원인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은 훨씬 약하지만 실제로 쓸모가 큰 결론이고, 5장에서 자기보고를 다룰 때 세운 태도와 같다.

그리고 덧붙일 것 하나. 이 결론은 다른 종류의 연구로 따로 지지된다. 분리뇌 연구가 아니라도, 사람이 자기 판단의 이유를 정확히 보고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이는 연구는 여럿이다. 같은 결론에 서로 다른 근거가 여럿 있는 것과, 하나의 특수한 사례에 기대는 것은 다르다.

가소성 — 뇌는 얼마나 바뀌는가

마지막 절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부위가 무엇에 관여하는가"를 물었는데, 그 물음에는 조용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었다. 그 관계가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다. 가소성(plasticity)은 경험에 따라 신경계의 구조와 연결이 바뀌는 성질을 가리킨다. 세 가지 층위에서 나타난다.

민감기 — 같은 경험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걸린다

어떤 회로는 발달의 특정 시기에 입력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자리 잡는다. 시각계에 대한 20세기 중반의 동물 연구가 이것을 뚜렷하게 보였고, 그 뒤 여러 계에서 확인되었다.

두 곡선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내려오고 어느 곡선도 0 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창이 닫히는 시기는 회로마다 다르고 닫힌 뒤에도 변화의 여지가 남는다
<두 곡선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내려오고 어느 곡선도 0 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창이 닫히는 시기는 회로마다 다르고 닫힌 뒤에도 변화의 여지가 남는다>[원본 보기]

용어를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말을 썼는데 지금은 민감기라는 말을 더 쓴다. 이유는 그림에 있다. 어느 곡선도 0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이 닫힌 뒤에도 변화가 일어나며 같은 경험이 만드는 변화의 크기가 줄어들 뿐이다. 이 구별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결정적 시기"라는 말은 "그때를 놓치면 끝"으로 읽히기 쉽고, 그 읽기는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어른의 뇌도 바뀐다 — 그런데 얼마나

성인기 가소성은 존재한다. 문제는 크기와 범위다. 여기에 이 문서가 되풀이하는 두 가지 경계가 있다.

첫째, 훈련한 것이 늘었다는 것과 다른 것도 늘었다는 것은 다르다. 특정 인지 과제를 반복 훈련하면 그 과제의 성적이 오른다. 그런데 훈련하지 않은 다른 과제로 옮겨 가는지는 별개의 물음이고, 이것을 대규모로 검토한 결과 전이의 근거는 훨씬 약하다. 2016년에 이 분야의 문헌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보고가 그 결론을 정리했다. 그러므로 "훈련으로 뇌를 좋게 만든다"는 주장은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정확히 적어야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미결인 것을 정해진 것처럼 쓰지 않는다. 어른의 뇌에서 새 신경 세포가 계속 만들어지는지는 지금도 다투어진다. 2018년에 같은 해에 나온 두 연구가 사람 표본에서 반대 방향의 결론을 보고했고, 방법의 차이 — 조직을 어떻게 보존했는가, 어떤 표지를 썼는가 — 가 결과를 갈랐을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이 문서는 어느 쪽도 정답으로 쓰지 않는다.

예제 155

어떤 직업군의 사람들이 특정 뇌 부위의 크기에서 일반인과 다르다는 연구가 있다. 이 자료에서 "그 일을 하면 그 부위가 커진다"가 따라 나오는가. 무엇이 더 필요한가.

풀이 보기

따라 나오지 않는다. 4장의 상관과 인과 이야기가 그대로 걸린다.

대안 설명이 둘이다.

  • 선택. 애초에 그 부위가 큰 사람이 그 일을 고르거나 그 일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다.
  • 함께 가는 다른 것. 그 직업군은 나이·성별·교육·생활 방식에서도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 4장의 혼입변수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 같은 사람을 시간에 따라 따라가는 종단 설계. 훈련을 시작하기 전과 마친 뒤를 견주면 선택 설명이 약해진다. 같은 사람을 따라가면 선택 설명이 약해지는데, 15장이 이 설계를 종단 설계라는 이름으로 세운다. 다만 4장에서 본 탈락의 문제가 붙는다. 훈련을 끝까지 마친 사람만 남는다면 그것 자체가 선택이다.
  • 훈련 여부를 무선배정하는 설계. 가능하다면 가장 강하다. 다만 여러 해가 걸리는 훈련을 무선배정하는 일은 대개 불가능하다.
  • 표본 크기. 이런 연구는 표본이 아주 작은 경우가 많고, 앞 절에서 본 이유로 작은 표본의 결과는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널리 인용되는 이런 연구가 있고, 뒤에 훈련생을 따라간 종단 연구가 이어져 같은 방향의 결과를 보고했다. 그 점에서 이 사례는 단면 자료 하나로 끝난 경우보다 낫다. 그래도 표본이 작다는 점은 남는다. 정확한 서술은 "이 방향을 지지하는 자료가 여럿 있으나 표본이 작다"이지 "그 일을 하면 뇌가 커진다"가 아니다.

예제 156

가소성이 있다는 사실이 이 장 앞부분의 "영역에 기능을 붙이는 일"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풀이 보기

모범답안. 가소성은 기능 귀속을 더 어렵게 만들지만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어렵게 만드는 쪽부터 보자. 첫째, 손상 뒤에 관찰된 수행은 "그 부위가 빠진 정상 뇌"의 수행이 아니라 남은 부분이 얼마간 다시 조직된 뇌의 수행이다. 손상 직후와 시간이 지난 뒤가 다르므로, 언제 쟀는지가 결과의 일부가 된다. 둘째, 부위와 기능의 대응이 사람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사람의 영상을 평균한 그림이 어느 개인에게도 정확히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가소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감각 입력이 들어오는 큰 경로나 초기 처리의 대략적인 배치는 사람마다 상당히 비슷하고, 아주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주로 그 범위 안에서의 세부다. 그러므로 정확한 태도는 이렇다. 부위와 기능의 대응은 고정된 배선이 아니라 어느 정도 폭을 가진 규칙성이며, 그 폭이 얼마나 되는지가 그 자체로 연구의 대상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손상 뒤의 수행이 다시 조직된 뇌의 수행이라는 것, 그래서 잰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
  • 그럼에도 가소성에 한계가 있어 대응이 완전히 흐물흐물하지는 않다는 것
  • 결론을 "폭을 가진 규칙성" 쪽으로 적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가소성의 폭을 크게 보든 작게 보든 상관없다. 실제로 계마다 다르고 다투어진다. 다만 "가소성이 있으니 뇌의 어느 부위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그 주장은 감각 상실 뒤의 재조직화 같은 사례를 과장한 것이고, 재조직화가 일어나는 범위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는 자료가 있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회로연결된 신경 세포들의 집합. 심리 현상은 세포 하나가 아니라 이 수준에서 다룬다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시냅스에서 신호를 건네는 화학 물질. 물질과 기능은 일대일이 아니다
필요하다 / 거기서 일어난다 / 그것만 한다‘이 영역이 이 일을 한다’ 에 뭉쳐 있는 서로 다른 세 주장
단일 해리A 손상 시 갑을 못 한다. 여기서 나오는 것은 A 가 갑에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이중 해리(double dissociation)A 손상은 갑만, B 손상은 을만 무너뜨린다. 난이도 설명을 배제하는 논증 형태
뺄셈 설계두 조건의 신호를 빼서 차이를 보는 방식. 영상 그림에 남는 것은 차이다
다중비교칸마다 따로 검정할 때 우연히 문턱을 넘는 칸이 나오는 문제
역추론(reverse inference)영역이 켜졌으므로 그 심리 과정이 일어났다는 뒤집기. 선택성과 기저율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가소성(plasticity)경험에 따라 신경계의 구조와 연결이 바뀌는 성질
민감기같은 경험이 특히 큰 변화를 만드는 시기. ‘결정적 시기’ 보다 나은 이름이다
전이훈련한 과제 밖으로 향상이 옮겨 가는 것. 향상과 전이는 다른 주장이다
사람 · 사례이 문서에서의 자리
브로카 · 베르니케언어와 부위를 잇는 고전적 사례. 그 그림은 지금 상당 부분 수정되었다
드롱커스와 동료들 (2007)브로카의 원 사례를 영상으로 다시 검사해 손상이 더 넓었음을 보고
쇠막대 사고 사례 (19세기 중반)널리 인용되지만 당대의 기록이 얇다. 사례를 다루는 법의 예로 쓴다
스페리 · 개저니가분리뇌 연구. 표본이 아주 작고 특수하다는 단서를 반드시 붙인다
폴드랙 (2006)역추론 문제를 정리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버튼과 동료들 (2013)신경과학 문헌의 낮은 검정력. 6장이 이미 인용한 논문이다
죽은 물고기 시연 (2009)보정 없는 분석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보인 시연

이 장이 뒤에 넘기는 것이 둘이다. 첫째, "필요하다 / 거기서 일어난다 / 그것만 한다"를 갈라 읽는 습관. 14장에서 의식과 뇌의 관계를 다룰 때 이 셋이 곧바로 다시 필요하다. 둘째, 역추론의 구조. 이것은 뇌영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표가 나왔으니 저 상태였다"는 모든 추론의 문제이고, 12장의 신호탐지이론과 같은 골격을 가진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이 장의 사진 세 장은 아래에서 가져왔다. 이 문서가 손대지 않은 원본이고, 셋 다 라벨이 없다.

의식과 수면

하루의 3분의 1 가까이를 사람은 잠으로 보낸다. 그동안 무엇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깨어 있는 동안 "의식이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이 장의 주제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12장에서 주의신호탐지이론을, 13장에서 "필요하다 / 거기서 일어난다 / 그것만 한다"를 갈라 읽는 습관을 가져온다. 그리고 4장의 조작적 정의·혼입변수·은폐와 위약, 5장의 구성개념평정자 간 신뢰도, 6장의 네 물음을 계속 쓴다.

경계를 둘 밝혀 둔다. 첫째, "의식이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의 물음은 이 문서가 다루지 않는다. 철학 문서 14·15장의 몫이다. 이 장이 묻는 것은 어떻게 재는가다. 둘째, 마지막 절은 물질의 분류까지만 다룬다. 사용법·양·구하는 방법은 적지 않는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의식이라는 말 — 무엇을 재는가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걸리는 자리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식"이라는 한 낱말이 서로 다른 것 여럿을 가리키고, 그 여럿을 재는 방법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세 갈래가 서로 다른 물음이고 재는 방법도 다르다. 하나에 대한 자료를 다른 하나에 대한 답으로 쓰면 논의가 엉킨다
<세 갈래가 서로 다른 물음이고 재는 방법도 다르다. 하나에 대한 자료를 다른 하나에 대한 답으로 쓰면 논의가 엉킨다>[원본 보기]

세 갈래를 다시 적으면 이렇다.

이 셋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자료다. REM 수면 중에 꿈을 꾸는 사람은 수준은 낮고 내용은 풍부하다.

재는 일의 어려움

내용 쪽을 재려면 결국 본인의 보고에 기대야 한다. 여기서 12장의 신호탐지이론이 곧바로 걸린다. "못 봤다"는 답은 민감도가 0이어서일 수도 있고 준거가 엄격해서일 수도 있다. 이 둘을 가르지 않으면 "의식되지 않았다"는 판정 자체가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분야는 보고 하나에 기대지 않는 절차를 쓴다. 못 봤다고 답한 뒤에도 강제로 고르게 해서 우연 수준보다 잘 맞히는지 보고,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함께 묻고, 여러 문턱을 함께 쓴다. 그리고 어떤 절차를 쓰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이 사실 자체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론들 — 미결이다

의식에 대한 이론이 여럿 있고, 이 문서는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쓰지 않는다. 크게 세 갈래로 묶어 두면 이렇다.

갈래무엇이 의식을 만든다고 보는가이 갈래에 대한 주된 반론
전역 작업공간 계열정보가 여러 처리기에 두루 퍼져 쓰이게 되는 것‘두루 퍼짐’ 이 의식과 함께 가는 것인지 의식의 결과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통합정보 계열체계가 정보를 얼마나 통합하는가라는 양적 성질그 양을 실제 뇌에서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고, 예측이 직관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고차 표상 계열어떤 상태에 대한 또 하나의 표상이 있을 때 의식된다는 것그 또 하나의 표상을 독립적으로 재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세 갈래가 겨루는 방식에서 방법론적으로 배울 것이 하나 있다. 적대적 협력(adversarial collaboration)이다. 서로 다른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이 자료를 보기 전에 함께 앉아 각 이론이 무엇을 예측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이 곤란해지는지를 미리 못 박고 공개한 뒤 함께 자료를 모은다.

이 방식이 왜 중요한가. 6장에서 본 문제들 — HARKing, 갈림길의 정원, 연구자의 기대 — 이 구조적으로 막히기 때문이다. 예측이 미리 공개되어 있으면 결과를 보고 이론을 고칠 수 없다.

2020년대에 의식 이론 둘을 겨냥한 대규모 적대적 협력이 이루어졌다. 보고된 결과는 어느 한쪽을 결정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두 이론 모두 예측이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이런 결과가 실망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실은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표시다. 미리 못 박지 않았다면 양쪽 다 "우리 이론과 맞는다"고 적었을 것이다.

예제 157

다음 문장을 읽고 무엇이 섞여 있는지 갈라라. "마취 중인 환자에게는 의식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지각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풀이 보기

한 문장에 세 주장이 들어 있고, 셋은 서로 다른 것을 잰다.

  • "의식이 없다" — 수준에 대한 주장이다. 뇌파와 반응으로 잰다.
  • "아무것도 지각하지 못한다" — 내용에 대한 주장이다. 재려면 본인의 보고나 그것을 대신할 지표가 필요한데, 마취 중에는 보고할 수 없다.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 기억에 대한 주장이며 앞의 둘과 또 다르다. 기억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그때 지각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지각은 되었는데 저장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이 둘은 자료에서 갈리지 않는다.

이 갈라 읽기가 왜 중요한가. 세 번째에서 두 번째를 되짚는 것이 13장의 역추론과 같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억이 없다"에서 "지각이 없었다"로 가려면, 지각된 것이 언제나 기억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그 전제는 참이 아니다. 12장에서 본 대로 주의를 주지 않은 것은 지각되고도 남지 않는다.

정확하게 적으면 이렇다. "각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특정 범위에 있었고, 깨어난 뒤 그 시간에 대한 보고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무엇이 지각되었는지는 별도의 물음이며, 그것을 재려는 연구가 따로 있다.

예제 158

의식에 대한 이론들이 검사하기 어려운 이유를 적고, 적대적 협력이 그 어려움 가운데 무엇을 덜어 주고 무엇을 덜어 주지 못하는지 서술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어려움이 셋이다. 첫째, 재는 것이 결국 보고에 기댄다. 의식의 내용을 바깥에서 직접 볼 방법이 없으므로, 어떤 이론이 예측하는 "의식되었다/안 되었다"를 판정하는 일 자체가 절차에 딸려 있다. 둘째, 여러 이론이 같은 자료를 설명한다. 어떤 신경 지표가 의식된 시행에서 크게 나왔다고 하자. 그 지표가 의식을 만든 것인지, 의식의 결과인지, 아니면 보고하는 일에 딸린 것인지가 자료에서 갈리지 않는다. 셋째, 이론들이 서로 다른 수준의 것을 말한다. 어떤 이론은 정보의 흐름을, 어떤 이론은 체계의 수학적 성질을 말하므로 같은 실험에 얹기가 어렵다. 적대적 협력이 덜어 주는 것은 두 번째의 일부와 연구자 자유도 전부다. 예측을 자료 보기 전에 못 박아 공개하면, 결과를 보고 이론을 조정하는 일과 자기 이론에 유리한 분석을 고르는 일이 막힌다. 그리고 "이 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곤란해진다"를 양쪽이 미리 인정했으므로, 결과가 나온 뒤에 그 인정을 무를 수 없다. 덜어 주지 못하는 것은 첫 번째와 세 번째다. 측정이 보고에 기댄다는 사정은 그대로이고, 이론들이 서로 다른 층위를 말한다는 문제도 그대로다. 미리 정한 예측이 두 이론에 대해 정말로 결정적인 예측인지도 다시 다투어질 수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측정이 보고에 기댄다는 것 — 이것은 협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 적대적 협력이 막는 것은 연구자 자유도와 사후 조정이라는 것
  • 남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적을 것. "이제 해결되었다"는 답은 부족하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방식을 크게 평가하든 제한적으로 보든 상관없다. 다만 "결정적 결과가 안 나왔으니 실패한 연구"라고 답하면 오답이다. 6장에서 세운 대로, 미리 정한 예측이 어긋났다는 보고는 그 자체가 결과다. 그리고 "이론이 여럿이니 아무거나 골라도 된다"는 답도 오답이다. 이론마다 무엇을 예측하고 어디서 곤란해지는지가 다르다.

주의와 의식은 같은 것인가

12장에서 주의를 다루면서 "골라지지 않은 것은 거의 남지 않는다"를 보았다. 그러면 주의와 의식은 같은 것인가. 이 물음은 지금도 다투어진다.

네 칸 가운데 대각선 두 칸은 다툼이 없고 나머지 두 칸에서 자료가 갈린다. 그 두 칸이 이 논쟁의 자리다
<네 칸 가운데 대각선 두 칸은 다툼이 없고 나머지 두 칸에서 자료가 갈린다. 그 두 칸이 이 논쟁의 자리다>[원본 보기]

다툼이 없는 두 칸부터. 주의를 주고 의식되는 것(지금 읽고 있는 이 줄)과 주의를 주지 않아 의식되지 않는 것(12장의 부주의맹)이다.

다투어지는 두 칸은 이렇다. 주의를 주었는데도 의식되지 않는 것이 있는가. 그리고 주의를 주지 않았는데 의식되는 것이 있는가. 뒤엣것은 특히 까다롭다. 우리는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대충 알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 느낌이 실제 표상인지 아니면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착각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자동 처리와 통제 처리

관련된 구별이 하나 있다. 어떤 처리는 하지 않으려 해도 일어난다.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낱말을 보이면 뜻이 저절로 읽힌다.

이것을 깔끔하게 보이는 과제가 있다. 색 이름이 적힌 낱말을 그 이름과 다른 색으로 인쇄해 놓고 글자의 뜻이 아니라 잉크 색을 말하라고 하면, 색과 뜻이 어긋난 조건에서 눈에 띄게 느려지고 실수가 는다. 뜻을 읽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도 읽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네 물음에 잘 답하는 쪽이다. 여러 언어와 여러 조건에서 되풀이 나왔고 효과가 크다.

보고되지 않은 자극이 처리되는가

아주 짧게 보이고 곧바로 다른 것으로 가려서 보고되지 않는 자극이 이후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래 이어졌다. 이 계열의 결과를 읽을 때 조심할 것이 셋이다.

예제 159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아주 짧게 낱말을 보인 뒤 곧바로 가리고, "무엇이 보였는가"를 물었을 때 대부분이 "아무것도 못 봤다"고 답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뒤이은 과제에서 그 낱말과 관련된 반응이 조금 빨랐다는 것을 근거로 "의식되지 않은 자극이 처리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결론이 서려면 "의식되지 않았다"가 확립되어야 하는데, 이 절차는 그것을 확립하지 못한다.

12장의 신호탐지이론을 그대로 대어 보자. "아무것도 못 봤다"는 답은 두 가지에서 나올 수 있다.

  • 민감도가 0이다. 정말로 아무 정보도 들어오지 않았다.
  • 준거가 엄격하다. 희미하게 무엇인가 있었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못 봤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못 봤을 것"이라는 실험자의 기대가 전해지면 준거는 더 엄격해진다.

이 둘을 가르지 않으면 결론이 뒤집힌다. 준거가 엄격해서 나온 답이라면 자극은 희미하게 의식되었고, 그러면 "의식되지 않은 처리"는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 강제선택 과제를 붙인다. "못 봤다"고 답한 시행에서도 두 후보 가운데 고르게 해서, 우연 수준보다 잘 맞히는지 본다. 우연 수준이면 민감도가 0에 가깝다는 근거가 된다.
  • 확신도를 함께 묻는다. 확신이 낮은데도 잘 맞힌다면 그 자체가 자료다.
  • 자극의 세기를 여러 수준으로 두고 곡선을 그린다. 12장의 정신물리 함수를 그려 두면, 어느 수준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한 점이 아니라 곡선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보고는 이렇다. "참가자가 보고하지 못한 조건에서 뒤 과제의 반응이 조금 빨랐다." 그리고 크기를 함께 적어야 한다. 이 계열의 효과는 대체로 작다.

예제 160

"주의를 주지 않았는데 의식되는 것이 있는가"를 검사하려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적고, 그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절차를 제안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가장 큰 어려움은 물어보는 순간 주의가 그리로 간다는 것이다. 참가자에게 "화면 주변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물으면, 묻는 순간부터는 그것이 주의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주의 없이 의식되었다"와 "물음을 듣고 주의를 옮겨 그때 의식했다"가 자료에서 갈리지 않는다. 두 번째 어려움은 기억과의 혼동이다. 보고는 언제나 조금 뒤에 나오므로, 보고되지 않은 것이 의식되지 않은 것인지 의식되었다가 남지 않은 것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줄이는 절차를 셋 제안한다. 첫째, 과제를 미리 정해 두고 주의를 다른 데 묶어 둔 상태에서 갑자기 묻는다. 12장의 부주의맹 절차가 이 형태다. 둘째, 보고까지의 시간을 아주 짧게 하고, 무엇을 물을지 시행마다 무작위로 정한다. 어디를 물을지 모르면 미리 주의를 배분해 둘 수 없다. 셋째, 보고 대신 간접 지표를 쓴다. 이후 과제의 반응 시간이나 눈이 어디로 갔는지 같은 지표는 보고에 딸린 문제를 피한다. 다만 그 지표가 "의식"을 재는지 "처리"를 재는지는 5장의 구성 타당도 문제로 남는다. 그러므로 정직한 결론은 이렇다. 이 물음은 절차를 아무리 다듬어도 완전히 깨끗하게 검사되지 않으며, 지금 갈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물어보는 행위 자체가 주의를 옮긴다는 핵심 어려움
  • 보고가 기억을 거친다는 두 번째 어려움
  • 제안한 절차가 그 어려움 가운데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못 줄이는지 적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물음이 원리적으로 검사 가능하다고 보든 아니라고 보든 상관없다. 실제로 다투어진다. 다만 "주의와 의식은 결국 같은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분명히 다르다"고 단정하는 답은 둘 다 지금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강하다.

잠 — 무엇을 재서 나누는가

수면 단계는 이 장에서 가장 튼튼한 부분이다. 그런데 튼튼한 이유가 "자연에 그런 칸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는 방법과 채점 규칙이 잘 정해져 있어서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세 가지를 동시에 재고 정해 둔 규칙에 따라 짧은 구간마다 단계를 붙인다. 단계는 자연에 있는 칸이 아니라 채점 규칙이 정의한 것이다
<세 가지를 동시에 재고 정해 둔 규칙에 따라 짧은 구간마다 단계를 붙인다. 단계는 자연에 있는 칸이 아니라 채점 규칙이 정의한 것이다>[원본 보기]

동시에 재는 것이 셋이다. 뇌파(머리 표면에서 잰 전기 활동), 눈 움직임, 근육 긴장. 이 셋의 조합에 대해 정해 둔 규칙이 짧은 구간마다 하나의 단계를 붙인다.

단계는 다섯이다. 깸, N1(얕은 잠으로 들어가는 구간), N2(하룻밤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한다), N3(깊은 잠), 그리고 REM이다. REM이 특이하다. 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데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턱 근육의 긴장이 거의 사라진다. 그래서 역설수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채점 규칙은 바뀌어 왔다. 예전 규칙은 깊은 잠을 두 단계로 나누었는데 지금 널리 쓰는 규칙은 하나로 합쳤다. 자연의 경계가 바뀐 것이 아니라 규칙이 바뀐 것이다. 4장의 조작적 정의 이야기가 여기에 그대로 걸린다.

하룻밤의 모양

잠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 되풀이되는 주기다. 깊은 잠은 앞쪽에 몰려 있고 REM 은 뒤로 갈수록 길어진다
<잠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 되풀이되는 주기다. 깊은 잠은 앞쪽에 몰려 있고 REM 은 뒤로 갈수록 길어진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읽을 것이 셋이다.

마지막 둘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잠을 짧게 자면 잃는 것이 고르게 줄지 않는다. 다음 예제가 그것을 셈해 본다.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 둔다. "꿈은 REM에서만 꾼다"는 정확하지 않다. REM에서 깨우면 꿈 보고가 훨씬 자주, 더 길고 생생하게 나오는 것은 맞다. 그러나 REM이 아닌 구간에서 깨워도 보고가 나온다.

예제 161

가상의 기록이다. 어떤 사람의 하룻밤 기록에서 잠이 다섯 주기로 나뉘었고, 총 수면 시간은 450분이었다. 각 주기의 REM 시간은 차례로 5분, 12분, 20분, 28분, 35분이었다. (가) 전체 REM 시간과 그 비율을 구하라. (나) 앞의 세 주기만 자고 깼다면(그때까지 270분) REM 시간과 비율은 얼마인가. (다) 이 계산이 "수면 시간을 줄인 조건"을 두는 실험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풀이 보기

(가) 구하려는 것은 시간(분)과 비율이다. 더하기와 나누기만 있으면 된다.

5+12+20+28+35=100 

100450=0.222

전체 REM은 100분이고 수면 시간의 약 22%다.

(나) 앞의 세 주기만 세면

5+12+20=37 ,37270=0.137

37분이고 약 14%다.

(다) 여기가 요점이다. 잃은 수면과 잃은 REM의 비율을 견줘 보자.

잃은 수면=450270450=180450=0.40

잃은 REM=10037100=63100=0.63

수면의 40%를 줄였는데 REM은 63%가 줄었다. 비례 이상으로 줄어든 것이다. 깊은 잠은 반대로 앞쪽에 몰려 있으므로 거의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실험 설계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 "수면 시간을 줄인 조건"은 시간만 줄인 것이 아니라 단계의 구성도 바꾼 조건이다. 그 조건에서 무엇이 나빠졌다면 "잠이 모자라서"인지 "REM이 특히 모자라서"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4장의 말로 하면 두 변수가 함께 움직였다.

이것을 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총 수면 시간은 같게 두고 특정 단계에서만 깨우는 절차를 쓴다. 그런데 그 절차 자체가 여러 번 깨우는 것이라는 다른 처치를 함께 넣는다. 그래서 같은 횟수만큼 다른 단계에서 깨우는 통제 조건이 따로 필요하다. 혼입변수를 하나 없애면 다른 하나가 들어오는 전형적인 상황이고, 4장에서 본 설계의 어려움이 그대로 나타난다.

예제 162

두 연구가 같은 나이대 사람들의 깊은 잠 시간을 보고했는데 값이 크게 달랐다. 한 연구는 예전 채점 규칙을, 다른 연구는 지금 규칙을 썼다. 이 차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풀이 보기

두 값을 그대로 견주면 안 된다. 이 문제는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정의의 차이일 수 있다.

이유를 짚자. 단계는 채점 규칙이 정의한 것이다. 예전 규칙은 깊은 잠을 두 단계로 나누었고 지금 규칙은 하나로 합쳤으며, 어느 구간을 깊은 잠으로 셀지의 기준도 규칙마다 다르다. 그러면 같은 기록을 두 규칙으로 채점해도 값이 다르게 나온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 어느 규칙으로 채점했는지가 두 논문에 적혀 있는가. 적혀 있지 않으면 견줄 수 없다.
  • 같은 기록을 두 규칙으로 채점해 본 자료가 있는가. 있으면 두 값을 옮겨 놓을 다리가 생긴다.
  • 사람이 채점했다면 채점자 사이의 일치도는 얼마인가. 5장의 평정자 간 신뢰도다. 단계 채점은 규칙이 있어도 판단이 들어가는 자리가 있다.

이 예제의 요점은 수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5장에서 세운 대로, 지표의 값은 그것을 만든 절차에 딸려 있다. 절차가 다르면 값이 다르고, 그 차이는 현상의 차이가 아니다. 13장에서 뇌영상의 보정 방법이 그림을 바꾼다고 한 것과 같은 이야기다.

잠을 정하는 두 갈래 — 일주기 리듬

왜 밤에 졸리고 아침에 깨는가.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한다.

깨어 있는 시간이 쌓는 압력과 하루 주기가 따로 움직인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하루 중 언제인가에 따라 졸림이 다르다
<깨어 있는 시간이 쌓는 압력과 하루 주기가 따로 움직인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하루 중 언제인가에 따라 졸림이 다르다>[원본 보기]

둘이 따로 움직이므로 같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하루 중 언제인가에 따라 졸림이 다르다. 밤을 새운 사람이 새벽에 가장 힘들다가 아침이 되면 오히려 조금 나아지는 것이 이 그림에서 따라 나온다. 압력은 계속 커지는데 하루 주기가 각성 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루 주기는 무엇이 맞추는가

하루 주기를 만드는 시계가 몸 안에 있다. 시상하부의 작은 부위가 그 중심으로 알려져 있고, 세부는 생물학 문서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계의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깥 신호를 차단하고 재면 24시간에서 조금 벗어난 값이 나온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그러니 매일 맞춰 주는 신호가 필요하고, 그중 가장 강한 것이 이다.

빛이 시계를 어느 방향으로 미는지는 언제 쬐느냐에 달려 있다. 대체로 저녁과 밤의 빛은 시계를 늦추는 쪽으로, 이른 아침의 빛은 앞당기는 쪽으로 민다. 이 방향성이 시차와 교대근무에서 일어나는 일의 뼈대다. 시간대를 건너 이동하면 몸 안의 시계와 바깥의 시각이 어긋나고, 다시 맞춰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개인차도 있다. 이른 시각에 활동이 잘되는 쪽과 늦은 시각에 잘되는 쪽의 차이를 크로노타입이라 부른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늦은 쪽으로 밀리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이 사실이 학교 시작 시각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는데, 그 논의를 읽는 법이 다음 예제다.

예제 163

어떤 학교가 시작 시각을 한 시간 늦춘 뒤 학생들의 성적과 출석이 좋아졌다고 보고했다. 이 자료에서 무엇을 결론지을 수 있고 무엇은 안 되는가.

풀이 보기

4장의 설계 지도를 대어 보자. 이것은 무선배정이 없는 전후 비교다. 그러면 대안 설명이 여럿 남는다.

  • 시간에 따른 다른 변화. 같은 기간에 학교의 다른 것들도 바뀌었을 수 있다. 교사, 교육과정, 학생 구성.
  • 평균으로의 회귀. 4장에서 본 대로, 성적이 나빴던 시점을 계기로 제도를 바꾼 것이라면 그 뒤의 개선 가운데 일부는 저절로 일어난다.
  • 기대 효과. 학생과 교사가 "이 변화가 좋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은폐가 불가능한 처치다.
  • 시작 시각과 함께 바뀐 것들. 시작이 늦어지면 끝나는 시각도, 방과 후 일정도, 통학 시간대도 바뀐다. 4장의 혼입변수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 바꾸지 않은 비슷한 학교와 견준다. 같은 기간의 변화를 두 곳에서 보면 "시간에 따른 다른 변화"가 상당 부분 걸러진다.
  • 여러 학교가 서로 다른 시점에 바꾼 자료를 모은다. 바뀐 시점이 학교마다 다르면, 변화가 시점을 따라가는지 볼 수 있다.
  • 중간에 있는 지표를 함께 잰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늘었는지를 재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이 문서가 되풀이하는 태도 하나. "청소년의 하루 주기가 늦은 쪽으로 밀린다"는 것과 "시작 시각을 늦추면 성적이 오른다"는 것은 서로 다른 주장이다. 앞엣것이 참이어도 뒤엣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뒤엣것은 따로 검사되어야 하고, 실제로 여러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더라도 효과의 크기를 함께 보아야 한다. 네 물음의 셋째다.

예제 164

밤에 밝은 화면을 오래 보면 잠들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을 검사하려면 어떤 설계가 필요한가.

풀이 보기

주장을 먼저 갈라야 한다. 실은 서로 다른 두 주장이 뭉쳐 있다.

  • 빛이 하루 주기를 늦춘다. 이것은 생리적 경로에 대한 주장이고, 빛의 세기·파장·쬔 시간과 그때의 시각에 딸려 있다.
  • 화면을 보는 활동이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늦춘다. 이것은 행동에 대한 주장이고, 빛과 상관없이 성립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으면 늦게 눕는다.

두 주장은 완전히 다른 설계를 요구한다.

첫째를 검사하려면 빛만 조작한다. 같은 활동을 하되 화면의 밝기나 파장 구성만 다르게 하고, 하루 주기를 나타내는 생리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잰다. 이때 참가자가 어느 조건인지 모르게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지표는 자기보고가 아니라 생리 지표여야 한다.

둘째를 검사하려면 활동을 조작한다. 밝기는 같게 두고 하는 일만 바꾼다. 재미있는 것과 지루한 것을 견주면 활동의 몫이 드러난다.

흔한 잘못은 둘을 섞은 조건을 하나만 두는 것이다. "자기 전 두 시간 동안 화면을 보게 한 집단"과 "책을 읽게 한 집단"을 견주면 빛도 다르고 활동도 다르므로, 차이가 나와도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관찰 연구에서 "화면을 오래 보는 사람이 늦게 잔다"는 상관이 나와도 인과가 따라 나오지 않는다. 늦게까지 깨어 있는 사람이 화면을 오래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방향이 반대일 수 있다는 4장의 지적이 여기서도 그대로 산다.

잠은 무엇을 하는가 — 나란히 놓인 가설들

이 절은 미결이다. 어느 하나가 정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섯 가설이 나란히 있고 각각 기대는 증거의 종류가 다르다. 서로 배타적이지도 않아서 잠이 여러 일을 함께 할 수 있다
<다섯 가설이 나란히 있고 각각 기대는 증거의 종류가 다르다. 서로 배타적이지도 않아서 잠이 여러 일을 함께 할 수 있다>[원본 보기]

다섯 갈래를 요약하면 이렇다.

가설주장약한 자리
회복깨어 있는 동안 쌓인 것을 되돌린다‘무엇이’ 회복되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거의 반증되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 · 활동 시간 제한쓸모없거나 위험한 시간대에 활동을 줄인다종 사이 비교는 상관 자료다. 왜 의식을 잃는 형태여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기억의 정리낮에 얻은 것을 자는 동안 다시 처리한다잠을 못 자게 하는 조작이 스트레스와 각성도 함께 바꾼다
연결의 정리강해진 연결을 전체적으로 낮춰 다시 배울 여지를 만든다사람에게서 직접 재기 어렵고 간접 지표에 기댄다
노폐물 제거자는 동안 뇌 안의 액체 흐름이 달라져 노폐물이 잘 빠진다비교적 최근 계열이고 반대 방향의 결과를 보고한 연구도 있다

이 다섯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을 짚어 두어야 한다. 잠이 여러 일을 함께 할 수도 있고, 단계마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지금 자료로 갈리지 않는다.

대신 튼튼한 것 하나는 적을 수 있다. 충분히 자지 못하면 여러 종류의 수행이 나빠진다는 것은 되풀이 확인되었다. 다만 이것은 "왜 자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안 자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이다. 두 물음을 섞지 않아야 한다.

예제 165

수면 박탈 실험에서 어떤 혼입변수를 조심해야 하는지 적고, 각각을 어떻게 다룰지 제안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잠을 못 자게 하는 조작은 잠만 없애지 않는다. 함께 들어오는 것이 최소한 넷이다. 첫째, 스트레스다. 자려는데 못 자게 하는 상황 자체가 요구를 거는 사건이며(16장이 이것을 스트레스원이라 부른다), 그 반응이 몸과 마음의 여러 지표를 함께 바꾼다. 그러면 나빠진 수행이 잠 때문인지 그 상황 때문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둘째, 깨어 있는 동안의 활동이다. 잠을 못 자면 그 시간에 무엇인가를 하게 되고, 그 활동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셋째, 하루 주기다. 밤새 깨어 있는 조건은 수면 부족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루 주기의 낮은 구간에서 과제를 하게 만든다. 앞 절의 두 갈래가 여기서 섞인다. 넷째, 단계의 구성이다. 앞 예제에서 셈한 대로, 수면을 줄이면 단계가 고르게 줄지 않는다. 다루는 방법도 각각 있다. 스트레스에는 같은 정도로 방해받되 잠은 자는 통제 조건을 둔다. 활동에는 깨어 있는 동안 하는 일을 두 조건에서 맞춘다. 하루 주기에는 같은 시각에 검사하는 설계를 쓰거나, 하루 주기를 나타내는 지표를 함께 재서 통계적으로 다룬다. 단계에는 총 수면 시간은 같게 두고 특정 단계에서만 깨우는 절차를 쓰되, 같은 횟수로 다른 단계에서 깨우는 조건을 함께 둔다. 그러므로 이 분야의 결과를 읽을 때 물어야 할 것은 "효과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통제한 상태에서 나온 효과인가"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스트레스와 하루 주기를 각각 짚을 것 — 이 둘이 가장 자주 빠진다
  • 통제 조건이 "잠을 잔 집단"이 아니라 "같은 방해를 받되 잠은 잔 집단"이어야 한다는 것
  • 수면을 줄이면 단계 구성이 함께 바뀐다는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혼입변수를 가장 무겁게 보는지는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다르다. 다만 "충분히 통제하면 깨끗한 실험이 된다"고 답하면 지나치다. 앞 예제에서 본 대로 하나를 없애면 다른 하나가 들어오는 구조이므로, 이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통제한 여러 연구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가 결론의 근거가 된다.

예제 166

"잠은 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가설이 왜 약한 자리를 갖는지 설명하라.

풀이 보기

이 가설의 문제는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형태로는 거의 반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이 회복되는지를 못 박지 않으면, 잠을 못 잤을 때 무엇이 나빠져도 "회복이 안 되어서"로 설명되고 나빠지지 않아도 "그것은 회복이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로 설명된다. 어느 결과도 이 가설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다.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반증 가능성의 문제다.

그러면 이 가설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가. 무엇이 회복되는지를 미리 정하면 된다. 특정 물질의 농도, 특정 세포 지표, 특정 기능의 수준을 지목하고 "자는 동안 이것이 이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예측하면, 그 예측이 어긋날 수 있다. 그 순간부터 검사 가능한 가설이 된다.

실제로 이 계열의 연구는 그 방향으로 갔다. 표 안의 "연결의 정리"와 "노폐물 제거"는 회복 가설을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 좁혀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좁혀졌기 때문에 검사되고, 검사되기 때문에 다투어진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을 한 줄로 적으면 이렇다. 넓고 그럴듯한 가설보다 좁고 틀릴 수 있는 가설이 더 낫다. 이 문서가 3장부터 세워 온 기준이다.

꿈은 다루기 어렵다. 이유가 하나 있고, 그것을 먼저 보아야 이론들을 읽을 수 있다. 연구가 다루는 자료는 꿈이 아니라 꿈에 대한 보고다.

꿈에서 자료까지 여섯 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잃고 바뀌는 것이 있다. 13장의 뇌영상 사슬과 같은 모양이다
<꿈에서 자료까지 여섯 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잃고 바뀌는 것이 있다. 13장의 뇌영상 사슬과 같은 모양이다>[원본 보기]

사슬에서 특히 무거운 마디가 셋이다.

이것은 꿈 연구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12장의 지각 연구도 16장의 정서 연구도 자기보고를 쓴다. 뜻하는 것은 이것이다. 보고에 나타난 규칙성을 꿈 자체의 성질로 곧바로 옮겨 적으면 안 된다.

이론들 — 여기도 미결이다

이론마다 무엇이 관찰되면 곤란해지는지가 다르고 어떤 이론은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어느 하나가 정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론마다 무엇이 관찰되면 곤란해지는지가 다르고 어떤 이론은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 어느 하나가 정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원본 보기]

다섯을 나란히 놓는다. 소망의 충족(20세기 초에 나왔고 문화적 영향이 컸다), 활성화와 종합(자는 동안의 신경 활동을 앞쪽 회로가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는 1970년대 후반의 제안), 깨어 있는 삶의 연속, 위협의 연습, 기억 처리의 부산물이다.

이 다섯을 견주는 기준을 하나 세워 둔다. 무엇이 관찰되면 그 이론이 곤란해지는가에 답할 수 있는 이론이 그렇지 못한 이론보다 낫다. 이 기준으로 보면 첫 번째가 가장 약하다. 어떤 꿈이 나와도 "모습을 바꾼 것"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고 "검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머지 넷은 예측을 내놓지만, 그 예측을 검사하려면 앞의 사슬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이 분야의 논쟁은 대체로 꿈 내용을 어떻게 셀 것인가에서 갈린다.

예제 167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들의 꿈 보고를 모아 세어 보니 위협 장면이 자주 나왔다는 것을 근거로 "꿈은 위협을 연습하는 기능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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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과 자료 사이에 다리가 여럿 빠져 있다.

첫째, 무엇을 위협으로 셌는가. 이 정의가 결과를 정한다. 쫓기는 장면만 셀 것인가, 곤란한 상황도 셀 것인가, 사람이 아닌 것도 셀 것인가. 이 규칙이 자료를 본 뒤에 정해졌다면 6장의 HARKing과 같은 구조다. 사전등록으로 막을 수 있다.

둘째, 무엇과 견주어 "자주"인가. 기준이 없으면 이 진술은 뜻이 정해지지 않는다. 깨어 있는 동안의 생각을 같은 규칙으로 센 것과 견줄 수 있고, 그러면 "꿈에서 특히"인지 아닌지가 드러난다.

셋째, 자주 나온다는 것과 기능을 한다는 것은 다르다. 이것이 가장 큰 도약이다. 어떤 내용이 자주 나온다는 사실에서 그 내용이 무엇을 위해 있다는 결론은 따라 나오지 않는다. 부산물일 수도 있다.

넷째, 기능 주장을 검사하려면 결과 지표가 필요하다. "연습"이라면 그 연습을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더 잘해야 한다. 그 지표를 정하고 재지 않으면 이 주장은 검사되지 않는다.

정확한 보고는 이렇다. "미리 정한 규칙으로 셌을 때 꿈 보고에서 위협 장면의 비율이 이러했다." 그리고 사슬의 앞쪽도 함께 적어야 한다. 언제 깨워 받은 보고인지, 몇 사람에게서 몇 편을 받았는지, 몇 사람이 따로 세어 얼마나 일치했는지.

예제 168

꿈 이론들을 견줄 때 "어느 이론이 꿈의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좋은 기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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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준이 아니다. 설명력이 크다는 것이 곧 좋은 이론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를 짚자. 어떤 이론이 어떤 내용이 나와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이론은 설명력이 가장 큰 동시에 가장 쓸모없다. 자료가 그 이론을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를 판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망 충족 계열이 약한 자리를 갖는다고 한 것이 이 뜻이다.

그러면 어떤 기준이 나은가. 셋을 든다.

  • 무엇이 관찰되면 곤란해지는가. 이 물음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이론이 낫다.
  • 미리 정한 예측이 맞았는가. 사후 설명이 아니라 사전 예측이어야 한다. 6장의 사전등록이 여기에 쓰인다.
  • 꿈 밖의 자료와 이어지는가. 어떤 이론이 수면 단계·기억 과제·신경 지표에 대해서도 예측을 내놓으면 검사할 수 있는 면이 넓어진다.

그리고 이 문서의 태도를 다시 적어 둔다. 이 분야는 미결이고, 이 문서는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쓰지 않는다. 미결인 것을 미결이라고 적는 것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엇이 정해지지 않았고, 정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적으면 독자가 다음에 무엇을 볼지 알 수 있다.

물질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 — 분류까지만

마지막 절이다. 이 절은 갈래를 나누는 데까지만 다룬다. 어떤 물질을 어떻게 쓰는지, 얼마나 쓰는지, 어디서 구하는지는 이 문서가 다루지 않는다. 19장이 임상에 긋는 선과 같은 선이다.

분류의 기준은 각성 수준과 지각에 미치는 영향의 방향이다. 위험도나 법적 지위에 따른 분류가 아니며 경계도 깔끔하지 않다
<분류의 기준은 각성 수준과 지각에 미치는 영향의 방향이다. 위험도나 법적 지위에 따른 분류가 아니며 경계도 깔끔하지 않다>[원본 보기]

갈래는 넷이다.

갈래방향겉으로 나타나는 것
억제 계열신경계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낮춘다각성 수준이 내려가고 반응이 느려지며 판단과 조절이 무뎌진다
흥분 계열신경계의 활동을 높인다각성 수준이 올라가고 졸림이 줄어든다. 효과가 지난 뒤 반대 방향의 상태가 오는 경우가 많다
지각 변화 계열각성 수준보다 지각과 사고의 내용을 바꾼다없는 것이 지각되거나 있는 것이 달리 지각된다. 시간 감각과 자기 감각의 변화가 보고된다
통증에 작용하는 계열통증 신호의 처리에 작용한다통증이 줄고 진정 효과가 함께 온다

갈래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것이 셋 있다. 내성(같은 효과를 얻는 데 필요한 양이 는다), 금단(끊었을 때 나타나는 반대 방향의 상태), 의존(쓰는 일이 다른 활동을 밀어내는 상태)이다. 마지막 것은 이 문서가 다루지 않는 임상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

이 분류를 읽을 때 조심할 것이 셋이다.

예제 169

어떤 물질의 효과에서 물질 자체의 작용받았다고 믿는 데서 오는 것을 갈라내려 한다. 어떤 설계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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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두 원인의 몫을 따로 재는 설계다. 4장의 도구로 만들 수 있다.

흔히 쓰는 두 집단 설계 — 물질을 준 집단과 위약을 준 집단 — 로는 부족하다. 그 설계는 "받았다"와 "받았다고 믿는다"가 함께 움직이므로 두 원인을 가르지 못한다. 참가자가 실제로 받았을 때 믿기도 하고, 안 받았을 때 안 믿는다.

두 원인을 갈라내려면 두 요인을 따로 조작해 네 조건을 만든다.

받았다고 믿는다안 받았다고 믿는다
실제로 받았다조건 1조건 2
실제로 안 받았다조건 3조건 4

이제 각 원인의 몫이 읽힌다.

  • 물질의 몫 — 믿음을 같게 두고 견준다. 조건 1과 3의 차이, 그리고 조건 2와 4의 차이.
  • 믿음의 몫 — 실제 받은 것을 같게 두고 견준다. 조건 1과 2의 차이, 그리고 조건 3과 4의 차이.
  • 둘의 상호작용 — 물질의 효과크기가 믿음에 따라 달라지는지도 이 표에서 읽힌다.

이 설계에 남는 문제가 둘 있다. 첫째, 조건 2와 3을 실제로 만들기 어렵다. 참가자가 자기 몸의 변화를 알아채면 믿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이런 연구는 알아채기 어려운 범위에서만 성립한다. 둘째, 속임이 들어가므로 4장에서 다룬 연구윤리의 문제가 붙는다. 사후설명이 필수이고,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설계가 보이는 것이 이 절의 요점이다. "물질의 효과"라고 부르는 것 가운데 일부는 물질이 아니라 기대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몫은 물질마다, 재는 지표마다 다르다.

예제 170

앞의 분류 표를 "위험한 순서"로 읽으면 왜 틀리는지 설명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표의 분류 기준은 효과의 방향, 곧 각성 수준을 올리는가 내리는가 그리고 지각의 내용을 바꾸는가다. 위험은 그 축과 다른 축에 있다. 위험을 정하는 것은 최소한 넷이고, 그 넷 어느 것도 이 표에 들어 있지 않다. 첫째, 효과가 나는 양과 해로운 양의 거리다. 이 거리가 가까운 물질은 같은 갈래의 다른 물질보다 훨씬 위험하다. 둘째, 내성과 의존이 얼마나 빨리 생기는가다. 셋째, 다른 물질과 함께 썼을 때의 상호작용이다.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들을 겹쳐 쓰면 각각의 위험을 더한 것보다 커진다. 넷째, 쓰는 방식과 상황이다. 물질 자체가 아니라 쓰는 방식에서 오는 위험이 큰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같은 갈래 안에서도 위험은 크게 다르고, 다른 갈래 사이에 위험의 순서가 정해지지 않는다. 이 표는 "의식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는가"를 정리한 것이지 "얼마나 위험한가"를 정리한 것이 아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분류의 기준이 효과의 방향이라는 것을 먼저 확인할 것
  • 위험을 정하는 것이 그 축과 다른 축에 있다는 것 — 최소한 둘 이상 구체적으로 들 것
  • 같은 갈래 안에서도 위험이 크게 다르다는 결론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위험을 정하는 요인을 무엇으로 꼽는지는 여러 답이 가능하다. 다만 "법으로 금지된 것이 더 위험하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법적 지위는 여러 사정에 따라 정해지며 이 표의 축도 위험의 축도 아니다. 반대로 "법과 무관하니 위험도 없다"는 답도 오답이다. 두 축이 다르다는 것과 어느 한 축이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의식의 수준 / 내용 / 자기의식얼마나 깨어 있는가 / 무엇을 의식하는가 / 자기를 대상으로 삼는가. 서로 다른 셋이며 재는 방법도 다르다
적대적 협력(adversarial collaboration)겨루는 이론의 연구자들이 자료를 보기 전에 예측과 판정 기준을 함께 못 박고 공개한 뒤 자료를 모으는 방식
자동 처리 / 통제 처리하지 않으려 해도 일어나는 처리 / 의도와 자원이 드는 처리
수면 단계 (N1 · N2 · N3 · REM)뇌파 · 눈 움직임 · 근육 긴장의 조합에 대해 채점 규칙이 붙이는 이름
REM 수면 · 역설수면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데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근육 긴장이 사라지는 단계
수면 주기단계가 한 바퀴 도는 단위. 대략 한 시간 반 안팎이며 깊은 잠은 앞쪽에, 긴 REM 은 뒤쪽에 몰린다
잠을 정하는 두 갈래깨어 있는 시간이 쌓는 압력과 하루 주기. 둘이 따로 움직인다
일주기 리듬 · 크로노타입하루를 주기로 하는 몸의 리듬 / 이른 쪽과 늦은 쪽의 개인차
내성 / 금단 / 의존같은 효과에 필요한 양이 느는 것 / 끊었을 때의 반대 방향 상태 / 쓰는 일이 다른 활동을 밀어내는 상태
네 조건 설계 (실제 × 믿음)물질의 작용과 기대의 몫을 갈라 내려고 두 요인을 따로 조작하는 설계
이 장에서 미결이라고 적은 것무엇이 정해지지 않았나
의식의 이론들전역 작업공간 · 통합정보 · 고차 표상 계열 가운데 어느 것도 결정적으로 지지되지 않았다
주의 없이 의식되는 것이 있는가묻는 행위가 주의를 옮기므로 깨끗한 검사가 어렵다
잠의 기능다섯 가설이 나란히 있고 서로 배타적이지도 않다
꿈의 기능다섯 이론이 나란히 있으며 무엇을 셀지부터 갈린다

이 장이 뒤에 넘기는 것이 둘이다. 첫째, "보고에 기대는 지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물음. 12장의 신호탐지이론이 이 장에서 두 번 더 쓰였고, 자기보고를 쓰는 모든 장에서 다시 쓰인다. 둘째, 적대적 협력이라는 방법. 6장이 세운 사전등록의 생각을 이론 사이의 다툼에 적용한 형태이며, 18장이 다루는 재현 문제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발달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달라진다. 발달심리학은 그 달라짐을 다룬다. 그런데 이 분야에는 다른 분야에 없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시간이 독립변수인데 시간은 무선배정할 수 없다. 누구를 스무 살로 배정하고 누구를 예순 살로 배정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 장은 결과보다 설계에서 시작한다. 4장에서 배운 혼입변수 이야기가 여기서 가장 날카롭게 걸린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혼입변수, 준실험, 내적·외적 타당도를, 5장에서 신뢰도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특히 네 물음의 첫째와 둘째가 이 장에서 계속 쓰인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시간을 재는 세 가지 방법

나이에 따른 변화를 재는 방법은 크게 셋이고, 셋 다 무선배정이 없는 준실험이다. 그러므로 4장에서 준실험에 대해 물었던 것을 그대로 물어야 한다. 비교되는 두 집단이 나이 말고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걸림돌 하나를 먼저 봐야 한다. 사람 한 명에게 붙는 시간 관련 값이 셋이다 — 나이, 태어난 해, 잰 해. 그런데 이 셋은 독립적이지 않다.

나이=잰 해태어난 해

둘을 정하면 나머지 하나가 저절로 정해진다. 그래서 셋을 완전히 갈라내는 설계는 원리적으로 없다. 설계를 고른다는 것은 셋 가운데 무엇을 혼입으로 받아들일지 고르는 일이다.

한 칸을 정하는 데 필요한 값이 셋인데 그중 둘만 자유롭다. 그래서 어느 줄을 잡아도 나이 말고 또 하나가 함께 움직인다
<한 칸을 정하는 데 필요한 값이 셋인데 그중 둘만 자유롭다. 그래서 어느 줄을 잡아도 나이 말고 또 하나가 함께 움직인다>[원본 보기]
설계마다 나이와 붙어 다니는 것이 다르다. 어느 것도 셋을 한꺼번에 갈라내지 못한다
<설계마다 나이와 붙어 다니는 것이 다르다. 어느 것도 셋을 한꺼번에 갈라내지 못한다>[원본 보기]

횡단 설계 — 동시대집단 효과

횡단 설계(cross-sectional design)는 한 시점에 나이가 다른 사람들을 한꺼번에 잰다. 올해 스무 살·마흔 살·예순 살 집단을 함께 검사하는 것이다. 싸고 빠르다.

문제는 이렇다. 올해의 예순 살과 스무 살은 나이만 다른 것이 아니다.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기술을 쓰며 자랐다. 그래서 두 집단의 차이에는 나이의 몫과 시대의 몫이 섞여 있고, 이 자료만으로는 갈리지 않는다.

이 혼입에 이름이 있다. 동시대집단 효과(cohort effect)다. 같은 해 무렵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함께 지나온 사람들의 묶음을 동시대집단이라 하고, 그 묶음이 공유하는 것이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4장의 말로 옮기면 태어난 해가 혼입변수다. 그리고 이 혼입은 통제 집단으로 막을 수 없다. 예순 살이면서 스무 살과 같은 시대에 자란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단 설계 — 탈락과 연습

종단 설계(longitudinal design)는 같은 사람을 여러 해에 걸쳐 되풀이해 잰다. 태어난 해가 같으므로 동시대집단 효과가 없다. 그리고 이 설계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개인 안의 변화를 본다. 집단 평균이 그대로여도 어떤 사람은 오르고 어떤 사람은 내려가는 일이 흔한데, 횡단 자료는 그것을 결코 보여 주지 못한다.

대신 다른 것이 들어온다.

탈락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그림으로 보는 편이 빠르다.

두 번째 그림에서 평균이 올라갔는데 개인의 점수는 아무도 오르지 않았다. 남은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두 번째 그림에서 평균이 올라갔는데 개인의 점수는 아무도 오르지 않았다. 남은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원본 보기]

이것이 종단 연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함정이다. 낮은 쪽이 더 많이 빠지면 평균이 저절로 올라간다. 그리고 노년기 연구에서는 이 방향이 특히 강하다. 건강이 나쁜 사람이 먼저 빠지기 때문이다.

계열 설계

계열 설계(sequential design)는 앞의 둘을 겹쳐 놓는다. 여러 출생 연도의 집단을 각각 여러 해에 걸쳐 잰다. 그러면 같은 나이가 서로 다른 출생 연도·측정 연도에 나오는 칸이 생기고, 그 칸들을 견주면 나이의 몫과 시대의 몫을 어느 정도 갈라낼 수 있다.

앞 그림에서 초록 동그라미가 쳐진 두 칸이 그 자리다. 둘 다 50세인데 한 쪽은 1950년생을 2000년에 잰 것이고 다른 쪽은 1970년생을 2020년에 잰 것이다. 두 값이 다르다면 그 차이는 나이 때문이 아니다.

대가는 비용과 시간이다. 그리고 앞의 식 때문에 셋을 완전히 갈라내지는 못한다.

예제 171

어떤 신문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제목을 달았다. 근거는 올해 20대·40대·60대 각 200명에게 처음 보는 앱을 주고 과제 완수 시간을 잰 조사였고, 나이가 많은 집단일수록 오래 걸렸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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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횡단 설계다. 그러므로 나이와 태어난 해가 붙어 다닌다.

관찰된 것은 "올해 60대인 사람들이 올해 20대인 사람들보다 이 앱에서 오래 걸렸다"이고, 그것은 사실이다. 결론이 넘어간 자리는 "나이가 들면 떨어진다"는 부분이다. 이 문장은 한 사람을 40년 따라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주장인데, 자료는 그것을 재지 않았다.

대안 설명이 뚜렷하다. 올해의 60대는 이런 종류의 화면을 훨씬 늦게 만났다. 즉 화면 인터페이스에 노출된 햇수가 나이와 함께 움직인다. 이것이 동시대집단 효과다.

어떻게 가리는가. 셋이다.

첫째, 계열 설계로 간다. 다른 출생 연도의 60대를 다른 해에 재서 견준다. 20년 뒤의 60대가 오늘의 60대와 같은 성적을 내면 나이 쪽이고, 훨씬 낫다면 시대 쪽이다.

둘째, 노출 햇수를 재서 넣어 본다. 같은 나이 안에서 노출 햇수가 다른 사람들을 견주면 두 몫을 어느 정도 나눌 수 있다.

셋째, 어느 쪽에도 익숙하지 않은 과제를 쓴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인터페이스를 만들면 노출 햇수가 지워진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 조사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이 앱을 만들면 지금의 60대가 어려워한다"는 것은 이 자료가 말할 수 있고 실무에 바로 쓰인다. 자료가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가 나이라는 부분뿐이다.

예제 172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팀이 30세 성인 500명을 20년간 5년마다 검사해, 어휘 점수가 조금씩 올랐다고 보고했다. 마지막 회차에 남은 사람은 190명이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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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엇이 좋은지 적자. 종단 설계이므로 동시대집단 효과가 없다. 같은 사람을 따라갔으니 "나이 든 사람이 원래 다르다"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310명이 빠졌다는 것이다. 처음 표본의 6할 넘게 빠졌으므로 마지막 회차의 190명은 처음의 500명과 같은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어느 방향으로 어긋나는가. 대개는 점수가 높은 쪽이 남는다. 검사에 계속 응하는 것 자체가 시간·건강·흥미와 관련이 있고 그것들이 어휘 점수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무도 늘지 않았어도 평균은 오른다.

여기에 연습 효과가 더해진다. 같은 검사를 다섯 번 봤으므로 형식에 익숙해진 몫이 점수에 섞인다.

그러면 이 연구는 못 쓰는가. 아니다. 확인할 것이 있다.

  • 빠진 사람과 남은 사람의 첫 회차 점수를 견준다. 두 값이 비슷하면 탈락이 점수와 무관했다는 증거가 되고, 다르면 그 차이의 크기가 편향의 크기를 어림해 준다.
  • 남은 사람만 놓고 개인 안의 변화를 본다. 190명 각각이 올랐는지를 보면 평균의 상승과는 다른 물음에 답할 수 있다. 다만 결론의 범위는 그 190명까지다.
  • 검사 형식을 회차마다 바꾼 판본이 있는지 본다. 연습 효과를 줄이려는 표준적인 장치다.

정확한 요약은 이렇다. "끝까지 남은 사람들에게서 어휘 점수가 조금 올랐다. 탈락이 커서 처음 표본 전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연습 효과가 얼마인지 이 보고만으로는 알 수 없다."

예제 173

다음 넷 가운데 계열 설계여야만 답할 수 있는 물음은 무엇인가. 나머지 셋은 어느 설계로 답할 수 있는지 밝혀라.

(가) 지금의 열 살과 지금의 열다섯 살 가운데 어느 쪽이 이 과제를 잘하는가.

(나) 이 아이들이 다섯 해 동안 이 과제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

(다) 오늘의 예순 살이 30년 전의 예순 살보다 이 검사를 잘하는가.

(라) 한 사람 안에서 두 능력이 같은 시기에 함께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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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다)다.

(다)는 나이를 고정하고 태어난 해를 바꿔야 답할 수 있는 물음이다. 앞 그림의 초록 동그라미 두 칸이 정확히 이 비교이고, 그 칸을 둘 다 가지려면 여러 출생 연도를 여러 해에 걸쳐 재야 한다. 그것이 계열 설계다.

(가)는 횡단으로 충분하다. 물음 자체가 "지금"에 대한 것이고 나이 든 몫과 시대의 몫을 가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 물음에 종단을 쓰면 답을 얻는 데 다섯 해가 더 걸릴 뿐이다.

(나)는 종단이 필요하다. "달라지는가"는 개인 안의 변화에 대한 물음이므로 같은 사람을 두 번 이상 재야 한다.

(라)도 종단이 필요하고 종단만으로 된다. 한 사람 안의 두 값이 같이 움직이는지를 묻고 있으므로, 여러 출생 연도가 필요하지 않다.

여기서 배울 것. 설계는 좋고 나쁨의 순서가 아니라 물음과의 맞음으로 고른다. 계열 설계가 가장 많은 것을 갈라내지만 가장 비싸고 오래 걸리므로, 물음이 요구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피아제 — 순서는 버텼고 시기와 이산성은 수정되었다

피아제(Jean Piaget, 1896–1980)는 아이의 생각이 어른의 생각의 작은 판본이 아니라 다른 구조를 가진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 구조가 정해진 차례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방법도 함께 봐야 한다. 피아제는 아이에게 과제를 주고 답을 맞았는지만 세지 않았다. 왜 그렇게 답했는지 물었다. 그가 자료로 삼은 것은 정답률이 아니라 틀린 답의 종류였다. 아이들이 같은 종류의 틀린 답을 되풀이해 낸다면 그것은 무작위가 아니라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이 발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무엇으로 바뀐다고 보았는가

세 낱말이 필요하다.

그리고 네 단계를 두었다. 감각운동기 · 전조작기 · 구체적 조작기 · 형식적 조작기다. 각 단계에서 아이가 못 하는 일이 다음 단계에서 되는데, 그 "못 함"이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오른쪽 두 칸의 판정이 서로 다르다. 하나로 뭉뚱그린 요약이 이 그림에서 갈라진다
<오른쪽 두 칸의 판정이 서로 다르다. 하나로 뭉뚱그린 요약이 이 그림에서 갈라진다>[원본 보기]

버틴 것

순서다. 아이들이 이 능력들을 얻는 차례는 여러 문화의 표본에서 대체로 같게 관찰된다. 보존을 못 하다가 형식적 추론을 먼저 하는 아이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오류에 구조가 있다는 관찰이 버텼다. 아이가 무엇을 못 하는지가 나이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진다는 것 자체는 되풀이 확인되었다.

수정된 것

시기와 이산성이다. 이 둘이 어떻게 무너졌는지가 이 절의 요점이고, 무너뜨린 것은 새 이론이 아니라 방법이었다.

대상영속성을 예로 보자.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은 보이지 않게 된 물건이 그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피아제는 아기가 가려진 물건을 손으로 찾는지로 이것을 쟀다. 그 지표로 재면 통과가 늦다.

그런데 지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 아기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장면을 보여 주고 얼마나 오래 보는지를 재면, 손으로 찾지 못하는 나이의 아기도 그 장면을 더 오래 본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손을 뻗는 데는 손을 뻗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어서 못 찾은 것을 "물건이 없어진 줄 안다"로 읽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존 과제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실험자가 아이 앞에서 컵의 물을 다른 모양의 컵에 옮긴 뒤 "이제 물이 더 많아졌니"라고 두 번째로 묻는다. 아이 입장에서 어른이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면 그것은 "아까 답이 틀렸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질문 방식을 바꾸면 통과 연령이 내려간다는 보고들이 1970년대부터 나왔다.

여기서 정확히 무엇이 밝혀진 것인가. 두 가지를 갈라야 한다.

이산성 쪽은 이렇다. 같은 아이가 어떤 과제에서는 통과하고 비슷한 다른 과제에서는 못 한다. 한 단계에서 다음으로 한꺼번에 건너간다는 그림은 지지되지 않았고, 영역마다 다른 속도로 간다는 쪽이 지금의 표준 서술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요약은 이것이다. "순서는 대체로 버텼고 시기와 이산성은 수정되었다." "피아제가 틀렸다"도 "피아제가 맞았다"도 자료가 지지하는 문장이 아니다.

비고츠키 — 다른 자리에서 본 발달

비고츠키(Lev Vygotsky, 1896–1934)는 발달의 자리를 다르게 잡았다. 피아제의 그림에서 아이는 혼자 세계를 다루면서 배운다. 비고츠키의 그림에서 아이는 먼저 남과 함께 하고 나중에 혼자 한다.

여기서 두 낱말이 나온다.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은 혼자서는 못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되는 구간이고, 비계(scaffolding)는 그 도움이 아이가 해내는 만큼 줄어드는 방식으로 주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두 사람을 경쟁 이론으로 놓기보다 다른 물음을 물은 것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피아제는 아이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비고츠키는 도움이 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물었다. 다만 비고츠키의 개념들은 검사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오래 받았고, 그것이 이 계열의 약점이다.

예제 174

"지표를 바꾸니 아기가 더 일찍 통과했다"는 결과를 두고 어떤 사람이 "그러므로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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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결론은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두 걸음 앞서 나갔다. 자료가 보인 것은 지표를 바꾸면 통과 연령이 내려간다는 것이고, 그것은 "앞의 지표가 다른 능력까지 함께 요구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통과 연령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이르다"까지다. 첫 번째 건너뜀은 "이르다"에서 "타고난다"로 간 것이다. 이르다는 것은 그 사이에 있었던 경험이 짧았다는 뜻일 뿐, 경험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두 번째 건너뜀은 응시 시간을 "안다"로 읽은 것이다. 더 오래 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 가운데 어느 것인지는 응시 시간 하나로 갈리지 않는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이 지표로 재면 훨씬 이른 나이에 조건 사이의 차이가 나타난다. 그 차이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별도의 물음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통과 연령이 지표에 달려 있다는 지적, 그리고 그것이 곧 능력의 유무가 아니라는 구별
  • "이르다"와 "타고난다"가 다른 주장이라는 지적
  • 응시 시간이라는 지표의 해석이 열려 있다는 언급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타고난 것의 몫이 크다고 보는 답도 정당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에게서 차이가 나온다면 경험으로 설명할 여지가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고, 그 논증을 밀고 나가는 연구자들이 있다. 반대로 응시 시간 결과 전체를 매우 낮게 평가하는 답도 정당하다 — 5장의 신뢰도 물음이 이 지표에 특히 세게 걸린다. 다만 "그러므로 피아제는 틀렸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지표 이야기는 시기에 대한 것이지 순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예제 175

피아제의 단계에 대해 다음 넷 가운데 지금의 자료가 지지하는 서술을 고르고, 나머지가 어디에서 어긋나는지 밝혀라.

(가) 아이들은 정해진 나이에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건너간다.

(나) 아이들이 이 능력들을 얻는 차례는 대체로 같지만, 그 시기와 영역별 속도는 피아제가 잡은 것과 다르다.

(다) 단계 이론은 재현에 실패했으므로 발달에 순서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라) 과제를 쉽게 만들면 어느 나이의 아이든 어느 단계든 통과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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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나)다.

(가)는 시기와 이산성 둘 다에서 어긋난다. 나이는 문화와 과제에 따라 움직이고, 같은 아이가 영역마다 다른 자리에 있다.

(다)는 수정과 실패를 섞었다. 6장에서 세운 구별이다. 자아 고갈처럼 대규모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 으로 나온 것과, 피아제처럼 일부는 버티고 일부는 고쳐진 것은 다르다. 순서에 대한 관찰은 버텼다.

(라)는 지표 이야기를 과장했다. 지표를 바꾸면 통과 연령이 내려가지만 아무 나이나 통과하는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순서는 그대로 남는다.

이 문항이 겨누는 것은 "버텼다 / 무너졌다"의 이분법이다. 이 문서가 다루는 대부분의 이론이 그 사이 어디에 있고, 어느 부분이 어느 쪽인지 나눠 적는 것이 6장에서 세운 규칙이다.

예제 176

어떤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은 구체적 조작기이므로 추상적인 내용은 가르쳐도 소용없다"고 말한다. 이 판단의 문제를 지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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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판단은 수정된 부분을 그대로 두고 쓰고 있다. 첫째, 단계를 아이에게 붙는 이름표로 쓰고 있다. 같은 아이가 영역마다 다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지금의 표준 서술이므로 "이 아이는 구체적 조작기"라는 문장 자체가 자료보다 세다. 둘째, 단계를 천장으로 쓰고 있다. 피아제의 그림에서도 단계는 지금 혼자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지 무엇을 배울 수 없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고, 비고츠키 쪽에서 보면 도움을 받아 되는 구간이 바로 가르칠 자리다. 셋째, 검사 가능한 예측을 하지 않는다. 가르쳐 보고 되는지 보는 것이 이 물음에 답하는 방법인데, 이 판단은 그것을 미리 막는다. 더 나은 판단은 이렇다 — "이 내용은 아직 구체적인 예에 붙여서 가르치는 편이 통한다. 어디까지 되는지는 해 보고 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단계를 사람에게 붙는 이름표로 쓰는 것에 대한 지적
  • 단계가 천장이 아니라는 지적, 또는 근접발달영역과의 연결
  • 이 판단이 검사 가능한 예측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제안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쪽을 옹호하는 답도 좋다. 실제로 아이가 못 따라오는 수준의 내용을 밀어붙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피아제의 통찰 가운데 교육에 남은 것이 바로 그 경고다. 다만 "소용없다"는 결론까지 자료가 데려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적어야 한다.

마음이론 — 지표가 답을 바꾼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남에게도 믿음·바람·의도가 있고 그것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이 능력을 재는 표준 절차가 틀린 믿음 과제(false belief task)다.

위머(Heinz Wimmer)와 페르너(Josef Perner)가 1983년에 쓴 형태가 지금도 표준이다. 인형이 물건을 한 곳에 두고 나간 사이에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다. 돌아온 인형은 어디를 찾을까.

물건이 실제로 있는 곳을 답하면 자기가 아는 것과 남이 아는 것을 가르지 못한 것이고, 인형이 두었던 곳을 답하면 가른 것이다.

두 갈래가 같은 것을 재고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재현 검사에서 둘의 처지가 갈렸다
<두 갈래가 같은 것을 재고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재현 검사에서 둘의 처지가 갈렸다>[원본 보기]

결과는 두 갈래로 나뉜다.

말로 답하게 하는 과제. 네 살 무렵을 지나며 통과율이 오르는 모양이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해 관찰되었다. 네 물음 가운데 첫째와 둘째에 비교적 잘 답하는 결과다.

응시 시간으로 재는 과제. 말을 시키지 않고 같은 장면을 보여 준 뒤, 인형이 어느 자리를 찾을 때 아기가 더 오래 보는지를 잰다. 훨씬 어린 나이에서 차이가 나온다는 보고가 2000년대에 이어졌고, 이것이 "마음이론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있다"는 서술의 근거가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들은 지금 재현 검사를 받고 있다. 독립적인 연구실이 되풀이했을 때 원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사례들이 보고되었고,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결과를 여러 연구실이 함께 검사하는 프로젝트가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서가 적을 수 있는 것은 이렇다. "말로 답하는 과제의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응시 시간 과제의 결과는 재현 검사가 진행 중이며 판정이 갈려 있다." "마음이론은 몇 살에 생긴다"는 문장을 하나로 적을 수 없다.

예제 177

어떤 개론서에 이렇게 적혀 있다. "예전에는 마음이론이 네 살 무렵 생긴다고 보았으나, 최근 연구로 생후 15개월에도 이미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문장을 6장의 규칙에 따라 고쳐 써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문장은 두 가지를 어긴다. 첫째, 재현 검사가 진행 중인 결과를 "밝혀졌다"로 적었다. 응시 시간 과제의 어린 연령 결과는 독립적인 재현에서 잘 나오지 않은 사례들이 보고되었고, 여러 연구실이 함께 검사하는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이다. 둘째, 두 과제가 같은 것을 잰다고 전제했다. 말로 답하는 과제와 응시 시간 과제는 요구하는 것이 다르고, 둘의 점수가 같은 아이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 보여진 적이 없다. 고쳐 쓰면 이렇다 — "말로 답하는 틀린 믿음 과제는 네 살 무렵을 지나며 통과율이 오르고, 이 모양은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되었다. 응시 시간을 지표로 쓰면 훨씬 어린 나이에서 차이가 나온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그 결과들은 독립적인 재현에서 판정이 갈려 있다. 두 과제가 같은 능력을 재는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재현 상태를 서술에 넣을 것 — "밝혀졌다"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 두 과제가 같은 것을 잰다는 전제를 드러낼 것
  • 고쳐 쓴 문장이 "모른다"를 포함할 것. 6장에서 "모른다"도 답이라고 세웠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린 연령 결과를 더 무겁게 보는 답도 좋다. 그 결과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재현 실패가 절차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라고 보며, 그 주장은 검사 가능하다. 반대로 응시 시간 지표 자체를 매우 낮게 평가하는 답도 정당하다. 다만 "그러므로 어린 아기에게는 마음이론이 없다"고 단정하면 오답이다. 재현되지 않았다는 것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5장과 6장에서 세웠다.

예제 178

어떤 연구자가 말로 답하는 과제와 응시 시간 과제가 같은 능력을 재는지 알아보려 한다. 어떤 설계를 짜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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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것은 두 지표가 같은 구성개념을 재는가이고, 이것은 5장의 구성 타당도 물음이다. 정답지가 없으므로 한 번에 확인할 방법은 없고 증거를 쌓아야 한다.

첫째, 같은 아이에게 둘 다 실시한다. 두 점수가 아이 안에서 함께 움직이는지를 본다. 이것이 수렴 증거다.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두 과제가 다른 것을 재고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간다.

둘째, 각 과제를 두 번씩 실시해 재검사 신뢰도를 먼저 잰다. 이 걸음을 건너뛰면 안 된다. 두 점수의 상관이 낮게 나왔을 때, 그것이 "다른 것을 잰다"는 뜻인지 "둘 중 하나가 애초에 일관되지 않다"는 뜻인지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도가 낮으면 어떤 상관도 낮게 나온다.

셋째, 변별 증거를 모은다. 두 과제 점수가 언어 능력·작업기억 같은 다른 것들과 얼마나 관련되는지 함께 재서, 두 과제의 관계가 그것들로 설명되고 남는 것이 있는지 본다.

넷째, 종단으로 본다. 응시 시간 과제를 일찍 통과한 아기가 나중에 말로 답하는 과제를 먼저 통과하는지 따라간다. 같은 능력의 이른 모습이라면 그런 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 하나. "몇 살부터인가"라는 물음은 "무엇을 재고 있는가"가 답해진 뒤에야 답할 수 있다. 순서가 반대로 되면 지표를 바꿀 때마다 답이 바뀐다.

애착 — 유형이라는 것이 있는가

애착(attachment)은 아이가 특정 양육자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아이의 행동을 조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볼비(John Bowlby)가 이론의 틀을 세웠고,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가 그것을 재는 절차로 옮겼다.

절차의 이름은 낯선 상황(strange situation)이다. 낯선 방에서 양육자가 잠깐 나갔다 돌아오는 짧은 장면을 여러 번 만들고, 그 사이 아이의 행동을 정해진 규칙으로 기록한다.

여기서 자주 잘못 읽히는 것이 있다. 판정의 무게는 헤어질 때가 아니라 다시 만날 때에 있다. 우는 것 자체는 판정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 돌아온 양육자를 아이가 어떻게 쓰는지 — 다가가는지, 달래지는지, 다시 놀러 가는지 — 를 본다.

오른쪽 논쟁이 애착이 있느냐가 아니라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옳으냐라는 데 있다
<오른쪽 논쟁이 애착이 있느냐가 아니라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옳으냐라는 데 있다>[원본 보기]

분류의 이산성이 논쟁이다

기록에서 붙이는 분류가 넷이다. 안정 · 회피 · 저항 · 혼란. 여기까지가 표준 교과서의 서술이고, 여기서부터가 논쟁이다.

다수설은 애착이 잰다는 것에 실체가 있다는 쪽이다. 낯선 상황에서의 행동은 평정자 간 신뢰도가 상당히 확보된 채로 기록되고, 그 기록이 다른 시점·다른 상황의 행동과 관련을 보인다.

논쟁은 그것을 네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자료의 구조에 맞느냐에 있다. 점수를 늘어놓아 보면 네 덩어리로 갈라지지 않고 한 덩어리로 퍼진다는 분석이 있고, 프레일리(R. Chris Fraley)와 스파이커(Susan Spieker)가 2003년에 그런 분석을 보고했다.

점이 네 칸마다 뭉쳐 있지 않다. 경계는 자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은 것이다
<점이 네 칸마다 뭉쳐 있지 않다. 경계는 자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은 것이다>[원본 보기]

이 물음이 왜 중요한가. 셋이다.

나머지 논쟁도 함께 적어 둔다. 어린 시절의 분류와 나중의 관계 사이에 관련이 관찰되지만 그 크기가 크지 않고, 사이에 놓인 환경이 크게 개입한다. 그리고 양육 관습이 다르면 같은 행동이 다른 뜻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 절차가 어디에서나 같은 것을 재는지도 다투어진다.

그러므로 널리 퍼진 "어릴 때의 애착 유형이 평생의 관계를 정한다"는 문장은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훨씬 세다. 관련은 관찰되지만 결정이라고 부를 크기가 아니다.

예제 179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낯선 상황에서 안정으로 분류된 아이와 회피로 분류된 아이를 열 살에 다시 만나 또래 관계 점수를 쟀더니, 안정 집단의 평균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로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은 말할 수 없는가.

풀이 보기

말할 수 있는 것. 이 표본에서 두 집단의 평균이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가 우연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정도였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넷이다.

첫째, 크기를 모른다. 유의하다는 말은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효과크기와 구간이 없으면 "평균이 조금 다르다"와 "두 집단이 확연히 다르다" 가운데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5장의 겹침 그림을 떠올려야 할 자리다.

둘째, 인과를 모른다. 무선배정이 없다. 애착 분류를 배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 연구는 준실험이고, 두 집단은 애착 말고도 여러 가지가 다르다 — 가정의 형편, 아이의 기질, 열 살까지의 열 해.

셋째, 개인을 모른다. 집단 평균의 차이는 개인의 예측이 아니다. 두 분포가 크게 겹치면 회피로 분류된 아이 가운데 상당수가 안정으로 분류된 아이의 평균보다 높다.

넷째, 분류 자체가 흔들린다. 앞 절에서 본 대로 경계 가까이의 아이는 다시 재면 유형이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두 집단의 차이는 "유형의 차이"가 아니라 "연속된 점수의 양 끝을 잘라 견준 것"에 가깝다.

더 나은 분석은 무엇인가. 분류 대신 연속 점수를 그대로 써서 관계를 본다. 그러면 정보를 버리지 않고, 경계 문제도 생기지 않으며, 관계의 크기를 직접 읽을 수 있다.

예제 180

애착 분류를 "범주로 볼 것인가 차원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두 입장을 각각 가장 강한 형태로 적고 어느 자료가 이 물음을 가릴 수 있는지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범주 쪽의 가장 강한 형태는 이렇다. 애착은 아이가 양육자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전략이고, 전략은 정도가 아니라 종류다. 다가가서 달래지는 아이와 다가가지 않는 아이는 같은 것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임상과 실무에서 결정은 이산적이므로 분류가 필요하다. 차원 쪽의 가장 강한 형태는 이렇다. 관찰된 점수의 분포에 골짜기가 없다. 네 덩어리로 나뉜다면 덩어리 사이가 비어 있어야 하는데 비어 있지 않고, 잘린 자리 근처에서 판정이 흔들린다. 그리고 차원으로 다루면 정보를 버리지 않으므로 같은 자료에서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이 물음을 가릴 수 있는 자료는 이런 것들이다. 점수 분포의 모양을 직접 보는 분석이 첫째이고, 실제로 그런 분석이 보고되어 차원 쪽에 무게를 실었다. 둘째는 재검사에서 분류가 얼마나 유지되는가이며, 경계 가까이에서만 흔들린다면 범주보다 차원 쪽의 예측에 맞는다. 셋째는 예측력의 비교다. 분류로 예측한 것과 연속 점수로 예측한 것을 견주어 분류 쪽이 더 낫다면 그 경계에 무언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두 입장을 각각 그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인정할 만한 형태로 적을 것
  • 이 물음이 자료로 가려질 수 있는 물음이라는 지적, 그리고 그 자료의 형태를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 실무에서 범주가 필요하다는 것과 자료의 구조가 범주라는 것은 다른 주장이라는 구별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려도 좋다. 다만 "둘 다 맞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실무의 필요와 자료의 구조는 다른 층위의 물음이고, 그 둘을 갈라 놓는 것이 이 예제가 요구하는 일이다.

예제 181

어떤 육아 기사가 "돌 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애착이 불안정해진다"고 적고, 근거로 어린이집에 다닌 아이 집단과 아닌 집단의 애착 분류 비율 차이를 들었다. 이 근거를 평가하라.

풀이 보기

이것은 준실험이다. 어린이집에 보낼지 말지를 연구자가 무선배정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다.

그러면 두 집단이 무엇이 다른가. 어린이집 이용은 부모의 근로 시간, 소득, 가족의 도움, 사는 곳과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들은 애착 분류와도 관련될 수 있다. 4장의 말로 혼입변수가 여럿이다.

게다가 방향이 한쪽이 아니다. 소득이 높아 어린이집을 쓰는 경우도 있고, 도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도 있다. 혼입의 방향을 모르면 편향의 방향도 모른다.

무엇을 더 봐야 하는가. 셋이다.

  • 효과의 크기. 비율의 차이가 몇 퍼센트포인트인지, 그리고 구간이 얼마나 넓은지.
  • 같은 조건 안에서의 비교. 소득·근로 시간이 비슷한 가정끼리 견주면 혼입의 몫이 줄어든다. 다 없애지는 못한다.
  • 자연실험이 있는지. 어린이집 이용이 부모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 변화나 정원 추첨으로 갈린 자리가 있으면 그것이 훨씬 나은 자료다. 4장에서 본 설계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가 하는 다른 종류의 잘못. 애착 분류를 좋고 나쁨의 등급처럼 썼다. 그리고 이 문서는 이런 종류의 주장에 대해 한 가지를 더 요구한다. 부모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문장은 그 근거가 준실험 하나일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청소년기와 그 뒤

발달은 열여덟에 끝나지 않는다. 이 절은 뒤쪽 절반을 짧게 다룬다.

청소년기

청소년기에 대해 널리 퍼진 서술은 위험을 더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 관찰 자체는 여러 자료에서 되풀이 나온다.

설명으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두 체계가 다른 속도로 자란다는 그림이다. 보상에 반응하는 쪽이 먼저 자라고 억제하는 쪽이 나중에 자라서, 그 사이에 틈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지금 다수설에 가깝지만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필연적으로 폭풍 같은 시기"라는 오래된 서술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갈등이 늘어나는 것은 관찰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큰 어려움 없이 그 시기를 지난다.

나이 들기

노년기 연구에서 앞 절의 설계 이야기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다. 같은 능력을 횡단으로 재는가 종단으로 재는가에 따라 그림이 크게 달라진다.

같은 능력인데 두 곡선이 다르다. 어느 곡선을 보느냐에 따라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능력인데 두 곡선이 다르다. 어느 곡선을 보느냐에 따라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가 달라진다>[원본 보기]

샤이에(K. Warner Schaie)가 이끈 시애틀 종단 연구는 이 대비를 오래 추적한 연구로 널리 인용된다. 계열 설계로 여러 출생 연도의 집단을 여러 해에 걸쳐 재서, 횡단에서 보이는 이른 감소 상당 부분이 동시대집단 차이였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면 나이 들면서 아무것도 안 변하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의 표준 서술은 이렇다. 능력에 따라 방향이 다르다. 빠르게 처리하고 새로운 문제를 푸는 쪽은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내려가고, 쌓아 온 지식과 어휘 쪽은 오래 유지되거나 늘기도 한다. 이 구별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17장에서 한다.

그리고 종단 자료를 볼 때는 앞에서 본 탈락을 늘 함께 봐야 한다. 노년기에는 탈락이 건강과 강하게 얽히므로, 남은 사람의 평균이 실제보다 나은 그림을 그린다.

예제 182

어떤 기사가 "인지 능력은 20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그 뒤로 계속 내려간다"고 적었다. 근거는 온라인 검사에 응한 수만 명의 자료였고, 나이별 평균 점수가 20대 후반에 가장 높았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표본이 크다는 것이 이 결론을 구해 주지 않는다. 표본을 아무리 키워도 횡단은 횡단이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셋째는 좋아지지만 첫째와 둘째는 그대로다.

문제가 셋이다.

첫째, 동시대집단 효과다. 20대와 60대는 자란 시대가 다르고, 특히 이런 종류의 온라인 검사에 대한 익숙함이 나이와 함께 움직인다. 종단으로 보면 감소가 훨씬 늦게 시작한다는 것이 시애틀 종단 연구가 보고한 것이다.

둘째, 표본이 스스로 뽑혔다. 온라인 검사에 응하는 사람이 나이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선택된다. 젊은 층에서는 흔한 일이 노년층에서는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만 하는 일일 수 있고, 그러면 노년층 표본이 오히려 유리한 쪽으로 뽑힌다. 방향이 어느 쪽이든 나이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뽑힌 표본은 서로 견줄 수 없다.

셋째, "인지 능력"이 하나가 아니다. 어떤 과제로 쟀는지에 따라 나이 곡선이 다르다. 하나의 곡선으로 요약한 것 자체가 정보를 지운다.

정확한 요약은 이렇다. "이 온라인 검사에서 나이대별 평균 점수는 20대 후반이 가장 높았다. 이 자료는 한 사람이 나이 들면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예제 183

발달 연구에서 "나이"는 독립변수가 될 수 있는가. 판단하고 그 이유를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4장에서 세운 뜻으로는 될 수 없다. 독립변수는 연구자가 정해서 주는 것인데 나이는 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를 놓고 집단을 견주는 연구는 모두 준실험이고, 4장에서 준실험에 대해 물었던 것을 그대로 물어야 한다 — 비교되는 집단이 나이 말고 무엇이 다른가. 다만 실무에서 나이를 독립변수라고 부르는 관행이 있고, 그것이 언제나 잘못은 아니다. "나이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기술하는 물음이라면 그 표현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표현을 쓴 뒤 결론에서 인과의 언어로 미끄러질 때다. "나이가 원인이다"라고 적는 순간,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 모든 것 — 태어난 해, 살아온 햇수, 건강, 사회적 자리 — 이 그 안에 숨는다. 그러므로 정확한 태도는 이렇다. 나이를 변수로 쓰되, 나이를 설명으로 쓰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는 설명이 아니라 설명해야 할 것의 이름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무선배정이 불가능하다는 지적과, 그래서 이것이 준실험이라는 분류
  •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 것을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 기술로 쓰는 것과 설명으로 쓰는 것의 구별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나이를 독립변수라 부르는 것을 아예 금지하자는 답도 좋고, 실무의 관행을 인정하고 결론의 언어만 조심하자는 답도 좋다. 다만 "나이가 원인이므로 다른 설명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답은 오답이다. 발달 연구의 일이 정확히 그 "나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횡단 설계(cross-sectional design)한 시점에 나이가 다른 사람들을 한꺼번에 재는 설계
종단 설계(longitudinal design)같은 사람을 여러 해에 걸쳐 되풀이해 재는 설계
계열 설계(sequential design)여러 출생 연도의 집단을 각각 여러 해에 걸쳐 재는 설계
동시대집단 효과(cohort effect)같은 시대를 함께 지나온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 것. 횡단 설계의 혼입
탈락(attrition)종단 연구에서 참가자가 중간에 빠지는 것. 무선이 아니면 남은 표본이 처음 표본과 달라진다
연습 효과같은 검사를 되풀이해 받으면서 그 검사에 익숙해지는 것. 종단 설계의 혼입
도식 / 동화 / 조절세계를 다루는 틀 / 새것을 그 틀에 맞춰 넣기 / 틀 쪽을 고치기
피아제의 네 단계감각운동기 · 전조작기 · 구체적 조작기 · 형식적 조작기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보이지 않게 된 물건이 그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보존겉모습이 바뀌어도 양은 그대로임을 아는 것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혼자서는 못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되는 구간
비계(scaffolding)해내는 만큼 줄어드는 방식으로 주어지는 도움
마음이론(theory of mind)남에게도 믿음과 바람이 있고 그것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헤아리는 것
틀린 믿음 과제(false belief task)남이 틀린 믿음을 가질 수 있음을 아는지 재는 표준 절차
애착(attachment)아이가 특정 양육자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행동을 조직하는 방식
낯선 상황(strange situation)애착을 재는 표준 절차. 판정의 무게는 재회 장면에 있다
사람 · 연구이 문서에서의 자리
피아제 (Jean Piaget, 1896–1980)단계 이론. 순서는 버텼고 시기와 이산성은 수정되었다
비고츠키 (Lev Vygotsky, 1896–1934)발달의 자리를 사회적 상호작용에 두었다
위머 (Heinz Wimmer) 와 페르너 (Josef Perner)1983년 틀린 믿음 과제
볼비 (John Bowlby)애착 이론의 틀
에인스워스 (Mary Ainsworth)낯선 상황 절차. 이론을 재는 절차로 옮겼다
프레일리 (R. Chris Fraley) 와 스파이커 (Susan Spieker)2003년 애착 분류가 범주인지 차원인지 따진 분석
샤이에 (K. Warner Schaie)시애틀 종단 연구. 계열 설계로 횡단과 종단의 대비를 보였다

다음 장은 정서와 동기를 다룬다. 이 장에서 본 "지표를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가 그 장에서 다시, 훨씬 크게 나온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정서와 동기

이 장은 두 가지를 함께 다룬다. 정서는 무엇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고 동기는 왜 그것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둘을 한 장에 넣는 이유는 이 둘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물음이다.

15장에서 "지표를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를 보았다. 이 장에서 그것이 다시, 훨씬 크게 나온다. 정서를 무엇으로 재는가가 이 분야의 거의 모든 논쟁의 밑에 깔려 있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조작적 정의혼입변수를, 5장에서 구성개념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정서를 잰다는 것

정서는 5장에서 말한 구성개념이다. 직접 관찰되지 않고, 여러 지표를 통해서만 닿는다. 흔히 세 갈래로 나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 흐름이 있다. 평가(appraisal) — 그 상황이 나에게 무엇인지 읽어내는 일이다. 이것을 정서의 성분으로 볼지 원인으로 볼지가 이론마다 다르다.

문제는 이 지표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곡선의 꼭대기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다. 어느 하나를 재고 정서를 쟀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 곡선의 꼭대기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다. 어느 하나를 재고 정서를 쟀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원본 보기]

이 어긋남이 이 장을 관통한다. "정서가 있었다"는 말이 어느 지표로 잰 것인지에 따라 다른 주장이 된다. 심장이 뛴 것과 표정이 나타난 것과 본인이 "무서웠다"고 적은 것은 같은 사건의 세 얼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가지 자료다.

그리고 정서를 정리하는 방식이 크게 둘이다. 목록으로 세는 방식축 위의 자리로 보는 방식이다. 뒤쪽을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정서를 몇 개로 세는 대신 두 축 위의 자리로 놓으면, 정서들 사이의 거리가 그림에 나타난다
<정서를 몇 개로 세는 대신 두 축 위의 자리로 놓으면, 정서들 사이의 거리가 그림에 나타난다>[원본 보기]

두 방식은 서로 다른 물음에 답한다. 목록 방식은 "서로 다른 종류가 몇 개인가"를 묻고, 축 방식은 "어떤 축으로 정리되는가"를 묻는다. 다음 절들에서 이 대비가 계속 나온다.

예제 184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짧은 영상을 보여 주고 심박수를 재서, 처치 조건에서 심박수가 유의하게 올랐다는 것을 근거로 "처치가 두려움을 일으켰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문제는 심박수 상승이 두려움에만 딸린 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박수는 놀람에도 오르고, 화날 때도 오르고, 신날 때도 오르고, 몸을 움직였을 때도 오르고, 방이 더워도 오른다. 5장의 말로 하면 이 조작적 정의는 변별 증거가 없다. 재려는 것과 다른 것들을 갈라내지 못한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셋이다.

  • 다른 지표를 함께 잰다. 자기보고와 표정을 함께 재서 세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본다. 다만 앞 그림에서 본 대로 셋이 잘 맞지 않으므로, 안 맞았을 때 무엇으로 판정할지도 미리 정해야 한다.
  • 다른 정서를 일으키는 비교 조건을 둔다. 두려움 조건과 신남 조건에서 심박수가 같게 오른다면 이 지표로는 두 정서를 가를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 몸의 움직임과 방의 조건을 통제한다. 4장의 혼입변수 이야기다.

정확한 보고는 이렇다. "처치 조건에서 심박수가 올랐다." 여기까지가 자료이고, "두려움"은 해석이다. 5장에서 세운 대로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므로, 그 해석을 지지하는 증거를 따로 대야 한다.

예제 185

정서를 "몇 개의 기본 정서"로 세는 방식과 "두 축 위의 자리"로 보는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가. 판단하고 근거를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답하는 것이 이 물음에 대한 좋은 답이 아니다. 두 방식이 같은 자료를 정리하는 두 방법이고, 서로 다른 물음에 답하기 때문이다. 목록 방식은 "질적으로 다른 종류가 있는가"를 묻는다. 이 방식이 강한 자리는 종류마다 다른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일 때다 — 예를 들어 무서울 때와 화날 때 하려는 행동이 반대 방향이라면 그것은 축 위의 거리로 잘 표현되지 않는다. 축 방식은 "어떤 차원으로 정리되는가"를 묻는다. 이 방식이 강한 자리는 자기보고 자료를 정리할 때다 — 사람들이 적은 정서 낱말들을 모아 놓으면 유쾌함과 각성이라는 두 축으로 상당 부분이 정리된다는 것이 여러 자료에서 되풀이 나왔다. 그러므로 정확한 태도는 이것이다. 어느 방식을 쓰느냐가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을 못 보는지를 정한다. 그리고 이 선택은 다음 절의 논쟁과 직접 이어진다. 표정에서 정서를 읽어낼 수 있다는 주장은 목록 방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두 방식이 다른 물음에 답한다는 지적
  • 각 방식이 강한 자리를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 방식의 선택이 뒤의 결론에 영향을 준다는 연결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답도 좋다. 실제로 이것을 진짜 논쟁으로 다루는 연구자들이 있고, 다음 절이 그 논쟁이다. 다만 "둘 다 맞다"로만 끝내면 오답이다. 두 방식이 서로 다른 예측을 내는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서는 자료가 판정할 수 있다.

몸이 먼저인가 — 세 이론과 그 뒤

정서를 놓고 가장 오래된 물음은 이것이다. 무서워서 떠는가, 떨어서 무서운가.

셋이 같은 재료를 다른 차례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차례가 각각 다른 것을 예측한다
<셋이 같은 재료를 다른 차례로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차례가 각각 다른 것을 예측한다>[원본 보기]

제임스-랑게 이론은 몸이 먼저라고 본다. 자극에 몸이 반응하고, 그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곧 정서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서마다 몸의 반응이 달라야 하고, 몸의 반응을 막으면 정서가 약해져야 한다.

캐넌-바드 이론은 둘이 나란히 간다고 본다. 몸의 반응과 느낌이 각각 따로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근거로 든 것 가운데 하나가 몸의 반응이 여러 정서에서 비슷하다는 관찰이었다. 심장이 뛰는 것만으로는 무서운지 신나는지 알 수 없다.

샥터-싱어의 두 요인 이론은 그 관찰을 받아 다른 결론을 낸다. 몸의 각성이 정서의 세기를 정하고, 그 각성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는 상황을 읽어서 정한다는 것이다. 각성과 이름표가 함께 있어야 정서가 된다.

원 실험(Schachter & Singer, 1962)은 참가자에게 각성을 일으키는 물질을 주되 그 효과를 어떻게 알려 주는지를 조건마다 달리했다. 그리고 옆방 사람이 신나게 굴 때와 짜증스럽게 굴 때 참가자의 보고가 달라지는지를 보았다.

그런데 이 실험 하나에 기대어 이 이론을 세우면 안 된다. 네 물음으로 보자. 원 연구 하나였고, 이후 되풀이에서 원 결과가 그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보고가 이어졌으며, 조작 점검이 약했다는 비판이 오래 있었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이렇게 적는다. "상황을 읽는 일이 정서에 들어온다는 발상은 이후의 연구에 크게 남았고, 그 발상을 처음 보인 실험 자체는 근거로 세울 만큼 튼튼하지 않다."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따라오는가

제임스-랑게 계열의 예측 가운데 하나를 직접 검사할 수 있다. 몸의 되먹임이 정서를 바꾸는가.

1988년에 슈트라크(Fritz Strack)와 동료들이 널리 알려진 절차를 썼다. 참가자에게 펜을 입에 물게 하되, 한 조건에서는 이로 물어 웃는 데 쓰이는 근육이 당겨지게 하고 다른 조건에서는 입술로 물어 그러지 않게 했다. 그리고 만화를 얼마나 재미있게 보는지 평정하게 했다. 이로 문 쪽이 더 재미있다고 평정했다는 것이 원 결과였다.

이 결과는 대규모 재현에서 나오지 않았다. 바헌마커스(Eric-Jan Wagenmakers)와 동료들이 2016년에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등록 재현 보고를 냈고, 원 절차를 따랐을 때 조건 사이의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뒤 다른 절차를 쓴 대규모 협업에서는 작은 효과가 보고되었다. 근육을 직접 따라 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자기보고가 조금 움직인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결과가 갈리므로, 지금 이 사안의 정확한 자리는 미결이다.

이 사례에서 배울 것이 둘이다.

예제 186

다음 관찰들 각각이 세 이론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는지 판단하라.

(가) 서로 다른 정서에서 심장 박동과 땀의 패턴이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나) 목 아래 감각이 크게 줄어든 사람도 정서를 보고한다.

(다) 각성의 원인을 모르게 만든 뒤 옆 사람의 태도를 바꾸면 보고되는 정서가 달라진다.

(라) 몸의 되먹임을 조금 바꾸면 자기보고가 조금 움직인다.

풀이 보기

(가)는 제임스-랑게에 불리하다. 그 이론은 정서마다 몸의 패턴이 달라야 한다고 예측하는데, 구별되지 않는다면 몸의 변화만으로 무슨 정서인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캐넌-바드가 이 관찰을 근거로 삼았고, 두 요인 이론도 이것을 출발점으로 받는다.

(나)도 제임스-랑게에 불리하다. 몸의 되먹임이 크게 줄어도 정서가 남는다면 정서가 그 되먹임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종류의 관찰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참가자 수가 적고, 얼굴과 목 위의 되먹임은 남아 있으며, 오래 살아온 경험이 개입할 수 있다.

(다)는 두 요인 이론의 예측 그대로다. 각성이 같은데 이름표가 달라지면 보고가 달라진다는 것이 그 이론의 핵심 주장이다. 다만 앞에서 본 대로 이 관찰 자체의 근거가 튼튼하지 않다.

(라)는 제임스-랑게 계열에 조금 유리하다. 몸의 되먹임이 정서에 아예 기여하지 않는다면 이 효과는 0 이어야 한다. 다만 크기가 작으므로 "정서는 몸의 지각이다"라는 강한 주장까지는 데려가지 못한다.

종합하면 이렇다. 어느 이론도 통째로 이기지 않았고, 세 이론은 지금 "고를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 있던 물음들이 각각 따로 재는 물음이 되었다 — 몸의 되먹임이 얼마나 기여하는가, 상황을 읽는 일이 어디에서 들어오는가.

예제 187

어떤 자기계발서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억지로라도 웃으면 실제로 행복해진다"고 적으면서 1988년의 펜 실험을 근거로 들었다. 6장의 규칙에 따라 이 서술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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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서술은 6장의 규칙을 정면으로 어긴다. 근거로 든 연구가 대규모 등록 재현에서 원 결과를 내지 못한 연구인데, 그 사실이 서술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6장에서 세운 규칙은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서술은 두 번째 잘못을 더 저지른다. "조건 사이에 만화 평정 점수가 조금 달랐다"를 "행복해진다"로 옮겼다. 실험실에서 만화를 얼마나 재미있다고 적었는지와 사람이 행복한지는 다른 것이고, 그 사이에 다리가 놓인 적이 없다. 네 물음의 넷째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표정 근육의 되먹임이 정서 보고를 바꾸는지는 오랫동안 검사되어 왔다. 널리 인용된 1988년의 절차는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한 등록 재현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다른 절차를 쓴 이후의 대규모 협업에서는 작은 효과가 보고되었다. 지금은 미결이며, 어느 쪽이든 '행복해진다'고 부를 크기는 아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재현 상태가 서술의 주어가 되어야 한다는 6장의 규칙을 적용할 것
  • 실험실 지표에서 일상의 결과로 건너뛴 자리를 지적할 것
  • 효과의 크기를 언급할 것 — 미결이라는 것과 효과가 크다는 것은 다르다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후의 대규모 협업 결과를 더 무겁게 보아 "작지만 효과가 있다"로 쓰는 답도 정당하다. 반대로 절차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것 자체를 매우 나쁜 신호로 보아 더 강하게 부정하는 답도 정당하다. 다만 "그러므로 표정과 기분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표정에서 정서를 읽어낼 수 있는가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세게 다투어지는 자리다.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적지 않는다. 두 입장을 각각 가장 강한 형태로 적는다.

문제의 배경은 이렇다. 다윈 이래로 표정이 진화의 산물이며 문화를 가로질러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20세기 후반에 에크만(Paul Ekman)과 동료들이 이것을 실험으로 옮겼다. 여러 문화의 참가자에게 표정 사진을 보여 주고 어떤 정서인지 고르게 했더니 일치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 널리 인용된 결과다. 여기서 기본정서라는 개념이 나왔다. 몇 개의 정서가 생물학적으로 갖춰져 있고 각각 고유한 표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방법에 대한 비판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결론이 아니라 절차를 겨눈다.

두 절차가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일이 다르다. 왼쪽은 고르기이고 오른쪽은 떠올리기다
<두 절차가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일이 다르다. 왼쪽은 고르기이고 오른쪽은 떠올리기다>[원본 보기]

표준 절차는 강제선택형이다. 사진 한 장과 함께 정서 낱말 여섯 개쯤을 주고 그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그러면 참가자가 하는 일은 "이 얼굴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아니라 "주어진 목록에서 가장 덜 어색한 것 고르기"가 된다. 목록에 없는 답은 나올 수 없고, 소거법만으로도 상당히 맞힐 수 있다.

낱말을 주지 않고 자기 말로 적게 하면 일치율이 크게 떨어지고 문화에 따른 차이가 커진다는 보고들이 나왔다. 젠드런(Maria Gendron)과 동료들이 2014년에 서구와 접촉이 적은 집단을 대상으로 그런 결과를 보고했다.

그리고 2019년에 배럿(Lisa Feldman Barrett)과 동료들이 이 문헌 전체를 검토한 긴 보고를 냈다. 그 보고의 결론은 얼굴 움직임에서 정서 상태를 믿을 만하게 읽어낼 수 있다는 널리 쓰이는 가정이 지금 있는 자료로 지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입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보편성 쪽의 가장 강한 형태. 표정과 정서 사이의 대응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입장도 인정한다. 주장은 그것이 우연보다 훨씬 잘 맞는다는 것이다.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에서 같은 방향의 일치가 나오고,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사람의 표정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된다. 그리고 맥락이 정서 지각을 바꾼다는 사실이 표정이 아무 정보도 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정보가 있으면서 완전하지 않은 것과 정보가 없는 것은 다르다.

구성주의 쪽의 가장 강한 형태. 일치는 사실이지만 그 일치가 무엇 때문인지가 문제다. 강제선택 목록을 주는 순간 참가자에게 정서 개념 체계가 함께 주어진다. 그리고 같은 얼굴이라도 맥락을 바꾸면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 되풀이 관찰된다. 그러므로 정서 지각은 얼굴에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얼굴·몸·상황·개념을 함께 써서 구성하는 것이라는 쪽이 자료에 더 맞는다. 그리고 이 논쟁은 이론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얼굴로 정서를 판정하는 장치가 채용·보안·교육에 실제로 쓰이고 있다.

이 문서의 자리는 이렇다. "표정과 정서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도 "표정에서 정서를 읽을 수 있다"도 지금 자료가 지지하는 문장이 아니다. 지지되는 것은 이것이다 — 얼굴 움직임과 보고된 정서 사이에 관련이 있지만, 특정 표정을 특정 정서의 표시로 읽어도 될 만큼 강하고 일정하지 않다.

예제 188

어떤 회사가 채용 면접 영상에서 지원자의 표정을 분석해 "정서 안정성"을 점수로 매기는 장치를 도입하려 한다. 이 장치에 어떤 물음을 던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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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과 이 절의 도구를 함께 써야 한다. 물음이 넷이다.

첫째, 이 장치가 실제로 재는 것이 무엇인가. 장치가 재는 것은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고, 그것을 정서로 옮기는 단계에 이 절의 논쟁이 통째로 들어 있다. 그 옮김이 정당하다는 증거를 제조사가 대야 한다.

둘째, 준거 타당도가 확인되었는가. 이 점수가 나중의 업무 수행과 관련이 있는지를 실제로 잰 자료가 있어야 한다. 없다면 이 장치는 무언가를 재고 있을 뿐 그것이 채용과 무슨 관계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셋째, 누구에게서 만들어진 장치인가. 얼굴 움직임과 정서 낱말의 대응은 문화와 집단에 따라 다르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면 이 장치는 어떤 집단에서 체계적으로 다른 점수를 낼 수 있고, 그것은 5장에서 본 편향이다.

넷째, 면접이라는 상황 자체가 표정을 바꾼다. 면접장에서 사람은 표정을 관리한다. 그러면 이 장치가 재는 것은 정서가 아니라 표정 관리 능력에 가까워지고, 그것을 정서 안정성이라 부르는 것은 이름을 잘못 붙인 것이다.

종합하면 이렇다. 이 장치가 쓸모없다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쓰려면 위 넷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5장에서 말한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라는 문장의 실제 쓰임이다.

예제 189

표정 인식 연구의 강제선택형 절차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그러면 자유 응답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자유 응답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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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그리고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한쪽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 다른 쪽 절차가 옳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유 응답의 문제가 셋이다.

첫째, 낮은 일치율이 무엇 때문인지 갈리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게 적었다는 것이 "다르게 느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다르게 부른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언어가 다르면 정서 낱말의 경계도 다르다.

둘째, 채점에 판단이 들어간다. 자유 응답을 정서 범주로 묶는 일을 누군가 해야 하고, 그 사람이 어떤 범주 체계를 쓰느냐가 결과를 움직인다. 5장의 평정자 간 신뢰도 문제가 여기 붙는다.

셋째, 과제가 어려워진다. 낱말을 떠올려 적는 데는 어휘와 표현 능력이 든다. 그러면 낮은 일치율에 그 몫이 섞인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가. 절차를 여러 개 쓰고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한다. 그리고 각 절차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밝힌다. 이것이 15장의 마음이론 절에서 본 것과 같은 처방이다. 지표가 답을 바꿀 때는 지표 하나를 골라 답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표에 따라 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자체를 결과로 보고한다.

스트레스와 대처

일상에서 "스트레스"는 사건을 가리키기도 하고 반응을 가리키기도 한다. 연구에서는 이 둘을 가른다. 스트레스원(stressor)은 요구를 거는 사건이나 조건이고, 스트레스 반응은 그것에 대한 몸과 마음의 반응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 남은 통찰은 사건에서 반응으로 곧장 가는 화살표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에 평가가 있다.

같은 사건이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내는 자리가 어디인지 보이는 그림이다
<같은 사건이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내는 자리가 어디인지 보이는 그림이다>[원본 보기]

라자루스(Richard Lazarus)와 포크먼(Susan Folkman)이 정리한 틀에서 평가는 두 번 일어난다. 1차 평가는 "이것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2차 평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요구가 크더라도 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평가되면 반응이 달라진다.

대처는 크게 둘로 나뉜다. 문제중심 대처는 상황 자체를 바꾸려 하고, 정서중심 대처는 상황에 대한 내 반응 쪽을 다룬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둘 사이에 좋고 나쁨의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앞쪽이,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는 뒤쪽이 대체로 맞는다.

오래된 모형 하나를 짚어 둔다. 셀리에(Hans Selye)의 일반적응증후군은 스트레스 반응이 경보·저항·소진의 세 단계를 밟는다는 그림이다. 이 모형은 동물 실험에서 나왔고 몸의 반응에 초점이 있다. 지금은 사람의 스트레스를 이 세 단계로 설명하지 않는다. 같은 사건에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이 모형이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스트레스 반응에 몸이 관여한다는 관찰 자체는 남았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건강의 관계를 다루는 문헌을 읽을 때 늘 확인할 것이 있다. 대부분이 상관 연구다. 스트레스를 무선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장의 세 갈래가 전부 살아 있다 — 방향이 반대일 수 있고, 제3의 변수가 둘을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예제 190

가상의 연구다. 직장인 2,000명을 조사해 스트레스 자기보고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감기에 걸린 날이 많았다는 상관을 보고했다. 이 결과에서 "스트레스가 면역을 떨어뜨린다"는 결론이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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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 않는다. 4장의 세 갈래를 그대로 대면 된다.

방향이 반대일 수 있다. 자주 아픈 사람이 일이 밀리고 몸이 힘들어 스트레스를 더 높게 보고할 수 있다.

제3의 변수가 둘을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수면 시간, 근무 시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인지, 소득, 나이가 모두 후보다. 특히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은 스트레스와 감염 노출을 동시에 올린다.

그리고 이 연구에만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두 변수가 같은 방법으로 측정되었다. 둘 다 본인이 적은 것이라면, 요즘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아팠던 날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다. 5장의 반응 편향이 두 변수에 같은 방향으로 걸리면 상관이 저절로 생긴다.

무엇을 하면 나아지는가. 셋이다.

  • 감기를 자기보고가 아닌 것으로 잰다. 진료 기록이나 결근 기록을 쓰면 방법 공유 문제가 줄어든다.
  • 종단으로 본다. 스트레스 보고가 오른 뒤에 아픈 날이 늘어나는지를 보면 방향에 대한 증거가 조금 생긴다. 다만 여전히 인과는 아니다.
  • 무선배정이 가능한 조각을 찾는다. 스트레스 자체는 배정할 수 없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개입은 배정할 수 있다. 개입을 무선배정한 시험에서 결과가 달라진다면 훨씬 강한 증거다.

예제 191

어떤 글이 "정서중심 대처는 회피이므로 문제중심 대처를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주장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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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주장은 두 가지를 섞었다. 정서중심 대처와 회피는 같은 것이 아니다. 정서중심 대처에는 상황을 달리 보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갈라 놓기가 포함되고, 이것들은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회피는 정서중심 대처의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처 방식의 좋고 나쁨은 상황의 통제 가능성이 정한다.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정서만 다루면 상황이 그대로 남고,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중심으로만 밀면 되지 않는 일에 자원을 계속 쓰게 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 "둘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은지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실제로는 한 상황에서 둘을 함께 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정서중심 대처와 회피를 갈라 놓을 것
  • 통제 가능성이라는 조건을 댈 것
  • 둘을 배타적인 선택지로 놓지 않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문제중심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답도 정당하다. 바꿀 수 있는데 바꾸지 않는 일이 실제로 흔하고, 그 지적에는 힘이 있다. 반대로 이 이분법 자체가 너무 거칠다고 답해도 좋다 — 실제 대처 행동을 두 칸으로 나누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 문헌 안에 있다. 다만 "한쪽이 언제나 낫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동기 —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동기를 나누는 가장 널리 쓰이는 구분은 이것이다. 내재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그 일 자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외재 동기(extrinsic motivation)는 그 일이 가져다주는 다른 것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 구분에서 나온 물음이 하나 있고, 그것이 이 절의 본체다. 이미 좋아서 하던 일에 보상을 주면 어떻게 되는가.

보상이 동기를 깎는다는 결과의 조건이 좁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 어떤 보상이냐가 방향을 바꾼다
<보상이 동기를 깎는다는 결과의 조건이 좁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 어떤 보상이냐가 방향을 바꾼다>[원본 보기]

보상을 준 뒤 거두었을 때 보상 전보다 덜 하게 되는 현상을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라 한다. 설명은 이렇다. 원래는 "내가 좋아서 한다"였는데 보상이 붙으면 "저것 때문에 한다"가 되고, 보상이 사라지면 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의 등급을 정확히 적어야 한다. 이 주제는 메타분석마다 결론이 갈렸다. 캐머런(Judy Cameron)과 피어스(W. David Pierce)가 1994년에 종합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고했고, 데시(Edward Deci)와 코스트너(Richard Koestner)와 라이언(Richard Ryan)이 1999년에 다시 종합해 조건을 좁히면 효과가 뚜렷하다고 보고했다. 그 좁은 조건이 위 그림의 왼쪽이다 — 물질적이고, 미리 알려 주었고, 일을 했다는 사실에 딸려 나오는 보상.

그러므로 "보상은 동기를 해친다"는 문장은 자료보다 훨씬 세다. 자료가 지지하는 것은 "어떤 보상은 어떤 조건에서 깎는다"이다. 그리고 말로 하는 인정이나 잘한 수준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같은 종합의 결과였다.

이 계열에서 자란 이론이 자기결정이론이다. 사람에게 세 가지 심리적 필요 — 스스로 정한다는 느낌, 해낼 수 있다는 느낌, 이어져 있다는 느낌 — 가 있고, 그것이 채워지는 정도가 동기의 질을 정한다는 틀이다. 지금 이 분야의 주된 틀 가운데 하나이지만, 세 필요의 목록이 왜 정확히 셋인가에 대한 비판이 있다.

널리 인용되지만 근거가 약한 것 둘

매슬로의 욕구 위계. 아래쪽 필요가 채워져야 위쪽으로 간다는 피라미드 그림은 아마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복사된 그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순서의 고정성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테이(Louis Tay)와 디너(Ed Diener)가 2011년에 여러 나라의 대규모 조사를 분석해, 위계에 열거된 것들이 삶의 만족과 관련되는 것은 확인했지만 아래가 채워져야 위로 간다는 순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위쪽에 놓인 것들이 아래쪽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만족에 기여했다.

여키스-도슨의 뒤집힌 U. 각성이 적당할 때 수행이 가장 좋다는 곡선이다.

곡선보다 오른쪽의 단서들을 읽어야 한다. 널리 그려지는 그림과 그것을 받치는 자료의 범위가 다르다
<곡선보다 오른쪽의 단서들을 읽어야 한다. 널리 그려지는 그림과 그것을 받치는 자료의 범위가 다르다>[원본 보기]

이 곡선의 문제는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반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꼭대기가 어디인지 미리 정하지 않으면, 각성을 올렸을 때 수행이 좋아져도 "꼭대기 왼쪽이었다"로 설명되고 나빠져도 "오른쪽이었다"로 설명된다.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반증 가능성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쓰려면 각성을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했고 꼭대기를 어디로 예측했는지를 먼저 적어야 한다.

예제 192

어떤 학교가 책을 읽으면 상품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이 절의 자료에 근거해 무엇을 예상할 수 있고, 무엇은 예상할 수 없는지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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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할 수 있는 것부터.

제도가 있는 동안 읽는 양은 늘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보상이 행동을 늘린다는 오래된 관찰이고 7장의 강화 이야기가 그대로 걸린다.

이미 읽기를 좋아하던 아이들에게서, 제도를 없앤 뒤 읽는 양이 전보다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 제도의 설계가 과잉정당화 효과가 나온다고 보고된 조건에 정확히 맞기 때문이다 — 물질적이고, 미리 알려 주고, 읽었다는 사실에 딸려 나온다.

예상할 수 없는 것.

원래 읽지 않던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이 자료로 말할 수 없다. 깎일 내재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아이들에게는 순수하게 늘리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

효과의 크기를 말할 수 없다. 메타분석마다 결론이 갈렸고, 조건에 따라 방향이 바뀐다. 그러므로 "이 제도는 역효과다"라고 단정하는 것도 자료보다 센 주장이다.

설계를 고친다면 무엇을 하는가. 보상을 읽은 권수가 아니라 읽고 나서 한 일에 붙이고, 물질보다 인정과 되먹임 쪽으로 옮긴다.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데, 제도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재서 성공을 판정할지 정하고, 제도를 없앤 뒤에도 계속 재야 한다. 없앤 뒤를 재지 않으면 이 절의 물음 자체가 답해지지 않는다.

예제 193

뒤집힌 U 곡선을 근거로 "시험 전에 적당히 긴장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은 검사 가능한 주장인가. 판단하고, 검사 가능하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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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형태로는 검사 가능하지 않다. "적당히"가 얼마인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 주장이 살아남는다. 긴장이 높았던 사람이 잘 봤으면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적당한 수준이었다"가 되고, 못 봤으면 "지나쳤다"가 된다. 사후에만 어느 쪽인지 말할 수 있는 주장은 예측을 하지 않는다. 검사 가능하게 만들려면 셋이 필요하다. 첫째, 각성을 미리 정한 방법으로 잰다 — 어떤 지표로 재고 그 지표의 신뢰도가 얼마인지를 밝힌다. 둘째, 꼭대기가 어디인지 예측한다. 이 과제, 이 사람들에서 꼭대기가 어느 값 근처일 것이라고 자료를 보기 전에 적는다. 셋째, 과제 난이도를 조건으로 넣는다. 이 곡선의 흥미로운 예측은 어려운 과제에서 꼭대기가 더 낮은 각성 쪽으로 옮겨 간다는 것이므로, 난이도를 바꿔 꼭대기가 실제로 옮겨 가는지 보는 것이 이 주장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 셋을 사전등록에 적어 두면 그것이 6장에서 본 처방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사후에만 판정되는 주장이라는 지적, 즉 반증 가능성의 문제
  • 각성의 조작적 정의를 요구할 것
  • 꼭대기의 위치를 미리 예측하게 만드는 장치를 댈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곡선을 이론이 아니라 기술적 요약으로 보아 그 자리에서는 쓸모가 있다고 답해도 좋다. 실제로 여러 자료에서 이런 모양이 관찰되었고, 그것을 정리하는 말로는 유용하다. 다만 "그러므로 이 법칙은 참이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어느 조건에서 어떤 지표로 그 모양이 나왔는지가 그 문장에서 지워지기 때문이다.

정서조절

정서조절(emotion regulation)은 어떤 정서를 언제 얼마나 겪고 어떻게 드러낼지에 사람이 관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로스(James Gross)가 정리한 과정 모형이 이 분야의 표준 지도 노릇을 한다.

조절이 한 가지가 아니라 정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여러 지점에 끼어든다는 것을 보이는 그림이다
<조절이 한 가지가 아니라 정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여러 지점에 끼어든다는 것을 보이는 그림이다>[원본 보기]

요점은 조절이 정서가 다 만들어진 뒤에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에 들어갈지 정하는 것, 들어가서 조건을 바꾸는 것, 무엇을 볼지 옮기는 것, 그 상황을 무엇으로 볼지 다시 정하는 것, 그리고 이미 일어난 반응을 겉으로 안 나오게 하는 것이 모두 조절이다.

가장 많이 견주어진 것이 뒤의 둘이다. 달리 보기는 상황의 뜻매김을 바꾸고 반응 누르기는 겉으로 나오는 것을 줄인다. 여러 연구가 앞쪽이 더 나은 결과와 관련된다고 보고했고, 뒤쪽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줄이면서 몸의 각성은 줄이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대비를 읽을 때 조심할 것이 셋이다.

그리고 이 문서는 여기서 선을 하나 긋는다. 이 절은 정서조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절이지 무엇을 하라고 권하는 절이 아니다. 19장에서 같은 선을 훨씬 세게 긋는다.

예제 194

가상의 연구다. 어떤 조사가 "나는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에 높게 답한 사람일수록 생활 만족 점수가 낮았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에서 "감정을 누르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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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 않는다. 이유가 넷이다.

첫째, 상관 연구다. 만족이 낮아서 드러낼 것이 다른 것일 수도 있고, 제3의 변수가 둘을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까운 관계가 적으면 드러낼 자리도 적고 만족도 낮다.

둘째, 측정된 것이 자기보고 두 개다. 두 문항 다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것이고, 자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두 답에 같은 방향으로 걸릴 수 있다.

셋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가 한 가지 행동이 아니다. 참고 있는 것과,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뒤로 미루는 것과, 애초에 그렇게 강하게 느끼지 않는 것이 같은 문항에 높게 답할 수 있다.

넷째,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집단의 상관에서 개인에 대한 조언이 나오지 않는다. 상관이 있다는 것은 평균적인 관련을 말할 뿐, 어떤 사람이 무엇을 바꾸면 무엇이 달라진다는 말이 아니다. 그 말을 하려면 개입을 무선배정한 시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문서의 규칙 하나. 독자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문장은 상관 자료에서 나오지 않는다.

예제 195

정서조절에서 "달리 보기"와 "반응 누르기"를 견주는 실험을 설계한다고 하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풀이 보기

이 설계에서 걸리는 것이 넷이다.

첫째, 지시가 두 조건에서 다른 일을 시킨다. 달리 보기는 생각을 요구하고 반응 누르기는 행동을 요구한다. 그러면 두 조건의 차이에 "인지적 부담이 얼마나 걸렸는가"가 섞인다. 부담을 맞추는 세 번째 조건이 필요하다.

둘째, 무엇을 결과로 잴 것인지 미리 정해야 한다. 이 절의 자료가 흥미로운 이유는 지표에 따라 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 겉으로 나타난 것은 줄고 몸의 각성은 안 준다. 그러므로 세 지표를 다 재고, 어느 지표에서 무엇을 예측하는지를 자료 보기 전에 적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6장에서 본 선택적 보고가 된다.

셋째, 참가자가 지시대로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작 점검이다. 달리 보기를 하라고 했는데 그냥 참은 사람이 있으면 두 조건이 섞인다.

넷째, 일반화의 다리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몇 분 동안 한 것이 사람이 평소에 쓰는 방식과 같은 것인지는 이 설계로 답해지지 않는다. 네 물음의 넷째이고, 이 분야에서 가장 자주 건너뛰는 자리다.

마지막으로 하나. 이 실험은 어느 방식이 좋은지를 답하지 않는다. 어느 방식이 이 과제에서 이 지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답한다. 그 둘의 차이를 결론에 적는 것이 이 설계의 마지막 일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정서의 세 성분몸의 반응 · 겉으로 나타난 것 · 스스로 보고한 것. 서로 잘 맞지 않는다
평가(appraisal)그 상황이 나에게 무엇인지 읽어내는 일. 1차 평가와 2차 평가로 나눈다
제임스-랑게 이론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정서라는 견해
캐넌-바드 이론몸의 반응과 느낌이 각각 따로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견해
두 요인 이론각성이 세기를 정하고 상황을 읽어 붙인 이름표가 종류를 정한다는 견해
기본정서몇 개의 정서가 생물학적으로 갖춰져 있고 각각 고유한 표정을 가진다는 주장
강제선택형 절차보기 목록을 주고 고르게 하는 절차. 표정 인식 연구의 표준이었고 비판의 표적이다
스트레스원(stressor) / 스트레스 반응요구를 거는 사건이나 조건 / 그것에 대한 몸과 마음의 반응
문제중심 대처 / 정서중심 대처상황 자체를 바꾸려는 것 / 상황에 대한 내 반응 쪽을 다루는 것
내재 동기 / 외재 동기그 일 자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 그 일이 가져다주는 다른 것 때문에 하는 것
과잉정당화 효과보상을 준 뒤 거두면 보상 전보다 덜 하게 되는 현상. 조건이 좁다
자기결정이론스스로 정함 · 해낼 수 있음 · 이어져 있음이 채워지는 정도가 동기의 질을 정한다는 틀
정서조절(emotion regulation)어떤 정서를 언제 얼마나 겪고 어떻게 드러낼지에 관여하는 것
달리 보기 / 반응 누르기상황의 뜻매김을 바꾸는 조절 / 이미 일어난 반응을 겉으로 안 나오게 하는 조절
사람 · 연구이 문서에서의 자리
샥터 (Stanley Schachter) 와 싱어 (Jerome Singer)1962년 두 요인 이론. 발상은 남았고 원 실험은 근거로 세울 만큼 튼튼하지 않다
슈트라크 (Fritz Strack) 와 동료들1988년 펜 실험. 표정 되먹임 가설의 표준 절차였다
바헌마커스 (Eric-Jan Wagenmakers) 와 동료들2016년 등록 재현. 원 절차에서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에크만 (Paul Ekman)표정 인식의 문화 간 연구. 기본정서 주장의 중심
젠드런 (Maria Gendron) 과 동료들2014년 자유 응답 절차로 다른 결과를 보고했다
배럿 (Lisa Feldman Barrett) 과 동료들2019년 표정에서 정서를 읽는다는 가정에 대한 대규모 검토
라자루스 (Richard Lazarus) 와 포크먼 (Susan Folkman)평가와 대처의 틀
셀리에 (Hans Selye)일반적응증후군. 몸에 초점이 있는 오래된 모형
데시 (Edward Deci) · 코스트너 (Richard Koestner) · 라이언 (Richard Ryan)1999년 보상과 내재 동기의 메타분석
캐머런 (Judy Cameron) 과 피어스 (W. David Pierce)1994년 같은 주제의 메타분석. 다른 결론을 냈다
테이 (Louis Tay) 와 디너 (Ed Diener)2011년 여러 나라 조사. 욕구 위계의 순서가 지지되지 않았다
그로스 (James Gross)정서조절의 과정 모형

다음 장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다룬다. 이 장에서 "무엇을 재는가"를 물었다면, 그 장에서는 "그 재는 것에 사람마다 다른 값이 있다"고 말할 때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성격과 지능

앞의 장들은 대체로 "사람은 어떠한가"를 물었다. 이 장은 다른 것을 묻는다.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 물음은 실무와 가장 가까이 붙어 있다. 채용·입시·배치가 이 장에서 다루는 도구를 쓴다. 그래서 이 장에는 다른 장에 없는 절이 하나 있다. 이 도구들이 어떻게 오용되었고 지금도 오용되는가. 그 절이 이 장의 끝이다.

답할 질문은 여섯이다.

4장에서 혼입변수상관을, 5장에서 신뢰도·구성 타당도·표준화·규준·편향을,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장은 5장에 가장 크게 기대는 장이다. 5장이 흐릿하면 먼저 돌아가는 편이 낫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특질과 5요인

특질(trait)은 상황을 가로질러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생각·감정의 경향이다. 성격을 특질로 적는다는 것은 사람을 몇 개의 축 위의 점수로 적겠다는 뜻이다.

그 축을 어떻게 찾았는가. 출발은 어휘 가설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라면 오랜 세월 말에 새겨졌을 것이므로, 사전에서 사람을 묘사하는 낱말을 모두 모아 서로 함께 움직이는 것끼리 묶으면 축이 드러날 것이라는 발상이다.

그렇게 해서 되풀이 나온 다섯 축을 5요인이라 부른다.

다섯이 사람의 종류가 아니라 점수를 매기는 축이라는 것, 그리고 오른쪽에 아직 다투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
<다섯이 사람의 종류가 아니라 점수를 매기는 축이라는 것, 그리고 오른쪽에 아직 다투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원본 보기]
요인높은 쪽이 뜻하는 것자주 생기는 오해
개방성새로운 것 · 생각 · 예술 쪽으로 기운다머리가 좋다는 뜻이 아니다
성실성계획하고 지키고 미루지 않는 쪽으로 기운다착하다는 뜻이 아니다
외향성사람과 자극이 있는 쪽으로 기운다사교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극 추구가 함께 들어 있다
우호성남과 맞추고 믿는 쪽으로 기운다순종이라는 뜻이 아니다
신경증 성향부정적인 정서를 자주 세게 겪는다병이나 이상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정서 반응의 정도를 적은 축이다

이 다섯이 말하지 않는 것을 못 박아 두어야 한다.

등급은 다수설이다. 여러 언어의 자료에서 비슷한 구조가 되풀이 나왔고, 성격을 재는 표준 틀로 쓰인다. 그러나 두 자리가 다투어진다.

요인이 몇 개인가. 애슈턴(Michael Ashton)과 이(Kibeom Lee)가 정리한 여섯 요인 모형은 정직-겸손을 따로 세운다. 근거는 여러 언어의 어휘 자료에서 그 축이 따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이고, 이 여섯 번째 축이 다섯 요인으로는 잘 잡히지 않던 행동을 예측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어디에서나 나오는가. 큰 산업사회 표본에서는 다섯 구조가 잘 재현되지만, 구르번(Michael Gurven)과 동료들이 2013년에 볼리비아의 한 소규모 사회 표본에서 다섯 구조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둘째가 이 결과에 정확히 걸린다.

예제 196

어떤 사람이 "나는 외향성 점수가 높게 나왔으니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에서 자료가 지지하는 부분과 넘어간 부분을 갈라라.

풀이 보기

자료가 지지하는 것. 이 사람이 그 문항들에 답한 방식이 규준 집단의 분포에서 위쪽에 있었다. 5장의 백분위 이야기다.

넘어간 부분이 셋이다.

첫째, 연속된 점수를 이름표로 바꿨다. "외향적인 사람"은 두 종류 가운데 하나라는 말인데, 점수는 축 위의 자리다. 이 문제는 뒤의 검사 절에서 다시 나온다.

둘째, 규준 집단이 무엇인지 빠졌다. 백분위는 어느 집단에서의 백분위인지를 말하지 않으면 뜻이 없다. 대학생 규준에서 위쪽인 것과 전체 성인 규준에서 위쪽인 것은 다른 이야기다.

셋째, 측정 오차가 빠졌다. 5장에서 본 대로 검사 점수에는 오차가 있고, 한 번 잰 값은 참값 근처의 어딘가다. 다시 재면 값이 조금 움직인다.

정확히 옮기면 이렇다. "이 검사에서, 이 규준 집단을 기준으로, 이번에 잰 값이 위쪽이었다." 길지만 이것이 자료다.

예제 197

5요인이 여러 언어에서 되풀이 나왔다는 사실은 이 구조가 사람의 성격 자체의 구조라는 것을 보이는가.

풀이 보기

모범답안. 보이지 않는다. 되풀이 나왔다는 것은 이 구조가 튼튼한 요약이라는 증거이지 그것이 사람 안에 있는 어떤 것의 구조라는 증거가 아니다. 이유가 셋이다. 첫째, 자료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이 구조는 대부분 사람이 자기나 남을 낱말로 묘사한 자료에서 나왔다. 그러면 이 다섯은 사람을 묘사하는 언어의 구조일 수 있고, 그것과 사람의 구조는 다르다. 둘째, 요인분석은 무엇이 있는지를 발견하는 절차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것을 묶는 절차다. 어떤 문항을 넣느냐가 어떤 요인이 나오는지를 크게 좌우하고, 몇 개로 묶을지도 판단이 들어간다. 셋째, 재현되지 않은 표본이 있다. 소규모 사회 표본에서 다섯 구조가 나오지 않았다는 보고는 이 구조가 어떤 조건에서 생기는지를 묻게 만든다. 그렇다면 5요인은 무엇인가. 널리 쓰이는 언어권에서 사람을 묘사하는 말들이 대체로 이렇게 묶인다는 튼튼한 관찰이고, 그 점수가 여러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도 함께 확인된 실용적인 틀이다. 그 이상을 주장하려면 다른 종류의 증거가 필요하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자료의 출처가 자기보고와 낱말이라는 지적
  • 요인분석이 판단을 포함하는 절차라는 지적
  • 재현되지 않은 표본을 언급할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구조에 실체가 있다고 보는 답도 정당하다. 자기보고만이 아니라 관찰자 보고와 행동 지표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온다는 것이 그 쪽의 근거이고, 그 논증에는 힘이 있다. 다만 "여러 언어에서 나왔으니 보편적이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여러 언어라는 것이 여러 종류의 사회라는 뜻은 아니다.

사람인가 상황인가 — 그 논쟁이 어떻게 정리되었는가

1968년에 미셸(Walter Mischel)이 성격 연구에 큰 충격을 주는 지적을 했다. 특질 점수와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 사이의 상관이 대체로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직성 점수가 높은 아이가 이 상황에서 정직하게 굴 것인지를 그 점수로 잘 맞히지 못한다.

여기서 두 진영이 갈렸다. 성격은 신화이고 행동을 정하는 것은 상황이다라는 쪽과, 그래도 사람은 일관된다는 쪽이다.

이 논쟁이 어떻게 끝났는지가 이 절의 요점이고, 결론은 물음 자체가 잘못 세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인 것은 새 자료가 아니라 5장의 신뢰도 이야기였다.

한 번의 행동은 신뢰도가 낮은 측정이다

어떤 사람이 이번 한 번 정직하게 굴었는지는 그 사람의 정직성에 대한 문항 하나와 같다. 5장에서 문항 하나짜리 검사가 왜 위험한지 보았다. 우연이 크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측정 이론에는 이 관계를 적은 공식이 있다. 한 번 관찰의 신뢰도가 r1 일 때, 그런 관찰 k 개를 합친 점수의 신뢰도는 이렇게 된다.

rk=kr11+(k1)r1

왼쪽 끝의 값 하나만 보면 일관성이 없다고 읽힌다. 같은 자료를 여러 번 합치면 오른쪽 끝이 된다
<왼쪽 끝의 값 하나만 보면 일관성이 없다고 읽힌다. 같은 자료를 여러 번 합치면 오른쪽 끝이 된다>[원본 보기]

그림의 왼쪽 끝이 미셸이 지적한 상황이고 오른쪽 끝이 그 지적에 대한 답이다. 한 번의 행동으로는 못 맞히지만, 여러 상황·여러 시점의 행동을 합치면 사람들 사이의 순서가 상당히 안정되게 나온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합쳐서 신뢰도가 오르는 것은 자료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세는 단위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답은 미셸의 지적을 반박한 것이 아니라 그 지적의 범위를 정한 것이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그리고 남은 자리가 상호작용론이다. 같은 상황이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고,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상황을 고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과 상황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물려 있다.

예제 198

가상의 연구다. 어떤 회사가 성실성 검사를 보게 하고, 신입 사원이 첫 주에 지각을 했는지와 그 점수의 상관을 구했더니 거의 0 이었다. 이 결과에서 "성실성 검사는 쓸모없다"는 결론이 나오는가.

풀이 보기

나오지 않는다. 이 설계에는 앞 절이 정확히 다룬 문제가 있다.

결과 변수가 한 번의 관찰이다. 첫 주에 지각했는지는 하나의 사건이고, 거기에는 그날의 교통·컨디션·집에서 나온 시각 같은 우연이 크게 들어간다. 신뢰도가 낮은 측정과의 상관은 참 관계가 있어도 낮게 나온다.

어떻게 고치는가. 여러 번을 합친다. 여섯 달 동안의 출근 기록을 합쳐 하나의 점수로 만들면 그 점수의 신뢰도가 크게 오르고, 상관도 그만큼 살아난다. 앞 그림이 그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 연구에는 다른 문제도 있다. 범위 제한이다. 이미 채용된 사람들만 자료에 들어 있으므로 성실성 점수의 퍼짐이 지원자 전체보다 좁고, 퍼짐이 좁으면 상관은 작아진다.

그러면 반대 결론이 나오는가. 그것도 아니다. 정확한 결론은 이렇다. "이 설계로는 이 검사의 예측력을 잴 수 없다." 결과 변수를 합치고 범위 제한을 고려한 자료가 있어야 답이 나온다.

예제 199

"사람의 행동을 정하는 것은 성격인가 상황인가"라는 물음이 왜 잘못 세워진 물음인지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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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물음이 잘못된 이유는 두 후보가 같은 것을 두고 겨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까"를 잘 예측하고, 특질은 "여러 자리에 걸쳐 대체로 어떻게 할까"를 잘 예측한다. 예측 대상이 다르므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물음에는 답이 없다. 그리고 이 구별을 세운 것은 새로운 자료가 아니라 측정에 대한 셈이었다. 한 번의 행동은 문항 하나짜리 검사와 같아서 신뢰도가 낮고, 낮은 신뢰도의 측정과는 어떤 것도 높은 상관을 이룰 수 없다. 여러 번을 합치면 그 문제가 사라진다. 게다가 둘은 독립적이지도 않다.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상황을 고르고, 같은 상황이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며, 사람의 행동이 상황을 바꾼다. 그러므로 지금 이 분야가 하는 일은 어느 쪽이 이기는지를 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상황에서 어떤 특질이 얼마나 드러나는지를 재는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두 후보가 예측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지적
  • 신뢰도와 집합에 대한 언급 — 이것이 이 논쟁의 열쇠였다
  • 둘이 서로 물려 있다는 지적을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상황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답도 정당하다. 실제 결정이 대부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쪽의 실무적 중요성이 크다. 반대로 특질 쪽에 무게를 두는 답도 좋다 — 오랜 기간에 걸친 결과를 예측하는 일에서는 특질 점수가 실제로 쓸모가 있다. 다만 "둘 다 중요하다"로만 끝내면 오답이다. 무엇을 예측하려는지에 따라 답이 갈린다는 것을 적어야 한다.

성격을 재는 방법과 못 재는 방법

재는 길이 셋이다. 자기보고 질문지, 남이 매기는 관찰자 보고, 행동 지표다. 자기보고가 가장 흔하고 가장 편하며 5장에서 본 반응 편향에 가장 약하다. 관찰자 보고는 그 편향을 피하지만 관찰자가 본 범위 안에서만 답할 수 있다.

이 절의 요점은 널리 쓰이는 것과 근거가 갖춰진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형으로 바꿔 쓰는 검사

성격 검사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것 하나는 사람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눈다. 네 개의 갈림에 대해 각각 한쪽을 골라 주고 그 조합으로 유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심리측정 근거는 약하다. 서술의 주어를 그 사실로 삼는다. 문제가 둘이다.

가장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자르고 있다. 경계 바로 왼쪽과 오른쪽 사람이 서로 가장 비슷한데 다른 이름이 붙는다
<가장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자르고 있다. 경계 바로 왼쪽과 오른쪽 사람이 서로 가장 비슷한데 다른 이름이 붙는다>[원본 보기]

이 그림이 두 문제를 하나로 묶는다. 연속된 분포를 가운데서 자르면 경계 근처의 사람들이 다시 잴 때마다 편을 바꾼다. 신뢰도가 낮은 것이 검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자르는 방식 자체가 만들어 내는 결과다.

같은 모양의 잘못이 다른 자리에도 있다. 사람을 시각형·청각형으로 나누고 그에 맞춰 가르치면 낫다는 이야기가 널리 믿기지만, 여러 검증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나누는 근거가 약한 데다, 나눈 대로 가르쳐도 결과가 나아지지 않았다.

잉크 얼룩과 그 논쟁

애매한 그림을 보여 주고 무엇으로 보이는지 말하게 하는 검사들이 있다. 오랫동안 쓰였고 오랫동안 비판받았다.

다수설은 이 검사의 대부분의 지표에 준거 타당도 근거가 약하다는 쪽이다. 그리고 소수설을 정확히 적어야 한다. 미후라(Joni Mihura)와 동료들이 2013년에 지표 하나하나를 나눠 메타분석해, 일부 지표에는 근거가 있고 다른 지표에는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이 검사는 근거가 없다"는 뭉뚱그린 판정도 정확하지 않다. 5장에서 세운 대로 타당도는 검사 전체가 아니라 특정 해석에 붙는다.

바넘 효과

성격 서술을 읽고 "나에게 딱 맞는다"고 느끼는 것이 그 서술이 맞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포러(Bertram Forer)가 1949년에 이것을 보였다. 학생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나눠 준 뒤 얼마나 맞는지 평정하게 했는데, 모두에게 같은 서술을 주었다. 평정은 높게 나왔다.

이것을 바넘 효과라 한다.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해당하는 서술 — 겉으로는 자신 있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많다, 남들이 자기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 을 읽으면 자기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러므로 성격 검사의 타당도를 받은 사람의 만족도로 재면 안 된다. 이것은 5장의 준거 타당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 주는 가장 깨끗한 사례다.

예제 200

어떤 회사가 사원들에게 성격 유형 검사를 실시하고 "서로의 유형을 알면 협업이 잘된다"고 안내한다. 이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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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넷이다.

첫째, 유형 배정이 흔들린다. 경계 근처의 사람은 다시 재면 다른 글자를 받는데, 그러면 "저 사람은 이런 유형"이라는 정보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

둘째, 연속된 점수를 유형으로 눌러 정보를 버린다. 같은 유형 안에서도 위치가 크게 다른데 그것이 하나의 이름으로 사라진다.

셋째, 바넘 효과가 만족도를 만든다. 사람들이 "정말 맞는다"고 느끼는 것은 이 제도가 잘 작동한다는 증거가 아니다. 실제로 협업이 나아졌는지는 따로 재야 하고, 그것을 잰 자료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

넷째, 그리고 가장 무거운 문제인데, 이름표가 사람에게 붙고 그것이 결정에 쓰인다. 배치와 평가에 유형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근거가 약한 분류가 사람의 기회를 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활동이 전부 무의미한가. 그렇지는 않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할 자리를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값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값은 이 검사가 무엇을 맞혔기 때문이 아니라 대화가 열렸기 때문이며, 그 둘을 갈라 놓는 것이 이 예제가 요구하는 일이다.

예제 201

가상의 연구다. 어떤 검사 개발사가 "검사를 받은 사람의 대다수가 결과가 자신을 잘 설명한다고 답했다"를 타당도의 근거로 제시한다. 이 근거를 평가하고, 대신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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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근거는 타당도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 포러의 시연이 보인 것이 정확히 이것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같은 서술을 주어도 사람들은 자기에게 맞는다고 평정한다. 그러므로 "잘 맞는다"는 응답은 서술이 그 사람에 대해 참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그 서술이 누구에게나 해당하도록 쓰였을 가능성을 함께 담고 있다. 대신 요구해야 할 것이 넷이다. 첫째, 변별 증거 — 다른 사람의 결과지를 주고 자기 것과 견주게 했을 때, 자기 것을 더 잘 맞는다고 고르는가. 이것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검사하는 설계다. 둘째, 재검사 신뢰도 — 몇 주 뒤에 다시 받았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는가. 셋째, 준거 타당도 — 이 점수가 바깥의 무엇과 관련되는가. 그리고 그 준거가 자기보고가 아닌 것으로 잰 것인가. 넷째, 증분 타당도 — 이미 있는 더 싼 정보에 이 검사를 더했을 때 예측이 실제로 나아지는가. 이 넷 가운데 앞의 둘이 없으면 나머지를 볼 필요도 없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바넘 효과를 이름으로 부르고 왜 이 근거가 무력해지는지 설명할 것
  • 자기 결과지와 남의 결과지를 견주게 하는 설계를 댈 것
  • 준거가 자기보고 바깥에 있어야 한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사용자의 만족을 완전히 무시할 필요는 없다는 답도 정당하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검사는 현장에서 쓰이지 않으므로 수용성 자체가 실무적 값이 있다. 다만 그것을 타당도라고 부르면 오답이다. 5장이 갈라 놓은 두 가지를 다시 섞는 일이 된다.

지능 —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가

지능 검사의 출발은 실용적인 것이었다. 20세기 초에 비네(Alfred Binet)가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기 위한 도구로 만들었다. 이 출발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뒤에서 볼 오용이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갔기 때문이다.

검사가 널리 쓰이면서 관찰 하나가 드러났다. 서로 다른 인지 과제의 점수들이 대체로 양의 상관을 이룬다. 어휘를 잘하는 사람이 도형 추론도 평균적으로 잘한다. 이 패턴은 여러 표본과 여러 검사에서 되풀이 관찰되었고, 여기까지는 다툼이 거의 없다.

스피어만(Charles Spearman)이 1904년에 이 공통 부분에 이름을 붙였다. g다. 그리고 이 지점부터 관찰이 아니라 해석이 시작된다.

세 층이 서로 다른 종류의 주장이다. 맨 아래는 관찰이고 가운데는 정리이며 맨 위는 해석이다
<세 층이 서로 다른 종류의 주장이다. 맨 아래는 관찰이고 가운데는 정리이며 맨 위는 해석이다>[원본 보기]

지금 검사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리는 세 층 구조다. 맨 아래에 좁은 능력들이 있고, 그것들이 유동추론 · 결정성 지식 · 작업기억 · 처리 속도 · 시공간 처리 같은 넓은 능력으로 묶이며, 그 위에 g 가 있다. 캐럴(John Carroll)이 방대한 자료를 다시 분석해 이 구조를 정리했고, 앞선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붙여 CHC 라 부른다.

15장에서 미뤄 둔 이름이 여기 있다. 나이가 들면서 유동추론 쪽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내려가고 결정성 지식 쪽은 오래 유지되거나 는다. 그것이 그 장의 두 곡선이 갈라진 이유 가운데 하나다.

g 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는 미결이다. 입장을 나란히 적는다.

여기서 문장 둘을 갈라 두어야 한다. "g 가 있다"는 관찰이고 "g 가 무엇인가"는 해석이다. 앞의 것은 튼튼하고 뒤의 것은 다투어진다. 둘을 섞어 쓰면 관찰의 힘이 해석에 옮겨 붙는다.

널리 알려진 대안 하나를 적어 둔다.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은 서로 독립적인 여러 지능이 있다고 본다. 이 견해는 교육 현장에서 크게 퍼졌지만 심리측정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을 오래 받았다. 각 지능을 재는 검사가 제시되지 않았고, 따라서 그것들이 실제로 서로 독립적인지를 검사할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소수설로 적되 그 이유를 함께 적는 것이 정확하다.

예제 202

"여러 인지 검사 점수가 서로 양의 상관을 이룬다"는 관찰에서 "사람에게는 하나의 일반 지능이 있다"는 결론이 곧바로 나오는가.

풀이 보기

나오지 않는다. 양의 상관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를 나눠 보자.

첫째, 공통 원인이 없어도 상관이 생긴다. 여러 능력이 서로 도우면서 함께 자라면, 각각이 독립적인 것이었어도 어른이 된 시점에는 서로 상관을 이룬다. 어휘가 늘면 읽기가 늘고 읽기가 늘면 지식이 늘고 지식이 늘면 추론이 쉬워지는 식이다.

둘째, 어느 것에나 함께 걸리는 조건이 있다. 건강, 학교에 다닌 햇수, 검사를 받는 태도, 그날의 컨디션이 모든 과제 점수를 같은 방향으로 민다. 그러면 상관은 능력의 구조가 아니라 그 조건들의 자국일 수 있다.

셋째, 어떤 과제를 넣었는지가 결과를 만든다. 검사에 들어간 과제들이 서로 닮았다면 상관은 저절로 높아진다.

그러면 g 는 무의미한가. 아니다. g 는 실용적으로 아주 유용한 요약이다. 여러 결과와의 관계가 되풀이 확인되었고, 검사 점수를 다루는 표준적인 방식이다. 정확한 서술은 이렇다. "공통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관찰이고, 그 공통 부분이 하나의 능력이라는 것은 해석이다."

예제 203

어떤 학교가 다중지능 이론에 따라 학생마다 "주된 지능"을 정하고 그에 맞춘 수업을 하려 한다. 이 계획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평가할 것이 셋이고, 순서가 중요하다.

첫째, 이 이론이 제시하는 지능들을 재는 검사가 있는가. 없다면 "주된 지능을 정한다"는 것부터 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이론이 가장 크게 비판받는 자리가 여기다.

둘째, 어떻게든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그것이 안정적인가. 앞 절에서 본 유형 문제가 그대로 걸린다. 여러 점수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을 골라 이름표로 삼으면, 점수들이 가까울 때 다시 잴 때마다 이름표가 바뀐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핵심인데, "맞춘 수업"이 실제로 낫다는 증거가 있는가. 이 물음은 검사 가능하다. 학생을 두 조건에 무선배정해 한쪽은 "주된 지능"에 맞춰 가르치고 다른 쪽은 그러지 않은 뒤 같은 시험을 보면 된다. 비슷한 형태의 주장인 학습 유형에 대해 그런 검사가 이루어졌고, 맞춘 쪽이 낫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이 계획에서 살릴 것이 없는가. 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이 이론과 무관하게 근거가 있는 방향이다. 다만 그것은 "이 학생은 이런 지능"이라는 배정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배정이 붙는 순간 앞의 문제들이 함께 들어온다.

유전율 —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개념

이 절은 정의부터 시작한다. 정의하기 전에는 이 말을 쓰지 않는다.

유전율(heritability)어떤 집단에서, 어떤 시점에, 관찰된 형질의 분산 가운데 유전적 차이로 설명되는 몫이다. 기호로는 h2 로 적는다.

h2=유전적 차이로 설명되는 분산관찰된 전체 분산

이 정의에서 분산이라는 말이 핵심이다. 분산은 사람들 사이의 흩어짐을 재는 값이다. 그러므로 유전율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이에 대한 값이고, 한 사람에 대한 값이 아니다.

못 박을 것이 넷이다.

하나 — 개인에 대한 값이 아니다

어떤 표본에서 키의 유전율이 0.8 로 추정되었다고 하자. 이 값은 "당신 키의 80%가 유전"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문장은 뜻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키는 유전과 환경이 함께 만든 하나의 값이고, 그것을 두 몫으로 나눌 방법이 없다.

이 오해가 왜 생기는가. 비율처럼 생긴 숫자가 개인에게 붙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이 표본에서 사람들의 키가 서로 다른 정도 가운데 8할쯤이 유전적 차이와 대응한다."

둘 — 집단과 환경에 딸린 값이다

유전율은 분수이고, 분모는 그 집단의 전체 분산이다. 환경이 고르게 되면 분모가 줄고, 그러면 유전율이 오른다.

두 막대에서 유전의 몫이 똑같은데 유전율은 두 배가 되었다. 분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두 막대에서 유전의 몫이 똑같은데 유전율은 두 배가 되었다. 분모가 줄었기 때문이다>[원본 보기]

여기서 뒤집힌 결론이 나온다. "유전율이 높다"는 "환경이 무력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모두에게 같은 환경을 주는 데 성공할수록 남는 차이는 유전 쪽이 되고, 유전율은 올라간다. 유전율이 높은 형질은 환경을 이미 고르게 만든 형질일 수 있다.

셋 — 집단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자주, 가장 크게 잘못 쓰이는 자리다. 집단 안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에서 두 집단 사이의 평균 차이가 유전 때문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같은 씨앗을 두 흙에 나눠 심으면 화분 안의 차이는 전부 유전이고 화분 사이의 차이는 전부 흙이다
<같은 씨앗을 두 흙에 나눠 심으면 화분 안의 차이는 전부 유전이고 화분 사이의 차이는 전부 흙이다>[원본 보기]

르원틴(Richard Lewontin)이 든 비유가 이것을 가장 깨끗하게 보인다. 같은 씨앗 봉지에서 한 줌씩 덜어 척박한 흙과 기름진 흙에 나눠 심는다. 한 화분 안에서 키가 다른 것은 흙이 같으므로 전부 씨앗의 차이다. 즉 각 화분 안의 유전율은 1 이다. 그런데 두 화분의 평균이 다른 것은 전부 흙 때문이다. 씨앗은 같은 봉지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집단 안의 유전율이 아무리 높아도 집단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넷 —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말하지 않는다

유전율이 높다고 그 형질이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력이 좋은 예다. 굴절 이상에는 유전의 몫이 크지만 안경 하나로 교정된다. 유전율은 지금 이 집단에 있는 차이가 무엇과 대응하는지를 적은 값이지, 개입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값이 아니다.

어떻게 추정하는가, 그리고 그 가정

사람에게는 유전과 환경을 배정할 수 없으므로 추정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갈림에 기댄다. 둘이 대표적이다.

각각에 가정이 붙고, 그 가정이 비판의 표적이다. 쌍둥이 설계는 두 종류의 쌍이 환경을 같은 정도로 공유한다고 가정하는데, 똑같이 생긴 쌍이 주위로부터 더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 가정이 깨진다. 입양 설계는 입양 가정이 사회 전체보다 고른 편이라는 문제가 있고, 그러면 환경 분산이 줄어 유전율이 올라간다 — 앞의 이 그대로 걸린다.

지능 검사 점수의 유전율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정설인 부분. 지능 검사 점수의 유전율 추정치가 0 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보다 성인기에 더 크게 나온다는 것이 여러 표본에서 되풀이 보고되었다. 뒤의 결과는 직관과 반대라서 자주 인용된다. 설명으로는 자라면서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환경을 스스로 고르게 되고, 그러면 유전과 환경이 같은 방향으로 겹친다는 것이 제시된다.

조건부인 부분. 구체적인 수치는 표본과 나이와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하나의 숫자로 적는 것이 이 개념의 정의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문서는 수치를 적지 않는다.

다투어지는 부분. 터크하이머(Eric Turkheimer)와 동료들이 2003년에 사회경제적 조건이 낮은 표본에서 유전율 추정치가 낮게 나온다고 보고했다. 앞의 과 맞는 결과다 — 환경이 제각각이면 분모가 커진다. 그런데 터커드롭(Elliot Tucker-Drob)과 베이츠(Timothy Bates)가 2016년에 여러 나라의 자료를 모아, 그 패턴이 미국 표본에서는 보이지만 서유럽과 호주 표본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이 결과는 "사람 일반"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조건에 대한 것일 수 있다.

플린 효과

20세기 동안 여러 나라에서 같은 검사의 원점수 평균이 세대에 걸쳐 올랐다. 플린(James Flynn)이 1987년에 여러 나라의 자료를 모아 정리했고, 그래서 이 현상을 그의 이름으로 부른다.

원점수는 올라가는데 보고되는 점수는 평평하다. 규준을 다시 잡기 때문이며 그 작업에서 이 상승이 드러났다
<원점수는 올라가는데 보고되는 점수는 평평하다. 규준을 다시 잡기 때문이며 그 작업에서 이 상승이 드러났다>[원본 보기]

왜 눈에 잘 안 띄었는가. 보고되는 점수가 표준화된 값이기 때문이다. 5장에서 본 대로 표준점수는 그 시대 규준 집단 안에서 어디쯤인지를 적은 값이다. 규준을 다시 잡으면 평균이 다시 가운데로 온다. 이 상승은 규준을 새로 잡는 작업에서 드러났다.

이 현상이 유전율 논의에 무엇을 하는가. 유전자 풀은 몇 세대 만에 그만큼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상승은 환경 쪽에서 온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앞의 을 뒷받침한다 — 유전율이 높아도 환경이 바뀌면 평균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원인은 미결이다. 학교 교육의 확대, 영양과 건강, 추상적 사고를 요구하는 일이 늘어난 것, 검사에 익숙해진 것이 후보로 제시되었고 어느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일부 나라에서 상승이 멈추거나 반대로 도는 것이 보고되었다. 이것도 미결이다.

예제 204

다음 넷 가운데 유전율의 정의에 맞는 문장을 고르고, 나머지가 어디에서 어긋나는지 밝혀라.

(가) 이 형질의 유전율이 0.6 이므로 한 사람의 이 형질은 6할이 유전으로 정해진다.

(나) 이 집단에서 이 형질의 유전율이 0.6 이므로, 사람들 사이의 차이 가운데 6할쯤이 유전적 차이와 대응한다.

(다) 이 형질의 유전율이 높으므로 환경을 바꿔도 소용없다.

(라) 두 집단 각각에서 이 형질의 유전율이 높으므로 두 집단의 평균 차이도 유전 때문이다.

풀이 보기

답은 (나)다. 집단을 명시했고, 분산에 대한 값으로 적었고, "대응한다"는 말로 인과 주장에서 물러섰다.

(가)는 집단의 값을 개인에게 붙였다. 한 사람의 형질을 두 몫으로 나눌 방법이 없으므로 이 문장은 틀렸다기보다 뜻이 성립하지 않는다.

(다)는 유전율을 바꿀 수 있는 정도로 읽었다. 유전율은 지금 이 집단에 있는 차이가 무엇과 대응하는지를 적은 값이고, 개입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값이 아니다. 시력이 반례다. 그리고 플린 효과가 이것을 대규모로 보여 준다.

(라)는 집단 안의 값에서 집단 사이의 결론을 냈다. 씨앗 비유가 이것을 반박한다. 각 화분 안의 유전율이 1 이어도 화분 사이의 차이는 전부 흙이다.

그리고 (가)·(다)·(라)에 공통된 것이 있다. 셋 다 "분산"이라는 말을 빼고 읽었다. 유전율의 오해는 거의 전부 이 한 낱말을 빠뜨리는 데서 생긴다.

예제 205

어떤 나라가 모든 아이에게 같은 질의 교육과 영양을 제공하는 데 크게 성공했다고 하자. 그 나라에서 학업 성취의 유전율 추정치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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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추정치는 올라간다. 유전율이 분수이고 분모가 그 집단의 전체 분산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고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환경에서 오는 분산을 줄였다는 뜻이고, 그러면 남은 분산에서 유전의 몫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진다. 유전의 영향이 세진 것이 아니라 분모가 작아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가 이 예제의 요점이다. 올라간 유전율은 그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의 표시다. 만약 그 나라에서 "유전율이 높으니 교육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낸다면, 그것은 자기 정책이 만들어 낸 숫자를 그 정책을 그만둘 근거로 쓰는 것이 된다. 정확한 읽기는 이렇다 — "이 사회에서 남아 있는 차이 가운데 환경으로 설명되는 몫이 줄었다. 그것은 환경을 고르게 만든 결과이며, 다른 환경 조건이 도입되면 이 값은 다시 달라진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유전율이 오른다는 방향, 그리고 그 이유가 분모라는 것
  • 유전의 영향이 세진 것이 아니라는 명시
  • 높은 유전율을 정책 포기의 근거로 쓰는 것이 왜 잘못인지에 대한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현실에서 환경을 그만큼 고르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답도 좋다. 실제 자료에서 유전율 추정치가 사회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보고가 있고, 그 결과의 재현 상태가 나라에 따라 갈린다는 것도 함께 적으면 더 낫다. 다만 "따라서 유전은 중요하지 않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은 유전율이라는 숫자가 무엇에 딸려 있는지이지 유전의 몫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예제 206

플린 효과가 "지능 검사 점수의 유전율이 높다"는 결과와 모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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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되지 않는다. 두 문장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유전율은 한 시점, 한 집단 안의 차이에 대한 값이다. 플린 효과는 여러 시점에 걸친 평균의 이동에 대한 관찰이다. 하나는 흩어짐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가운데 값에 대한 것이다.

앞 절의 씨앗 비유가 그대로 쓰인다. 한 화분 안에서 키의 유전율이 1 이어도 흙을 바꾸면 그 화분 전체의 평균이 움직인다. 세대는 화분이고 시대는 흙이다.

그러면 플린 효과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둘이다.

첫째, 환경이 이 점수에 실제로 큰 영향을 준다. 유전자 풀이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으므로 이 상승은 환경 쪽에서 왔다.

둘째, 그리고 이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한데, 검사 점수를 시대를 가로질러 견줄 수 없다. 1960년의 100점과 2000년의 100점은 같은 원점수가 아니다. 오래된 규준으로 채점된 점수를 지금의 판단에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실무 규칙이 여기서 나온다.

검사가 오용된 역사, 그리고 지금

이 절은 이 장의 도구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다룬다. 이것은 곁가지가 아니라 이 장의 결론이다.

오용이 대개 검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점수를 읽는 방식에서 생긴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
<오용이 대개 검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점수를 읽는 방식에서 생긴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원본 보기]

어디까지 갔었나

20세기 초에 지능 검사 점수가 정책의 근거로 인용되었다. 미국에서 대규모로 실시된 군 검사의 결과가 이민 제한 논의에 쓰였는데, 그 검사는 영어와 그 나라 생활에 대한 지식을 요구했다. 갓 도착한 사람들의 낮은 점수가 "타고난 능력"의 증거로 읽혔다.

그리고 더 멀리 갔다. 여러 주에 강제 불임 법이 있었고, 1927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벅 대 벨 사건에서 그것을 인정했다. 능력 판정이 그 판단에 쓰였다.

여기서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검사를 만든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쓰임에 반대했다. 비네는 자기 검사를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는 도구로 만들었고 타고난 등급으로 쓰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도구는 만든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쓰인다.

여기서 배울 것

5장에서 세운 문장이 여기서 무게를 얻는다.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다. 같은 검사가 어떤 해석에는 타당하고 어떤 해석에는 타당하지 않다. 군 검사는 "영어로 된 지시를 따라 이 과제를 얼마나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쟀지만, "타고난 능력의 등급"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재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검사가 좋은 검사인가"는 반쪽 물음이다. "이 점수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가 함께 와야 한다.

지금 자주 일어나는 오용

넷을 적는다.

셋째 항목을 그림으로 보자.

문턱 근처의 사람들이 다시 재면 반대쪽으로 넘어간다. 검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어떤 검사에도 오차가 있기 때문이다
<문턱 근처의 사람들이 다시 재면 반대쪽으로 넘어간다. 검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어떤 검사에도 오차가 있기 때문이다>[원본 보기]

그리고 문화 편향을 빠뜨리면 안 된다. 문항이 특정 배경에서 자란 사람에게만 익숙한 것을 요구하면, 그것이 재려던 것에 섞인다. 이 문제는 문항 하나하나를 검사하는 절차로 다루며, 5장에서 본 편향 이야기의 실무적 얼굴이다.

예제 207

어떤 회사가 지원자에게 인지 능력 검사를 실시하고 상위 30%만 다음 단계로 보내려 한다. 이 절차에 대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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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차가 무조건 나쁘다는 결론으로 가면 안 된다. 인지 능력 검사가 여러 직무에서 수행과 관련된다는 것은 오래 확인되어 온 결과다. 물어야 할 것은 이 자리에서 이 점수를 이렇게 쓰는 것이 정당한가이고, 물음이 다섯이다.

첫째, 이 직무에서 이 점수와 수행의 관계가 확인되었는가. 다른 직무에서 확인된 것을 여기 가져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이 준거 타당도이고 첫 번째 물음이어야 한다.

둘째, 문턱 근처를 어떻게 다루는가. 상위 30%로 자르면 경계 근처의 지원자는 다시 재면 편이 바뀐다. 앞 그림이 그것이다. 그래서 경계 근처에서는 다른 정보를 함께 보는 것이 표준적인 대응이다.

셋째, 이 점수만 쓰는가. 여러 정보를 함께 쓰면 예측이 나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하나의 검사에 전부를 걸면 그 검사의 오차가 그대로 결정의 오차가 된다.

넷째, 집단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가. 어떤 집단에서 체계적으로 낮게 나온다면 그것이 능력의 차이인지 문항이 요구하는 배경 지식의 차이인지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무엇이 걸러지는가. 상위 30%만 통과시키면 나머지 70%에 대한 자료가 영영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이 검사가 정말 예측하는지 확인할 길이 좁아진다. 앞의 성실성 예제에서 본 범위 제한이 제도 수준에서 일어난다.

예제 208

20세기 초 검사의 오용에서 배울 것을 "그때 사람들이 편견이 심했기 때문"으로 요약하는 것은 충분한가.

풀이 보기

모범답안. 충분하지 않다. 그 요약은 옳은 부분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끝내면 지금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가고, 그것이 이 역사가 주는 경고를 지운다. 더 정확한 진단은 이렇다. 첫째, 잘못은 검사에 있지 않고 해석에 있었다. 검사는 무언가를 재고 있었고, 그것을 "타고난 능력"으로 읽은 것이 잘못이었다. 그 잘못은 편견 없이도 저지를 수 있다 — 점수가 무엇의 지표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된다. 둘째, 숫자가 판단에 권위를 준다. 같은 주장도 숫자로 적히면 견주고 자르고 정책에 넣기 쉬워지고, 그 편리함이 검증을 건너뛰게 만든다. 셋째, 검사를 만든 사람의 의도가 쓰임을 정하지 않는다. 비네는 반대했지만 도구는 그대로 쓰였다. 그러므로 배울 것은 태도가 아니라 절차다 — 이 점수로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먼저 적고, 그 쓰임에 대한 증거를 따로 요구하는 것.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잘못이 해석의 자리에 있었다는 지적
  • "지금은 다르다"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논거 하나 이상
  • 배울 것이 절차라는 결론, 그리고 그 절차를 구체적으로 적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그 시대의 편견을 훨씬 무겁게 보는 답도 정당하다. 실제로 검사 결과가 이미 있던 결론을 뒷받침하는 데 골라 쓰였다는 지적에는 강한 근거가 있다. 반대로 검사 자체의 질을 문제 삼는 답도 좋다 — 언어와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으로 "타고난 능력"을 잰다는 주장은 그 시대의 기준으로도 무리였다. 다만 "그러므로 능력 검사는 쓰지 말아야 한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이 역사가 요구하는 것은 도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쓰임마다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특질(trait)상황을 가로질러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 · 생각 · 감정의 경향
어휘 가설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말에 새겨져 있으리라는 가정. 5요인의 출발점
5요인개방성 · 성실성 · 외향성 · 우호성 · 신경증 성향. 종류가 아니라 다섯 개의 축이다
사람-상황 논쟁특질과 상황 가운데 무엇이 행동을 정하는가의 논쟁. 예측 대상이 다르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집합(aggregation)여러 상황 · 여러 시점의 관찰을 합치는 것. 합치면 신뢰도가 오른다
바넘 효과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성격 서술을 자기 이야기로 느끼는 것
g여러 인지 과제 점수의 공통 부분. 존재는 관찰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해석이다
CHC 세 층 구조좁은 능력 · 넓은 능력 · g. 검사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리
유동추론 / 결정성 지식처음 보는 문제에서 규칙을 찾는 힘 / 쌓아 온 지식과 어휘
다중지능서로 독립적인 여러 지능이 있다는 견해. 재는 검사가 제시되지 않아 근거가 약하다
유전율(heritability)어떤 집단에서 관찰된 형질의 분산 가운데 유전적 차이로 설명되는 몫. h2
쌍둥이 설계 / 입양 설계유전 공유 정도가 다른 짝을 견주는 설계 / 함께 자란 짝의 유전 공유 여부를 견주는 설계
플린 효과20세기 동안 여러 나라에서 같은 검사의 원점수 평균이 세대에 걸쳐 오른 현상
범위 제한이미 걸러진 집단만 자료에 있어 퍼짐이 좁아지고 상관이 작아지는 것

유전율에 대해 이 장이 못 박은 넷. 뒷장은 이 넷을 전제로 쓴다.

사람 · 연구이 문서에서의 자리
미셸 (Walter Mischel)1968년 특질과 행동의 상관이 크지 않다는 지적. 사람-상황 논쟁을 열었다
애슈턴 (Michael Ashton) 과 이 (Kibeom Lee)정직-겸손을 더한 여섯 요인 모형
구르번 (Michael Gurven) 과 동료들2013년 소규모 사회 표본에서 다섯 구조가 재현되지 않았다
포러 (Bertram Forer)1949년 바넘 효과 시연
미후라 (Joni Mihura) 와 동료들2013년 잉크 얼룩 검사의 지표별 메타분석
비네 (Alfred Binet)지능 검사의 출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는 도구로 만들었다
스피어만 (Charles Spearman)1904년 g 에 이름을 붙였다
캐럴 (John Carroll)세 층 구조를 방대한 재분석으로 정리했다
가드너 (Howard Gardner)다중지능. 널리 퍼졌으나 심리측정 근거가 약하다
르원틴 (Richard Lewontin)씨앗과 두 화분의 비유. 집단 안과 집단 사이를 갈라 놓았다
터크하이머 (Eric Turkheimer) 와 동료들2003년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유전율 추정치가 달라진다
터커드롭 (Elliot Tucker-Drob) 과 베이츠 (Timothy Bates)2016년 그 패턴이 나라에 따라 갈린다
플린 (James Flynn)1987년 여러 나라의 세대 간 점수 상승을 정리했다

다음 장은 사람들 사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리고 이 문서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장이다. 그 장의 유명한 결과 상당수가 재현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갈렸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사회심리학

사회심리학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다룬다. 심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 상당수가 이 분야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 장은 다른 장과 다르게 읽어야 한다. 6장의 재현 검사를 가장 많이 받은 분야가 여기이고, 그 검사에서 결과가 크게 갈렸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는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 확인되었고, 어떤 결과는 대규모 재현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것은 애초에 검사받을 수 있는 형태의 연구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장은 결과의 목록이 아니라 판정의 목록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혼입변수실험자 기대를, 5장에서 요구특성·신뢰도·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이 장은 그 규칙이 가장 많이 쓰이는 장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이 장을 읽는 법 — 판정을 먼저 적는다

흔한 서술 순서는 이렇다. 유명한 실험을 소개하고, 결론을 인상적으로 적고, 마지막에 "다만 논란이 있다"를 덧붙인다. 이 순서를 쓰지 않는다.

순서를 바꾸는 것이 이 장의 형식이다. 덧붙인 한 줄은 이미 만들어진 인상을 되돌리지 못한다
<순서를 바꾸는 것이 이 장의 형식이다. 덧붙인 한 줄은 이미 만들어진 인상을 되돌리지 못한다>[원본 보기]

그리고 반대쪽 잘못도 피해야 한다. "사회심리학은 다 무너졌다"는 결론은 이 장이 가르치려는 것과 정반대다. 이 장에는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 확인된 결과도 함께 들어 있다. 그리고 이 분야가 눈에 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기 문헌을 가장 많이 검사한 분야라는 것이다.

아래가 이 장에서 다루는 것들의 판정이다.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본다.

무엇지금의 판정
애쉬의 동조되풀이되었다. 크기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밀그램의 복종결과는 되풀이되었다. 참가자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지는 논쟁 중이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 설계 · 자료 · 기록에 문제가 있다
인지부조화틀은 살아 있다. 다만 대안 설명이 같은 결과를 예측해 둘을 가르기 어렵다
대응 편향여러 연구실이 함께 한 재현에 포함되어 되풀이되었다
행위자-관찰자 비대칭메타분석에서 전체 효과가 거의 0 이었다
방관자 효과메타분석에서 지지되었다. 다만 널리 알려진 사건 이야기의 세부는 사실과 다르다
사회적 점화재현에 실패했다
파워 포즈의 호르몬 · 행동 효과재현되지 않았다. 주관적 보고 쪽은 재현되었다. 둘을 갈라 적는다
암묵적 연합 검사의 개인 행동 예측력메타분석에서 작게 나왔다. 무엇을 재는지도 논쟁 중이다
오른쪽 위와 오른쪽 아래가 둘 다 있다. 검사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 곧 살아남았다는 뜻이 아니다
<오른쪽 위와 오른쪽 아래가 둘 다 있다. 검사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 곧 살아남았다는 뜻이 아니다>[원본 보기]

그림에서 왼쪽 아래 자리를 눈여겨봐야 한다. 검사를 받은 적이 없으면서 무너진 것이 있다. 검사받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제 209

어떤 개론서가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상황의 힘을 보여 준 고전적 연구다. 다만 최근 방법론적 비판이 제기되었다"고 적었다. 6장의 규칙에 따라 이 서술의 문제를 지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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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문장은 두 가지를 어긴다. 첫째, 서술의 주어가 뒤바뀌었다. 6장에서 세운 규칙은 실패한 결과의 경우 그 실패가 주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고전적 연구다"를 주어로 놓고 문제를 종속절로 밀어 넣었으므로 독자에게 남는 것은 앞부분이다. 둘째, 그리고 더 무거운데, "방법론적 비판"이라는 말이 사안의 성격을 흐린다. 방법론적 비판은 좋은 연구에도 늘 붙는 것이다. 이 사례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 비교 조건이 없고, 자료가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았으며,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공개된 기록에서 확인되었다. 이것은 "더 잘할 수 있었다"가 아니라 "여기서 결론을 끌어낼 자료 구조가 아니다"이다. 고쳐 쓰면 이렇다 — "1971년의 모의 감옥 사례는 지금 연구로 다뤄지지 않는다. 비교 조건이 없었고, 자료가 규칙에 따라 기록되지 않았으며, 참여자에게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뒤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교과서에 실렸고, 이 장은 그 사실 자체를 물음으로 삼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서술의 주어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
  • "비판이 있다"와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의 구별
  • 문제의 종류를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사례를 교과서에서 아예 빼야 한다는 답도 정당하다. 반대로 사례로서는 남겨야 한다는 답도 정당하고, 이 문서가 택한 쪽이 그것이다 — 검사받지 않은 이야기가 어떻게 사실이 되는지를 보이는 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무엇을 시사하는지는 자료가 있어야 말할 수 있고, 이 사례에는 그 자료가 없다.

예제 210

앞의 판정 표에서 "재현에 실패한 것"과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 따로 적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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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지에 있다. 재현 실패는 원 연구가 검사 가능한 절차와 예측을 내놓았고, 다른 연구실이 그것을 그대로 해 보았으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아 고갈과 사회적 점화가 그렇다. 이것은 과학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주장이 있었고 검사되었고 판정이 났다.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되풀이할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비교할 조건이 없거나, 무엇을 세었는지 기록이 없으면 애초에 검사할 것이 없다. 그러면 그 주장은 틀린 것이 아니라 참·거짓을 물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 구별이 왜 중요한가. 대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의 것은 "효과가 있다면 아주 작다"라고 적으면 된다. 뒤의 것은 그렇게 적을 수도 없다. 크기를 말할 자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구별은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문제와 같은 자리에 있다. 검사할 수 있는 형태로 주장을 내놓는 것이 그 주장을 과학의 대상으로 만든다.

동조 — 정확히 무엇이 되풀이되었는가

동조(conformity)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에 맞춰 자기 판단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애쉬(Solomon Asch)가 1950년대에 쓴 절차는 단순하다. 참가자를 여러 사람과 함께 앉히고 선분 길이를 비교하게 한다. 답은 눈으로 보면 분명하다.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실험 협력자이고, 정해진 시행에서 일제히 같은 오답을 말한다. 참가자는 마지막에 답한다.

이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본드(Rod Bond)와 스미스(Peter Smith)가 1996년에 이 과제를 쓴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했고, 동조가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나타난다는 것과 함께 그 크기가 문화와 시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을 보고했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첫째와 셋째에 답이 있는 드문 결과다.

그런데 "무엇이" 되풀이되었는지를 정확히 적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이 장에서 가장 유용한 교훈이 하나 있다.

같은 자료를 두 방법으로 세면 정반대의 인상을 주는 두 문장이 나온다.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다
<같은 자료를 두 방법으로 세면 정반대의 인상을 주는 두 문장이 나온다.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다>[원본 보기]

시행을 세면 동조한 답이 나온 시행은 소수에 그친다. 대다수 시행에서 참가자는 눈에 보이는 대로 답했다. 사람을 세면 적어도 한 번 동조한 참가자가 다수다. 끝까지 한 번도 따라가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적었다. 두 문장 다 같은 자료에서 나왔고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지가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애쉬는 사람이 얼마나 잘 휘둘리는지 보였다"는 요약은 한쪽만 옮긴 것이다. 애쉬 자신이 관심을 둔 것은 오히려 버틴 쪽이었다.

왜 따라가는가. 둘로 나눈다. 정보적 영향은 남들이 옳을 것이라고 여겨 따르는 것이고, 규범적 영향은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으려고 따르는 것이다. 애쉬의 과제는 답이 분명하므로 뒤쪽이 크게 작동한다. 그리고 답을 남이 볼 수 없게 적게 하면 동조가 크게 줄어드는데, 그것이 규범적 영향의 몫을 보이는 조작이다.

예제 211

가상의 연구다. 어떤 회사가 회의에서 "직원의 70%가 상사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애쉬의 자료를 세는 두 방법을 떠올려 이 숫자에 물어야 할 것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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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야 할 것은 무엇을 단위로 셌는가다. 이 문장은 사람을 센 것처럼 들리지만 어떻게 셌는지에 따라 뜻이 크게 달라진다. "한 번이라도 반대하지 못한 적이 있는 사람"을 셌다면 이 값은 높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회의를 여러 번 한다면 누구에게나 그런 적이 한 번은 있다.

"반대할 만한 상황 가운데 반대하지 못한 비율"을 셌다면 훨씬 무거운 값이다. 이 경우 70%는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물어야 할 것이 셋 더 있다.

  • "반대할 만한 상황"을 누가 어떻게 정했는가. 조작적 정의가 없으면 이 값은 셀 수 없다.
  • 어떻게 물었는가. 익명이 아니었다면 답 자체에 규범적 영향이 걸린다. 상사에게 반대 못 한다고 대답하는 것도 부담이다.
  • 비교 기준이 있는가. 다른 조직에서 같은 방법으로 재면 얼마인지 모르면 70%가 큰지 작은지 알 수 없다.

이 예제의 요점. 비율이 적힌 문장을 만나면 분모가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다. 분모가 시행인지 사람인지 기회인지에 따라 같은 현상이 아주 다르게 보인다.

예제 212

애쉬의 절차에서 동조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조작을 셋 대고, 각각이 정보적 영향과 규범적 영향 가운데 무엇을 겨냥하는지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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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첫째, 답을 남이 볼 수 없게 종이에 적게 한다. 이것은 규범적 영향을 겨냥한다. 남의 시선이 없으면 튀지 않으려는 이유가 사라지므로, 이 조작으로 동조가 크게 줄어든다면 규범적 영향의 몫이 컸다는 뜻이 된다. 둘째, 다수 가운데 한 사람이 참가자와 같은 답을 하게 한다. 이것도 주로 규범적 영향을 겨냥한다. 혼자 튀는 것과 둘이 튀는 것은 부담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조작은 정보적 영향에도 걸린다 — 만장일치가 깨지면 다수가 옳다는 근거도 약해진다. 셋째, 과제를 더 쉽게 만든다. 이것은 정보적 영향을 겨냥한다. 답이 분명할수록 남의 판단을 정보로 쓸 이유가 줄어든다. 거꾸로 과제를 어렵게 만들면 정보적 영향이 커지므로, 두 종류의 영향을 가르는 데 난이도를 조건으로 쓸 수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조작 셋을 대고 각각이 어느 영향을 겨냥하는지 밝힐 것
  • 하나 이상에서 "이 조작으로 줄어들면 무엇이 밝혀지는가"를 적을 것 — 조작은 그것을 겨냥할 때 의미가 있다
  • 한 조작이 두 영향에 다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짚을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다른 조작을 대도 좋다. 다수의 크기를 줄이는 것, 협력자들이 서로 다른 오답을 말하게 하는 것, 참가자가 그 집단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게 하는 것이 모두 정당한 답이다. 다만 "참가자에게 소신을 지키라고 말해 준다"고 답하면 오답에 가깝다. 그것은 요구특성을 만들어 무엇을 잰 것인지 알 수 없게 한다.

복종 — 결과는 되풀이되었고 해석이 논쟁이다

밀그램(Stanley Milgram)의 절차는 이렇다. 참가자에게 "학습에 대한 연구"라고 알려 주고 교사 역할을 맡긴다. 옆방의 학습자가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게 하고, 강도를 단계마다 올리게 한다. 학습자는 실험 협력자이고 실제로 충격을 받지 않는다. 참가자가 그만두려 하면 실험자가 정해진 말로 계속하기를 요청한다.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버거(Jerry Burger)가 2009년에 안전을 위해 낮은 지점에서 멈추도록 고친 판본으로 다시 실시했고, 그 지점까지 계속한 사람의 비율이 원 연구와 비슷했다고 보고했다.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진 되풀이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논쟁 중이다. 그리고 그 논쟁이 "해석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참가자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가라는 사실 문제를 포함한다.

왼쪽 칸과 오른쪽 칸의 처지가 다르다. 결과는 되풀이되었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논쟁이다
<왼쪽 칸과 오른쪽 칸의 처지가 다르다. 결과는 되풀이되었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논쟁이다>[원본 보기]

논쟁의 갈래가 셋이다.

셋을 가르는 자료가 하나 있다. 실험자의 재촉은 네 단계로 정해져 있었는데, 가장 명령에 가까운 마지막 재촉 — "당신은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 뒤에는 거의 언제나 중단이 뒤따랐다. 명령이 셀수록 덜 따랐다면 단순한 복종 해석은 어려워진다.

자료와 절차 자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조건마다 절차가 일정하지 않았고, 실험자가 대본을 벗어나 더 설득한 경우가 있었으며, 사후설명이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이 있었다. 4장에서 본 연구 윤리 논의를 크게 밀어 올린 것이 이 연구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이렇게 적는다. "사람은 권위에 복종한다"가 아니라 "이 절차에서 다수가 끝까지 갔고, 그들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지에 대해 여러 설명이 경쟁하고 있다".

예제 213

밀그램의 결과가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은 "복종 해석"을 지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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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구별 가운데 하나다. 재현은 "같은 절차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를 확인한다. 그 일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세 해석 모두 같은 결과를 예측한다. 권위에 복종해서 계속했든, 실제로 해를 입힌다고 믿지 않아서 계속했든, 가치 있는 일에 협력한다고 여겨서 계속했든, 관찰되는 것은 "계속했다"로 똑같다.

그러면 무엇이 해석을 가를 수 있는가. 세 해석이 서로 다르게 예측하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 믿음을 재는 자료. 참가자가 실제로 해를 입힌다고 믿었는지에 따라 계속 여부가 달라지는가. 발언 기록과 사후 진술이 이 자리의 자료다.
  • 재촉의 강도를 조건으로 넣는 것. 복종 해석은 명령이 셀수록 더 따를 것을 예측하고, 협력 해석은 반대를 예측한다. 앞에서 본 네 번째 재촉의 결과가 여기 걸린다.
  • 실험자가 요청하는 근거를 바꾸는 것. "과학을 위해 필요하다"와 "내가 그러라고 하니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잘 통하는지가 두 해석을 가른다.

이 예제가 보이는 것. 재현은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첫째에만 답한다. 나머지 셋은 그대로 남고,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 무엇이 그 결과를 낳았는가.

예제 214

어떤 강의가 밀그램의 실험을 소개하며 "평범한 사람도 권위 앞에서는 잔인해질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 결론이 자료에서 어디까지 지지되는지 판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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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결론은 자료보다 여러 걸음 앞서 있다. 지지되는 부분부터 적으면, 이 절차에 들어간 참가자 가운데 상당수가 실험자의 요청을 따라 끝까지 갔다는 것은 사실이고 되풀이되었다. 넘어간 자리가 셋이다. 첫째, "권위 앞에서"가 확인되지 않았다. 앞 절에서 본 대로 가장 명령에 가까운 재촉 뒤에 오히려 중단이 뒤따랐고, 참가자가 무엇 때문에 계속했는지에 대해 세 해석이 경쟁한다. 둘째, "잔인해진다"는 참가자의 마음 상태에 대한 주장인데 이 절차는 그것을 재지 않았다. 잰 것은 스위치를 눌렀는지이고, 기록에는 참가자들이 심하게 괴로워한 장면이 함께 남아 있다. 셋째, 실험실의 행동에서 실제 상황의 행동으로 건너뛰었다. 네 물음의 넷째이고, 다리가 놓인 적이 없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이 절차에서 다수가 요청을 따랐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 결과를 실험실 밖의 어떤 행동에 대응시키는 일은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지지되는 부분과 넘어간 부분을 갈라 적을 것
  • 해석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지적, 그리고 그 근거를 하나 이상 댈 것
  • 실험실에서 실제 상황으로 건너뛴 자리를 지적할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결과를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는 답도 정당하다. 어떤 설명이 맞든 "이 절차에서 다수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이고, 그것을 강조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반대로 이 연구 전체를 매우 낮게 평가하는 답도 정당하다 — 절차의 일관성 문제가 실제로 있었다. 다만 "그러므로 사람은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답하면 오답이다. 해석이 갈렸다는 것이 반대 결론이 성립한다는 뜻은 아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연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1971년에 대학생 지원자를 모아 한쪽에 간수 역할, 다른 쪽에 수감자 역할을 맡기고 지하실에 만든 모의 감옥에서 지내게 한 사례가 있다. 예정보다 일찍 중단되었고,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는 결론이 널리 퍼졌다.

이것은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절의 주어다.

왼쪽은 설계의 문제이고 오른쪽은 그럼에도 널리 퍼진 경로다. 이 장이 묻는 것은 오른쪽이다
<왼쪽은 설계의 문제이고 오른쪽은 그럼에도 널리 퍼진 경로다. 이 장이 묻는 것은 오른쪽이다>[원본 보기]

문제를 하나씩 보자.

르텍시에(Thibault Le Texier)가 2019년에 남아 있는 기록을 조사해 이 문제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견줄 것이 하나 있다. 2000년대 초에 방송사와 함께 이루어진 다른 모의 감옥 연구가 있다. 라이허와 해슬럼이 진행했고 절차와 자료가 공개되었으며 결과가 달랐다. 역할이 저절로 사람을 바꾸지 않았다. 같은 설정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첫 사례의 결론을 흔든다.

그러면 왜 그토록 널리 인용되었는가

이 물음이 이 절의 요점이다. 답을 다섯으로 나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무겁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는 것이 검사를 막는다. 6장에서 본 고리가 여기서는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문헌이 아니라 이야기가 스스로를 지킨 것이다.

예제 215

이 사례가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는 결론을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4장의 용어로 설명하라. 그리고 그 결론을 검사하려면 어떤 설계가 필요한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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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의 용어로 문제를 적으면 이렇다. 통제 집단이 없다. 처치의 효과를 말하려면 처치를 받지 않은 비교 집단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뿐이므로 비교할 것이 없다.

무선배정이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역할을 무선으로 나눈 것은 두 역할 사이의 비교에 도움이 되지만, "이 상황에 들어간 것 자체"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효과를 말하려면 이 상황에 들어가지 않은 집단이 필요하다.

선택 편향이 있다. 모집 광고가 지원자를 골랐다. 실험자 기대가 혼입되어 있다. 연구자가 참여자였고 역할 수행자에게 지시가 있었다.

그러면 어떤 설계가 필요한가.

  • 중립적인 문구로 모집한다. 무엇에 대한 연구인지가 표본을 고르지 않게 한다.
  • 조건을 여럿 둔다. 역할의 이름만 주는 조건, 규칙을 주는 조건, 감시가 있는 조건처럼 "상황"을 이루는 요소를 나눠서 각각의 몫을 본다. 그래야 "상황"이라는 뭉뚱그린 말이 검사 가능한 것으로 바뀐다.
  • 연구자를 상황 밖에 둔다. 그리고 관찰과 기록을 미리 정한 규칙으로 한다.
  • 무엇을 셀지 자료 수집 전에 정해 공개한다. 6장의 사전등록이다.

마지막 항목이 없으면 나머지를 다 해도 결과를 골라 보고할 여지가 남는다. 그리고 이 목록을 다 갖추면 그것은 이미 다른 연구다. "이 사례를 고쳐 쓴다"가 아니라 "이 자리에서 새로 시작한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예제 216

검사받지 않은 이야기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사례에서 배운 것을 일반화해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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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사례가 오래 살아남은 경로를 거꾸로 뒤집으면 처방이 나온다. 첫째, 이야기의 힘과 증거의 힘을 갈라 놓는 습관이다. 어떤 주장이 잘 기억된다는 것은 그 주장이 참이라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고, 오히려 잘 기억되는 형태의 주장일수록 검사 없이 퍼지기 쉽다. 둘째, 원 자료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이 사례가 오래 살아남은 큰 이유가 교과서끼리 서로를 인용한 것이었고, 그러면 인용의 사슬 어디에도 자료를 본 사람이 없게 된다. 셋째, 주장을 검사 가능한 형태로 바꿔 보는 것이다. "상황의 힘"처럼 무엇이 나와도 맞는 말은 그 자체로 경고 신호다. 이 주장이 틀렸다면 무엇이 관찰되어야 하는지를 물으면, 답이 없는 주장이 드러난다. 넷째, 제도 쪽으로는 재현 연구에 지면과 보상을 주는 것이며 6장에서 본 처방이 그대로 걸린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야기의 전달력과 증거의 무게를 가르는 지적
  • 인용의 사슬 문제, 또는 원 자료 확인의 필요
  • 검사 가능성을 물어보는 절차 — "틀렸다면 무엇이 관찰되어야 하는가"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교육 쪽에 무게를 두는 답도 좋고, 학술지와 평가 제도 쪽에 무게를 두는 답도 좋다. 다만 "연구자가 더 정직해지면 된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6장 전체가 그 처방을 반박한다. 이 사례에서도 문제는 부정이 아니라 검사되지 않은 채 퍼지는 경로였다.

태도와 귀인

인지부조화 — 그리고 같은 것을 예측하는 다른 이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는 자기 생각과 행동이 어긋날 때 생기는 불편, 그리고 그 불편을 줄이려고 생각 쪽을 바꾸는 과정을 가리킨다.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세운 개념이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절차는 페스팅거와 칼스미스(James Carlsmith)가 1959년에 쓴 것이다. 지루한 일을 시킨 뒤 "재미있었다"고 다음 사람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대가로 큰 값을 받은 조건과 아주 적은 값을 받은 조건을 둔다. 결과는 적은 값을 받은 쪽이 뒤에 그 일을 더 재미있었다고 평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다른 이론도 예측한다.

같은 결과를 두 이론이 다 예측한다면 그 결과는 두 이론 가운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같은 결과를 두 이론이 다 예측한다면 그 결과는 두 이론 가운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원본 보기]

6장의 예지 논문에 나왔던 벰(Daryl Bem)이 1967년에 내놓은 자기지각 이론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자기 태도를 안에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행동을 보고 밖에서 추론한다. 그러면 "큰 값도 안 받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네"에서 "재미있었나 보다"가 나온다. 불편이라는 상태가 없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이 절이 가르치려는 것이다. 어떤 실험이 유명한 이론을 증명했다고 소개될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 결과를 다른 이론도 예측하는가"이다. 두 이론을 가르려면 서로 다르게 예측하는 자리를 찾아야 하고, 이 경우에는 불편이라는 상태를 따로 재는 것이 그 자리다. 지금의 자리는 이렇다 — 부조화라는 틀은 살아 있고 널리 쓰이지만, 두 설명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각각 맞는 쪽으로 정리되었다는 견해와 아직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함께 있다.

태도가 행동을 얼마나 예측하는가

태도와 행동의 관계는 생각보다 약하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태도를 잰 수준과 행동을 잰 수준이 맞을 때 관계가 커진다. "환경을 아끼는가"라는 일반적인 태도로 "이번 주에 분리배출을 했는가"를 맞히기는 어렵고, "분리배출을 할 생각인가"로는 훨씬 잘 맞힌다. 17장에서 본 집합도 여기 걸린다. 하나의 행동보다 여러 행동을 합친 것을 태도가 더 잘 예측한다.

그리고 암묵적 연합 검사(Implicit Association Test)를 짚어 두어야 한다. 스스로 보고하지 않는 연합을 반응 시간으로 재려는 절차이고 널리 쓰인다. 다수설은 이 점수가 개인의 차별 행동을 예측하는 힘이 작다는 쪽이다. 오즈월드(Frederick Oswald)와 동료들이 2013년에 그런 메타분석을 보고했고, 재검사 신뢰도가 자기보고 검사보다 낮다는 것도 되풀이 보고되었다.

소수설과 그 근거를 잇는다. 개인 수준의 예측이 약하다는 것이 그 절차가 아무것도 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집단이나 지역 수준에서 모은 값이 다른 지표와 관련을 보인다는 보고들이 있고, 개인 예측이 약한 것은 5장에서 본 대로 신뢰도가 낮은 측정끼리는 어떤 상관도 낮게 나온다는 것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그러면 문제는 개념이 아니라 절차의 신뢰도일 수 있다.

귀인 — 남은 것과 무너진 것

귀인(attribution)은 행동의 원인을 무엇에 돌리는가를 가리킨다. 크게 그 사람의 성향에 돌리는 것과 상황에 돌리는 것으로 나눈다.

한 이름 아래 묶여 있던 것들의 처지가 검사에서 갈렸다. 이름 단위가 아니라 결과 단위로 확인해야 한다
<한 이름 아래 묶여 있던 것들의 처지가 검사에서 갈렸다. 이름 단위가 아니라 결과 단위로 확인해야 한다>[원본 보기]

남은 것. 존스(Edward Jones)와 해리스(Victor Harris)가 1967년에 쓴 절차가 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입장의 글을 읽는 것을 보여 주되, 그 사람이 그 입장을 고른 것이 아니라 지정받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도 읽는 사람은 글의 내용을 글쓴이의 생각으로 읽는 쪽으로 기운다. 이것을 대응 편향이라 한다. 이 계열의 절차는 클라인(Richard Klein)과 동료들의 2018년 Many Labs 2 에 포함되었고,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되었으며 재현에서 나온 효과크기도 컸다. 이 장에서 가장 튼튼한 결과 가운데 하나다.

무너진 것. 행위자-관찰자 비대칭은 "내 행동은 상황으로, 남의 행동은 성향으로 설명한다"는 명제다. 오래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말(Bertram Malle)이 2006년에 메타분석해 전체 효과가 거의 0 이었다고 보고했다.

다투어지는 것. 이 기울기를 "기본적"이라 부를 수 있는지가 논쟁이다. 상황 정보를 얼마나 쓰는지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보고들이 있고, 그 차이의 크기와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을 "오류"라 부르는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성향을 앞세우는 것이 실제 세계에서 대체로 쓸 만한 어림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규칙 하나. "귀인 편향"처럼 큰 이름 아래 여러 결과가 묶여 있으면 이름 단위가 아니라 결과 단위로 재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예제 217

가상의 연구다. 어떤 연구가 참가자에게 낯선 자세를 취하게 하고, 그 조건에서 "나는 이런 성향의 사람인 것 같다"는 자기보고가 달라졌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를 인지부조화로 설명할 수 있는가, 자기지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물음이 왜 중요한가.

풀이 보기

둘 다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다. 부조화로 읽으면 자기 생각과 몸이 하고 있는 것이 어긋나 불편해졌고, 생각 쪽을 바꿔 그것을 줄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기지각으로 읽으면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이런 사람인가 보다"로 추론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불편이 필요 없다.

두 설명이 같은 결과를 낳으므로, 이 결과는 두 이론 가운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왜 중요한가. 셋이다.

  • 어느 설명을 고르느냐에 따라 다음 예측이 달라진다. 부조화 쪽이 맞다면 불편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게 해 줄 때 효과가 줄어야 한다. 자기지각 쪽이 맞다면 그런 조작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 어느 설명을 고르느냐에 따라 이 결과를 다른 상황으로 옮길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
  • "유명한 이론으로 설명된다"는 것이 그 이론의 증거가 아니다.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설명이 맞다는 것은 다르다.

그러면 이 연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불편을 따로 재거나, 두 설명이 다르게 예측하는 조건을 함께 넣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결과는 어느 이론에도 무게를 더하지 못한다.

예제 218

어떤 회사가 신입 사원에게 암묵적 연합 검사를 실시하고 그 점수를 바탕으로 사람을 배치하려 한다. 이 계획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이 계획에는 이 장과 5장과 17장의 문제가 한꺼번에 걸린다. 첫째, 개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힘이 작다는 것이 메타분석에서 보고되었다. 그러면 이 점수로 개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근거가 없다.

둘째, 재검사 신뢰도가 낮다. 17장에서 본 대로 다시 재면 값이 크게 움직이는 지표로 사람을 자르면, 그 결정은 그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날의 오차에 대한 것이 된다.

셋째, 이 점수가 무엇을 재는지가 아직 다투어진다. 그러면 결과를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부터 정해져 있지 않다.

넷째, 준거 타당도가 없다. 이 점수와 업무에서의 무엇이 관련된다는 자료가 없다면 배치에 쓸 근거가 없다.

그러면 이 검사가 쓸모없는가.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집단이나 지역 수준에서 모은 값이 다른 지표와 관련을 보인다는 보고들이 있고, 연구 도구로서의 쓰임은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대비 자체가 이 문서가 되풀이하는 구별이다 — 집단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과 개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17장의 검사 오용 절이 같은 말을 한다.

집단 안에서

방관자 효과 — 효과는 남았고 이야기는 틀렸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곁에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설명으로 책임 분산다원적 무지가 제시된다. 앞의 것은 "누군가 하겠지"이고, 뒤의 것은 "아무도 안 움직이는 걸 보니 별일 아닌가 보다"로 서로가 서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효과 자체는 메타분석에서 지지되었다. 피셔(Peter Fischer)와 동료들이 2011년에 보고했다. 그런데 같은 종합에서 조건이 붙었다. 상황이 정말 위험해 보일 때는 이 효과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그리고 두 가지를 더 적어야 한다.

첫째, 이 연구를 촉발한 사건 이야기의 세부는 사실과 다르다. 1960년대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수십 명이 보고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신문 보도가 널리 퍼졌고 교과서에 그대로 실렸다. 매닝(Rachel Manning)과 동료들이 2007년에 기록을 확인해 그 서술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보고했다. 효과는 실험으로 확인되었고 그 효과를 유명하게 만든 일화는 틀렸다. 이 둘을 갈라 적어야 한다.

둘째, 실제 상황을 찍은 영상을 분석한 연구가 다른 그림을 준다. 필폿(Richard Philpot)과 동료들이 2020년에 여러 나라의 공공장소 감시 영상을 분석해, 다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보통이었다고 보고했다.

두 결과가 모순되는가. 아니다. 다른 물음에 답하고 있다.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이 내려가는 것과 누군가 나설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함께 일어날 수 있다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이 내려가는 것과 누군가 나설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함께 일어날 수 있다>[원본 보기]

곁에 있는 사람이 늘면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은 줄어든다. 그런데 사람 수 자체가 늘었으므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설 확률은 오른다. 어느 물음을 물었는지에 따라 답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셋

예제 219

어떤 안전 교육이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을 못 받으니 사고를 당하면 특정한 한 사람을 지목해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친다. 이 조언이 자료에서 지지되는지 판단하라.

풀이 보기

이 조언은 부분적으로 지지되고 부분적으로 과장되어 있다. 지지되는 부분. 지목하면 책임 분산이 깨진다. 방관자 효과의 설명 가운데 하나가 "누군가 하겠지"이므로, 한 사람을 특정하면 그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이 방향은 자료와 맞는다.

과장된 부분이 둘이다.

첫째,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을 못 받는다"가 틀렸다. 앞 그림이 그것이다. 한 사람이 나설 확률과 누군가 나설 확률은 다른 값이고, 뒤쪽은 사람이 많을수록 오른다. 실제 상황 영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개입이 오히려 보통이었다.

둘째, 메타분석에서 상황이 정말 위험해 보일 때는 효과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고 보고되었다. 사고 상황은 대개 그런 상황이다.

그러면 이 조언은 나쁜 조언인가. 아니다. 지목하는 것은 여전히 유용하다. 다만 이유가 다르다 — "아무도 안 도울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할지 정해지면 대응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근거를 바로잡으면 조언은 살아남고, 잘못된 공포는 빠진다.

이 예제의 요점. 실무의 조언이 옳더라도 근거가 틀릴 수 있다. 그리고 근거가 틀린 채로 퍼지면 그 조언이 다른 상황으로 잘못 옮겨진다.

예제 220

"집단은 개인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물음에 이 절의 자료로 답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답할 수 있는 형태로 물음을 고쳐 써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형태로는 답할 수 없다. "집단"도 "나은 결정"도 정해져 있지 않고, 이 절의 결과들이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사회적 태만과 집단 극화는 집단에 불리한 쪽이고, 여러 사람의 판단을 합치면 개인보다 낫다는 결과들은 유리한 쪽이며, 둘 다 참일 수 있다. 답할 수 있게 고쳐 쓰려면 셋을 정해야 한다. 첫째, 어떤 과제인가. 정답이 있는 과제인지, 여러 정보를 모아야 하는 과제인지, 창의적 산출을 요구하는 과제인지에 따라 답이 갈린다. 둘째, 집단이 어떻게 결정하는가.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 합의하는 것과 각자 판단한 뒤 합치는 것은 아주 다른 절차이고, 뒤쪽이 앞쪽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 절의 결과들과 맞는다. 셋째, 무엇을 '나은'으로 셀 것인가. 정확도인지, 시간인지, 그 결정을 사람들이 실제로 따르는지인지 정해야 한다. 고쳐 쓴 물음의 예 — "정답이 있는 추정 과제에서, 각자 판단한 뒤 평균을 내는 방식과 논의해 합의하는 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정확한가." 이렇게 적으면 검사할 수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절의 결과들이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는 지적
  • 과제 · 절차 · 준거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
  • 검사 가능한 형태로 고쳐 쓴 물음 하나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쪽이 대체로 낫다는 견해를 밝혀도 좋다. 다만 그때는 어떤 과제와 어떤 절차를 전제하고 있는지 함께 적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로만 끝내면 오답이다. 무엇에 따라 다른지를 적는 것이 이 예제가 요구하는 일이다.

무너진 것들, 그리고 이 분야가 한 일

사회적 점화

사회적 점화는 재현에 실패했다. 6장에서 두엔(Stéphane Doyen)과 동료들의 2012년 연구를 보았다. 노년을 연상시키는 낱말에 노출된 참가자가 더 느리게 걷는다는 결과를 다시 검사했는데, 자동 측정과 큰 표본에서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고, 실험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그 뒤로 이 계열의 여러 결과가 재현 검사를 받았고 상당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의식하지 못한 자극이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바꾼다"는 주장은 지금 근거가 약하다.

파워 포즈 — 갈라 적어야 한다

하나의 이름 아래 처지가 다른 두 주장이 있다. 그리고 철회와 재현 실패와 저자의 입장 변경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
<하나의 이름 아래 처지가 다른 두 주장이 있다. 그리고 철회와 재현 실패와 저자의 입장 변경은 서로 다른 사건이다>[원본 보기]

원 주장은 몸을 크게 벌린 자세를 잠깐 취하면 호르몬 수준과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스스로도 힘이 난다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두 갈래로 갈라야 한다.

사실관계도 정확히 적어야 한다.

그래서 규칙 하나가 나온다.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주장이 있으면 갈라 적는다. "파워 포즈는 효과가 없다"도 "파워 포즈는 효과가 있다"도 자료를 뭉갠 문장이다.

왜 이 분야에 몰렸는가, 그리고 무엇이 남았는가

6장의 고리가 이 분야에서 특히 세게 돌았다. 이유가 넷이다.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기 쉬운 주제들이었고, 표본이 작았고, 절차가 은폐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결과가 언론에 잘 실렸다. 마지막 항목이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른 점이다. 결과가 대중적으로 인용될수록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이것을 적어야 한다. 이 목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분야의 성취이기도 하다. 무엇이 무너졌는지를 우리가 아는 것은 이 분야가 자기 문헌을 대규모로 검사했기 때문이다. 검사하지 않은 분야에는 이런 목록이 없고, 그것은 그 분야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세어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제 221

다음 두 서술 가운데 파워 포즈의 지금 상태를 정확히 옮긴 것을 고르고, 나머지가 어디에서 틀렸는지 밝혀라.

(가) 파워 포즈 논문은 철회되었고 효과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 2015년의 큰 표본 재현에서 호르몬과 행동 쪽 효과는 나오지 않았고 주관적 보고 쪽은 되풀이 나왔다. 제1저자는 2016년에 이 효과를 더는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풀이 보기

(나)가 정확하다. 두 갈래를 갈라 적었고, 저자의 입장 변경을 철회와 섞지 않았다.

(가)는 세 자리에서 틀렸다. 첫째, 철회되지 않았다. 철회는 학술지가 논문을 문헌에서 물리는 조치이고 대개 부정이나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이루어진다. 이 사안은 그것이 아니다. 이 둘을 섞으면 재현 실패를 부정처럼 다루게 되고, 그것은 6장 전체가 반박하는 그림이다.

둘째, "효과는 없는 것으로"가 두 갈래를 뭉갰다. 한쪽은 나오지 않았고 다른 쪽은 나왔다.

셋째, "밝혀졌다"가 세다. 다른 저자들이 여전히 이 효과를 지지하고 있고, 이 사안은 갈려 있다.

그리고 (가)처럼 적는 것이 왜 해로운가. 정확하지 않은 부정은 반박되기 쉽고, 반박되면 원래의 주장이 되살아난다. 누군가 "철회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 지적해도 (가) 전체가 무너져 보이고, 그러면 정확했던 부분까지 함께 흔들린다. 이것이 이 문서가 갈라 적기를 고집하는 실무적인 이유다.

예제 222

이 장을 읽고 "사회심리학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결론에 이른 독자가 있다고 하자. 이 결론이 왜 이 장의 내용에서 나오지 않는지 밝혀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결론은 이 장이 한 일을 정확히 뒤집는다. 이유가 넷이다. 첫째, 이 장에는 검사를 통과한 결과가 함께 들어 있다. 대응 편향은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한 재현에서 되풀이되었고, 애쉬의 동조는 여러 나라의 자료를 모은 종합에서 확인되었으며, 방관자 효과도 메타분석에서 지지되었다. 무너진 것만 세면 절반을 지운 것이다. 둘째, 이 목록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 분야가 자기 문헌을 검사했기 때문이다. 목록이 없는 분야는 깨끗한 분야가 아니라 아직 세어 보지 않은 분야다. 셋째, "믿을 것이 못 된다"는 판정이 이 장이 가르치는 것과 반대 종류의 판단이다. 이 장은 결과마다 다르게 판정하는 법을 가르쳤고, 뭉뚱그린 판정은 뭉뚱그린 믿음과 같은 잘못이다. 넷째, 이 결론은 쓸모가 없다. 아무것도 믿지 않기로 하면 남는 것은 직관이고, 3장에서 본 대로 직관은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검사를 통과한 결과를 하나 이상 구체적으로 댈 것
  • 검사를 많이 받았다는 것과 문제가 많다는 것을 구별할 것
  • 뭉뚱그린 판정이 이 장의 방법과 어긋난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분야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답도 정당하다. 2015년 이전 문헌의 상당 부분이 아직 검사받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근거로 "이 분야의 낡은 결과는 기본적으로 미확인으로 다룬다"는 태도를 세울 수 있다. 그것은 이 문서가 6장에서 세운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러므로 읽을 필요가 없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무엇이 검사되었고 무엇이 안 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읽어야 아는 일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동조(conformity)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에 맞춰 자기 판단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
정보적 영향 / 규범적 영향남들이 옳으리라 여겨 따르는 것 /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으려 따르는 것
복종(obedience)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오는 요구를 따르는 것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생각과 행동이 어긋날 때의 불편, 그리고 생각 쪽을 바꿔 그것을 줄이는 과정
자기지각 이론자기 태도를 안에서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 행동을 보고 추론한다는 견해
암묵적 연합 검사스스로 보고하지 않는 연합을 반응 시간으로 재려는 절차. 개인 예측력이 작다
귀인(attribution)행동의 원인을 무엇에 돌리는가
대응 편향지정받아 한 행동인 줄 알면서도 그 내용을 그 사람의 생각으로 읽는 기울기
행위자-관찰자 비대칭내 행동은 상황으로 남의 행동은 성향으로 설명한다는 명제. 메타분석에서 거의 0 이었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곁에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이 줄어드는 것
책임 분산 / 다원적 무지누군가 하겠지 / 아무도 안 움직이니 별일 아닌가 보다
사회적 태만여럿이 함께 하는 과제에서 각자가 혼자 할 때보다 덜 애쓰는 것
집단 극화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논의하면 더 극단 쪽으로 옮겨 가는 것
집단사고뭉친 집단이 다른 의견을 억누르며 나쁜 결정에 이른다는 모형. 실험적 지지가 고르지 않다

이 장이 세운 읽기 규칙 셋. 뒷장과 다시 읽기에 그대로 쓴다.

사람 · 연구이 문서에서의 자리
애쉬 (Solomon Asch)선분 판단 절차. 관심은 따라간 쪽이 아니라 버틴 쪽에 있었다
본드 (Rod Bond) 와 스미스 (Peter Smith)1996년 동조 메타분석. 크기가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밀그램 (Stanley Milgram)복종 절차. 결과는 되풀이되었고 해석은 논쟁 중이다
버거 (Jerry Burger) · 페리 (Gina Perry)2009년 밀그램 부분 재현과 2011년 발언 분석 / 기록을 조사해 절차와 사후설명의 문제를 정리
해슬럼 (Alexander Haslam) 과 라이허 (Stephen Reicher)참여한 협력자 해석, 그리고 2000년대 초의 다른 모의 감옥 연구
르텍시에 (Thibault Le Texier)2019년 1971년 모의 감옥 사례의 기록을 조사해 정리했다
카나한 (Thomas Carnahan) 과 맥팔런드 (Sam McFarland)2007년 모집 문구가 표본을 고른다는 것을 보였다
페스팅거 (Leon Festinger) 와 칼스미스 (James Carlsmith) / 벰 (Daryl Bem)1959년 인지부조화 절차 / 1967년 자기지각 이론. 같은 결과를 다르게 설명한다
존스 (Edward Jones) 와 해리스 (Victor Harris)1967년 대응 편향 절차. 이 계열의 절차가 Many Labs 2 에서 되풀이되었다
말 (Bertram Malle)2006년 행위자-관찰자 비대칭 메타분석. 효과가 거의 0 이었다
피셔 (Peter Fischer) 와 동료들2011년 방관자 효과 메타분석
매닝 (Rachel Manning) / 필폿 (Richard Philpot) 과 동료들2007년 널리 퍼진 사건 서술이 사실과 다름을 밝혔다 / 2020년 실제 상황 영상 분석. 개입이 오히려 보통이었다
오즈월드 (Frederick Oswald) 와 동료들2013년 암묵적 연합 검사의 예측력 메타분석
라네힐 (Eva Ranehill) 과 동료들2015년 파워 포즈 재현. 두 갈래의 판정이 갈렸다

다음 장은 임상과 상담을 한 장으로 개관한다. 그 장은 이 문서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장이고, 첫머리에 무엇을 다루고 무엇을 다루지 않는지를 못 박고 시작한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임상·상담 개관

이 장은 학문의 개관이지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첫 문장으로 이것을 못 박고 시작한다.

지금 힘든 상태에 있다면 이 문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장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내용이 없고, 앞으로도 넣지 않는다. 자격을 갖춘 전문가나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이 장을 읽는 것보다 먼저다. 그것은 이 장을 다 읽은 뒤에 할 일이 아니라 지금 할 일이다.

그러면 이 장은 무엇을 하는가. 임상과 상담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밖에서 그려 본다. 이론이 어떤 계보로 갈라져 있고, 진단 체계라는 것이 무엇이며, 효과를 재는 연구가 어떤 모양이고, 이 일이 어떻게 훈련되는지를 다룬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4장에서 무선배정·통제 집단·위약·은폐·실험자 기대를, 5장에서 신뢰도타당도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이 장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

먼저 경계를 그린다. 그리고 이 경계는 "아직 안 썼다"가 아니라 "쓰지 않기로 정했다"이다.

오른쪽 칸이 빠진 부분이 아니라 일부러 뺀 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아래에 적혀 있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
<오른쪽 칸이 빠진 부분이 아니라 일부러 뺀 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아래에 적혀 있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원본 보기]
다루는 것다루지 않는 것
이론 계보와 각 계열이 보는 변화의 원천기법의 절차 —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진단 체계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자가 진단, 그리고 자기 상태를 재 보게 하는 척도
효과 연구의 지형과 그 방법론증상 목록을 진단처럼 늘어놓기
이 분야가 어떻게 훈련되는가‘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 형태의 조언

이유가 둘이다.

첫째, 상담은 수퍼비전 아래 실습으로 익히는 것이다. 절차를 글로 옮기면 읽은 사람이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착각은 무해하지 않다. 이 분야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형태만 흉내 내는 일이다.

둘째, 자습서라는 형식 자체가 독자를 자기 문제에 적용하는 쪽으로 민다. 다른 장에서는 그것이 좋은 일이다. 배운 것을 자기 상황에 대어 보는 것이 이 문서가 바라는 읽기다. 이 장에서만 그것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형식이 하는 일을 문서가 미리 막아 두어야 한다.

이 선은 다른 장에서도 지켰다. 이 문서 전체에서 정신질환을 예제의 소재로 삼지 않았고, 독자 자신의 상태를 재 보게 하는 척도를 싣지 않았다. 이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제 223

어떤 사람이 "이 장을 읽으면 상담의 기본은 알게 되니,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판단을 평가하라.

풀이 보기

모범답안. 이 판단은 이 장이 주는 것과 이 장이 주지 않는 것을 섞고 있다. 이 장을 읽고 얻는 것은 이 분야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지도다. 어떤 계열이 있고, 진단 체계가 어떤 성질을 가진 규약이며, 효과 연구가 어떤 모양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이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관련된 주장을 읽을 때 쓸모가 있다. 얻지 못하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다. 판단이 필요한 자리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는 일, 자기 반응이 개입에 섞이지 않게 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다루면 안 되는 것을 알아보는 일은 감독받는 실습으로 자란다. 그리고 여기에 더 무거운 문제가 있다. 친구를 돕는 일과 전문적 개입은 애초에 다른 일이다. 곁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있어 주는 것과 전문가에게 닿도록 돕는 것이지, 배운 것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얕게 배운 틀을 적용하려 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 틀에 맞춰 듣게 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판단은 이렇다 — "이 장은 이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누군가를 돕는 방법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 둘은 다른 것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장이 주는 것과 주지 않는 것을 갈라 적을 것
  • 훈련이 감독받는 실습으로 이루어진다는 지적
  • 얕게 배운 틀을 적용하는 것이 왜 해로울 수 있는지 한 가지 이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장의 값을 더 높게 보는 답도 좋다. 이 분야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지 아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실제로 도움이 되며, 특히 전문가를 찾는 일 자체를 도울 수 있다. 반대로 이 장의 값을 더 낮게 보는 답도 좋다. 다만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함께 있어 주는 것과 전문가에게 닿도록 돕는 것은 훈련이 필요 없는 일이고 실제로 중요한 일이다.

예제 224

어떤 독자가 "다른 장에는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예제가 많은데 왜 이 장에는 자기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척도 하나 싣지 않느냐"고 묻는다. 답하라.

풀이 보기

이유가 넷이고, 넷 다 5장에서 나온 것이다.

첫째, 척도 점수는 그 자체로 뜻이 없다. 5장에서 본 대로 점수는 규준 집단과 견주어야 읽힌다. 규준 없이 숫자만 보면 그것은 아무 정보도 아니다.

둘째, 어떤 척도에도 오차가 있다. 한 번 잰 값은 참값 근처의 어딘가이고, 문턱 가까이에 있으면 다시 잴 때 편이 바뀐다. 17장에서 그 그림을 보았다.

셋째, 척도는 판정 도구가 아니다. 이런 도구들은 대개 "더 볼 필요가 있는 사람을 걸러 내는" 용도로 만들어졌고, 그 뒤에 면담과 맥락이 따라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뒷부분을 뗀 채로 앞부분만 쓰면 도구의 용도 자체가 달라진다.

넷째,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인데, 자기 점수를 알게 되는 일이 되돌릴 수 없다. 다른 장의 예제는 틀려도 다시 풀면 된다. 이 장에서 척도를 실으면, 그것을 읽은 사람은 "이 문서가 나에게 무엇이라고 했다"를 안고 가게 된다. 그것이 정확하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장이 대신 하는 일은 이것이다. 척도를 싣는 대신 척도가 어떤 성질을 가진 물건인지를 설명한다. 그러면 독자는 어디선가 그런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게 된다.

이론 계보 —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계열을 나누는 가장 쓸모 있는 기준은 무엇이 바뀌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보는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계열의 차이가 다음 절의 효과 연구와 곧바로 이어진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가 다르면 무엇을 재서 나아졌다고 할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열마다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가 무엇을 재야 하는지를 정한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
<계열마다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는 자리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가 무엇을 재야 하는지를 정한다는 것을 읽어야 한다>[원본 보기]
계열무엇이 바뀌면 달라진다고 보는가이 문서가 함께 적을 것
정신역동알아차리지 못하던 것을 알아차리는 것, 관계에서 되풀이되는 방식을 보는 것초기의 여러 주장이 검사 가능한 형태가 아니었다. 지금의 형태는 초기와 많이 다르다
인간중심치료자의 태도 — 조건 없는 존중, 상대의 자리에서의 이해, 겉과 속의 일치관계 자체를 변화의 원천으로 본 것이 뒤의 공통요인 논의로 이어진다
행동학습. 7장의 조건형성을 임상에 적용한 계열무엇을 재서 나아졌다고 할지 미리 정하는 관행을 가져왔다
인지행동생각과 행동과 정서가 물린 고리의 어느 지점가장 많이 연구되었고 그만큼 재현 검사도 가장 많이 받았다
수용전념 계열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과 맺는 관계,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따른 행동앞 계열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논쟁 중이다

인물로는 정신역동의 프로이트(Sigmund Freud), 인간중심의 로저스(Carl Rogers), 인지행동의 벡(Aaron Beck)과 엘리스(Albert Ellis), 수용전념 계열의 헤이즈(Steven Hayes)가 흔히 인용된다. 다만 계열을 창시자와 동일시하면 오해가 생긴다. 어느 계열이든 지금의 형태는 창시자가 쓴 것과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현장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어느 한 계열이 아니다. 여러 계열을 섞어 쓰는 것을 자기 방식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큰 편이라고 조사들이 보고한다. 이것이 다음 절의 논의에 그대로 걸린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섞인 것이라면, 계열끼리 견주는 연구가 재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예제 225

같은 사람이 같은 기간에 좋아졌다고 하자. 앞의 다섯 계열이 각각 무엇을 근거로 "나아졌다"고 말하겠는가. 그리고 그 차이가 효과 연구에 무엇을 일으키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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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계열마다 "나아졌다"의 지표가 다르다. 행동 계열은 겉으로 관찰되는 행동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본다. 미리 정한 표적 행동의 빈도나 지속 시간이 지표가 된다. 인지행동 계열은 거기에 더해 생각의 패턴이 달라졌는지를 함께 본다. 인간중심 계열은 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겪는지를 본다. 정신역동 계열은 알아차림과 관계 방식의 변화를 보며, 이것은 겉으로 관찰되는 행동보다 재기 어렵다. 수용전념 계열은 증상이 줄었는지보다 그 사람이 자기에게 중요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본다. 그리고 이 차이가 효과 연구에 일으키는 것이 크다. 첫째, 어느 지표를 쓰느냐가 어느 계열에 유리한지를 미리 정해 버린다. 행동 지표로 재면 그것을 표적으로 삼은 계열이 유리하다. 둘째, 그래서 계열을 견주는 연구는 지표를 여럿 쓰고 그것을 자료 보기 전에 정해 공개해야 한다. 6장의 사전등록이 이 자리에서 특히 필요하다. 셋째, 지표가 다르면 "차이가 없다"는 결과의 뜻도 달라진다. 어느 계열의 지표로 재든 차이가 없는 것과, 한 계열의 지표로만 재서 차이가 없는 것은 아주 다른 결과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계열마다 지표가 다르다는 것을 셋 이상 구체적으로 적을 것
  • 지표의 선택이 결과를 미리 정한다는 지적
  • 여러 지표를 미리 정해 공개해야 한다는 처방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계열 사이의 지표 차이를 작게 보는 답도 정당하다. 실제로 여러 시험이 비슷한 결과 지표를 함께 쓰고, 그렇게 해도 계열 간 차이가 작게 나온다는 것이 다음 절의 관찰이다. 반대로 이 문제를 매우 크게 보아 "계열 비교 연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답해도 좋다. 다만 "그러므로 어느 계열이 나은지 물을 수 없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물을 수 있고, 다만 무엇을 재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예제 226

"정신역동은 비과학적이다"라는 주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고, 그에 대한 가장 강한 반론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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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가장 강한 형태의 주장은 이렇다. 이 계열의 초기 주장들은 무엇이 관찰되면 그 주장이 틀린 것이 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어떤 반응이 나와도 설명이 되고, 반대 반응이 나와도 다른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반증 가능성의 문제가 이 계열에 대해 가장 자주 제기되었다. 그리고 개념의 상당수가 조작적 정의를 갖지 않아, 두 연구자가 같은 사례를 보고 다른 판단을 내려도 그것을 가릴 방법이 없었다. 가장 강한 반론도 있다. 첫째,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것은 대체로 20세기 초의 형태이고 지금의 정신역동 치료는 그것과 다르다. 지금은 검사 가능한 예측을 내놓고 무선배정 시험으로 검사하는 연구들이 있으며, 그 시험들이 효과를 보고했다. 둘째, 이 계열이 내놓은 관찰 가운데 다른 계열로 흡수된 것이 많다. 사람이 자기 행동의 이유를 다 알지 못한다는 것, 초기 관계가 뒤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지금 어느 계열도 부정하지 않는다. 셋째, "비과학적"이라는 판정은 계열 전체가 아니라 특정 주장에 대해 내려야 한다. 한 계열 안에 검사 가능한 주장과 그렇지 않은 주장이 함께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주장 쪽을 반증 가능성의 문제로 정확히 적을 것
  • 반론에서 초기 형태와 지금의 형태를 구별할 것
  • 판정의 단위가 계열이 아니라 주장이어야 한다는 지적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려도 좋다. 실제로 이 논쟁은 진행 중이다. 다만 "치료 효과가 있으니 과학적이다"로 답하면 오답이다. 효과가 있는 것과 그 이론이 검사 가능한 것은 다른 물음이며, 이 구별을 흐리면 다음 절의 논의가 통째로 무너진다.

진단 체계 —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진단 분류 체계는 둘이 널리 쓰인다. 세계보건기구가 만드는 국제 질병 분류(ICD)는 통계·행정·보험의 국제 기준이고, 미국정신의학회가 만드는 편람(DSM)은 그 나라와 연구에서 널리 쓰인다. 둘은 서로를 참조하며 개정된다.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반대되는 목록이 아니라는 것을 읽어야 한다. 왼쪽의 쓸모가 진짜이기 때문에 오른쪽의 오해가 생긴다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반대되는 목록이 아니라는 것을 읽어야 한다. 왼쪽의 쓸모가 진짜이기 때문에 오른쪽의 오해가 생긴다>[원본 보기]

무엇인가. 합의로 만들어진 분류 규약이다. 같은 말을 쓰기 위한 약속이 첫 번째 쓰임이고, 거기서 세 가지가 따라 나온다 — 임상가 사이의 소통, 연구 표본의 정의, 그리고 행정과 보험의 기준이다. 이 쓸모는 진짜다.

무엇이 아닌가. 넷이다.

규약의 두 가지 성질

이 규약이 어떤 물건인지는 구조를 보면 드러난다. 여기서는 이름 없는 보기로 설명한다. 무엇을 판별하는 방법이 아니라 분류 규칙의 성질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문턱의 자리가 정해진 것이다.

문턱을 조금 옮기면 이름을 받는 사람 수가 크게 달라진다. 그 자리는 자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다
<문턱을 조금 옮기면 이름을 받는 사람 수가 크게 달라진다. 그 자리는 자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다>[원본 보기]

분포에 골짜기가 없으면 어디를 잘라도 자를 수 있다. 그리고 어디를 자르느냐가 이름을 받는 사람 수를 크게 바꾼다. 그래서 개정 때마다 이 자리가 논쟁이 된다.

둘째, "여럿 가운데 몇 개 이상"이라는 형태다.

같은 이름을 받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항목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 하나의 이름 아래 아주 많은 조합이 들어 있다
<같은 이름을 받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항목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 하나의 이름 아래 아주 많은 조합이 들어 있다>[원본 보기]

이 형태에는 장점이 있다. 같은 것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가가 따라온다. 하나의 이름 아래 서로 아주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러면 그 이름으로 모은 연구 표본이 균질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진단 체계의 타당도 논쟁의 밑에 깔린 구조다.

범주인가 차원인가 — 미결이다

이 문서는 이 사안을 미결로 다룬다. 저자가 고르지 않는다. 두 입장을 각각 가장 강한 형태로 적는다.

범주 쪽. 임상의 결정은 이산적이다. 하느냐 마느냐를 정해야 하고, 자원을 배분하려면 이름이 있어야 하며, 이름이 없으면 연구를 모을 수도 없다. 그리고 차원으로 다루자는 제안들이 아직 임상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지지 않았다.

차원 쪽. 관찰된 점수의 분포에 골짜기가 잘 나오지 않고, 한 이름 아래 서로 아주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며, 두 이름을 함께 받는 일이 예외가 아니라 규칙에 가깝다. 그리고 문턱 바로 위와 바로 아래의 사람이 서로 가장 비슷한데 한쪽만 이름을 얻는다.

대안 체계가 제안되어 있다. 연구용으로 차원과 기제를 축으로 삼자는 틀과, 위계적 차원 구조를 쓰자는 틀이 있다. 어느 것도 아직 임상 표준을 대신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5장의 도구로 정리해 둔다. 분류 체계에는 신뢰도 물음과 타당도 물음이 따로 있다. 두 임상가가 같은 사람을 보고 같은 이름을 붙이는가가 신뢰도이고, 그 이름을 뜻하는 대로 읽어도 되는가가 타당도다. 앞이 좋아져도 뒤가 따라오지 않는다. 개정을 거치며 신뢰도를 올리는 데는 상당히 성공했지만, 그것이 범주의 타당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예제 227

앞의 그림에서 "열 개 항목 가운데 다섯 개 이상이면 같은 이름을 붙인다"는 규칙을 보았다. 이 규칙으로 이름을 받게 되는 항목 조합이 모두 몇 가지인지 셈하고, 그 수가 뜻하는 것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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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것은 열 개 가운데 다섯 개 이상을 고르는 방법의 수다. 다섯 개인 경우, 여섯 개인 경우, … 열 개인 경우를 모두 더하면 된다.

서로 다른 열 개에서 k 개를 고르는 방법의 수는 조합의 수이고, 확률 문서가 앞부분에서 다룬다. 값은 이렇다.

(105)=252,(106)=210,(107)=120,(108)=45,(109)=10,(1010)=1

더하면 이렇게 된다.

252+210+120+45+10+1=638

638가지다. 답이 말이 되는지 보자. 전체 부분집합의 수가 210=1024 이고, 다섯 개 이상은 절반보다 조금 많아야 한다. 정확히 절반이 아닌 것은 다섯 개짜리가 "이상" 쪽에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638은 1024의 절반보다 조금 크고, 셈이 맞는다.

이 수가 뜻하는 것이 이 예제의 요점이다. 하나의 이름 아래 638가지가 들어 있다. 그리고 앞 그림에서 본 대로 그 가운데 어떤 두 조합은 공유하는 항목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 이것이 나쁜 설계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같은 것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면 이런 형태가 필요하다. 문제는 형태 자체가 아니라, 이 이름으로 모은 집단을 균질한 집단처럼 다룰 때 생긴다. 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그 이름을 받은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17장에서 본 "집단의 값을 개인에게 붙이는" 잘못이 된다.

예제 228

다음 넷 가운데 진단 분류 체계에 대한 서술로 옳은 것을 고르고, 나머지가 각각 어떤 오해에서 나오는지 밝혀라.

(가) 분류 체계에 실린 범주들은 자연에 실제로 있는 종류를 발견해 목록으로 만든 것이다.

(나) 분류 체계는 임상가들이 같은 말을 쓰기 위해 합의로 만든 규약이며, 개정마다 경계가 바뀐다.

(다) 어떤 이름을 받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왜 그런지를 설명해 준다.

(라) 분류 체계의 평정자 간 신뢰도가 높아지면 그 범주의 타당도도 함께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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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나)다. 합의로 만들어진 규약이라는 것과 개정마다 경계가 바뀐다는 것이 둘 다 맞다.

(가)는 분류를 발견으로 오해한 것이다. 경계는 자료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앞 그림에서 본 대로 골짜기 없는 분포에 문턱을 그은 것이고, 그 자리가 개정 때마다 논의된다. 다만 이것이 "아무렇게나 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위원회는 자료와 임상 경험을 놓고 정하며, 그 과정이 공개된다.

(다)는 이름을 설명으로 오해한 것이다. 이름이 겉으로 관찰되는 것들의 묶음으로 정의되어 있다면, 그 이름으로 그 관찰을 설명하는 것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17장의 성격 요인에서 본 것과 같은 구조다.

(라)는 5장이 갈라 놓은 두 가지를 다시 섞은 것이다. 신뢰도는 두 사람이 같은 이름을 붙이는지에 대한 것이고 타당도는 그 이름을 뜻하는 대로 읽어도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규칙을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 두면 신뢰도는 올라간다. 그런데 그 규칙이 가리키는 것이 하나의 종류인지는 별도의 물음으로 남는다.

이 문항이 겨누는 것 하나. "분류 체계는 규약이다"라는 말이 그 체계를 깎아내리는 말이 아니다. 규약이기 때문에 소통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규약을 규약이 아닌 것으로 읽을 때 생긴다.

효과 연구의 지형

이 절에는 서로 층이 다른 두 문장이 있다. 섞으면 안 된다.

정설 — 심리치료는 효과가 있다. 무처치나 대기자와 견준 무선배정 시험이 많고, 그것을 모은 종합에서 이득이 되풀이 보고되었다.

미결 — 그 효과가 무엇 때문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위의 문장은 정설이고 아래의 갈림은 미결이다. 두 층을 섞으면 효과가 있는지와 무엇 때문인지가 한 물음이 되어 버린다
<위의 문장은 정설이고 아래의 갈림은 미결이다. 두 층을 섞으면 효과가 있는지와 무엇 때문인지가 한 물음이 되어 버린다>[원본 보기]

공통요인 쪽은 계열이 달라도 함께 들어 있는 것들이 효과의 큰 몫을 낸다고 본다. 후보로 드는 것은 치료 동맹,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무슨 일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해 주는 틀, 그리고 치료자 개인의 차이다. 근거는 계열끼리 견준 시험에서 차이가 대체로 작다는 것, 그리고 동맹의 질이 결과와 관련된다는 보고가 되풀이 나왔다는 것이다.

약한 자리도 함께 적는다. 동맹과 결과의 관계는 대부분 상관이다. 좋아지고 있어서 동맹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4장의 세 갈래가 그대로 살아 있다.

특정성분 쪽은 어떤 문제에는 특정한 절차가 실제로 더 낫다고 본다. 근거는 성분을 빼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는 해체 설계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비교 시험에서는 계열 사이에 차이가 나온다는 것이다.

약한 자리는 검정력이다. 해체 설계로 작은 차이를 잡으려면 표본이 커야 하는데 실제 시험은 대개 작다. 5장에서 본 대로 작은 표본에서 "차이가 없다"는 결과는 "못 잡았다"와 구별되지 않는다.

도도새 판결의 정확한 지위

계열끼리 견주면 승자가 없다는 관찰에 오래된 이름이 붙어 있다. 도도새 판결이다. 동화에서 도도새가 경주를 끝내며 "모두가 이겼고 모두 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왔다. 로젠츠바이크(Saul Rosenzweig)가 1936년에 이 비유를 처음 썼고, 루보스키(Lester Luborsky)와 동료들이 1975년에 비교 연구를 모으며 되살렸다.

구간 대부분이 차이 없음을 감싸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 모양에서 나오는 결론이 모두 같다가 아니라는 것을 읽어야 한다
<구간 대부분이 차이 없음을 감싸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 모양에서 나오는 결론이 모두 같다가 아니라는 것을 읽어야 한다>[원본 보기]

정확한 지위는 "모두 같다"가 아니다. 자료에 맞는 요약은 "차이가 있어도 대체로 작고, 있는 차이가 설계와 얽혀 있다"이다. 얽힌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연구자 충성도다. 비교 시험의 결과가 연구자가 어느 계열에 속하는가와 관련된다는 보고가 되풀이 나왔다. 4장의 실험자 기대가 시험 수준에서 나타난 것이다.

예제 229

도도새 판결을 근거로 "계열끼리 차이가 없으니 무엇을 받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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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않다. 이 추론에는 서로 다른 잘못이 넷 들어 있다.

첫째, "차이가 없다"가 아니라 "차이가 대체로 작다"이다. 앞 그림에서 본 대로 구간 대부분이 0 을 감싸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절차가 낫다는 결과들이 있다.

둘째, 검정력 문제다. 계열 비교 시험은 대개 표본이 작다. 5장에서 세운 대로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지 않게 나온 결과는 "없다"가 아니라 "못 잡았다"일 수 있다. 구간이 넓으면 그 시험은 크기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셋째, 평균의 차이가 개인에 대한 예측이 아니다. 두 계열의 평균 결과가 비슷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한쪽이 훨씬 잘 맞을 수 있다. 이 문서가 되풀이하는 구별이다.

넷째, 이 판결이 비교한 것은 계열이지 "아무거나"가 아니다. 비교에 들어간 것들은 모두 훈련받은 사람이 체계적으로 하는 개입이었다. 그 밖의 것으로 결론을 넓히면 자료가 다루지 않은 데까지 간 것이다.

그러면 이 판결에서 실제로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계열을 고르는 것보다 다른 요인이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른 요인이 무엇인지가 바로 미결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예제 230

두 계열을 견준 시험에서 연구자 충성도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이 영향을 줄이려면 설계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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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문제는 4장의 실험자 기대가 시험 수준에서 나타난 것이므로, 대응도 그 장의 것과 같은 종류여야 한다 — 결심이 아니라 절차다. 넣어야 할 것이 다섯이다. 첫째, 양쪽 계열의 훈련받은 지지자가 함께 설계에 들어간다. 각 계열의 처치가 그 계열의 기준으로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그 계열 사람이 확인하게 한다. 둘째, 처치 충실도를 재서 보고한다. 각 처치가 매뉴얼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독립적인 평정자가 채점하면, "상대 계열을 대충 했다"는 설명을 검사할 수 있다. 셋째, 결과를 평정하는 사람을 은폐한다. 참가자와 치료자는 어느 처치인지 알 수밖에 없지만, 결과를 채점하는 사람은 모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분야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은폐다. 넷째, 결과 지표와 분석을 자료 보기 전에 정해 공개한다. 6장의 사전등록이며, 이 자리에서 특히 필요하다. 다섯째, 충성도 자체를 변수로 기록한다. 여러 시험을 모아 종합할 때 그 값을 넣어 보면 영향의 크기를 어림할 수 있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양쪽 계열이 함께 들어가는 설계, 또는 처치 충실도의 측정
  • 평정자 은폐 — 이 분야에서 무엇을 은폐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지 구별할 것
  • 사전등록 또는 결과 지표를 미리 정하는 장치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충성도의 영향을 작게 보는 답도 정당하다. 계열의 지지자가 그 처치를 더 잘 실시하는 것은 편향이 아니라 실제 차이일 수도 있다는 반론이 있고, 그 반론에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처치 충실도를 재는 것이 그 반론을 검사하는 방법이 된다. 다만 "연구자가 공정하게 하면 된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6장 전체가 그 처방을 반박한다.

이 분야의 연구가 어려운 자리

앞 절의 미결이 오래 미결로 남아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분야의 시험에는 다른 분야에서 쓰는 장치 몇 개를 쓸 수 없다.

첫째, 은폐가 거의 불가능하다. 참가자도 치료자도 어느 처치를 받고 있는지 안다. 4장에서 본 이중은폐가 원리적으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치의 효과"와 "기대의 효과"를 자료가 갈라 주지 않는다.

둘째, 비교 조건을 무엇으로 두느냐가 효과크기를 크게 바꾼다.

같은 개입이라도 무엇과 견주었는가에 따라 보고되는 효과크기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효과크기만 보고 견주면 안 된다
<같은 개입이라도 무엇과 견주었는가에 따라 보고되는 효과크기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효과크기만 보고 견주면 안 된다>[원본 보기]

대기자 명단과 견주는 설계가 특히 문제가 된다. 기다리는 동안 좋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지는 몫이 있으면, 그것이 처치의 효과에 더해져 보고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시험의 효과크기를 견줄 때는 비교 조건이 같은지부터 봐야 한다.

셋째, 이탈이 무선이 아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무선으로 빠지지 않는다. 15장에서 본 탈락 문제가 여기서도 그대로 걸린다.

넷째, 출판 편향이 크다. 6장에서 본 그대로다. 그리고 이 분야의 시험은 표본이 작은 경우가 많아 그 영향이 커진다.

그래서 이 분야의 결과를 읽을 때 물어야 할 것이 정해져 있다. 무엇과 견주었는가, 결과를 누가 어떻게 쟀는가, 몇 명이 남았는가, 그리고 사전등록이 있는가.

예제 231

가상의 연구다. 어떤 학습 습관 프로그램을 검사하려고 참가자 80명을 두 조건에 무선배정했다. 한쪽은 8주 프로그램을 받고 다른 쪽은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8주 뒤 프로그램 조건의 자기보고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 설계를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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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부터. 무선배정이 있다. 두 집단이 처음부터 달랐다는 설명이 크게 약해진다.

문제가 넷이다.

첫째, 대기자 명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조건이 아니다. 대기자는 "나는 아직 못 받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그 사실 자체가 점수를 내리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몫이 프로그램의 효과로 계산된다.

둘째, 은폐가 없다. 참가자는 자기가 무엇을 받았는지 알고, 결과가 자기보고다. 그러면 요구특성이 그대로 들어온다. 8주 동안 무언가를 받은 사람은 나아졌다고 보고할 이유가 있다.

셋째, 이 설계는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이 효과를 냈는가"에 답하지 않는다. 8주 동안 정해진 시간에 모이고 누군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점수가 움직일 수 있다.

넷째, 이탈을 확인해야 한다. 프로그램 조건에서 힘들어한 사람이 그만두었다면 남은 사람만으로 잰 결과는 위쪽으로 치우친다.

어떻게 고치는가. 셋이다.

  • 비교 조건을 겉모양이 비슷한 다른 활동으로 바꾼다. 같은 시간 동안 모이되 표적 성분이 없는 활동이면, 기대와 관심의 몫이 두 조건에 같이 들어간다.
  • 결과를 자기보고가 아닌 것으로도 잰다. 실제 학습 기록처럼 본인의 판단이 덜 들어가는 지표를 함께 쓴다.
  • 결과를 채점하는 사람을 은폐한다. 참가자를 은폐할 수 없어도 이것은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이 설계가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제공하지 않을 때보다 낫다"는 물음에는 답한다. 답하지 않는 것은 "그 이득이 프로그램의 내용 때문인가"이고, 두 물음을 갈라 적는 것이 이 예제가 요구하는 일이다.

예제 232

이 분야의 시험에서 이중은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왜 큰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지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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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중은폐가 하는 일은 처치가 무엇인지 아는 것에서 오는 효과를 처치 자체의 효과에서 떼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두 경로가 자료 안에서 붙어 다닌다. 참가자 쪽에서는 자기가 무엇을 받는지 알기 때문에 생기는 기대가 결과에 섞이고, 5장의 요구특성이 그대로 걸린다. 치료자 쪽에서는 자기가 어느 처치를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생기는 태도 차이가 섞이고, 6장에서 본 실험자 기대가 걸린다. 그러면 "이 처치가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무언가 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효과가 있다"와 구별되지 않는다.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가. 셋이다. 첫째, 결과를 평정하는 사람은 은폐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장치이고, 이것을 하지 않은 시험은 그만큼 약하게 읽어야 한다. 둘째, 비교 조건을 겉모양이 비슷한 다른 활동으로 두면 참가자 쪽 기대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다만 완전히 맞출 수는 없다. 셋째, 기대 자체를 재서 변수로 넣을 수 있다. 참가자에게 자기가 어느 조건이라고 생각하는지, 얼마나 나아질 것 같은지를 물어 두면 그 몫을 어림할 수 있다. 그리고 남는 한계를 정직하게 적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순수한 처치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지금 방법으로 되지 않는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참가자 쪽과 치료자 쪽 두 경로를 갈라 적을 것
  • 평정자 은폐가 실제로 가능한 장치라는 지적
  •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할 것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한계를 크게 보아 이 분야의 시험 결과 전반을 낮게 평가하는 답도 정당하다. 반대로 이 한계가 다른 분야의 행동 개입 시험에도 똑같이 있다고 지적하는 답도 좋다 — 실제로 그렇다. 다만 "그러므로 효과가 있다는 결론 자체를 믿을 수 없다"로 끝내면 오답이다. 무처치와 견준 이득은 이 한계를 감안해도 되풀이 보고되었고, 그것이 이 절 첫머리의 정설이다.

어떻게 훈련되는가

마지막 절이다. 그리고 이 절이 첫 절의 이유를 다시 설명한다.

오른쪽 칸이 글로 옮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 문서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왼쪽 칸까지다
<오른쪽 칸이 글로 옮겨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 문서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왼쪽 칸까지다>[원본 보기]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므로 이름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뼈대가 넷이다. 학위 과정에서 이론·연구방법·심리측정·윤리를 배우고, 감독을 받는 실습에서 실제 사례를 맡으며, 수퍼비전에서 자기가 한 것을 남에게 보이고 되먹임을 받고, 자격을 얻은 뒤에도 계속 교육과 윤리 규정이 이어진다.

가까운 직군의 구분도 적어 둔다. 정신의학은 의학 훈련을 받는다. 약물 처방과 신체 질환의 감별이 여기에 든다. 임상심리와 상담심리는 심리학 훈련을 받는다. 평가와 심리적 개입이 중심이고, 역할과 자격은 나라마다 다르므로 한 나라의 이름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

그리고 글로 옮겨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넷이다.

마지막으로 근거기반 실무의 세 다리를 적어 둔다. 최선의 연구 근거 · 임상적 전문성 · 내담자의 가치와 선호다. 셋 가운데 하나만 쓰는 것이 잘못이다. 연구 근거만 보면 앞의 사람이 지워지고, 전문성만 믿으면 4장과 6장이 다룬 문제로 돌아간다.

예제 233

"근거가 확인된 처치만 하면 된다"는 주장을 평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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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이 주장은 옳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그대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옳은 부분부터. 근거를 확인하지 않고 개입하는 것이 이 분야의 오랜 문제였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것이 근거기반 실무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 문서 전체가 그 방향에 서 있다. 성립하지 않는 부분이 셋이다. 첫째, 근거가 없는 것과 효과가 없는 것이 다르다. 5장에서 세운 구별이다. 어떤 문제나 어떤 집단에 대해서는 시험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일 수 있고, 그때 "근거가 없으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둘째, 시험에 들어간 사람과 앞에 있는 사람이 다르다. 시험은 조건을 좁혀 이루어지고, 실제로 오는 사람은 그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넷째가 여기 걸린다. 셋째, 내담자의 가치와 선호가 빠진다. 근거가 더 많은 처치를 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확한 형태는 이렇다 — "연구 근거를 첫 번째 기준으로 삼되, 그것이 이 사람에게 적용되는지를 전문성으로 판단하고, 그 사람의 가치와 선호를 함께 놓는다." 그것이 세 다리의 뜻이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근거 없음과 효과 없음의 구별
  • 시험의 표본과 앞의 사람이 다르다는 지적 — 외적 타당도 또는 네 물음의 넷째
  • 세 다리 가운데 나머지 둘이 왜 필요한지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연구 근거 쪽에 훨씬 큰 무게를 두는 답도 정당하다. 실제로 "전문성"과 "선호"가 근거를 무시하는 구실로 쓰인 역사가 있고, 그 지적에는 강한 근거가 있다. 반대로 세 다리가 서로 다투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할지에 규칙이 없다는 것을 비판하는 답도 좋다. 다만 "그러므로 근거는 참고 사항일 뿐"으로 끝내면 오답이다.

예제 234

이 장이 기법의 절차를 적지 않기로 한 결정을, 다른 장의 원칙과 견주어 정당화하거나 반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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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 정당화하는 쪽부터. 이 문서의 다른 장은 독자가 배운 것을 자기 상황에 대어 보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것이 이 문서가 하는 일이고, 그래서 예제가 판단형 위주다. 그런데 이 장에서는 같은 목표가 반대로 작동한다. 절차를 읽고 적용해 보는 일이 이 분야에서는 수퍼비전 아래에서만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문서의 원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 같은 원칙이 이 장에서 다른 결론을 낸 것이다. 그리고 이 문서는 다른 자리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 13장이 뇌 영상 한 장으로 설명했다고 하지 않는 것, 17장이 검사 점수를 개인에게 붙이지 않는 것이 같은 종류의 절제다. 반박하는 쪽도 있다. 절차를 감춘다고 사람들이 흉내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보는 다른 데서 구할 수 있고, 그렇다면 정확한 서술을 함께 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장의 침묵이 이 분야를 신비화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면 그것을 평가할 수도 없다. 이 문서의 답은 이렇다. 이 장은 "무엇을 하는가"는 적고 "어떻게 하는가"는 적지 않는다. 앞의 것은 평가에 필요하고 뒤의 것은 흉내에 필요하다.

답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

  • 이 결정이 문서의 원칙과 어떤 관계인지 — 어긴 것인지 같은 원칙의 다른 적용인지
  • 반대 방향의 논거를 하나 이상, 반박하기 쉬운 형태가 아니라 가장 강한 형태로
  • "무엇을 하는가"와 "어떻게 하는가"의 구별, 또는 그에 준하는 기준

다르게 답해도 되는 범위. 이 결정에 반대하는 결론을 내려도 좋다. 자습서가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가는 실제로 정해진 답이 없는 물음이다. 다만 "위험하니 아예 다루지 말았어야 한다"고 답하면 오답에 가깝다. 그러면 독자가 이 분야에 대한 주장을 만났을 때 아무 도구도 갖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이 장을 아예 빼지 않은 이유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용어
정신역동 / 인간중심 / 행동 / 인지행동 / 수용전념 계열무엇이 바뀌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보는지가 서로 다른 이론 계보들
진단 분류 체계합의로 만들어진 분류 규약. 소통 · 연구 표본의 정의 · 행정의 기준으로 쓰인다
국제 질병 분류(ICD) / 편람(DSM)세계보건기구의 국제 기준 / 미국정신의학회의 편람. 서로를 참조하며 개정된다
문턱연속된 분포에 그은 경계. 자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것이다
여럿 가운데 몇 개 이상 규칙같은 이름을 받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항목이 하나도 없을 수 있는 형태
범주 대 차원분류를 이산적 종류로 볼 것인가 연속된 축으로 볼 것인가. 미결이다
공통요인계열이 달라도 함께 들어 있는 것들. 동맹 · 기대 · 설명 틀 · 치료자의 차이
특정성분그 계열에만 있는 절차. 해체 설계로 검사한다
도도새 판결계열끼리 견주면 승자가 없다는 관찰. 정확히는 차이가 있어도 대체로 작다는 뜻이다
연구자 충성도비교 시험의 결과가 연구자가 속한 계열과 관련되는 것. 실험자 기대의 시험 수준 판본
해체 설계성분 하나를 빼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어 그 성분의 몫을 재는 설계
대기자 통제처치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기다리는 비교 집단. 효과크기를 부풀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거기반 실무최선의 연구 근거 · 임상적 전문성 · 내담자의 가치와 선호 셋을 함께 쓰는 것

이 장이 지킨 선. 기법의 절차, 자가 진단, 증상 목록, 조언 형태의 문장을 넣지 않았다. 증상과 진단을 다룰 때는 판별 기준이 아니라 분류 체계의 성질을 설명했고, 그림에서도 항목과 축을 전부 이름 없는 보기로 두었다.

사람 · 자료이 문서에서의 자리
프로이트 (Sigmund Freud) / 로저스 (Carl Rogers)정신역동의 출발 / 인간중심. 관계 자체를 변화의 원천으로 보았다
벡 (Aaron Beck) 과 엘리스 (Albert Ellis) / 헤이즈 (Steven Hayes)인지행동 / 수용전념 계열
로젠츠바이크 (Saul Rosenzweig)1936년 도도새 비유와 공통요인 발상
루보스키 (Lester Luborsky) 와 동료들1975년 비교 연구를 모아 도도새 판결을 되살렸다
릴리엔펠드 (Scott Lilienfeld)2007년 해를 끼친 개입 사례들을 정리했다

다음 장은 이 문서가 다루지 않은 분야와 갈라지는 길을 적는다. 그리고 이 문서가 준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결과를 외운 것이 아니라 결과를 판정하는 법을 익힌 것이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더 공부할 것

이 문서는 심리학의 골격을 한 바퀴 돈 것이다. 여기서 갈라지는 길을 정리해 둔다. 각 분야가 이 문서의 어느 장을 확장한 것인지 함께 적었다.

이 문서가 다루지 않은 분야

빠뜨린 것이 아니라 담지 못한 것이다. 각각이 이 문서만 한 분량을 갖는다.

이 사이트 안에서 이어지는 문서

학부·대학원 과정

더 나아가는 주제

공부 방식에 대한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