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 날짜: 2026-09-05
이 문서를 읽는 방법
이 문서는 심리학을 혼자 읽어 학사 과정 수준까지 도달하도록 정리한 자습서다. 학습·기억·인지·지각·발달·성격·정서·사회를 다루되, 그 결과들을 얻어 낸 방법을 먼저 세우고 시작한다.
이 과목의 목표는 유명한 실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장이 어떤 설계에서 나왔는지 읽어 내고, 그 주장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스스로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서가 다른 개론서와 다른 점
심리학에는 다른 과목에 없는 사정이 하나 있다. 교과서에 실려 있던 것이 무너진 일이 최근 십여 년 사이에 여러 번 있었다. 유명한 결과 상당수가 다시 해 보니 나오지 않았고, 그 실패가 개별 연구자의 부정이 아니라 방법과 유인 구조의 문제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래서 이 문서는 방법론을 부록이 아니라 앞쪽 본체에 둔다. 4·5·6장이 그것이다. 그 세 장을 읽고 나면 뒤의 모든 장을 "이 주장은 어떤 설계에서 나왔고 얼마나 버티는가"로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문서가 주려는 것이다.
6장 끝에서 네 물음을 세운다. 그 뒤로 모든 장이 그 넷을 이름으로 부른다.
| 물음 | 무엇을 보는가 |
|---|---|
| 재현되었는가 | 원 연구 하나뿐인가, 독립적으로 되풀이되었는가 |
| 표본이 무엇인가 | 누구를 대상으로 얻은 결과인가 |
| 효과가 얼마나 큰가 | ‘유의하다’는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
|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 실험실 과제에서 실제 행동으로 건너뛰지 않았는가 |
그리고 이 문서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 "…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다만 논란이 있다" 형태로 적지 않는다. 독자는 앞부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문서가 다루는 것과 다루지 않는 것
| 다루는 것 | 어디서 |
|---|---|
| 연구 방법과 심리측정, 재현 위기 | 4~6장. 이 문서의 뼈대다 |
| 학습, 기억, 인지, 언어 | 7~11장 |
| 감각과 지각, 몸과 마음, 의식과 수면 | 12~14장 |
| 발달, 정서와 동기, 성격과 지능 | 15~17장 |
| 사회심리학 | 18장. 재현 위기가 가장 크게 지나간 분야다 |
| 임상·상담 | 19장. 개관만 한다. 아래를 볼 것 |
19장에 선을 하나 긋는다. 그 장은 임상·상담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는 개관이지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기법의 절차, 자가 진단, 증상 목록을 진단처럼 늘어놓는 것을 싣지 않는다. 상담은 수퍼비전 아래 실습으로 익히는 것이라 글로 옮기면 읽은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힘든 상태에 있다면 이 문서가 아니라 전문가를 찾는 편이 낫다. 이 문서는 학문을 소개할 뿐이다.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가
중학교 수학까지면 된다. 심리학 배경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 확률과 통계 — 5장에서 효과크기와 검정력을, 10장에서 기저율을 쓴다. 계산은 개수를 세는 수준이고, 분포나 검정 공식은 쓰지 않는다. 더 필요하면 확률 문서로 간다
- 신경 생리 — 13장에서 뉴런이 신호를 낸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 원리는 일반생물학 문서가 다룬다
- 과학철학 — 필요하지 않다. 다만 철학 문서 8·9장이 귀납과 과학철학을 다루므로, 6장을 읽고 그쪽으로 가면 잘 이어진다
다른 문서와의 분업
| 그 문서가 하는 것 | 이 문서가 하는 것 |
|---|---|
| 확률 — 검정과 추정을 절차와 유도로 세운다 | 그 검정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왜 심리학이 p 값에서 효과크기로 옮겨 갔는지 |
| 확률 — 회귀를 수학으로 세운다 | 상관에서 인과를 읽으면 왜 틀리는지 |
| 일반생물학 — 막전위와 활동전위 | 그 위에서 시작한다. 회로와 기능 귀속의 논리 |
| 철학 —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 그 물음을 심리학이라는 구체적 사례에 대어 본다 |
| 철학 — 의식이 무엇인가(존재론) | 의식을 어떻게 재는가(측정) |
이 문서의 짜임
| 부 | 장 | 무엇을 하는가 |
|---|---|---|
| 1부 도구 | 3~6 | 이 학문이 무엇을 하는지 보이고, 방법과 측정을 세우고, 재현 위기를 다룬다 |
| 2부 배우고 기억하고 생각하기 | 7~11 | 학습·기억·인지·언어 |
| 3부 받아들이는 쪽 | 12~14 | 감각과 지각, 몸과 마음, 의식 |
| 4부 사람 | 15~17 | 발달·정서·성격과 지능 |
| 5부 사람들 사이 | 18~19 | 사회심리학, 그리고 임상·상담 개관 |
1부가 이 문서의 중심이다. 급하면 7장부터 읽어도 개별 장은 읽히지만, 그러면 이 문서를 쓴 이유가 사라진다. 4·5·6장을 건너뛰지 않기를 권한다.
권장 순서와 장별 난이도
| 장 | 주제 | 난이도 | 예상 시간 | 앞에 필요한 장 |
|---|---|---|---|---|
| 3 | 심리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 | ★ | 3시간 | - |
| 4 | 어떻게 알아내는가 | ★★ | 5시간 | 3 |
| 5 | 재는 일 — 심리측정 | ★★★ | 5시간 | 4 |
| 6 | 재현 위기 | ★★★ | 5시간 | 4, 5 |
| 7 | 학습 | ★★ | 4시간 | 4 |
| 8 | 기억 | ★★ | 4시간 | 4 |
| 9 | 기억은 어떻게 어긋나는가 | ★★ | 4시간 | 8 |
| 10 | 생각하기 | ★★★ | 5시간 | 5, 6 |
| 11 | 언어와 사고 | ★★★ | 4시간 | 7, 10 |
| 12 | 감각과 지각 | ★★★★ | 5시간 | 5 |
| 13 | 몸과 마음 | ★★★★ | 5시간 | 5, 6, 12 |
| 14 | 의식과 수면 | ★★★ | 4시간 | 12, 13 |
| 15 | 발달 | ★★★ | 4시간 | 4, 7 |
| 16 | 정서와 동기 | ★★★ | 4시간 | 4 |
| 17 | 성격과 지능 | ★★★★ | 5시간 | 5, 6 |
| 18 | 사회심리학 | ★★★ | 5시간 | 6 |
| 19 | 임상·상담 개관 | ★★ | 3시간 | 5, 6, 17 |
총 74시간 남짓이다. 하루 2시간이면 다섯 주 정도의 분량이다.
가장 걸리는 곳을 미리 알려 둔다. 12장의 신호탐지이론과 17장의 유전율이다. 앞의 것은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르는 생각이 처음에는 낯설어서 걸리고, 뒤의 것은 낱말의 일상적 뜻과 통계적 뜻이 크게 달라서 걸린다. 둘 다 그 자리에서 천천히 가는 편이 낫다 — 뒤에서 계속 쓴다.
이 문서가 지키려는 약속
- 재현 상태를 숨기지 않는다. 무너진 결과는 무너졌다고 적는다.
- 수치를 근거 없이 적지 않는다. 확인한 출처가 있는 수만 쓰고, 없으면 크기를 말로 적는다. 각 장 끝에 그 장이 확인한 출처를 모아 둔다.
- 예제 속 연구 가운데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지어낸 것이다. 그런 것에는 '가상의 연구'라고 적어 두었다.
- 정신질환을 예제의 소재로 쓰지 않고, 독자가 자기 상태를 재 보게 하는 척도를 싣지 않는다.
- 각 장은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표로 닫는다.
참고문서
이 문서는 아래 자료를 읽고 새로 썼다. 어느 것도 옮기거나 번역하지 않았다.
자유 이용 교재
- OpenStax, Psychology 2e (2020) — 개론 16장. CC BY-NC-SA 4.0. 표준적인 개론서 구성이라 이 문서와 장 구성을 견주며 읽기 좋다
- NOBA Project — 모듈 105개. CC BY-NC-SA 4.0. 주제별로 짧게 끊어져 있어 한 항목만 찾아 읽기 좋다
재현 위기를 이해하려면
- Open Science Collaboration (2015), Estimating the reproducibility of psychological science, Science 349:aac4716 — 6장의 근거가 된 연구
- Simmons, Nelson & Simonsohn (2011), False-Positive Psychology, Psychological Science 22:1359 — 연구자 자유도가 무엇인지 보인 논문
- APS Observer — 이 분야가 스스로를 고쳐 가는 과정을 따라가기 좋다
유료 교재
- Shaughnessy 외, Research Methods in Psychology — 4·5장의 정본
- Daniel Kahneman, Thinking, Fast and Slow — 10장의 배경. 다만 이 책의 여러 사례가 그 뒤 재현에 실패했으므로 10장의 판정과 함께 읽을 것
강의
심리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
심리학을 소개하는 글은 대개 결과부터 꺼낸다.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더라, 기억은 이렇게 어긋나더라. 이 문서는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결과를 먼저 놓고 방법을 뒤에 붙이면, 읽는 사람이 그 결과를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단을 갖지 못한 채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2010년대에 심리학은 자기 문헌을 되짚어 보는 큰 작업을 했고, 교과서에 실려 있던 유명한 결과 상당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6장이 그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 뒤로 이 분야를 읽는 방식이 달라졌고, 이 문서는 달라진 방식으로 쓴다.
이 장에서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심리학은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가.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다루는가.
- 그 설명은 어느 층위에서 하는 설명인가. 층위가 다르면 서로 다투는 것인가.
- 상식과 무엇이 다른가. 결과를 듣고 나면 늘 '당연한 이야기'로 보이는 것은 왜인가.
- 이 학문은 어떤 갈래로 나뉘어 있고,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되었는가.
- 왜 어려운가. 어려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앞 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없다. 심리학 배경 지식도, 통계를 배웠다는 것도 가정하지 않는다. 마지막 질문의 답이 4·5·6장 전체의 이유가 되므로, 이 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절은 마지막 절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무엇을 대상으로 삼는가
교과서적인 정의는 이렇다. 심리학은 행동과 정신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한 문장에 이 학문의 어려움이 통째로 들어 있으므로 두 낱말을 갈라 보자.
행동(behavior)은 밖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느 단추를 눌렀는지, 몇 초가 걸렸는지, 눈이 화면의 어디에 머물렀는지.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와 호르몬이 얼마나 나왔는지도 여기에 들어간다. 재는 방법이 정해져 있고, 두 사람이 각자 재도 같은 값이 나온다.
정신과정(mental process)은 그렇지 않다. 기억, 주의, 의도, 정서, 태도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은 직접 볼 수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행동 쪽이고, 정신과정은 행동에서 추론된 것이다.
그러면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학문인가. 그 점만 놓고 보면 물리학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전자를 눈으로 본 적이 없고, 전자에 대한 주장은 전부 계기 바늘의 움직임에서 추론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룬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고, 이 장 마지막 절이 그것을 다룬다.
다만 지금 못 박아 둘 것이 하나 있다. 정신과정을 다루려면 "이것을 재면 그것을 잰 것으로 치겠다"는 약속을 미리 해 두어야 한다. 기억을 잰다고 할 때 실제로 재는 것은 "30분 뒤에 다시 적어 낸 낱말의 개수" 같은 것이다. 이 약속을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라 하고, 4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지금은 이름만 알아 두면 된다.
설명의 층위
같은 물음에 대해 서로 다른 층위의 답이 나올 수 있다. 시험 전날 잠을 설쳤다고 하자.
이 그림에서 읽을 것은 층위끼리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성 체계가 켜져 있었다는 답과 시험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다는 답은 둘 다 참일 수 있고, 대개 둘 다 있어야 이야기가 끝난다.
그래도 자주 나오는 반문이 있다. "결국 다 뇌에서 일어나는 일 아닌가." 이 물음은 진지한 물음이고,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그것은 존재론의 물음이며 철학 문서 14장이 다룬다. 이 문서가 묻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어느 층위에서 무엇을 잴 수 있는가다. 13장에서 뇌 측정을 다룰 때 이 구별을 다시 쓴다.
상식과 무엇이 다른가
심리학 결과를 들으면 자주 이런 반응이 나온다. "그건 나도 알던 건데." 이 반응은 아주 자주 나오고, 실제로 어느 정도 맞는다. 그런데 그 반응이 나오는 방식 자체가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사후과잉확신
결과를 알고 나면 그 결과가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을 사후과잉확신(hindsight bias)이라 하고, 피시호프(Baruch Fischhoff)가 1975년에 발표한 연구가 이 현상을 실험으로 세운 것으로 널리 인용된다. 절차는 단순하다. 한 집단에게는 어떤 일의 결과를 알려 주지 않고 "이렇게 될 확률이 얼마라고 보는가"를 묻고, 다른 집단에게는 결과를 알려 준 뒤 "결과를 몰랐다면 얼마라고 봤겠는가"를 묻는다.
그림의 수치는 가상의 값으로 만든 도식이다. 요점은 값이 아니라 두 줄이 어긋난다는 것과, 아래쪽 사람들이 자기 추정이 결과 때문에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후과잉확신은 심리학에서 비교적 튼튼하게 재현되어 온 현상에 속한다.
이것이 "나도 알던 건데"의 정체다. 결과를 듣기 전에 물어보면 사람들의 답은 갈리고, 결과를 듣고 나서 물어보면 모두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답한다.
상식이 놓치는 세 가지
사후과잉확신 말고도 상식이 구조적으로 못 하는 일이 있다. 셋이다.
- 못 본 것을 세지 못한다. 어떤 습관이 성공과 이어진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 습관을 가진 성공한 사람만 떠올린다. 같은 습관을 가졌는데 잘 안 된 사람과, 그 습관이 없는데 잘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으므로 셈에 들어오지 않는다. 네 칸을 다 세는 것이 이 학문이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 드문 것을 과대평가한다. 기억에 잘 떠오르는 사건은 실제보다 흔하게 느껴진다. 크게 보도된 사고가 그 예다. 10장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 자기가 겪은 것을 표본으로 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무선표집된 사람들이 아니다. 4장에서 이 문제에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상식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상식은 서로 모순된다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상식은 반대되는 답을 동시에 갖고 있다.
| 이쪽도 상식이다 | 저쪽도 상식이다 |
|---|---|
|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 | 반대되는 사람끼리 끌린다 |
|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낫다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이 커진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
|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 쇠뿔도 단김에 빼라 |
어느 쪽 결과를 들려주어도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므로 '당연하게 들린다'는 것은 그 주장이 참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상식이 갖지 못한 것은 답이 아니라, 둘 중 어느 쪽이 언제 맞는지를 정하는 절차다.
심리학이 하는 일이 그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이 내놓는 답은 대개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이런 조건에서는 이쪽, 저런 조건에서는 저쪽"이다. 그러면 상식의 두 문장은 각각 어느 조건을 가리키는지가 정해진다.
이 학문은 어떻게 나뉘어 있는가
심리학은 물음의 종류에 따라 갈래가 나뉜다. 아래 지도는 이 문서의 장 구성과 맞춰 놓은 것이다.
이 지도에서 읽을 것은 갈래의 이름이 아니라 방법이 갈래를 관통한다는 사실이다. 기억을 연구하는 사람과 사회 행동을 연구하는 사람이 쓰는 설계와 통계는 거의 같다. 그래서 6장에서 볼 문제도 특정 갈래의 문제가 아니라 공통의 방법에서 난 문제였다.
갈래를 나누는 또 하나의 축은 기초와 응용이다. 기초 쪽은 "사람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묻고, 응용 쪽은 "그것을 알고 나면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학습과 기억을 다루는 기초 연구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를 다루는 교육 쪽 연구가 그런 짝이다.
두 축을 섞어 쓸 때 조심할 것이 있다. 기초에서 얻은 결과를 응용 자리로 옮길 때는 옮겨도 되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낱말 목록으로 얻은 결과가 교실에서 교과 내용에 대해서도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물음이고, 대개 별개의 연구가 필요하다. 6장에서 이 물음에 이름을 붙인다.
이 문서가 다루는 범위에 대해 미리 밝혀 둘 것이 둘 있다.
- 생물심리학과 감각지각은 얇게 다룬다. 뇌 해부를 그림으로 정확히 그릴 수 없기 때문이고, 그 한계를 13장에서 밝힌다.
- 임상·상담은 19장 한 장으로 개관만 한다. 이론의 계보와 이 분야가 어떻게 훈련되는지를 다루고, 기법의 절차나 자가 진단은 다루지 않는다. 그 장 첫머리에서 이유를 밝힌다. 그리고 이 문서의 어느 장에서도 정신질환을 예제의 소재로 쓰지 않는다.
어떻게 지금 모습이 되었는가
심리학의 역사는 학파의 이름을 외우는 방식으로 배우면 재미없고 쓸모도 없다. 대신 한 가지만 따라가 보자. 무엇을 자료로 인정할 것인가. 학파가 바뀐 자리는 거의 전부 이 물음의 답이 바뀐 자리다.
순서를 짚어 보자.
- 1879년, 분트(Wilhelm Wundt, 1832–1920)가 라이프치히에 실험실을 열었다. 이것을 심리학이 독립한 시점으로 세는 것이 관례다. 새로운 것은 주제가 아니라 절차였다. 자극을 통제해 주고 반응을 재는 방식이 여기서 자리를 잡았다. 분트와 티치너(Edward Titchener, 1867–1927)가 이끈 흐름을 구성주의(structuralism)라 부르고, 훈련된 관찰자가 자기 의식 경험을 보고하는 내성(introspection)을 주된 자료로 삼았다.
- 거의 같은 무렵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기억을 재는 절차를 만들었다. 8장에서 그 결과를 다시 본다.
-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는 의식을 성분으로 쪼개는 대신 무엇에 쓰이는가를 물었다. 이 흐름을 기능주의(functionalism)라 한다.
- 1913년, 왓슨(John B. Watson, 1878–1958)이 내성을 자료에서 빼자고 주장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내성 보고는 사람마다 다르고, 다를 때 누가 맞는지 가릴 방법이 없다. 관찰 가능한 행동만 자료로 삼자는 이 흐름이 행동주의(behaviorism)이고, 스키너(B. F. Skinner, 1904–1990)가 그것을 가장 멀리 밀고 나갔다.
- 1950년대 후반부터 흐름이 다시 바뀐다. 행동만으로는 언어와 기억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고, 컴퓨터라는 새 비유가 들어왔다. 밀러(George A. Miller, 1920–2012)가 1956년에 발표한 기억 용량에 대한 논문과 나이서(Ulric Neisser, 1928–2012)가 1967년에 낸 책이 자주 이정표로 인용된다. 이 흐름을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라 부른다.
- 그 뒤로 측정 수단이 늘었다. 뇌 활동을 재는 방법이 들어왔고, 자료가 커졌고, 계산 모형이 늘었다. 그리고 2010년대에 방법 자체를 검사하는 국면이 왔다. 6장의 주제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것이 하나 있다. 행동주의가 틀려서 버려진 것이 아니다. 조건형성 연구는 지금도 튼튼하고 7장이 그것을 정면으로 다룬다. 바뀐 것은 "속을 묻지 않는다"는 금지였다. 인지혁명이 한 일은 속을 묻되 검사 가능한 형태로 묻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반응 시간이나 오류의 종류처럼 밖에서 잴 수 있는 것으로 속의 처리 과정을 검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 학문이 왜 어려운가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4·5·6장 전체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심리학이 어려운 이유는 연구하는 사람이 게을러서도, 이 분야가 아직 젊어서도 아니다. 재려는 대상의 성질에서 나온다. 다섯 자리가 있다.
- 1. 재려는 것을 직접 볼 수 없다. 기억을 재는 것이 아니라 회상한 개수를 잰다. 그 둘이 같은 것이라는 보장은 따로 만들어야 한다.
- 2. 대상이 재는 일을 알아챈다. 전자는 관찰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지만 사람은 달라진다. 관찰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행동이 바뀌고, 연구가 무엇을 바라는지 눈치채면 거기에 맞춰 주기도 한다.
- 3.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집단의 평균이 그 집단의 어느 개인도 서술하지 않을 수 있다.
- 4. 원인이 여럿이고 서로 얽혀 있다. 하나의 원인이 설명하는 몫이 대개 작다. 그래서 효과가 작고, 작은 효과를 잡으려면 표본이 커야 한다. 5장에서 이 셈을 한다.
- 5. 조사된 사람이 인류를 대표하지 않는다. 심리학 연구의 참가자는 특정한 나라의 대학생에 크게 기울어 있다. 4장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다섯을 없앨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줄이고, 남은 것을 드러내 놓고 셈에 넣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서는 방법을 부록이 아니라 본체에 둔다. 4장이 설계를, 5장이 측정을, 6장이 그 둘을 실제로 지키지 못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룬다.
그리고 이 절을 읽고 나서 흔히 나오는 두 결론이 둘 다 틀렸다.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다"도, "심리학의 결과는 다 믿을 만하다"도 이 그림을 안 본 결론이다. 옳은 태도는 셋째다. 어떤 주장이 어떤 설계에서 나왔는지를 보고, 그만큼만 믿는 것. 그 잣대를 6장에서 네 물음으로 정리한다.
그럼에도 이 학문이 가진 것
어려움만 늘어놓으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 학문이 직관에 견주어 실제로 갖고 있는 것을 적어 두자. 셋이다.
- 틀렸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직관은 스스로를 검사하지 못한다. 앞 절에서 본 사후과잉확신 때문에, 직관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자기가 맞았다고 기록한다. 절차를 정해 두면 자기 예상이 틀렸다는 것이 기록에 남는다. 6장의 이야기 자체가 이 능력의 산물이다. 스스로 대규모로 자기 문헌을 다시 검사한 분야는 많지 않다.
- 크기를 말할 수 있다. "영향이 있다"와 "영향이 이만큼이다"는 다르고, 실제 결정에 쓰이는 것은 뒤쪽이다. 5장이 그 도구를 세운다.
-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상식이 반대되는 두 문장을 함께 갖고 있다면, 각 문장이 어느 조건에서 맞는지를 정하는 일이 남는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설계다.
이 셋 가운데 어느 것도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설계가 나쁘면 셋 다 잃는다. 그것이 4·5·6장을 앞쪽에 두는 이유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행동(behavior) | 밖에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것. 반응 시간, 선택, 생리 지표를 포함한다 |
| 정신과정(mental process) | 직접 관찰할 수 없고 행동에서 추론되는 것. 기억·주의·의도·정서·태도 |
|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 | 무엇을 재면 그 개념을 잰 것으로 칠지 미리 정해 두는 약속. 4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
| 설명의 층위 | 같은 현상에 대한 생물·개인·사회문화·발달 층위의 설명.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
| 사후과잉확신(hindsight bias) | 결과를 알고 나면 그 결과가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
| 내성(introspection) | 자기 의식 경험을 스스로 관찰해 보고하는 것. 구성주의의 주된 자료였다 |
| 구성주의(structuralism) | 의식 경험을 성분으로 나누어 기술하려 한 흐름. 분트·티치너 |
| 기능주의(functionalism) | 의식의 성분이 아니라 쓰임을 물은 흐름. 제임스 |
| 행동주의(behaviorism) | 관찰 가능한 행동만 자료로 삼자는 흐름. 왓슨·스키너 |
|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 | 속의 처리 과정을 다루되 밖에서 잴 수 있는 것으로 검사하는 길을 연 전환 |
| 사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분트 (1832–1920) | 1879년 라이프치히 실험실. 심리학이 독립한 시점으로 세는 것이 관례다 |
| 티치너 (1867–1927) | 구성주의를 영어권에 세웠다 |
| 에빙하우스 (1850–1909) | 기억을 재는 절차를 만들었다. 8장에서 다시 나온다 |
| 제임스 (1842–1910) | 기능주의. 성분이 아니라 쓰임을 물었다 |
| 왓슨 (1878–1958) | 1913년 행동주의 선언. 내성을 자료에서 뺐다 |
| 스키너 (1904–1990) | 행동주의를 가장 멀리 밀고 나갔다. 7장의 주역이다 |
| 밀러 (1920–2012) | 1956년 기억 용량 논문. 인지혁명의 이정표로 인용된다. 8장에서 다시 나온다 |
| 나이서 (1928–2012) | 1967년 인지심리학 교과서. 흐름에 이름을 주었다 |
| 피시호프 (Baruch Fischhoff) | 1975년 사후과잉확신 연구 |
다음 장은 이 장이 던져 놓은 물음을 받는다.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재는가, 그리고 "A 다음에 B 가 있었다"에서 "A 가 B 를 일으켰다"로 어떻게 건너가는가. 두 번째 물음이 이 문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가 된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OpenStax, Psychology 2e — 1장(심리학의 역사와 분야)
- NOBA Project — History of Psychology
- Fischhoff, B. (1975). Hindsight is not equal to foresight. JEP: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1(3), 288–299
어떻게 알아내는가
3장에서 심리학이 다루는 것 대부분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았다. 이 장은 그럼에도 어떻게 알아내는지를 다룬다.
이 장이 이 문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장이다. 7장부터 19장까지 나오는 모든 주장에는 "어떤 설계에서 나온 주장인가"라는 꼬리표가 붙는데, 그 꼬리표를 읽는 법이 여기에 있다.
답할 질문은 넷이다.
- 설계에는 어떤 갈래가 있고, 갈래마다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은 말할 수 없는가.
- "A 와 B 가 함께 움직인다"에서 "A 가 B 를 일으킨다"로 왜 곧장 갈 수 없는가.
- 실험은 정확히 무엇을 해서 그 건너뜀을 가능하게 만드는가.
- 실험을 할 수 없을 때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실험은 무엇인가.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3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조작적 정의라는 이름 하나와, 다섯 어려움의 목록이다. 통계 지식은 가정하지 않는다. 검정과 신뢰구간을 계산하는 일은 이 문서가 하지 않고 확률 문서가 한다. 그 문서의 10·11·12장이 추정·가설검정·회귀와 상관을 수학으로 세운다. 여기서는 그 계산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만 다룬다.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를 설계가 정한다
연구 설계는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뉘지 않는다. 물음마다 갈 수 있는 데까지가 정해져 있고, 설계는 그 한계를 정하는 장치다.
갈래는 셋이다.
- 기술 연구(descriptive research) — 무엇이 일어나는지 적는다. 자연관찰, 사례 연구, 조사가 여기에 든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일이 있었고 대략 얼마나 흔하다"까지다.
- 상관 연구(correlational research) — 두 가지가 함께 움직이는지 본다. 말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움직인다, 그리고 얼마나 세게"와 "한쪽을 알면 다른 쪽을 얼마간 예측할 수 있다"까지다.
- 실험(experiment) — 조건을 연구자가 정해서 준다. 그러면 "이 조작이 저 측정치를 움직였다"고 말할 수 있다. 대신 물을 수 있는 물음이 가장 좁다.
마름모의 물음이 결정적이다. 누가 어느 조건에 들어갈지를 연구자가 정할 수 있는가. 정할 수 있으면 실험이고, 이미 갈려 있는 집단을 견주는 것이면 실험이 아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견주는 연구는 실험실에서 하더라도 실험이 아니다. 누가 흡연자가 될지를 연구자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작적 정의 — 재려면 먼저 말을 정해야 한다
어떤 설계를 쓰든 그 앞에 할 일이 있다. 재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하는 일이다.
"끈기 있는 사람이 성취가 높은가"라는 물음을 생각해 보자.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끈기가 무엇인지, 성취가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는 그것을 정하는 일이다 — "이것을 재면 그 개념을 잰 것으로 치겠다"는 약속.
| 개념 | 조작적 정의의 예 | 그 정의가 놓치는 것 |
|---|---|---|
| 끈기 | 풀리지 않는 퍼즐을 그만두기까지 버틴 시간(초) | 그만두는 것이 현명한 상황에서도 버티는 사람이 높게 나온다 |
| 주의 | 방해 자극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반응 시간 차이 | 오래 지속되는 주의는 이 짧은 과제로 잡히지 않는다 |
| 친사회성 | 실험이 끝난 뒤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주는가 | 한 번의 상황이라 일관성을 말할 수 없다 |
| 학업 성취 | 한 학기 평점 | 과목 난이도와 학과가 다르면 견줄 수 없다 |
표의 셋째 칸이 요점이다. 모든 조작적 정의는 개념보다 좁다. 그래서 결론도 그 정의만큼만 말해야 한다. "버틴 시간이 긴 사람이 평점이 높았다"와 "끈기 있는 사람이 성취가 높다"는 다른 문장이고, 앞의 것에서 뒤의 것으로 가려면 그 정의가 그 개념을 잘 대신한다는 증거가 따로 있어야 한다. 그 증거를 다루는 것이 5장의 타당도다.
나쁜 조작적 정의를 알아보는 방법이 하나 있다. 정의를 읽고 나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잴 수 있는가. "참가자가 얼마나 몰입했는지 실험자가 평정한다"는 나쁜 정의다. 평정 기준이 적혀 있지 않으면 사람마다 다르게 잰다.
관찰하고 묻는다
기술 연구부터 보자.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자주 오해받는 갈래다.
자연관찰과 사례 연구
자연관찰(naturalistic observation)은 상황에 손대지 않고 일어나는 것을 기록한다. 장점은 분명하다. 실험실에서 만들 수 없는 행동을 볼 수 있다. 단점도 분명하다. 무엇이 무엇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고, 관찰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행동이 달라진다. 3장에서 본 두 번째 어려움이다. 그래서 관찰자를 숨기거나,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기록 장치만 두고 사람은 물러난다.
사례 연구(case study)는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을 깊이 들여다본다. 드문 경우를 다룰 때 대신할 것이 없다. 어떤 능력이 특정하게 무너진 사례 하나가 "그 능력이 다른 능력과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고, 그런 사례가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의 여러 구분을 만들었다. 13장에서 다시 본다.
다만 사례 연구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얼마나 흔한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지를 말할 수 없다. 사례 하나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를 보이는 데 강하고 "이런 일이 일반적이다"를 보이는 데 아무 힘이 없다. 사례를 근거로 일반 주장을 하는 것이 이 갈래의 가장 흔한 오용이다.
조사 — 누구에게 물었는가
조사(survey)는 많은 사람에게 물어 분포를 얻는다. 여기서 결과를 정하는 것은 문항만이 아니라 누구에게 물었는가다.
모집단(population)은 결론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 전체이고, 표본(sample)은 실제로 조사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선표집(random sampling)이다. 모집단의 각 사람이 뽑힐 확률을 같게 해서 우연이 고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조사에서 표본은 세 자리에서 기울어진다.
- 표집틀이 좁다. 명단이 있는 사람에게만 연락할 수 있다. 명단에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뽑힐 확률이 0 이다.
- 응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대개 가장 큰 문제다. 응답한 사람과 응답하지 않은 사람이 물음과 관련해서 다르면, 표본은 아무리 커도 기울어 있다. "설문에 답할 시간이 있는 사람"은 이미 특정한 사람들이다.
- 문항이 답을 민다. 같은 것을 묻는데 낱말과 순서만 바꿔도 답의 분포가 달라진다. 5장에서 이것을 반응 편향으로 다룬다.
WEIRD 표본
심리학 문헌 전체에 걸친 기울어짐이 하나 있다. 조사된 사람이 인류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헨릭(Joseph Henrich)과 동료들이 2010년에 이 문제를 정리하면서 WEIRD 표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섯 낱말의 머리글자다.
| 글자 | 낱말 | 뜻 |
|---|---|---|
| W | Western | 서양의 |
| E | Educated | 교육받은 |
| I | Industrialized | 산업화된 |
| R | Rich | 부유한 |
| D | Democratic | 민주주의 국가의 |
그 논문은 주요 학술지의 표본이 서양 산업국가에, 그리고 그 안에서도 대학생에 크게 쏠려 있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든다. 쏠림의 정도는 학술지와 시기에 따라 다르므로 여기에 하나의 수치를 적지 않는다. 확인하려면 원 논문의 조사표를 보는 편이 낫다.
이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표본이 좁다"는 흔한 지적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 논문의 주장은 WEIRD 표본이 인류 전체에서 오히려 별난 쪽에 놓이는 항목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몇몇 지각 과제, 공정성 판단, 자기를 어떻게 서술하는가 같은 영역에서 그렇다고 보고했다. 그것이 맞다면 대학생 표본은 "조금 치우친 표본"이 아니라 가장 치우친 쪽에서 뽑은 표본이 된다.
이 지적이 어디까지 가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어떤 현상은 문화에 따라 크게 다르고 어떤 현상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6장에서 볼 다중연구실 연구 가운데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같은 절차를 돌려 보고, 효과의 크기가 나라에 따라 달라진 정도보다 '어떤 효과인가'에 따라 달라진 정도가 훨씬 컸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대학생 표본이니 다 무의미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결론은 이것이다. 표본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그 표본이 결론의 범위를 정하게 두라.
이 물음은 6장에서 네 물음의 둘째 자리를 얻는다.
상관 — 그리고 인과로 미끄러지는 자리
두 값이 짝지어 있고, 한쪽이 클 때 다른 쪽도 큰 경향이 있으면 상관(correlation)이 있다고 한다. 세기와 방향을 하나의 수로 적은 것이 상관계수이고 −1 과 1 사이의 값이다. 0 은 직선 관계가 없다는 뜻이고, 부호는 방향을, 절댓값은 세기를 나타낸다.
계산은 이 문서가 하지 않는다. 확률 문서 12장이 상관계수와 회귀를 수학으로 세운다.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짚는다.
첫째, 상관계수는 직선 관계의 세기만 잰다.
둘째, 그리고 이 절의 본론이다. 상관에서 인과로 갈 수 없다.
왜 갈 수 없는가
X 와 Y 가 함께 움직인다는 자료를 손에 넣었다고 하자. 이 자료를 낼 수 있는 그림이 넷이다.
- X 가 Y 를 일으킨다. 우리가 기대하던 그림이다.
- Y 가 X 를 일으킨다. 방향이 반대다.
- 제3의 변수 Z 가 둘 다 일으킨다. 이런 Z 를 혼입변수(confound)라 한다.
- 우연이다. 변수를 많이 뒤지면 관계는 저절로 나온다.
셋째가 가장 자주 걸리는 자리다. 확률 문서 12장이 같은 문제를 회귀의 언어로 다루며, 거기서는 이 변수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므로 링크를 따라갈 때 참고하면 된다.
실험 — 무선배정이 하는 일
실험은 앞 절의 세 갈래를 한꺼번에 지우는 장치다. 어떻게 지우는지 보자.
용어부터 정한다. 연구자가 정해서 바꾸는 것을 독립변수(independent variable), 그 결과로 재는 것을 종속변수(dependent variable)라 한다. 조작을 받는 쪽을 처치 집단, 받지 않는 쪽을 통제 집단(control group)이라 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무선배정(random assignment) — 누가 어느 집단에 갈지를 우연이 정하게 하는 것.
무선배정이 하는 일은 하나뿐인데 그 하나가 결정적이다. 두 집단이 처치 말고는 평균적으로 같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균적으로"와 "재지 못한 것까지"다. 앞 절의 통제는 잰 변수만 다룰 수 있었지만, 무선배정은 연구자가 생각조차 못 한 변수까지 두 집단에 고르게 섞는다. 이것이 통계적 통제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두 집단의 결과가 다를 때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처치와 우연뿐이 된다. 우연으로 그만한 차이가 날 만한지를 따지는 것이 통계 검정이고, 그 계산은 확률 문서 11장이 한다.
무선표집과 헷갈리지 말 것
두 낱말이 닮았지만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헷갈리는 자리이므로 그림으로 갈라 놓는다.
| 무선표집 | 무선배정 | |
|---|---|---|
| 언제 하는가 | 누구를 연구에 부를지 정할 때 | 부른 사람을 조건에 나눌 때 |
| 무엇을 지키는가 | 표본에서 본 것을 모집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 집단 차이의 원인을 처치라고 말할 수 있다 |
| 안 하면 | 이 사람들에게서는 이랬다까지만 말할 수 있다 | 차이의 원인을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
| 부르는 이름 | 외적 타당도를 지킨다 | 내적 타당도를 지킨다 |
실제 연구는 대개 무선표집은 못 하고 무선배정만 한다. 대학생 200명을 모아 동전을 던져 두 조건에 나누는 식이다. 그러면 "이 처치가 이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말할 수 있고 "사람 일반에게 효과가 있다"는 말할 수 없다. 앞 절의 WEIRD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혼입변수를 막는 장치들
무선배정만으로 막지 못하는 것이 있다. 기대다. 참가자가 자기가 처치를 받았다는 것을 알면 그것만으로 달라지고, 실험자가 알면 자기도 모르게 다르게 대한다.
- 위약(placebo) — 통제 집단에도 겉보기가 같은 것을 준다. 그러면 "무언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두 집단에 똑같이 걸린다.
- 은폐(blinding) — 참가자에게 자기 조건을 알리지 않는다. 실험자에게도 알리지 않으면 이중은폐다.
- 절차의 표준화 — 실험자가 하는 말과 순서를 문서로 못 박는다. 사람이 말로 하는 부분이 남아 있으면 그 부분이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실험에서도 무너질 수 있는 자리가 있다. 탈락이다. 처치가 힘들어서 처치 집단에서만 사람이 많이 빠져나가면, 남은 사람들은 더 이상 무선배정된 두 집단이 아니다. 그래서 탈락자 수는 결과와 함께 보고해야 한다.
타당도 — 내적과 외적
앞 절에서 두 낱말을 썼다. 이제 정의한다.
- 내적 타당도(internal validity) — 이 연구 안에서, 관찰된 차이의 원인을 처치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
-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 — 이 연구에서 본 것을 다른 사람·다른 상황·다른 과제로 옮길 수 있는 정도.
내적 타당도를 위협하는 것들에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따로 볼 만하다.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다. 눈에 잘 띄지 않고, 처치 효과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어떤 점수든 실력에 그날의 우연이 얹혀 있기 때문이다. 아래쪽만 골라 뽑으면 실력이 낮은 사람과 함께 "그날 운이 나빴던 사람"이 많이 뽑힌다. 그 운은 다음에 되풀이되지 않으므로 두 번째 측정에서는 평균이 올라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올라간다.
이것이 실무에서 만드는 결과가 크다. 가장 나쁜 상태에 있을 때 무언가를 시작하면, 그 무언가가 아무 효과가 없어도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성적이 가장 나쁠 때 학원을 옮기고, 팀 성적이 가장 나쁠 때 감독을 바꾸는 경우가 그렇다. 통제 집단 없이는 이것과 진짜 효과를 가릴 수 없다.
둘은 맞바꿈 관계에 있다
내적 타당도를 올리려면 상황을 통제해야 하고, 통제할수록 상황이 실제 상황과 멀어진다. 실험실에서 화면을 보며 단추를 누르는 과제는 내적 타당도가 높고 외적 타당도가 의심스럽다. 반대로 실제 교실에서 한 학기를 관찰하면 외적 타당도는 높고 내적 타당도가 낮다.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 답이 아니다. 같은 물음을 서로 다른 타당도를 가진 설계로 여러 번 묻고, 답이 일치하는지 보는 것이 실제로 쓰는 방법이다. 실험실에서 잡은 효과가 현장에서도 나오면 두 설계의 약점이 서로 다르므로 결론이 훨씬 단단해진다.
외적 타당도의 물음은 6장에서 네 물음의 넷째 자리를 얻는다.
무선배정을 할 수 없을 때
실험을 할 수 없는 물음이 아주 많다. 사람에게 특정 환경에서 자라라고 배정할 수 없고, 어떤 사건을 겪게 만들 수도 없다. 발달, 성격, 사회 제도를 다루는 물음의 상당수가 여기에 든다.
그럴 때 쓰는 것이 준실험(quasi-experiment)이다. 무선배정 없이, 이미 갈려 있는 집단을 견주되 갈림에서 오는 차이를 최대한 걷어 내려는 설계다.
사다리의 맨 위 바로 아래에 있는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이 특히 쓸모 있다. 제도가 바뀐 시점, 추첨으로 자리를 배정한 프로그램, 커트라인 바로 위와 바로 아래처럼 사람의 뜻과 무관하게 갈린 자리를 찾아 쓰는 것이다. 갈림이 정말로 우연에 가까웠다면 무선배정에 가까워진다.
다만 "정말로 우연에 가까웠는가" 자체가 논증거리이고, 대개 그 논증이 논문의 본체다. 커트라인 바로 아래에 있던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들어갈 길을 찾았다면 갈림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되는 연구
앞 절에서 "배정해서는 안 되어서 못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 선을 여기서 정리한다.
핵심은 셋이다.
- 사전동의(informed consent) — 참가자가 무엇을 하게 되는지 미리,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압력 없이 알고 스스로 들어온다.
- 철회권 — 언제든 이유 없이 그만둘 수 있고 그만두어도 불이익이 없다.
- 사후설명(debriefing) — 속임을 썼다면 끝나고 반드시 무엇을 왜 감췄는지 밝힌다.
속임이 필요한 자리가 실제로 있다. 참가자가 연구의 목적을 알면 그 목적 때문에 행동이 달라지는 물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임은 사전동의와 정면으로 부딪히므로 조건이 붙는다. 속이지 않으면 그 물음을 물을 수 없고, 부담이 작고, 사후설명이 보장될 때만 허락된다. "그러는 편이 편해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규칙들은 책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해를 입은 뒤에 만들어졌다. 20세기 중반의 몇몇 연구가 그 계기였고, 18장에서 그 가운데 둘을 다시 본다. 규칙을 외우는 것보다 무엇을 막으려고 생긴 규칙인가를 아는 편이 쓸모 있다.
그리고 이 선은 연구자가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기관의 심사 위원회가 연구 계획을 미리 검토한다. 당사자가 자기 연구의 부담을 스스로 판정하는 것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것이 이 제도의 전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기술 연구(descriptive research) | 무엇이 일어나는지 적는 연구. 자연관찰·사례 연구·조사 |
| 상관 연구(correlational research) | 두 변수가 함께 움직이는지 보는 연구. 예측은 되고 개입은 안 된다 |
| 실험(experiment) | 연구자가 조건을 정해서 주는 연구. 인과를 말할 수 있다 |
|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 | 무엇을 재면 그 개념을 잰 것으로 칠지 미리 정하는 약속. 언제나 개념보다 좁다 |
| 모집단 / 표본 | 결론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 전체 / 실제로 연구에 들어온 사람들 |
| 무선표집(random sampling) | 누구를 부를지 우연이 정하게 하는 것. 외적 타당도를 지킨다 |
| 무선배정(random assignment) | 부른 사람이 어느 조건에 갈지 우연이 정하게 하는 것. 내적 타당도를 지킨다 |
| WEIRD 표본 | 서양의 · 교육받은 · 산업화된 · 부유한 · 민주주의 국가의 표본. 심리학 문헌 전체가 여기 쏠려 있다 |
| 상관계수 | 직선 관계의 방향과 세기를 −1 에서 1 사이로 적은 값. 계산은 확률 문서 12장 |
| 혼입변수(confound) |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함께 움직여 둘의 관계처럼 보이게 만드는 제3의 변수 |
| 독립변수 / 종속변수 | 연구자가 정해서 바꾸는 것 / 그 결과로 재는 것 |
| 통제 집단(control group) | 처치를 받지 않는 비교 집단. 내적 타당도 위협 여럿을 한꺼번에 막는다 |
| 위약(placebo) / 은폐(blinding) | 겉보기가 같은 가짜 처치 / 조건을 알리지 않는 것. 둘 다 알리지 않으면 이중은폐 |
| 내적 타당도(internal validity) | 관찰된 차이의 원인을 처치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 |
| 외적 타당도(external validity) | 이 연구에서 본 것을 다른 사람·상황·과제로 옮길 수 있는 정도 |
|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 극단값만 골라 뽑으면 다음 측정에서 아무 처치 없이도 평균 쪽으로 움직이는 현상 |
| 준실험(quasi-experiment) | 무선배정 없이 이미 갈려 있는 집단을 견주는 설계 |
|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 | 사람의 뜻과 무관하게 갈린 자리를 찾아 쓰는 준실험 |
| 사전동의 / 철회권 / 사후설명 | 미리 알고 스스로 들어옴 / 언제든 불이익 없이 그만둠 / 속임을 썼다면 끝나고 밝힘 |
| 사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헨릭 (Joseph Henrich) 과 동료들 | 2010년 WEIRD 표본 문제를 정리했다 |
다음 장은 이 장이 미뤄 둔 물음을 받는다. 조작적 정의가 개념을 잘 대신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가 아니라 "효과가 이만큼이었다"고 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Henrich, J., Heine, S. J., & Norenzayan, A. (2010).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3(2–3), 61–83
- NOBA Project — Research Designs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Ethical Principles of Psychologists and Code of Conduct
- OpenStax, Psychology 2e — 2장(심리학 연구)
재는 일 — 심리측정
4장은 설계를 다뤘다. 누구를 부르고, 어떻게 나누고, 무엇을 통제하는가. 그런데 그 앞에 아직 답하지 않은 물음이 있다. 잰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장이 다루는 것이 그것이다. 이 분야를 심리측정(psychometrics)이라 한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심리학에서 나온 숫자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종류마다 어떤 계산이 허락되는가.
- 같은 것을 다시 재면 같은 값이 나오는가. 안 나온다면 그것을 어떻게 재는가.
- 재려던 것을 재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정답지가 없는데 어떻게 하는가.
- "효과가 있었다"가 아니라 "효과가 이만큼이었다"고 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표본이 작으면 왜 유의하게 나온 결과조차 못 믿게 되는가.
4장에서 가져오는 것은 조작적 정의, 혼입변수, 무선배정, 내적·외적 타당도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그리고 경계를 하나 밝혀 둔다. 이 장은 검정과 신뢰구간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 일은 확률 문서의 10·11·12장이 한다. 여기서는 그 계산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그리고 왜 심리학이 p 값에서 효과크기 쪽으로 무게를 옮겼는지를 다룬다. 뒤의 두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6장이 그것을 그대로 받는다.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가 — 척도의 수준
심리학에서 나온 숫자는 다 같은 종류가 아니다. 스티븐스(S. S. Stevens)가 1946년에 정리한 네 수준의 구분이 지금도 표준으로 쓰인다.
| 수준 | 숫자가 뜻하는 것 | 허락되는 것 | 심리학에서의 예 |
|---|---|---|---|
| 명목 | 이름표일 뿐이다 | 같다/다르다, 개수, 최빈값 | 전공, 조건 번호, 응답 범주 |
| 서열 | 순서만 뜻이 있다 | 순서 비교, 중앙값, 순위 상관 | 등수, 선호 순위 |
| 등간 | 간격이 뜻이 있고 0 이 임의다 | 덧셈·뺄셈, 평균, 표준편차 | 표준화된 검사 점수(가정 아래) |
| 비율 | 0 이 없음을 뜻한다 | 나눗셈까지 | 반응 시간, 맞힌 문항 수, 회상한 낱말 수 |
이 구분이 실무에서 무는 자리가 하나 있다. 설문의 다섯 칸 척도는 서열인가 등간인가. 엄밀히는 서열이다.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 사이의 거리가 "그렇다"와 "보통이다" 사이의 거리와 같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여러 문항의 답을 더해 평균을 내고 등간처럼 다루는 일이 흔하다. 이 처리가 언제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견해가 갈린다. 이 문서는 어느 쪽도 정설로 적지 않는다. 다만 두 가지는 말할 수 있다. 문항이 여럿이고 합산할수록 등간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줄어든다는 것, 그리고 문항이 하나뿐인 척도를 등간처럼 다루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신뢰도 — 다시 재면 같이 나오는가
신뢰도(reliability)는 같은 것을 재려는 시도가 얼마나 일관되게 같은 값을 내는지를 말한다. 흔들리는 자로는 아무것도 잴 수 없으므로, 이것이 측정의 첫 관문이다.
재는 방법이 셋이다.
- 재검사 신뢰도(test-retest reliability) — 같은 사람에게 시간을 두고 두 번 재서 두 값의 상관을 본다. 재려는 것이 그동안 변하지 않는 종류일 때만 뜻이 있다. 성격 특질에는 맞고 "지금 기분"에는 맞지 않는다.
- 내적 일관성(internal consistency) — 같은 것을 잰다는 문항들이 서로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본다. 한 번만 재도 되므로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인다.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가 크론바흐 알파(Cronbach's alpha)이고, 0 과 1 사이의 값으로 보고한다.
- 평정자 간 신뢰도(inter-rater reliability) — 사람이 판정하는 자료에서, 두 평정자가 같은 것을 보고 얼마나 같은 값을 매기는지를 본다. 4장에서 "평정 기준이 없으면 사람마다 다르게 잰다"고 했던 자리다.
알파에 대해 흔한 오해가 셋 있으므로 못 박아 둔다.
- 알파는 "한 가지를 재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재는 문항들이라도 문항 수가 많으면 알파가 높게 나온다. 알파가 높다고 그 척도가 하나의 구성개념을 잰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
- 알파는 문항 수에 따라 오른다. 비슷한 문항을 늘리기만 해도 값이 오르므로, 알파가 높다는 것이 좋은 척도라는 뜻은 아니다.
- 넘어야 할 고정된 기준선은 없다. 흔히 인용되는 문턱 값이 있지만 그것은 관례이고, 쓰임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이 다르다. 개인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검사에는 더 높은 신뢰도가 필요하고, 집단 평균을 견주는 연구에는 덜 필요하다.
그리고 신뢰도에는 대가가 있다. 낮은 신뢰도로 잰 변수는 다른 변수와의 상관을 실제보다 작게 만든다. 두 값 모두에 흔들림이 섞여 있으면, 그 흔들림이 관계를 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가 없었다"는 결과를 볼 때는 두 측정의 신뢰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타당도 — 재려던 것을 재는가
신뢰도는 일관성을 묻고, 타당도(validity)는 그 점수를 그 뜻으로 읽어도 되는가를 묻는다. 4장에서 본 내적·외적 타당도는 연구 설계에 대한 것이었고, 여기서 다루는 것은 측정에 대한 것이다.
이 그림이 말하는 것이 둘이다. 신뢰도는 타당도의 필요조건이다(흔들리는 자로는 아무것도 못 잰다). 그리고 충분조건이 아니다(안 흔들린다고 옳은 것을 재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 아래 칸이 위험한 이유는 재검사 상관이 높게 나와서 "좋은 도구"로 보이기 때문이다.
- 내용 타당도 — 재려는 범위를 문항이 고루 덮는가. 덧셈만 묻는 시험은 수학 실력을 덮지 못한다.
- 준거 타당도 — 바깥의 다른 지표와 맞아떨어지는가. 지금의 다른 지표일 수도(공인), 나중의 결과일 수도(예언) 있다.
- 구성 타당도(construct validity) — 재려는 구성개념(construct)의 이론이 시키는 대로 그 점수가 움직이는가.
셋째가 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렵다. 크론바흐(Lee Cronbach)와 밀(Paul Meehl)이 1955년에 이 개념을 정리한 논문이 표준적인 출발점으로 인용된다.
구성 타당도가 특이한 이유
길이를 재는 자가 맞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표준 자에 대어 보면 된다. 불안이나 지능에는 그런 표준 자가 없다. 참값을 알려 주는 바깥의 기준이 없는데 어떻게 확인하는가.
답은 이렇다. 이론이 시키는 관계들을 하나씩 확인한다.
- 같은 것을 잰다는 다른 지표와 높게 상관해야 한다(수렴).
- 다른 것을 잰다는 지표와는 낮게 상관해야 한다(변별). 이것을 빠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것과 높게 상관하는 척도는 아무것도 특정하지 못한다.
- 이론이 예측하는 집단 차이가 나와야 한다.
- 이론이 예측하는 실험 조작에 반응해야 한다.
여기에 이 방식의 특이한 점이 있다. 예측이 빗나갔을 때 검사가 나쁜 것인지 이론이 틀린 것인지 자료가 말해 주지 않는다. 검사와 이론을 함께 검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성 타당도는 한 번에 판정되지 않고 증거가 쌓이면서 올라가고 반증이 나오면 내려간다. 이 구조는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문제와 같은 모양이고, 거기서 이름을 얻었다.
표준화, 규준, 그리고 답을 미는 것들
잰 값 하나만으로는 뜻이 서지 않는다. "이 검사에서 34점"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표준화(standardization)는 두 가지를 뜻한다. 첫째,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절차로 검사를 실시하는 것. 지시문·시간·환경이 사람마다 다르면 점수를 견줄 수 없다. 둘째, 미리 정해진 큰 집단에서 점수의 분포를 구해 두는 것. 그 집단을 규준 집단(norm group)이라 하고, 그 분포를 규준(norm)이라 한다.
규준이 있으면 개인의 점수를 위치로 옮길 수 있다. 흔히 쓰는 것이 백분위와 표준점수다. 표준점수는 평균에서 몇 표준편차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규준에서 조심할 것이 둘이다.
- 규준 집단이 누구인가. 어떤 사람의 점수는 그 규준 집단에 대해서만 뜻이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연령대의 규준을 가져다 쓰면 위치가 달라진다.
- 규준은 낡는다. 시간이 지나면 같은 검사의 점수 분포가 이동할 수 있고, 그러면 옛 규준으로 매긴 위치가 틀리게 된다. 17장에서 이것을 실제 사례로 다룬다.
답을 미는 것들 — 반응 편향
자기보고로 얻은 값에는 답을 한쪽으로 미는 힘이 섞인다. 이것을 반응 편향(response bias)이라 한다.
- 사회적 바람직성 — 좋게 보이는 쪽으로 답한다. 투표했는지, 얼마나 운동하는지 같은 문항에서 크다.
- 묵종 경향 — 내용과 상관없이 "그렇다" 쪽으로 답한다. 역채점 문항을 섞어 잡아낸다.
- 반응 양식 — 어떤 사람은 늘 양 끝을, 어떤 사람은 늘 가운데를 고른다. 집단끼리 이 양식이 다르면 집단 비교가 깨진다.
- 요구특성(demand characteristics) — 연구가 무엇을 바라는지 눈치채고 거기에 맞춰 준다. 3장에서 본 두 번째 어려움이 측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어느 것도 "솔직하게 답해 달라"는 부탁으로 줄지 않는다. 줄이는 것은 설계다 — 역채점 문항, 익명 보장, 조건 은폐, 자기보고 말고 다른 지표를 함께 재기, 그리고 6장에서 볼 문항과 채점 규칙을 자료 보기 전에 못 박기.
효과크기 — 얼마나 큰가
이 절이 이 장의 본론이고, 6장이 그대로 받는다.
심리학 논문의 결론은 오랫동안 "유의했다"는 한 마디로 적혔다. 그런데 그 말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짚어 보자.
"유의하다"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자료가 나올 일은 드물다"는 뜻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세한 뜻과 흔한 오독은 확률 문서 11장이 다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다.
유의성은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검정통계량은 대개 "효과를 흩어짐으로 나눈 값"에 표본 크기의 제곱근을 곱한 모양이다. 그러므로 아주 작은 효과라도 표본을 충분히 키우면 유의해진다. 표본 10만 명이면 거의 무의미한 차이도 유의하게 나온다.
그래서 크기를 따로 말해야 한다. 그 값이 효과크기(effect size)다.
두 가지 효과크기
심리학에서 가장 자주 쓰는 것이 둘이다.
- 두 집단의 평균 차이 — 차이를 흩어짐으로 나눈다. 흔히
로 적는다. 은 "두 집단의 평균이 한 표준편차만큼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 두 변수의 관계 — 4장에서 본 상관계수를 그대로 쓴다. −1 에서 1 사이의 값이다.
왜 흩어짐으로 나누는가. 단위를 없애기 위해서다. 반응 시간을 밀리초로 잰 연구와 정확률을 백분율로 잰 연구를 그대로 견줄 수는 없지만, 각각을 그 연구의 흩어짐으로 나누면 견줄 수 있게 된다. 여러 연구를 모아 종합하는 일이 이 덕분에 가능해진다.
그러면
관례보다 나은 것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 그림이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하다. 관례상 "큰" 효과에서도 두 분포가 상당히 겹친다. 그러므로 "A 집단이 B 집단보다 높았다"는 결과에서 "A 집단의 어떤 사람이 B 집단의 어떤 사람보다 높을 것"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집단 결과를 개인에게 옮길 때 가장 자주 하는 잘못이다.
그리고 크기의 뜻은 맥락이 정한다. 값싸고 널리 적용할 수 있는 개입이라면 작은 효과도 값어치가 있고, 비용이 크고 대안이 있는 개입이라면 중간 효과도 부족하다. 같은
검정력 — 작은 표본이 왜 위험한가
마지막 절이다. 여기가 4·5장과 6장을 잇는 다리다.
검정력(statistical power)은 실제로 효과가 있을 때 그것을 잡아낼 확률이다. 정의와 계산은 확률 문서 11장이 한다. 여기서 볼 것은 그 값이 심리학에서 무엇을 뜻하는가다.
검정력을 정하는 것이 셋이다. 참 효과의 크기, 표본 크기, 그리고 유의 기준. 앞의 둘이 실제로 문제가 된다.
3장에서 "심리학의 효과는 대개 작다"고 했다. 원인이 여럿이고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리학이 오랫동안 써 온 표본 크기는 그 작은 효과를 잡기에 턱없이 작았다. 그러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첫째 — 있는 효과를 놓친다
이것은 예상된 결과다. 검정력이 0.3 이라면 실제로 효과가 있어도 열 번에 일곱 번은 못 잡는다. 그리고 못 잡은 결과는 "유의하지 않았다"로 적히는데, 그것은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 구별이 중요하다. "유의하지 않았다"와 "효과가 없다"를 가르는 것은 검정 결과가 아니라 구간이다. 구간이 좁고 0 을 감싸면 "효과가 있어도 아주 작다"고 말할 수 있다. 구간이 넓으면 아무 말도 못 한다.
둘째 — 잡아낸 효과가 부풀려진다
이쪽이 덜 알려져 있고 더 나쁘다.
논리를 따라가 보자. 작은 표본에서는 추정값이 크게 흔들린다. 유의하려면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표본이 작을수록 그 문턱이 높다. 그러므로 작은 연구에서 유의하게 나오려면 우연이 크게 도와준 경우여야 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추정값은 참값보다 크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친다. 유의하지 않은 결과는 잘 발표되지 않는다. 그러면 문헌에 남는 것은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게 나온, 부풀려진 추정값"들이 된다. 6장이 이것을 출판 편향으로 다룬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함께 만드는 결과가 하나 더 있다. 검정력이 낮은 분야에서는 "유의하다"고 보고된 결과 가운데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것의 비율이 높아진다. 이 셈은 확률 문서 11장의 기저율 예제가 정확히 보여 준다. 검정력이 낮으면 참인 효과를 적게 건지고, 위양성의 수는 그대로이므로, 건진 것 가운데 위양성의 몫이 커진다.
이 문제의 크기를 재 본 연구들이 있다. 버튼(Katherine Button)과 동료들이 2013년에 신경과학 문헌을 조사하고, 그 분야 연구의 검정력 중앙값이 아주 낮다고 보고했다(논문은 대략 8%에서 31% 사이로 어림했다). 심리학의 여러 영역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검정력을 계산해서 표본 크기를 정하는 것. 잡고 싶은 효과크기를 정하고, 그 크기를 원하는 확률로 잡으려면 몇 명이 필요한지 구한 뒤, 그만큼 모은다. 6장에서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제도화되었는지 본다.
여기서 네 물음의 셋째가 나온다. 효과가 얼마나 큰가. 6장에서 나머지 셋과 함께 세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심리측정(psychometrics) | 심리학적 측정의 성질을 다루는 분야 |
| 척도의 네 수준 | 명목 · 서열 · 등간 · 비율. 수준마다 허락되는 연산이 다르다 |
| 신뢰도(reliability) | 같은 것을 재려는 시도가 얼마나 일관되게 같은 값을 내는가 |
| 재검사 신뢰도 | 시간을 두고 두 번 재서 두 값의 상관을 본 것 |
| 내적 일관성 | 같은 것을 잰다는 문항들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정도. 흔히 크론바흐 알파로 보고한다 |
| 평정자 간 신뢰도 | 두 평정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값을 매기는 정도 |
| 타당도(validity) | 그 점수를 그 뜻으로 읽어도 되는 정도.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다 |
| 구성개념(construct) | 직접 관찰되지 않고 이론 안에서 정의되는 것. 지능·불안·태도 |
| 구성 타당도(construct validity) | 이론이 시키는 대로 그 점수가 움직이는가. 수렴·변별 증거로 쌓인다 |
| 표준화(standardization) | 같은 절차로 실시하는 것, 그리고 규준 집단의 점수 분포를 구해 두는 것 |
| 규준(norm) / 규준 집단 | 비교 기준이 되는 점수 분포 / 그 분포를 구한 집단 |
| 백분위 / 표준점수 | 그 아래에 몇 %가 있는가 / 평균에서 몇 표준편차 떨어져 있는가 |
| 반응 편향(response bias) | 자기보고의 답을 한쪽으로 미는 힘. 사회적 바람직성·묵종·반응 양식 |
| 요구특성(demand characteristics) | 연구가 무엇을 바라는지 눈치채고 맞춰 주는 것 |
| 효과크기(effect size) | 효과의 크기를 단위 없이 적은 값. 두 집단이면 |
| 두 평균의 차이를 표준편차로 나눈 값. 코헨의 관례는 0.2 · 0.5 · 0.8 | |
| 검정력(statistical power) | 실제로 효과가 있을 때 그것을 잡아낼 확률. 참 효과크기와 표본 크기가 정한다 |
| 효과크기 부풀림 |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게 나온 결과의 추정값이 참값보다 큰 쪽으로 치우치는 현상 |
| 사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스티븐스 (S. S. Stevens) | 1946년 척도의 네 수준 |
| 크론바흐 (Lee Cronbach) 와 밀 (Paul Meehl) | 1955년 구성 타당도를 정리했다 |
| 코헨 (Jacob Cohen) | 효과크기의 관례. 그 관례가 임의라는 점을 스스로 밝혔다 |
| 버튼 (Katherine Button) 과 동료들 | 2013년 신경과학 문헌의 낮은 검정력을 조사했다 |
다음 장은 이 장의 마지막 두 절이 실제로 무슨 일을 냈는지를 다룬다. 효과크기를 적지 않고 검정력을 계산하지 않은 문헌이 쌓이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그것을 알아챘을 때 이 분야가 무엇을 했는가.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Stevens, S. S. (1946). On the theory of scales of measurement. Science, 103(2684), 677–680
- Cronbach, L. J., & Meehl, P. E. (1955). Construct validity in psychological tests. Psychological Bulletin, 52(4), 281–302
- Button, K. S. et al. (2013). Power failure: why small sample size undermines the reliability of neuroscience.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4, 365–376
- NOBA Project — Statistical Thinking
재현 위기
2010년대에 심리학은 자기 문헌을 다시 검사했다. 그 결과가 이 장이다.
이 장이 이 문서 전체의 축이다. 여기서 세우는 잣대를 7장부터 19장까지 계속 쓴다. 그러니 이 장은 "심리학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는 장이 아니라 남은 열세 장을 읽는 법을 정하는 장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무슨 일이 있었나. 그리고 그 결과의 숫자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
- 왜 일어났나. 이것이 이 장의 요점이다.
- 연구자 자유도·p 해킹·HARKing 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가.
-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나. 그리고 무엇이 아직 안 바뀌었나.
- 그러면 이 분야의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4장에서 무선배정, 혼입변수, 내적·외적 타당도를, 5장에서 효과크기, 검정력, 효과크기 부풀림을 가져온다. 5장의 마지막 두 절이 이 장의 전제이므로, 그 두 절이 흐릿하면 먼저 돌아가는 편이 낫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미리 말해 둘 것이 하나 있다. 이 장을 읽고 "심리학은 다 엉터리"라는 결론으로 가면 안 된다. 그것도 틀린 결론이다. 왜 틀렸는지는 마지막 절에서 밝힌다.
2011년 — 세 가지가 겹쳤다
재현 위기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한 시점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2011년에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일이 겹치면서 논의가 크게 번졌다.
하나 — 정상적인 절차로 아무도 안 믿는 결론이 나왔다
벰(Daryl Bem)이 2011년에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논문을 실었다. 주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이 지금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논문은 실험 아홉 개를 보고했고, 하나를 뺀 여덟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왔으며, 아홉 실험의 평균 효과크기를
여기서 충격은 결론이 아니라 절차에 있었다. 벰은 그 분야가 인정하는 방법을 그대로 썼다. 표본 크기도 그 분야의 관행 범위였고, 통계도 표준적이었으며, 학술지의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면 물음이 이렇게 된다. 이 방법으로 아무도 안 믿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면, 같은 방법으로 얻은 다른 결론들은 무엇인가.
둘 — 재량을 쓰면 무엇이든 유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시연
같은 해에 시먼스(Joseph Simmons)·넬슨(Leif Nelson)·시몬손(Uri Simonsohn)이 Psychological Science에 "위양성 심리학"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들은 연구자가 흔히 쓰는 재량 몇 가지를 실제로 써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결론을 유의하게 만들어 보였다.
그 실험은 이랬다. 대학생 20명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주고 다른 조에는 다른 곡을 들려준 뒤, 생년월일을 적게 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의 나이를 공변량으로 넣어 분석했더니, 노래를 들은 쪽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약 1년 반 어렸다. 논문은 그 값을
생년월일은 노래를 듣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결과는 참일 수 없다. 그런데 절차상으로는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았다. 이들이 쓴 재량은 넷이었다.
- 종속변수를 여럿 재 놓고 결과가 나온 것만 보고한다
- 표본 크기를 미리 정하지 않고, 자료를 보면서 열 명씩 더 모아 본다
- 공변량을 넣을지 말지를 결과를 보고 정한다
- 조건을 셋 두고 그중 하나를 결과를 보고 뺀다
그리고 이들은 모의실험으로 각 재량이 위양성 확률을 얼마나 올리는지 셈했다. 논문이 보고한 값은 이렇다. 하나씩만 쓰면 5%가 재량 하나에 약 8%에서 13% 사이로 오르고, 넷을 다 쓰면 약 61%가 된다.
이 숫자가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가운데 하나다. "스무 번에 한 번"이라고 믿고 있던 위양성 확률이 실제로는 두 번에 한 번보다 높아진다.
셋 — 자료 조작이 드러났다
같은 해에 한 사회심리학자의 대규모 자료 조작이 드러나 여러 논문이 철회되었다. 이것도 큰 사건이었지만, 앞의 둘보다 가벼운 문제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료 조작은 규칙 위반이고, 규칙 위반은 규칙과 적발 장치로 다룰 수 있다. 앞의 둘은 규칙을 다 지켜도 생기는 문제다. 이 구별이 이 장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세어 보았다
개별 사건은 개별 사건일 뿐이므로 문제가 얼마나 넓은지 알려면 세어야 한다. 그 일을 한 것이 Open Science Collaboration의 재현 프로젝트이고 결과가 2015년에 Science에 실렸다.
절차는 이랬다. 심리학 학술지 세 곳에 2008년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 100편을 골라, 여러 연구실이 나눠 맡아 되풀이했다. 원저자와 연락해 재료와 절차를 받았고, 원 연구보다 큰 표본을 쓰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분석 계획을 자료 수집 전에 공개했다. 결과는 이렇고, 아래 숫자는 모두 그 논문이 보고한 값이다.
| 지표 | 값 |
|---|---|
| 원 연구 가운데 유의한 결과를 보고한 것 | 97% |
| 재현에서 유의하게 나온 것 | 36% |
| 원 연구의 평균 효과크기 (상관계수) | 0.403 |
| 재현 연구의 평균 효과크기 | 0.197 |
| 원 연구 쪽 효과가 더 컸던 연구 | 99편 중 82편 (83%) |
| 재현팀이 재현되었다고 판정한 것 | 39편 |
이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이 결과는 널리 인용되면서 자주 잘못 읽힌다. 못 박아 둘 것이 넷이다.
- "심리학 연구의 64%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재현에서 유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5장에서 본 대로 "효과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다. 재현 연구도 표본이 유한하므로 있는 효과를 놓칠 수 있다.
- 이 100편은 심리학 전체의 무선표본이 아니다. 학술지 세 곳, 한 해, 그리고 되풀이할 수 있는 연구만 골랐다. 실험이 오래 걸리거나 특수한 장비가 필요한 연구는 애초에 들어가지 않았다.
- 분야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논문은 인지 쪽 연구가 사회 쪽 연구보다 재현이 잘 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하나의 숫자로 심리학 전체를 말할 수 없다.
- "재현되었다"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진다. 위 표의 36%·39%·83%가 다 다른 물음의 답이다. 그리고 원 자료와 재현 자료를 합쳐서 보면 68%가 유의하게 남았다고 논문은 함께 보고했다.
그러면 가장 정확한 요약은 무엇인가. "되풀이하면 효과가 대략 절반으로 줄었고, 유의성을 유지한 것은 3분의 1 남짓이었다." 이 문장이 이 연구가 실제로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의 모양이 5장에서 본 것과 정확히 같다는 점을 봐야 한다. 효과가 부풀려져 있었다. 그것이 다음 두 절의 주제다.
왜 일어났는가
이 절이 이 장의 요점이다. 답부터 적는다. 개별 연구자의 부정이 아니라 유인 구조와 방법의 문제였다. 아래 고리 안 어디에도 자료를 조작하는 사람이 없는데 한 바퀴 돌 때마다 문헌에 위양성이 쌓인다.
고리를 한 바퀴 따라가 보자.
- 학술지는 새롭고 유의한 결과를 싣는다. "차이가 없었다"는 실리기 어렵다. 실어도 인용되지 않는다.
- 채용·승진·연구비가 논문 수와 실린 곳으로 정해진다. 그러면 연구자에게 유의한 결과가 필요해진다.
- 유의한 결과를 내는 쪽으로 선택이 쌓인다. 다음 절의 주제다.
- 표본은 작게 유지된다. 같은 예산과 시간으로 논문을 여럿 내려면 연구마다 작아진다. 그리고 5장에서 본 대로 작은 표본에서 유의하게 나온 결과는 효과를 부풀린다.
- 문헌에 위양성과 부풀려진 효과크기가 쌓인다.
- 걸러지지 않는다. 재현 연구는 새롭지 않아서 실어 주지 않고, 해도 보상이 없다. 그러면 쌓인 것이 그대로 "알려진 사실"이 되어 다시 고리로 들어간다.
이 고리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각 칸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행동이다. 학술지가 새로운 결과를 우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연구자가 논문을 내야 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래서 "더 정직해지자"로는 고리가 끊기지 않는다. 끊으려면 화살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출판 편향이 문헌에 남기는 자국
고리의 첫 칸을 따로 보자.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은 결과의 방향이나 유의성에 따라 발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왼쪽은 모든 연구가 발표되는 세상이다. 큰 연구는 참값 가까이에 모이고 작은 연구는 넓게 흩어져서 깔때기 모양이 되고 좌우가 대칭이다.
오른쪽은 유의한 것만 발표되는 세상이다. 작은 연구 가운데 효과가 작게 나온 것들이 통째로 빠진다. 그러면 왼쪽 아래 조각이 비어 있는 모양이 되고, 남은 것들의 평균은 참값보다 크다.
이 자국은 여러 연구를 모아 종합할 때 드러난다. 연구를 모아 놓고 이 모양이 나오면 문헌에 빠진 것이 있다는 신호다. 다만 신호일 뿐이고 다른 이유로도 비대칭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 판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개별 연구자 쪽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유의하지 않게 나온 연구를 굳이 논문으로 쓰지 않고 서랍에 넣어 두는 것이다. 이것을 서랍 문제(file drawer problem)라 한다. 아무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문헌이 기울어진다.
유인 구조만이 아니라 절차도 문제였다
고리가 전부는 아니다. 절차 자체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을 정면으로 보인 연구가 있다. 1990년대에 널리 알려진 결과가 있었다. 노년을 연상시키는 낱말에 노출된 참가자가 실험실을 나갈 때 더 느리게 걷는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의식하지 못한 자극이 행동을 움직인다"는 주장의 대표 사례로 오래 인용되었다.
두엔(Stéphane Doyen)과 동료들이 2012년에 이것을 두 실험으로 다시 검사했고, 그 결과가 이 장에서 볼 가장 날카로운 것이다.
- 첫째 실험 — 걷는 시간을 사람이 초시계로 재지 않고 적외선 센서로 자동 측정하고, 원 연구보다 큰 표본을 썼다.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 둘째 실험 — 실험자들을 둘로 나눠, 절반에게는 "점화된 참가자가 더 느리게 걸을 것"이라고 알려 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반대로 알려 주었다. 느리게 걸을 것이라고 믿은 실험자가 맡은 참가자에게서만 효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정확히 읽어 보자. 원 연구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뜻도, "점화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도 아니다. 이 연구가 보인 것은 이것이다. 실험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참가자의 행동에 실제로 나타나며, 은폐를 하지 않으면 그 기대가 결과와 구별되지 않는다.
4장에서 이중은폐를 "권장 사항" 정도로 읽었다면 여기서 고쳐야 한다. 은폐되지 않은 절차에서 나온 효과는 처치의 효과인지 기대의 효과인지 자료가 가려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기 사회심리학의 여러 연구가 은폐 없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 장의 진단은 둘로 되어 있다. 유인 구조가 위양성을 걸러지지 않게 만들었고, 절차의 느슨함이 위양성을 만들었다. 둘 중 하나만 고쳐서는 부족하다.
연구자 자유도 —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가
이름만 대면 알아볼 수 없으니 구체적으로 무슨 동작인지 보자. 연구자 자유도(researcher degrees of freedom)는 자료를 얻은 뒤 결과에 이르기까지 연구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전부를 가리킨다. 각각은 하나하나 정당해 보인다. 문제는 결과를 보고 나서 고른다는 것이다.
갈림길의 정원
자료 하나를 손에 넣었다고 하자. 결과에 이르기까지 지나야 할 갈림이 몇 개인가.
그림의 다섯 갈림에서 선택지가 각각 셋이라면 길은
이것이 p 해킹(p-hacking)이다. 이름과 달리 대개 의도적인 부정이 아니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당해 보이는 선택을 계속하는 것이다.
문헌에 남는 자국
p 해킹은 개별 논문에서는 알아볼 수 없지만 문헌을 모아 놓으면 자국이 보인다.
효과가 실제로 있으면 p 값은 0 쪽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아주 작은 p 값이 흔하고 0.05 바로 아래는 오히려 드물다. 그런데 자유도를 써서 문턱을 겨우 넘긴 결과들이 모이면 반대 모양이 된다. 0.05 바로 아래가 두꺼워진다. 문턱을 넘기자마자 멈추기 때문이다.
HARKing
다른 종류의 자유도가 하나 더 있다. 커(Norbert Kerr)가 1998년에 이름을 붙인 HARKing이다. 풀면 "결과를 알고 난 뒤에 가설을 세우기(Hypothesizing After the Results are Known)"이고, 커의 정의는 사후에 세운 가설을 논문의 서론에 마치 처음부터 세운 가설이었던 것처럼 적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자. 어떤 연구가 열 가지를 재고 그중 하나에서 유의한 관계를 발견했다고 하자. 정직하게 적으면 이렇다 — "열 가지를 탐색했고 하나에서 관계가 보였다. 확인이 필요하다." HARKing 은 이렇게 적는다 — "선행 연구로부터 우리는 A 와 B 의 관계를 예측했고, 그것이 확인되었다." 두 문장의 차이가 결정적이다. 앞 문장을 읽은 독자는 이것이 탐색이라는 것을 알고 그만큼만 믿는다. 뒷 문장을 읽은 독자는 예측이 적중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자료는 똑같다.
그리고 HARKing 은 탐색을 사라지게 만든다. 탐색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새 가설은 탐색에서 나온다. 나쁜 것은 탐색을 확인인 것처럼 적어서, 나중에 확인할 사람이 없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자료, 다른 답
자유도가 결과를 얼마나 움직이는지 실제로 재 본 연구가 있다. 질버찬(Raphael Silberzahn)과 동료들이 2018년에 보고한 것이다.
절차는 이랬다. 연구팀 29개(분석자 61명)에게 똑같은 자료 하나를 주고 똑같은 물음에 답하게 했다. 물음은 축구 심판이 피부색이 어두운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더 자주 주는가였고, 팀들은 서로 분석 계획을 볼 수 있었으며 토론도 했다.
결과는 이렇다. 20개 팀(69%)이 유의한 양의 효과를 얻었고 9개 팀(31%)은 유의하지 않았다. 추정값은 승산비로 0.89에서 2.93 사이에 퍼졌고 중앙값이 1.31이었다(1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말하는 것은 "누군가 잘못 분석했다"가 아니다. 29개 팀이 모두 정당한 분석을 했는데 답이 갈렸다. 그러므로 논문 하나가 보고하는 결과는 가능한 답들 가운데 하나이며, 그 하나가 어떻게 골라졌는지를 독자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무엇이 바뀌었나
위기 이야기로만 끝내면 잘못된 그림이 남는다. 실제로 바뀐 것이 많고 그 변화가 이 문서가 뒤에서 결과를 판정하는 근거가 된다.
사전등록과 등록보고서
사전등록(preregistration)은 가설·표본 크기·제외 기준·분석 방법을 자료를 보기 전에 공개 저장소에 올려 시각과 함께 봉해 두는 것이다. 갈림길의 정원에 지도를 미리 그려 두는 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전등록이 하는 일을 정확히 적어 두자. 탐색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탐색은 여전히 해도 되고 해야 한다. 사전등록이 하는 일은 탐색과 확인을 구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등록 문서에 없는 분석은 탐색으로 적고 있는 분석은 확인으로 적으면, 독자가 각각에 다른 무게를 줄 수 있다.
등록보고서(Registered Report)는 한 걸음 더 간다. 학술지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설계만 보고 심사하고, 통과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싣겠다고 확정한다. 이 방식은 2013년에 Cortex가 채택하면서 널리 알려졌고 이후 여러 학술지로 퍼졌다.
이 제도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를 재 본 연구가 있다. 셸(Anne Scheel)과 동료들이 2021년에 심리학 논문들을 견주고, 표준 논문에서는 첫 가설이 지지된 비율이 96%였는데 등록보고서에서는 44%였다고 보고했다.
이 대비가 앞 절의 진단을 뒷받침한다. 같은 분야에서 같은 종류의 물음을 다루는데 이만큼 다르다면, 표준 문헌의 96%는 자연의 성질이 아니라 걸러짐의 성질이다.
다중연구실 재현
한 연구실이 한 번 재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여러 연구실이 같은 절차를 미리 정해 놓고 동시에 재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두 가지 예를 보자.
하나. 자아 고갈은 "자제력을 쓰면 그 다음 과제에서 자제력이 줄어든다"는 주장으로, 오랫동안 표준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해거(Martin Hagger)와 동료들이 2016년에 연구실 23곳에서 참가자 2141명으로 사전등록된 재현을 했고, 결과는
둘. 클라인(Richard Klein)과 동료들의 2018년 Many Labs 2는 결과 28개를 골라 36개 나라와 지역의 표본 125개, 참가자 15,305명으로 되풀이했다. 28개 가운데 15개(54%)가 원 결과와 같은 방향으로 유의했다.
이 연구는 4장에서 예고한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표본과 상황을 크게 달리했는데도 효과크기의 흔들림은 "어느 나라에서 쟀는가"보다 "어떤 효과인가"가 훨씬 크게 좌우했다. 그러므로 재현 실패를 "문화가 달라서"로 설명하는 것은, 적어도 이 28개 결과에 대해서는 지지되지 않았다.
자료와 재료를 공개한다
분석 코드와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표준 요구가 되었다. 이것이 하는 일이 셋이다. 다른 사람이 같은 자료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른 분석을 해 볼 수 있고, 여러 연구를 합쳐 종합하기 쉬워진다. 그리고 보고 관행도 바뀌었다. 효과크기와 구간을 함께 적도록 요구하는 학술지가 늘었고, 표본 크기를 어떻게 정했는지 밝히도록 요구하는 곳도 많다.
아직 안 바뀐 것
그림의 아래 칸이다. 셋을 적어 둔다.
- 사전등록을 했다고 계획대로 했다는 뜻은 아니다. 등록 문서와 실제 논문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고, 벗어난 곳을 밝히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다.
- 재현이 여전히 잘 보상되지 않는다. 지면은 생겼지만 채용과 승진의 셈법은 덜 바뀌었다.
- 2015년 이전에 쌓인 문헌은 대부분 다시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이것이 이 문서가 뒤에서 계속 부딪히는 문제다. 어떤 결과는 재현 검사를 받았고 어떤 결과는 받지 않았는데, 후자가 훨씬 많다.
그러면 무엇을 믿을 것인가 — 네 물음
이 절에서 이 문서가 뒤에서 계속 쓸 잣대를 세운다. 먼저 두 가지 잘못된 결론을 치워야 한다.
첫째 잘못 — "심리학은 다 엉터리다." 이 결론이 틀린 이유가 넷이다.
- 재현 검사를 통과한 결과가 많다. 재현 프로젝트에서 3분의 1 남짓이 유의성을 유지했고, Many Labs 2 에서는 절반을 넘었다. 그리고 어떤 결과들은 여러 나라,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해 나온다.
- 이 문제는 심리학만의 것이 아니다. 같은 성질의 문제가 여러 경험과학에서 확인되었다. 심리학이 눈에 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기 문헌을 대규모로 다시 검사한 몇 안 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 "다 엉터리"라는 판정 자체가 이 장이 가르치려는 것과 반대다. 이 장은 주장마다 다르게 판정하는 법을 가르친다. 뭉뚱그린 판정은 뭉뚱그린 믿음과 같은 종류의 잘못이다.
- 이 결론은 쓸모가 없다. 아무것도 믿지 않기로 하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남는 것은 직관뿐이고, 3장에서 본 대로 직관은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둘째 잘못 — "문제는 해결되었다." 앞 절의 마지막 항목이 그 답이다. 2015년 이전 문헌 대부분이 다시 확인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러면 무엇을 하는가. 주장마다 네 가지를 묻는다.
| 물음 | 무엇을 확인하는가 | 세운 자리 |
|---|---|---|
| 1. 재현되었는가 | 원 연구 하나뿐인가, 독립적인 연구실이 되풀이했는가 | 이 장 |
| 2. 표본이 무엇인가 | 누가 참가했는가. WEIRD 표본인가, 그 안에서도 대학생인가 | 4장 |
| 3. 효과가 얼마나 큰가 | 효과크기와 구간. 유의하다는 말은 크기를 말하지 않는다 | 5장 |
| 4.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 실험실 과제에서 실제 행동으로 건너뛰지 않았는가 | 4장의 외적 타당도 |
네 물음을 쓰는 법을 못 박아 둔다.
- 넷은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 대규모로 재현된 결과라도 표본이 좁을 수 있고, 크게 재현된 효과가 아주 작을 수 있다. 하나에 답했다고 나머지가 답해지지 않는다.
- 이 넷은 주장을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믿을지를 정하기 위한 것이다. 네 물음에 잘 답하는 주장은 그만큼 세게 쓰고, 못 답하는 주장은 그만큼 조심해서 쓴다.
- "모른다"도 답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는 것이 이 문서가 하는 일이다.
7장부터 이 문서는 이 네 물음을 이름으로 부른다. 어떤 결과를 소개할 때 그 결과가 네 물음에 어떻게 답하는지를 함께 적고, 답이 나쁜 결과는 그 사실을 서술의 주어로 삼는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재현(replication) | 같은 절차를 독립적으로 되풀이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보는 것 |
| 연구자 자유도(researcher degrees of freedom) | 자료를 얻은 뒤 결과에 이르기까지 연구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전부 |
| p 해킹(p-hacking) | 결과가 유의해질 때까지 정당해 보이는 선택을 이어 가는 것. 대개 의도적 부정이 아니다 |
| 갈림길의 정원 | 자료를 보며 한 번씩 정해 나가면 한 길만 걸었다고 느끼면서도 결과가 자료에 맞춰 골라지는 구조 |
| HARKing | 결과를 알고 난 뒤 세운 가설을 서론에 처음부터 세운 가설인 것처럼 적는 것 |
|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 결과의 방향이나 유의성에 따라 발표 여부가 달라지는 것 |
| 서랍 문제(file drawer problem) | 유의하지 않게 나온 연구를 발표하지 않고 두는 것 |
| 실험자 기대 효과 | 실험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참가자의 행동에 실제로 나타나는 것. 은폐하지 않으면 처치 효과와 구별되지 않는다 |
| 선택적 중단 / 선택적 보고 | 유의해진 시점에 자료 수집을 멈추는 것 / 여럿 잰 것 가운데 나온 것만 보고하는 것 |
| 사전등록(preregistration) | 가설·표본 크기·제외 기준·분석을 자료 보기 전에 공개 저장소에 올려 두는 것 |
| 등록보고서(Registered Report) |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설계만으로 심사하고 게재를 확정하는 방식 |
| 다중연구실 재현 | 여러 연구실이 같은 절차를 미리 정해 놓고 동시에 재는 것 |
| 네 물음 | 재현되었는가 / 표본이 무엇인가 / 효과가 얼마나 큰가 / 얼마나 일반화되는가 |
| 사람 · 프로젝트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벰 (Daryl Bem) | 2011년 예지 논문. 표준 절차로 아무도 안 믿는 결론이 나왔다 |
| 시먼스 · 넬슨 · 시몬손 | 2011년 위양성 심리학. 연구자 자유도를 시연하고 셈했다 |
| 커 (Norbert Kerr) | 1998년 HARKing 에 이름을 붙였다 |
| Open Science Collaboration | 2015년 재현 프로젝트. 이 문서가 재현율을 말할 때의 근거다 |
| 해거 (Martin Hagger) 와 동료들 | 2016년 자아 고갈 다중연구실 재현. 효과가 거의 0 이었다 |
| 클라인 (Richard Klein) 과 동료들 | 2018년 Many Labs 2 |
| 질버찬 (Raphael Silberzahn) 과 동료들 | 2018년 같은 자료를 29개 팀이 분석한 연구 |
| 셸 (Anne Scheel) 과 동료들 | 2021년 등록보고서와 표준 논문의 가설 지지 비율 비교 |
| 두엔 (Stéphane Doyen) 과 동료들 | 2012년 사회적 점화 재현. 실험자의 기대가 효과를 만들어 냈다 |
다음 장부터 결과를 다룬다. 그리고 결과를 다룰 때마다 네 물음이 함께 간다. 7장의 조건형성은 네 물음에 잘 답하는 쪽이고, 18장의 사회심리학은 그렇지 않은 것이 많은 쪽이다. 그 차이 자체가 이 문서가 독자에게 주려는 것이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고, 본문의 수치는 모두 아래 논문이 보고한 값이다.
- Open Science Collaboration (2015). Estimating the reproducibility of psychological science. Science, 349(6251), aac4716
- Simmons, J. P., Nelson, L. D., & Simonsohn, U. (2011). False-positive psychology. Psychological Science, 22(11), 1359–1366
- Bem, D. J. (2011). Feeling the fut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0(3), 407–425
- Kerr, N. L. (1998). HARKing: Hypothesizing after the results are know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2(3), 196–217
- Silberzahn, R. et al. (2018). Many analysts, one data set. Advances in Methods and Practices in Psychological Science, 1(3), 337–356
- Hagger, M. S. et al. (2016). A multilab preregistered replication of the ego-depletion effect.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1(4), 546–573
- Klein, R. A. et al. (2018). Many Labs 2. Advances in Methods and Practices in Psychological Science, 1(4), 443–490
- Scheel, A. M., Schijen, M. R. M. J., & Lakens, D. (2021). An excess of positive results. Advances in Methods and Practices in Psychological Science, 4(2)
- Chambers, C. D. (2013). Registered Reports: A new publishing initiative at Cortex. Cortex, 49(3), 609–610
- Doyen, S., Klein, O., Pichon, C.-L., & Cleeremans, A. (2012). Behavioral priming: It is all in the mind, but whose mind? PLoS ONE, 7(1), e29081
학습
앞의 네 장은 어떻게 알아내는가를 다루었다. 이 장부터는 그렇게 알아낸 것들을 다룬다. 첫 번째로 학습을 놓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문서에서 다루는 결과 가운데 가장 튼튼한 것이 이 장에 있다. 조건형성의 기본 현상은 백 년 넘게 여러 종의 동물과 사람에게서,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해 관찰되었다. 6장의 네 물음에 이만큼 잘 답하는 영역이 심리학에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장은 "무엇이 무너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버텼는가"를 먼저 보이는 장이다.
그렇다고 이 장이 편안한 장은 아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무너짐도 여기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무엇과도 연합될 수 있다"는 초기의 강한 주장은 한 실험으로 무너졌고, 그 무너짐이 이 분야를 다시 세웠다. 이 장의 뒤쪽 절반이 그 이야기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학습이라는 말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가. 성숙이나 피로와 어떻게 갈라내는가.
- 종소리에 침이 나오게 되는 일과 지렛대를 누르게 되는 일은 어떻게 다른가.
- 같은 횟수를 짝지어 주어도 어떤 때는 배우고 어떤 때는 배우지 않는다. 무엇이 그것을 정하는가.
- 강화를 언제 주는가가 왜 무엇을 주는가만큼 중요한가.
- 사람의 행동을 조건형성만으로 설명하면 어디에서 막히는가.
4장에서 무선배정·통제 집단·혼입변수·조작적 정의를, 5장에서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과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학습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
학습(learning)은 경험 때문에 생긴, 행동이나 행동 가능성의 비교적 지속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이 정의의 세 조각이 각각 무언가를 걸러 낸다.
- 경험 때문에 — 몸이 자라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학습이 아니다. 다리가 길어져 더 멀리 뛰게 된 것은 성숙이다.
- 비교적 지속적인 — 피로해서 느려진 것, 약을 먹어서 달라진 것은 원인이 사라지면 되돌아간다.
- 행동이나 행동 가능성 — 여기가 가장 조심스러운 조각이다. 배웠어도 지금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하지 않았다"로 "배우지 않았다"를 결론짓지 못한다.
세 번째 조각이 왜 필요한지는 이 장 끝에서 다시 나온다. 학습과 수행을 갈라 두지 않으면, 뒤에서 볼 실험 하나를 아예 이해할 수 없다.
가장 단순한 두 가지
무언가를 무언가와 잇지 않고도 일어나는 학습이 있다. 같은 자극이 되풀이될 때 반응이 줄어드는 것을 습관화(habituation)라 한다. 새 소리에 처음에는 고개를 돌리다가 몇 번 지나면 돌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강한 자극을 겪은 뒤 약한 자극에도 반응이 커지는 것을 민감화(sensitization)라 한다.
습관화는 피로와 헷갈리기 쉬운데, 갈라내는 방법이 있다. 자극을 조금 바꿔 보면 된다. 피로라면 바꿔도 반응이 작을 것이고, 습관화라면 반응이 되살아난다. 이것을 탈습관화(dishabituation)라 한다. 이 절차는 말을 못 하는 아기가 두 자극을 다르다고 여기는지 알아내는 방법이 되고, 11장에서 아기가 소리의 줄을 어떻게 나누는지 알아보는 절차로 다시 나온다.
고전적 조건형성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은 이미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과 아직 아무것도 일으키지 않는 자극을 짝지어, 뒤의 것도 반응을 일으키게 만드는 일이다. 파블로프(Ivan Pavlov)가 개의 소화액을 연구하다가 개가 먹이를 주기 전부터 침을 흘린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데서 시작되었다.
네 이름을 먼저 정한다
이 분야의 용어는 헷갈리기로 유명하다. 먼저 못 박고 시작한다.
| 이름 | 무엇인가 | 보기 |
|---|---|---|
| 무조건자극 | 배운 적 없이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 | 입에 들어온 먹이 |
| 무조건반응 | 그 자극에 배운 적 없이 나오는 반응 | 침 |
| 조건자극 | 원래는 그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짝지음을 거쳐 일으키게 된 자극 | 종소리 |
| 조건반응 | 조건자극이 일으키게 된 반응 | 종소리에 나오는 침 |
여기가 이 절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자리다. "무조건"은 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고, "조건"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배운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조건반응과 무조건반응은 같은 것이 아니다. 대개 조건반응이 더 작고, 모양이 다른 경우도 많다.
순서도 중요하다. 조건자극이 먼저 오고 무조건자극이 뒤에 올 때 조건형성이 잘 된다. 순서를 뒤집으면 — 먹이를 준 다음에 종을 울리면 — 조건형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뒤의 예측력 이야기의 첫 번째 실마리다. 뒤에 오는 것은 앞의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
획득, 소거, 그리고 자발적 회복
짝지음을 되풀이하면 조건반응이 커진다. 이것을 획득(acquisition)이라 한다. 빠르게 오르다가 점점 완만해지는 모양을 그린다. 이제 조건자극만 주고 무조건자극을 주지 않기를 되풀이하면 조건반응이 줄어들어 거의 사라진다. 이것이 소거(extinction)다.
여기서 이 절의 요점이 나온다. 소거는 배운 것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소거를 마친 뒤 얼마간 쉬었다가 다시 조건자극을 주면, 조건반응의 일부가 돌아온다. 이것을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이라 한다.
자발적 회복이 말해 주는 것은 이렇다. 소거란 원래의 연결 위에 '지금은 오지 않는다'는 새 학습을 얹는 일이지, 원래의 연결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원래 것이 남아 있으니 조건이 바뀌면 다시 나온다. 장소를 바꾸어도 돌아오고(맥락 회복), 무조건자극을 한 번 다시 주어도 돌아온다(복원).
이 사실은 실무에서 무겁다.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소거로 줄이는 절차는 실제로 쓰이는데, 돌아오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고 짜야 한다. 한 곳에서만 소거하지 않고 여러 맥락에서 하는 것, 시간을 두고 되풀이하는 것이 그래서 권해진다.
일반화와 변별
종소리에 침을 흘리게 된 개는 비슷한 소리에도 침을 흘린다. 이것이 일반화(generalization)다. 그리고 비슷할수록 반응이 크다. 이 관계를 그리면 훈련한 자극을 봉우리로 하는 산 모양이 나온다.
반대로 변별(discrimination)은 훈련해서 만든다. 훈련한 자극 뒤에만 무조건자극을 붙이고 이웃 자극 뒤에는 붙이지 않으면 산이 좁아진다.
두 현상은 하나의 짝이다. 일반화가 없으면 학습이 그 자극에만 갇혀 쓸모가 없고, 변별이 없으면 학습이 아무 데나 번져 역시 쓸모가 없다. 이 둘의 균형이 학습이 쓸모 있어지는 조건이다.
짝지음이 아니라 예측력이다
여기가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이고, 개론서가 자주 건너뛰는 자리다. 오랫동안 조건형성은 인접성(contiguity)으로 설명되었다. 두 사건이 시간적으로 가까이 붙어 있으면 연합이 생긴다는 것이다. 레스콜라(Robert Rescorla)가 1968년에 이 설명을 정면으로 검사했다. 설계는 이렇다.
조건자극이 있을 때 무조건자극이 올 확률을 모든 조건에서 똑같이 고정한다. 즉 짝지어진 횟수는 어느 조건에서나 같다. 달라지는 것은 하나뿐이다 — 조건자극이 없을 때 무조건자극이 오는 비율.
결과는 인접성 설명을 반박했다. 짝지음의 수가 같아도, 조건자극이 없을 때에도 무조건자극이 자주 온다면 조건형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두 확률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조건반응은 사라진다.
같은 방향을 다른 각도에서 보인 것이 차단(blocking)이다. 케이민(Leon Kamin)이 1969년에 보고한 절차다. 먼저 자극 하나를 무조건자극과 짝지어 충분히 학습시킨 뒤, 그 자극에 새 자극을 함께 붙여 계속 짝지어 준다. 그런 다음 새 자극만 따로 검사하면 — 조건반응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새 자극은 무조건자극과 여러 번 짝지어졌는데도 그렇다.
이유는 이미 예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의 자극이 무조건자극을 이미 알려 주고 있으므로 새 자극은 아무 새 정보를 더하지 않는다. 레스콜라는 1988년에 이 흐름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 조건형성은 두 사건을 붙여 두는 일이 아니라 동물이 세계의 관계를 알아내는 일에 가깝다.
이 전환이 왜 중요한가. 조건형성이 "생각 없는 기계적 과정"이라는 그림이 바로 여기서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환은 재현이 잘 된 결과들 위에 서 있다. 6장의 네 물음으로 보면 첫째와 넷째에 잘 답하는 쪽이다 — 여러 종,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되었고, 실험실 밖의 현상으로 건너뛰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조작적 조건형성
고전적 조건형성에서 동물은 무엇이 무엇 뒤에 오는지를 배운다. 동물이 무엇을 하든 무조건자극은 온다.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은 다르다. 여기서는 동물이 한 일의 결과가 그 일을 더 하게 만들거나 덜 하게 만든다.
손다이크(Edward Thorndike)가 1898년에 이 방향을 열었다. 고양이를 빗장이 걸린 상자에 넣고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되풀이해 쟀더니, 시간이 매끄럽게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알았다"는 듯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줄었다. 여기서 나온 것이 효과의 법칙이다 — 어떤 상황에서 한 행동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면 그 행동이 그 상황에서 더 자주 나온다.
스키너(B. F. Skinner)가 이것을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다듬었다. 그의 용어에서 강화(reinforcement)는 그 행동이 뒤에 더 자주 나오게 만드는 결과이고, 처벌(punishment)은 덜 나오게 만드는 결과다.
네 칸을 정확히 읽는 법
여기가 이 장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자리다. 두 축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 강화인가 처벌인가는 결과로 정한다. 그 행동이 그 뒤에 늘었으면 강화, 줄었으면 처벌이다. 주는 사람의 의도로 정하지 않는다.
- 정적인가 부적인가는 방향으로 정한다. 무언가를 더했으면 정적, 있던 것을 없앴으면 부적이다. 좋다·나쁘다의 뜻이 전혀 아니다.
첫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하다. "칭찬은 강화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는 틀린 문장이다. 칭찬을 받은 뒤 그 행동이 늘었으면 그 사람에게 그 상황에서 칭찬이 강화물이었던 것이고, 줄었으면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이 강화물인지는 미리 정할 수 없고 재 봐야 안다. 이것은 이 이론의 약점이 아니라 이 이론이 지키는 규율이다. 4장의 조작적 정의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없던 행동은 어떻게 만드는가
강화는 이미 나온 행동에만 붙일 수 있다. 그러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행동은 어떻게 하는가. 조형(shaping)을 쓴다. 목표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행동에 강화를 붙이고, 그것이 자리 잡으면 기준을 조금 올린다. 이것을 되풀이하면서 기준을 목표 쪽으로 옮겨 간다. 이 방식을 연속적 근사라 부른다.
이 절차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실제로 쓰이고, 효과가 확인된 응용 가운데 하나다. 요점은 두 가지다. 기준을 한꺼번에 올리지 않는 것과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처벌이 잘 듣지 않는 이유
처벌은 행동을 줄이기는 한다. 그러나 실제로 쓰기 어렵다는 것이 응용 문헌의 오랜 결론이고, 이유가 구체적이다.
- 무엇을 하지 말지만 알려 주고 무엇을 할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줄어든 자리에 무엇이 들어올지는 정해지지 않는다.
- 조건이 까다롭다. 즉시, 일관되게, 그 행동에만 붙어야 듣는다. 셋 중 하나만 어긋나도 크게 약해진다.
- 피하는 것을 배운다. 그 행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않는 법을 배우거나, 처벌하는 사람과 상황 자체를 피하게 될 수 있다.
- 주는 쪽이 강화된다. 처벌은 대개 그 순간 행동을 멈추게 하므로, 처벌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부적 강화로 작용한다. 그래서 잘 듣지 않는데도 되풀이되기 쉽다.
그래서 응용에서는 줄이려는 행동을 대신할 행동을 정해 그쪽을 강화하는 방식이 먼저 권해진다. 이것은 도덕적 권고가 아니라 위의 네 항목에서 따라 나오는 실무적 결론이다.
언제 주는가 — 강화계획
강화를 매번 주는 것을 연속 강화라 한다. 새 행동을 만들 때는 이쪽이 빠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강화가 매번 오지 않는다. 어떤 규칙으로 오느냐를 강화계획(schedule of reinforcement)이라 하고, 기본형이 넷이다.
| 계획 | 무엇을 세는가 | 반응의 모양 |
|---|---|---|
| 고정비율 | 정해진 횟수를 채우면 강화 | 빠르다. 강화 직후에 잠깐 쉰다 |
| 변동비율 | 평균 몇 번에 한 번 꼴로, 예측할 수 없게 | 가장 빠르고 고르다. 쉬는 구간이 거의 없다 |
| 고정간격 | 정해진 시간이 지난 뒤의 첫 반응에 강화 | 간격 초반에 거의 안 하다가 끝으로 갈수록 빨라진다 |
| 변동간격 | 평균 얼마쯤의 시간마다, 예측할 수 없게 | 느리지만 아주 고르다 |
이 표에서 읽어야 할 것은 두 축이다. 비율이냐 간격이냐가 얼마나 빠른지를 정하고, 고정이냐 변동이냐가 얼마나 고른지를 정한다. 비율 계획이 빠른 이유는 단순하다 — 많이 할수록 강화가 빨리 온다. 간격 계획에서는 많이 해도 시간이 지나야 오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부분 강화를 받은 행동은 소거에 더 오래 버틴다. 매번 받던 행동은 몇 번 안 오면 "끝났다"는 것이 곧 드러나지만, 원래 가끔 오던 행동은 지금 안 오는 것이 평소와 구별되지 않는다. 변동비율이 특히 그렇다.
이 마지막 사실은 실무에서 자주 어긋나는 지점을 짚어 준다. 어떤 행동을 줄이려고 대부분은 반응하지 않되 가끔 반응하는 것이 가장 나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정확히 변동비율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연합되지는 않는다
초기 행동주의는 강한 주장을 하나 안고 있었다. 어떤 자극이든 어떤 결과와도 똑같이 연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등가능성 가정이라 부른다. 동물의 종이나 자극의 종류는 학습의 법칙에는 상관이 없고 재료의 차이일 뿐이라는 그림이었다.
이 가정을 무너뜨린 실험이 1966년에 나왔다. 가르시아(John Garcia)와 쾰링(Robert Koelling)의 설계다.
이 결과가 한 번에 두 가지를 무너뜨렸다. 첫째, 등가능성이 무너졌다. 같은 절차, 같은 횟수인데 맛과 불편함은 붙고 빛·소리와 불편함은 붙지 않았다. 어떤 짝은 붙기 쉽고 어떤 짝은 붙기 어렵다. 둘째, 인접성의 마지막 근거가 무너졌다. 맛과 불편함은 몇 시간이 떨어져 있어도, 그것도 한 번의 경험으로 붙는 경우가 많다.
대신 세워진 개념이 준비성(preparedness)이다. 종마다 붙기 쉬운 짝과 붙기 어려운 짝이 미리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이 1970년에 이 개념을 정리했다. 그 기울기가 왜 그렇게 놓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 종이 살아온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 쥐에게 상한 먹이는 대개 맛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지 소리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방향의 관찰이 하나 더 있다. 브렐랜드 부부(Keller Breland·Marian Breland)는 조작적 조건형성으로 동물에게 재주를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1961년에 가르친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종의 먹이 다루는 행동 쪽으로 밀려간다는 관찰을 보고했다. 강화가 계속 붙는데도 그렇게 되었다. 이것을 본능적 표류라 부른다.
이 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조건형성의 원리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무너진 것은 그 원리에 붙어 있던 보편성 주장이다. 획득·소거·자발적 회복·일반화·변별은 그대로 남았고, 다만 "무엇이 무엇과 붙는가"가 백지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남을 보고 배우는 것, 그리고 조건형성의 한계
지금까지 본 학습은 모두 자기가 겪은 것으로 배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과 여러 동물은 남이 겪는 것을 보고도 배운다. 이것이 관찰학습(observational learning)이다.
반두라(Albert Bandura)와 동료들이 1961년에 보고한 절차가 이 분야의 출발점으로 인용된다. 어른이 인형을 다루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그 뒤에 그 인형을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더라는 것이었다. 요점은 아이가 그 행동으로 강화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강화 없이도 새 행동이 목록에 들어왔다.
반두라는 관찰학습이 성립하려면 넷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 주의(무엇을 보는가), 파지(그것을 남겨 두는가), 재생(몸으로 할 수 있는가), 동기(할 이유가 있는가). 마지막 항목이 이 절의 핵심으로 이어진다. 배운 것과 하는 것이 다르다.
같은 구별을 훨씬 앞서 보인 실험이 있다. 톨먼(Edward Tolman)과 혼직(Charles Honzik)이 1930년에 보고한 것이다. 쥐를 미로에 여러 날 넣되 아무 강화도 주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성적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먹이를 놓기 시작하자 — 다음 시행부터 성적이 곧바로 좋아졌다. 처음부터 먹이를 받아 온 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이렇다. 강화가 없던 동안에도 배우고 있었다. 강화가 한 일은 배우게 만든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드러내게 만든 것이다. 이것을 잠재학습(latent learning)이라 하고, 이 장 첫 절에서 "행동 가능성"이라는 조각을 정의에 넣은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면 조건형성만으로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려 할 때 어디에서 막히는가. 넷을 꼽을 수 있다.
- 무엇이 무엇과 붙는지가 백지가 아니다. 앞 절의 준비성이다.
- 짝지음이 아니라 예측력이 정한다. 예측력을 다루려면 동물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 겪지 않고도 배운다. 관찰학습과 잠재학습이다.
- 언어가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는 들어 본 적 없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 이 반론은 1959년에 제기되었고 11장이 그 논쟁을 다룬다.
그리고 반대 방향도 정확히 적어야 한다. 이 절이 하는 말은 조건형성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장 앞쪽의 현상들은 지금도 이 분야에서 가장 잘 재현되는 결과에 속하고, 조형과 단계적 노출 같은 절차는 실제로 효과가 확인되어 쓰인다. 무너진 것은 현상이 아니라 그 현상 하나로 전부를 설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학습 유형이라는 이야기
널리 퍼진 주장이 하나 있다. 사람마다 잘 배우는 감각 양식이 따로 있고, 그 양식에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는 것이다. 시각형·청각형·운동형 같은 이름이 붙는다. 17장이 다중지능을 다루면서 이 주장을 한 번 더 짚는다. 이 장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본다 — 이 주장을 어떻게 검사하는가. 그것이 이 절의 목적이고, 이 장에서 배운 설계 감각을 쓰는 자리다.
먼저 주장을 세 조각으로 쪼갠다. 뭉뚱그리면 판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물어보면 사람들은 자기 선호를 꽤 일관되게 답한다.
- 그 선호가 안정된 유형으로 묶인다. 여기는 약하다. 검사마다 다른 유형 체계가 나오고, 5장의 기준으로 볼 때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인되지 않은 도구가 많다.
-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 이것이 실제로 다투어지는 조각이고, 검증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세 번째 조각을 검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교차 설계와 상호작용이다. 앞 절의 가르시아 설계와 같은 모양이다.
필요한 절차는 이렇다. 학습자를 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의 학습자를 무선배정으로 두 가지 수업에 나눠 보낸 뒤, 같은 시험으로 잰다. 그러면 네 칸이 나온다. 이 주장이 참이라면 시각형은 시각 쪽 수업에서, 청각형은 청각 쪽 수업에서 각각 더 나아야 한다. 즉 상호작용이 나와야 한다.
실제로 나온 것은 이렇다. 이 조건을 갖춘 연구 자체가 매우 적었고, 갖춘 연구들에서 필요한 상호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파슐러(Harold Pashler)와 동료들이 2008년에 이 문헌을 정리하면서 이 점을 지적했다. 이 문서가 이 항목을 근거 없음으로 다루는 것도 같은 이유다. 6장의 규칙대로, 이 사실이 서술의 주어가 되어야 한다 — "맞춰 가르치면 낫다는 주장은 검증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그러면 왜 이렇게 널리 믿기는가. 세 가지가 겹친다. 1번 조각이 참이기 때문이다 — 선호는 실재하고, 선호가 있으면 "그 선호에 맞추면 좋을 것"이라는 결론이 저절로 따라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별개의 주장이다. 개인차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준다 — 반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성질이다. 그리고 반례가 눈에 띄지 않는다 — 맞춘 방식으로 잘 배운 사례는 기억에 남고, 맞추지 않았는데도 잘 배운 사례는 세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이 중요하다. 이 절은 "방식은 아무래도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방식은 크게 중요한데, 정하는 것이 학습자의 유형이 아니라 자료의 성질이라는 결과가 이어졌다. 지도는 그림으로 보여야 하고 곡의 화음은 들려주어야 한다. 그것은 학습자가 시각형이어서가 아니라 자료가 그렇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은 따로 있고, 그것이 다음 장의 마지막 절이다. 나눠서 하기와 인출해 보기다. 이 둘은 재현이 잘 된 소수에 속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학습(learning) | 경험 때문에 생긴, 행동이나 행동 가능성의 비교적 지속적인 변화 |
| 습관화 / 민감화 | 같은 자극이 되풀이될 때 반응이 줄어드는 것 / 강한 자극 뒤에 반응이 커지는 것 |
| 고전적 조건형성 | 이미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과 그렇지 않은 자극을 짝지어 뒤의 것도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것 |
| 무조건자극·무조건반응 / 조건자극·조건반응 | 배우지 않고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과 그 반응 / 짝지음을 거쳐 반응을 일으키게 된 자극과 그 반응 |
| 획득 / 소거 / 자발적 회복 | 조건반응이 커지는 과정 / 조건자극만 주어 반응이 줄어드는 과정 / 쉰 뒤 반응의 일부가 돌아오는 것 |
| 일반화 / 변별 | 비슷한 자극에도 반응이 나오는 것 / 훈련으로 그 퍼짐을 좁히는 것 |
| 수반성 / 인접성 | 조건자극이 무조건자극을 얼마나 예측하는가 / 두 사건이 시간적으로 얼마나 가까운가 |
| 차단(blocking) | 이미 예측되고 있는 결과에 대해서는 새 자극이 학습되지 않는 현상 |
| 조작적 조건형성 · 효과의 법칙 | 한 일의 결과가 그 일의 빈도를 바꾸는 학습.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진 행동이 그 상황에서 더 자주 나온다 |
| 강화 / 처벌 | 그 뒤에 행동이 늘게 만드는 결과 / 줄게 만드는 결과.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정한다 |
| 정적 / 부적 | 무언가를 더한 것 / 있던 것을 없앤 것. 좋다·나쁘다의 뜻이 아니다 |
| 조형(shaping) | 목표에 가까운 행동부터 강화하며 기준을 옮겨 가는 절차 |
| 강화계획 · 부분 강화 효과 | 강화가 오는 규칙(고정비율·변동비율·고정간격·변동간격). 가끔 강화된 행동은 소거에 더 오래 버틴다 |
| 관찰학습 / 잠재학습 |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 / 강화 없이 배워 두었다가 강화가 붙는 순간 드러나는 학습 |
| 학습과 수행의 구별 | 배운 것과 지금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 하지 않았다고 배우지 않은 것이 아니다 |
| 등가능성 가정 / 준비성(preparedness) | 어떤 자극이든 어떤 결과와도 똑같이 연합된다는 반박된 가정 / 종마다 붙기 쉬운 짝이 미리 기울어 있다는 것 |
| 본능적 표류 | 가르친 행동이 그 종의 타고난 행동 쪽으로 밀려가는 현상 |
| 학습 유형 주장 | 유형에 맞춰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는 주장. 교차 설계에서 필요한 상호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
| 사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파블로프 (Ivan Pavlov) / 손다이크 (Edward Thorndike) | 고전적 조건형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 1898년 문제 상자와 효과의 법칙 |
| 레스콜라 (Robert Rescorla) / 케이민 (Leon Kamin) | 1968년 수반성 설계와 1988년 정리 / 1969년 차단 현상 |
| 가르시아 (John Garcia) 와 쾰링 (Robert Koelling) | 1966년 네 칸 설계. 등가능성 가정을 반박했다 |
| 셀리그먼 (Martin Seligman) / 브렐랜드 부부 (Keller · Marian Breland) | 1970년 준비성 개념 / 1961년 본능적 표류 |
| 반두라 (Albert Bandura) | 1961년 관찰학습. 주의·파지·재생·동기의 네 성분 |
| 톨먼 (Edward Tolman) 과 혼직 (Charles Honzik) | 1930년 잠재학습. 학습과 수행을 갈랐다 |
| 파슐러 (Harold Pashler) 와 동료들 | 2008년 학습 유형 문헌 정리. 필요한 설계가 거의 없었고 있는 곳에서도 지지되지 않았다 |
다음 장은 기억을 다룬다. 이 장 마지막 절에서 예고한 나눠서 하기와 인출해 보기가 그 장의 마지막 절에 있고, 그 둘은 이 문서에서 독자가 곧바로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결과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Thorndike, E. L. (1898). Animal intelligence: An experimental study of the associative processes in animals. Psychological Review Monograph Supplement, 2(4)
- Pavlov, I. P. (1927). Conditioned Reflexes. Oxford University Press.
- Watson, J. B., & Rayner, R. (1920). Conditioned emotional reac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3(1), 1–14. — 널리 인용되지만 참가자 한 명의 시연이고 기록의 여러 부분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이 장에서 근거로 쓰지 않았다
- Harris, B. (1979). Whatever happened to Little Albert? American Psychologist, 34(2), 151–160. — 위 항목의 교과서 서술이 어떻게 부풀려졌는지를 추적한 글
- Skinner, B. F. (1938). The Behavior of Organisms. Appleton-Century.
- Rescorla, R. A. (1968). Probability of shock in the presence and absence of CS in fear conditioning. Journal of Comparative and Physiological Psychology, 66(1), 1–5
- Rescorla, R. A. (1988). Pavlovian conditioning: It’s not what you think it is. American Psychologist, 43(3), 151–160
- Kamin, L. J. (1969). Predictability, surprise, attention, and conditioning. In B. A. Campbell & R. M. Church (Eds.), Punishment and Aversive Behavior. Appleton-Century-Crofts.
- Garcia, J., & Koelling, R. A. (1966). Relation of cue to consequence in avoidance learning. Psychonomic Science, 4(3), 123–124
- Seligman, M. E. P. (1970). On the generality of the laws of learning. Psychological Review, 77(5), 406–418
- Breland, K., & Breland, M. (1961). The misbehavior of organisms. American Psychologist, 16(11), 681–684
- Bandura, A., Ross, D., & Ross, S. A. (1961). Transmission of aggression through imitation of aggressive models.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63(3), 575–582
- Tolman, E. C., & Honzik, C. H. (1930). Introduction and removal of reward and maze performance in rats. University of California Publications in Psychology, 4, 257–275.
- Pashler, H., McDaniel, M., Rohrer, D., & Bjork, R. (2008).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3), 105–119
기억
7장의 학습은 겪은 것 때문에 행동이 달라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달라진 것이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으려면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져야 한다. 이 장은 그 일을 다룬다.
이 장은 두 갈래로 읽힌다. 앞의 다섯 절은 기억을 어떻게 나누어 보는가이고, 마지막 절은 독자가 오늘 쓸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절이 이 문서 전체에서 드문 자리다. 간격 효과는 이 분야에서 재현이 잘 된 소수에 들고, 함께 다룰 인출 연습도 같은 쪽이다. 7장 마지막에서 학습 유형 이야기를 접으며 예고한 것이 이것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은 몇 가지 서로 다른 사태를 가리키는가.
-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왜 다른 말인가.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구별이다.
- 담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정설인데, 왜 이 문서는 그 수를 적지 않는가.
- 자전거를 타는 일과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일은 같은 종류의 기억인가.
- 같은 시간을 쓰고도 훨씬 많이 남기는 방법이 있는가. 있다면 왜 사람들이 그 방법을 쓰지 않는가.
4장에서 조작적 정의와 통제 집단을, 5장에서 구성개념과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7장에서 학습과 수행의 구별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세 걸음과 세 저장고
기억을 다룰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억"이라는 한 낱말을 걸음으로 쪼개는 것이다. 쪼개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난다"가 서로 다른 세 가지 사태를 한꺼번에 가리키게 되고, 그 셋은 고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 걸음 | 무엇을 하는가 | 여기서 어긋나면 |
|---|---|---|
| 부호화(encoding) | 들어온 것을 남길 수 있는 꼴로 바꾼다 | 애초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서를 줘도 나오지 않는다 |
| 저장(storage) | 그 꼴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지한다 | 있던 것이 흐려지거나 다른 것에 밀린다 |
| 인출(retrieval) | 필요할 때 다시 꺼낸다 | 있는데 못 꺼낸다. 단서가 맞으면 그대로 나온다 |
셋을 실제로 갈라내는 방법이 있다. 단서를 주었을 때 나오면 인출의 문제이고, 단서를 줘도 나오지 않으면 앞의 두 걸음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기억 연구에서는 아무 단서 없이 떠올리게 하는 회상 검사와 보기를 주고 골라내게 하는 재인 검사를 함께 쓴다. 5장의 말로 하면, 같은 구성개념을 서로 다른 조작적 정의로 두 번 재는 것이다.
아주 짧게 남는 것
눈앞의 장면은 눈을 감은 뒤에도 아주 잠깐 남는다. 이것을 감각기억(sensory memory)이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재느냐다. 글자를 여럿 보여 주고 다 말해 보라고 하면 몇 개밖에 못 말하는데, 그것이 적게 들어와서인지 말하는 동안 사라져서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스펄링(George Sperling)이 1960년에 이 문제를 우회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글자를 여러 줄 아주 짧게 보여 주고, 화면이 꺼진 뒤에 어느 줄을 말할지 소리로 지정해 주는 것이다. 참가자는 어느 줄이 지정될지 미리 모르므로, 지정된 한 줄을 잘 말한다면 모든 줄이 다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나왔고, 지정 신호를 조금씩 늦출수록 성적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 절차가 좋은 본보기인 이유는 결과가 아니라 설계에 있다. 전부 말하게 하면 두 설명이 뒤엉키는데, 무작위로 지정된 일부만 말하게 하면 그 뒤엉킴이 풀린다. 4장에서 본 "혼입을 설계로 끊는다"의 깨끗한 사례다.
목록의 처음과 끝
낱말 목록을 들려주고 순서에 상관없이 떠올리게 하면, 처음쪽과 끝쪽이 잘 나오고 가운데가 안 나온다. 이것을 계열위치곡선이라 한다.
여기서 읽을 것은 U자 모양 자체가 아니라 그 모양이 조작에 따라 갈라진다는 것이다. 목록을 다 들려준 뒤 30초쯤 딴 일을 시키고 회상하게 하면 끝쪽 이점만 사라지고 처음쪽 이점은 거의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낱말을 제시하는 속도를 늦추면 처음쪽 이점이 커지고 끝쪽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조작이 한쪽만 건드린다면 그 둘은 같은 장치가 아니다. 이것이 기억을 여러 갈래로 나누는 근거의 표준적인 모양이다.
몇 개인가는 세는 단위에 딸린다
잠깐 담아 두는 자리의 용량이 작다는 것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몇 개"를 셀 때 무엇을 하나로 세는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렇게 묶는 일을 덩이짓기(chunking)라 한다. 여기서 이 문서의 태도를 못 박아 둔다. 밀러(George Miller)가 1956년 논문의 제목에 쓴 "일곱 더하기 빼기 둘"은 널리 인용되지만 이 문서는 그것을 확정된 값으로 다루지 않는다. 덩이짓기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 속으로 되뇌는 것을 막느냐, 무엇을 한 항목으로 세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되뇌기와 덩이짓기를 막았을 때 그보다 뚜렷이 작은 값이 나온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정설은 "용량이 제한된다"이지 어떤 수가 아니다. 제한이 있다는 것까지가 정설이고, 정확한 수는 아직 논쟁이다.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다른 말이다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두 말은 일상에서 섞여 쓰이지만 서로 다른 모형에서 나온 서로 다른 개념이고, 이 문서는 둘을 갈라 쓴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은 잠깐 담아 두는 자리를 가리킨다. 묻는 것은 "얼마나 오래, 몇 개나 담기는가"이고, 재는 과제는 들려준 것을 그대로 되뇌어 말하기다. 담기만 하면 되는 과제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다르다. 담아 둔 채로 그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체계를 가리킨다. 배들리(Alan Baddeley)와 히치(Graham Hitch)가 1974년에 내놓은 모형에서, 이것은 하나의 저장고가 아니라 여러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 소리로 된 것을 잠깐 붙들어 두는 자리, 눈으로 본 것과 그 위치를 붙들어 두는 자리, 그리고 그 둘에 주의를 나눠 주고 지금 필요 없는 것을 밀어내는 자리다. 뒤에 여러 갈래에서 온 것을 하나로 엮는 자리가 하나 더 덧붙었다.
두 개념을 실제로 갈라 주는 것은 과제다. 단순 폭 과제는 숫자를 들려주고 그대로 말하게 한다. 복합 폭 과제는 그 사이에 다른 일을 끼워 넣는다 — 짧은 계산을 하나 풀고 낱말 하나를 기억하고, 다시 계산을 풀고 낱말을 하나 더 기억하는 식이다. 그리고 두 과제의 점수가 예측하는 것이 다르다. 복합 폭 점수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 여러 단계를 거치는 추론 성적과 더 강하게 이어진다는 결과가 되풀이 보고되었다. 17장이 유동추론—처음 보는 문제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힘—을 세울 때 이 자리로 다시 온다.
그래서 이 문서는 이렇게 쓴다. "잠깐 담아 두는 일"을 말할 때는 단기기억, "담은 채로 다루는 일"을 말할 때는 작업기억. 개론서에서 이 둘이 뒤섞여 쓰이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뒤섞으면 "작업기억 용량이 크면 글을 잘 읽는다" 같은 문장에서 무엇을 잰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장기기억의 갈래
오래 남는 것들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가장 위의 갈림은 말로 꺼내 놓을 수 있는가다. 꺼내 놓을 수 있는 쪽을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 그렇지 않은 쪽을 비서술기억(nondeclarative memory)이라 한다.
서술기억은 다시 둘로 갈린다. 툴빙(Endel Tulving)이 세운 구별이다.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내가 겪은 일이고 언제 어디서가 함께 붙어 있다.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세상에 대한 앎이고 언제 배웠는지는 대개 붙어 있지 않다. 물이 얼면 얼음이 된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 갈림을 세운 근거는 둘이 따로 무너진다는 데 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뒤 새로 겪은 일을 말로 꺼내지 못하게 된 사람이, 같은 운동 과제를 날마다 연습하면 성적이 꾸준히 오른다 — 연습했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하나가 무너졌는데 다른 하나가 남았다면 그 둘은 같은 장치가 아니다. 앞 절의 계열위치곡선에서 쓴 것과 같은 논증이다.
다만 여기에 조심할 것이 있다. 이런 사례는 수가 적고 한 사람마다 손상된 부위가 다르다. 사례가 보이는 것은 "두 갈래가 갈린다"까지이고, 어느 부위가 무엇을 한다는 결론은 사례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뇌의 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13장이 다루며, 그 장은 영상 한 장으로 설명했다고 말하지 않는 법을 정면으로 다룬다.
무엇이 잘 남는가 — 그리고 그 물음의 함정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자료를 보아도 남는 양은 크게 다르다. 무엇이 그것을 정하는가.
크레이크(Fergus Craik)와 록하트(Robert Lockhart)가 1972년에 처리 수준(levels of processing)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같은 낱말이라도 글자 모양을 보게 하면 얕게, 소리를 판단하게 하면 중간쯤, 뜻을 다루게 하면 깊게 처리되고, 깊을수록 잘 남는다는 것이다. 실험은 이렇게 짠다 — 참가자에게 낱말마다 질문을 하나씩 던지되 조건마다 질문의 종류를 바꾸고, 기억 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떠올려 보라고 한다. 뜻을 다룬 조건의 성적이 좋다는 결과는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여야 이 절이 정확해진다.
첫째, "깊다"는 것이 순환적으로 정의되기 쉽다. 무엇이 깊은 처리인지 미리 정하지 못하고 결과를 보고 "잘 남았으니 깊었던 것"이라 말하면, 이 이론은 아무것도 금지하지 못하는 이론이 된다. 6장에서 본 결과를 보고 가설을 세우는 일과 성질이 같다. 이 비판은 오래 제기되어 왔고 해소되지 않았다.
둘째, 무엇이 잘 남는지는 "어떻게 검사하는가"에 딸려 있다. 모리스(C. Donald Morris)와 동료들이 1977년에 이것을 보였다. 소리를 판단하게 한 조건은 보통의 시험에서는 성적이 나쁘지만, 소리로 검사하는 시험에서는 뜻을 다룬 조건보다 낫다. 즉 깊이 그 자체가 아니라 부호화할 때 한 일과 인출할 때 요구되는 일이 맞는가가 성적을 정한다. 이것을 전이 적합성 처리라 부른다.
이 정정이 실무적으로 무겁다. "깊게 공부해라"는 조언은 그 자체로는 방향이 없다. 방향을 주려면 "시험에서 요구될 일과 같은 일을 연습해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결론은 이 장 마지막 절과 곧바로 이어진다 — 시험에서 요구되는 것이 대개 보지 않고 꺼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꺼내는 일 — 단서와 맥락
남아 있는 것을 꺼내려면 실마리가 있어야 한다. 이 실마리를 인출 단서(retrieval cue)라 한다. 툴빙과 톰슨(Donald Thomson)이 1973년에 이 자리를 정리했다. 요점은 어떤 단서가 잘 듣는지가 부호화할 때 무엇과 함께 넣었는가에 딸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부호화 특수성이라 한다.
이 원리에서 따라 나오는 것이 맥락 효과다. 부호화할 때 곁에 있던 것들 — 장소, 소리, 냄새, 그때의 몸 상태 — 이 함께 들어가 있으므로, 인출할 때 그것들이 다시 있으면 실마리가 된다. 고든과 배들리가 1975년에 잠수부에게 물속과 물 밖에서 낱말을 외우고 회상하게 한 실험이 널리 인용된다.
여기서 이 문서가 지키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효과는 있지만 크지 않고 조건이 붙는다.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효과의 크기가 작은 편으로 보고되었고, 특히 회상 검사에서는 나오지만 재인 검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이유가 설명이 된다 — 재인에서는 항목 자체가 강한 단서로 주어지므로 맥락이라는 약한 단서가 할 일이 없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 장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이 회복된다는 보고가 있어, 실제로 그 장소로 돌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험 볼 교실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은 이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강하다. 오히려 여러 곳에서 공부해 두는 편이 특정 맥락에 덜 매이게 한다는 제안이 있고, 이쪽도 크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네 물음의 셋째와 넷째가 이 항목에 정확히 걸린다.
인출이 저장과 다르다는 것을 가장 분명히 보이는 것은 설단 현상이다. 이름이 떠오를 듯 말 듯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그 낱말의 첫소리나 글자 수를 꽤 자주 맞힌다. 통째로 없는 것이 아니라 일부에 닿아 있으면서 전체를 못 꺼내는 것이다.
실제로 효과가 확인된 두 가지
이 절은 이 문서에서 성격이 다른 절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를 다뤘는데, 여기서는 믿을 만하고 곧바로 쓸 수 있는 것 둘을 다룬다. 간격 효과는 재현이 잘 된 소수에 들고, 인출 연습도 같은 자리에 있다.
하나 — 나눠서 하기
간격 효과(spacing effect)는 이렇다. 총 학습 시간이 같을 때, 그 시간을 몰아서 쓰는 것보다 나누어 쓰는 편이 나중에 더 많이 남는다. 이 현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보고되었고, 여러 재료와 여러 연령대에서 되풀이되었으며,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도 방향이 일정하게 나왔다.
그림에서 읽어야 할 것은 교차다. 시험이 학습 직후라면 몰아서 한 쪽이 낫거나 비슷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눠서 한 쪽이 앞선다. 그래서 이 방법의 이점은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있다.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은 여럿이고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되풀이해 만날 때마다 조금씩 잊혔다가 다시 꺼내야 하므로 그 꺼내는 일 자체가 연습이 된다는 설명, 만날 때마다 곁의 상황이 달라 단서가 여러 갈래로 붙는다는 설명 등이 있다. 왜인지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상이 흔들린다는 뜻은 아니다. 어느 것이 옳든 나눠서 하는 쪽이 낫다는 결과는 그대로다.
얼마나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가지 방향이 보고되었다 — 시험이 멀수록 간격도 넓은 편이 낫다. 다만 최적 간격을 하나의 수로 적을 만큼 정리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이 문서는 수를 적지 않는다.
둘 — 꺼내 보기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은 이렇다. 같은 시간을 쓸 때, 자료를 다시 읽는 것보다 보지 않고 떠올려 보는 편이 나중에 더 많이 남는다. 뢰디거(Henry Roediger)와 카픽(Jeffrey Karpicke)이 2006년에 보고한 실험이 널리 인용되고, 그 뒤 여러 재료와 여러 장면에서 되풀이되었다.
이 그림의 세 번째 묶음이 이 절의 핵심이다. 학습자는 다시 읽기 쪽이 낫다고 예측한다. 예측이 어긋나는 이유는 앞 절에서 본 것과 같다 — 다시 읽으면 글이 술술 읽히고, 그 술술 읽힘이 "안다"로 잘못 읽힌다. 반대로 꺼내 보기는 힘들고 자주 실패하므로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두 방법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그 순간에는 더 어렵고 덜 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느낌이 사람들이 이 방법을 쓰지 않는 이유다. 여러 연구자가 이런 성질을 가진 조작들을 한데 묶어 다루어 왔다.
덧붙일 것이 하나 더 있다. 여러 종류를 섞어서 연습하는 것도 같은 성질을 보인다. 한 종류를 몰아서 연습하면 그 자리에서는 잘되는 느낌이 들지만, 섞어서 연습한 쪽이 나중에 낫다는 결과가 여러 영역에서 보고되었다. 다만 이쪽은 앞의 둘보다 조건이 더 붙는다.
마지막으로 이 절의 한계를 정직하게 적는다. 이 결과들의 대부분은 실험실이나 한 과목의 수업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잰 것이다. 학기 전체나 여러 해에 걸친 학습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는 그만큼 확인되지 않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그렇더라도 이 문서에서 이만큼 잘 답하는 항목은 드물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 써 볼 값이 있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부호화 / 저장 / 인출 | 들어온 것을 남길 꼴로 바꾸는 일 / 그 꼴을 유지하는 일 / 필요할 때 꺼내는 일 |
| 회상 / 재인 | 단서 없이 스스로 떠올리게 하는 검사 / 보기를 주고 골라내게 하는 검사 |
| 감각기억(sensory memory) | 들어온 감각이 아주 짧게 그대로 남는 것. 부분보고법으로 그 크기를 보였다 |
| 계열위치곡선 | 목록의 처음쪽과 끝쪽이 잘 회상되는 모양. 두 이점이 서로 다른 조작에 민감하다 |
| 덩이짓기(chunking) | 여러 항목을 아는 것에 기대어 하나로 묶는 일. 항목 수는 세는 단위에 딸린 값이 된다 |
|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 잠깐 담아 두는 자리. 용량과 지속시간으로 규정하고 단순 폭 과제로 잰다 |
| 작업기억(working memory) | 담아 둔 채로 그것을 다루는 여러 성분의 체계. 복합 폭 과제로 잰다. 단기기억과 다른 개념이다 |
| 단순 폭 / 복합 폭 과제 | 들은 것을 그대로 되뇌게 하는 과제 / 담기와 처리를 함께 시키는 과제 |
| 서술기억 / 비서술기억 | 말로 꺼내 놓을 수 있는 기억 / 그렇지 않은 기억. 따로 무너지는 사례가 이 갈림의 근거다 |
| 일화기억 / 의미기억 | 내가 겪은 일, 언제 어디서가 붙어 있다 / 세상에 대한 앎, 대개 그것이 붙어 있지 않다 |
| 절차기억 / 점화 | 몸으로 하는 일의 순서 / 먼저 만난 것 때문에 뒤의 처리가 빨라지는 것 |
| 처리 수준(levels of processing) | 뜻을 다루는 처리가 겉을 다루는 처리보다 잘 남는다는 설명. 순환성 비판이 남아 있다 |
| 전이 적합성 처리 | 부호화할 때 한 일과 인출할 때 요구되는 일이 맞을수록 성적이 좋다는 정정 |
| 인출 단서 / 부호화 특수성 | 꺼낼 때 쓰는 실마리 / 어떤 단서가 잘 듣는지는 부호화할 때 무엇과 함께 넣었는가에 딸린다 |
| 맥락 효과 | 부호화할 때의 상황이 인출을 돕는 것. 회상에서 나오고 재인에서는 잘 나오지 않으며 크기가 작다 |
| 설단 현상 | 떠오를 듯 말 듯한 상태. 일부에 닿아 있으면서 전체를 못 꺼내는 것 |
| 간격 효과(spacing effect) | 같은 총 시간을 나누어 쓰면 나중에 더 남는다. 재현이 잘 된 소수 |
|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 다시 읽는 대신 꺼내 보면 나중에 더 남는다. 학습자의 예측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
| 사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스펄링 (George Sperling) | 1960년 부분보고법. 전부 말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혼입을 끊었다 |
| 밀러 (George Miller) | 1956년 논문. 널리 인용되는 그 수는 이 문서가 확정된 값으로 다루지 않는다 |
| 배들리 (Alan Baddeley) 와 히치 (Graham Hitch) | 1974년 작업기억 모형. 여러 성분으로 나누었다 |
| 툴빙 (Endel Tulving) |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의 구별. 톰슨과 함께 1973년 부호화 특수성 |
| 크레이크 (Fergus Craik) 와 록하트 (Robert Lockhart) | 1972년 처리 수준 |
| 모리스 (C. Donald Morris) 와 동료들 | 1977년 전이 적합성 처리. 처리 수준을 정정했다 |
| 뢰디거 (Henry Roediger) 와 카픽 (Jeffrey Karpicke) | 2006년 인출 연습. 직후와 지연에서 순서가 뒤집힌다 |
다음 장은 같은 기억을 반대편에서 본다. 이 장이 무엇이 남는가를 다뤘다면 9장은 남은 것이 어떻게 어긋나는가를 다루고, 그 어긋남이 실제 제도를 바꾼 이야기까지 간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Sperling, G. (1960). The information available in brief visual presentations. Psychological Monographs, 74(11), 1–29
- Miller, G. A. (1956). 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Psychological Review, 63(2), 81–97
- Atkinson, R. C., & Shiffrin, R. M. (1968). Human memory: A proposed system and its control processes. In K. W. Spence & J. T. Spence (Eds.), The Psychology of Learning and Motivation, Vol. 2
- Glanzer, M., & Cunitz, A. R. (1966). Two storage mechanisms in free recall.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5(4), 351–360
- Baddeley, A. D., & Hitch, G. (1974). Working memory. In G. H. Bower (Ed.), The Psychology of Learning and Motivation, Vol. 8
- Cowan, N. (2001). The magical number 4 in short-term memory.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4(1), 87–114. — 되뇌기와 덩이짓기를 막았을 때 더 작은 값이 나온다는 주장. 이 문서는 어느 수도 확정값으로 쓰지 않았다
- Craik, F. I. M., & Lockhart, R. S. (1972). Levels of processing.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1(6), 671–684
- Morris, C. D., Bransford, J. D., & Franks, J. J. (1977). Levels of processing versus transfer appropriate processing.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6(5), 519–533
- Tulving, E., & Thomson, D. M. (1973). Encoding specificity and retrieval processes in episodic memory. Psychological Review, 80(5), 352–373
- Godden, D. R., & Baddeley, A. D. (1975). Context-dependent memory in two natural environment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66(3), 325–331
- Smith, S. M., & Vela, E. (2001). Environmental context-dependent memory: A review and meta-analysis.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8(2), 203–220
- Roediger, H. L., & Karpicke, J. D. (2006). Test-enhanced learning.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 Cepeda, N. J., Pashler, H., Vul, E., Wixted, J. T., & Rohrer, D. (2006). Distributed practice in verbal recall tasks: A review and quantitative synthesis. Psychological Bulletin, 132(3), 354–380
- Dunlosky, J., Rawson, K. A., Marsh, E. J., Nathan, M. J., & Willingham, D. T. (2013). Improving students’ learning with effective learning techniqu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4(1), 4–58. — 분산 연습과 연습 시험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놓았다
기억은 어떻게 어긋나는가
8장은 무엇이 남는지를 다뤘다. 이 장은 남은 것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다룬다.
이 장에는 이 문서에서 드문 성질이 하나 있다. 여기서 다루는 결과들이 실제로 제도를 바꿨다. 목격자의 진술을 받는 절차, 지목을 시키는 절차가 기억 연구의 결과에 따라 다시 짜였다. 오정보 효과와 목격자 증언의 취약성은 이 문서가 정설로 다루는 몇 안 되는 항목인데, 실무에 반영되었다는 것이 그 튼튼함을 보이는 한 가지다. 심리학의 결과가 실험실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이는 가장 좋은 사례이므로, 마지막 절에 그 이야기를 자세히 적었다.
동시에 이 장은 2015년 이전 개론서와 지금의 서술이 크게 다른 자리이기도 하다. 목격자의 확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표준적인 서술이 뒤집혔고, 한동안 널리 권고되던 절차 하나가 다시 논쟁에 들어갔다. 그 두 자리를 마지막 절에서 따로 표시했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잊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인가, 밀리는 것인가, 못 꺼내는 것인가.
- 사건이 끝난 뒤에 들어온 정보가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바꿀 수 있는가.
- 겪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보고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주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그만큼 정확한가.
- 이 결과들이 실제 절차를 어떻게 바꿨는가. 그리고 무엇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가.
8장에서 부호화·저장·인출, 회상과 재인, 인출 단서를 그대로 가져온다. 4장에서 통제 집단·실험자 기대 효과를, 5장에서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한 가지 미리 밝혀 둔다. 이 장은 어떤 사람의 기억이 믿을 만한지를 판정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는다. 이 장이 보이는 것은 그런 판정이 왜 어려운가이고, 그래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잊는다는 것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1885년에 이 물음을 실험으로 옮겼다. 방법이 두 가지 점에서 영리했다. 첫째, 이미 아는 것이 섞이지 않도록 뜻이 없는 철자 묶음을 재료로 썼다. 둘째, 얼마나 기억나는지 묻는 대신 같은 목록을 다시 외우게 하고 처음보다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셌다. 이것을 절약이라 한다.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 "기억나느냐"고 물으면 자기 보고에 기대게 되는데, 절약은 자기 보고에 기대지 않는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도 다시 외울 때는 시간이 줄어든다. 5장의 말로 하면, 같은 구성개념에 대해 자기 보고보다 나은 조작적 정의를 찾은 것이다.
곡선의 모양은 처음에 빠르고 뒤에 느리다. 이 모양은 2015년에 원래 절차를 되풀이한 연구에서 다시 나왔다. 오래된 연구가 재현된 드문 사례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두 가지를 덧붙여야 한다. 첫째, 참가자가 한 사람이었다. 에빙하우스는 자기 자신에게 실험했다. 둘째, 재료가 뜻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 실험의 장점이자 한계다. 이미 아는 것과 이어지지 않는 자료의 망각은 뜻 있는 자료의 망각보다 훨씬 빠르다. 이 곡선을 "사람이 배운 것을 잊는 속도"로 읽으면 안 된다. 네 물음의 둘째와 넷째다.
사라지는가, 밀리는가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그런데 시간 자체가 원인인가, 아니면 그 시간 동안 일어난 다른 일들이 원인인가. 앞의 설명을 소멸, 뒤의 설명을 간섭(interference)이라 한다.
이 둘을 가르려면 시간을 고정하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것을 바꿔야 한다. 실제로 그런 설계가 쓰이고, 사이에 무엇이 들어갔는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결과가 이어졌다. 특히 먼저 배운 것과 나중에 배운 것이 서로 비슷할수록 방해가 크다.
이름이 헷갈리므로 못 박아 둔다. 순행 간섭은 앞의 것이 뒤의 것을 방해하는 것이고, 역행 간섭은 뒤의 것이 앞의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순행·역행"은 방해가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그리고 셋째 가능성이 있다. 8장에서 본 인출 실패다. 남아 있는데 실마리가 없어서 못 꺼내는 것이고, 단서를 주면 나온다. 실제로는 이 셋이 함께 일어나며, 어느 하나로 망각 전체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사건 뒤에 들어온 것이 기억을 바꾼다
이 절의 결과가 이 장에서 가장 무겁다. 사건이 끝난 뒤에 들어온 정보가 그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바꾼다. 이것을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라 한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와 파머(John Palmer)가 1974년에 보고한 절차가 출발점으로 인용된다. 참가자에게 자동차가 부딪치는 짧은 영상을 보여 준 뒤 속도를 묻는데, 묻는 문장의 동사만 조건마다 바꿨다. 세게 부딪쳤다는 뜻의 동사를 쓴 조건에서 추정 속도가 더 높게 나왔다. 여기까지는 "질문이 답을 유도했다"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다시 불러 "깨진 유리를 보았는가"를 물었더니 — 영상에 깨진 유리는 없었는데 — 세게 부딪쳤다는 동사를 들었던 조건에서 보았다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
이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마지막 검사가 무엇을 묻는가다. 읽은 글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를 묻는다. 그러므로 오답은 "글을 잘못 기억했다"가 아니라 "본 것에 대한 보고가 달라졌다"이다.
이 효과는 여러 절차, 여러 나라, 여러 연령대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정설로 다뤄도 되는 드문 항목이다. 6장의 네 물음으로 보면 첫째·둘째·넷째에 비교적 잘 답한다 — 되풀이되었고, 표본이 넓고, 실제 절차에 옮겨져 확인되었다.
그러나 왜 그런가는 미결이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원래 것을 덮어썼다는 설명과, 원래 것은 남아 있는데 꺼낼 때 잘못 골랐다는 설명이 오래 겨루었다. 단서를 잘 주면 원래 것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보고가 뒤의 설명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이 논쟁의 승패가 아니다. 어느 설명이 옳든 결과는 같다 — 사건 뒤에 무엇이 들어가느냐가 나중의 진술을 바꾼다. 그러므로 진술을 받기 전에 정보가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절차를 짜야 한다.
더 나아간 연구도 있다. 겪지 않은 일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만들어 내게 하는 절차들이다. 가족에게서 얻은 실제 사건들 사이에 겪지 않은 사건 하나를 끼워 넣고 되풀이해 떠올리게 하면, 일부 참가자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런 연구에서 나온 비율은 연구마다 크게 다르고, 무엇을 "기억"으로 셀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뒤에 여러 연구를 다시 코딩해 그 점을 지적한 작업이 있다. 그래서 이 문서는 비율을 적지 않고 방향만 적는다 —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절차와 세는 기준에 딸려 있다.
어디서 왔는지가 함께 남지 않는다
앞 절의 결과들이 왜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 하나 있다. 내용은 비교적 잘 남는데 그 내용이 어디서 왔는지는 함께 남지 않는다. 출처는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판단으로 채워진다. 이것을 출처 감시라 하고, 그 판단이 어긋난 것을 출처 혼동(source confusion)이라 한다.
이 판단은 몇 가지에 기댄다. 감각의 세부가 또렷하면 직접 겪은 것으로 판단하기 쉽고, 스스로 만들어 낸 것에는 애쓴 흔적이 남으므로 그것으로 갈라내며, 다른 아는 것과 앞뒤가 맞으면 겪은 것으로 기울기 쉽다. 그런데 이 단서들은 모두 어긋날 수 있다.
여기서 상상 팽창(imagination inflation)이 나온다. 어떤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게 하면, 나중에 그 일을 실제로 겪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개리(Maryanne Garry)와 동료들이 1996년에 이 현상을 보고했다. 설명은 위의 그림 그대로다 — 그려 보면 그 장면에 감각의 세부가 붙고, 그 세부가 나중에 "겪은 것"의 신호로 잘못 읽힌다.
같은 구조를 아주 짧은 시간에 보이는 절차가 있다. 서로 강하게 이어진 낱말들을 들려주되 그 낱말들이 모두 가리키는 한 낱말만 빼 놓는 것이다.
이 절차가 이 장에서 값어치가 큰 이유가 셋이다. 재현이 매우 잘 된다.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되고 독자가 스스로 해 보아도 대개 나온다. 기억이 녹화기가 아니라는 것을 한 번에 보인다. 그리고 오기억이 어떤 느낌인지를 직접 겪게 한다 — 확신의 크기가 맞는 기억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여기서 다리를 조심해서 놓아야 한다. 낱말 목록에서 나온 오기억과 겪은 사건에 대한 오기억이 같은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두 절차의 재료도 다르고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이 절차가 보이는 것은 "겪지 않은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다"는 원리이고, 실제 사건에 대해서는 앞 절의 연구들이 따로 필요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생생함은 정확함이 아니다
큰 사건이 있었을 때 그 소식을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가 유난히 또렷하게 남는 일이 있다. 브라운(Roger Brown)과 쿨릭(James Kulik)이 1977년에 이것에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진처럼 그 순간이 통째로 찍힌다는 그림이었다.
이 주장을 검사하려면 사건 직후의 기록이 있어야 한다. 나중의 보고끼리 견주는 것으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는 큰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참가자를 모아 그날의 보고를 받아 두고, 그 뒤 여러 해에 걸쳐 같은 사람에게 다시 묻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결과는 이렇다. 이런 기억도 보통의 기억처럼 처음 기록과 어긋나 간다. 그런데 생생하다는 느낌과 확신은 거의 줄지 않는다. 이 어긋남이 이 절의 요점이고, 여러 추적 연구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사람이 자기 기억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쓰는 단서가 생생함인데, 이 자료는 그 단서가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8장 마지막 절에서 본 것과 같은 종류의 어긋남이다. 거기서는 술술 읽힘이 "안다"로 잘못 읽혔고, 여기서는 생생함이 "맞다"로 잘못 읽힌다.
다만 한 가지를 정확히 적어야 한다. 이런 기억이 유난히 부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연구들은 사건의 큰 줄거리는 잘 유지되고 주변 세부가 달라진다고 보고했다. 무너진 것은 "정확하다"가 아니라 "사진처럼 통째로 찍혀 변하지 않는다"는 원래의 주장이다.
목격자 증언 — 연구가 절차를 바꾼 자리
앞의 세 절을 한데 모으면 이렇게 된다. 기억은 사건 뒤에 들어온 정보로 바뀌고, 내용에 출처가 잘못 붙을 수 있으며, 확신은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셋이 모두 걸리는 자리가 하나 있다 — 목격자의 진술과 지목이다.
이 자리가 무거운 이유는 목격자의 지목이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무게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신 있게 "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낮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뒤에 유전자 검사로 뒤집힌 유죄 판결들을 모아 보니, 목격자의 오인이 가장 흔하게 관여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이 오인을 늘린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무기가 있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얼굴에 대한 기억이 나빠진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나왔고, 다른 인종의 얼굴을 알아보는 성적이 낮다는 결과도 마찬가지로 확인되었다. 두 효과 모두 있고, 크기는 중간 이하로 보고되었다.
여기까지가 문제이고, 다음이 이 장의 결말이다. 이 결과들이 실제 절차를 바꿨다.
다섯 항목이 각각 이 문서에서 이미 본 것에 대응한다.
- 진행자가 누가 용의자인지 모르게 한다. 6장의 실험자 기대 효과다. 말투나 시선 같은 작은 신호로도 옮겨 간다.
- "범인이 이 안에 없을 수도 있다"고 미리 알린다. 이 안내가 없으면 목격자는 가장 닮은 사람을 고르는 비교 과제로 받아들이기 쉽다.
- 함께 세우는 사람들을 목격자의 진술에 맞춰 고른다. 용의자만 진술과 맞으면 나머지는 후보가 아니게 되고, 선택지가 하나뿐인 절차는 지목을 재는 절차가 아니다.
- 지목 직후에 목격자 자신의 말로 확신을 적어 둔다. 확신은 뒤에 들어오는 정보로 올라간다. 이 절과 앞 절의 결과가 함께 걸린다.
- 절차 전체를 기록한다. 무엇이 언제 말해졌는지가 나중에 재구성되지 않게 한다.
미국에서는 1999년에 수사기관용 안내서가 나왔고, 2014년에는 국립 아카데미가 이 분야의 근거를 정리한 보고서를 냈다. 심리학 연구가 제도의 문장으로 옮겨 간 드문 사례다.
그런데 다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 절에는 2015년 이전 개론서와 지금의 서술이 다른 자리가 둘 있다. 6장의 규칙대로, 바뀐 쪽을 서술의 주어로 삼는다.
첫째, 한꺼번에 보일 것인가 한 사람씩 보일 것인가. 한동안 한 사람씩 차례로 보이는 쪽이 낫다는 권고가 널리 퍼졌다. 이유는 그럴듯했다 — 한꺼번에 보면 서로 견주어 가장 닮은 사람을 고르게 되고, 차례로 보면 각각을 기억과 견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뒤에 같은 자료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하면 결론이 달라진다는 반론이 나왔다. 차례로 보이는 절차는 지목 자체를 줄이는데, 그러면 잘못된 지목만이 아니라 옳은 지목도 함께 준다. 어느 쪽이 나은지를 판정하려면 맞힌 비율과 틀린 비율을 함께 놓고 봐야 하고, 그렇게 보면 결론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느 쪽이 낫다고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분석에 쓰이는 틀이 신호탐지이론이고 12장이 그것을 세운다.
둘째, 확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동안 "확신은 정확성을 예측하지 못한다"가 표준적인 서술이었다. 앞 절의 섬광기억 결과와도 어울리는 서술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다수설은 조건을 붙인다 — 오염되지 않은 절차에서, 첫 지목 시점에 잰 확신은 상당한 정보를 담는다. 확신이 쓸모없어 보였던 것은 대개 뒤에 오염된 확신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위의 네 번째 항목 — 지목 직후에 확신을 적어 두라 — 이 중요해졌다.
이 둘을 이 장에 남겨 두는 이유가 있다. "연구가 제도를 바꿨다"는 이야기는 대개 여기서 끝나지만, 실제로는 바꾼 뒤에도 계속 다시 검사된다. 그리고 그 재검사에서 권고 하나가 흔들리고 다른 하나가 세워졌다. 이것이 실패가 아니라 이 분야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망각 곡선 / 절약 | 시간에 따라 남는 양이 줄어드는 모양 / 다시 배울 때 줄어든 시간으로 남은 것을 재는 지표 |
| 소멸 / 간섭(interference) | 시간 자체가 원인이라는 설명 / 그 사이에 들어온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 |
| 순행 간섭 / 역행 간섭 | 앞의 것이 뒤의 것을 방해 / 뒤의 것이 앞의 것을 방해. 이름은 방해가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
|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 | 사건 뒤에 들어온 정보가 그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바꾸는 것. 원인은 미결이지만 현상은 정설이다 |
| 출처 감시 / 출처 혼동 | 이 내용이 어디서 왔는지를 그때그때 판단하는 일 / 그 판단이 어긋난 것 |
| 상상 팽창(imagination inflation) | 어떤 일을 그려 보면 그 일을 겪었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오르는 것 |
| 오기억 목록 절차 | 서로 이어진 낱말들을 들려주고 그 낱말들이 가리키는 한 낱말만 빼는 절차. 재현이 매우 잘 된다 |
| 섬광기억(flashbulb memory) | 큰 사건의 소식을 들은 순간에 대한 또렷한 기억. 생생함은 유지되고 일치도는 떨어진다 |
| 무기 초점 / 타인종 효과 | 무기가 있으면 얼굴 기억이 나빠지는 것 / 다른 인종의 얼굴 재인 성적이 낮은 것. 둘 다 확인되었고 크기는 중간 이하 |
| 지목 절차의 다섯 개선 | 진행자 은폐 / 없을 수도 있다는 안내 / 진술에 맞춘 대조 인물 / 즉시 확신 기록 / 절차 기록 |
| 확신의 재평가 | 오염되지 않은 절차의 첫 확신은 상당한 정보를 담는다는 것이 지금의 다수설. 옛 서술과 다르다 |
| 사람 · 자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에빙하우스 (Hermann Ebbinghaus) | 1885년 망각 곡선과 절약.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했고 재료는 뜻이 없었다 |
| 로프터스 (Elizabeth Loftus) 와 파머 (John Palmer) | 1974년 오정보 효과. 질문의 동사 하나가 나중의 보고를 바꿨다 |
| 존슨 (Marcia Johnson) 과 동료들 | 1993년 출처 감시 틀 |
| 개리 (Maryanne Garry) 와 동료들 | 1996년 상상 팽창 |
| 뢰디거 (Henry Roediger) 와 맥더모트 (Kathleen McDermott) | 1995년 오기억 목록 절차 |
| 브라운 (Roger Brown) 과 쿨릭 (James Kulik) | 1977년 섬광기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 탈라리코 (Jennifer Talarico) 와 루빈 (David Rubin) | 2003년 추적 연구. 확신과 일치도가 갈라졌다 |
| 미국 국립 아카데미 보고서 (2014) | 목격자 지목에 대한 근거를 정리했다. 어느 제시 방식이 나은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
| 윅스테드 (John Wixted) 와 웰스 (Gary Wells) | 2017년 확신과 정확성의 관계를 다시 정리했다 |
다음 장은 기억에서 판단으로 옮겨 간다. 이 장에서 본 "확신이 정확성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가 10장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오고, 이 장의 상상 팽창은 10장의 가용성과 이웃해 있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Ebbinghaus, H. (1885). Über das Gedächtnis. Duncker & Humblot.
- Murre, J. M. J., & Dros, J. (2015). Replication and analysis of Ebbinghaus’ forgetting curve. PLoS ONE, 10(7), e0120644
- Loftus, E. F., & Palmer, J. C. (1974). Reconstruction of automobile destruction.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13(5), 585–589
- Loftus, E. F., & Pickrell, J. E. (1995). The formation of false memories. Psychiatric Annals, 25(12), 720–725
- Scoboria, A. et al. (2017). A mega-analysis of memory reports from eight peer-reviewed false memory implantation studies. Memory, 25(2), 146–163. — 여러 연구를 다시 코딩해 비율이 세는 기준에 크게 딸려 있음을 보였다
- Johnson, M. K., Hashtroudi, S., & Lindsay, D. S. (1993). Source monitoring. Psychological Bulletin, 114(1), 3–28
- Garry, M., Manning, C. G., Loftus, E. F., & Sherman, S. J. (1996). Imagination inflation.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3(2), 208–214
- Roediger, H. L., & McDermott, K. B. (1995). Creating false memorie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21(4), 803–814
- Brown, R., & Kulik, J. (1977). Flashbulb memories. Cognition, 5(1), 73–99
- Talarico, J. M., & Rubin, D. C. (2003). Confidence, not consistency, characterizes flashbulb memories. Psychological Science, 14(5), 455–461
- Hirst, W. et al. (2015). A ten-year follow-up of a study of memory for the attack of September 11, 2001.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4(3), 604–623
- Meissner, C. A., & Brigham, J. C. (2001). Thirty years of investigating the own-race bias in memory for faces: A meta-analytic review.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 7(1), 3–35
- Fawcett, J. M., Russell, E. J., Peace, K. A., & Christie, J. (2013). Of guns and geese: A meta-analytic review of the weapon focus literature. Psychology, Crime & Law, 19(1), 35–66
- Technical Working Group for Eyewitness Evidence (1999). Eyewitness Evidence: A Guide for Law Enforcement. U.S. Department of Justice.
- National Research Council (2014). Identifying the Culprit: Assessing Eyewitness Identification. National Academies Press
- Wixted, J. T., & Wells, G. L. (2017). The relationship between eyewitness confidence and identification accuracy: A new synthesi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8(1), 10–65
생각하기
8장과 9장은 남은 것을 다뤘다. 이 장은 그 남은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를 다룬다. 묶고, 풀고, 판단하는 일이다.
이 장은 이 문서에서 가장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 장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다루는 결과들의 재현 상태가 항목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되었고, 어떤 것은 표현을 조금 바꾸면 사라지며, 어떤 것은 대규모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으로 나왔다. 이중과정 이론이 지금 놓인 자리 — 다수설이되 크게 흔들렸다 — 가 이 장의 사정을 요약한다. 이 장을 "사람은 이러이러하게 비합리적이다"의 목록으로 읽으면 안 된다. 그런 목록이야말로 지난 십 년 사이에 가장 많이 줄어든 목록이다.
그런데 이 장에는 정반대 성격의 절도 하나 있다. 기저율 무시다. 이것은 검사할 수 있고, 계산으로 확인되며, 고치는 방법까지 알려져 있다. 5장의 효과크기, 6장의 네 물음과 함께 독자가 이 문서를 덮은 뒤에 가장 자주 쓰게 될 도구다. 그래서 그 절에는 계산형 예제를 여럿 두었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참새와 펭귄이 둘 다 새라면, 왜 하나는 빨리 판단되고 하나는 느리게 판단되는가.
- 문제가 안 풀릴 때 막히는 자리는 대개 어디인가.
- 어림잡아 판단하는 방식들 가운데 어느 것이 재현되었고 어느 것이 흔들렸는가.
- 검사가 잘 맞는데도 경보의 대부분이 헛것이 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가.
-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이라는 틀은 어디까지 쓸 수 있는가.
4장에서 혼입변수를, 5장에서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과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9장의 상상 팽창이 이 장의 가용성 옆에 놓인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확률의 수학은 이 문서의 몫이 아니다. 조건부확률과 베이즈 정리의 유도가 필요하면 확률 문서를 보면 된다. 이 장은 공식을 쓰지 않고 개수를 세는 방식으로만 다룬다. 그것이 이 장의 요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묶어서 다룬다 — 개념과 범주
세상의 것들을 하나하나 따로 다루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처음 보는 물건을 만나도 "이건 의자다"라고 묶을 수 있어야 앉아도 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묶는 단위를 개념(concept), 묶인 무리를 범주(category)라 한다.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세 번 바뀌었고, 지금은 어느 하나가 이긴 상태가 아니다.
가장 오래된 답은 개념은 정의라는 것이다.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의 목록이 있고 그것을 다 갖추면 들어간다. 수학과 법의 개념은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일상 개념의 정의를 실제로 적어 보면 반례가 계속 나온다. "의자"의 정의에 다리 넷을 넣으면 다리 하나짜리 의자가 반례가 되고, 앉는 데 쓴다는 것을 넣으면 앉을 수 없는 장식 의자가 반례가 된다.
더 결정적인 것은 시간이다. 정의를 만족하는지 따지는 일이라면 같은 범주의 구성원들은 비슷한 시간에 판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것이 전형성 효과(typicality effect)다. 사람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전형적인 새인가"를 평정하게 하면 답이 꽤 일치하고, 그 평정값이 판단 시간, 먼저 떠올리는 순서, 새로운 사실을 그 범주 전체로 넓혀 생각하는 정도와 나란히 움직인다. 로쉬(Eleanor Rosch)가 1970년대에 이 결과들을 정리했고, 여기서 원형(prototype)이라는 답이 나왔다 — 범주마다 전형적인 모습이 있고 그것과 닮은 정도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원형에도 걸리는 자리가 있다. 사람은 드문 사례에 대한 앎을 잃지 않는다. 펭귄이 특이한 새라는 것을 알고 있고, 평균만 저장한다면 그 앎이 어디서 오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례(exemplar) 관점이 나왔다. 평균을 따로 만들지 않고 겪은 개별 사례들을 저장해 두었다가 새것을 그것들과 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셋 위에 하나가 더 얹힌다. 무엇을 "닮았다"고 셀지가 이미 아는 것에 딸려 있다. 같은 두 사물이 어떤 앎 아래서는 닮았고 다른 앎 아래서는 닮지 않았다. 그러므로 닮음만으로는 개념을 설명할 수 없고, 우리가 가진 이론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지금의 표준적인 그림은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자리에서 어느 설명이 잘 듣는지를 나누는 쪽이다.
문제를 푼다
문제를 푼다는 것은 지금 있는 상태에서 목표 상태로 가는 길을 찾는 일이다. 이 그림을 문제 공간이라 하고, 넷으로 이루어진다 — 지금 상태, 목표 상태, 상태를 바꾸는 데 쓸 수 있는 수, 그리고 하면 안 되는 것.
길을 고르는 방식은 크게 둘이다. 모든 길을 다 따져 보는 것은 답이 있으면 반드시 찾지만 문제가 조금만 커져도 길의 수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난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림법(heuristic)을 쓴다 — 답에 가까워 보이는 쪽으로만 가는 것이다. 빠른 대신 놓칠 수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자주 쓰이는 어림법 셋이 있다. 지금과 목표의 차이를 줄이는 수를 고르기,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쪼개기, 목표에서 거꾸로 내려오기다. 첫 번째는 강력하지만 함정이 있다 — 목표에서 일부러 멀어져야 하는 수가 필요한 문제에서는 그 수를 고르지 못한다.
막히는 자리는 대개 둘 가운데 하나다. 쓰임에 갇힘은 어떤 물건을 늘 쓰던 쓰임으로만 보는 것이다. 상자에 든 압정으로 초를 벽에 붙이는 유명한 문제에서, 상자를 "압정을 담는 통"으로만 보면 상자를 받침으로 쓰는 수가 아예 목록에 들어오지 않는다. 굳어진 방식은 앞의 몇 문제에서 통했던 방식을 계속 쓰는 것이다. 더 짧은 길이 생겨도 그 길을 보지 않는다.
둘의 공통점이 중요하다. 길을 잘못 고른 것이 아니라 공간을 좁게 잡은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생각하는 것으로는 잘 풀리지 않고, 문제를 다시 적어 보거나 잠시 떨어졌다 오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잠시 떨어졌다 오는 것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모은 정리에서 작지만 0은 아닌 것으로 보고되었다.
가설을 검사하는 방식
문제해결과 이웃한 자리에 판단의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규칙이 있는지 알아내려 할 때 사람들이 자기 짐작에 맞는 사례를 주로 시험한다는 것이다.
웨이슨(Peter Wason)이 만든 절차가 표준적이다. 참가자에게 수 세 개를 주고 "이 셋은 내가 생각한 규칙에 맞는다"고 알려 준다. 참가자는 다른 셋을 제안할 수 있고, 그때마다 맞는지 아닌지를 듣는다. 규칙을 알아냈다고 생각하면 답하면 된다. 이때 대부분의 참가자는 자기 짐작에 맞는 예만 계속 제안한다. 그리고 그 예들이 계속 "맞다"고 나오므로 확신이 커진다.
문제는 이렇다. 맞는 예를 아무리 많이 찾아도 짐작이 실제 규칙보다 좁을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 자기 짐작에 어긋나는 예를 일부러 제안해 보는 것. 그 예가 "맞다"고 나오면 짐작이 좁았다는 것이 곧바로 드러난다.
이 구조는 이 문서의 방법론과 곧바로 이어진다. 6장에서 본 사전등록과 등록보고서가 하는 일이 이것이다. 결과를 보기 전에 "무엇이 나오면 내 가설이 틀린 것인가"를 적어 두게 만드는 것. 그리고 이 물음의 철학적 뼈대는 철학 문서 8·9장이 다룬다.
어림잡아 판단하기 — 그리고 그 재현 상태
앞 절의 어림법은 문제를 푸는 자리에 있었다. 판단하는 자리에도 같은 것이 있다. 확률이나 빈도를 따져야 할 때, 사람은 계산하는 대신 더 쉬운 다른 물음으로 바꿔 답하는 경우가 많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카너먼(Daniel Kahneman)이 1970년대에 이 방향을 열었다.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절이다. 세 어림법의 재현 상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씩 따로 판정한다.
대표성 — 얼마나 닮았는가로 답한다
어떤 것이 어느 범주에 속할 확률을 물으면, 사람들은 그것이 그 범주의 전형적인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가로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대표성 어림법이라 한다.
가장 유명한 시연은 결합 오류다. 어떤 사람에 대한 서술을 주고, "이 사람이 A이다"와 "이 사람이 A이면서 B이다"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지 묻는다. 서술이 B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져 있으면, 상당수가 뒤의 것을 고른다. 그런데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는 언제나 한 조건만 만족하는 경우에 포함되므로, 뒤의 것이 더 그럴듯할 수 없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답이다.
판정. 이 현상 자체는 되풀이해 관찰된다. 그러나 표현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도 함께 확인되었다. 같은 내용을 "100명 가운데 몇 명이 A이겠는가"처럼 빈도로 물으면 오답이 크게 줄어든다. 이 관찰을 근거로, 사람들이 확률에 대해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럴듯하다"는 낱말을 논리학의 확률이 아닌 다른 뜻으로 읽은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었고, 이 논쟁은 정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사람은 결합 오류를 저지른다"로 적지 않고, "어떤 표현에서는 저지르고 어떤 표현에서는 크게 줄어든다"로 적는다. 그리고 이 사실 자체가 다음 절의 예고다 — 표현을 바꾸면 판단이 좋아진다.
가용성 — 떠오르는 정도로 답한다
어떤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물으면, 사람들은 그런 일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로 답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가용성 어림법이라 한다.
이 방식이 대체로 잘 작동한다는 점을 먼저 적어야 한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실제로 더 쉽게 떠오른다. 문제는 떠오르기 쉬운 정도가 빈도 말고 다른 것에도 딸려 있다는 데 있다 — 최근에 겪었는가, 인상이 강했는가, 많이 보도되었는가. 그래서 크게 다루어진 드문 사건의 빈도는 올려 잡고 조용히 자주 일어나는 일의 빈도는 내려 잡는 어긋남이 생긴다.
판정. 방향 자체는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다. 다만 무엇이 이 판단을 만드는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 떠오른 사례의 내용인지, 떠올리는 일이 얼마나 수월했는가라는 느낌인지. 뒤쪽을 지지하는 절차들이 제안되었으나 그 결과들의 재현 상태는 항목마다 다르다.
9장과의 이음새를 짚어 두자. 상상 팽창은 그려 본 일이 겪은 일로 판단되는 현상이었고, 여기서는 떠오르는 일이 자주 있는 일로 판단된다. 둘 다 "쉽게 떠오른다"를 다른 것의 신호로 읽는 것이다. 8장의 "술술 읽힘을 안다로 읽는다"까지 세 자리가 같은 모양이다.
기준점 — 먼저 본 수에 끌린다
어떤 양을 추정하기 전에 아무 수나 하나 보여 주면, 추정값이 그 수 쪽으로 끌린다. 이것을 기준점 효과라 한다.
판정 — 이 절에서 재현 상태가 가장 좋다.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대규모 재현 프로젝트에서 여러 나라의 표본에 걸쳐 되풀이되었다. 6장에서 본 다중연구실 재현의 결과 가운데 잘 버틴 쪽에 속한다.
이 대비가 이 절의 요점이다. "판단의 편향"이라는 한 이름으로 묶여 소개되는 것들의 재현 상태가 실제로는 크게 다르다. 어떤 것은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되고, 어떤 것은 표현을 바꾸면 줄어들며, 어떤 것은 방향만 남고 무엇이 그 판단을 만드는지가 정리되지 않았다. 이 목록 바깥에는 대규모 재현에서 효과가 거의 0으로 나온 것도 있다 — 18장이 그런 항목들을 모아 다룬다. 그러므로 이 목록을 통째로 믿는 것도, 통째로 버리는 것도 옳지 않다. 항목마다 따로 물어야 한다.
같은 것을 다르게 적으면
앞 절이 "쉬운 물음으로 바꿔 답한다"였다면, 이 절은 다른 종류의 현상이다. 내용이 완전히 같은 두 서술이 다른 선택을 낳는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1981년에 보고한 문제가 표준적인 시연이다. 같은 결과를 살릴 수 있는 수로 적을 때와 잃는 수로 적을 때 사람들의 선택이 갈린다. 얻는 쪽으로 적히면 확실한 쪽을 고르는 비율이 높고, 잃는 쪽으로 적히면 확률에 거는 쪽을 고르는 비율이 높아진다.
여기서 왜 이것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해 두자.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확실한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걸어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같은 사람이 같은 상황에 대해 표현에 따라 다른 쪽을 고른다는 데 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그 상황이 어떻게 적혀 있는가에 딸려 있다면, 그 선호를 그 사람의 선호라고 부르기 어려워진다.
판정. 이 효과는 대규모 다중연구실 재현에서 여러 나라의 표본에 걸쳐 되풀이되었다. 기준점 효과와 함께 잘 버틴 쪽이다. 다만 크기와 조건은 문제마다 다르고, 모든 종류의 표현 바꾸기가 같은 힘을 갖는 것은 아니다.
실무적 결론이 곧바로 따라 나온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같은 것을 반대 방향으로도 적어 보는 것이 검사가 된다. 살리는 수로 적힌 것을 잃는 수로 바꿔 적어 보고, 답이 달라지면 그 답은 내용이 아니라 표현에 기댄 것이다.
기저율 무시
이 절이 이 장에서 독자가 가장 자주 쓰게 될 절이다. 그리고 앞 절들과 달리 계산으로 확인된다.
상황은 이렇다.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검사가 있다. 그 검사가 상당히 잘 맞는다. 그런데 찾으려는 것이 드물다. 이때 검사가 "찾았다"고 말한 것들 가운데 진짜는 얼마나 되는가.
답은 대개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작다. 이유는 단순하다. 드문 것을 찾을 때는 "진짜인데 놓치는 것"보다 "가짜인데 잡히는 것"의 수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이다. 진짜의 수 자체가 적으니 잡을 수 있는 진짜도 적은데, 가짜는 수가 많으니 아주 낮은 비율로만 잘못 잡혀도 그 수가 커진다.
이 판단에서 빠뜨려지는 것이 기저율 — 찾으려는 것이 원래 얼마나 흔한가 — 이고, 그래서 이것을 기저율 무시라 한다.
고치는 방법이 알려져 있다. 확률을 개수로 바꿔 적는 것이다.
이 방식을 자연빈도라 한다. 확률로 적힌 문제를 "그러면 1,000개를 놓고 세어 보자"로 바꾸는 것이다. 기거렌처(Gerd Gigerenzer)와 호프라게(Ulrich Hoffrage)가 1995년에 이 전환이 정답률을 크게 올린다고 보고했고, 그 뒤 여러 영역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 오르는 정도는 문제와 표현에 따라 다르지만 방향은 일정하다.
왜 이 전환이 통하는지도 그림에 나와 있다. 확률로 적힌 문제에서는 기저율이 "0.2%"라는 작은 수 하나로 문장 어딘가에 놓여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개수로 바꾸면 기저율이 나눠지는 두 무리의 크기 자체가 되므로 지나칠 수가 없다. 998과 2를 나란히 적어 놓으면 어느 쪽이 큰지 보인다.
이중과정 — 틀과 그 논쟁
앞의 결과들을 묶는 틀로 널리 쓰이는 것이 있다. 판단과 사고를 두 갈래로 나누는 그림이다. 한쪽은 빠르고 애쓰지 않아도 일어나며 결과만 의식에 떠오르는 처리이고, 다른 쪽은 느리고 주의를 잡아먹으며 중간 단계를 스스로 따라갈 수 있는 처리다. 이것을 이중과정(dual process)이라 한다.
이 틀이 하는 일부터 적는다. 서로 달라 보이는 여러 과제를 하나로 묶어 준다. 주의를 다른 데 쓰게 하거나 시간을 촉박하게 하면 판단이 한쪽으로 기운다는 결과가 여러 절차에서 되풀이되었고, 이 틀은 그 결과들이 왜 함께 가는지를 말해 준다. 연구를 조직하는 틀로서는 지금도 널리 쓰이고, 이것이 다수설이다.
그런데 이 항목은 다수설이되 크게 흔들린 자리다. 흔들린 자리가 셋이다.
- 성질들이 함께 가지 않는다. 빠름, 애쓰지 않음, 의식되지 않음, 여럿을 한꺼번에 처리함 — 이 성질들이 하나의 묶음으로 붙어 다닌다는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두 갈래"라는 그림 자체가 여러 성질을 한데 뭉뚱그린 것이 된다.
- 순환에 빠지기 쉽다. 어느 쪽 처리였는지를 결과를 보고 정하면, 이 틀은 어떤 결과든 뒤에서 설명하게 되고 미리 무엇을 금지하지 못한다. 앞 절의 웨이슨 과제에서 본 것과 같은 문제다 — 금지하지 못하는 틀은 검사할 수 없다.
- 이 틀 아래 소개된 개별 결과 다수가 재현에 실패했다. 6장이 다룬 자아 고갈과 사회적 점화가 대표적이다. 두 결과 모두 "애쓰는 처리에는 한정된 자원이 든다"거나 "저절로 일어나는 처리가 행동을 움직인다"는 그림 위에 세워져 있었다.
가장 강한 형태의 반론도 함께 적어야 한다. 이 틀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두 체계"를 머릿속에 있는 두 개의 기관으로 읽는 것이 애초에 잘못된 독법이다. 이것은 처리의 두 성격을 가리키는 이름일 뿐이고, 그 성격 차이를 조작하는 실험 — 주의를 나누게 하거나 시간을 촉박하게 하는 조작 — 자체는 여러 절차에서 잘 되풀이된다. 실제로 이 틀을 널리 알린 책에서도 지은이가 두 체계를 지어낸 인물이라고 명시했다. 개별 결과의 재현 실패는 그 결과들의 문제이지 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서는 어떻게 쓰는가. 세 줄로 못 박는다.
- 쓴다 — "애쓰지 않고 나오는 판단"과 "따져서 나오는 판단"을 나누는 말로.
- 쓰지 않는다 — 머릿속에 두 개의 체계가 있다는 확정된 사실로. "체계 1이 그렇게 시켰다"는 설명이 아니라 이름 붙이기다.
- 따로 확인한다 — 이 틀에 기대어 소개되는 개별 결과는 그 결과의 재현 상태를 따로 묻는다. 틀이 유용하다는 것이 그 아래 결과들을 보증하지 않는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개념 / 범주 | 묶는 단위 / 묶인 무리 |
| 전형성 효과(typicality effect) | 같은 범주 안에서도 전형적인 사례가 더 빨리 판단되고 먼저 떠오르는 것 |
| 원형 / 사례 / 이론 기반 관점 | 전형적인 모습과의 닮음으로 판단 / 겪은 개별 사례들과 견줌 / 무엇을 닮음으로 셀지가 아는 것에 딸린다 |
| 문제 공간 | 지금 상태 · 목표 상태 · 쓸 수 있는 수 · 제약의 넷 |
| 어림법(heuristic) | 모든 길을 따지지 않고 가까워 보이는 쪽으로만 가는 방식. 빠르고 놓칠 수 있다 |
| 쓰임에 갇힘 / 굳어진 방식 | 물건을 늘 쓰던 쓰임으로만 보는 것 / 통했던 방식을 계속 쓰는 것. 둘 다 공간을 좁게 잡는 것이다 |
| 가설 검사 과제 | 자기 짐작에 맞는 예만 시험하면 짐작이 좁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보이는 절차 |
| 대표성 어림법 | 닮은 정도로 확률을 답하는 것. 결합 오류가 그 시연이며 표현을 바꾸면 크게 줄어든다 |
| 가용성 어림법 | 떠오르는 정도로 빈도를 답하는 것. 방향은 되풀이되나 무엇이 그 판단을 만드는지는 미결 |
| 기준점 효과 | 먼저 본 수 쪽으로 추정값이 밀리는 것. 대규모 재현에서 잘 버텼다 |
| 틀 효과(framing) | 같은 내용을 얻는 쪽으로 적는가 잃는 쪽으로 적는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 잘 버텼다 |
| 기저율 / 기저율 무시 | 찾으려는 것이 원래 얼마나 흔한가 / 그것을 빠뜨리고 검사 성능만으로 판단하는 것 |
| 자연빈도 | 확률로 적힌 문제를 개수로 바꿔 세는 방식. 정답률을 크게 올린다 |
| 이중과정(dual process) | 애쓰지 않고 나오는 처리와 따져서 나오는 처리를 나누는 틀. 다수설이나 크게 흔들렸다 |
| 사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로쉬 (Eleanor Rosch) | 전형성 효과와 원형 관점 |
| 웨이슨 (Peter Wason) | 가설 검사 과제. 짐작에 맞는 예만 시험하는 경향 |
| 트버스키 (Amos Tversky) 와 카너먼 (Daniel Kahneman) | 어림법과 편향 연구. 1981년 틀 효과 |
| 기거렌처 (Gerd Gigerenzer) 와 호프라게 (Ulrich Hoffrage) | 1995년 자연빈도. 표현을 바꾸면 정답률이 오른다 |
| 클라인 (Richard Klein) 과 동료들 | 2014년 다중연구실 재현. 기준점과 틀 효과가 잘 버텼다 |
다음 장은 이 장의 도구를 언어에 댄다. 그리고 거기서 세는 단위를 확인하라는 이 장의 교훈이 가장 크게 쓰인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Rosch, E. (1975). Cognitive representations of semantic categorie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04(3), 192–233
- Duncker, K. (1945). On problem-solving. Psychological Monographs, 58(5)
- Wason, P. C. (1960). On the failure to eliminate hypotheses in a conceptual task.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12(3), 129–140
- Sio, U. N., & Ormerod, T. C. (2009). Does incubation enhance problem solving? A meta-analytic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35(1), 94–120
- Tversky, A., & Kahneman, D. (1974).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185(4157), 1124–1131
- Tversky, A., &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 Science, 211(4481), 453–458
- Tversky, A., & Kahneman, D. (1983). Extensional versus intuitive reasoning: The conjunction fallacy in probability judgment. Psychological Review, 90(4), 293–315
- Hertwig, R., & Gigerenzer, G. (1999). The conjunction fallacy revisited.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12(4), 275–305. — 빈도로 물으면 오답이 크게 준다는 관찰과 그 해석
- Gigerenzer, G., & Hoffrage, U. (1995). How to improve Bayesian reasoning without instruction: Frequency formats. Psychological Review, 102(4), 684–704
- Klein, R. A. et al. (2014). Investigating variation in replicability: A ‘Many Labs’ replication project. Social Psychology, 45(3), 142–152. — 기준점과 틀 효과가 여러 표본에서 되풀이되었다
- Keren, G., & Schul, Y. (2009). Two is not always better than one: A critical evaluation of two-system theories.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4(6), 533–550
- Melnikoff, D. E., & Bargh, J. A. (2018). The mythical number two.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2(4), 280–293
-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 두 체계를 지어낸 인물이라고 밝힌 대목이 이 책에 있다
언어와 사고
10장은 묶고 풀고 판단하는 일을 다뤘다. 그 일을 사람은 대개 말로 한다. 이 장은 그 말 자체를 다루고, 마지막에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잘못 전해지는 주장 하나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장의 뒤쪽 절반은 강한 판본과 약한 판본을 갈라 읽는 연습이다.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판본에 따라 판정이 완전히 다르다. 강한 판본은 지지되지 않고 약한 판본은 일부 지지된다. 이 둘을 뭉뚱그리면 어느 쪽으로 뭉뚱그리든 틀린 것을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그 뭉뚱그림이 실제로 어떻게 퍼졌는지를 보여 주는 유명한 사례가 하나 있어서, 절 하나를 그 사례에 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언어를 안다는 것은 무엇을 안다는 것인가. 낱말을 아는 것과 같은 일인가.
- 아이는 규칙을 배우는가 흉내를 내는가. 무엇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는가.
- 어릴 때 언어를 접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수 없는가. 그렇다면 언제까지인가.
- 쓰는 언어가 생각을 바꾸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무엇을 갈라야 하는가.
- 두 언어를 쓰는 것이 다른 능력에도 좋은가.
4장에서 혼입변수와 준실험을, 5장에서 구성개념과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과 출판 편향을, 7장에서 조건형성만으로 언어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예고를, 10장에서 어림법과 이중과정을 읽는 법을 가져온다. 그리고 수가 나오면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지부터 묻는다는 습관이 이 장에서 결정적으로 쓰인다. 18장이 그것을 읽기 규칙의 첫째로 다시 세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언어에는 층이 있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낱말을 많이 아는 일이 아니다. 낱말을 하나도 모르는 문장 — 처음 듣는 이름들로만 이루어진 문장 — 도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그 판단을 하게 하는 것이 낱말과 다른 층에 있다.
아래에서부터 짚으면 이렇다. 음소(phoneme)는 뜻을 갈라 주는 가장 작은 소리 단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두 소리가 다른 음소인지가 언어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한 언어에서 다른 낱말을 만드는 소리 차이가 다른 언어에서는 같은 소리의 변이일 뿐이고, 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잘 들리지도 않는다.
형태소(morpheme)는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다. 낱말과 같지 않다. "먹었다"는 한 낱말이지만 뜻을 가진 조각이 여럿 들어 있다. 낱말은 그 위의 단위인데, 무엇을 한 낱말로 셀지가 언어마다 다르다. 이 점을 여기서 미리 밝혀 두는 이유가 있다 — 이 장 뒤쪽에서 이것이 논쟁의 중심이 된다.
통사는 낱말을 배열해 문장을 만드는 규칙이고, 의미는 그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가이며, 화용은 그 상황에서 그 말이 무엇을 하는가다. "소금 있어요"는 형태로는 물음이지만 하는 일은 부탁이다. 뜻을 다 알아도 이것을 놓칠 수 있다.
이 층 구조가 언어에 두 성질을 준다. 생산성 — 적은 수의 소리 단위로 수많은 낱말을 만들고, 그 낱말들로 이제까지 아무도 말한 적 없는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자의성 — 소리와 뜻 사이에 필연적인 연결이 없어서, 같은 것을 언어마다 전혀 다른 소리로 부른다.
첫 번째 성질이 7장 마지막 절의 예고와 이어진다. 들어 본 적 없는 문장을 만들어 낸다면, 들은 것을 강화받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반론이 1959년에 제기되었고, 다음 절이 그 이야기다.
아이는 어떻게 배우는가
아이가 언어를 얻는 과정은 여러 언어에서 비슷한 순서로 관찰된다. 나이는 아이마다 크게 다르다.
이 순서에서 가장 무거운 관찰은 문법 요소가 들어오는 시기에 나온다. 앞서 맞게 쓰던 불규칙한 꼴을 규칙대로 바꿔 말하는 시기가 온다. 영어에서 잘 기록된 현상이고, 아이가 먼저 맞게 말하다가 한동안 틀리게 말한 뒤 다시 맞게 말하는 모양을 그린다.
이것이 왜 무거운가. 어른에게서 들어 본 적 없는 꼴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들은 것을 따라 하는 것이라면 이런 형태가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이 관찰은 아이가 입력에서 규칙을 뽑아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성적이 한동안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진다는 것도 중요하다 —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내부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7장의 학습과 수행 이야기와 같은 자리다.
소리의 줄에서 낱말을 오려 낸다
아이가 듣는 것은 낱말들이 아니라 끊김 없는 소리의 줄이다. 말에는 띄어쓰기가 없고, 낱말 사이에 규칙적인 쉼도 없다. 그러면 어디서 자를지를 어떻게 아는가.
한 가지 실마리는 이어짐의 규칙성에 있다. 낱말 안에서는 앞 소리 다음에 어떤 소리가 올지가 거의 정해져 있고, 낱말과 낱말 사이에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새프런(Jenny Saffran)과 동료들이 1996년에 이것을 실험으로 보였다. 뜻이 없는 인공 음절로 만든 소리의 줄을 아기에게 몇 분 동안 들려주었는데, 그 줄에는 쉼도 억양의 단서도 없고 오직 이어짐의 규칙성만 들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 규칙성에 맞는 소리 묶음과 경계를 걸친 묶음을 들려주고 반응을 견주었더니 아기가 둘을 다르게 다뤘다. 7장에서 본 습관화 절차의 응용이다.
판정. 이 현상 자체는 되풀이 확인되었고, 아기 연구에서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재현 프로젝트도 진행되어 왔다. 다만 이것이 실제 언어 습득에서 얼마나 큰 몫을 하는지는 다른 물음이다. 실제 말에는 이어짐의 규칙성 말고도 억양, 쉼, 상황의 단서가 함께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는 정리되지 않았다. 네 물음의 넷째다.
무엇이 다투어지는가
습득의 사실은 위와 같고, 그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는 오래된 논쟁이다. 이 문서는 어느 쪽으로 결론짓지 않고 양쪽을 가장 강한 형태로 적는다.
한쪽은 이렇게 본다. 아이가 받는 입력만으로는 아이가 도달하는 문법을 설명할 수 없다. 아이는 틀린 문장을 거의 듣지 않고, 틀렸다는 지적도 별로 받지 않으며, 그런데도 매우 짧은 시간에 복잡한 규칙 체계를 갖춘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약이 미리 있어야 한다. 이 제약이 없으면 아이가 논리적으로 가능한 수많은 잘못된 규칙 가운데 왜 하필 맞는 것을 고르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다른 쪽은 이렇게 본다. 아이가 받는 입력은 그 논증이 가정하는 것보다 풍부하고, 아이가 쓰는 학습 능력은 언어 전용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으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앞의 통계적 학습이 그 예다. 그리고 아이는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무엇에 주의를 두고 무엇을 하려 하는지를 함께 읽는데, 그것이 낱말과 구조를 좁혀 준다. 게다가 제약이 미리 있다는 쪽에서도 그 제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판정 — 미결이다. 이 문서는 어느 쪽을 고르지 않는다. 다만 다투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아이가 규칙을 뽑아낸다는 것과 그 과정이 단순한 따라 하기가 아니라는 것은 양쪽 모두 받아들인다. 다투어지는 것은 무엇이 미리 있어야 하는가이고, 그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언제 접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가
어릴 때 언어를 접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오래 있었다. 이것을 결정적 시기 가설이라 하고, 요즘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뜻에서 민감기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이 물음에서 설계가 가장 어렵다. 아이를 무선배정해 언어를 접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분야의 자료는 모두 4장의 말로 준실험이고, 무엇과 무엇이 함께 달라졌는지를 늘 따져야 한다.
가장 깨끗한 자료는 수어를 늦게 접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이유가 있다. 듣지 못하는 아이가 수어를 쓰는 환경에서 자라면 어릴 때부터 언어를 접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이면 처음 접하는 나이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그러면 다른 조건이 비교적 비슷한 채로 "처음 접한 나이"만 달라진 집단을 얻게 된다. 이 집단에서 어른이 된 뒤의 문법 숙달도를 재면, 늦게 접할수록 낮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뉴포트(Elissa Newport)와 동료들의 작업이 이 방향을 세웠다.
여기까지는 다투어지지 않는다. 다투어지는 것은 곡선의 모양이다.
끊긴 시기가 있다는 그림이라면 어느 나이까지는 거의 온전히 도달하다가 그 뒤로 급격히 떨어져야 한다. 완만한 내리막이라는 그림이라면 처음부터 조금씩 떨어질 뿐이다. 두 그림은 같은 자료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어느 쪽인지를 가리려면 매우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대규모 자료를 모아 이 물음을 다시 다룬 연구가 2018년에 나왔고, 문법을 배우는 힘이 상당히 늦은 나이까지 유지되다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 물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쓰지 말아야 할 근거를 하나 적어 둔다.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자란 아이의 사례가 이 가설의 증거로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근거로 쓸 수 없다. 이유가 셋이다. 사례가 하나이고, 언어를 접하지 못한 것 말고도 수많은 것이 함께 결핍되어 있어서 무엇이 원인인지 갈라낼 수 없으며, 그 사례를 다룬 기록 자체에 여러 문제가 지적되었다. 6장의 말로 하면 일화를 증거로 쓰는 것이다. 이 문서는 그 사례를 이 물음의 근거로 쓰지 않는다.
워프 가설 — 강한 판본과 약한 판본
이 절이 이 장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문서 전체에서 판본을 갈라야 하는 자리의 가장 분명한 예다.
주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쓰는 언어가 생각에 영향을 준다. 이것을 언어 상대성이라 부르고, 사피어(Edward Sapir)와 워프(Benjamin Lee Whorf)의 이름이 함께 붙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한 문장이 전혀 다른 두 주장으로 읽힌다는 데 있다.
강한 판본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언어에 어떤 구별이 없으면 그 구별을 생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지지되지 않는다. 반증이 여럿이다. 낱말이 없는 구별도 배울 수 있고, 필요하면 새 낱말을 만들거나 풀어서 말한다. 말을 배우기 전의 아기와 말이 없는 동물도 범주를 만들고 수를 어림한다. 그리고 번역이 어려운 경우는 많지만 불가능한 경우는 없다 — 어려운 번역도 결국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판본에 대한 반증이다.
약한 판본은 언어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언어가 준 구별이 그 과제를 푸는 도구로 쓰인다는 주장이다. 이쪽은 일부 지지된다. 지지하는 결과가 몇 갈래에서 나왔다.
- 색. 어떤 언어는 다른 언어가 한 이름으로 부르는 색 영역을 두 이름으로 갈라 부른다. 그 언어의 화자가 경계를 넘는 색 짝을 가려내는 과제에서 조금 더 빠르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 공간. 방향을 "왼쪽·오른쪽"이 아니라 언제나 동서남북에 해당하는 말로 표현하는 언어가 있다. 그 언어의 화자가 방향과 배치에 관한 과제를 다르게 푼다는 관찰이 보고되었다.
- 수. 정확한 수 낱말이 없거나 아주 적은 언어의 화자가, 큰 수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과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다. 어림하는 과제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다. 색 과제에서 나타난 이점은 참가자에게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켜 언어를 쓰지 못하게 하면 대체로 사라진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언어가 지각 자체를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제를 푸는 동안 언어가 도구로 쓰인 것이다. 도구를 못 쓰게 하면 이점이 사라진다.
그러므로 이 문서가 적을 수 있는 것과 적을 수 없는 것이 갈린다.
- 적을 수 있는 것 — "언어가 어떤 과제에서 무엇을 쓰기 쉽게 만든다." 효과는 대개 작고 과제와 조건에 딸려 있다.
- 적을 수 없는 것 —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논쟁은 진행 중이다. 어느 결과가 어디까지 버티는지는 항목마다 다르고, 문법적 성처럼 결과가 갈리는 자리도 있다. 어떤 언어에서 명사에 붙는 문법적 성이 그 사물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나,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함께 있다. 이 항목에 대해서는 미결이라고 적는 것이 정확하다.
잘못 퍼진 사례 하나
앞 절의 뭉뚱그림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보이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이누이트어에 눈을 가리키는 낱말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고, 대개 "그러므로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눈을 다르게 본다"는 결론과 함께 인용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두 자리에서 잘못되었다. 그리고 두 잘못의 성질이 서로 다르다.
첫째 잘못 — 세는 단위를 정하지 않았다. 이 언어들은 어근에 여러 조각을 붙여 낱말을 만드는 유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꼴을 각각 하나의 낱말로 세면 수는 얼마든지 커진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세면 한국어의 눈 낱말도 크게 늘어난다 — 함박눈, 진눈깨비, 싸락눈, 첫눈, 눈보라, 가루눈, 봄눈. 어느 쪽 언어에서든 무엇을 한 낱말로 셀지를 먼저 정해야 그 수가 뜻을 갖는다. 이 장 첫 절에서 "무엇을 한 낱말로 셀지가 언어마다 다르다"고 미리 적어 둔 이유가 이것이다.
둘째 잘못 — 수가 맞았다 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낱말이 많다는 것은 그 문화가 그것에 관심을 많이 쏟는다는 뜻일 수 있다. 그렇다면 관심이 낱말을 만든 것이지 낱말이 지각을 만든 것이 아니다. 4장에서 본 상관과 인과의 문제가 여기 그대로 있다 — 두 가지가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는 방향을 알 수 없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지각이나 사고를 실제로 잰 자료가 아예 없다. 낱말 수를 센 것과 무엇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잰 것은 다른 자료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어떻게 커졌는지도 추적되었다. 인류학자의 초기 기록에서 몇 개의 어근이 언급된 것이 인용을 거치며 "아주 많다"가 되고, 다시 인용되며 수가 붙고, 옮겨질 때마다 그 수가 커졌다. 1991년에 한 언어학자가 이 확산 과정을 추적한 글을 냈다. 9장에서 본 출처 혼동이 학문의 인용에서 일어난 사례로 읽어도 좋다 — 내용은 남고 원래의 조건과 출처는 남지 않았다.
이 사례를 이 장에 두는 이유는 세 가지다.
- 세는 단위를 확인하라. 수가 나오면 무엇을 세었는지부터 묻는다. 18장이 이것을 읽기 규칙의 첫째로 다시 세운다.
- 인상적인 사례는 옮겨지면서 커진다. 원 출처까지 거슬러 가는 것이 유일한 방어다.
- 워프 가설을 이 이야기로 지지하거나 반박할 수 없다. 약한 판본의 근거는 이 이야기가 아니라 앞 절의 과제 연구들이다. 좋은 주장이 나쁜 근거와 함께 다니면 그 주장까지 함께 무너진다.
두 언어를 쓴다는 것
마지막 절은 이중언어를 다룬다. 여기서도 확인된 것과 흔들린 것의 근거 상태가 크게 다르다.
비교적 확인된 것부터. 두 언어를 함께 배우는 것이 언어 발달을 해친다는 근거는 없다. 두 언어의 이정표는 대체로 한 언어를 배우는 아이와 같은 순서로 온다. 그리고 한 언어의 어휘만 따로 세면 단일언어 아이보다 적게 나올 수 있는데, 두 언어를 합쳐 세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 앞 절과 정확히 같은 문제다 — 세는 단위가 결론을 만든다.
말하다가 언어를 바꾸는 것도 뒤섞임이 아니다. 어디서 바꿀 수 있고 어디서 바꿀 수 없는지에 규칙성이 있고, 그 규칙성이 두 언어의 문법을 모두 지킨다. 그리고 쓰지 않는 쪽 언어가 완전히 꺼져 있지 않다는 결과가 여러 절차에서 나왔다 — 한 언어로 말하는 동안에도 다른 언어가 함께 활성화된다.
이제 흔들린 것. 두 언어를 늘 다루느라 주의를 통제하는 힘이 길러지고 그 이점이 언어와 상관없는 과제에도 나타난다는 주장이 2000년대에 널리 퍼졌다. 그러나 표본이 큰 연구와 사전등록 연구에서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이어졌고, 출판 편향의 흔적도 보고되었다.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 가운데 이점을 지지한 쪽이 지지하지 않은 쪽보다 논문으로 실린 비율이 높았다는 분석이 있다. 6장에서 세운 규칙대로 이 사실이 서술의 주어가 된다.
가장 강한 형태의 반론도 적는다. 이점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효과가 있다면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날 것이고 — 두 언어를 늘 오가며 쓰는 환경 같은 — 그런 조건을 나누지 않고 모아 분석하면 효과가 씻겨 나간다. 그리고 "주의를 통제하는 힘"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과제들이 실은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어서, 5장의 말로 구성 타당도가 확립되지 않은 채 묶여 분석되었다는 것이다. 이 반론에는 근거가 있다.
그래서 이 문서는 이렇게 적는다. "이중언어에 일반적인 인지 이점이 있다"를 사실로 적지 않는다. 동시에 "이중언어가 해롭다"도 적지 않는다 — 그쪽 역시 근거가 없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의 문단들이고, 두 언어를 쓸 줄 아는 것의 값어치는 인지 과제 점수와 별개로 이미 충분히 크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음소 / 형태소 | 뜻을 갈라 주는 가장 작은 소리 단위 /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 낱말과 같지 않다 |
| 통사 / 의미 / 화용 | 낱말을 배열해 문장을 만드는 규칙 /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가 / 그 상황에서 그 말이 무엇을 하는가 |
| 생산성 / 자의성 | 이제까지 없던 문장을 만들고 알아듣는 성질 / 소리와 뜻 사이에 필연적 연결이 없다는 성질 |
| 규칙의 지나친 적용 | 앞서 맞게 쓰던 불규칙한 꼴을 규칙대로 바꿔 말하는 시기. 따라 하기가 아니라는 증거다 |
| 통계적 학습 | 소리의 이어짐에 있는 규칙성만으로 소리 줄을 나누는 능력. 되풀이 확인되었다 |
| 결정적 시기 / 민감기 | 어릴 때 접하지 못하면 나중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가설. 도달점의 차이는 확인되었고 곡선의 모양은 미결 |
| 언어 상대성 — 강한 판본 |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 지지되지 않는다 |
| 언어 상대성 — 약한 판본 | 언어가 특정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준다. 일부 지지되며 효과는 작고 조건이 붙는다 |
| 언어를 막는 조작 |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켜 언어를 도구로 쓰지 못하게 하는 절차. 두 설명을 갈라 준다 |
| 이중언어의 인지 이점 주장 | 언어와 무관한 과제에서도 이점이 나타난다는 주장. 크게 흔들렸고 출판 편향의 흔적이 보고되었다 |
| 사람 · 사례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사피어 (Edward Sapir) 와 워프 (Benjamin Lee Whorf) | 언어 상대성이라는 이름이 붙는 자리. 강·약 판본을 갈라 읽어야 한다 |
| 촘스키 (Noam Chomsky) | 1959년 언어가 강화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반론. 7장의 예고가 여기로 이어진다 |
| 새프런 (Jenny Saffran) 과 동료들 | 1996년 통계적 학습. 아기가 이어짐의 규칙성으로 소리 줄을 나눈다 |
| 뉴포트 (Elissa Newport) 와 동료들 | 수어를 늦게 접한 사람들의 자료. 이 물음의 비교적 깨끗한 근거 |
| 하츠혼 (Joshua Hartshorne) 과 동료들 | 2018년 대규모 자료로 곡선의 모양을 다시 물었다 |
| 풀럼 (Geoffrey Pullum) | 1991년 눈 낱말 이야기의 확산 과정을 추적했다 |
| 팝 (Kenneth Paap) · 더 브라윈 (Angela de Bruin) 과 동료들 | 이중언어 인지 이점의 근거와 출판 편향을 다시 검토했다 |
이 장으로 학습·기억·인지의 묶음이 끝난다. 다음 장은 지각으로 옮겨 가고, 거기서 9장과 10장이 두 번 미뤄 둔 신호탐지이론이 세워진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Chomsky, N. (1959). Review of Skinner’s Verbal Behavior. Language, 35(1), 26–58
- Saffran, J. R., Aslin, R. N., & Newport, E. L. (1996). Statistical learning by 8-month-old infants. Science, 274(5294), 1926–1928
- Lenneberg, E. H. (1967). Biological Foundations of Language. Wiley.
- Newport, E. L. (1990). Maturational constraints on language learning. Cognitive Science, 14(1), 11–28
- Johnson, J. S., & Newport, E. L. (1989). Critical period effects in second language learning. Cognitive Psychology, 21(1), 60–99
- Hartshorne, J. K., Tenenbaum, J. B., & Pinker, S. (2018). A critical period for second language acquisition: Evidence from 2/3 million English speakers. Cognition, 177, 263–277
- Winawer, J. et al. (2007). Russian blues reveal effects of language on color discrimin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19), 7780–7785. — 말로 하는 일을 함께 시키면 이점이 사라진다는 조작이 이 연구에 있다
- Levinson, S. C. (2003). Space in Language and Cogni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 Frank, M. C., Everett, D. L., Fedorenko, E., & Gibson, E. (2008). Number as a cognitive technology: Evidence from Pirahã language and cognition. Cognition, 108(3), 819–824
- Pullum, G. K. (1991). The Great Eskimo Vocabulary Hoax and Other Irreverent Essays on the Study of Languag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Paap, K. R., & Greenberg, Z. I. (2013). There is no coherent evidence for a bilingual advantage in executive processing. Cognitive Psychology, 66(2), 232–258
- de Bruin, A., Treccani, B., & Della Sala, S. (2015). Cognitive advantage in bilingualism: An example of publication bias? Psychological Science, 26(1), 99–107
감각과 지각
이 장은 바깥 세상이 어떻게 안으로 들어오는지를 다룬다. 그런데 이 장의 결론은 "들어온다"가 아니다. 지각은 받아 적는 일이 아니라 추론하는 일이다. 이 문장을 무엇을 근거로 말할 수 있는지가 이 장의 뼈대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얼마나 약한 자극까지 알아챌 수 있는가. 그 "문턱"이라는 것이 정말로 있는가.
- "알아챘다"는 보고에서 예민함과 대답하는 버릇을 어떻게 갈라내는가. 이것이 이 장의 정점이다.
- 눈에 맺힌 상은 쉴 새 없이 바뀌는데 왜 물체는 그대로 보이는가.
- 착시는 왜 생기며, 그것이 무엇을 말해 주는가.
- 지금 눈앞에 있는 것 가운데 무엇이 실제로 우리에게 닿는가.
4장에서 조작적 정의와 혼입변수를, 5장에서 구성개념·표준점수·반응 편향을,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장은 5장과 특히 가깝다. 신호탐지이론은 "재는 일"의 문제를 감각에 대해 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용어 하나를 먼저 갈라 둔다. 감각(sensation)은 감각기관이 물리적 자극을 신경 신호로 바꾸는 데까지를 가리키고, 지각(perception)은 그 신호를 정리해 "무엇이 있다"로 만드는 데까지를 가리킨다. 이 경계가 어디인지는 사실 깔끔하지 않고, 이 장의 뒷부분은 그 경계가 왜 깔끔할 수 없는지를 보인다.
재는 일이 여기서도 먼저다 — 역치와 정신물리학
심리학이 학문으로 서기 전에 이미 재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물리적 자극의 크기와 그것에 대한 보고 사이의 관계다. 이 분야를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이라 부른다. 3장에서 본 대로 심리학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여기다.
절대역 — 문턱은 계단이 아니다
절대역(absolute threshold)은 흔히 "알아챌 수 있는 가장 약한 자극"이라고 소개된다. 이 정의에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재 보면 그런 지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약한 소리를 여러 번 내면서 매번 "들렸는가"를 묻는다고 하자. 같은 세기를 열 번 내면 어떤 때는 들렸다고 하고 어떤 때는 아니라고 한다. 세기를 조금 올리면 "들렸다"는 비율이 조금 오른다. 얻어지는 것은 계단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이고, 이 곡선을 정신물리 함수라 부른다.
그래서 절대역은 관례로 정의된다. 대개 "절반의 시행에서 알아챈 세기"를 쓴다. 이것은 자연이 정해 준 경계가 아니라 우리가 그은 선이며, 4장에서 본 조작적 정의의 전형적인 예다. 문턱값을 보고할 때는 어느 관례로 쟀는지를 함께 적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곡선이 퍼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절의 출발점이다. 왜 같은 자극에 매번 다르게 답하는가.
차이역과 최소가지차이 — 베버 법칙
두 자극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려면 얼마나 달라야 하는가. 이 최소한의 차이를 차이역(difference threshold) 또는 최소가지차이(just-noticeable difference)라 한다. 정의는 절대역과 같은 방식이다. 절반의 시행에서 다르다고 답하는 차이다.
여기서 19세기에 발견된 규칙성이 하나 있다. 최소가지차이는 고정된 양이 아니라 원래 세기에 비례한다. 이것을 베버 법칙(Weber's law)이라 부른다. 원래 자극의 세기를
이고 이
이 관계가 왜 중요한가. 감각계가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비를 다룬다는 첫 번째 증거이기 때문이다. 손에 든 것이 가벼우면 조금만 더해도 알아채고, 무거우면 같은 양을 더해도 모른다. 이 성질은 이 장 뒤에 나오는 순응·항등성·대비와 같은 이야기의 다른 얼굴이다.
배경 한 문단. 베버의 관계에서 "자극이 곱으로 늘어날 때 감각의 크기는 덧셈으로 늘어난다"는 결론을 끌어낸 사람이 페히너다. 뒤에 스티븐스는 차원에 따라 그 관계가 다른 모양이 된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감각 차원과 재는 방법에 따라 갈리고,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이 문단은 넘어가도 뒤를 읽는 데 지장이 없다.
그리고 베버 법칙 자체도 법칙이라기보다 넓은 가운데 구간에서의 근사다. 아주 약한 자극과 아주 센 자극에서는 벗어난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셋째와 넷째를 여기에 대어 보면 "효과는 크고 여러 차원에서 되풀이되지만, 범위 밖으로 나가면 성립하지 않는다"가 정확한 서술이다.
신호탐지이론 —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른다
앞 절의 마지막 물음으로 돌아간다. 같은 자극에 왜 매번 다르게 답하는가. 그리고 더 곤란한 물음이 하나 붙는다. "들렸다"는 보고가 많은 사람은 귀가 밝은 사람인가, 아니면 "들렸다"고 잘 말하는 사람인가.
이 물음에 답하는 틀이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이다. 20세기 중반에 레이더 신호 탐지 같은 공학 문제에서 만들어져 심리학으로 들어왔다. 이 문서에서 이 틀은 정설이다. 경험적 주장이 아니라 수학적 틀이고, 심리학뿐 아니라 진단 검사와 기계 판정에서 그대로 쓰인다.
두 분포와 하나의 선
출발점이 되는 그림은 이렇다. 신호가 없을 때도 감각계 안에는 어느 정도의 활동이 있다. 이것을 잡음이라 부른다. 신호가 있으면 그 활동이 평균적으로 조금 커진다. 그러나 두 경우의 활동 크기가 각각 흩어져 있어 겹친다.
관찰자가 실제로 하는 일은 이것이다. 이번 시행의 활동 크기를 보고, 어떤 선보다 크면 "있다"고 답하고 작으면 "없다"고 답한다. 그 선을 준거(criterion)라 한다.
이 그림에서 관찰자의 답은 네 가지로 갈린다.
| ‘있다’ 라고 답함 | ‘없다’ 라고 답함 | |
|---|---|---|
| 신호가 실제로 있었다 | 적중 (hit) | 누락 (miss) |
| 신호가 실제로 없었다 | 오경보 (false alarm) | 정기각 (correct rejection) |
네 칸이지만 독립적인 정보는 둘뿐이다. 신호가 있었던 시행에서 적중률이 정해지면 누락률은 그 나머지이고, 신호가 없었던 시행에서 오경보율이 정해지면 정기각률은 그 나머지다. 그래서 관찰자 한 명의 성적은 적중률과 오경보율 두 수로 요약된다.
그리고 여기가 이 절의 핵심이다. 이 두 수는 서로 다른 두 가지에 딸려 있다.
- 민감도(sensitivity) — 두 분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신호와 잡음을 실제로 얼마나 잘 가르는가.
- 반응 편향(response bias) — 준거를 어디에 두는가. 애매할 때 어느 쪽으로 답하는 버릇인가.
준거를 왼쪽으로 옮기면 적중률이 오른다. 그런데 오경보율도 함께 오른다. 적중률만 보고 "예민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두 수를 계산으로 갈라낸다
두 분포를 정규분포로 보고 퍼짐이 같다고 가정하면, 적중률과 오경보율에서 민감도와 준거를 계산할 수 있다. 5장에서 세운 표준점수를 쓴다. 어떤 비율
이 계산에는 가정이 들어 있다. 두 분포가 정규분포이고 퍼짐이 같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어긋나면
ROC 곡선 — 준거를 옮기면 어디로 가는가
한 관찰자에게 보상 구조를 바꿔 가며 여러 번 재면, 적중률과 오경보율의 짝이 여러 개 나온다. 이 짝들을 오경보율을 가로축에, 적중률을 세로축에 찍은 것이 ROC 곡선이다.
이 그림이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준거를 바꾸는 것과 민감도가 바뀌는 것이 그림에서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앞의 것은 곡선 위의 이동이고, 뒤의 것은 곡선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적중률 하나만 보는 것은 이 그림에서 가로선 하나만 보는 것과 같고, 그 선은 여러 곡선을 가로지른다.
감각은 변화를 잡는다
앞 절에서 감각계가 비를 다룬다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 그것과 짝이 되는 성질을 본다.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 — 자극이 변하지 않고 계속되면 그것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일상에서 늘 겪는 일이다. 입은 옷의 촉감은 곧 사라지고, 방에 들어설 때 났던 냄새는 몇 분 뒤 없어지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점점 보인다. 마지막 것은 암순응이라 부르며 완전히 진행되는 데 꽤 오래 걸린다.
이것을 감각계의 한계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면 요점을 놓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대개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보는 변화에 실려 있다. 1950년대에 눈의 움직임을 상쇄해 망막의 같은 자리에 상을 고정시키는 실험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하면 상이 몇 초 안에 흐려져 사라진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눈이 쉬지 않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그 때문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같은 성질이 공간에서 나타나면 대비가 된다. 회색 조각의 밝기는 그 자체로 정해지지 않고 옆에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사실은 뒤에 나올 항등성과 착시의 재료다.
상향 처리와 하향 처리 — 항등성과 깊이
앞 예제의 마지막 문단이 이 절의 주제다. 지각에 들어가는 정보가 두 방향에서 온다.
- 상향 처리(bottom-up processing) — 감각 표면에 닿은 것에서 올라오는 정보.
- 하향 처리(top-down processing) — 맥락·기대·이미 아는 것에서 내려오는 정보.
두 이름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지각에서 둘이 함께 일하며, 어느 쪽 몫이 큰지가 상황마다 다르다.
항등성 — 상은 바뀌는데 물체는 그대로다
문 하나를 열어 보자. 망막에 맺힌 문의 모양은 직사각형에서 여러 사다리꼴로 계속 바뀐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것은 "모양이 변하는 물체"가 아니라 "열리고 있는 직사각형 문"이다. 이것을 모양 항등성이라 하고, 같은 성질이 여러 차원에 있다.
| 항등성 | 망막에서 바뀌는 것 | 그래도 그대로 보이는 것 |
|---|---|---|
| 크기 항등성 | 거리에 따라 상의 크기가 바뀐다 | 물체의 크기 |
| 모양 항등성 | 보는 각도에 따라 상의 모양이 바뀐다 | 물체의 모양 |
| 밝기 항등성 | 조명에 따라 눈에 닿는 빛의 양이 바뀐다 | 표면의 밝기 |
| 색 항등성 | 조명의 색에 따라 반사된 빛의 파장 분포가 바뀐다 | 물체의 색 |
항등성이 성립하려면 망막의 상만으로는 부족하다. 크기 항등성에는 거리 정보가, 밝기 항등성에는 조명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정보들 역시 직접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다음 절로 이어지는 다리다.
깊이 단서 — 3차원을 2차원에서 되찾기
망막은 평면이다. 3차원 장면이 2차원으로 눌리면서 깊이 정보가 사라진다. 그것을 되찾는 단서들이 있다.
| 갈래 | 단서 | 어떻게 쓰이는가 |
|---|---|---|
| 양안 단서 | 양안 부등 | 두 눈의 위치가 달라 상이 조금 다르다. 그 차이가 클수록 가깝다 |
| 양안 단서 | 수렴 | 가까운 것을 볼수록 두 눈이 안쪽으로 모인다 |
| 단안 단서 | 중첩 | 가리는 쪽이 앞이다 |
| 단안 단서 | 상대 크기 | 같은 종류의 물체가 작게 보이면 멀다 |
| 단안 단서 | 선형 조망 | 나란한 선이 멀수록 모인다 |
| 단안 단서 | 결 기울기 | 같은 결이 멀수록 촘촘하고 작아진다 |
| 단안 단서 | 대기 조망 | 먼 것일수록 흐리고 푸르스름하다 |
| 단안 단서 | 운동 시차 | 머리를 움직이면 가까운 것이 더 많이 움직인다 |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 이 그림의 두 사각형은 화면에서 크기가 같다. 그런데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시각계가 그것들을 다른 거리에 있는 것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상이 더 멀리서 왔다면 실제 물체는 더 커야 한다. 크기 항등성이 하는 계산이 그것이고, 여기서는 그 계산이 그림에 걸려든 것이다.
착시가 말해 주는 것
착시는 재미있는 곁가지가 아니다. 지각이 추론이라는 주장의 주된 증거다. 그 논증이 어떻게 서는지를 이 절에서 세운다.
논증의 출발점은 앞 절에서 이미 나왔다. 감각 입력은 바깥 세상을 하나로 정하지 않는다. 망막의 2차원 상 하나에 들어맞는 3차원 장면은 무한히 많고, 눈에 닿은 빛의 양 하나에 들어맞는 (조명, 표면) 짝도 무한히 많다. 그런데 지각은 매번 하나를 내놓는다. 답이 여럿인 문제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 그것이 추론이다.
고르기는 공짜로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전제해야 한다. "빛은 대개 위에서 온다", "물체는 대개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을 가린다" 같은 것들이다. 이 전제들은 대개 맞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잘 본다.
착시는 그 전제가 틀리도록 짜 놓은 자극이다. 그러니까 착시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보이는 것은 지각의 고장이 아니라 지각이 전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전제 없이 입력을 그대로 받아 적는 체계라면 애초에 어긋날 자리가 없다.
뮐러-리어 도형이다. 위 두 그림의 가로선은 길이가 같은데 아래쪽이 길어 보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관찰은 이것이다. 길이가 같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착시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사실이 무엇을 말하는가. 앞 절에서 하향 처리를 도입했으므로 "아는 것이 지각을 바꾼다"로 흐르기 쉬운데, 착시는 그 흐름에 제동을 건다. 지각을 만드는 전제와 우리가 믿는 명제는 서로 다른 것이고, 후자를 고쳐도 전자가 따라 바뀌지 않는다. 지각의 하향 처리는 "믿는 대로 보인다"는 뜻이 아니다.
넷이 각각 다른 전제를 건드린다. 폰조는 깊이 단서를 크기 판정에 쓰는 규칙을, 에빙하우스는 주변과 견주어 크기를 정하는 규칙을, 죌너는 선의 방향을 이웃한 요소와 함께 판정하는 규칙을, 카니자는 가려진 것을 이어 붙여 완성하는 규칙을 건드린다. 카니자에서는 있지도 않은 변이 보이고, 삼각형 안쪽이 바깥보다 조금 밝아 보이기까지 한다. 감각 입력에 없는 것이 지각에는 있다.
여기서 반드시 그어야 할 선이 하나 있다. 착시가 있다는 사실이 특정 설명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뮐러-리어 하나만 두고도 설명이 여럿이다. 깊이 단서를 잘못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 도형 전체의 폭이 판정에 섞여 든다는 설명, 더 낮은 수준의 시각 처리가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 있고, 어느 것이 맞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절이 주장하는 것은 그보다 약하고 그만큼 튼튼한 것이다 — 지각이 전제를 쓴다는 것.
주의 — 고르는 일
마지막 절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 가운데 실제로 우리에게 닿는 것은 일부다. 그 고르기를 주의(attention)라 한다.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보이는 오래된 절차가 있다. 양쪽 귀에 서로 다른 말을 들려주고 한쪽만 따라 말하게 하면, 반대쪽 귀의 내용은 거의 보고되지 못한다. 그런데 반대쪽 귀에서 자기 이름이 나오면 알아채는 일이 있다. 시끄러운 곳에서 자기 이야기가 나오면 귀에 들어오는 현상에 이름이 붙어 있고, 이것은 고르기가 완전히 닫힌 문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골라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안 남는지를 보이는 두 가지 결과가 있다.
-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 — 다른 것에 주의를 쏟는 동안 화면 한가운데를 지나간 뚜렷한 물체를 보고하지 못한다. 사이먼스와 채브리스가 1999년에 보고한 절차가 널리 알려져 있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의 참가자가 보고하지 못했다.
- 변화맹(change blindness) — 장면이 잠깐 끊긴 사이에 큰 것이 바뀌어도 바뀐 곳을 주의해 보고 있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한다. 화면을 깜빡이는 절차로도, 실제로 사람이 바뀌는 절차로도 보고되었다.
이 결과들은 네 물음에 비교적 잘 답하는 쪽이다. 여러 연구실에서 여러 절차로 되풀이되었고 효과가 크다. 그래도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이 있다.
이 결과는 "사람은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를 뜻하지 않는다. 보인 것은 훨씬 좁은 주장이다 — 주의하지 않은 것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 참가자들은 자기가 주의를 준 것에 대해서는 잘 보고한다.
덧붙일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변화를 알아챌 것이라고 실제보다 크게 예상한다. 이것에도 이름이 붙어 있다. 지각의 한계를 지각이 알려 주지 않는다는 뜻이고, 3장에서 본 "직관은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와 같은 모양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감각 / 지각 | 자극을 신경 신호로 바꾸는 데까지 / 그 신호를 무엇이 있다로 만드는 데까지 |
| 정신물리학(psychophysics) | 물리적 자극의 크기와 그에 대한 보고 사이의 관계를 재는 분야 |
| 절대역(absolute threshold) | 탐지 비율이 정해진 관례(대개 절반)에 이르는 자극 세기. 자연의 경계가 아니라 조작적 정의다 |
| 정신물리 함수 | 자극 세기에 따른 탐지 비율의 곡선. 계단이 아니라 완만하다 |
| 차이역 / 최소가지차이(just-noticeable difference) | 다르다고 답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차이 |
| 베버 법칙 / 베버 상수 | 최소가지차이가 원래 세기에 비례한다는 관계 |
| 신호탐지이론(signal detection theory) | 겹치는 두 분포와 하나의 준거로 탐지 판단을 나타내는 틀 |
| 적중 · 누락 · 오경보 · 정기각 | 신호의 유무와 답의 조합으로 갈리는 네 결과 |
| 민감도 | 두 분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
| 준거 · 반응 편향 | ‘있다’ 라고 답하기 시작하는 지점. 확률과 보상 구조가 정한다 |
| ROC 곡선 | 준거를 옮기며 얻은 오경보율과 적중률의 짝을 찍은 곡선. 곡선 위 이동은 준거, 곡선의 이동은 민감도다 |
|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 | 변하지 않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드는 것 |
| 상향 처리 / 하향 처리 | 감각 입력에서 올라오는 정보 / 맥락과 아는 것에서 내려오는 정보 |
| 지각 항등성 | 망막의 상이 바뀌어도 물체의 크기 · 모양 · 밝기 · 색이 그대로 보이는 것 |
| 깊이 단서 | 2차원 상에서 3차원을 되찾는 단서. 양안(양안 부등 · 수렴)과 단안(중첩 · 상대 크기 · 선형 조망 · 결 기울기 · 대기 조망 · 운동 시차) |
| 주의(attention) · 선택적 주의 | 들어온 것 가운데 일부를 골라 처리하는 일 |
| 부주의맹 / 변화맹 | 주의를 다른 데 쏟는 동안 뚜렷한 물체를 못 보는 것 / 주의하지 않은 곳의 변화를 못 알아채는 것 |
| 사람 · 도형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베버 · 페히너 | 자극의 세기와 감각의 크기 사이의 관계를 처음 체계적으로 잰 사람들 |
| 스티븐스 | 페히너와 다른 모양의 관계를 내놓았다. 차원에 따라 갈린다 |
| 뮐러-리어 · 폰조 · 에빙하우스 · 죌너 · 카니자 | 이 장이 쓰는 다섯 도형. 각각 다른 전제를 건드린다 |
| 시걸과 동료들 (1966) | 뮐러-리어 착시의 집단 차이. 확인이 부족하다는 단서를 달고 쓴다 |
| 사이먼스와 채브리스 (1999) | 부주의맹을 널리 알린 절차 |
이 장이 뒤에 넘기는 것이 셋이다. 첫째,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르는 습관. 이것은 감각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맞혔다"는 모든 보고에 쓰는 잣대다. 둘째, 지각은 추론이라는 그림. 13장이 그 추론을 어디에서 하는지를 묻고, 14장이 그 결과 가운데 무엇이 의식에 오르는지를 묻는다. 셋째, 주의라는 좁은 문. 14장에서 주의와 의식의 관계를 다룰 때 이 절을 그대로 받는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Henrich, J., Heine, S. J., & Norenzayan, A. (2010).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3(2–3), 61–83
- Simons, D. J., & Chabris, C. F. (1999). Gorillas in our midst. Perception, 28(9), 1059–1074
- Green, D. M., & Swets, J. A. (1966). Signal Detection Theory and Psychophysics. Wiley. — 신호탐지이론의 표준 문헌
- Macmillan, N. A., & Creelman, C. D. (2005). Detection Theory: A User's Guide (2nd ed.). Lawrence Erlbaum. — 민감도 지표와 준거 지표의 정의, 그리고 이 장이 따른 부호 관례
- Riggs, L. A., Ratliff, F., Cornsweet, J. C., & Cornsweet, T. N. (1953). The disappearance of steadily fixated visual test objects. Journal of the Optical Society of America, 43(6), 495–501
- Segall, M. H., Campbell, D. T., & Herskovits, M. J. (1966). The Influence of Culture on Visual Perception. Bobbs-Merrill.
- Rensink, R. A., O’Regan, J. K., & Clark, J. J. (1997). To see or not to see. Psychological Science, 8(5), 368–373. — 변화맹
- Simons, D. J., & Levin, D. T. (1998). Failure to detect changes to people during a real-world interaction.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5(4), 644–649
- OpenStax, Psychology 2e — 5장(감각과 지각)
- NOBA Project — Sensation and Perception
- NOBA Project — Attention
몸과 마음
마음은 몸에서 일어난다. 이 문장에 반대하는 심리학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어떤 연구가 따라 나오는지, 그리고 그 연구가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지는 전혀 자명하지 않다. 이 장의 주제는 그 어려움이다.
답할 질문은 넷이다.
- 신경 세포 하나에서 심리 현상까지 가려면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
- "이 영역이 이 일을 한다"는 서술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이며, 무엇을 근거로 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장의 중심이다.
- 뇌영상 그림은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보여 주지 않는가.
- 뇌는 얼마나 바뀌는가.
4장에서 혼입변수와 무선배정을, 5장에서 구성개념과 검정력을,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그리고 12장에서 민감도와 반응 편향을 가르는 습관을 가져오는데, 이 장에서 그것과 같은 모양의 구별을 세 번 더 하게 된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이 장이 다시 설명하지 않는 것이 셋 있다. 다른 문서에 넘긴다.
- 뉴런이 어떻게 신호를 내는가. 막전위와 활동전위, 이온 통로, 시냅스에서의 화학 전달은 생물학 문서가 다룬다. 그 문서의 사람 몸을 다루는 장에 신경과 내분비 절이 있다. 이 장은 그 위에서 시작한다.
- 마음과 몸이 어떤 관계인가. 이것은 존재론의 물음이고 철학 문서 14장이 다룬다. 3장에서 이미 갈라 둔 대로, 이 문서가 묻는 것은 어느 층위에서 무엇을 잴 수 있는가다.
- 조건부확률의 계산. 확률 문서가 앞부분에서 다룬다. 이 장은 그 계산이 뇌영상 해석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만 본다.
이 장에 뇌 해부 그림이 없는 이유도 적어 둔다. 이 문서의 그림 도구는 선과 도형만 만든다. 뇌의 겉모습과 속 구조는 겉모습 자체가 자료인 자리여서, 선 몇 개로 그리면 실제와 어긋난 도식이 되고 독자는 그것을 해부도로 읽는다. 부정확한 뇌 그림은 없는 것보다 나쁘다. 그래서 그리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진을 세 장 가져왔다. 셋 다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것을 골랐다 — 붙어 있었다면 그 글자를 한국어로 바꿀 수 없어 쓰지 못했을 것이다. 출처는 이 장 끝에 모아 두었다.
대신 이 장이 그리는 것은 해부가 아니라 추론의 구조다. 어떤 자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고 어디서 멈추는가. 실은 그쪽이 이 장에서 정말로 어려운 부분이다. 부위의 이름과 위치는 해부 도해가 있는 자료를 따로 보면 되지만, 그 이름에 기능을 붙이는 논리는 그런 자료가 잘 알려 주지 않는다.
뉴런에서 회로로
신경 세포 하나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여러 곳에서 온 입력을 합쳐서, 그 합이 문턱을 넘으면 신호를 내보낸다. 생물학 문서가 이 과정을 다룬다. 심리학이 시작하는 자리는 그다음이다. 하나의 세포가 아니라 세포들의 연결이 하는 일이다. 세포 하나는 "켜짐/꺼짐"에 가까운데, 사람이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이 회로라는 개념이다.

회로 수준에서 나오는 성질 셋을 짚어 둔다.
- 흥분과 억제가 함께 있다. 어떤 연결은 다음 세포를 발화하기 쉽게 만들고 어떤 연결은 어렵게 만든다. 억제가 없으면 회로는 곧 전체가 발화하는 상태로 간다.
- 여럿이 모여야 뜻이 생긴다. 세포 하나의 발화율은 여러 원인에 딸려 있어 그것만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다. 여러 세포의 발화 패턴이 정보를 지닌다.
- 연결의 세기가 바뀐다. 함께 활동한 세포들 사이의 연결이 강해지는 성질이 있고, 이것이 이 장 마지막 절의 가소성으로 이어진다.
신경전달물질 — 이름 하나에 기능 하나가 아니다
시냅스에서 신호를 건네는 화학 물질을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 한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들이 있다.
| 물질 | 이 문서가 말할 수 있는 것 |
|---|---|
| 글루탐산 | 중추신경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흥분성 전달물질 |
| 가바 (GABA) | 가장 널리 쓰이는 억제성 전달물질 |
| 아세틸콜린 | 근육을 움직이는 접합부에서 쓰이고, 뇌 안에서도 여러 회로에 쓰인다 |
| 도파민 | 여러 회로에서 쓰이며, 움직임의 조절과 학습의 갱신에 관여한다는 자료가 많다 |
| 세로토닌 | 아주 넓은 범위에 뻗은 회로에서 쓰인다. 관여한다고 보고된 일의 목록이 길다 |
| 노르에피네프린 | 각성 수준과 관련된 회로에서 쓰인다 |
이 표를 읽는 법이 이 절의 요점이다. 오른쪽 칸을 "이 물질이 이 일을 만든다"로 읽으면 안 된다. 관계가 일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널리 퍼진 도식 하나를 짚어야 한다. "어떤 물질이 모자라서 어떤 심리 상태가 된다"는 형태의 설명이다. 이 도식은 대중적인 설명에서 아주 흔한데, 지금 이 형태로는 지지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갈라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물질에 작용하는 약이 효과를 낸다는 것과, 그 물질의 양이 그 상태의 원인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주장이다. 앞엣것이 참이어도 뒤엣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두통에 진통제가 듣는다고 해서 두통의 원인이 진통제 부족인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이 문서는 임상 내용을 다루지 않으므로 여기까지만 적는다.
영역에 기능을 붙이는 일 — 무엇이 어려운가
이 절이 이 장의 중심이다. "이 영역이 이 일을 한다"는 문장을 우리는 매일 읽는다. 그 문장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는지부터 갈라 보자. 실은 서로 다른 세 주장이 그 한 문장에 뭉쳐 있다.
| 주장 | 뜻 | 무엇으로 지지할 수 있는가 |
|---|---|---|
| 필요하다 | 그 부위가 없으면 그 일을 못 한다 | 손상 연구, 활동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연구 |
| 거기서 일어난다 | 그 일의 처리가 그 부위에서 이루어진다 | 훨씬 어렵다. 필요하다는 것에서 따라 나오지 않는다 |
| 그것만 한다 | 그 부위는 다른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 다른 여러 과제에서 어떻게 되는지를 함께 재야 한다 |
셋을 섞는 것이 이 분야에서 가장 흔한 잘못이다. 전선이 끊기면 전구가 꺼지지만 전선이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는 것은 거기서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이중 해리
그러면 무엇을 근거로 삼을 수 있는가. 손상 연구에서 쓰는 표준적인 논증 형태가 있다.
논증의 뼈대는 이렇다. 사례가 하나뿐이면 "A가 손상된 사람이 갑을 못 한다"에서 나오는 것은 "A는 갑에 필요하다"까지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다. 갑이 을보다 그냥 더 어려운 과제라면, 어느 부위가 손상되어도 갑이 먼저 무너진다. 그러면 A가 갑에 특별히 관여한다는 결론이 서지 않는다.
이 함정을 넘는 방법이 이중 해리(double dissociation)다. A가 손상된 사람은 갑을 못 하고 을은 하는데, B가 손상된 다른 사람은 을을 못 하고 갑은 한다. 난이도만으로는 이 엇갈림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갑과 을이 서로 다른 것에 기대고 있다는 결론이 선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 것이 남는다. 이중 해리는 기능이 나뉘어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지 어디에 있다는 주장은 훨씬 약하게만 지지한다. A는 갑에 필요한 여러 부분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흔히 이름이 붙는 부위들
아래 표는 널리 쓰이는 이름과 그 이름에 흔히 붙는 서술이다. 각 줄을 "이 부위가 이 일을 한다"로 읽으면 이 절 전체가 경고하는 바로 그 잘못이다. 오른쪽 칸은 "이 부위가 손상되거나 활동이 달라졌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되풀이 보고되었다"로 읽어야 한다.

| 이름 | 흔히 붙는 서술 | 조심할 것 |
|---|---|---|
| 뇌간 | 호흡·심박 같은 기본 조절, 각성 수준 | 손상이 곧바로 생명에 관계되어 사람 대상 연구가 드물다 |
| 소뇌 | 움직임의 시간 조절과 정확도 | 움직임 밖의 여러 일에도 관여한다는 자료가 쌓이고 있다 |
| 시상 | 감각 정보가 대뇌 겉질로 가는 길목 | 후각은 이 길을 거치지 않는다 |
| 시상하부 | 몸 안쪽 상태의 조절, 내분비계와의 접점 | 자세한 것은 생물학 문서의 내분비 절이 다룬다 |
| 해마 | 새 기억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 | 이미 만들어진 오래된 기억과의 관계는 논쟁이 있다 |
| 편도체 | 위협과 관련된 처리에 관여 | ‘공포의 중추’ 라는 서술이 특히 자주 과장된다. 위협이 아닌 자극에도 반응이 보고된다 |
| 대뇌 겉질의 네 엽 | 뒤통수·마루·관자·이마엽. 각각 시각·공간과 몸감각·소리와 의미·계획과 조절 쪽에 치우친다 | ‘치우친다’ 가 ‘전담한다’ 가 아니다. 거의 모든 과제가 여러 엽에 걸친다 |
좌우 반구에 대해서도 한 줄 적어 둔다. 말을 만들어 내는 일이 대부분의 사람에서 왼쪽 반구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여러 종류의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정설이다. 그러나 여기서 "좌뇌형 사람 · 우뇌형 사람"은 따라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전혀 다른 주장이고 검사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한쪽 반구를 더 쓰는 성격 유형이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손상 연구가 말해 주는 것
앞 절이 논리를 세웠으니 이제 실제 연구를 본다. 손상 연구는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방법이고, 지금도 "필요하다"를 대는 거의 유일한 사람 대상 방법이다.
이 분야의 출발점으로 늘 인용되는 사례가 있다. 19세기 중반에 브로카가 말을 거의 만들어 내지 못하는 환자를 보고했고, 그 환자의 사후에 왼쪽 이마엽 아래쪽의 손상을 확인했다. 뒤이어 베르니케가 다른 종류의 언어 장애와 다른 자리의 손상을 보고했다. 이 두 사례에서 "말을 만드는 자리"와 "말을 알아듣는 자리"가 따로 있다는 그림이 나왔고, 백 년 넘게 교과서에 실렸다.
그런데 그 그림은 지금 상당 부분 수정되었다. 두 가지가 드러났다.
- 브로카가 보고한 환자들의 뇌가 뒤에 영상 기법으로 다시 검사되었고, 손상이 브로카가 적은 것보다 훨씬 넓게 퍼져 있었다는 것이 보고되었다(드롱커스와 동료들, 2007).
- 뒤의 대규모 연구에서 그 부위만 손상된 경우에 고전적인 증상이 오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오래 남는 증상에는 더 넓은 손상이 필요했다.
- 그리고 이 그림은 처음부터 사례 몇 건에 기대고 있었다.
이 수정이 무엇을 뜻하는가. "언어가 뇌의 특정 부위들에 기대고 있다"는 결론은 살아남았다. 무너진 것은 "이 상자가 이 일을, 저 상자가 저 일을"이라는 도식이다. 이 문서가 이 사례를 넣는 이유가 그것이다. 교과서에 오래 실렸다는 것이 그 서술이 확인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유명한 단일 사례를 다루는 법
19세기 중반에 사고로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했는데 살아남은 사람의 사례가 있다. 이 사례는 "이마엽이 손상되면 성격이 변한다"는 이야기의 대표로 널리 인용된다. 그런데 이 사례에 대해 실제로 남아 있는 당대의 기록은 아주 얇다. 널리 퍼진 극적인 서술의 상당 부분은 그가 죽은 뒤에 덧붙여진 것이며, 그가 뒤에 상당히 회복해 오래 일했다는 자료도 있다는 것이 뒤의 연구에서 정리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6장이 세운 규칙대로다.
- 사례는 가설의 출처이지 근거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은 되풀이될 수 없고 대조 조건이 없다.
- 기록의 신뢰도를 먼저 따진다. 무엇이 당대에 기록되었고 무엇이 나중에 붙었는지 갈라야 한다.
- 그럼에도 이 사례를 지울 필요는 없다. 이마엽 손상 뒤의 변화는 그 뒤 여러 사례와 체계적 연구로 확인되었다. 다만 그 확인의 근거는 이 사례가 아니다.
기억 연구에서 널리 알려진 단일 사례도 하나 있다. 어떤 수술 뒤로 새 기억을 거의 만들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미 익힌 기술은 유지하고 새 기술도 익힐 수 있었던 사례다. 이 사례가 무엇을 세웠는지는 기억을 다루는 8·9장의 몫이고, 여기서는 같은 사람 안에서 엇갈림이 관찰되면 사례 하나로도 해리를 볼 수 있다는 점만 짚어 둔다. 다만 그 해리를 일반화하려면 여전히 다른 사례가 필요하다.
뇌영상이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색깔이 입혀진 뇌 그림은 지금 가장 널리 퍼진 과학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이 절은 그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본다.
그림까지 가는 사슬
사슬에서 특히 짚어야 할 마디가 셋이다.
- 재는 것이 신경 활동 자체가 아니다. 널리 쓰이는 방법이 재는 것은 혈류에 딸린 신호다. 신경 활동과 혈류의 관계는 그 자체가 연구 주제이고, 혈류는 느리게 변하므로 시간 해상도가 낮다.
- 그림에 남는 것은 차이다. 두 조건의 신호를 뺀 결과이므로, 색이 없는 곳이 쉬고 있는 것이 아니고 색이 있는 곳이 그때만 일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에서 무엇을 뺐는지를 모르면 그림을 읽을 수 없다.
- 색은 실제 색이 아니다. 통계값에 입힌 색이고, 여러 사람의 뇌를 표준 모양에 맞춘 뒤 평균한 경우가 많다.
칸이 많으면 우연히 켜진다
뇌 하나를 잘게 나눈 칸마다 따로 검정을 하면 칸이 아주 많아진다. 그러면 신호가 하나도 없어도 문턱을 넘는 칸이 반드시 나온다.
이 문제를 극적으로 보인 시연이 있다. 죽은 물고기를 영상 장치에 넣고 사람에게 쓰는 것과 같은 과제 절차를 돌린 뒤, 보정하지 않은 표준 절차로 분석하니 "유의한" 활동이 나왔다는 보고다. 2009년에 발표되어 널리 알려졌고, 다중비교 보정이 왜 필요한지를 이보다 잘 보여 주는 예가 드물다.
보정 방법은 여럿이고 어느 것을 쓰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 그래서 논문에서 어떤 보정을 어떤 문턱으로 했는지가 결과의 일부다. 6장의 연구자 자유도가 여기서 특히 크다.
역추론 — 방향이 뒤집힌 주장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연구가 세우는 것과 흔히 덧붙는 주장의 방향이 다르다.
연구가 세우는 것은 "그 과정을 일으키는 과제를 시키면 영역 A의 신호가 달라진다"이다. 흔히 덧붙는 주장은 "A가 켜졌으니 그 과정이 일어났다"이고, 이것을 역추론(reverse inference)이라 한다. 폴드랙이 2006년에 이 문제를 정리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뒤집기가 성립하려면 A가 그 과정에서만 켜져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넓게 쓰이는 영역일수록 여러 과제에서 켜지고, 논문에 자주 등장하는 영역이 대체로 그런 영역이다.
그리고 성립하더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흔한지에 답이 크게 딸려 있다. 이것을 넓이로 보면 이렇다.
뇌 그림은 설득력이 있는가 — 이 물음 자체가 재현되지 않았다
이 절의 마지막에 짚을 것이 있다. "뇌 사진을 곁들이면 사람들이 그 설명을 더 믿는다"는 결과가 2008년에 보고되어 널리 인용되었다. 이 결과는 이 절이 하려는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인용하기에 좋다.
그런데 이 결과 자체가 재현되지 않았다. 2013년에 여러 차례의 재현 시도가 원 효과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고, 뒤이어 이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해 온 관행 자체를 지적하는 논평이 나왔다.
이 문서가 이것을 넣는 이유가 둘이다. 첫째, 6장의 규칙 그대로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하게, 이 장의 논지에 유리한 결과라고 해서 검사를 면제받지 않기 때문이다. 뇌영상 해석을 조심하자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재현되지 않은 결과를 드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러면 이 절의 논지는 무엇에 기대는가. 영상 그림이 만들어지는 사슬 그 자체와 역추론의 논리다. 이 둘은 설문 결과가 아니라 방법의 구조에서 나오므로 재현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한다.
분리뇌 — 유명한 연구를 정확히 읽기
두 반구를 잇는 큰 신경 다발이 잘린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있다. 발작을 줄이기 위한 수술을 받은 소수의 사람들이며, 1960년대부터 스페리와 개저니가 등이 자세히 검사했다.
절차의 논리는 그림에 있다. 결과에서 특히 인용되는 것이 하나 있다. 왼쪽 시야에 보인 것을 말로는 답하지 못하는데 왼손으로는 골라낸다. 그리고 왜 그 손이 그것을 골랐는지 물으면, 말하는 쪽이 자기가 모르는 행동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지어낸다.
이 마지막 관찰이 심리학 전체에 남긴 것이 크다. 사람은 자기 행동의 이유를 언제나 아는 것이 아니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하는 대신 설명을 만들어 낸다. 이 주제는 사회심리학(18장)과 이어진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반드시 붙여야 할 단서가 있다.
- 표본이 아주 작다. 이 수술을 받은 사람이 애초에 소수이고, 자세히 검사된 사람은 그보다도 훨씬 적다. 널리 인용되는 결과의 상당 부분이 몇 사람에게서 나왔다.
- 그 사람들은 모두 오래 심한 발작을 겪었다. 수술 전부터 뇌가 이미 달랐을 수 있고, 그렇다면 여기서 얻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옮길 수 없다.
- "한 머리에 두 사람이 있다"는 읽기는 다투어진다. 뒤의 연구 가운데는 이 사람들에게서도 한쪽 시야의 자극이 어느 정도 통합되어 보고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 "좌뇌형·우뇌형 성격"은 이 연구에서 따라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별개의 주장이고 지지되지 않는다.
가소성 — 뇌는 얼마나 바뀌는가
마지막 절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부위가 무엇에 관여하는가"를 물었는데, 그 물음에는 조용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었다. 그 관계가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다. 가소성(plasticity)은 경험에 따라 신경계의 구조와 연결이 바뀌는 성질을 가리킨다. 세 가지 층위에서 나타난다.
- 연결의 세기가 바뀐다. 함께 활동한 세포들 사이의 연결이 강해지는 성질이 여러 방식으로 확인되었고, 이것이 학습의 세포 수준 바탕으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 표상의 범위가 바뀐다. 특정 입력을 많이 쓰면 그 입력을 다루는 범위가 넓어지고, 입력이 끊기면 인접한 범위가 그 자리로 밀고 들어온다는 것이 여러 종에서 보고되었다.
- 손상 뒤에 다시 조직된다. 앞 절에서 본 대로, 이것이 손상 연구를 읽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감기 — 같은 경험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걸린다
어떤 회로는 발달의 특정 시기에 입력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자리 잡는다. 시각계에 대한 20세기 중반의 동물 연구가 이것을 뚜렷하게 보였고, 그 뒤 여러 계에서 확인되었다.
용어를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말을 썼는데 지금은 민감기라는 말을 더 쓴다. 이유는 그림에 있다. 어느 곡선도 0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이 닫힌 뒤에도 변화가 일어나며 같은 경험이 만드는 변화의 크기가 줄어들 뿐이다. 이 구별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결정적 시기"라는 말은 "그때를 놓치면 끝"으로 읽히기 쉽고, 그 읽기는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어른의 뇌도 바뀐다 — 그런데 얼마나
성인기 가소성은 존재한다. 문제는 크기와 범위다. 여기에 이 문서가 되풀이하는 두 가지 경계가 있다.
첫째, 훈련한 것이 늘었다는 것과 다른 것도 늘었다는 것은 다르다. 특정 인지 과제를 반복 훈련하면 그 과제의 성적이 오른다. 그런데 훈련하지 않은 다른 과제로 옮겨 가는지는 별개의 물음이고, 이것을 대규모로 검토한 결과 전이의 근거는 훨씬 약하다. 2016년에 이 분야의 문헌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보고가 그 결론을 정리했다. 그러므로 "훈련으로 뇌를 좋게 만든다"는 주장은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정확히 적어야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미결인 것을 정해진 것처럼 쓰지 않는다. 어른의 뇌에서 새 신경 세포가 계속 만들어지는지는 지금도 다투어진다. 2018년에 같은 해에 나온 두 연구가 사람 표본에서 반대 방향의 결론을 보고했고, 방법의 차이 — 조직을 어떻게 보존했는가, 어떤 표지를 썼는가 — 가 결과를 갈랐을 가능성이 지적되었다. 이 문서는 어느 쪽도 정답으로 쓰지 않는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회로 | 연결된 신경 세포들의 집합. 심리 현상은 세포 하나가 아니라 이 수준에서 다룬다 |
|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 시냅스에서 신호를 건네는 화학 물질. 물질과 기능은 일대일이 아니다 |
| 필요하다 / 거기서 일어난다 / 그것만 한다 | ‘이 영역이 이 일을 한다’ 에 뭉쳐 있는 서로 다른 세 주장 |
| 단일 해리 | A 손상 시 갑을 못 한다. 여기서 나오는 것은 A 가 갑에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
| 이중 해리(double dissociation) | A 손상은 갑만, B 손상은 을만 무너뜨린다. 난이도 설명을 배제하는 논증 형태 |
| 뺄셈 설계 | 두 조건의 신호를 빼서 차이를 보는 방식. 영상 그림에 남는 것은 차이다 |
| 다중비교 | 칸마다 따로 검정할 때 우연히 문턱을 넘는 칸이 나오는 문제 |
| 역추론(reverse inference) | 영역이 켜졌으므로 그 심리 과정이 일어났다는 뒤집기. 선택성과 기저율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
| 가소성(plasticity) | 경험에 따라 신경계의 구조와 연결이 바뀌는 성질 |
| 민감기 | 같은 경험이 특히 큰 변화를 만드는 시기. ‘결정적 시기’ 보다 나은 이름이다 |
| 전이 | 훈련한 과제 밖으로 향상이 옮겨 가는 것. 향상과 전이는 다른 주장이다 |
| 사람 · 사례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브로카 · 베르니케 | 언어와 부위를 잇는 고전적 사례. 그 그림은 지금 상당 부분 수정되었다 |
| 드롱커스와 동료들 (2007) | 브로카의 원 사례를 영상으로 다시 검사해 손상이 더 넓었음을 보고 |
| 쇠막대 사고 사례 (19세기 중반) | 널리 인용되지만 당대의 기록이 얇다. 사례를 다루는 법의 예로 쓴다 |
| 스페리 · 개저니가 | 분리뇌 연구. 표본이 아주 작고 특수하다는 단서를 반드시 붙인다 |
| 폴드랙 (2006) | 역추론 문제를 정리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
| 버튼과 동료들 (2013) | 신경과학 문헌의 낮은 검정력. 6장이 이미 인용한 논문이다 |
| 죽은 물고기 시연 (2009) | 보정 없는 분석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보인 시연 |
이 장이 뒤에 넘기는 것이 둘이다. 첫째, "필요하다 / 거기서 일어난다 / 그것만 한다"를 갈라 읽는 습관. 14장에서 의식과 뇌의 관계를 다룰 때 이 셋이 곧바로 다시 필요하다. 둘째, 역추론의 구조. 이것은 뇌영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표가 나왔으니 저 상태였다"는 모든 추론의 문제이고, 12장의 신호탐지이론과 같은 골격을 가진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Button, K. S. et al. (2013). Power failure: why small sample size undermines the reliability of neuroscience.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4(5), 365–376
- Poldrack, R. A. (2006). Can cognitive processes be inferred from neuroimaging data?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0(2), 59–63
- Vul, E., Harris, C., Winkielman, P., & Pashler, H. (2009). Puzzlingly high correlations in fMRI studies of emotion, personality, and social cogni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4(3), 274–290
- Marek, S. et al. (2022). Reproducible brain-wide association studies require thousands of individuals. Nature, 603, 654–660
- Simons, D. J. et al. (2016). Do ‘brain-training’ programs work?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7(3), 103–186
- Dronkers, N. F., Plaisant, O., Iba-Zizen, M. T., & Cabanis, E. A. (2007). Paul Broca’s historic cases: high resolution MR imaging of the brains of Leborgne and Lelong. Brain, 130(5), 1432–1441
- Bennett, C. M., Miller, M. B., & Wolford, G. L. (2009). Neural correlates of interspecies perspective taking in the post-mortem Atlantic salmon: an argument for multiple comparisons correction. NeuroImage, 47(Suppl. 1), S125 — 다중비교 보정의 필요를 보인 시연
- Gajardo-Vidal, A. et al. (2021). Damage to Broca’s area does not contribute to long-term speech production outcome after stroke. Brain, 144(3), 817–832
- Sorrells, S. F. et al. (2018). Human hippocampal neurogenesis drops sharply in children to undetectable levels in adults. Nature, 555(7696), 377–381
- Boldrini, M. et al. (2018). Human hippocampal neurogenesis persists throughout aging. Cell Stem Cell, 22(4), 589–599
- Macmillan, M. (2000). An Odd Kind of Fame: Stories of Phineas Gage. MIT Press. — 쇠막대 사고 사례의 당대 기록과 뒤에 덧붙은 서술을 정리한 책
- Michael, R. B., Newman, E. J., Vuorre, M., Cumming, G., & Garry, M. (2013). On the (non)persuasive power of a brain image.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20(4), 720–725
- Nielsen, J. A., Zielinski, B. A., Ferguson, M. A., Lainhart, J. E., & Anderson, J. S. (2013). An evaluation of the left-brain vs. right-brain hypothesis with resting 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MRI. PLoS ONE, 8(8), e71275
- OpenStax, Psychology 2e — 3장(생물심리학)
- NOBA Project — The Brain
- NOBA Project — Neurons
이 장의 사진 세 장은 아래에서 가져왔다. 이 문서가 손대지 않은 원본이고, 셋 다 라벨이 없다.
- 대뇌 좌측면 — ‘Human brain lateral view’, John A Beal (Dep’t. of Cellular Biology & Anatomy, Louisiana State University Health Sciences Center Shreveport), Wikimedia Commons, CC BY 2.5
- 정중시상 단면 — ‘Human brain midsagittal cut’, John A Beal (같은 곳), Wikimedia Commons, CC BY 2.5
- 배양한 겉질 신경세포와 별아교세포 — ‘The Galaxy Within’, Dchordpdx, Wikimedia Commons, CC BY 4.0
의식과 수면
하루의 3분의 1 가까이를 사람은 잠으로 보낸다. 그동안 무엇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깨어 있는 동안 "의식이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이 장의 주제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의식이 있다"는 말은 무엇을 가리키며 그것을 어떻게 재는가. 이 장에서 가장 걸리는 자리다.
- 주의를 준 것만 의식되는가.
- 잠은 무엇을 재서 단계로 나누며, 하룻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 잠은 무엇을 하는가. 꿈은 무엇을 하는가.
- 물질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갈래지을 수 있는가.
12장에서 주의와 신호탐지이론을, 13장에서 "필요하다 / 거기서 일어난다 / 그것만 한다"를 갈라 읽는 습관을 가져온다. 그리고 4장의 조작적 정의·혼입변수·은폐와 위약, 5장의 구성개념과 평정자 간 신뢰도, 6장의 네 물음을 계속 쓴다.
경계를 둘 밝혀 둔다. 첫째, "의식이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의 물음은 이 문서가 다루지 않는다. 철학 문서 14·15장의 몫이다. 이 장이 묻는 것은 어떻게 재는가다. 둘째, 마지막 절은 물질의 분류까지만 다룬다. 사용법·양·구하는 방법은 적지 않는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의식이라는 말 — 무엇을 재는가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걸리는 자리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식"이라는 한 낱말이 서로 다른 것 여럿을 가리키고, 그 여럿을 재는 방법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세 갈래를 다시 적으면 이렇다.
- 수준 — 얼마나 깨어 있는가. 깊은 잠에서 또렷하게 깬 상태까지의 축이다. 바깥에서 잴 수 있다.
- 내용 —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가. 지금 이것은 의식되고 저것은 안 된다. 12장의 주의와 곧바로 이어진다.
- 자기의식 — 자기 상태를 스스로 대상으로 삼는가.
이 셋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자료다. REM 수면 중에 꿈을 꾸는 사람은 수준은 낮고 내용은 풍부하다.
재는 일의 어려움
내용 쪽을 재려면 결국 본인의 보고에 기대야 한다. 여기서 12장의 신호탐지이론이 곧바로 걸린다. "못 봤다"는 답은 민감도가 0이어서일 수도 있고 준거가 엄격해서일 수도 있다. 이 둘을 가르지 않으면 "의식되지 않았다"는 판정 자체가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분야는 보고 하나에 기대지 않는 절차를 쓴다. 못 봤다고 답한 뒤에도 강제로 고르게 해서 우연 수준보다 잘 맞히는지 보고,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함께 묻고, 여러 문턱을 함께 쓴다. 그리고 어떤 절차를 쓰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이 사실 자체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론들 — 미결이다
의식에 대한 이론이 여럿 있고, 이 문서는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쓰지 않는다. 크게 세 갈래로 묶어 두면 이렇다.
| 갈래 | 무엇이 의식을 만든다고 보는가 | 이 갈래에 대한 주된 반론 |
|---|---|---|
| 전역 작업공간 계열 | 정보가 여러 처리기에 두루 퍼져 쓰이게 되는 것 | ‘두루 퍼짐’ 이 의식과 함께 가는 것인지 의식의 결과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
| 통합정보 계열 | 체계가 정보를 얼마나 통합하는가라는 양적 성질 | 그 양을 실제 뇌에서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고, 예측이 직관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
| 고차 표상 계열 | 어떤 상태에 대한 또 하나의 표상이 있을 때 의식된다는 것 | 그 또 하나의 표상을 독립적으로 재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
세 갈래가 겨루는 방식에서 방법론적으로 배울 것이 하나 있다. 적대적 협력(adversarial collaboration)이다. 서로 다른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이 자료를 보기 전에 함께 앉아 각 이론이 무엇을 예측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면 어느 쪽이 곤란해지는지를 미리 못 박고 공개한 뒤 함께 자료를 모은다.
이 방식이 왜 중요한가. 6장에서 본 문제들 — HARKing, 갈림길의 정원, 연구자의 기대 — 이 구조적으로 막히기 때문이다. 예측이 미리 공개되어 있으면 결과를 보고 이론을 고칠 수 없다.
2020년대에 의식 이론 둘을 겨냥한 대규모 적대적 협력이 이루어졌다. 보고된 결과는 어느 한쪽을 결정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두 이론 모두 예측이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이런 결과가 실망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실은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표시다. 미리 못 박지 않았다면 양쪽 다 "우리 이론과 맞는다"고 적었을 것이다.
주의와 의식은 같은 것인가
12장에서 주의를 다루면서 "골라지지 않은 것은 거의 남지 않는다"를 보았다. 그러면 주의와 의식은 같은 것인가. 이 물음은 지금도 다투어진다.
다툼이 없는 두 칸부터. 주의를 주고 의식되는 것(지금 읽고 있는 이 줄)과 주의를 주지 않아 의식되지 않는 것(12장의 부주의맹)이다.
다투어지는 두 칸은 이렇다. 주의를 주었는데도 의식되지 않는 것이 있는가. 그리고 주의를 주지 않았는데 의식되는 것이 있는가. 뒤엣것은 특히 까다롭다. 우리는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대충 알고 있다"고 느끼는데, 그 느낌이 실제 표상인지 아니면 보려고 하면 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착각인지가 갈리지 않는다.
자동 처리와 통제 처리
관련된 구별이 하나 있다. 어떤 처리는 하지 않으려 해도 일어난다.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낱말을 보이면 뜻이 저절로 읽힌다.
이것을 깔끔하게 보이는 과제가 있다. 색 이름이 적힌 낱말을 그 이름과 다른 색으로 인쇄해 놓고 글자의 뜻이 아니라 잉크 색을 말하라고 하면, 색과 뜻이 어긋난 조건에서 눈에 띄게 느려지고 실수가 는다. 뜻을 읽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도 읽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네 물음에 잘 답하는 쪽이다. 여러 언어와 여러 조건에서 되풀이 나왔고 효과가 크다.
보고되지 않은 자극이 처리되는가
아주 짧게 보이고 곧바로 다른 것으로 가려서 보고되지 않는 자극이 이후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오래 이어졌다. 이 계열의 결과를 읽을 때 조심할 것이 셋이다.
- "보고되지 않았다"는 판정이 절차에 딸려 있다. 앞 절에서 본 대로 신호탐지이론의 구별이 필요하다.
- 효과가 작고 짧다. 보고된 효과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고 짧은 시간 안에서만 나타난다.
- 대중적인 이야기의 출처가 조작이었다. 1950년대에 극장 화면에 아주 짧은 문구를 끼워 넣어 매출을 올렸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는데, 그 주장을 한 사람이 뒤에 그런 연구를 실제로는 하지 않았고 자료도 뜻을 가질 만큼 있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는 계속 인용된다.
잠 — 무엇을 재서 나누는가
수면 단계는 이 장에서 가장 튼튼한 부분이다. 그런데 튼튼한 이유가 "자연에 그런 칸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는 방법과 채점 규칙이 잘 정해져 있어서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동시에 재는 것이 셋이다. 뇌파(머리 표면에서 잰 전기 활동), 눈 움직임, 근육 긴장. 이 셋의 조합에 대해 정해 둔 규칙이 짧은 구간마다 하나의 단계를 붙인다.
단계는 다섯이다. 깸, N1(얕은 잠으로 들어가는 구간), N2(하룻밤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한다), N3(깊은 잠), 그리고 REM이다. REM이 특이하다. 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데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턱 근육의 긴장이 거의 사라진다. 그래서 역설수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채점 규칙은 바뀌어 왔다. 예전 규칙은 깊은 잠을 두 단계로 나누었는데 지금 널리 쓰는 규칙은 하나로 합쳤다. 자연의 경계가 바뀐 것이 아니라 규칙이 바뀐 것이다. 4장의 조작적 정의 이야기가 여기에 그대로 걸린다.
하룻밤의 모양
그림에서 읽을 것이 셋이다.
- 주기가 되풀이된다. 한 주기의 길이는 대략 한 시간 반 안팎이고 하룻밤에 여러 번 돈다. 사람과 밤에 따라 다르다.
- 깊은 잠은 앞쪽에 몰려 있다. 뒤쪽 주기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 REM은 뒤로 갈수록 길어진다. 첫 주기에는 짧고 새벽 쪽 주기에서 가장 길다.
마지막 둘이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잠을 짧게 자면 잃는 것이 고르게 줄지 않는다. 다음 예제가 그것을 셈해 본다.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 둔다. "꿈은 REM에서만 꾼다"는 정확하지 않다. REM에서 깨우면 꿈 보고가 훨씬 자주, 더 길고 생생하게 나오는 것은 맞다. 그러나 REM이 아닌 구간에서 깨워도 보고가 나온다.
잠을 정하는 두 갈래 — 일주기 리듬
왜 밤에 졸리고 아침에 깨는가.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한다.
- 깨어 있는 시간이 쌓는 압력. 오래 깨어 있을수록 커지고 자는 동안 줄어든다. "얼마나 오래 깨어 있었나"에 대한 것이다.
- 하루 주기. 시간이 지나기만 해도 위아래로 출렁인다. "지금이 하루 중 언제인가"에 대한 것이다.
둘이 따로 움직이므로 같은 시간을 깨어 있어도 하루 중 언제인가에 따라 졸림이 다르다. 밤을 새운 사람이 새벽에 가장 힘들다가 아침이 되면 오히려 조금 나아지는 것이 이 그림에서 따라 나온다. 압력은 계속 커지는데 하루 주기가 각성 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루 주기는 무엇이 맞추는가
하루 주기를 만드는 시계가 몸 안에 있다. 시상하부의 작은 부위가 그 중심으로 알려져 있고, 세부는 생물학 문서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계의 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깥 신호를 차단하고 재면 24시간에서 조금 벗어난 값이 나온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그러니 매일 맞춰 주는 신호가 필요하고, 그중 가장 강한 것이 빛이다.
빛이 시계를 어느 방향으로 미는지는 언제 쬐느냐에 달려 있다. 대체로 저녁과 밤의 빛은 시계를 늦추는 쪽으로, 이른 아침의 빛은 앞당기는 쪽으로 민다. 이 방향성이 시차와 교대근무에서 일어나는 일의 뼈대다. 시간대를 건너 이동하면 몸 안의 시계와 바깥의 시각이 어긋나고, 다시 맞춰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개인차도 있다. 이른 시각에 활동이 잘되는 쪽과 늦은 시각에 잘되는 쪽의 차이를 크로노타입이라 부른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늦은 쪽으로 밀리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이 사실이 학교 시작 시각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는데, 그 논의를 읽는 법이 다음 예제다.
잠은 무엇을 하는가 — 나란히 놓인 가설들
이 절은 미결이다. 어느 하나가 정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다섯 갈래를 요약하면 이렇다.
| 가설 | 주장 | 약한 자리 |
|---|---|---|
| 회복 | 깨어 있는 동안 쌓인 것을 되돌린다 | ‘무엇이’ 회복되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거의 반증되지 않는다 |
| 에너지 절약 · 활동 시간 제한 | 쓸모없거나 위험한 시간대에 활동을 줄인다 | 종 사이 비교는 상관 자료다. 왜 의식을 잃는 형태여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
| 기억의 정리 | 낮에 얻은 것을 자는 동안 다시 처리한다 | 잠을 못 자게 하는 조작이 스트레스와 각성도 함께 바꾼다 |
| 연결의 정리 | 강해진 연결을 전체적으로 낮춰 다시 배울 여지를 만든다 | 사람에게서 직접 재기 어렵고 간접 지표에 기댄다 |
| 노폐물 제거 | 자는 동안 뇌 안의 액체 흐름이 달라져 노폐물이 잘 빠진다 | 비교적 최근 계열이고 반대 방향의 결과를 보고한 연구도 있다 |
이 다섯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을 짚어 두어야 한다. 잠이 여러 일을 함께 할 수도 있고, 단계마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지금 자료로 갈리지 않는다.
대신 튼튼한 것 하나는 적을 수 있다. 충분히 자지 못하면 여러 종류의 수행이 나빠진다는 것은 되풀이 확인되었다. 다만 이것은 "왜 자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안 자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이다. 두 물음을 섞지 않아야 한다.
꿈
꿈은 다루기 어렵다. 이유가 하나 있고, 그것을 먼저 보아야 이론들을 읽을 수 있다. 연구가 다루는 자료는 꿈이 아니라 꿈에 대한 보고다.
사슬에서 특히 무거운 마디가 셋이다.
- 기억. 대부분은 남지 않고, 남은 것도 9장이 다룬 기억의 성질을 그대로 갖는다. 빈자리가 메워지고 나중에 들은 것이 섞인다.
- 말로 옮기기.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에 순서가 생기고, 말로 옮기기 어려운 것은 빠진다.
- 세는 규칙. "위협 장면"이나 "아는 사람"을 무엇으로 셀지 미리 정해야 하고, 그 정의가 결과를 정한다. 여러 사람이 따로 세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고해야 한다.
이것은 꿈 연구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12장의 지각 연구도 16장의 정서 연구도 자기보고를 쓴다. 뜻하는 것은 이것이다. 보고에 나타난 규칙성을 꿈 자체의 성질로 곧바로 옮겨 적으면 안 된다.
이론들 — 여기도 미결이다
다섯을 나란히 놓는다. 소망의 충족(20세기 초에 나왔고 문화적 영향이 컸다), 활성화와 종합(자는 동안의 신경 활동을 앞쪽 회로가 이야기로 엮은 것이라는 1970년대 후반의 제안), 깨어 있는 삶의 연속, 위협의 연습, 기억 처리의 부산물이다.
이 다섯을 견주는 기준을 하나 세워 둔다. 무엇이 관찰되면 그 이론이 곤란해지는가에 답할 수 있는 이론이 그렇지 못한 이론보다 낫다. 이 기준으로 보면 첫 번째가 가장 약하다. 어떤 꿈이 나와도 "모습을 바꾼 것"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고 "검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머지 넷은 예측을 내놓지만, 그 예측을 검사하려면 앞의 사슬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이 분야의 논쟁은 대체로 꿈 내용을 어떻게 셀 것인가에서 갈린다.
물질이 의식에 미치는 영향 — 분류까지만
마지막 절이다. 이 절은 갈래를 나누는 데까지만 다룬다. 어떤 물질을 어떻게 쓰는지, 얼마나 쓰는지, 어디서 구하는지는 이 문서가 다루지 않는다. 19장이 임상에 긋는 선과 같은 선이다.
갈래는 넷이다.
| 갈래 | 방향 | 겉으로 나타나는 것 |
|---|---|---|
| 억제 계열 | 신경계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낮춘다 | 각성 수준이 내려가고 반응이 느려지며 판단과 조절이 무뎌진다 |
| 흥분 계열 | 신경계의 활동을 높인다 | 각성 수준이 올라가고 졸림이 줄어든다. 효과가 지난 뒤 반대 방향의 상태가 오는 경우가 많다 |
| 지각 변화 계열 | 각성 수준보다 지각과 사고의 내용을 바꾼다 | 없는 것이 지각되거나 있는 것이 달리 지각된다. 시간 감각과 자기 감각의 변화가 보고된다 |
| 통증에 작용하는 계열 | 통증 신호의 처리에 작용한다 | 통증이 줄고 진정 효과가 함께 온다 |
갈래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것이 셋 있다. 내성(같은 효과를 얻는 데 필요한 양이 는다), 금단(끊었을 때 나타나는 반대 방향의 상태), 의존(쓰는 일이 다른 활동을 밀어내는 상태)이다. 마지막 것은 이 문서가 다루지 않는 임상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
이 분류를 읽을 때 조심할 것이 셋이다.
- 경계가 깔끔하지 않다. 양에 따라 다른 계열처럼 작용하는 것이 있다.
- 이 분류는 효과의 방향에 따른 것이지 위험도나 법적 지위에 따른 것이 아니다. 같은 갈래 안에서도 위험은 크게 다르고, 다른 갈래 사이에 위험의 순서가 정해지지도 않는다.
- 기대가 효과의 일부를 만든다. 무엇을 받았다고 믿는지가 나타나는 것을 바꾼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는 4장의 은폐와 위약을 특히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의식의 수준 / 내용 / 자기의식 | 얼마나 깨어 있는가 / 무엇을 의식하는가 / 자기를 대상으로 삼는가. 서로 다른 셋이며 재는 방법도 다르다 |
| 적대적 협력(adversarial collaboration) | 겨루는 이론의 연구자들이 자료를 보기 전에 예측과 판정 기준을 함께 못 박고 공개한 뒤 자료를 모으는 방식 |
| 자동 처리 / 통제 처리 | 하지 않으려 해도 일어나는 처리 / 의도와 자원이 드는 처리 |
| 수면 단계 (N1 · N2 · N3 · REM) | 뇌파 · 눈 움직임 · 근육 긴장의 조합에 대해 채점 규칙이 붙이는 이름 |
| REM 수면 · 역설수면 | 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데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근육 긴장이 사라지는 단계 |
| 수면 주기 | 단계가 한 바퀴 도는 단위. 대략 한 시간 반 안팎이며 깊은 잠은 앞쪽에, 긴 REM 은 뒤쪽에 몰린다 |
| 잠을 정하는 두 갈래 | 깨어 있는 시간이 쌓는 압력과 하루 주기. 둘이 따로 움직인다 |
| 일주기 리듬 · 크로노타입 | 하루를 주기로 하는 몸의 리듬 / 이른 쪽과 늦은 쪽의 개인차 |
| 내성 / 금단 / 의존 | 같은 효과에 필요한 양이 느는 것 / 끊었을 때의 반대 방향 상태 / 쓰는 일이 다른 활동을 밀어내는 상태 |
| 네 조건 설계 (실제 × 믿음) | 물질의 작용과 기대의 몫을 갈라 내려고 두 요인을 따로 조작하는 설계 |
| 이 장에서 미결이라고 적은 것 | 무엇이 정해지지 않았나 |
|---|---|
| 의식의 이론들 | 전역 작업공간 · 통합정보 · 고차 표상 계열 가운데 어느 것도 결정적으로 지지되지 않았다 |
| 주의 없이 의식되는 것이 있는가 | 묻는 행위가 주의를 옮기므로 깨끗한 검사가 어렵다 |
| 잠의 기능 | 다섯 가설이 나란히 있고 서로 배타적이지도 않다 |
| 꿈의 기능 | 다섯 이론이 나란히 있으며 무엇을 셀지부터 갈린다 |
이 장이 뒤에 넘기는 것이 둘이다. 첫째, "보고에 기대는 지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물음. 12장의 신호탐지이론이 이 장에서 두 번 더 쓰였고, 자기보고를 쓰는 모든 장에서 다시 쓰인다. 둘째, 적대적 협력이라는 방법. 6장이 세운 사전등록의 생각을 이론 사이의 다툼에 적용한 형태이며, 18장이 다루는 재현 문제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링크가 없는 항목은 책이거나 온라인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며, 그런 항목에서 가져온 수치는 본문에 적지 않았다.
- 미국수면의학회(AASM) 수면 채점 규칙 — 지금 널리 쓰이는 단계 구분의 근거
- Borbély, A. A. (1982). A two process model of sleep regulation. Human Neurobiology, 1(3), 195–204. — 이 장의 ‘잠을 정하는 두 갈래’ 그림이 따른 틀
- Hobson, J. A., & McCarley, R. W. (1977). The brain as a dream state generator.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34(12), 1335–1348. — 활성화와 종합
- Revonsuo, A. (2000). The reinterpretation of dream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3(6), 877–901. — 위협의 연습
- Tononi, G., & Cirelli, C. (2014). Sleep and the price of plasticity. Neuron, 81(1), 12–34. — 연결의 정리
- Koch, C., & Tsuchiya, N. (2007). Attention and consciousness: two distinct brain processe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1(1), 16–22. — 주의와 의식의 네 칸
- Dehaene, S., & Changeux, J.-P. (2011). Experimental and theoretical approaches to conscious processing. Neuron, 70(2), 200–227. — 전역 작업공간 계열
- Cogitate Consortium (2025). Adversarial testing of global neuronal workspace and integrated information theories of consciousness. Nature, 642(8066), 133–142 — 보고된 결과는 어느 한쪽을 결정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이 문서는 세부 수치를 인용하지 않는다
- Marlatt, G. A., & Rohsenow, D. J. (1980). Cognitive processes in alcohol use: expectancy and the balanced placebo design. — 이 장의 네 조건 설계
- OpenStax, Psychology 2e — 4장(의식의 상태)
- NOBA Project 모듈 목록 — 의식 · 수면 · 주의 관련 모듈이 여기에 모여 있다
발달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달라진다. 발달심리학은 그 달라짐을 다룬다. 그런데 이 분야에는 다른 분야에 없는 어려움이 하나 있다. 시간이 독립변수인데 시간은 무선배정할 수 없다. 누구를 스무 살로 배정하고 누구를 예순 살로 배정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 장은 결과보다 설계에서 시작한다. 4장에서 배운 혼입변수 이야기가 여기서 가장 날카롭게 걸린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나이에 따른 변화를 재려면 어떻게 재야 하는가. 그리고 그 방법마다 무엇이 나이와 붙어 다니는가.
- 피아제의 단계는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가. 버틴 것과 수정된 것이 다르다.
- 아이가 남의 마음을 언제부터 헤아리는가. 이 물음이 왜 아직 하나로 답해지지 않는가.
- 애착의 유형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가.
- 청소년기와 노년기에 대해 널리 퍼진 이야기 가운데 자료가 지지하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4장에서 혼입변수, 준실험, 내적·외적 타당도를, 5장에서 신뢰도와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특히 네 물음의 첫째와 둘째가 이 장에서 계속 쓰인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시간을 재는 세 가지 방법
나이에 따른 변화를 재는 방법은 크게 셋이고, 셋 다 무선배정이 없는 준실험이다. 그러므로 4장에서 준실험에 대해 물었던 것을 그대로 물어야 한다. 비교되는 두 집단이 나이 말고 무엇이 다른가.
여기서 걸림돌 하나를 먼저 봐야 한다. 사람 한 명에게 붙는 시간 관련 값이 셋이다 — 나이, 태어난 해, 잰 해. 그런데 이 셋은 독립적이지 않다.
둘을 정하면 나머지 하나가 저절로 정해진다. 그래서 셋을 완전히 갈라내는 설계는 원리적으로 없다. 설계를 고른다는 것은 셋 가운데 무엇을 혼입으로 받아들일지 고르는 일이다.
횡단 설계 — 동시대집단 효과
횡단 설계(cross-sectional design)는 한 시점에 나이가 다른 사람들을 한꺼번에 잰다. 올해 스무 살·마흔 살·예순 살 집단을 함께 검사하는 것이다. 싸고 빠르다.
문제는 이렇다. 올해의 예순 살과 스무 살은 나이만 다른 것이 아니다.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기술을 쓰며 자랐다. 그래서 두 집단의 차이에는 나이의 몫과 시대의 몫이 섞여 있고, 이 자료만으로는 갈리지 않는다.
이 혼입에 이름이 있다. 동시대집단 효과(cohort effect)다. 같은 해 무렵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함께 지나온 사람들의 묶음을 동시대집단이라 하고, 그 묶음이 공유하는 것이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4장의 말로 옮기면 태어난 해가 혼입변수다. 그리고 이 혼입은 통제 집단으로 막을 수 없다. 예순 살이면서 스무 살과 같은 시대에 자란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단 설계 — 탈락과 연습
종단 설계(longitudinal design)는 같은 사람을 여러 해에 걸쳐 되풀이해 잰다. 태어난 해가 같으므로 동시대집단 효과가 없다. 그리고 이 설계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개인 안의 변화를 본다. 집단 평균이 그대로여도 어떤 사람은 오르고 어떤 사람은 내려가는 일이 흔한데, 횡단 자료는 그것을 결코 보여 주지 못한다.
대신 다른 것이 들어온다.
- 잰 해가 나이와 붙어 다닌다. 20년 사이에 세상이 달라진 몫과 사람이 늙은 몫을 가를 수 없다.
- 탈락(attrition) — 중간에 빠지는 사람이 무선이 아니다. 이사·건강·바쁨·흥미 잃음으로 빠지는데, 그것들이 재고 있는 변수와 관련되어 있으면 남은 표본이 처음 표본과 다른 집단이 된다.
- 연습 효과 — 같은 검사를 되풀이하면 그 검사에 익숙해진다. 오른 것이 능력인지 익숙함인지 갈리지 않는다.
탈락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그림으로 보는 편이 빠르다.
이것이 종단 연구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함정이다. 낮은 쪽이 더 많이 빠지면 평균이 저절로 올라간다. 그리고 노년기 연구에서는 이 방향이 특히 강하다. 건강이 나쁜 사람이 먼저 빠지기 때문이다.
계열 설계
계열 설계(sequential design)는 앞의 둘을 겹쳐 놓는다. 여러 출생 연도의 집단을 각각 여러 해에 걸쳐 잰다. 그러면 같은 나이가 서로 다른 출생 연도·측정 연도에 나오는 칸이 생기고, 그 칸들을 견주면 나이의 몫과 시대의 몫을 어느 정도 갈라낼 수 있다.
앞 그림에서 초록 동그라미가 쳐진 두 칸이 그 자리다. 둘 다 50세인데 한 쪽은 1950년생을 2000년에 잰 것이고 다른 쪽은 1970년생을 2020년에 잰 것이다. 두 값이 다르다면 그 차이는 나이 때문이 아니다.
대가는 비용과 시간이다. 그리고 앞의 식 때문에 셋을 완전히 갈라내지는 못한다.
피아제 — 순서는 버텼고 시기와 이산성은 수정되었다
피아제(Jean Piaget, 1896–1980)는 아이의 생각이 어른의 생각의 작은 판본이 아니라 다른 구조를 가진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 구조가 정해진 차례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방법도 함께 봐야 한다. 피아제는 아이에게 과제를 주고 답을 맞았는지만 세지 않았다. 왜 그렇게 답했는지 물었다. 그가 자료로 삼은 것은 정답률이 아니라 틀린 답의 종류였다. 아이들이 같은 종류의 틀린 답을 되풀이해 낸다면 그것은 무작위가 아니라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이 발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무엇으로 바뀐다고 보았는가
세 낱말이 필요하다.
- 도식(schema) — 세계를 다루는 데 쓰는 틀. 아이가 이미 가진 "이런 것은 이렇게 다룬다"의 묶음이다.
- 동화(assimilation) — 새로운 것을 이미 가진 도식에 맞춰 넣는 것. 네발 달린 짐승을 다 "멍멍이"라 부르는 것.
- 조절(accommodation) — 도식이 맞지 않을 때 도식 쪽을 고치는 것. "멍멍이 말고 다른 것도 있구나"로 틀을 나누는 것.
그리고 네 단계를 두었다. 감각운동기 · 전조작기 · 구체적 조작기 · 형식적 조작기다. 각 단계에서 아이가 못 하는 일이 다음 단계에서 되는데, 그 "못 함"이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버틴 것
순서다. 아이들이 이 능력들을 얻는 차례는 여러 문화의 표본에서 대체로 같게 관찰된다. 보존을 못 하다가 형식적 추론을 먼저 하는 아이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오류에 구조가 있다는 관찰이 버텼다. 아이가 무엇을 못 하는지가 나이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진다는 것 자체는 되풀이 확인되었다.
수정된 것
시기와 이산성이다. 이 둘이 어떻게 무너졌는지가 이 절의 요점이고, 무너뜨린 것은 새 이론이 아니라 방법이었다.
대상영속성을 예로 보자.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은 보이지 않게 된 물건이 그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피아제는 아기가 가려진 물건을 손으로 찾는지로 이것을 쟀다. 그 지표로 재면 통과가 늦다.
그런데 지표를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 아기에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장면을 보여 주고 얼마나 오래 보는지를 재면, 손으로 찾지 못하는 나이의 아기도 그 장면을 더 오래 본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손을 뻗는 데는 손을 뻗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어서 못 찾은 것을 "물건이 없어진 줄 안다"로 읽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존 과제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실험자가 아이 앞에서 컵의 물을 다른 모양의 컵에 옮긴 뒤 "이제 물이 더 많아졌니"라고 두 번째로 묻는다. 아이 입장에서 어른이 같은 질문을 두 번 하면 그것은 "아까 답이 틀렸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질문 방식을 바꾸면 통과 연령이 내려간다는 보고들이 1970년대부터 나왔다.
여기서 정확히 무엇이 밝혀진 것인가. 두 가지를 갈라야 한다.
- 밝혀진 것 — 과제가 요구하는 것이 여럿이면 통과 연령은 능력의 나이가 아니라 가장 늦게 갖춰지는 요구의 나이가 된다. 이것은 되풀이 확인되었다.
- 밝혀지지 않은 것 — 그러면 아기가 실제로 무엇을 아는가. 오래 보는 것이 "안다"는 뜻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견해가 갈린다. 장면의 물리적 새로움만으로도 응시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이산성 쪽은 이렇다. 같은 아이가 어떤 과제에서는 통과하고 비슷한 다른 과제에서는 못 한다. 한 단계에서 다음으로 한꺼번에 건너간다는 그림은 지지되지 않았고, 영역마다 다른 속도로 간다는 쪽이 지금의 표준 서술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요약은 이것이다. "순서는 대체로 버텼고 시기와 이산성은 수정되었다." "피아제가 틀렸다"도 "피아제가 맞았다"도 자료가 지지하는 문장이 아니다.
비고츠키 — 다른 자리에서 본 발달
비고츠키(Lev Vygotsky, 1896–1934)는 발달의 자리를 다르게 잡았다. 피아제의 그림에서 아이는 혼자 세계를 다루면서 배운다. 비고츠키의 그림에서 아이는 먼저 남과 함께 하고 나중에 혼자 한다.
여기서 두 낱말이 나온다.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은 혼자서는 못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되는 구간이고, 비계(scaffolding)는 그 도움이 아이가 해내는 만큼 줄어드는 방식으로 주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두 사람을 경쟁 이론으로 놓기보다 다른 물음을 물은 것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피아제는 아이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비고츠키는 도움이 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물었다. 다만 비고츠키의 개념들은 검사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오래 받았고, 그것이 이 계열의 약점이다.
마음이론 — 지표가 답을 바꾼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남에게도 믿음·바람·의도가 있고 그것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이 능력을 재는 표준 절차가 틀린 믿음 과제(false belief task)다.
위머(Heinz Wimmer)와 페르너(Josef Perner)가 1983년에 쓴 형태가 지금도 표준이다. 인형이 물건을 한 곳에 두고 나간 사이에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다. 돌아온 인형은 어디를 찾을까.
물건이 실제로 있는 곳을 답하면 자기가 아는 것과 남이 아는 것을 가르지 못한 것이고, 인형이 두었던 곳을 답하면 가른 것이다.
결과는 두 갈래로 나뉜다.
말로 답하게 하는 과제. 네 살 무렵을 지나며 통과율이 오르는 모양이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해 관찰되었다. 네 물음 가운데 첫째와 둘째에 비교적 잘 답하는 결과다.
응시 시간으로 재는 과제. 말을 시키지 않고 같은 장면을 보여 준 뒤, 인형이 어느 자리를 찾을 때 아기가 더 오래 보는지를 잰다. 훨씬 어린 나이에서 차이가 나온다는 보고가 2000년대에 이어졌고, 이것이 "마음이론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있다"는 서술의 근거가 되었다.
그런데 그 결과들은 지금 재현 검사를 받고 있다. 독립적인 연구실이 되풀이했을 때 원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사례들이 보고되었고,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결과를 여러 연구실이 함께 검사하는 프로젝트가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서가 적을 수 있는 것은 이렇다. "말로 답하는 과제의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응시 시간 과제의 결과는 재현 검사가 진행 중이며 판정이 갈려 있다." "마음이론은 몇 살에 생긴다"는 문장을 하나로 적을 수 없다.
애착 — 유형이라는 것이 있는가
애착(attachment)은 아이가 특정 양육자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가 아이의 행동을 조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볼비(John Bowlby)가 이론의 틀을 세웠고,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가 그것을 재는 절차로 옮겼다.
절차의 이름은 낯선 상황(strange situation)이다. 낯선 방에서 양육자가 잠깐 나갔다 돌아오는 짧은 장면을 여러 번 만들고, 그 사이 아이의 행동을 정해진 규칙으로 기록한다.
여기서 자주 잘못 읽히는 것이 있다. 판정의 무게는 헤어질 때가 아니라 다시 만날 때에 있다. 우는 것 자체는 판정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 돌아온 양육자를 아이가 어떻게 쓰는지 — 다가가는지, 달래지는지, 다시 놀러 가는지 — 를 본다.
분류의 이산성이 논쟁이다
기록에서 붙이는 분류가 넷이다. 안정 · 회피 · 저항 · 혼란. 여기까지가 표준 교과서의 서술이고, 여기서부터가 논쟁이다.
다수설은 애착이 잰다는 것에 실체가 있다는 쪽이다. 낯선 상황에서의 행동은 평정자 간 신뢰도가 상당히 확보된 채로 기록되고, 그 기록이 다른 시점·다른 상황의 행동과 관련을 보인다.
논쟁은 그것을 네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자료의 구조에 맞느냐에 있다. 점수를 늘어놓아 보면 네 덩어리로 갈라지지 않고 한 덩어리로 퍼진다는 분석이 있고, 프레일리(R. Chris Fraley)와 스파이커(Susan Spieker)가 2003년에 그런 분석을 보고했다.
이 물음이 왜 중요한가. 셋이다.
- 경계 가까이의 아이는 다시 재면 유형이 바뀐다. 5장의 신뢰도 이야기다. 연속된 점수를 잘라 이름표를 붙이면, 자른 자리 근처에서 아주 작은 차이가 큰 이름 차이가 된다.
- 유형끼리 견주는 연구는 정보를 버린다. 안정 집단 안에서도 위치가 다른데 그것이 하나의 이름으로 눌린다.
- 이름표가 사람에게 붙는다. "회피형 아이"라는 말은 그 아이의 성질을 가리키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잰 것은 특정 절차에서의 특정 행동이다.
나머지 논쟁도 함께 적어 둔다. 어린 시절의 분류와 나중의 관계 사이에 관련이 관찰되지만 그 크기가 크지 않고, 사이에 놓인 환경이 크게 개입한다. 그리고 양육 관습이 다르면 같은 행동이 다른 뜻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이 절차가 어디에서나 같은 것을 재는지도 다투어진다.
그러므로 널리 퍼진 "어릴 때의 애착 유형이 평생의 관계를 정한다"는 문장은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훨씬 세다. 관련은 관찰되지만 결정이라고 부를 크기가 아니다.
청소년기와 그 뒤
발달은 열여덟에 끝나지 않는다. 이 절은 뒤쪽 절반을 짧게 다룬다.
청소년기
청소년기에 대해 널리 퍼진 서술은 위험을 더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 관찰 자체는 여러 자료에서 되풀이 나온다.
설명으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두 체계가 다른 속도로 자란다는 그림이다. 보상에 반응하는 쪽이 먼저 자라고 억제하는 쪽이 나중에 자라서, 그 사이에 틈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지금 다수설에 가깝지만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 뇌 그림 한 장이 설명을 대신하지 못한다. 13장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어느 부위가 언제 성숙하는지에 대한 관찰과, 그것이 특정 행동을 낳는다는 주장은 다른 층위다.
- 맥락이 크게 개입한다. 청소년의 위험 감수는 혼자 있을 때보다 또래가 있을 때 커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면 이것은 나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필연적으로 폭풍 같은 시기"라는 오래된 서술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갈등이 늘어나는 것은 관찰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이 큰 어려움 없이 그 시기를 지난다.
나이 들기
노년기 연구에서 앞 절의 설계 이야기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다. 같은 능력을 횡단으로 재는가 종단으로 재는가에 따라 그림이 크게 달라진다.
샤이에(K. Warner Schaie)가 이끈 시애틀 종단 연구는 이 대비를 오래 추적한 연구로 널리 인용된다. 계열 설계로 여러 출생 연도의 집단을 여러 해에 걸쳐 재서, 횡단에서 보이는 이른 감소 상당 부분이 동시대집단 차이였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면 나이 들면서 아무것도 안 변하는가. 그렇지 않다. 지금의 표준 서술은 이렇다. 능력에 따라 방향이 다르다. 빠르게 처리하고 새로운 문제를 푸는 쪽은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내려가고, 쌓아 온 지식과 어휘 쪽은 오래 유지되거나 늘기도 한다. 이 구별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17장에서 한다.
그리고 종단 자료를 볼 때는 앞에서 본 탈락을 늘 함께 봐야 한다. 노년기에는 탈락이 건강과 강하게 얽히므로, 남은 사람의 평균이 실제보다 나은 그림을 그린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횡단 설계(cross-sectional design) | 한 시점에 나이가 다른 사람들을 한꺼번에 재는 설계 |
| 종단 설계(longitudinal design) | 같은 사람을 여러 해에 걸쳐 되풀이해 재는 설계 |
| 계열 설계(sequential design) | 여러 출생 연도의 집단을 각각 여러 해에 걸쳐 재는 설계 |
| 동시대집단 효과(cohort effect) | 같은 시대를 함께 지나온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나이와 함께 움직이는 것. 횡단 설계의 혼입 |
| 탈락(attrition) | 종단 연구에서 참가자가 중간에 빠지는 것. 무선이 아니면 남은 표본이 처음 표본과 달라진다 |
| 연습 효과 | 같은 검사를 되풀이해 받으면서 그 검사에 익숙해지는 것. 종단 설계의 혼입 |
| 도식 / 동화 / 조절 | 세계를 다루는 틀 / 새것을 그 틀에 맞춰 넣기 / 틀 쪽을 고치기 |
| 피아제의 네 단계 | 감각운동기 · 전조작기 · 구체적 조작기 · 형식적 조작기 |
|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 | 보이지 않게 된 물건이 그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 |
| 보존 | 겉모습이 바뀌어도 양은 그대로임을 아는 것 |
|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 혼자서는 못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되는 구간 |
| 비계(scaffolding) | 해내는 만큼 줄어드는 방식으로 주어지는 도움 |
| 마음이론(theory of mind) | 남에게도 믿음과 바람이 있고 그것이 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헤아리는 것 |
| 틀린 믿음 과제(false belief task) | 남이 틀린 믿음을 가질 수 있음을 아는지 재는 표준 절차 |
| 애착(attachment) | 아이가 특정 양육자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것이 아이의 행동을 조직하는 방식 |
| 낯선 상황(strange situation) | 애착을 재는 표준 절차. 판정의 무게는 재회 장면에 있다 |
| 사람 · 연구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피아제 (Jean Piaget, 1896–1980) | 단계 이론. 순서는 버텼고 시기와 이산성은 수정되었다 |
| 비고츠키 (Lev Vygotsky, 1896–1934) | 발달의 자리를 사회적 상호작용에 두었다 |
| 위머 (Heinz Wimmer) 와 페르너 (Josef Perner) | 1983년 틀린 믿음 과제 |
| 볼비 (John Bowlby) | 애착 이론의 틀 |
| 에인스워스 (Mary Ainsworth) | 낯선 상황 절차. 이론을 재는 절차로 옮겼다 |
| 프레일리 (R. Chris Fraley) 와 스파이커 (Susan Spieker) | 2003년 애착 분류가 범주인지 차원인지 따진 분석 |
| 샤이에 (K. Warner Schaie) | 시애틀 종단 연구. 계열 설계로 횡단과 종단의 대비를 보였다 |
다음 장은 정서와 동기를 다룬다. 이 장에서 본 "지표를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가 그 장에서 다시, 훨씬 크게 나온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Wimmer, H., & Perner, J. (1983). Beliefs about beliefs. Cognition, 13(1), 103–128
- Fraley, R. C., & Spieker, S. J. (2003). Are infant attachment patterns continuously or categorically distributed? Developmental Psychology, 39(3), 387–404
- Schaie, K. W. (1994). The course of adult intellectual development. American Psychologist, 49(4), 304–313
- ManyBabies —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영아 연구 재현 프로젝트
- OpenStax, Psychology 2e — 9장(전 생애 발달)
- NOBA Project — Cognitive Development in Childhood
- NOBA Project — Attachment Through the Life Course
정서와 동기
이 장은 두 가지를 함께 다룬다. 정서는 무엇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고 동기는 왜 그것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둘을 한 장에 넣는 이유는 이 둘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물음이다.
15장에서 "지표를 바꾸면 답이 달라진다"를 보았다. 이 장에서 그것이 다시, 훨씬 크게 나온다. 정서를 무엇으로 재는가가 이 분야의 거의 모든 논쟁의 밑에 깔려 있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정서를 잰다는 것은 무엇을 잰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 여러 지표가 왜 서로 맞지 않는가.
- 몸이 먼저인가 생각이 먼저인가. 이 오래된 물음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가.
- 표정에서 정서를 읽어낼 수 있는가. 이 물음이 이 장에서 가장 세게 다투어지는 자리다.
- 스트레스를 정하는 것은 사건인가 사람인가.
- 보상을 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드는가. 어떤 조건에서 그런가.
4장에서 조작적 정의와 혼입변수를, 5장에서 구성개념과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과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정서를 잰다는 것
정서는 5장에서 말한 구성개념이다. 직접 관찰되지 않고, 여러 지표를 통해서만 닿는다. 흔히 세 갈래로 나눈다.
- 몸의 반응 — 심장 박동, 땀, 호흡, 호르몬. 기계로 잴 수 있다.
- 겉으로 나타난 것 — 표정, 목소리, 자세, 행동. 관찰자가 기록하거나 기계가 코딩한다.
- 스스로 보고한 것 — 지금 어떤 상태인지 본인이 적은 것. 유일하게 "느낌"에 직접 닿는 지표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 흐름이 있다. 평가(appraisal) — 그 상황이 나에게 무엇인지 읽어내는 일이다. 이것을 정서의 성분으로 볼지 원인으로 볼지가 이론마다 다르다.
문제는 이 지표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어긋남이 이 장을 관통한다. "정서가 있었다"는 말이 어느 지표로 잰 것인지에 따라 다른 주장이 된다. 심장이 뛴 것과 표정이 나타난 것과 본인이 "무서웠다"고 적은 것은 같은 사건의 세 얼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가지 자료다.
그리고 정서를 정리하는 방식이 크게 둘이다. 목록으로 세는 방식과 축 위의 자리로 보는 방식이다. 뒤쪽을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두 방식은 서로 다른 물음에 답한다. 목록 방식은 "서로 다른 종류가 몇 개인가"를 묻고, 축 방식은 "어떤 축으로 정리되는가"를 묻는다. 다음 절들에서 이 대비가 계속 나온다.
몸이 먼저인가 — 세 이론과 그 뒤
정서를 놓고 가장 오래된 물음은 이것이다. 무서워서 떠는가, 떨어서 무서운가.
제임스-랑게 이론은 몸이 먼저라고 본다. 자극에 몸이 반응하고, 그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곧 정서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서마다 몸의 반응이 달라야 하고, 몸의 반응을 막으면 정서가 약해져야 한다.
캐넌-바드 이론은 둘이 나란히 간다고 본다. 몸의 반응과 느낌이 각각 따로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근거로 든 것 가운데 하나가 몸의 반응이 여러 정서에서 비슷하다는 관찰이었다. 심장이 뛰는 것만으로는 무서운지 신나는지 알 수 없다.
샥터-싱어의 두 요인 이론은 그 관찰을 받아 다른 결론을 낸다. 몸의 각성이 정서의 세기를 정하고, 그 각성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는 상황을 읽어서 정한다는 것이다. 각성과 이름표가 함께 있어야 정서가 된다.
원 실험(Schachter & Singer, 1962)은 참가자에게 각성을 일으키는 물질을 주되 그 효과를 어떻게 알려 주는지를 조건마다 달리했다. 그리고 옆방 사람이 신나게 굴 때와 짜증스럽게 굴 때 참가자의 보고가 달라지는지를 보았다.
그런데 이 실험 하나에 기대어 이 이론을 세우면 안 된다. 네 물음으로 보자. 원 연구 하나였고, 이후 되풀이에서 원 결과가 그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보고가 이어졌으며, 조작 점검이 약했다는 비판이 오래 있었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이렇게 적는다. "상황을 읽는 일이 정서에 들어온다는 발상은 이후의 연구에 크게 남았고, 그 발상을 처음 보인 실험 자체는 근거로 세울 만큼 튼튼하지 않다."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따라오는가
제임스-랑게 계열의 예측 가운데 하나를 직접 검사할 수 있다. 몸의 되먹임이 정서를 바꾸는가.
1988년에 슈트라크(Fritz Strack)와 동료들이 널리 알려진 절차를 썼다. 참가자에게 펜을 입에 물게 하되, 한 조건에서는 이로 물어 웃는 데 쓰이는 근육이 당겨지게 하고 다른 조건에서는 입술로 물어 그러지 않게 했다. 그리고 만화를 얼마나 재미있게 보는지 평정하게 했다. 이로 문 쪽이 더 재미있다고 평정했다는 것이 원 결과였다.
이 결과는 대규모 재현에서 나오지 않았다. 바헌마커스(Eric-Jan Wagenmakers)와 동료들이 2016년에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하는 등록 재현 보고를 냈고, 원 절차를 따랐을 때 조건 사이의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뒤 다른 절차를 쓴 대규모 협업에서는 작은 효과가 보고되었다. 근육을 직접 따라 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자기보고가 조금 움직인다는 것이다. 절차에 따라 결과가 갈리므로, 지금 이 사안의 정확한 자리는 미결이다.
이 사례에서 배울 것이 둘이다.
-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널리 퍼진 문장은 이 자료가 지지하는 것보다 훨씬 세다. 원 절차의 결과는 대규모 재현에서 나오지 않았고, 다른 절차에서 보고된 효과는 작다.
- 재현 실패가 곧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5장과 6장에서 세운 구별이 여기서 다시 필요하다. 자아 고갈처럼 구간이 좁게 0 을 감싼 경우와, 절차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이 경우는 다르다.
표정에서 정서를 읽어낼 수 있는가
이 절이 이 장에서 가장 세게 다투어지는 자리다.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적지 않는다. 두 입장을 각각 가장 강한 형태로 적는다.
문제의 배경은 이렇다. 다윈 이래로 표정이 진화의 산물이며 문화를 가로질러 같다는 생각이 있었고, 20세기 후반에 에크만(Paul Ekman)과 동료들이 이것을 실험으로 옮겼다. 여러 문화의 참가자에게 표정 사진을 보여 주고 어떤 정서인지 고르게 했더니 일치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 널리 인용된 결과다. 여기서 기본정서라는 개념이 나왔다. 몇 개의 정서가 생물학적으로 갖춰져 있고 각각 고유한 표정을 가진다는 것이다.
방법에 대한 비판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결론이 아니라 절차를 겨눈다.
표준 절차는 강제선택형이다. 사진 한 장과 함께 정서 낱말 여섯 개쯤을 주고 그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그러면 참가자가 하는 일은 "이 얼굴이 무엇인지 말하기"가 아니라 "주어진 목록에서 가장 덜 어색한 것 고르기"가 된다. 목록에 없는 답은 나올 수 없고, 소거법만으로도 상당히 맞힐 수 있다.
낱말을 주지 않고 자기 말로 적게 하면 일치율이 크게 떨어지고 문화에 따른 차이가 커진다는 보고들이 나왔다. 젠드런(Maria Gendron)과 동료들이 2014년에 서구와 접촉이 적은 집단을 대상으로 그런 결과를 보고했다.
그리고 2019년에 배럿(Lisa Feldman Barrett)과 동료들이 이 문헌 전체를 검토한 긴 보고를 냈다. 그 보고의 결론은 얼굴 움직임에서 정서 상태를 믿을 만하게 읽어낼 수 있다는 널리 쓰이는 가정이 지금 있는 자료로 지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입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보편성 쪽의 가장 강한 형태. 표정과 정서 사이의 대응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입장도 인정한다. 주장은 그것이 우연보다 훨씬 잘 맞는다는 것이다.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에서 같은 방향의 일치가 나오고,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사람의 표정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찰된다. 그리고 맥락이 정서 지각을 바꾼다는 사실이 표정이 아무 정보도 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정보가 있으면서 완전하지 않은 것과 정보가 없는 것은 다르다.
구성주의 쪽의 가장 강한 형태. 일치는 사실이지만 그 일치가 무엇 때문인지가 문제다. 강제선택 목록을 주는 순간 참가자에게 정서 개념 체계가 함께 주어진다. 그리고 같은 얼굴이라도 맥락을 바꾸면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 되풀이 관찰된다. 그러므로 정서 지각은 얼굴에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얼굴·몸·상황·개념을 함께 써서 구성하는 것이라는 쪽이 자료에 더 맞는다. 그리고 이 논쟁은 이론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얼굴로 정서를 판정하는 장치가 채용·보안·교육에 실제로 쓰이고 있다.
이 문서의 자리는 이렇다. "표정과 정서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도 "표정에서 정서를 읽을 수 있다"도 지금 자료가 지지하는 문장이 아니다. 지지되는 것은 이것이다 — 얼굴 움직임과 보고된 정서 사이에 관련이 있지만, 특정 표정을 특정 정서의 표시로 읽어도 될 만큼 강하고 일정하지 않다.
스트레스와 대처
일상에서 "스트레스"는 사건을 가리키기도 하고 반응을 가리키기도 한다. 연구에서는 이 둘을 가른다. 스트레스원(stressor)은 요구를 거는 사건이나 조건이고, 스트레스 반응은 그것에 대한 몸과 마음의 반응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 남은 통찰은 사건에서 반응으로 곧장 가는 화살표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에 평가가 있다.
라자루스(Richard Lazarus)와 포크먼(Susan Folkman)이 정리한 틀에서 평가는 두 번 일어난다. 1차 평가는 "이것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2차 평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요구가 크더라도 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평가되면 반응이 달라진다.
대처는 크게 둘로 나뉜다. 문제중심 대처는 상황 자체를 바꾸려 하고, 정서중심 대처는 상황에 대한 내 반응 쪽을 다룬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둘 사이에 좋고 나쁨의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앞쪽이,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는 뒤쪽이 대체로 맞는다.
오래된 모형 하나를 짚어 둔다. 셀리에(Hans Selye)의 일반적응증후군은 스트레스 반응이 경보·저항·소진의 세 단계를 밟는다는 그림이다. 이 모형은 동물 실험에서 나왔고 몸의 반응에 초점이 있다. 지금은 사람의 스트레스를 이 세 단계로 설명하지 않는다. 같은 사건에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이 모형이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스트레스 반응에 몸이 관여한다는 관찰 자체는 남았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건강의 관계를 다루는 문헌을 읽을 때 늘 확인할 것이 있다. 대부분이 상관 연구다. 스트레스를 무선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장의 세 갈래가 전부 살아 있다 — 방향이 반대일 수 있고, 제3의 변수가 둘을 함께 움직일 수 있다.
동기 —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동기를 나누는 가장 널리 쓰이는 구분은 이것이다. 내재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그 일 자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외재 동기(extrinsic motivation)는 그 일이 가져다주는 다른 것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 구분에서 나온 물음이 하나 있고, 그것이 이 절의 본체다. 이미 좋아서 하던 일에 보상을 주면 어떻게 되는가.
보상을 준 뒤 거두었을 때 보상 전보다 덜 하게 되는 현상을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라 한다. 설명은 이렇다. 원래는 "내가 좋아서 한다"였는데 보상이 붙으면 "저것 때문에 한다"가 되고, 보상이 사라지면 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의 등급을 정확히 적어야 한다. 이 주제는 메타분석마다 결론이 갈렸다. 캐머런(Judy Cameron)과 피어스(W. David Pierce)가 1994년에 종합해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고했고, 데시(Edward Deci)와 코스트너(Richard Koestner)와 라이언(Richard Ryan)이 1999년에 다시 종합해 조건을 좁히면 효과가 뚜렷하다고 보고했다. 그 좁은 조건이 위 그림의 왼쪽이다 — 물질적이고, 미리 알려 주었고, 일을 했다는 사실에 딸려 나오는 보상.
그러므로 "보상은 동기를 해친다"는 문장은 자료보다 훨씬 세다. 자료가 지지하는 것은 "어떤 보상은 어떤 조건에서 깎는다"이다. 그리고 말로 하는 인정이나 잘한 수준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같은 종합의 결과였다.
이 계열에서 자란 이론이 자기결정이론이다. 사람에게 세 가지 심리적 필요 — 스스로 정한다는 느낌, 해낼 수 있다는 느낌, 이어져 있다는 느낌 — 가 있고, 그것이 채워지는 정도가 동기의 질을 정한다는 틀이다. 지금 이 분야의 주된 틀 가운데 하나이지만, 세 필요의 목록이 왜 정확히 셋인가에 대한 비판이 있다.
널리 인용되지만 근거가 약한 것 둘
매슬로의 욕구 위계. 아래쪽 필요가 채워져야 위쪽으로 간다는 피라미드 그림은 아마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복사된 그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순서의 고정성은 자료가 지지하지 않는다. 테이(Louis Tay)와 디너(Ed Diener)가 2011년에 여러 나라의 대규모 조사를 분석해, 위계에 열거된 것들이 삶의 만족과 관련되는 것은 확인했지만 아래가 채워져야 위로 간다는 순서는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위쪽에 놓인 것들이 아래쪽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만족에 기여했다.
여키스-도슨의 뒤집힌 U. 각성이 적당할 때 수행이 가장 좋다는 곡선이다.
이 곡선의 문제는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반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꼭대기가 어디인지 미리 정하지 않으면, 각성을 올렸을 때 수행이 좋아져도 "꼭대기 왼쪽이었다"로 설명되고 나빠져도 "오른쪽이었다"로 설명된다. 철학 문서 9장이 다루는 반증 가능성 이야기가 여기에 걸린다. 쓰려면 각성을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했고 꼭대기를 어디로 예측했는지를 먼저 적어야 한다.
정서조절
정서조절(emotion regulation)은 어떤 정서를 언제 얼마나 겪고 어떻게 드러낼지에 사람이 관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로스(James Gross)가 정리한 과정 모형이 이 분야의 표준 지도 노릇을 한다.
요점은 조절이 정서가 다 만들어진 뒤에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에 들어갈지 정하는 것, 들어가서 조건을 바꾸는 것, 무엇을 볼지 옮기는 것, 그 상황을 무엇으로 볼지 다시 정하는 것, 그리고 이미 일어난 반응을 겉으로 안 나오게 하는 것이 모두 조절이다.
가장 많이 견주어진 것이 뒤의 둘이다. 달리 보기는 상황의 뜻매김을 바꾸고 반응 누르기는 겉으로 나오는 것을 줄인다. 여러 연구가 앞쪽이 더 나은 결과와 관련된다고 보고했고, 뒤쪽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줄이면서 몸의 각성은 줄이지 못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대비를 읽을 때 조심할 것이 셋이다.
- 자료 상당수가 상관 연구이거나 실험실의 짧은 과제다. 실험실에서 몇 분 동안 표정을 누르게 한 결과와, 사람이 오랫동안 쓰는 방식 사이에는 다리가 필요하다.
- 맥락이 정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표정을 누르는 것이 맞는 상황이 있다. 어느 방식이 좋은 방식이라는 순서를 매기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보고가 있다. 표현을 누르는 것이 어떤 뜻을 갖는지가 문화마다 달라서, 같은 행동이 다른 결과와 관련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서는 여기서 선을 하나 긋는다. 이 절은 정서조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절이지 무엇을 하라고 권하는 절이 아니다. 19장에서 같은 선을 훨씬 세게 긋는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정서의 세 성분 | 몸의 반응 · 겉으로 나타난 것 · 스스로 보고한 것. 서로 잘 맞지 않는다 |
| 평가(appraisal) | 그 상황이 나에게 무엇인지 읽어내는 일. 1차 평가와 2차 평가로 나눈다 |
| 제임스-랑게 이론 |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정서라는 견해 |
| 캐넌-바드 이론 | 몸의 반응과 느낌이 각각 따로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견해 |
| 두 요인 이론 | 각성이 세기를 정하고 상황을 읽어 붙인 이름표가 종류를 정한다는 견해 |
| 기본정서 | 몇 개의 정서가 생물학적으로 갖춰져 있고 각각 고유한 표정을 가진다는 주장 |
| 강제선택형 절차 | 보기 목록을 주고 고르게 하는 절차. 표정 인식 연구의 표준이었고 비판의 표적이다 |
| 스트레스원(stressor) / 스트레스 반응 | 요구를 거는 사건이나 조건 / 그것에 대한 몸과 마음의 반응 |
| 문제중심 대처 / 정서중심 대처 | 상황 자체를 바꾸려는 것 / 상황에 대한 내 반응 쪽을 다루는 것 |
| 내재 동기 / 외재 동기 | 그 일 자체가 하고 싶어 하는 것 / 그 일이 가져다주는 다른 것 때문에 하는 것 |
| 과잉정당화 효과 | 보상을 준 뒤 거두면 보상 전보다 덜 하게 되는 현상. 조건이 좁다 |
| 자기결정이론 | 스스로 정함 · 해낼 수 있음 · 이어져 있음이 채워지는 정도가 동기의 질을 정한다는 틀 |
| 정서조절(emotion regulation) | 어떤 정서를 언제 얼마나 겪고 어떻게 드러낼지에 관여하는 것 |
| 달리 보기 / 반응 누르기 | 상황의 뜻매김을 바꾸는 조절 / 이미 일어난 반응을 겉으로 안 나오게 하는 조절 |
| 사람 · 연구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샥터 (Stanley Schachter) 와 싱어 (Jerome Singer) | 1962년 두 요인 이론. 발상은 남았고 원 실험은 근거로 세울 만큼 튼튼하지 않다 |
| 슈트라크 (Fritz Strack) 와 동료들 | 1988년 펜 실험. 표정 되먹임 가설의 표준 절차였다 |
| 바헌마커스 (Eric-Jan Wagenmakers) 와 동료들 | 2016년 등록 재현. 원 절차에서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 |
| 에크만 (Paul Ekman) | 표정 인식의 문화 간 연구. 기본정서 주장의 중심 |
| 젠드런 (Maria Gendron) 과 동료들 | 2014년 자유 응답 절차로 다른 결과를 보고했다 |
| 배럿 (Lisa Feldman Barrett) 과 동료들 | 2019년 표정에서 정서를 읽는다는 가정에 대한 대규모 검토 |
| 라자루스 (Richard Lazarus) 와 포크먼 (Susan Folkman) | 평가와 대처의 틀 |
| 셀리에 (Hans Selye) | 일반적응증후군. 몸에 초점이 있는 오래된 모형 |
| 데시 (Edward Deci) · 코스트너 (Richard Koestner) · 라이언 (Richard Ryan) | 1999년 보상과 내재 동기의 메타분석 |
| 캐머런 (Judy Cameron) 과 피어스 (W. David Pierce) | 1994년 같은 주제의 메타분석. 다른 결론을 냈다 |
| 테이 (Louis Tay) 와 디너 (Ed Diener) | 2011년 여러 나라 조사. 욕구 위계의 순서가 지지되지 않았다 |
| 그로스 (James Gross) | 정서조절의 과정 모형 |
다음 장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다룬다. 이 장에서 "무엇을 재는가"를 물었다면, 그 장에서는 "그 재는 것에 사람마다 다른 값이 있다"고 말할 때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Wagenmakers, E.-J. et al. (2016). Registered Replication Report: Strack, Martin, & Stepper (1988).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1(6), 917–928
- Coles, N. A. et al. (2022). A multi-lab test of the facial feedback hypothesis by the Many Smiles Collaboration. Nature Human Behaviour, 6(12), 1731–1742 — 다른 절차에서는 작은 효과가 보고되었다
- Barrett, L. F., Adolphs, R., Marsella, S., Martinez, A. M., & Pollak, S. D. (2019). Emotional expressions reconsidered.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20(1), 1–68
- Gendron, M., Roberson, D., van der Vyver, J. M., & Barrett, L. F. (2014). Perceptions of emotion from facial expressions are not culturally universal. Emotion, 14(2), 251–262
- Ekman, P., & Friesen, W. V. (1971). Constants across cultures in the face and emo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7(2), 124–129
- Deci, E. L., Koestner, R., & Ryan, R. M. (1999). A meta-analytic review of experiments examining the effects of extrinsic rewards on intrinsic motivation. Psychological Bulletin, 125(6), 627–668
- Cameron, J., & Pierce, W. D. (1994). Reinforcement, reward, and intrinsic motivation.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64(3), 363–423
- Tay, L., & Diener, E. (2011). Needs and subjective well-being around the worl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1(2), 354–365
- Gross, J. J. (1998). The emerging field of emotion regulation.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271–299
- OpenStax, Psychology 2e — 10장(정서와 동기)
- NOBA Project — Functions of Emotions
- NOBA Project — Motives and Goals
성격과 지능
앞의 장들은 대체로 "사람은 어떠한가"를 물었다. 이 장은 다른 것을 묻는다.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 물음은 실무와 가장 가까이 붙어 있다. 채용·입시·배치가 이 장에서 다루는 도구를 쓴다. 그래서 이 장에는 다른 장에 없는 절이 하나 있다. 이 도구들이 어떻게 오용되었고 지금도 오용되는가. 그 절이 이 장의 끝이다.
답할 질문은 여섯이다.
- 성격을 "특질"로 적는다는 것은 무엇을 주장하는 것인가.
- 사람의 행동이 그렇게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 논쟁은 어떻게 정리되었는가.
- 성격 검사 가운데 무엇이 근거를 갖췄고 무엇이 아닌가.
- 지능 검사 점수들이 서로 상관을 이룬다는 관찰에서 무엇까지 말할 수 있는가.
- 유전율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이 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개념이다.
- 검사가 어떻게 오용되었고, 지금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4장에서 혼입변수와 상관을, 5장에서 신뢰도·구성 타당도·표준화·규준·편향을,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장은 5장에 가장 크게 기대는 장이다. 5장이 흐릿하면 먼저 돌아가는 편이 낫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특질과 5요인
특질(trait)은 상황을 가로질러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생각·감정의 경향이다. 성격을 특질로 적는다는 것은 사람을 몇 개의 축 위의 점수로 적겠다는 뜻이다.
그 축을 어떻게 찾았는가. 출발은 어휘 가설이었다.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라면 오랜 세월 말에 새겨졌을 것이므로, 사전에서 사람을 묘사하는 낱말을 모두 모아 서로 함께 움직이는 것끼리 묶으면 축이 드러날 것이라는 발상이다.
그렇게 해서 되풀이 나온 다섯 축을 5요인이라 부른다.
| 요인 | 높은 쪽이 뜻하는 것 | 자주 생기는 오해 |
|---|---|---|
| 개방성 | 새로운 것 · 생각 · 예술 쪽으로 기운다 | 머리가 좋다는 뜻이 아니다 |
| 성실성 | 계획하고 지키고 미루지 않는 쪽으로 기운다 | 착하다는 뜻이 아니다 |
| 외향성 | 사람과 자극이 있는 쪽으로 기운다 | 사교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극 추구가 함께 들어 있다 |
| 우호성 | 남과 맞추고 믿는 쪽으로 기운다 | 순종이라는 뜻이 아니다 |
| 신경증 성향 | 부정적인 정서를 자주 세게 겪는다 | 병이나 이상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정서 반응의 정도를 적은 축이다 |
이 다섯이 말하지 않는 것을 못 박아 두어야 한다.
- 사람의 종류가 다섯이라는 뜻이 아니다. 각 축은 연속된 점수이고, 사람은 다섯 점수의 묶음으로 적힌다.
- 왜 그런지 설명하지 않는다. 요인은 함께 움직이는 것들을 묶은 요약이지 원인이 아니다. "성실성이 높아서 계획을 지킨다"는 문장은 설명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이 계획을 지킨다는 관찰을 다른 말로 옮긴 것에 가깝다.
- 한 상황에서의 행동을 잘 맞히지 않는다. 이것이 다음 절의 주제다.
등급은 다수설이다. 여러 언어의 자료에서 비슷한 구조가 되풀이 나왔고, 성격을 재는 표준 틀로 쓰인다. 그러나 두 자리가 다투어진다.
요인이 몇 개인가. 애슈턴(Michael Ashton)과 이(Kibeom Lee)가 정리한 여섯 요인 모형은 정직-겸손을 따로 세운다. 근거는 여러 언어의 어휘 자료에서 그 축이 따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이고, 이 여섯 번째 축이 다섯 요인으로는 잘 잡히지 않던 행동을 예측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어디에서나 나오는가. 큰 산업사회 표본에서는 다섯 구조가 잘 재현되지만, 구르번(Michael Gurven)과 동료들이 2013년에 볼리비아의 한 소규모 사회 표본에서 다섯 구조가 나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둘째가 이 결과에 정확히 걸린다.
사람인가 상황인가 — 그 논쟁이 어떻게 정리되었는가
1968년에 미셸(Walter Mischel)이 성격 연구에 큰 충격을 주는 지적을 했다. 특질 점수와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 사이의 상관이 대체로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직성 점수가 높은 아이가 이 상황에서 정직하게 굴 것인지를 그 점수로 잘 맞히지 못한다.
여기서 두 진영이 갈렸다. 성격은 신화이고 행동을 정하는 것은 상황이다라는 쪽과, 그래도 사람은 일관된다는 쪽이다.
이 논쟁이 어떻게 끝났는지가 이 절의 요점이고, 결론은 물음 자체가 잘못 세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인 것은 새 자료가 아니라 5장의 신뢰도 이야기였다.
한 번의 행동은 신뢰도가 낮은 측정이다
어떤 사람이 이번 한 번 정직하게 굴었는지는 그 사람의 정직성에 대한 문항 하나와 같다. 5장에서 문항 하나짜리 검사가 왜 위험한지 보았다. 우연이 크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측정 이론에는 이 관계를 적은 공식이 있다. 한 번 관찰의 신뢰도가
그림의 왼쪽 끝이 미셸이 지적한 상황이고 오른쪽 끝이 그 지적에 대한 답이다. 한 번의 행동으로는 못 맞히지만, 여러 상황·여러 시점의 행동을 합치면 사람들 사이의 순서가 상당히 안정되게 나온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하나 있다. 합쳐서 신뢰도가 오르는 것은 자료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세는 단위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답은 미셸의 지적을 반박한 것이 아니라 그 지적의 범위를 정한 것이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 특질 점수로 "이 사람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를 잘 맞힐 수 없다. 미셸이 옳았다.
- 특질 점수로 "이 사람이 여러 상황에 걸쳐 대체로 어떻게 하는지"는 상당히 맞힐 수 있다. 특질 쪽이 옳았다.
- 두 문장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다른 것을 예측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남은 자리가 상호작용론이다. 같은 상황이 사람마다 다르게 읽히고,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상황을 고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과 상황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물려 있다.
성격을 재는 방법과 못 재는 방법
재는 길이 셋이다. 자기보고 질문지, 남이 매기는 관찰자 보고, 행동 지표다. 자기보고가 가장 흔하고 가장 편하며 5장에서 본 반응 편향에 가장 약하다. 관찰자 보고는 그 편향을 피하지만 관찰자가 본 범위 안에서만 답할 수 있다.
이 절의 요점은 널리 쓰이는 것과 근거가 갖춰진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형으로 바꿔 쓰는 검사
성격 검사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것 하나는 사람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눈다. 네 개의 갈림에 대해 각각 한쪽을 골라 주고 그 조합으로 유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심리측정 근거는 약하다. 서술의 주어를 그 사실로 삼는다. 문제가 둘이다.
- 재검사 신뢰도가 낮아 유형이 자주 바뀐다. 몇 주 뒤에 다시 받으면 상당수의 사람에게서 하나 이상의 글자가 바뀐다는 보고가 되풀이되었다.
- 이분할 근거가 없다. 점수 분포에 골짜기가 없다. 두 유형이 실제로 있다면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하는데, 가장 사람이 많은 자리가 바로 자르는 자리다.
이 그림이 두 문제를 하나로 묶는다. 연속된 분포를 가운데서 자르면 경계 근처의 사람들이 다시 잴 때마다 편을 바꾼다. 신뢰도가 낮은 것이 검사가 나빠서가 아니라 자르는 방식 자체가 만들어 내는 결과다.
같은 모양의 잘못이 다른 자리에도 있다. 사람을 시각형·청각형으로 나누고 그에 맞춰 가르치면 낫다는 이야기가 널리 믿기지만, 여러 검증에서 지지되지 않았다. 나누는 근거가 약한 데다, 나눈 대로 가르쳐도 결과가 나아지지 않았다.
잉크 얼룩과 그 논쟁
애매한 그림을 보여 주고 무엇으로 보이는지 말하게 하는 검사들이 있다. 오랫동안 쓰였고 오랫동안 비판받았다.
다수설은 이 검사의 대부분의 지표에 준거 타당도 근거가 약하다는 쪽이다. 그리고 소수설을 정확히 적어야 한다. 미후라(Joni Mihura)와 동료들이 2013년에 지표 하나하나를 나눠 메타분석해, 일부 지표에는 근거가 있고 다른 지표에는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이 검사는 근거가 없다"는 뭉뚱그린 판정도 정확하지 않다. 5장에서 세운 대로 타당도는 검사 전체가 아니라 특정 해석에 붙는다.
바넘 효과
성격 서술을 읽고 "나에게 딱 맞는다"고 느끼는 것이 그 서술이 맞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포러(Bertram Forer)가 1949년에 이것을 보였다. 학생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나눠 준 뒤 얼마나 맞는지 평정하게 했는데, 모두에게 같은 서술을 주었다. 평정은 높게 나왔다.
이것을 바넘 효과라 한다.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해당하는 서술 — 겉으로는 자신 있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많다, 남들이 자기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 을 읽으면 자기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러므로 성격 검사의 타당도를 받은 사람의 만족도로 재면 안 된다. 이것은 5장의 준거 타당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 주는 가장 깨끗한 사례다.
지능 —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가
지능 검사의 출발은 실용적인 것이었다. 20세기 초에 비네(Alfred Binet)가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기 위한 도구로 만들었다. 이 출발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뒤에서 볼 오용이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갔기 때문이다.
검사가 널리 쓰이면서 관찰 하나가 드러났다. 서로 다른 인지 과제의 점수들이 대체로 양의 상관을 이룬다. 어휘를 잘하는 사람이 도형 추론도 평균적으로 잘한다. 이 패턴은 여러 표본과 여러 검사에서 되풀이 관찰되었고, 여기까지는 다툼이 거의 없다.
스피어만(Charles Spearman)이 1904년에 이 공통 부분에 이름을 붙였다. g다. 그리고 이 지점부터 관찰이 아니라 해석이 시작된다.
지금 검사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리는 세 층 구조다. 맨 아래에 좁은 능력들이 있고, 그것들이 유동추론 · 결정성 지식 · 작업기억 · 처리 속도 · 시공간 처리 같은 넓은 능력으로 묶이며, 그 위에 g 가 있다. 캐럴(John Carroll)이 방대한 자료를 다시 분석해 이 구조를 정리했고, 앞선 두 사람의 이름을 함께 붙여 CHC 라 부른다.
15장에서 미뤄 둔 이름이 여기 있다. 나이가 들면서 유동추론 쪽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내려가고 결정성 지식 쪽은 오래 유지되거나 는다. 그것이 그 장의 두 곡선이 갈라진 이유 가운데 하나다.
g 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는 미결이다. 입장을 나란히 적는다.
- 하나의 일반 능력이 실제로 있고 그것이 상관을 만든다.
- 공통 원인이 없어도 양의 상관은 나올 수 있다. 여러 과정이 함께 발달하고 서로 도우면 그렇게 된다. 이 설명은 g 를 부정하지 않고 g 가 "하나의 것"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 검사 구성의 산물이다. 어떤 과제를 넣느냐가 g 가 무엇처럼 보이는지를 바꾼다.
여기서 문장 둘을 갈라 두어야 한다. "g 가 있다"는 관찰이고 "g 가 무엇인가"는 해석이다. 앞의 것은 튼튼하고 뒤의 것은 다투어진다. 둘을 섞어 쓰면 관찰의 힘이 해석에 옮겨 붙는다.
널리 알려진 대안 하나를 적어 둔다.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은 서로 독립적인 여러 지능이 있다고 본다. 이 견해는 교육 현장에서 크게 퍼졌지만 심리측정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을 오래 받았다. 각 지능을 재는 검사가 제시되지 않았고, 따라서 그것들이 실제로 서로 독립적인지를 검사할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소수설로 적되 그 이유를 함께 적는 것이 정확하다.
유전율 — 이 문서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개념
이 절은 정의부터 시작한다. 정의하기 전에는 이 말을 쓰지 않는다.
유전율(heritability)은 어떤 집단에서, 어떤 시점에, 관찰된 형질의 분산 가운데 유전적 차이로 설명되는 몫이다. 기호로는
이 정의에서 분산이라는 말이 핵심이다. 분산은 사람들 사이의 흩어짐을 재는 값이다. 그러므로 유전율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이에 대한 값이고, 한 사람에 대한 값이 아니다.
못 박을 것이 넷이다.
하나 — 개인에 대한 값이 아니다
어떤 표본에서 키의 유전율이 0.8 로 추정되었다고 하자. 이 값은 "당신 키의 80%가 유전"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문장은 뜻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키는 유전과 환경이 함께 만든 하나의 값이고, 그것을 두 몫으로 나눌 방법이 없다.
이 오해가 왜 생기는가. 비율처럼 생긴 숫자가 개인에게 붙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이 표본에서 사람들의 키가 서로 다른 정도 가운데 8할쯤이 유전적 차이와 대응한다."
둘 — 집단과 환경에 딸린 값이다
유전율은 분수이고, 분모는 그 집단의 전체 분산이다. 환경이 고르게 되면 분모가 줄고, 그러면 유전율이 오른다.
여기서 뒤집힌 결론이 나온다. "유전율이 높다"는 "환경이 무력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모두에게 같은 환경을 주는 데 성공할수록 남는 차이는 유전 쪽이 되고, 유전율은 올라간다. 유전율이 높은 형질은 환경을 이미 고르게 만든 형질일 수 있다.
셋 — 집단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자주, 가장 크게 잘못 쓰이는 자리다. 집단 안의 유전율이 높다는 것에서 두 집단 사이의 평균 차이가 유전 때문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르원틴(Richard Lewontin)이 든 비유가 이것을 가장 깨끗하게 보인다. 같은 씨앗 봉지에서 한 줌씩 덜어 척박한 흙과 기름진 흙에 나눠 심는다. 한 화분 안에서 키가 다른 것은 흙이 같으므로 전부 씨앗의 차이다. 즉 각 화분 안의 유전율은 1 이다. 그런데 두 화분의 평균이 다른 것은 전부 흙 때문이다. 씨앗은 같은 봉지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집단 안의 유전율이 아무리 높아도 집단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넷 —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말하지 않는다
유전율이 높다고 그 형질이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력이 좋은 예다. 굴절 이상에는 유전의 몫이 크지만 안경 하나로 교정된다. 유전율은 지금 이 집단에 있는 차이가 무엇과 대응하는지를 적은 값이지, 개입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값이 아니다.
어떻게 추정하는가, 그리고 그 가정
사람에게는 유전과 환경을 배정할 수 없으므로 추정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갈림에 기댄다. 둘이 대표적이다.
- 쌍둥이 설계 — 유전을 거의 다 공유하는 쌍과 절반쯤 공유하는 쌍을 견준다. 앞쪽이 더 비슷하다면 그 차이에서 유전의 몫을 어림한다.
- 입양 설계 — 함께 자란 사람들 가운데 유전을 공유하는 짝과 아닌 짝을 견준다.
각각에 가정이 붙고, 그 가정이 비판의 표적이다. 쌍둥이 설계는 두 종류의 쌍이 환경을 같은 정도로 공유한다고 가정하는데, 똑같이 생긴 쌍이 주위로부터 더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 가정이 깨진다. 입양 설계는 입양 가정이 사회 전체보다 고른 편이라는 문제가 있고, 그러면 환경 분산이 줄어 유전율이 올라간다 — 앞의 둘이 그대로 걸린다.
지능 검사 점수의 유전율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정설인 부분. 지능 검사 점수의 유전율 추정치가 0 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보다 성인기에 더 크게 나온다는 것이 여러 표본에서 되풀이 보고되었다. 뒤의 결과는 직관과 반대라서 자주 인용된다. 설명으로는 자라면서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환경을 스스로 고르게 되고, 그러면 유전과 환경이 같은 방향으로 겹친다는 것이 제시된다.
조건부인 부분. 구체적인 수치는 표본과 나이와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하나의 숫자로 적는 것이 이 개념의 정의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문서는 수치를 적지 않는다.
다투어지는 부분. 터크하이머(Eric Turkheimer)와 동료들이 2003년에 사회경제적 조건이 낮은 표본에서 유전율 추정치가 낮게 나온다고 보고했다. 앞의 둘과 맞는 결과다 — 환경이 제각각이면 분모가 커진다. 그런데 터커드롭(Elliot Tucker-Drob)과 베이츠(Timothy Bates)가 2016년에 여러 나라의 자료를 모아, 그 패턴이 미국 표본에서는 보이지만 서유럽과 호주 표본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이 결과는 "사람 일반"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조건에 대한 것일 수 있다.
플린 효과
20세기 동안 여러 나라에서 같은 검사의 원점수 평균이 세대에 걸쳐 올랐다. 플린(James Flynn)이 1987년에 여러 나라의 자료를 모아 정리했고, 그래서 이 현상을 그의 이름으로 부른다.
왜 눈에 잘 안 띄었는가. 보고되는 점수가 표준화된 값이기 때문이다. 5장에서 본 대로 표준점수는 그 시대 규준 집단 안에서 어디쯤인지를 적은 값이다. 규준을 다시 잡으면 평균이 다시 가운데로 온다. 이 상승은 규준을 새로 잡는 작업에서 드러났다.
이 현상이 유전율 논의에 무엇을 하는가. 유전자 풀은 몇 세대 만에 그만큼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상승은 환경 쪽에서 온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이 앞의 넷을 뒷받침한다 — 유전율이 높아도 환경이 바뀌면 평균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원인은 미결이다. 학교 교육의 확대, 영양과 건강, 추상적 사고를 요구하는 일이 늘어난 것, 검사에 익숙해진 것이 후보로 제시되었고 어느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일부 나라에서 상승이 멈추거나 반대로 도는 것이 보고되었다. 이것도 미결이다.
검사가 오용된 역사, 그리고 지금
이 절은 이 장의 도구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다룬다. 이것은 곁가지가 아니라 이 장의 결론이다.
어디까지 갔었나
20세기 초에 지능 검사 점수가 정책의 근거로 인용되었다. 미국에서 대규모로 실시된 군 검사의 결과가 이민 제한 논의에 쓰였는데, 그 검사는 영어와 그 나라 생활에 대한 지식을 요구했다. 갓 도착한 사람들의 낮은 점수가 "타고난 능력"의 증거로 읽혔다.
그리고 더 멀리 갔다. 여러 주에 강제 불임 법이 있었고, 1927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벅 대 벨 사건에서 그것을 인정했다. 능력 판정이 그 판단에 쓰였다.
여기서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검사를 만든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쓰임에 반대했다. 비네는 자기 검사를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는 도구로 만들었고 타고난 등급으로 쓰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도구는 만든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쓰인다.
여기서 배울 것
5장에서 세운 문장이 여기서 무게를 얻는다. 타당도는 검사의 성질이 아니라 해석의 성질이다. 같은 검사가 어떤 해석에는 타당하고 어떤 해석에는 타당하지 않다. 군 검사는 "영어로 된 지시를 따라 이 과제를 얼마나 하는가"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쟀지만, "타고난 능력의 등급"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재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검사가 좋은 검사인가"는 반쪽 물음이다. "이 점수로 무엇을 하려 하는가"가 함께 와야 한다.
지금 자주 일어나는 오용
넷을 적는다.
- 준거 타당도 없이 거른다. 이 점수가 나중의 수행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채용이나 배치의 기준으로 쓴다.
- 집단의 평균을 개인에게 붙인다. 두 집단의 평균이 다르다는 것에서 앞에 있는 이 사람에 대한 결론을 낸다. 5장에서 본 겹침 그림을 떠올려야 한다. 분포가 크게 겹치면 이 추론은 거의 언제나 틀린다.
- 오차를 무시한 문턱을 쓴다. 한 점 차이로 자른다.
- 연속된 점수를 유형으로 바꿔 쓴다. 사람에게 이름표가 붙고, 그 이름표가 배치와 기대를 정한다.
셋째 항목을 그림으로 보자.
그리고 문화 편향을 빠뜨리면 안 된다. 문항이 특정 배경에서 자란 사람에게만 익숙한 것을 요구하면, 그것이 재려던 것에 섞인다. 이 문제는 문항 하나하나를 검사하는 절차로 다루며, 5장에서 본 편향 이야기의 실무적 얼굴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특질(trait) | 상황을 가로질러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 · 생각 · 감정의 경향 |
| 어휘 가설 | 사람들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말에 새겨져 있으리라는 가정. 5요인의 출발점 |
| 5요인 | 개방성 · 성실성 · 외향성 · 우호성 · 신경증 성향. 종류가 아니라 다섯 개의 축이다 |
| 사람-상황 논쟁 | 특질과 상황 가운데 무엇이 행동을 정하는가의 논쟁. 예측 대상이 다르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
| 집합(aggregation) | 여러 상황 · 여러 시점의 관찰을 합치는 것. 합치면 신뢰도가 오른다 |
| 바넘 효과 |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성격 서술을 자기 이야기로 느끼는 것 |
| g | 여러 인지 과제 점수의 공통 부분. 존재는 관찰이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해석이다 |
| CHC 세 층 구조 | 좁은 능력 · 넓은 능력 · g. 검사 실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리 |
| 유동추론 / 결정성 지식 | 처음 보는 문제에서 규칙을 찾는 힘 / 쌓아 온 지식과 어휘 |
| 다중지능 | 서로 독립적인 여러 지능이 있다는 견해. 재는 검사가 제시되지 않아 근거가 약하다 |
| 유전율(heritability) | 어떤 집단에서 관찰된 형질의 분산 가운데 유전적 차이로 설명되는 몫. |
| 쌍둥이 설계 / 입양 설계 | 유전 공유 정도가 다른 짝을 견주는 설계 / 함께 자란 짝의 유전 공유 여부를 견주는 설계 |
| 플린 효과 | 20세기 동안 여러 나라에서 같은 검사의 원점수 평균이 세대에 걸쳐 오른 현상 |
| 범위 제한 | 이미 걸러진 집단만 자료에 있어 퍼짐이 좁아지고 상관이 작아지는 것 |
유전율에 대해 이 장이 못 박은 넷. 뒷장은 이 넷을 전제로 쓴다.
- 개인에 대한 값이 아니라 집단의 분산에 대한 값이다.
- 집단과 환경에 딸려 있다. 환경이 고르면 값이 오른다.
- 집단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말하지 않는다.
| 사람 · 연구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미셸 (Walter Mischel) | 1968년 특질과 행동의 상관이 크지 않다는 지적. 사람-상황 논쟁을 열었다 |
| 애슈턴 (Michael Ashton) 과 이 (Kibeom Lee) | 정직-겸손을 더한 여섯 요인 모형 |
| 구르번 (Michael Gurven) 과 동료들 | 2013년 소규모 사회 표본에서 다섯 구조가 재현되지 않았다 |
| 포러 (Bertram Forer) | 1949년 바넘 효과 시연 |
| 미후라 (Joni Mihura) 와 동료들 | 2013년 잉크 얼룩 검사의 지표별 메타분석 |
| 비네 (Alfred Binet) | 지능 검사의 출발.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찾는 도구로 만들었다 |
| 스피어만 (Charles Spearman) | 1904년 g 에 이름을 붙였다 |
| 캐럴 (John Carroll) | 세 층 구조를 방대한 재분석으로 정리했다 |
| 가드너 (Howard Gardner) | 다중지능. 널리 퍼졌으나 심리측정 근거가 약하다 |
| 르원틴 (Richard Lewontin) | 씨앗과 두 화분의 비유. 집단 안과 집단 사이를 갈라 놓았다 |
| 터크하이머 (Eric Turkheimer) 와 동료들 | 2003년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유전율 추정치가 달라진다 |
| 터커드롭 (Elliot Tucker-Drob) 과 베이츠 (Timothy Bates) | 2016년 그 패턴이 나라에 따라 갈린다 |
| 플린 (James Flynn) | 1987년 여러 나라의 세대 간 점수 상승을 정리했다 |
다음 장은 사람들 사이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리고 이 문서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장이다. 그 장의 유명한 결과 상당수가 재현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갈렸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Gurven, M., von Rueden, C., Massenkoff, M., Kaplan, H., & Lero Vie, M. (2013). How universal is the Big F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2), 354–370
- Ashton, M. C., & Lee, K. (2007). Empirical, theoretical, and practical advantages of the HEXACO model.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1(2), 150–166
- Forer, B. R. (1949). The fallacy of personal validation.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44(1), 118–123
- Mihura, J. L., Meyer, G. J., Dumitrascu, N., & Bombel, G. (2013). The validity of individual Rorschach variables. Psychological Bulletin, 139(3), 548–605
- Spearman, C. (1904). General intelligence, objectively determined and measured. American Journal of Psychology, 15(2), 201–292
- Flynn, J. R. (1987). Massive IQ gains in 14 nations. Psychological Bulletin, 101(2), 171–191
- Turkheimer, E. et al. (2003). Socioeconomic status modifies heritability of IQ in young children. Psychological Science, 14(6), 623–628
- Tucker-Drob, E. M., & Bates, T. C. (2016). Large cross-national differences in gene by socioeconomic status interaction on intelligence. Psychological Science, 27(2), 138–149
- Buck v. Bell, 274 U.S. 200 (1927) —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문
- OpenStax, Psychology 2e — 11장(성격)과 7장(사고와 지능)
- NOBA Project — Personality Traits
- NOBA Project — Intelligence
사회심리학
사회심리학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다룬다. 심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 상당수가 이 분야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 장은 다른 장과 다르게 읽어야 한다. 6장의 재현 검사를 가장 많이 받은 분야가 여기이고, 그 검사에서 결과가 크게 갈렸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는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 확인되었고, 어떤 결과는 대규모 재현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어떤 것은 애초에 검사받을 수 있는 형태의 연구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장은 결과의 목록이 아니라 판정의 목록이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이 분야의 유명한 결과들은 지금 각각 어떤 처지에 있는가.
- 애쉬의 동조 실험에서 정확히 무엇이 되풀이되었는가.
- 밀그램의 결과는 되풀이되었는데 왜 아직 논쟁 중인가.
-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면, 왜 그토록 널리 인용되었는가.
- 이 모든 것을 겪은 분야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4장에서 혼입변수와 실험자 기대를, 5장에서 요구특성·신뢰도·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과 재현에 실패한 결과는 그 실패가 서술의 주어가 된다는 규칙을 가져온다. 이 장은 그 규칙이 가장 많이 쓰이는 장이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이 장을 읽는 법 — 판정을 먼저 적는다
흔한 서술 순서는 이렇다. 유명한 실험을 소개하고, 결론을 인상적으로 적고, 마지막에 "다만 논란이 있다"를 덧붙인다. 이 순서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반대쪽 잘못도 피해야 한다. "사회심리학은 다 무너졌다"는 결론은 이 장이 가르치려는 것과 정반대다. 이 장에는 여러 연구실에서 되풀이 확인된 결과도 함께 들어 있다. 그리고 이 분야가 눈에 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기 문헌을 가장 많이 검사한 분야라는 것이다.
아래가 이 장에서 다루는 것들의 판정이다.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본다.
| 무엇 | 지금의 판정 |
|---|---|
| 애쉬의 동조 | 되풀이되었다. 크기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
| 밀그램의 복종 |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참가자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지는 논쟁 중이다 |
|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 설계 · 자료 · 기록에 문제가 있다 |
| 인지부조화 | 틀은 살아 있다. 다만 대안 설명이 같은 결과를 예측해 둘을 가르기 어렵다 |
| 대응 편향 | 여러 연구실이 함께 한 재현에 포함되어 되풀이되었다 |
| 행위자-관찰자 비대칭 | 메타분석에서 전체 효과가 거의 0 이었다 |
| 방관자 효과 | 메타분석에서 지지되었다. 다만 널리 알려진 사건 이야기의 세부는 사실과 다르다 |
| 사회적 점화 | 재현에 실패했다 |
| 파워 포즈의 호르몬 · 행동 효과 | 재현되지 않았다. 주관적 보고 쪽은 재현되었다. 둘을 갈라 적는다 |
| 암묵적 연합 검사의 개인 행동 예측력 | 메타분석에서 작게 나왔다. 무엇을 재는지도 논쟁 중이다 |
그림에서 왼쪽 아래 자리를 눈여겨봐야 한다. 검사를 받은 적이 없으면서 무너진 것이 있다. 검사받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조 — 정확히 무엇이 되풀이되었는가
동조(conformity)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에 맞춰 자기 판단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애쉬(Solomon Asch)가 1950년대에 쓴 절차는 단순하다. 참가자를 여러 사람과 함께 앉히고 선분 길이를 비교하게 한다. 답은 눈으로 보면 분명하다.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실험 협력자이고, 정해진 시행에서 일제히 같은 오답을 말한다. 참가자는 마지막에 답한다.
이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본드(Rod Bond)와 스미스(Peter Smith)가 1996년에 이 과제를 쓴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했고, 동조가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나타난다는 것과 함께 그 크기가 문화와 시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을 보고했다. 6장의 네 물음 가운데 첫째와 셋째에 답이 있는 드문 결과다.
그런데 "무엇이" 되풀이되었는지를 정확히 적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이 장에서 가장 유용한 교훈이 하나 있다.
시행을 세면 동조한 답이 나온 시행은 소수에 그친다. 대다수 시행에서 참가자는 눈에 보이는 대로 답했다. 사람을 세면 적어도 한 번 동조한 참가자가 다수다. 끝까지 한 번도 따라가지 않은 사람은 오히려 적었다. 두 문장 다 같은 자료에서 나왔고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지가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애쉬는 사람이 얼마나 잘 휘둘리는지 보였다"는 요약은 한쪽만 옮긴 것이다. 애쉬 자신이 관심을 둔 것은 오히려 버틴 쪽이었다.
왜 따라가는가. 둘로 나눈다. 정보적 영향은 남들이 옳을 것이라고 여겨 따르는 것이고, 규범적 영향은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으려고 따르는 것이다. 애쉬의 과제는 답이 분명하므로 뒤쪽이 크게 작동한다. 그리고 답을 남이 볼 수 없게 적게 하면 동조가 크게 줄어드는데, 그것이 규범적 영향의 몫을 보이는 조작이다.
복종 — 결과는 되풀이되었고 해석이 논쟁이다
밀그램(Stanley Milgram)의 절차는 이렇다. 참가자에게 "학습에 대한 연구"라고 알려 주고 교사 역할을 맡긴다. 옆방의 학습자가 틀릴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게 하고, 강도를 단계마다 올리게 한다. 학습자는 실험 협력자이고 실제로 충격을 받지 않는다. 참가자가 그만두려 하면 실험자가 정해진 말로 계속하기를 요청한다.
결과는 되풀이되었다. 버거(Jerry Burger)가 2009년에 안전을 위해 낮은 지점에서 멈추도록 고친 판본으로 다시 실시했고, 그 지점까지 계속한 사람의 비율이 원 연구와 비슷했다고 보고했다.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진 되풀이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 결과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논쟁 중이다. 그리고 그 논쟁이 "해석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참가자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가라는 사실 문제를 포함한다.
논쟁의 갈래가 셋이다.
- 복종 해석. 권위가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지시라서 따랐다. 오랫동안 표준으로 인용된 읽기다.
- 믿지 않았다는 해석. 상당수 참가자가 실제로 해를 입히고 있다고 믿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 버거와 동료들이 2011년에 참가자들의 발언 기록을 분석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고, 페리(Gina Perry)가 예일대에 남은 기록을 조사해 쓴 책이 이 논의를 크게 넓혔다.
- 참여한 협력자 해석. 참가자가 명령을 따른 것이 아니라 가치 있어 보이는 일에 협력했다는 읽기다. 해슬럼(Alexander Haslam)과 라이허(Stephen Reicher)가 이 쪽을 정리했다.
셋을 가르는 자료가 하나 있다. 실험자의 재촉은 네 단계로 정해져 있었는데, 가장 명령에 가까운 마지막 재촉 — "당신은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 뒤에는 거의 언제나 중단이 뒤따랐다. 명령이 셀수록 덜 따랐다면 단순한 복종 해석은 어려워진다.
자료와 절차 자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조건마다 절차가 일정하지 않았고, 실험자가 대본을 벗어나 더 설득한 경우가 있었으며, 사후설명이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참가자들이 있었다. 4장에서 본 연구 윤리 논의를 크게 밀어 올린 것이 이 연구다. 그러므로 이 문서는 이렇게 적는다. "사람은 권위에 복종한다"가 아니라 "이 절차에서 다수가 끝까지 갔고, 그들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다고 여겼는지에 대해 여러 설명이 경쟁하고 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 — 연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1971년에 대학생 지원자를 모아 한쪽에 간수 역할, 다른 쪽에 수감자 역할을 맡기고 지하실에 만든 모의 감옥에서 지내게 한 사례가 있다. 예정보다 일찍 중단되었고,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는 결론이 널리 퍼졌다.
이것은 연구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절의 주어다.
문제를 하나씩 보자.
- 비교 조건이 없다. 조건이 하나뿐이므로 "상황 때문"이라고 말할 자료 구조가 아니다. 무엇과 견주어 달라졌다고 하는지가 없다.
- 모집 광고가 표본을 골랐다. "감옥 생활 연구"라고 밝히고 모집했다. 카나한(Thomas Carnahan)과 맥팔런드(Sam McFarland)가 2007년에 같은 문구와 중립적인 문구로 각각 모집해, 모이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보였다.
- 연구자가 참여자였다. 연구를 이끈 사람이 교도소장 역할을 맡았다. 6장에서 본 실험자 기대가 결과와 구별되지 않는다.
- 지시가 있었다. 공개된 기록에서 연구진이 간수 역할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이르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면 "역할이 저절로 사람을 바꾸었다"는 서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자료가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무엇을 언제 어떤 규칙으로 셌는지가 남아 있지 않다.
르텍시에(Thibault Le Texier)가 2019년에 남아 있는 기록을 조사해 이 문제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견줄 것이 하나 있다. 2000년대 초에 방송사와 함께 이루어진 다른 모의 감옥 연구가 있다. 라이허와 해슬럼이 진행했고 절차와 자료가 공개되었으며 결과가 달랐다. 역할이 저절로 사람을 바꾸지 않았다. 같은 설정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첫 사례의 결론을 흔든다.
그러면 왜 그토록 널리 인용되었는가
이 물음이 이 절의 요점이다. 답을 다섯으로 나눈다.
- 이야기가 강하다. 줄거리가 있고 장면이 그려지고 결말이 있다. 표와 구간이 있는 연구는 이렇게 옮겨지지 않는다.
- 결론이 쓸모 있어 보였다. 현실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데 계속 불려 나왔다.
- 검사할 수 있는 예측을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반증되지도 않았다. 무엇이 나와도 "상황의 힘"으로 설명된다.
- 교과서와 대중매체가 서로를 인용했다. 원 자료로 돌아간 사람이 오래 없었다.
- 재현할 필요를 아무도 느끼지 않았다. 이미 아는 사실처럼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무겁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는 것이 검사를 막는다. 6장에서 본 고리가 여기서는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문헌이 아니라 이야기가 스스로를 지킨 것이다.
태도와 귀인
인지부조화 — 그리고 같은 것을 예측하는 다른 이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는 자기 생각과 행동이 어긋날 때 생기는 불편, 그리고 그 불편을 줄이려고 생각 쪽을 바꾸는 과정을 가리킨다.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세운 개념이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절차는 페스팅거와 칼스미스(James Carlsmith)가 1959년에 쓴 것이다. 지루한 일을 시킨 뒤 "재미있었다"고 다음 사람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대가로 큰 값을 받은 조건과 아주 적은 값을 받은 조건을 둔다. 결과는 적은 값을 받은 쪽이 뒤에 그 일을 더 재미있었다고 평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다른 이론도 예측한다.
6장의 예지 논문에 나왔던 벰(Daryl Bem)이 1967년에 내놓은 자기지각 이론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자기 태도를 안에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행동을 보고 밖에서 추론한다. 그러면 "큰 값도 안 받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네"에서 "재미있었나 보다"가 나온다. 불편이라는 상태가 없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이 절이 가르치려는 것이다. 어떤 실험이 유명한 이론을 증명했다고 소개될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 결과를 다른 이론도 예측하는가"이다. 두 이론을 가르려면 서로 다르게 예측하는 자리를 찾아야 하고, 이 경우에는 불편이라는 상태를 따로 재는 것이 그 자리다. 지금의 자리는 이렇다 — 부조화라는 틀은 살아 있고 널리 쓰이지만, 두 설명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각각 맞는 쪽으로 정리되었다는 견해와 아직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견해가 함께 있다.
태도가 행동을 얼마나 예측하는가
태도와 행동의 관계는 생각보다 약하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태도를 잰 수준과 행동을 잰 수준이 맞을 때 관계가 커진다. "환경을 아끼는가"라는 일반적인 태도로 "이번 주에 분리배출을 했는가"를 맞히기는 어렵고, "분리배출을 할 생각인가"로는 훨씬 잘 맞힌다. 17장에서 본 집합도 여기 걸린다. 하나의 행동보다 여러 행동을 합친 것을 태도가 더 잘 예측한다.
그리고 암묵적 연합 검사(Implicit Association Test)를 짚어 두어야 한다. 스스로 보고하지 않는 연합을 반응 시간으로 재려는 절차이고 널리 쓰인다. 다수설은 이 점수가 개인의 차별 행동을 예측하는 힘이 작다는 쪽이다. 오즈월드(Frederick Oswald)와 동료들이 2013년에 그런 메타분석을 보고했고, 재검사 신뢰도가 자기보고 검사보다 낮다는 것도 되풀이 보고되었다.
소수설과 그 근거를 잇는다. 개인 수준의 예측이 약하다는 것이 그 절차가 아무것도 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집단이나 지역 수준에서 모은 값이 다른 지표와 관련을 보인다는 보고들이 있고, 개인 예측이 약한 것은 5장에서 본 대로 신뢰도가 낮은 측정끼리는 어떤 상관도 낮게 나온다는 것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그러면 문제는 개념이 아니라 절차의 신뢰도일 수 있다.
귀인 — 남은 것과 무너진 것
귀인(attribution)은 행동의 원인을 무엇에 돌리는가를 가리킨다. 크게 그 사람의 성향에 돌리는 것과 상황에 돌리는 것으로 나눈다.
남은 것. 존스(Edward Jones)와 해리스(Victor Harris)가 1967년에 쓴 절차가 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입장의 글을 읽는 것을 보여 주되, 그 사람이 그 입장을 고른 것이 아니라 지정받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도 읽는 사람은 글의 내용을 글쓴이의 생각으로 읽는 쪽으로 기운다. 이것을 대응 편향이라 한다. 이 계열의 절차는 클라인(Richard Klein)과 동료들의 2018년 Many Labs 2 에 포함되었고, 여러 나라의 표본에서 되풀이되었으며 재현에서 나온 효과크기도 컸다. 이 장에서 가장 튼튼한 결과 가운데 하나다.
무너진 것. 행위자-관찰자 비대칭은 "내 행동은 상황으로, 남의 행동은 성향으로 설명한다"는 명제다. 오래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말(Bertram Malle)이 2006년에 메타분석해 전체 효과가 거의 0 이었다고 보고했다.
다투어지는 것. 이 기울기를 "기본적"이라 부를 수 있는지가 논쟁이다. 상황 정보를 얼마나 쓰는지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는 보고들이 있고, 그 차이의 크기와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을 "오류"라 부르는 것에 대한 반론도 있다. 성향을 앞세우는 것이 실제 세계에서 대체로 쓸 만한 어림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규칙 하나. "귀인 편향"처럼 큰 이름 아래 여러 결과가 묶여 있으면 이름 단위가 아니라 결과 단위로 재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집단 안에서
방관자 효과 — 효과는 남았고 이야기는 틀렸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곁에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설명으로 책임 분산과 다원적 무지가 제시된다. 앞의 것은 "누군가 하겠지"이고, 뒤의 것은 "아무도 안 움직이는 걸 보니 별일 아닌가 보다"로 서로가 서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효과 자체는 메타분석에서 지지되었다. 피셔(Peter Fischer)와 동료들이 2011년에 보고했다. 그런데 같은 종합에서 조건이 붙었다. 상황이 정말 위험해 보일 때는 이 효과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그리고 두 가지를 더 적어야 한다.
첫째, 이 연구를 촉발한 사건 이야기의 세부는 사실과 다르다. 1960년대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수십 명이 보고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신문 보도가 널리 퍼졌고 교과서에 그대로 실렸다. 매닝(Rachel Manning)과 동료들이 2007년에 기록을 확인해 그 서술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보고했다. 효과는 실험으로 확인되었고 그 효과를 유명하게 만든 일화는 틀렸다. 이 둘을 갈라 적어야 한다.
둘째, 실제 상황을 찍은 영상을 분석한 연구가 다른 그림을 준다. 필폿(Richard Philpot)과 동료들이 2020년에 여러 나라의 공공장소 감시 영상을 분석해, 다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보통이었다고 보고했다.
두 결과가 모순되는가. 아니다. 다른 물음에 답하고 있다.
곁에 있는 사람이 늘면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은 줄어든다. 그런데 사람 수 자체가 늘었으므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설 확률은 오른다. 어느 물음을 물었는지에 따라 답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셋
- 사회적 태만 — 여럿이 함께 하는 과제에서 각자가 혼자 할 때보다 덜 애쓰는 것. 메타분석에서 지지되었다. 각자의 몫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면 크게 줄어든다.
- 집단 극화 —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논의하면 원래보다 더 극단 쪽으로 옮겨 가는 것. 여러 절차에서 관찰되었다.
- 집단사고 — 뭉친 집단이 다른 의견을 억누르며 나쁜 결정에 이른다는 모형이다. 이 모형은 사례를 분석해 만들어졌고 실험적 지지가 고르지 않다. 개념으로는 널리 쓰이지만 그 안의 여러 요소가 각각 확인된 것은 아니다.
무너진 것들, 그리고 이 분야가 한 일
사회적 점화
사회적 점화는 재현에 실패했다. 6장에서 두엔(Stéphane Doyen)과 동료들의 2012년 연구를 보았다. 노년을 연상시키는 낱말에 노출된 참가자가 더 느리게 걷는다는 결과를 다시 검사했는데, 자동 측정과 큰 표본에서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고, 실험자가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그 뒤로 이 계열의 여러 결과가 재현 검사를 받았고 상당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의식하지 못한 자극이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바꾼다"는 주장은 지금 근거가 약하다.
파워 포즈 — 갈라 적어야 한다
원 주장은 몸을 크게 벌린 자세를 잠깐 취하면 호르몬 수준과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스스로도 힘이 난다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두 갈래로 갈라야 한다.
- 호르몬과 행동 쪽 — 재현되지 않았다. 라네힐(Eva Ranehill)과 동료들이 2015년에 훨씬 큰 표본으로 다시 검사했고 그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 주관적 보고 쪽 — 재현되었다. 같은 연구에서 "힘이 난다고 느낀다"는 자기보고 쪽은 되풀이 나왔다. 다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따로 물을 일이다. 자세를 취하라고 지시받은 사람이 그 지시를 알고 답한 것이므로 5장의 요구특성이 걸린다.
사실관계도 정확히 적어야 한다.
- 원 논문이 철회된 것이 아니다. 철회와 재현 실패는 다른 사건이다.
- 원 논문의 제1저자가 2016년에 이 효과를 더는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저자가 스스로 그렇게 적은 사례는 드물고, 그 자체가 이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의 한 장면이다.
- 다른 저자들은 여전히 이 효과를 지지한다. 이 사안은 저자들 사이에서도 갈려 있다.
그래서 규칙 하나가 나온다.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주장이 있으면 갈라 적는다. "파워 포즈는 효과가 없다"도 "파워 포즈는 효과가 있다"도 자료를 뭉갠 문장이다.
왜 이 분야에 몰렸는가, 그리고 무엇이 남았는가
6장의 고리가 이 분야에서 특히 세게 돌았다. 이유가 넷이다.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기 쉬운 주제들이었고, 표본이 작았고, 절차가 은폐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결과가 언론에 잘 실렸다. 마지막 항목이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른 점이다. 결과가 대중적으로 인용될수록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이것을 적어야 한다. 이 목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분야의 성취이기도 하다. 무엇이 무너졌는지를 우리가 아는 것은 이 분야가 자기 문헌을 대규모로 검사했기 때문이다. 검사하지 않은 분야에는 이런 목록이 없고, 그것은 그 분야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세어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동조(conformity) |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에 맞춰 자기 판단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 |
| 정보적 영향 / 규범적 영향 | 남들이 옳으리라 여겨 따르는 것 /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튀지 않으려 따르는 것 |
| 복종(obedience) |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오는 요구를 따르는 것 |
|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생각과 행동이 어긋날 때의 불편, 그리고 생각 쪽을 바꿔 그것을 줄이는 과정 |
| 자기지각 이론 | 자기 태도를 안에서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 행동을 보고 추론한다는 견해 |
| 암묵적 연합 검사 | 스스로 보고하지 않는 연합을 반응 시간으로 재려는 절차. 개인 예측력이 작다 |
| 귀인(attribution) | 행동의 원인을 무엇에 돌리는가 |
| 대응 편향 | 지정받아 한 행동인 줄 알면서도 그 내용을 그 사람의 생각으로 읽는 기울기 |
| 행위자-관찰자 비대칭 | 내 행동은 상황으로 남의 행동은 성향으로 설명한다는 명제. 메타분석에서 거의 0 이었다 |
|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 곁에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 사람이 나설 확률이 줄어드는 것 |
| 책임 분산 / 다원적 무지 | 누군가 하겠지 / 아무도 안 움직이니 별일 아닌가 보다 |
| 사회적 태만 | 여럿이 함께 하는 과제에서 각자가 혼자 할 때보다 덜 애쓰는 것 |
| 집단 극화 |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논의하면 더 극단 쪽으로 옮겨 가는 것 |
| 집단사고 | 뭉친 집단이 다른 의견을 억누르며 나쁜 결정에 이른다는 모형. 실험적 지지가 고르지 않다 |
이 장이 세운 읽기 규칙 셋. 뒷장과 다시 읽기에 그대로 쓴다.
- 무엇을 단위로 세었는지 확인한다. 시행을 세는 것과 사람을 세는 것이 정반대의 인상을 준다.
- 큰 이름 아래 여러 주장이 있으면 갈라 적는다. 이름 단위가 아니라 결과 단위로 재현 상태를 확인한다.
- 어떤 결과가 이론을 증명했다고 할 때, 그 결과를 다른 이론도 예측하는지 먼저 묻는다.
| 사람 · 연구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애쉬 (Solomon Asch) | 선분 판단 절차. 관심은 따라간 쪽이 아니라 버틴 쪽에 있었다 |
| 본드 (Rod Bond) 와 스미스 (Peter Smith) | 1996년 동조 메타분석. 크기가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
| 밀그램 (Stanley Milgram) | 복종 절차. 결과는 되풀이되었고 해석은 논쟁 중이다 |
| 버거 (Jerry Burger) · 페리 (Gina Perry) | 2009년 밀그램 부분 재현과 2011년 발언 분석 / 기록을 조사해 절차와 사후설명의 문제를 정리 |
| 해슬럼 (Alexander Haslam) 과 라이허 (Stephen Reicher) | 참여한 협력자 해석, 그리고 2000년대 초의 다른 모의 감옥 연구 |
| 르텍시에 (Thibault Le Texier) | 2019년 1971년 모의 감옥 사례의 기록을 조사해 정리했다 |
| 카나한 (Thomas Carnahan) 과 맥팔런드 (Sam McFarland) | 2007년 모집 문구가 표본을 고른다는 것을 보였다 |
| 페스팅거 (Leon Festinger) 와 칼스미스 (James Carlsmith) / 벰 (Daryl Bem) | 1959년 인지부조화 절차 / 1967년 자기지각 이론. 같은 결과를 다르게 설명한다 |
| 존스 (Edward Jones) 와 해리스 (Victor Harris) | 1967년 대응 편향 절차. 이 계열의 절차가 Many Labs 2 에서 되풀이되었다 |
| 말 (Bertram Malle) | 2006년 행위자-관찰자 비대칭 메타분석. 효과가 거의 0 이었다 |
| 피셔 (Peter Fischer) 와 동료들 | 2011년 방관자 효과 메타분석 |
| 매닝 (Rachel Manning) / 필폿 (Richard Philpot) 과 동료들 | 2007년 널리 퍼진 사건 서술이 사실과 다름을 밝혔다 / 2020년 실제 상황 영상 분석. 개입이 오히려 보통이었다 |
| 오즈월드 (Frederick Oswald) 와 동료들 | 2013년 암묵적 연합 검사의 예측력 메타분석 |
| 라네힐 (Eva Ranehill) 과 동료들 | 2015년 파워 포즈 재현. 두 갈래의 판정이 갈렸다 |
다음 장은 임상과 상담을 한 장으로 개관한다. 그 장은 이 문서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장이고, 첫머리에 무엇을 다루고 무엇을 다루지 않는지를 못 박고 시작한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Asch, S. E. (1956). Studies of independence and conformity: I. A minority of one against a unanimous majority. Psychological Monographs, 70(9)
- Bond, R., & Smith, P. B. (1996). Culture and conformity: A meta-analysis of studies using Asch s line judgment task. Psychological Bulletin, 119(1), 111–137
- Milgram, S. (1963). Behavioral study of obedienc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67(4), 371–378
- Burger, J. M. (2009). Replicating Milgram: Would people still obey today? American Psychologist, 64(1), 1–11
- Burger, J. M., Girgis, Z. M., & Manning, C. C. (2011). In their own word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2(5), 460–466
- Haslam, S. A., & Reicher, S. D. (2012). Contesting the nature of conformity: What Milgram and Zimbardo s studies really show. PLoS Biology, 10(11), e1001426
- Le Texier, T. (2019). Debunking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American Psychologist, 74(7), 823–839
- Carnahan, T., & McFarland, S. (2007). Revisiting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3(5), 603–614
- Reicher, S., & Haslam, S. A. (2006). Rethinking the psychology of tyranny: The BBC prison study.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5(1), 1–40
- Festinger, L., & Carlsmith, J. M. (1959). Cognitive consequences of forced compliance.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58(2), 203–210
- Bem, D. J. (1967). Self-perception: An alternative interpretation of cognitive dissonance phenomena. Psychological Review, 74(3), 183–200
- Jones, E. E., & Harris, V. A. (1967). The attribution of attitude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1), 1–24
- Malle, B. F. (2006). The actor-observer asymmetry in attribution: A (surprising)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32(6), 895–919
- Klein, R. A. et al. (2018). Many Labs 2: Investigating variation in replicability across samples and settings. Advances in Methods and Practices in Psychological Science, 1(4), 443–490
- Fischer, P. et al. (2011). The bystander-effect: A meta-analytic review. Psychological Bulletin, 137(4), 517–537
- Manning, R., Levine, M., & Collins, A. (2007). The Kitty Genovese murder and the social psychology of helping. American Psychologist, 62(6), 555–562
- Philpot, R. et al. (2020). Would I be helped? Cross-national CCTV footage shows that intervention is the norm in public conflicts. American Psychologist, 75(1), 66–75
- Oswald, F. L. et al. (2013). Predicting ethnic and racial discrimination: A meta-analysis of IAT criterion stud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5(2), 171–192
- Ranehill, E. et al. (2015). Assessing the robustness of power posing. Psychological Science, 26(5), 653–656
- Doyen, S., Klein, O., Pichon, C.-L., & Cleeremans, A. (2012). Behavioral priming: It is all in the mind, but whose mind? PLoS ONE, 7(1), e29081
임상·상담 개관
이 장은 학문의 개관이지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 아니다. 첫 문장으로 이것을 못 박고 시작한다.
지금 힘든 상태에 있다면 이 문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장에는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내용이 없고, 앞으로도 넣지 않는다. 자격을 갖춘 전문가나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이 장을 읽는 것보다 먼저다. 그것은 이 장을 다 읽은 뒤에 할 일이 아니라 지금 할 일이다.
그러면 이 장은 무엇을 하는가. 임상과 상담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밖에서 그려 본다. 이론이 어떤 계보로 갈라져 있고, 진단 체계라는 것이 무엇이며, 효과를 재는 연구가 어떤 모양이고, 이 일이 어떻게 훈련되는지를 다룬다.
답할 질문은 다섯이다.
- 이 장이 왜 기법과 판별 기준을 다루지 않는가.
- 이론 계열들이 각각 무엇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는가.
- 진단 분류 체계는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정설인데 왜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 미결인가.
- 이 분야의 효과 연구가 방법론적으로 어디에서 특히 어려운가.
4장에서 무선배정·통제 집단·위약·은폐·실험자 기대를, 5장에서 신뢰도와 타당도와 효과크기를, 6장에서 네 물음을 가져온다.
이 문서의 예제에 나오는 연구는 따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면 설명을 위해 지어낸 것이다. 실재하는 연구를 가리킬 때는 연구자와 연도를 함께 적는다.
이 장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
먼저 경계를 그린다. 그리고 이 경계는 "아직 안 썼다"가 아니라 "쓰지 않기로 정했다"이다.
| 다루는 것 | 다루지 않는 것 |
|---|---|
| 이론 계보와 각 계열이 보는 변화의 원천 | 기법의 절차 —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
| 진단 체계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 자가 진단, 그리고 자기 상태를 재 보게 하는 척도 |
| 효과 연구의 지형과 그 방법론 | 증상 목록을 진단처럼 늘어놓기 |
| 이 분야가 어떻게 훈련되는가 |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 형태의 조언 |
이유가 둘이다.
첫째, 상담은 수퍼비전 아래 실습으로 익히는 것이다. 절차를 글로 옮기면 읽은 사람이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착각은 무해하지 않다. 이 분야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형태만 흉내 내는 일이다.
둘째, 자습서라는 형식 자체가 독자를 자기 문제에 적용하는 쪽으로 민다. 다른 장에서는 그것이 좋은 일이다. 배운 것을 자기 상황에 대어 보는 것이 이 문서가 바라는 읽기다. 이 장에서만 그것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형식이 하는 일을 문서가 미리 막아 두어야 한다.
이 선은 다른 장에서도 지켰다. 이 문서 전체에서 정신질환을 예제의 소재로 삼지 않았고, 독자 자신의 상태를 재 보게 하는 척도를 싣지 않았다. 이 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론 계보 — 무엇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계열을 나누는 가장 쓸모 있는 기준은 무엇이 바뀌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보는가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계열의 차이가 다음 절의 효과 연구와 곧바로 이어진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가 다르면 무엇을 재서 나아졌다고 할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 계열 | 무엇이 바뀌면 달라진다고 보는가 | 이 문서가 함께 적을 것 |
|---|---|---|
| 정신역동 | 알아차리지 못하던 것을 알아차리는 것, 관계에서 되풀이되는 방식을 보는 것 | 초기의 여러 주장이 검사 가능한 형태가 아니었다. 지금의 형태는 초기와 많이 다르다 |
| 인간중심 | 치료자의 태도 — 조건 없는 존중, 상대의 자리에서의 이해, 겉과 속의 일치 | 관계 자체를 변화의 원천으로 본 것이 뒤의 공통요인 논의로 이어진다 |
| 행동 | 학습. 7장의 조건형성을 임상에 적용한 계열 | 무엇을 재서 나아졌다고 할지 미리 정하는 관행을 가져왔다 |
| 인지행동 | 생각과 행동과 정서가 물린 고리의 어느 지점 | 가장 많이 연구되었고 그만큼 재현 검사도 가장 많이 받았다 |
| 수용전념 계열 | 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과 맺는 관계,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따른 행동 | 앞 계열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논쟁 중이다 |
인물로는 정신역동의 프로이트(Sigmund Freud), 인간중심의 로저스(Carl Rogers), 인지행동의 벡(Aaron Beck)과 엘리스(Albert Ellis), 수용전념 계열의 헤이즈(Steven Hayes)가 흔히 인용된다. 다만 계열을 창시자와 동일시하면 오해가 생긴다. 어느 계열이든 지금의 형태는 창시자가 쓴 것과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현장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어느 한 계열이 아니다. 여러 계열을 섞어 쓰는 것을 자기 방식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큰 편이라고 조사들이 보고한다. 이것이 다음 절의 논의에 그대로 걸린다.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섞인 것이라면, 계열끼리 견주는 연구가 재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진단 체계 —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진단 분류 체계는 둘이 널리 쓰인다. 세계보건기구가 만드는 국제 질병 분류(ICD)는 통계·행정·보험의 국제 기준이고, 미국정신의학회가 만드는 편람(DSM)은 그 나라와 연구에서 널리 쓰인다. 둘은 서로를 참조하며 개정된다.
무엇인가. 합의로 만들어진 분류 규약이다. 같은 말을 쓰기 위한 약속이 첫 번째 쓰임이고, 거기서 세 가지가 따라 나온다 — 임상가 사이의 소통, 연구 표본의 정의, 그리고 행정과 보험의 기준이다. 이 쓸모는 진짜다.
무엇이 아닌가. 넷이다.
- 자연에서 발견한 종류의 목록이 아니다. 경계는 자료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위원회에서 정해진 것이다.
- 원인의 이론이 아니다. 대부분의 범주가 겉으로 관찰되는 것들의 묶음으로 정의된다.
- 그 사람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이름은 왜 그런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 이름으로 이유를 대면 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이 된다.
- 스스로 써 보는 도구가 아니다. 판정에는 훈련과 면담과 맥락이 든다.
규약의 두 가지 성질
이 규약이 어떤 물건인지는 구조를 보면 드러난다. 여기서는 이름 없는 보기로 설명한다. 무엇을 판별하는 방법이 아니라 분류 규칙의 성질을 보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첫째, 문턱의 자리가 정해진 것이다.
분포에 골짜기가 없으면 어디를 잘라도 자를 수 있다. 그리고 어디를 자르느냐가 이름을 받는 사람 수를 크게 바꾼다. 그래서 개정 때마다 이 자리가 논쟁이 된다.
둘째, "여럿 가운데 몇 개 이상"이라는 형태다.
이 형태에는 장점이 있다. 같은 것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가가 따라온다. 하나의 이름 아래 서로 아주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고, 그러면 그 이름으로 모은 연구 표본이 균질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진단 체계의 타당도 논쟁의 밑에 깔린 구조다.
범주인가 차원인가 — 미결이다
이 문서는 이 사안을 미결로 다룬다. 저자가 고르지 않는다. 두 입장을 각각 가장 강한 형태로 적는다.
범주 쪽. 임상의 결정은 이산적이다. 하느냐 마느냐를 정해야 하고, 자원을 배분하려면 이름이 있어야 하며, 이름이 없으면 연구를 모을 수도 없다. 그리고 차원으로 다루자는 제안들이 아직 임상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지지 않았다.
차원 쪽. 관찰된 점수의 분포에 골짜기가 잘 나오지 않고, 한 이름 아래 서로 아주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며, 두 이름을 함께 받는 일이 예외가 아니라 규칙에 가깝다. 그리고 문턱 바로 위와 바로 아래의 사람이 서로 가장 비슷한데 한쪽만 이름을 얻는다.
대안 체계가 제안되어 있다. 연구용으로 차원과 기제를 축으로 삼자는 틀과, 위계적 차원 구조를 쓰자는 틀이 있다. 어느 것도 아직 임상 표준을 대신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5장의 도구로 정리해 둔다. 분류 체계에는 신뢰도 물음과 타당도 물음이 따로 있다. 두 임상가가 같은 사람을 보고 같은 이름을 붙이는가가 신뢰도이고, 그 이름을 뜻하는 대로 읽어도 되는가가 타당도다. 앞이 좋아져도 뒤가 따라오지 않는다. 개정을 거치며 신뢰도를 올리는 데는 상당히 성공했지만, 그것이 범주의 타당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효과 연구의 지형
이 절에는 서로 층이 다른 두 문장이 있다. 섞으면 안 된다.
정설 — 심리치료는 효과가 있다. 무처치나 대기자와 견준 무선배정 시험이 많고, 그것을 모은 종합에서 이득이 되풀이 보고되었다.
미결 — 그 효과가 무엇 때문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통요인 쪽은 계열이 달라도 함께 들어 있는 것들이 효과의 큰 몫을 낸다고 본다. 후보로 드는 것은 치료 동맹,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무슨 일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해 주는 틀, 그리고 치료자 개인의 차이다. 근거는 계열끼리 견준 시험에서 차이가 대체로 작다는 것, 그리고 동맹의 질이 결과와 관련된다는 보고가 되풀이 나왔다는 것이다.
약한 자리도 함께 적는다. 동맹과 결과의 관계는 대부분 상관이다. 좋아지고 있어서 동맹이 좋아졌을 수도 있고, 4장의 세 갈래가 그대로 살아 있다.
특정성분 쪽은 어떤 문제에는 특정한 절차가 실제로 더 낫다고 본다. 근거는 성분을 빼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는 해체 설계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비교 시험에서는 계열 사이에 차이가 나온다는 것이다.
약한 자리는 검정력이다. 해체 설계로 작은 차이를 잡으려면 표본이 커야 하는데 실제 시험은 대개 작다. 5장에서 본 대로 작은 표본에서 "차이가 없다"는 결과는 "못 잡았다"와 구별되지 않는다.
도도새 판결의 정확한 지위
계열끼리 견주면 승자가 없다는 관찰에 오래된 이름이 붙어 있다. 도도새 판결이다. 동화에서 도도새가 경주를 끝내며 "모두가 이겼고 모두 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왔다. 로젠츠바이크(Saul Rosenzweig)가 1936년에 이 비유를 처음 썼고, 루보스키(Lester Luborsky)와 동료들이 1975년에 비교 연구를 모으며 되살렸다.
정확한 지위는 "모두 같다"가 아니다. 자료에 맞는 요약은 "차이가 있어도 대체로 작고, 있는 차이가 설계와 얽혀 있다"이다. 얽힌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연구자 충성도다. 비교 시험의 결과가 연구자가 어느 계열에 속하는가와 관련된다는 보고가 되풀이 나왔다. 4장의 실험자 기대가 시험 수준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가 어려운 자리
앞 절의 미결이 오래 미결로 남아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분야의 시험에는 다른 분야에서 쓰는 장치 몇 개를 쓸 수 없다.
첫째, 은폐가 거의 불가능하다. 참가자도 치료자도 어느 처치를 받고 있는지 안다. 4장에서 본 이중은폐가 원리적으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치의 효과"와 "기대의 효과"를 자료가 갈라 주지 않는다.
둘째, 비교 조건을 무엇으로 두느냐가 효과크기를 크게 바꾼다.
대기자 명단과 견주는 설계가 특히 문제가 된다. 기다리는 동안 좋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나빠지는 몫이 있으면, 그것이 처치의 효과에 더해져 보고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시험의 효과크기를 견줄 때는 비교 조건이 같은지부터 봐야 한다.
셋째, 이탈이 무선이 아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무선으로 빠지지 않는다. 15장에서 본 탈락 문제가 여기서도 그대로 걸린다.
넷째, 출판 편향이 크다. 6장에서 본 그대로다. 그리고 이 분야의 시험은 표본이 작은 경우가 많아 그 영향이 커진다.
그래서 이 분야의 결과를 읽을 때 물어야 할 것이 정해져 있다. 무엇과 견주었는가, 결과를 누가 어떻게 쟀는가, 몇 명이 남았는가, 그리고 사전등록이 있는가.
어떻게 훈련되는가
마지막 절이다. 그리고 이 절이 첫 절의 이유를 다시 설명한다.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므로 이름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뼈대가 넷이다. 학위 과정에서 이론·연구방법·심리측정·윤리를 배우고, 감독을 받는 실습에서 실제 사례를 맡으며, 수퍼비전에서 자기가 한 것을 남에게 보이고 되먹임을 받고, 자격을 얻은 뒤에도 계속 교육과 윤리 규정이 이어진다.
가까운 직군의 구분도 적어 둔다. 정신의학은 의학 훈련을 받는다. 약물 처방과 신체 질환의 감별이 여기에 든다. 임상심리와 상담심리는 심리학 훈련을 받는다. 평가와 심리적 개입이 중심이고, 역할과 자격은 나라마다 다르므로 한 나라의 이름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
그리고 글로 옮겨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넷이다.
- 판단 — 지금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규칙이 아니라 사례를 여러 번 겪으며 자란다.
- 자기 반응을 다루기 —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이 개입에 섞이지 않게 하는 일. 남이 봐 주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 해를 알아보기 — 모든 개입이 무해한 것은 아니다. 어떤 절차가 어떤 사람에게 나쁜 결과를 냈다는 보고가 있고, 릴리엔펠드(Scott Lilienfeld)가 2007년에 그런 사례들을 모아 정리했다. 이것을 알아보는 것이 훈련의 일부다.
- 한계를 알기 — 자기가 다루면 안 되는 것을 알아보고 넘기는 일.
마지막으로 근거기반 실무의 세 다리를 적어 둔다. 최선의 연구 근거 · 임상적 전문성 · 내담자의 가치와 선호다. 셋 가운데 하나만 쓰는 것이 잘못이다. 연구 근거만 보면 앞의 사람이 지워지고, 전문성만 믿으면 4장과 6장이 다룬 문제로 돌아간다.
이 장에서 새로 나온 것
| 용어 | 뜻 |
|---|---|
| 정신역동 / 인간중심 / 행동 / 인지행동 / 수용전념 계열 | 무엇이 바뀌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보는지가 서로 다른 이론 계보들 |
| 진단 분류 체계 | 합의로 만들어진 분류 규약. 소통 · 연구 표본의 정의 · 행정의 기준으로 쓰인다 |
| 국제 질병 분류(ICD) / 편람(DSM) | 세계보건기구의 국제 기준 / 미국정신의학회의 편람. 서로를 참조하며 개정된다 |
| 문턱 | 연속된 분포에 그은 경계. 자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것이다 |
| 여럿 가운데 몇 개 이상 규칙 | 같은 이름을 받은 두 사람이 공유하는 항목이 하나도 없을 수 있는 형태 |
| 범주 대 차원 | 분류를 이산적 종류로 볼 것인가 연속된 축으로 볼 것인가. 미결이다 |
| 공통요인 | 계열이 달라도 함께 들어 있는 것들. 동맹 · 기대 · 설명 틀 · 치료자의 차이 |
| 특정성분 | 그 계열에만 있는 절차. 해체 설계로 검사한다 |
| 도도새 판결 | 계열끼리 견주면 승자가 없다는 관찰. 정확히는 차이가 있어도 대체로 작다는 뜻이다 |
| 연구자 충성도 | 비교 시험의 결과가 연구자가 속한 계열과 관련되는 것. 실험자 기대의 시험 수준 판본 |
| 해체 설계 | 성분 하나를 빼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어 그 성분의 몫을 재는 설계 |
| 대기자 통제 | 처치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기다리는 비교 집단. 효과크기를 부풀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
| 근거기반 실무 | 최선의 연구 근거 · 임상적 전문성 · 내담자의 가치와 선호 셋을 함께 쓰는 것 |
이 장이 지킨 선. 기법의 절차, 자가 진단, 증상 목록, 조언 형태의 문장을 넣지 않았다. 증상과 진단을 다룰 때는 판별 기준이 아니라 분류 체계의 성질을 설명했고, 그림에서도 항목과 축을 전부 이름 없는 보기로 두었다.
| 사람 · 자료 | 이 문서에서의 자리 |
|---|---|
| 프로이트 (Sigmund Freud) / 로저스 (Carl Rogers) | 정신역동의 출발 / 인간중심. 관계 자체를 변화의 원천으로 보았다 |
| 벡 (Aaron Beck) 과 엘리스 (Albert Ellis) / 헤이즈 (Steven Hayes) | 인지행동 / 수용전념 계열 |
| 로젠츠바이크 (Saul Rosenzweig) | 1936년 도도새 비유와 공통요인 발상 |
| 루보스키 (Lester Luborsky) 와 동료들 | 1975년 비교 연구를 모아 도도새 판결을 되살렸다 |
| 릴리엔펠드 (Scott Lilienfeld) | 2007년 해를 끼친 개입 사례들을 정리했다 |
다음 장은 이 문서가 다루지 않은 분야와 갈라지는 길을 적는다. 그리고 이 문서가 준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결과를 외운 것이 아니라 결과를 판정하는 법을 익힌 것이다.
이 장의 출처
아래는 이 장을 쓰면서 확인한 자료다. 이 문서는 어느 것도 옮기지 않았다.
- Lilienfeld, S. O. (2007). Psychological treatments that cause harm.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2(1), 53–70
- Rosenzweig, S. (1936). Some implicit common factors in diverse methods of psychotherapy. 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 6(3), 412–415
- Luborsky, L., Singer, B., & Luborsky, L. (1975). Comparative studies of psychotherapies: Is it true that everyone has won and all must have prizes?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32(8), 995–1008
- Munder, T., Brütsch, O., Leonhart, R., Gerger, H., & Barth, J. (2013). Researcher allegiance in psychotherapy outcome research: An overview of reviews. Clinical Psychology Review
- APA Presidential Task Force on Evidence-Based Practice (2006). Evidence-based practice in psychology. American Psychologist
- Kotov, R. et al. (2017). The Hierarchical Taxonomy of Psychopathology (HiTOP): A dimensional alternative to traditional nosologies.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 World Health Organization —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
-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 Research Domain Criteria (RDoC)
- OpenStax, Psychology 2e — 15장과 16장(진단 체계와 치료)
- NOBA Project — Therapeutic Orientations
더 공부할 것
이 문서는 심리학의 골격을 한 바퀴 돈 것이다. 여기서 갈라지는 길을 정리해 둔다. 각 분야가 이 문서의 어느 장을 확장한 것인지 함께 적었다.
이 문서가 다루지 않은 분야
빠뜨린 것이 아니라 담지 못한 것이다. 각각이 이 문서만 한 분량을 갖는다.
- 산업·조직심리학 — 선발, 수행 평가, 조직 행동. 17장의 검사 논의와 직결되고, 검사의 오용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 자리다.
- 교육심리학 — 8장의 간격 효과와 인출 연습이 교실에서 어떻게 되는지. 이 문서에서 독자가 당장 써먹을 것이 가장 많은 방향이다.
- 건강심리학 — 16장의 스트레스와 대처를 확장한다. 행동 변화와 개입 설계.
- 법정심리학 — 9장의 목격자 증언이 실무가 된 자리. 자백, 신빙성 판단, 배심 의사결정.
- 문화심리학 — 4장의 WEIRD 표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분야. 이 문서가 계속 단서로 달았던 것이 여기서는 주제다.
- 진화심리학 — 설명의 층위 하나를 더한다. 다만 사후 설명이 되기 쉬운 분야라 6장의 잣대가 특히 필요하다.
- 정신물리학과 심리음향학 — 12장의 본격 전개.
- 계산 인지과학 — 10장의 이론을 모형으로 세운다. 베이즈 모형, 강화학습, 신경망.
이 사이트 안에서 이어지는 문서
- 확률과 통계학 — 5장이 효과크기와 검정력을 개념으로 다뤘다면 그쪽은 그것을 계산으로 다룬다. 6장을 읽고 나서 그쪽의 가설검정 장을 다시 읽으면 전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이 문서가 "p 값이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를 물었다면 그쪽은 "p 값이 정확히 무엇인가"를 답한다.
- 철학 — 8장의 귀납과 9장의 과학철학이 이 문서 6장과 같은 문제를 다룬다. 다만 그쪽은 "과학이 무엇인가"를 묻고 이 문서는 "이 연구를 믿을 것인가"를 묻는다. 14·15장의 심신 문제는 이 문서 13·14장과 같은 대상을 다루면서 존재론과 측정으로 갈린다.
- 일반생물학 — 13장이 전제한 신경 생리가 그쪽에 있다. 막전위와 활동전위, 그리고 호르몬.
- 논리학 — 10장의 추론 연구가 다루는 것이 실제로 사람이 어떻게 추론하는가라면, 그쪽은 무엇이 타당한 추론인가를 다룬다. 웨이슨 과제를 그쪽 3~4장과 함께 읽으면 "사람이 틀린다"는 말의 뜻이 정확해진다.
학부·대학원 과정
- 고급 연구방법론과 실험 설계 — 4장의 확장. 요인 설계, 혼합 설계, 준실험의 정교한 형태.
- 심리측정과 검사이론 — 5장의 확장. 문항반응이론, 요인분석, 측정 불변성. 17장의 검사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여기가 필요하다.
- 메타분석 — 6장의 도구. 효과를 모으는 방법과 출판 편향을 잡아내는 방법.
- 인지심리학 각론 — 8·10·12장의 확장. 주의, 범주화, 의사결정, 작업기억 모형들.
- 인지신경과학 — 13장의 확장. 다만 그 장이 세운 역추론 문제를 계속 들고 가야 한다.
- 발달심리학 각론 — 15장의 확장. 유아 연구 방법이 특히 까다롭고, ManyBabies 같은 다중연구실 협업이 활발한 분야다.
더 나아가는 주제
- 열린 과학 실무 — 6장이 소개한 것을 실제로 하는 방법. 사전등록서 쓰기, 자료·코드 공개, 등록보고서 투고.
- 베이즈 통계 — 6장이 남긴 물음 하나에 대한 답 가운데 하나. 증거의 무게를 다르게 재는 방식이다.
- 심리학과 기계학습 — 10장의 인지 모형과 13장의 신경 자료가 만나는 자리. 다만 예측과 설명은 다른 목표라는 것을 놓치지 말 것.
- 측정의 위기 — 재현 위기의 다음 물음. 재현이 되더라도 애초에 재려던 것을 재고 있었는가를 묻는다. 5장의 구성 타당도가 여기서 다시 문제가 된다.
공부 방식에 대한 조언
- 네 물음을 습관으로 만들어라. 심리학 이야기를 어디서 만나든 재현·표본·크기·일반화를 물어라. 이 문서에서 가장 오래 남았으면 하는 것이 이것이다.
- 원 논문을 한 편은 읽어라. 개론서는 결과를 요약하지만 요약은 설계를 지운다. 이 문서가 각 장 끝에 출처를 모아 둔 것은 그것을 하라는 뜻이다. 방법 절부터 읽어 보면 개론서가 무엇을 생략했는지 보인다.
- 간격을 두고 되짚어라. 8장이 다룬 간격 효과와 인출 연습은 이 문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장을 몰아 읽는 것보다 며칠 간격으로 되짚는 편이 낫고, 다시 읽는 것보다 덮고 떠올려 보는 편이 낫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덜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이 틀렸다는 것도 8장이 다룬다.
-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때 조심하라. 이 문서의 결과들은 집단의 평균에 대한 것이고, 그것이 당신 한 사람에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대체로 말해 주지 않는다. 17장의 유전율이 그 구별을 가장 분명히 보여 준다.
- 낡은 개론서를 의심하라. 2015년 이전에 쓰인 것은 이 문서가 무너졌다고 적은 것들을 사실로 싣고 있을 수 있다. 판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우면 그 결과가 다중연구실 재현을 거쳤는지 찾아보라.